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나는 불량국가, 대한민국의 현실
비정규직 비율 세계 최고 수준, 극심한 청년실업, 자살률 급증과 출산율 급감, 고령화 속도 세계 1위,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 세계 최고 수준, 세계 최고의 산업재해율과 OECD 최장 노동시간, 소득 대비 세계 최고 수준의 주택가격, 경제력 대비 지나치게 높은 생활물가, 공공도서관 수 선진국의 10분의 1 수준, 사회복지 등 공적사회복지지출 비용 OECD국가 3분의 1 수준, GDP 대비 교육재정 투자 세계경제포럼 조사 대상국 127개국 가운데 71위 등 조금만 훑어봐도 정말 일반 서민들이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어려운 경제 및 사회 구조를 갖고 있다. 한마디로 전방위적인 불량국가이자, 엽기적인 나라다.
이런 엽기적 현실이 사람들을 좌절에 빠져들게 했다. 엽기적 현실에 따른 고통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주요 지지층인 서민들에게 집중됐다. 서민들은 민생고를 해결해달라고 거듭 아우성쳤지만, 결과적으로 이들 정부는 서민들의 고충을 해소하지 못했다. 변화하는 패러다임에 걸맞은 건전한 경제구조를 마련하지 못한 채 낡은 기득권세력과 상당 부분 타협하고 굴종했다. 물론 그만큼 기득권 세력의 힘이 강고했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정부가 대다수 국민들이 바라는 '진짜 개혁'을 달성하는 데 실패했음은 분명하다.
진짜 개혁의 좌절과 서민 경제의 지속되는 악화는 정치적 반동을 가져왔다. 독일이 1차대전의 전쟁부채에 시달리다 결국 선거를 통해 히틀러를 택한 것처럼 말이다. 이명박 정부 또한 그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나는 2007년 대선 결과에 대해 "배가 고프다고 쓰레기통을 뒤진 격"이라고 통탄한 적이 있다. 자산과 소득 양극화에 부동산값 폭등, 비정규직 비율 55%, 청년 실업 200만, 출산율 바닥, 자살률과 근로시간 OECD 최고라는 대한민국의 엽기적인 현실을 생각할 때 현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보다는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같은 우려는 현실이 됐다. 솔직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악화된 형태로 말이다. 사실 현 정부는 아마추어도 이만저만한 아마추어가 아니며,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밥 먹듯 한다는 점에서 사기꾼 기질이 유전자에 각인된 정부라고 본다. 이들을 단순히 '실용정부'나 중도 우파 정부라고 본다면 그것은 오해요, 착각이다.
이들은 과격한 '우파 기득권 혁명세력'이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들과 지지세력에게 필요한 것은 반드시 관철시키는 '불굴의 의지'를 가진 집단이라는 점이다.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까지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촛불시위 이후 자신들 세력을 결집하며 전 국민을 대상으로 선전포고하고, 미네르바 등 네티즌 논객을 구속하고 용산참화의 희생자들에게 사과는커녕 테러리스트 진압하듯 물리력을 휘두르는 것을 보면서 이들은 정상적 판단력을 가진 정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 결과 현 정부는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가 이뤄온 민주주의와 인권, 대북정책의 성과를 빠른 속도로 갉아먹고 있다. 국정원, 검찰, 경찰 등은 시간이 갈수록 권위주의 시절 마냥 정권의 주구로 변질되고 있다. 낡은 틀을 벗지 못한 정부 관료들 또한 과거의 낡은 패러다임에 사로잡혀 거듭되는 정책실패로 서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사법 체계 또한 삼성에버랜드 사건 대법원 판결 등에서 보듯 법의 잣대를 기득권층에 유리하게 구부리는 경향이 여전하다.
현 정권과 유착한 기득권 언론이 정권의 친위대 역할 자처
정치와 더불어 가장 심각한 것은 언론이다. 여전히 신문시장에서 현 정권과 유착한 기득권 언론이 정권의 친위대 역할을 하는 가운데, 현 정부의 집요한 방송장악 시도로 방송의 공정성과 중립성이 심각하게 훼손당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 정부는 2010년 마지막 날 '조중동매연'을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채널 사업자로 지정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들을 보수 일색이라 여론의 편향성이 우려된다고 했지만, 이들은 단순히 보수신문이 아니라 재벌광고주들에게 영혼을 팔아버린 기득권 언론들일 뿐이다.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가로막아온 이들 언론이 여론시장을 지배하고 이 나라를 베를루스코니 치하의 이탈리아처럼 만들겠다는 기득권 세력들의 기획이 노골적으로 실행되고 있다.
더구나 열심히 땀 흘려 일하고 정직하게 납세하는 사람만 '봉'이 되는 현실은 어떤가.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경제 규모는 7500조 원. GDP로 대표되는 생산경제 규모는 1064조 원에 이른다. 자산경제 규모가 생산경제보다 7배 크지만, 부과되는 세금은 생산경제 쪽이 4배 이상 많다. 근로소득에 불로소득보다 30배 이상 과중한 세금을 매기는 셈이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특검에서 4조 5000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하지만 세금 한 푼 안 냈고, 한화 태광 등 비자금 통한 탈세 소식은 계속 불거지고 있다. 부동산, 주식에서 수천 수억 원 양도차익을 얻은 사람들도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 한 푼 안 내는데, 연봉 수천만 원인 근로소득자는 연간 수백만 원의 세금을 원천징수당한다. 부패와 각종 비자금의 온상 건설업계에서는 매년 10조~20조원씩 비자금이 조성돼 수조 원의 탈세가 횡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명박 정부는 부자감세정책으로 오히려 전속력으로 역주행했다. 국세 수입의 3대 축 가운데 법인세, 소득세수는 주는데 모든 국민이 소득수준 상관없이 내는 세금인 부가가치세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서민경제 지원을 위한 세제 개편안'이라고 떠벌렸던 감세정책 이후 고소득의 경상조세 부담은 확 준 반면 저소득층의 부담은 확연히 늘고 있다. 저소득층 세금 부담을 늘리면서 '친서민'이니 '공정사회'라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이처럼 낡고 부패한 정치, 시대착오적인 관료체제, 편파왜곡보도에 찌든 기득권 언론, 서민과 특권층을 차별하고 전관을 예우하는 사법체계, 정직하고 성실한 납세자만 쥐어짜는 불공평한 조세구조를 두고 한국 경제가 건전한 선진경제로 도약하기란 어렵다. 내가 지속적으로 정부와 정치권의 정책을 비판하고 언론의 왜곡보도를 지적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분개하고 비판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대한민국 전반에 혁명적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개발연대의 자본집약적 산업구조에서 첨단기술산업 위주로 한국의 산업구조는 확 바뀌었다. 이 같은 경제 및 산업구조 변화에 걸맞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마련해야 한다. 부동산 투기가 기승을 부리지 않고 자산경제와 생산경제가 조화롭게 선순환하며 성장하는 나라. 지식정보화시대를 선도하고 창의적인 인재가 마음껏 능력을 발휘하는 나라. 공정한 게임 규칙에 따라 출신과 배경이 아닌, 능력과 노력이 성공의 핵심이 되는 나라.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건설하기 위한 혁명적 변화를 국민 대다수가 갈구하고 있다.
우리가 지금 이명박 정부와 그 후계자인 박근혜후보로 대변되는 시대적 반동에 굴복하고 새 희망을 가꾸지 못한다면 한국은 이대로 주저앉고 말 것이다. 하지만 일제 식민지배에서 벗어나 온갖 간난신고(艱難辛苦)를 겪으며 여기까지 전진해온 우리 국민의 저력을 생각하면 이 나라가 쉽게 주저앉을 리 없다고 믿는다. 그런 흐름을 바꿀 기적을 이 나라는 반드시 만들어낼 것이라고 믿는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의 당선과 재선도 혼자 힘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었다. 종교적, 이데올로기적 편협함에 빠져 자기들의 지지기반 챙기기에만 골몰했던 부시 행정부에 염증을 느낀 많은 미국 유권자들이 함께 일궈낸 기적이다. 추종자론(followership)의 대가인 바바라 켈러먼 교수의 말을 굳이 빌려오지 않더라도 "좋은 추종자들이 좋은 지도자를 배출한다"는 상식을 여실히 입증한 것이다. 우리라고 못 할 리 없다.
20-30대여, 기적의 변화를 주도하라
그러한 변화와 기적을 주도할 수 있는 것은 20대에서 30대의 젊은 세대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변혁을 주도한 것은 젊은 세대였지, 결코 기성세대가 아니다. 더구나 낡은 경제 패러다임과 불공정한 게임규칙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욱 고통받는 세대 또한 젊은 세대다. 이미 수많은 젊은이들이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고 '88만원세대'로 전락하고 있다. 거액의 교육비를 들여 자신을 갈고 닦은 젊은이들에게 낡은 기득권 세력은 '눈높이를 낮추라'고만 한다.
그들의 과오와 탐욕 때문에 젊은이들이 재능을 발휘할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많이 만들지 못한 것은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와 정치권의 반성과 사과는 없고 젊은이들만 눈이 높다고 윽박지른다. 오른 집값에 결혼도 하기 힘든 젊은이들의 초임까지 깎고, 일자리 만든다며 젊은 세대가 나중에 쓸 돈을 끌어와 각종 단기 '알바' 자리를 양산하고서는 생색을 낸다. 경제적 여력이 부족한 30대는 대부분 치솟는 집값을 바라보며 손만 빨고 있어야 한다. 개발연대의 획일적 사고방식에 갇혀 제대로 창의성을 발휘하기도, 자기계발시간도 없이 세계 최장시간의 과로에 시달려야 한다. 향후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노후세대를 부양할 부담은 갈수록 커지는 세대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미래의 재원까지 당겨와 강바닥을 파헤치는 등 대규모 토건사업에 쏟아 부었다. 마구잡이로 시대착오적인 토건사업을 벌인 결과 이 정부 들어 410조 원의 공공부채가 증가했다. 이전 10년간 늘어난 공공부채보다 더 많은 액수로 이 나라를 빚더미에 올려놓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을 '빚쟁이 대통령'으로 부끄러워하기보다는 '경제대통령'이라고 온갖 너스레를 다 떨었다.
막대하게 늘어난 이 천문학적인 공공부채는 결국 미래세대를 위해 소중하게 쓰일 수 있는 재원을 모두 현재 기득권들의 탐욕을 충족하기 위해 당겨쓰는 것이다. 이처럼 낡은 기득권 세력에 의해 가장 많은 피해를 보는 젊은 세대가 왜 판판이 당하고 있어야 하는가.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없이 막대한 희생만 강요하는 정책결정을 왜 소수 기성세대가 하도록 빤히 보고 있어야 하는가.
부모세대에게도 호소한다. 나는 세대 간 갈등과 대립을 조장할 생각이 없다. 나는 부모 세대가 자식세대의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흘린 피와 땀, 눈물을 잘 안다. 내 부모님만 하더라도 초등학교밖에 못 나왔지만, 뜨거운 뙤약볕 아래 그을리고 손발이 부르터가며 농사를 지어 자식들 교육을 시켰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절대 다수의 부모들이 자식의 성공을 위해 헌신했다. 부모세대의 헌신과 노력의 결과 한국경제가 보릿고개를 넘어 이 정도라도 발전할 수 있었다. 그런 부모세대들이 자식세대가 잘 되는 것을 위해 언제든지 양보하고 물러날 자세가 돼 있다고 믿는다. 소수의 기득권 세력들이 여전히 자신들의 탐욕에 눈이 멀어 낡은 질서를 유지하려는 것일 뿐이다. 소수의 기득권 세력들 때문에 국민 전체가 바보 취급당하며 고생하고 있는 것이다.
자식세대가 끌고 부모세대가 밀어주어야 한다
이제 자식세대가 끌고 부모세대가 밀어주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멀쩡한 국민들을 바보 취급하는 기득권 세력을 타파해야 한다. 전 국민이 합심해 그들을 바보로 만들어야 한다. 그 기득권 세력의 핵심은 지금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다.
나의 동시대인과 후배들인 젊은 세대에게 호소한다. 제발 투표하라. 그리고 투표하기 전에 지난 5년 기득권 세력들이 뭘 했는지 상기해 보라. 자신의 각종 생색내기식 개발사업에는 매년 수조 원씩 쓰면서도 우리 초등학교 아이들 친환경 식단으로 골고루 밥 좀 먹이자는 예산 700억 원이 아깝다며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부르짖은 오세훈 서울시장을 생각해보라. 용산참사 희생자들에게 '떼잡이들'이라는 폭언을 퍼붓는 반면 1200억 원 짜리 호화 구청사를 턴키로 발주해 건설업자들에게 퍼주었던 새누리당 출신의 전 용산구청장을 생각해 보라. 우리가 낸 소중한 세금이 왜 겨울방학 동안 결식아동들의 굶주린 배를 채우고 이 땅의 영유아들에 대한 예방접종 기회를 확대하는데 쓰는 대신 '형님'과 '안주인' 예산 챙기는 데 쓰이도록 한 사람들을 생각해 보라. 전례 없는 경기 침체 와중에 87조 원의 부자감세에다 4대강 바닥에 24조 원의 혈세와 공공부채를 쏟아 붓고 이 돈을 뽑아내기 위해 4대강 주변을 '부동산 투기 특별구역'으로 만들어버리는 이명박 대통령을 생각하라.
왜 시대착오적인 '올드보이'들이 마르고 닳도록 권력을 누리면서 이 나라를 퇴행의 늪으로 빠지도록 놔두는가. 또 다시 이 같은 수구기득권 세력이 이 나라를 지배하도록 놔둘 것인가. 정치 엘리트들은 몰라도 이 땅의 20-30대 젊은 세대와 서민가계들은 5년을 이런 식으로 더 버틸 여유가 없다.
바꾸자. 투표하자. 혁명하자. 내일 하루는 투표하는 우리 모두가 평등해진다. 천하의 이명박, 이건희와 우리가 똑같이 맞짱 뜰 수 있는 것이 투표다. 돈과 권력 대신 우리들의 투표로 세상을 바꿀 5년만의 기회 절대 놓치지 말자. “낮은 투표율의 구조적 수혜자가 보수이고 새누리당이다. 따라서 성장과 부자 중심의 '가난한 민주주의'에서 벗어나려면 투표하는 수밖에 없다. 투표는 청년 약자의 몇 안 되는 무기 중 하나다."(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 한겨레 12월 18일자 칼럼) 청년세대들은 자신들의 처지를 개선할 수 있는 이 절호의 기회 놓쳐서는 안 된다. 투표하면 반드시 지금보다는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
이것은 단순히 꿈이 아니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미국 젊은이들을 대거 투표소로 끌어낸 것은 오바마로 상징되는 변화요, 개혁에 대한 열망이었다. 미국의 젊은이들도 인터넷을 주무대로 삼아 그러한 희망을 스스로 만들고 참여했다. 그리고 함께 승리했다. 우리 젊은이들도 결코 무기력하지 않다고 믿는다. 지금 젊은이들은 그동안 기득권의 게임 규칙에 갇혀 제 목소리를 낼 수 없었을 뿐 결코 역량이 없는 세대가 아니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얼마든지 세계를 선도할 잠재력을 가진 세대다.
지금 이들 세대들이 주축이 돼 인터넷과 SNS에서 함께 만들어 내는 집단지성과 집단협업의 힘을 보라. 얼마나 대단한가. 이 힘들을 모으고 축적한다면 우리도 얼마든지 한국판 '오바마 기적'을 이룰 수 있다. 그 기적을 만드는데 부모세대와 자식세대가 함께 힘을 모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40여 년 전 '나는 꿈이 있다'고 한 말이 지금 미국에서 현실이 됐듯이, 우리 모두가 함께 꾸는 꿈은 얼마든지 현실이 될 수 있다. 그렇게 정치를 바꾸어야 우리와 우리 아이들의 미래도 바꿀 수 있다. 그리고 그 첫걸음은 내일의 투표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