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강남 재건축 위주의 호가 위주 집값 반등 현상을 계기로 집값 재상승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모양입니다. 이는 제가 여러 차례 말씀드렸지만, 앞으로 최소 5년 이상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장기 대세 하락 국면에서 보면 매우 일시적이고 국지적 현상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주택 가격 지수를 보면 여전히 집값이 하락하고 있음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많은 분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정부의 사실상 투기 조장책과 투기를 선동하는 언론의 엉터리 과장 보도 때문이라고 봅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경제 현상 이면의 본질을 꿰뚫어 보기 힘든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이 같은 선동보도에 휩쓸리기 쉽습니다. 최근에 그런 모습들이 많이 감지되기 때문에 제가 이를 경계하는 글을 자주 올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자꾸 이렇게 이야기하니 저는 원래 그렇게 말하는 사람으로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 이야기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옮겨볼까 합니다. 최근 부동산 포털 업계의 한 관계자에게 들은 바로는 자신들도 집값 대세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고 합니다. 다만 최근 경기 급락세가 약간 멈춘 상황에서 정부와 서울시의 부동산 부양책 효과가 집중된 강남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다시 투기적 거래가 일어난 것으로 보더군요. 이 관계자는 이번 강남 중심의 호가 위주 반등이 ‘제 2차 폭탄 돌리기’라고 규정하더군요. 2007년말 분양가 상한제 ‘밀어내기’ 때와 2008년 초 강북 뉴타운 중심의 집값 상승이 대세하락 전 ‘1차 폭탄 돌리기’였고, 지금이 2차 폭탄돌리기 국면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연구원은 이번 2차 폭탄 돌리기가 마지막 폭탄돌리기가 될 것이라고 보더군요. 이 연구원은 이렇게 직접적인 이야기는 공개적으로 잘 못하고, 다만 ‘대세상승으로 보기 어렵다’ ‘집을 살 생각이라면 신중해야 한다’는 등으로 돌려 말한다고 하더군요.


이 연구원뿐만 아닙니다. 얼마 전 주택학회에서 만난 한 부동산 포털의 대표도 인구 및 유효수요 감소 등의 영향으로 앞으로 집값은 장기 대세하락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저한테 출연이나 인터뷰를 요청하기 위해 전화를 걸어오는 방송국 관계자들의 전언도 비슷합니다. 자신들이 출연이나 인터뷰 섭외를 위해 사전에 간단히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집값이 지금 상황에서 대세 상승하기는 어렵다고 한다고 합니다. 지난 주 제가 인터뷰에 응했던 MBN(매일경제TV)의 경우 “오히려 대세 상승한다고 주장하는 분이 거의 없어서 섭외하기 어렵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섭외할 수 있었던 사람이 모 은행 지점장으로 있는 고모씨라고 했습니다.


그뿐입니까? 주변에 있는 사람들 가운데 최근 2~3년 동안 잔뜩 빚을 지고 주택을 구입했던 많은 사람들 가운데 지금 국면에서 기회가 되면 팔려고 하는 사람들이 아마 훨씬 많을 것입니다. 제 주변에도 그런 분들이 상당수 있습니다. 이는 이미 앞서 쓴 글(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627656)에서 제가 매수/매도세 동향을 통해 이미 보여드린 바와 같습니다. 또한 1~3월에 강남 주택시장에 들어간 사람들 가운데 최근 거래량이 끊기고 가격이 제자리걸음을 치면서 지금 좌불안석 아닌 사람이 거의 있을까 싶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일부 엉터리 언론의 선동보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오늘 각 포털 대문에 걸린 ‘집값 폭락한다더니...실수요자 당혹’이라는 제목이 달린 머니투데이 기사( http://media.daum.net/economic/view.html?cateid=100019&newsid=20090427073604204&p=moneytoday)가 대표적일 것입니다. 이 기사에서 소위 ‘폭락론’에 대해 코멘트를 받은 사람은 딱 두 사람입니다. 건국대 손모 교수와 위에 언급한 고모씨 말입니다. 손교수는 제가 지난해 하반기 책을 냈을 때 출판사(한경BP) 사장의 주선으로 한국경제신문에서 대담을 했던 교수입니다. 솔직히 그 대담에서 제게 제대로 반박을 못했다고 생각했던 탓인지 나중에 한경에다가 제 주장을 반박하는 기고문을 따로 쓰기까지 했던 사람입니다. 제가 출연했던 SBS 여론조사 결과에서 전국민의 93%가 부동산 거품이 있고, 그 가운데 3분의 2가량이 부동산 거품이 많다고 인식하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부동산 거품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입니다. 고모씨도 부동산 버블이 붕괴하면 가장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는 시중은행의 지점장입니다. 자신이 처한 이해관계 때문이라도 부동산 거품이 빠진다고 말하기 어려운 사람입니다. (마지막에 인용된 박원갑 소장은 위의 두 사람과 시각이 다릅니다. 박 소장 말의 뉘앙스를 잘 한 번 생각해보십시오. 이 양반은 지난해 말 이후 집값이 앞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제 입장에 수렴해왔던 사람입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이런 두 사람의 말을 인용해 일부 사례를 거론하며 마치 소설 쓰듯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기사 내용을 봐도 지금의 집값 상승세가 지속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어떤 논리적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을 혹세무민하는 이런 무책임한 엉터리 보도가 한국의 부동산 거품을 키운 주범 가운데 하나임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부동산 거래가 다시 얼어붙고, 집값이 재하락할 때 이 기자가 어떤 기사를 쓰는지 저는 계속 주목하겠습니다. 또한 지금 경기 불황으로 부동산 광고 매출에 목을 매다는 머니투데이가 앞으로 어떤 식의 보도를 하는지도 계속 주시하겠습니다. 

 

그리고 정말 지금의 집값 상황이 일시적 국면이 아니라 재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믿는다면 위 기사에서 언급된 손교수와 고모씨부터 집을 사야 할 것입니다. 그 분들 시각에 따르면 지금이야말로 떼돈 벌 기회인데, 자신들은 안 사고 집값 앞으로 오른다고 주장한다면 무책임한 것 아닐까요? 마찬가지로 기사를 작성한 기자부터 이것이 무책임한 선동 보도가 아님을 입증하기 위해 집을 한 채 사는 것은 어떨지요? 지금 시중은행에서 추가 부동산 담보 대출을 잘 안 해주겠지만, 기사에 인용한 고모씨가 은행 지점장이니 대출이 가능하겠군요. 자신들은 정말 이런 ‘호기’에 집을 안 사면서 저런 이야기를 한다면 다른 사람들을 호구로 안다는 얘기밖에 더 될까요?

 

제가 이번 국면이 왜 일시적일 수밖에 없는 지는 여러 차례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말씀드릴 것입니다. 적어도 제가 그 동안 쓴 글들과 앞으로 쓸 글들을 읽어보고 신중하게 판단하시길 부탁드립니다. 이런 선동적인 언론 보도와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말에 속지 말기를 다시 한 번 당부드리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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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9. 4. 27. 1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