제 블로그에 개인적인 글은 거의 쓰지 않는데, 오늘은 개인적인 소감을 좀 쓰겠습니다.

며칠 전 양평으로 이사했습니다.
경북 경산의 시골이 고향이다 보니 대학 이후 도시 생활을 하면서도 늘 고향 마을의 흙 내음과 풀 내음이 그리웠습니다. 봄 아지랑이도, 녹음이 우거진 여름 강변도, 황금빛 벼 이삭이 융단을 깐 듯한 가을 들판도, 아이들이 썰매를 지치는 겨울 저수지도 늘 그리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늘 전원생활이 그리웠습니다.
서울시내에서는 답답하고 복잡해서 살기 어려워
일산에서도 주로 시골 들판과 가까운 변두리 쪽에 주로 살았습니다.
그런데도 늘 뭔가 몸에 안 맞는 옷을 서너 겹 껴입은 듯 갑갑했습니다. 
그래서 가끔씩 아내에게 좀 더 나이들면 전원생활을 하자고 많이 꼬드기곤 했는데,
서울 토박이인 아내는 질색을 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저의 유학 시절 동안 미국 보스턴의 찰스강가 아파트에서 생활하면서
아내 생각도 많이 달라진 듯 합니다.
아시겠지만, 미국은 도시라고 해도 한국과 같이 삭막하지 않은데다 특히 보스턴은 고풍스러운 주택가와 목가적인 전원이 어우러진 도시거든요.
그곳에서 생활한 뒤로는 아내 생각도 조금씩 바뀌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사실 양평으로 이사할 결심을 하게 된 것은 아이 때문이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유치원에 다녀 와서 아파트 옆 놀이터(한국 아파트처럼 형식적으로 놀이기구 몇 개 늘어놓은 놀이터가 아니라 진짜 널찍한 놀이터입니다)에서 온갖 나라 아이들과 장난질하며 즐겁게 놀던 아이가
한국에 와서는 그러질 못했습니다.
학교에 다녀와도 같이 놀 친구들이 없었고, 보스턴에서 보던 찰스강도, '초록 놀이터'(놀이터 바닥이 초록색이라 아이가 그렇게 불렀습니다) 같은 자연도 놀이터도 없었습니다.

저희 부부는 아이에게 수학이나 영어 같은 공부를 하라고 닥달하지도 학원에 보내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저희 아이만 안 보낸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더군요. 겨우 초등학교 2학년인 아이들 가운데 영어, 수학 학원 다니는 아이들이 왜 그렇게 많은지요. 
결국 저희도 아이를 학원에 보냈습니다. 그렇다고 영어, 수학 학원은 아니고요. 수영, 인라인 강습이나 피아노, 미술학원 같은 아이가 배우고 싶어 하는 것만 보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는 한계가 명백했습니다. 이런 수업들은 아이가 나름대로 재미있어 했지만, 학원에서 돌아오면 자꾸 TV나 게임을 하게 해달라고 졸라댑니다. 아이의 그런 모습을 매일 지켜보는 것도 참 고역입니다. 

아이 친구를 만들어 줄 심산으로 토요일에 자원해서 아이 반 '즐거운 생활' 시간에 선생님을 대신해서 아이들과 놀아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말더군요.

그런데 어느날 아내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더군요. 
양평에 조그만 시골학교가 있는데, 아이들을 공부에 시달리지 않게 하면서도 자연과 교감하게 하는 학교라고요. 몇 차례 고심한 끝에 결국 실행에 옮기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남한강이 바로 내려다 보이는 곳으로 이사온 것입니다.  
남한강의 물 안개 피어오르는 풍경을 보니 어릴 적 고향에 돌아온 느낌입니다.
어제는 떡 대신 던킨도너츠 세트를 사서 아이와 함께 이웃한 몇 집에 돌리고 인사도 드리고 왔습니다.
다들 외지인이지만, 마음만은 시골 사람들처럼 푸근하게 느껴졌습니다.

이곳에 있으니 이른바 학군이 좋다는 곳의 삭막한 콘크리트 더미를 몇 억, 몇 십억씩 부르는 한국의 현실이 더더욱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물론 양평에도 경관이 조금 괜찮다 싶은 웬만한 곳에는 각양각색의 전원주택이 어지러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전원주택 각각은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웅장하고 멋있는 자태들을 뽐내지만 주변 환경이나 주변의 다른 주택들과 조화되지 않습니다. 행정당국이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면서도 주위 환경 및 주택들과 조화되는 건축이 이뤄지도록 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것일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양평은 여전히 시골의 모습이 많습니다. 일단 주변부터가 산과 물이고, 조금만 나가면 논과 밭이니 뭘 더 말하겠습니까. 물론 도시의 아파트보다는 실내가 많이 춥고, 근처에 문화시설 및 마트 등 편의시설이 부족한 것은 아쉽지만 그 정도 불편은 감수할 만합니다.

이른 아침 창가에서 칠읍산 봉우리 위로 솟아오른 붉은 태양이 강물 위에 반사되는 모습을 지켜보니 제 마음도 강물 위를 유유히 헤엄치는 물오리가 만들어낸 잔물결처럼 일렁입니다. 또 이른 새벽 강가에서 티끌 한 점 없을 듯한 차가운 새벽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것은 도시인들에게는 도저히 허용되지 않는 특권 아닐까요.

일산에 있을 때보다 훨씬 마음도 차분해지고 머리도 맑아지는 느낌입니다. 
다행히 아이도 학교가 마음에 드는 눈치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아이가 자연스럽게 사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하지만 걱정도 됩니다.
지금은 삭막한 도시의 아파트 콘크리트 숲과 비인간적인 교육 환경으로부터 피해왔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지낼 수는 없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결국 바꿀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우리와 우리 아이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쾌적하게 살 수 있는 주거 공간과 교육 환경을 만들 수 있을 때까지 미약한 필력이나마 보태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by 선대인 2010. 3. 30. 11:37

며칠 동안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진작 정리하려 했던 글을 이제서야 정리해봤네요.^^

얼마 전 우리 연구소포럼의 대구경북지역 운영위원회 및 공부방 모임에 참석해 대구 주택시장 상황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사실 현재 국내 부동산 시장의 관건은 수도권의 주택시장이기에 저도 주로 수도권 주택시장을 분석해왔고, 지방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해온 감이 없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 강연을 앞두고 대구 주택시장 상황을 한 번 전국 상황과 비교해가며 분석해 봤습니다.

 

대구는 국내 주택시장에서 버블 붕괴를 가장 일찍 경험한 도시여서 대구의 경험을 살펴보는 것이 수도권 주택 시장을 보는데도 많은 참고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인 분석 데이터는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하게 국민은행 자료를 사용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우선, 아래 <도표1>에서 보시는 것처럼 대구의 아파트 가격은 서울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적었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2002년 초까지 서울과 큰 차이 없이 가파르게 올랐으나 이후 점점 상승폭이 둔화돼 2006년 상반기를 고비로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면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2008년 말~2009년 초 경제위기와 함께 아파트 가격이 급락한 뒤 일시 회복하는 듯했으나 다시 회복세가 주춤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도표1>

 (주)국민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도표2>에서 대구의 주택 유형별 가격 추이를 보면, 단독 및 연립주택의 가격은 오히려 명목가격 상으로도 떨어지고 있고, 모든 주택 유형을 포함한 종합 가격 또한 1990년대 초반 수준에 그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도 2000년대의 부동산 버블은 수도권 아파트 위주의 버블이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대구에서도 상대적으로 수도권보다 그 정도는 약했지만, 2000년대 버블은 아파트를 대상으로 발생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서강대 경환 교수나 국토해양부 등 정부 부처들은 이 같은 양상을 교묘히 호도하면서 전국 모든 주택을 대상으로 국내에는 집값 거품이 없다고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도표2>

  (주)국민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번에는 <도표3>에서 대구의 구별 아파트 가격 추이를 분석해보겠습니다. 두 개씩 짝을 지어 네 개의 도표로 정리했는데, 쉽게 볼 수 있도록 그렇게 한 것일 뿐 특별한 의미는 없습니다. 도표에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여기에서도 버블의 핵심 지역이 먼저 오르고 뒤이어 덜 오른 주변부 지역이 따라 오른 뒤 버블의 핵심 지역을 따라 주변부 지역도 버블이 꺼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른바 제가 용머리-용꼬리라고 부르는 패턴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도표3>

   (주)국민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예를 들어, 학군 수요가 많아 대구의 강남이라고 불리는 수성구의 경우 2006년 초반까지 가파르게 올랐으나 이후 상당히 가파르게 하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상대적으로 대구의 주변부라고 할 수 있는 북구와 동구 등은 상대적으로 뒤늦게 가파르게 뒤늦게 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보통 버블의 핵심지역에서 투자 수익률 관점에서 더 이상 집값이 오르기 힘들 만큼 오른 뒤에는 투기 수요가 상대적으로 덜 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해당 지역 집값의 표준지 역할을 하는 핵심 지역(대구의 경우 수성구) 집값이 내리면 다른 지역도 시차를 두고 따라 내릴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또한 대구에서도 공급 과잉이 매우 강력한 가격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구의 경우 시가지를 확장하면서 뒤늦게 대구시에 편입된 달서구와 달성군에 신규 주택 단지들이 대규모로 공급됐는데, 이들 지역에서 대규모 미분양이 2006년부터 급증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해당 지역은 물론 대구 지역의 다른 지역들까지 주택 가격을 떨어트리는 압력으로 작용하게 된 것입니다.

 

이번에는 대구의 아파트 전세가격 추이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도표4>에서 보는 것처럼 대구의 아파트 전세가격은 매매가가 고점을 찍은 2006 4월경에 함께 고점을 기록했습니다. 이후 떨어지는 듯 했던 전세가격은 2007년 초까지 다시 올라갔습니다. 이는 매매가 추이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현상으로 지역의 일반 가계 소득 대비 집값이 단기적으로 너무 올라 더 이상 집을 사기 어려워지자 주택 매입 수요가 전세 수요로 전환해 전세 가격이 일시적으로 뛰어오른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서울에서 나타나는 현상도 일부 언론의 선동 보도에도 불구하고 이면에는 이 같은 흐름이 내재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2007년 상반기부터는 전세가도 꾸준한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특히 경제위기로 2008년 하반기 이후 전세가가 급락했다가 다시 회복하고 있으나 2006~2007년 초의 고점 수준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도표4>

                                    (주)국민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도표5>에서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 추이를 보면 서울뿐만 아니라 대구, 대전, 광주 등 대도시 지역에서는 2000년대 초반까지는 이 비율이 계속 높아지다가 2002~2003년을 전후로 하락세로 돌아섭니다. 전세가는 일반적으로 향후 기대차익을 노리는 투기 프리미엄이 제거된 사용가치를 나타내는 것으로 볼 때 이 비율이 낮아지는 것은 그만큼 투기 버블이 심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구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 계속 높아지던 이 비율이 2003년 초를 정점으로 점차 낮아지다가 매매가가 정점을 지나 하락세로 전환하는 2005년 말~2007년 초까지 미약하지만 이 비율이 상승합니다. 매매가에 비해 전세가가 강세를 나타낸 것입니다. 이는 앞에서도 설명했지만, 집값이 너무 높아져 추가 수요가 거의 고갈되자 매매가는 떨어지는 가운데 매매 포기 수요 또는 전세 전환 수요가 늘어난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도표5>

                                     (주)국민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참고로,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2001년 중반 이전까지 꾸준히 오르다가 이후에는 전세가보다 매매가가 더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이 비율은 64%에서 40% 전후 수준까지 가파르게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2009년 들어서는 이 비율이 정체 상태를 보이더니 지난해 중반부터는 오히려 상승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천이나 경기도의 경우에도 시기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양상은 1988~2001년 중반까지 나타났던 전세가 상승이 매매가 상승을 견인하던 때와는 다릅니다. 그때는 주택 공급이 일시적으로 부족했던 측면이 없지 않아 있었고, 매매가와 전세가가 외환위기 충격에서 벗어나 동반 상승하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미분양, 미입주 사태나 105%가 넘는 강남 지역의 주택보급률이 의미하듯 공급이 부족해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닙니다. 또한 매매 거래가 점차 활발해지면서 매매가가 상승하던 당시와 달리 지금은 국토부 실거래가 기준으로 매매가가 하락하는 가운데 전세가가 상승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오히려 미국에서 집값이 급락하기 직전 나타났던 렌트 상승 현상과 비슷한 흐름이라고 판단됩니다.

 

바로 이런 현상이 불과 몇 년 전 대구에서도 나타났던 것입니다. 참고로, 대전의 경우에도 매매가 거품이 빠지기 시작한 2006년 중반부터 이 비율이 상승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도 제가 한 차례 설명한 바 있듯이 현재 전세가격 상승은 집값의 본격 하락을 알리는 전조일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향후 인구 자연증가 추이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도표6>에서 3대 도시 인구 자연증가(출생자수-사망자수) 추이를 보면 급격한 저출산 추세에 따라 3대 도시의 자연증가 수가 매우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서울의 경우 1980년대말~1990년대 초의 부동산 버블의 정점일 때 14만명이 넘게 증가했으나, 이후에 가파르게 떨어져 2008년에는 6만명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산과 대구의 경우에는 1만명에도 못 미치는 수준까지 떨어졌고요.

 

<도표6>

   (주)통계청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그러면 인구의 자연증가 말고 국내 지역간 이주에 의해 나타나는 수도권과 대구경북 지역의 인구순유입 추이를 보면 어떨까요. 먼저 <도표7>을 통해 수도권을 보면 1990년 정도까지는 수도권의 모든 지역에서 순유입이 일어나 최대 한 해에만 30~40만명씩 증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는 서울의 인구가 경기도로 빠져나가 서울과 경기도가 거울 이미지처럼 다른 방향으로 닮아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2000년대에만 국한해서 보면 월드컵 특수와 부동산 붐으로 경기가 좋았던 2002 20만명이 순유입됐으나 2009년에는 4.8만명으로 급속히 줄어들었습니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자연증가와 순유입을 합해 매년 30~40만 가까이 늘어나던 수도권 인구가 이제는 한 해 10만명을 간신히 넘기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입니다.

 

<도표7>

 

   (주)통계청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하지만 아직도 건설업체들은 지난해 하반기 대규모 분양을 통해 본 것처럼 여전히 주택 공급 부족을 외치며 현재 집값 수준에서 이미 수요가 고갈됐는데도 주택을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훨씬 이상으로 쏟아내고 있는 것입니다. 여전히 몇 년 전처럼 자신들이 부동산 광고로 구워삶는 언론의 투기 선동을 통해 얼마든지 분양할 수 있을 것처럼 착각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면 대구 경북은 어떨까요? 1990년대 초반까지는 대구와 경북 지역도 거울 이미지처럼 경북에서 대구로 인구가 빠져나갔습니다. 하지만 이후로는 경북뿐만 아니라 대구 지역의 인구도 빠져나가기 시작해 2009년의 경우 1.27만명이 순유출됐습니다. 위의 인구자연증가와 연결해보면 이미 대구의 인구는 매년 줄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수도권의 경우 여전히 인구가 늘고 있기는 하지만 증가세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보셔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수도권 전역의 뉴타운과 재개발, 재건축 사업의 물량은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공급됩니다. 지금도 미분양이 잔뜩 쌓인 가운데 집값이 맥을 못 추고 있는데, 2~3년 후부터는 어떻게 될까요? 상상에 맡깁니다.

 

이 같은 미분양 급증이 집값 급락으로 다시 이어질 수 있음은 대구시의 사례가 명확히 보여줍니다. 집값 급락과 거래 위축이 동반되면서 2005 3000호를 조금 넘던 대구시 미분양 물량은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2006 8700호로 늘었습니다. 2008년에는 미분양물량이 2만호를 넘어버렸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대구시의 집값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현재 수도권의 미분양 물량도 시차는 있지만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경기도 미분양 물량도 2006 3800호 수준이던 것이 불과 2년 만에 2만호를 넘어버렸습니다. 2006년말 집값 폭등 후 2007년 초부터 거래가 주춤해지면서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는 가운데 집값도 서서히 꺾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의 사력을 다한 경기 부양책과 미분양 물량 해소책으로 이 같은 추세는 일단 멈추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건설업체들의 고분양가 밀어내기 분양으로 건설업체들의 허위 신고를 집계해 발표하는 국토부 통계와는 달리 수도권의 미분양 물량은 실제로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올 2월까지만 최소 4만호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산됩니다. 현재 수도권의 미분양 물량은 지역별 인구와 경제력 등을 감안하더라도 대구시의 2006~2007년 정도 상황에 와 있다고 판단됩니다. 더 이상 현재 집값 수준에서 집을 살 사람들은 고갈된 가운데 주택 공급 과잉이 명확해지면서 주택 가격 급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1년여 전에도 저희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 대구지역 모임에서 강연하면서 저는 당시 강연장소 맞은 편에 올라가던 범어로타리의 두산위브 아파트를 보았습니다. 50층이 넘는 아파트 5~6개 동이 한창 공사중이었습니다. 그 아파트 단지는 부동산 붐을 배경으로 대구뿐만 아니라 수도권의 원정 투기 수요까지 가세해 분양은 거의 다 완료됐습니다. 하지만 거의 대다수가 투기 목적으로 분양받았으니 정작 입주 시점에는 빈집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한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 내려가서 강연 끝나고 나와 보니 아파트에서 불빛이 새나오는 집이 많지 않았습니다. 건너편에 나란히 들어선 롯데캐슬도 마찬가지였고요. 기사로 확인해 보니 입주율이 두 아파트 모두 15% 전후에 지나지 않더군요.
지금 그런 아파트들은 대구뿐만 아니라 수도권 곳곳에서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3. 30. 10:25

주택공급에 있어서 정부의 역할은 공영개발택지에서 공공부문이 공급하는 (공공택지-공공주택) 장기임대주택을 늘리는 것이어야 한다. 보금자리주택처럼 이미 민간이 하고 있는 것에 더해 정부가 나서서 활용 중심의 임대주택이 아닌 매매용 분양주택의 공급을 확대하면 부동산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는 착각은 여전히 정부가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고백밖에 되지 않는다.

 

서민들의 전월세난을 해소하기 위해서서는 보금자리 주택처럼 분양용 주택이 아닌 공공임대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서민들의 전월세난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장기공공임대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하는 것이다. 공공임대주택의 비중이 20% 이상으로 높은 유럽 국가들에서 서민들의 주거난을 겪는 일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도 이는 분명히 드러난다. 또한 여러 보완책이 필요하지만 무현 정부 때 추진한 국민임대주택이나 서울시가 시행하고 있는 장기전세 주택의 세입자들이 전월세 가격 폭등으로 고통 받는 경우가 없다는 점만 봐도 이는 분명하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출범 이후 아래 <도표>에서 보는 것처럼 임대주택 공급을 오히려 줄이고 대신 분양용 보금자리 주택 공급을 늘리고 있다. 국토해양부 자료에 따르면 이명박정부 출범 첫해인 2008년 116,908가구로 전년 대비 20.5%나 줄었다. 또한 2009년의 목표치는 2008년보다 더 줄어든 10.6만 가구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런가 하면 현 정부는 한쪽에서는 갖가지 부동산 부양책을 써서 부동산 가격을 떠받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중장기적 도시균형발전을 무시한 채 그린벨트를 풀어 막대한 예산으로 보금자리 주택을 건설하겠다고 하고 있으니 엇박자도 이런 엇박자가 있을 수 없다.

 

 

                 () 국토해양부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보금자리 주택의 구체적인 추진 방법도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현 정부는 서울 강남 세곡과 서초 우면의 전용면적 85㎡형 보금자리주택 분양가를 3.3㎡당 1,150만원으로 책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인근 서울 강남 지역의 3.3㎡당 주택가격에 비해서는 반값 정도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정부가 그린벨트를 풀어서 공급한다는 점에서 실제 원가 구조를 따져보면 매우 높은 가격에 공급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실제로는 정부가 책정하겠다고 하는 분양가 수준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정부는 주택공급 부족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기 위해 보금자리 주택을 앞당겨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처럼 주택공급 시기를 당기기 위해서는 토지 보상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정부가 판교신도시 계획을 발표한 초기에는 분양가를 3.3㎡당 800~900만원 수준으로 거론했지만, 결국 투기가 일어나 대상지의 땅값이 뛰면서 1,200만원 대까지 상승한 전례가 있다.

 

또한 현 정부는 주택 공급을 앞당긴다는 명목으로 설계 및 시공 동시 입찰 방식인 턴키 입찰 방식을 적용키로 했다. 하지만 이는 기만술에 불과하다. 턴키 입찰 방식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이론적으로 별도의 설계 발주에 걸리는 3개월 정도의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게 고작이다. 또한 실제로는 턴키입찰 방식을 통해 사업기간을 단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실증적 자료는 거의 없다. 더구나 이미 지난 노무현 정부에서 주택공사의 시범사업을 통해 아파트 건설 기간을 CM(Construction Management. 건설사업관리)기법을 이용해 종래 26~30개월 정도이던 아파트 건설기간을 20개월 정도로 대폭 단축한 전례가 있다.

 

이미 이런 사례를 가지고도 그런 방안을 활용하지 않고, 턴키 입찰 방식으로 보금자리 주택 건설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결국 현 정부가 보금자리주택 사업을 통해 자금난에 시달리는 건설업체들에게 유동성을 대규모로 공급해주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미 여러 차례 설명한 것처럼 턴키 입찰은 상위 10개 건설업체들의 담합을 기정사실화해 비슷한 품질의 아파트를 짓는데 30% 정도의 예산을 건설업체들에게 더 얹어준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사실은 '반값 아파트'가 아니라 매우 '고비용 아파트'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현 정부가 보금자리주택의 조기 공급을 위해 추진하는 방식은 향후 정부가 현재 발표한 분양가보다 실제 분양가를 더 높일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가능성을 명확히 보여주는 전례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추진했던 은평뉴타운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은평뉴타운 사업지구는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취임 직후 강북 표심을 잡기 위해 강남북 균형개발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추진한 시범 뉴타운사업 가운데 하나다.

 

이 대통령은 당시에도 자신의 시장 임기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그린벨트를 풀어서 사업 추진 속도를 가장 높일 수 있는 은평뉴타운을 시범사업으로 정한 것이다. 당시에도 시장 임기 내에 사업 진척을 가시화하려다 보니 원주민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서울시 산하 SH공사는 토지 보상비를 매우 후하게 집행했다. 이렇게 해서 평당 토지 보상비가 판교신도시의 평균 3.5배 가량에 이를 정도로 치솟았다. 또한 사업기간을 줄이고 재벌급 건설업체의 참여를 유도한다는 명목 아래 턴키 방식으로 발주해 건설업체들에게 엄청난 폭리를 취할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오세훈 서울시장 임기 초기인 2006년 가을 은평뉴타운 고분양가 사태로 주변 집값을 오히려 들썩이게 만들었다. 실제로 당시 은평뉴타운 인접 서대문구나 은평구의 아파트 가격은 3.3 700~800만원이던 시세가 불과 몇 달 만에 1,200~1,300만원으로 수직 상승하게 만들었다.

 

물론 수도권 주택시장은 이미 대세하락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현재 매우 높게 형성돼 있는 강남 인근 지역 집값도 입주 시점인 2~3년 후에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 청약자들이 기대하는 '로또' 당첨은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현 정부가 선전하는 '반값 아파트'가 사실은 전혀 얼토당토않은 사기술임이 영락없이 드러날 것이다.

 

사실 서민들의 전월세난을 가장 크게 가중시킨 장본인은 바로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다. 그가 서울시장 시절 서울 강북 지역 주민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서울시 전체 시가지 면적의 약 7.5%에 이르는 33개 뉴타운 지역을 자신의 임기 내에 한꺼번에 지정한 때문이다.  이는 서울시가 1970년대 이후 30여 년 동안 추진해온 각종 재개발 사업 면적의 1.5배를 넘는 면적이었다. 이 정도로 드넓은 지역을 한꺼번에 뉴타운으로 지정할 경우 대규모 이주 수요의 발생으로 서민 주거난이 심해질 수 있다는 문제점은 사업 초기부터 여러 전문가들이 경고한 바 있다.

 

이처럼 무더기 뉴타운 지정으로 서울의 집값이 폭등하도록 하고 뉴타운 원주민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전월세 세입자들의 주거난을 심화시킨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이 같은 과오를 바로잡기는커녕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강남 재건축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용적률을 상향 조정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강남 재건축의 수익성을 높여준 결과 뉴타운 이주 수요에 더해 재건축 수요 등이 한꺼번에 몰리도록 만들었다. 그런 과정에서 기존 임대 및 중소형 주택공급 의무비율도 대폭 낮춰 서민주택 공급 비중을 크게 낮췄다. 또한 현 정부 출범 이후 임대주택 공급 물량도 계속 줄이고 있다. 이처럼 현 정부는 말로는 늘 친서민을 외치지만 실제 정책은 오히려 반서민인 경우가 많다. 특히 다주택 투기자들을 위한 부동산 부양책을 정부 주택정책의 기본 틀로 삼고 있기에 현 정부의 주택정책은 여러 정책 분야 중에서도 가장 반서민적인 정책 분야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3. 26. 10:28

어제 급하게 쓴 글을 다시 고치고 내용을 가다듬어서 다시 썼습니다. 참고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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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께 산은경제연구소가 수도권 부동산 버블에 대해 경고하자 국토해양부가 이에 대해 반박했다고 하는군요.

반박 내용은 아래 링크 기사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아마 국책은행인 산은 경제연구소가 공식적으로 버블 붕괴를 경고하자, 가뜩이나 주택시장이 침체되는 것을 떠받치기 위해 진땀을 흘리는 국토부가 심리전 차원에서 반박자료를 낸 것 같습니다. 참, 이것이 정부 부처가 할 일인지도 의심스럽군요.

 

 http://realestate.daum.net/news/news_content?type=main&sub_type=&docid=MD20100324143105229&section=recent&limit=20&nil_profile=estatetop&nil_newssubright=estatenews2

 

 

국토부의 반박은 기본적으로 제가 <위험한 경제학> 1권에서 소개한 서강대 김경환 교수의 '부동산 버블 없다' 주장을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이에 대한 좀더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제가 예전에 아고라에 썼던 아래 링크 글을 참고해 보시기 바랍니다.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sortKey=depth&bbsId=D115&searchValue=&searchKey=&articleId=791841&pageIndex)

 

이 주장은 기본적으로 '수도권 아파트'가 아니라 '전국 모든 유형의 주택'을 대상으로 해서 버블이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보십시오. 2000년대 부동산 버블은  주로 '수도권의 아파트'를 대상으로 한 투기 버블이었습니다. 당연히 버블의 핵심인 '수도권 아파트'를 대상으로 버블의 정도를 평가하는 것이 더 정확한 것입니다. 반면 미국의 경우 우리와 같은 아파트가 드물고 대부분 단독주택 형태이기 때문에 모든 주택을 대상으로 해도 별 문제가 없습니다.

 

그리고 지역을 서울로 한정한 것을 문제삼는 것 같은데, 참으로 한심합니다.

서울의 인구가 대략 1000만, 뉴욕은 인구 800만이지만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해 보십시오.

서울 인구는 전체 인구의 5분의 1이고, 수도권 인구는 전체의 절반에 가깝지만 뉴욕 인구는 미국 전체 인구의 40분의 1 수준입니다.  즉, 서울은 한국의 일개 대도시 가운데 하나가 아닌 것입니다.

 

따라서 한국의 서울 또는 수도권과 미국의 케이스-실러 지수상의 10개 대도시 또는 20개 대도시의 가격 지수를 비교하는 것은 지역적 범위나 가격 버블의 심각성을 측정하는데 있어서 비슷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웃기는 것은 일본의 경우 지가를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며 국토부가 문제삼는데, 일본은 기본적으로 땅값만이 중요하다고 보는 나라입니다. 그래서 상업용, 공업용, 주택용 지가 가격 지수는 있지만,

국가가 공인하는 주택가격 지수는 아예 없습니다. 따라서 일본의 경우 주택가격 대신 주택용 지가 지수를 대신 사용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비교인 것입니다.

 

무엇보다 정부의 한심한 인식입니다. 거의 절대 다수의 국민들이 "집값이 너무 높다"고 아우성치는데

정부가 나서서 "집값 거품 없다"고 반박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경우입니까? 국토부 관료들은 딴나라에서 살고 있는 것입니까? 정말 집값 거품이 없다면, 왜 지난 2008년말 집값이 급락할 때 "부동산 거품이 붕괴하면 금융시스템이 위험해진다"며 각종 유동성 지원과 분양권 전매 제한 완화 등 투기 조장책, 그리고 미분양 물량 매입과 주택대출 규제 등 온갖 전방위적인 부동산 부양책을 사용한 것입니까? 그리고 그렇게 집값 버블이 없다면 지금의 주택 시장 침체는 정상적이고 시장에 맡겨두면 됩니다. 그런데도 왜 국토부는 건설사들을 위해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을 연장해주는 것입니까? 국토해양부는 이것부터 답해야 합니다.

 

일부 사례일지는 모르지만, 이미 국토부 관료들조차 "<위험한 경제학>에서 주장한 대로 부동산 버블이 심각하고 주택시장이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인정했다는 이야기를 기자에게 전해들었습니다. 내부에서는 이처럼 버블이 심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대국민용으로는 이렇게 "집값 버블이 없다"는 주장을 내놓는 것입니까? 이미 거의 말기 단계에 이른 부동산 버블의 심각성을 온 국민이 느끼고 있는데도 뚱단지같이 국민을 기만하는 반박자료를 내놓는 것이 국민을 위한 부동산 정책을 펴는 것입니까?

 

이 같은 주장을 보고 있으면 국토부는 '건설족의, 건설족에 의한, 건설족을 위한 국토부'이지 일반 국민들을 위한 국토부는 아님이 분명합니다. 국토부의 국장급 인사들의 3~4년 후 미래 직장이 국토부 산하 건설공기업이나 각종 건설 관련 이익단체나 협회, 건설업체임을 모르지 않습니다. 또한 이미 각종 건설 관련 단체나 기업에 취직해 있는 '전관'들의 로비에 시달리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건설업계와 음양으로 상당히 유착돼 있고 그들의 이해관계를 상당 부분 반영하는 행정을 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 개발연대 시절처럼 일반 국민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자신들의 미래 직장인 건설업계 살리기에 몰두하는 음습하고 어두운 관행을 지속하다가는 국민으로부터 외면받을 것입니다. 이미 2000년대 내내 부동산 거품을 부풀려온 주범으로 국토부가 지목받고 지탄받고 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국토부가 자신들의 거듭된 정책 실패와 도덕적 해이를 반성하고 '건설족의 국토부'가 아니라 '국민의 국토부'로 거듭난다면 거품 붕괴시 국민들의 비판 여론에서도 살아남을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썼지만, 사실 현대건설 사장 출신을 대통령으로 하는 '삽질정부' 치하의 국토부가 그렇게 할 리가 없겠지요. 결국 이런 정부 부처는 향후 한국 사회가 근본적 개혁을 할 기회가 있을 때 사실상 해체하고 새로운 주택정책의 틀을 짜는 수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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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3. 25. 09:25

어제 산은경제연구소가 수도권 부동산 버블에 대해 경고하자 국토해양부가 오늘 이에 대해 반박 보도자료를 냈다고 하는군요.

반박 내용은 아래 링크 기사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아마 국책은행인 산은 경제연구소가 공식적으로 버블 붕괴를 경고하자, 가뜩이나 주택시장이 침체되는 것을 떠받치기 위해 진땀을 흘리는 국토부가 심리전 차원에서 반박자료를 낸 것 같습니다. 참, 이것이 정부 부처가 할 일인지도 의심스럽군요.

 

 http://realestate.daum.net/news/news_content?type=main&sub_type=&docid=MD20100324143105229&section=recent&limit=20&nil_profile=estatetop&nil_newssubright=estatenews2

 

 

국토부의 반박은 기본적으로 제가 <위험한 경제학> 1권에서 소개한 서강대 김경환 교수의 '부동산 버블 없다' 주장을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이에 대한 좀더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제가 예전에 아고라에 썼던 아래 링크 글을 참고해 보시기 바랍니다.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sortKey=depth&bbsId=D115&searchValue=&searchKey=&articleId=791841&pageIndex)

 

이 주장은 기본적으로 '수도권 아파트'가 아니라 '전국 모든 유형의 주택'을 대상으로 해서 버블이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보십시오. 2000년대 부동산 버블은  주로 '수도권의 아파트'를 대상으로 한 투기 버블이었습니다. 당연히 버블의 핵심인 '수도권 아파트'를 대상으로 버블의 정도를 평가하는 것이 더 정확한 것입니다. 반면 미국의 경우 우리와 같은 아파트가 드물고 대부분 단독주택 형태이기 때문에 모든 주택을 대상으로 해도 별 문제가 없습니다.

 

그리고 지역을 서울로 한정한 것을 문제삼는 것 같은데, 참으로 한심합니다.

서울의 인구가 대략 1000만, 뉴욕은 인구 800만이지만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해 보십시오.

서울 인구는 전체 인구의 5분의 1이고, 수도권 인구는 전체의 절반에 가깝지만 뉴욕 인구는 미국 전체 인구의 40분의 1 수준입니다.  즉, 서울은 한국의 일개 대도시 가운데 하나가 아닌 것입니다.

 

따라서 한국의 서울 또는 수도권과 미국의 케이스-실러 지수상의 10개 대도시 또는 20개 대도시의 가격 지수를 비교하는 것은 지역적 범위나 가격 버블의 심각성을 측정하는데 있어서 비슷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웃기는 것은 일본의 경우 지가를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며 국토부가 문제삼는데, 일본은 기본적으로 땅값만이 중요하다고 보는 나라입니다. 그래서 상업용, 공업용, 주택용 지가 가격 지수는 있지만,

주택가격 지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일본의 경우 주택가격 대신 주택용 지가 지수를 대신 사용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비교인 것입니다.

 

무엇보다 정부의 한심한 인식입니다. 거의 절대 다수의 국민들이 "집값이 너무 높다"고 아우성치는데

정부가 나서서 "집값 거품 없다"고 반박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경우입니까? 국토부 관료들은 딴나라에서 살고 있는 것입니까? 정말 집값 거품이 아무것도 없다면, 왜 지난 2008년말 집값이 급락할 때 부동산 거품이 붕괴하면 금융시스템이 위험해진다며 각종 유동성 지원과 분양권 전매 제한 완화 등 투기 조장책, 그리고 미분양 물량 매입과 주택대출 규제 등 온갖 전방위적인 부동산 부양책은 왜 사용한 것입니까?

그리고 그렇게 집값 버블이 없어서 주택 시장 침체 가능성이 없다면 왜 건설사들을 위해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을 연장해주는 것입니까? 국토해양부는 이것부터 답해야 합니까?

 

이 같은 주장을 보고 있으면 국토부는 '건설족의, 건설족에 의한, 건설족을 위한 국토부'이지

일반 국민들을 위한 국토부는 아님이 분명합니다.

이런 정부 부처는 향후 한국 사회가 근본적 개혁을 할 기회가 있을 때 사실상 해체하고 새로운 주택정책의 틀을 짜는 수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3. 24. 17:46

그렇게 떠들었던 '버즈 칼리파'의 최근 운명이랍니다.

이 건물 짓는다고 삼성물산은 사실상 돈을 퍼주고

이걸 광고에 이용하면서 국내에서 아파트로 돈 벌고

용산국제업무단지 수주했지요.

외국에 퍼주고 국내에 부동산 거품 일으켜서 퍼담는 재주를

정말 칭송해야 하는 것인지요?

그렇게 신문광고에 대문짝만하게 실었던 '버즈 칼리파'의

현재 모습을 삼성물산은 다시 한 번 신문광고로 싣기를 바랍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3/22/2010032201963.html?Dep1=news&Dep2=headline3&Dep3=h3_07


by 선대인 2010. 3. 24. 09:32

 

올초에 나온 기업은행 보고서나 얼마 전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를 보면서 저는 속으로 빙긋이 웃었습니다. 두 보고서 내용이 모두 제가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와 <위험한 경제학>에서 이미 주장했던 내용들을 상당 부분 그대로 따라오고 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기은 보고서는 <위험한 경제학>에서 주장한 공급 과잉 추산치를 직접 인용하기도 했고요. 물론 이들 보고서 내용이 저나 우리 연구소 주장을 '표절'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경제 현상을 객관적으로 정확히 분석하다 보면 비슷한 분석도구를 사용하게 되고 결국 비슷한 결론에 이르게 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그런데 어제 여러 일로 바빠서 산은경제연구소의 보고서 내용을 보지 못하다가 어제 잠자기 전 인터넷뉴스로 보도내용을 읽으면서 또 한 번 '크크'하며 웃게 됐습니다. 아직 산은경제연구소 홈페이지에 원문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기사 내용만 보면 상당 부분 <위험한 경제학>에서 설명한 내용을 원용한 듯한 부분이 있어서입니다. 아래 링크로 건 기사에서 따온 부분입니다.

 

 

"서울 아파트값, 美·日 버블붕괴 때보다 위험"

(종합)산은경제연 "집값-물가 격차 커"… 빚 상환능력은 감소중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0032316000788231&outlink=1

 

  

산업은행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1987 물가와 주택가격을 각각 100으로 놓았을 2009 서울의 아파트 가격과 물가(전국) 각각 505.8 277.9 '아파트가격-물가' 격차는 227.9 조사됐다. 이는 미국의 주택가격 버블 붕괴 당시인 2006 격차(179.2) 일본의 주택가격 거품 붕괴 당시인 90 격차(96.6) 훨씬 웃도는 수치다.

 

 

 

이 부분은 제가 <위험한 경제학> 1권에서 "집값, 언제 어떻게 꺼질까"라고 썼던 내용 중에 제가 했던 작업과 사실상 같은 내용입니다. 그 부분의 설명과 <도표>를 인용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제가 아래 도표 설명에서 3국의 물가 갭의 구체적 수치를 쓰지 않았지만, 사실상 분석 내용은 같은 것입니다. 물론 구체적인 수치는 비교 지역과 시점이 약간 달라 약간의 차이는 있어 보입니다만. 이외에도 산은이 분석한 소득 대비 집값 수준이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문제 등도 이미 <위험한 경제학>에서 모두 다뤘던 내용입니다. 사실은 그 전에 이 내용들 상당 부분을 원래 <경제시평>의 '시사경제'에서 이미 다뤘던 내용이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올초의 기업은행 연구소, 현대경제연구원에 이어 이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경제연구소까지 부동산 버블 붕괴와 대세하락을 경고하는 보고서를 발표하는 상황에 이를 만큼 이제 국내 부동산 시장도 한계에 이르렀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듯합니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이들 연구소들의 행태입니다. 우리 연구소와 같은 전문 연구기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는 사회적 사전경고 기능입니다.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버블이 최소화되도록 하고, 또한 일반 서민가계가 위험한 시기에 부동산 선동에 휘둘려 위험한 부동산 올인을 하지 않도록 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미 거품은 부풀대로 부풀고, 정보력이 부족한 일반 서민들은 무리하게 빚을 내 '폭탄'을 떠안은 뒤에야 뒤늦게 뒷북을 둥둥 울리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대다수 언론들이 지난해 하반기 수도권 분양대전을 앞두고서도 '공급이 부족하니 집값이 2~3년내 폭등할 것"이라고 허무맹랑한 선동보도를 쏟아낼 때 이들 연구기관들은 뭘 했습니까? 저는 당시에 공급부족론이 얼마나 허구인지, 그리고 얼마나 주택 공급이 일반 가계의 소득 수준이나 현재 집값 수준 대비 공급 과잉인지, 그래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수도권에서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음을 경고했습니다. 저나 저희 연구소 자랑을 하려는 얘기가 아닙니다.

 

저희 같이 유료 회원들의 십시일반으로 꾸려가는 조그만 연구소도 하는 일을 왜 수십, 수백 명의 인력을 가진 연구기관들이 수많은 가계들이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는데도 사전에 경고하지 않는가 말입니다. 거꾸로 정부에 건설부양책이나 부동산 부양책을 주문하면서 가계를 희생해서라도 건설업계를 살려야 한다는 식으로 주장했는가 말입니다.

 

도대체 이런 연구기관들을 정말 전문 연구기관이라고 믿고 살아가야 하는 이 땅의 서민들의 현실에 가슴이 저며올 뿐입니다. 이들 연구기관들이 제 목소리를 내지 않고,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한국의 대다수 언론들이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위험성을 경고하기보다는 선동보도에 열을 올리는 현실이 가슴 아파 저는 더더욱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또한 그렇기에 '서민들은 모르는 대한민국 경제의 비밀'이라는 다소 자극적인 부제까지 달아가며 <위험한 경제학>을 통해 사전경고하려고 노력했던 것입니다.

 

제 잘났다는 얘기로 들리실지 모릅니다. 하지만 결코 그런 뜻이 아닙니다. 어떻게 한 나라의 전문기관이나 언론들이 서민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기보다는 서민들을 등치고 우려먹기에 정신 없는지 개탄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어쨌거나 이제 제가 아니더라도 부동산 거품에 대해 경고하는 기관들이 생겨나고 많은 분들도 새롭게 인식을 가지게 됐기에 이제 저는 조금씩 목소리를 낮춰가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제 저는 저의 새로운 소명의식이 인도하는 대로 앞으로 세금 및 재정 오남용 문제에 대해 좀더 비중을 두고 연구를 해가려 합니다. 그렇다고 우리 연구소의 부동산 문제 연구 비중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조만간 좀더 구체적으로 밝힐 기회가 있으리라 믿습니다.

 

 

뼈가 있는 사족: 조선일보 등 일부 신문들은 지난해 10월경 저와 우리 연구소의 주장을 멋대로 왜곡해 '폭락론자' '종교적 종말론자'라고 비난한 적이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왜 산은경제연구소의 주장은 '폭락론' 종교적 종말론'이라고 비난하지 않는지 궁금합니다.

 

 

 

<아래>는 위험한 경제학 1권, 132~136쪽에서 인용한 내용입니다. 지난해 '시사경제'에서 소개한 내용이기도 합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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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국의 부동산 거품이 다른 나라에 비해 얼마나 과도하며 향후 어떤 식으로 꺼질 것인지 추정해보자. <도표3>은 한미일 3국의 물가지수와 명목 주택가격 추이, 그리고 두 지수의 차이를 도표로 나타낸 것이다. 미국의 주택가격 지수(케이스-쉴러지수)는 한국의 서울이나 수도권에 대응하는 미국10대 도시 가격지수를 사용했으며, 일본 역시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 3대 도시의 주택가격지수를 사용했다.


이 도표를 통해 직관적으로 알 수 있듯이 역사적으로 주택 가격이 한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물가 수준을 지속적으로 뛰어넘어 무한히 상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부동산 버블이 발생할 때 상당 기간에 걸쳐 물가 수준을 뛰어넘어 버블 주택가격이 유지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더 긴 흐름에서 보면 결국 물가 수준으로 수렴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우선, 일본을 보면 1986년부터 주택가격이 급상승해 1991년 정점을 기록했다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2003년경에야 물가지수 수준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앞에서도 설명했지만 버블 붕괴 시기에 부실채권 정리 및 건설, 금융업 등의 구조조정 지연, 급속한 고령화와 인구감소 추세, 부동산 거품 붕괴 여파 등이 맞물리며 소비자물가지수 이하 수준에서도 상당 기간 주택 가격이 머무르고 있다.

 


<도표3> 한미일 3국 물가 및 주택가격 추이

  

               ㈜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미국의 경우에도 1980년대 후반에 주택 가격이 물가지수 수준을 약간 상회했으나, 이후 1990년대 내내 물가지수 수준을 밑돌았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주택가격이 급상승하면서 2006년 6월에 정점을 찍고 이후부터 서브프라임론 사태가 본격화되면서 빠른 속도로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있다. 2009년 2월 현재 미국 10대 도시의 주택가격은 고점 대비 약 30% 가량 하락했다. 그런데도 상당수 전문가들은 10~15% 정도의 추가 하락을 전망하고 있다. 각 전문가들의 전망이 현재 미국 주택가격이 물가지수 수준과 보이는 격차와 비슷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또한 일본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 또한 부동산 버블이 해소된 뒤에도 상당한 기간 동안 주택가격이 회복하지 못하고 바닥권에서 최소 수 년 동안 머무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경우 2008년 하반기부터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는 초기단계에 진입했지만, 부동산 거품이 거의 해소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서울의 경우 아파트 가격과 소비자물가지수와의 갭은 부동산 버블 정점기의 일본이나 미국에 비해 결코 적지 않다. 따라서 한국의 주택 가격도 어떤 식으로든 미국이나 일본처럼 부동산 거품이 상당한 기간에 걸쳐서 빠질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상당한 충격이 동반되는 것 또한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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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3. 24. 08:04

 

아래 도표들을 보면서 설명을 읽어주십시오.

 

아파트 거래량은 2006년 이후부터 집계됐으므로 그 이전의 거래량은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제가 1996년 이후 아파트 거래량 추이를 추정해보았습니다.

가계부채와 아파트 거래량의 상관관계 함수를 이용해 한국은행의 가계부채 증감에다

주택 가격 수준을 감안해 아파트 거래량을 추정하는 방식으로 작성한 것입니다.

도표에서 분홍색 부분은 바로 추정에 의한 거래량 지표입니다.

 

이 같은 추정이 상당히 정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두 번째 도표인 '매도-매수세 동향' 도표입니다.

국민은행이 가격을 조사할 때 부동산 중개업소들을 통해 함께 조사하는 자료인데, 매도세가 우위인지, 매수세가 우위인지, 아니면 비슷한지를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이 가운데 보시기 편하도록 매수세 우위 그래프만 도표로 나타냈습니다. 2000년 이후부터 조사해서 위의 거래량 도표와는 시기가 딱 맞지는 않지만, 적어도 2000년 이후 매수세가 우위를 나타내 매도세와 매치되면서 거래량이 폭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 패턴이 첫번째의 거래량 도표와 매우 유사함을 쉽게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도표1> 

(주)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도표2>

                                                   (주)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다시 <도표1>의 아파트 거래량 지표에 대해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도표에서 국민은행의 전국 아파트 가격 지수 추이도 함께 나타냈습니다.

사실 호가 위주의 가격이라 사실 정확한 모습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부동산 정보업체들 지수를 사용할 수는 없는지라 방법이 없습니다.

참고로, 아래 주황색 점선은 전국 아파트 거래량 10만호를 기준으로 제가 표시한 것입니다.

시계열상의 데이터 분석과 경험으로 짐작하건대, 거래량이 이 이하로 떨어질 경우 주택시장이

침체기로 빠져드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도표1>의 거래량 지표를 보면 1차 폭등기 때는 전국적으로 집값이 뛰면서

전국 아파트 거래가 매우 활발했습니다.

2차 폭등기 때는 수도권에서만 집값이 뛰었고 이미 집값이 많이 뛴 상황이어서

거래량이 1차 폭등기 때에 비해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06년 하반기의 거래량은 1차 폭등기 때를 능가하는 것으로

이 때 가격과 거래량이 단기간에 폭증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2차 폭등기 이후인 2007년부터는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국토부 실거래가가 점진적으로

하락했음을 여러 차례 설명한 바 있습니다.

사실 2003년 하반기부터 2004년까지 주택시장이 침체되면서 집값이 일정하게 떨어졌는데

(국민은행 가격지수로는 소폭의 조정기로 나오지만 당시 실거래가 조사가 됐다면 상당폭

떨어진 것으로 나타날 것으로 추정됩니다) 아파트 거래량은 2003년 1분기부터 급감했습니다.

거래 침체가 지속되면서 빚을 지고 산 사람들이 몇 분기 후부터 초조한 마음에

집값을 낮춰 내놓게 되는 것이지요.

이런 현상은 2006년 폭등기 이후 거래량 감소에 따른 집값 하락이 2007년 하반기부터

시작됐던 것과도 마찬가지입니다.

즉, 거래량 감소가 집값 하락에 2~4분기 가량 선행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주택 거래 침체기는 어떨까요?

사실 2008년말 집값 급락 후 집값이 죽 빠지는 것이 정상이었지만,

부동산에 사활을 건 현 정부의 부동산 투기 선동책으로 억지로 집값을 떠받쳤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늘어난 거래량이라는 것이 1,2차 폭등기에 비해 매우 미미한 수준이라는 것을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런 식으로 거래량 침체가 2분기 이상 지속된다면 가격은 상당 수준 떨어질 것으로 판단됩니다.

특히 2007년 이후의 가격 하락을 경험한 덕(?)으로 이번에는 아마 거래 침체가 가격 하락 본격화로

이어지는 기간이 훨씬 짧아질 것 같습니다.

전통적인 이사수요가 있었던 2월초까지 거래 상황이 반영된 2월 실거래가 사례로는

아직 가격 하락세가 분명하진 않지만, 3월 실거래가부터는 가격 하락이 확연히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올해 하반기 이후 출구전략이 본격화된다면 어떤 상황이 연출될까요?

구체적인 언급은 피하겠습니다. 다만 지금 위의 아파트 거래량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이제 주택 가격을 끌어올릴 에너지는 사실상 모두 바닥났습니다. 이는 결국 가격이 국민경제와 일반 가계의 평균적인 체력 수준까지 '정상화'돼 새로운 수요층이 생겨날 때까지 긴 침체 기간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사족: 며칠 전 건산연이 '10년내 부동산 불패가 끝난다'고 주장했다면서요.

정말 웃깁니다. 이미 부동산 불패가 끝나가고 있는데, '10년내'라니 말입니다.

어쨌든 기간의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건설업체 부설 연구소조차 부동산 불패가 끝난다는 의견을

내놓는 것을 보니 이미 갈 만큼 간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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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3. 22. 11:00


정부여당이 지방 미분양 물량에 대한 양도세와 취등록세 감면혜택을 연장하기로 했다고 한다. 얼마 전까지 집값이 금방이라도 폭등할 것처럼 선동하던 언론들이 180도 입장을 확 바꿔 이대로 가면 건설사 줄도산으로 한국 경제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국민들을 협박한 결과로 보인다. 어떻게 보면 건설업계의 로비와 부동산업계-부동산 선동 언론들의 합작품의 결과라고 할 수도 있다. 물론 지금의 정부 여당은 그 자신들이 대부분 부동산 투기 세력이므로 당연히 모른 체 할 리 없었다. 정부 여당은 국민들의 반발이 두려워 일단 지방 미분양 물량에 대해서만 연장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분위기를 봐서 이를 수도권까지 도입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고, 그밖의 다른 부양책들도 사용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 건설업계 요구사항을 모두 들어준다고 한들 주택시장이 살아나기는 어렵다. 언론보도를 보면, 건설업계나 부동산업계의 주요 요구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 연장, dti규제 완화 등인 것으로 보인다. 이들 요구 조건이 관철됐을 때 시장에 미칠 파장을 한 번 생각해보자.


우선,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고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을 연장해보라고 하자. 그러면 지금의 고분양가 아파트가 팔릴까. 이미 절대 다수의 국민들이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집값을 유지한 채 이미 마른 수건 짜내듯 마지막 남은 수요까지 다 짜내 부동산 투기 부양을 한 결과 이제 지금 가격대에 집을 살 수요는 이미 거의 고갈됐다. 이런 판에 분양가를 내리지 않고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해 계속 분양가를 올리겠다면 올려보라.


특히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 연장은 생각해보나마나다. 그동안 주택 거래가 위축되고 미분양이 급증한 것이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이 없어서 그런 것인가.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을 전면에 내걸고 온갖 마케팅을 펼쳤지만 대규모 미분양이 난 것이다. 그동안에도 효과가 없었는데, 양도소득세 혜택을 연장한다고 해서 효과가 있을 리 없다.


DTI규제 완화? 이것도 정 원한다면 DTI규제를 풀어줘 보라. 사실 현재 경제 상황을 제대로 알고 있고, 정부가 제 정신이라면 다른 건 몰라도 DTI규제만큼은 절대 풀어서는 안 될 시기라는 것을 잘 알 것이다. 하지만 가계 경제가 파탄나고 나라 경제가 망해더라도 건설업계와 부동산업계만은 살아야 하겠다면 DTI 규제를 풀라고 해보자. 대신 DTI규제를 풀면 DTI규제보다 훨씬 더 강력한 조치인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최소 몇 달은 앞당기게 될 것이다. 현재 사상 최저 금리 수준에서도 부동산시장이 빠른 속도로 가라앉고 있는데, 금리가 조금이라도 오르면 어떻게 될지는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겠다.


이처럼 건설업계의 요구대로 모두 했는데도 부동산시장이 살아나지 않아 일반가계들의 기대심리가 더 꺾이거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어진다면 건설업계는 더 큰 충격을 받게 될 것이다. 그야말로 연착륙이 아니라 경착륙을 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무리한 부동산 부양책은 부동산 시장을 장기침체로 몰아갈 공산이 크다. 일본의 경우 버블 붕괴기 정부의 건설경기 부양책으로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돼야 할 건설업체들이 부지기수로 ‘좀비기업’으로 살아남았다. 그 결과 초기의 줄도산 행렬에도 불구하고, 90년대 중반까지 일본의 건설업체 수는 오히려 늘어났다. 일본의 건설 토목산업 종사 수는 91년 604만명에서 96년에는 676만명으로 오히려 72만명이 늘어났다. 반면 이 기간에 제조업 종사자 수는 1563만명에서 1450만명으로 113만명이나 줄어들었다. 또한 이 기간의 건설 토목관련 업체 수를 보면 60만 2000개에서 64만 7000개로 약 4만5000개나 늘어났다.


부동산 거품이 일면 당연히 건설 붐도 일고,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건설 경기도 죽기 마련이다. 부동산 거품 붕괴기에는 그만큼 건설시장의 파이가 줄기 때문에 부동산 붐 때 생겨났던 건설업체 수가 감소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오히려 일본의 건설업체 수는 정부의 막대한 공공사업 확대에 힘입어 버블 붕괴기에 더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부 예산이라는 호흡기로 연명하는 좀비기업들이 대폭 늘어났다. 제대로 부실기업의 퇴출이 이뤄졌더라면 살 수 있었던 기업들조차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좀비기업으로 전락했다. 그 결과 건설사의 부실은 계속 증가했고, 결국 금융권의 부실 증가로 이어져 일본의 장기 경기 침체를 가져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일본의 저명한 경제전문가인 사이토 세이치로씨는 “90년대의 재정지출이란 이러한 특정산업(=건설산업)의 보호와 지원에 도움이 되었을 뿐이고, 경기의 자율적인 힘을 회복시킨다는 케인스이론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평했다.


현재 정부 정책은 과거 일본이 장기 경기 침체로 치달았던 궤적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부동산 시장을 부양한다는 명목으로 주택대출 규제를 푼 결과 지난 한 해 동안에만 44조원의 주택담보대출이 더 늘어났다. 나중에 주택경기가 바닥을 치고 회복기에 들어설 무렵 마중물로 쓸 수 있는 돈을 버블을 키우는 방향으로 써버린 것이다. 또 부동산 시장에서 미분양과 미입주 물량의 급증으로 공급과잉의 신호가 명백한데도 서민들이 필요로 하는 공공주택은 짓지 않고 분양용/매매용/투기용 주택만 계속 지어대게 하고 있다. 미분양 물량 매입과 대규모 토건사업으로 건설업체에 자금을 공급해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을 지연시켰다. 그렇게 해서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 부동산 거품기에 세 배 이상 늘어난 건설업체 수는 거의 그대로 유지되는 가운데 계속 분양물량을 토해내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거품기에 잔뜩 늘어난 건설업체들을 국민 경제 전체가 언제까지 먹여 살릴 수는 없다. 자신들의 경영 판단 잘못과 과욕으로 빚어진 잘못은 그들 스스로 책임지게 해야 한다. 미분양 물량의 급증은 건설업체의 터무니없는 고분양가 전략이나 주택 수급 사정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공급 물량을 주먹구구식으로 늘려온 정부의 정책 실패 책임이 크다. 그런데도 문제의 본질에 대한 제대로 된 접근은 외면한 채 건설업체 위기를 다시 국민 세금으로 도와달라는 것은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


지금 국내외의 악화된 경제 상황 때문에 고통 받는 것은 건설업계뿐만이 아니다. 자영업자와 제조중소기업, 저소득계층 등 우선순위를 가리기 힘들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계나 계층도 적지 않다. 그런데 굳이 건설업계를 최우선적으로 도와야 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전체의 50%가 넘는 비정규직, 자금난에 시달리다 못해 도산하는 중소제조업체, 사실상 폐업 직전인 자영업자,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층 등 정부 예산이 가야 할 곳은 천지다. 그런데 경제적 약자에게는 쥐꼬리만한 예산을 지원하면서 도덕적 해이에 빠진 건설업계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특별대우해야 할 근거라도 있는가. 


당장 눈에 보이는 버블 붕괴의 충격을 줄이겠다는 근시안적 시각을 탈피하는 것이 우선이다. 현 정부는 자신들 임기 내에 돌아올 버블 붕괴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이 우선일지 모른다. 하지만 대대손손 이 땅에서 살아갈 국민들에게는 중장기적으로 한국경제를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구조로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물론 어떤 경우에도 한국 경제가 파탄나는 상황은 피해야 하겠지만, 지금 한국의 재벌급 건설업체 가운데 단 하나라도 쓰러지기라도 했단 말인가. 집값이 여전히 일반 가계의 소득 수준 대비 지나치게 높은 상태이고, 어떤 은행도 파산 위험에 처해 있지 않은데 온갖 부양책을 동원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파렴치하다. 

 

더구나 아래 <도표>에서 보는 것처럼 현재 집값 수준은 고점에서 어느 정도 빠지기는 했으나 큰 틀에서 볼 때 부동산 부양책을 쓸 때가 아니라 여전히 집값 거품을 빼야 할 때이다.

 

 

 [도표] 부동산 파동기로 본 현재 집값 수준과 부양책의 적실성

국민은행 자료로부터 KSERI작성. 국민은행 가격조사가 시작된 1986년 이후 서울의 한강 이남 11개구의 주택가격을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가격으로 나타냈다. 흔히들 국내 집값은 계속 오른다고 알고 있지만, 국내 집값도 10여년 이상의 주기를 그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06년말 이후 실질 주택 가격은 고점을 찍고 내려왔으나 외환위기 때와는 달리 여전히 집값 거품을 빼야 할 시기임을 알 수 있다. 

 
 
 

어렵더라도 당분간은 냉철한 자산시장의 가격 조절 메커니즘에 따라 부동산 거품이 자연스레 해소되도록 해야 한다. 부동산 거품에 취해 무리하고 부실한 경영을 해온 건설업체는 명확한 원칙과 기준에 따라 자연스레 퇴출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집값이 일정한 바닥을 찾고 유효수요가 살아나도록 하는 것이 부동산 경기를 가장 빨리 활성화하는 방법이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인위적으로 가격을 떠받치면 거래가 형성되지 않아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길어질 뿐이다. 

 

반면 건설업계를 부양하기 위한 재정력과 행정력은 아껴뒀다가 부동산 가격이 소득 수준에 맞게 조정된 일정한 시점에서 붕괴의 충격으로 고통받는 가계와 기업들에 대해 원칙과 기준을 정해 도와줘야 한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수급이 무너져 더 이상 지탱하기 힘든 지경까지 와 있다. 이제는 그야말로 시장원리에 맞춰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고 부동산 가격이 자산시장의 가격 결정 메커니즘에 맞춰 일정한 수준까지 조정되도록 하는 게 순리다. 이를 거부하고 또 다시 무리한 부양책을 쓴다면 그것이야말로 경착륙으로 가는 지름길이자, 장기침체를 부르는 조치라는 점을 건설족들은 깨닫기 바란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3. 19. 13:52

어제(3월17일) 통계청이 '2월 고용동향'을 내놓았습니다.
실업률은 4.9%로 1월(5.0%)보다 미미하게 하락했지만, 지난해까지 3%대 실업률을 유지하던 수준에서 여전히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 실업자 수는 116만 9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4만4000명 증가했습니다. 또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10.0%를 기록해  두 자릿수로 치솟아 청년 실업난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실 이 같은 공식 통계 이면의 고용상황은 훨씬 더 열악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제가 여러 차례 설명한 바 있지만, 오늘은 고용의 질에 대해 간단히 말씀드릴까 합니다. 아래 <도표1>에서 36시간 미만 취업자수와 36시간 이상 취업자수의 추이를 한 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18시간 미만과 36시간 미만 불완전 취업자 수가 가파르게 늘어 2월에는 35.2%까지 치솟았습니다. 반면 36시간 이상 취업자수도 2000년대 초반 90%에 육박했으나 지금은 추세적으로 85% 수준까지 내려왔고, 단기적이지만 2월에는 62.0%까지 떨어졌습니다.


<도표1>



계절조정을 하면 상대적으로 진폭은 작아집니다만, 아무리 단기적이라고 하더라도 36시간 미만 취업자 수가 35.2%까지 치솟는다는 것은 정상적인 고용구조라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해가 바뀌면서 단기근로 등으로 계약이 끝난 사람들이 잠시 단시간 일자리를 하는 것으로 보더라도 너무나 높은 수치입니다. 그만큼 한국의 고용구조가 불안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는 국내 고용이 2000년대 이후 꾸준히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구조였고, 상당수의 취업자들이 갈수록 단시간 근로와 같은 불완전 고용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을 강력히 시사합니다. 이에 따라 <도표2>에서 보는 것처럼 주당 평균 취업시간이 추세적으로 2000년대 초반 주당 50시간을 넘다가 최근에는 45시간까지 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단기적으로 올 2월에는 38.1%까지 줄어들었습니다. 주5일제의 확산만으로는 도저히 설명하기 어려운 정도로 주당 취업시간이 급감하고 있는 것입니다.

                                           
                                           <도표2>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시간이 갈수록 제대로 된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많은 국민들이 이른바 '알바' 자리와 같은 불완전 취업 상태에 놓여 있는 것입니다.  


한국 경제는 지난 2000년대 이후 그렇지 않아도 치솟은 부동산가격으로 땅값은 금값이 됐지만, 정리해고 남발과 비정규직 양산 등으로 사람값은 똥값이 됐습니다. 부동산 버블의 붕괴는 지나치게 부풀어오른 땅값을 내리고 상대적으로 사람 값을 올려야 한다는 시장의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또한 당위적으로는 그 같은 경제구조를 만들기 위한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세계 각국 선진국의 인건비가 비싼 것이 괜히 비싼 것이 아닙니다. 높은 인건비에서 양질의 노동력과 생산성이 나오는 것이고, 그 같은 생산성을 바탕으로 향상된 임금 소득이 내수기반의 강화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 정부는 이 같은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하고 부동산 값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떠받치고 가뜩이나 똥값인 사람 값은 낮추기 위해 혈안이 돼왔습니다. 그러면서 겉으로 드러나는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희망근로사업'과 같은 사업이나 대규모 토건사업 추진을 통해 단기 일자리와 일용직만을 양산해왔습니다. 그러면서도 경제위기 속에서도 실업률을 3%대로 유지했다며 떠벌려 왔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작태일 뿐입니다. 다수의 국민들의 실제 일자리가 이렇게 불안해지고 있는데, 수치놀음을 하고 여론조작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현실의 고용사정부터 제대로 인식하려 하지 않는 정부에게 무슨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겠습니까? 안타까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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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3. 18. 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