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연구소를 공격하는 내용과 관련해 한가지만 설명하고자 합니다. 최근 저나 우리 연구소를 공격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우리 연구소가 10년 전부터 집값 하락을 주장했는데, 한 번도 못 맞췄다” 또는 “한 번도 오른다고 한 적은 없으면서 내린다는 얘기만 한다”는 식으로 비방합니다.
다분히 우리 연구소의 취지와 주장을 왜곡하고 우리 연구소가 실력 없는 엉터리 연구소라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비방입니다. 더 나아가 시간이 갈수록 많은 일반인들이 우리 연구소의 주장에 공감하는 것에 대해 내심 불안해하며 우리 연구소와의 ‘접속’을 차단하기 위한 선동술이라고 봅니다. 또한 우리 연구소의 전망이 부정확하다는 인상을 심어줘 우리 연구소 주장의 신빙성을 훼손하려는 조치로도 보입니다.
이처럼 유치한 비방에 대해 가능하면 대응하지 않으려 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이 같은 비방이 꽤 폭넓게 확산되고 있는 듯합니다. 물론 대다수 분들은 이 같은 주장이 얼마나 엉터리인지 잘 아시겠지만, 아직 우리 연구소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분들을 위해 다시 한 번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우리 연구소는 재테크나 투자적 관점에서 부동산문제에 접근하지 않습니다. 저나 우리 연구소가 부동산 문제에 대해 접근하고 설명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차원입니다.
하나는 이미 한국 사회경제의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부동산 문제와 주택문제의 정확한 실상을 연구하고 이에 대한 올바른 해법을 모색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많은 일반인들은 정부와 정치권의 거듭된 정책실패로 인해 형성된 잘못된 구조적 틀 안에 갇혀 있다 보니 집값이 뛰지 않을까 불안해 하고 있습니다. 특히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상당수 언론들은 일반인들의 투기심리를 교묘히 부추기는 선동을 일상적으로 일삼고 있습니다. 따라서 두번째 측면으로서 이런 왜곡되고 이해관계에 물든 정보가 아닌 부동산시장의 제대로 된 실상을 알리기 위해 부동산 시장의 흐름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우리 연구소가 집값이 오를 때 “앞으로 오를 것”이라고 하지 않은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우리 연구소가 아니라도 얼마든지 ‘오른다’고 선동하는 이해관계자들이 많은데, 부동산 거품의 폐해를 우려하는 우리 연구소까지 나서서 같이 선동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반면, 우리 연구소가 “향후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미 부동산시장의 대세가 꺾였는데도 불구하고 부동산 투기 선동가들이나 상당수 언론들이 투기 선동을 계속 일삼고 있기에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차원인 것입니다.
다소 유치하게 느낄지 모르겠지만, 저나 우리 연구소가 전망했던 내용들의 정확성에 대해 한 번 따져봅시다. 우선, 저희 연구소를 비방하는 세력들이 이야기하듯이 저희가 10년 전부터 집값이 떨어진다고 한 적이 없습니다. 2000년대 대부분의 기간 동안 소장님께서 부동산 문제에 대해 발언하신 것은 부동산 문제가 가져오는 사회경제적 폐해에 관한 것이었고, 부동산 버블이 한국경제에 가져올 충격에 관한 경고였습니다.
그 같은 경고의 대부분은 서민 경제의 피폐화나 장기 내수 침체 등 이미 우리가 눈앞에서 목도하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일들입니다. 저도 2005년 미국 유학 직전 <대한민국은 부동산공화국이다?>라는 책을 공저로 출간했는데, 당시 저도 부동산 버블의 폐해에 대해 경고했지 감히 집값 하락을 전망하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당시에는 그럴만한 실력도 없었습니다.
한편 소장님께서는 미국발 서브프라임론 사태를 한국에 있는 그 어느 누구보다 빨리, 그리고 정확히 경고를 했고, 그 연장선상에서 부동산 버블을 잔뜩 부풀려온 한국 또한 큰 경제적 충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하셨습니다. 특히 2007년초에 한 인터뷰에서 "한국경제가 1~2년 안에 큰 경제적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는데, 이는 2008년의 경제위기로 현실화했습니다. 당시 대부분의 언론과 전문기관이라는 곳들이 주가 급등세에 취해 한국경제가 계속 승승장구할 것처럼 말할 때였습니다.
집값 전망에 대해 우리 연구소가 명시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한 것은 제가 연구소에 합류하면서부터였습니다. 2008년 여름부터 우리 연구소가 발간하는 <경제보고서>와 일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부동산 버블 붕괴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또한 그해 9월 제가 개인 명의로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라는 책을 통해 본격적으로 부동산 버블 붕괴와 집값의 장기 대세하락을 주장했습니다. (제가 당시에는 출판쪽을 잘 몰라 출판사가 붙이는 제목을 그대로 따랐는데, 지금은 좀 후회가 됩니다. 하지만 책을 읽어보신 분들은 제 주장이‘대폭락’보다는 장기 대세하락’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을 잘 아실 것입니다.)
그리고 이후 이명박 정부의 대대적인 부동산 부양책으로 집값이 일시 반등한 국면에서 재차 일반인들에게 경고하고자 지난해 9월 <위험한 경제학>을 출간한 것은 잘 아실 것입니다. 물론 <위험한 경제학>에서 경고한 내용들 대부분은 2009년 이후 이곳 포럼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발언한 내용들과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 연구소가 집값 하락에 대해 본격적으로 경고 또는 전망한 것은 2008년 중반쯤부터였습니다. 당시 전문기관이나 이른바 ‘부동산 전문가’라는 양반들 중에 누가 2008년 하반기~2009년초의 집값 급락과 전반적인 경제 위기를 경고했습니까? 한 번 생각해보십시오.
말이 나왔으니 이외에도 제가 주로 설명 또는 경고한 내용들을 한 번 따져보도록 하겠습니다.
1. 수도권 집값은 2006년말을 고점으로 해서 대세 하락 흐름에 접어들었다. 실질 가격을 기준으로 할 때 2006년말의 집값은 역사적 고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2. 2009년 상반기에 시작된 집값 반등은 강남 재건축을 위주로 한 일시적 반등기다. 수도권 다른 지역들의 반등세는 크지 않다.
3. 2009년의 반등기는 이른바 ‘버블 세븐’ 지역에서 국토부 실거래가 기준으로 2006년 말의 고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재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4. 2009년 상반기 인천 청라 등지의 부동산 열풍에 편승하지 마라. 정부의 분양권 전매 완화 방침 등에 따라 투자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매물을 내놓는 1년 후에는 피박을 쓸 가능성이 높다.
5. ‘800조원 부동자금’때문에 집값이 뛴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소리다. 집값 상승은 가계의 주택대출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므로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집값은 떨어진다.
6. 기존 주택 수요를 신규 분양시장으로 몰아주기 위해 정부가 DTI규제를 도입했지만, 종국에는 기존 집값뿐만 아니라 신규 분양시장도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7. 이미 집을 살 사람은 빚을 내서라도 거의 다 샀다. 투기수요마저도 거의 고갈됐다. 따라서 거래량이 앞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8. 주택 공급 물량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엄청난 공급 과잉이다. 정부가 미분양 물량 매입 등으로 눈에 보이는 미분양 물량 수치를 줄였지만, 2009년 하반기부터 건설업체들이 대대적인 분양에 나서 미분양이 다시 크게 늘 수밖에 없다.
9. 지방의 공급 과잉 사태가 점차 수도권으로 북상하게 된다. 그러면서 수도권 외곽부터 서울 중심부까지 점점 조여오듯이 미분양과 미입주 물량이 늘어나면서 주택시장이 상당기간 침체를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
10.정부의 막대한 부동산 부양책의 약발이 다하면 다시 주택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실거래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지표상으로 경기가 살아난다고 자동적으로 집값이 다시 뛰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
이외에도 많지만 제가 경고했던 내용들을 위의 10가지 정도로 추려봤습니다. 여러분들께서 한 번 판단해보십시오. 제가 경고한 내용들이 말도 안 되는 엉터리 경고였는지, 아니면 정말 점점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경고인지 말입니다. 물론 현재 상태에서 아직은 확정적으로 판단하기 섣부른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언론의 선동보도에만 의존하면 판단을 달리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판단하실 때 국민은행 가격 지수나 부동산 정보업체들의 가격 지수가 아닌 국토부 실거래가와 거래량을 기준으로 판단해 보십시오. 제가 왜 이렇게 말씀드리는지는 이미 100분토론이나 제가 그 동안 쓴 글에서 설명드렸으니 생략하겠습니다.
그리고 반대로 제가 위에서 경고했던 내용들에 대해 대한민국의 어떤 언론, 어떤 전문기관, 어떤 ‘부동산 전문가’라는 양반들이 진지하게, 지속적으로 경고해왔는지 한 번 생각해보십시오. 경고를 떠나 그런 기관이나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사람들을 선동해왔는지도 생각해보십시오.
물론 소장님께서 누누이 강조하시지만, 전문가의 역할은 ‘사전 경고’이지 ‘예측’이 아닙니다. 제가 하는 작업도 기본적으로 ‘경고’이지 전망이나 예측 차원에서 하는 것은 아닙니다. 더구나 제가 여러 차례 말씀드린 바 있듯이 저나 우리 연구소는 부동산시장의 구조적 흐름을 살피고 그것을 일반인들에게 설명할 뿐이지 잠시잠깐의 현상을 좇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위에서 보는 것처럼 지금까지 저와 우리 연구소가 경고해온 내용이 엉터리였습니까? 오히려 이 땅의 어느 누구보다 정직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부동산시장의 흐름을 진단하고 설명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잘났느니, 또는 우리 연구소가 잘했느니 우기기 위해 이 글을 쓴 것이 아닙니다. 다만, 적어도 외부에서 난무하는 저와 우리 연구소에 대한 중상비방이 사실이 아니며 명백한 허위임을 알리기 위해서 이 글을 쓴 것입니다. 오히려 저와 연구소를 비방하는 무리들이 아직도 현실의 엄중함을 깨닫지 못하고 자신들의 궁색한 처지를 변명하고 사태를 호도하기 위해 여전히 온갖 선동과 파렴치한 비방을 자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께 부탁드립니다. 여러분들께서 판단하셔서 저희 판단이 큰 틀에서 잘못되지 않았다고 생각하시면 주위 분들께 이런 사실을 널리 알려주십시오. 그리고 말도 안 되는 중상비방을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일삼는 사람들이 있다면 명명백백한 사실을 알려주십시오. 물론 저도 그 같은 노력을 계속하겠습니다. 하지만 저 혼자만으로는 어렵습니다. 많은 분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다만, 저는 앞으로 집값의 향방에 관해 직접 언급하는 일은 자제하겠습니다. 대신 부동산 거품이 가져오는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해서, 그리고 부동산 거품을 뺀 뒤 한국 사회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 더 많은 연구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저는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다른 연구원들과 함께 소장님을 도와 우리 연구소가 지향하는 방향으로 일로매진하겠습니다. <위험한 경제학> 1권의 서문에도 썼듯이 “유주택자와 무주택자 간의 계급 투쟁을 마무리짓고 땀 흘리며 열심히 일하고 능력과 창의성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공정한 게임 규칙에 따라 정당하게 보상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건설’하는 길로 말입니다.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