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이 최근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한 일시적이고 국지적인 집값 반등에 이러다 다시 집값이 상승하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한다. 더구나 현 정부는 말로는 온갖 소리를 다 해대지만 부동산 거품 떠받치기에 사실상 올인한 정부가 아닌가. 그러다 보니 상당수 사람들이 불안해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지난번 글에서 필자는 강남 아파트의 거래 현황을 통해 왜 강남 집값 상승이 오래 지속될 수 없는지를 설명했다. 이번에는 좀더 폭을 넓혀 왜 지금의 일시적인 집값 반등이 결국 오래가지 못하고 주저앉을 것인지를 미분양물량의 조정기간을 통해 한 번 살펴보자. 

 
전국 미분양 물량이 16만호를 넘어선 데서 알 수 있듯이 현재 유효 수요에 비해 주택은 매우 과잉 공급된 상태다. 아래 도표에서 알 수 있듯이 90년대 전반에 200만호 주택건설 사업으로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은 후에도 주택은 계속 공급돼 미분양 물량이 꾸준히 늘어났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93년부터 이미 미분양 물량은 크게 늘어나 95년 미분양 물량은 15만 호를 넘어섰다.

                 (주)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주택 가격이 91년부터 하락하기 시작했으므로 (그래프상으로 명목가격지수는 크게 안 떨어진 것으로 나오지만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가격지수로는 외환위기 때까지 거의 반토막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 점을 감안해서 보기를 바란다) 사실 미분양 물량은 91년부터 꾸준히 증가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더구나 당시에는 건설업계가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며 금융시장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상황이 아니었으므로 공식 미분양 물량과 비공식 미분양 물량의 괴리가 크지는 않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데도 95년 공식적으로만 15만여호를 넘어선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는 데에 최소 3~4년 이상 걸렸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지금 16만호를 넘는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는 데에는 얼마나 걸릴까? 여러가지 부동산시장 안팎의 여건을 고려하면 그때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당시에는 가계 저축률이 20%를 넘어설 정도로 여윳돈도 있었지만 지금은 부동산 담보대출 310조원과 2%대의 가계 저축률이 말해주듯 가계의 매수 여력이 고갈된 상태다. 사실 지금은 그동안 무리하게 집을 산 가계들이 빚 청산과 채무 조정을 하기에 바쁘다. 사실 현재 집값 수준에서 집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은 거의 다 샀다고 할 수 있다물론 극심한 경제 침체 속에서도 여전히 충분한 구매력을 가진 가계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는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기획부동산을 비롯한 투기꾼들이 준동하거나 정부나 지자체의 토지보상금을 받은 가계들이 집을 살 수도 있겠지만, 전체 부동산시장의 판세를 바꾸는 것은 불가항력이다.


둘째, 당시에는 경제성장율과 가계의 소득 증가율도 지금보다 훨씬 높았다. 지금은 우리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이 기정사실화돼 있고, 가계의 실질소득도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세째, 이어지는 이야기지만 당시에는 한국의 수출대상인 세계 경기가 호조를 보였지만, 지금은 전 세계가 세계 대공황 이후 최대의 경제위기를 맞고 있다. 더구나 갈수록 세계경제의 장기침체를 알리는 신호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네째, 더구나 현재의 미분양물량 16만호는 최고점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앞으로 한동안 미분양 물량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수도권의 미분양 물량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90년대 초중반 미분양 물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난데는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 뒤늦게 200만호 주택 공급이 본격적으로 이뤄진 탓이 크다. 그런데 2006년경부터 본격화된 제2기 수도권 신도시와 이명박이 서울시장 시절 한꺼번에 지정한 뉴타운 등에서 쏟아져 나오는 물량은 2010년대에 본격화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이 있겠지만, 적어도 계획상으로는 올해부터 2015년까지 공공택지와 뉴타운, 재개발 등 도시 정비사업 지구에서만 약 135만여 가구가 신규로 수도권에서 공급될 예정이다. 참고로, 이 물량은 민간 택지 공급 물량이나 각 지자체별 지구단위 계획에 의한 공동주택 공급 물량은 빠진 수치이다.

다섯째, 2000년대 부동산 버블이 가장 극심했던 수도권의 경우로 한정해본다면 당시에는 수도권으로 매년 20만~30만명이 순유입되던 시기였다. 그만큼 수도권의 미분양 물량 해소에는 유리한 환경이었다. 하지만 수도권 순유입 인구는 지난해 5만명 전후로 줄어들었다. 수도권 인구유입도 이제 포화상태에 이른 것이다. 추세로 본다면 향후 수도권 순유입 인구는 더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자,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현재의 미분양물량을 해소하는데 몇 년 정도가 걸릴까? 지금보다 부동산시장 안팎의 여건이 훨씬 좋았던 90년대 초중반에도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는데 미분양 물량이 최고조에 달했던 95년으로부터 계산해도 최소 3~4년 걸렸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 상황에서는 얼마나 걸린다고 볼 수 있을까? 미분양 물량만 놓고 봐도 주택 시장의 침체가 최소 3~4년 이상은 걸린다고 봐야 합리적이지 않을까? 그렇다고 3~4년 후면 주택시장이 침체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말은 아니니 오해 없기를 바란다. 미분양 물량 측면에서만 최소 3~4년 걸린다는 것일뿐이다.

 

다른 요인들까지 고려하면 국내 주택시장은 앞으로는 몇 년 전과 같은 폭등을 기대하기 어렵다. 국내외 경기 침체의 장기화와 가계의 부동산 부채 청산 기간 등 현재의 문제뿐만 아니라 2010년대 이후 본격 전개될 급속한 고령화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새로운 주택시장 유입층인 젋은 세대의 소득 감소, 수도권 순유입 인구의 추세적 감소 등 때문에 주택시장이 90년대 후반과 같은 회복세를 보일지는 의문이다. 이런 마당에 유착에 빠진 건설업계와 '건설족 정부'는 전세계가 부동산 버블 붕괴로 신음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과도한 중대형 분양 위주 공급을 고집하고 있다. 부동산 버블이 본격화하는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국민들의 투기심리를 불러일으켜 거품이 잔뜩 묻은 고분양가 아파트들을 팔아먹으려 한다. 하지만 도저히 지속할 수 없는 부동산 거품을 억지로 떠받치려는 이 같은 시도들 때문에 한국 주택시장은 장기침체의 길로 한걸음 한걸음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현 정권과 정부, 건설업계의 무분별한 정책과 단기적 과욕이 바로 국내 주택시장의 정상적 자기조절 과정을 깨뜨려 장기침체를 가져오는 것이다. 경제의 큰 흐름은 순식간에 바뀌지 않는다. 주택 시장과 이를 둘러싼 국내외 경제의 큰 흐름을 읽고 있다면 부동산시장의 일시적 움직임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2. 24. 10:36

현재 수도권 주택시장에서는 주택 수급 측면에서 심각한 미스매치가 발생하고 있다.

우선, 수요 측면에서는 현재 집값 수준에서 집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은 거의 다 샀다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내내 계속됐던 부동산 버블이 붕괴함에 따라 이제 가계가 부동산을 구입하기 위해 졌던 부채를 청산해야 할 시기다.

이런 가운데 전국 미분양 물량이 16만호를 넘어선 데서 알 수 있듯이 현재 유효 수요에 비해 주택은 매우 과잉 공급된 상태다. 주택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은 있겠지만, 올해부터 2015년까지 제2기 신도시와 뉴타운 등에서 최소 135만여 가구가 신규로 수도권에서 공급될 예정이다.

이처럼 현재 집값과 가계의 경제력 수준에서 볼 때 과다한 주택 공급이 이뤄지거나 계획돼 있는 상황에서도 수많은 서민들이 제대로 된 주거공간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1인가구 문제다. 최근 주택건설업계는 전국의 주택보급률이 2008년 기준으로 110%에 육박하자 1인가구 수 증가를 거론하며 주택부족론을 설파하고 있다. 2010년대 이후 주택유효수요 인구가 줄더라도 1인가구가 늘어나 (분양) 주택 공급이 계속 필요하다는 것이다. 통계상에서 큰 문제가 있기는 하나, 어쨌든 2005년 기준으로 1인가구는 317만 가구로 전체 가구 수의 약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1인가구 대부분은 주택을 소유할만한 유효 소득계층으로 보기 어렵다. 2008년 현재 1인 가구의 월 평균 소득은 131만원으로 2인 이상 가구의 월 평균 소득 327만원의 약 40% 정도에 불과했다. 또 서울시내 1인 가구 가운데 월 100만원 미만 소득자가 45%, 100~200만원 소득자가 31%로 전체의 76%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지금의 고분양 주택 유효수요계층이라고 볼 수 있을 월 소득 300만원 이상 1인 가구는 8%에 불과했다. 1인가구 수 증가를 근거로 주택이 부족하니 집값은 오르게 마련이고, 분양주택을 더 지어야 한다는 주택업계의 논리는 터무니없는 것이다.

 

한편 급속한 고령화로 서울의 경우 2000년 26만여 가구인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 수가 2020년경에는 약 81만여 가구로 세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이처럼 대부분 저소득층인 1인가구의 급증이나 고령 가구의 증가 등을 감안할 때 저렴하면서도 쾌적한 공공임대/전세주택이 대규모로 공급돼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들 1인가구 등을 위해 중대형 평형 위주의 고분양가 아파트가 대량 공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바로 이 같은 착시와 건설업계의 욕심 때문에 현재도 전체 미분양 물량 가운데 중대형 평형의 미분양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7월말 기준 중대형 평형이라고 볼 수 있는 85㎡ 초과 평형이 전체 미분양 물량의 53.8%를 차지했다. 또한 현재 2기 신도시를 비롯, 수도권 공공택지와 신도시 사업, 뉴타운과 재개발 재건축 사업 등을 통해 향후 공급될 물량의 상당수가 중대형 평형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판교신도시 등 2기 신도시와 수도권 주요 공공택지에서 공급될 전용면적 85㎡ 초과 중대형 평형은 전체의 37.3%로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 때보다 약 10.4%포인트 가량 비중이 더 높다.

 

또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60㎡이하 중소형 주택비율은 재개발사업 전 63%에서 사업 후 30%로 줄어들고, 매매가 5억원 미만 주택 비율도 86%에서 30%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업 전 전세가 4000만원 미만 주택 비율이 83%에 이르렀으나 사업 후에는 이 같은 주택은 단 하나도 없이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저소득층이 주로 거주하는 다가구 주택이 사라져 저소득층은 심각한 주거난을 겪는 한편, 경기 남부 축에서는 넘쳐나는 중대형 물량으로 집 주인들이 역전세난을 겪고 있다. 이처럼 현 상태에서도 국내 주택시장에서는 주택 수급상의 엄청난 미스매치가 발생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주택건설업체들은 여전히 정부 지원을 배경으로 도덕적 해이에 빠져 고가 중대형 일변도의 공급을 고집하고 있다. 정부 또한 건설업계와 유착에 빠져 투기수요를 부추기는 등 국가경제를 혼란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렇게 지어진 중대형 평형 위주의 분양 물량은 대규모로 미분양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로 인해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더욱 장기화될 수밖에 없음은 물론이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2. 23. 08:57

강연을 다닐 때마다 많이 느끼지만 제가 <부동산 대폭락시대가 온다>의 저자이다 보니 부동산 문제에 대해 많은 관심들을 보이시는 것 같습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것입니다. 제가 부동산 문제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부동산문제가 한국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가운데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 가계 입장에서 부동산은 가계 자산 가운데 거의 전부를 차지하는 막대한 비중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부동산이라고 해봐야 집 한 채 가질까 말까한 서민들 입장에서는 주택 가격의 향방이 궁금하지 않을 리 없습니다. 그런 마음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렇기에 여러 강연에서 그런 질문이 나오더라도 당혹해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런 수준을 넘어 강남 집값의 호가 위주 반짝 반등세에 맞춰 수익을 노리고 해당 지역 집을 살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그것은 건전한 경제 생활을 하기 위한 가계의 일반적인 관심 수준을 훌쩍 넘는 것이라고 봅니다. 일부 분들 가운데는 그런 문제에 대한 판단까지 저한테 묻는데, 부동산 투기 붐에 편승한 자신의 투자 판단에 대한 의견에 제가 굳이 답할 이유가 없습니다. 만약 그렇게 하고 싶다면 자신의 판단으로, 자기 책임 아래 조용히 하면 되는 것입니다.  

시야를 좀더 넓혀 정부 정책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지금 미국발 부동산 버블 붕괴를 시작으로 2000년대 이후 집값 폭등을 경험했던 거의 모든 나라에서 빠른 속도로 부동산 버블이 붕괴하고 있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한국에서도 부동산 버블이 본격적으로 붕괴하고 있습니다. 다만, 문제는 부동산 버블이 붕괴하는 가운데 한국 정부처럼 필사적으로 버블 붕괴를 가로막는 정부는 제대로 된 나라치고 없다는 점입니다. 세상에 부동산 버블을 막기 위해 사그라드는 일반 국민들의 투기 심리를 부추기는 나라가 어디에 있습니까? 부동산 버블 붕괴를 막는다고 관련 세금을 완화하고 거래 규제를 완화하고 사실상 대출규제를 완화하며 행정적으로 재개발 재건축 등의 주택사업 과정의 사업성을 인위적으로 높여주는 등 주택 및 부동산 관련 제도의 근간을 허무는 나라가 어디에 있습니까? 집값을 낮추기 위한 것도 아니고, 과도했던 부동산 투기 거품이 시장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가라앉고 있는 시점에 집값을 오히려 떠받치기 위해 온갖 규제를 해제하고 온갖 개발 특혜를 제공하는 나라가 제대로 된 나라치고 어디에 있을까요?

이처럼 제대로 된 정부라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해괴망칙한 일을 하고 있으니 일반 가계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분명히 경제가 급속히 침체하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도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집값 떠받치기’를 사명으로 태어난 정부이니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사실 이 정부가 무슨 짓을 할지에 관해서는 저도 모르기는 피차 일반입니다. 이명박의 속에 들어앉지 않은 이상 알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보십시오. 지난해 4/4분기 -5.6%, 연환산으로 -22%대의 경악할만한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공장가동률이 뚝뚝 떨어지고 감원과 해고가 양산되는 상황에서도 부동산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 웃기는 일 아닌가요? 이런 블랙코미디 같은 현실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 바로 현 정부입니다. 그래서 이 같은 현실에 대한 인식, 정부의 잘못된 정책 방향과 그 구체적 양태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 같은 인식을 전제로 많은 분들이 관심 갖는 부동산 시장 상황에 대해 한 번 살펴볼까요. 최근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들을 중심으로 반짝 가격 반등이 있었습니다. 집값이 떨어질 때는 당연히 국지적으로, 상황에 따라 매수자와 매도자간 심리 공방이 벌어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대세 하락장에서 이 같은 심리 공방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뻔합니다. 물론 강남이나 잠실 재건축 단지 등의 경우 정부나 서울시가 나서서 사업성을 좋게 해준 것이므로 단기적으로 집값이 1~2억 정도 반등한다고 해서 이상한 일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 같은 반짝 반등세도 대세하락 흐름 속에 곧 묻힐 것입니다. 실제로 강남 3구, 강남 3구 안에서도 재건축 단지를 제외하고는 오히려 최악의 거래 침체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또 양도세를 감면한다고 해봐야 호가 위주로 떨어지던 집값 하락세를 실제 거래가격으로 현실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지금 집을 살 사람은 다 샀습니다. 자기 소득도 없이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다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은 지난 몇 년간 다 샀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그 증거가 공식적으로면 310조원에 이르는 부동산 담보대출 잔고입니다. 비공식적인 부동산 담보대출까지 합치면 이를 훌쩍 넘어갈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전세계는 대공황 이후 최대의 경제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한국 경제도 지금 외환위기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가라앉고 있습니다. 일례로, 제조업가동률 그래프를 보면 외환위기 때보다 떠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현 정부에 이미 장악당한 KBS와 원래 재벌방송인 SBS, 그리고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기득권 언론들이 기만적인 왜곡보도를 하고 있어서 많은 이들이 잘못된 현실인식을 갖고 있을 뿐입니다.

 

지금 빚을 내서 집을 샀던 많은 이들이 엄청난 부채 상환 부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언론이 입만 열면 구매력 있는 실수요자들이 샀다고 하는 강남만 하더라도 80% 이상의 사람들이 빚을 얻어 집을 샀습니다. 집을 사놓고도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20%도 되지 않습니다. 한 마디로 투기 범벅입니다. 그 사람들도 지금 같은 경제 위기에서 빚 청산에 정신이 없습니다. 지금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부양책에 조금 버티고는 있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손 들고 집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조금 더 길게 보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수도권은 주택 공급과잉입니다. 단적인 증거가 공식적으로만 3만호를 넘는 수도권의 미분양 물량입니다. 그러는 가운데 현재 계획된 주택공급물량은 아무리 적게 잡아도 2015년까지 140만호 가량 됩니다. 경기 침체 여파를 고려해 보수적으로 산정한 주택 공급 물량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추세대로라면 2015년경이 되면 수도권 전체에서는 수십만호의 공급 초과 상황이 벌어질 것입니다. 그런데 통계청 인구 추계 자료를 보면 2011년부터 주택을 집중적으로 구입하는 35~54세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베이비붐 세대가 실제로 은퇴하기 시작하는 것도 이 무렵부터입니다. 또 노동생산성이 높은 30~40대 인구가 이미 2006년부터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15세에서 64세로 분류되는 생산가능 인구도 2016년부터 감소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경제 활력이 감퇴될 것으로 우려됩니다. 부동산 거품기에 졌던 부채 청산을 하느라 몇 년간 허덕이는 사이 수요에 비해 주택 공급이 급격히 늘어나는 시기로 진입하게 되는 것입니다.

 

일부에서 1인가구 증가나 인구 1000명당 주택 수 등을 근거로 아직도 주택이 부족하다고 떠벌리는 것은 악의적이고 선동적인 정보 조작이자 왜곡일 뿐입니다. 제가 이전 여러 글에서 밝혔듯이 1인가구의 4분의 3 이상은 월 소득 200만원 이하로 지금 공급되는 분양주택의 유효 수요자가 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주택정책상의 사회적 보호와 지원 대상이 되야 할 사람들입니다. 인구 1000명당 주택 수는 주택 시장에서 유효 수요인 가구라는 단위 대신 인구를 끌어와 마치 주택이 부족한 것처럼 보이기 위한 건설족들의 술수일 뿐입니다.

 

지금 매매용 주택은 결코 부족하지 않습니다. 다만 부족한 것은 공공주택이고 소형주택일 뿐입니다. OECD국가들 대부분이 20~30%의 공공주택 재고를 가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불과 3.2%입니다. 투자용, 투기용 주택은 포화상태이고 엄청난 공급 초과가 지속될 것입니다. 하지만 저소득층과 가능하다면 중산층까지 저렴하고 쾌적하게 살 수 있는 공공임대/전세주택은 태부족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할 일은 너무나 명확합니다. 쾌적하고 저렴한 공공임대/전세주택을 최대한 많이 공급하는 것입니다. 이 같은 공공주택에 대한 수요는 넘쳐납니다. 서울시가 공급하는 장기전세주택이 11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것도 그 같은 수요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자신들의 과욕으로 도산 위기에 시달리는 건설업체들에 온갖 명목을 붙여 국민의 혈세를 지원해주고 거품이 하나도 빠지지 않은 고분양가 주택을 짓게 합니다. 반면 온갖 규제를 다 풀어 국민들의 투기 심리를 자극해 거품 잔뜩 묻은 아파트를 사게 할 투기수요 만들기에 안달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부동산 버블기에는 가능했을지 모르나 부동산 거품이 급속히 빠지는 현 상태에서는 불가능합니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앞뒤 분간 못하고 자신의 경제체력을 넘어서서 투기적 차익을 노리는 주택 거래를 하는 사람은 투기꾼이 아니라면 바보일뿐입니다. 사기꾼에게 당하는 호구입니다.

 

굴곡은 있겠지만, 집값은 앞으로 상당 기간 계속 대세하락할 것입니다. 시세차익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단지 안정된 주거 확보 측면에서 집 살 시기를 노리는 분들이라면 결코 서둘 이유가 없습니다. 넉넉잡아 향후 5년 안에 지금 집값 수준보다 훨씬 더 낮은 가격에 집을 살 수 있는 시기가 얼마든지 있을 것입니다. 괜히 ‘강부자 정권’과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매달고 있는 상당수 언론들의 선동에 휩쓸려 무리하게 집을 샀다가 자산가치가 계속 하락하는 경험을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최대한 집값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자제해온 제가 굳이 이렇게까지 말씀드리는 것은 최근 진행되는 상황 때문입니다. 상당수 분들이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 해체 움직임으로 집값이 재폭등하지 않을까 불안해 하는 것 같습니다. 그 분들이 선의의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물론 정부나 지자체가 각종 개발 호재를 만들어내면 최근 강남 재건축처럼 일부 지역에서 반짝 반등세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모르나 그것을 과거와 같은 전반적 폭등세로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일부에서 자꾸 외환위기 때와 같은 V자형 반등을 말씀하시는데, 가계의 경제체력과 부채 수준, 한국경제와 세계경제의 전반적 체력을 고려할 때 그때와 지금은 판이하게 다릅니다. 6~7년 동안의 집값 조정을 끝내고 반등할 시점이었던 외환위기 때와 7~8년간의 집값 폭등을 끝내고 대세하락기에 접어든 지금은 더더욱 다릅니다. 또한 앞에서도 말했듯이 인구 감소와 소득 감소, 부채 청산으로 인한 수요 급감과 향후 예정된 극심한 공급 과잉 양상을 생각하면 전반적인 부동산 가격 상승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현 정부의 거듭된 무리한 부동산 부양책 때문에 역설적으로 일본식 장기 부동산시장 침체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절대 현 정권과 일부 언론의 선동책에 넘어가 가계경제의 위기를 자초하지 마시길 당부드립니다.

 

부동산 거품과 그 거품에 편승한 과욕의 폐해가 어떠한지는 지금 전세계가 목도하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도 정부와 정치권의 거듭된 정책 실패로 인한 부동산 거품 때문에 고통받아 왔습니다. 부동산에 돈이 묶이는 바람에 내수가 침체하고 실업자와 비정규직이 양산됐고, 이제 버블 붕괴 과정의 혹독한 충격을 겪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부동산 버블을 처음부터 만들지 말았어야 했는데, 이미 한국 경제는 너무나 막대한 부동산 버블을 만들고 말았습니다. 이제는 전세계의 부동산 버블이 꺼지는 시기이고, 이것을 우리도 피할 수 없습니다. 그 과정에서 큰 충격이 있겠지만, 한국경제가 정상적인 제 궤도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안타깝지만 감내해야 하는 충격입니다. 근본적 수술을 통해 부동산 거품이라는 악성 종양을 떼내지 않으면 한국경제는 사망에 이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현 정권은 자신들 임기 내에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속셈으로 이 같은 근본 수술을 미루고 있습니다. 오히려 악성 종양을 더욱 키우고 있습니다. 선량한 국민들을 선동해 부동산 투기판을 더욱 키우려 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경기와 이와 연관된 건설경기를 띄우기 위해 한국 경제 전체를 희생하고 있습니다. 말끝마다 ‘시장원리’를 외치는 정권이 하는 짓마다 시장의 정상적인 조정 과정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땅값, 집값이 너무 높았고 사람은 똥값이었으므로 이제 사람값을 높이고 땅값, 집값은 낮아지는 조정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정부는 그런 흐름을 정반대로 거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거대한 시장의 자기 조정 과정을 억지로 교란하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과거 일본 정부가 버블 붕괴기에 썼던 건설경기부양책이 결국 좀비기업들을 양산해 이후 일본 경제에 더 큰 부담이 됐던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 정부가 벌이고 있는 각종 정책도 시장의 자기 조정 메커니즘을 가로막아 결국은 부동산 시장, 더 나아가 한국 경제 전체의 침체를 장기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순전히 자신들 임기 내에 닥칠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정치적 욕심 때문입니다. 그로 인한 피해는 전국민이, 그 중에서도 밑바닥 서민들이 입는다는 점에서 현 정권의 정책방향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범죄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현 정권은 입만 열면 ‘서민을 위해 건설경기 부양한다’ ‘서민의 경제적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부동산 가격 폭락을 막아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는 사악한 여론 조작입니다. 현 정부는 4대강사업 등 쓸데없는 토건사업으로 가득한 건설경기 부양에 돈을 수십조원을 탕진하면서, 차상위계층의 건강보험 혜택을 없애는 등 서민을 오히려 죽이고 있습니다. 부동산 가격을 억지로 부양하는 바람에 거래가 일어나지 않아 부동산중개업소와 이삿짐센터, 인테리어업자들이 죽어나고 있습니다. 부동산 거품을 떠받치기 위해 금리를 낮추고 있지만 실제 서민들의 대출금리는 줄지 않고 은행들의 예대마진 수입만 늘려주고 있습니다.

 

‘부동산을 살려 경제를 살린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은 환상이자 착각입니다. 경제를 살린 결과 나중에 일정한 시점이 지나면 부동산 시장도 자연스레 회복되도록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은 한국경제의 뼈를 깎는 구조개혁과 인내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런 과정 없이는 한국경제는 새로 태어날 수 없습니다. 태어난다 해도 그것은 더욱 불공정한 경제, 양극화가 더욱 심해진 경제, 조만간 또 다시 더 큰 위기를 몰고 올 지속불가능한 경제일 것입니다. 이제 여기에서 막고 공정한 게임의 룰이 지배하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건설하기 위한 구조개혁에 나서야 합니다. 그런데 현 정권은 자신들의 정치적 욕심과 계급적 이해관계 때문에 절대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지금의 무기력하고 무능력한 야권이 제대로 된 한국경제의 구조개혁을 이뤄갈 세력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그같은 구조개혁을 이뤄낼 제대로 된 정치세력을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야 합니다. 부동산 투기가 기승을 부리지 않고 자산경제와 생산경제가 조화롭게 선순환하며 성장하는 나라. 지식정보화시대를 선도하고 창의적인 인재가 마음껏 능력을 발휘하는 나라. 그런 나라를 만들기 위해 지금 제대로 된 한국경제의 구조개혁을 주도할 세력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나라를 물려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2. 17. 11:59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향후 10년간 사회변화 요인분석 및 시사점’ 자료를 보면 주택을 집중적으로 구입하는 35살에서 54살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하는 것은 2011년부터다. 또 노동생산성이 높은 30~40대 인구가 이미 2006년부터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15세에서 64세로 분류되는 생산가능 인구도 2016년부터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도 우려되고 있다. 이 같은 인구 구조 변화가 주택시장에 가져올 영향은 분명하다. 지금까지 부동산 시장을 뒤흔들었던 베이비 붐 세대가 주택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면서 주택수요를 크게 위축시키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인구 요인 단 하나만으로 주택 가격이 결정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주택 수요 측면의 영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변수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엉터리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들은 여전히 ‘1인가구가 급속히 증가해 주택 수요가 늘어난다’거나 ‘수도권으로 인구가 계속 순유입되므로 수도권 주택 수요는 계속 늘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반박한다. 약 4분의 3이 월 소득 200만원 이하인 1인가구의 실태를 생각하면 1인가구가 유효 주택수요가구가 되기 어렵다는 점은 이미 지난 글에서 밝힌 바 있다. 그러면 수도권 인구 순유입에 따른 집값 상승론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을까?

 

이 글의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두 가지 주의사항을 먼저 말하고자 한다. 이 글은 수도권 인구 순유입 증가에 따라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주장을 검증하기 위한 글이다. 따라서 인구 순유입 변수 하나가 향후 집값을 좌지우지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그리고 더 중요한 두 번째 주의사항은 현재 일반인들 사이에는 ‘주택수급이 주택가격을 사실상 결정한다’는 인식에 관한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는 그 같은 인식이 상당히 넓게 퍼져 있다. 이는 현재 국내 주택보급률이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하므로 매매용 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건설업계의 공급 부족론을 뒷받침하는 대표적 논리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논리를 내세워 건설업계는 주택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집값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투기를 조장해왔다. 또한 이 같은 논리를 통해 건설업체들은 자신들의 사기적인 고분양가가 수요 대비 공급 부족 때문에 생겨나는 정상적인 시장 가격이라고 합리화하는 한편 폭리를 취할 수 있는 매매용 주택을 계속 지을 명분으로 삼는 것이다.

 

물론 주택 수급 사정이 집값에 일정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90년대 초 1기 신도시건설 이후 집값의 침체로 주택 공급이 부족했던 것이 결국 2000년대 초반 집값이 뛰는 한 단초가 된 것도 사실이다. 또한 총량적인 관점에서는 재개발 재건축 수요 등에 의한 10~20% 정도의 대체 수요를 포함해 해당 시점의 주택 수요를 충분히 흡수할 수 있는 주택 공급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집값 폭등이 순전히 주택부족 때문에 발생했고, 그러므로 지금의 높은 집값은 공급부족 때문에 빚어지는 정상적인 현상이라는 주장은 한 마디로 터무니없다. 많은 사람들이 느끼듯이 2002년 이후의 집값 폭등의 주요인은 정부의 정책실패와 은행권의 무분별한 주택담보대출 남발에 따른 투기 수요의 급증 때문이다. 만약 집값이 주택부족 때문만이라면, 주택보급률이 지금보다 훨씬 더 낮았던 90년대 중반 집값이 하락했던 상황이나, 주택 보급률이 110~120%에 이르는 일본,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집값이 폭등했던 사실을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을 염두에 두고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먼저 <수도권 인구 순유입 추이>에 관한 아래 그래프를 살펴보도록 하자. 이 그래프를 보면 70~80년대에는 매년 수도권으로 약 30~50만명의 인구가 유입됐다. 이 같은 추세는 90년대 이후 빠른 속도로 꺾여 외환위기 때인 98년 바닥에 이르렀다. 그러다 이후 월드컵 열기와 카드채 거품으로 경기가 좋았던 2002년 20만명대까지 회복됐다가 다시 빠른 속도로 떨어져 지난해 경우 연환산으로 연간 5만 2000명대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 같은 흐름을 보면 수도권의 인구 순유입은 전반적인 경기와 상당한 상관관계를 보이며 증감을 보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경향적으로는 수도권으로 순유입되는 인구가 뚜렷이 줄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미 수도권의 인구가 포화상태에 이르러 증가 속도가 빠른 속도로 줄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의 인구 순유입을 서울, 경기, 인천으로 세분화한 다음 그래프를 살펴보자. 그래프를 자세히 보면 90년 이후 경기도와 서울의 인구 증감이 거울에 비친 이미지처럼 반대 방향의 진폭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는 90년대 이후 1기 신도시를 비롯해 지속적으로 경기도권의 신도시와 공공택지 지구 등으로 서울 인구가 빠져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인구 순유입이라는 관점으로만 한정한다면 서울의 주택 수요는 향후 전개될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 은퇴와 겹쳐져 늘어날 이유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반면, 경기도는 서울과 지방에서 동시에 인구가 유입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상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수도권 인구 유입은 과거처럼 수도권 주택시장을 뒤흔들 주요 변수가 되기는 어렵다. 위 그래프에서 2002년 이후 추세선을 보더라도 향후 수도권 인구 순유입 추이가 쉽게 바뀔 것 같지도 않다. 2008년 인구 순유입 인구(5만2000명)을 같은 해 가구당 평균 가구원 수 2.8명으로 나누면 1만8500여 가구 정도다. 아래 그래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최근 몇 년 동안 수도권에서 매년 20만호 가까운 주택이 지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수도권의 순유입 인구가 과거와 같은 영향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편, 주택 정책 측면에서 본다면 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몰리는 상황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수도권 인구의 과밀화로 수도권은 교통 혼잡과 대기 오염, 주택 난 등 각종 규모의 불경제 효과로 몸살을 앓고 있고, 지방은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해 웬만한 사업은 경제성을 갖기 어려운 지경이다. 이런 상태로는 한국 경제와 사회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기 어렵다. 따라서 수도권의 주택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단순히 주택을 더 공급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국토의 균형적 발전체계를 어떻게 가져가느냐와도 밀접히 연관돼 있다. 하지만 현 정부는 그같은 개념이 전혀 없는 것 같아 걱정이다.

   

 

  

참고로, 지난해 주택 공급 호수를 보면 전국적인 주택 공급 물량은 크게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의 주택 공급 물량은 2004~2006년 수준과 비슷함을 알 수 있다. 부동산 붐에 편승한 뒤늦은 주택 공급과 분양가 상한제 실시를 앞둔 ‘밀어내기 분양’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오히려 2007년이 특수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건설업계가 공급 물량이 줄어든다고 엄살을 떨었지만, 적어도 수도권의 경우 큰 폭의 물량 위축이라고 보기 어렵다. 특히 2000년대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던 국가들에서 부동산 버블 붕괴와 함께 주택 공급이 대폭 줄어든 것에 비하면 매우 양호한 상태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이 시기에는 수도권 주택 보급률이 가파르게 상승했고, 반면 위에서 보듯이 수도권 인구 순유입은 급감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코 적은 주택 공급 물량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향후 주택 공급 물량 감소로 2,3년 후 수도권 집값이 다시 급등할 것처럼 말하는 언론 보도는 무책임한 선동보도라고 할 수 있다.

 

 (*향후 주택 공급 추이에 대해서는 기회가 될 때 다시 한 번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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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9. 2. 13. 18:13

최근 정부의 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 등 각종 투기 조장책에 힘입어 서울 강남 재건축 등 일부 지역에서 호가가 상승했다. 물론 거래량은 거의 동반되지 않았습니다. 아마 이번 호가 상승도 곧 ‘진압’될 것입니다. 그리고 정부의 투기 조장책은 거의 소진됐으므로 조금 더 지나면 본격적인 또 한 차례의 폭락 시기가 올 것으로 보입니다. 많은 엉터리 언론과 정부와 재벌의 눈치를 보는 각종 관변, 재벌계 연구소의 엉터리 전망과는 달리 올 한 해 한국 경제는 매우 깊은 침체의 늪에 빠질 공산이 커졌습니다. 여기에서 자세히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이 또한 거대한 부동산 버블 붕괴의 압력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이처럼 전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번 강남 재건축 단지의 집값이 호가 위주로 반등했기 때문입니다. 거래량이 거의 동반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거래량이 아주 없을 때보다야 조금 더 늘었겠지만, 언론 보도를 보면 많아봐야 한 달 내내 강남 3구를 통털어 100~200건 정도 더 늘었을 것입니다. (1월 서울 주택 거래량이 나오지 않아 지금으로서는 알 길이 없네요.) 지금같은 상황에서 매수세는 결코 따라붙지 않습니다. 매수세가 따라붙지 않는 경우 집값은 다시 일정 시점이 지나면 내리막길을 걷게 돼 있습니다. 정부의 부동산 거품 부양 위한 개발호재 발표-->호가 위주의 반등-->일부 매수자의 입질 이후 거래 단절-->부채를 잔뜩 진 잠재적 매도자의 금융 부담 증가-->낮아진 급매물 재출회-->가격 재급락과 거래 부진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이렇게 정부의 부동산 투기 조장책이 모두 소진되면 엄청난 폭락세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한국의 경제 사정은 신문에 보도되는 겉핥기 보도 이상으로 심각합니다. 신문에 나타난 사실만 보더라도 단적으로 지난해 4/4분기 GDP성장률이 전기 대비 -5.6%이고, 1월 주요 수출품목의 수출이 반토막났다는 게 명확한 증거입니다. (이미 우리 연구소가 몇 달 전부터 경고했던 내용입니다만) 그런데도 상대적으로 집값 거품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적게 빠졌습니다. 현 정부의 강력한 집값 거품 부양책 때문입니다. 한 번 생각해보십시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제난을 겪고 있는데, 집값만 홀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얼마나 코미디인지. 하지만 이런 코미디같은 상황은 현재 국내외의 시장 압력을 볼 때 결코 오래 지속할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도 앞서 말한 가격 폭락이 언제든 현실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필자는 올초부터는 가능하면 집값의 향방에 대해 가급적 말하지 않을 생각이었습니다. 이미 부동산 폭락세는 현실이 됐고, 압도적인 현실 앞에서 필자가 이러쿵저러쿵 얘기해봐야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제오늘 필자는 짧게나마 이 문제를 언급하기로 마음을 바꿨습니다. 최근 강남 집값의 호가 ‘반짝 상승세’(물론 거래량이 없어 이미 호가도 내림세로 다시 돌아설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를 근거로 쏟아져나오는 엉터리 주장들에 현혹돼 또 다시 선의의 피해자들이 양산될 수 있겠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한국 경제가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는 엉터리 전문가들이 쏟아내는 엉터리 주장들에 많은 분들이 현혹되지 말기를 바랍니다.

 

현 상황에 대해서는 더 이상 자세히 말하지 않겠습니다. 현재 상황은 필자가 지난 9월 말에 펴낸 책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에서 이미 충분히 예상했던 바입니다. 현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또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그때 쓴 관련 내용들을 요약인용하는 것으로 필자가 지금 상황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처럼 전망하는 많은 구체적 근거들은 제 책과 이 블로그의 다른 글들에서 줄기차게 얘기했으므로 생략하고자 합니다. 새 글을 쓰면 좋은데, 요즘 일에 많이 쫓기다 보니 사정상 어렵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하건대, 이같은 전망을 말씀드리기 전에 매우 많은 글들에서 구체적 근거를 말씀드렸습니다. 이런 글들을 읽어보지 않고 이 글만 읽어보고 '근거가 없다'고 비판하는 댓글은 사양하겠습니다. 이 글은 최근 부동산 상황에 대한 많은 분들의 궁금증에 답하기 위해 짧게 쓴 글이기 때문에 예전에 쓴 근거들을 다시 반복할 여유가 없습니다. 사실 이 글도 개인적으로 쓰기 싫지만 하도 제 의견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아 쓰는 것일 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제가 소위 '부동산 전문가'로 규정되기를 원하지도 않습니다. 현재 부동산 문제는 한국 경제 전체와 가계 경제 생활에 가장 핵심적인 문제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제대로 된 정보를 주는 기관이나 사람이 너무 적어 제가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하고 책까지 낸 것일 뿐입니다. 책을 더 이상 팔 생각도 없습니다. 저로서는 이런 글 쓰면 공격받는 댓글 많이 달리는 것 압니다. 저도 사람인데 기분 좋을 리 있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기꾼 정부와 엉터리 전문가들에게 낚여 선의의 피해를 보는 분들이 생길까봐 걱정돼 쓰는 것일뿐입니다. 참고로, 인신공격성 글이나 저질 댓글들은 삭제하겠습니다. 많은 독자분들의 이해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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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글1>

“2007년 이후 일어나는 거래 부진 현상은 기본적으로 부동산 버블이 끝물에 이르렀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상당한 기간 동안 집값은 높은 상태로 유지되는 반면, 거래량은 급속히 주는 이른바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다. 집값이 높은 고물가 현상과 거래 부진이라는 경기 침체 현상이 부동산 시장에서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에 이렇게 부른다. 이 현상은 부동산 버블의 고점에서 매수자와 매도자간 집값에 대한 기대 차이 때문에 일어난다. 잠재적 매수자들은 집값이 너무 높아져 더 오를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는 반면 잠재적 매도자들은 아직 집값이 더 오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잠재적 매수자와 매도자간 치열한 힘겨루기를 하는 기간이다. 이 기간은 투자수익률이 급감하는 단계이므로 잠재적 매도자들은 오래 버티기 힘들다. 특히 빚을 많이 진 사람들이수록 버티는 힘은 약할 수밖에 없다.

 

집값이 정체된 상태에서 거래가 부진한 기간이 길어지면 ‘경제 체력’이 약한 사람들부터 하나 둘씩 집값을 낮춰 내놓기 시작한다. 매월 이자 부담만으로 몇 백 만원이 눈앞에서 깨지는 상황에서는 집값을 낮춰서라도 파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의 매물이 늘면 집값은 더 떨어진다. 다른 사람의 매물보다 싸거나 비슷해야 집을 팔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수자들은 급할 게 없으므로 거래는 여전히 잘 일어나지 않는다. 결국 집값은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되고 거품의 붕괴가 일어난다. 요약하자면 투자수익율 저하--->매수자와 매도자의 힘겨루기--->급매물의 증가--->집값 하락--->추가 집값 하락--->본격적인 거품 붕괴의 단계로 진행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2008년 상반기 이후 국내 부동산시장은 전형적인 버블 붕괴 초기의 증상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아래 표에서 보는 것처럼 과거의 일본이나 지금의 미국에서도 이런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기간을 거친 뒤 버블이 붕괴했다.
 

 

일부에서는 부동산 규제 완화 움직임이 본격화하면 집값이 한 번 정도 더 뛰지 않겠느냐고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기간은 그 기대가 충족되지 않음을 확인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아래 미국의 집값 그래프를 보라.

  




2004년 중반기를 정점으로 해서 2006년 초반까지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기간에도 소폭이지만 두 차례의 조정과 반등이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반등기에 거래량 증가는 동반되지 않는다. 호가 위주의 집값 반등이었던 셈이다. 집값 거품이 극에 이른 것을 알게 되고 추가 대출조차 어렵게 되자 매수자들이 더 이상 거래에 가담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 같은 반등 시도가 과거와 같은 대세 상승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집값 거품 붕괴는 시작된다. 아래 도표처럼.


 



국내의 경우라고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세금 부담을 줄이고 건축규제를 풀어주면 주택 보유자가 좀 더 버틸 여력은 줄 것이다. 미미하지만 짧은 기간 동안 소폭의 반등이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호가 위주로 반짝 상승하는 것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국면에서 매수세가 따라붙지 않는다면 결과는 뻔하다. 매도자까지 포함해 전 시장 참여자가 더 이상 집값 상승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집값은 급락하기 시작한다.”(책 본문 118-122쪽 요약)

  

<인용글2>

“왜 더 늦기 전에 부동산에서 탈출해야 하는지를, 주택 소유자에게 최상의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설명해보자. 지금 부동산시장과 국내외 경제상황만 본다면 집값은 지금 바로 빠져야 정상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의 필사적인 노력으로 집값이 여기서 한 차례 정도 더 뛴다고 가정해보자. 하지만 집값이 뛴다고 해봐야 지금 상황에서 얼마나 더 뛰겠는가? 앞에서도 보았지만, 미국의 경우에도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기간의 반등은 매우 미미하고 거래가 동반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이상은 집값 상승 여력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기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값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고, 집을 살래야 살 실탄도 바닥났기 때문이다. 결국 오른다 해도 5% 이상 오르기 어렵다. 신체에 비유하자면 눈에서 머리 꼭대기로 오르는 정도다. 앞서 언급했지만, 10% 이상 오르지 않으면 투자 메리트가 거의 없다. 사실상 손해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더 이상 투자수단으로서 주택을 사거나 보유할 이유가 없다. 그렇게 해서 매물이 쏟아지면 그 시점에서 다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때가 되면 도저히 회복할 수가 없다. 아무리 ‘강부자 정권’이라고 해도 더 이상 집값 부양을 위해 쓸 수 있는 수단이 없다. 주택 소유자들의 심리도 회복할 수 없다. 이때 팔려고 하면 팔리지도 않는다. 5% 올랐다 해도 거래는 거의 동반되지 않고 호가 위주로 올랐을 것이다. 떨어질 때 한동안은 받아줄 매수자가 없을 것이다. 어쩌면 혹시 집값이 한 번 더 소폭 오른다면 그때가 주택 소유자들로서는 집을 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겠다. 모순처럼 들리겠지만, 동시에 잠재적 매수자들에게 이 말도 해야 하겠다. 만약 그런 때가 오면 절대 집을 사지 마라. 상투를 잡는 것이기 때문이다.”(책 165-166쪽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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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9. 2. 3. 09:14









며칠 전 통계청 발표 내용대로 2011년 이후 주택 수요 연령대 인구가 급속히 줄어들 것이라는 점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반면 공급 측면에서는 2015년까지 수도권의 택재개발사업과 각종 정비사업을 통해 약 160만 호의 막대한 물량이 쏟아진다는 점은 이전 글(http://bloggernews.media.daum.net/news/2401305)  에서 소개한 바 있습니다.  현재 정비예정구역으로 고시된 곳은 포함하지 않은 수치인데도 그렇습니다. 지자체 재량으로 하는 지구단위 계획에 의한 공동주택개발도 포함하지 않은 수치인데도 그렇습니다. 
위에 언급한 물량에 더해 민간 부지에서 개발하는 사업을 최소로 잡아 2015년까지 약 40만호가 공급된다고 치면 약 200만호가 공급될 수 있습니다. 물론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라 실제 공급량은 달라질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위에 집계한 내용은 이미 주택을 철거하는 등 어떤 식으로든 사업을 진행하지 않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이미 전국 미분양 물량이 공식적으로만 16만호에 이르고, 수도권 곳곳에서 과잉 공급 여파로 빈 집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갑작스레 그린벨트를 풀고 가뜩이나 말썽많은 뉴타운을 26개나 추가 지정해 연간 50만호씩 공급한다고 합니다. 이처럼 조금만 긴 호흡으로 보면 너무나 뻔히 드러나는 무식한 짓을 계속하는 것은 부동산 거품이 꺼지는 가운데 자금난에 시달리는 건설업체들에게 예산으로 돈을 퍼주기 위한 핑계에 불과할 뿐입니다. 한마디로 서민 경기 부양은 핑계일 뿐 현 정권 자신들과 지지층의 정치적, 경제적 잇속을 챙기기 위한 것일뿐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수요 대비 막대한 공급 초과 상황이 뻔히 보이는데도 계속 분양주택 일변도의 공급을 부르짖는 건설족들의 최근 논리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공급이 줄어들면 2~3년 후 공급이 부족해지니 지금부터 미리 공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그동안 단기적으로 과잉 공급된 주택 물량이 부동산 버블 붕괴를 통해 자연스레 조절되는 것인데, 이마저 부인한다는 점에서 논리적으로 반박할 가치를 못 느낍니다. 다만 90년대 초에도 '주택 200만호 건설 정책' 여파로 뒤늦게 공급된 물량을 해소하는데만 적게 잡아도 3~4년은 걸렸다는 점을 상기시켜 드리고자 합니다.  

 

둘째 논리는, 1인 가구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으니 주택공급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둘째 논리도 조금만 생각해보면 터무니 없는 주장인데 엉터리 부동산 재테크 업자들과 언론, 심지어 '강부자정권'을 통해서 확대재생산되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국내에 독립적인 전문가들이 좀더 많아서 조금만 더 목소리를 내고, 기득권 위주의 목소리가 아닌 제대로 된 정보가 유통된다면 그런 엉터리 논리는 발을 못 붙일 텐데요.

 

소위 ‘1인 가구 증가--->분양 주택 공급’이라는 논리는 기본적으로 늘어나는 1인 가구들이 모두 주택을 살 수 있는 충분한 구매력이 있는 것을 전제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제 책에서 짧지만 살짝 언급한 바가 있긴 합니다. 즉, 기성 언론들이 늘어나는 1인 가구가 모두 자기 개성을 추구하는 ‘골드 미스/미스터’인 것으로 포장한 것은 터무니없는 여론조작이라는 것입니다. 정말 1인 세대들이 '골드 미스족'일까요?

 

아래 도표를 한 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1인가구의 소득이 2인가구 이상 소득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것이 눈에 띨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100만원 미만 소득자가 45%, 100~200만원 소득자가 31%로 전체의 76%를 차지합니다. 1인 가구의 약 4분의 3이 월소득 200만원 이하 저소득층이라는 것입니다. 반면 ‘골드미스/미스터’라고 부를 수 있을 계층을 넓게잡아 월 소득 300만원 이상이라고 할 때 해당 1인 가구는 8.0%에 불과합니다. 한 마디로 ‘골드 미스/미스터’는 제일기획같은 재벌광고회사와 기성 언론이 합작해 만들어낸 환상일뿐 절대 현실이 아닙니다.

 

 <도표> '서울시내 1인가구의 월평균 소득수준

 

출처: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오히려 1인가구의 급증 현상은 집값 폭등과 청년실업 증가, 소득 부족으로 인한 결혼 지연,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독거 노인 가구의 증가 등 한국사회의 심각한 문제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입니다. 실제로 1인 가구의 연령대별 인구를 보면 30대 미만과 60대 이상에서 급증하고 있습니다. 한국 언론들이 잘 보여주지 않는 밑바닥 서민들의 경제적 고통과 충격 등이 1인 가구 증가라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들 가구들은 앞으로 공급될 일반 분양주택의 수요층들이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대부분 사회적 보호 또는 지원이 필요한 가구들니다. 주택정책적 측면에서는 이들을 위한 저렴하고 질 좋으면서 독신자가 생활하기 편리한 공공임대/전세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독거 노인들이 편리하게 생활하고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역세권 등에 대규모 공공임대주택을 지을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와 구체적 양상은 다르지만, 현재 1인가구 비율이 약 40%에 육박하는 일본 도쿄의 경우에도 이들 가구는 대부분 임대주택 생활자들입니다.

이들 가구들의 주거 문제는 대규모 분양주택 공급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도 지금 같은 중대형 주택 위주로는 더더욱 안 되고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지금 개발차익을 노린 투기세력의 먹잇감이자, 건설업체들을 먹여살리기 위한 수도권의 대량 주택 공급을 받아줄 수요 인구는 없습니다. 대량 주택 공급을 받아줄 수요를 1인가구 증가로 합리화하는 것은 한마디로 넌센스이고, 조작에 가깝습니다. 정작 서민들이 필요로 하는 주택공급은 없이, 아파트 분양가 폭리로 국민들 등쳐먹을 욕심에 엉뚱한 다리 긁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는 이같은 건설족들의 요구에 오히려 편승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기야 '건설족 수괴'가 대통령으로 있는 정권에 뭘 바라겠습니까마는.

 

그리고 오해를 피하기 위해 한 가지 부연하고자 합니다. 제가 수급문제를 말씀드리는 것은 그동안 건설족들이 하도 '공급이 부족하다'고 주장하니 그것을 반박하기 위해서이지, 전적으로 수급상황이 주택 가격을 결정한다고 주장하는 게 아님을 말씀드립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가 앞으로 변화하는 인구추이나 세대분화, 사회경제적 메가트렌드 변화에 맞춰 어떻게 주택정책을 가져가느냐에 관한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이미 인구 과밀로 인한 교통 체증과 기반시설의 과부하가 심각한 서울 등 수도권 집중 현상을 해소해야 합니다. 이 같은 사회경제적 트렌드와 원칙을 토대로 주택 보급율이 선진국 수준인 115~120%까지 이를 때까지 꾸준히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다만, 공공부문의 주택 공급 방법은 획기적으로 달라져야 합니다. 공공택지를 개발해 민간건설업체들이 폭리를 취하는 분양 주택 공급 일변도에서 벗어나자는 것입니다. 건설업체들이 땅장사와 집장사로 폭리를 취학 하는 방식이 아니라 공공이 저렴하면서 양질의 공공장기임대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공기업을 비대화하지 않는 방안을 우리 연구소는 갖고 있습니다. 향후 인구 추이와 공급 물량, 이에 따른 주택정책의 방향에 대해서는 우리 연구소가 발간하는 <경제시평> 등을 통해 다시 한 번 자세히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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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9. 1. 23. 07:26

20일 통계청이 ‘향후 10년간 사회변화 요인분석 및 시사점’이라는 통계자료를 발표했다. 급속한 고령화로 요약되는 향후 10년간 인구구조의 변화가 한국 사회의 각 부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한 보도자료라고 할 수 있다. 아직 통계청 홈페이지에 발표내용이 올라오지 않아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향후 주택시장에 미칠 영향이 눈에 띈다. 이에 관해서는 필자가 지난해 9월 출간한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라는 책에서 이미 설명한 바 있다. 이날 통계청 발표 내용은 필자가 책에서 자료로 삼았던 것을 정부 기관이 최신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재확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주택을 집중적으로 구입하는 35살에서 54살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하는 것은 2011년부터. 또 노동생산성이 높은 30~40대 인구가 이미 2006년부터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15세에서 64세로 분류되는 생산가능 인구도 2016년부터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도 우려되고 있다.

 

이 같은 인구 구조 변화가 주택시장에 가져올 영향은 분명하다. 지금까지 부동산 시장을 뒤흔들었던 베이비 붐 세대가 주택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면서 주택수요를 크게 위축시키게 되는 것이다. 이에 더해 한국 사회의 고령화 속도는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르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보통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7% 이상인 나라)에서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 이상인 나라)로 가는데 보통 80년 이상이 걸린다. 하지만 한국은 고령사회에 진입한 2001년 이후 불과 26년만에 초고령사회로 이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된 일본이 36년 걸렸던 것에 비해서도 10년이나 빠른 속도다.

 

더구나 78년 이후 출생한 지금의 20대들은 절대 숫자에서뿐만 아니라 주택 구매력 측면에서도 앞선 베이비 붐 세대들의 빈자리를 결코 채우지 못한다. 이들은 외환위기 이후 ‘고용 없는 성장’시대에 상당수가 비정규직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세대다. 동시에 2000년 이후 발생한 부동산 거품에서 철저히 불이익을 받게 된 세대다. 이들의 대부분은 베이비 붐 세대에 비해 경제력이 취약하다. 이들이 기성 세대가 빠져나간 주택 시장을 채워줄 수 있을까?

 

그런데 문제는 향후 막대한 물량의 주택이 공급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주택 시장에서는 미분양 물량 급증과 입주율 저조 등 공급 과잉임을 나타내는 징후들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향후 수도권에서 추가 공급될 주택 물량은 어마어마하다. 이 또한 필자가 책에서 이미 언급한 바 있지만, 최근 2008~2015년까지 수도권의 택지개발사업과 정비사업(뉴타운/재개발/재건축 포함)에서 공급될 주택 물량만을 한 번 집계해보았다. 집계결과 2015년까지 모두 159만 1000호가 준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서울 35만 3000호, 인천 19만5000천호, 경기 104만4000호이다. 이는 현재 정비예정구역으로 고시된 곳은 포함하지 않았고, 지자체 재량으로 하는 지구단위 계획에 의한 공동주택개발도 포함하지 않은 수치다. 사실 수도권 기초 지자체 가운데 이런 개발 계획 없는 곳이 거의 없지만 파악하기 어려워 포함하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에 민간 부지에 자체 개발하는 사업을 최소로 잡아 2015년까지 약 40만호가 공급된다고 치자. 그러면 2015년까지 수도권에서 공급되는 물량은 총 200만호이다. 소위 말하는 1인 가구의 증가 등을 고려해 한 가구당 평균 가족 수를 3명만 잡아도 600만명이 필요하다. 2015년까지 수도권에서 600만명의 인구가 생겨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자연 출생에 의해서는 불가능함이 통계청 자료를 통해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매년 수도권으로 순유입되는 인구도 몇 년 전부터 10만명 이하로 줄었기 때문에 이를 통해서도 수도권의 공급 물량을 받아줄 인구는 없다. 1인가구의 증가들을 많이 거론하는데, 현재 늘어나는 1인 가구의 상당 부분은 집값이 너무 올라 결혼하지 못하는 미혼남녀가 증가한 탓이 크다. 집값이 떨어지면 이들 중 상당수는 가족을 이룰 사람들이다. 트렌드의 변화에 따라 1, 2인 가구용주택 공급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마치 주택시장의 거대한 수급구조 추이를 뒤집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주택시장은 수급 구조에 따라서만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투기수요와 정부 정책 등에도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위에서 본 2015년까지 나타날 주택시장의 수급상의 괴리가 너무나 확연해서 다른 여러 요인들을 압도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판에 중앙 정부는 지난해 9.19대책에서 뉴타운을 추가 지정하고, 갑작스레 그린벨트까지 풀어가며 연간 50만호를 꾸준히 공급하겠다고 했다. 정말 집값을 떨어뜨리기보다는 당장 자금난에 시달리는 건설업체들에게 돈을 퍼줄 심산이었겠지만, 자신들이 퍼질러놓은 사업의 결과까지 무시하며 무지막지한 정책을 펼치는데는 기가 질린다.

 

결국 현 정권의 정책 방향은 단기적으로는 부동산 거품을 더 키워 거품 붕괴를 막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 같지만, 국내외 거시경제 흐름을 생각하면 이는 불가능에 가깝다. 오히려 현 정권의 정책은 2010년대 이후 이미 꺼져 있는 주택시장에 계속 찬물을 끼얹는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 잠실 재건축 물량들이나 경기 남부축의 주택 공급이 인근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처럼 말이다. 이렇게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무모한 정책을 내놓는 정부가 한심하게 느껴진다. 다만 매우 무식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집값은 확실히 떨어질 것 같으니 반겨야 할까? 한 편의 블랙코미디를 보는 듯 씁쓸할 뿐이다.

 

마지막으로, 최근 현 정부의 투기 선동 정책 등으로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호가가 반등하는 흐름에 현혹돼 섣불리 뛰어들지 말기를 바란다. 고점 대비 집값이 많이 폭락했다고 해도 여전히 집값은 한국 경제와 가계의 평균적 경제 체력에 비해 너무 놓은 상태다. 위에서 설명한 수급구조가 보여주는 것은 2010년대 이후 집값은 지금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강부자 정권’의 투기선동책에 불안해하기보다는 느긋하게 기다리면서 어떻게 하면 부동산 거품을 빼고 모든 이들이 저렴하면서도 양질의 주거를 확보할 방안을 고민하는 게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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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9. 1. 20. 16:37

최근 서울 및 수도권 지역의 집값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집값이 고점에서 유지되는 가운데 부동산 거래량이 줄어드는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기간을 지나 이제 집값 거품 붕괴가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 보도를 보면 서울 강남과 목동, 경기 분당과 용인 등 소위 ‘버블 세븐’ 지역을 중심으로 2006년말~2007년초 고점 대비 ‘반값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일부 엉터리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급매물 가격이기 때문에 시세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정부 공인 통계인 국민은행 아파트 시세 통계를 보면 이 같은 현장의 폭락 분위기는 잘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수도권 내에서도 인천이나 일부 개발 호재 지역에 따라 집값이 소폭 상승하거나 상대적으로 덜 하락한 경우도 많아 전체적으로는 통계상 집값 하락폭이 적게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점을 고려한다고 치더라도 실제 부동산시장의 현장 분위기와 각종 부동산 통계의 하락폭은 딴판인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집값 하락세가 본격화된 올해 하반기 들어서도 수도권의 주택 가격이 소폭이지만 꾸준하게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면 “급매물 가격은 시세가 아니다”라는 주장은 왜 엉터리일까? 이를 정확히 파악하려면 우선 주식시장의 주가지수 산출방식을 보면 된다. 예컨대 삼성전자 발행주식을 100만주라고 할 때 100만주 모두가 거래돼 주가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전체 발행주식 가운데 실제 매일 증권시장에서 거래되는 물량은 불과 1%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거래되는 1% 미만의 물량이 삼성전자 주식 전체의 시가총액을 결정한다. 예를 들어, 전체 삼성전자 주식 100만주 가운데 1%인 1만주가 거래돼 어느 날 상한가를 기록했다고 하자. 증권시장에서 거래된 물량은 1만주밖에 안 되지만 이 1만주만 상한가를 기록한 것이 아니라 전체 삼성전자 주식 100만주의 가격 모두가 상한가로 상승한 것이 되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의 가격지수 역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주택 전체 재고가 약 1,300만호이므로 한 가구당 1억 원만 쳐도 1,300조원이다. 그런데 전국의 아파트 거래물량은 2006년 112.5만호, 2007년 84만호 수준이다. 계산의 편의상 연간 100만호 가량이 거래된다고 가정하면 전체 주택 재고의 약 7.7%가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주식시장에서와 마찬가지로 7.7%의 주택 물량이 거래되면서 전체 1,300조원에 이르는 주택의 자산가격이 함께 오르내리게 되는 것이다. 물론 세부적으로는 증권시장에 상장돼 있는 개별 종목들처럼 주택시장에서도 대치동 은마아파트 102㎡형, 분당 서현동 108㎡형처럼 같은 지역의 같은 규모 아파트 별로 부동산도 일종의 ‘종목별’ 시세가 형성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물론 층별이나 조망권 여부 등에 따라 약간의 편차는 있지만 말이다. 어쨌든 부동산 폭등기에 일부 주택 물량이 거래돼 전체 주택의 가격이 결정됐듯이 부동산 폭락기에도 일부 주택 물량이 거래돼 전체 주택의 가격이 결정되는 것 또한 분명하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최근 서울 강남 등 ‘버블 세븐’ 지역의 주택가격은 이미 최소 30~40% 이상 떨어진 것으로 보는 게 정상이다. 각 부동산 중개업소별로 고점 대비 최소 30% 이상 떨어진 매물들이 수십~수백 건씩 쌓여 있기 때문이다. 물론 거래량이 과거 부동산 활황기에 비해 급격히 줄었다고 하지만 어쨌든 거래가 일어나는 가격대는 이들 매물 가운데 가장 싼 매물의 가격대이고, 현재 매도자 입장에서는 그 가격대 이상으로는 주택을 아무리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게 부동산 시장의 냉엄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지금 거래되는 아파트들이 급매물이므로 정상적인 시세로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하지만 지금 부동산 중개업소마다 쌓여 있는 매물들은 모두 급매물들이다. 급매물이라는 표현도 모자라 ‘급급매물’ 또는 ‘초급급매물’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상황이 이 정도라면 말이 급매물이지 사실은 정상적인 매물이라고 봐야 한다.

 

 

물론 시장 상황에 따라 정상적인 시장 거래 가격으로 보기 어려운 일시적인 급매물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특정 아파트의 전체 평균 시세가 10억 원으로 형성돼 거래가 일어나는 상황에서 어떤 가계가 해외 이주나 지방 전근, 또는 급한 현금 확보 필요성 등의 이유로 시세보다 낮은 9.5억 원에 집을 팔았다고 치자. 이 경우 9.5억 원에 그 집이 팔렸다고 해서 같은 종류의 아파트 시세가 9.5억 원으로 수렴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해당 급매물 하나만 부동산시장에서 거래되고 나면 나머지 아파트들은 여전히 10억원 선에서 거래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버블 세븐 지역의 상황은 한 두 물건이 거래된 뒤 나머지 물건들이 다시 과거 고점 가격대로 환원돼 팔릴 상황이 아닌 것이다.

 

 

이런 점에서 “급매 가격은 시세가 아니다”라는 일부 엉터리 전문가들의 주장이나 국민은행이나 사설 부동산 업체들의 아파트시세 통계는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안방에서 클릭 한 번으로 주식 거래를 할 수 있는 주식시장과 달리 부동산 시장의 거래 회전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주택 통계상으로는 이 같은 집값 하락을 바로 바로 반영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부동산시장에서 직접 사고 팔 수 있는 가격을 실제 거래가격이라고 본다면 현재의 급매가격은 정상적인 시세라고 봐야 한다. 집값 거품을 아무리 유지하고 싶은 강부자나 사기꾼 전문가들이 아무리 부인을 해봐도 ‘버블 세븐’을 중심으로 집값이 사실상 반토막 난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시간이 좀더 지나면 그들도 그같은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시기가 올 것이다. 집값이 계속 더 떨어질 것이고, 시차를 두고 부동산 통계에도 그 같은 시세가 반영될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일본에서도 부동산 버블 붕괴 초기 버블의 붕괴를 한사코 부인하던 소위 부동산 전문가들이 결국 나중에 줄줄이 반성문을 썼다. 국내의 엉터리들은 반성문을 쓸 염치나 갖고 있을지 의문이다.

by 선대인 2008. 12. 5. 09:18

불과 한두 달 전까지만 해도 집값이 대세하락하느냐를 두고 논쟁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웬만해서는 대세하락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사라진 듯 하다. 현재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국내외 거시경제 흐름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아직도 수급 상황으로 볼 때 소형 평형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계속 강세를 띠지 않겠느냐고 전망하는 분들이 있다. 이 분들의 주장은 일견 타당성이 있다. 왜냐하면 최근 몇 년간 수도권에서 중대형 공급은 대폭 늘어난 반면, 서민들과 신혼부부들이 주로 찾는 중소형은 공급이 지난 몇 년간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본론에 앞서 평형별 공급 물량 변화를 조금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2001~2003년 집값 폭등기에 중대형 평수 위주로 집값이 오르자 대부분 언론에서는 중대형 평수의 공급이 부족한 때문이라고 떠들어댔다. 실제로 중대형 평형 공급이 부족한 탓도 있었지만, ‘중대형이 돈이 된다’는 생각에 여러 사람이 사재기를 한 탓도 컸다. 그러다 보니 건설업체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중대형 평형을 지어댔다. 이후 이뤄진 대부분 재개발 재건축과 뉴타운 사업이 중대형 평수 위주로 이뤄졌음은 물론이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시정연)이 2007년말 펴낸 ‘저소득층 주거안정을 위한 저가 소형주택 확보방안’에 따르면 중대형 평수 위주의 아파트 비중이 최근 몇 년 새 크게 늘었다. 2002년의 경우 연립 및 다세대 주택이 전체 서울지역 주택 건설 비중의 64.6%를 차지했으나, 2006년에는 21.3%로 대폭 줄었다. 반면 아파트 건설 비중은 2002년 32.4%였으나, 2006년에는 76.5%나 됐다.

 

서울만 그런 게 아니었다. 2003년 이후 지어진 수도권 아파트도 중대형 평형이 대세였다. 이 흐름을 가장 강하게 탔던 경기도 용인이 전국에서 아파트 평균 면적이 가장 큰 도시가 된 것도 우연이 아니었다. 몇 년 전 대량으로 분양됐던 중대형 평수의 입주물량이 쏟아진 서울 잠실재건축 단지나 용인 등 경부축의 중대형 평형이 죽을 쑤는 것도 이런 수급 측면이 강하다. 이렇게 입주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다 보니 이 지역은 심각한 역전세난까지 겪고 있는 것이다.

 

역으로 주로 서민들이 사는 중소형 평형의 공급은 크게 줄었다. 올해 총선을 전후해 노원구와 도봉구, 강북구 등의 집값이 상승한 것이나 최근에도 강북 중소형 평형을 중심으로 전세난을 겪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2005~2007년 3년 동안 강북에서만 5만호가량의 소형 주택이 철거된 반면 신축된 소형 주택은 1만4000여 호에 불과하다. 더욱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약 8만5000가구가 철거될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이처럼 강북 소형주택의 품귀현상이 소형평형 위주의 집값 상승을 유발했고, 투기 세력이 가세해 집값 상승이 확대된 것이다.

 

그렇다면 강북 중소형 평형은 앞으로도 상대적으로 계속 강세를 띨까? 그렇다고 보기 어렵다. 우선, 뉴타운 사업지역 주민들의 70~80%가 세입자여서 이 같은 수급 불균형에도 불구하고 매매 수요의 급증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들 지역의 집값은 추가 매수세가 없자 8월부터 가파른 하락세를 겪고 있다. 다만 해당 지역 및 인근 지역의 전월세난은 계속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정치적 목적을 위해 동시다발적으로 밀어붙인 뉴타운이 가져온 폐해인 셈이다.

 

시장의 가격 조절 메커니즘을 생각해봐도 중소형 평형의 동반 폭락은 불가피하다. 왜 그럴까? 중대형 가격이 떨어지면 중소형의 가장 큰 대체제는 가격이 싼 중대형이 된다. 예를 들어, 공급이 많은 32평형의 가격이 크게 떨어져 공급이 적은 24평형 수준에 근접한다고 해보자. 24평형 수요자들이 조금씩 32평형 수요층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 즉, 시간이 지나면 예를 들어, 32평형까지는 떨어지고, 24평형부터는 안 떨어지는 현상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중소형의 공급이 부족한 것이 집값 하락 과정에서 약간의 제동장치 역할은 할 것이다. 하지만 중소형도 대세 하락의 자장은 못 벗어날 것이다. 지금은 집값 하락 초기단계라 평형별로 상대적 강세-약세가 나눠지는데, 집값 하락이 지속되면 시장메커니즘에 따라 모든 평형에서 집값이 하향 수렴하게 될 것이다. 단순화해 본다면 이런 식이다.

 

중대형 공급 과잉/중소형 공급 부족--->중대형 가격 하락/중소형 상대적 강세--->값이 내린 중대형으로 중소형 수요자 이동--->중소형 수요 감소--->중소형 가격 동반 하락

 

하지만 수급상황만으로 현재 부동산시장을 해석하는 것은 상황을 단순화할 위험이 크다. 사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기본적으로 투기 버블로 인해 한껏 부풀었다가 빠른 속도로 투기 버블이 해소되고 있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투기 버블이 해소되는 관점에서 현재의 같은 현상을 달리 설명할 수 있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 승천하다 하강하는 용을 생각해보면 된다. 오를 때는 용머리(예를 들어, 강남 등 버블세븐)부터 오르고 이어 가장 변두리 지역(예를 들어, 강북의 소외지역)이 가장 늦게 오른다. 하늘로 승천한 용이 턴할 때는 어떻게 될까? 역시 용머리부터 내려온다. 용머리가 내려오는 동안에도 용꼬리는 여전히 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용머리가 충분히 내려온 어느 순간 용꼬리도 떨어지게 돼 있다. 요약하자면, 오를 때나 내릴 때나 결국 용머리(핵심지역/블루칩 주택)의 가격이 기준이 되며 이 방향으로 수렴되기 마련이다.

 

이는 투기적 속성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내리기 때문에 그렇다. 투자적 관점에서 투자수익률이 높았던 핵심 지역-핵심 평형에서 가격이 급등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투자 메리트가 떨어진다. 1억원에서 1억원 더 오를 때는 투자수익률이 100%이지만, 10억원에서 1억원이 더 올라봐야 투자수익률이 10%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단기간에 가격이 급등하면 더 이상은 투자 매력이 사라지므로 상대적으로 덜 오른 차순위 지역-평형 등으로 옮겨간다. 이런 식으로 가장 소외됐던 지역과 평형이 마지막으로 오른다. 투기 불꽃이 꺼지기 전 마지막 타오르는 불꽃인 셈이다.

 

투기 대상 지역이 이동하는 가운데 버블의 핵심 지역에서는 투자수익률이 정체를 빚다가 더 이상 과다한 부채를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부터 하나 둘씩 매물을 내놓게 된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어느 순간 투매가 일어나 가격이 급락하게 된다. 핵심지역의 가격이 떨어지게 되면 다른 지역에서도 연쇄적으로 가격이 떨어지게 된다. 비핵심지역의 집값 기준점은 핵심지역의 가격이므로 기준점에 비해 가격 재조정이 불가피해지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일정한 시차를 두고 비핵심지역까지 가격 하락 현상이 번져가게 된다. 용머리에 이어 용꼬리까지 완전히 하강 모드로 들어가는 것이다. 지금 한국에서는 투기 버블의 붕괴로 용머리(=버블세븐)가 떨어진데 이어 용꼬리(강북 중소형)까지 완전히 하강국면에 진입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과거 일본에서도 이런 현상이 있었다. 도쿄 오사카 등 도심의 핵심 업무지역부터 집값이 상승해서 전국적으로 퍼져갔다가 내릴 때도 도쿄, 오사카 등 6대 도시부터 떨어졌다. 이들 6대 도시의 핵심지역의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한 90~91년에도 비핵심지역의 일부 지역들은 여전히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91년 초반까지 전국적으로는 집값이 조금씩이나마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91년 중반이후에는 전국적으로 집값이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해 점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미국의 경우 국토 면적이 넓어 이같은 현상이 상대적으로 미약하게 나타나지만, 2000년대 이후 미국에서도 미약하지만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 미국 케이스-쉴러 지수에 따르면 2000년대 이후 10대 도시에서는 138% 상승했지만, 20대 도시로 확대하면 104%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떨어질 때도 10대 도시의 하락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9월말 현재 10대 도시에서는 고점 대비 22% 떨어졌고, 20대 도시는 20% 정도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현 시기는 이처럼 버블 붕괴의 메커니즘에 따라 진행되는 현상에 더해 앞서 설명한 평형별 공급물량의 변동이 시장에 함께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중소형의 공급 부족 현상 때문에 약간 지연됐을 뿐 용꼬리가 용머리에 따라붙는 것은 결국 시간 문제일 뿐이다. 결론적으로, 중대형 집값이 폭락하면 시차가 있겠지만 결국 중소형까지 포함한 수도권 전체의 집값이 모두 떨어지게 된다. 중소형 공급 물량이 부족하니 중소형은 앞으로 계속 강세를 띨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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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올려주신 여러 댓글들을 읽고 첨언합니다. 이 글은 현재 상태의 집값을 설명하는데 초점을 맞췄고, 부수적으로 중대형과 중소형 집값을 전망하는 것입니다. 이 글은 부동산 버블이 붕괴하면서 일어나는 패턴을 설명한 것일 뿐 엄밀한 분석을 하는 글은 아닙니다. 그런 부분에 대해 더 궁금증이 있는 분들은 이 블로그의 '임박한 부동산 파국'에 있는 글들을 참조하시면 좀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글쓴이가 집이 있느니 마니 저열한 인신공격을 퍼붓는 분들은 스스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런 태도야말로 매우 심각한 사회경제적 문제인 부동산 문제를 자신에게 득실이 되는지만 따지는, 유치한 소아적 관점으로 보고 있음을 드러낼 뿐이기 때문입니다.  


좀더 깊이 있는 정보와 토론을 원하시는 분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세요. 이 글은 연구소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by 선대인 2008. 11. 25. 13:23

최근 각종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집값 폭등을 주도했던 소위 '버블 세븐'을 중심으로 집값이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공인 집값 통계인 국민은행 아파트 시세 통계는 요지 부동이다. 그렇다고 사설 부동산 정보업체의 집값 통계 또한 신뢰하기는 어렵다. 각종 부동산 통계의 문제점과 이에 근거한 
정부의 주먹구구식 대응 행태에 대해 2회에 걸쳐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이 글은 그 두 번째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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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기사(http://bloggernews.media.daum.net/news/2049858)에서 정부 공인 통계인 국민은행 통계가 얼마나 부실한지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러면 부동산114, 스피드뱅크 등 사설 부동산 정보업체가 월 단위 또는 주 단위로 발표하는 주택가격 통계는 어떨까? 이들 업체들이 주택가격 통계 작성 방법론에 대해 공개하지 않고 있으므로 구체적으로 알기는 어렵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국민은행 통계 조사처럼 전국의 아파트 가운데 표본을 뽑은 뒤 업무계약을 맺은 현지 중개업소들의 가격 보고를 바탕으로 주간 및 월간 변동률을 분석한다고 할 수 있다. 이들 업체들도 현실과 거리가 있는 주택가격 통계를 작성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들 업체들은 시세를 최대한 반영한다고 하지만, 그 시세는 많은 경우 중개업소들의 주관적 보고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통화해본 한 사설 부동산 정보업체 관계자는 실제 거래된 가격이 있을 경우에는 거래 가격을 인용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부동산중개업소가 실제로 거래가 이뤄졌을 것으로 판단하는 가격을 인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거래가 이뤄졌을 것으로 판단하는 가격은 어떤 기준에 따라 정하느냐?고 묻자 나름대로 자체 기준이 있지만 외부에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답변했다. 이 관계자의 답변으로 미뤄볼 때, 국민은행 주택가격 통계와 마찬가지로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시세 통계가 작성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주민들의 반발을 우려하는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현 시장 시세를 제대로 반영해 가격을 통보하는 것을 바라는 것은 과욕이다. 실제로 경기도 수원시 매탄동의 한 아파트 32평형의 경우 현장 시세 3억5,000만 원에도 매수세가 없지만, 한 사설 부동산업체의 인터넷 사이트에는 하한가가 4억 원으로 잡혀 있다.

 

물론 부동산정보업체들은 시세 검증팀을 가동해 중개업소의 주관이 지나치게 개입되거나, 시세와 현저하게 다른 가격이 보고될 경우 검증에 나선다고는 한다. 하지만 제한된 인력으로 얼마나 많은 시세검증을 할지도 미지수이고, 실제 시세검증을 한다고 해도 현실을 반영하는 가격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그러면 국토부가 집계해 발표하는 주택 실거래가 자료는 어떨까?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 웹사이트에는 11월 17일 현재 실거래가 신고가 시작된 2006년 1월부터 2008년 10월까지 거래가 이뤄진 아파트 단지별로 실거래가 자료가 올라와 있다. 실거래가 자료는 실제 매매 거래가 이뤄진 사례들만 선별해 올리는 것이므로 전체 주택시장의 가격 흐름을 보여주는 통계로 보기는 어렵다. 거래가 이뤄지지 않은 주택들에 대해서는 어느 수준에서 시세가 형성돼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아직 실거래가 신고가 시작된지 2년 10개월밖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가격지수 통계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데이터가 축적됐다고 보기도 어렵다. 하지만 거래 실적이 있는 아파트 단지의 경우 그나마 최근 시장상황에 근접한 데이터로 참고할 수 있겠다.

 

하지만 국토부 실거래가 자료도 여러 면에서 최근 시장상황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우선 국토부는 “공개되는 아파트 실거래 자료는 적정성 검증을 거친 자료로 기준가액보다 상당히 낮게 신고한 가격은 분석 및 공개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부동산 폭등기에 매도자의 양도소득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거래 당사자간에 실제 가격보다 낮춰 거래한 것처럼 꾸미는 ‘다운 계약’을 걸러내기 위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화 통화에서 “집값 추이를 통해 도출된 기준가격에서 일정한 허용범위를 정하고, 부적정한 실거래 가격이라고 판단되면 한국감정원에 현장조사를 의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부적정 가격으로 판단하는 범위에 대해서는 “자체적인 판단 기준이 있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으나, 기존에 신고된 실거래 가격보다 10%이상 낮은 가격은 부적정 가격으로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토부의 이 같은 조치는 집값 폭등기에는 일정한 합리성을 가진다. 하지만 최근 같은 집값 하락기에는 정상적인 집값 하락 추세를 반영하는데 장애물로 작용할 가능성이 다분히 있다. 상당수 지역에서 빠른 속도로 집값이 하락하고, 소위 초급급매물까지 속출하는 경우에는 실제로 기존 거래가격보다 10% 이하로 체결되는 사례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실거래 가격은 지연된 가격 정보라는 점에서도 지금 같은 주택가격 급락기에는 시세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주택을 매수한 계약자는 매매일자로부터 60일 이내에 관할 기초자치단체에 신고하게 돼 있다. 이렇게 신고된 실거래 가격 데이터들은 서울을 예로 들면, 관할 구청을 거쳐 서울시에서 취합한 뒤 국토부에 보고하는 식으로 올라간다. 결국 매매 계약자의 신고와 행정상의 취합 및 보고 기간을 고려하면 최소 1~2개월 이상 지연된 정보를 보게 되는 셈이다. 더구나 최근처럼 거래량이 대폭 줄어든 상황에서는 참고할 수 있는 거래가격이 몇 달 전 가격인 경우도 허다하다.

따라서 국토부 실거래가도 현장 시세를 가늠할 수 있는 참고자료일 뿐 시장 거래가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자료로 보기는 어렵다. 물론 통계가 아니기 때문에 주택 가격 추이를 보여주는 자료로 삼기는 더더욱 어렵다.

지금까지 본 것처럼 부동산시장의 가격 추이를 정확히 보여주는 공신력 있는 주택가격 통계가 공공부문에서든, 민간부문에서든 아직 없다고 할 수 있다. 90년대 이후로만 따져도 여러 차례 부동산 가격의 폭등과 폭락을 경험하고 그로 인한 국민 경제 전체의 부작용과 폐해를 뚜렷이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제대로 된 부동산 가격통계조차 구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제대로 된 부동산가격 통계가 없으면 부동산 폭등기나 폭락기에 집값의 구체적인 양상과 투기 여부 등을 판단하기 어려워 잘못된 대응이나 늑장대응을 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다. 수도권의 집값 폭등이 가시화됐던 2005년 노무현정부의 국무총리는 전국적으로 2%밖에 집값이 오르지 않았다는 식의 발언을 했고, 노무현정부 말기에도 부동산거품이 발생한 지역을 버블 세븐으로 한정하는 우를 범했다. 반면 현 이명박정부는 자금난에 빠진 건설업계를 지원하는 명분을 만들기 위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주택가격 자료를 인용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가 10월 21일 발표한 가계 주거 부담 완화 및 건설부문 유동성 지원, 구조조정 방안 보도자료에는 정부가 공인하는 국민은행 통계가 아닌, 출처 불명의 부동산가격 자료가 실려 있다. 특히 이 자료에서는 서울 강남권과 수도권 신도시에서 최근 거래된 아파트 실제 가격은 2006년 말 고점 대비 약 15~20% 하락했다며 역시 출처 불명의 몇 개 아파트 거래 사례를 아래처럼 제시하고 있다.

 

 

강남권수도권 신도시에서 실제 거래된 가격은 '06년말 고점 대비 15~20% 수준 크게 하락

 

 

대치동 A아파트(31평형) : ('06.12)11.0억원 → (‘08.9)8.9억원, 분당 B아파트 : ('06.10)7.5억원 → ('08.9)6.0억원, 용인 C아파트 : (’06.12)5.5억원 → (‘08.8)4.4억원

 

(10.21대책 발표 자료 1쪽)

 

 

정부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판단 잘못으로 생겨난 미분양 적체로 자금난에 시달리는 건설업체들을 지원하기 위해 최근의 집값 폭락세가 잘 드러난 자료를 써야 하겠는데, 국민은행 통계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으니 인용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한마디로 자신들이 공인하는 통계를 스스로 믿지 못하는 한편 자신들의 정책을 합리화하기 위해 출처도 밝히지 않은 주택가격 통계 자료를 갖다 쓰고 있는 것이다. 이 정도면 한 마디로 코미디 수준의 행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자신들의 정책을 합리화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공인한 통계도 버리는 정부가 국민은행 통계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데 대한 언론 지적에 대해서는 아래 기사 인용문구에서 보는 것처럼 여전히 ‘문제는 있지만 어쩔 수 없다’는 태도다.

 

기획재정부는 그러나 부동산대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전히 공식 통계를 참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일부 지역적인 차이에서 실거래가와 통계의 괴리가 있겠지만 그것만 보고 전반적인 대책을 만들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경제신문 10월15일자)

 

국토부는 "정부 통계는 전체 주택의 가격 변동을 측정하기 때문에 실거래가와 차이가 있다"면서 "실거래가는 급매물 가격이어서 전체 주택시장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11월 5일자)

 

 

이렇게 언론에 답변하면서 자신들이 급할 때는 출처도 밝히지 않고 사설 정보업체의 통계까지 마구잡이로 가져다 쓰면서 자신들의 정책을 합리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정도면 파렴치하다는 말로도 모자랄 지경이다.

 

부동산 가격 통계뿐만 아니다. 주택보급률 통계나 미분양아파트 물량, 주택 규모별 멸실 주택 수 등 기본적인 주택 관련 통계가 매우 부실하거나 신뢰도가 낮다. 이러다 보니 중장기적으로 얼마나 많은 주택을 어느 정도의 속도로 보급해야 할지, 어떤 평수의 주택을 더 공급하고 덜 해야 할지 등 제대로 된 주택정책상의 대응이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니 미분양물량이 공식적으로만 16만호를 넘어서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르렀는데도, 느닷없이 그린벨트까지 풀어가며 연간 50만호 수준으로 10년 동안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책이 버젓이 발표되는 것이다. 정부 발표자료 어디를 읽어봐도 왜 연간 50만호의 주택공급을 지속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근거는 찾을 수가 없다. 이처럼 제대로 된 주택 관련 통계도 정비하지 않은 채 각종 주택 및 부동산 정책을 우왕좌왕 쏟아내는 정부의 행태야말로 한국경제의 위기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좀더 깊이 있는 정보와 토론을 원하시는 분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세요. 이 글은 연구소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by 선대인 2008. 11. 19. 09: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