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예고된 것이기는 하지만, 24조원 어치의 예타 면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정부 발표에 실망스럽다. 경기가 침체하고 기득권 언론 등의 공격이 잇따르니 마음이 급한 건 알겠지만, 이건 가야할 방향이 아니다.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공격이 들어오니 속도를 조절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이것은 방향 자체가 잘못된 정책이다. 굳이 이해하자면, 주택시장 침체에 따른 건설투자가 줄어드는 것을 공공 발주 공사로 상쇄하고 싶은 심산일 것이다. 하지만, 혈세를 쓰는 일인데, 최소한의 검증 장치인 예비타당성 조사를 생략하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예타는 김대중정부 때 무분별한 예산 사업 추진을 막기 위해 도입한 개혁 방안 아니던가. 그런데 이걸 이명박정부 때 4대강사업 등을 추진하기 위해 지역균형발전 등등의 명분으로 계속 요건을 완화했다. 이미 이명박정부 때 완화된 예타 요건 만으로도 정책성이나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모호한 기준을 적용받아 경제성이 없는 많은 사업들이 예타를 통과할 수 있게 된 상태다. 그런데 이렇게 느슨한 기준을 적용하는 예타조차도 면제하고 대규모 SOC사업을 밀어붙이겠다는 현 정부의 정책 결정에 안타까울 뿐이다. 더구나 이명박정부 때 4대강 예타 면제를 그토록 완강히 반대했던 민주당 정부가 말이다. 


지금도 여전히 거의 활용되지 않는 지방공항이 곳곳에 있고, 평일에는 차가 한산한 고속도로며 국도가 한둘이 아니다. 이런 사업들은 지을 때만 수천억~수조원 씩 돈이 들어갈 뿐만 유지, 관리, 보수하는 데도 상당한 예산이 추가로 들어간다. 잠시 경기 좀 살려보겠다고 무리하게 추진한 대규모 예산사업들은 그만큼 두고두고 후세에 짐이 된다. 그런데 기존에 진행된 사업들보다 경제성이나 사회적 타당성이 더 떨어지는 사업들이 이번 발표안 곳곳에 눈에 띈다. 물론 발표된 사업들 중에도 예타를 통과하고 필요성이 인정되는 사업들도 있겠지만, 새만금국제공항이며, 광주전남 경전선 전철화 사업이니 제천~영월고속도로 사업 등 정말 꼭 필요할까, 충분한 수요가 있을까 의문이 드는 사업들이 더 많아 보인다.


나랏돈이 무한정 있다면 이렇게 써도 되겠지만, 예타도 거치지 않고 사업성이 떨어지는 사업들에 돈을 쓰면 정작 써야 할 곳에 갈 돈은 줄어드는 건 당연한 이치다. 24조원 만큼 건설업계는 좋겠지만, 분명히 복지든, 문화든, 교육예산은 줄어드는 게 정상이다. 상대적으로 그만큼 예산이 줄어들어 입는 피해의 대부분은 서민 가계들에 돌아간다. 


지난번 수소차 정책에 이어 이번 정책 발표를 보니 문재인정부 경제정책의 상당 부분이 기존 정부들처럼 관료 의존형, 그리고 기존 산업-대기업 의존형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나는 소득주도성장이나 9.13대책이나 공시가격 현실화와 같은 올바른 정책들은 구체적인 내용에서 일부 문제가 있어도 큰 틀에서 얼마든지 옹호할 수 있다. 촛불로 탄생한 정부이기에 정말 잘해주기를 염원하고, 큰 방향에서 옳은 길로 간다면 얼마든지 애정어린 제언과 조언을 할 마음이 있다. 하지만 예타 면제 정책이나 수소차 드라이브는 내 양심으로는 도저히 찬성하기 어렵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예타 면제 방침을 재검토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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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9. 1. 29. 14:08
조중동과 경제지 등 기득권 언론들이 자주 사용하는 개혁 저항 수법 가운데 하나가 일부 사례를 일반적 사례인 것처럼 포장해 개혁을 무력화하는 전략이다. 기득권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대의에 맞는 개혁 정책을 대놓고 반대하기 어려우니 "소수 기득권의 이익 = 대다수 국민들의 이익"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이다.

최근 일부 고가주택과 토지들을 중심으로 내년에 공시가격을 조정하려는 정부 방침을 "세금 폭탄"으로 몰고가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어제자 한국경제신문 보도처럼 추정 시가가 40억~50억 수준의 부동산을 보유한 사람의 건보료가 월 6만원, 연간 70여 만원 오르는 가상의 예를 들어 "건보료 폭등" 프레임으로 몰고가는 게 대표적 사례다.

대다수 중산층이나 서민이 사는 공동주택의 시세 반영률은 대략 70% 선인 반면, 부동산 부자들이 소유한 고가 단독주택이나 대기업 등이 소유한 토지의 공시지가는 시세 반영률이 30~40%선에 그친다. 내가 문제를 제기했던 삼성에버랜드 토지의 시세 반영률은 30%도 안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수십년동안 부동산 부자들이나 대기업 등에 너무나 유리하게 공시가격이 결정돼 온 것이다. 소득도 마찬가지이지만, 보통은 자산이 많을록 더 많은 세금을 내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이건 오히려 부동산 부자들이나 대기업일수록 세금을 적게 내는 꼴이다. 또한 중산층서민들에 상대적으로 많이 걷어 부동산 부자들에게 보조금을 주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천적으로 조세정의에 어긋나는 상황이다.

이를 바로잡고자 하는 문재인정부의 공시가격 인상은 올바른 방향이다. 오히려 나는 공시가격 인상폭이나 속도가 적은 것이 아쉬울 정도다. 그런데, 이렇게 근원적으로 잘못돼 있는 상황을 최소한의 수준으로 바로잡자는 게 뭐가 잘못인가. 그동안 부동산 부자들에게 오히려 엄청난 세금 감면 혜택을 주던 것을 조금 축소하는 정도에 불과한데 말이다.

공시가격의 시세반영률을 높이는 것이 왜 중요한 개혁과제냐 하면, 과표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이 낮은 상태에서는 종부세를 포함한 보유세율을 올려봐야 제대로 보유세가 걷히지 않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팔았던 삼성동 주택을 예로 들어보자. 급매로 내놓아 팔린 실거래가 64억원 주택의 공시주택가격이 28억원 수준이었다. 과표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이 50억원 정도로 잡히면 세율을 약간만 높여도 보유세 부담이 많이 늘 텐데, 28억원 수준이어서는 세율을 올려봐야 보유세 부담이 얼마 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보유세 개혁을 위해서는 공시가격의 시세반영률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선결과제라고 생각한다. 문재인정부는 이 방향에 맞게 가고 있는 것이다.

기득권 언론 입장에서는 이런 실상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을 리가 없다. 대신 기득권언론들은 일부의 극단적 사례를 가지고 "개혁하면 역효과 난다"는 식으로 보도한다. 이른바 경제학자 앨버트 허시먼이 지적한 바 있는 "역효과 명제"라는 개혁저항의 수사법이다. 그러기 위해 일부의 극단적 사례를 보편적 사례인 것처럼 포장하며 ‘세금 폭탄’이나 ‘건보료 폭등’과 같은 프레임을 만들어낸다. 9.13대책 당시 중앙일보가 ‘집 한 채 40대 ‘투기꾼도 아닌데 왜 세금 많이 내야 하나’라는 제목의 보도를 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시가 18억원 정도의 주택에 부과되는 종부세가 겨우 10만원 오르는 것을 두고, 기사에 인용된 40대는 ‘빚내서 세금 낼 판’이라고 분개했다는 것이다. 정부의 종부세 개편안으로 대상자가 되는 사람들은 전체 주택소유자의 1.6%에 그치고, 고가의 다주택자들을 제외하면 인상폭도 수십만원에 그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기득권언론들은 이런 현실을 가리면서 이것이 국민 다수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것처럼 포장하기 위해 ‘집 한 채 40대’와 ‘투기꾼도 아닌데…’라고 강조하는 것이다. 그리고 꼭 이상하거나 희귀한 사례를 가져온다. 어제 한국경제신문이 보도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추정컨대 최소 40억~50억원대 고가 단독주택을 소유하면서 소득이 없는 사례를 예로 들었다. 기사에서는 실제로 그런 사례를 찾을 수 없었는지, 그런 주택에 사는 사람이 소득이 없었다고 가정을 했다. "건보료 25% 폭등" 운운했지만, 겨우 오른다는 건보료가 연간 70여만원인 것이다. 정말 수십 억원 짜리 부동산 가진 사람이 그 정도도 더 낼 돈이 없다면, 그런 사람은 그 정도의 부동산을 보유하면 안 된다. 부동산 보유세는 그런 부동산을 활용해서 충분한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에게 부동산이 돌아가도록 해 사회 전체적으로 유한한 자원인 부동산이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장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정말 그 정도 건보료 인상이 "건보료 폭등"이라면 시가의 1~2% 수준의 보유세를 내는 자본주의 종주국 미국의 보유세는 "세금 핵폭탄"인가. 

그리고 기득권언론들은 희한하게도 꼭 그런 경우에는 부동산은 많이 소유하고 있지만, 소득은 없는 사례를 강조한다. 수십 억원 부동산을 가졌는데, 소득이 없는 사람이 얼마나 많겠는가. 본인은 소득이 없어도 그 자녀들은 소득이 없겠는가. 정말 수십억원 부동산을 보유하고서도 건보료 몇 십만원 낼 돈이 없어서 손가락만 빨고 있다면, 그 사람은 살림살이를 잘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 집을 처분해서 일정한 현금을 마련하는 게 정상이다. 국민들 모두에게 물어보라. 백이면 백 모두가 소득이 없어도 좋으니 수십 억원 부동산 소유하며 건보료 연간 70여만원을 기꺼이 내겠다고 할 것이다. 나 같으면 건보료를 연간 10배 이상을 내도 아무런 불만이 없을 것이다. 소유 부동산이 하나도 없는 나도 한국경제신문이 보도한 가상의 사례에서보다 훨씬 많은 건보료를 내고 있으니 말이다. 

이처럼 기득권언론들이 문제로 삼는 사례들 대부분이 설득력이 없지만, 설사 문제가 된다고 해도 전체적인 방향이 맞다면 장기보유세액특별공제 등을 비롯해 다양한 방식으로 제도적 보완을 하면 된다. 이 땅의 불평등과 불로소득의 원천인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고, 최소한의 조세정의를 바로세우는 개혁을 중단하라고 할 이유가 못 된다. 그런데도 기득권언론들은 이런 식으로 사안을 왜곡하거나 침소봉대하며 개혁을 무력화하려 한다. 그렇게 해서 부동산 부자와 대기업 등 기득권의 이익을 지키려고 한다. 아무리 기득권을 지키려고 해도 최소한의 염치와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기득권언론들의 보도 행태를 보면 코웃음만 나온다. 이러니 시간이 갈수록 언론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기레기’라는 말이 일상화되는 것 아니겠는가. 이 같은 언론들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가짜뉴스"의 원천이라고 해도 무방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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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y 선대인 2019. 1. 10. 11:59
    어제 발표된 종부세 개편안에서 과표기준 주택 가격을 접하고 "나도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분들이 있어서 간단히 설명드린다. 

    종부세 과표가 3억~6억 원인데, 시가로는 1주택 기준 대략 20억 원이 넘어야 한다. 다른 대부분 세금도 과표와 실제 소득(또는 자산가치)의 괴리가 있지만, 종부세만큼 괴리가 큰 세금도 없다. 이것부터가 지금 종부세가 얼마나 제대로 안 걷히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시가 18억원이어도 공시주택가격이 3분의 2 수준인 12억원 정도다. 여기에 이명박정부 때 감세정책의 하나로 종부세를 깎아주기 위해 도입한 할인율인 공정시장가액비율 0.8을 곱한다. (어제 정부 발표안은 이걸 매년 5%포인트씩 올려서 4년 후에는 폐지하기로 했는데, 이건 환영할 일이다.) 그러면 9.6억 원. 여기에서 기준시가인 9억원을 빼고 과표로 잡는다. 0.6억원이 실제 과표로 잡혀서 여기에 세율 0.5%를 곱해서 종부세를 산출한다. 연간 30만원.

    이번 개편안으로 조중동이나 경제지 등이 소개하는 다주택자들 사례의 경우 몇 백만~몇 천 만원 세금 더 나오는 것도 사실이지만, 시가 20억 원 수준 주택 한 채의 종부세 부담이 10만~20만원 수준 더 느는 수준에 그치는 것 또한 현실이다. 

    물론 정부가 다주택자들을 겨냥해 개편안을 마련한 만큼 빚 내서 무리하게 다주택을 소유한 사람들에게는 일정한 부담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서울 집값 오름세가 확산되고 있는 한 채 기준 5억~15억 원 짜리 주택에 대해서는 사실상 거의 아무런 영향을 못 미치는 개편안이기도 하다. 

    더구나 ‘노무현정부 때를 뛰어넘는 최고세율 3.2%’라는 제목 때문에 많은 분들이 노무현정부 시절 종부세보다 강력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노무현정부 때 걷었던 종부세 세수의 60% 수준에도 못 미치는 세수 규모다. 

    현재 기준시가는 9억원으로 노무현정부 때 기준시가 6억원보다 더 높아 당연히 종부세 대상 범위가 노무현정부 때에 비해 훨씬 적다. 나중에 위헌 판결을 받아 수정됐지만, 노무현정부 때 종부세 당초 대상은 가구합산 6억원이었다. 당시에는 누구 명의로 돼 있든 합산해서 6억원이 넘으면 대상이 됐는데, 지금은 개별합산이니 부부가 각자 명의로 8억5천 주택 두 채를 소유해도 대상이 안 된다.  

    종부세, 7월의 1차 개편안보다는 진전됐지만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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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선대인 2018. 9. 14. 10:34

    최근 정부가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위(이하 특위)의 권고안을 바탕으로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번 종부세 개편의 방향은 대체로 옳지만 개편안에 나타난 정책 강도와 개혁 의지는 기대에 비해 상당히 약한 느낌이다. 시가 20억원 주택 소유자의 종부세가 1년에 20만원 정도 오르는 것에 그친다면 큰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특위 권고안에 비해 3주택 이상 다주택자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늘린 것은 다행이지만, 그 대상자가 매우 제한적이라고 봐야 한다.


    이번 대책의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쉽게 가늠할 수 있는 방법은 세수 규모다. 노무현 정부 마지막 해인 2007년 종부세 세수는 2조7671억원이었다. 그런데 이번 개편안에 따라 걷힐 종부세 세수 총액은 개편에 따라 추가로 늘어날 7000억원가량을 포함해 2조2천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그런데 그사이 전국의 부동산 가격은 70%가량 뛰었다. 상승한 부동산 가격에 대비한 세수 규모는 2007년의 47%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사실 고가 부동산이나 다주택이 많을수록 세금 부담은 점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2007년에 비해 4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물론 세금을 깎기는 쉬워도 도로 올리기는 어렵다. 더구나 노무현 정부 때 종부세 문제로 기득권 세력의 거센 공격을 받았던 터라 문재인 정부로서는 조심스러울 것이다. 그런 점을 고려해도 이번 개편안이 오히려 부동산시장에 ‘버티면 된다’는 식의 잘못된 시그널을 줄까 걱정된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가 70%를 넘고,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압승한 상태이니 좀 더 자신감을 가져도 좋겠다. 다주택자와 보수 언론 등의 저항과 공격을 걱정할 수 있겠지만, 과감한 개혁을 기대했던 지지층의 실망감도 살펴야 한다.


    노무현 정부 당시의 트라우마에서도 벗어날 필요가 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워낙 정권 초기부터 지지율이 낮아서 무슨 말을 해도 씨알이 먹히지 않았다. 하지만 촛불혁명과 대선, 지방선거 등을 거치며 현 정부에 대한 견고한 지지층이 형성됐다. 문재인 정부가 큰 틀의 비전과 전략을 바탕으로 한 로드맵을 보여주고 국민들을 설득한다면 많은 국민들이 수긍할 것이다. 오히려 그런 과정을 소홀히 한 채 특위와 기획재정부의 입장이 달라 혼선을 빚는 듯한 모습이 정권에 더 악재가 될 수 있다. 대북정책에서처럼 조세재정 개혁 문제에서도 좀 더 과감해지길 바란다.



    향후 종부세를 포함해 보유세 체계를 추가로 개편할 때 몇 가지를 당부하고 싶다. 우선 공시가격을 좀 더 시세에 근접하게 현실화하는 작업이 우선이다. 일반 중산층 서민들이 주로 사는 공동주택의 시세 반영률이 70% 수준인데 부동산 부자들과 대기업 등이 소유한 고급 단독주택과 빌딩, 토지 등이 시가의 30~40% 수준인 현실을 그대로 두는 건 조세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런 현실을 인식하고 개편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하니 잘 준비해주기 바란다.



    이명박 정부 때 감세정책의 방편으로 도입한 공정가액비율은 특위의 권고안대로 점진적으로 올려 없앴으면 한다. 이미 공시가격이 시세보다 낮게 설정돼 있는데, 공시가격을 다시 할인해주는 장치인 공정가액비율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


    이런 작업들을 병행하면서 종부세뿐만 아니라 재산세 세율도 점진적으로 상향 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 한국의 재산세 실효세율은 0.15%인데, 0.5~1% 수준인 미국 등 다른 나라에 비하면 상당히 낮다. 국내총생산 대비 부동산자산의 가격이 가장 부풀어 있는 편에 속하는 나라에서 보유세 세수 비중이 너무 낮은 것은 기형적이다. 자산격차 완화와 복지지출 등의 재원 마련, 재정의 지방분권 강화 등 측면에서 보유세 강화는 피할 수 없는 과제다.





    by 선대인 2018. 7. 10. 13:08


    정부의 국민연금 고갈론을 "공포마케팅"이라고 하는 분의 글을 이 아침에 읽었다. 노후 빈곤율이 세계 최고인 나라에서 국민연금을 지키고, 사적 연금의 확장을 경계하는 그 분의 마음은 알겠다. 그렇다 해도, 그리고 정부가 부풀리는 것 또한 사실이라 해도, 또 하나 분명한 건 이대로 가면 국민연금이 40~50년 이내에 고갈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물론 더 걷고 덜 쓰는 식으로 조정해서 그 시점을 늦출 수 있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일 뿐이다. 


    그 분은 국민연금을 "세대간 연대"의 표상이라고 주장한다. 취지는 분명히 그렇게 출발한 게 맞다. 취지처럼 젊은 세대가 노후 세대의 노후 비용을 대주는 아름다운 모습이기만 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런데 현실이 안 그런 걸 어떻게 하나. "세대간 연대"가 아니라 "세대간 부담 전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의 50, 60대는 적게 내고 많이 타고, 20,30대는 많이 내고 적게 탈 게 뻔하다. 한국처럼 저출산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나라에서는 이런 현상이 더욱 급속도로, 더욱 급격하게 진행될 것이다. 그 분은 "기금고갈은 이론일 뿐이고 현실은 다를 것"이라고 하는데, 미안하지만 이론과 현실이 크게 안 달라질 거다. 다른 예측은 몰라도 인구와 관련된 예측은 "30년 전에 이미 저질러진 미래"라고 생각해야 한다. 지금 그걸 타임머신 타고 가서 바꿀 수 있나.


    그 분이 연금이 고갈돼도 독일, 일본처럼 계속 연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지급할 수 있다. 연금액이 지금 수준에 비해 쥐꼬리만할 뿐이지. 우리보다 앞선 선진국에서 연금을 도입할 당시에는 지금처럼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미래를 제대로 감안하고 국민연금을 설계하지 못했다. 그래서 기금이 고갈됐고, 그래서 많은 국가들 어쩔 수 없이 적립액을 줄이고 조세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그나마 그들 국가들은 우리보다 고령화 속도가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일어난 나라들이다.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이 나라가 앞선 나라들의 시행착오를 보고서도 더 큰 규모의 시행착오를 왜 굳이 겪어야 하나. 


    그 분은 또 "사적 연금이 40줄 때 국민연금은 100을 준다"고 한다. 맞다. 그걸 알기에 지금의 50, 60대 강남 아줌마들이 국민연금에 가입하려고 줄을 서지. 그런데 그게 언제까지 가능한가. 나도 사적연금 확장에 반대하는 사람이지만, 기금 고갈 시점에도 사적연금이 40줄 때 국민연금이 100을 줄 수 있을까. 지금의 20,30대는 왜 국민연금을 탈퇴하고 싶어할까. 바보라서? 바보가 아니라 미래에 올 현실이 너무나 뻔해 보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소비 위축으로 내수 침체가 심각한데, 지금 쓸 돈을 왜 내가 30, 40년 후에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를 연금 형태로 강제 적립하게 하는지 의문이다. 이렇게 쌓아놓은 돈이 지금도 GDP대비 세계 최고다. 그리고 그 비율은 앞으로 한동안은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날 거다. 그리고 30년쯤 후부터는 적립되던 속도보다 더 빠르게 줄어들 거다. 저출산고령화 추세가 본격화되기 전인 1988년 도입된 국민연금은 처음부터 "선심성 선거공약"으로 출발한 탓에 근시안적으로 제도가 잘못 설계됐다. 다만 경로의존 효과 때문에 지금의 구조 위에서 땜질식 처방만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부터 다시 설계한다면 그냥 5년치 정도만 적립하고, 그 해에 필요한 연금 지급 수요에 맞춰 연금을 걷어들이는 방식으로 가면 될 일이다.


    하고 싶은 말이 더 많지만, 생략한다. 요즘 일이 많아서 이런 논쟁에 끼어들 시간도, 생각도 없다. 정치적 의도로 정부가 여론몰이를 하는 것도 문제지만, 대항논리라는 것 또한 너무 교조적이고 나이브하다. 이 나라에선 어찌 된 게 나라 살림살이의 수입과 지출 모두 엉망인데 이걸 고칠 생각도 없이 무조건 "세금 더 걷자"는 것이 진보이고, 국민연금도 무조건 많이 쌓아두자는 게 진보가 되나. "복지국가"라는 도그마 외에는 아무것도 안 보이는 사람들 같다. 어찌 진보의 전략이라는 게 이렇게 "돈 많이 걷자"밖에 없나. 이런 진보를 누가 지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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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선대인 2015. 5. 18. 10:35


    1. 한국의 명목 법인세율은 OECD 국가들 가운데 준조세회피처 국가나 서구자본 유치가 급했던 과거 동유럽 국가 등을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재벌대기업들의 실효 법인세율은 법인소득 300억~50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보다 더 낮다. 더구나 2000년에 비해 2011년 법인가처분소득은 533% 늘었는데, 법인세 부담은 겨우 151%만 늘렸다. 반면 같은 시기 개인 가처분소득은 86% 늘었는데, 소득세는 142%로 소득에 비해 대폭 늘린 것과 비교하면 법인세 부담은 상대적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2. 국내에서 가장 비싼 집인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의 개별주택가격은 130억원이다. 서민들 입장에서야 입이 떡 벌어질 액수이지만 실제보다 매우 낮게 책정된 것이다. 경실련은 이 집의 가격을 주변 거래 시세 등을 조사해 2011년 기준으로만 최소 310억원으로 추정했다. 아무리 높게 잡아도 실제 시세의 약 42%가량만 공시주택가격으로 잡힌다는 뜻이다. 


    이 회장 자택만 그런 게 아니라 대부분 재벌가를 비롯한 고가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이 시세의 약 30~50% 수준에 불과하다. 대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빌딩 등 상업용 건물의 공시가격도 대략 시세의 30~50% 수준만 반영된다. 이처럼 각 주택당 개별 공시주택가격의 기준점 역할을 하는 표준주택가격의 실거래가 반영률도 아직 59.2%에 그친다. 그런데 정부는 이처럼 과소하게 잡힌 공시주택가격의 60%만 과표로 잡아 재산세를 매긴다. 시세 대비로는 실효세율이 0.1~0.2% 정도에 그친다.  


    3. 주택 양도소득세에서도 ‘다운계약서’ ‘업계약서’ 등의 관행이 횡행해 주택 경기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수조원가량의 세수 손실이 일어나고 있다. 1가구 1주택자를 기본적으로 비과세로 한 탓에 이를 ‘탈세 구멍’으로 해 부동산 거래의 90% 이상이 과세되지 않거나 매우 과소하게 과세되고 있다. 월세 비중이 급증하고 있지만, 월세소득을 제대로 신고하고 세금을 내는 집주인들은 거의 없다. 연봉 몇 천만원만 돼도 1년에 몇 백만원씩 근로소득세와 건강보험료 등 각종 직간접 세금을 내는데, 부동산으로 양도차액 6억, 7억원씩 남겨도 세금 한 푼 안 낼 수 있다. 


    4. 2008년 대비 2013년 실효세율(명목세율에서 각종 비과세감면공제 혜택 등을 제하고 실제로 내는 세금의 비율. 과표 기준)은 근로소득세가 0.87%포인트, 법인세는 5.04%포인트, 종합소득세 역시 5.04%포인트 줄어들었다. 감세정책의 효과를 시정하고자 한다면 어디부터 손대야 할까. 


    5.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주식 양도로 차익만 100억원 넘게 벌어들인 대주주(지분 3%나 시가 100억원 이상 보유)들이 매년 100명 안팎. 이들이 상장·비상장 기업의 주식을 양도해 얻은 이익만 매년 2조~4조원에 이르지만 정작 이들이 낸 세금은 이익의 16% 수준으로 최고 38%인 근로소득세율에 크게 못 미쳤다. 그나마 대주주가 아니면 아예 주식양도차익에 대해 과세를 하지 않는다. 멕시코나 스위스 같은 금융비밀주의가 강한 몇몇 나라 외에는 OECD 대부분 국가들이 과세하는데 말이다. 

    이른바 "버핏세"의 취지가 바로 이런 초부유층들의 자본이득에 제대로 과세하자는 것이다. 워렌 버핏이 자신이 올리는 막대한 배당소득에 대한 세율이 자기 사무실에서 일하는 비서의 근로소득세 세율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현실에 개탄해서 이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오바마행정부가 최근 추진하고 있는 부자 증세도 바로 이런 초부유층의 불로소득에 붙는 세금을 올리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만 오면 이런 배경과 취지는 모두 사라진다. "한국판 버핏세"라는 명목 아래 국내 세목들 가운데 세부담 형평성이 가장 잘 확보돼 있는 근로소득세부터 손대느라 난리가 난다. 이런데 근로소득자들이 분개하지 않을 수 있는가. 



    물론 대기업 법인세를 늘리고, 재벌 3,4세들 상속증여세 제대로 걷고, 부동산 임대소득과 보유세, 양도차익, 주식 양도차익, 종교인 수입 등에 제대로 과세하고, 진짜 고소득층이 대거 몰려 있고 자본소득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종합소득납세자 상위 계층에 함께 증세를 한다면 이해할 수 있다. 이 모든 부분에서 제대로 과세하지 않거나 오히려 종부세 무력화 등으로 깎아주는 상황에서 봉급생활자의 근로소득세만 증세한다? 이걸 누가 받아들이나. 이걸 두고 "복지국가로 가기 위한 증세"이니 이해하고 참아야 한다? 사람들이 모두 도인들인 줄 아나. 조세의 기본은 공정성이다. 공정성이 심각하게 저해된 상황을 도외시한 채로는 "복지국가를 위한 증세"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와 동의를 끌어내지도 못한다. 나는 더 내는데 이건희와 조용기는 세금을 덜 낸다고 생각해보라. 누가 흔쾌히 세금을 내겠나. 증세를 위해서라도 "공정과세"의 원칙을 철저히 실현하는 것이 세금혁명의 최우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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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선대인 2015. 2. 6. 09:32



    경향신문이 단독으로 보도한 중요한 기사! 필독!
    ‘100억 이상 차익’ 연 100명대 주식은 ‘대박’ 세금은 ‘쥐꼬리’

    http://bizn.khan.co.kr/khan_art_view.html…


    "주식 양도로 차익만 100억원 넘게 벌어들인 대주주들이 매년 100명 안팎. 이들이 상장·비상장 기업의 주식을 양도해 얻은 이익만 매년 2조~4조원에 이르지만 정작 이들이 낸 세금은 이익의 16% 수준으로 최고 38%인 근로소득세율에 크게 못 미쳤다."(기사에서)


    이른바 '버핏세'의 취지가 바로 이런 초부유층들의 자본이득에 제대로 과세하자는 겁니다. 워렌 버핏이 매년 배당과 이자소득 등 막대한 자본이득을 보지만 세금이 10% 중반인데 비해 자기 사무실에서 땀 흘려 일하는 비서의 근로소득세가 35%를 넘는 현실에 개탄해서 이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 겁니다. 오바마행정부가 최근 추진하고 있는 부자 증세도 바로 이런 초부유층의 불로소득에 붙는 세금을 올리려는 겁니다. 


    그런데 한국 정치권에만 오면 이런 배경과 취지는 모두 사라지고 '한국판 버핏세'라는 명목 아래 국내 세목들 가운데 그나마 소득에 따른 세부담 형평성이 가장 잘 확보돼 있는 근로소득세부터 손대느라 난리 났지요. 이 어찌 한심하지 않나요?


    위의 기사에 그나마 대주주들은 주식양도차익을 내고 있지만, 지분 3%나 시가 100억원 이상을 보유한 대주주가 아니면 아예 주식양도차익에 대해 과세를 하지 않습니다. 이러다 보니 큰 손들을 중심으로 주식작전과 불법 상속증여가 일어나기도 하고요. 그래서 점진적으로 대주주 요건을 낮추는 것으로 시작해 일반적인 주식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하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고, 전체적인 조세 형평성을 크게 끌어올리는 길입니다. 이를 통해 매년 최수 수조 원의 세수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기도 하고요. 


    이에 대해 기득권 정치세력과 언론들은 이렇게 하면 주식시장이 위축된다고 하죠. 멕시코나 스위스 같은 금융비밀주의가 강한 몇몇 나라 외에는 OECD 대부분 국가들이 주식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하는데, 그 나라들 주식시장이 위축돼 있나요? 주로 부자들이 내게 되는 양도차익 과세를 실시하면 중장기적으로 주식시장에서 작전과 탈불법이 사라져 더 건전한 시장이 됩니다. 또한 양도차익과세를 도입하는 대신 자주 거래하는 개인투자자들이 주로 부담하게 되는 증권거래세를 대폭 줄이거나 폐지하면 증시 활성화 효과는 오히려 더 커집니다. 안 할 이유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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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선대인 2015. 1. 29. 09:47



    앞으로 한 동안 시간 되는 대로 <대한민국 세금의 비밀>을 이 곳에 연재하려 합니다. 이번 연말정산 파동 과정에서 이른바 보수언론, 진보언로 가리지 않고 관련 보도에 너무 문제가 많아서 저라도 이 곳에서 제대로 좀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오늘은 2008년 감세정책 이래로 근로소득세, 법인세, 종합소득세의 실효세율 변화를 살펴보겠습니다. <그림1>에서는 보는 것처럼 2008년 대비 2013년 실효세율(명목세율에서 각종 비과세감면공제 혜택 등을 제하고 실제로 내는 세금의 비율)은 근로소득세가 0.87%포인트, 법인세는 5.04%포인트, 종합소득세 역시 5.04%포인트(잘못 쓴 게 아니고 우연히도 법인세 인하폭과 같네요^^) 줄어들었습니다. 자, 여러분이 감세정책의 효과를 시정하고자 한다면 어디부터 손대겠습니까? 근로소득세일까요? 법인세나 종합소득세일까요?


    <그림1>

    주) 국세통계연보 2009년, 2014년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그리고 <그림2>에서 보듯이 소득계층별로 나눠보면 감세정책 이후 근로소득세와 종합소득세의 실효세율은 전 소득계층에서 비교적 골고루 낮아졌고, 초고소득층 구간에서는 오히려 실효세율이 높아졌습니다. 세부적으로는 문제가 있겠지만, 큰 흐름에서 볼 때 근로소득세의 세부담 형평성이 악화됐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정말 세부담 형평성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는 건 법인세지요.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같은 초대기업들일수록 오히려 실효세율이 낮고, 감소폭도 오히려 커졌으니까요.


    법인세와 종합소득세 외에 다른 세목들과도 비교할 수 있습니다만, 근로소득세는 그나마 세목 안에서의 수직적 형평성도 대체로 잘 달성돼 있는 편이고, 감세정책 이후로도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대기업이나 고소득층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기 위해서 먼저 손대야 할 법인세나 종합소득세 등은 놔두고 이 난리를 쳐가며 근로소득세를 손대는 것이 우선일까요? 설사 더 좋게 개선한다고 하더라도 먼저 바로잡아야 할 세목들을 먼저 바로잡거나 적어도 전체적으로 함께 병행해야 이번에 연말정산에서 토해내게 된 근로소득자들에게 납득이 되지 않을까요?


    <그림2>

    주) 국세통계연보 2009년, 2014년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선대인경제연구소의 보고서를 구독하시면 이해관계에 물들지 않은 정직한 목소리를 응원하면서 가정경제에 도움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by 선대인 2015. 1. 28. 10:06


    소득공제 폭탄? 억울하지만 큰 방향은 맞다고 이른바 진보쪽의 조세 전문가라는 분이 쓰셨네요. 

    http://m.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1318


    제게는 복지국가라는 도그마에 빠져서 한국 조세구조 문제의 핵심을 놓치고 있는 전형적인 글로 보입니다. 


    길게 쓰는 건 연구소 이벤트용 <경제전망보고서> 쓰느라 시간이 없어 나중으로 미루고 몇 가지만 짚자면,


    -한국에서는 근로소득세 안에서의 조세 형평성 문제보다 세목간의 형평성 문제가 훨씬 큽니다. 예를 들어, 법인세와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관련 세금에서 걷어야 할 세금을 제대로 안 걷고 있는 문제가 훨씬 크다는 거죠. 그런데 이들 세금은 대부분 부유층에서 걷어야 하는 세금. 이들 세금은 잘 안 걷으면서 근로소득세 안에서만 형평성 맞추자고 하면 귀결은 봉급생활자 부담만 늘리는 세금증세가 될 수밖에 없죠. 


    -근로소득 안에서 비과세나 공제 혜택에서 고소득층이 혜택을 많이 받는다고 따지는데, 틀리지는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비과세나 공제, 감면(이를 전문적으로는 조세지출이라고 부릅니다)는 소득이 많을수록 더 많은 혜택을 받게 되기에 가능하면 비과세감면 등은 줄여야 한다는 말도 맞습니다. 


    -하지만, 비과세감면 혜택의 귀착 정도를 보면 그나마 근로소득세 내의 공제 혜택이 소득 계층간에 대체로 골고루 돌아가는 편입니다. 법인세나 종합소득세는 극소수 대기업이나 고소득자가 비과세감면 혜택의 대부분을 가져갑니다. 구체적으로는 2010년 기준 법인세 비과세감면 혜택의 약 40%(2조 9400억 정도)가 상위 44개 대기업에, 그리고 종합소득세 비과세감면 혜택의 46.5%가 종합소득세 신고대상자의 0.006%에 불과한 3억원 이상 고소득자에게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근로소득세에서는 그래도 비교적 많은 중산층 서민 계층도 이런 혜택을 받습니다. 근로소득세의 경우 소득 2000만~6000만원 사이의 근로자들에게 혜택의 약 66.9%가 돌아갑니다. 비록 근로소득세도 상대적으로 고소득자가 많은 혜택을 받기는 하지만 법인세나 종합소득세와 같은 극단적인 고소득층 편중현상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나마 조세지출상의 형평성이 가장 높은 세목입니다. 그런데 다른 비과세감면 혜택의 훨씬 더 심각한 문제는 지적하거나 시정하지 않는 상태에서 지금 정부가 하듯이 근로소득자 공제 혜택만 줄이자고 하면 결과적으로 그게 조세 형평성에 기여하게 될까요? 


    -비과세감면 혜택과 관련해 더 이야기하면 이명박정부 5년 동안 법인세와 소득세에서 엄청나게 비과세감면 혜택을 남발했습니다. 그 가운데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귀착된 금액만 최소 30~40조는 될 겁니다. 근로소득자들 공제 혜택은 오히려 거기에 비하면 거의 늘지 않거나 오히려 줄이려는 시도가 계속됐습니다. 그 귀결이 이번 연말정산 폭탄으로 돌아온 것이고요. 


    -제가 말하는 건 납세자연맹처럼 무조건 세금 늘리면 안 된다는 게 아니라는 걸 잘 아실 겁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한국 사회의 조세현실을 인식하지 않고, 그냥 복지국가라는 이념을 쫓아서 복지를 위해 증세하는 방향이면 무조건 다 옳다는 식의 주장 역시 문제입니다.


    -이른바 진보라는 분들이 증세를 참 쉽게들 이야기하는데, 나보다 훨씬 잘 사는 사람들이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고 그나마 낸 세금들이 우리 삶의 질을 끌어올리기보다는 4대강사업처럼 엉뚱한 곳에 탕진되고 있다는 걸 너무 잘 아는데 증세에 쉽게 동의한다고요? 제가 볼 때는 너무 순진한 발상입니다.


    -특히 토마 피케티의 "21세기자본"에서 잘 보여줬지만, 최고소득자들이 부를 축적하는 것은 근로소득이 아니라 자본소득을 통해서입니다. 그리고 그 자본소득의 절반 이상이 이른바 부동산 등 자산소득이고요. 그래서 피케티도 자산소득, 그리고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 강화를 강조하는 겁니다. 흔히 버핏세라고 하는 것도 기본적으로 근로소득에 비해 형편없이 세율이 낮은 부유층의 자본이득에 대해 과세하자는 거고요. 그런데 어찌 우리 나라에만 오면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 이야기는 보수, 진보를 가리지 않고 쑥 들어가고 근로소득자들 형평 맞추자는(현실에서는 진짜 부유층과 부자들 세금은 늘지 않고, 대다수 봉급생활자들의 세금 부담 증가로 귀결되는) 좁디좁은 범주 안에서만 이야기하는지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저는 공정과세와 엉뚱하게 탕진하는 세금을 제대로 된 곳에 옮겨서 쓰는 재정지출개혁이 전제돼야 사회적 합의에 따라 증세도 가능하다고 보는 겁니다. 소득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나라에서 무작정 증세를 하면 그게 정말 증세가 될까요? 제가 볼 때는 이번 연말정산 파동처럼 사실상의 서민 증세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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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선대인 2015. 1. 21. 07:04


    연말연시를 맞아 제가 2010년 말 출간했던 <프리라이더>와 만화작가인 김종수님과 제가 함께 만든 만화 <대한민국 세금의 비밀>(가제)의 원고를 공개합니다. 시간이 갈수록 세수부족과 지자체 재정난, 복지 논쟁 등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나라의 조세재정 현실을 올바로 이해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공개합니다. 참고로 <프리라이더>는 2012년 말 한 차례 공개한 적 있으나 그 때 다운받지 못하신 분들도 여전히 많은 듯 하고 만화 <세금의 비밀>은 아직 출간되지 않았습니다. <프리라이더>의 후속편격인 <세금혁명>은 사정이 있어 아직 공개하기 어려우니 양해를 바랍니다.

    <프리라이더>는 대한민국의 조세재정 현실을 생생하게 그린 책으로 당시 책에서 지적했거나 경고했던 문제들이 공기업 부채 급증과 재정 부족 등 현실로 이미 드러나고 있습니다. 출간 당시 많은 언론의 호평을 받았으나 이런 저런 사정으로 현재 절판돼 있어 시중에서 구하기가 어려울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제가 출간한 책 가운데 가장 아끼는 책이기도 합니다만, 판매 부수는 저의 다른 책들보다는 좀 뒤지는 불운한(?) 책이기도 합니다. 

    조세재정과 복지 이슈 등이 좀 더 큰 이슈가 되기 전에 나온 책이라 요즘 이 책이 나왔더라면 훨씬 더 좋은 반응을 얻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기도 합니다. 이미 몇 년 지났지만, <프리라이더>에서 설명한 많은 내용들이 지금도 유효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최대한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길 바라기 때문에 무한 펌질, 무한 공유가 가능합니다. 한 해 잘 마무리하시고 추운 날씨에 건강들 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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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선대인 2014. 12. 8. 10: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