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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6.04 대학가 하숙비, 이명박이 올렸다 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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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운 ‘불똥’ 자취·하숙생들 갈 곳이 없다”
“군대 갔다 오니 하숙비 2배 가량 껑충”…고민에 빠진 대학가.
4일자 경형신문이 보도하고 다음과 네이버 등이 탑화면에 배치한 기사의 제목이다. 서울시가 한꺼번에 추진중인 뉴타운 개발로 인해 대학가에도 주거대란이 일어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다.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보도내용 일부를 옮겨보자. “뉴타운 지정으로 전셋값이 폭등한 데다 하숙집들도 잇따라 철거되면서 방값이 점점 올라 하숙방 품귀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대학생들은 기숙사에 희망을 걸어보지만 대부분 대학의 기숙사는 지방 학생들을 모두 수용하기에는 태부족이다. 서울시내 대학 가운데 인근에 뉴타운이 조성되는 곳은 12개 학교. 이문·휘경뉴타운 근처의 경희대·한국외대·한국예술종합학교와 흑석뉴타운 근처의 중앙대 등이다. 이들 12개 대학 재학생 중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 수는 4만2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동작구 흑석동 흑석뉴타운 예정지에서는 이미 철거된 가구를 포함해 올해 안으로 1046가구가 철거된다. 중앙대생들이 자취·하숙을 하던 흑석동의 저렴한 소형 주택들은 대부분 철거 대상이다. 서울시립대 주변의 전농·답십리뉴타운, 이화여대와 추계예술대 주변의 아현뉴타운 등도 올해와 내년 중에 차례로 철거에 들어갈 예정이다.”
집값 폭등, 낮은 원주민 재정착율, 아파트 일변도의 획일적 주거유형, 소형 주택 철거로 인한 서민주거난 등 이미 드러난 뉴타운 사업의 문제점과 부작용은 이만저만 아니다. 여기에 대학 하숙비 폭등까지 하나 더 보태진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문제점과 부작용을 낳은 ‘배후’가 누구인지 많은 이들이 잘 모른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 ‘배후’는 요즘 쇠고기 촛불 집회의 배후 찾기에 혈안이 돼 있는 이명박 대통령이다. 왜 이 대통령이 대학가 하숙비를 껑충 뛰게 만든 장본인이냐고? 그 이유를 차근차근 살펴보자.
원래 ‘강북뉴타운 건설’은 청계천 복원사업과 더불어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취임 초부터 핵심 사업이었다. 강남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떨어진 강북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겠다는 것이 표면적인 사업 취지였다. 하지만 이면에는 지역 발전에 목말라 있는 강북 주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표계산이 강하게 작용했다. 일부 소외 지역을 번듯한 주택단지로 바꿔놓을 경우 ‘전시 효과’를 통해 다른 지역 주민들의 표심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2002년 10월 은평, 길음, 왕십리 등 3개 지구를 시범뉴타운 지구로 지정했다. 이대통령의 시장 취임 불과 4개월만이었다. 시범지구인 이 3개 지구에 투입한 시 재정만 1500억원 가량에 이른다. 특히 이 가운데 은평뉴타운 지역은 이대통령이 뉴타운 사업의 ‘모델 케이스’를 만들기 위해 공을 들인 지역이다. 이 지역은 낡은 주거지역을 재정비해야 하는 다른 뉴타운 지역과 달리 그린벨트 해제 지역 등을 개발하는 것이어서 사업속도를 올리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이대통령은 다른 뉴타운과는 달리 은평뉴타운은 산하공기업인 SH공사를 통해 공영개발했다. 임기내 은평뉴타운 사업의 가시화를 목표로 하다 보니 과다한 토지 보상비를 지급하고, 고가 브랜드 아파트 업체 유치를 위해 사업비를 과다하게 책정하는 등 무리수가 뒤따랐다. 나중에 오세훈 서울시장 초기 불거진 은평뉴타운 고분양가 문제도 사실은 이 대통령이 씨를 뿌렸던 셈이다.
3곳으로 시작된 뉴타운, 이명박 정치욕심으로 35개까지
시범뉴타운이 확정된 뒤 곧바로 뉴타운은 또 다른 정치 바람을 타기 시작했다. 시범뉴타운이 확정된 직후부터 각 지역의 민원이 빗발치기 시작했다. 주민들의 욕구를 대변해 각 지역구청장들과 시의원들을 중심으로 뉴타운 추가 지정 요구가 쏟아지기 시작한 것. 대선 표계산에 골몰했던 이대통령은 이 같은 지역 민원을 제어하기보다는 오히려 ‘정치적 선물’로 적절히 안배해주는 것을 당연시했다. 이렇게 해서 이대통령은 2003년 당시 서울시장으로서 2차 뉴타운 12곳과 시범 균형발전촉진지구 5곳을 추가로 지정했다.
이후 사업 대상지가 확대되고 추가 지정을 요구하는 민원이 계속되자 이대통령은 한 술 더떠 2005년 6월에는 뉴타운 특별법 제정을 건의한다. 뉴타운 사업의 정치적 효과에 눈이 먼 국회의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뉴타운 특별법’과 ‘도시구조개선 특별법’, ‘도시광역개발 특별법’ 등 3개 법안을 경쟁적으로 발의했다. 이후 국회는 3개 법안을 통합해 ‘도시재정비촉진을 위한 특별법’을 마련, 그해 12월 법안을 통과시켰다. 서울시는 그 사이 다시 3차 뉴타운 10곳과 2차 균촉지구 3곳을 추가로 지정했다. 당초 시범 사업지 3곳으로 출발했던 뉴타운 사업은 모두 33곳으로 대폭 늘어나게 됐다. 이후 뉴타운 사업지는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후 지정된 세운균촉지구 등 두 곳을 포함해 모두 35곳으로 늘어난다.
많은 이들이 뉴타운 사업지가 35곳이라고 하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하지만 사업의 규모를 알게 되면 몇 년 새 35곳의 뉴타운 사업을 한꺼번에 지정한 것이 얼마나 무지막지한 일인지 알 수 있다. 뉴타운 35곳의 총 사업대상지는 27㎢로 약 720만평에 이른다. 서울시 전체 면적의 약 5%에 이르는 규모다. 사업지 주변지역까지 합하면 전체 가구의 15% 이상이 영향을 받게 되는 서울시 창건 이래 최대 규모의 역사(役事)다. 서울시가 30여 년간 추진해온 주택재개발사업 면적보다 더 많다.
이러한 대규모 뉴타운 사업의 동시다발적 진행의 가장 큰 피해자가 바로 저소득 세입자들과 자취나 하숙을 해야 하는 지방 대학생들이다. 이들의 마지막 보금자리였던 다세대 및 연립주택들이 뉴타운 사업으로 대거 철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저소득층 주민들이 주로 사는 연립 및 다세대 주택 대신 투자가치가 높은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추이는 서울시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강북에서만 5만호 가량의 소형주택이 철거된 반면 신축된 소형주택은 1만4000여호에 불과하다. 최근 소위 노원구와 도봉구, 강북구 등의 집값 상승의 배경에는 기본적으로 이 같은 소형주택의 수급 불균형이 자리잡고 있었다. 최근 강북 소형주택의 품귀현상이 소형평형 위주의 집값 상승을 유발했고, 투기 세력이 가세하면서 집값 상승이 확대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뉴타운 사업 초기부터 서민 주거난 문제 제기됐지만 이명박이 무시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향후 몇 년 동안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뉴타운 지구 내 철거된 주택이 2003년에는 296가구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7040가구로 늘었다. 올해에는 미아, 왕십리, 은평, 가재울, 아현뉴타운 등이 철거에 들어가 이주세대 수는 더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3차 뉴타운 지역의 철거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2010년 경에는 전세난이 한층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뉴타운 사업의 동시다발적 진행으로 인한 주거 불안은 뉴타운 사업 추진 초기부터 예견됐던 문제다. 대단위 개발사업인 뉴타운을 한꺼번에 무더기로 지정했기 때문에 동시다발적 주택 철거 및 이주수요 발생은 불을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대책으로 이명박 시장 시절부터 뉴타운 지역내 사업지구별로 단계적 철거를 추진했다. 하지만 “우리부터 먼저 해달라”는 민원 때문에 결국에는 큰 시차 없이 동시에 진행됐다. 뉴타운 지역을 동시에 지정한 이상 지구별로 단계적으로 나눠 추진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이 때문에 서울시 일부 간부들과 시정연의 관련 연구원 등이 이 문제에 대해 여러 차례 우려를 제기했다. 하지만 이대통령은 시장 시절 이 같은 우려를 사실상 묵살했다. 심지어 당시 뉴타운 사업의 잠재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서울시 간부들을 정책 라인에서 모두 배제하고 ‘예스맨’들로 교체했다. 서민 주거대란 등 문제점이 뻔히 보이는 데도 자신의 정치적 욕심에 뒷일은 생각지도 않은 것이다. 이대통령이 최근 일어난 강북 집값 폭등과 서민 주거난, 지방 대학생 하숙난에 대해 책임을 면키 어려운 이유다. 오죽하면 서울시의 전직 고위 간부조차 "지방 땅값은 노무현이 올리고, 서울 집값은 이명박이 뉴타운하면서 다 올렸다"고 하겠는가. 물론 개인적으로는 서울 집값에 대해서도 이명박뿐만 아니라 노무현 정권과 건교부 관료들의 정책 실패가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최근 벌어지는 대학가 하숙비 인상이 전적으로 이명박만의 책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명박의 책임이 매우 크며, 그런 사실이 대중적으로 인지되지 않고 있음을 지적하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것이다.
많은 대학생들이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을 찍었다고 한다. 이중 많은 이들이 현 정권 취임 100일간의 실정을 통해 정치적 각성을 거듭하고 있을 줄로 안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 이 정권이 기득권을 비호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회적, 경제적 약자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는지를 충분히 알기에는. 이 글은 그 같은 정치적 각성을 돕기 위해 썼다. 제대로 알아야 제대로 분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대학생들 하숙비를 껑충 뛰게 만든 ‘배후’는 바로 이명박이다. 물론 ‘비즈니스 프렌들리’한 자칭 ‘경제 대통령’ 이명박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수급논리에 따라 하숙비 오르는 게 뭐가 문제인가." 이제 이 말을 들으면 당신은 고개를 주억거릴 텐가, 분개할 텐가?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제대로 알아야 제대로 분노할 수 있다.
이 글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 http://cafe.daum.net/kseriforum)의 '언론개혁'란에도 떠있습니다. 더 깊이 있는 토론을 원하시는 분은 포럼에 들러주세요.
저는 논리적이고 정제된 비판은 얼마든지 환영합니다. 하지만 제 글을 제대로 이해 못하시거나 의도적으로 곡해하시고 비판하시는 분들을 위해 사족 몇 개 달겠습니다.
사족 1. "아직 취임 100일밖에 안 된 이명박 탓을 왜 하느냐"는 분들께:
글을 찬찬히 잘 읽어보셨으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반박을 안 할 텐데요. 왜냐하면 지금 뉴타운의 문제점과 부작용은 이명박이 서울시장 시절 정치적 욕심에 불타 냅다 질러댄 결과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 취임한 뒤에 이명박이 한 일 때문에 하숙비가 올랐다는 말이 아닙니다. 이명박이 질러놓은 대규모 뉴타운 사업이 한꺼번에 본격화되면서 그 파장이 올해부터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서울시장 시절 이명박이 냅다 지른 사업이 몇 년이 지난 지금 어떤 문제들을 낳고 있는지 보여주기 위한 예시이기도 합니다. 쇠고기협상이나 대운하사업, 무분별한 공기업 민영화, 교육 완전 자율화 등 이명박의 앞뒤 재지 않고 질러대는 사업이 몇 년 후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짐작하게 하는 사례이기도 하고요.
사족 2. "정책사업을 하다 보면 득보는 사람과 손해보는 사람도 있는 것 아니냐"라는 분들께:
그렇지요. 모든 제도와 정책은 나라 전체의 자원을 배분하는 방식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합니다. 이는 어떤 제도의 도입, 폐기, 변화에 따라 많은 이해관계가 엇갈린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정부는 이런 수많은 이해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제도와 정책을 멋대로 해도 되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사회적 필요와 합의에 기반한 명확한 공공목표에 따라 사업이나 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주택정책의 목표는 서민 주거 안정과 주택 가격 안정이 최우선 목표입니다. 뉴타운 사업의 목표는 주거환경 정비와 강남북 균형 발전이었습니다. 겉으로는 그럴 듯 해보이지만, 주택정책의 하위 사업인 뉴타운 사업은 주택정책의 목표를 훼손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런데 뉴타운 사업은 서민 주거를 불안하게 하고, 강북 집값을 띄워 주택 가격을 앙등하게 했습니다. 뉴타운 사업은 사실상 공공이 추구해야 할 주택정책의 목표를 근본적으로 훼손한 사업이었습니다. 또한 주거환경 정비와 강남북 균형 발전이라는 목표를 추진한다 해도 그 목표를 좀더 효과적으로 달성할 다른 대안이 없는지 충분히 따져봐야 합니다. 주거환경 정비는 기존의 재개발 재건축 사업을 통해서도 가능하고, 강남북 균형발전은 상암이나 마곡 같은 곳을 첨단 산업클러스터로 만드는데 박차를 가하고 문화, 녹지공간을 확충하는 방식으로 달성하는 것이 훨씬 미래지향적입니다. 굳이 재개발 재건축 요건에 미달하는 새 건물들이 즐비한 곳을 뉴타운으로 지정해 투기를 부추기고, 서민들의 주거를 빼앗으면서 아파트 숲으로만 가득 채울 이유가 있을까요? 설사 뉴타운 사업을 한다고 결정했다고 해도 예상되는 문제점이나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했어야 합니다. 본문에서도 말했지만, 서울시 전체 면적의 5%를 한꺼번에 재개발하는 사업은 한마디로 세계에 유례가 없는 무지막지한 사업이 아닐 수 없습니다. 30여개 뉴타운 지구의 무더기 지정으로 지금 현실화되고 있는 집값 앙등, 서민 주거난 등은 사업 초기부터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사항입니다. 그런데 이명박이 한꺼번에 지정해놓으니 순환개발을 하려해도 할 수가 없는 지경입니다. 그런데도 이명박은 정치적 야욕에 어두워 반대자들을 배제하고 뉴타운지구를 무더기로 지정했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도 '추진력 좋다'고 표현해야 할까요?
사족 3. "그러면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말이냐"는 무개념인들에게:
이런 분들에게는 논리가 안 통한다는 것을 압니다. 자기 스스로가 얼마나 무식한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런 분들에게는 딱 한 말씀밖에 못 드리겠습니다. 그냥 편한대로 사세요. 다만 나 무식하다고 떠들고 다니며 인터넷 공간을 어지럽히지는 마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