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부터 수도권에서 미분양 주택이 빠른 속도로 급증하고 있다. 건설업체가 사실상 허위로 신고하는 국토부 집계자료로는 수천호 정도밖에 늘어나지 않고 있지만, 실제로는 지난해 10월 이후 아무리 적게 잡아도 최소 2만호이상, 많게는 4만호 이상의 미분양 물량이 늘어났다. 기존에 수도권에서만 약 2만호 가량의 미분양 물량이 적체돼 있었는데, 여기에 추가로 2만호~4만호 이상의 미분양 물량이 늘어난 것이다. 이 같은 미분양 물량 추산에 대해서는 이른바 ‘부동산 찌라시’라고 하는 일부 경제신문들에서조차 건설업계 등의 이야기를 들어 기사화했으니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이 같은 사태에 대해 우리 연구소는 이미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경고했다. 지난해 정부의 미분양 물량 매입과 도산한 건설업체들의 분양 취소, 그리고 건설사들의 사기적인 판촉 활동 등으로 미분양 물량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다시 늘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필자는 건설사들에 대해서도 더 이상 일반 가계들을 대상으로 투기 바람을 잔뜩 집어넣어 분양에 성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런데도 주택건설업체들은 현 정부의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부동산 부양책에 기대 분양가 거품을 빼기는커녕 부동산 광고에 굶주린 언론을 광고로 구워삶으며 밀어내기 분양을 일삼았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전국적으로 막대하게 쌓인 미분양물량을 해소하지 못한다.


필자가 이런 경고를 할 때 일부에서는 주택경기가 계속 악화되면 주택 공급 물량이 줄어들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물론 어느 정도는 그렇다. 하지만, 그 같은 주택공급은 유효수요에 비해 상대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 이미 유효수요에 비해 지나치게 주택이 공급돼 있고 수년간의 잠재 수요조차 투기 바람을 불러일으켜  앞당겨 소진해버린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 공급이 상대적으로 줄어든다고 해서 당장 미분양 물량을 단기간 내에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것은 착각이다. 더구나 상당수의 물량들은 이미 토지보상이 이뤄지고, 분양되거나 일정한 행정적 절차가 진행돼 조금 늦춰지더라도 공급 자체가 안 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장 2009년 상반기에 버블세븐이 꿈틀거리고 인천 청라 등에서 분양 바람을 일으키는데 성공하니 하반기 수도권 분양 물량이 폭증했다. 주택건설업체들이 기회를 봐서 분양하려는 물량들을 여전히 막대하게 보유하고 있다는 증거다.


어떤 분들은 주택경기가 얼어붙는데 왜 건설업체들이 계속 주택을 지어대는지 궁금할 것이다. 건설업체들, 특히 상위 10위권의 재벌 건설업체들을 제외한 대다수 중견주택건설업체들은 막대한 미분양물량에 자금이 묶여 자금난에 시달리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분양해서 ‘돌려막기’를 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각 건설업체들이 분양수입이 없는 채로 이미 사놓은 2~3년치 주택 지을 택지를 금융비용만 물면서 계속 놀릴 수 있을까.


이렇게 말하면 “건설업체들이 바보도 아니고 미분양 날 줄 알면서 그렇게 하겠느냐”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렇다. 그들은 바보가 아니다. 하지만 주택경기 사이클에 따른 공급시차 때문에 주택 과잉 공급은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주택은 공급 계획과 완공 사이에 짧게는 2~3년, 길게는 4~5년 가량 걸리기 때문에 더더욱 이 같은 양상이 심하게 나타난다. 생각해보라. 미국의 건설업체들은 바보여서 부동산 거품이 꺼질 줄 모르고 집들을 지어댔겠나. 한국의 경우는 건설업계가 선분양제 등 절대적으로 공급자에 유리한 제도 때문에 주택공급 사이클 진폭이 훨씬 더 크다. 당장 멀리 보지 않아도, 국내 건설업체들이 모두 바보여서 광주, 대구, 부산 등 지방과 경기도 등 수도권에 팔리지 않는 미분양 물량을 잔뜩 안고 있겠나.


자, 그러면 이 같은 미분양 물량 증가가 향후 집값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생각해보자. 대구시의 사례를 보면, 이 같은 미분양 물량은 어느 순간 확 늘어나면서 집값 급락으로 다시 이어질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도표1>을 보면 대구시의 집값은 2006년 6월을 정점으로 꺾이기 시작해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집값 급락과 거래 위축이 동반되면서 2005년 3000호를 조금 넘던 대구시 미분양 물량은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2006년 8700호로 늘었다. 2008년에는 미분양물량이 2만호를 넘어버렸다. 그러는 가운데 대구시의 집값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대구시 사례를 보면 이처럼 집값 하락과 미분양 물량 증가의 상관관계는 상당히 명확하다.

 

<도표1> 대구시의 미분양 물량과 주택가격 변동 추이

(주)국민은행 및 국토해양부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수도권 미분양 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기도도 시차는 있지만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경기도 미분양 물량도 2006년 3800호 수준이던 것이 불과 2년 만에 2만2000호를 넘어버렸다. 2006년말 집값 폭등 후 2007년 초부터 거래가 주춤해지면서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는 가운데 집값도 서서히 꺾이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의 사력을 다한 경기 부양책과 미분양 물량 해소책으로 이 같은 추세는 일단 멈추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건설업체들의 고분양가 밀어내기 분양으로 위에서 설명했듯이 수도권의 미분양 물량은 다시 급증해 현재 최소 4만호 이상으로 추산된다. 사실상 현재 수도권의 미분양 물량은  지역별 인구와 경제력 등을 감안하더라도 대구시의 2006~2007년 정도 상황에 와 있다고 판단된다. 지방에서 시작된 미분양 물량 충격이 서서히 북상하면서 수도권 주택시장의 목을 조여오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외환위기 이후 3배 이상 늘어난 건설업체들의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을 유도했으면 그나마 주택 공급이 줄어들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대대적 부양책을 동원해 구조조정을 사실상 막고 있다. 정부가 말로는 ‘구조조정’을 떠들어대지만, 버티면 결국 정부가 도와준다는 것을 아는 건설업체들이 자발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서겠는가. 최대한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틸 것이다. 그러는 가운데 상당수 기업들이 좀비기업으로 전락해 ‘정부 재정 호흡기’로 간신히 연명하면서 주택사업을 계속 벌이게 될 것이다.


그것이 심화하면 결국 공급 초과로 덤핑경쟁이 벌어져 분양가를 지속적으로 낮출 수밖에 없다. ‘미분양 아파트 분양가 인하 도미노’라는 지난해 기사 보도에서 보듯이 이미 그 같은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아직 초기 단계여서 생색내기 수준일 뿐이다. 하지만, 향후 2~3년 안에 이런 상황은 더욱 확대되고 분양가 인하폭도 훨씬 커질 것이다. 아마 미분양 물량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는 주택건설업체들은 2~3년 안에 본격적으로 파산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건설업체들은 잠재 수요자들에게 집을 사달라고 애걸하게 될 것이다. 그런 식으로 신규 주택의 분양가가 인하하면 기존 집값 또한 떨어질 것임은 불문가지다.


지금 분양시장에 뛰어들면 건설업체들 좋은 일만 시켜주는 것이다. 그리고 2~3년 후 아파트 분양가를 주변 시세에 맞춰 내려달라고 시위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건설업체들이 자선사업가들도 아니고 그렇게 해서 아파트 분양가를 내려줄 리 만무하다. 이웃 일본에서도 버블 붕괴 후 계약한 집값의 인하를 요구하는 숱한 송사가 벌어졌지만 단 한 건도 승소하지 못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미분양 폭탄 처리반’이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2. 4. 09:10

 

 

최근 일부 부동산 투기 선동가들 가운데는 "집값 거품을 빼자/ 집값을 국민경제의 수준에 맞게 정상화하자"는 주장에 대해 마치 부동산 부자들 집값 오르는 것을 배 아파하는 무주택자들로 묘사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최소한의 사회적, 도덕적 양식과 현실 경제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들로서 함께 토론할 수 있는 상대가 못 됩니다.  이들은 현실경제의 메커니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매우 단기적이고, 단선적인 이해에 바탕해서 매우 편협하게 인식공격을 하거나 허황된 주장을 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 분들은 아래 제가 던지는 몇 가지 질문에 대해서라도 좀더 곰곰이 생각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1. 절대 다수의 국민이 자기 소득에 비해 너무 높다고 생각하는 부동산 가격을 계속 지탱할 수 있는가? 올해의 경우에도 2006년 폭등기 때보다 더 많은 주택대출을 통해 집값을 끌어올렸는데 앞으로도 계속 주택대출을 지속적으로 늘릴 수 있는가? 경기 회복이 되고 있다는 현재에도 일반 가계의 평균 소득은 오히려 뒷걸음질치는데, 이 정도 높은 가격에 집을 사줄 수 있는 유효수요가 계속 늘어날 수 있는가?

 

2. 설사 부동산 거품을 지탱하며 단기적으로 거품 붕괴의 충격을 피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내수 침체, 청년실업 및 비정규직 양산, 한국경제의 고비용 구조, 근로의욕 상실, 고물가로 인한 서민 가계의 부담, 집값에 대한 상대적인 소득 감소, 집값 부담으로 인한 출산 기피 등 매년 국민경제 전체에서 누적되는 천문학적인 기회비용을 상쇄하는 이득을 얻을 수 있는가?

 

3. 단순히 현 정부 임기 내에서가 아니라 우리 세대의 남은 여생과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생각할 때 부동산 거품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현명한가? 당장 자녀의 출가를 앞둔 부모 가운데 자녀들의 집 장만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싸매지 않을 수도권의 부모들이 얼마나 있는가?

 

4. 현 정부 임기 안에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동원하거나 동원하겠다고 발표한 예산만 400조원에 가깝다. 이 예산을 지금처럼 건설업체에게 퍼주거나 부동산 부자들의 부동산 세금을 깎아주는데 퍼부으면서 정작 저소득층및 취약계층 지원 예산을 깎지 않고, 그 가운데 100조원만 제대로 서민들을 위해 쓴다면 서민들이 정말 이토록 큰 고통을 받을 것인가?

 

5. 지금까지 세계적인 전례를 보면 부동산 거품 붕괴의 충격은 부동산 거품의 크기와 비례했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부동산 거품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급선무 가운데 하나는 부동산 거품을 더 키우지 않은 것이 아닐까? 지금 시점에서 부동산 거품을 더 키우지 않고-예를 들어, 주택담보대출 규모를 더 늘리지 않고-지금의 주택 가격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한가? 그리고 다시 첫번째 질문으로 돌아가서, 주택 가격을 떨어뜨리지 않고 한국경제가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을 할 수 있는가?

 

이 같은 질문에 답하는데 참고가 되기를 바라며 예전에 쓴 글을 소개합니다.  

 

 

축구장에 관중들이 빽빽이 들어찼다. 어느 순간 관중석 앞쪽에 앉은 관중들이 경기를 좀 더 잘 보려고 일어섰다. 그러자 그 뒤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차례로 모두 일어서야 했다. 일어선 앞 사람들 때문에 시야가 가려졌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축구장 관중들은 축구 경기가 진행되는 내내 불편하게 서서 봐야 했다. 모두가 앉아서 편하게 볼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익히 잘 아는 ‘축구장의 바보들’ 예화다. 이 예화는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합리적 행동이 경제 전체적으로는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합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화다.


그런데 2000년대 국내 부동산 상황은 합성의 오류가 난무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개개인이 부동산 시장에 차례로 뛰어든 것은 나름대로 합리적이었다. 돈이 됐기 때문이다. 옆의 사람들이 부동산으로 돈 버는 것을 보고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낀 사람들이 또 다시 뛰어들었다. 그리고 나중에는 집값이 더 뛸까 불안해서 거액의 빚을 내 뛰어든 사람들도 많았다. 더 나중에는 투기 광풍이 불어 ‘묻지마 투자’까지 횡행했다. 그렇게 해서 수도권 아파트 값을 평균 세 배 이상으로 끌어올렸고, 가계의 상당수가 감당할 수 없는 거액의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그러는 동안 한국경제는 속으로 곪아가고 있었다. 돈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면서 생산경제에 가야 할 돈은 급격히 위축됐다. 부동산 비용 상승으로 기업들과 자영업자들은 인상된 임대료를 내느라 인건비를 줄여야 했다. 인건비를 줄이는 방식은 열 사람 쓸 것을 다섯 사람만 쓰거나 열 사람을 다 쓰되 저임금으로 부리는 것이었다. 이런 현상이 국민경제 전체적으로는 실업 급증과 비정규직 증가로 나타났다.


빚을 내 부동산 투자를 하다 보니 외환위기 직후 25%에 육박하던 가계 순저축율은 2008년말 2.5%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과거 은행에서 이자수입을 타서 쓰던 가계들이 이제 은행에 거꾸로 매월 수십만~수백만원씩을 월세 내듯 꼬박꼬박 이자로 내야 했다. 이런 과정에서 한국 시중은행들은 국내 최대 월세 임대사업자들이 됐다. 1,2백만원씩을 은행 이자로 내고 난 가계들은 그만큼 소비를 줄여야 했고, 이는 지속적인 내수침체로 이어져 더더욱 생산경제를 위축시켰다. 정부와 상당수 언론은 줄곧 보유 자산의 가치 상승에 따른 향후 차익 실현 기대감으로 현재 소비가 는다는 이른바 ‘자산효과(wealth effect)'를 들먹였다. 하지만 부동산 부채 증가로 인한 내수 위축 효과는 자산효과를 압도했다. 이 때문에 지표상으로는 GDP성장률 4~5%를 오르내렸지만, 서민경제는 항상 침체기였다.


축구장의 바보들 예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축구장에서 모든 관중들이 다 일어선다고 모두 같은 시야를 확보하는 게 아니다. 키가 큰 사람도 있고, 작은 사람도 있다. 노약자와 임산부는 오래 서 있을 수 없고, 어린이는 일어서도 경기를 볼 수 없다. 심지어 신체가 불편한 장애인들은 자리에서 일어서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부동산 시장의 원초적 불공정성은 훨씬 컸다. 우선, 주택을 살 수 없는 사람들이 절반 가까이나 됐다. 지역별로도 편차가 심했고, 평형별로, 가격대별로 편차가 심했다. 세대별로 보면 상대적으로 소득이 없던 젊은 세대에 비해 자금력과 부동산 투자 노하우까지 갖춘 기성세대는 부동산 투자로 덕을 봤다. 하지만 젊은 세대는 부동산 거품으로 일자리와 소득까지 줄어든 상태에서 집값까지 뛰자 결혼조차 하기 힘든 실정이 돼버렸다. 계층별로 양극화도 심해졌다. 부동산을 살 수 있었던 사람들은 가만히 앉아서 10년 이상 열심히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을 불과 1~2년 만에 벌기도 했다. 소득 양극화보다 자산 양극화가 훨씬 더 극심해졌고, 집 없는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근로의욕 감소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결과 부동산을 가진 사람들은 덕을 본 것인가? 물론 부동산 가격이 올라 고가 주택 보유자와 투기성 다주택자를 합쳐 5% 정도로 추정되는 부동산 부자들은 큰 이득을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 한 채가 고작이다. 이제 수도권의 웬만한 지역은 대부분 집값이 올라 이제 싼 데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 세대는 많은 돈을 주택에 깔고 앉아 소비를 줄여야 한다. 2억원이면 될 집을 5억원에 사게 되면 3억원 만큼 자신의 노후를 위해 쓸 돈이 줄어든다. 사실상 자신이 가용할 수 있는 소득이 줄어드는 것이다.


또 자녀가 출가할 경우 어떻게 되는가? 한국의 경우 아직도 많은 부모들이 자녀들 신혼 집 장만을 도와주는 것을 부모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수도권의 웬만한 평형 전세가 2억원에 이르고, 매매가가 4,5억원을 쉽게 넘는 상황에서 어떤 부모가 머리를 싸매지 않겠는가? 자녀들 집 장만 비용이 커지면 자신들의 노후 비용은 줄어드는 게 당연한 이치다. 자녀들의 집장만을 도와주지 않는다 해도 자식들이 높은 집값을 감당하느라 등골이 휘는 모습은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이처럼 부동산 거품은 소수의 부동산 부자들을 제외하고는 결과적으로 국민 대다수를 사실상 더욱 가난하게 하는 불공정한 게임이다. 가장 확실하게 서민들을 말살하는 게임이자, 미래세대를 착취하는 게임이다. 부동산 부자 5%를 승자로 만들기 위해 선량한 국민 95%가 패자가 돼야 하는 게임이다. 그런데도 집을 한 채라도 가진 상당수 국민들이 정부의 거듭된 정책실패와 기득권 언론의 선동에 휘둘려 집값 올리느라 악다구니를 쓰고 있다. 


부동산 가격 폭등에 따른 자산양극화는 어느 순간부터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정치적 계급투쟁 양상까지 띠고 있다. 주택 소유여부에 따라 계급적 이해를 달리하는 유주택자와 무주택자간의 계급투쟁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이전에는 집값의 하향 안정을 바라던 사람들도 일단 거액의 빚을 지고 집을 산 뒤에는 180도 달라졌다. 거의 전 재산이 걸린 주택 가격이 올라주지 않으면 가계경제 자체가 위태로워지기 때문이었다. 경제적 이해관계의 변화가 정치적 태도 변화로 이어진 것이다. 이에 더해 부동산 투기 조장꾼들의 선동과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기성 언론들의 왜곡보도로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불패교’의 신도가 돼버렸다. “2004년 이전에는 부동산 규제 강화를 외치던 여론이 다수였으나, 이후에는 부동산 규제 완화 여론이 다수가 돼버렸다”는 한 여론조사 전문가의 말처럼 이를 생생히 입증하는 말도 없다.


집값을 둘러싼 계급투쟁은 급기야 정권을 교체하는 숨은 원동력이 됐다. “부동산 말고는 꿀릴 것이 없다”고 했던 노무현 정부는 집값 안정을 바라는 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정권을 빼앗겼다. 임기 내내 건설족 정치인과 관료, 건설재벌, 그리고 기득권 언론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가운데 판교를 ‘로또 투기판’으로 만드는 등 정책실패를 거듭했던 탓이다. 반대로 부동산을 둘러싼 계급투쟁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정치인은 현 대통령인 이명박이다. 그는 서울시장 시절 재임 기간 동안 모두 32개의 뉴타운을 지정해 서울 강북 집값을 거세게 밀어 올렸다. 서울시 시가지 면적의 7.5%를 한꺼번에 개발하게 한 탓에 개발지역의 세입자들은 쫓겨나고, 전세난 등 서민 주거난을 가속화시킨 장본인이다. 그는 또한 경부 대운하 등 각종 개발 공약과 부동산 규제 완화 공약 등을 통해 ‘집값을 올려주겠다’는 메시지로 집권한 대통령이었다. 실제로 집권 이후 이명박 정부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동산 가격을 지탱하는데 사력을 다했다. 현 정부에게 부동산은 재개발 철거민들을 ‘법질서 유지’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권력살인을 하는 것조차 합리화할 만큼 신성시됐다. 또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필요한 수준을 넘어 ‘강부자 정권’ 자신들과 정치적 기반인 건설업계 및 다주택 투기자들을 위한 온갖 특혜성 정책들을 남발했다.


이렇게 볼 때 부동산 거품을 꺼뜨리지 않고서는 절대 서민경제는 살아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부동산 거품 부양에 목숨 건 현 정부는 이미 태생부터 최악의 반서민 정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말끝마다 ‘서민 정부’임을 내세우고 있다.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동원된 온갖 경기 부양책의 명목도 대부분 서민 경기 부양과 일자리 창출 같은 것이었다. 현 정부가 쏟아내는 수사나 이벤트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대통령은 말로는 “서민들을 우선 배려하라”는 주문을 쏟아내고 재래시장을 방문해 떡볶이를 사먹기도 했다. 새벽시장을 찾아 상인들에게 목도리를 둘러주고, ‘신빈곤층’ 가정 어린이와 통화하며 울먹이는 쇼를 벌이기도 했다. 이런 장면들을 접할 때마다 허탈한 웃음밖에 안 나온다. 실제 정책은 특권층을 위한 기득권 위주로 운용하면서 서민들의 반감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생색내기 쇼라는 게 너무나 여실히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서민가계에 돌아가는 혜택은 늘 쥐꼬리만했다. 오히려 차상위계층의 건강보험 혜택을 줄이는 등 저소득층 및 취약계층의 지원과 보장을 줄이기까지 했다. 재래시장 상인들이 대형마트의 상권 잠식 때문에 한탄하면 “옛날에는 (국민들이) 죽어지냈는데 요즘에는 할 말 다한다”는 식으로 윽박질렀다.


현 정부는 ‘친서민’을 부르짖지만, 실제 그들의 정책 속에는 서민이 없다. 말끝마다 친서민을 내세우지만, 정책은 늘 반서민이었다. 당장 미국 부시행정부가 실시했던 감세안을 흉내내 현 정부가 실시한 감세안이 그렇다. 이명박 대통령은 감세안 혜택의 70%가 중저소득층에게 돌아간다고 떠벌렸지만 실제로는 감세 혜택의 80%가 철저히 부유층과 매출 1000억원 이상 대기업에 돌아간다. 더구나 현 정부는 감세 규모가 5년간 100조원에 육박하는 사실을 숨기고 36.5조원이라고 지금도 선전하고 있다.  그리고 2009년 한 해에만 관리대상수지 기준으로 GDP 대비 5%를 넘는 재정적자가 발생하자, 부가가치세와 에너지세, 주세 등 간접세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간접세 비중이 높아지면 역진성으로 인해 서민들 부담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 같은 감세안에 대한 민심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번에는 ‘친서민 세제’라는 이름으로 또 다시 분칠을 시도하고 있다. 1조 9500억원짜리 각종 세제 혜택을 내놓았지만, 기존에 시행되던 것을 연장하거나 이미 예정됐던 방안들을 제외한 감면 규모는 4000억원에 불과하다. 사실 구체적인 내용에서도 문제점이 적지 않다. 친서민임을 내세우기 위한 어설픈 짜깁기 임이 역력하다. 무엇보다, 제대로 된 정부라면 ‘친서민’을 떠벌일 이유도 없다. 정부가 제대로 역할을 하면 자연스럽게 친서민 정부인 것인데, 이 정부는 자신들이 제 발 저리니 말끝마다 친서민이라고 떠벌일 뿐이다.


결국 현 정부가 말하는 ‘친서민’은 자신들이 ‘친재벌’과 ‘친부유층’을 눈속임하기 위한 사기술에 불과하다. 말로는 서민 경기부양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부유층을 위한 감세를 실시해 국가 재정을 거덜내고, 4대강 강바닥에 20조원 이상의 돈을 퍼부으며 건설업체들을 먹여 살리고 있다. 부동산 부자들과 소수 재벌 건설업체들에게 온갖 퍼주기를 일삼으면서도 현 정부는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서민들이 더 피해본다’고 선량한 서민들을 세뇌시켰다. 당장 숨넘어가는 진짜 저소득층과 취약 계층의 지원 예산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삭감하면서, 서민을 위한다며 대규모 건설토목 사업을 벌이니 정부가 말하는 서민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부동산 거품기에 국민들의 부동산 투기 심리를 잔뜩 부추겨 고분양가로 폭리를 취하고 이제는 ‘건설족 정부’에 엉겨 붙어 심각한 도덕적 해이 양상을 보이는 건설업체들이 서민이란 말인가. 아니면 집값이 오를 때 빚을 내 집을 여러 채 사들였다가 이제는 ‘집값을 올려 달라’고 댕댕거리는 다주택 투기자들이 서민이라는 말인가.


오히려 현 정부 들어 서민 경제는 더욱 빠른 속도로 몰락하고 있다. 경제적 양극화는 극심해지고, 공동체의 유대는 깨지고 있으며 각 개개인의 삶은 점점 더 불안해지는 ‘만성불안사회’가 되고 있다. 기득권에만 유리한 불공정한 게임 규칙이 한국 사회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삼성 편법 승계 문제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서 보듯이 사실상 법의 지배를 벗어난 특권세력은 여전히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해도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워지고 있고 집값이 폭등해 결혼조차 하기 힘들 지경이다. 국제중과 자율형 사립고 확대 등을 통해 사교육비를 늘리는 정책을 만들고 ‘사교육비 줄이자’는 캠페인을 벌이는 파렴치한 정부다. 수십 조원의 돈을 강바닥에 쳐바르면서도 가뜩이나 빈약한 사회안전망으로 신음하는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을 외면하는 정부는 결코 친서민 정부일 수 없다. 특권층의, 특권층에 의한, 특권층을 위한 특권층 정부일 뿐이다.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2. 2. 11:12

 

 

 

시장경제에서 사람들은 시장 가격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거래를 한다. 그런데 만약 시장가격 정보 자체가 부실 투성이고 심지어 의도적 가격 왜곡과 조작이 난무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도 한두푼 짜리도 아니고 가계 전 재산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큰 주택 가격부터가 그렇다면 납득이 될까.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것은 현실이다.

 

현재 일반인들은 보통 사설 부동산정보업체들이 제공하는 각종 부동산 가격이나 이를 토대로 언론이 보도하는 주택 가격을 시세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설 부동산정보업체들이 집계하는 주택 가격은 각 지역별 현장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불러주는 호가에 가깝다. 대부분 업체들이 회원 중개업소들로부터 매월 수십만원에 이르는 수수료를 받고 있고, 보고 가격에 대한 필터링(filtering)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회원 업소의 수수료 수입이 사업의 주요 기반인 사설 정보업체들이 엄격한 필터링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이들 회원 중개업소들은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 등을 의식해 실제 거래가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의 가격을 신고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요즘처럼 거래 침체기일수록 이런 경향은 더욱 심하다. 

 

그러면 정확한 시세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현재는 각 지자체들에 신고된 실제 거래내역을 국토해양부가 집계해 발표하는 국토부 실거래가 자료가 주택시장 상황을 가장 정확히 보여주는 자료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신고일이 주택거래 이후 60일까지여서 업데이트가 늦고, '업계약'이나 '다운계약' 사례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문제 소지가 있다. (하지만 실거래가의 평균치 추이를 보면 이 같은 사례에 의해 왜곡되는 정도는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김광수경제연구소는 2009년 국내 부동산시장을 분석하면서 기초 지자체별로 실거래가 추이를 살펴보았다. 기초 지자체별로 1000세대 이상 대규모 아파트 가운데 그 지역 주택시장상황을 잘 나타낼 수 있는 아파트 단지의 월별 실거래가 추이를 평형별 평균가격으로 살펴본 것이다. 분석 결과를 보면 국민은행이나 사설 부동산 정보업체들이 발표하는 주택 가격이 얼마나 허구에 가까운지 여실히 파악할 수 있다.

 

우선, 서울 대부분 지역과 경기 남부 및 주요 신도시 지역 등은 대부분 2006년 말, 수도권 외곽과 인천 등에서는 2008년 상반기에 고점을 찍은 뒤 2009년 초까지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다. 그 하락폭은 아래 표(서울 주요 아파트단지의 가격 하락률 비교)에서 보는 것처럼 아파트 단지별로 차이가 있지만, 20~40%씩 큰 폭으로 하락한 경우가 많았다. 이는 명목가격으로 같은 기간의 물가 상승 수준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는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할 수 있다.

 

   
▲ 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의 하락률 변동 비교 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의 실거래가 추이를 보면 2008년말~2009년초 고점 대비 20~30% 전후까지 떨어졌으나 해당 지역의 국민은행 호가지수는 이 같은 급락세가 거의 나타나고 있지 않다. 위 언급된 아파트 면적은 전용면적이며 국민은행과 실거래가란의 숫자는 가격 고점 대비 하락률(단위; %)

 

이는 2006년 말까지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폭등한 뒤 추가 매수세가 뚝 끊어지자 빚을 많이 진 매도자들부터 집을 내놓으면서 실거래가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중대형 아파트들의 경우 단기간에 가격이 너무 올라 거래가 거의 끊어질 지경이어서 빚을 잔뜩 낸 가계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매물을 토해냈다. 이렇게 실거래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데도 부동산 중개업소가 불러주는 호가 위주로 작성된 국민은행 가격지수와 사기적 허수에 가까운 부동산정보업체 가격은 완만한 하락세를 나타낸 정도에 그쳤다. 표에서 실거래가 고점 대비 하락률과 해당 지역의 국민은행 가격지수 하락률의 차이가 이 같은 양상을 잘 나타낸다. 실거래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는데도 지역 주민들과 부동산중개업소들이 결탁해 호가로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2008년 10월 서울 상계동의 한 아파트 79m²(분양면적)형은 2억4000만 원에 현장에 매물로 나와 있지만, 국민은행 시세 하한가는 3억1000만 원으로 돼 있었다. 또 비슷한 시기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아파트 106m²형은 급매 물건 가격이 6억5000만 원이었지만, 국민은행 주택 통계 사이트에서는 상한가 9억 원, 하한가가 8억 원에 올라와 있었다. 또 2008년 10월 경기도 수원시 매탄동의 한 아파트 106m²형의 경우 현장 시세 3억5000만 원에도 매수세가 없었지만, 한 사설 부동산업체의 인터넷 사이트에는 하한가가 4억원으로 잡혀 있었다. 가격을 낮춘 매물이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시점이었다는 점을 감안해도 그 괴리가 너무 과도했던 것이다. 이런 식으로 실거래가가 계속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2006년말 이후 계속 호가 거품을 지탱하고 있었던 것이다.

 

2008년말과 같은 집값 급락기만큼은 아니지만 최근에도 실거래가와 부동산 정보업체의 호가 사이에는 상당히 큰 차이가 있다. 지역이나 면적형별로 다르지만 그 차이가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이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은평뉴타운 1지구 12단지 85㎡(전용면적, 이하 전용면적)형의 경우 국토부 실거래가는 2009년 10월에 4억 원에 거래가 이뤄진 뒤 거래가 끊어졌다. 하지만 한 부동산 정보업체의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 있는 이 평형의 최저가는 5억5천만 원, 최고가는 6억 원으로 게재돼 있다. 최근 주택시장 흐름을 보자면 해당 아파트 가격은 2009년 10월에 거래된 4억 원보다 오히려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부동산 정보업체는 실거래가보다 1억5천만~2억 원 가량이나 더 높은 호가를 게재하는 셈이다. 같은 은평뉴타운 1지구 1단지 85㎡형의 경우도 2009년 11월에 4억 원에 거래된 뒤 거래가 사라졌다. 그런데도 부동산 정보업체에 게재된 가격은 5억2천만~6억 원 선이다. 은평뉴타운 1지구 13단지 102㎡형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009년 12월 실거래가는 4억9천만 원에 그쳤지만, 부동산 정보업체에는 6억3천만~6억8천만 원으로 등록돼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른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 삼성래미안 1차 아파트 60㎡형의 경우 2009년 12월에 3억9천만 원에 거래된 사례가 단 한 건 있었지만 부동산정보업체의 가격은 4억~4억2천만 원에 게재돼 있다. 또 같은 아파트 115㎡형은 2009년 11월 단 한 건이 7억4800만 원에 계약됐지만, 부동상 정보업체에 게재된 가격은 7억8천만~8억 원에 게재돼 있다.

 

경기도 용인시 마북동 삼거마을 삼성래미안1차 135㎡형의 경우 2009년 10월 5억3천만 원에 거래된 뒤 거래가 끊겼지만, 부동산 정보업체 사이트에는 같은 평형의 거래가가 5억7천만~6억3천만 원으로 잡혀 있었다. 또 경기도 고양시 화정동 은빛마을 6단지 104㎡형은 4억800만 원, 133㎡형은 5억6200만 원에 각각 한 건씩 거래됐다. 165㎡평의 경우 11월에 5억8500억 원에 거래됐다. 하지만 부동산 정보업체의 가격은 순서대로 각각 4억2천만~5억5000만 원, 5억5천만~7억 원, 6억8천만~8억 원으로 잡혀 있다. 실제 거래가격이 부동산 정보업체 호가의 하한선 수준이거나 하한선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허다한 셈이다. 그 괴리가 심한 경우 호가와 실거래가의 괴리가 1억~2억 원씩 벌어지기도 한다.

 

이처럼 부동산 중개업소와 이들의 가격 보고를 게재하는 정보업체들의 가격 조작과 선동은 거의 일상화되다시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부 부동산정보업체는 2009년 5월부터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의 경우 2006년 고점을 회복했다고 주장했지만, 당시 해당 단지의 실거래가는 여전히 고점 대비 14% 하락한 상태였다. 그런데도 일부 언론은 이 같은 부동산정보업체의 호가를 마치 시세인 양 기정사실화해 선동하기 바빴다. 그뿐만 아니라 2009년 3~9월 사이의 반등세에도 불구하고 서울 대부분 지역의 아파트 단지들은 여전히 고점 대비 10~30% 하락한 상태다. 그나마 서울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경기도에서는 가격 반등세가 서울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김광수경제연구소가 수도권 핵심 지역의 실거래가를 조사해 본 바에 따르면 실거래가가 이미 고점 대비 20~30% 가량은 떨어져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도 호가 위주의 국민은행 가격지수는 여전히 2006년 고점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실거래가와 부동산 정보업체들을 중심으로 쏟아내는 호가 사이에는 이미 매우 큰 괴리가 있다. 더구나 2007년 이후 추가 매수세가 급감하면서 잠재적 매도자들과 부동산 중개업소 등이 결탁해 호가를 억지로 높여 부르고 있어 실거래가와 호가의 괴리는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서울 등 수도권 상당수 지역에서는 지금 같은 거래 빙하기에도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호가를 올리고 있다. 실제로 서울 양천구 목동의 경우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몇 달 동안 거래 한 건 하지 못할 정도로 거래가 끊겼는데도, 목동신시가지 재건축 이슈를 들어 호가를 올리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이를 바탕으로 사설 부동산정보업체들은 사실상 조작에 가까운 통계자료를 내고 이를 상당수 언론이 그대로 보도하는 양상은 되풀이되고 있다.

 

이처럼 왜곡된 보도와 정보가 난무하는 근본 이유 가운데 하나는 자산시장에서 부동산가격이 결정되는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없기 때문이다. 국내 주택 전체 재고를 약 1300만호로 잡고, 한 가구당 1억 원만 쳐도 총액이 1300조 원이다. 그런데 전국 아파트 거래물량은 2006년 112만5천 호, 2007년 84만 호 수준이다. 계산의 편의상 연간 100만호 가량이 거래된다고 가정하면 전체 주택 재고의 약 7.7%가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일부 경제적 이해가 부족한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는 "일부 빚을 많이 진 사람들이 집을 싸게 내놔도 대부분 사람들은 집을 보유하기 때문에 집값은 안 떨어진다"는 황당한 주장마저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일부의 주식물량이 거래돼 전체 주가가 오르내리는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7.7%의 주택 물량이 거래되면서 전체 1300조원에 이르는 주택의 자산가격이 함께 오르내리게 되는 것이다.

 

특히 미국이나 유럽처럼 단독주택의 비중이 높고 주택유형이 다양한 경우와 달리 한국의 경우 이런 특성이 훨씬 더 심하다. 한국의 경우 2000년대 이후 부동산 투기가 대부분 아파트를 위주로 일어났고, 시세도 아파트 단지별로 표준화, 획일화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치동 은마아파트 77㎡형, 분당구 서현동 삼성아파트 134㎡형처럼 같은 지역의 같은 규모 아파트 별로 부동산도 주식처럼 '종목별' 시세가 형성되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층별이나 조망권 여부 등에 따라 일정한 편차가 있지만, 큰 틀에서는 이렇게 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은 일부 주택 물량이 거래돼 전체 주택의 가격이 사실상 결정된다.

 

이런 점에서 2008년 말 서울 강남 등 '버블 세븐' 지역에서 30~40% 이상 가격이 떨어진 것은 정상적인 시장 가격이었다. 매도자 입장에서는 그 가격대 이상으로는 주택을 아무리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게 부동산 시장의 냉엄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거꾸로 이런 원리에 따르면 상당수 부동산 정보업체들이 제시하는 과도한 호가는 결코 정상적인 시장거래가격이 아니다. 아무리 잠재적 매도자가 가격을 많이 받고 싶다고 하더라도 사줄 수요자가 없다면 그것은 시장 가격이 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잠재적 매수자와 매도자가 서로 다른 기대가격을 갖고 있는데, 언론이 잠재적 매도자의 호가를 시장 거래가격처럼 보도하는 것은 조작에 가깝다. 다분히 사람들의 불안 심리를 부추겨 추격매수를 하게 하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선동형 기사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선동기사들이 난무하다 보니 매도자와 매수자간 기대가격이 너무 크게 벌어져 더 이상 거래가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빚을 잔뜩 지고 근근이 버티던 잠재적 매도자들은 언론의 선동보도에 헛바람이 들어 호가를 올렸고, 잠재적 매수자는 가뜩이나 경기도 불투명한데 터무니없는 가격에 집을 사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러다 보니 집을 팔려는 사람은 몇 달이 넘도록 집을 내놔도 집을 팔 수 없는 현상이 수도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현재의 호가 위주 집값은 절대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는 집값이 아니다. 실제 거래될 수 있는 집값은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주택 소유자가 생각하는 집값보다 최소 20% 이상 낮은 가격일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지금 부동산시장의 현실이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잔뜩 부푼 호가는 점점 떨어지는 실거래가로 수렴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최근 수도권 주요 아파트단지의 실거래가는 '거래 실종+실거래가 하락'이라는 2007년 이후의 패턴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2. 2. 07:43

 

국토해양부는 2009년 상반기에 발표하겠다던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를 지난해 말부터 작성해 공개하기 시작했다. 현행 국민은행이 조사해 매월 발표하는 주택가격 지수는 회원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호가에 근거한 지수인데다 신규 입주물량이 일정한 시점에 한꺼번에 표본에 잡히는 등의 문제점으로 인해 현실의 주택 가격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택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주택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든 2007년 이후로는 호가 위주의 국민은행 가격지수가 실제 거래되는 주택 가격과 괴리가 심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김광수경제연구소가 수도권 주요 도시들의 아파트 단지 실거래가 사례들을 조사한 바로는 이미 2006년 이후로 고점 대비 15~20% 가량 떨어진 단지들이 대부분이다. 서울 동북권과 경기 동북부 및 인천 등 수도권 일부 지역의 경우, 2008년 상반기가 고점이기는 했으나 이들 지역에서도 대부분의 아파트 단지들은 실거래가 상으로는 2008년 상반기의 고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도표1>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국민은행 가격지수로는 수도권과 수도권 각 광역시도의 가격지수가 2006년 말은 고사하고 2008년 상반기 고점 수준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도표1 수도권 전체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광역시도 아파트가격지수 추이 비교(국토해양부와 국민은행 자료를 이용해 김광수경제연구소에서 작성)
ⓒ 김광수경제연구소

 

이 같은 상황 때문에 비록 3개월가량 시차가 발생하는 단점은 있지만, 2006년 1월부터 전국의 아파트 실거래가 사례를 집계해 국토해양부가 작성하는 실거래가 지수는 국민은행 가격지수보다는 부동산시장의 현실을 좀 더 정확히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그 결과는 오히려 정반대였다. 국토부가 발표한 실거래가 지수를 보면 누가 보더라도 쉽게 수긍하기 힘든, 현실과 동떨어진 주택가격 지수임을 한 눈에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왜 그런지를 살펴보자. 

 

<도표1>은 국토부의 아파트 실거래 지수와 국민은행의 아파트 가격지수추이를 2006년 1월의 가격 수준을 100으로 삼아 나타낸 것이다. 이들 도표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실거래가 지수는 주택시장 상황의 변화에 따라 가격의 진폭이 크게 나타난다는 점에서는 국민은행 가격지수보다는 좀 더 현실에 가까운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국토부 실거래가 지수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호가 위주 가격지수보다 같은 기간에 훨씬 더 크게 뛴 것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는 현실과 심각한 괴리를 나타내고 있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그동안 투기심리를 부추기는 방향으로 주변 아파트 가격을 띄우기 위해서나 주변 아파트 단지 주민들의 압력 때문에라도 실제 체결되는 아파트 가격보다 높은 호가를 유지해왔다. 특히 이 같은 호가는 주변 아파트 소유자들이 요구하는 '매도 호가'에 가까운 가격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실제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해 거래되는 실제 아파트 가격, 즉 실거래가는 이 같은 호가보다는 낮은 것이 정상이다.

 

특히 2007년 이후 주택시장이 침체에 접어들면서 거래량이 급감하면서부터는 호가보다는 최소 10~20% 이상 싼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체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렇다면 이 기간에 작성된 실거래가 지수가 국민은행 호가 지수보다 상승폭이 적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결과는 위에서 보는 것과 같이 오히려 실거래가 지수의 상승폭이 국민은행 가격지수보다 훨씬 더 컸고, 따라서 2009년 9월 현재 국민은행 가격지수보다 훨씬 더 높은 상태에 있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가격지수임을 실거래가 지수 스스로가 웅변하고 있는 것이다. 

 

국토부의 실거래가 지수가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는 아래에 소개하는 수도권 주요 아파트 단지의 실거래가 사례를 살펴보면 좀 더 분명히 드러난다. 참고로, 아래에서 소개하는 실거래가 사례는 2009년 12월 국토부가 발표한 거래 사례들을 도표화한 것으로 2009년 11월까지 거래 사례들이 포함돼 있으나 상당수 단지의 경우 2009년 8, 9월 이후 거래가 소멸된 경우가 많았다.

 

▲ 도표2 서울 강남구 주요 아파트 실거래가격 변화 추이(국토해양부 자료를 이용해 김광수경제연구소에서 작성)
ⓒ 김광수경제연구소

 

먼저 <도표2>를 토대로 이른바 '부동산 1번지'라고 하는 서울 강남구의 아파트 실거래가 사례를 살펴보자. 이 도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서울 강남의 경우에도 저층 재건축 단지의 대명사인 개포동 주공1단지만이 겨우 2006년 말 고점 수준의 가격을 회복했을 뿐이다. 그나마도 수도권 전역에 DTI규제가 도입된 2009년 9월 이후로는 다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중층 재건축 단지의 상징인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에는 아예 2006년 말 고점 회복은커녕 고점보다 15%가량 낮은 가격에서 다시 떨어지고 있다.

 

이른바 명품아파트의 대명사였던 대치동 동부센트레빌이나 도곡동 도곡렉슬 등도 2006년 고점 대비 20% 이상 떨어진 가격에서 거래가 끊어지면서 상승세에 제동이 걸리거나 재하락하고 있다.

 

강남구뿐만 아니다. <도표3>에서 수도권 주요 아파트단지들의 실거래가 사례를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분당파크뷰의 경우 2009년에 가격이 반등했다고는 하지만 2006년 고점 대비 -30% 수준까지 올라왔다가 다시 떨어지면서 거래가 끊기고 있다. 이 같은 양상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용인, 일산신도시 등 수도권의 주요 도시들도 대부분 비슷한 양상이다.

 

▲ 도표3 수도권 주요 아파트 단지 실거래가격 추이(국토해양부 자료를 이용해 김광수경제연구소에서 작성)
ⓒ 김광수경제연구소

 

서울과 경기도 주요 도시들과는 달리 2007년 이후부터 오르기 시작한 인천시의 경우 2008년 상반기에 고점을 찍었으나 대체로 2009년에도 고점을 제대로 회복하지 못하고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여기에서 모두 소개할 수는 없으나 수도권 대부분 주요 도시의 아파트 가격은 대체로 이와 비슷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위에서 본 것처럼 '부동산 1번지'라는 서울 강남 지역은 말할 것도 없고, 경기도의 주요 도시 대부분 지역에서는 실거래가 기준으로 2006년 말 고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을 걸어 가장 최근의 국토부 실거래가 지수가 발표된 2009년 9월 시점까지 평균적으로 고점대비 최소 15% 이상 떨어진 가격이 형성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국토부 실거래가 지수에서 수도권의 경우 2006년 12월의 지수가 127.5이므로 2009년 9월의 가격이 이보다 15% 가량 떨어진 지수가 나와야 정상이라고 할 수 있다. 설사 2006년 말 이후 '버블 세븐'을 비롯, 수도권 주요 도시의 실거래가가 하락하는 가운데 남은 투기 수요가 경기 동북부와 이른바 '노도강' 등 서울 동북 3구 등으로 유입되면서 2008년 상반기까지 오른 것이 다른 수도권 주요 도시의 실거래가 하락을 상쇄했다고 치더라도 2009년 9월의 실거래가 지수가 2006년 고점 수준을 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런데 2009년 9월의 수도권 실거래가 지수는 2006년 말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147.0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국토부가 발표한 실거래가 지수가 한 마디로 현실과 동떨어진 또 하나의 엉터리 통계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국민은행 호가지수의 문제점을 개선·보완하기는커녕 오히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가격지수를 만들어낸 셈이다.

 

그러면 이처럼 국토부 실거래가 지수가 엉터리 가격지수가 된 이유는 뭘까. 국토부가 구체적인 지수 작성 방법이나 이에 사용된 표본 등에 대해 공개하지 않고 있으므로 현재로선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다만, 한두 가지 이유를 추정해 볼 수는 있다. 국토부 설명에 따르면 실거래 가격지수는 미국의 대표적인 주택가격 지수인 케이스‐실러 지수의 기법을 본 따 2번 이상 반복 거래된 동일주택의 가격 변동률로 지수를 산정하는 '반복매매(repeat sales)' 모형을 사용해 작성됐다고 한다.

 

다만, 한국적 특성에 따라 아파트의 단지·면적·동·층그룹(저층·중간층·최상층 등)이 같은 아파트는 동일한 주택으로 간주했다고 한다. 이 같은 지수 작성 방법과 대상기간 아파트 거래의 특성 때문에 현실과 달리 특정 면적형이나 유형의 아파트 거래 비중이 과다 반영됐을 수 있다. 예를 들어, 2007년 주택시장 침체기간 동안에도 상대적으로 소형 아파트는 거래도 비교적 활발했고, 가격도 중대형과는 달리 강세를 나타내는 지역이 많았다. 또 2007년 이후로는 뉴타운, 재개발, 재건축 지역을 대상으로 한 투기적 거래가 전반적인 시장 침체 속에서도 비교적 활발했는데, 이 같은 투기적 거래가 과다 반영됐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경우야 어찌됐든 이처럼 시장상황 때문에 나타난 일부의 양상이 과대 반영되는 경우라면 이를 보정하면서 전반적인 주택시장의 현실을 더 잘 반영하는 방식으로 지수를 작성했어야 옳다. 통계나 각종 지수는 개별적 사례들만으로 파악하기 힘든 사회, 경제적 현상 등을 수치화해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것이다. 특히 정부로서는 사회, 경제적 현실을 정확히 파악해야 올바른 정책적 처방을 내릴 수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실태를 정확히 파악한다는 명목으로 많은 인력과 예산을 쏟아 붓고도 그 결과는 오히려 현실을 왜곡하는 지수를 내놓고 말았다. 이러니 실거래가 지수가 발표되자마자 상당수 언론들의 웃음거리가 되고 만 것이다.

 

사실 각 정부 부처가 작성한 통계의 정합성이 떨어지거나 현실과 동떨어지는 경우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국토해양부가 발표하는 부동산 관련 통계 또한 마찬가지다. 위에서 언급한 가격지수 외에 아파트 거래량의 경우에도 2009년 5월부터 그동안 거래량에서 제외해온 이른바 '부적정 하한가' 거래 사례 건수를 거래량에 포함시켜 갑자기 거래량을 늘리기도 했다. 또 미분양 물량 통계는 아예 사실상 건설업계가 마음대로 조작하는 통계에 가깝다. 건설업체가 신고하는 수치를 국토해양부가 단순 집계해서 발표하는 것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실거래가 지수 또한 정부의 고의 여부를 떠나 결과적으로 실거래가 기준으로 주택가격이 점차 떨어지고 있는 현실을 호도하고 '집값이 급등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줘 가뜩이나 사기와 조작이 난무하는 부동산시장의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1. 29. 09:43

 

고려대 이기수 총장이 한국대교협 회장으로 선출되면서 한국의 대학 등록금은 교육의 질에 비해 매우 싸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합니다. 이는 교육 수요자인 대다수 국민들의 체감과는 동떨어진 것으로 한마디로 '경쟁의 무풍지대'에서 독과점적 혜택을 누리는 한국 대표 사립의 오만함과 자가당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미일 3국의 교육의 질 대비 사립대 등록금 수준을 비교한 것은 우리 연구소가 소개한 글을 참조하시기 바라고요. 저는 이 글에서 1995년 이후 사립대와 전문대의 납입금 상승 추이와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을 비교해봤습니다. 아래 <도표1>에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1995년 1월을 100으로 할 때 생활물가지수는 191.4로 변동한 반면, 사립대 납입금은 256.5, 전문대 납입금은 289.7로 급상승했습니다. 이를 금액으로 생각해보면 예전에 100만원으로 살 수 있던 생활에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가 191.4만원으로 상승한 반면, 1995년에 100만원이던 등록금은 256.5만원, 전문대 납입금은 289.7만원으로 올랐다는 얘기입니다. 이것은 비교적 등록금이 낮은 지방의 사립대와 전문대를 포함한 수치로 연세대와 고려대, 이화여대 등 서울지역 사립대와 전문대의 등록금은 이보다 더 가파르게 올랐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또한 고려대 총장과 같은 교육 서비스 공급자 입장에서가 아니라 교육 수요자 입장에서 지금 한국 교육의 현실을 살펴보면 어떨까요? 아래 <도표2>를 참고로 해서 설명하겠습니다. 고등교육에 대한 공공과 민간의 지출 부담 비중을 살펴보면 한국은 민간, 즉 가계의 부담율이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습니다. 고등교육에 대해서도 대부분 국가가 책임지는 유럽 대부분의 국가는 말할 것도 없고, 민간 지출 부담이 높은 미국이나 일본보다도 더 높은 것입니다. 이만큼 국가가 고등교육에 대한 지출을 줄이고, 민간 부담으로 지출하게 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처럼 된 데에는 정부가 80년대 이후 질적 수준을 따지지 않고 각종 사립대학을 무분별하게 난립하게 하고, '학벌 신드롬'을 조장해 대다수의 고교 졸업생이 어떤 식으로든 대학에 진학하게 하는 점에 기인하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무분별하게 난립한 대학 가운데 다수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합니다. 하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한국의 학부모와 학생들의 교육비 부담은 매우 크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대학들은 경제위기 전까지 가파르게 등록금을 올려 진정한 교육 서비스의 질을 끌어올리기 보다는 캠퍼스 내 건물을 올리고 각종 수도권과 지방에 캠퍼스를 조성해 '부동산 장사'와 '등록금 장사'에 더 열을 올려왔습니다. 이런 자신들의 행태는 망각하고 교육의 질에 비해 대학 등록금이 싸다고 주장하는 신임 대교협 회장의 발언은 그야말로 오만한 발언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번 고려대 이기수 총장의 발언이야말로 왜 한국의 대학들이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으며, 대대적인 구조개혁이 왜 필요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발언이라고 하겠습니다.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1. 28. 10:44

 

지난해 말에 이어 올초에도 수도권 부동산 가격을 전망하는 기사들이 각종 언론에서 앞다투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집값이 오르던 8~9월까지 "내년에 집값이 대세 상승한다"고 주장하던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라는 많은 사람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예상치'를 낮추더니 이제는 '보합'이니 '조정'이니 '상저하고' 식 발뺌하는 표현들을 쓰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 전망이 말 그대로 전망인지, 지금 벌어지는 현상에 대한 설명인지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필자가 보기에는 자신들 '희망사항'을 말하는 것일 뿐이지만 말이다.

 

이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결코 '집값이 떨어진다'고 하지 않고 늘 '조정' '보합'이라는 표현을 쓴다는 것이다. 집값은 늘 오르기만 하고 집값이 떨어지는 것은 다음 집값 상승을 위한 휴지기 정도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일반인들로 하여금 은연중에 '한국의 집값은 계속 오른다'는 식으로 세뇌를 시키는 것이다.

 

토지보상금 증가에 따른 집값 상승설은 근거 부족

 

최근 이들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들이 새롭게 내놓은 레퍼토리 가운데 하나가 토지보상금 문제인 모양이다. 올 한해 약 40조원에 가까운 토지보상금이 풀려 집값을 밀어올리게 된다는 것이다. 2000년대 집값 폭등은 주로 주택담보대출이라는 일반 가계의 대규모 금융권 차입 때문에 벌어진 투기 현상이다. 따라서 토지보상금 증가에 따른 집값 상승설은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이 근거가 부족한 주장이지만, 일반인들 가운데는 여전히 이에 현혹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 이 주장이 왜 근거가 없는지 한 번 생각해보자.

 

우선, 토지보상금이 풀린다 해도 부동산 시장의 흐름에 따라 그 돈의 부동산 시장 유입 여부와 그 규모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이 글을 읽는 독자가 토지보상금을 받은 지주라고 하면 2005~2006년 부동산 폭등기 때는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 덩달아 부동산 투자를 많이 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거꾸로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으면 부동산 투자에 쉽사리 덤벼들겠는가? 결국 같은 보상금을 받더라도 당시 상황에 따라 일반인들은 자신이 판단할 때 위험 대비 가장 많은 투자수익률을 가져다 주는 곳에 투자한다고 가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올해의 집값 추이에 대한 전망은 다를 수 있다고 해도 적어도 2006년과 같은 폭등기 양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렇다면 보상금을 받는다고 해도 과거처럼 부동산에 '적극적으로' 재투자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2006년 부동산 폭등기 때와 마찬가지로 보상을 받은 가계가 부동산에 투자할 것처럼 기정사실화한다. 이는 터무니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앞에서도 설명한 바와 같이 토지보상금이 일부 언론이나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선동하는 것과 달리 주택시장에 그다지 흘러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토지보상금으로 인근 지역 땅을 사거나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경우도 있지만, 지방에 풀린 토지보상금이 수도권 아파트 시장으로 흘러드는 현상은 상당수 언론 보도와는 달리 매우 미약하다. 즉, 지금까지 대부분의 수도권 아파트 투기는 가계 주택 담보 대출을 통한 투기였을 뿐 토지 보상금은 부동산 대출 투기에 더한 플러스 알파 정도 변수였을 뿐이다.

 

'재미교포들의 강남아파트 대거 매수' 보도가 사실일까

 

이를 설명하기 위해 간단히 도표 두 개만 소개하기로 하자. 

 

아래 '도표1'은 지난해(2009년) 강남구 은마아파트 재건축 단지 매입자의 거주지별 비율을 나타낸 것이다. 보다시피 강남3구 56%를 포함해 서울 거주자가 74%를 차지한다. 그리고 수도권이 17%, 지방이 8% 정도였다. 그런데 이 가운데 토지 보상금을 받은 사람들로 보이는 비율(수도권과 지방 거주자 가운데 금융권에서 빚을 2억원 이하로 얻은 사람들)은 전체 거래의 3%도 되지 않았다. 판교신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를 분석한 결과로는 지방 원정 매입자의 비율이 2%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매입자의 거주지별 비율 2009년 은마아파트 매입자 가운데 지방 거주자는 8%였고, 이 중에서도 금융권 부채를 2억원 이하로 빌려서 매입한 경우는 3% 정도에 불과했다.
ⓒ 김광수경제연구소
 은마아파트

이는 토지보상을 받은 지방 사람들이 대부분 현금 보유를 하거나 부동산을 사더라도 인근 토지 등을 사고 언론에서 떠드는 것처럼 수도권 원정 매매를 잘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시골 사람들이 조상 땅을 팔아 받은 보상금으로 수도권 아파트에 질러대는 것은 결코 흔한 경우가 아니다. 

 

은마아파트 매매 거래자의 대부분은 아래 '도표2'에서 보는 것처럼 금융권에서 잔뜩 빚을 내서 집을 산 사람들이다. 금융권 대출로 집을 산 사람들 비율을 보면 2006년 같은 폭등기 때는 약 70%였다가, 지난해 경우에는 60% 가량 된다. 그리고 이들의 평균 주택 대출액은 전월세를 끼고도 평균 3.4억원 가량에 이르렀다. 그런데 경제 전반 상황을 고려하면 총부채상환비율(DTI)규제는 해제되기 어렵다.

 

본격적인 출구전략으로서 기준금리 인상이 논의되는 마당에 DTI규제를 해제한다는 것은 경제 전반의 사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면 현재로선 상상하기 어렵다. 일부에서는 부동산 부양에 목맨 현 정부라면 그런 일도 서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DTI규제를 해제한다는 것은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기는 여건을 만든다는 사실을 알고도 모른 채 하는 주장일 뿐이다. 집값 부양에 '올인'하는 정부나 다주택 투기자 입장에서 기준금리 인상과 DTI규제 가운데 그나마 어느 쪽을 선호할까?

 

   
▲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매매가 대비 근저당 설정 실태 2009년 은마아파트 매입자의 약 60%가 금융권 대출을 이용했고, 그 매입자들의 절반 이상이 최소 3억~4억원 이상의 대출을 일으킨 것으로 나타났다.
ⓒ 김광수경제연구소
 토지보상금

이런 식으로 이제 추가 주택대출은 어려운 상황이 됐다. 주택 구매자의 60%가량이 주택대출로 매매를 하는 상황에서 주택대출이 묶여 있는 가운데, 불과 전체 거래의 2~3% 정도밖에 차지하지 않는 토지보상금 거래가 늘어난다고 집값이 얼마나 뛸 수 있을까? 또한 지난해 수도권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뛰는 축에 든 은마아파트가 이 정도인데 집값이 움츠러든다면 토지보상금이 얼마나 몰려들겠는가?

 

참고로, 지난해 초에 환율효과로 미국 거주 교포들이 강남아파트 대거 매수에 나섰다는 보도가 여러 차례 나왔는데, 적어도 은마아파트 사례를 보면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전체 2백수십건의 매매사례 가운데 외국 거주자들이 아파트를 산 경우는 딱 두 건 뿐이었다. 그것도 5억원 이상 부채를 안고 아파트를 산 경우였다.

 

투기 심리를 자극하기 위한 가공의 숫자로 선동

 

사실 무엇보다 올해 안에 40조원에 이르는 토지 보상금이 일시에 다 풀린다는 주장부터가 터무니없이 과장돼 있다. 40조원이라는 액수는 일부 부동산 투기 선동가들이 경제위기 등으로 몇 년간 미뤄진 사업들과 올해 정부에서 계획한 신규 사업 등이 올해 한꺼번에 진행하는 것을 가정해 뽑아낸 액수다. 하지만 지난해 경제위기에 따른 경기부양책을 위해 정부가 막대한 재정과 공기업 자금을 동원한 결과 이미 정부 재정이나 공기업 재무구조도 매우 취약한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40조원에 이르는 토지보상금을 올해 안에 모두 집행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특히 토지보상금의 대부분을 집행하는 통합 토지주택공사는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는 가운데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해서 자금 여력이 바닥난 상태다. 이 때문에 토지주택공사는 현 정부가 역점을 둔 보금자리주택을 제외한 각종 공공택지나 신도시 지역 토지보상을 뒤로 미루거나 재검토하고 있다. 그나마 현금 보상도 어려워 채권 보상을 하겠다고 하고 있다. 부동산 투기 선동가들이 부르짖는 토지보상액 40조는 일반 가계들의 투기 심리를 자극하기 위한 가공의 숫자로 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미 우리 연구소가 전국 각 지역 부동산 실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정부나 지자체, 중앙과 지방 공기업의 자금 부족으로 토지 보상이 계속 지연되는 사례를 곳곳에서 확인했다. 일부 언론에서 집값 투기 선동 소재로 삼기 위해 그 동안 미뤄졌던 토지 보상금 집행이 모두 올해 안에 몰릴 것으로 소설을 쓰지만 이처럼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이 때문에 부동산 부양에 나선 국토해양부조차도 올해 토지보상금 규모가 26~27조원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실은 정부 계획대로 모두 집행되기도 어렵지만, 설사 26조원 이상이 모두 집행된다 하더라도 예년에 없던 26조여원 돈이 갑자기 한꺼번에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2006년 29조원, 2007년 25조원 정도였던 수준과 사실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정말 일부 부동산 투기 선동가들 주장대로 토지보상금이 수도권 집값을 뒤흔든다면, 2007년에 25조원이나 풀렸는데 왜 수도권 주요 도시 집값은 그때부터 가라앉았나?

 

이상에서 본 것처럼 '토지보상금 40조원' 운운하는 주장은 부동산 투기 선동가들이 지난해 9월 이후 수도권 주택 가격이 자신들 주장과 다르게 가라앉으니 만들어낸 또 하나의 투기 선동 재료일 뿐이다. 이미 수도권 주택시장은 일시적인 기복은 있겠지만, 큰 틀에서 보면 2006년말(버블 세븐의 경우) 또는 2008년 상반기(서울 동북권과 수도권 외곽의 경우)를 고점으로 해서 대세하락 흐름에 들어있다. 수도권 곳곳에서 분양 참패가 이어지고, 미입주물량이 쌓이고 있는 것이 이를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가족들과 오손도손 살아갈 내 집 한 칸이 필요한 사람들이라면 무리하게 빚을 내서 집을 사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잘못하다가는 '하우스 푸어(house poor)'의 행렬에 끼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토지보상금 40조원 때문에 집값이 오를 일은 없으니, 그 같은 선동에 휘둘려 조급해하거나 서둘지는 말기를 바란다.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1. 25. 09:13

 

 최근 계속 이어지는 전세가격 상승과 관련해 각종 언론 보도가 잇따르고 있고 많은 분들이 최근 현상에 대해 궁금증을 갖고 계신 듯 합니다. 전세가격 상승 초기에 언론 보도는 주택 멸실과 이주 수요 때문에 전세값이 뛴다는 식으로 공급 부족론에 바탕을 둔 것이 주류였습니다. 일부 언론은 실수요를 반영한 전세값이 뛰니 매매가도 오를 것이라며 투기 선동 기사를 쏟아내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서울 강남지역에 학군수요가 몰려들어 전세가가 뛴다는 보도가 심심찮게 나오는군요.

 
이 같은 언론보도가 맞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최근 전세가 상승에 대한 각종 데이터 분석을 해봤습니다본론에 앞서, 한 가지 전제할 것은 한국의 주택가격 통계가 상당히 부실한 가운데 전세와 관련된 통계는 더욱 부실하다는 점입니다. 특히 전세 관련 통계가 2003년이나 2007년부터 작성된 경우가 많아 과거의 현상으로부터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 매우 제한적입니다. 따라서 이들 통계를 통해 대체적인 윤곽을 잡고 추정을 할 수는 있으나, 확정적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이 점을 유념해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우선, 전세가격의 동향부터 한 번 살펴보기로 합시다. <도표1>에서 서울의 전세가격 추이를 2008 11월 이전과 2008 12월로 나누어서 평형별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는 통계청 자료에서 2008 12월의 가격지수를 100으로 잡고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이 시점을 전후해 매매가와 전세가가 동반 급락하면서 시장 상황이 확 달라지고 있는 점을 고려한 것입니다. <도표1>을 보면 2008 11월 이전에는 전세가가 소형, 중형, 대형 순으로 오르고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특히 중대형의 경우 역전세난을 겪으며 2008년 하반기에는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반면 2008 12월 이후에는 전세가격이 중형, 소형, 대형 순으로 오르고 있습니다.

 

 

 

 

이는 크게 두 가지를 시사해준다고 보는데요. 먼저, 현재의 전세가격 상승이 멸실주택과 이주수요 증가가 주요인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그 때문이라면 예전처럼 소형이 가장 가파르게 올랐어야 하니까요. 두번째는 매매 포기 수요가 전세 수요로 전환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비싼 집을 사는 대신 중형 평형 중심의 전세로 옮아가고 있는 것 아니냐 하는 것입니다.

 

이어 아래 <도표2>에서 다른 수도권 지역의 전세가격 추이를 한 번 보겠습니다. 그런데 경기도와 인천의 전세가격은 서울과는 달리 2009년 들어 일부 회복세를 보이기는 하지만 최근으로 올수록 상승세가 멈추며 안정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가격 지수상으로 2008년말 경제 위기 이전의 고점을 회복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또 서울과는 달리 경제위기 이전과 마찬가지로 소형, 중형, 대형순으로 전세가격이 오르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아래 <도표3>을 참고로 수도권 각 지역의 전세가격 추이를 주택 유형별로 살펴보도록 합시다. 편의상 2008 12월 이후의 변동상황을 보면 세 지역 모두에서 아파트만 유독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고, 단독과 연립은 상승세가 아파트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현재의 전세가 상승이 멸실주택과 이에 따른 이주수요 증가로는 설명되지 않는 현상입니다. 뉴타운 재개발 지역 거주자의 70~80% 가량은 세입자들로 이들은 대개 8000만원 이하 전월세 수요자들입니다. 결국 이들이 서울시내에서 찾을 수 있는 전월세 또한 대부분 단독이나 연립주택의 전세입니다. 그런데 보통 전세가 1 5000만원 이상인 아파트 전세가 가장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면 현재의 전세가격 상승은 멸실주택 증가 때문만으로 해석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면 무엇이 전세가격을 이렇게 밀어올리고 있을까요? 최근 언론에서는 얼마 전까지 떠들던 멸실주택 증가 외에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학군수요를 거론합니다. 이른바 강남은 늘 수요가 있어 집값이 오른다는 스테레오타입에 짜맞춘 분석입니다. 그냥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만 보고 설명하는 부동산 정보업체 관계자들이 그렇게 말하니 그러려니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강남지역에 국한할 때 이 같은 학군수요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일 것입니다.

 

하지만 강남 학군수요는 굳이 따지자면 이맘때쯤이면 늘 있던 수요입니다. 더구나 고교선택제가 당초 계획보다는 완화된 형태로 도입됐지만, 학군에 따른 거주지 차별화를 완화시켰으니 예년보다 학군수요가 더 강할 리도 없습니다. 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현재 서울시 전역에서 일어나는 전세가 상승이 학군수요 때문이라면 강남지역 이외의 전세가는 떨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상승폭은 다르다 할지라도 강남 이외 지역의 전세가도 오르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저는 크게 세 가지로 봅니다.

 

먼저,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금융권 부채를 잔뜩 진 집주인들이 지난해 매매가 상승시기와 맞물리면서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세가를 높여 부르면서 전세가가 따라 올랐던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수급 측면에서 중요한 것은 매매 포기(또는 관망) 수요가 전세 수요로 대거 전환하거나 주택 매매후 전세로 옮겨가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미 서울 집값은 너무 높은 상태여서 투기적 가수요마저도 거의 바닥나 있는 상태인데다가 투자수익률 관점에서 볼 때 더 이상 과거처럼 거액의 빚을 얻어서라도 확 질러 버릴 정도의 집값 상승세도 기대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을 깨달은 수요들이 확산되고 있는 것입니다. 거꾸로 기존에 보유했던 집을 팔고 나온 사람들이 전세로 전환하는 수요도 만만찮을 것입니다. 실제로 주변에 이 같은 사례들이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얼마 전 그와 관련한 기사도 나왔을 정도이니까요.

 

이는 단순한 주먹구구식 추론이 아닙니다. 제가 앞서 거론한 데이터상의 추이를 모두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 수요는 멸실주택 이주수요에 비해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넉넉해 고가의 아파트를 사는 것을 포기하면 중형이나 대형의 아파트 전세를 살 수 있는 수요입니다. 서울 지역 전세가 추이에서 대형이 소형가 큰 차이없이 오르고 있는 것은 서울전역에서 소형 아파트 공급은 부족하고 대형 평형 아파트 공급은 매우 과잉인 상태를 감안할 때 상대적으로 적지 않은 수요가 있는 것으로 파악해야 합니다.

 

또 이 같은 추론은 왜 서울 전세가격은 가파르게 오르는데 인접 지역인 경기도와 인천의 전세가는 매우 안정돼 있는지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보통 서울에 살던 사람이 집을 살 때는 서울의 집값이 너무 높기 때문이기도 하고, 경기도와 인천에서 대규모 분양이 이뤄지기 때문에 이들 지역으로 빠져나갑니다. 그것이 실거주 목적이든 투자든 투기 목적이든 집을 살 때는 다른 수도권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감수합니다. 하지만 전세로 머물게 되면 대부분 기존에 살았던 자신의 터전을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이는 인구지리학적으로 이미 상식으로 받아들여지는 부분입니다. 뉴타운 재개발 지역의 이주수요가 대부분 인접동이나 인접구를 벗어나지 않는 것도 같은 현상입니다. 결국 과거에는 수도권으로 집을 사서 이주하던 수요가 더 이상 빠져나가지 않고 서울지역의 전세수요로 남게 돼 서울 전역의 전세가를 끌어올리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봅니다.

 

이밖에 2009년 하반기 이후 수도권에서 대규모 입주가 이뤄지는 가운데 주택시장 침체로 갈아타기 수요든 기존 집을 팔려는 소유자들이 집을 팔기 위해 전세를 빼고 있는 것이 전세 공급을 단기적으로 줄이는 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고 봅니다.

 

물론 주택 멸실에 따른 이주수요나 학군수요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게 아닙니다. 당연히 이들 수요는 국지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서울 전역에서 계속되고 있는 전세가 상승을 설명할 수 있는 요인이 아닙니다. 이들 수요들은 플러스 알파정도라고 보면 될 것입니다.

 

이렇게 볼 때 최근 수도권 가운데서도 유독 서울에서만 나타나는 전세 가격 상승은 일부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나 언론에서 선동하는 것처럼 집값 상승의 전조라기보다는 오히려 본격적인 집값 하락의 전조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의 Seattlelite님께서 소개해주셨듯이 미국에서도 주택 가격 하락이 본격화되기 직전 주택 가격이 너무 오른 가운데 매입 수요가 줄어 매매 거래는 침체된 가운데 렌트 가격이 일시 급등한 적이 있었습니다. 현재 서울에서 나타나고 있는 전세가 상승은 그런 흐름과 비슷하다고 판단됩니다.

이 같은 추론은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을 비교해보면 좀더 설득력이 생깁니다. <도표4>에서 보시는 것처럼 서울의 경우 2001년 중반 이전에는 이 비율이 꾸준히 올랐습니다. 외환위기 직후 2000년대 초반 일시적 공급 부족 등으로 전세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이 비율이 꾸준히 올랐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후에는 전세가보다 매매가가 더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이 비율은 64%에서 40% 전후 수준까지 가파르게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2009년 들어서는 이 비율이 정체 상태를 보이더니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오히려 상승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천이나 경기도의 경우에도 시기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2000년대 부동산 폭등기 때에 나타난 양상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양상은 1988~2001년 중반까지 나타났던 전세가 상승이 집값 상승을 견인하던 때와는 다릅니다. 그때는 주택 공급이 일시적으로 부족했던 측면이 없지 않아 있었고, 집값과 전세가가 외환위기 충격에서 벗어나 동반 상승하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미분양, 미입주 사태나 105%가 넘는 강남 지역의 주택보급률이 의미하듯 공급이 부족해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닙니다. 또한 매매 거래가 점차 활발하면서 매매가가 상승하던 당시와 달리 지금은 지난해 9월 이후 매매 거래가 위축되면서 실거래가 기준으로 집값이 하락하는 가운데 전세가가 상승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오히려 미국에서 집값이 급락하기 직전 나타났던 렌트 상승 현상과 비슷한 흐름이라고 판단됩니다.

 

실제로 몇 년 전 지방에서 나타났던 흐름들과 비교해봐도 이 같은 해석이 설득력이 있습니다. <도표4>에서 대전과 대구의 이 비율을 보시면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한 2006년경부터 이 비율이 상승하거나 강보합세를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도 지금의 전세가격 상승 현상은 집값의 본격적인 하락을 알리는 전조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됩니다.

 

물론 관련 통계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100% 확정적으로 결론을 내릴 수는 없으나 적어도 지금의 전세가 상승이 주택 공급 부족 때문이어서 서울 집값을 지속적으로 밀어올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또한 전세가도 지속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봅니다. 앞에서도 설명드렸지만, 수도권 내에서 매매 수요의 이동의 비교적 활발하게 일어나지만 전세 수요 이동은 지역 고착성이 강한 편입니다. 하지만 매매 포기 수요가 전세 수요로 전환되면서 일시적인 병목현상 때문에 전세 가격이 상승세를 보인다고 하더라도 이는 계속 지속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서울의 전세가가 계속 높아지면 시간은 걸리겠지만 결국 서울의 전세 수요도 경기도나 인천 등 인근 수도권 지역으로 전세를 찾아 옮겨가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경기도와 인천의 주택 공급 과잉 압력은 워낙 큰데다 전세가도 상당히 안정돼 있어 결국 서울의 전세가도 조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물론 당장 서울에서 전세를 옮겨야 하는 분들, 특히 2008년 하반기에 전세 계약을 하셨던 분들 입장에서는 당장 수천만원 이상 오른 전세가가 큰 부담이 되시기는 하겠지만 너무 불안해 하거나 초조해하지는 않으셔도 된다고 봅니다. 적어도 언론 보도처럼 전세가 올려주느니 빚 내서 집 산다는 식으로 접근하실 때는 아니라고 봅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1. 21. 11:52

 

이 글은 저희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의 <부동산문제>란에 Seattlelite님께서 띄워주신 글입니다. 좋은 글이라고 판단하여 아고라에도 소개합니다.

 

 

 

미국에서도 2009년인 지난 한해는

주택소유자들에게 한가닥 희망의 빛을 주던 그런 한해였습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주택 경기부양책이

작년 봄을 기점으로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기 때문이지요.

 

물론, 전세계적인 유동성 확대로 인한 자산 거품에 기인한 연유도 큽니다.

미국의 경우, 택스크레딧 8천불 프로그램 덕분에 주택거래량을 늘어나게 했고,

HAMP(주택융자조정프로그램) 덕분에 차압율을 그나마 이 정도에서 막을수 있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2009년 4월 부터 무려 10% 이상 급등하는 현상까지 나타났습니다.

그외 많은 도시들도 그 무렵즈음 바닥을 찍고 약간씩 상승하기 시작했지요.

(한국도 그러했지요?)

 

아래는 주택가격 피크 이후의 가격 변동폭을 도시별로 나타낸 그림입니다.

 

 

확실히 2008년도에 비해 2009년의 하락은 상대적으로 미미합니다.

샌디에고와 샌프란시스코의 경우는 2008년 가격보다 2009년에 더 오른 상태임을 알수 있습니다.

 

 

 

위 그림은 YOY(Year over Year: 년간) 기준으로 작성된 주택가격 변동률입니다.

1년전에 비해 얼마나 변화했는가를 매달 그려 넣은 그래프지요.

 

2007년 부터 0% 이하, 즉, 년간상승률 기준으로 하락하기 시작해서,

2년동안 지속적으로 떨어지다가, 2009년 초를 기준으로 반등하기 시작합니다.

 

물론 이 반등은 하락률이 줄어 든다는 것이지, 본격적인 상승을 말하는 것은 아직은 아닙니다.

하지만, 보시다시피 그 오름세의 경사도가 상당합니다.

금방 0%를 뚫고 다시 급상승할 듯한 기세입니다.

 

이렇게 2009년의 미국 주택시장은 주택소유자들에게 다시금 희망을 주는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반면에 2009년이 최악의 해가 된 주택소유자들도 있습니다.

바로 고가주택 소유자들입니다.

 

제가 사는 이곳 시애틀도, 부촌 중의 하나인 벨뷰, 클라이드힐 등등 지역의 고가주택들은

2009년도에 반값이상으로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급락 초기인 2008년에는 하락률이 그렇게 높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밀리언 이상의 고가주택들의 하락폭이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뉴욕의 맨하탄도 그러했습니다.

2008년에도 그다지 흔들리지 않았던 맨하탄의 고가아파트들도 2009년이 되자

추풍낙엽처럼 하락을 면치 못했습니다. 

통계의 평균값을 주도하는 중소규모의 주택들이 2009년도에 그다지 하락하지 않은 것에 비하면

뒤늦은 고가주택의 하락은 불경기의 여파가 고소득층에게도 미치고 있음을 알수 있습니다.

 

이제 대망의 2010년이 되었고 꽁꽁얼어 붙었던 부동산 시장이 다시 큰 기지개를 펼것이라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아 졌습니다.

 

그런데.. 과연 그게 그렇게 될까요..?

 

다들 생각하시다 시피, 금년 2010년의 최고의 화두는 바로 '출구전략' 입니다.

미국도 30년 고정모기지 금리는 작년을 기점으로 바닥을 쳤다고 보아야 합니다.

(참고: 버냉키의 개인적 선택으로 본 미국의 내년 이자율 전망 http://blog.daum.net/seattleite/109)

ARM(변동모기지)도 이자율이 오르는 것만 남았다고 보면 쉽습니다.

 

8천불 택스크레딧도 금년 4월말이 종료합니다.

더 이상의 연장은 없을 것이라고 합니다.

HAMP(융자조정)도 앞으로 꺼려질거라고 합니다.

게다가 금리인상과 더불어 주택관련 이자율은 분명히 다 오르게 됩니다.

 

주택붐이 한창이던 2004년에 싼 가격에 ARM을 가진 사람들은,

만약 그들이 5/1 ARM을 했다면, 2009년가 이자율이 리셋되는 시점입니다.

2009년도는 역대 최저의 금리시대였으니 리셋해도 오히려 모기지가 줄어듭니다.

그런데, 5년후부터 리셋은 매년합니다.

5/1 의 뒷자리 1의 의미가 바로 1년마다 리셋한다는 의미입니다.

 

2010년 부터 이자율이 오르기 시작하면,

이들의 모기지 페이먼트는 급상승하기 시작합니다.

지금부터 모기지 페이먼트와의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입니다.

 

게다가, 과거 붐때는 Interest nullly (이자만 내는) ARM도 많이 했습니다.

아니.. 제가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로 이자온리 변동금리 모기지 입니다.

이 분들은 올해부터 정말 고생하게 됩니다.

 

자영업자들은 평균 수입이 2년전에 비해 반이상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원금까지 포함된 모기지를 감당할수 있을까요?

월급생활자들 또한 실업률이 10%가 넘는 상황에서 언제 짤릴지 간당간당 할겁니다.

 

덧붙여서, 붐의 막바지에 사람들을 주택구매로 내몰던 Option ARM 이란 놈이 있습니다.

이자온리 보다 더 작은 페이먼트를 매달하면서, 그 차이만큼 원금이 불어나는 론이지요.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지 상상이 가실 겁니다.

 

 

2009년도에도 차압주택수는 2008년에 비해  지속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위 그림은 연체율과 포클로저(차압)를 나타낸 것입니다.

프라임론이든 서브프라임이든 모두 론이 다 연체와 차압이 급증가하고 있습니다.

 

최근 MBA의 보고서에 의하면 2011년에 차압 데이타가 피크를 이룰 것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여러 정황으로 볼때, 2010년의 미국 주택시장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심각한 더블딥을 만들어 낼수 있는 상황입니다.

 

좀더 현명한 선택이 필요한 2010년이 될것 같습니다.

 

 

 

시애틀에서...

 

지난 글모음을 보실려면...

http://blog.daum.net/seattleite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1. 20. 09:45

 

오늘(19일) 국토부가 2009년 12월분 실거래 아파트 거래량을 발표했네요.

이 자료를 바탕으로 아파트 거래량 추이를 다시 한 번 정리해봤습니다.

편의상 국토부 보도자료 상에 나와 있는 아파트 거래량 자료를 가지고 도표화했기에

2008년 10월 이전 데이터는 거래량 고점이었던 2006년 11월밖에 없습니다.

이 자료를 살펴보면 서울 강남의 경우 급매 위주로 일부 거래량이 소폭 증가했으나,

이외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서는 거래량이 급감했습니다.

특히 수도권 5개 신도시와 서울 강북 지역의 거래량 감소가 확연하네요.

거래량만으로 놓고 보면 2009년 2,3월경 수준으로 다시 돌아갔는데요,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은 2006년 11월 고점 대비 약 5분의 1 수준입니다.  

그나마도 몇 달 전 설명드린 바 있듯이 이미 수도권과 서울 거래량은 5,6월 이후 거의 늘어나지 않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가 10월부터 다시 줄어들고 있습니다.

강남3구와 5개 신도시의 거래량도 6월 이후 줄어들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이미 5,6월부터 추가 집값 상승의 여력이 점차 바닥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는 아파트 가격이 이미 너무 오른 가운데 언론의 선동 보도로 집 주인들이 억지로

버티고 있으나, 이미 투기적 가수요마저 거의 고갈돼 버려 거래가 끊어지고 있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거래 실종+실거래가 하락'이라는 2007년 이후 수도권 주택시장 상황이

재연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아직은 그 초기일뿐이집만 말입니다.

현 정부가 억지로 지연시켰던 부동산 거품 붕괴는 지금도 계속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집값이 떨어질 때 집을 사라"는 식의 부동산 선동가들과 일부 언론의

선동 기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선동에 현혹되지 마시길 다시 한 번 당부드립니다.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1. 19. 12:24

 

 

얼마 전 정부의 실업률 통계가 왜 현실과 크나큰 괴리를 보이고 있는지를 설명한 바 있다. 정부가 발표하는 실업률로는 절대 '이태백'과 같은 청년실업난의 현실을 살펴볼 수 없다. 하지만 실업률에 비해 그나마 취업 및 고용 실태를 잘 보여준다고 판단되는 취업자수 및 고용률의 추이를 살펴보면 현재 대학 졸업생들이 느끼는 취업난의 실상을 조금은 느낄 수 있게 된다. 한 번 살펴보자. 

 

<도표1>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50대와 60대의 고용률은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증가하고 있다. 특히 55~59세 사이의 고용률은 경제 위기 이후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반면 20대의 고용률은 2005년 하반기 이후 떨어지고 있는데, 이 가운데서도 20대 전반의 고용률은 2005 7월의 54.7%에서 올해 10 43.6%까지 약 11.1%포인트나 급감하고 있다. 통계상으로는 청년 실업률이 여전히 7~8% 수준에 불과한 것처럼 포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대부분의 대학 졸업생들이 변변한 일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고용 사정이 악화돼 있는 것이다.

 

이는 취업자수 현황을 봐도 마찬가지다. 20~30, 특히 20대 취업자수가 가파른 속도로 떨어지고 40대는 경제위기 이후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는 반면 50~60대 이상의 취업자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는 부분적으로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에 따른 측면도 있지만 경제위기 이후 20대의 취업자수 하락이 가속화되고 50대의 취업자수가 불어나고 있는 것은 눈에 띈다. 정부가 청년인턴제도 등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에 나섰지만 거의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정부가 약 2조원의 예산을 들여 실시한 희망근로사업의 경우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지는 못한 반면 일자리를 갖고 있지 않던 50대와 60대 이상 고연령층이 대거 희망근로사업을 통해 취업자로 편입됨으로써 취업자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도표1> 연령대별 고용률 및 취업자수 현황

 


(
) 통계청자료로부터 KSERI 작성

 

하지만 이 같은 일자리 늘리기는 결코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인 일자리라고 하기 어렵다. 지금도 정부가 각종 명목으로 막대한 적자재정을 퍼부어 명목상의 단기 일자리를 양산하고 있으나, 재정적자 부담 등으로 더 이상 관련 예산을 편성하지 못하는 순간 일시에 사라지는 일자리인 것이다.

 

경제위기를 전후로 출범한 현정부는 고환율 정책을 통해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해주는 반면 일반 국민들의 구매력은 크게 떨어뜨렸다. 이는 일반 국민들에게 환율 인상이라는 형태로 세금을 걷어 수출기업들에게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해온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 결과 <도표2>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국민처분가능소득 가운데 법인과 정부(세수)부문의 분배 비중은 꾸준히 늘어왔지만 일반가계의 분배 비중은 꾸준히 줄어들었다. 경제성장의 과실이 갈수록 법인에 집중되고 일반가계는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복지 대안지표(Alternative Measures of Well-being)라는 OECD 연구자그룹의 2006년 분석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OECD 상위권에 속하지만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중위권에 머물고 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경제성장률과 가처분소득 증가율의 괴리가 가장 심한 나라로 분류됐다. 특히 가계부문의 가처분소득 비중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도표2> 부문별 가처분소득 비중 추이

 


(
) 한국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처럼 한국은 경기회복의 과실이 가계의 소득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경제 구조와 현실이 지속적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공급 위주의 성장정책이 극단화되고 있어 매년 80조원에 이르는 공공사업 재원으로 각종 불요불급한 대형 토건사업이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정작 일자리를 늘리거나 국민들의 소득을 끌어올리지도, 국민들의 복지 수준과 삶의 질을 끌어올리지도 못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정부가 경기회복이라고 부르짖고 있지만, 이는 진정한 의미의 경기회복이라고 보기 어렵다. 가계의 일자리가 늘어나고 구매력과 소득이 늘어나서 삶의 질이 높아지는 진정한 의미의 경기회복, 더 나아가 가능한 한 많은 국민들이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경제 발전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1. 19. 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