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에 관중들이 빽빽이 들어섰다. 그런데 축구장 스탠드 앞쪽에 앉은 관중들이 좀더 경기를 잘 보려고 일어섰다. 그러자 그 뒤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차례로 모두 일어서야 했다. 일어선 앞 사람 때문에 뒷사람은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일어서야 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축구장 관중들은 모두 앉아서 편하게 볼 수 있었던 축구경기를 모두 불편하게 일어서서 봐야 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익히 잘 아는 ‘축구장의 바보들’ 예화다. 이 예화는 개인의 합리적 행동이 경제 전체적으로는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합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화다.
그런데 2000년대 국내 부동산 상황은 합성의 오류가 난무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처음에 일부 사람들이 부동산을 사서 재미를 보자, 뒤따라 사람들이 차례차례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자신들의 소득으로 집을 사다가 나중에는 은행에서 빚을 내서 집을 사게 됐다. 빚도 처음에는 수천만원 단위였다가 나중에는 1,2억원 수준이었다가 나중에는 수억원씩 빚내는 것이 여사가 돼버렸다. 그렇게 해서 서로 집값 올리기 경쟁에 들어갔다. 2, 3억원 정도면 충분할 집값을 5억, 10억씩 불러가며 돈을 벌었다고 희희낙락했다. 각 개개인이 부동산 시장에 차례로 뛰어든 것은 나름대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 우선, 돈이 됐기 때문이다. 옆의 사람들이 부동산으로 돈 버는 것을 보고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낀 사람들이 또 다시 뛰어들었다. 그리고 나중에는 집값이 더 뛸까 불안해서 거액의 빚을 내 뛰어든 사람들도 많았다. 그리고 나중에는 정말 거의 투기 광풍이 불어 ‘묻지마 투자’까지 횡행했다. 그렇게 해서 수도권 집값을 평균 세 배 이상으로 끌어올렸고, 가계의 상당수가 거액의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그러는 동안 한국경제는 속으로 곪아가고 있었다. 돈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면서 생산경제에 가야 할 돈은 급격히 위축됐다. 부동산 비용 상승으로 기업들과 자영업자들은 인상된 임대료를 내느라 인건비를 줄여야 했다. 이런 현상이 국민경제 전체적으로는 실업과 비정규직 증가로 나타났다. 빚을 내 부동산 투자를 하다 보니 외환위기 직후 25%에 육박하던 가계 순저축율은 2008년말 2.5%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과거 은행에서 이자수입을 타서 써던 가계들이 이제 은행에 매월 수십~수백만원씩을 월세 내듯 꼬박꼬박 이자로 내야 했다. 이런 과정에서 한국의 시중은행들은 국내 최고의 월세 임대사업자들이 됐다. 1,2백만원씩을 은행 이자로 내고 난 가계들은 그만큼 소비를 줄여야 했고, 이는 지속적인 내수침체로 이어져 더더욱 생산경제를 위축시켰다. 이른바 정부와 언론은 보유 자산의 가치 상승으로 현재 소비가 는다는 이른바 ‘자산효과(wealth effect)'를 들먹였지만 실은 가계 부채 증가로 인한 내수 위축 효과는 훨씬 컸다. 이 때문에 GDP성장률 4~5%를 오르내리는 상황에서도 서민경제는 항상 침체기였다.
축구장의 바보들 예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축구장에서 모든 관중들이 다 일어선다고 다 같은 시야를 확보하는 게 아니다. 키가 큰 사람도 있고, 작은 사람도 있다. 노약자와 임산부는 오래 서 있을 수 없고, 어린이는 일어서도 경기를 볼 수 없다. 심지어 신체가 불편한 장애인들은 자리에서 일어서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부동산 시장은 상대적인 불공정성이 훨씬 컸다. 우선, 주택을 살 수 없는 사람들이 절반 가까이나 됐다. 지역별로도 편차가 심했고, 평형별로, 가격대별로 편차가 심했다. 세대별로 보면 상대적으로 소득이 없던 젊은 세대에 비해 자금력과 부동산 투자의 노하우까지 갖춘 기성세대는 부동산 투자로 덕을 봤다. 하지만 젊은 세대는 부동산 거품으로 일자리까지 줄어든 상태에서 집값까지 뛰자 결혼조차 하기 힘든 실정이 돼버렸다. 계층별로 양극화도 심해졌다. 부동산을 살 수 있었던 사람들은 가만히 앉아서 10년 이상 열심히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을 불과 1~2년만에 벌기도 했다. 소득 양극화보다 자산 양극화가 훨씬 극심해지고, 집 없는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근로의욕 감소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 같은 자산양극화는 일정한 시점이 지난 후부터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정치적 계급투쟁의 양상까지 띄게 됐다. 과거 공산주의에서 말하는 생산수단 소유여부에 따라 구분하던 유산자(有産者)와 무산자(無産者)의 계급 투쟁이 아니라, 주택 소유여부에 따라 계급적 이해를 달리하는 유주택자와 무주택자간의 계급 투쟁 양상을 띠게 됐다. 부동산 거품이 일던 초기에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집값 안정을 바랐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의 거듭된 정책 실패로 집값이 껑충 뛰어오르자 하나둘씩 부동산 투기 게임에 가담했다. 이전에는 집값 하향 안정을 바라던 사람들도 일단 막대한 빚을 지고 집을 산 뒤에는 입장이 180도 달라져 버렸다. 거의 전 재산이 걸린 주택의 가격이 올라주지 않으면 가계경제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린 한편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기성 언론들의 왜곡선동보도가 잇따르자 정치적 입장조차 바뀌었다. “2004년을 기점으로 부동산 규제 강화를 외치던 여론이 이후에는 부동산 규제 완화 여론이 다수가 돼버렸다”는 한 여론조사 전문가의 말처럼 이를 생생히 입증하는 말도 없다.
이 같은 집값을 둘러싼 계급투쟁은 급기야 정권을 교체하는 숨은 원동력이 됐다. “부동산 말고는 꿀리는 것이 없다”고 했던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 정책의 실패가 얼마나 큰 것인지 몰랐다. 사실 부동산 문제 말고는 꿀리는 것이 없다는 인식이야말로 노무현 정부가 얼마나 형편없는 정부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반대로 부동산을 둘러싼 계급투쟁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했던 정치인은 현 대통령인 이명박이었다. 이명박은 현대건설 사장 출신답게 부동산 문제가 얼마나 사람들의 탐욕을 자극하는지 너무나도 잘 알았다. 그는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할 시절부터 서울 강남지역 5개 저밀도 재건축지역에 대한 규제를 일괄 해제하겠다고 물밑에서 공약하고 당선됐다. 그리고 그는 시장에 취임한 그해 바로 강남 집값 상승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강북 주민들의 표심을 끌어모으기 위한 대규모 개발사업을 벌였다. 바로 뉴타운이었다. ‘주거환경 개선’과 ‘강남북 균형개발’이라는 겉보기에 그럴듯한 모토를 내걸었지만, 실상은 강북 집값도 올려주겠다는 것이었다. 이 같은 정치적 욕심을 구현하기 위해 그는 재임 기간 동안 크게 세 차례에 걸쳐 모두 32개에 이르는 뉴타운을 지정했다. 자그마치 서울시 시가지 면적의 7.5%, 서울시가 30여년 재개발 해온 총 면적의 1.5배가 넘는 규모였다. 이렇게 해서 그는 서울 강북 집값도 거세게 밀어올렸다. 지난 대선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는 공식화하지 않았을 뿐, 경부 대운하 등 각종 개발 공약과 부동산 규제 완화 공약 등을 통해 사실상 ‘집값을 올려주겠다’고 집권한 대통령이었다. 실제로 부동산 투기에 가담했던 많은 사람들이 그가 집권하면 집값이 오를 것으로 그를 찍었다.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든 부동산 계급 투쟁은 지난해 총선까지 이어져 다수의 ‘뉴타운돌이(뉴타운 공약을 내걸어 당선된 한나라당 의원들)’들을 당선시켰다.
더구나 현 정권은 지난해부터 한국 경제의 위기가 본격화하는 가운데도 ‘경기 부양’이라는 명목 아래 ‘강부자 정권’ 자신들과 자신들의 정치적 기반인 건설업계 및 유주자 계급들을 위한 온갖 특혜성 정책들을 남발하고 있다. 미분양 물량 매입과 부동산 부자들을 위한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상속세 및 고소득자들을 위한 근로소득세 완화, 부동산 버블기에 고분양가로 폭리를 취해온 건설업체들을 위한 대규모 건설토목 사업 발주 등이 대표적 사례들이다. 현 정부는 그런 정책들을 말끝마다 서민가계를 지원한다고 주장하고, 이명박은 새벽시장을 찾아 상인들에게 목도리를 둘러주고, ‘신빈곤층’ 가정 어린이와 통화하며 울먹이는 쇼를 벌렸다. 하지만 실제로 서민가계에 돌아가는 혜택은 늘 쥐꼬리만했고, 오히려 차상위계층의 건강보험 혜택을 줄이는 등 저소득층 및 취약계층의 지원과 보장을 줄이기까지 했다. 이렇게 부동산 부자들과 건설업계를 위해 온갖 퍼주기를 일삼으면서도 이들은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서민들이 더 피해본다’고 사람들을 세뇌시키고 있다. 그러면서 온갖 부동산 투기 조장책으로 부동산 거품을 떠받치기 위한 총력전을 펼쳐 왔다.
이 같은 부동산 투기 조장책은 일정하게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듯 보인다. 올초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한 집값의 일시적 반등이 그 예다. 거의 선동에 가까운 각종 허위 발표와 왜곡된 통계들을 가지고 섣부른 ‘바닥론’을 퍼뜨리는 한편 부동산 광고에 목 매단 기성 언론들과 합작해 부동산 투기를 선동하다시피하고 있다. 사실상 정부가 가장 강력한 투기세력이자, 이해관계자가 돼버린 것이다. 그렇게 해서 아직 실물경기 침체가 여전히 엄동설한인 상태에서 경제 현상 이면의 실상을 꿰뚫어 보기 힘든 국민들에게 이미 봄이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국이 가장 먼저 경기를 회복할 것”이라는 황당한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도대체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에서 어떻게 주요 교역 대상국의 경제가 회복되지 않는데, 경기를 가장 먼저 회복시킨다는 말인가? 엉터리 왜곡보도로 점철된 기성언론도 정확하고 깊이 있는 보도를 하기보다는 정부의 발표를 곧이곧대로 보도하기 일쑤다. 일부 언론은 정부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예 경기 회복의 시나리오를 쓰기도 한다. 마치 사람들에게 낙관적인 심리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애국심의 발로인 것처럼 착각할 정도다. 정확하고 공정한 사실 보도가 언론의 역할이자, 그것이 중장기적으로 한국경제를 위해서도 가장 바람직한데도 말이다. 왜곡 없는 정확한 정보가 유통될수록 시장은 더욱 잘 작동한다는 것은 경제학의 상식 아닌가?
하지만 투기 조장책에 따른 일시적이고, 국지적인 호가 위주의 반등도 오래가기 어렵다. 부동산시장 안팎의 버블 붕괴 압력은 여전히 막대하다. 거대한 부동산 거품이 붕괴할 때 이렇게 쉽게 일단락하리라고 본다면 착각이다. 고양이는 몸을 확 뒤틀어 방향을 바꾸지만, 코끼리는 그렇게 방향을 바꾸지 못한다. 경제의 큰 흐름도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한국은행의 지속적인 저금리 기조에 좀 더 버틸 체력을 얻은 잠재적 매도자들이 정부의 투기조장책에 기대 호가를 올리고 있지만, 매수세는 전혀 따라붙지 않고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는 것처럼, 정부가 군불을 땐 성급한 낙관론이 사실상 대국민 사기극이었음이 오래지 않아 드러날 것이다. 이 같은 호가 위주의 일시적 반등 국면은 필자가 지난해 쓴 책에서 이미 경고한 바 있다. 부동산 가격이 대세하락하는 과정에서도 얼마든지 일시적인 반등이 있음을 설명했다. 이 시기는 잠재적 매도자와 매수자가 치열한 심리적 공방을 벌이는 시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시기에 결과적으로 항상 패자는 잠재적 매도자들이었으며, 이런 국면이 끝나면 많은 경우 급락세가 재연됐음을 전 세계 버블 붕괴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멀리 볼 것도 없이, 미국이나 영국, 스페인 등 서구 대부분 국가에서나 1990년대 일본에서도 부동산 버블이 꺼지는 국면에서 일시적 반등세는 얼마든지 있었다. 심지어 과거 일본 부동산 버블의 핵심이었던 도쿄도의 지가도 부동산 버블이 붕괴하기 시작한지 2년 후인 1993년까지 일시적인 등락을 여러 차례 반복하며 점진적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결국 거대한 버블 붕괴의 압력 아래 이후 도쿄도 지가는 자유낙하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또 다시 집값이 폭등하지 않을까 불안해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경제의 큰 흐름을 읽지 못하며 현상의 이면을 꿰뚫어보지 못하는 일반인들은 정부의 투기 조장책과 일부 언론의 사기적 선동기사에 혹할 수밖에 없다. 투기를 조장해야 밥벌이를 할 수 있는 소위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궤변도 솔깃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다시 한 번 되풀이해 경고하지만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가 부동산시장을 둘러싼 거시경제의 구조와 흐름을 잘 알 것으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그들은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매다는 상당수 언론과 공생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에게서 생산돼 유통되는 정보는 사실 매우 부정확하고 왜곡돼 있으며, 이해관계에 깊이 물들어 있다. 필자는 전직 신문기자로서 이 같은 공생관계와 언론의 메커니즘에 대해서 매우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일반인들은 이 같은 이면을 모르기 때문에 ‘또 다시 기회를 놓치는 게 아닐까’ 전전긍긍해한다.
이런 상황에서 필자는 다시 경고할 수밖에 없다. 이번의 일시적 호가 반등 국면은 집값 대세하락기 초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폭탄 돌리기’ 국면이다. 앞으로 집값은 지속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으니 무리해서 부동산시장에 뛰어들지 말라고 당부한다. 만약 일시적인 반등국면에서 인내심을 발휘하지 못하고 뛰어드는 사람들은 불이 붙은 폭탄을 떠안는 격이 될 수 있다. 주식시장과 달리 주택시장은 단기간 내에 차익을 실현하고 빠져나올 수 없기 때문에 ‘한탕’을 노리고 뛰어드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실수요자가 아니라면 일시적 반등기에 무리해서 잘못 들어갔다가 평생 후회할 정도로 큰 경제적 고통을 맛볼 수 있다. 이 같은 경고는 필자만이 하는 것이 아니다. 필자가 앞선 글들에서 언급했지만, 한국은행이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서울 집값의 하락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고, 현대경제연구원조차 최근의 일시 반등은 단기에 그치고 향후 집값은 계속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서를 냈다. 심지어 전혀 그런 말을 안 할 것 같은 부동산 포털 관계자나 메이저 신문의 부동산 담당 기자조차 비슷한 인식을 내비치고 있음을 소개했다. 필자는 경고할 만큼 경고했다.
부동산 거품과 그 거품에 편승한 과욕의 폐해가 어떠한지는 지금 전세계가 목도하고 있다. 한국 사회도 정부와 정치권의 거듭된 정책 실패로 인한 부동산 거품 때문에 고통받아 왔다. 부동산에 돈이 묶이는 바람에 내수가 침체하고 실업자와 비정규직이 양산됐고, 이제 버블 붕괴 과정의 혹독한 충격을 겪고 있다. 그런 점에서 부동산 버블을 처음부터 만들지 말았어야 했는데, 이미 한국 경제는 너무나 막대한 부동산 버블을 만들고 말았다. 이제는 전세계의 부동산 버블이 꺼지는 시기이고, 이것을 우리도 피할 수 없다. 그 과정에서 큰 충격이 있겠지만, 한국경제가 정상적인 제 궤도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안타깝지만 감내해야 하는 충격이다. 근본적 수술을 통해 부동산 거품이라는 악성 종양을 떼내지 않으면 한국경제는 사망에 이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현 정권은 자신들 임기 내에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속셈으로 이 같은 근본 수술을 미루고 있다. 오히려 악성 종양을 더욱 키우고 있다. 선량한 국민들을 선동해 부동산 투기판을 더욱 키우려 하는 것이다. 부동산 경기와 이와 연관된 건설경기를 띄우기 위해 한국 경제 전체를 희생하고 있다. 말끝마다 ‘시장원리’를 외치는 정권이 하는 짓마다 시장의 정상적인 조정 과정을 방해하고 있다. 그동안 땅값, 집값이 너무 높았고 사람은 똥값이었으므로 이제 사람값을 높이고 땅값, 집값은 낮아지는 조정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정부는 그런 흐름을 정반대로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거대한 시장의 자기 조정 과정을 억지로 교란하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과거 일본 정부가 버블 붕괴기에 썼던 건설경기부양책이 결국 좀비기업들을 양산해 이후 일본 경제에 더 큰 부담이 됐던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 정부가 벌이고 있는 각종 정책도 시장의 자기 조정 메커니즘을 가로막아 결국은 부동산 시장, 더 나아가 한국 경제 전체의 침체를 장기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순전히 자신들 임기 내에 닥칠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정치적 욕심 때문이다. 그로 인한 피해는 전국민이, 그 중에서도 밑바닥 서민들이 입는다는 점에서 현 정권의 정책방향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범죄라고도 할 수 있다.
현 정권은 입만 열면 ‘서민을 위해 건설경기 부양한다’ ‘서민의 경제적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부동산 가격 폭락을 막아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는 사악한 여론 조작일 뿐이다. 현 정부는 4대강사업 등 쓸데없는 토건사업으로 가득한 건설경기 부양에 돈을 수십조원을 탕진하면서, 차상위계층의 건강보험 혜택을 없애는 등 서민을 오히려 죽이고 있다. 또한 ‘부동산을 살려 경제를 살린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은 환상이자 착각이다. 경제를 살린 결과 나중에 일정한 시점이 지나면 부동산 시장도 자연스레 회복되도록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은 한국경제의 뼈를 깎는 구조개혁과 인내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과정 없이는 한국경제는 새로 태어날 수 없다. 태어난다 해도 그것은 더욱 불공정한 경제, 양극화가 더욱 심해진 경제, 조만간 또 다시 더 큰 위기를 몰고 올 지속 불가능한 경제일 것이다. 이제라도 공정한 게임의 룰이 지배하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건설하기 위한 구조개혁에 나서야 한다. 그런데 현 정권은 자신들의 정치적 욕심과 계급적 이해관계 때문에 절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지금의 무기력하고 무능력한 야권이 제대로 된 한국경제의 구조개혁을 이뤄갈 세력도 아니다.
그렇다면 그같은 구조개혁을 이뤄낼 제대로 된 정치세력을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야 한다. 부동산 투기가 기승을 부리지 않고 자산경제와 생산경제가 조화롭게 선순환하며 성장하는 나라. 지식정보화시대를 선도하고 창의적인 인재가 마음껏 능력을 발휘하는 나라. 그런 나라를 만들기 위해 지금 제대로 된 한국경제의 구조개혁을 주도할 세력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나라를 물려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또한 우리 모두가 그리고, 우리 자녀들이 ‘축구장의 바보’가 되는 것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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