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며칠 전 부동산 포털 업계 관계자조차 강남 재건축 위주의 일시 집값 반등은 “2차 폭탄돌리기이자 마지막 폭탄 돌리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 말을 전해드렸습니다. 이번에는 부동산 담당 기자의 말을 전해드리면 어떨까요? 그것도 3대 메이저 신문의 부동산 담당 기자 중 한 명이면 좀 더 신뢰가 갈까요? 어제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그 기자와 통화했습니다. 저도 기자 생활을 해봐서 알지만, 기자가 깊이는 알지 못하지만 적어도 담당하고 있는 영역에 대한 현장의 이야기는 두루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 기자가 열린 자세만 갖고 있다면 말입니다.


그 친구에게 제 의견을 말하지 않고 먼저 최근 집값 상황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물어봤습니다. “물론 단기 과열 국면이죠. 지금 실물경제가 계속 죽어가고 있는데, 집값이 이렇게 뛴다는 것은 말이 안 되죠.” 이런 ‘과열 국면’이 언제까지 계속 될 거라고 보느냐라고 한 번 물어봤습니다. “부동산 쪽 전문가라는 사람들 이야기를 죽 들어보면 대세 상승으로 간다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이 사람들 이야기를 종합해서 제가 판단해보건대는 빠르면 6월, 늦어도 3분기 시작 전(9월 이전)에 빠지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면 지금 들어가는 사람들은 폭탄돌리기에 완전히 물리는 것인데, 경고하는 기사를 자주 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솔직히 저 그 신문 안 보지만 지레 짐작해서 물어본 것입니다.) “아이고, 왜 안 써요. 나름대로는 과열됐다고 여러 차례 기사를 썼는데, 아직도 사람들이 과거와 분위기 다르다는 것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그리고 다른 여담을 좀 하다가 그 기자가 이런 얘기도 하더군요. “정말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부동산 전문가들이 없는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 정말 중요한 영역인데, 가지고 오는 보도자료 보면 ‘지하철 9호선 개통으로 주변 집값 들썩’ 이런 자료나 갖고 오고, 또 일부 기자들은 그런 기사들 그대로 써대니 말입니다. 도대체 한국 경제나 세계 경제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고, 향후에 인구구조 변화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도 안 하고. 그런데 그런 사람들 외에는 취재원이 잘 없으니 전혀 안 쓸 수도 없고 참 갑갑해요.”


이상 그 기자의 말입니다. 이 글을 쓰려고 그 기자와 통화한 것은 아닌데, 오늘 아침 출근길에 생각해보니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 말을 전해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쓰는 겁니다. 그 기자에게 사전에 양해를 구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사과의 말을 드립니다.


지난 번에도 그랬지만, 제가 다른 사람들 얘기를 옮기는 이유는 경고하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원래 장기 대세 하락을 주장했던 사람이라서 아무리 논리적이고 구체적인 근거를 가지고 이야기하니 원래 저 사람은 저럴 거야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듯합니다. 그래서 일반인의 통념상 부동산 하락을 얘기할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입니다. 이번 집값 반등 국면은 대세 하락장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단기 반등 국면입니다. 주식시장의 베어마켓 랠리쯤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부의 투기 조장책과 투기성 짙은 자금의 유입으로 집값이 잠깐 들썩이자 ‘집값이 다시 폭등하는 것 아니냐’고 불안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심지어 우리 포럼은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건설하기 위한 다양한 경제 사회 문제들을 토론하는 곳인데도, 답답했던지 투자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최근 몇 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회원들의 사정을 보면 모두 대출을 50% 가량 받아야 한다고 하고, 대출 액수를 보면 모두 중소형 평형으로 보입니다. 본인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 정도면 이미 실수요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집값이 더 뛸까 불안해서 무리하게 집을 사는 것이지 이것을 어떻게 실수요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이런 분들이 돈 많은 부자들도 아니고 월급 모아가며 빠듯하게 살아가는 우리 주위의 평범한 서민들로 보입니다. 이런 불황기에 토지보상금을 받았든지 아니면 돈이 넘쳐나 주체를 못하는 부자라면 '그래, 들어가서 한 번 깨져봐라' 하겠는데 이런 서민들이 부동산시장 언저리를 맴도니 아찔하게 느껴져서 경고를 안 할 수 없습니다. 도대체 상황이 얼마나 엄혹한지도 모르고 투기 세력과 이를 비호하는 투기꾼 정부의 투기 조장책으로 단기 반등한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까 고민하나요? 제가 재무 상담사도 아니고 딱 잘라 사라, 팔라는 안 하는데 이런 분들은 제 주변 사람이라면 정말 말리고 싶습니다. 더욱이 아직 노후 걱정을 할 나이가 아닌 40대 전반 이전의 젊은 세대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길게 보면 앞으로 충분히 싸게 집을 살 수 있는 시기가 얼마든지 있을 텐데 왜 그렇게 빚을 내 거품 잔뜩 묻은 아파트를 사려고 안달인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주식시장처럼 넉넉잡아 몇 달 안에 치고 빠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몇 년간은 보유해야 할 텐데 도대체 최소한의 계산은 해보고 들어가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하긴 이런 분들 특성이 있습니다. 논리적으로는 저 같은 사람이 설명하면 다 맞다고 하면서도 결국 돌아서면 ‘집값은 또 오를지도 몰라’라고 합니다. 저는 이런 분들을 ‘부동산 이중인격자’라고 하는데, 이런 분들 주변에 많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정부와 정치권의 거듭된 정책 실패로 집값이 계속 오르다 보니 사람들 나름대로 생긴 학습효과인지 모르겠습니다. 또한 부동산 투기 조장꾼들의 선동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이런 분들이 제 말을 얼마나 귀담아들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래도 경고를 계속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실수요자도 아닌 사람이 부화뇌동해서 이번 단기 반등 국면에 들어가서 물리면 향후 매우 큰 경제적 고통을 겪게 될 것입니다. 빚을 많이 내면 낼수록 그렇습니다. 이번 외에도 한, 두 번 정도 단기 반등 국면이 더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마찬가지입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이제 대세는 꺾였습니다. 그저께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도 “서울지역의 주택 가격이 과대 평가돼 있다”며 서울지역의 경우 주택가격 하락압력이 높아진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경기침체 심화에 따른 가계의 소득여건 악화, 미분양 주택 누적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 주택가격은 미국과 영국처럼 장기에 걸쳐 큰 폭의 하락세를 지속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까지 덧붙였습니다. 물론 저금리 기조와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등은 주택가격 하락을 ‘제약’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제약일 뿐 집값 하락을 막을 수는 없다는 뜻으로 읽어야 합니다.


한국은행 같은 권위 있는 기관의 말보다도 ‘부동산 투기 조장 전문가’들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이시렵니까? 하기는 과거 일본에서도 버블 붕괴 후 수년 동안 ‘부동산 불패 신화’가 완전히 사그라들지 않았던 점을 생각하면 지금 일반인들의 불안감은 이해할 만합니다. 하지만 부동산 투기 조장가들과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일부 언론의 엉터리 기사에 현혹되지 마시고, 국민경제 전체 입장에서 사안을 분석, 평가하는 저희 같은 독립적인 전문 연구기관의 말에 귀를 기울이십시오. 향후 집값은 단기적 등락이 있겠지만, 결국 대세하락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혹시 못 읽어본 분들을 위해 제가 최근 쓴 글들을 아래에 링크하니 읽어보시고 판단해보시기 바랍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KBS 뉴스라인에서 다 말 못한 최근 부동산 상황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619465


최근 부동산시장, 큰 그림을 보라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25&articleId=95415


일본에서 다 나왔던 각종 부동산 불패론의 말로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627656

부동산 포털 관계자도 "지금은 마지막 폭탄 돌리기 국면"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25&articleId=96940

집값 IMF 직후처럼 반등할 수 없는 이유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632973&RIGHT_DEBATE=R8&RIGHT_DEBATE=R10

by 선대인 2009. 4. 30. 0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