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초대 경제수석을 지낸 김중수 OECD대사가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의 후임으로 내정됐다. 얼마 전 기획재정부가 한은의 금통위에 참석해 정부 입장을 설명(?)하는 열석발언권을 행사하겠다고 해 한은의 정치적 독립 논란이 일었다. 정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수준의 경기회복과 물가 인상 압력에 따른 기준금리 인상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잇따르는데 대한 정부의 한은 압박용 카드로 인식됐다.

 

그런데 이제 현 정권은 후임 한은총재 내정을 통해 이제 직접 통치에 나서게 된 것 같다. 이를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 김내정자의 내정 직후 첫 황당하기 짝이 없는 첫 발언이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은행이) 정치적으로 독립한다는 표현은 맞지만 대통령으로부터 독립한다는 것은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라며 국가운영의 책임자인 대통령으로부터의 독립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중앙은행의 정치적 독립성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발언이다. 또는 중앙은행 정치적 독립성의 의미를 깔아뭉개고서라도 현 정권에 충성하기 위해 만들어낸 궤변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한은의 정치적 독립은 바로 정당정치를 기반으로 하는 국가에서 정치적 판단이나 이해관계를 지닐 수밖에 없는 정권의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독립하는 것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통령제를 채택한 한국에서 한은의 정치적 독립이라는 말은 대통령으로부터의 독립을 빼고서는 성립할 수 없는 것이다. , ‘대통령으로부터의 독립은 바로 정치적 독립의 필요조건인 것이다. 그런데도 김내정자는 이 같은 의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듯이 대통령으로부터의 독립과 한은의 정치적 독립이 마치 별개인 것처럼 황당무궤한 발언을 한 것이다.

 

이 문제를 좀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자. 사실 정부와 중앙은행간의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이 다른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특히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그런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정부와 중앙은행간에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정치적 책임의 차이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정당정치를 기반으로 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부는 다수당에 의해 운영된다. 따라서 정부는 정책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이에 비해 중앙은행은 정권획득을 목적으로 하거나 정치적 이해관계를 지니는 집단이 아니라는 점에서 경제상황에 대해 정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견해를 나타낼 수 있는 입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바로 이런 점에서도 정부와 중앙은행간의 정책적 독립성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한 미국의 사례를 한 번 생각해보자. 지난해 초 오바마정부는 5,000-1조 달러의 관민공동펀드를 중심으로 하는 금융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와 동시에 미 재무성과 연방준비이사회(FRB)는 상호간에 FRB의 정책적 독립성을 확인하는 4개항의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이 합의문은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미 재무성과 FRB간에 중앙은행으로서의 FRB의 독립성과 건전성에 대한 매우 중요한 원칙을 재확인하고 있다. 이 합의문 서두에서 FRB는 금융시장 안정에 대한 책무와 더불어 물가안정과 실업 억제를 목표로 하는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보장받는다고 명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미 재무성과 FRB는 이 합의문에서 다음과 같은 4개항의 원칙에 대해 합의를 보았다고 발표했다.

 

첫째, 단기금융시장의 기능을 정상화하고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미 재무성과 FRB는 상호 협력한다.

 

둘째, FRB는 미 재무성이 실시하는 구제금융으로 인해 발생하는 신용위험과 구제금융 책임을 떠안아서는 안 된다. 즉 부실금융기관에 대한 구제금융의 책임은 미 재무성에 있으며 미 재무성의 구제금융 과정에서 FRB가 대량의 부실자산을 떠안아 FRB마저 신용위험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부실금융기관 구제금융에 대한 정치적 책임은 미 정부가 져야 하며 중앙은행인 FRB가 그 책임을 져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셋째, 미 재무성의 구제금융을 위해 FRB 고유의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FRB 통화정책의 본연의 책무는 물가안정과 고용안정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미 재무성의 과도한 구제금융으로 물가안정과 고용안정에 심각한 불안을 야기할 경우 FRB의 통화정책은 본연의 책무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넷째, 미 재무성과 FRB는 금융시스템 실패를 방지하는 대책 마련에 있어서 미의회에 대해 양자가 포괄적인 공동책임을 진다.

 

이상의 합의문은 정부와 중앙은행 간의 정치적 책임과 정책적 독립성 영역을 재차 확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과도한 구제금융 과정에서 중앙은행에 부실자산 등을 떠안기거나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이용한 무리한 양적 통화확대로 대차대조표가 부실화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 중앙은행이 그것을 거부한다고 해서 중앙은행에게 정치적 책임을 전가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중앙은행은 정치적으로 중립적이며 그 경우에만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고 중앙은행은 본연의 책무인 물가안정과 고용 안정에 대해서만 정책적 책임을 질 뿐이라는 것이다. 합의문이 최대 1조 달러의 오바마정부 금융안정화대책과 동시에 발표되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왜 미국에서 이 같은 합의문을 체결했을까. 그것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어떤 이유로든 훼손됐을 때 어떤 막대한 폐해가 뒤따랐는지, 미국 사회가 똑똑히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현 정부는 실제 국민들의 삶과는 상당히 유리된 지표상의 수치를 통해 자신들의 성과를 과시하겠다는 정치적 탐욕에 빠져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정부가 정치적 책임을 지나치게 우선하는 경제정책들을 남발할수록 물가안정과 고용안정을 기본책무로 하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훼손당하기 쉽다. 중앙은행 통화정책의 독립성은 정치적 책임을 우선하는 정부의 폭주를 견제하는 일종의 자동안정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이 자동안정화 장치가 무력화되면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경제가 혼란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사실 서브프라임론 사태로 촉발된 미국경제의 위기는 부시정부 때에 이런 오류를 범한 결과에 기인한다고도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김내정자의 발언은 매우 우려스럽다. 김내정자는 한은도 정부라고 말하고 이를  정책공조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정확히 그 같은 인식이 바로 한은의 정치적 독립을 스스로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같은 인식이 바로 가뜩이나 경제위기의 여파로 고통받고 있는 한국경제를 더욱 혼란스럽게 하는 방향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 아마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제대로 확보된 선진국에서 중앙은행 총재 내정자가 이런 식의 발언을 했다면 중앙은행 내정자로서 기본적인 자격이 없다며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았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일부 언론의 문제 제기가 있지만, 대체로 별 문제가 없다는 투다. 이미 대다수 언론이 현 정권의 채찍과 당근에 의해 장악된 마당에 그런 비판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난망이다. 다만 한은의 정치적 독립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도 없거나 이를 의도적으로 깔아뭉개는 사람이 한은을 이끌 때 생겨날 경제적 부작용과 혼란이 미리 염려될 뿐이다. 그로 인해 가장 고통받는 것은 이 땅의 서민들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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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3. 17. 09:46

  

얼마 전 현대경제연구원이 "부동산 대세하락"을 경고했는데, 이미 기업은행연구소가 올초 "부동산 대세하락"을 주장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네요. 저도 몰랐는데, 아고라 부동산방에 어떤 분이 최근 기업은행 보고서를 링크한 것을 보고 알게 됐습니다. 제가 보고서를 훑어보니 현대경제연구원이나 기업은행연구소 자료 모두 저희 연구소가 주장해온 것을 상당히 많이 참고한 듯한 자료를 내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이들 보고서를 보면서 드는 짦은 생각 두 가지.

첫째는, 이들 연구소들이 하는 행태를 보면 '사전경고'라기보다는 분위기에 편승한다는 느낌이 드는군요.

둘째는, 그나마 '경제'연구소나 금융권 연구소는 경고를 하기 시작하는데, 부동산업자들과 건설업계 부설 연구소들은 절대 이런 얘기 안 한다는 사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반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비슷한 얘기지만 그동안 자신들이 사기쳤던 것이 탄로날까봐 그렇기도 하지요. 두번째는 그 사람들은 심하게 말하자면 땅만 훑고 다니는 사람들이어서 부동산시장을 둘러싼 한국경제의 구조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셋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진 속성이지만, 구조적 흐름을 보지 못하고 당장 나타나는 현상을 쫓아다니기 때문이지요.

사실 이 같은 속성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한국만의 현상은 아닙니다. 미국의 경우에도 부동산 버블 붕괴 가능성을 경고했던 사람들은 로버트 실러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국제경제학 전공),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 등 대부분 이해관계가 없으면서도 부동산 버블의 경제적 위험 구조를 잘 아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얼마전 현 정부가 마련한 '글로벌 코리아 2010' 학술회의에서도 "한국의 부채문제가 미국이나 다른 아시아국가에 비해 사태가 심각하다"고 말한 하버드대 케네스 로고프 교수도 유명한 경제학자입니다. 

물론 현대경제연구원이나 기은연구소의 경고는 제가 볼 때 상당히 때 늦은 것이고, 시류에 편승하는 느낌마저 있지만 그나마 이들은 뒷북이라도 치지만, 부동산 업계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는 것을 염두에 두십시오.

참고로, 한국신용평가에서도 최근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과거 일본 건설사 위기가 남긴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국내 건설사들의 위기 가능성을 제기하고 '분양가 할인'을 적극적으로 주문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다수의 국내 연구기관들이 이런 상황에서 건설업계 부양책을 주문한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달라진 주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국내 건설사들의 디레버리징이 지연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미분양물량 해소 및 예정사업 지연
에 기인하고 있으며, 일본 건설사들이 경험한 자산 부실화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손실을 감
수하더라도 할인 분양을 통한 미분양물량 해소 및 예정사업 정리가 필요
할 것으로 보인다. 시행사
나 기존 분양자의 저항은 미분양이나 예정사업 정리 지연에 따른 부작용에 비교할 때 부차적인 문
제로 생각된다."

 

 

이른바 이 사회에서 기득권을 점하고 있는 연구소들마저 이제는 곧 눈 앞에 닥칠 압도적 현실을 외면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감히 입밖에 내기를 꺼리던 이들 연구소들마저 "대세 하락"이라는 주장을 버젓이 하고 있고 있다는 현실 자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시길 바랍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3. 16. 09:53


다른 나라의 부동산 거품이 어떤 식으로 빠졌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현재 상황을 이해하는 데 참고가 된다. 그런 점에서 인구가 수도권에 집중되고 부동산 신화가 강했던 점 등에서 한국과 비슷하다고 여겨지는 일본의 부동산 거품 붕괴 패턴을 살펴보자.


대부분 사람들이 1980년대 후반 부풀어 올랐던 일본의 부동산 거품이 1991년 하반기부터 전국적으로 일시에 폭락한 것으로 착각한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일반적 통념과 사뭇 다르다. 오히려 현재 한국의 부동산 상황과 비슷한 패턴이 나타나기도 한다. 


아래 <도표1>을 참고로 살펴보자. 우선, 일본 도쿄시내 23개구의 지가지수(명목지수) 추이를 보자. 참고로, 일본은 땅값(지가)을 중심으로 통계를 내므로 상업지와 주택지 지가를 따져보는 게 정확하다. 일본의 경우 상업지의 부동산 거품이 심했는데, 상업지에 비해 주택지 부동산 가격 상승폭이 작지만 상승-하락 패턴 자체는 거의 일치한다. 도쿄시내의 경우 이미 전국의 부동산 거품이 정점에 이른 1991년보다 4년 전인 1987년에 폭등세를 마무리하고 거의 정점에 이르러 1988년에 고점을 찍었음을 알 수 있다. 이듬해인 1989년 도쿄시내 집값이 소폭 하락했으나, 1990~1991년까지 다시 소폭 반등했다. 하지만 1988년의 정점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주) 각종 일본 정부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다음으로 한국의 수도권과 비슷한 지역이라고 볼 수 있는 광역도쿄권 지가 추이를 보자. 광역도쿄권은 도쿄 23구와 근교 시나가와현, 치바현 등의 도시들을 모두 포함한 지역을 말한다. 이들 지역을 보면 상승폭이 도쿄시내 23개구에 비해 완만한 편이지만 비슷한 상승-하락 패턴을 보이고 있다. 1989년 상승이 주춤하다가 1991년까지 연속 2년 정도 완만하게 상승했다가 1992년부터 폭락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도쿄 23개구의 상승분을 제외하고 생각해보면 도쿄 23개구가 상승한 뒤 외곽 지역의 지가가 뒤늦게 따라 올라갔음을 짐작할 수 있다. 도쿄 외에 오사카, 나고야 등 일본 6대 도시 및 6대 도시 이외 도시지역의 지가 추이를 보면 도쿄권과는 달리 1990년까지 지속적으로 지가가 상승한 뒤 1991년까지 상승세가 꺽이다가 폭락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도쿄의 상승이 마무리된 1988년 이후 다른 도시들이 뒤늦게 따라 올랐음을 알 수 있다.


이를 종합해보자. 집값 상승기 때는 도쿄 외곽을 비롯한 전국 도시의 부동산 가격이 도쿄 23구의 패턴을 2년 정도 시차를 두고 따라 올랐다. 반면 하락기에는 함께 폭락세로 접어든 것으로 나타난다.


도쿄 23구를 서울 강남으로 보고, 광역도쿄권을 수도권으로 보면 한국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아래<도표2>를 참고로 서울 강북지역과 강남지역, 수도권 지역의 집값 추이를 보자. 서울 강남 지역이 먼저 올라 고점에서 멈춰 있는 사이 강북지역 집값도 따라 오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경기도는 서울에 비해 상승폭은 완만하지만 서울 강남 집값과 연동성이 강한 분당, 과천, 평촌, 용인 등 ‘버블 세븐’ 지역이 포진해 서울 강남지역 집값과 비슷한 상승 패턴을 보였다. 서울 강남 지역과 버블 세븐 중심의 경기도 집값 상승이 멈추자 투기 수요는 좀 더 외곽지역인 서울 강북과 인천으로 옮겨갔다. 겉으로는 뉴타운과 재개발 재건축 등 각종 개발계획을 소재로 삼았다. 그래서 서울 강북과 인천은 2007년 이후부터 2008년 상반기까지 계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일본 도쿄가 상승세를 멈춘 3년 동안 도쿄 외곽 지역이 오른 것과 비슷한 패턴인 것이다. 필자는 서울 강남을 용머리로, 주변부를 용꼬리로 비유해 집값 상승과 하강 패턴을 설명하는데 그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주)국민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하지만 2008년 하반기 이후 수도권 집값은 동시에 급락세를 나타냈다. 사실 이 상태로 집값이 죽 떨어지는 것이 정상이었다. 하지만, 부동산 부양에 정권의 사활을 걸고 있는 정권의 힘으로 일시적 반등세가 연출됐다. 하지만 이 같은 반등세는 지속되기 어렵다는 것이 이미 드러나고 있다. 


일본에서도 부동산 거품이 쉽게 꺼지지 않았다. 도쿄의 부동산 가격도 정점에서 3~4년가량 버텼지만, 결국 거품 붕괴의 압력에 무너지고 말았다. 2007년부터 계산해서 서울 강남이 1년반을 버티다 하락했다가 다시 반등했지만 이제 또 다시 가라앉고 있다.  서울 강북이나 다른 수도권 지역도 함께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제라도 부동산 거품에서 헤어나 한국경제를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경제구조로 만드는 작업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정부와 언론이 왜곡하는 경제 정보를 꿰뚫어보고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3. 13. 09:45

상당히 긴 글이지만, 끝까지 읽어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최근 건설 및 부동산 관련 기사들을 읽다 보면 매우 당혹스럽다. 몇 달 전까지 언론들이 쏟아내던 기사들과는 기사의 톤이나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대다수 언론들, 특히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신문들은 '대세상승'이니 '폭등'이니 하는 단어들을 연일 쏟아냈다. 이것이 부동산 시장의 정확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면 모르지만, 사실 침소봉대에 가까운 선동이었다. 주택시장 침체로 부동산 광고에 굶주린 신문들의 사정을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선동의 정도는 매우 심했다.


이들 언론들은 전국과 수도권에 미분양 물량이 잔뜩 쌓여 있는데 더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신규 분양 물량과 입주 물량이 대규모로 쏟아질 것이 불 보듯 뻔한 데도 공급 부족으로 집값이 폭등할 것이라고 선동했다. 오히려 분양물량이 쏟아져도 ‘프리미엄이 기대되는 대단지 분양이 많다’는 식으로 판촉성 기사를 쏟아내기 바빴다. 서울 일부 지역에서 전세가가 뛰자 곧바로 ‘전세 사느니 집 산다’는 식으로 매매가 상승으로 연결지었고, 마구 부풀린 ‘토지보상금 40조원’을 들먹이며 집값이 폭등할 것처럼 선동했다. 강남 재건축 단지 위주의 집값 급등 현상을 수도권 전반의 현상인 양 과장하기 바빴고, 호가를 실제 거래가인 양 호도하기 바빴다.


이들 언론은 역시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매는 부동산 정보업체들의 확성기 노릇도 톡톡히 했다. 이들 ‘부동산 투기 선동 전문가’들을 동원해 ‘집값이 바닥쳤다’ ‘대세상승으로 간다’ ‘공급 부족으로 2~3년후 집값이 폭등한다’는 등 당장 집을 사지 않으면 바보가 될 것처럼 떠벌렸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집값 상승이 올해에도 계속 될 것이라며 꽹과리를 쳐대던 이들이 대다수였다.


대한건설협회 부설 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이나 주택건설협회 부설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 처럼 건설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연구소들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건산연은 지난해 말 발표한 2010년 부동산 시장 전망에서 전국적으로 4% 상승한다며 선동에 나섰다. 한국경제신문 등 일부 신문을 제외하고는 무비판적으로 이런 전망을 그대로 보도했다.


이 같은 언론의 선동성 보도는 부동산 분양 광고 의존도가 높은 조중동과 매일경제, 아시아경제, 파이낸셜뉴스 등 경제신문들에서 가장 심하게 나타났다. 하지만 한겨레신문이나 경향신문 같은 이른바 진보매체나 지상파TV 등도 크게 차별화된 보도를 한 것도 아니었다. 특히 신문의 경우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매체의 색깔과 상관없이 아파트 판촉성 기사가 적지 않았다. 


그런데 불과 몇 개월만에 언론들의 보도 태도는 확 바뀌었다. 최근 며칠 사이에 언론에 보도된 기사 제목들만 봐도 그렇다. ‘날개 잃은 분당...급매 최고 1억원 하락’ ‘부동산 시장 돌파구가 없다...거래 끊기고 신규 분양마저 꽁꽁’ ‘3년 전 밀어내기 분양 열풍...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살던 집 안 팔려 입주하고 싶어도 못해’ ‘위기의 건설업, 구조조정 확산되나’ ‘불 꺼진 아파트, 수도권으로 확산’ ‘B급 건설업체도 퇴출 위기 고조’ ‘수도권 아파트 장기적으로 하락’ ‘성원건설 후폭풍 건설업계 강타...위기설 현실화되나’ 등등의 제목을 단 기사들이 물밀듯이 쏟아지고 있다. 심지어는 ‘미분양 급증 → 건설사 돈맥경화 → PF 부실화 → 금융위기’라는 제목의 기사까지 등장했다. 1년여전인 2008년말~2009년초로 되돌아간 느낌이 들 정도다. 


이 같은 보도를 보고 있노라면 어리둥절하다. 몇 달 전까지 온갖 논리로 ‘집값이 오른다’고 선동했던 신문들이 맞는지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사실 전문성이 부족한 국내 언론의 수준을 생각할 때 이들 언론이 앞날을 정확히 내다보기는 어렵다. 필자도 사람인 이상 앞날을 100% 정확히 내다보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현상 이면에 있는 부동산 시장의 제대로 된 현실과 구조적 문제점에 대해서는 일정한 경고를 했어야 한다. 하지만 그 같은 보도에 극도로 인색하던 신문들이 갑자기 당장 한국 경제가 무너지기라도 할 듯이 호들갑떨고 있는 것이다. 불과 몇 달 전까지 소비자들을 현혹했던 지면에 대한 일말의 반성도 없이 말이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지면 한 켠에서는 '알짜 미분양'이니 '오를 곳은 오른다'는 둥 여전히 독자들을 현혹하는 궤변들을 늘어놓고 있다. 


좋다. 백보를 양보해 과거의 터무니없는 선동보도는 잊어주기로 하자. 하지만 최근 쏟아내는 과장된 보도는 단순한 ‘냄비근성’을 넘어서 건설업계 민원 해결이라는 속내가 엿보인다. 이들 기사들은 미분양 적체로 인한 건설업계의 위기나 PF 연체율 급증 등으로 인한 저축은행 등의 위기를 거론한 뒤 정부의 건설 부양책을 요구하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업계 관계자는...“양도세 감면 혜택 연장과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의 정부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위기설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뉴스 3월 9일자, 성원건설 후폭풍 건설업계 강타...위기설 현실화되나 기사에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박사는 "현실적으로 금융지원 없이는 집을 사기 어렵다"면서 "무조건적인 DTI 규제 적용보다는 수요층별로 좀 더 세분화된 규제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시아경제 3월 9일자, ‘3년전 밀어내기 분양 열풍’...부메랑으로 돌아온다 기사에서)


주택산업연구원 권주안 금융경제연구실장은 "거래가 없고 신규 시장도 위축됐다는 것은 시장 침체가 그만큼 심화되어 있다는 것"이라면서 "외환위기 당시 각종 세제 완화 등 주택시장을 살리기 위한 대책이 나왔던 것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신문 3월 3일자, ‘이상 주택시장’ 해법 없나 기사에서)



이쯤 되면 이들 언론이 보도한 내용은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건설업계 민원 해결용 기사라고밖에 할 수 없다. 명백히 이해관계가 있는 건설업계 부설 연구소 연구원들을 마치 객관적인 전문가인 양 내세워 기사의 결론을 내리는 방식 또한 아예 공식화돼 있다. 이들 언론의 보도나 ‘건설업계 대변인들’의 주장을 보면 최소한의 염치도 없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한 번 생각해보자. 미국발 금융위기로 가뜩이나 침체돼 있던 국내 부동산시장도 2008년 하반기부터 급속히 가라앉기 시작하자 정부는 막대한 부동산 부양책을 동원해 부동산시장과 건설업계를 떠받쳤다. 종부세, 양도세 등 각종 부동산세금을 감면해주고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아파트 전매제한까지 풀어 사실상 투기를 조장했다. 또 온 세계가 금융 규제의 고삐를 다시 죌 때 현 정부는 주택대출규제를 모두 풀어버리는 역주행을 했다. 또 무주택 서민의 세금까지 포함된 재정으로 수조원 어치의 미분양 물량을 매입하고, 4대강사업을 포함, 불요불급한 각종 토건사업을 벌여 건설업체들에 돈을 퍼줬다. 부동산 거품이 한껏 부풀 때는 ‘시장에 맡기라’며 정부 규제를 한사코 반대하던 부동산 부자들과 건설업체들이 정반대로 “정부가 떠받쳐 주지 않으면 경제가 망한다”며 협박(?)했다. 당연히 상위 5%의 부동산 부자들을 핵심적 정치기반으로 하는 현 정부도 적극적인 부양책에 나섰다.


이처럼 막대한 ‘부동산 부양 총력전’을 펼쳐 억지로 살려준 결과 건설사들은 그 뒤 어떻게 했나. 부동산 광고에 잔뜩 굶주린 상당수 언론과 부동산 정보업체들과 삼각편대를 이뤄 여전히 고분양가 아파트를 팔기 위해 선동에 열을 올렸다. 그렇게 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분양이 잔뜩 늘어나자 또 다시 정부에 손을 벌리고 있는 것이다. 


한 번 생각해보자. 미분양이 급증하는 것은 지금처럼 높은 가격대에 집을 사줄 수 있는 수요가 거의 고갈됐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어떤 재화의 가격이 너무 올라 수요가 줄고 공급이 과잉되면 가격을 내리는 것이 정상이다. 이런 가장 간단한 경제 원리는 우리가 중학교 때부터 배우고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도 건설업계는 분양가를 내릴 생각을 하지 않는다. 중도금 무이자나 일부 아파트 분양가를 찔끔 인하하지만 생색내기 수준이다. 도대체 재고가 쌓이면 어떤 업종도 세일을 하는데 왜 건설업체들은 세일이라는 것을 모르는가.


또한 건설업계가 이처럼 기본적인 경제 상식을 벗어난 행태를 보여도 이를 제대로 비판하는 기사를 본 기억이 드물다. 오히려 건설업계의 요구를 들어주라고 정부를 윽박지르기 바쁘다. 도대체 이 땅의 국민들은 죽으나 사나 건설업계를 먹여 살리기 위해서 태어났다는 말인가. 건설업계가 살기 위해서는 온갖 규제란 규제는 모두 풀고, 세제혜택은 모두 제공해야 하며 교육이나 문화, 복지 인프라는 후진국 수준으로 둔 채 모든 예산을 빼서 건설업계에 지원해야 한다는 말인가. 지금도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140%에 이르는 가계부채를 더욱 부풀려서라도 거품이 잔뜩 묻은 고분양가의 아파트를 사줘야 한다는 말인가.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 거품기 동안 3배 이상 늘어난 건설업체들을 모두 먹여 살리기 위해 모든 국민들은 빚쟁이가 되고, 우리 아이들의 무료급식 예산도 모두 반납해야 한다는 말인가.


이렇게 이야기하면 건설업계나 부동산업계, 그리고 이들의 확성기 노릇을 하는 언론들은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금융시스템이 붕괴되고, 서민들이 더 힘들어진다”고 협박성 주장을 늘어놓는다. 건설업계와 부동산 부자들만 걱정했던 이들이 언제부터 그랬다고 이제 와서 서민 타령을 한다. 우리 젊은이들이 집값이 너무 뛰어 결혼을 못하고 무주택 서민들이 박탈감과 불안감에 휩싸일 때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던 그들이 언제부터 그토록 서민들을 걱정했는가. 


이들은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서민들이 더 힘들어진다고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자신들이 가장 힘들어진다는 사실은 절대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들은 또한 국내의 경우 LTV나 DTI 비율 측면에서 별 문제가 없어 집값이 폭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도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금융시스템이 붕괴된다는 모순된 주장을 버젓이 내놓는다. 그러면서 건설업계와 부동산 부자들을 돕는 것이 국민경제 전체에도 이로운 것처럼 주장한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지금 건설업계의 위기는 기본적으로 건설업계의 위기이지, 국민경제 전체의 위기가 아니다. 진정한 국민경제의 위기는 막대한 빚더미에 올라앉은 가계경제의 위기이다. 건설업계와 이들의 대변자들은 지금 DTI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뒤집어 생각하면 가계 부채를 더 늘려서라도 지금의 집값을 떠받치고 건설업체들을 먹여 살려 달라는 파렴치한 요구일 뿐이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언제까지 빚을 갚지 않고 살림을 꾸려나갈 수는 없다. 2000년대 내내 국내 가계가 부동산에 올인하면서 늘려온 부채를 줄여야 할 판에 건설업계를 살리기 위해 가계 부채를 더 키우라는 주문이 정상적인 요구인가.


오히려 건설업계와 이들의 대변지들이 요구하는 무리한 부동산 부양책은 부동산 시장을 장기침체로 몰아갈 공산이 크다. 일본의 경우 버블 붕괴기 정부의 건설경기 부양책으로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돼야 할 건설업체들이 부지기수로 ‘좀비기업’으로 살아남았다. 그 결과 초기의 줄도산 행렬에도 불구하고, 90년대 중반까지 일본의 건설업체 수는 오히려 늘어났다. 일본의 건설 토목산업 종사 수는 91년 604만명에서 96년에는 676만명으로 오히려 72만명이 늘어났다. 반면 이 기간에 제조업 종사자 수는 1563만명에서 1450만명으로 113만명이나 줄어들었다. 또한 이 기간의 건설 토목관련 업체 수를 보면 60만 2000개에서 64만 7000개로 약 4만5000개나 늘어났다.


부동산 거품이 일면 당연히 건설 붐도 일고,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건설 경기도 죽기 마련이다. 부동산 거품 붕괴기에는 그만큼 건설시장의 파이가 줄기 때문에 부동산 붐 때 생겨났던 건설업체 수가 감소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오히려 일본의 건설업체 수는 정부의 막대한 공공사업 확대에 힘입어 버블 붕괴기에 더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부 예산이라는 호흡기로 연명하는 좀비기업들이 대폭 늘어났다. 제대로 부실기업의 퇴출이 이뤄졌더라면 살 수 있었던 기업들조차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좀비기업으로 전락했다. 그 결과 건설사의 부실은 계속 증가했고, 결국 금융권의 부실 증가로 이어져 일본의 장기 경기 침체를 가져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일본의 저명한 경제전문가인 사이토 세이치로씨는 “90년대의 재정지출이란 이러한 특정산업(=건설산업)의 보호와 지원에 도움이 되었을 뿐이고, 경기의 자율적인 힘을 회복시킨다는 케인스이론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평했다.


현재 정부 정책은 과거 일본이 장기 경기 침체로 치달았던 궤적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부동산 시장을 부양한다는 명목으로 주택대출 규제를 푼 결과 지난 한 해 동안에만 44조원의 주택담보대출이 더 늘어났다. 나중에 주택경기가 바닥을 치고 회복기에 들어설 무렵 마중물로 쓸 수 있는 돈을 버블을 키우는 방향으로 써버린 것이다. 또 부동산 시장에서 미분양과 미입주 물량의 급증으로 공급과잉의 신호가 명백한데도 서민들이 필요로 하는 공공주택은 짓지 않고 분양용/매매용/투기용 주택만 계속 지어대게 하고 있다. 미분양 물량 매입과 대규모 토건사업으로 건설업체에 자금을 공급해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을 지연시켰다. 그렇게 해서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 부동산 거품기에 세 배 이상 늘어난 건설업체 수는 거의 그대로 유지되는 가운데 계속 분양물량을 토해내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거품기에 잔뜩 늘어난 건설업체들을 국민 경제 전체가 언제까지 먹여 살릴 수는 없다. 자신들의 경영 판단 잘못과 과욕으로 빚어진 잘못은 그들 스스로 책임지게 해야 한다. 미분양 물량의 급증은 건설업체의 터무니없는 고분양가 전략이나 주택 수급 사정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공급 물량을 주먹구구식으로 늘려온 정부의 정책 실패 책임이 크다. 그런데도 문제의 본질에 대한 제대로 된 접근은 외면한 채 건설업체 위기를 다시 국민 세금으로 도와달라는 것은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


지금 국내외의 악화된 경제 상황 때문에 고통 받는 것은 건설업계뿐만이 아니다. 자영업자와 제조중소기업, 저소득계층 등 우선순위를 가리기 힘들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계나 계층도 적지 않다. 그런데 굳이 건설업계를 최우선적으로 도와야 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전체의 50%가 넘는 비정규직, 자금난에 시달리다 못해 도산하는 중소제조업체, 사실상 폐업 직전인 자영업자,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층 등 정부 예산이 가야 할 곳은 천지다. 그런데 경제적 약자에게는 쥐꼬리만한 예산을 지원하면서 도덕적 해이에 빠진 건설업계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특별대우해야 할 근거라도 있는가. 


당장 눈에 보이는 버블 붕괴의 충격을 줄이겠다는 근시안적 시각을 탈피하는 것이 우선이다. 현 정부는 자신들 임기 내에 돌아올 버블 붕괴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이 우선일지 모른다. 하지만 대대손손 이 땅에서 살아갈 국민들에게는 중장기적으로 한국경제를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구조로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물론 어떤 경우에도 한국 경제가 파탄나는 상황은 피해야 하겠지만, 지금 한국의 재벌급 건설업체 가운데 단 하나라도 쓰러지기라도 했단 말인가. 집값이 여전히 일반 가계의 소득 수준 대비 지나치게 높은 상태이고, 어떤 은행도 파산 위험에 처해 있지 않은데 온갖 부양책을 동원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파렴치하다.


어렵더라도 당분간은 냉철한 자산시장의 가격 조절 메커니즘에 따라 부동산 거품이 자연스레 해소되도록 해야 한다. 부동산 거품에 취해 무리하고 부실한 경영을 해온 건설업체는 명확한 원칙과 기준에 따라 자연스레 퇴출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집값이 일정한 바닥을 찾고 유효수요가 살아나도록 하는 것이 부동산 경기를 가장 빨리 활성화하는 방법이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인위적으로 가격을 떠받치면 거래가 형성되지 않아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길어질 뿐이다.


그런 점에서도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이제 대세가 기울었다는 것을 깨닫고 정부에 집값 부양책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해야 한다. 새시 업체나 인테리어업체들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거품이 해소돼 시장의 가격 신호에 따라 거래가 일어나는 것이 가장 빨리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하는 방법이다. 오히려 지금처럼 집값 거품 해소가 늦어져 거래가 계속 침체되면 부동산 관련 업체들은 모두 버티지 못하고 쓰러질 수 있다. 또 가계 입장에서도 자꾸 부동산시장의 언저리를 맴돌게 하지 않고 빨리 손절매를 하고 부채를 청산하게 해 정상적인 경제생활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 실물 경제를 하루라도 빨리 살리는데 도움이 된다. 부동산에 돈이 묶여 있을수록 실물 경제는 악화되고 이것이 다시 부동산 시장을 더욱 위축하게 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반면 건설업계를 부양하기 위한 재정력과 행정력은 아껴뒀다가 부동산 가격이 소득 수준에 맞게 조정된 일정한 시점에서 붕괴의 충격으로 고통받는 가계와 기업들에 대해 원칙과 기준을 정해 도와줘야 한다. 아래 <도표>에서 보는 것처럼 현재 집값 수준은 고점에서 어느 정도 빠지기는 했으나 큰 틀에서 볼 때 부동산 부양책을 쓸 때가 아니라 여전히 집값 거품을 빼야 할 때이다.

 

 

 

 

 

 

지금처럼 1% 부동산 부자들과 건설업체들을 위해서 부양책을 쓰는 것이 아니라 경제위기로 힘겨워 하는 중산층과 서민들을 위해 써야 한다. 지금 정부가 건설업체들과 금융기관에 지원하는 돈의 절반만 제대로 서민들을 위해 쓴다면 부동산 거품이 빠진다고 서민들의 삶이 특별히 더 나빠질 이유가 없다. 지금 한 달에 10만원, 20만원이 없어서 냉기가 도는 집안에서 변도 치우지 못하고 사는 빈민들이 수두룩하다. 왜 그런 저소득층에는 땡전 한 푼 지원을 늘리지 않고, 필요하지도 않은 도로며, 공항이며, 아파트를 짓는데 수십, 수백조원의 예산을 써대려 하는가.

 

한편으로는 현재 건설업계가 요구하는 주장을 들어준다고 한들 주택시장이 살아나기는 어렵다. 언론보도를 보면, 건설업계나 부동산업계의 주요 요구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 연장, dti규제 완화 등인 것으로 보인다. 이들 요구 조건이 관철됐을 때 시장에 미칠 파장을 한 번 생각해보자.


우선,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고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을 연장해보라고 하자. 그러면 지금의 고분양가 아파트가 팔릴까. 이미 절대 다수의 국민들이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집값을 유지한 채 이미 마른 수건 짜내듯 마지막 남은 수요까지 다 짜내 부동산 투기 부양을 한 결과 이제 지금 가격대에 집을 살 수요는 이미 거의 고갈됐다. 이런 판에 분양가를 내리지 않고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해 계속 분양가를 올리겠다면 올려보라.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 연장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주택 거래가 위축되고 미분양이 급증한 것이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이 없어서 그런 것인가.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을 전면에 내걸고 온갖 마케팅을 펼쳤지만 대규모 미분양이 난 것이다. 그동안에도 효과가 없었는데, 양도소득세 혜택을 연장한다고 해서 효과가 있을 리 없다.


DTI규제 완화? 이것도 정 원한다면 DTI규제를 풀어줘 보라. 사실 현재 경제 상황을 제대로 알고 있고, 정부가 제 정신이라면 다른 건 몰라도 DTI규제만큼은 절대 풀어서는 안 될 시기라는 것을 잘 알 것이다. 하지만 가계 경제가 파탄나고 나라 경제가 망해더라도 건설업계와 부동산업계만은 살아야 하겠다면 DTI 규제를 풀라고 해보자. 대신 DTI규제를 풀면 DTI규제보다 훨씬 더 강력한 조치인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최소 몇 달은 앞당기게 될 것이다. 현재 사상 최저 금리 수준에서도 부동산시장이 빠른 속도로 가라앉고 있는데, 금리가 조금이라도 오르면 어떻게 될지는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겠다.


이처럼 건설업계의 요구대로 모두 했는데도 부동산시장이 살아나지 않아 일반가계들의 기대심리가 더 꺾이거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어진다면 건설업계는 더 큰 충격을 받게 될 것이다. 그야말로 연착륙이 아니라 경착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 국내 부동산 문제가 이 지경까지 이른 것은 정권의 좌우를 가리지않고 무능과 무지로 넘쳐나는 정치권과 정부의 거듭된 정책실패와 부동산투기 등 부정부패의 탓이 크다. 하지만  업계 전체로 ‘대마불사’ 논리에 빠져 무리한 경영을 해온 건설업계나 부동산 광고에 눈이 멀어 이들을 옹호해온 상당수 언론에도 매우 큰 책임이 있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수급이 무너져 더 이상 지탱하기 힘든 지경까지 와 있다. 이제는 그야말로 시장원리에 맞춰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고 부동산 가격이 자산시장의 가격 결정 메커니즘에 맞춰 일정한 수준까지 조정되도록 하는 게 순리다. 이를 거부하고 건설업계가 또 다시 무리한 부양책을 요구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경착륙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건설업계의 분양 광고에 크게 의존해온 언론사들도 경착륙을 피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부동산 언론은 건설사 민원 해결에 열중하기보다는 국민경제 전체의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모색하는 관점에서 보도하기 바란다. 그것이 독자인 국민들로부터 버림받는 길을 피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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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3. 12. 10:02

 

정원의 휘어진 나무는

땅이 나쁘다는 것을 알려 준다. 그런데

지나가는 사람들은

나무가 휘었다고 욕을 한다.


(‘서정시를 쓰기 어려운 시대’ 중에서, 베르톨트 브레히트)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경제가 뭔가 단단히 잘못돼 있다고 한다. 그래서 경제의 이런 부분, 저런 부분을 고쳐야 한다고 얘기한다. 맞다. 경제의 여러 부분을 고쳐야 한다. 부동산 거품을 빼기 위해서도 주택 정책과 금리 및 조세와 관련한 각종 정책과 제도를 고치고 바꿔야 한다. 그런데 주택 정책과 금리 정책, 조세 정책은 누가 결정하는가. 정부와 정치권이다.


현실의 경제는 정치적, 정책적, 사회적 진공상태에 놓여 있지 않다. 현실의 경제는 정치와 정책, 언론 보도와 여론 등에 영향을 주고받는다. 정치는 경제라는 토양에서 자라는 나무이지만, 경제는 정치라는 나무에서 열리는 열매일 수도 있다. 시인이 노래했듯 토양이 좋지 않은 곳에서 자라는 나무는 휘어질 수밖에 없다. 건강하지 못한 나무에서 자란 열매 또한 알차지 않다.


마찬가지다. 건전한 경제구조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건전한 정치적, 정책적 환경이 자리 잡아야 한다. 부동산 거품을 빼기 위해서도 부동산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올바른 처방을 제때에 실행할 수 있는 정책능력을 갖춘 정치세력과 정부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기득권층을 대변하고 마땅한 정책능력을 갖추지 못한 현 정부로는 국민경제 전체를 위한 올바른 부동산 정책을 수립하기 어렵다. 국민경제의 미래가 어떻게 되든 말든 당장 집값 거품 떠받치기에 급급한 정부가 어떻게 부동산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겠는가. 이처럼 건전한 경제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문제해결능력을 갖춘 건전한 정치세력이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건전한 경제구조가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내용과 형식 양면에서 건강한 민주주의가 확립돼야 한다. 정부는 공공과 민간의 역할을 정확히 구분한 위에 올바른 정책을 기획-집행-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공동체의 유대와 신뢰가 튼튼한 사회에서 시장경제도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반칙과 사기, 담합이 횡행하는 나라에서는 경제 또한 일그러지기 십상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불법행위를 엄정하게 처벌하는 사법 제도가 확립돼야 한다. 재력가 한 사람의 목소리가 평범한 서민 만 명의 목소리보다 더 큰 나라에서는 경제 또한 뒤틀리기 십상이다. 그래서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정보를 최대한 정확하고 공정하게 전달하는 언론이 있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 볼 때 현재 한국의 상황은 매우 우려스럽다. 외환위기 이후 민주주의와 인권 신장, 대북 문제 등에서는 상당한 발전이 있었다. 하지만 경제적 측면에서는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걸맞은 패러다임과 게임 규칙을 우리는 확립하지 못했다. 그 결과 많은 중산층 서민들이 시간이 갈수록 큰 경제적 고통을 겪게 됐다. 자산과 소득 양극화에 부동산값 폭등, 전 국민 절반의 비정규직화, 극심한 청년 실업, 출산율 하락과 자살율 급증, OECD 최장 근로시간과 최고 산재사고율 등 대한민국의 엽기적인 현실이 사람들을 좌절케 했다. 이런 사회경제적 고통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주요 지지층인 서민들에게 집중됐다. 서민들은 민생고를 해결해달라고 거듭 아우성쳤지만, 결과적으로 이들 정부는 서민들의 고충을 해소하지 못했다. 변화하는 패러다임에 걸맞은 건전한 경제구조를 마련하지 못한 채 낡은 기득권세력과 상당 부분 타협하고 굴종했다. 물론 그만큼 기득권 세력의 힘이 강고했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정부가 대다수 국민들이 바라는 ‘진짜 개혁’을 달성하는 데는 실패했음은 분명하다.   


진짜 개혁의 좌절과 서민 경제의 지속되는 악화는 정치적 반동을 가져왔다. 독일이 1차대전의 전쟁부채에 시달리다 결국 선거를 통해 히틀러를 택한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현재 목도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등장 또한 그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병든 경제라는 나무가 부실한 열매를 맺은 것이다.


현 정부는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가 이뤄온 민주주의와 인권, 대북정책의 성과를 빠른 속도로 갉아먹고 있다. 국정원, 검찰, 경찰 등은 시간이 갈수록 권위주의 시절 마냥 정권의 주구로 변질되고 있다. 낡은 틀을 벗지 못한 정부 관료들 또한 과거의 낡은 패러다임에 사로잡혀 거듭되는 정책실패로 서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사법 체계 또한 삼성에버랜드 사건 대법원 판결 등에서 보듯 법의 잣대를 기득권층에 유리하게 구부리는 경향이 여전하다. ‘신영철 대법관 파동’ 등 일부 개혁적 움직임이 있지만 근본적 변화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정치와 더불어 가장 심각한 것은 언론이다. 여전히 신문시장에서 현 정권과 유착한 기득권 언론이 정권의 친위대 역할을 하는 가운데, 현 정부의 집요한 방송장악 시도로 방송의 공정성과 중립성이 심각하게 훼손당하고 있다. 


이처럼 낡고 부패한 정치, 시대착오적인 관료체제, 편파왜곡보도에 찌든 언론, 서민과 특권층을 차별하고 전관을 예우하는 사법체계를 두고 한국 경제가 건전한 선진경제로 도약하기란 어렵다. 필자가 줄기차게 정부와 정치권의 정책을 비판하고 언론의 왜곡보도를 지적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각각의 주제들에 대해서는 추후 구체적으로 다룰 기회가 다시 있을 것으로 믿는다.


다만, 여기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대한민국 전반에 혁명적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개발연대의 자본집약적 산업구조에서 첨단기술산업 위주로 한국의 산업구조는 확 바뀌었다. 이 같은 경제 및 산업구조 변화에 걸맞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마련해야 한다. 부동산 투기가 기승을 부리지 않고 자산경제와 생산경제가 조화롭게 선순환하며 성장하는 나라. 지식정보화시대를 선도하고 창의적인 인재가 마음껏 능력을 발휘하는 나라. 공정한 게임 규칙에 따라 출신과 배경이 아닌, 능력과 노력이 성공의 핵심이 되는 나라.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건설하기 위한 혁명적 변화를 국민 대다수가 갈구하고 있다.


우리가 지금 이명박 정부로 대변되는 시대적 반동에 굴복하고 새 희망을 가꾸지 못한다면 한국은 이대로 주저앉고 말 것이다. 하지만 일제 식민지배에서 벗어나 온갖 간난신고(艱難辛苦)를 겪으며 여기까지 전진해온 우리 국민의 저력을 생각하면 이 나라가 쉽게 주저앉을 리 없다고 믿는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무기력감을 많이 느낀다. 원고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필자도 많이 울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애도의 마음도 있었지만, 전직 대통령마저 비운에 가야 하는 이 땅의 서글픈 현실 때문에 울었다. 필자는 그를 많이 비판했다. 민주주의와 인권 신장, 권위주의 타파 등을 위해 기울인 그의 노력은 높이 평가하지만,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해서는 신랄한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부동산 문제에 관해서는 그의 말과는 달리 건설족 관료들에게 임기 내내 휘둘리는 모습을 보며 한숨짓고 분노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필자는 노무현 정부가 지지층에 버림받고 결국 정권까지 놓치게 된 결정적 이유가 부동산 정책 실패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그에 대한 반동으로 우리는 지금 시대착오적인 정권 치하에 살고 있다.


이처럼 형편없는 정부가 들어설 수 있었던 것은 건전한 공동체의 토양이 되는 경제 패러다임을 확립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 정치권이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확립할 구체적 정책과 대안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정치권은 여야 가리지 않고 ‘민생’을 외쳤지만, 문제 해결의 근본적 해법은 제시하지 못했다. ‘한반도 대운하’라는 개발공약 외에는 아무런 아이디어도 없어 보이는 이명박 정부는 그렇다 치고 국민이 만들어준 과반수 정당의 우위 속에서도 ‘진짜 개혁’을 추진하지 못했던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민주당 지지율이 한나라당을 앞섰지만, 이를 민주당에 대한 적극적 지지로 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이명박 정부보다는 낫다’ ‘그래도 현 정부의 폭주를 막기 위해서는 당장은 민주당을 밀어야 한다’는 여론이 반영된 정도로 봐야 한다.


한 번 물어보자. 무지와 무능, 사악함으로 점철된 현 정부가 물러간다고 ‘믿을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낼 정치 세력이 있는가. 높은 도덕적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지금 한국이 당면한 산적한 과제들을 해결할 문제 해결 역량을 갖춘 정치 세력이 있는가. 말로만 서민중산층 정당일뿐 서민중산층을 위한 문제해결 역량도 없고, 아직도 자기 정체성을 못 찾고 헤매는 민주당이 우리의 미래인가. 아니면 시대 인식과 비전이 개발주의 시절의 국가주의적 관념에 고착돼 있는 박근혜와 그 추종세력들에게 우리의 운명을 맡길 수 있는가. 아니면 낡은 이념과 편협한 노선 투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가. 어느 정치 세력 하나 제대로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 있는 신뢰감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무기력감과 동시에 결연한 책임감 또한 느낀다. 이 나라와 우리 자녀들의 미래를 맡길 수 있는 정치세력, 기득권세력들만이 권력과 자원을 독점하는 불공정한 게임 규칙이 아닌 탄탄한 공동체 기반 위에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우뚝 세울 정치세력이 지금 없다면 결국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 오바마의 당선도 혼자 힘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었다. 종교적, 이데올로기적 편협함에 빠져 자기들의 지지기반 챙기기에만 골몰했던 부시 행정부에 염증을 느낀 많은 미국 유권자들이 함께 일궈낸 기적이다. 추종자론(followership)의 대가인 바바라 켈러먼 교수의 말을 굳이 빌려오지 않더라도 “좋은 추종자들이 좋은 지도를 배출한다”는 상식을 여실히 입증한 것이다. 우리라고 못 할 리 없다.


그러한 변화와 기적을 주도할 수 있는 것은 20대에서 40대 전반의 젊은 세대다. 인류 역사를 통털어 변혁을 주도한 것은 젊은 세대였지, 결코 기성세대가 아니다. 이미 세계 각국에서는 자연스럽게 젊은 세대가 국가 운영을 주도하고 있다. 당장 오바마 대통령부터 47세의 젊은 대통령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지금 많은 선진국에서는 40대, 심지어 30대의 정치지도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금처럼 급속히 변화하는 시대에 경륜과 관록보다는 스피디한 변화와 창발적인 개혁을 세상은 요구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부의 60,70대 ‘올드보이들’은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세상이다. 급변하는 세상에 제대로 대응하고,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고 주도할 수 있는 세대는 젊은 세대다.


더구나 낡은 경제 패러다임과 불공정한 게임규칙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욱 고통받는 세대 또한 젊은 세대다. 이미 수많은 젊은이들이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고 ‘88만원세대’로 전락하고 있다. 거액의 교육비를 들여 자신을 갈고 닦은 젊은이들에게 낡은 기득권 세력은 ‘눈높이를 낮추라’고만 한다.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와 정치권의 정책실패에 대한 반성과 사과는 없고 젊은이들만 눈이 높다고 윽박지른다. 오른 집값에 결혼도 하기 힘든데 대졸 초임까지 깎고, 일자리 만든다며 젊은 세대가 나중에 쓸 돈을 끌어와 각종 단기 ‘알바’ 자리를 양산하고서는 생색을 낸다. 경제적 여력이 부족한 30대는 대부분 치솟는 집값을 바라보면 손만 빨고 있어야 했다. 개발연대의 획일적 사고방식에 갇혀 제대로 창의성을 발휘하기도, 자기계발시간도 없이 세계 최장시간의 과로에 시달려야 한다. 향후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노후세대를 부양할 부담은 갈수록 커지는 세대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미래의 재원까지 당겨와 강바닥을 파헤치는 등 대규모 토건사업에 쏟아 붓고 있다. 이처럼 낡은 기득권 세력에 의해 가장 많은 피해를 보는 젊은 세대가 왜 판판이 당하고 있어야 하는가.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없이 막대한 희생만 강요하는 정책결정을 왜 소수 기성세대가 하도록 빤히 보고 있어야 하는가.


부모세대에게도 호소한다. 필자가 세대간 갈등과 대립을 조장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다. 필자는 부모 세대가 자식세대의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흘린 피와 땀, 눈물을 잘 안다. 필자의 부모만 하더라도 초등학교밖에 못 나왔지만, 뜨거운 뙤약볕 아래 그을리고 손발이 부르터가며 농사를 지어 자식들 교육을 시켰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절대 다수의 부모들이 자식의 성공을 위해 헌신했다. 부모세대의 헌신과 노력의 결과 한국경제가 보릿고개를 넘어 이 정도라도 발전할 수 있었다. 그런 부모세대들이 자식세대가 잘 되는 것을 위해 언제든지 양보하고 물러날 자세가 돼 있다고 믿는다. 소수의 기득권 세력들이 여전히 자신들의 탐욕에 눈이 멀어 낡은 질서를 유지하려는 것일 뿐이다. 소수의 기득권 세력들 때문에 국민들 전체가 ‘축구장의 바보들’로 전락해 고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자식세대가 끌고 부모세대가 밀어주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멀쩡한 국민들을 바보 취급하는 기득권 세력을 타파해야 한다. 전 국민이 합심해 그들을 바보로 만들어야 한다.


필자의 동시대인인 젊은 세대에게 호소한다. 제발 정치를 멀리하지 마라. 정치는 더러운 것, 사기치는 것, 뻔뻔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런 생각은 버려라. 필자가 케네디스쿨에서 유학하는 동안 느꼈던 문화적 충격가운데 하나는 ‘정치는 고귀한 책무’라는 인식이었다. 미국뿐만 아니라 정치 선진국에서 온 학생들 대부분은 정치는 개인이 국가와 지역 공동체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공공봉사(public service)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케네디스쿨의 교수들도 그렇게 가르쳤다. 물론 공중을 위한 봉사가 늘 정치일 필요는 없다. 몸담은 곳이 언론이든, 시민단체든, 정부든 공중을 위한 봉사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거꾸로 그것이 정치라고 해서 피할 필요가 없다. 정치는 사이코나 철면피, 또는 강심장들이나 한다는 생각을 제발 버려라.


기득권 세력은 자신들만 권력을 독점하기 위해 ‘정치는 더럽다’는 인식을 더욱 조장한다.  정치는 더럽다는 인식 때문에 많은 이들이 정치에 발을 담그는 것을 회피한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양상이다. 물론 현실의 한국 정치는 온갖 적폐로 넘쳐나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유능하고 도덕적으로 깨끗한 젊은 인재들이 정치를 멀리하면 할수록 정치의 수준은 더욱 더 떨어진다.


필자가 기자로서 지켜본 정치판 인력(=정치인과 그 보좌진 및 정치인 지망생들)의 질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도덕성으로 볼 때는 한국사회의 평균적 수준을 유지하지도 못한다. 물론 개중에는 매우 능력 있고, 뛰어난 도덕성을 갖춘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대체로 더럽고 낡은 기성 정치판에 좀 더 잘 적응하는 인물들일 뿐이다. 왜 당신의 미래를 결정하는 정치를 부패한 사람들의 손아귀에 맡겨놓는가.


필자가 아내 때문에 우연히 보게 된 드라마 ‘시티홀’에서 작은 지방도시의 시장에 당선된 신미래가 바로 진짜 정치인이다. 거대한 건설토목사업에 헛돈 쓰지 않고, 작더라도 서민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일을 하는 신미래가 진짜 주민들에게 필요한 정치인이다. 정치술수에 닳아빠지고 지역 토호들과 유착된 정치인보다는 서민들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순수한 마음을 가진, 시장 커피 타던 30대 젊은 여성이 더 좋은 정치인이 될 수 있다.


물론 점점 전문화해가는 세상 속에서 전문적 역량을 대중적으로 검증받은 사람이 정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지금 정치판 인력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역량과 도덕성을 갖춘 젊은이들이 정치를 경원시하는 것은 안타깝다. 새로운 시대적 감수성을 갖추고 도덕성과 전문 역량으로 뭉친 인재들이 우리의 지자체와 지방의회, 중앙 정치무대를 주도할 때 한국 사회는 진보할 수 있다. 왜 썩어빠진 낡은 세력에게 우리의 운명을 맡겨놓고서 그들이 우리 뜻대로 안 한다고 욕 하는가. 이제 도덕성과 전문성으로 중무장한 젊은 세대가 정치의 전면에 직접 나서야 한다. 


이것은 단순히 꿈이 아니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미국 젊은이들을 대거 투표소로 끌어낸 것은 오바마로 상징되는 변화요, 개혁에 대한 열망이었다. 미국의 젊은이들도 인터넷을 주무대로 그러한 희망을 스스로 만들고 참여했다. 그리고 함께 승리했다. 우리 젊은이들도 결코 무기력하지 않다고 믿는다. 지금 젊은이들은 그동안 기득권의 게임 규칙에 갇혀 제 목소리를 낼 수 없었을 뿐 결코 역량이 없는 세대가 아니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얼마든지 세계를 선도할 잠재력을 가진 세대다. 지금 이들 세대들이 주축이 돼 인터넷에서 함께 만들어 내는 집단지성의 힘을 보라. 얼마나 대단한가. 이 힘들을 모으고 축적한다면 우리도 얼마든지 한국판 ‘오바마 기적’을 이룰 수 있다. 그 기적을 만드는데 부모세대와 자식세다가 함께 힘을 모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40여년 전 ‘나는 꿈이 있다’고 한 말이 지금 미국에서 현실이 됐듯이, 우리 모두가 함께 꾸는 꿈은 얼마든지 현실이 될 수 있다. 그렇게 정치를 바꾸어야 경제도 바꿀 수 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3. 11. 09:52
어제는 일이 많아서 자세히 못 보았는데, 오늘 댓글 내용을 찬찬히 훑어보았습니다. 댓글을 읽어보면서 많이 감동했습니다. 저와 저희 연구소, 그리고 포럼을 이렇게 많이들 아껴주셨다는 사실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이렇게 여러 분들이 격려를 보내주시고 응원하고 계시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제 몫을 다해야 하겠다는 다짐을 다시 하게 됩니다. 사실 당초 밝힌대로 책을 40권만 준비했지만, 오늘(3월 10일) 오후 6시 현재까지 댓글을 남겨주신 50여분 모두에게 책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다만, <세계경제지표의 비밀>은 수량이 10권으로 제한돼 있어 책은 제가 임의로 골라서 보내드리는데 대해 다시 한 번 양해를 구합니다. 또한 출판사를 통해서 보내드리게 되므로 배송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수도 있음을 양지해주시길 당부드립니다. 물론, 가능하면 빨리 도착할 수 있도록 요청하겠습니다. 이로써 제가 마련한 조촐한 행사를 마감할까 합니다. 격려해주시고 댓글 남겨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모든 분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삼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선대인 올림



추신: 아래 분들께서는 주소와 연락처를 이 글의 비밀댓글로 알려주십시오.(부득이하게 실명을 밝히는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이창우, 김대영, 김경덕, 류숙희, 임순영, 김승훈, 김창수, 유환수, 송광진, 경현석, 이현희, 김영아, 오성철,


그리고, 폰생폰사님, 빠다님의 경우에는 실명이 필요합니다. 댓글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by 선대인 2010. 3. 10. 18:41

어제(3월10일) MBC TV의 <뉴스와 경제> 프로그램에 출연해 최근 은마재건축 안전진단 통과를 계기로 강남 재건축시장을 중심으로 수도권 주택시장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MBC에서 방송한 내용을 상당히 정확하게 풀어서 글로 옮겨놓았네요. 그래서 이걸 그대로 아고라에도 소개하니 참고해보시기 바랍니다. 방송 내용은 아래 링크로 들어가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imnews.imbc.com/replay/nw1200/article/2582389_578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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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C▶

부동산시장 침체 속에 서울 강남 은마아파트가 재건축 판정을 받았습니다.

여러 보도를 통해 알려진 것처럼 재건축 결정이 났어도 이미 오를 대로 오른 강남권 부동산시장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주택시장은 어떤 변화를 보일지 또 정부의 주택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오늘 뉴스초점 시간에 알아보겠습니다.

김광수 경제연구소 선대인 부소장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선대인 부소장/김광수 경제연구소 ▶

안녕하세요.

◀ANC▶

정부가 주택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여러 규제들을 많이 완화를 했는데 그 대책 중 하나가 은마아파트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일단 서울지역 재건축이 큰 의미가 있다,그렇게 볼 수 있겠죠?

◀ 선대인 부소장/김광수 경제연구소 ▶

어떤 식으로든 강남 재건축아파트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큰 아파트라고 볼 수 있죠. 특히 중층 재건축단지, 이른바 대지지분이 상당히 적은 중층재건축단지가 제대로 사업이 진행될 수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굉장히 시금석이 될 만한 아파트단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 규모로 보면 4424세대 정도 되는데요. 또 그런데다가 강남 대치동 노른자위땅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상당히 향후 강남 재건축단지의 향방을 좌우할 수 있는 그런 단지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ANC▶

그런데 앞서도 잠깐 말씀을 드렸습니다마는 발표 이후에 송파, 서초 등 강남 3구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 않습니까?

여러 주택담보대출 기준도 적용이 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기대감도 많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 선대인 부소장/김광수 경제연구소 ▶

기본적으로 이미 집값이 너무 많이 올랐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기대하는 수준 이상으로 올라 있고 또 추가로 집을 사주고 싶어도 빚을 내서 이미 살 사람들이 다 샀기 때문에 더 이상은 추가 매수 세력이 없는 상태입니다.

이건 은마아파트만 그런 게 아니고요, 최근에 수도권 곳곳에서도 미분양 아파트나 또 미입주 아파트들이 넘쳐나고 거래가 줄어들면서 국토부 실제 거래가격 떨어지는 현상도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거든요.

강남 은마아파트에서 지금 나타나는 현상도 바로 이런 수도권 부동산시장에서 나타나는 흐름들을 어떻게 보면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그런 의미에서 이미 수도권의 부동산시장의 상승에너지는 거의 고갈돼 있는 것 아니냐,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ANC▶

은마아파트를 재건축할 때 사업성을 분석을 하셨더라고요. 그 내용을 간단히설명해 주시죠.

◀ 선대인 부소장/김광수 경제연구소 ▶

저희 연구소가 간단하게 시뮬레이션을 해 봤습니다. 지금 여러 가지 은마아파트를 어떤 식으로 재건축하느냐에 따라서 사업성 판단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가능하면 은마아파트를 법정한도인 최고 300% 정도까지 용적률을 올릴 수 있다라고 판단했을 때 그때 지금 사업성을 분석해 보면 어떻게 되느냐 해 봤더니 용적률 300일 경우에도 사업성, 그러니까 수익률이 1.1% 정도밖에 안 됩니다.

이건 무슨 이야기냐면 지금 당장 은마 아파트를 살 수 있는 10억원의 돈이 있으면 그걸 은행에 넣어놓으면 정기예금 이자가 4% 이상은 되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것에도 훨씬 못미치는 1.1%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그 돈을 가지고 은마아파트에 투자하기보다는 사실은 은행에서 이자를 받아 쓰는 게 훨씬 유리한 거죠.

또 한편으로는 용적률을 조금 현실적으로 낮춰서 270% 수준까지 낮추면 마이너스 7.5%가 돼버립니다. 이미 투자를 했을 경우에 손실을 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겁니다.

특히 지금 일부에서는 은마아파트가 5년 정도 지나면 사업이 될 것처럼 이야기를 하지만 이미 사업성이 없는 가운데 굉장히 무리하게 투자를 하신 분들이 많기 때문에 조합 구성원들 간에 이해관계가 맞부딪치면서 사업이 굉장히 지지부진해질 가능성이 높고요.

◀ANC▶

알겠습니다. 지금 말씀하신 대로 기대수익이 그렇게 높지 않은 상황,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인데요.

안전진단을 앞둔 강남권의 주요 재건축 아파트들이 한 3만가구 정도로 추산이 되고 있더군요. 이 부분에 있어서 봤을 때 재건축을 진행한다 해도 말씀대로라면 이미 가격이 많이 오른 상태에서의 수익성은 은마아파트와 비슷할 수 있다, 이렇게 볼 수 있겠군요?

◀ 선대인 부소장/김광수 경제연구소 ▶

그렇게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은마아파트가 오르면서 주변에 비슷한 조건의 아파트들도 대개 비슷한 그런 판단들을 가지고 투자를 하시거나 집을 사신 분들이 있거든요.

그런 가운데 이미 미래 투자수익이라고 할까요, 그런 부분들을 이미 선반영해서 집값이 오를 대로 올라 있습니다.

물론 개별적으로 아파트 개별사례들마다 조금씩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따로 사업성분석을 해 볼 필요는 있습니다마는 큰 틀에서 보면 이미 강남의 대부분 아파트들, 재건축 아파트들은 이미 사업성이 없을 정도로 너무 집값이 올라 있는 상태다,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ANC▶

집값이 쓸데없이 높아진 상태, 이걸 부동산 버블이라고 표현을 하고 있는데 이것이 지금 꺼질 때가 됐다는 지적이 많더라고요. 어떻게 보십니까?

◀ 선대인 부소장/김광수 경제연구소 ▶

일반적으로 언론에서 많이 정보들을 접하시기 때문에 저희처럼 기본적인 이른바 원데이터들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분들이 보는 것하고 다르게 인식하고 계신데요. 이미 국토부에서 집계하는 실제 거래되는 사례들을 집계하는 실거래가로는 이미 2006년 말이 수도권 핵심지역들의 경우에 고점이었습니다.

그 주변지역은 2008년 상반기가 고점이었고요. 그렇기 때문에 이미 그때 이후로 사실은 집값거품이 서서히 꺼지고 있었습니다.

다만 정부가 지난해 막대한 부동산 부양책을 실시해서 집값을 끌어올리다 보니 많은 분들이 집값은 또 오르나 보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생각하고 계신데요.

실제로는 그렇지 않고요, 이미 한 2, 3년 이상 집값이 꺼져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ANC▶

정부가 현재 보금자리주택, 그리고 신도시 재지정 등등 지방에도 포함해서 많은 공급 중심 주택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이런 방향은 옳다고 보시는지 아닌지...

◀ 선대인 부소장/김광수 경제연구소 ▶

글쎄요. 공급정책 그 자체만 놓고 이야기하기가 지금 어려울 정도로 지금 한국의 부동산 정책은 정권을 거듭하면서 실패를 거듭해 왔고요, 그런 잘못된 정책 틀 속에서 많은 분들이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고 결국은 머니게임식으로, 그리고 투기하듯이 많이 접근을 했습니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서도 공급 우선정책 이렇게 실시를 하고 있는데요, 공급을 하는 것 자체는 좋은데요. 정부가 해야 되는 역할을 명확히 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한국의 공공주택 재고비율은 한 4% 정도 됩니다. OECD 평균 20에서 30% 정도 되는데요. 굉장히 낮은 거죠.

특히 서민들을 위해서라면, 특히 공공임대주택, 공공전세주택들을 대량으로 공급하면 서민 주거난을 많이 완화할 수 있는데, 사실 지금 정부는 보금자리주택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임대주택 비율을 오히려 낮춰서 공급하고 있거든요. 그런 면에서 정부가 지금 공공의 역할을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것 아니냐, 걱정이 있습니다.

◀ANC▶

알겠습니다. 올해 부동산 시장에 미칠 큰 변수 중 하나, 정부의 금리인상 여부에도 있을 것으로 봐집니다. 이른바 출구전략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어느 정도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간단히 정리해 주십시오.

◀ 선대인 부소장/김광수 경제연구소 ▶

이렇게 생각해 보시면 되겠습니다. 지금이 사상 최저 수준의 저금리 상태입니다. 그런데도 이미 부동산 시장이 수요가 고갈돼서 더 이상 집값이 오르기 힘든 상황이 됐습니다.

그리고 강남 재건축뿐만 아니고 분당이라든지 용인, 평촌 같은 버블세븐 지역은 이미 고점 대비 20%, 30% 이상씩 집값이 빠져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끝나는 게 아니고요, 앞으로 내려갈 길이 제가 볼 때는 굉장히 깁니다. 특히 부동산시장은 한 10년에서 20년 정도 주기를 그리는데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이미 고점을 찍고 내리막길을 걷고 있기 때문에 많은 분들께서 이런 부분들을 현명하게 고려하셔서 신중하게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ANC▶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선대인 부소장/김광수 경제연구소 ▶

감사합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3. 10. 09:29

많은 분들께서 참여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미 댓글 주신 분들이 당초 준비했던 수준을 넘어섰기에 여기에서 제가 마련한 조촐한 행사를 마감할까 합니다. 격려해주시고 댓글 남겨주시고 그동안 관심 가져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의 격려에 부응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모든 분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꾸벅^^
by 선대인 2010. 3. 9. 19:49

제 블로그 '불량사회'가 많은 분들의 관심과 성원에 힘입어 지난주 연인원 방문자 수가 20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저도 의식을 못하고 있었는데, 지난 주말에 우연히 제 블로그에 들어갔다가 알게 됐습니다.
한동안 다음 아고라에 글을 쓰면서 블로그 사용이 좀 뜸했다가 최근 다시 자주 활용하면서 방문자 수가 순식간에 늘어버린 모양입니다.

그런데 문득 이걸 그냥 넘어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동안 많은 분들께서 이 블로그를 방문해주시면서 제 글을 애독해주셨는데, 뭔가 조그만 보답이라도 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블로그 방문자들 가운데 40분을 추려 책을 선물로 보내주기로 했습니다.

제가 준비한 책은
1. <세계경제지표의 비밀>(럭스미디어, 10권)
2. <통장의 고백>(더난, 30권)
입니다.
(사실 제가 책을 낸 적이 있었던 출판사들의 협찬을 받아 최근에 발간된 책 가운데 유익해 보이는 책으로 골랐습니다.^^;)

책을 받으실 수 있는 자격은 간단합니다.
이 글 아래에 비밀댓글로 댓글을 달아주십시오.
댓글 내용은 앞으로 저희 연구소 및 연구소포럼, 그리고
우리고 연구소가 발간하는 <경제시평>과 서적들을 이러이러한
방식으로 알리겠다 하는 내용을 댓글로 달아주시면 됩니다.
예를 들어, 블로그나 트위터 등에 우리 연구소를 소개하는 글을 직접 쓰거나 소장님 인터뷰 등을 올리거나 소개할 수도 있고, 다른 카페에 저희 연구소를 소개해준다든지, 직장동료들에게 우리 포럼을 소개하거나 운영위 가입을 독려하겠다는 등의 내용이면 됩니다. 
또 이미 이런 작업을 하신 분들은 '나는 이미 이러이러한 일을 했으니 책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식으로
댓글을 달아주셔도 좋습니다.
물론 제가 사후에 확인할 수 없으니 그냥 성심성의껏 노력해주시면 됩니다.
죄송하지만, 제가 보기에 적극적인 활동을 약속하신 분들께 <세계경제의 비밀>을 우선 보내드리겠습니다. 책은 출판사에서 배송하도록 할 테니 댓글 내용과 함께 주소와 전화번호를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행사가 종료되는 즉시 이 블로그를 통해 공지하겠습니다.


참고로 두 권의 책에 대해 간단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우선, <세계경제의 비밀>은 과거 타임지의 저명한 경제전문기자였던 버나드 보몰의 저서로 미국의 각종 주요 경제지표들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지표의 발표 내용과 의미 등을 자세하게 소개한 책입니다. 현재 각종 언론에서 인용되는 각종 지표들이 구체적으로 주식시장이나 채권시장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하고 미국과 세계 경제의 구조적 흐름을 읽는 방법도 알려주는 책입니다. 이 책은 미국경제의 흐름을 공부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곁에두고 참고할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관련 기사와 예스24 링크
http://economy.hankooki.com/lpage/entv/201002/e2010022617433794220.htm
http://www.yes24.com/24/goods/3714311?scode=032&srank=1


두번째 책인 <통장의 고백>은 저와 <부대시>를 같이 쓴 적이 있는 심영철씨가 최근 출간한 책입니다.
일반적인 재테크 책들과 다르게 기존의 금융상품의 문제점을 상당히 비판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의 보험상품은 매우 왜곡된 구조 속에서 사기성에 가까운 상품들이 많은데, 이 책은 그 같은 보험상품의 이면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기사와 링크를 참조하십시오.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0022317052190495&outlink=1
http://www.yes24.com/24/goods/3713027?scode=032&srank=1



by 선대인 2010. 3. 9. 10:42



얼마 전 한국의 대학 등록금이 사실상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면 사실상 세계 최고인 한국의 대학 등록금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나중에 기회가 될 때 다시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한국의 대학 등록금 문제를 푸는 일은 한국의 왜곡된 고등교육 시스템을 바로잡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상대적으로 위축된 국공립대학 인프라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앞에서 본 것처럼 한국의 경우 사립대의 비율이 거의 78%에 해당한다.


또한 대학 전반에 대한 정부 재정지출이 OECD국가 최저 수준이고 국공립대에 대한 재정지원 수준도 열악하기 짝이 없다. 이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국공립대의 경영이 어려워지고 있으며 등록금 장사 등을 통해 배를 불리는 사립대와 경쟁하기 위해 국공립대들도 등록금 인상에 나서고 있다.  이런 사정이다 보니 연고대를 비롯한 주요 사립대들은 학벌 신화를 확대 재생산하며 사실상의 서열 담합구조 속에 안주해 등록금 장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매년 치솟는 등록금을 잡고 학부모와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겠다며 등록금 상한제와 대학 등록금 취업후 상환제 도입 등을 논의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들은 사립대의 지나친 비대화/국공립대의 왜소화와 정부 재정투입 부족 등 대학 등록금이 치솟을 수밖에 없는 근본 구조를 도외시한 땜질식 처방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 가운데서도 이번에 도입하는 취업후 상환제는 한마디로 정부와 정치권의 파렴치한 생색내기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이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높은 이자율(5.8%)과 복리 방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근로자학자금 및 훈련비 대부(1~1.5%), 공무원학자금 대부(무이자), 군인학자금 대부(무이자), 교직원학자금대여(무이자) 등인 것과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높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아래 <도표>에서 보는 것처럼 헝가리나 캐나다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한 OECD 대부분 국가들이 시행하고 있는 학자금 대출제도와는 동떨어진 것으로 가뜩이나 취업난으로 시달리는 대학생들을 빚 부담에 허덕이게 하는 제도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도표> OECD 회원국 대학등록금 대출제도 현황(2004/2005)




() OECD
Education at a Glance 2009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처럼 정부와 정치권, 사학재단들은 잘못된 고등교육 구조를 통해 일반 가계에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 등록금 부담을 지게 하면서도 근본적인 개혁방안을 내놓기는커녕 생색내기용으로 내놓은 취업후 상환제조차 학생들을 상대로 한 돈놀이로 전락시키고 있다.



지금까지 본 것처럼 대학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고등교육 시스템 또는 교육 시스템 전반의 근본적 개혁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 더 나아가 이런 부조리한 현실을 개혁할 의사도 역량도 없는 현 정부와 정치권을 근본적으로 물갈이하는 정치 개혁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3. 9. 09: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