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규모 대비 한국 아파트 값 '세계 최고'


서울지역 아파트 가격 수준이 경제규모 및 가계소득 대비 세계 최고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전직 증권거래소 직원인 서영훈씨는 경실련 아파트값 거품빼기운동본부에 보낸 자신의 분석자료와 기고문에서 이같이 지적하고 국내 아파트의 적정 가격수준은 현재보다 35~40%정도 내려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동안 국내 아파트 가격에 거품이 끼어있다는 주장은 많았지만 거품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외국과 비교해 체계적으로 분석한 연구 자료는 없었다. 그는 증권거래소 애널리스트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각국의 최신 자료를 입수, 이 같은 내용을 정리했다. 그는 "아파트 가격이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2.7배에 이르렀는데도 우리는 미국과 영국 등의 주택가격 버블 논란 자료만 내놓고 있다"며 "주택 투기를 막고 주택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 이 같은 조사를 실시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올해 서울의 공급면적 33평(전용면적 25.7평) 신규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격은 4억3989만원으로 미국 북동부지역의 신규주택 평균가격을 상회하고 있다는 것. 또 97년 외환위기 영향 등으로 일본과 대만, 홍콩 등에서는 주택가격이 50~67%가량 하락했는데도 한국의 주택가격은 분양가 자율화 등 건설경기 부양조치 등으로 98년 대비 97.8% 상승했다고 한다.2003년 신규 주택가격을 1인당 GDP와 비교했을 때 한국은 23.7배로 일본(11.8배), 영국(11.8배), 미국(8.3배)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만(13.6배,2002년), 홍콩(12.1배, 2001년), 싱가포르(5.9배, 2003년) 등 아시아 다른 국가에 비해서도 상당히 높았다. 특히 강남구의 올 3월말 공급면적 33평 아파트의 1인당 GDP대비 주택가격 배수는 49.5배로 미국 뉴욕 맨하탄 아파트의 1/4분기 26.5배를 크게 상회했다.또 2003년 신규주택가격을 가계소득과 비교했을 때 한국은 10.1배로 영국(7.5배), 일본(7.3배), 미국(5.5배)보다 높았다. 특히 올해 3월말 공급면적 33평 아파트의 경우에는 가계소득 대비 19.8배로 일본의 버블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90년 당시 도쿄 도심부 맨션의 17.7배를 능가했다.서씨는 "우리나라 주택가격은 경제규모나 가계소득을 고려했을 때 선진국이나 아시아 각국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며 거품이 많이 끼여 있음을 알 수 있다"며 "경제규모나 가계소득 대비 적정한 수준의 아파트 가격은 지금보다 최소 35~40%가량은 내려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23일 경실련 홈페이지에 게재된 서씨의 기고문 전문. 아파트 값만 선진국 수준?





6월말 화성동탄지구 시범단지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모여든 인파. [사진=연합뉴스]
국내주택가격은 미국, 일본 등 주요국과 경제규모나 가계소득 차이에도 불구하고, 98년 말 이후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급등하여 주요 선진국 수준에 근접하거나, 오히려 상회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급등한 주택가격 수준이 우리 경제규모나 가계의 주택구매력에 비해 적정한지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것이 우리 주택시장의 현실이다. 그래서 우리 주택시장의 상황에 대한 보다 정확한 인식을 위해 선진 주요국 및 아시아 국가의 주택가격과 비교해 봄으로써 국내주택가격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물론 주거형태의 상이함과 물가수준 등을 고려할 때 각국이 발표하는 주택가격을 원화로 환산하여 단순 비교하기에는 무리한 점은 있으나, 각국의 주택가격을 경제규모(1인당 GDP)나 가계의 소득수준과 함께 비교해 봄으로써 그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서울 강남 아파트값, 미국 뉴욕 맨하탄과 비슷

금년 서울의 공급면적 33평(전용면적 25.7평) 신규아파트 평균 분양가격('04년 1~3차 동시분양)은 4억3,989만원으로 일본 도쿄의 신축맨션 평균분양가격 5억1,110만원과 영국 런던권 신규주택 평균가격 4억6,483만원에 비해 낮지만, 미국 북동부지역 신규주택 평균가격 4억3,430만원은 상회하고 있다. 특히 서울 강남구의 2004년 3월말 공급면적 33평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은 7억4,481만원으로 미국 뉴욕 맨하탄 아파트(Coop와 Condos) 2004년 1/4분기 평균매매가격 7억9,171만원(한국과 동일평형 환산)과 비슷한 수준이다.한편 아시아 국가의 주택가격(한국과 동일평형으로 환산)과 비교해보아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에 비해 대만이 66.8%('02년), 싱가포르가 41.5%('04년 1/4분기)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홍콩('01년)은 서울에 비해 56.8% 가격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외환위기 후 아시아 각국 거품 빠질 때 우리는 오히려 급등

최근의 주택가격의 급등세는 주로 1인당 GDP가 2만~3만불을 상회하는 미국, 영국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2004년 1/4분기 현재 신규주택가격 기준으로 미국 북동부지역은 '93년 대비 102% 상승하였고, 영국은 1인당 GDP가 2만불을 돌파한 96년부터 상승세가 뚜렷해지면서, 95년 대비 164% 폭등하였다.아시아 국가는 97년 외환위기 영향 등으로 일본과 대만은 이전의 하락세가 지속되며 90년대 초의 역사적 고점대비 절반 가까이 하락하여 87년 수준으로 회귀하였다. 홍콩의 경우에는 민간주택 가격은 2003년 기준으로 하였을 때 역사적 고점인 97년과 비교하여 67% 가량 급락하였다.그러나 한국은 외환위기 당사국이면서도 98년 분양가 자율화 등 건설경기 부양조치와 미국, 영국 등의 주택가격 상승 영향으로 서울의 아파트를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폭등하였는데, 2004년 매매가격 기준으로 98년 대비 97.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1인단 국민소득 대비 주택가격, 한국 23.7배, 일본 11.8배, 미국 8.3배





용인동백지구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우리나라 신규주택가격을 1인당 GDP와 비교하면 24배에 이른다. ⓒ미디어다음

각국의 주택가격의 수준을 절대 가격으로 비교하는 것은 여러모로 한계를 드러낼 수 밖에 없다. 나라마다 경제규모, 물가 등 여러 변수에 의해 차이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주택가격을 1인당 GDP와 비교한 '1인당 GDP대비 주택가격배수'와 가계소득과 비교한 '가격소득 대비 주택가격배수'를 이용하여 우리나라의 주택가격 수준을 알아보고자 한다.

먼저 2003년 신규주택가격을 1인당 GDP와 비교했을 때 한국 23.7배, 일본 11.8배, 영국 11.8배, 미국 8.3배 순으로 나타났다. 즉, 경제규모에 비해 한국의 주택가격 수준은 주요 선진국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같은 해 기존 주택가격을 비교해보았을 때도 한국 24.0배, 영국 12.8배, 미국 6.3배, 일본 6.1배(2002년)로 한국의 주택가격 수준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강남구의 2004년 3월말 공급면적 33평 아파트의 1인당 GDP 대비 주택가격배수는 49.5배로 과거 주택가격이 폭등했던 1991년 일본 도쿄 도심부 중고맨션의 31.0배와 미국 뉴욕 맨하탄 아파트의 2004년 1/4분기 26.5배를 크게 상회하였다.

아시아 국가의 1인당 GDP 대비 주택가격 배수를 살펴보면 대만 13.6배(2002년), 홍콩 12.1배(2001년), 싱가포르 5.9배(2003년)로 한국 24.0배에 비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소득 대비 주택가격, 한국 10.1배, 일본 7.3배, 미국 5.5배





2003년 신규주택가격을 가계소득과 비교했을 때 한국 10.1배, 영국 7.5배, 일본 7.3배, 미국 5.5배로 가계의 주택구매력에 비해서 한국의 주택가격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해 기존주택가격을 비교했을 때에도 한국이 10.3배, 영국 8.1배, 미국 4.1배, 일본 3.7배(2002년)로 나타났다.

특히 강남구 '04년 3월말 공급면적 33평 아파트는 19.8배로 과거 일본의 버블이 최고조에 달했던 도쿄 도심부 중고맨션 '90년 17.7배와 미국 뉴욕 맨하탄 아파트의 '04년 1/4분기 17.3배를 상회하였다. 아시아 국가의 가계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수는 홍콩 6.5배(2001년), 대만 5.3배(2002년), 싱가포르 3.8배(2003년)로 서울 10.3배에 비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우리나라의 주택가격은 경제규모나 가계 소득을 고려했을 때 선진국이나 아시아 각국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며, 많은 거품이 반영되어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1인당 GDP 및 가계소득 수준 비슷한 대만, 주택가격 수준은 훨씬 낮아





우리나라와 대만의 경제규모와 가계소득은 엇비슷한 수준이다. 2003년 1인당 GDP는 미달러 기준으로 대만 12,726달러, 한국 12,628달러이며, 가계 연평균소득은 대만이 대만달러로 2002년 4,020만원, 한국은 2002년 3,351만원으로 한국에 비해 약 20%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주택가격 수준에서는 차이가 크게 나고 있다. 먼저 대만을 살펴보면 2002년 주택가격은 1인당 GDP 5천불 및 1만불을 달성 시점인 1987년과 1992년에 비해 각각 5% 및 47% 하락하여 거품이 거의 해소되었음을 알 수 있다.

1인당 GDP 대비 주택가격배수 및 가계소득 대비 주택가격배수의 경우도 1988년 각각 50.9배 및 18.7배로 최고치를 기록하였으나, 1993년 이후 거품 붕괴로 주택가격의 하락세가 이어지며 2002년에 각각 13.6배 및 5.3배 수준으로 낮아져 선진국 수준을 소폭 상회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주택가격의 상승세는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2004년 주택가격은 1인당 GDP 5천불 및 1만불 달성 시점인 1989년과 1995년에 비해서 각각 140% 및 89% 상승하였다. 1986년 1인당 GDP 대비 주택가격배수 및 가계소득 대비 주택가격배수가 각각 49.5배 및 20.0배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1990년대 초부터 버블 붕괴에 따른 주택가격 하락과 가계소득의 증가로 1인당 GDP 대비 주택가격배수가 1999년 17.9배, 가계소득 대비 주택가격배수가 1998년 7.5배로 크게 낮아졌다.

그러나 1998년 분양가 자율화 등 주택경기 활성화 조치와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 주택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재차 주택가격이 급등하며 2003년에는 각각 24.0배 및 10.3배로 상승하였다.

결국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중반까지 양국의 주택가격은 비슷한 양상을 보였으나, 대만은 1990년대 초 이후 버블붕괴로 주택가격이 1987년 수준까지 하락하여 거품이 거의 해소된 반면 한국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말부터 주택가격이 다시 급등하면서 경제규모 및 가계의 주택구매력 수준에 비해 과도한 거품이 형성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서울 33평 아파트 적정가격은 2억2,110만원 ~ 2억3,464만원으로 추정





아파트값 거품빼기운동본부가 아파트 원가공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금까지 살펴본 각국과의 비교를 통해 우리나라 아파트 가격의 적정수준은 어느정도인지 추정해보고자 한다. 먼저 신규 주택가격의 경우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의 1인당 GDP대비 신규주택 가격배수의 최대치 11.8배와 가계소득대비 신규주택가격 배수의 최대치 7.5배를 적용하여 산출한 1억7,759만원 ~ 2억6,460만원의 중간가격인 2억2,110만원이 '03년 서울의 공급면적 33평 신규아파트의 적정가격으로 판단된다.

기존 주택가격의 경우 주요국과 아시아 국가의 1인당 GDP대비 기존주택가격 배수의 최대치 13.6배와 가계소득대비 신규주택가격배수의 최대치 7.5배를 적용하여 구한 2억468만원 ~2억6,460만원의 중간가격인 2억3,464만원이 2003년 서울의 공급면적 33평 기존아파트의 적정매매가격으로 판단된다.

위의 내용을 토대로 결론을 내리면 다음과 같다.

첫째, 서울 아파트매매가격은 세계최고 수준이다. 최근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미국과 일본 등 세계 주요 선진국의 주택가격 수준에 근접하거나, 오히려 상회하고 있다. 특히 금년 강남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미국 뉴욕 맨하탄의 아파트 매매가격(한국과 동일평형으로 환산) 수준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주택가격의 버블이 최고조에 달했던 '89년의 일본의 경제규모나 가계소득을 고려할 때 최근의 서울의 주택가격은 당시 일본 도쿄의 주택가격 수준을 상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둘째, 경제규모 및 가계의 소득수준에 비해 주택가격이 과도하게 높다. 주택가격 수준을 가장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1인당 GDP 대비 주택가격 배수 및 가계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수 수준이 1인당 GDP가 3만불을 상회하는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을 크게 상회하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와 1인당 GDP와 소득수준이 비슷한 대만 등 아시아 국가와 비교해서도 과도하게 높다. 특히 서울 강남구 아파트는 1인당 GDP 대비 주택가격 배수 및 가계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수가 과거 주택가격이 폭등했던 일본 도쿄 도심부의 '90년 중고맨션과 미국 뉴욕 맨하탄 아파트의 금년 1/4분기 수준을 상회하고 있다.

셋째, 서울 33평 아파트의 신규분양가격 및 매매가격은 향후 35~40% 하향조정이 예상된다. 주요국과의 경제규모 및 가계소득대비 주택가격배수 비교에 의거 서울 공급면적 33평 아파트 적정가격을 추정하면 신규분양가격은 22,110만원, 매매가격은 23,464만원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가격도 1인당 GDP 대비로는 14.7~15.6배, 가계소득 대비로는 6.3~6.7배 수준이어서 대만 등 아시아 국가와 비교하면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2003년 서울 공급면적 33평 아파트 신규분양가격 및 매매가격은 경제규모 및 가계의 소득 수준에 비해 과도하게 높아 향후 약 35~40% 정도 하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by 선대인 2008. 9. 4. 17:27

가계 빚의 60%가 부동산 부채





[표]가처분소득 대비 이자부 부채 비중(남색 표시 부분). 이 비율이 100%를 넘어서면 가계가 일시에 부채를 상환해야 하는 경우 이를 상환할 수 없음을 나타낸다.[자료제공=하나경제연구소]

가계 빚의 60%가량이 부동산 대출인 것으로 나타나 부동산 대출이 현재의 내수 침체를 초래한 주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주택담보대출이 전체 가계 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나은행 부설 하나경제연구소가 통계청의 가구당 월평균 가계수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2분기 현재 가계의 부동산 관련 대출은 265조 2930억여원으로 전체 가계 대출 433조 7590억여원의 57.9%를 차지했다. 이 같은 부동산 대출 비중은 99년 1분기의 29.1%의 두 배가량 높은 수치.

이 같은 부동산 대출 비중은 99년 4분기부터 40%대의 증가율을 보이기 시작, 2000년 4분기에 전체 가계 부채의 40%대(40.2%)를 돌파했고, 2002년 4분기에 50%대(50.6%)를 넘어섰다. 특히 부동산 대출은 부동산 투기 붐이 본격화된 2001년 3분기부터 2002년 4분기까지 40~55% 가량의 증가율을 보이며 급성장했다.

또 처분 가능한 소득 대비 금융권 부채의 비중은 2001년 97.1%를 기록한 뒤 2002년부터 올해까지 115~120%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중이 100%를 넘어서면 가계가 쓸 수 있는 돈으로 빚을 일시에 모두 갚지 못하는 상태를 나타낸다.

반면 2004년 2분기 현재 카드 빚의 비중은 전체 가계 부채의 12.3%를 차지해 '카드 빚' 사태가 발생하기 시작하기 전인 5년전 수준으로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90년대 후반까지 전체 가계 부채의 12~13% 선을 유지하던 카드 빚의 비중은 카드 남발 사태가 일어난 99년 4분기부터 급증하기 시작했다. 이후 카드 빚은 2002년 3분기에 전체 가계 빚의 24.4%로 꼭지점을 찍은 뒤 점차 하락해 원 상태로 돌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4개 계층 소득의 22~30%를 부채 상환에 써

"부동산 부채 경제에 큰 부담...부채 상환 부담 조절 필요"





[표]소득 상위 30~40%계층의 소득 대비 부채 상환액 비중[자료제공=하나경제연구소]
이 같은 부동산 대출의 증가는 중산층 및 상류층의 부채 상환 부담으로 이어져 내수침체를 불러온 주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를 소득 수준에 따라 10개 계층으로 구분해 소득 구간별 부채 상환 비율을 조사한 결과 올해 2분기 현재 9개 계층이 처분 가능 소득의 20%이상을 부채 상환에 쓰고 있기 때문.

특히 중상위 계층인 소득 상위 30~40%계층(가구당 월평균 소득 323만원)은 처분 가능한 소득의 29.4%를, 소득 상위 20~30%계층(소득 373만원)이 25.9%를 부채 상환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상류층으로 분류되는 상위 10%이상(소득 672만원)과 상위 10~20% 계층(444만원)도 각각 처분 가능 소득의 23.0%와 22.6%를 부채 상환에 쓰고 있었다. 이는 부동산 투기 붐이 시작되기 전의 15% 전후와 비교할 때 큰 폭으로 증가한 것. 결국 이들 계층의 소득 가운데 평균 10% 가량이 소비나 저축 대신 부채 상환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셈이다. 이들 계층이 부채 상환에 소득의 20% 이상을 쓰게 된 시점은 부동산 투기 붐이 본격화된 2002년 3분기를 전후한 시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카드 빚 증가는 부동산 부채에 비해 규모가 작고 저소득층에 집중된 것으로 분석됐다. 하위 10% 이하 계층(소득 81만원)과 하위 10~20% 계층(소득 144만원)의 소득 대비 부채 비중은 카드 빚 사태가 절정에 이른 2001년 3분기를 전후해 50%대를 넘다가 이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상위 5개 계층에서는 카드 빚 사태 때에도 부채 상환액의 변화가 거의 없었다.

하나경제연구소 배현기 금융팀장은 "분석 결과 2001년 이후 부동산 투기 때 발생한 중상층의 부동산 부채로 인한 소비 위축이 현재의 내수침체를 부른 주원인으로 추정된다"며 "저소득층에서 주로 발생한 카드 빚 부담은 조정이 거의 끝난 반면 중상층의 부동산 부채 부담은 여전히 경제에 큰 주름을 안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부채 상환 부담이 내년 말정도면 어느 정도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은행권은 주택 담보 대출의 만기 조정 등을 통해 중상류층의 부동산 부채 상환 부담을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by 선대인 2008. 9. 4. 17:23

최근 강남을 위시해 소위 ‘버블 세븐’ 지역 집값의 하락세가 완연해지자 대세 하락이냐 일시 조정기냐에 대한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 물론 누구도 100% 확신을 갖고 말하기 어렵겠지만, 필자는 크게 다섯 가지 이유를 들어 (굳이 꼽자면 다른 요인들이 더 있지만) 집값이 대세하락기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한다.

그 다섯 가지는 아래와 같다.

1. 세계 경제의 동조화 현상: 주가처럼 세계 각국의 집값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2. 주택 공급 초과: 수도권의 주택 공급량은 실질적으로 공급 초과 상태다.

3. 낮은 투자수익률: 연간 10% 이상 오르지 않으면 주택 투자는 오히려 손해다.

4. 투기 심리의 위축: 투기 심리로 오른 집값은 투기 심리가 위축되면 꺼진다.

5. 경기 침체와 시중 금리 상승: 주택을 살 실탄이 떨어진다.

 

하지만 집값 상승 요인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필자는 국지적인 개발 호재를 논외로 할 경우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현 정권이 경기 침체를 빌미로 강력한 건설경기 부양책 및 집값 부양책을 쓸 경우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강남 재건축 규제 완화 방침 이후에도 이들 지역의 매수세가 거의 없다는 점을 볼 때 정부의 ‘집값 부양책’도 시장의 힘을 이기기 힘든 상황에 왔다고 판단된다. 두번째 집값 불안 요인은 강북의 뉴타운 지역을 중심으로 한 소형 평형의 수급 불균형이다. 하지만 강북 뉴타운 거주 주민의 70~80%가량이 세입자이므로 이 지역의 집값 불안은 주로 전세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집값이 뛴다 해도 국지적 현상에 그칠 공산이 크며, 전체 주택시장의 흐름을 좌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전체적 상황을 종합할 때 집값은 앞으로 상당 기간 하향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높다. 물론 그 과정에서 단기적으로 등락이 있을 수 있지만 말이다.

 

*집값 대세하락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필자가 7월15일자로 다음 블로거뉴스에 띄운 글(http://bloggernews.media.daum.net/news/1476151)을 참고하기 바란다.

 

이런 상황에서 주변에서는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하는지’ 또는 ‘더 늦기 전에 집을 팔아야 하는지’ 묻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모두 집값이 불안한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질문에 대해 100% 확신을 갖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사기꾼이거나 자신의 장삿속 또는 이해관계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소위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가능하면 그들의 말을 믿지 말라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집값이 오르는 방향으로, 집을 사게 하는 방향으로 유도할 가능성이 많다. 그들은 이해관계뿐만 아니라 전문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많다. 많은 경우 이들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들은 부동산시장의 국지적 개발 정보와 개발 절차에 따른 집값 상승 패턴을 이용해 주택 투자 또는 투기를 부추기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비유하자면 나무는 보되 숲은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내가 만나본 이들은 부동산시장의 전반적 흐름과 이를 둘러싼 거시경제 흐름에 대해서는 대체로 무지했다. 필자에게 오히려 “최근의 스태그플레이션이 부동산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라며 물어보곤 한다. 집값 상승이 지속될 땐 그들의 조언을 듣는 것이 크게 위험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집값 버블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안한 시기에 그들의 말을 듣는 것은 모험에 가깝다. 미국에서 서브프라임론 사태가 터지기 직전 미국 내 한인 부동산 브로커의 말을 듣고 대규모 부동산 투자를 감행한 경우가 그렇다. 2006년말에서 2007년 상반기에 미국 부동산에 투자해 상투를 잡은 사람들의 피해는 매우 크다. 필자가 아는 사람의 경우 30만 달러를 선금(downpayment)으로 넣고 모기지 대출을 받아 80만달러에 집을 샀다가 나중에 집값 폭락으로 모기지 대출금을 갚지 못하자 결국 집을 은행에 처분하고 빚 청산을 하기도 했다. 그 사람은 모두 35만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이처럼 버블의 정점에서 잘못 투자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따라서 필자가 지금처럼 버블 붕괴의 언저리에 있는 현 국면에서 해줄 수 있는 조언은 가급적 새로운 부동산 투자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특히 언젠가는 부동산이 다시 오를 것이라는 환상을 여전히 갖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그 환상에서 깨어나라고 주문하고 싶다. 10여년전 일본의 사례와 지금의 미국 사례가 보여주듯이 부동산 거품은 언젠가는 깨지며, 한국도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있는 중임을 명심하라는 것이다.

 

이제는 집에 대해 투기자가 아닌 생활인의 시각을 회복해야 한다. 2000년대 들어 집값이 급등하고 이 과정에서 돈을 번 사람들이 많아지다 보니 많은 이들에게 집은 삶의 보금자리라기보다는 투자 대상이 돼버렸다. 많은 이들이 증시에서 주식을 사고팔듯이 집을 거래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주택에 대해 주거공간이라는 본연의 가치로 바라볼 시점이 됐다.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주거공간으로서의 주택을 생각한다면, 지금 거품이 잔뜩 낀 집을 사는 것은 금물이다. 더구나 무주택자가 은행 부채 등을 잔뜩 지고 지금 집을 사려는 것은 정말 위험천만하다. 단기적 투자 개념이 아니라 10년 정도 단위의 중장기적 재무설계 관점에서 판단해보라. 예를 들어, 당신이 30대 중후반의 무주택자라고 해보자. 무리하게 주택 투자를 통해 돈을 벌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이 세대의 사람이 안정된 노후기반으로 집이 필요한 시기는 10여년 후인 50세 무렵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집값 거품 붕괴가 과거 90년대초의 패턴을 따른다면 7~8년간의 집값 하락 시기를 예상할 수 있다. 집값은 90년초의 정점 대비 실질적으로 절반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향후 10여년 사이에도 집값이 사실상 반토막 나는 시점이 올 가능성이 높다. 지금 차곡차곡 돈을 모았다가 충분히 집값 거품이 걷힌 시기에 자신의 경제력에 맞는 집을 사라.

 

반면 집값이 금방이라도 다시 오를 것 같은 환상을 갖고 무리하게 은행 대출을 일으켜 집을 샀다고 생각해보자. 그리고 똑같은 집값 거품 붕괴 현상이 발생한다고 해보자. 이런 경우 당신은 거품이 잔뜩 낀 집을 사서 매년 세금을 내고 은행 이자를 내느라 쪼들리게 될 것이다. 더구나 당신 집의 자산 가치는 그 사이에도 계속 하락하게 된다. 또한 당신이 집에다 투자한 최소 수억원의 기회비용 손실을 생각해보라. 그렇지 않았다면 당신은 꼬박꼬박 은행에서 이자를 받거나, 다른 금융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올릴 수도 있었다. 비단 경제적 손실뿐만 아니라 금융 부담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자산 가치 하락으로 인한 상실감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집값 거품 붕괴가 불러올 경제적 충격을 과장하면서 집값 부양을 요구하는 논리에 대해 한 마디 하고자 한다. 일부에서는 집값 거품이 붕괴되지 않도록 정부가 적극적인 부양책을 써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주로 건설업체들과 이들을 대변하는 학계 인맥들, 상당수 부동산 정보업체들이 그렇다. 예를 들어, 미분양이 증가하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매입하거나 분양을 촉진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집값이 폭등할 때는 시장 원리에 따른 것이니 정부가 억제책을 쓰지 말라고 주장했던 사람들이다. 그런데 정작 집값이 떨어지고 미분양이 쌓이면 시장원리를 부르짖던 사람들이 이번에는 정반대로 입장을 바꿔 정부의 적극 개입을 주장하니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들이 언필칭 주장하던 시장 원리에 따르면, 미분양 물량 증가는 공급 과잉과 높은 분양가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면 충분한 수요가 생길 때까지 가격을 낮추는 것이 순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무이자 할부 등 온갖 분양 촉진책은 써도 분양가는 낮추지 않는다. 실제로 닥터아파트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분양 적체가 심각한 상황 속에서도 상반기 아파트 신규 분양가는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 수도권 분양가는 평균 9.1%, 지방 아파트는 60.1%나 올랐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도 이들은 미분양 물량 적체를 국민의 세금으로 해결하라고 온갖 떼를 쓴다.

 

문제는 이해 당사자인 건설업체들이야 그럴 수 있다손 치더라도 상당수 정책결정자들이 오히려 이 같은 상황을 조장한다는 점이다. 정부 예산을 들여 미분양 주택을 정부의 비축임대주택 물량으로 매입하겠다는 조치가 그런 예다. 이처럼 기획재정부(과거 재경부)와 국토해양부(과거 건설교통부)의 상당수 관료들은 경기 부양 등의 명목으로 오히려 집값 거품을 떠받쳐온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들은 “집값 거품이 붕괴하면 서민들의 피해가 더 커진다”는 식의 ‘대국민 협박’을 하기도 했다. 이들의 목소리는 부동산 광고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당수 언론들을 통해 증폭되기도 했다.

 

하지만 거품은 형성될 때부터 자체로 엄청난 사회적, 경제적 피해를 끼친다. 자산 양극화가 심해지고 이로 인한 사회적 위화감도 증대된다. 토지 비용의 증대로 경제가 고비용 구조로 흐르게 돼 중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 특히 최근 한국의 경우에는 가계부채의 증대와 이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로 소비 여력이 급격히 위축됐다. 또한 소비재와 달리 가장 값비싼 생활 필수재인 주택의 값은 상승하면 그만큼 실질 소득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 노숙자가 아닌 이상 어떤 식으로든 주택이라는 재화를 이용하지 않을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또 주거비용이 상승하면 이를 부담하기 위한 임금 상승이 합리화돼 기업의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이처럼 거품은 형성되면서 이미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가져오고 있다. 따라서 거품은 최대한 커지지 않도록 해야 하며, 거품이 더 커져 나중에 경제에 급격한 충격이 오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

 

하지만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와 건설업체와의 유착 때문에 정치권과 정부는 거품을 계속 키우는 우를 범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거품은 터뜨려야 한다. 거품은 무한정 커질 수 없고, 언젠가는 터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금 정부처럼 집값 거품을 억지로 부양하면 할수록 이후 집값 거품 붕괴의 고통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상당수 사람들이 일본의 거품 붕괴 현상을 거론하면서 정부의 집값 부양을 옹호하고 있는데 이는 착각이나 의도적인 왜곡이다. 일본의 진행 과정을 면밀히 살펴보면 거품 붕괴 자체보다 붕괴 후 일본 정부의 부실한 수습과 지연된 구조개혁이 장기 침체를 불렀음을 알 수 있다. 집값 거품을 떠받쳤던 은행족과 토건족 등 기득권세력에 가로막혀 구조개혁을 질서정연하게 추진하기보다는 막대한 재정을 들여 건설경기 부양책을 남발함으로써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킨 것이다. 현 정부가 집값 거품을 계속 키우다 결국 거품이 터진 뒤 허둥지둥 일본 정부의 전철을 밟을까 우려된다.

by 선대인 2008. 9. 3. 01:27
8월초 어느 날 A씨는 예년에 비해 유난히 더운 여름 날씨를 견딜 수 없어 에어컨을 사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한 전자제품 매장엘 가보니 폭염 때문에 에어컨이 다 팔려서 3주 정도 걸려야 에어컨을 살 수 있다고 했다. 하는 수 없이 A씨는 에어컨을 선주문하고 가격도 지불해놓고 왔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서 일주일을 지내보니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다른 전자제품 매장에 가 보니 역시 재고가 없는데, 점원은 10여일만 있으면 신규 물량이 나온다고 했다. A씨는 하루라도 더 일찍 무더위를 벗어날 수 있다면 어떻게든 상관없다는 심정으로 한 대 더 주문했다. 하루라도 먼저 도착하는 에어컨을 쓰고 나머지 한 대는 부모님댁에 보내드리거나 아이들 방에 따로 놓아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일주일도 채 안 돼 더위는 한 풀 꺾이기 시작했다. 10여일 후 에어컨 두 대가 하루 간격으로 A씨 집에 나란히 도착했다. 때는 8월말이었고, 날씨는 아침 저녁으로 선선해지기 시작했다. 한낮이라도 선풍기 바람으로도 충분히 더위를 식힐 수 있을 정도였다. A씨는 다음 해 여름까지 에어컨을 틀어보지도 못하고 묵혀야 했다.


        위의 예는 물론 가상의 사례다. 우스꽝스러운가? 그럴 것이다. 독자들의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좀 극단적인 예를 들었다. 독자들은 누가 그런 멍청한 짓을 하겠느냐고 말할 것이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현실에서는 이런 멍청한 짓 투성이다. 그런데 이런 멍청한 짓들이 우둔한 사람들에 의해 저질러지는 게 아니다. 대부분 제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심지어는 매우 똑똑한 사람들이 일정한 시점에 내리는 ‘합리적’ 판단이 이런 어처구니없는 결과들을 빚어내는 경우가 많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제품 공급과정에서 일어나는 시간 지연(time delay)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없을 때도 이런 결과들이 빚어진다.


        이 같은 메카니즘을 생생히 보여주는 시뮬레이션 게임이 있다. MIT 슬로안 경영대학원에서 개설되는 ‘시스템 다이내믹스(system dynamics)' 수업은 초기에 학생들이 조를 짜서 ‘맥주 유통 게임(Beer Distribution Game)’을 해보게 한다. 공급 과정에서 일어나는 시간 지연이 생산공장과 유통업자, 도매상, 소매상, 소비자를 거치면서 연쇄적으로 어떤 파급효과를 일으키는 지를 간접 체험해보게 하는 게임이다. 게임은 이런 식이다. 학생들이 각각 소비자와 소매상 등 한 가지 역할을 맡는다. 소비자가 주문을 내면 이에 반응해 소매상--->도매상--->유통업자--->공장으로 이어지며 주문을 내게 된다. 각 단계에서 학생들은 재고를 갖게 되면 한 상자당 0.5달러, 주문 적체(마이너스 재고)가 생기면 한 상자당 1달러의 손실을 보게 된다고 가정한다. 즉, 재고를 최대한 0에 가깝게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게임이 시작되면 소비자는 처음 몇 주 동안 4 상자를 주문하다가 이후 8상자로 올려 주문한 다음에는 게임이 끝날 때까지 그 상태를 유지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재미있는 것은 소매상, 도매상, 유통업자, 공장 등에서는 소비자 주문이 8상자로 오른 다음에는 주문이 들쭉날쭉 해진다. 소비자 주문은 8상자로 올라선 뒤 일관됐는데도 각 공급 단계의 반응은 불안정해지는 것이다. 또 각 단계별 재고는 +에서 -로 진폭이 생겨나고, 약 20~25주에 걸친 사이클도 생겨난다. 특히 소비자 주문 증가에 대응한 공장의 생산량 증가는 약 15주 후에 절정에 이르렀고, 생산증가량은 주문 증가량의 약 4배였다. 각 단계의 행위자들은 재고량을 최대한 0에 가깝게 만들려 하지만 실제 재고는 크게 넘치거나 모자라는 주기를 되풀이했다. (Business Dynamics, P689) 이 같은 반응은 이 게임이 수십 년 동안 전통처럼 되풀이되는 동안 한결같았다. 이 게임은 현실의 복잡한 공급 과정에 비해서는 훨씬 단순화된 시뮬레이션인데도 이 같은 진폭과 불안정성이 나타났다. 공장의 기계 고장부터 시작해서 수송 사고, 노조 파업, 양산능력의 한계나 예산 제약 같은 것들이 비일비재한 현실에서는 불안정성이 훨씬 증폭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런 현상이 맥주 유통 과정에서만 발생할까? 아니다. 오히려 시장 수요의 시그널에 반응해 시장에 제품이 재빨리 공급되는(즉, 시간 지연이 적은) 공산품은 덜한 편이다. 공급 과정에서 시간 지연이 많이 생기는 주택시장은 이런 진폭 현상이 훨씬 심하고 진폭의 주기도 길다. 주택 시장의 시간 지연으로 인한 집값의 등락 사이클은 세계 각국에서 오랫동안 관찰돼온 일반화된 현상이다. ‘시스템 다이내믹스’ 수업의 기본 교재로 사용되는 존 D 스털먼 교수의 명저 ‘비즈니스 다이내믹스’에도 부동산 시장의 버블과 거품 붕괴 현상을 아예 케이스 스터디 사례로 제시하고 있다. 스털먼 교수는 “부동산 시장은 가장 불안정한 주기성을 띤 자산 시장 가운데 하나로 약 10~20년에 걸친 증폭 주기를 가진다”고 적어 놓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 그 같은 주기가 어떻게 발생하는지 그의 설명을 인용해보자. (시스템 다이내믹스에 나오는 용어는 충분한 설명 없이는 오해를 부를 수 있으므로 일부 표현은 필자가 일반적 용어로 대체하거나 생략했다)


        “상업 용지 수요는 경제 활동에 좌우된다. 해당 지역 고용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많은 공간이 필요하고 공실률은 떨어진다. 공실률이 낮을 때 임대료는 오르기 시작한다. 임대료 상상은 기업들이 직원 일인당 공간을 줄여 적응함으로써 약간의 수요 감소로 이어진다. 하지만 수요 반응의 탄력도는 낮고 반응 시간은 길다. 공급 측면에서는 상승하는 임대료는 기존 자산들의 수익성과 시장 가치를 높인다. 가격이 높고 상승 중일 때 임대료와 운영 수익은 높고 디벨로퍼들도 상당한 자본 이득을 실현할 수 있다. 높은 수익은 새 디벨로퍼들을 끌어들이고, 그 붐에 편승해서 돈을 벌려는 금융적 지원도 부족함이 없다. 많은 새로운 개발 프로젝트들이 시작되고, 이는 개발 중인 건물들의 공급을 부풀린다. 오랜 지연 끝에(2~5년) 임대 공간은 늘어나고 공실률은 떨어지며 임대료도 시장 가치를 끌어내리면서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익이 떨어지면 개발 비율도 떨어진다. 시장은 가격을 통해 수요 공급의 균형을 잡으려는 음의 순환고리를 만든다.

 

        새로운 개발 사업의 수익성을 평가할 때 디벨로퍼들과 투자자들은 수요와 공급의 성장을 전망함으로써 장래 공실률을 예측해야 한다. (중략) 그렇게 했다면 새 개발 프로젝트 착수율은 임대료가 정점에 이르기 훨씬 전에 떨어졌을 것이다. 디벨로퍼들은 지금 공실률이 낮고 수익이 높다 해도 수급 균형을 이룰 프로젝트가 진행중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야 한다. 하지만 임대료의 정점이나 그 이후에야 건물 공급은 정점에 이른다. 다시 말해 부동산시장에 공급이 과잉되고 공실률이 높아지며 임대료가 떨어진 다음에 말이다. 디벨로퍼들은 지금 당장 수익이 높다고 본다면 새로운 개발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한다. 프로젝트를 끝내는데 2~5년이 걸리는데도 말이다. 이 공급과정을 계산에 넣지 못하기 때문에 붐일 때는 건물 과다 공급으로 이어지고 거품이 꺼진 뒤에는 건설 투자가 재빨리 살아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지난 100년 이상동안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이어 스털먼 교수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한 업계의 의사 결정자들에 대한 MIT 학생들의 면담 조사 결과를 소개한다. 그가 요약한 내용 가운데 하나는 이렇다.

        “(업계의 의사 결정자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건설 물량에 상관없이 임대료와 주택 가격이 일정한 속도로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들은 공실률과 임대료, 수익률, 건설 물량, 임대 공간 공급 물량들 사이의 반복작용(feedback)을 인식하지 못했다.” “과잉 공급이 부인할 수 없이 명확해졌을 때도 디벨로퍼들은 종종 자신들보다 못한 다른 프로젝트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생각하고 대응을 늦춘다.” 

        지금 한국의 건설업계 종사자들도 거의 마찬가지 상황일 것이다. 또한 건설업계의 요구에 따라 집값이 오르는 지난 몇 년 동안 줄기차게 주택 공급만을 강조해온 정부 당국자들의 인식도 비슷한 수준일 것이다. 스털먼 교수는 이런 말도 덧붙인다.

        “전체 시장에 공급이 넘쳐날 때, 심지어 가장 좋은 위치의 가장 좋은 개발사업도 피해를 본다.” 왠지 분양 물량 당첨자의 40%가 계약을 포기한 반포 자이의 사례가 떠오르지 않는가?


        이쯤에서 최근 국내 부동산시장의 상황을 위 내용에 대입해보자. 외환위기 이후 몇 년 동안의 집값 상승은 수급 불균형 측면에서도 합리화될 수 있었다. 외환위기 이전부터  건설 경기 침체로 주택 잠재수요량은 지속적으로 늘어난데 반해 실제 공급량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2001년 부동산 투기 붐이 일면서 아파트 신규 공급이 급증해 공급 부족이 빠르게 해소됐다. 실제로 김광수경제연구소의 지난해 연구결과에 따르면 2000년 약 41만호에 이르렀던 수도권의 아파트 잠재적 공급량 부족은 2006년에는 7만3000호까지 빠르게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이 연구소는 다주택보유 가구 및 수도권 비거주자의 투기적 가수요를 빼면 수도권의 아파트 잠재적 공급 부족은 거의 해소됐다고 주장했다. 전국적으로 보더라도 최근 몇 년동안 매년 50만~60만호로 사상 최고 수준의 공급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의 주택 시장이 2006년 이후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공급 과잉은 미분양 물량 급증과 잇따르는 분양 미달, 입주율 저조 등을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4월 미분양 주택 수는 전국적으로 12만 9859호에 이르렀지만 실제 미분양 물량은 두 배 가량인 25만가구에 이른다는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특히 올들어 수도권에서 분양한 5만352가구 중 미분양 물량은 19.5%인 9819가구나 됐다. 최근 서울 마포구 합정 균촉지구의 주상복합으로 시선을 모은 ‘서교자이’가 1순위 분양에서 대규모 미달 사태를 빚은 것이나 은평뉴타운의 입주율이 약 4분의 1에 불과한 것도 같은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위에서 언급했던 책 내용을 생각해보면 집값 버블 붕괴가 임박했음을 보여주는 징표들이 아닐까? 물론 집값 부양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하기에 따라 거품 붕괴는 지연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시간 문제일 뿐 집값 거품 붕괴는 필연에 가깝다. 더구나 집값 거품이 한 번 붕괴하기 시작하면, 그 하락 폭은 상당히 클 가능성이 높다. 맥주 유통 게임의 결과에서 실제 수급의 불균형에 비해 시장 전체의 반응은 매우 크게 증폭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집값도 예외가 아니다. 초기 수급 불균형으로 촉발됐던 집값 상승이 부동산 시장 내의 요인들뿐만 아니라 각종 사회, 문화적 변수들까지 합쳐져 크게 부풀려진다. 하지만 집값이 내릴 때도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실제 공급이 초과된 정도를 훨씬 넘어서 집값이 격렬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한 가지를 덧붙이고자 한다. 공급과정의 시간 지연으로 인한 수급 불균형만이 집값의 거품 형성과 붕괴 사이클을 만드는 요인은 아니다. 달러 유동성 급증과 저금리 기조에 편승한 은행의 마구잡이 담보대출과 앞뒤 안 가리고 엉터리 부동산 대책을 쏟아낸 정부 정책의 난맥상, 건설업체와 관료들의 유착, 건설업체들의 분양가 담합 및 투기 붐에 편승한 고분양가 조작, 부동산 광고를 매개로 한 언론의 왜곡 보도, 부녀회 등의 집값 담합과 일반 가계 및 기업들의 투기 붐 편승 등이 모두 집값 거품 형성에 기여했다. 하지만 이 같은 거품이 이제 꺼질 수밖에 없는 국내외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필자가 ‘집값 대세하락을 전망하는 5가지 이유’라는 제목으로 다음 블로거뉴스에 띄운 글(http://bloggernews.media.daum.net/news/1476151)을 참고하기 바란다.)


        필자가 여기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주택 수급이라는 측면에서도 이제 집값이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 같은 메카니즘을 이해하지 못하고 계속 ‘공급 부족론’을 들고 나오며 10개의 2기 신도시 개발 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서울시가 이명박 전임시장 시절 지정했던 35개 뉴타운의 주택 공급 물량도 2009년 이후 본격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한다. 지금도 공급 초과 상황에서 집값이 하락할 수밖에 없는데, 정부 계획이 실현되기 시작하는 2010년대 집값은 어떻게 될까? 그때가 되면 정부나 서울시도 부동산 시장 위축 상황을 보며 계획을 수정할까? 물론 그럴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꼭 그러리라고 장담하기도 어렵다.

 

        왜냐하면 정부가 그동안 유사한 방식으로 숱한 엉터리 정책들을 저질러왔기 때문이다. 저출산 고령화 추세로 돌아섰는데도 70년대식 가족계획 정책을 불과 몇 년전까지 지속해왔던 정부가 아닌가? 쌀이 남아도는 게 뻔히 보이는 시점에도 대규모 새만금 간척지를 개발했다가 그 용도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 지 몰라 쩔쩔매는 정부가 아닌가? 더구나 외환위기 충격을 완화한다는 명목으로 분양가 자율화와 전매 제한 해제, 세금 인하 등 각종주택 및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들을 집값 폭등이 계속된 이후까지 지속한 것도 마찬가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언제쯤이면 정부는 이런 엉터리 짓을 멈출 수 있을까?  

by 선대인 2008. 9. 3. 01:25
최근 수도권의 전반적인 집값 하락세가 완연해지자 정부와 한나라당은 각종 집값 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이들 정부 수장들과 한나라당의 인식을 보면 현 사태의 문제점을 단단히 잘못 인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노무현 정권 당시 도입한 각종 규제 때문이라는 부동산시장이 ‘동맥경화’를 일으키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 때문에 시장에서 정상적인 거래가 일어나지 않고, 조급해진 일부가 급매물을 내놓다 보니 집값 하락 움직임이 나타난다는 식의 인식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의 인식이 정말 이렇다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왜냐하면 집값 거품 형성과 붕괴 과정의 메카니즘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부분적으로는 대출 규제나 건축 규제 등의 영향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2007년 이후 일어나는 거래 부진 현상은 기본적으로 부동산 버블이 끝물에 이르렀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상당한 기간 동안 집값은 높은 상태로 유지되는 반면, 거래량은 급속히 주는 이른바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다. 집값이 높은 고물가 현상과 거래 부진이라는 경기 침체 현상이 부동산 시장에서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에 이렇게 부른다. 이 현상은 부동산 버블의 고점에서 매수자와 매도자간 집값에 대한 기대 차이 때문에 일어난다. 잠재적 매수자들은 집값이 너무 높아져 더 오를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는 반면 잠재적 매도자들은 아직 집값이 더 오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매수자와 매도자간 치열한 힘겨루기를 하는 기간이다. 앞에서도 봤지만 이 기간은 투자수익률이 급감하는 단계이므로 잠재적 매도자들은 오래 버티기 힘들다. 특히 빚을 많이 진 사람들이수록 버티는 힘은 약할 수밖에 없다. 집값이 정체된 상태에서 거래가 부진한 기간이 길어지면 ‘경제 체력’이 약한 사람들부터 하나 둘씩 집값을 낮춰 내놓기 시작한다. 매월 이자 부담만으로 몇 백 만원이 눈앞에서 깨지는 상황에서 집값을 낮춰서라도 파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의 매물이 늘면 집값은 더 떨어진다. 다른 사람의 매물보다 싸거나 비슷해야 집을 팔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수자들은 급할 게 없으므로 거래는 여전히 잘 일어나지 않는다. 결국 집값은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되고 거품의 붕괴가 일어난다. 요약하자면 투자수익율 저하--->매수자와 매도자의 힘겨루기--->급매물의 증가--->집값 하락--->추가 집값 하락--->본격적인 거품 붕괴의 단계로 진행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지금 국내 부동산시장은 전형적인 버블 붕괴 초기의 증상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과거 90년대초의 일본이나 지금의 미국에서도 이런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기간을 거친 뒤 버블이 붕괴했다. 일본의 경우 90년 중반부터 부동산 가격이 거의 정체상태에 있다가 92년초부터 폭락하기 시작했다. 반면 택지 거래량은 90년 221만 건에서 92년 182만 건으로 급감했다. 미국의 경우에도 2005년 말부터 서브프라임론 사태가 본격화된 2007년 중반까지 기존 주택 가격이 정체 상태를 보였다. 같은 기간 거래량은 급감했다.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보면, 대략 1년반~2년 가량의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이 버블 붕괴에 선행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면 국내의 경우는 어떨까? 2006년말 거래량과 집값이 동반 상승한 뒤 2007년초부터 집값은 주춤하고 거래는 절반 가량으로 떨어져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07년 말부터 2008년 상반기까지 거래량이 소폭 증가하고 있지만, 이는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앞둔 분양 증가 및 뉴타운 파장, 종부세 회피 매물 증가 등의 이유 때문이다. 특히 6, 7월의 거래량이 다시 줄어든 것을 보면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07년초를 기준으로 할 때 국내 부동산시장도 이미 1년반 가량의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기간을 지난 것이다. 따라서 미국과 일본의 패턴을 고려한다면 향후 어느 순간 국내 부동산 시장의 거품 붕괴가 일어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정치적, 정책적 변수만 제외한다면 말이다. 실제로 2008년 5월 이후의 집값 하락 현상은 거품 붕괴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현상이다. 다만 현 정부의 집값 부양 의지에 따라 거품 붕괴가 일정 기간 지연될 수도 있을 것이다. 국내의 경우 정치적, 정책적 요소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품 붕괴 압력이 국내외에서 점증하는 상황에서 ‘정권의 힘’으로 얼마나 더 오래 지탱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일부에서는 정부와 여당의 부동산 규제 완화 움직임이 본격화하면 집값이 하락세를 멈추고 한 번 정도 더 뛰지 않겠느냐고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기간은 그 기대가 충족되지 않음을 확인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미국의 집값 그래프를 보면, (그래프를 보면 좋은데, 여기에 옮겨올 수 없어 안타깝다)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현상 기간에도 미미하지만 두 차례의 조정과 반등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반등기에 거래량 증가는 동반되지 않는다. 호가 위주의 집값 반등이었던 셈이다. 집값 거품이 극에 이른 것을 알게 되고 추가 대출조차 어렵게 되자 매수자들이 더 이상 거래에 가담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 같은 반등 시도가 과거와 같은 대세 상승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집값 거품 붕괴는 시작된다. 국내의 경우라고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세금 부담을 줄이고 건축규제를 풀어주면 주택 보유자가 좀 더 버틸 여력은 줄 것이다. 미미하지만 짧은 기간 동안 소폭의 반등이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권의 힘’에 대한 기대심리 때문에 호가 위주로 반짝 상승하는 것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국면에서 매수세가 따라붙지 않는다면 결과는 뻔하다. 매도자까지 포함해 전 시장 참여자가 더 이상 집값 상승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집값은 급락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볼 때 이명박 정부의 집값 부양책이 얼마나 효과를 볼지, 그리고 다급한 주택 보유자들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궁금하다.  

by 선대인 2008. 9. 3. 01:23

“버블이 붕괴하면 서민이 더 피해를 본다”며 부동산 부양책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있다. 과연 그럴까?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이 종부세 완화를 주장하면서 ‘강남의 6억원 이상 주택 보유자는 중산층이라고 했다는데, 혹 이들이 일컫는 서민들은 다주택 소유자들을 의미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본래 의미의 서민을 뜻하는 것이라면, 이 말은 가당치도 않다.

왜 그런가 한 번 따져보자. 집값이 오를 때 가장 이득을 보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바로 다주택 보유자들이다. 부동산을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가격 상승이 큰 부동산을 가지고 있을수록 가장 큰 이득을 보기 마련이다.

 

그러면 이때 가장 손해를 보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그야말로 무주택 서민이다. 그 다음은 집이 있어도 집값이 거의 오르지 않은 사람들이다. 일반 재화와 달리 주택은 사람들이 소유든, 전세든, 월세든 어떤 식으로든 이용하지 않고 생활할 재간이 없다. 노숙자가 아니라면 말이다. 다른 많은 재화들은 가격이 오르면 사지 않거나 다른 물건으로 대체할 수 있다. 하지만 집은 그럴 수가 없다. 또 같은 자산이라고 하더라도 주식과 같은 경우에는 주식 투자자들만이 이득이나 손해를 본다. 내가 참여하지 않으면 아무리 주식이 폭등해도 그 혜택을 볼 수 없고, 아무리 폭락해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 하지만 집은 어떤 식으로든 이용하지 않을 수가 없다. 따라서 부동산 투기로 집값이 오르면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부동산 투기에 가담하지 않더라도 영향을 안 받을 도리가 없다. 특히 집값이 오르면 무주택자들은 집값이 오른 만큼 실질 소득이 감소하는 효과가 생긴다. ‘내 집 마련’ 집착증이 강한 한국인의 경우 이런 경향은 더욱 강하다. 예를 들어, 집값이 두 배로 뛰면 내 집 마련을 목표로 하는 사람의 경우 집을 사기 위한 저축기간이 두 배로 증가한다. 또는 같은 월급으로 두 배를 저축해야 한다. 집값 상승으로 무주택자의 월급이 사실상 감소하거나, 삶의 질이 그만큼 떨어지는 것이다. 더구나 한국처럼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전체 생활비용 가운데 주거비 비중이 큰 나라에서는 이런 효과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이처럼 집값이 오르면 무주택 서민들이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그러면 집값이 빠질 때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당연히 집값이 오를 때 가장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다. 땅이나 집을 여러 채 가진 부동산 부자들이다. 그런데 정부와 정치권, 엉터리 언론과 전문가들이 이런 상식을 부정하고 서민이 가장 피해를 본다고 떠들어대니 기가 막힌다. 집값이 오를 때 가장 피해보는 사람들이 왜 떨어질 때도 가장 피해를 보게 된다는 말인가? 서민들은 어떤 경우든 피해보기 위해 태어난 존재라는 것인가? 중학교 수준의 경제학 상식을 이렇게 되풀이해야 하는 현실이 서글플 뿐이다. 자기 집이 없는 42%의 무주택 서민이 집값이 떨어진다고 왜 피해를 본다는 말인가? 그리고 집값이 거의 오르지 않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 30%도 집값 하락으로 인한 피해가 거의 없다. 그리고 집값이 많이 올랐던 지역의 주택 소유자라도 원래 자기 집에 살던 사람들 20% 정도는 실질적으로는 피해가 없다. 오를 때 기분이 좋았다가 내릴 때 제 때 못 팔았던 것을 후회하는 정도이기 때문이다. 정말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투기를 일삼거나 거기에 편승했던 사람들 약 10% 정도, 그 가운데 특히 무리하게 빚을 얻어 다주택을 소유했던 사람들이다. 이렇게 보면 집값이 오르고 내림에 따라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너무나 명확하다.

 

그런데도 ‘버블 붕괴 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게 서민’이라고 떠드는 세력들은 왜 그렇게 말할까? 선의로 해석하자면 버블 붕괴 시 경제적 충격이 동반되니 이때 서민들의 삶이 힘들어진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말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 번 부풀어 오른 버블이 꺼지는 것은 필연에 가깝다. 버블이 커질 때부터 이미 서민들은 집값 상승으로 인한 상대적 소득 하락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내수 위축, 임대료 상승, 양극화 심화 등으로 고통받아왔다. 그렇게 버블을 키워 서민들의 삶을 잔뜩 힘겹게 해놓고도 여전히 버블은 꺼지면 안 된다고 한다면 계속 버블을 키우자는 말밖에 안 된다. 현재의 버블이 유지되거나 더욱 부풀어 오르는 상황에서는 결코 서민들의 삶이 개선될 수 없다. 당초부터 버블을 키우지 말았어야 했지만, 이미 버블이 커졌다면 지금이라도 서서히 버블을 꺼트리는 것이 옳다. 물론 상당 기간 버블 붕괴의 충격으로 고통스럽겠지만, 결국 그것은 버블이 형성될 때부터 이미 예고된 것이다. 지금이라도 버블이 꺼져야 시간이 걸리더라도 서민을 비롯한 가계 전체가, 그리고 한국 경제 전체가 정상적인 경제 활동으로 돌아갈 수 있다. 따라서 정부와 정치권이 정말 선의로 그런 주장을 했다고 한다면, 실제로는 서민에게 전혀 도움 되는 길이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이 이런 선의로 그런 궤변을 늘어놓는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버블 붕괴 시 가장 큰 경제적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역시 부동산 부자들이다. 서민들의 삶도 어려워지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따라서 이 주장은 부동산 부자들을 위해 대놓고 부동산 부양책을 쓰려는 자신들의 진짜 의도를 감추기 위해 동원된 궤변일 뿐이다. 그런데 이런 핑계를 대며 부동산 부양책을 쓰는 것은 매우 사악하다. 정부와 정치권이 서민을 보호하기는커녕 투기자나 부동산 부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집값을 떠받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주식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투자도 자기 책임 하에 하는 것이다. 집값 상승으로 이익을 볼 때는 부동산 투기자들이 몽땅 차지하게 하더니, 왜 집값이 떨어질 때는 정부 재정과 행정력을 동원해 그들의 손실을 막아야 한단 말인가? 집값 폭등으로 겪는 서민들의 고통을 이렇게 생각하는 정부와 정치권이었다면 지금처럼 거품이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부동산 부자들을 위한 부양책을 쓰면서 서민을 위하는 척하는 정부와 정치권의 기만적인 행태는 비열하기 짝이 없다.

by 선대인 2008. 9. 3. 01:21

“부동산 가격이 낮아지면 주택담보대출 때문에 금융기관이 부실화될 우려가 있으니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 요즘 관가와 정치권, 재벌계 연구소 등에서 많이 나오는 얘기다. 필자도 일본처럼 급격히 거품이 붕괴되고 복합불황으로 빠져드는 상황은 피할 수 있다면, 피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현재 거품의 크기와 성격으로 볼 때 연착륙이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일본이 버블 붕괴로 그렇게 큰 경제적 충격을 받았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버블의 규모가 매우 컸고, 두 번째는 버블 붕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일본 정부가 잇따른 정책 실패를 했기 때문이다. 버블 붕괴 과정의 정책 대응은 일단 접어두면, 버블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는 버블의 크기를 키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꼭 일본의 예가 아니더라도 버블 붕괴의 충격은 버블의 규모에 비례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나온 연착륙론은 사실은 집값 거품을 서서히 꺼트리는 방향으로 작용하지 않았다. 연착륙론이 구체적으로 주장한 내용들이 부동산 경기 부양, 건축 규제 완화, 금리 인하 반대 등이었기 때문이다. 말이 연착륙론이지 사실상 부동산 거품을 계속 키우게 하는 정책 방향이었던 것이다. 2003년경부터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상당수의 정치권 인사와 관료들, 재벌계 연구소, 금융기관, 건설업계가 이런 식의 연착륙론을 내세웠다. 이 주장은 특히 2003년 10.29대책 이후 2004년 상반기 집값이 약보합세로 접어들었을 때 위력을 발휘했다. 이후 2004년 하반기 당시 이헌재 재경-강동석 건교 라인이 10.29대책을 무력화하고, 적극적인 집값 부양책을 쓰게 된다. 이때도 그들은 ‘집값 연착륙을 위해 경기 부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힘입어 2005년 초부터 서울 강남과 분당 등 경기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은 다시 거세게 뛰어 올랐다.

 

만약 그때 ‘연착륙’을 명분으로 집값 부양책을 쓰지 않고 확실히 투기심리를 잡았다면 지금 어떻게 됐겠는가? 거품이 지금의 절반밖에 안 됐을 때니 지금처럼 거품 붕괴의 위기감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고, 계속 ‘연착륙’ 운운하며 집값 거품을 빼는 작업을 늦춘 결과 어떻게 됐는가? 국내외적으로 엄청난 위기가 극대화된 상태에서 부동산 버블 붕괴의 위기를 맞게 됐다.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위기를 이제 가래로 막아야 하는 상황이 돼 버렸다. 2004년에 잡았으면 국가 전체로 2~3년 고생했으면 됐을 것을 지금은 족히 4~5년은 고생해야 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에서 또 미룰 수는 없다. 사실 여러 가지 경제 여건을 고려하면 거품 붕괴는 더 이상 미룰 수도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현 정권이 재건축 규제 완화 등 부동산 부양책을 통해 거품 붕괴를 막으려 한다면 계속 거품만 커지고 향후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거품 붕괴를 더 큰 거품으로 막는 데도 한계가 있다. 이미 우리는 카드채 사태 때 이런 사실을 경험했다. 카드 남발 문제가 처음 문제됐던 2001년 문제를 수습했더라면 2003년 카드대란 사태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라도 막았다면 같은 해 11월 LG카드 붕괴 사태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 빼야 할 거품을 제때 빼지 못하고 엄청난 신용불량자만 양산한 채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파국을 맞고 말았다.

 

미국이 취한 조치에서도 배워야 한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FRB)는 2004년 하반기부터 집값이 확고히 안정세를 보이기 시작한 2006년 상반기까지 금리를 꾸준히 인상하며 집값 거품이 더 커지는 것을 막았다. 다른 요인도 있었지만, 2001년경부터 시작된 서브프라임론 대출이 2003~2004년 급증하고, 이에 따라 집값까지 뜀박질한 데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다. 이 같은 연준의 대응으로 미국의 집값은 폭등세를 멈추고 안정세를 찾았다. 우리보다 집값 상승률이 훨씬 낮았는데도 그렇게 선제적인 정책 대응을 펼친 것이다. 물론 서브프라임론 사태가 본격화되고 경기가 위축될 때는 재빠르게 금리를 인하해 대응했다. 미국 정부가 바보라서 일찌감치 집값 거품을 빼기 시작했겠는가? 더 이상 집값 거품이 커지는 것을 방치했다가는 매우 큰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에 브레이크를 밟았던 것이다. 만약 미국이 이처럼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이후로도 계속 거품을 더 키웠다면 어떻게 됐겠는가? 지금의 서브프라임론 사태보다 훨씬 더 큰 위기를 맞았을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런 점에서 보더라도 현 정부는 지금이라도 집값 거품을 빼 나가면서 앞으로 나타날 위기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또 다시 연착륙론을 들먹이며 사실상 집값 거품을 더 키우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 한 번 곪은 종기는 짜내야 낫는다. 곪은 종기를 안고 평생 살 수는 없다.

by 선대인 2008. 9. 3. 01:20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기 직전 부동산 시장이 극도의 침체를 보이니 정부와 정치권 에서는 부동산 경기 부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재건축 규제 완화니 전매제한 기간 단축이니 집값 거품 유지에 도움이 된다면 어떤 것이든 전방위적으로 동원하는 양상이다. 경기가 위축되니 부동산 경기를 살려 이를 상쇄해야 한다는 식이다. 이 같은 주장은 현재 한국 경제의 상황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엉뚱한 처방이다. 왜 이 주장이 말이 안 되는가?

 

지금 한국 경제의 핵심적 문제들인 소비 위축, 내수 침체, 실업률 증가, 양극화 확대, 고물가 고비용 구조 등의 문제는 상당 부분 부동산 거품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우선, 가계부채의 증대와 이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로 가계의 소비 여력이 급격히 위축됐다. 또한 소비재와 달리 가장 값비싼 생활 필수재인 주택 값은 상승하면 그만큼 실질 소득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 또 주거비 부담이 상승하면 이를 부담하기 위한 임금 상승이 합리화돼 기업의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자산 양극화가 심해지고 이로 인한 사회적 위화감도 증대된다. 토지 비용의 상승으로 경제가 고비용 구조로 흐르게 돼 중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 이처럼 거품은 형성되면서 이미 막대한 경제적 폐해를 낳는다.

 

한 나라의 경제가 제대로 굴러가려면 부동산 등 자산 경제의 영역과 생산경제의 영역이 균형을 맞춰야 한다. 그런데 2000년대 한국 경제는 부동산 등 자산경제에 돈이 몰리면서 생산경제에는 돈이 몰리지 않는다. 2000년 이후 늘어난 가계 부채 340조원 가운데 200조원 이상이 부동산에 들어갔다. 상당수의 기업이 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리고, 직장인이 직무 전문성을 쌓기보다 집값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가계가 집 사느라 은행 빚 갚기에 바쁜 나라에서 어떻게 경제의 생산성이 높아지겠는가? 올라가는 점포 임대료 때문에 점원 월급을 깎아야 하는 곳에서 얼마나 값싸고 질 좋은 서비스가 나오겠는가? 그런데도 정부는 경제 자원이 부동산에 편중되도록 집값 거품을 키우고 유지하면서 7~8년을 지속해왔다.

 

정말 경제를 살리고 싶다면 이제라도 거품을 빼야 한다. 물론 과도기적인 충격은 불가피하다. 한 동안은 버블 붕괴의 고통으로 많은 경제 주체들이 시달릴 것이다. 하지만 계속 부동산에 계속 돈이 몰리게 해서 거품을 키운다면 한국 경제는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거품을 깨트려 부동산에 몰린 돈이 생산경제로 이동할 수 있게 하는 것만이 미래를 기약하는 방법이다. 만약 7~8년 동안 자산 경제에 몰렸던 돈들의 절반만이라도 생산경제에 몰렸다면 지금 이 나라는 아마 일자리가 넘쳐나 주체를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왜 정부는 건설경기, 그리고 부동산 경기 부양론을 펼칠까? 경기가 나쁘면 건설경기와 이와 연관된 부동산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개발주의 시대의 관성에 젖어서 그런 것 같다. 경기가 위축되면 부동산 경기를 부양한다는 게 개발시대의 공식처럼 돼 있었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당시에는 각종 사회간접자본이 부족했고, 주택도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또 주택을 포함한 건설산업의 연관효과도 컸다. 하지만 첨단기술집약적인 산업 위주로 산업구조가 급격히 변했다. 더 이상 ‘삽질해서’ 경제성장을 하는 시기가 지났다는 말이다. 당장 건설산업의 연관효과도 크지 않다.

 

물론 이들에게는 개발주의 시대의 관성 때문만이 아니라 다른 속내도 있을 것이다. 자신들을 포함해 부동산 부자들을 위한 집값 거품 떠받치기 말이다. 정부의 부양책 가운데 종부세나 양도세 완화 방안도 마찬가지다. 투기자나 부동산 부자들을 위한 정책은 서민의 삶은 더욱 고통스럽게 한다. 왜 그런가?

 

종부세를 예로 들어보자. 현 정부는 부동산 경기를 살린다며 재산 가치로 상위 2%가 내는 종부세 부담을 완화한다고 하는데 그로 인해 덜 걷히는 세수는 누가 부담하는가? 결국 서민들이 부가가치세 등 간접세 형태로 내는 세금에서 더 걷어갈 수밖에 없다. 세계 자본주의 종주국이라는 미국에서도 직접세와 간접세 비율이 7 대 3 정도다. 그런데 우리는 그 비율이 정반대로 돼 있다. 그만큼 조세의 역진적 성격이 강해 서민들의 조세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OECD 국가들이 재정의 소득 재분배 기능을 통해 불평등도를 40%이상 완화하는데 비해 우리는 5%도 못 줄이고 있다. 종부세는 보유세의 하나로 부동산 가격이 오를 때 보유 부담을 늘려 가격을 안정시키고, 부동산을 가장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소유케 하는 매우 시장 친화적인 세금이다. 미국의 보유세율도 주별로 큰 편차가 있지만 평균 1.15%가 넘는다. 보유세율이 이보다 더 높은 선진국도 많다. 그런데 우리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필자가 직접 계산해본 바로는 아직 0.3%도 안 된다. (정부는 0.6%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하지만 부실한 과표기준 등을 고려할 때 엉터리 주장에 가깝다) 갑작스러운 종부세 시행으로 문제점이 있다면, 앞으로 ‘미세 조정’을 해나가면 된다. 그런데 선진적인 세제 구조를 만들어가지는 못할망정 갓 시행된 법률을 무력화시킨단 말인가? 그것도 시대착오적인 방향으로 말이다. 한나라당의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중과세 조치 완화안도 마찬가지다.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조치는 다주택자의 비거주 주택 처분을 유도하고, 불필요한 주택 소유를 억제하자는 게 도입 취지다. 2006년부터 시행된 이 법을 2년 만에 다시 없던 일로 되돌리자는 것이다. 툭하면 ‘법제도의 일관성’을 거론하며 제대로 된 개혁에는 굼뜬 이들이 이런 데는 얼마나 재빠른지 모르겠다.


결론은 이렇다. 당장 정부 재정을 더 풀어 부동산에 돈을 더 집어넣어 봐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부동산 거품의 판돈을 정부 재정으로 더 채워봐야 오래가지 못한다. 첨단 기술경제 시대이고, 지식정보화 시대, 창의 경제 시대라고 한다. 그러면 국가 전체의 자원 배분이 이런 영역으로 배분되도록 해야 한다. 첨단 기술을 고안하고 지식과 정보를 창출하며 창의성을 발휘하는 것은 사람이다. 사람에게 투자해야 한다. 한 나라의 자원은 유한하기에 제한된 자원 안에서 최적의 생산성을 낼 수 있는 자원 배분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은 비정규직 양산과 저임금으로 천대하면서 땅과 집만 신주단지 모시듯 하면 경제가 사는가? 전매제한 완화 등을 통해 사람들이 투기판에 뛰어들게 만드는 것이 과연 정부가 할 일인가? 정부부터 부동산에 돈을 잔뜩 집어넣고, 가계와 기업까지 덩달아 부동산 투기판에 뛰어들게 하면 경제가 사는가? 집값이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보다 더 비싸진다고 한국 경제가 최일류 국가가 되는가? 전국 곳곳에 아파트를 즐비하게 짓는다고 한국의 성장 잠재력이 높아지는가? 더구나 부동산 경기 부양을 한답시고 시중 유동성을 억지로 늘리면 안 그래도 높은 물가를 더욱 뛰게 할 뿐이다. 그렇게 되면 더욱 고통받는 사람들은 서민이다. 이처럼 지금 정부가 하려고 하는 짓은 실제로는 기득권층을 위해 집값 거품을 띄우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속셈은 감추고 경기를 살린다는 명목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경기 부양은 경제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한국 경제를 죽이는 길이다.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방향에 역행하는 길이다. 그리고 서민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는 길이다. 부동산 거품을 키우면 키울수록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들은 더욱 악화될 뿐이기 때문이다.

by 선대인 2008. 9. 3. 01:16

        외환위기 이후 10여년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 한국경제와 세계경제는 상전벽해(桑田碧海)처럼 바뀌었다. 한국경제는 자본집약적 산업구조에서 첨단기술 위주의 산업구조로 탈바꿈했다. 전세계는 지식정보화의 시대, 창조경제의 시대로 거침없이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급변한 국내외 경제 패러다임에 걸맞은 경기 규칙은 마련되지 않았다. 모두가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공정한 경기 규칙을 마련하기보다는 승자만이 더욱 많은 것을 가져가는 ‘승자 독식 사회’를 만들었다. 소비자가 중심이 되는 건전한 시장경제가 아니라, 재벌 그룹만이 대접받는 ‘엽기 자본주의’를 만들었다. 재벌에게 온갖 R&D 자금을 몰아주고, 시장 경쟁을 헤치는 독과점 상황을 방조하고, 불법과 비리를 저질러도 묵인하고 사면했다. 공공사업에서는 매년 60~70조 이상의 돈을 풀어 개발사업을 벌이고, 민간에서는 집값 거품을 띄워 재벌 건설사들을 배 불렸다. 이렇게 외환위기 10년은 가진자들만이 더욱 많은 것을 향유하는 10년이었다.


        지난 10년은 정부와 가계의 빚으로 거품을 만들어 성장한 시대였다. 처음에는 IT버블을 만들어 거품 성장을 했고, 카드채 거품을 통해 수백만의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며 반짝 성장을 했다. 하지만 그 사이 카드채 거품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거품이 자랐다. 부동산 거품이다. 외환위기 이후 집값은 99년부터 급반등했다. 소위 V자 반등이었다. 2000년까지 집값은 원래 외환위기가 없었다면 자연스럽게 이르렀을 정상적인 수준이었다. 하지만 2001년부터 폭등하기 시작한 집값은 투기 광풍을 불러일으켰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의 강력한 주택경기 부양책과 저금리 기조에 더해 수급 불균형도 초기 집값을 뛰게 하는 요인이었다. 하지만 한 번 뛰기 시작한 집값은 멈추지 않았다. 처음에는 돈 있는 사람들이 자기 소득으로 집을 사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집 사서 돈 벌었다’는 이야기가 돌자, 사람들은 있는 빚, 없는 빚 다 끌어와서 집을 사기 시작했다. ‘설마 더 안 오르겠지’ 하는 생각으로 버텼던 사람들도 하나 둘 씩 투자(또는 투기) 행렬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집값 거품은 계속 커져갔다. 은행 등 금융기관들은 ‘이제는 소매금융이다’라는 구호아래 펌프질을 해댔다. 가계의 신용 평가에 신경 쓸 필요 없이, 손쉬운 주택 담보 대출로 ‘땅 짚고 헤엄치기’식 장사를 했다. 계속 펌프질을 해대다 대출 자금이 부족해지자 은행채와 CD를 남발하고, 엔 캐리 자금 등 단기 외화까지 끌어와 펌프질을 해댔다.


        하지만 많은 부분 집값을 키운 것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빠진 중앙과 지방의 정치권과 단기 경제 성적표에 치중한 정부 관료들이었다. 김대중 정부는 단기적인 경기 부양에 집착해 부동산 투기를 용이하게 만들었다. 외환위기 이후 개발주의 시대 때 형성된 공급자 위주의 주택시장을 소비자 위주로 전환하는 과제를 방기했다. 오히려 공급자인 건설업체들만 배불리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분양가만 자율화하고 함께 패키지로 추진키로 했던 후분양제 약속은 이행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건설업체들이 공급자 위주의 선분양제 아래 분양가를 마음대로 올려 엄청난 폭리를 취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만들어 주었다.


        집값 안정과 서민 경제 활성화라는 염원을 안고 출범한 노무현 정부는 무능하고 위선적인 정부였다. 말로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외치면서도 건설과 개발 마인드로 무장한 관료들에게 놀아났다. 인수위 때 채택해놓고도, 결국 후분양제를 제대로 시행도 못했고, 조작된 통계에 속아 불과 2,3년 전까지 ‘집값 거품이 없다’고 떠들어댔다. 집값을 잡는다는 명분으로 지속적으로 신도시 개발을 발표하며 투기세력에게 먹잇감을 제공했다. 판교를 중산층까지 살 수 있는, 쾌적하고 질 높은 장기 임대 주택 단지로 만들라는 혜안 있는 전문가의 제안도 걷어찼다. 오히려 판교를 거대한 로또판으로 만들어 서울 강남과 경기 남부의 집값을 덜썩이게 만들었다. 한편으로는 행정복합도시다, 기업도시다, 균형발전이다, 경제특구다 하며 온갖 개발사업을 만들어냈다. 전국을 투기장으로 만들었고, 엄청나게 풀린 보상금으로 다시 서울의 집값을 끌어올리는 거품을 만들어냈다. 마치 일본의 부동산 버블을 만들어낸 ‘일본 열도개조론’의 한국판을 연상케 하는 조치였다. 한 쪽에서는 집값을 잡겠다며 세금을 올리면서도, 다른 한 쪽에서는 개발사업으로 투기판을 확대하고 부동산 시장에 돈을 몰리게 했으니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10.29’대책을 발표해 부동산 투기를 다 잡아놓고도 대책을 제대로 시행도 못해보고 스스로 무력화시켰다. ‘이러다 경착륙한다’는 관료들과 일부 언론의 엄포에 속기도 했겠지만, 자신의 임기 내에 거품이 꺼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탓이다. 결국 2005년 이후 2차 집값 폭등기를 불러오고 말았다. ‘집값만은 잡겠다’고 임기 내내 되풀이하면서도 집값 잡는 방법도 모르고, 집값 거품을 깨트릴 용기도 없었으니 얼마나 무능하고, 얼마나 위선적인가? 오죽하면 맹목적으로 ‘좌파 노무현’을 싫어하는 강남 아줌마들조차 “노무현이 집값 올려준 것 하나는 정말 고맙다”고 비아냥거렸겠는가? 자신을 뽑아준 서민들의 기대를 깡그리 저버린 정부가 지난 대선에서 국민들의 심판을 안 받을 줄 알았는가?


        그런데 현재의 이명박 정부는 더욱 가관이다. 노무현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는 최소한의 의지라도 있었지만, 현 정부는 그런 의지 자체를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아파트를 지어대고, 대규모 토목사업을 벌여 부동산 거품을 더욱 키우는 것이 경제 발전의 시작이자 끝인 줄 아는 정부다. 정경유착과 부정부패의 산실인 건설산업의 대표격인 현대건설 사장 출신이니 오죽하겠는가? 한 마디로 한국판 건설족의 우두머리라 할 만하다. 허구한 날 어디다 삽질할 것인지 ‘삽질 경제학’에만 심취해 있는 분이니, 한국 경제의 앞날이 암담하게 느껴질 뿐이다.


        사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미 서울시장 시절부터 서울 집값 올리기에 혁혁한 공(?)을 세운 사람이다. 그는 서울시장 선거 시절부터 물밑에서 당시 이슈가 됐던 강남 5개 재건축 단지의 사업 승인을 약속했다. 물론 겉으로 내세우기는 찜찜했는지 정식 공약으로는 내세우지 않았다.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는 시장 취임 불과 몇 달 후부터 ‘강남북 균형발전’을 내세우며 뉴타운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말이 좋아 ‘균형발전’이지 실제로는 ‘강북 집값도 올려주겠다’는 것이었다. 한 번 정치바람을 타기 시작한 뉴타운 열풍는 거세게 불었다. 그는 은평뉴타운을 시작으로 임기 내 세 차례에 걸쳐 33개의 뉴타운을 지정했다. 말이 33개이지, 서울시 시가지 면적의 약 7.5%로 30여년 서울시 전체 재개발 면적보다 더 넓다. 뉴타운을 계기로 사업대상지와 인근 지역들뿐만 아니라 향후 사업 가능성이 있는 지역들까지 집값이 폭등을 거듭했다. 오죽하면 전직 서울시 간부조차 “지방 땅값은 노무현이 올리고, 서울 땅값은 이명박이 다 올렸다”고 하겠는가?


        이명박의 뉴타운 사업은 앞으로도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뉴타운 사업지에 있던 중소형 주택은 모두 헐렸다. 그 자리에는 모두 중대형의 새 아파트들이 들어선다. 대부분 뉴타운 사업지에는 가난한 세입자들이 70~80%를 차지한다. 중소형 주택이나 연립주택 등에 세 들어 있던 세입자들은 모두 쫓겨난다. 뉴타운 사업으로 인한 철거가 본격화된 지난해부터 서울 동북부와 인접한 경기 북부지역까지 극심한 전월세난이 벌어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투기세력이 끼어든 탓도 있지만, 노원, 도봉, 강북 3구의 집값이 2008년 상반기 거세게 상승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뉴타운 사업 대상지역의 인근 대학가의 하숙비가 폭등하는 것도 모두 이 때문이다. 그런데도 쫓겨나는 세입자들조차 “뉴타운하면 우리도 좋아지는 것 아닌가?” 착각하고, 많은 대학생들은 자신들의 하숙비 상승을 초래한 장본인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지난 대선에서 이대통령을 찍었다. 하긴 이런 사실을 언론이 제대로 알려주지 않으니 어찌 알겠는가 싶기도 하다.


        이 대통령의 삽질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대통령 취임 이후 시대착오적인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로 물줄기를 따라 땅값이 폭등하게 만들더니 요즘도 하는 행태가 가관이다. 더 이상 거품을 키워서는 안 된다는 경고는 아랑곳 않고, 거품을 키우는 부양책 일색이다. 후분양제 백지화, 분양가 상한제 무력화, 미분양 물량 해소대책, 재건축 규제 완화, 전매제한 기간 단축, 추경 편성을 통한 유동성 공급 등 모두 열거하기도 힘들다. 종부세 완화, 양도세 완화, 재산세 경감 등 부동산 부자들을 위한 세금 선물도 패키지로 공급하고 있다. 심지어 이 정부는 재건축 시 임대주택과 소형주택 의무 공급비율을 축소하겠다고 했다. 자신이 벌여놓은 뉴타운 사업 때문에 전월세난이 향후 몇 년간 심각해질 것이 너무나 빤한데 공급을 늘이기는커녕 줄이겠다는 것이다. 재건축 사업 투기자들의 사업성을 맞춰주기 위해 저소득층의 주거난은 아무래도 좋다는 식이다. 얼마나 뻔뻔하고 파렴치한 정부인가? 하긴 ‘강부자 내각’으로 이뤄진 정부에 뭘 기대한단 말인가?


        현 정부는 지금의 부동산 경기 침체가 전적으로 노무현 정부 때 도입한 각종 규제책 때문이라고 보는 것 같다. 그래서 노무현 정부 때 정책을 모두 뒤집기만 하면 부동산 시장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보는 착각에 사로잡힌 듯하다. 이들은 부동산 버블이 붕괴하기 전 집값은 높은 상태에서 유지되지만 거래량은 확 주는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선행하는 것도 모르는 것 같다. 이 정부는 거품을 계속 지탱하거나 키울 수 있을 것처럼 착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모든 버블은 어떤 식으로든 붕괴하는 것은 필연에 가깝다. 버블을 더 큰 버블로 막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미 카드채 사태 때 이를 여실히 경험했다. 하지만 역사의 실패에서 배울 만큼 능력 있는 정부가 아니니 어쩌겠는가?


        정부만 거품을 키운 것도 아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상당수 정치권 인사들이 집값 거품 키우기에 뛰어들었다. 예를 들어,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뉴타운 사업을 추진할 때 소위 ‘뉴타운법’을 여야가 경쟁적으로 입법화하는데 열을 올렸다. 아마 서민입법과 구조적 개혁에 관한 입법은 도통 관심 없는 여야 의원들이 그렇게 초당적으로 합심해 만든 법은 입법사상 유례가 없을 것이다. 그래도 더욱 한심한 것은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 의원들이다. 한나라당이야 못 사는 지역을 중산층 위주의 아파트촌으로 바꾸면 자신들 선거에 유리하니 ‘뉴타운 맨더링’(선거구를 기존 정치인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획정하는 ‘게리맨더링’에 대비해 선거구는 그대로 둔 채 뉴타운을 통해 선거구민의 구성을 바꾸는 것을 일컫기 위해 필자가 만든 조어다)을 하는 게 자신에게 유리하다. 하지만 뉴타운이 뜨니 자신들도 우르르 몰려가 뉴타운 입법에 한 다리 걸친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제 발등 자기가 찍는 줄도 몰랐던 것이다. 그러니 지난 총선에서 뉴타운 공약을 내세워 당선된 한나라당 ‘뉴타운돌이’들을 비난하는 통합민주당의 모습은 애처롭다기보다 코미디에 가까웠다.


        자신의 정치적 야욕을 위해 집값을 올린 정치인들에게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들은 자신들과 부동산 기득권 세력을 위해 한국 경제를 파탄내고, 서민들의 주름살을 늘렸다. 사람 귀한 줄은 모르고 전 국민의 반을 비정규직으로 만들어 식민지 원주민처럼 착취한 이들이 집값 거품을 부풀리고 유지하는 데는 앞 다퉈 나섰던 사람들이다. 이들은 마치 아파트 값이 오르면 세계 초일류 국가가 될 것처럼 환상을 불러 일으켰다. 이제 그런 환상이 모두 망상이었음을 깨닫는 날이 올 것이다. 80년대말 미국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사며 기세등등했던 일본이 이후 10여년의 나락으로 빠져들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때가 되면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집값 거품에 취해 온 국민을 투기장으로 몰아넣었던 정치인과 그 세력들을. 그 때가 오면 그들을 정치적으로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

by 선대인 2008. 9. 3. 01:12


 최근 강남을 위시해 소위 ‘버블 세븐’ 지역 집값의 하락세가 완연해지자 대세 하락이냐 일시 조정기냐에 대한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 물론 누구도 100% 확신을 갖고 말하기 어렵겠지만, 필자는 대세 하락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무슨 근거로 필자는 그 같은 전망을 하고 있을까. 필자가 집값의 대세 하락을 주장하는 근거와 이유는 상당히 많고 서로 연결돼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주요 근거 다섯 가지에 국한해 살펴보자.


1. 세계 경제의 동조화 현상: 주가처럼 세계 각국의 집값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90년대말 이후 집값 폭등 현상은 비단 국내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2000년대 이후 주택 투기 버블은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각국 및 브릭스(BRICS)국가 등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동시에 발생했다. 이렇게 세계 각국에 주택 투기 버블이 공통적으로 형성된 이유는 달러 유동성의 과잉 공급, 9.11사태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한 세계적 저금리, 자산 유동화 증권 등을 통한 부동산 투기 레버리지의 극대화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같은 경제적 동인들을 배경으로 주지하다시피 2000년 이후 세계 각국의 집값은 급격히 상승했다. 하지만 미국의 서브프라임론 사태를 계기로 세계 각국의 주택 버블도 약간의 시차를 두고 붕괴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6월 현재 미국 10대 도시의 경우 정점 대비 주택 가격이 약 17.8% 가량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코노미스트지 7월 5일자에 따르면, 영국의 집값도 6월 현재 지난해 동기 대비 6.3% 하락했다. 이뿐만 아니라 스페인, 프랑스, 아일랜드, 중국 등 상당수 국가의 집값이 빠른 속도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처럼 함께 오르기 시작했던 전 세계 집값이 이제는 함께 떨어지고 있다.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집값 하락 현상도 전 지구적 동조화 현상의 일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나라와 함께 올랐던 국내 집값이 다른 나라가 내릴 때만 홀로 독야청청(獨也靑靑)할 수 있을까. 전 세계적인 동조현상에서 한국만 이탈할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이 국토가 좁고, 수도권에 인구가 밀집해있다, 한국인은 주택 소유욕이 강하다 등등의 이유를 들어 한국은 다르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80년대말 부동산 버블의 절정기에 있던 일본에서도 거의 똑같은 이유들을 들먹이며 ‘부동산 불패론’에 젖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큰 착각이었는가는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믿는다.   


2. 수급 불균형: 수도권의 주택 공급량은 실질적으로 공급 초과 상태다.


        외환위기 이후 몇 년 동안의 집값 상승은 수급 불균형 측면에서도 합리화될 수 있었다. 외환위기 이후 몇 년 동안 건설 경기 침체로 주택 잠재수요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난데 반해 실제 공급량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2001년 부동산 투기 붐이 일면서 아파트 신규 공급이 급증해 공급 부족이 빠르게 해소됐다. 실제로 독립적인 민간싱크탱크인 김광수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00년 약 41만호에 이르렀던 수도권의 아파트 잠재적 공급량 부족은 2006년에는 7만3000호까지 빠르게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이 연구소는 다주택보유 가구 및 수도권 비거주자의 투기적 가수요를 빼면 수도권의 아파트 잠재적 공급 부족은 거의 해소됐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은 미분양 물량 급증과 잇따르는 분양 미달, 입주율 저조 등을 통해 현실에서 확인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4월 미분양 주택 수는 전국적으로 12만 9859호에 이르렀지만 실제 미분양 물량은 두 배 가량인 25만가구에 이른다는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특히 올들어 수도권에서 분양한 5만352가구 중 미분양 물량은 19.5%인 9819가구나 됐다. 최근 서울 마포구 합정 균촉지구의 주상복합으로 시선을 모은 ‘서교자이’가 1순위 분양에서 대규모 미달 사태를 빚은 것이나 은평뉴타운의 입주율이 약 4분의 1에 불과한 것도 같은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3. 낮은 투자수익률: 연간 10% 이상 오르지 않으면 주택 투자는 오히려 손해다.


        물론 집값은 수급상황에 따라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최근 몇 년 동안의 상황이 보여주듯이 투자 또는 투기적 요소 또한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투자 또는 투기를 한다고 할 때 판단의 근거가 되는 기대 수익률을 따져 봐도 앞으로 집값 상승은 어렵다. 왜 그럴까? 가상의 예를 들어보자. 시세 1억원인 집이 1년 만에 2억원이 됐다면 연간 투자수익률은 100%다. 그런데 시세 10억인 집을 사 마찬가지로 1년에 1억원이 올랐다고 해보자. 이 경우 투자수익률은 10%에 불과하다. 두 경우 모두 1년 만에 1억원을 벌었지만, 투자수익률에서는 10배의 차이가 생긴다. 주택 거품이 생기는 초기 단계에서 집값이 급상승할 때는 웬만하면 세금과 은행 대출 이자를 제하고도 충분히 수지가 맞는다. 하지만 주택 거품이 정점에 이르러 투자수익률이 떨어지면 상황이 달라진다. 위에서 후자의 경우 투자수익률이 10%라고 할 때 실질 투자수익률은 그보다 훨씬 낮다. 우선 물가 상승분을 빼야 한다. 올해 경우 물가 상승률을 낮게 잡아 4%정도라고 하자. 여기에다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로 수천만원을 내고 나면 실질 투자 수익률은 거의 제로에 가까워질 것이다. 여기에다 은행 등의 부채를 지고 있다면 사실상 마이너스 투자수익률을 기록하게 된다. 실제로는 대부분의 경우 고가 아파트를 살 때 시세의 20~30% 정도는 금융기관의 주택 담보 대출로 메운다. 은행과 제2금융권의 대출 금리가 계속 오르는 추세이므로 부채 차입 비용도 갈수록 커진다. 이런 상황에서는 명목상 10% 투자수익률을 기록한다 해도 실제로는 돈을 까먹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매년 투자 수익률이 최소 10% 이상은 돼야 투자처로서 매력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오를 만큼 올라버린 아파트가 매년 10% 이상 추가 상승한다는 게 가능할까.

        그런데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집값이 오르기는커녕 계속 횡보하거나 조금씩이라도 하락한다면 어떻게 될까. 소위 ‘버블 세븐’에서 실제로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이는 이들 주택 소유주에게는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주거목적이 아닌 투자목적으로 집을 산 사람들에게는 거의 재앙에 가까운 수준이다.


이 글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 http://cafe.daum.net/kseriforum)의 '부동산문제'란에도 떠있습니다. 더 깊이 있는 토론을 원하시는 분은 포럼에 들러주세요.


4. 투기 심리의 위축: 투기 심리로 오른 집값은 투기 심리가 위축되면 꺼진다.


        투자 수익률의 하락은 투기 심리의 위축을 부른다. 최근 ‘경부 라인’ 축의 집값 하락세를 지켜본 많은 이들이 집값이 하락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투기 심리가 위축됐음을 뜻한다. 지난 몇 년간 집값의 대부분은 투기 심리로 올랐다. 물론 초기에는 실제로 주택 공급도 부족했고, 주거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 수준도 높아졌고, 소위 (사)교육여건의 지역 편차가 심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투기버블이 발생해 그 거품이 계속 지속되고 커진 것은 많은 부분 투기심리 때문이다. 물론 이런 투기심리를 키운 데는 정치권과 정부의 도덕적 해이와 정책 실패의 책임이 작지 않다. 하지만 이런 투기심리로 잔뜩 부풀어 오른 집값 거품은 투기심리가 사라지는 순간 꺼지기 마련이다. 최근 강남과 수도권 전역에서 집값이 절정기에 비해 상당히 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매수세가 없는 것도 투기심리가 얼마나 위축돼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정부나 서울시의 각종 정책이나 정책 시그널에 부동산시장이 반응하는 양상을 봐도 투기심리가 상당히 위축됐음을 짐작할 수 있다. 상당수 언론에서는 정부가 대출 규제 및 재개발 재건축 규제가 완화되지 않아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제가 마련되고 집행됐던 지난 노무현 정부 당시에도 집값은 줄기차게 올랐다. 그 규제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해서 집값이 떨어질 이유는 없다. 더구나 실제로는 중앙정부가 규제를 조금씩 완화하고 있고, 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등은 집값을 자극할만한 발언이나 지시를 여러 차례 했다. 예를 들어, 이 대통령은 올초 국토부 업무 보고 때 규제 완화책을 강하게 주문했다. 또 기획재정부는 일가구 일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한 양도세 경감조치를 시행키로 한 데 이어 강장관은 최근 종부세 완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발언 때문에 집값이 상승하는 일은 전혀 없었다. 가장 최근에는 강남 재건축 규제 완화 방침을 밝혔지만, 매수세는 전무하다시피 했다. 만약 불과 3,4년 전 비슷한 발언을 대통령과 재경부 장관이 했다고 상상해보라. 부동산시장이 지금과 같은 반응을 보였겠는가. 그만큼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전체적인 경제 요인들이 강력한 하락 신호를 보내고 있고, 이에 반응해 투기심리 또한 상당히 위축돼 있는 것이다. 대세 상승기에는 조그만 호재에도 집값이 크게 뛰는 반면, 대세 하락기에는 웬만한 호재에도 하락세가 꺾이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케 하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5. 경기 침체와 시중 금리 상승: 주택을 살 실탄이 떨어진다.


        집값은 전체 경제 상황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원유가 등 수입 물가 상승으로 촉발된 물가 상승과 동시에 경기가 급격히 가라앉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태에서는 집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물가가 오르는 상태에서 경기 침체에 따라 소득이 감소하면 개별 가계의 가처분 소득은 양 방향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럴 경우 소비는 위축되고, 부동산처럼 덩치가 큰 실물자산에 대한 선호는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지속적인 시중 금리 상승은 집값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최근 은행 대출금리는 고정금리형과 변동금리형이 모두 상승하고 있다. 은행채 금리에 연동되는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고 9%대를 넘어섰다. 또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 예금증서(CD)금리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문제는 주택대출 금리가 인플레이션 압력에 따른 시중금리 상승 등으로 오름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점. 은행권이 낮아지는 저축률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은행채와 CD 발행을 계속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2007년 8월 이후 11개월째 5.0%에서 유지돼왔던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기준 금리 인상은 경기를 위축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한국은행으로서는 가파르게 상승하는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이 본연의 임무다. 실제로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7월 10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제2차 물가 충격’을 언급해 8월에는 기준 금리를 인상할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시중금리는 더 한층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금리가 오르면 대출부담 때문에 추가적인 주택 구매가 줄어들고, 기존 주택 담보 대출자의 원리금 상환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위에서 본 것처럼 전반적인 국내외 상황을 고려할 때 집값의 대세하락 압력은 매우 빠른 속도로 점증하고 있다. 더구나 이들 하락 요인들은 일시적이라기보다는 구조적이고 지속적으로 작용하는 요인들이다. 따라서 최근의 집값 하락 현상이 과거 대세 상승기에 흔히 일어났던 일시 조정기라는 생각은 ‘기대 섞인 희망’이 될 공산이 크다.


집값 거품을 떠받치는 요인들


        하지만 집값 상승 요인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필자는 국지적인 개발 호재를 논외로 할 경우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현 정권이 경기 침체를 빌미로 강력한 건설경기 부양책 및 집값 부양책을 쓸 경우다. 더구나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듯 이명박 대통령은 소위 ‘부동산 대통령’이 아닌가. 하지만 집값의 추가적인 상승을 우려하는 국민 정서가 상당히 폭넓게 자리 잡고 있어 세칭 ‘강부자 정권’도 집값을 폭등시킬 정도의 규제 완화책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다. 설사 규제 완화책을 내놓는다고 해도 다양한 집값 하락 요인과 위축된 투기 심리 때문에 파장은 상당히 미미할 것이다. 실제로 이번 강남 재건축 규제 완화 방침 이후에도 매수세가 전혀 없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더구나 현재 경제 상황 때문에 정부가 원해도 취할 수 없는 정책수단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90년대 후반 이후 집값 상승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금리 인하. 지금과 같은 급격한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꿈도 못 꿀 조치다. 설사 정부가 집값을 자극하는 규제 및 세금 완화책을 내놓는다고 하더라도 앞서 언급한 집값 하락 요인들을 상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예를 들어, 대출 규제를 완화한다고 해도 집값 하락과 대출 금리 상승이 현실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에서 무리하게 돈을 빌려 집을 살 투자자가 얼마나 있을까. 이처럼 거대한 시장의 하락 압력을 정치적, 정책적 요소로 떠받친다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몰라도, 중장기적으로는 결코 불가능하다.

        두 번째 집값 불안 요인은 강북의 뉴타운 지역을 중심으로 한 소형 평형의 수급 불균형이다. 최근 몇 년간 진행된 재개발 재건축과 뉴타운 사업이 중대형 평수 위주로 이뤄지다보니 소형주택이 크게 줄었다. 올해 총선을 전후해 노원구와 도봉구, 강북구 등의 집값 상승의 배경에는 기본적으로 이 같은 소형주택의 수급 불균형이 자리잡고 있었다. 강북 소형주택의 품귀현상이 소형평형 위주의 집값 상승을 유발했고, 투기 세력이 가세하면서 집값 상승이 확대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향후 몇 년 동안 강북 및 인접 경기도 지역의 집값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더욱이 올해부터 뉴타운 지구 내 주택 철거가 본격화돼 올해부터 2010년까지 약 8만5000가구가 줄어든다. 하지만 이 같은 소형 주택 위주의 수급 불균형은 국지적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이주세대 대부분이 인접지역에 재정착하기 때문. 더구나 뉴타운 지역 주민들의 70~80%가 세입자여서 이 같은 수급 불균형에도 매매 수요의 급증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불안한 사람들을 위한 조언: 생활인의 관점을 회복하라.


        주변에는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하는지’ 또는 ‘더 늦기 전에 집을 팔아야 하는지’ 묻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모두 집값이 불안한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필자가 지금처럼 버블 붕괴의 언저리에 있는 현 국면에서 해줄 수 있는 조언은 가급적 새로운 부동산 투자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지금 부동산 투자를 하는 것은 매우 위태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왜 그런지 비근한 예를 통해 살펴보자. 서브프라임론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2006년말 미국 부동산에 투자해 상투를 잡은 A씨의 피해는 매우 크다. A씨는 30만 달러를 선금(downpayment)으로 넣고 모기지 대출을 받아 80만달러에 집을 샀다가 나중에 집값 폭락으로 모기지 대출금을 갚지 못하자 결국 집을 은행에 처분하고 빚 청산을 하기도 했다. 그 사람은 모두 35만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이처럼 버블의 정점에서 잘못 투자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특히 언젠가는 부동산이 다시 오를 것이라는 환상을 여전히 갖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그 환상에서 깨어나라고 주문하고 싶다. 10여년전 일본의 사례와 지금의 미국 사례가 보여주듯이 부동산 거품은 언젠가는 깨지며, 한국도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있는 중임을 명심하라는 것이다.

        이제는 집에 대해 투기자가 아닌 생활인의 시각을 회복해야 한다. 2000년대 들어 집값이 급등하고 이 과정에서 돈을 번 사람들이 많아지다 보니 많은 이들에게 집은 삶의 보금자리라기보다는 투자 대상이 돼버렸다. 많은 이들이 증시에서 주식을 사고팔듯이 집을 거래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주택에 대해 주거공간이라는 본연의 가치로 바라볼 시점이 됐다.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주거공간으로서의 주택을 생각한다면, 지금 거품이 잔뜩 낀 집을 사는 것은 금물이다. 더구나 무주택자가 은행 부채 등을 잔뜩 지고 지금 집을 사려는 것은 정말 위험천만하다. 단기적 투자 개념이 아니라 10년 정도 단위의 중장기적 재무설계 관점에서 판단해보라. 예를 들어, 당신이 30대 중후반의 무주택자라고 해보자. 무리하게 주택 투자를 통해 돈을 벌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이 세대의 사람이 안정된 노후기반으로 집이 필요한 시기는 10여년 후인 50세 무렵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집값 거품 붕괴가 과거 90년대초의 패턴을 따른다면 7~8년간의 집값 하락 시기를 예상할 수 있다. 집값은 91년초의 정점 대비 실질적으로 절반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향후 10여년 사이에도 집값이 사실상 반토막 나는 시점이 올 가능성이 높다. 지금 차곡차곡 돈을 모았다가 충분히 집값 거품이 걷힌 시기에 자신의 경제력에 맞는 집을 사라.

        반면 집값이 금방이라도 다시 오를 것 같은 환상을 갖고 무리하게 은행 대출을 일으켜 집을 샀다고 생각해보자. 그리고 똑같은 집값 거품 붕괴 현상이 발생한다고 해보자. 이런 경우 당신은 거품이 잔뜩 낀 집을 사서 매년 세금을 내고 은행 이자를 내느라 쪼들리게 될 것이다. 더구나 당신 집의 자산 가치는 그 사이에도 계속 하락하게 된다. 또한 당신이 집에다 투자한 최소 수억원의 기회비용 손실을 생각해보라. 그렇지 않았다면 당신은 꼬박꼬박 은행에서 이자를 받거나, 다른 금융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올릴 수도 있었다. 비단 경제적 손실뿐만 아니라 금융 부담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자산 가치 하락으로 인한 상실감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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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8. 7. 15. 1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