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제목 그대로입니다. 아래 도표들을 참고로 간단히 설명하겠습니다. 우선 <도표1>을 봅시다. 외환위기 전 한국경제는 연 평균 8% 가량의 고속성장을 했고, 외환위기 직후인 99년에는 10% 가까운 성장을 했습니다. 당시에는 동아시아만 외환위기를 겪었고, 미국 등 세계경제는 IT버블 등을 중심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위기는 대공황 이래 전세계가 가장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고, 한 동안 과거와 같은 성장세를 보이기 어렵습니다. 한국이 외환위기와 같은 V자형 급성장으로 갈 수 있을까요?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가 다른 나라가 회복되지 않는데, 우리가 먼저 회복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참고로, 일본이 1990년대 버블 붕괴 후 GDP 성장세가 한 단계 더 낮아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계 순저축율 추이를 보시면 외환위기 때는 25%에 이를 정도로 가계가 얼마든지 각종 투자에 나설 여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저축을 몇 년만에 부동산에 지르고 나서 순저축율이 크게 떨어져, 가계 순저축율이 세계적으로 가장 낮다는 미국 수준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가계가 자기 호주머니에서 부동산에 다 지르고 나자 부동산 담보 대출을 엄청나게 받아 부동산에 지르기 시작하는 단계에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예금 대비 대출을 나타내는 예대율이 2004년 100을 넘어 지난해에는 140을 넘다가 정부의 각종 지원책으로 겨우 136정도까지 끌어내렸습니다. 외환위기 직후 이 비율은 78정도였네요. 외환위기 직후에 은행들은 불확실성이 일정하게 해소되자 얼마든지 부동산시장에 펌프질을 할 여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은행들이 예대율을 100%정도까지만 끌어내리려 해도 갈 길이 멉니다. 이런 상태의 은행들이 앞으로 얼마나 추가로 부동산 담보대출을 해줄 수 있을까요? 이미 국민은행은 사실상 추가 부동산 담보대출을 해주지 말 것을 지시했습니다. 모두 예대율 과잉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은행의 예대율 급증은 가계 대출 및 주택담보대출 급증으로 연관돼 있습니다. 가계 대출 잔액이 외환위기 직후 166조원에서 649조원으로 늘어 있습니다. 부동산 담보대출 잔액은 외환위기 당시는 알 수 없지만 추세를 볼 때 이 또한 매우 크게 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도표1>
(주)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제 아래 <도표2>를 보도록 합시다. 먼저, 서울 아파트 가격 지수 추이를 한 번 볼까요? 외환위기 때는 1991년 고점에서 7년 동안 떨어져 바닥도 이만저만한 바닥이 아니었을 때였습니다. 가격지수로 77.1이었군요. 그런데 지금은 2007년초 고점을 찍고 거품 붕괴가 서서히 진행중입니다. 고점에서 좀 빠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매우 높은 가격 상태입니다. 여기에서 다시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설사 그렇다 한들 얼마나 더 오를 수 있을까요?
향후 자연인구가 감소한다는 것은 잘 아실 것입니다. 경제활동인구층의 주력인 30~40대 인구는 2006년을 정점으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인구 감소 추세는 잘 알고 있으므로 생략하겠습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그래도 수도권의 인구는 계속 증가한다고 알고 있지요? 물론 인구가 주는 지방에 비하면 느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추세를 한 번 볼까요? 수도권 인구 순유입 추이에서 1970~1980년대야 급속한 도시화와 공업화로 수도권으로 사람들이 몰려들던 때이니까 비교할 바 아니고요. 2000년대를 보면 수도권 인구는 부동산이 폭등하던 2002년 21만명을 고점으로 계속 줄어 지난해에는 연간 5.2만명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이미 수도권의 인구가 포화상태에 이르러 더 이상 과거처럼 순유입 인구도 증가하기 어려움을 나타냅니다.
미분양 물량 추이를 볼까요? 1990년대 제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한 주택 과잉공급으로 1995년 15.2만호였던 미분양 물량이 조금씩 줄어들다 외환위기 때 경제위기로 일시 증가한 뒤 다시 줄어들었습니다. 그런데 현재 미분양 물량은 수도권 약 2만5000호 포함, 16.3만호 가량 됩니다. 이것도 정부가 약 1만3000호가량 미분양 물량을 매입해준 덕입니다. 더구나 현재 미분양 물량은 1990년대와는 달리 건설업계가 금융권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지 못할까봐 축소 보고한 물량으로 실제로는 25만호에 육박할 것입니다. 1990년대 미분양 물량이 해소돼 집값이 반등하는데 4~5년 이상 걸렸는데, 이번에는 얼마나 걸릴 것 같은가요?
저금리로 돈이 확 풀리면 집값이 뛴다고요? 과연 그럴까요? 외환위기 직후에는 물론 과오가 많았지만 초기에 금융권과 건설업계 구조조정 등이 일어난 뒤 불확실성이 일정하게 해소되면서 돈이 돌았습니다. 지금은 금리를 계속 낮추는데도 금융권에서 신용창조가 계속 위축되고 있습니다. 본원통화 대비 M2의 비율을 나타내는 통화승수가 외환위기 때는 31.2까지 올라갔는데,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27 수준에서 급전직하해 23.1까지 내려와 있군요. 아직까지는 금리가 낮아져서 생긴 유동성이 부동산으로 몰려 집값이 확 뛴다고 보기에는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도표2>
(주)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외에도 지금 상황이 왜 외환위기 때와 다른지 설명할 수 있는 지표는 훨씬 더 많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일일이 다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사실 지금 부동산시장을 둘러싸고 있는 국내외 경제 상황을 지표로 다 나타낼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제가 상황을 단순화할 수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이렇게 보여드리는 이유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강부자정권’과 부동산업자들, 부동산 광고로 먹고 사는 일부 언론의 선동질에 속지 말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장 고통이 따르더라도 부동산 거품을 빼고 한국경제의 근본적인 구조개혁을 해야 할 때입니다.
<도표3>에서 출산율과 인구 증가율, 65세 노령인구 비중을 한 번 보십시오. 저출산 고령화의 충격이 2020년이 되면 걷잡을 수 없이 폭발할 것입니다. 그런데도 노후를 대비한 공공 및 민간 연금 규모를 보면 선진국들에 비하면 형편없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급속한 저출산 고령화 추세가 진행되는 나라가 완전 무방비 상태인 것입니다. 이 같은 충격에 전략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이 10년도 채 안 남았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무능과 부패, 도덕적 해이로 넘쳐나는 정부와 정치권 때문에 국민들은 아직 부동산 거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 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우리 자녀들에게 밝은 미래를 보장해주기 위해 지금이라도 부동산 거품을 빼나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도표3>
(주)OECD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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