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2·3세 미화, '시크릿 가든' 문제 많다"
“탈불법적 방법으로 탈세하는 한국 재벌 2,3세들 드라마 통해 미화되는 건 큰 문제”




최근 ‘프리 라이더’(Free Rider. 무임승차자)를 출간한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인기리에 막을 내린 SBS 주말극 ‘시크릿 가든’을 빗대 한국의 특권층들을 비판했다. 제대로 상속세, 증여세 등을 내지도 않으면서 막대한 특권층 지위를 세습하고 있는 재벌 2, 3세들의 문제의식을 드라마에 좀 더 현실적으로 녹아냈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 섞인 지적이다.

‘시크릿 가든’에서 백화점 CEO이자 재벌 3세로 등장하는 현빈의 모습이 마치 현 한국 사회재벌들의 모습처럼 비춰지지는 않을까라는 우려에서다.

경제 전문가인 선 부소장이 이처럼 ‘시크릿 가든’을 빗대 특권층을 비판한 이유는 바로 서민들을 더 고통스럽게 만드는 특권층 무임승차자 때문. ‘프리 라이더’는 단순한 의미로는 돈을 내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무임승차자들을 일컫고 있지만 경제학이나 정치학적으로는 공공재에 대한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거나, 정당한 몫 이상의 공공재를 소비하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그가 쓴 저서 ‘프리 라이더’는 바로 한국의 특권층 무임승차자들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다.

선 부소장은 “실제 한국의 재벌 2, 3세들은 경영 능력을 충분히 검증 받지 않은 상태에서 소수의 지분을 가지고 그룹을 경영하면서 탈 불법적인 방법으로 탈세를 한다. 제대로 상속세, 증여세 등을 내지도 않으면서 막대한 특권층 지위를 세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크릿 가든’에 빗대 “영혼의 바꿈이라는 것을 통해서 이른바 역지사지의 기회를 준다는 측면에서 선의가 있는 드라마 구성이라고 생각합니다만 한국 재벌가와의 사랑을 통한 신데렐라식 전개 구조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특권층 무임 승차자들이 온갖 세금 탈루와 공적자금 유용 등 추악한 일들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신문의 각종 좋은 기사를 통해 미화되는 것. 즉 마취효과가 문제”라고 강조했다.

선 부소장이 책 속에서 지목한 대표적인 특권층 무임승차자들은 이명박 대통령, 오세훈 서울시장, 이건희, 이재용 등 삼성 일가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00~2002년 수백억 원대의 재산을 보유했음에도 월 2만 내외의 건강보험료만 냈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2008년 특검 과정에서 4조 5000억 원에 이르는 차명 재산 보유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상속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그는 “이건희 회장의 경우 정상적으로 냈다면 최소 2조원 이상의 상속세를 내야 했다”며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2조원 이상의 탈세를 하게 된 셈”이라고 꼬집었다.

선 부소장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포퓰리즘’ 주장에 대해서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지난 2007년 오 시장을 보좌해 서울시 정책전문관으로 일하면서 서울시 경제 정책의 밑그림을 그렸다. 선 부소장은 “한강 르네상스, 서울 디자인이니 하면서 몇 조원을 쏟아 부었는데 시민들의 삶의 질이 과연 높아졌는지 의문”이라면서 “무상급식이 시기상조라고 하는데 이는 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서울시 예산이 20.6조원이고 재정 자립도가 전국 최고인데 무상급식에 필요한 700억 원을 마련하지 못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동문회장이 회원들의 돈을 걷어 마치 자신의 돈처럼 펑펑 쓰는 특권층 무임승차자들의 행태를 고발하고자 책을 쓰게 됐다는 그는 “공공복지 수준이 OECD 꼴찌고 이른바 건설업 비중이 세계 최고인 ‘토건 포퓰리즘’인 상황에서 과연 우리 세금을 정부가 어떻게 거둬서 어떻게 쓰고 있는지 납세자들도 분명하게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조세, 구조조정을 해야 될 시기다. 정당하게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정직한 납세자들의 혁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남안우 기자 naw@mydaily.co.kr

by 선대인 2011. 2. 11. 13:02

그제(9월 9일)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씨와 어머니 우갑선씨를 만났습니다. 약 10년 만의 재회입니다. 점심 약속 장소로 가는데 가슴이 뛰더군요. 어떻게 변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처음 만났을 때 초등학교 6학년이던 소녀. ‘희아’라고 불렀던 소녀는 이제 23살의 숙녀 ‘희아씨’가 됐습니다. 하지만 동안(童顔)인 희아씨는 10년 전 모습 거의 그대로였습니다. 어머니의 얼굴에도 세월의 흔적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여기에서 잠깐. 제가 이희아씨와 무슨 관계냐고요? 하하.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 시절이던 99년 초 희아씨의 사연을 사회면 톱 기사로 소개했던 인연이 있습니다. 당시 사회복지사로 일하던 결혼 전의 아내가 희아양 얘기를 처음 전해주었습니다. 귀가 번쩍 띄었습니다. 쉬는 토요일이었지만 희아양 연락처를 알아내 전화했습니다. 처음에 무척 꺼려하던 희아양 부모님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전에 울리는 듯합니다. 몇 차례 통화한 끝에 가까스로 인터뷰 승낙을 받아냈습니다. 한 시간 동안 비 내리는 밤길을 달려 서울 강동구에 있던 희아양 집을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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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하고 티 없이 맑고 환한 얼굴. 당시 희아양의 첫 느낌이었습니다. 자리에 앉아 어머님으로부터 희아양의 사연을 듣는데, 가슴이 자꾸 뭉클해졌습니다. 차에 남아있던 아내가 몇 번씩 핸드폰을 울렸지만, 좀처럼 자리를 일어설 수가 없었습니다. 취재를 마칠 무렵, 희아양이 ‘즉흥환상곡’을 들려주었습니다. 아아! 정말 믿을 수 없었습니다. 물론 완벽한 연주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단 네 손가락만으로 이런 연주를 할 수 있다니! 그것은 단순한 연주가 아니었습니다. 희아네 가족의 땀, 눈물, 애환, 열정, 희망, 애정이 녹아 있는 결정체였습니다. 도저히 이룰 수 없을 것 같은 극한의 꿈을 이루려는 가열찬 투쟁 같은 것이었습니다.


일요일인 다음날 출근해 기사를 출고했습니다. 제가 느꼈던 그 감동을 표현할 수 없어 고심했던 기억이 아직도 또렷합니다. 데스크로부터 몇 번의 재촉을 받고 보낸 기사는 사회면 톱 박스로 큼지막하게 편집됐습니다. 한국언론재단에서 운영하는 '카인즈'에서 찾아본 그 기사의 전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이보다 더 아름다운 음악은 없다"-네 손가락 소녀피아니스트 이희아양


'네 손가락의 즉흥환상곡.’서울시 교육청과 한국재활재단이 초등학생들의 독후감 모집을 위해 나누어준 책의 이름이다. 태어날 때부터 두 손 다 합쳐 손가락이 4개밖에 없는 열네살 소녀의 스토리. 그러나 피나는 노력 끝에 전국 피아노 연주대회에서 ‘열 손가락’ 유치부 어린이들을 모두 물리치고 1등을 차지했다.


오늘도 세계최고의 피아니스트가 되기 위해 9년째 건반에 매달려 사는 서울 주몽초등학교의 이희아양(14·6년)얘기를 담은 책(동화작가 고정욱 기록)표제다. 24일 마감된 독후감 모집(2월6일 당선작 시상)에 응모한 어린이만도 무려 2천여명.


“사람의 작은 의지가 얼마나 위대한 승리를 거둘 수 있는가, 장애인친구도 함께 살아가야 할 내 친구가 아닌가하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독후감을 적어 낸 한 어린이의 소감이다.


희아는 태어날 때부터 ‘네 손가락’이 전부였다. 두 다리도 없다. 선천성 기형으로 막대기처럼 가늘게 붙어 있던 다리도 세살 때 절단했다. 그래서 페달은 특별히 피아노 위쪽에 붙여 허벅지로 조작한다.


67년 대간첩작전에서 척추를 다쳐 하반신 마비가 된 아버지 이운봉씨(54)와 간호사로 이씨를 돌보던 어머니 우갑선씨(44·산부인과 조산원) 사이에서 태어난 희아. 기형의 원인은 엄마가 임신사실을 모르고 감기약을 너무 많이 먹은 탓이라고 의사들은 말했다.


여섯살이던 91년 희아에게 연필이라도 쥐는 삶을 열어 주려고 시작한 피아노연습. 받아 가르쳐주는 학원도 없어 석달여를 떠돌아 다니다 ‘숲속피아노학원’ 원장 조미경씨(31·여)를 만났다. 조원장은 우씨가 일하던 산부인과에 입원했다가 희아의 사연을 알게 된 것.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새벽과 오후로 나눠 10시간에 이르는 연습이 시작됐다. 그러나 희아가 짚는 건반에서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


“손가락에 더 힘을 줘.” “안돼. 안돼. 그 부분 다시.”

또래 어린이들이 피아노를 배우고 간 뒤에도 희아와 조씨의 1대1교습은 거듭됐다. 몸살로 앓아눕고 네 손끝에 물집이 잡혔다. 네 손가락으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미묘한 화음은 빠른 손놀림으로 쫓아가야 했다. 그렇게 3개월여가 지나자 피아노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학교종이 땡땡땡…’을 끝까지 치던 날 온가족은 울어버렸다.


네 손가락 솜씨는 빠르게 발전했다. 1년여 뒤 참가한 전국학생음악연주평가회에서 희아는 와이만의 ‘은파(Silver Wave)’를 연주, 유치부 최우수상을 따냈다. 각종 대회에서 상을 휩쓰는 행진은 계속됐다.


희아는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96년 일본 장애인재활시설인 ‘꿈의 공방’을 방문해 연주하고 97년에는 국내장애인을 위한 독주회를 열어 수익금 1천만원 가량을 장애인단체에 기부했다.


이제 중학생이 되는 희아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되는 게 꿈. 하지만 지난해의 뇌출혈 후유증으로 요즘 장시간 연습이 힘들다. 그래도 어렵고 어렵다는 베토벤 소나타 24번 ‘열정’을 하루 3,4시간씩 두드리며 꿈을 불태운다.


“아무리 해도 베토벤 작품은 칠 수 없으리라던 주위사람들을 놀라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왼손만으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가 된 라울 소사라는 사람도 있다지 않아요.”


이 기사의 파장은 상당히 컸습니다. 신체 장애에도 불구하고 피아니스트가 되기 위해 불사른 열정이 당시 외환위기에 지쳐있던 많은 이들에게 와닿았던 모양입니다. 제게는 수십 통의 격려전화가 쏟아졌습니다. 희아양은 방송에 잇따라 출연하고, 청와대에 초청받기도 했습니다. 더 나중에는 CNN방송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고요. 희아양의 연주회도 잇따라 열려 많은 이들이 희아양의 '희망 바이러스'에 전염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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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우갑선씨가 쓴 수기 '신이 준 손가락'


그 해 가을 저희 결혼식 때는 희아양에게 축하 연주를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뒤로 제가 사람 도리를 잘 못하다 보니 연락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가끔씩 TV 등에서 희아양 모습을 보게 되면 괜히 흐뭇해하곤 했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 연락을 드린 것입니다. 전 직장에서 함께 근무했던 여직원이 한 라디오 방송에서 희아씨 어머니가 저를 언급하더라는 것이었습니다. 별 기대를 하지 않고 걸었던 10년 전 어머니의 전화번호는 바뀌지 않았더군요.    


10년 만에 만난 두 사람은 또 한 번 깊은 인상을 남겨주었습니다. ‘희아씨’는 이전의 앳되고 순진하기만 한 소녀가 아니었습니다. 매우 뚜렷한 사회적, 정치적 의식을 가진 공인이었습니다. 희아씨는 통일음악회 등에 참여하고, 북녘어린이와 장애인, 탈북자들을 돕는데 매우 열성적이었습니다. 어머니가 “마치 북한 동포들을 돕기 위해 태어난 아이 같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희아씨는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 어린이들이 굶주리고 헐벗고 있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녀는 김대중 정부 이래로 지속돼온 남북 화해 분위기가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대치국면으로 전환된 것에 분노했습니다. "남북 대치 상황에서 한국의 지원이 끊겨 북한 동포들이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아느냐?”고 묻더군요. 그렇다고 물론 북한 정부당국에 우호적인 것도 아니었습니다. “북한만 ‘우리나라엔 장애인이 한 명도 없다’며 장애인올림픽에 참가하지 않았다”며 장애인의 존재조차 인정하지 않는 북한 당국을 성토하더군요. 그녀는 북한 문제뿐만 아니라 다른 측면에서도 이명박 정부에 매우 비판적이었습니다. 그녀는 “기본적으로 도덕성이 없는 사람이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된 상황이 매우 우려스럽다”며 “자라날 아이들이 이런 대통령을 보면서 어떤 영향을 받을 지 걱정된다”고 했습니다. 희아씨는 또 “현 정부 들어와서는 부유한 사람들만 더 잘 살고, 서민들은 갈수록 힘들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데, 매우 당당하고 거침이 없었습니다.


모전여전일까요? 사실 희아씨의 그런 생각과 태도는 어머니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은 듯 했습니다. 어머니는 “현 정부가 장애인들에게 가던 보조혜택을 많이 줄이려 한다”며 “정부는 부정수급자가 많아서 이를 없애려 한다고 하는데, 그런 문제라면 제도를 없앨 게 아니라 부정수급자를 제대로 가려내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더군요. 그러면서 “그는 나라가 어려워지면 흉측한 사람이 높은 자리에 오른다고 하더니 정말 그렇게 된 것 같다”고도 했습니다. 저보다 더 비판적인 것 같아 “이제 희아씨도 유명인인데 그런 말해도 괜찮느냐?”고 물으니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이 자기 생각을 말하는데, 눈치를 봐야 하느냐?”라고 되물었습니다. 어머니는 “나쁜 짓을 하는 것을 알고도 모른 채 하면 그 나쁜 짓에 동조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 지도층 중에는 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없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하더군요.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어머니는 “현 정부의 종교 편향적인 태도는 오히려 개신교 스스로에게도 안 좋은 것 같다”며 “하나님의 참뜻을 잘 모르는 분”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이 대목에서는 희아씨가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한다’고 했는데, 시민을 대표하는 사람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끼어들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 날 대화가 딱딱한 내용으로만 이뤄졌던 것은 아니고요. 서로의 근황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눴는데요. 희아씨는 각종 연주회 요청이 국내외에서 끊이지 않는 모양이었습니다. 대부분 자선연주회라고 합니다. 당장 이달 말에 미국과 캐나다 연주 여행을 떠날 거라고 했습니다. 북미지역 장애인들을 위한 자선공연이라고 하는군요. 이미 7월에는 중국 쓰촨성 지진 성금 모금을 위해 중국 충칭에서 연주회를 열기도 했고요. 지난 9월1일에도 북측 장애인돕기 자선 음악회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가졌다고 하더군요. 9월 26일에는 마산MBC홀에서 경남통일농업협력회의(경통협)의 ‘북녘어린이 콩우유 지원사업’을 돕기 위한 자선음악회를 열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녀는 “1000원이면 북한 어린이 한 명에게 일주일 동안 콩우유를 지원해 줄 수 있다”며 “매월 1000원을 내는 회원 10만명을 확보하는 게 목표”라고 말하더군요. 저는 당연히 이 운동에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경통협 사무실 055-585-7421~2번으로 전화해서 자세한 안내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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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집 앨범의 CD표지


자리를 정리할 무렵, 희아씨의 연주곡 CD와 어머니가 쓰신 수기인 '신이 준 손가락' 등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CD와 책 판매 수익금은 북한 장애인을 위한 항생제, 의료기구 지원금으로 기부한다고 하네요.) 희아씨의 친필 사인과 함께 말이죠. 저도 제가 번역한 책을 답례로 드렸습니다. 집에 돌아와 저녁에 CD를 들었습니다. 1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기량이었습니다. 희아씨는 자신의 꿈을 이룬 사람으로 제게는 느껴졌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희아씨 홈페이지(www.heeah.com)에 올려져 있는 ‘즉흥환상곡’을 듣고 있습니다. 얼마나 부단히 노력했으면 네 손가락으로 이렇게 아름다운 선율을 낼 수 있는 걸까요? 희아씨의 연주뿐만 아니라 마음씨도 너무 아름답습니다. 희아씨는 홈페이지에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내가 넘어져 울고 있을 때 나를 일으켜 세웠고 세상을 향해 밝은 웃음을 활짝 웃게 해준 피아노! 그 아름다운 사랑의 선율을 다시, 삶의 아픔을 겪고 있는 모든 분들과 친구 여러분들께 돌려드립니다.” 희아씨가 있어서 세상은 조금 더 밝아질 것 같습니다. 

by 선대인 2008. 9. 11. 08:45

지사직 수행에 전념할 것


손학규 경기도 지사는 한나라당 내분 사태 이후 열리는 전당대회의 대표후보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 "정치도 중요하지만 경기도가 가진 잠재력을 키워나가는 일을 쉽게 팽개칠 수 없다"며 대표 경선 출마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손지사는 지난달 27일 경기 수원 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에서 미디어다음과 가진 인터뷰에서 "정치적 기회가 있다고 튀어나간다면 국민에게 또 다른 정치적 불신을 줄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선거 일선에 나가지 않더라도 경제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손학규가 한나라당에 있다고 국민들이 인식한다면 당에도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고 부연했다.

손지사는 임기 이후 행보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지사직을 수행한지 반도 지나지 않았는데 임기 이후를 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사직을 한번 더 하겠다고 하면 오로지 지사직 연장을 위해 도정을 펴는 것으로 의심받을 수 있고, 지사직을 그만두겠다고 하면 '대권 생각하느냐'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답을 피했다.

그는 행정수도 이전 문제와 관련, "국가경쟁력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데 수도를 이전하면서 생기는 자원 낭비, 국론 분열, 장기적인 비전의 결여는 어떻게 할 거냐"며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중앙정부에 입장을 분명히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손지사는 정부의 수도권 억제 정책에 대해서도 시대에 역행하는 규제라고 비판한 뒤 "그 점과 관련해서는 정부와 정면대결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많은 기업들이 수도권의 비싼 땅을 팔아 지방으로 옮긴다"며 "공장부지의 용도변경을 중앙정부가 강권하며 기업윤리를 훼손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한나라당 내분 사태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이 거듭 태어나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본다"면서도 "한나라당이 당명은 여러 번 바뀌었지만 당의 체질은 한 틀에서 오래 고인 물같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약. "당의 소장파 움직임은 전반적인 조류"





-한나라당 내에서 상당한 정치적 비중을 갖고 있는데 최근 당 내분 사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한나라당이 거듭 태어나기 위한 몸부림이고, 환골탈태의 진통이라고 봐야 한다. 당명은 여러 번 바뀌었지만 당의 체질은 한 틀에서 오래 고인 물처럼 돼버렸다. 뿌리가 3공까지 올라가고 그 시절의 정신과 체제, 인적인 유산들이 지금까지 계속 흘러온 상태다. 3공이나 5,6공 시절 국가건설에 기여한 정치세력으로서 한나라당의 위치는 역사적으로 평가 받을 것이다. 그러나 시대적 흐름에 적극 적응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변화는 인간뿐만 아니라 우주 만물 생존의 원리 아닌가. 그 동안 시대가 급변하는데 (당이)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지금 당장은 지지도도 상당히 떨어졌으나 변화의 노력을 보이면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도 회복될 것이다.

-한나라당내 소장파들을 중심으로 건전보수 또는 개혁적 보수를 주창하고 제 2창당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전반적인 조류 아닌가. 최대표가 퇴진 결단을 내린 것도 당의 새로운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본다. 최대표도 나름대로 새로운 전통을 세우고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자 노력했는데 그 리더십으로 안 된다고 하니 '그럼 좋다. 내가 물러나겠다, 당의 새로운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한 것 아니냐. 일련의 (당내) 변화과정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취지가 얼마나 살아날 수 있도록 실천할 수 있는 가가 과제겠지.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감으로도 거론되는데.

지방자치단체장의 법적 제약 때문에 선거에 참여할 수 없다. 당 대표를 맡는다든지 하면 선거를 직접 지휘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결국 도지사직을 사퇴해야 하게 된다. 물론 한나라당이 나라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 한나라당의 균형추 역할은 중요하다.

하지만 거대 지방자치단체인 경기도를 책임 있게 운영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정치도 중요하지만 경기도가 가진 잠재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대한민국 전체를 위해서 필요하고 그 일을 쉽게 팽개칠 수 없다는 게 내 입장이다.

물론 당이 어려울 때 나 몰라라 할 수 없으며, 당을 위해 헌신해야 하지 않는가 하는 마음은 항상 갖고 있다.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가 고민되는데 지금으로서는 경기도에 맡겨진 책임이 더 막중하다. 정치적인 기회가 있다고 튀어나간다면 국민에게 또 다른 정치적 불신을 줄 수 있다. 내가 선거 일선에 나가지 않더라도 경제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손학규가 한나라당에 있다고 국민들이 인식한다면 당에도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정권 초기부터 대권 논의 나오는 현실 안타까워"





-정치권에서는 손지사께서 대권 도전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는데 본인의 생각은 뭔가.

대권 논의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때라고 본다. 물론 새 정권 탄생한지 일년밖에 안됐는데, 정권 초기부터 대권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 현실이 안타깝다. 아무리 현실이 그렇더라도 대권 논의는 자제하는 것이 국가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다.

-지사직 임기가 다음 대선 이전에 끝나는데 임기 이후 어떻게 할 생각인가.

지사직을 수행한지 반도 지나지 않았는데 임기 이후를 말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지사직을 한번 더 하겠다고 하면 오로지 지사직 연장을 위해 도정을 펴는 것으로 의심받을 수 있고, 지사직을 그만두겠다고 하면 '대권 생각하느냐'는 오해를 살 수 있다.

경기도가 대한민국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GRDP(국내지역총생산)의 25%를 경기도가 차지한다. 지금은 경기도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일에만 열중하고 있다. 실제로 딴 생각을 할 틈이 없다. 신문 정치면은 제목만 보고 넘어간다. 경기도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가 고민이다. 외국 기업이 R & D 센터를 설립하기 위해 왔다고 하면 온 사람이 과장급 실무자라고 해도 다른 일정을 취소하고 만날 정도다.

-최근 일본을 방문해 3억 4000만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알고 있다. 유치 과정에 대해 설명해달라.

성과가 상당히 좋았다. 이번 투자 유치의 특징은 크게 3가지 정도다. 우리 나라 LCD산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산업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이것을 새로운 전략산업으로 키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이 첫째 성과다. 두 번째는 노조와 중앙정부, 기업이 함께 일본을 방문했다는 점이다. 투자유치를 위한 협동체제가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세 번째는 경기도의 행정서비스 수준이 높아진 것이 투자유치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번에는 투자유치 활동을 오직 LCD부품산업에만 한정했다. 이번에 10개 업체를 방문하거나 직접 만났다. 이를 통해 투자합의서((MOA) 2건 1억600만달러, 투자양해각서(MOU) 2건 9000만달러, 투자의향서(LOI) 3건 1억5000만달러 등 모두 3억 5000만달러 정도를 유치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구매담당자가 함께 갔는데, '들어오면 너희 물건 사주겠다'며 더 이상 보장이 필요 없을 정도로 (설득)했다. 또 스미토모에서 구입하고자 하는 평택 포승단지 땅을 농심이 소유하고 있는데, 경기도가 (농심에) 설득해서 그 땅을 (스미토모에게) 넘길 수 있도록 했다. 일본에서 그 일을 계기로 우리를 신뢰하게 됐다. 외자유치를 위한 행정 서비스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낀 대목이다. "경제 살리려면 첨단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해야"





-일본이 10여년 깊은 잠에서 깨어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방문에서 받은 느낌이 어땠나.

미국도 올해 4~5%대 성장을 예상하고 있는데, 우리와 대만만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일본 동경권은 확실히 살아나가고, 오사카는 좀 어려운데 거기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일본은 제조업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제를 되살렸다. 귀감으로 삼아야 한다. 우리는 경쟁력을 강화한다면서 제조업을 포기하는데 나라 경제의 근간은 제조업이고 우리 미래도 거기 있다고 본다.

-중국의 성장 또한 눈부시다. 중국과 일본의 가운데에 있는 우리의 전략은 무엇이라고 보나.

우리가 노동 집약적인 산업은 중국에 밀리고, 기술 산업은 일본에 밀린다. 우리가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과거 우리는 철강,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으로 경제를 일으키고 지금까지 버텨왔다. 90년대 들어 반도체 산업이 우리 경제를 선도하고 있다. 휴대전화, 반도체, LCD가 성장산업이다. 자동차 부품산업이 IT(정보기술)와 접목돼 발전될 가능성이 있다. 대학내에서도 산업과 연결하는 기술대학원을 만들고 싶어하는 경우가 있다. 서울대가 IT, BT(생명공학기술), NT(나노기술) 등 융합기술연구센터를 만들겠다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경기도에서 중국으로 빠져나가는 기업들이 많은데 이 같은 현상을 막거나 속도를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이 있나.

정부가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수도권 규제를 강화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지방으로 가지 않고 중국으로 빠져나간다. 대한민국 바깥에 펜스를 쳐놓았다면 강제적 규제가 균형발전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국경 없는 경쟁시대에 수도권을 누르면 지방으로 중국으로 가게 되는 게 이치다. 또 (기업들이) 지방으로 가도 많은 경우 '땅 장사' 하러 간다. 수도권 땅을 팔아 아파트용지로 용도를 변경시키고 그 돈으로 지방으로 가는 거다. 기업윤리를 훼손하는 일이다. 이 같은 용도 변경을 중앙정부가 강권하고 있는데 모순이다. 수도권 인구 억제정책을 써서 수도권 성장을 막겠다고 하면서 공장이 떠난 곳에는 아파트를 지으라 하니 인구만 늘고 있다. 그 인구가 어디 가서 뭐 먹고 살겠나.

-그런 점에서 정부와의 관계설정이 중요할 것 같은데 어떤 식으로 할 계획인가.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은 내가 보기에는 잘못된 정책이다. 그런데 정부가 이를 가장 중요한 국정과제로 삼고 있기 때문에 그 점과 관련해서는 정부와 정면대결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경기도만 살자고 하는 게 아니라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위해 사명감을 갖고 할 수 밖에 없다. 국가 균형발전 정책에 대해 반대하거나 수정 보완을 요구했고 법 통과 시 상당부분 반영되게 하기도 했다.

행정수도 이전 문제도 대통령 입으로 천도니, 지배세력 교체니 하며 행정수도의 기본 개념을 바꾸는데 문제는 치열한 국제 경쟁상황에서 우리가 '넛크래커'(호두 등 견과류를 쪼개는 도구)에 갇혀 있는 상황이다. 국가경쟁력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데 수도권 이전하면서 생기는 자원의 낭비, 국론의 분열, 장기적인 비전의 결여는 어떻게 할 거냐.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중앙정부에 입장을 분명히 밝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지원과 정책에 대해 중앙정부와 협조할 것은 협조한다. 이번 방일 과정에서도 산업자원부에 요청해서 담당 과장이 동행했고 경기도 국토운영 계획에 대해서도 건설교통부와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다. 또 과학기술 R & D센터를 유치한다든지 첨단기술을 육성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과학기술부 등과도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 "수도권 난개발 막기 위해 계획적 신도시 개발 필요"





-경제와 교육에서는 경쟁원리의 도입을 강조하지만 문화에서는 대중적 향유를 강조하는 것 같다. 겉으로는 모순돼 보이는데.

전혀 모순이 아니다. 먹고 살기 위해서는 경제분야의 경쟁력 제고가 최우선 과제다. 인적 자원을 양성하고 그 수준을 높이기 위해 경쟁원리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오해하는데, 사실 도의 재원을 가장 많이 투입하는 분야는 공교육의 내실화다. 변두리 지역에 좋은 학교를 만들고 소규모 학교를 지원한다. 또 장학금을 지원하고 기숙사와 학교 도서관을 짓는다거나 보육교사 등을 지원하는 것도 사실 교육기회가 좀더 공정하고 광범위하게 주어질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다. 문화도 마찬가지다. 몇몇 사람에 의해 전유적으로 향유 되는 문화보다 일반 시민들이 좀더 가까이할 수 있는 문화가 돼야 한다. 도에 교향악단이다, 예술단이다 만들어 거기에 온 몇몇 사람만 즐긴다면 자원 낭비다.

-도내에 20개 신도시를 만든다는 발표 때문에 논란이 있었다. 일부에서는 손지사의 '개인적 욕심'에서 나온 선심성 정책, 장밋빛 계획이 아니냐 하는 지적을 하는데.

신문 제목이 그렇게 나서 그렇지, 20개 신도시를 20년에 걸쳐 만든다는 것이다. 신도시 만든다는 것이 계획의 핵심이 아니라 경기도의 장기적인 성장관리 기본 계획을 짠 것이다. 교통 자연 교육 문화 산업 일자리 등이 조화를 이뤄 자족적이고 환경친화적인 도시를 계획적으로 만들겠다는 발표였다. 도지사에 취임해서 바로 시작했던 작업이었고 1단계 용역이 끝나서 발표한 것이었을 뿐이다. 그런데 정부가 최근에 10년동안 500만호를 짓겠다고 했는데 그 중 수도권이 300만호, 경기도가 200만호 아니냐. 정부가 그렇게 한다면 결국 경기도가 세운 장기계획에 따라 해달라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분당급의 신도시를 20년에 걸쳐 20개를 지어야 수도권의 주택수요를 충족하고 도시도 발전하면서 난개발을 막을 수 있다. 큰 도시를 만들어야 거기에서 나오는 개발이익으로 도로와 전철도 만들고 학교나 공원 등을 만들 수 있다. 건교부는 순전히 주택수요만 따지고 있다. 정부가 신도시 만든다면 비판을 받으니 여론 눈치 보며 몰래 내놓는 게 100만평 규모다. 100만평으로는 택지 개발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자족적 발전이 불가능하다.

덧붙인다면 90년대 이후 개발된 안양 평촌 분당 등 신도시가 서울 가까이에 있었는데 이제 더 밖으로 나가야 한다. 이에 대한 계획을 미리 세웠어야 하는데 가만 놔둬 용인처럼 난개발로 이어졌다. (수도권) 바깥을 그냥 놔두면 형편 없는 난개발이 가속화될 뿐이다. 제 2순환도로를 만들어 자족적인 계획도시를 연결해 서울의 부담을 덜어줘야 수도권 교통문제가 해결되고,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가능해진다. 또 그래야 수도권의 삶의 질과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국가 경제를 선도할 수 있다.

-이명박 시장과 자주 비교되는데 이 시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잘하고 계신다. 환경친화적 개발이 시대적 과제인데 잘하고 있다. 서울과 경기도의 관계는 순치(잇몸과 이) 관계다. 대중교통 문제 등 모든 면에서 협조가 잘 이뤄지고 있다. 일반인들이 서울과 경기도의 관계를 정치적으로 보는데 수긍할 수 없다. (이 시장과 자주 보느냐고 묻자) 그럼, 자주 보지.
by 선대인 2008. 9. 4. 17:04

안대희 검찰 수사 독립, 후퇴는 없다






불법대선자금 수사를 성공리에 끝마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안대희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은 28일 "검찰 수사가 독립됐다고 생각하며 이런 흐름에서 다시 후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안 부장은 "(검찰) 후배들이 그런 쪽으로 가기를 원하고 국민들도 원하고 있다"며 "하지만 인사문제 등 여러 가지를 포함해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좀더 보완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 부장은 '이번 대선자금 수사에서 재벌쪽에 대한 수사는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사실이다"고 수긍한 뒤 "이탈리아의 경우엔 2 년간에 걸쳐 (자동차 회사인) 피아트를 초토화시킬 정도로 수사했다고 들었다. 하지만 한국적 현실이 있다"고 말했다.그는 "계속 불황을 겪고 있는 경제 상황이 있고 수사도 당초 정치 상황으로 한정하기로 해 (기업 비리가) 일차적 수사대상은 아니었다"며 "하지만 다음 번에는 본질적으로 기업 비리에 해당하는 것은 엄정처리 하게 될 것이다. 특히 부의 지배권을 유지하고 비자금을 조성한다든지 하는 것은 엄격히 처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그는 또 "일부 학자들은 기업 비리를 수사하면 기업 투명성이 올라갈 거라고 주장한다. 나도 (이런 주장에) 동의한다"면서 "주력 기업들은 압수 수색하면 (기업 상황이) 너무 어렵다고 한다" 말해 기업수사의 고충을 토로했다.그는 강금실 장관과 송광수 검찰총장에 대해 평해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강장관은 순수한 분으로 독립적으로 업무를 진행하신다", "송 총장은 수사의 중심 축으로 수사 독립에 대한 강한 의지로 밀어주셨다.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안부장은 사시 17회 동기인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는 "아주 원칙적이고 합리적인 분이다"고 밝혔다. 그는 "저쪽(청와대를 지칭)에서도 이번에 간섭을 많이 자제했다고 들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국세청 등 다른 감시기구에도 영향력을 부당하게 행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 말했다.안 부장은 28일 발표된 검찰 인사에서 수사 실권이 없는 다음 달 1일자로 부산고검장으로 발령난 데 대해 "공무원이 자리 옮기면 무조건 영전 아닌가. 영전돼 기분 좋다"면서도 "공무원은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고 여운을 남겼다.그는 '팬 카페'가 생겨나는 등 네티즌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은 데 대해 "내가 맡고 있는 직책 때문에 그렇게 된 거라고 본다"며 "'대선자객'에서 한나라당을 '주적'으로 설정했던데 내 취향에는 맞지 않다. 나는 어느 쪽 편들지도 않았고 그럴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이날 인터뷰는 대검찰청 그의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그의 바쁜 일정 때문에 20여분의 짧은 시간동안 진행된 탓인지 그는 "평소 말이 어눌하다"고 하면서도 기자의 질문에 매우 빠르게 답변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공무원은 자리 옮기면 무조건 영전"
"검찰 수사 독립 지속적으로 보장할 제도 필요"






-어제 발표된 검찰 인사에서 수사 실권이 없는 부산고검장으로 발령났다. 한 일간지에서는 '반쪽자리 영전'이라고 표현했던데 어떻게 느끼나.

공무원이 자리 옮기면 무조건 영전 아닌가. 영전돼 기분 좋다. 공무원은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안 부장의 수사를 꺼리는 재계 등의 압력이 작용해 직접 수사를 하지 않는 자리로 가게 된 것은 아닌가.

아니다. 나 아니라도 재계 수사를 안 하는 게 아니다. 검찰에서 수사는 조직이 하는 것이다. 나는 우연히 그 조직의 상징이 됐을 뿐이다. 나 말고도 잘 하는 다른 분들이 많다. 검찰이 향후 수사에서 원칙을 지키고 독립적으로 엄정하게 수사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직 내에서 팽배하다. 누가 하더라도 잘할 것이다. 나는 조직의 한 사람일 뿐이다.

-말이 나온 김에 물어보는데, 검찰이 독립됐다고 생각하나.

그렇지. 수사 자체가 독립됐다고 생각한다. 이런 흐름에서 다시 후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검찰) 후배들이 그런 쪽으로 가기를 원하고 국민들도 원하지 않나. 다만 제도적 장치 같은 게 좀더 보완이 되면 좋겠다.

-'제도적 장치'라면 어떤 걸 말하나.

수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인사문제 등 여러 가지가 틀을 잡아가야지. (인사문제라는 건 구체적으로 뭘 말하느냐고 되묻자) 꼭 인사문제만 말하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를 포함해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말이다. 검찰 개혁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개혁한다는 명목으로 (검찰이) 일을 못하게 하는 게 개혁은 아니지 않나. 국민들은 검찰이 엄격하고 공정하게 제대로 수사해주기를 바라고 있고 이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반적인 내용을 다 포함하는 말이다.

-불법대선자금 수사를 끝낸 소감을 말해달라.

홀가분하다. 진상 규명에 대한 중압감에서 벗어났다. 정치적으로도 공정하다는 평가를 들었다. 100% 만족은 못하지만 정치개혁의 계기를 제공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싶다. 검찰 독립도 시험적으로 이뤄봤고 기업 투명성을 높이는 데도 크게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잘 될 걸로 생각한다.

-정말 '후회 없이 했다'고 역사에 맹세할 수 있나.

수사는 증거에 의해 밝히는 작업이다. 이것이 객관적 사실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어쨌든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했다. 수사의 공정성이나 수사 의지와 방향 등에서는 부끄러움이 없다. 이쪽이든 저쪽이든 대체로 공정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투명하게 수사를 진행했다. 요즘 월간지나 주간지 기자들이 우리 수사기록을 다 꼼꼼히 뒤져보고서 '정말 제대로 했구나'라고 다들 느낀다고 하더라. 이미 한 일에 부끄러울 수도 없다. 밑에서 하는 일을 지휘부가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한나라당, 주적 아니었다"

"재벌 수사 부족 사실, 앞으로는 엄정하게 수사"





-다음에 '송광수 안대희 팬클럽' 등 팬 카페도 생기고 지난 해에는 안 부장을 주인공으로 하는 '대선자객' 패러디가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등 네티즌들에게 영웅처럼 대접받고 있는데 기분이 어떤가.

내가 맡고 있는 직책 때문에 그렇게 된 거라고 본다. 수사를 바로 하라는 국민들의 성원의 표시라고 생각하고 아주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사실 분에 넘치는 지지와 성원을 받았다. 하지만 '대선자객'에서 한나라당을 '주적'으로 설정했던데 내 취향에는 맞지 않다. 어느 쪽 편들지도 않았고 그럴 생각도 없다.

-팬 카페에 혹시 들어가보나.

거의 들어가보진 않고 주위 사람들이 들어가본 뒤 이야기하는 건 자주 들었다. 인기를 의식하는 정치인이나 연예인이 아니니까. 공무원으로서 조직의 일을 열심히 했을 뿐 인기에 연연하지 않는다. 다만 수사 도중에 '고맙다. 계속 열심히 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카페게시판에 띄운 적은 있다. 검찰이 바로 하라는 성원으로 늘 생각했다.

-이번 대선자금 수사에서 재벌쪽에 대한 수사는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이다. 이탈리아의 경우엔 이 년간에 걸쳐 (자동차 회사인) 피아트를 초토화시킬 정도로 수사를 했다고 들었다. 하지만 한국적 현실이 있다. 이번 수사는 정치인 수사였고 수사 시작할 때도 (재계에) 자수, 자복하면 (기소 형량을) 감면해주겠다고 했었다. 계속 안 좋은 경제 상황이 있고 수사도 당초 정치 상황으로 한정하기로 해 일차적 수사대상은 아니었다. 다음 번부터는 본질적으로 기업 비리에 해당하는 것은 엄정 처리하겠다고 이미 발표했다. 부의 지배권을 유지하고 비자금을 조성한다든지 하는 것은 엄격히 처리할 것이다. 앞으로는 그렇게 될 것이다. 국민들과 시민단체들이 예의주시하고 있지 않나. 더욱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하지만 경제 문제가 있다. 투자가 위축되고 소비심리가 위축돼서는 안 된다. 절제된 검찰권력을 행사해야 한다. 사채시장에서 삼성 채권을 추적하다 보니 부작용이 있었다. 음성적인 소득이 돌지 않고 있다는 거다. 채권을 현금으로 바꾸고 이런 돈으로 뇌물도 쓰고 하는데 그러지 않는다고 하더라. 물론 검찰은 법적인 문제가 밝혀지면 어떠한 경우에도 엄정하게 수사해야 한다.

-삐딱하게 보는 건지 모르겠지만 방금 한 말은 '경제에서 어느 정도는 음성경제가 있어야 한다'는 것처럼 들린다.

그런 뜻이 아니다. 그런 지적이 있다는 것이지. 검찰이나 법원은 어떠한 경우에도 법적인 문제가 있으면 그걸 지켜야지. 경제 문제는 일차적으로 부의 불법 세습을 막는 것이다. 이런 건 경제와 큰 관계가 없을 거다. 일부 학자들은 이를 수사하면 기업 투명성이 올라갈 거라고 주장한다.(기자는 그런 주장에 동의한다고 하자) 나도 동의한다. 주력 기업들은 압수수색하면 너무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문제에서는 엄격하게 했다. 동부그룹 등은 다 처벌하지 않았나. "강장관, 송총장 수사 독립에 기여"

"노대통령, 원칙적이고 합리적인 분...영향력 부당하게 행사 안 하는 듯"





-전두환 전 대통령 비자금 관련 수사는 어떻게 되는 건가.

이순자씨가 130억 대납한 데 이어 70억 대납했다. 아직 수사가 끝나지 않았고 계속 비자금을 추적 중이다. 하지만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직접 관련된 내용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대선자금 수사가 이번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나.

정치가 깨끗해졌고…여야가 이기고 지고에는 관심 없었다. 국민들이 깨끗한 정치를 원했고 총선도 대체로 깨끗하게 치뤄지지 않았나.

-이번 수사를 계기로 우리 정치가 계속 깨끗할 것이라고 보나.

여기서 다시 후퇴하면 발전이 없다. 이번 선거에서 선관위가 포상금을 내걸고 경찰도 1계급 특진까지 시키면서 열심히 하지 않았나. 검찰도 공정한 수사를 했다고 다들 한다. 공정한 수사가 담보된다면 (정치 상황이) 후퇴하지 않을 거라고 본다. 현재 선거법 위반 수사도 공정한 수사를 하고 있다. 여야가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검찰도 더욱 공정하고 원칙을 지키는 검찰이 돼야 한다. 더 깨끗해져야 한다. 이번에 정치인도 그렇고 재계도 그렇고 자각을 많이 했다고 본다. 깨끗해지지 않으면 국민들이 등 돌린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을 거다. 기업인들도 이번 선거에서 '돈 달라'는 소리를 못 들어봤다고 하더라. '차떼기' '뭉치떼기'라는 말도 이제 사라져야 한다는 게 국민적 합의사항 아니냐. 그러기 위해 검찰 등 감시기관에서 법을 잘 집행해야 한다.

-재벌의 부의 세습 문제는 계속 수사해야 한다고 보나.

시민단체에서 계속 문제제기를 하고 있지 않나.
-에버랜드를 통한 삼성의 세습 문제는 수사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내가 말할 게 아니다.
-강금실 법무장관과 송광수 검찰 총장에 대해 평해달라.

강장관은 순수한 분으로 독립적으로 업무를 잘 진행하셨다. 송 총장은 수사의 중심축으로 수사 독립에 대한 강한 의지로 밀어주셨다. 고맙게 생각한다.

-사시동기인 노무현 대통령은 어떻게 평가하나.

아주 원칙적이고 합리적인 분이라고 생각했다. 저쪽(청와대를 지칭)에서도 간섭을 많이 자제하려 했다고 들었다. 나름대로 원칙을 견지하려고 하는 분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국세청 등 다른 감시기구에도 영향력을 부당하게 행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 (개인적인 측면을 좀 말해달라고 하자) 말한 대로인데…자상하고 원칙적이다.

-사시동기로서 혹시 대통령께 조언하고 싶은 건 없나.

말할 처지가 아니다. 공무원이 무슨 말을 하나.
by 선대인 2008. 9. 4. 17:01

한나라, 디지털정치로 큰 그림 그린다






"우리가 디지털정당을 추진하겠다고 하니 '알바 고용하겠다는 거냐'고 비꼬는 네티즌들이 있던데, 절대 그런 차원은 아닙니다. 한국이 진원지가 된 변화의 중심에 한나라당이 서서 세계 정치문화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것입니다. 인터넷을 권력을 유지하는 수단 정도로 사용한다면 문명사회의 흐름에 역행하는 겁니다."

인터넷 문화에 가장 취약한 정당으로 여겨져온 한나라당의 디지털정당화를 선도하고 있는 김형오 사무총장의 말이다. 그는 21일 당의 최고 집행기구인 상임운영위원회 위원 중 한 명을 온라인에서 선출하는 방안 등 혁신적인 디지털 정당 추진 방안을 내놓아 주목을 받았다. 그는 23일 여의도 한나라당 천막당사 사무총장실에서 미디어다음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그는 2002년 월드컵 때 응원문화를 '현대판 콜로세움', 노무현 대통령을 '최초의 인터넷 대통령' 등으로 평가하며 "권력에 대한 비판과 견제까지 디지털로 받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디지털정당이 되면 리더십 개념도 바뀌게 된다. 과거에는 리더가 한 명 있으면 나머지는 모두 추종자가 돼야 하는데 이제는 모든 이들이 리더가 될 수 있다"며 "우리 당의 젊은 386들이 튀는 것도 디지털문화의 반영"이라고 말했다.김총장은 김혁규 총리설과 관련, "한 당에서 세 번이나 도지사를 한 사람을 뺏어간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하는 건 비도덕적이고 조폭들이나 하는 발상 아니냐"고 강하게 비난했다. 김 총장은 김 전 지사가 총리로 임명될 경우 "합법적인 틀 내에서 모든 반대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며 "총리 인사청문회에서 그의 부적격성과 비도덕성을 알려 '이 사람은 안 되겠구나'라는 여론을 끌어내겠다"며 "충분히 자신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대선 때 이회창 후보에게도 '이제 의원들을 뽑아오고 뽑아가는 것은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게('철새 정치인'들을 영입한 것) 대선 패배의 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며 "한나라당이 나중에 집권하더라도 그런 일은 없다"고 다짐했다.그는 또 "정치인들이 불신 받는 이유가 국민의 상식에 반하는 걸 해서다"며 "이인제 의원이 검찰 수사를 안 받으려고 지구당사 앞에 프로판가스를 설치하고 하던데 그게 무슨 덕이 되느냐. 이런 식 정치 하자고 금배지 단 거냐"고 비판했다.김총장은 지역감정 해소 방안과 관련, "선거 아닌 때에도 자주 호남지역을 방문해서 애로 사항을 듣고, 그쪽 사람을 당의 인사정책면에서 발굴하고, 정책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하겠다"며 "당내에 지역화합을 위한 태스크포스나 지역화합 위원회 같은 것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권이 지역감정 해소 방안으로 추진하고 있는 중대선거구제와 관련, "정략적인 발상"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민간인으로 구성된 선거구 획정위에서 검토한 결과 중대선거구제를 제시한다면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디지털정치는 문명사의 흐름, 우리가 앞장서겠다"






-얼마 전 총장께서 한나라당을 디지털 정당으로 탈바꿈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도대체 뭐가 디지털정당인가.

뭐가 디지털정당이냐는 답이 없다. 교과서에도, 매뉴얼에도, 사전에도 안 나온다. 학자들도 단편적으로 얘기한다. 한나라당이 하게 되면 세계 최초의 디지털정당이 되는 셈이다. 아무도 안 가본 길을 가겠다는 거다. 그럼 디지털정당이 뭐냐. 인터넷상에 정당이 하나 들어가 있는 거다. 여기서 인터넷은 도구나 수단이 아니다. 그렇게 이해하면 디지털정당이 될 수도 없고 성공할 수도 없다. 디지털정당은 디지털을 통해 권력을 창출하고 유지할 뿐만 아니라 권력에 대한 견제 역할도 하게 한다. 대국민 홍보도 하면서 여론도 수렴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당원과 일반 지지자들이 사이버 공간을 통해 서로 연결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빈번하게 일어나 정당의 활력소를 제공하는 것이다.

-디지털정당 추진 방안을 내놓은 배경과 과정을 설명해 달라.

월드컵 때 붉은 악마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올 때 이 현상이 뭘까,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젊은 네티즌들은 밤늦게까지 채팅이나 하고 동호회에서 취미활동이나 하는 줄 알았다. 이 현상의 메시지는 '자유를 만끽하고 싶은 자여, 광장으로 모여라'는 것이었다. 700만이 한꺼번에 광장으로 몰려나온, 세계사에 남을 일이다. 그런데 우리 정치권이 둔감했다. '젊은애들 무섭구나, 인터넷이나 컴퓨터를 알아야겠구나'하는 정도였지 세계정치가 변하는 진원지가 서울이라는 걸 몰랐다. 옛날에는 말과 창을 누가 잘 다루느냐에 따라 성쇠가 결정됐지만 이제는 노트북과 인터넷, 휴대폰을 누가 잘 다루느냐에 따라 성패가 결정된다. 그것의 종합판이 2002년 월드컵이었다. 월드컵이 여중생 추모 촛불시위로 이어졌다. 사이버 공간의 주인공들이 현실 세계의 주역이 되는 데도 거리낌이 없다는 게 지난 대선에서도 드러났다. 정몽준이 탈당한다니까 인터넷과 휴대폰으로 밤새도록 연락해 투표에 참여하게 하지 않았나. 노무현 대통령은 '세계 최초의 인터넷 대통령'이 된 거다. 이제 인터넷이 젊은 사람들의 유희물이라고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지난 해 6월 대표 경선 뒤 한나라당 디지털위원장으로 취임했지만 두 달도 못가 사표를 냈다. 한나라당 홈페이지나 조금 뜯어고치고 컴퓨터나 좀 새 걸로 바꾸고, 사이버팀에 사람 조금 더 늘리고 하는 차원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거 하기 위해 삼선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고 의원 십수명을 모아놓을 필요가 뭐 있었나. 오히려 망신하겠다 싶어 그만 뒀다. 그 뒤 박 대표가 총선 앞두고 대표가 된 뒤 내게 '사무총장을 맡아 디지털정당을 만들어달라'고 했다. 그래서 총선 때 사무총장을 맡아 디지털정당을 만들겠다고 약속도 했다.

선거 끝난 뒤에도 나는 오프라인 매체는 안 가고 다음과 네이버, 네이트 등 온라인매체만 방문했다. 이틀간 우리 당 연찬회에서도 '왜 디지털로 가야 하나'라는 주제로 강연하게 했고 그 뒤에도 당선자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교육을 여섯 차례나 실시했다. 아무리 인프라를 잘 갖춰놔도 디지털 마인드가 확산되지 않으면 디지털정당은 안 된다. 한국이 진원지가 된 변화의 중심에 한나라당이 서겠다. 세계 정치문화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우리가 디지털정당을 추진하겠다고 하니 '알바 고용하겠다는 거냐'고 비난하는 네티즌들이 있던데, 네티즌들에게 한나라당이 부정적으로 보였다는 점은 반성해야 하겠지만 절대 그런 차원은 아니다.

-박근혜대표가 '디지털정당화'에 상당히 힘을 실어주는 것처럼 보이는데.

박 대표가 나보다도 더 앞서가고, 빨리 가고 있다. 사이월드에 박근혜대표 미니홈피가 인기를 끌고 있는 건 알지 않나. 박 대표는 2년간 자원해 과학기술정보통신위에 몸 담았던 사람이다. 본인이 전자공학도라 정치인들 어느 누구보다 그런 면에서는 앞서 있다. 선친(박정희 전 대통령)이 선견지명이 있었던 것 같다(웃음). 박 대표가 오히려 왜 더 빨리 안 되느냐고 채근할 정도다. 그 때문에 일 하기가 쉬우면서 한편으로 압박감도 많이 받고 있다.

"열린우리당, 디지털정당으로 붙어보자"


"디지털정당 되면 리더십도 달라진다"





-디지털정당의 핵심이 뭔가.

모든 것을 디지털식으로 바꾼다는 거다. 링컨 식으로 말하면 디지털의, 디지털을 위한, 디지털에 의한 정당운영을 목표로 한다. 우선 당의 최고 집행기관인 상임운영위원회 위원 한 사람이 인터넷에서 선출된다. 당 운영의 견제기관인 운영위원도 마찬가지다. 대표 선출 때도 인터넷 투표가 20%를 차지하게 된다. 디지털을 기본 축으로 해서 중앙당을 슬림화한다. 당원, 국민과의 커뮤니케이션도 활성화한다. 웹진을 매일 또는 격일로 발행하고 CRM(Customer Relations Management,고객관계관리) 제도도 도입할 것이다. 내부적으로 인트라넷도 활성화한다. 지속적인 디지털 교육도 시키고 디지털연수원도 만든다. 전 의원들에게도 서버를 무료지원하고 신당사의 디지털 인프라는 최고수준으로 만들 계획이다. 의원 평가제도도 디지털 지수를 계량화해 반영한다.

-하지만 한나라당에는 디지털 마인드가 없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많은 네티즌들도 한나라당이 인터넷 문화에서 가장 뒤떨어져 있다고 보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디지털정당을 만들어낼 수 있겠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있을 텐데 실행할 수 있겠나.

재정적 어려움도 있고, 기술적 어려움도 있다. 조직체계상의 어려움도 있다. 특히 이 작업은 중앙당 구조조정과 맞물려 있다. 하지만 거듭 말하지만 이게 시대적인 대세라고나 할까. 이걸 안 하면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으로 와버렸다. 우리나라 디지털 인프라는 단연 세계 최고고 인터넷을 이용하는 수준도 세계최고 수준이다. 뒤떨어진 것은 디지털 마인드와 이를 정치, 사회적으로 운용하는 것, 그리고 컨텐츠 등이다. 밤을 새가며 컴퓨터에 빠져 있는 나라가 세계에서 몇 되나. 좋든 나쁘든 우리가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디지털정당을 할 수밖에 없고 해내야 한다. 박대표 체제때 못 해내면 나중에 누군가 하긴 하겠지만 형식적으로 해버리면 성공을 못한다.

이런 식으로 끌어가면 리더십 개념도 바뀌게 된다. 과거에는 리더가 한 명 있으면 나머지는 모두 추종자가 돼야 하는데 이제는 모든 이들이 리더가 될 수 있다. 우리 당에도 튀는 사람들 있지 않나. 튀는 것, 끼의 발산이 디지털 문화다. 젊은 386들이 튀는 것은 디지털문화의 반영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발산할 수 있는 그루터기를 만들어주고 사라지겠다. 국회 들어온 이래 이 방면에 천착해온 내가 이런 장을 펼쳐주기는 해야 할 것 아닌가.

-한나라당 의원들의 디지털 마인드가 뒤쳐져 있는 이유는 뭔가. 다른 당보다 앞설 수 있겠나.

내가 당선되는데 디지털 방식이 필요한가 생각해보면 그건 아니다. 의원들이 그런 계산으로 디지털을 멀리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나라당의 주 지지층인 50,60대에게 디지털이 무슨 의미가 있었나. 나도 목이 빠지라고 디지털을 떠들어봐야 내 지역구에서도 별로 도움 안 된다. 나는 정보통신위에서 가장 밥그릇을 오래 먹은 사람인데 내가 안 하면 안 된다. 다른 정치인들 입장에서야 표도 안 되는데 왜 노력을 기울이겠나. 96년에 하이텔 등에서 정치토론을 세 번이나 했는데 선거 때 그것 봤다는 사람 한 명도 못 봤다. 이제는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의원 선거에서는 크게 도움 안 된다. 하지만 대선은 다르다. 노 대통령이 최초의 인터넷 대통령이라고 말했지만 2007년 대선 때 인터넷은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한나라당이 튀면 열린우리당도 가만 안 있을 것이다. 좋다. 서로 경쟁하자 이거다. 저쪽도 좋은 게 있으면 받아들이겠다. 내가 당의 1,2급 비밀을 왜 털어놓느냐. 인터넷 시대에 비밀이라는 게 고작 3개월 간다. 새로운 휴대폰 모델도 3개월이면 나오지 않나.


"김혁규 총리론, 조폭들이나 하는 발상"


"의원 빼내기가 한나라당 대선 패배의 한 요인"

"이인제, '프로판 가스 정치'하려고 금배지 달았나"





-화제를 다른 쪽으로 돌리겠다. 당에서 김혁규 총리 지명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그런 입장에 변함이 없나.

DR(김덕룡)이 지난 번에 '시험에 들게 하지 말라'고 했지만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인)노회찬씨도 적절히 지적했더라. 그 분 말대로 남의 집 여자를 뺏어간 뒤 화해하자고 하면 말이 되느냐. 인간이 자칫 잘못하면 지구를 파멸시킬 수 있을 정도로 인간의 지식이 커진 시대다. 20년전 국가 권력보다 삼성이 가진 정보권력이 훨씬 막강했다면 20년전 삼성의 정보권력보다 지금 디지털을 잘 이용하는 한 개인의 정보가 더 클 수도 있다. 이런 시대일수록 도덕성, 극기와 자제 같은 덕목이 필요하다. 김혁규 지사 건도 그렇지. 책략적이고 정략적인 발상을 한다는 게 참 서글프다. '한나라당이 세 번 공천을 줬기에 인품과 능력이 검증된 것 아니냐'고 여권에서 말하던데 답답하다. 한 당에서 세 번이나 도지사를 한 사람을 뺏어간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하는 건 비도덕적이고 조폭들이나 하는 발상 아닌가. 개인적으로도 김 전 지사를 잘 알지만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청와대가 김혁규 총리 임명을 강행한다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

상생의 정치를 포기하겠다는 뜻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한 정치적 책임은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져야 한다. 좀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우리는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모든 반대를 다하겠다. (임명동의안 처리 때 반대하는 것을 의미하느냐고 묻자) 그것도 포함되고, 청문회를 혹독하게 해서 그 사람이 부적격자이고 부도덕하다는 것을, 능력과 자격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입증해 도저히 안 되겠다는 여론을 이끌어내겠다. 충분히 자신 있다. (과거와 같은 장외투쟁도 하느냐고 묻자) 현재로선 장외 투쟁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

-지난 대선 당시 '이회창 대세론'이 우세할 때 많은 정치인들이 한나라당으로 옮겨갔고 한나라당은 그 사람들을 받아들이지 않았나. 한나라당도 잘못한 것 아닌가.

그때도 나는 이회창 후보에게 전화도 하고 직접 찾아가 '이제 의원들을 뽑아오고 뽑아가는 것은 없어져야 한다'고 했다. 이게 대선 패배의 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렇게 얘기하니 다른 사람들이 '김형오는 나이브하다. 선거라는 게 세 싸움인데 힘으로 눌러야 한다'고 했다. 나는 도덕적으로 결여된 것이니 국민들로부터 환영 못 받는다고 했다. (그럼 앞으로 한나라당은 집권하더라도 그런 일은 안 하겠다는 거냐고 묻자) 우리가 집권을 하더라도 안 된다. 물론 이념적인 성향을 찾아간다든지, 있던 당에서 핍박을 받아 있을 수 없어 새로운 목표를 다지기 위한 경우는 괜찮다고 본다. 자민련 강창희의원이 자민련에서 축출돼 온 것은 환영했다. 하지만 대선이라는 걸 앞두고 한나라당 입당한 거라든지 설득력 없는 이유로 '대통령당' 가서 총리 자리까지 앉는 건 안 된다. 정말 지역감정 해소에 기여하고 싶다면 그야말로 백의종군 하는 게 도덕성도 입증되는 거지. 우리 정치인들이 불신 받는 이유가 국민의 상식에 반하는 걸 해서다. 교과서에서 배운 걸 안하고 있어서 그렇지. 국민들 상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식으로 하자는 거다. 이인제 의원이 지구당사 앞에 프로판가스를 설치하고 하던데 그게 무슨 덕이 되느냐. 이런 식 정치 하자고 금배지 단 거냐.

"지역 화합 위원회 구성 검토하겠다"


"정략적 발상에서 나온 중대선거구제 반대...선거구획정위가 내놓으면 수용 가능





-이번 선거에서도 지역감정이 여전히 살아 있음이 입증됐다. 한나라당이 지역감정 해소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개선 방안이 있느냐.

우리는 지역감정의 수혜자인 동시에 피해자다. 그동안 한나라당이 영남권 중심으로 지지기반을 가져왔다. 그중 상당수는 한나라당을 무조건 찍겠다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자꾸 그런 게 약해진다. 영남 의원들은 억울한 게 우리는 나름대로 인물이 나아서 됐다고 생각하는데 지역감정 때문에 됐다고 하는 것이다. 물론 일정 부분 당이 수혜받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선에서 두 번 진 것도 영남당으로 몰린 때문 아니냐. 억울한 것은 영남은 3대7이 나오는데 호남은 9대 1이 나와도 영남 지역감정만 이야기하느냐 하는 거다. 물론 우리 당의 노력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

우리 당 상황을 잘 보여주는 게 이번 보궐선거다. 이번에도 우리가 전남 지사 후보를 못 냈는데 가슴 아프다. 호남에 후보도 못 내는 정당이라 하면 뭐라 하겠나. 호남 홀대한다, 무시한다 그러겠지만 우리가 원하는 사람은 후보로 안 나오려 한다. (격이) 좀 떨어지는 사람을 후보로 내세우면 또 '호남을 얼마나 우습게 보느냐' 한다. 이번에도 후보를 냈을 경우와 안 냈을 경우를 두고 무지하게 고민했다. 지역감정의 골이 아직은 깊다. 우리가 호남에 왜 한나라당 안 찍느냐 안 한다. 우리가 먼저 가슴을 열겠다. 제도적으로도 보완하겠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지역감정 개선책은 법적, 제도적인 문제와 인사정책상 문제, 예산 집행의 문제 등이 다 있다. 법적, 제도적 문제는 여야가 같이 노력해야 한다. 인사와 예산 집행의 합리성은 정부, 여당이 해야 하는 거다. 그럼, 한나라당은 뭘 하느냐. 마음 열고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선거 아닌 때에도 자주 호남지역을 방문해서 애로 사항을 듣고, 그쪽 사람을 당의 인사정책면에서 발굴하고, 정책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할 것이다. 지역화합을 위해 가시적인 노력을 할 거다. 태스크포스나 지역화합 위원회 같은 것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여권에서는 지역감정 해소를 위해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자고 한다. 상당수 학자들도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찬성한다. 한나라당도 지역감정의 피해자라면 굳이 왜 중대선거구제를 반대하나.

여권에서 중대선거구제 얘기가 어떻게 나오는지를 봐야 한다. 여당이 호남과 충청 등 6개 시도를 싹쓸이했다. 그런데 영남에서 기대치만큼 의석이 안 나왔다고 소선거구제가 문제 있다고 한다. 제도 탓을 하기보다는 (정치권이) 지역감정을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우리가 중대선거구를 반대하는 것은 이 제도가 국민들로부터 아직 검증이 안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 제도가 돈을 적게 쓰는 제도인지 검증이 안 됐다. 많은 대부분의 나라들이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다. 당이 정한 방침이 있다. 앞으로 선거구 획정위는 100% 민간인으로 하겠다는 거다. 거기에 따르면 된다.

-그럼 민간인 선거구획정위에서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는 안을 내놓으면 그것을 수용하겠다는 말인가.

만약의 경우이기 때문에 말하기 조심스러운데...(말을 잠시 흐린 뒤) 민간위원회를 어떻게 구성하느냐. 각 당에서 추천한 인사들이 모여 획정을 하게 된다. 거기서 (다음 선거) 이 년 전쯤에 이런 이런 제도를 하라고 하면 해야지.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는 안도 받아들이겠다는 거냐고 다시 묻자) 선거구획정위가 가져온 안 이라면 수용하겠다.
by 선대인 2008. 9. 4. 17:00

“아랍 외교전문가 없어 화 키운다”


김선일씨 피랍 및 사망 사건에 대한 정부의 대응과정을 보면 곳곳이 문제점 투성이다. 여당의 핵심 인사인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원이 "대한민국의 국가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말할 정도다. 지금까지 드러난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살해된 김씨는 정부가 당초 발표한 17일이 아니라 그 이전에 납치된 것이 유력시 되고 있다. 외교부도 김씨 피랍 시점이 '지난달 31일'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히고 있다. 이게 맞다면 우리 정부는 김씨 피랍 시점에서 20여일이나 지난 뒤인 21일 새벽에야 납치 사실을 파악했다. 불과 100명도 안 되는 바그다드 시내 교민들의 행방을 3주가량이나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현지 대사관이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할 경우 대사관측에 즉각 알려주도록 충분히 주지시키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이는 이라크 파병을 앞둔 우리 정부의 느슨한 현지 대응 태세와 정보 수집 능력 부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김씨의 납치 사실이 알려진 뒤 정부는 "모든 채널을 가동해 구명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뒤늦게 호들갑을 떨었지만 실제 효과는 전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 같은 잇따른 실수를 대(對) 아랍 전문인력 및 협상력 부재에서 꼽고있다.





김선일씨 피랍과 관련, 21일 오후 외교통상부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앞서 회의 참가자들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왼쪽). 22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 [사진=연합]

▼전문가 부족=이번 사태로 국내 아랍 관련 인력, 특히 이라크 전문가가 크게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 이라크 대사관 및 외교부에 아랍어 전공 인력이 몇 명 있지만 아랍 전문가라고 할만한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대외 정보를 수집하는 국가정보원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국외국어대 터키어김대성 교수는 "외교부나 국정원 직원들 대다수는 선진국 근무를 선호하고 아랍 등 오지 근무를 기피하고 있다"며 "중동 지역은 잠시 쉬어가는 곳 정도로 생각해 제대로 현지 인맥을 장기간에 걸쳐 구축한 전문가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동 관련 일이 터지면 국내의 몇몇 학자들에게 들은 이야기로 정책을 수립하는 수준으로는 현지 실정에 맞는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놓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부내 실무형 전문가뿐만 아니라 중동 지역 학자도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국내 중동학회 회원은 200명 가량이지만 이 가운데 제대로 학회 활동을 하는 사람은 40~50명 안팎.그나마 이집트 터키 등에서 유학한 사람이 많고 이라크에서 유학한 사람은 전무하다. 중동 특수 이후 관계가 멀어진 데다 이라크 내 정정이 불안해지면서 유학 수요가 없었던 것. 이런 경우 정부가 중장기적 관점에서 국비를 지원해서라도 최소한의 전문 인력을 양성했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반대로 일본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중동 유학생을 육성하고 외교부 내에서도 수십년간 한 지역에서만 근무하는 지역 전문 인력을 키웠다. 얼마 전 일본인 인질들의 석방 과정에서도 이들 전문 인력들이 구축한 현지 인맥들의 도움이 컸음은 물론이다.

협상 전문가가 부족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김선일씨 피랍 사건은 일반적인 협상과 달리 '인질 협상(Hostage Negotiation)'이기 때문에 여기에 맞는 협상전문가가 협상과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영화 '니고시에이터(Negotiator)'에서 보는 것처럼 인질을 잡고 있는 과격 분자나 과격 단체와 협상할 경우 관련 전문가들이 협상 상대의 반응을 점검하며 고도의 지능적인 협상을 벌여야 한다는 것. 하지만 국내에는 인질협상은 고사하고 일반적인 국제협상을 담당할 전문가도 매우 드문 실정이다.

미국에서는 협상프로그램(Program On Negotiation)으로 유명한 하버드대를 비롯, 상당수 대학이 박사급 협상전문가들을 분야별로 체계적으로 키워내고 있다. 또 변호사와 수사인력 및 외교 인력의 상당수가 협상 실무에 대한 체계적 훈련을 받고 있다.

이렇다 보니 김씨 피랍사건과 관련해 현지에 급파된 협상단에는 사실상 아랍전문가도, 협상전문가도 없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 셈이다.▼협상과정의 문제점=정부가 이번 김씨 사건 같은 경우가 발생할 것에 대비해 사전에 인맥을 구축하는 등의 노력이 미비했기에 이번 사건에서 정부의 역할은 처음부터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같은 제한적 상황에 더해 우리 정부는 협상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문제를 범했다.

미국에서는 인질 협상의 경우 정부나 수사 당국은 공식적으로는 상대의 요구 조건에 전혀 응하지 않는 것이 기본 원칙처럼 돼 있다. 만일 협상을 하더라도 은밀한 물밑 채널을 통해 '비밀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일관된 원칙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대응했다. 이라크 파병 강행 방침을 거듭 재확인해 테러단체의 요구에는 응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드러내놓고 온갖 협상을 시도하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연출한 것.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은 협상 시간마저 단축시키고 향후 이들 단체의 협상력만 키워놓는 우를 범한 셈이 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협상문제 전문가는 "테러범이나 인질범들과 협상해 타협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은 제2, 제3의 인질범들을 키우게 하는 행위"라며 "공개적으로 호들갑스럽게 협상하는 것이 국민 정서와 정치적 이익에는 부합할지 모르나 인질이나 국익에는 모두 도움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납치 단체와 인질의 성격 달랐다=많은 이들이 일본의 피랍자들은 풀려났는데 김선일씨는 풀려나지 못하고 비극을 맞은데 대해 정부에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물론 위에서 본 것처럼 정부의 '과오'는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납치 단체와 인질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일본의 경우와 평면적으로만 비교할 일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우선 김씨를 납치한 '알 타우히드지하드(유일신과 성전)'는 알 카에다 산하 정치테러단체로 일본인들을 납치했던 '사라야 알 무자헤딘(전사여단)이라는 무장단체와는 성격이 다르다. 또 일본인들은 평화운동을 벌이는 시민운동가들과 그들의 활동을 취재한 기자였다는 점에서 가나무역 직원인 김씨와는 다르다. 특히 군납업체인 가나무역이 BBC 등 외신에서 미군 지원(supporting U.S. military) 업체 등으로 묘사됐고 실제로 김씨가 미군에 물건을 배달하다 납치됐다는 점에서 이라크인들에게 다르게 비쳐졌을 가능성이 높다.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인남식 연구원은 "김씨가 소속된 가나무역이 미군 지원 업체로 소개돼 이라크 과격 분자들 눈에는 가나무역 직원이나 미군이 똑 같은 존재로 비쳐져 이라크인들의 분노를 샀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인교수는 그러나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파병방침을 재강조한 것은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문제의 테러조직이 단순히 몸값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한국의 파병 철회라는 확고한 정치적 목표를 내세운 만큼 정부가 이라크 파병 방침을 거듭 확인한 것은 그들의 '결단'을 더욱 촉구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by 선대인 2008. 9. 4. 16:52

관료들, 국민 편한 개혁은 안 하고 머리 엉뚱한 데 써


"우리 관료들은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정책에는 머리를 많이 쓰고, 돈 안 들고 국민들 고생 안 시키는 데는 늦습니다. 머리들을 이상한 데다 씁니다. 돈 안 들고 국민 편한 개혁은 안 합니다. 87년 민주화 운동 이후 들어선 노태우 대통령부터 노무현 대통령까지 17년동안 관료사회의 개혁은 제대로 못했습니다. 관료사회를 개혁하지 못하면 외환위기와 카드채 사태에 이은 제 3의 위기를 언제든 맞게 될 수 있습니다."

김태동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미디어다음과의 인터뷰에서 '관료사회 개혁론'을 시종일관 매우 강하게 제기했다. 김 위원은 김대중 정부 초대 청와대 경제수석과 정책기획수석, 정책기획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재벌 개혁 등을 통해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다.

한국은행 그의 사무실에서 약 2시간반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 위원은 "관료들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정책은 관이 결정한다'는 일제시대의 잔재를 그대로 유지하는 게 문제"라며 "직선 대통령들이 그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어떤 대통령이 와도 경제로 성공한 대통령 되기는 어렵다"며 "역대 대통령들이 대체로 처음 2년은 관료 얘기를 많이 안 듣고 잘 하다가 3년째부터 관료들 얘기를 많이 듣기 시작해 임기가 끝날 때에는 매번 경제에서 높은 평가를 못 받았다"고 지적했다.

김위원은 이 같은 연장선상에서 우리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 해야 할 일로 부패 척결과 관료사회의 개혁을 꼽았다. 그는 "특히 공공부문의 부패를 현저하게 낮춰야 한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휴대폰과 자동차를 만들면서 부패 문제는 왜 아프리카 나라와 어깨를 견주느냐"고 개탄했다. 그는 또 예산을 수조 원 절감하는 효과를 내는 최저가낙찰제 확대시행 유보나 정치권의 정치자금법 개정 시도를 예로 들며 "대통령의 임기가 절반도 안 지났는데 부패세력이 점점 활개 치는 방향으로 간다"고 성토했다.

그는 또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은 현재 또는 장래의 국민 부담을 늘리는 것인데 관료들이 치밀한 검토 없이 매우 단기적으로 생각한다"며 "그러니 지방공항 등 수요가 많이 없는 사회 인프라를 마구잡이로 건설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관료들이 이런 불필요한 사업들이 없으면 자기 자리를 유지할 수 없으니까 5조~10조원씩 들어가는 사업의 계획을 밤을 새서 만든다"며 "일본의 10여년 장기 침체가 바로 이 같은 관료주의와 부패, 재정적자의 결과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박정희식 패러다임은 더 이상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해악을 준다"며 "그 증거가 외환위기와 신용카드 위기라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성이 부족한 관료 주도의 경제정책이 경제 발전에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 그는 또 고시제도와 순환보직제가 관료들의 전문성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하고 "시장에서도 전문가를 구해야 제3의 위기를 겪을 확률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우리 경제가 수출 부문에서는 호조를 보이면서도 내수가 침체한 원인으로 카드 채 사태와 부동산 투기를 들고 이에 대해서도 정책 당국자들을 호되게 비판했다. 거품으로 단기 경제성장율은 높였지만 이 때문에 생긴 카드 빚과 부동산 대출로 소비가 현저히 줄어 내수가 침체에 빠지도록 했다는 것. 그는 "재경부나 건교부가 부동산 값이 뛸 때 적절한 정책을 내놔야 하는데 오히려 거꾸로 갔다"며 "공무원들이 맡은 분야에서 수단 방법을 안 가리고 투기를 키워서라도 경기를 살리려 하는 수십 년 된 문화에서 생겨난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특히 부동산 투기 문제와 관련, "잠재적으로 카드채 사태보다 더 걱정되는 분야"라며 "일본이 부동산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10년 이상 잃어버렸는데 우리는 부동산 문제가 해결 안 되면 선진국 꿈을 버려야 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그는 "국내 부동산 값이 지금 침체를 겪고 있지만 이미 국민소득 3만 달러 수준에 와 있다"며 "열 살 난 아이가 스무 살 장정이 져야 할 무거운 짐을 지고 수 년을 살아야 하는 게 우리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카드 거품으로 2년 덕 본 것 2년 이상 걸려 비용 지불"






-현재 한국경제가 어떤 상황인가.

97년 이전에 비하면 우리 경제가 구조적으로는 괜찮고, 97년 외환위기 직후보다도 좋다. 고쳐야 할 부분은 많지만 아주 나쁜 것은 아니다. 작년에 수출이 많이 돼서 경상수지 흑자가 280억 달러 전후가 됐다. 반도체, 휴대폰, 자동차, 조선, 철강 등은 예외 없이 다 잘 돼 수출이 30%정도 증가했다. 세계 경제가 좋아지는 것을 중국 다음으로 2,3번째로 잘 활용한 나라다. 그렇게 잘한 것을 신문에서 제대로 보도 안 한다.

그렇게 수출을 잘 하는 데 기여한 기업들은 국민들이 굉장히 칭찬해야 한다. 한국을 외국이 어떻게 평가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환율이다. 지난해 우리는 대외통화 가치 절상을 막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외환보유액이 500억 달러 늘어났다. 그렇게 늘려도 연초 환율이 1180원대에서 1030원대로 연초에 비해 13%가량 절상됐다. 그만큼 우리 경제가 강하다는 거다. 대외적으로는 굉장히 좋은 해였다.

-수출은 잘 되지만 내수경기는 침체라고 아우성이다. 왜 수출 호조가 내수경기로는 연결이 안 되나.

지난해 수출이 달러 기준으로 30% 가까이 증가했고, 전체 경제성장률도 4.6~4.8% 정도로 추정된다. 2,3년 전까지 우리 잠재성장률을 5% 내외로 봤으니 우리 능력 정도를 한 거다. 어느 부문은 세계에서 2,3등 할 정도로 성과를 냈지만 어떤 부문은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교육, 유통, 음식숙박업 등 서비스산업이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서비스산업이 국내총생산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제조업은 30% 정도를 차지한다. 제조업 수출이 잘 돼 10% 이상 상승해도 서비스산업의 마이너스 성장으로 전체 성장률은 4% 후반대가 되는 것이다.

그럼 왜 서비스 산업이 마이너스 성장을 했느냐. 특별한 이유가 하나 있다. 우리 정부 관료들이 제 발이 저린지 이것을 잘 얘기 안 해서 국민들도 잘 모른다. 그게 2001~2002년에 있었던 신용카드 거품이 2003년 초부터 꺼지면서 일어난 내수침체 효과다. 97년 외환위기로 우리 경제가 7년 이상을 잃어버렸는데 신용카드 거품 때문에 우리 경제가 다시 2년 이상을 잃어버렸다. 신용카드로 한 군데서 몇 천만원씩 빌려서 쓸 때는 좋았다. 그런데 카드 돌려막기가 계속되나. 카드채 거품이 2002년말에 시작돼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꺼지기 시작했다. 많은 소비자들이 빚 갚기에 바빠진 것이다. 여행도, 외식도 못하고 학원도 덜 보내게 됐다. 그런 현상이 지난 연말까지 계속되고 있다. 만약 작년에 민간 소비가 90년대처럼 5%만 증가했으면 우리 경제의 지난해 성장률은 8% 가까이 된다.

2002년 상반기까지 당시 정책자들이 신용카드 붐으로 인한 소비 경기 붐에 도취돼 안이했다. 한편으로는 당장의 경제성적표에 너무 욕심을 냈다. 이 때문에 2002년에 경제 성장률이 7%나 돼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았다. 그 해 대만, 싱가폴 등은 마이너스 성장을 할 때다. 우리는 카드 거품으로 인한 내수가 좋아서 그 때는 덕을 본 것이다. 이제 그 비용을 2003년부터 지불하고 있다. 2년 덕 본 것을 2년간 비용 지불해 본전을 맞추면 좋은데 사실은 빚을 갚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린다. 작년, 재작년은 소비가 마이너스 성장했고, 올해는 소비가 플러스로 반전하겠지만 미미할 것이다. 우리 수출 증가율이 동남아국가들보다 더 높은데도 전체 성장율이 더 낮은 것은 카드 거품이 꺼졌기 때문이다.

"카드 사태 관련 모두 책임졌는데 정부만 책임 안 져"


"사회 민주화됐지만 관료사회 개혁은 한 번도 못해"

"고시와 보직순환제로는 관료 전문성 못 키워"





-DJ정부가 경기 침체를 피하기 위한 탈출구를 찾는데 집착했던 것 같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있던 터라 카드채 거품을 의도적으로 띄웠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그 부분에 대해선) 아직도 궁금하다. 현 정부 잘못은 분명히 아니다. 대통령이 바뀌었는데도 잘못된 정책 실패사례에 대해 왜 분석을 안 하나. 소 잃고 왜 외양간도 안 고치나. 비슷한 방식으로 제1, 제 2, 제 3의 위기가 있을 수도 있지 않나. 그런 일이 생기면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달성하는데도 걸림돌이 된다. 외환위기로 7년, 카드위기로 2년, 최소 9년 동안 짐을 안고 살아야 한다. 제 3의 위기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외환위기나 신용카드 위기에 무슨 잘못이 있었는지 알아야 한다.

물론 갚을 능력을 넘어서 카드로 불필요한 것을 산 것은 당사자에게 우선 잘못이 있다. 두 번째는 신용이 없는 사람에게 카드 발급하고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을 해준 신용카드사들의 잘못도 있다. 세 번째는 감독하는 금융감독원이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 금융감독기구가 제대로 했다면 카드 남발을 억제할 수도 있고 중간에라도 카드사들을 검사해서 리스크와 신용 관리를 하는지 확인했어야 했다.

금융감독기구의 독립성은 낮은 수준이다. 금융감독기구가 나름대로 노력했는데 독립성이 없어서 정부 눈치를 보느라 못했다면 영향을 미친 재정경제부나 청와대가 잘못한 것이다. 카드사태를 보면 인도네시아보다 경제정책을 못하는 나라로 기네스북에 올라갈 정도다. 결과적으로 많은 국민들이 2년 이상 고생하는 결과가 생겼다. 그런데 국민들이 마음이 너무 좋은 것인가. 그런 정책을 추진한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너그러운 마음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채무자들은 빚을 상환하면서 책임지고, 신용불량자는 여러 가지 혹독한 고생하면서 책임지는 것이다. 카드사들은 합병되거나 인수되면서 일부라도 책임을 졌다. 일부 대주주가 책임을 졌느냐 하는 문제는 남아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 제한을 카드사에 권고한 것이 2002년 하반기였는데 너무 늦었다. 1년 반이나 2년 전에 내려야 했던 결정을 너무 급브레이크를 밟으니 신용카드 거품이 확 빠지면서 우리가 고생하는 것이다.

금감위가 독립성이 없어 적시에 제동을 못 걸었다면 금감위, 금감원에 독립성을 부여해야 한다. 우리 관료들은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정책에는 머리를 많이 쓰고, 돈 안 들고 국민들 고생 안 시키는 것은 늦다. 머리들을 이상한 데다가 쓴다. 돈 안 들고 국민 편한 개혁은 안 한다. 노태우 대통령부터 노무현 대통령까지 17년동안 관료사회의 개혁은 제대로 못했다. 관료사회의 개혁을 못하면 제 3의 위기를 맞게 된다.

-관료사회의 개혁을 언급했지만 우리 경제가 질적 전환을 하기 위해서는 정부 등 공공부문의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박정희식 패러다임은 더 이상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해악을 준다. 그 증거가 외환위기와 신용카드 위기라고 본다. 그래서 97년 외환위기 직후에 재벌, 금융, 노사, 공공 등 4대 개혁을 했다. 재벌개혁을 한다는 건 많이 나왔고 금융개혁도 일반 금융기관을 놓고 보면 어느 정도는 이뤄졌다. 노동부문의 유연성도 많이 높아졌다.

하지만 정부 부문은 아직 별로 개혁되지 않았다. 외환위기의 교훈이 뭔가. 97년 위기상황에 접근할 때 몇 달 전에 미리 대비했다면 외환위기까지는 안 갔을 것이다. 당시 중요한 자리에 전문가가 없었던 탓이다. 61년 이후 박정희식 경제개발 방식은 큰 방향을 청와대에서 정하고 실행하는 것을 관련 부처에 맡기고 시장을 끌어갔다. 그 뒤에 전두환 씨가 독재하면서 같은 패러다임으로 했다. 80년대 말 대기업 쓰러질 때도 다른 대기업이 빚까지 같이 인수하게 해 넘기는 식으로 필요한 개혁을 안 하다가 결국 외환위기를 겪었다.

이제는 박정희식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재벌에 의존한 경제 정책은 DJ정권 때부터 어느 정도 바뀌었다. 하지만 관료 중심의 정책생산은 박정희 정권 때보다 더 의존도가 높아진 측면도 있다. KDI나 대외경제연구원 등 정부 출연 연구소의 독립성이 과거보다 더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관료들의 정책이 결정된 뒤 그걸 합리하화는 연구만 한다면 없는 것만 못하다. 그럼 관료들이 전문성이 있어야 하는데 관료들은 20대 후반에 행정고시를 보고 들어온 사람들이다. 회계사나 사시 출신들은 합격자 수가 늘어 경쟁이 치열해지고 합격한 뒤에도 공부를 많이 한다. 그러나 행시 출신 공무원들은 여전히 많이 안 뽑는데다 순환보직 때문에 전문성이 부족하다. 개방된 시장경제에서는 경제 정책 공무원은 고도의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 시장에서도 전문가를 구해야 제 3의 위기를 겪을 확률을 줄일 수 있다.

현재의 관료 선발, 승진 시스템으로는 안 된다. 순혈주의에 빠져 20년 전에 시험으로 뽑은 사람을 가지고 체계적인 훈련 없이 현재의 복잡한 문제에 처방을 내리라는 것은 그 분들이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너무 무리다. 미국은 고사하고 동남아 국가들이 하는 인력 충원 방식에도 못 미친다. 고시제도는 없앴으면 좋겠다. 어느 나라에도 고시가 없는 걸로 알고 있다. 일본도 부동산 버블로 고생했는데 결국 관료들의 정책 판단 잘못 때문이다. 사람이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자율성 없이 우물 안 개구리 모양으로 생활하면 처지게 돼 있다. 미국에서는 관료 생활을 관두고 민간부문에 진출하면 10배의 연봉을 받는다. 우리는 그런 게 안 되니 국장은 차관, 차관은 장관, 장관은 대통령 눈치를 보니 소신껏 정책을 밀지를 못한다. 관료들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정책은 관이 결정한다'는 일제시대의 잔재를 그대로 유지하는 게 문제다. 직선 대통령들이 그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는 게 안타깝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어떤 대통령이 와도 경제로 성공한 대통령 되기는 어렵다. 역대 대통령들이 대체로 처음 2년은 다 잘한다. 처음 2년은 관료 얘기를 많이 안 듣다가 3년째부터 관료들 얘기를 많이 듣기 시작해 끝날 때는 매번 경제에서 높은 평가를 별로 못 받았다.

-정부정책이 잘못됐을 때 왜 제대로 된 평가가 없나.

(잘못을 저지른) 같은 사람에게 평가하라고 하니 그런 거다. 벤처정책이 잘못됐을 때도, 신용카드 사태가 잘못됐을 때도 그 때나 지금이나 아무 변화 없는 이유가 뭔가. 정책 실패를 거듭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대통령, 관료 문제 심각성 몰라"

"국내 부동산 가격 국민소득 3만불 수준"

"투기 키워서라도 경기 살리려는 관료 문화 없어져야"





-노무현 대통령이 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는 건가, 아니면 아는데 관료들에 휘둘려 개혁을 못하는 건가.

모르고 있다. 전문성이 부족한 사람들이 경제정책, 사회정책을 근시안적으로 추진하고 새로운 정책을 시행할 때 과거 잘못을 덮어버리는 방식으로 하는 것은 하루 빨리 고쳐야 한다. 그런 건 돈 드는 것이 아니다. 금방 된다. 고시 없애는데 돈 드나. 능력 있는 사람을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뽑도록 활성화해야 한다. 사람 뽑는 것은 좀 더 수공업적으로 해야지 고시로 머리 좋다는 것만 보고 뽑는 것은 안 된다. 사람 뽑는데 좀더 성의를 더해야 한다.

-아까 신용카드 거품 붕괴가 내수 침체에 미친 영향을 언급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부동산 거품이 우리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더 크다고 하는데.

분명히 그것도 중요한 원인이고, 사실은 잠재적으로 카드채 사태보다 더 걱정되는 분야다. 일본이 부동산 문제 제대로 대처 못해 10년 이상 잃어버렸는데 우리는 부동산 문제가 해결 안 되면 선진국 꿈을 버려야 할지도 모른다. 부동산 값이 서울 강남을 보면 국민소득 3만달러 수준에 와 있다. 그런 나라들의 가장 요지 가격에 와 있다. 예컨대 미국 LA의 헐리우드 톱스타들이 사는 집들이 200만~300만 달러까지 가는지 모르겠는데 강남에는 20억,30억 가는 데가 있지 않나. 평수로 따지면 더 심하지. 거기에는 2000평, 3000평 하는 게 100만~200만 달러 하는데 우리는 100평, 200평 짜리가 20억~30억 하니 말이 되나.

10살 정도 아이가 스무살 장정이 져야 할 무거운 짐을 지고 수 년을 살아야 하는 게 우리 경제의 모습이다. 이렇게 되면 보통 사람이 결혼한 후에 월급 저축해서 집을 마련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길어진다. 경우에 따라서는 일생을 집을 마련하기 위해 살거나 집을 못 마련하겠으니 전세나 살겠다고 할 수도 있다.

신용카드뿐만 아니라 부동산 대출 많이 받은 가구는 빚 갚느라고 소비를 많이 줄였다. 도시가구 근로자를 5개 계층으로 나눠 원리금 상환 부담률을 가처분소득으로 나눈 비율을 보면 오히려 고소득 근로자의 원리금 상환비율이 더 높다. 이 사람들이 카드빚 때문에 그렇지는 않을 테고 부동산 대출하고 빚 갚느라고 그랬을 것 아니냐. 지금 근로계층은 저소득이든, 고소득이든 높은 원리금 상환 부담 때문에 돈을 못 쓰고 있는 것이다. 자영업자들도 마찬가지 상황일 것이다.

-결국 부동산 투기 사태와 관련해서도 정부 관료들이 제대로 대책을 내놓지 못한 것 아닌가.

80년대 후반 부동산 값이 폭등할 때 도입된 토지초과이득세 등 부동산 투기 억제 수단이 국민들이 잘 모르는 사이에 많이 없어졌다. 택지소유 상한제 등은 위헌 결정을 안 받았는데도 건설교통부가 갈수록 대상을 점점 축소시켜 몇 년 전부터는 완전히 없어졌다. 요즘 재건축이 문제 되니 거기에 한해 재도입한다고 하는 정도지. 부동산 투기 억제 수단을 하나하나 없애가도 우리 행정은 잘못된 것을 덮어버리기 때문에 누가 없앴는지 알 수도 없다.

2001년부터 주택가격이 막 뛰지 않았나. 왜 뛰었나. 여러 요인이 있다. 2000년부터 IT붐이 빠지면서 부동산으로 돈이 몰리기도 했고 금리가 싸진 것도 이유다. 정부가 90년대 초부터 아까 얘기한 투기억제 수단을 없앴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아파트 전매 등 투기를 조장하는 수단을 많이 도입한 것도 이유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은 재경부나 건교부가 부동산 값 뛸 때 적절한 정책을 내놔야 하는데 오히려 거꾸로 갔다. 공무원들이 맡은 분야에서 수단 방법을 안 가리고 투기를 키워서라도 경기를 살리려 하는 수십 년 된 관행에서 나온 것이다. 외환위기 겪으면서 없어졌어야 하는데 그게 계속 온존해왔다. 2001년 이후 부동산 값이 많이 폭등했을 때 정책타이밍을 놓쳤다. 2001년에 근본대책이 나왔어야 했는데 야금야금 정책을 내놓다가 2003년 10.29대책으로 결국 투기붐을 막았다. 시기를 놓친 것이나 대처하는 꼴이 카드채 사태와 꼭 닮았다.

-지금 상황에서 부동산 정책을 어떻게 가져가야 하나.

아파트를 합쳐 토지의 부동산 가치가 대략 4000조~4500조원 정도 된다. 이게 15% 이상 떨어진다고 하면 모든 금융기관에서 만기 때마다 최대한 주택담보 대출을 회수하려 할 것이다. 더구나 경매가는 살 사람이 없어 10억 짜리가 1억원도 될 수 있다. LTV(Loan to value. 부동산 가격 대비 대출한도)를 2002년에 거의 규제 안 해 은행이 이 비율을 70%까지 내렸을 것이다. 60%까지만 내렸더라도 15% 정도 떨어지는 사태가 생기면 경매가는 폭락한 상태로 진행될 수 있다. 그래서 경착륙은 안 된다. 아무리 거품이 싫어도 그건 안 된다. 경착륙은 안 되지만 현 수준 유지는 안 된다는데도 동의할 것이다. 그러면 조금씩 하락해야 하는데 지난 해 물가 상승률이 3.6% 이므로 실질 아파트 가격은 5% 정도 내린 것이다. 일부 강남 지역에서 30~40%의 거품이 있다면 작년 수준으로 간다면 최소한 5년 정도는 가야 한다. 그 무거운 짐을 어찌됐던 지고 갈 수밖에 없다. 건설경기는 냉각되겠지만 어느 정도의 냉각은 감수해야 한다.
 
"선진국 진입 위해 부패 척결과 관료 문화 개혁 필수"

"세계 최고 수준 휴대폰 만들면서 부패는 왜 후진국 수준인가"

"관료들 자리 보전용 각종 사업 밤 새서 만들어"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뭔가.

환율 추세나 경제 성장률, 물가 상승률 전망 등을 종합하면 2008년에 2만 달러가 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문제는 선진국이 되는 과정이다. 지금은 2만 달러라고 반드시 선진국이라고 할 수 없다. 우리 사회의 정신적, 문화적 수준이 덩치에 비해 너무 떨어져 있으면 2만 달러가 다시 1만5000달러로, 1만 달러로 갈 수도 있다.

우리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 우선 정부가 할 일이 부패 척결이다. 특히 공공부문의 부패를 현저하게 낮춰야 한다. 부패문제는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 올해 노대통령 신년사까지 빠진 적이 없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투명성 지수는 10점 만점에 4.5점을 맴도니 아프리카 우간다 수준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휴대폰과 자동차를 만들면서 부패 문제는 왜 아프리카 나라와 어깨를 견주나.

정부가 올해 확대시행을 약속했던 최저가낙찰제를 지난해 말 슬그머니 또 다시 유보했다. 최저가낙찰제는 '글로벌 스탠다드'이고 도입할 경우 예산을 수조원이나 절감하는 효과를 낸다. 그런데 정부가 전력을 다해 이를 미루고 있다. 언론까지 이를 돕고 있다. 국회는 1년도 안 된 정치자금법을 과거로 돌리려 한다. 대통령의 임기가 절반도 안 지났는데 부패세력이 점점 활개 치는 방향으로 간다. 이런 식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은 현재 또는 장래의 국민 부담을 늘리는 것이다. 관료들이 정부 지출을 늘릴 때 치밀한 검토 없이 매우 단기적으로 생각한다. 그러니 지방공항 등 수요가 많이 없는 사회 인프라를 마구잡이로 건설하는 것이다. 그게 일본형이다. 일본형 불황은 관료주의와 부패, 재정적자의 결과물이다. 관료들이 이런 불필요한 사업들이 없으면 자기 자리를 유지할 수 없으니까 5조~10조원씩 들어가는 사업의 계획을 밤을 새서 만든다. 재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부패수준을 낮춰야 한다. 이미 우리 국민의 담세율은 선진국 수준에 와 있는데 부패는 아직 아프리카 국가 수준이다.

경제(經濟) 에서 경은 '곧이 곧대로'라는 뜻이 있다. 그 반대는 제멋대로 하는 거다. 제멋대로 하는 것은 권세 권(權) 자다. 경제에서 제일 좋은 것은 곧이 곧대로 돌아가게 하는 것, 법과 규칙에 따라 물 흐르듯이 사람들이 편하게 생산하게 하는 것이다. 법(法)도 물 흐르듯 하게 하는 거다. 법치가 되면 경제가 된다. 하지만 우리 부패 수준이 높고 법과 관련해 흥정이 이뤄지기 때문에 법치가 문란하다. '차떼기'도 사면되고 하는 것도 법치가 문란한 것이다. 대통령이 사면 한 번도 안 하면 법치가 업그레이드 될 것이다. 부패가 적발돼도 법이 느슨하게 적용돼서 재벌 총수와 국회의원이 법을 우습게 아는 것이 경제를 아주 나쁘게 한다. 4700만이 경제행위를 하는데 결국 사회 구성원 모두가 얼마나 최선을 다해 노력하느냐에 따라 경제성적표가 좌우된다. 열심히 하는 것을 가로막는 게 부패다. 직장에 들어가서 승진할 때도 돈 주고 공무원 상대로 뇌물 잘 주고 술 잘 먹고 하는 사회가 어떻게 선진사회가 되겠나.

두 번째는 낡은 관료시스템의 개혁이다. 아까 말한대로 고시 없애고 공무원에게 충분한 봉급을 주도록 해서 유능한 사람이 시장에서도 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럼 정부 안에만 관료주의가 있나. 재벌이 됐든 어디든 대학 졸업한 뒤에 뽑은 사람들만으로 승진하도록 하고 정책을 결정하는 시스템 아래서는 비정부기구라도 관료주의 문화가 형성될 수 있다. 그런 데서는 고객이나 시장을 중심으로 생각 않고 인사권자만 보게 된다. 심지어 축구팀에도 관료문화가 있어서 히딩크가 그걸 깨려고 하지 않았나. 우리 사회 전반에 히딩크가 필요하다. 관료주의를 안 깨면 선진국이 안 된다. 일본도 제조업 선진국이 됐지만 관료주의가 만들어낸 부동산 거품 붕괴로 10년을 잃었다.

물론 기본적으로 정부가 해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정부는 결국 국민들이 선택하는 것 아닌가. 국민들이 상시로 주인 노릇을 제대로 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 노력하고 정부가 잘못할 때 제대로 하라고 지적하는 게 국민이 할 일이다.
by 선대인 2008. 9. 4. 16:21

라이스 국무장관과 인터넷 언론 패널 토론회 일문일답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20일 오전 9시 서울 하야트 호텔에서 국내 인터넷 미디어 주요 인사들과 한반도 문제 및 국제 정세 등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의 목소리는 비교적 차분했으나 '공격적인 질문'이 많아 토론회 동안 계속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많은 한국민들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바라는 반면 미국은 강경한 자세로 일관하는 것 아니냐", "북한에 대한 침공의사가 없다는 발언과 '폭정의 전초기지론'은 모순된 것 아니냐" 는 등 패널들의 추궁성 질문들이 쏟아진 것. 반면 라이스 장관은 정치학자 출신답게 국제정세와 부시 행정부의 외교 철학 등을 자세히 설명하며 패널들의 예봉을 피해나갔다.

다음은 라이스 국무장관과 패널들 간의 일문일답. 문 "한국민 평화 해법 원하는데 미국은 강경" vs 답 "한미 시각 다르지 않다"
문 "북한 체제보장 먼저 할 생각 없나" vs 답 "북, 6자회담 복귀해야 체제 보장"






힐 대사

: 안녕하십니까. 오늘 포럼에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은 세계에서 인터넷 보급률이 가장 높은 나라로서, 인터넷 언론이 상당히 활발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는 뛰어난 인터넷 언론인 여러분들이 많이 와 계십니다. 그럼, 이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 장관을 소개합니다.

라이스 국무장관

: 감사합니다, 힐 대사님. 여기 나와 주신 모든 언론인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우선 몇 가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인터넷 언론인 여러분들과 함께 자리를 하게 되어 무척 기쁜데요, 저는 캘리포니아 실리콘 밸리 출신으로서 인터넷을 매우 좋아합니다. 어쩌면 제가 다시 스탠포드에 갈 때 여러분들의 기사를 인터넷에서 읽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우선 한미 양국의 좋은 관계에 대해 잠깐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관계는 50년 이상 전에 시작된 것으로 끔찍했던 전쟁을 계기로 탄생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제 한미 관계는 이 아태지역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힘이 될 뿐 아니라 전 세계 평화와 안정에도 기여하는 관계가 됐습니다. 우리는 이제 세계적인 책임을 맡고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한국의 훌륭한 민주주의와 번영, 및 경제 발전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셔야 하며, 미국은 이를 존중합니다. 미국은 또한 한국군이 다른 나라 국민들도 이런 자유와 번영을 추구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는 점도 감사히 여기고 있습니다. 한국군은 아프가니스탄 재건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라크 사람들도 도와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오늘 한국 국민과 미국 국민 사이의 좋은 우호관계, 양국의 훌륭한 동맹 관계, 그리고 미래 세계 평화와 안정 증진에 대한 우리의 책임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나왔습니다. 그럼, 이제 질문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질문

: 미디어 다음의 선대인 기자입니다. 여기 패널들을 대신해서, 라이스 국무장관님의 방한을 환영하구요, 또 이번 방문에서 한미 관계에서 의미있고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어서 돌아가시기를 기대합니다. 질문 드리겠습니다. 미국과 한국 사이에 북한 문제를 보는 시각차가 적지 않습니다. 많은 한국인들은 북한의 심각한 인권 침해와 북한 핵보유 선언등을 우려하면서도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를 바랍니다. 실제로 지난 2월 10일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공식선언한 직후 실시된 한 국내 여론조사를 따르면 한국 국민의 75%가 북한의 핵보유 선언에도 불구하고, 대북특사 파견 등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은 북한 문제를 단지 미래 테러위협을 줄이기 위한 정책의 하나로 보고 필요할 경우 대북 제재조치와 봉쇄조치도 취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또 한국민들 중에 상당수는 미국이 필요한 경우 북한에 대한 이라크식 선제 공격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은데요, 장관께서는 이같은 양국 정부와 국민이 갖는 시각차에 대해 인식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이 같은 시각차를 극복하기 위해서 미국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이고 또 한국 국민들 한국 정부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할 것인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답변

: 감사합니다. 사실 한미 양국은 어떻게 북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해 서로 차이점이 없습니다. 양국은 6자 회담내에서 단결하고 있으며 양국은 또한 이 문제가 평화적, 외교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렇게 때문에 미국은, 중국, 러시아, 일본, 한국과 함께 이 6자 회담에 참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잠깐 6자 회담의 현황을 짚어 보겠습니다. 부시 미대통령,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 그리고 이제 제가 여러 차례 북한에게 미국은 북한을 침략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사실 북한이 핵포기라는 전략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 북한은 안전 보장을 제공받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것이 첫번째 요점입니다. 두번째로 미국은 지난 6자 회담때 안전 보장 문제, 미국이 북한의 에너지 문제를 살펴볼 의사등이 포함되어 있는 제안을 내놓았습니다. 또한 이 제안은 북한이 전략적인 선택을 할 준비가 됐을 경우 해당되는 것으로 이미 협상 테이블위에 내놓은 상태입니다. 마지막으로 미국은 북한 주민들의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남북한 화해 노력을 지지하며 존중하는 바이며, 부시 대통령께서는 몇년 전 방한하셨을 때 이런 화해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지금 고통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들을 돕기 위해서 미국은 그간 대북 식량원조 제공국가 중 최대 규모의 원조를 해왔습니다. 따라서 물론 한미 양국이 북한에 대한 상황이나 관계도 다르지만 양국은 북한 문제 해결방안에 대해 대단히 비슷한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질문

: 안녕하십니까, 월간 말 지의 김재중 기자라고 합니다. 장관님께서 조금전에 북한에 대한 선제 공격의사가 없다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런 미국의 원칙이 언제까지나 변함없이 지속되기를 바라고 있구요,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제가 아무래도 직업이 기자이다 보니, 남북교류를 추진하면서 북쪽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많이 있었습니다. 북쪽 사람들은 저를 만날 때마다 미국이 선제공격을 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느낌을 제가 많이 받았습니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북한은 미국측에 안전보장 약속을 먼저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미국측 입장에서 북한 체제에 대해 안전보장 약속을 먼저 해주고 대화 테이블로 끌어낸 뒤에 대화들을 지속 해 나가는 것이 제가 생각할 때는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장관님이 북쪽 체제에 대한 안전보장을 해주는 것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지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답변

: 이미 부시 대통령과 전임 국무장관과, 그리고 이제는 제가 국무장관으로서 미국은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고 여러 차례 밝힌 것 이상으로 이 점을 북한에 어떻게 더 분명히 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미국과 한국은 대북 억제력을 가지고 있으며, 만일 북한이 남한을 공격할 경우, 이에 대한 억제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전혀 없으며, 대북 선제 공격을 바랄 이유도 없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주권 국가임을 알고 있으며, 저는 이 점을 바로 어제 일본에서 연설할 때도 말씀드린바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미국의 대북 선제 공격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사실 아마 기자님께서 그런 이야기를 북한 사람들로부터 들은 이유는, 그들이 그런 우려를 들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간단히 말해, 이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미국은 북한을 공격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부시 대통령께서도 2002년 방한하셨을 때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다시 말해, 대북 선제 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미국의 오래된 정책입니다. 안전 보장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지금 현재 이슈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준비가 되어있냐는 것입니다. 만일 북한이 핵을 포기할 준비가 되어있다면, 핵포기 선택을 하고, 핵포기 선언을 하고, 그리고 이를 검증할 만한 방법을 제공하면 됩니다. 미국은 그같은 경우, 안전 보장이 6자 회담의 구도 내에서 가능하다고 이미 밝혀왔습니다. 북한은 단지 미국 뿐만 아니라 다른 6자 회담 참가국으로부터도 안전 보장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만일 북한이 6자 회담으로 복귀한다면, 여러가지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문 "폭정의 전초기지론과 '북 침략 않는다' 배치"vs 답 "인간존엄성 가치에 따른 것"

문 "북한에 먼저 양보할 생각 없나" vs "북한 6자 회담 복귀하면 얼마든지 지원"





질문

: 안녕하세요. 저는 미디어 오늘의 이수강 기자라고 합니다. 한국인들이 장관님의 성함을 들을때 라이스가 쌀이기 때문에 상당히 친숙하게 들었었는데요. 그런데 지난번에 상원 인준 청문회때 북한을 폭정의 전초기지의 하나로 표현하셔 가지고, 부시 2기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더 강경하게 될거다 그러면서 쌀에서 얻어지는 그런 평온한 이미지와는 다른 측면도 있었던 것 같은데, 어제 일본에서나 아까 말씀하실때도 미국이 북한에 대해서 침공할 계획이 없다고 강조하셨는데, 지난번의 폭정의 전초기지론하고는 다른 의미를 갖는 것인지, 아니면 모순된 점은 없는지 그런 것에 대해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답변

: 미국은 앞으로도 자유없이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계속 목소리를 낼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미국이라는 나라의 정체성입니다. 그리고 (부시) 대통령은 자유가 보편적인 가치라고 굳게 믿고 있으며 이를 분명히 밝혔습니다. 한국에서 그간 어떤 변화들이 있었는지 보십시요. 지금 한국인들이 할 수 있는 말들, 할 수 있는 행동들을 한번 보십시요. 이것이 바로 인간 존엄성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자유롭게 종교를 선택하고, 딸이든 아들이든 자녀들을 교육시킬 권리 등 이것이 바로 누구도 박탈당해서는 안되는 인간 존엄성의 본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사람들이 이러한 기본권을 부인당하며 살아갈 때 결코 침묵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이 미국이 전세계를 향해 갖고 있는 원칙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미국의 대북 무력사용 여부와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미국은 오랫동안 북한의 최대 식량원조국이었으며 현재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은 식량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원은 우리가 북한 주민들의 고통에 대해 우려하고 있기 때문에 제공한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북한에 대한 어떠한 침공 의사도 결코 갖고 있지 않습니다. 북한이 미국에 대해서 뭐라고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을 하지 않겠습니다만, 북한이 사용하는 수사에 대해 얘기하자면, 사람들이 북한에게 무슨 얘기를 하려 하면 항상 주제를 바꾸려고 듭니다. 일본, 중국, 러시아, 한국, 미국 모두 북한에게 이제 핵무기개발 계획을 폐기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어야할 때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북한은 항상 수사에 대해서만 논하고 싶어하는 것입니다.

질문

: 제가 질문을 하나 드리고 싶은데 괜찮으신가요.
답변

: 이 숙녀분께서 먼저 손을 드신것 같은데요.
질문

: 제가 하나만 먼저 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북한과 미국이 6자 회담 관련해서 계속 평행선을 달려오고 있다는 얘기를 많이 하거든요. 예를 들면 북한은 미국이 그냥 말로 하는게 아니라 제도적으로 다자간 국제기구 차원에서 북한의 체제보장을 먼저 해주면 핵개발 프로그램도 포기하고 국제무대에 나서겠다고 하는 반면 미국은 먼저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라, 그러면 우리가 체제보장과 함께 경제적인 지원도 대폭하겠다는 입장인 것 같습니다. 간략하게 설명하면 그런데요. 한국에서는 많이 가진 사람이 더 양보하고 베풀어야 한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요. 지금 국제사회에서 보면 미국이 훨씬 더 강력한 힘과 경제력을 가지고 있는 나라입니다. 미국이 먼저 북한에 더 진전된 양보안을 낼 생각은 없는지요.

답변

: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북한은 한반도에 위치해 있으며 이 지역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습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될 것은 이것이 미국과 북한 간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북한은 이것이 북미간의 문제가 되면 더 바랄 나위없이 좋아할 것입니다. 이것은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 동의한 일본, 러시아, 중국의 문제이며, 한국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미국이 무엇을 제공할 수 있는지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이 어떤 행동을 취하고자 하는가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북한이 먼저 전략적 선택을 해야하는 상황들에 대해 논의해왔습니다.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와서 핵무기 프로그램의 포기가 자신들의 이해에 가장 부합하는 최선의 방안으로 결론이 났다고 말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럴 경우 어떠한 체제 안전보장안을 제공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논의했었습니다. 북한은 전략적 결정만 내리면 됩니다. 그렇게 할 경우 북한에게 많은 것이 제공될 것이며 이것은 이미 제안되었었습니다. 2002년 당시 제임스 켈리 아태 차관보가 방북했을때 당초 계획은 북미관계를 위한 소위 "대담한 비젼"에 대해 논하고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켈리 차관보가 북한을 떠나기 전 우리는 북한이 1994년 협약을 위반하고 있음을 알게되었습니다. 미국은 오랫동안 북한을 포함한 이 지역의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을 추구해 왔었습니다. 그에 반해 북한은 지속적으로 핵무기 개발로 사람들을 위협해온 상황에서 사람들이 북한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갖기를 바래서는 안됩니다.

질문

: 미디어 다음의 박혜준 프리랜서 기자라고 합니다. 백인 남성 위주의 관료 사회에서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어려움이라던가 차별을 받으셨는지 그게 궁금합니다. 그 다음에 당신이 생각하기에 여성으로서의 리더쉽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답변

: 여성이기 때문에 혹은 흑인이기 때문에 남들과는 다르게 행동하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항상 "나는 패캐지다. 나는 흑인이고 여성이고 그리고 나다"라고 답변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어느 한 부분을 떼내서 "이 부분은 이렇게 행동하고 다른 부분은 이렇게 행동한다"라고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고위직의 여성들이 남성들과 다르게 행동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제 생각에 저는 앨리바마주에서 태어나 캘리포니아에서 성장한 흑인여성이며 전직 교수였던 "콘디 라이스"로서 행동합니다. 미국에서는 그간 많은 발전이 있었던게 사실입니다. 저는 미국 역사상 2번째 여성 국무장관입니다. 굉장하죠. 그리고 또한 2번째 흑인 국무장관이기도 합니다. 가장 최근의 3명의 국무장관 모두 백인남성이 아니었습니다. 백인남성들이 이것 때문에 긴장하기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웃음) 이것은 민주주의하에서 시간에 지나면 어떤 일들이 가능한지 보여주는 실례라고 하겠습니다. 미국이1789년 건국될 당시만 해도 저의 선조들은 노예였습니다. 헌법상으로는 투표시 온전한 한 인간이 아니라 3/5만 사람으로 인정되었습니다. (그간의 발전은) 민주주의에서 어떤 일들이 가능한지 보여주는 것입니다. 미국은 운이 좋은 나라입니다. 다민족으로 구성된 훌륭한 민주국가로서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모여 한 나라를 이루었습니다. 많은 한국계 미국인들도 미국사회를 더 풍요롭게 하는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민주주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국의 이러한 예가) 민주주의가 확산될 경우 서로 다른 사람들간의 이견들이 해소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질문

: 민중의 소리의 이정무라고 합니다. 장관께서도 지금 한국과 일본이 독도문제, 역사 교과서 문제를 놓고 갈등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실 거구요, 저는 자위대의 전력 증강과 해외 파병, 평화 헌법의 개혁 등 일본 사회가 크게 우경화 되면서 이런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관께서는 어제 일본의 유엔 상임 이사국 진출을 공식적으로 찬성하셨는데요. 한국민들은 미국이 일본의 팽창 정책을 막기보다는 지원하고 돕는쪽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인들 상당수는 앞으로 동북아의 최대 불안 요인 중 하나가 일본의 팽창 정책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장관께서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앞으로도 일본의 팽창 정책을 계속 지원할 생각이신지요.

답변

: 미국은 독도 문제에 관한 공식 입장이 없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상당 기간 동안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위 진출을 지지해 왔습니다. 파월 장관께서 일본의 상임위 진출에 대한 우리의 지지를 처음 언급하신 것이 8월이라고 기억됩니다. 일본은 유엔의 제2대 기부국입니다. 미국 바로 다음이죠. 이는 인정을 받아야 합니다. 일본은 또한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서처럼 점차 세계 속에서 더 큰 역할을 이행해 나가고 있습니다. 한반도 뿐만 아니라 역내의 평화?안정 증진에 기여한 미일 및 한미 동맹을 맺고 있는 이 지역에서 일본, 미국, 한국이 함께 협력해 나갈 때 어떠한 선을 이룩할 수 있는지 증명해 보였다는 것이 미국의 생각합니다. 그리고 미국이 이 두 나라 모두와 맺고 있는 이 협력적 동맹 관계 하에서 일본과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활성화되었고 경제 번영이 극적으로 이루어져서 이 지역이 세계 경제 번영을 선두하게 되었으며, 북핵 문제 등의 안보 이슈들을 함께 다룰 수 있게 되었고, 미국이 한국을 글로벌 동맹으로 의지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일본도 글로벌 동맹으로 의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위대한 민주주의 국가들이 현안이 생길 때마다 잘 해결해 나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오늘날의 세계는 19, 20세기와 다릅니다. 이를 인식해야 합니다. 제가 일본에서의 연설을 통해서 말씀드렸듯이 19, 20 세기에 분란을 일으킨 권력이 21세기에서 그 나라의 힘을 나타내는 척도가 되지 못합니다. 각국의 가치와 이상, 경제력, 또 각국의 이상과 영향력을 이용하여 얼마만큼 세계인들의 삶을 변화 시킬 수 있는지 등이 오늘날에 적용되는 척도입니다. 우리는 일본 친구들과 전략적 개발을 위한 동맹에 대해서 논의를 했습니다. 왜냐하면 양국은 세계 개발 원조의 40%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중요한 개발 원조국이므로 우리 (한미)도 개발 원조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제 얘기의 요지는 한국과 일본과 같은 민주주의국들은 현안이 등장할 때마다 이를 풀어나갈 수 있는 능력을 충분히 갖고 있으며, 21세기가 어떻게 전개될까를 생각해 볼 때 이상의 힘, 민주주의 이상의 힘이 관건이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문 "일본 평화헌법 개헌 지지하나" vs 답 "일본 국내문제일뿐"
문 "여중생 사망사건 사과할 생각은?" vs 답 "미국 대표해 깊이 애도"






질문

: 간단한 질문 하나만 더 드리겠습니다. 요컨대 일본의 평화 헌법을 개정하는 것을 미국은 지지를 한다 이렇게 이해해도 되겠습니다? 일본의 평화 헌법 개헌을 미국이 지지하는 것으로 이해해도 되겠습니까.

답변

: 저는 이 자리에서 일본의 국내 문제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일본은 민주주의 국가이기에 그같은 사항을 토론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는 각국의 행동을 제한합니다. 한 국가가 사용할 수 있는 군사력을 제한하며, 이웃국가들과 어떠한 관계를 맺고 그 관계의 깊이가 어떠해야 하는지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민주주의는 (각국을) 제한합니다. 일본은 민주주의국가이며 한국도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이 지역에서 오늘날 등장한 가장 훌륭한 점은, 전쟁, 평화 등의 문제들을 다루는데 있어 소수의 사람들만이 결정권을 갖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미국에서도 이러한 결정을 내리는 자들이 소수의 사람들이 아닙니다. 미국의 대통령도 책임을 다했음을 미 의회에게 보여줘야 합니다. 따라서 민주주의는 매우 중요하며 이것이 19세기와 21세기를 구분하는 또다른 중요한 점입니다. 저는 일본과 한국이 이를 잘 해결해 나가리라 생각합니다. 한미일이 함께 협력할 때 가장 좋은 결실을 낳으며 우리는 계속 협력 해 나갈 것입니다.

질문

: 안녕하세요. 저는 미디어다음에서 시사만화를 그리고 있는 박철권입니다. 앞서 말했던 이정무 국장님의 말씀에 추가적인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현재 우리 나라에 반일 감정이 더욱 크게 불거진 상황입니다. 미국이 일본을 지지하는 정책들이 있는데 현재 일본 이외의 다른 국가들은 미국이 일본을 지지하는만큼 신뢰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일본을 지지하는 정책들이 반미 감정의 동반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소리들이 나오고 있는데 현재까지 느껴지는 바로는 이에 대해서 미국은 별다른 배려 또는 대책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우려는 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고, 있다면 앞으로의 정책에 어떠한 방식으로 반영될 것인지 궁금합니다.

답변

: 미국은 한국과의 매우 좋고 깊은 관계에 대해 계속 논할 것입니다. 한국은 과거에는 항상 그렇지 못했지만 이제는 민주주의 국가가 되었습니다. 미국은 또한 같은 민주국가인 일본과 맺고 있는 매우 좋고 깊은 관계에 대해서도 계속 이야기할 것입니다. 미국은 역내의 모든 국가들과 좋은 관계를 구축했습니다. 중국과도 인권과 종교의 자유에 대해 의견차이가 있긴 하지만 좋은, 건설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한국 및 일본과의 관계는 수십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서 군사동맹 뿐만 아니라 가치의 동맹이 구축되어 있고, 자유의 혜택을 타국민도 누릴 수 있도록 서로 협력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한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보여주고 있는 활약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저도 아프가니스탄 방문을 막 마치고 돌아왔는데, 아프가니스탄은 극심하게 빈곤한 나라입니다. 포장된 큰 도로를 차몰고 지나가다보면 상인들이 도로 양옆의 진흙투성이 길에 앉아 고기, 옷가지 등을 파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3년 6개월전만 해도 그곳은 탈레반이 여성들을 축구 경기장에 끌고가 구타하거나 사형시키던 나라입니다. 우리 중 그 누구도 그러한 행동을 용인해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행운아입니다. 자유로운 사회에 살면서 오고 싶은 곳에 오고 생각도 자유롭게 하고 의사표현도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미국 국무 장관인 저에게 어떠한 질문도 할 수 있습니다.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그러나 이러한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다른 국민들을 모른체 해서는 안됩니다. 그것은 옳은 일이 아닙니다. 누군가 여러분과 저의 자유를 위해 싸웠기 때문입니다. 한국과 미국 국민의 자유를 위해 누군가 관심을 가졌던 것입니다. 따라서 여러분께서 이러한 사안에 대해 생각할 때 아프가니스탄과 같은 신생 민주국가의 국민들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한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하고 있는 일이 그만큼 중요한 것입니다. 행운이 있어 자유를 누리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운이 없어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을 기억할 책임과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미국과 한국 또는 일본간의 관계를 생각할 때 저는 양자 혹은 역내의 관계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우리만큼 행운이 있도록 우리가 자유를 확산시키기 위해 어떠한 일을 하고 있는 지 생각합니다. 다른 분 질문하시겠습니까.

질문

: 제가 먼저 하겠습니다.
답변

: 예, 그럼 이분은 마지막으로 질문할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질문

: 잘 들었습니다. 라이스 장관은 항상 말씀 중에 민주와 자유, 가치를 많이 강조하고 있습니다. 외무 장관으로서, 전세계 외교를 주도하는 분으로서 장관의 가치관과 신념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세계는 다양하게 구성되었는데 미국식 가치가….

라이스 장관

: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질문

: 지금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에 부시 행정부가 가장 강조하는 것이 민주와 자유입니다. 국제 교류를 주도하는 라이스 장관께서는 그러한 민주와 자유의 가치를 세계에 전파하고 이를 주도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이 세계는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문화적 상대성도 있습니다. 과연 미국식 자유와 민주의 가치로만 외교를 주도할 수 있는지 장관님의 견해를 묻고 싶습니다. 특히, 개인적인 가치관과 신념이 무엇인지 먼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답변

: 저는 세계의 그 누구도 자유를 원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때는 아시아인들은 자유에 관심이 없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아시아인들은 자유에 관심이 없다는 아시아적인 가치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데 기억하십니까? 한때는 미국의 흑인들에 대해 그들이 자유에 관심이 없고 보살핌을 원한다고 말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러시아인들과 아랍인들이 자유에 무심하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이러한 말을 하거나 질문할 때마다 한가지를 생각해보십시오.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종교적인 활동을 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나요. 자신의 아들과 딸이 교육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있나요. 밤중에 비밀경찰이 자신의 문을 두드리는 것을 고대하는 사람이 있나요. 정부가 개인의 모든 측면을 통제하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나요. 그런 사람은 없습니다. 인간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영위하기를 바라는 존재이기 때문에 자유가 중요한 것입니다. 따라서 사람들이 어떤 문화권에서는 자유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때 저는 이러한 말이 선심을 배푸는 척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에게는 자유가 중요하지만 너의 문화권에서는 자유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정말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60여년 동안 중동지역을 생각할 때 그러한 사고방식을 가졌다는 사실을 저는 압니다. 그곳 국민이 자유롭지 못했지만 지역 안정의 유지를 위해 이를 무시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더 이상 그렇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여러 곳에서 자유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저도 자유를 확산시킬 수는 없고 자유를 변호할 수 있을 뿐입니다. 사람들은 스스로 자유를 찾아야 합니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팔레스타인, 레바논 등지에서 일어난 일을 보면 그곳 국민이 스스로 자유를 위해 나서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민주주의가 다른 곳에서 다른 모습을 띠게 된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미국, 한국, 브라질, 캐나다, 유럽 등지에서 민주주의가 같은 형태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모습이 다릅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국민이 그러한 자유를 누리는 것입니다. 제가 갈 시간이 되었나요? 죄송합니다. 다음번에 돌아와서 또 이러한 자리를 가질 수 있나요?

질문

: 한가지만 여쭤보겠습니다. 한국 국민들이 그 어느때보다 반미 여론이 높습니다. 특히 네티즌들 사이에는 미국에 대한 여론이 대단히 안좋은데 반미 여론의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던 것이 2002년 효순/미선이 사건, 군인 장갑차에 여중생들이 깔려 죽은 사건입니다. 이 사건 이후에 한국민 대다수가 미국이 우리의 절대적인 우방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더군다나 사고를 이르킨 군인은 무죄로 석방되었습니다. 한국민은 분노했고 미국에 대해 우리가 다시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높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장관께서 종교인으로서,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고 있는데, 그리고 자식을 둔 부모의 심정으로 이 간담회가 인터넷으로 공개적으로 방영되고 있는데 한국민에게 사과할 의사는 없는지 묻고 싶습니다.

답변

: 그 사건에 대해 미국은 깊이 애도하고 있습니다.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식을 잃는 것은 부모에게 가장 힘든 일일 것으로서 미국은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절대로 바라지 않습니다. 미국 국민과 대통령과 제 자신을 대신해 미국은 이 사건이 발생한 것에 대해 매우 깊은 안타까움을 갖고 있다고 희생자 부모님께 전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제는 가야합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와 회담이 있습니다.

질문

: 질문 하나만 드릴께요. 제가 한국에서 패러디 뉴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라이스 장관

: 누가 (통역해주시겠습니까). 저 정말로 가야합니다.
질문

: 저는 한국에서 패러디 뉴스를 하고 있는데요.
라이스 장관

: 정말 가야하는데요. 질문을 하시는 건가요?
질문

: 예, 아까 말씀하셨지요. 마지막 기회를 저에게 주시겠다고. 제가 한국에서 패러디 뉴스를 진행하고 있는데, 우리 나라에서는 패러디 문화의 수위를 놓고 논란이 있습니다. 미국 같은 경우 패러디를 조금 더 폭넓게 수용하고 있는 것 같은데 종종 부시 대통령 뒷쪽에서 라이스 장관님의 얼굴을 볼 수 있습니다.

답변

: 아주 좋은 질문입니다. 미국에서는 거의 모든 것이 허용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 정부 관계자들을 무자비할 정도로 패러디해도 괜찮습니다. 실제로 워싱턴에는 "석쇠 만찬"이라는 행사가 있는데 언론인들이 모여 정부 관료에 관한 소규모 공연, 연극을 합니다. 미국에서는 아무리 심하더라도 패러디는 허용됩니다.
by 선대인 2008. 9. 4. 16:12

“정부 자영업자 대책, 두손이 정반대로 움직이는 꼴”

독립적인 민간 싱크탱크로 역량을 높이 평가받는 김광수경제연구소의 김광수 소장을 최근 다시 만났다. 올초 상당수 언론을 통해 유포됐던 경기 회복론이 가라앉고 '장기 침체' 조짐마저 나타나는 최근 경제상황에 대한 그의 진단과 해법을 들어보기 위해서였다.

그는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미디어다음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한국경제가 '기술집약적 경제구조로 급변한 상황에서 재정확대책은 효과가 없다'거나 '부동산 거품을 빼지 않으면 한국 경제가 장기 침체로 빠져들 수 있다'고 경고하는 등 최근의 경기 악화를 사전 경고했었다.

또 올초에는 판교신도시를 첫 사례로 삼아 지속적으로 영구 임대주택 단지를 개발하면 집값을 안정시키고 중장기적으로 소비 여력을 만들어내 저출산 및 고령화 추세에 따른 복지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해 공영 영구임대단지 개발론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바 있다. 이 같은 주장은 최근 민주노동당과 한나라당 일부에서도 수용할 정도로 영향력을 미치기도 했다.그는 5월초부터 시작한 MBC 라디오의 '손에 잡히는 경제(손경제)'를 진행한 뒤부터 밀린 '본업'을 처리하느라 잇따르는 언론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고 있지만 미디어다음과의 인터뷰에는 흔쾌히 응했다.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잠재성장률 등 최근 한국 경제 상황 등에 대한 구체적 진단을 토대로 금리정책과 자영업자 문제에 집중했다. 두 시간여 동안 이뤄진 이날 인터뷰도 예전 인터뷰처럼 일문일답식이라기보다는 사실상 '강의식'으로 진행됐고 구체적인 근거와 날카로운 분석에 근거한 그의 논지 또한 여전히 거침이 없었다.미디어다음은 그와의 인터뷰 내용을 자영업자 문제와 금리정책을 주제로 두 차례에 나눠 소개한다. 먼저 자영업자 문제와 관련해 김소장은 자영업자 문제는 단순히 개별 자영업자 단위로 다룰 게 아니라 상가 단위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는 1)부동산 정책 측면에서 상가 단위별로 특색을 갖출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개발하며, 2)문화산업, 관광산업적 관점에서 외국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도록 주상형, 상공형, 체험형 등으로 상가별로 특색 있게 개발해야 하고 3)이 같은 체계적 개발이 가능하도록 정부와 정치권의 법적, 제도적 정비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그는 자영업자 문제가 지금처럼 심각해진 데 대해 "한국경제가 구조적으로 변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올바로 인식하지 못한 정부, 정치권, 나아가서는 유권자들의 인식의 오류와 전문성 부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색깔론 등 구태를 되풀이하면서 정작 국민들의 삶의 문제를 해결할 구체적 정책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정치권과 무능과 도덕적 해이로 구시대적인 정책을 생산하는 정부부처를 강하게 비판했다.한편, 그는 '손경제' 진행 이후 "건강상의 문제가 심각하다"며 손경제 진행을 조기에 끝내고 싶어하는 뜻을 내비쳤다. 다음은 그와의 인터뷰 내용.
 
-MBC 라디오의 '손에 잡히는 경제' 프로그램 진행을 맡은 지도 한 달여가 지났다. 프로그램을 맡기 전부터 연구소 운영 등의 문제로 여러 차례 프로그램 진행을 고사했던 것으로 아는데 실제로 해보니 어떤가.

이제 방송을 한 달여 정도 했는데 자영업자 문제나 증권집단소송제 문제 등 이전에 잘 안 다루던 진지한 주제들을 다루면 정부나 관련 기관에서 반응이 즉각 오는 것 같다. 방송 매체가 직접 감정을 전달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시간의 제약을 크게 받는 방송의 근본적인 한계나 기존 방송의 제작 관행이나 시스템 등 때문에 부담을 많이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사측은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려고 많이 애쓰는 것 같다.

하지만 지금 건강상의 문제가 심각하다. 방송 시간은 25분이지만 실제로 들어가는 시간은 6시간이 넘어 오전 시간을 다 써야 한다. 그러니 다른 일들이 밀려 연구소 운영을 하기가 벅차다. 그러다 보니 체력적으로 버티질 못하겠다. 건강이 위협 받을 정도다.

솔직히 문화방송 측에는 미안하지만 조기에 그만두고 싶다. 이 같은 뜻도 전달했는데 문화방송측은 그래도 당분간은 계속 해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건강상 한계 상황에 와있다. 빠른 시일 내에 방송을 그만두고 본업인 연구소 일에 전념하고 싶다.





-극심한 내수침체로 많은 자영업자들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그런데 최근 정부는 자영업자들의 자격을 제한하는 '코미디 같은 정책'을 내놨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철회했다. 자영업자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나.

자영업자 대책은 세 가지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다뤄야 한다. 먼저, 부동산 정책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 부동산 정책에 주택정책만 있는 게 아니다. 상가정책도 부동산 정책의 양대 축이 돼야 한다. 상가 문제를 빼놓고는 자영업자 문제를 얘기할 수 없다. 상가들이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점과는 1대1로는 경쟁을 할 수 없다.

시장 시스템 안에서 공생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데 자영업자 개인에 초첨을 맞춰서는 해결이 안 된다. 상가 단위로 정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해결이 안 된다. 이탈리아나 일본이나 프랑스 등 외국에서는 상가 단위로 가게들의 스타일이나 디자인 등이 통일적으로 정비해 경쟁력을 갖게 한다. 대형 할인점은 만물상처럼 구색을 갖추면서도 저가로 경쟁력을 높이고, 백화점은 고가이면서도 문화적인 프로그램으로 채운다.

상점은 그 중간 지점에서 백화점이나 할인점이 할 수 없는 특색을 가져야 하는데 그게 문화 이벤트다. 따라서 상가 정책은, 상가를 어떻게 조성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정책과제이다. 이는 향후 10년, 20년을 내다보고 단계적으로 해나가야 한다.

둘째로, 상가 정책을 하드웨어적인 차원뿐만 아니라 관광산업, 문화산업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으면 상가 고유의 차별화된 영역을 구축할 수 없다. 백화점이나 할인점 등이 내수 고객을 타깃으로 한다면 상가는 외국관광객을 유치해야 한다.

외국에 나가면 우리도 그 지역의 상가 등에서 많이 쓰지 않느냐.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관광객들이 백화점에 가서 예전 같은 고가 소비를 하지 않는다. 외국 관광객 일인당 지출액이 2000년 1280달러에서 지난해에는 980달러 정도로 줄었는데 그 정도 쓰는 사람들이 백화점 가서 물건 하나 제대로 사겠느냐.

유럽이나 일본, 미국에서처럼 외국 관광객이 돈 쓸 데가 우리나라에 거의 없기 때문이다. 서울에 와도 돼지갈비나 불고기나 먹고 남대문시장 등에서 싸구려옷이나 한 두 벌 사가지 그 외에는 쓸 곳이 없다. 상가의 경쟁력을 키우려면 상가를 관광산업이나 문화산업화해야 한다. 입국하는 외국 관광객 수가 2000년 500만명에서 더 이상 안 늘고 있다.

내국인의 해외 관광 소비는 계속 늘고 있는데 외국 관광객이 들어와 이를 상쇄하게 해야 한다. 외국인들이 들어와서 쓰게 만들려면 상가 단위로 개발해 관광산업화, 문화 산업화해서 상가별로 특색을 갖춰야 한다.

우리는 상가를 개발한다고 하면 주상복합으로 생각해 건물을 지어서 분양하는 식으로 끝내버린다. 그런 식으로는 전국 어디를 가도 똑같은 상가가 된다. 어떤 경우는 주상복합, 어떤 경우는 상공복합으로 개발하고 또 다른 경우는 체험형 상가로 개발해야 한다.

예를 들어, 도심 한가운데일 경우 1층은 상가, 2층 이상은 주거용으로 개발하고, 전문화된 상가 경우에는 1층은 의류상가, 2,3층은 관광객이 주문할 경우 바로 맞춰줄 수 있는 상공형 상가가 돼야 한다. 좀 외곽으로 가면 지역의 문화적 특색을 즐길 수 있게 체험형 상가로 개발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문화예술의 도시라는 광주의 경우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산수화, 수묵화 등을 그릴 수 있는 체험을 하게 해주어야 한다. 또 주상이나 상공형은 상가를 만들 때 이벤트홀이나 중앙광장을 만들거나 비나 눈이 올 때를 대비해서 아케이드를 만들어 가수 등 연예인들이 공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상가를 그렇게 만들어야 서비스의 파이도 커진다. 지금은 그런 경쟁력이 없으니 관광 문화산업 진흥이라고 떠들었는데 한 게 뭐냐. 딱 하나 한 게 게임산업이다. 상가 문제를 소홀히 생각할 게 아니라 이게 우리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돌파구이기도 하다.

한국 경제의 성장구조가 바뀌어서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과거 자본 집약적 형태의 성장 단계에서는 생산직 중심의 고용이 이루어졌지만 지금은 기술중심의 고용만 이뤄지고 있어 고용의 미스매치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경제성장의 패러다임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종래 인력을 기술직으로 훈련시켜 고용하든지, 그렇지 않으면 결국은 비정규직으로 가든지, 자영업으로 독립하든지 하도록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현 상태로는 자영업으로 가는 출구가 꽉 막혀버린 것이다.

세번째는 법적 제도적 측면에서 다룰 필요가 있다. 상가가 차별화 된 특징을 갖고 있으려면 동일지역이라도 다양한 특성을 가진 상가가 돼야 한다. 현재는 상가 점포들이 모두 사유재산이라는 이유로 저마다 들쭉날쭉 지어놨다.

하지만 상가 단위로 체계적으로 개발하려면 불가피하게 사유재산을 제약할 경우들이 생겨난다. 외국, 특히 유럽의 경우에는 강력한 법적 제약을 가한다. 이탈리아나 프랑스는 사유재산이라고 해도 자기 점포에 마음대로 손을 못 대게 한다. 간판 같은 것을 통일적으로 정비하게 한다.

우리는 법으로 해도 안 되는데 유럽에서는 상가번영회 같은 것을 조직해서 자발적으로 하도록 한다. 어느 정도 법적 틀에 맞는 안을 갖고 오는 상가는 대폭 지원해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예를 들어, 가족들이 쇼핑할 때 다 차로 가는데 상가가 집객(集客) 능력을 가지려면 주차장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도심에서 주차장을 갖는 것도 어렵고 주차타워를 세우는 것도 꼴불견이다. 그럴 때는 상가 개별 단위가 아니라 도심지에 대규모 공영 주차장을 개발하고 퇴근 이후에는 상가 주차장으로 연계시켜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런 대책들을 단기적이고 단발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10년, 20년 후 지역경제발전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현해갈 것인지 비전과 철학을 갖고 단계별로 목표를 설정하고 연차별로 가야 한다. 1차 9년, 2차 9년 이런 식으로 단계별로 차근차근 진행하는 계획이 수립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 같은 법적, 제도적 정비를 하려면 사유재산의 제약이 불가피한데 이는 정치권의 합의 없이는 절대 불가능하다. 우리는 정책의 기획이나 입법이 기형적으로 돼 있다. 원래 정책입법은 여야 정치권이 합의를 통해 추진해나가야 한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정치권은 놀고 있다가 정부 부처들이 눈치 봐서 적당하게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언론이 떠들면 부동산 개발업자 이익 챙겨주고 정치권 줄 대서 승진하는 식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행정 부처가 만든 안을 정치권에 가져오면 상급 기관이 평가하는 식으로 '왜 이런 식으로 해왔어' 대충 호통치다가 그대로 통과시켜 버린다. 이런 상태로는 안 된다.

비정규직 800만, 자영업자 500만명 등 1300만명의 유권자들도 문제다. 왜 이런 정치인들을 뽑아서 국회로 보냈느냐. 유권자들도 대오 각성하지 않으면 이 나라의 장래가 없다. 자영업자 문제는 바꿔 말하면 서비스 활성화 방안이다.

넌센스를 하나 말하면 김대중 정부 때 외환위기 터진 이후인 99년경 실업자가 많이 생기니, 실업을 해소한답시고 서비스업 창업을 적극 지원하는 소상공인 지원사업을 벌였다. 은행융자 등을 통해 이 사업에 2조원이 넘게 지원됐다.

그런데 그때 정책을 만들고 나서 잘 되고 있는지, 성과를 내고 있는지는 한 번도 제대로 점검하지 않았다. 후속 대책들을 만들어 추가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에는 내던지고 한 편에서는 부동산으로 경기를 띄운 것이다. 자영업자들이 그때 다 넘어진 것이다.

한 쪽에서는 자영업자를 세금으로 지원해주고 다른 한 편으로는 부동산으로 경기 부양한다고 부동산 팍 튕겨서 자영업자들이 임대부담 때문에 망하게 했다. 양손이 완전히 정반대로 움직였던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지금 와서는 자영업자들이 대책 없이 늘어나 문제다라고 엉뚱한 탓을 하는데 지금 실업자나 퇴직자가 뭐 해먹고 살 거냐.

자영업 말고는 대책이 없다. 서비스업 경쟁력 강화 방안이라고 해서 3월에 각 부처별로 종합대책안을 내놓는다고 했는데 어느 부처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자영업자 문제는 앞서 언급한 세 가지 대책이 따로 따로 가는 게 아니라 종합적이고 상호 연관돼야 한다. 이것은 범 정부차원뿐만 아니라 정치권까지 포함해 공동의 과제이다. 이런 식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자영업자 문제를 해결하고 서비스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지금의 자영업자, 서비스업의 문제 등에 관한 정책 실패나 과오가 빈발되는 것은 참여정부만의 문제라고만 할 수 없다. 한국경제가 구조적으로 변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올바로 인식하지 못한 정부, 정치권, 나아가서는 유권자들의 인식의 오류와 전문성 부족 때문이다.

경제성장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는데 여전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새 패러다임 양식에 걸맞은 경제 행동 양식, 정치 행동양식, 정부의 역량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해 생기는 혼란이다.





-정부, 정치권, 유권자의 인식의 오류와 전문성 부족을 지적했는데,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우선 유권자는 과거 정치 패러다임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일차적으로 17대 총선을 통해 세대교체라는 변화된 행동 양식이 어느 정도는 나타났지만 부족하다. 지금보다 더 과감해져야 한다.

지금의 정치세력으로서는 한국 경제와 유권자들의 장래를 기대할 수 없다. 여전히 구시대적인 패러다임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다. 소위 대권 후보자들뿐만 아니라 국회의원들 역시 과거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서 정말 한국경제와 사회를 책임지고 이끌 전문적 역량을 가진 새로운 리더, 새로운 세대를 선택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일차적인 책임은 유권자들에게 있다.

두 번째로, 정치권의 경우에 여야를 막론하고 자영업자, 비정규직 문제 등 모든 절체절명의 문제로 많은 국민들이 고통받고 힘들어 하는데 과연 이 문제에 대해 어느 누가 정면으로 달라붙어 고민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하나. 없다.

여당은 여당대로 무슨 노선 투쟁이니 뭐니 하고, 야당은 야당대로 대안을 낸다든지, 나름대로 차별화된 정책을 내는 것이 아니라 여당의 실수만을 바라고 있다. 굿만 보고 떡만 먹겠다는 심산이다. 그런 야당이 왜 필요하냐. 심지어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색깔론과 같은 20, 30년 전의 저차원적 구태를 되풀이하고 있느냐.

지금 정치 구도에서는 정책적 역량의 측면에서 여야를 비교 평가할 수 있는 거리가 전혀 없다. 서로 욕질하고 싸우고 인신공격하는 것이 전부이지. 그런 것이 정치인양 과거의 구태를 계속 하고 있다.

다음으로 정부가 문제다. 이미 우리 경제 성장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는데도 도덕적 해이나 무능력 때문에 바뀐 패러다임에 맞지 않는 구시대 정책을 쓰고 있다. 여전히 부동산을 통해 경기부양을 해야 한다는 둥 엉뚱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과거 중후장대 경제에서는 경기부양 등 재정정책이 맞았다. 기업들이 대형 설비를 갖추면 고용이 팍 늘어났다. 하지만 지금은 기술 집약적 경제 단계에 이미 와 있다. 대부분이 첨단산업 쪽이다. 기술 개발 투자가 관건이 되는 경제가 돼버렸다. 이 상태에서 투자 예산을 두 배를 늘려준들 연구인력이 한정돼 있는데 연구성과가 나오겠나.

또 설사 설비투자를 하려고 해도 기업이 기술개발을 해서 성공을 해야 설비투자가 일어난다. 기술개발 투자를 해서 성공하기까지 몇 년이 걸릴 지도 모른다. 투자해서 성공할 확률도 잘해야 2,3%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상태에서는 재정확대책을 한다고 한들 경기 부양의 효과가 없다. 30년대 대공황 시기에 탄생한 케인지안 방식의 재정확대책을 쓴다는 것은 넌센스다.
by 선대인 2008. 9. 4. 15:57

2005년에 작성했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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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올려 집값 잡겠다?..오히려 내려야






김광수경제연구소장 ⓒ미디어다음 김준진
"현재의 관료 시스템과 정치권은 국가를 운영할, 책임질 능력을 상실해버렸습니다. 이건 한 정권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아무리 참여정부가 혁신이다 뭐다 떠들어도 문제를 풀 전문적 역량이 없으면 과거와 똑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모순들이 누적되면 어느 순간에 (경제가) 가버립니다. 이미 그런 징후들이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연말 이후 오랜만에 미디어다음과의 인터뷰에 응한 김광수경제연구소의 김광수소장의 말이다. 기자는 그 동안 여러 차례 김소장을 인터뷰했지만 그가 이번처럼 현 관료 시스템과 정치권의 무능과 무책임을 격하게 질타한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는 16일 인터뷰에서 특히 한국은행의 금리정책과 정부의 재정확대책 및 부동산정책 등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김소장은 먼저 "90년대에 들어오면서 관료주도의 재정확대책은 거의 경기부양 효과를 내지 못하였다"며 "그 이유는 경제성장 패러다임이 이미 자본집약적 성장에서 기술집약적 성장으로 바뀌었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 같은 재정정책이 재정합리화 및 재정효율화를 동반하지 않은 채 실시됨으로써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급증하는 부작용이 공통적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김 소장은 이어 "노동시장 유연성과 불확실성 증대를 특징으로 하는 기술집약적 경제 시대의 경기 부양 수단으로 효과를 갖는 것은 금리정책"이라며 금리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잠재성장률이 낮아지거나 불확실성이 증가하면 금리는 그에 맞추어 당연히 내려야 한다"며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평균 성장률이 3% 전후 수준이 지속되고 있으므로 3% 미만의 초저금리로 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김 소장은 최근 한국은행이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릴 수도 있다'는 방침을 밝힌 데 대해 "잠재성장률이 3%밖에 안 되는데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고 금리를 올리면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 "한심하기 그지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그는 "금리를 1,2% 올린다고 정말로 부동산 투기가 없어지겠느냐"며 "2,3억 투자하면 금방 1,2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로또' 기회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금리를 1,2% 올린다고 투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황당하기만 하다"는 것.그는 소수의 거액예금자들이 600조원의 예금의 7,80%를 갖고 있는 사실을 거론한 뒤 "금리를 올리면 불과 5%도 안 되는 소수 거액예금자의 이자수입이 늘고, 과다부채에 빠져 있는 대다수 서민 계층의 이자부담이 늘어난다"며 "물론 부동산 투기를 목적으로 차입한 사람들을 생각하면 괘씸하기 그지없지만 가계 전체를 생각하면 금리인하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지적했다.그는 "한은 총재는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실시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걸로 부동산투기를 억제하고 금리는 내리면 되지 않느냐"며 "부동산 투기는 일부 경제주체들의 경제구조 변화에 대한 부적응과 우리 조세체계와 부동산 정책이 잘못 돼 있어서 발생한 것이므로 금리로 잡을 성질의 것은 결코 아니다"고 덧붙였다.지난해부터 줄곧 부동산 문제와 관련된 정부 부처의 잘못된 처방과 상당수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를 비판했던 그는 지쳤다는 듯 "길게 말하기 싫다"면서도 최근 부동산 대책에 대해 또 다시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댔다.김소장은 그 동안 주택보급률이 최소한 선진국 수준인 110%를 넘을 때까지 주택공급을 계속 확대해야 하지만 앞으로는 분양(소유) 위주 공급 방식에서 탈피해 활용(전월세) 위주로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올초부터 판교택지지구를 100% 영구임대단지로 공영개발하자고 주장한 것도 이런 차원이었다.김소장은 "정부는 여전히 '신도시 개발을 더 한다'는 식의 황당한 소리를 하고 있다. 판교에서 집값이 뛴 것이 사람들이 집이 없어서 길거리에서 잠을 잘 정도로 주택공급이 부족해서 집값이 뛴 것이냐"고 반문한 뒤 "구제불능이다. 도덕적 해이의 극치다"라고 질타했다.그는 90년대 초 3000명이던 국내 연간 자살자 수가 지난해 1만1000명 수준으로 급증한 사실을 거론한 뒤 "경제성장 패러다임이 바뀌는 과정에서 생계능력을 상실한 많은 사람들이 탈락하는 속도나 과정들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며 "엉터리 정책으로 정부나 정치권이 미필적 고의, 아니 고의적인 살인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질책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대공황 시대에 나온 재정확대 정책 더 이상 안 통해"


-올초 반짝하는 것처럼 보였던 경기가 다시 가라앉고 있다. 정부 여당은 이를 재정확대 정책 등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낡은 처방'을 꺼내고 있는데.

재정정책은 노동집약적, 자본 집약적 성장 경제와 폐쇄적 경제에서 임금이 단기적으로 경직적인 경우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개방형 경제 및 기술집약적 성장 경제에서 그리고 노동시장 유연성이 크게 증대된 경제에서는 경기부양 효과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과거 한미일 3국이 실시한 재정정책의 경기부양 효과 사례를 간단히 살펴보면 이를 알 수 있다. 지난 80년대 초 레이건정부 출범 이래로 미국은 주로 정부의 적극적 시장개입을 반대하는 통화론자들이 경기부양 수단으로서 항구적 감세정책을 주장해왔다. 즉 감세정책을 통하여 소비 및 투자를 촉진함으로써 고용창출을 유발하려고 하였던 것이다.그러나 결과적으로 미국의 감세는 부자들만을 위한 감세였다는 비판과 감세가 기업의 투자 및 고용창출을 유발할 정도로 강력한 경기부양 수단이 되지 못했다는 점도 드러났다.또 일본과 한국은 감세보다는 주로 5,60년대 이후 양적 고도경제성장을 주도했던 케인지안적 성향이 강한 관료 및 관변학자들에 의해 적자재정 또는 추경편성을 통한 재정확대가 반복적으로 시행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즉 단기 성장주의를 추구하는 관료주도의 재정정책이 주류였다고 할 수 있다.그러나 90년대에 들어오면서 관료주도의 재정확대책은 거의 경기부양 효과를 내지 못하였는데 그 이유는 경제성장 패러다임이 이미 자본집약적 성장에서 기술집약적 성장으로 바뀌었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 때문이다.뿐만 아니라, 한미일 3국의 재정정책은 재정합리화 및 재정효율화를 동반하지 않은 채 실시됨으로써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급증하는 부작용이 공통적으로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지금 같은 기술집약적 성장 경제에서 효과를 갖는 것은 금리정책이다. 자본집약적 성장 경제에서 기술집약적 성장 경제로 이행하면 불확실성이 증가한다. 자본집약적 성장 경제에선 이미 확정된 기술을 가지고 기계설비를 사서 대량생산해서 파는 경제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투자 위험성 즉 불확실성이 원천적으로 적다.하지만 기술집약적 성장 경제의 경우는 다르다. 기술개발을 성공할 때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성공할 확률도 불과 2,3%에 불과하기 때문에 위험이 매우 높아진다. 또 기술집약적 성장 경제로 이행해가는 과도기에는 고용의 구조적 미스매칭이 발생한다.우리의 경우 외환위기를 맞아서 정리해고가 많아지고 노동 유연성이 느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한국 경제는 90년대 후반부터 기술집약적 성장 패러다임으로 바뀌어 왔다. 그런데도 자본집약적 성장 패러다임의 경제운용 틀을 고수해오다 보니 외환위기 충격에 급격하게 터져버린 모습을 보인 것일 뿐이다.임금이 경직적일 때 단기적인 경우에 한해 케인지안의 재정정책은 경기부양 효과가 있다. 그런데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많이 해소되었으므로 사실상 케안지안의 재정정책은 경기부양 효과가 사라지고 있다. 노동시장 유연성과 불확실성 증대는 기술집약적 경제 시대의 특징처럼 돼 버렸다. 따라서 기술집약적 경제에 있어서 경기부양 수단은 결국 금리밖에 없다고 할 수 있다.

"우리 경제 잠재성장률 3%대로 굳어져"
"경제 성장률 떨어지고 불확실성 커진 경제 상황에서 금리는 내려야"


-그러면 현 국면에서 금리는 어느 수준에서 결정이 되야 하나.

금리결정 모델은 케인지안 모델과 통화론자 모델에서 다른데 케인지안의 금리결정 모델은 자본경제, 즉 생산경제에서의 실수요를 전제로 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자산경제에서의 투기와 불확실성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케인지안의 금리결정 모델로는 불확실성과 투기가 빈발하는 현실을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반면 통화론자들의 금리결정 모델은 불확실성하에서 투자자들의 위험에 대한 태도를 감안하여 위험과 기대수익간의 교환관계로 설명한다. 통화론자들의 금리결정 모델을 직관적으로 설명하자면 시장금리는 잠재성장률-(불확실성의 크기 X 위험프리미엄) 이라는 식으로 결정된다.이 모델은 매우 직관적 설득력을 지닌다. 먼저 잠재성장률이 낮아지면 금리도 낮아진다. 또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금리가 내려간다. 불확실성이 커지면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으로 도피하려 한다. 즉 불확실성이 커지면 기업의 투자 리스크가 커진다는 것으로 기업이 마땅히 투자할만한 데가 없거나 있더라도 굉장히 위험한 투자처만 있는 경우다.이런 경우에는 투자자들이 기업에 투자를 하려고 하겠느냐.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돈을 투자해 돈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간다. 그런가 하면 투자자들이 과도한 위험프리미엄을 요구할수록 금리는 하향 압력을 받게 된다.잠재성장률이 낮아지거나 불확실성이 증가하면 금리는 그에 맞추어 당연히 내려야 한다. 지금 우리 경제성장률이 3% 전후 수준이 지속되고 있으므로 우리 경제는 3% 미만의 초저금리로 갔어야 한다. 우리 연구소는 이를 지난해 말부터 주장했다.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내수 자력에 의한 평균성장률을 보면 평균 3%대다. IT 버블이나 신용카드 버블, 부동산 버블 등을 모두 걷어내면 3%대다. 지난해에도 4%대 성장을 하였으나 이는 수출단가가 크게 높아진 데 기인한다.예를 들어, 포스코의 매출은 2003년 대비 2004년 32% 가량 늘어났다. 매출증가에 대한 기여도를 판매량과 판매가격 요인으로 나누어 분석해보면 판매가격 기여도가 무려 31% 에 이르고 있다.그러면 3% 전후의 잠재성장률 수준은 문제라고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 자체만으로 사실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경제가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양적 성장경제에서의 3%는 문제일 수 있지만 질적 성장경제에서의 3% 성장은 성격이 전혀 다르다.또 일부에서 5% 이상 성장해야만 고용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 5% 성장한다고 고용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다. 이미 성장의 패러다임이 바뀜에 따라 고용은 상당기간 동안 늘어나기 어렵다. 그러니까 3% 성장을 해서 고용이 없는 것이 아니라, 5% 대의 성장을 해도 '고용 없는 성장'을 할 수 밖에 없다. 미국이나 일본도 그런 경우다.이미 한국경제는 내수 자력에 의한 성장잠재력은 3% 전후 수준으로 고착되고 있다. 98년 이후부터 벌써 8년이다. 외환위기 이후 금리가 계속 떨어져 왔는데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춰왔다'고 하지만 사실은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에 맞는 금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다.그런데 지금 한국은행은 '부동산 투기 때문에 금리를 올려야지 내릴 수 없다'는 식의 주장을 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금리를 올리면 가계가 부동산 투기를 하지 않을 거라는 단순한 생각인 것 같다. 그런데 잠재성장률이 3%밖에 안 되는데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고 금리를 올리면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금리를 1,2% 올린다고 정말로 부동산 투기가 없어지겠나. 부동산투기는 저금리의 부작용이라기보다는 성장 패러다임의 변화와 저금리에 대한 일부 경제주체들의 부적응 현상이라고 보아야 한다. 2,3억 투자하면 금방 1,2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로또' 기회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금리를 1,2% 올린다고 투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황당하기만 하다.

"엉터리 정부와 정치권에 분노 치밀어 잠을 못 이룬다"


-그러면 금리가 지금보다 더 낮아져야 한다는 것인가.

1분기에 2.7% 성장했다.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 추세를 분석해본 결과, 특별한 변화가 없는 한 2%대까지도 하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는 최소한 2% 전후 수준이어야 한다고 본다. 정부나 한은이 올해 경제성장률이 4%도 어렵다고 본다면 금리를 당연히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 그런데도 안 내리는 이유가 뭐냐.부동산 투기는 다른 정책으로 잡아야 한다. 부동산이 우리 한국 경제에 상당히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다. 한국경제의 핵심부분은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생산경제와 서비스업에 있다. 우리가 경제패러다임 변화에 맞게 서비스업을 정책적으로 전혀 준비를 안 해왔기에 최근의 자영업 사태와 같은 혼란과 고통을 겪고 있다.미국 경제를 이끌고 가는 것은 서비스업이다. 일본을 이끌어가는 것도 서비스업이다. 일본도 제조업강국으로 알려져 있지만 서비스업이 경제의 핵심이다. 이미 기술집약적 성장 패러다임으로 넘어간 단계에서는 제조업 분야의 구조조정과 노동시장 유연성은 서비스업의 활성화를 통해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국내의 경우 서비스업이 활성화 안 돼 있다 보니 가족들이 강물에 뛰어들고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있다. 즉 공동체 기반이 붕괴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 기록적으로 자살하고 있다. 인구 약 3억인 미국의 자살자가 연간 3만명 내외다. 일본은 90년대 초까지는 2만명 수준이었으나 98년에 고이즈미 내각이 출범하면서 본격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자 31,000명으로 갑자기 1만명 이상 급증했다.종신고용 시스템 등으로 비교적 고용이 안정됐던 나라에서도 경제에 충격이 오니 이렇게 자살자가 급증했다. 우리는 90년대 초에 3000명, 95년에 6000명 수준이던 자살자 수가 외환위기 이후 급속하게 늘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연간 1만 1000명에 달했다. 즉 자살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우리 연구소는 최근 일자리창출과 관련된 연구를 했는데 분노가 치밀어서 연구를 할 수가 없었다. 엉터리 정책으로 정부나 정치권이 미필적 고의, 아니 고의적인 살인을 하고 있는 셈이다. 분노가 치밀어서 잠을 잘 수가 없다.자살자 수가 급증하는 이유가 대부분 경제적 이유 때문이라는 점이 명확해지면서 정말 (이 나라를) 떠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를 수 없었다. 정말 분노한다. 경제성장 패러다임이 바뀌는 과정에서 생계능력을 상실한 많은 사람들이 탈락하는 속도나 과정들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엉터리 집값 정책 내놓은 관료들 도덕적 해이의 극치"





-김소장께서 그동안 여러 차례 거론했지만 최근 부동산 투기 문제가 다시 '판교발 집값 폭등 현상'으로 다시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는데.

부동산 투기 문제는 그 동안 여러 차례 거론했으니 길게 얘기하기 싫다. 정말 간단하다. 누가 주택을 공급하지 말라고 했나. 지금까지 주택공급을 제대로 안 해서 문제다라고 주장한 것은 바로 우리 연구소다.

우리 연구소는 이미 2년 전에 출판한 "현실과 이론의 한국경제"에서 주택보급률이 최소한 110%를 넘을 때까지 주택공급을 계속 확대해야 하며 우리의 주택정책 방향은 소유보다는 전월세(임대) 문제로 전환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언론이나 정부나 부동산 투기대책을 말하면 '주택공급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처럼 상황을 호도하고 있다. 주택공급을 하지 말라는 사람들이 없는데 자기 멋대로 상정해놓고 주장하고 있다. 아주 악질적이다.

우리 연구소는 그 동안 정부가 주택공급을 제대로 안 한 것을 비판하였고, 공급을 해도 어떤 식으로 공급할 거냐 하는 공급방식을 문제 삼은 것이다. 정부의 분양(소유) 위주 공급정책을 문제 삼은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결국 철회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지금도 신도시 개발을 더 한다는 식의 황당한 소리를 했다. 판교에서 집값이 뛴 것이 사람들이 집이 없어서 길거리에서 잠을 잘 정도로 주택공급이 부족해서 집값이 뛴 것이냐. 구제불능이다. 도덕적 해이의 극치다.

현재의 관료 시스템과 정치권은 국가를 운영할, 책임질 능력을 상실해버렸다. 이건 한 정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무리 참여정부가 혁신이다 뭐다 떠들어도 문제를 풀 전문적 역량이 없으면 과거와 똑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모순들이 누적되면 어느 순간에 (경제가) 가버린다. 이미 그런 징후들이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집값 잡겠다고 금리 올린다면 투기가 없어지나."


-최근 한국은행 박승 총재는 집값을 잡기 위해 금리 인상까지 불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부동산 문제를 금리와 관련해서 생각해보자. 가계부문의 금융포트폴리오 구성 내역을 보면, 유이자성 가계부채가 500조원이고 유이자성 금융자산은 600조 정도 된다.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해보면 한국 가계부문의 상대적인 금융부채 규모는 압도적으로 많은 상태이다.즉 과다부채 상태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은 가계의 과다부채가 60%가량 조정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도대체 한국은행은 무슨 근거로 가계부채가 60%가량 조정되고 있다고 말을 하느냐.그리고 전체 예금자의 5% 정도에 불과한 소수 거액예금자들이 600조원에 달하는 전체 예금의 7,80% 이상을 갖고 있다. 반면, 유이자성 부채 500조를 보면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170조원 정도이며 나머지 330조원은 일반대출이다. 그 중에서 실제 투기를 목적으로 은행에서 차입한 사람들을 나눠서 따지기는 어렵지만 생각보다는 그렇게 많지 않다.실제 투기를 목적으로 한 사람들은 원래 돈이 많은 사람들이어서 은행 대출을 많이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또 유이자성 부채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170조를 뺀 330조는 자영업자 등 일반서민 대출이다. 그러면 금리를 올린다고 하면 어느 쪽이 덕을 보고 어느 쪽이 피를 보겠느냐.금리를 올리면 불과 5%도 안 되는 소수 거액예금자의 이자수입이 늘고, 과다부채에 빠져 있는 대다수 서민 계층의 이자부담이 늘어난다. 물론 투기를 목적으로 차입한 사람들을 생각하면 괘씸하기 그지없지만 가계 전체를 생각하면 금리인하는 불가피한 선택이다.한국은행은 왜 이런 계산을 못하는가. 금리를 오히려 내려야 한다. 부동산 투기 문제는 금리와 상관없는 문제다. 금리를 내려야만 상위 5%계층이 어차피 이자가 낮으니 저축보다는 소비를 택하는 유인이 작용한다. 즉 돈 있는 사람들의 소비를 촉진하는 효과다.또 금리를 인하하면 절대 다수의 이자부담을 안고 있는 서민가계의 부담이 줄어든다. 가계 전체로 보면 돈이 있는 사람들의 이자소득이 주니 가계 전체로는 금융이자수지가 마이너스가 되지만 내부 구조를 자세히 살펴보면 바로 이런 구조인 것이다. 이런 것까지 정책 당국에 일일이 다 설명을 해주어야 아느냐.가계 과다부채가 문제가 될 때는 금리를 내려야 소비가 늘어나고 가계의 이자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다. 이자로 노후생활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지금의 한국경제는 돈 있는 사람들이 희생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나 금융당국의 경제정책이라는 것이 바로 경제 전체적으로 비용이 최소화되고 효과가 최대화되는 것을 선택하는 것 아니냐.방송을 통해서도 몇 차례 넌지시 경고했는데도 엉뚱하게도 한국은행 총재가 그런 식의 발표를 하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기 그지없다. 한은 총재는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실시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걸로 부동산투기를 억제하고 금리는 내리면 되지 않느냐. 부동산 투기는 일부 경제주체들의 경제구조 변화에 대한 부적응과 우리 조세체계와 부동산 정책이 잘못 돼 있어서 발생한 것이므로 금리로 잡을 성질의 것은 결코 아니다.또 유가나 원자재가격이 급등하거나 환율이 급락하여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되면 금리인하로 그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 또 북핵문제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진다고 하면 투자를 잘 안 하려 할 텐데 그때 금리를 낮춰야 한다. 금리는 불확실성을 흡수해줄 수 있는 완충 역할을 하는 훌륭한 수단이다.유가 급등과 같이 외생적 충격으로 코스트가 확 올라간 경우이면 기업 입장에서는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되면 소비는 더욱 침체할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에는 금리를 내려서 유가상승으로 인한 기업의 원가상승 부담을 이자부담 감소로 상쇄하여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가격인상 폭을 줄여야 한다.또 소비자들의 소비를 늘려주고 빚을 낸 경우에는 이자 부담이 적도록 해줘야 한다. 지난 80년대 이후 미국은 거의 FRB의 금리조절을 통하여 경기를 조절해왔다는 점을 상기해보라.
 
"기업부채, 가계부채 과다한 한국 경제, 금리인하로 체력 보완해야"

-그런데 일본은 제로금리까지 갔는데도 경제가 안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데.

제로금리 정책으로 일본 기업부문이 많은 구조조정을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일본 기업부문은 여전히 과다부채 상태에 있다. 미국의 경우, 명목 GDP 11조달러에 기업부문 유이자 금융부채는 5조달러로 GDP 대비 기업부문 유이자 금융부채 비중이 45%정도다.이에 비해, 일본은 90년대 초반 일본 기업부문의 유이자 금융부채가 600조엔에 달했으나 지금은 430조엔으로 줄었다. 즉 지난 10년 동안 초저금리 및 제로금리 정책을 바탕으로 170조엔이나 되는 막대한 과다부채를 조정해온 것이다.그런데 일본의 명목GDP는 450조엔으로 지난 10년 가까이 거의 제로성장 상태에 있다. 따라서 현재 일본 기업의 유이자 금융부채 비율은 명목 GDP 대비 95% 수준으로 미국에 비해 여전히 매우 높은 상태이다. 일본기업들이 금융부채 조정을 많이 했지만 플로우 GDP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보면 여전히 과다부채 상태이다.단순하게 미국을 기준으로 하면 지금의 절반 수준까지 줄여가야 한다. 지금까지 제로금리 정책으로 그나마 170조원을 줄인 것이다. 앞으로도 상당규모의 과다부채 조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금리를 지금보다 1~2% 더 올린다면 일본 기업들이 망한다.한국 기업의 경우를 살펴보자. 한국은 명목GDP 700조원에 대해 기업부문의 유이자성 금융부채 규모가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673조원으로 97~8%에 달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구조조정이 이뤄져서 재무구조가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금융부채 규모는 97년의 670조원 수준에서 거의 변하지 않았다.재무구조가 좋아진 것은 사실 부실기업들 구조조정 과정에서 160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 투입으로 부채가 출자전환 되거나 부채탕감에 기인하는 바가 매우 크다. 그러나 미국에 비하면 여전히 한국 기업들의 금융부채 비중은 매우 높은 상태다. 금리를 내려야만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금리는 구조조정이 필요할 때는 절대적으로 중요한 정책수단이다. 금리인하는 구조조정의 부작용과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다. 기업이 무너지면 경제 전체가 무너진다. 일본은 앞으로도 기업의 과다부채 구조조정이 상당 수준까지 이루어질 때까지 상당기간 동안 제로금리 정책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대신 일본의 가계가 피해를 보고 있다.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 가계들이 은행이자로 먹고 살아야 하는데 가계들이 900조엔(금융부채 300조엔)에 달하는 유이자성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로금리로 인해 이자 한 푼도 못 받고 희생양이 되고 있는 것이다. 경제 전체로 보면 가계를 이자수입을 희생하더라도 기업의 과다부채를 줄이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가계 부문은 그 동안 축적한 자산이나 사회복지제도를 통해 상당 기간 생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제로금리로 인해 가계 전체 금융이자수지가 마이너스가 되는데 이는 기업의 구조조정 때문에 생기는 희생대가이다.한국의 경우 가계도 과다부채, 기업도 과다부채인 상태에서 정부의 국가채무도 급증하고 있는 상태다. 즉 경제 전체가 과다부채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다. 가계부채는 아까 얘기했으니 기업부채 문제만 좀 더 따져보자.극히 일부 수출을 많이 하는 대기업이 수출단가가 좋아져서 자금 사정이 굉장히 좋아져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플로우 GDP경제 전체가 감당할 수 있는 기업의 부채규모로 봤을 때는 일본이나 우리는 여전히 기업의 부채비율이 매우 높다. 적어도 미국기업 수준까지 가려면 670조원 되는 금융부채를 최소한 200조원은 더 줄여야 한다.기업이 부채를 줄이려면 사업성 없는 투자는 접어야 하고, 부실한 기업은 문 닫고 생산성이 높은 새로운 투자부문을 찾아야 한다. 그게 구조조정이다. 그런 과정에서 실업증가 등 사회적 부담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보면 지금의 금리수준은 한국경제가 감당하기에는 높은 수준이다.일부 대기업은 관계없을지 모르지만 절대 다수의 중소기업은 이 금리수준을 감당하기 힘들다. 구조조정에 직면해 있다. 절대다수의 중소기업 가운데 절대다수가 자영업자다. 정부가 자영업자를 구조조정 하겠다고까지 할 정도이니 한국은행은 금리를 내려야 하지 않나.
by 선대인 2008. 9. 4.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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