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는 부동산 버블이 없다’며 일반가계들을 현혹하기 바빴던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상당수 신문들이 다급해지자 이제는 부동산 거품 붕괴로 당장이라도 한국경제가 무너질 것처럼 과장하며 DTI규제를 풀어서라도 부동산 거품을 떠받치라고 정부를 압박했다. 당초 22일 발표 예정이던 DTI대출 규제 완화 등 추가 부동산 부양책 발표가 일단 연기되긴 했지만, 정부가 계속 과도한 집값 거품을 떠받치고 DTI규제를 풀어서라도 가계에 빚을 권한다면 이것은 정상이라고 할 수가 없다.

 

지금도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 부채 규모가 140%를 상회해 세계 최고 수준인 상태에서 부동산 거품을 유지하기 위해 가계대출을 더 늘리라고 촉구하는 행태는 어처구니가 없다. 당장 전세계적 경제위기가 바로 미국 금융기관들이 소수민족 그룹 위주의 저소득층에게 무리하게 모기지 대출을 해준 ‘서브프라임론 사태’에서 촉발된 마당에도 나중에야 어떻게 되든 당장 급한 불을 끄겠다는 부동산 기득권 세력의 근시안적 탐욕의 발로라 볼 수밖에 없다. 개인의 소득 대비 부채 규모를 제한하는 DTI규제는 서브프라임론 사태와 같은 약탈적 대출 관행으로부터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한편 금융시스템 위기를 보호하는 긴요한 장치다.

 

일부에서는 DTI 규제를 도입한 나라들이 많지 않다며 ‘불필요한 규제’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한국 금융권의 대출 실태를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선진국 금융기관 대부분에서 개인에 대한 신용평가(credit rating)을 통한 대출이 정착돼 있는 반면 한국의 경우 신용평가보다는 담보대출 위주의 후진적 대출관행이 여전히 일반적이다. 따라서 DTI규제는 금융권이 자율적으로 신용평가를 통한 대출을 실시하지 않고 있는 한국 상황에서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이미 느슨한 금융규제로 부동산 버블 붕괴 과정에서 큰 위기를 맞고 있는 미국과 유럽 등의 선진국가들조차 금융 규제를 재강화하는 가운데 국내 DTI규제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마당이다. 그리고 DTI 비율이 이미 40~50%로 정해져 있는데,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액의 40~50%에 이르는 것도 매우 과도한 빚 부담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더 늘리라고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또한 DTI를 완화한다고 해도 이미 구조적으로 주택 수요가 거의 고갈된 주택시장이 살아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DTI 규제완화나 다른 부양책을 쓴다고 하더라도 ‘집값이 꺼질 수 있다’는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한 가계들이 지난해처럼 무리하게 주택시장에 뛰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2008년 10월 이후 정부가 DTI 규제를 푼 뒤 2009년 초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반등했기 때문에 건설업계나 부동산업계에서는 DTI 규제를 풀면 주택 가격이 금방이라도 반등할 것으로 착각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지난해 수도권의 주택 가격 반등은 급격한 기준금리 인하로 인한 2%의 사상최저금리 유지, 주택대출 만기 상환 연장, 50조원에 이르는 적자재정 부양책, 각종 부동산 세금 감면책, 미분양 물량 매입 및 재개발 재건축 규제 완화 및 수도권 분양권 전매 제한 완화와 같은 조치 등 전방위적인 부양책에 힘입은 바 크다. 이 같은 ‘부동산 올인’ 정책을 통해 이미 거의 바닥나 버린 주택 수요를 마른 수건 쥐어짜듯 짜내 만들어낸 것이 지난해의 일시적 반등이었다. DTI 규제는 이처럼 전방위적인 부동산 부양책을 통해 집값이 반등하자 소득이 뒷받침되지 않은 일반 가계들이 자금을 동원하는 가운데 돈줄 역할을 했을 뿐이다.

 

하지만 DTI 규제를 제외한 대부분의 부동산 부양 기조가 거의 그대로인 상황에서도 이미 주택시장이 가파르게 무너지고 있다. 이는 주택시장의 전반적인 버블 붕괴 압력 때문이지 DTI규제 때문이라고 보는 것은 착각이다. 이는 <도표1>을 보면 좀더 명확히 드러난다.

 

<도표1> 전국 및 수도권 광역시도 주택대출 추이

 

지난해 DTI 규제를 도입한 이후 몇 달 간은 잠시 주택대출 증가액이 감소하거나 주춤해졌으나 이후 올해 3월부터 최근으로 올수록 다시 주택대출은 상당한 폭으로 늘고 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주택 거래량은 급감하고 주택가격 하락세는 더욱 가팔라지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오히려 이는 주택 가격이 여전히 높은 가운데 남은 잠재 수요자들의 소득 여력이 취약해 주택 거래가 일어나려면 상대적으로 가구당 부채를 더 많이 일으켜야 하는 상황임을 시사한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이해하기 쉽게 도표화하면 아래 <도표2>와 같다.

 

<도표2>

 

필자가 아파트 거래량과 가계 부채 증감액과의 상관관계 함수를 이용해 추정해본 결과 아파트 거래량이 거래 활성화 시기인 2000년대 초반이나 2006년 말 수준으로 늘어나려면 분기별로 32.4조원(도표에서 가상의 경우)이나 늘어나야 한다. 그런데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의 올해 3~5월 가계 부채 증가량은 2.5조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지금 DTI규제를 푼다고 해서 얼마나 가계대출이 더 늘어나 이미 주택수요가 고갈된 시장을 떠받쳐 줄 수 있겠는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즉, 이는 DTI 규제 완화 정도로 지금의 집값 거품을 떠받칠 수 있는 상황이 아님을 방증한다. 따라서 정부는 재정력과 행정력을 비축해뒀다가 진짜 다급할 때 써야 한다.

 

그런데도 부동산 광고에 목 맨 대다수 언론들은 정부더러 부동산 부양을 위해서라면 이미 누적된 물가 상승 압력이 상당한데도 기준금리를 올리지 말고, 가계부채를 늘려서라도 투기적 거래라도 일어나게 하라고 윽박지르고 있다. 그런 한편으로는 “집값 떨어진 지금이 집을 살 타이밍”이라며 물귀신처럼 멀쩡한 가계들을 집 가진 빈자인 하우스푸어(house poor)의 행렬로 끌어들이는 선동보도에 여념이 없다. 이들의 정말 ‘물귀신 작전’ 같은 어처구니없는 요구를 접하면 마음 한 켠으로는 정말 DTI규제를 확 풀어 안 그래도 죽어가는 주택시장을 ‘확인사살’이라도 했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지금 DTI 규제를 풀면 약발을 지켜보기 위해 몇 달간 매도를 지연시키는 효과만 있을 뿐이다. 이미 부동산이 매우 위태롭다는 사실을 대다수 국민이 확인한 마당에 과거처럼 빚내 얼마나 덥석 집을 살지 의문이다.

 

이미 다이어트 중인 은행 또한 얼마나 과감히(?) 빌려줄지도 의문이다. 얼마 전 만났던 금융기관 관계자들도 “DTI규제가 풀린다 해도 과거처럼 적극적인 대출을 할 은행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DTI규제를 완화했을 때 생각했던 약발이 통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심리적 마지노선까지 무너뜨려 버블 붕괴를 가속화할 수도 있다.

 

현재 부동산시장 상황에서 DTI규제 완화 효과가 별무소용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제가 DTI규제 완화를 반대하는 것은 이 조치가 결국 가계들을 제물로 삼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국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막대한 기회비용을 소진하게 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거품기에 세 배 이상 늘어난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은 진척되지 않았는데, 이들을 모두 먹여 살리기 위해 가계 빚을 더 많이 내도록 부추긴다면 그것이 정말 국민을 위한 정부인가?

 

정부는 부동산 거래 활성화라는 명목 아래 거품 잔뜩 묻은 아파트 폭탄을 받아줄 ‘잠재적 하우스푸어’들을 계속 양산하려 하기보다는 이제라도 가계부채 다이어트를 통해 하우스푸어가 더 이상 양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부동산 투기 선동세력들의 마지막 선동에 넘어가지 말기를 바란다. 이들의 선동에 넘어가는 순간 ‘잠재적 하우스푸어’가 될 초청장을 받아든 셈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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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7. 30. 09:06

이번 선거결과를 보면 53으로 양당이 나눠가졌습니다. 그런데 정말 민심이 한나라당과 민주당만을 흔쾌히 지지해서 나온 결과일까요? 많은 국민들이 자신들의 시름을 덜어줄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그런데 어떤 정당이 그런 비전과 역량을 가졌나요?

 

그렇다고 일부에서 얘기하는 야권 연합만으로 문제가 해결될지 궁금합니다. 물론 그렇게 해서 이명박정부 심판 구도를 만들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선거에 이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다고 정말 민생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있을지 회의적입니다.

 

민생은 주택문제, 교육문제, 일자리문제, 건강보건문제 등 국민들이 고통받는 문제들을 구체적인 비전과 역량을 가지고 해결할 수 있는 도덕적이고 뛰어난 역량을 가진 세력이 나왔을 때 개선되는 것이지, 진보나 보수세력이 집권한다고 개선되는 게 아닙니다.

 

지금의 부동산거품은 이른바 진보-보수 정권을 막론하고 정책실패를 거듭하면서 악화된 측면이 큽니다. 부동산 거품을 키우지 않고도 건전한 경제 틀을 만들 수 있는 역량, 토건기득권세력에게 휘둘리지 않는 도덕성이 필요한 것이지 막연한 이념은 필요 없습니다.

 

교육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진자들의 승자독식구조를 강화하는 특목고 정책이 노무현 정부 때 확산됐습니다. 또한 현 정부에서도 등록금상한제와 취업후상환제를 시행했습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이것을 대책이라고 내놨다는 것이 한심합니다.

 

한국의 대학 등록금은 명목상으로도 미국에 이어 세계 2, 경제력 기준으로는 세계 1위입니다. 세계에서 사립대 비율이 가장 높아 학벌을 조장하는 사립대들이 등록금장사를 마음대로 벌이고, 세계에서 가계의 등록금 부담이 가장 많은 나라입니다.

 

그런데 GDP 대비 교육재원 비중은 세계경제포럼 회원국 121개국 가운데 71위입니다. 말끝마다 '교육입국' '인재가 자원인 나라'라고 떠드는 나라에서 정말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그런데 세계에서 건설업의 비중은 미국의 2.5배에 이를 정도로 가장 높습니다.

 

일년에 5조원 정도면 전국의 국공립대 등록금을 전부 무상으로 하고, 국공립대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그러면 사립대들이 지금처럼 가계들을 대상으로 등록금장사를 못하고 지역의 인재들이 지방국공립대로 모여들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됩니다.

 

교육 재원은 각종 불요불급한 토건사업을 비롯해 낭비되는 예산들을 아끼면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습니다. 저희 연구소는 방안을 갖고 있습니다. 대학등록금 문제도 전체 교육시스템의 근본적 개혁을 통해 해결할 수 있습니다. 진보냐, 보수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유권자들에게 올해 지방선거에서 정책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갖게 했다는 점에서 무상급식(사실은 의무급식) 문제를 높이 평가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겨우 아이들 밥을 무상으로 먹이는 문제를 가지고 이 난리를 쳐야 할 정도입니까? 돈을 제대로 쓰면 아이들의 교육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기존의 여야가 이런 근본적 개혁을 해오지 못했습니까? 이른바 보수, 진보정권이 잡았는데 왜 우리 삶은 나아지지 않습니까?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근본적 개혁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구체적인 민생 문제를 구체적으로 해결할 역량의 문제입니다.

 

이념적으로 제대로 된 진보와 보수는 주로 젊은 전문직과 식자층 사이에서 막 형성되기 시작한 태동기 정도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보수, 진보는 거의 실체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실체도 없는 보수, 진보라는 이념이 얼마나 이 나라에 난무합니까?

 

지금의 보수, 진보 구분은 크게 보면 정치세력간에 자신들의 구체적 역량과 비전 부족을 변명하기 위한 포장술이었을 뿐입니다. 거기에 온 국민이 휘둘려 초등학생 아이들부터 70, 80대 노인들까지 보수네, 진보네 해가며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기만 했습니다.

 

얼마나 국내에서 실체 없는 이념적 용어들이 난무하는지 예를 들어볼까요? 이른바 진보라는 분들이 흔히 쓰는 '신자유주의'라는 표현. 그런데 신자유주의의 종주국처럼 돼 있는 미국에서는 정작 '신자유주의'라는 표현을 거의 들어본 기억이 없습니다.

 

신자유주의의 원조로 알려져 있는 대처-레이건 행정부. 국내의 일부 얼치기 보수들이 시대적, 사회적 맥락을 모른 채 이념적으로 주장해대니 그에 대한 반발로 대처-레이건 행정부를 '신자유주의'라며 반발했습니다. 어느 쪽이든 모두 이념적으로만 접근한 겁니다.

 

대처-레이건 정부는 대공황 이래 득세한 케인지언적 접근에서 정부 비대화와 관료주의 병폐라는 영미 국가들이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탄생한 정부입니다. 그들 정부도 많은 문제를 낳았지만, 적어도 단순한 이념적 접근이 아니라 현실 문제 해결을 위한 결과물이었습니다.

 

현재의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동산 거품과 사교육 비대화, 세계 최장의 과로노동체제와 불안한 고용상황, 불공정과 담합이 만연한 경제구조, 이 같은 경제구조가 낳은 전쟁국가와 같은 저출산 고령화 추세 등 해결할 구체적 문제들이 있습니다.

 

이런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할 구체적 역량과 비전을 만들고 이것을 실행할 세력을 만들어야지 보수나 진보의 어느 한쪽을 고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아무리 선명한 색깔을 가진 보수나 진보가 집권한다 해도 문제해결 역량이 없다면 시쳇말로 말짱 황입니다.

 

이런 말씀드리면 항상 재원이 없지 않느냐는 말씀들을 주십니다. 재원 문제에 관해서는 이 글에서 모두 언급할 수는 없고, 한 사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례로 제가 서울시 재직 때 지하철 9호선 2단계 발주에서 재벌건설업체간 담합을 분쇄해 경쟁시켰더니 4500억 중에 1000억을 아꼈습니다. 제 눈에는 돈 나올 곳이 수두룩합니다.

 

그리고 재원 문제를 이야기했지만 무조건 돈으로 해결할 수도 없습니다. 지금도 특히 현 정부의 막무가내식 재정 남발로 국가 부채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계속 재정을 남발할 수만도 없는 노릇입니다.

 

가장 좋은 정책 방향은 지속가능한 사회경제적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또 큰 돈 안들이고도 필요한 복지 교육 인프라 등을 갖춰가는 것입니다. 또한 사회경제적 메가트렌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정책들이 필요합니다. 저희 연구소가 각종 투기적 개발 이익을 공공이 흡수해 저렴하고 쾌적한 공공임대/전세주택을 대량 공급하자는 것도 이런 취지입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추후 별도의 글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실체도 불분명한 보수, 진보 이념 논쟁이나 그런 얼치기 이념을 내세우는 세력을 고르는 문제가 아니라 구체적 비전과 역량을 사회 전체적으로 키우는 문제입니다.



트위터를 하시는 분들은 http://twitter.com/kennedian3로 저를 팔로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아고라와 제 블로그(다음뷰), 오마이뉴스, 네이버 부동산, 한겨레신문, 미디어오늘 등에 연재하는 글뿐만 아니라 각종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합해서 매일 소개할 생각입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7. 29. 09:31

부동산 버블 붕괴의 파열음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미 가장 규모가 큰 PF사업인 용산 역세권 개발사업이 사실상 좌초 위기에 빠져드는 등 모두 120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PF사업 대부분이 지연, 중단 또는 좌초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상당수의 건설사 및 저축은행의 부실 구조조정과 시장퇴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은 이미 금융권 연체율 급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 언론사가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자산 상각 및 매각 현황자료를 바탕으로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국민, 우리, 신한, 하나, 기업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실질연체율(부실대출 자산매각 및 상각전 연체율)이 최근 급등하고 있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 5대 은행은 2분기에만 모두 4,732억원 대의 부실대출 자산을 상각 또는 매각하면서 연체율 관리에 나섰지만 대출연체 증가를 막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한 은행은 3월 실질연체율이 1.04%(3월말)1.16%(5월말)1.36%(618일 현재)로 증가했고, 다른 은행도 같은 기간 1.00%1.11%1.25%, 또 다른 은행은 0.95%1.09%1.19%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미 우리 연구소가 경고해온 바대로다.

 

이 같은 금융권의 연체율 상승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그 전초전이라고 할 수 있다. 왜 그런가 살펴보자.

 

이미 설명한 바 있듯이 우리 연구소가 국토해양부 실거래가를 분석해 가격 패턴을 산출한 결과 주택가격은 2006년 말~2007년 초 고점 대비 올해 4월 초 기준으로 서울 강남 3구의 경우 11.6%, 일산, 분당, 용인 등 수도권 주요 도시의 경우 25~30% 가량 떨어졌다. 이미 3개월 가량 지난 시점이므로 수도권 거의 대부분 지역의 주택가격이 실거래가 기준으로는 이미 20~30% 이상 하락한 상태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주택가격은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더욱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2000년대 부동산 투기버블을 주도했던 수도권 중대형 아파트의 가격 하락폭은 대부분 지역에서 최소 20%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도표1>을 보면 예금취급기관의 주택대출 가운데 수도권 비중은 75% 전후로 전국 대출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전체 아파트 거래량 가운데 전용면적 60㎡ 이상 중대형 아파트의 비중이 약 60% 전후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시중은행의 자산담보인정비율(LTV) 상한은 60%, 저축은행은 80% 선으로 정해져 있다. 물론 일부 지역의 경우 LTV 비율을 사실상 초과해 대출이 이뤄진 경우가 종종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가계 입장에서는 전세를 끼고 대출까지 잔뜩 빌려 집을 샀던 경우도 적지 않았음 은 이미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와 경기도 판교신도시 아파트 매매 실태 분석을 통해 설명한 바 있다.

 

 

<도표1> 수도권 주택대출 및 아파트 거래 현황


()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따라서 이미 현재가격 수준에서도 저축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채권 중 상당수는 부실화되는 초기 국면에 들어가 있다. 특히 저축은행의 주택대출은 대부분 시중은행의 주택대출보다 후순위로 이뤄진 경우가 많다. 주택가격이 실거래가로 하반기에 추가로 10~20%만 더 떨어져도 저축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가파르게 올라가게 될 것이다. 특히 저축은행들은 2006년 이후 주택대출 영업에 더욱 열을 올렸는데, 2006년 이후 이뤄진 주택대출채권 31조원의 상당 부분이 부실화될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시중은행이라고 안전을 장담할 수는 없다. 물론 미국 서브프라임론사태 때처럼 담보가치의 90%를 넘어서는 주택대출이 이뤄지지 않았고, 주택모기지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금융파생상품 판매가 광범위하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처럼 급격한 금융시스템 붕괴까지 일어나지 않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시중은행 입장에서는 LTV 비율 60% 이하로 안전망을 쳤다고는 하나 일반가계 입장에서 보면 전세액이나 제2금융권 등의 추가 대출을 포함해 자산가치 대비 80~90% 가량 이상의 레버리지를 동원해 주택 투기를 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런 경우 대출이자 부담을 이기지 못하면 결국 이자를 연체할 수밖에 없게 된다. 정부가 나서서 주택가격의 자연스러운 조정을 지연시켜 주택거래 침체가 장기화되면 지금처럼 주택 손절매를 통한 부채 청산도 어려워져 결국 살던 집을 경매에 넘겨야 하는 경우도 속출하게 된다. 이 경우 시중은행이 대출원본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은 상당히 커진다. 이미 지금도 수도권 곳곳에서 경매를 통해 금융기관이 대출원본을 회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게 생겨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들 때문에 시중은행의 실질 연체율이 급등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주택가격 급락과 이에 따른 담보가치 하락에 따라 부실채권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 주택은 얼마나 될까. 국토해양부가 운영하는 온나라부동산포털 자료에 따르면 2006년 이후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은 2010 3월까지 182만 건이 넘는다. 또 같은 기간 전국 거래량은 407만 건에 육박한다. 물론 이들 거래량에는 양도나 신탁 등도 포함돼 있어 실제 매매 거래량은 전체 거래량의 70% 전후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를 전제로 하면 2006년 이후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수도권에서만 127.4만 건 정도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런데 2006년 이후 이뤄진 수도권 매매 거래량의 약 80% 2010 5월 실거래가와 비교하면 매매 시점의 가격보다 하락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집값이 매매 시점 가격보다 낮아진 거래량은 수도권에서 대략 101.9만 건 가량으로 추정된다.

 

이 기간 동안 전국 예금취급기관의 주택대출 총액은 약 227.4조원에서 333.4조원으로 106조원 가량 늘어났다. 이중 75% 가량이 수도권 주택대출이므로 약 79.5조원 가량이 수도권 주택대출 증가액이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주택가격 하락과 주택시장 침체 장기화에 따라 1차적으로 부실화될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봐야 한다. 주택가격 하락이 지속되면 금융권에 충격이 없을 것으로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더구나 사실상 부실채권은 수면 아래에서 이미 급증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수도권 상당수 지역에서는 이자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는 가계들이 늘고 있지만, 원리금 대출의 만기를 연장해주면서 대출자산 부실을 은폐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결국에는 어느 순간 한계에 이를 수밖에 없다. 왜 그런지를 <도표2>를 참고로 살펴보자.

 

우선, 가계대출 대비 주택대출의 평균 비율을 바탕으로 전국 주택대출 추이를 추정해보면, 주택담보대출은 2000 1분기의 71.5조원에서 2009 4분기에 328.8조원으로 10년 동안 260.2조원 가량 늘어났고, 2005년부터 2009년 말까지 5년 동안에는 약 125.7조원 증가했다. 주택대출은 평균 3년 가량의 거치기간 이후 원리금 분할 상환을 하는 구조여서 2005년부터 이루어진 주택대출은 2008년부터 거치기간 만료 시점이 도래했었다. 하지만 경제위기에 따른 정부 조치와 시중은행들의 협력(?)으로 주택대출 원리금 상환 만기를 계속 연장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환 만기를 언제까지 연장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도표2> 주택담보대출 추이 및 주택대출 만기 도래액 추정

()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가계대출 거치기간 연장에 따른 주택대출의 거치기간 만기 도래액을 평균 연장률 93%를 적용해 추정해 보면 우선, 현재 수준의 분기별 주택대출이 지속된다는 가정(business as usual. BAU)하에 2015년 말에는 분기당 39.8조원의 주택대출 거치기간 만기 도래액이 발생하게 된다. 둘째, 주택대출 증가액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가정할 경우에도 2015년에는 최소 29.8조원의 거치기간 만기 도래액이 발생하게 된다. 어떤 경우에도 2012년경에는 거치기간 만기 도래액이 분기당 2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돼 자산가격이 하락할 경우 금융기관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는 정부의 정책 대응과 대출 구조의 변화 등이 일어날 경우 다소 달라질 수는 있다. 하지만 적어도 주택대출 만기 상환 연장을 무한정 지속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금융기관이 거치기간 만기 도래액이 한꺼번에 몰려 대출만기를 더 이상 연장해주기 어렵게 되면 원리금 상환 부담을 이기지 못하는 가계가 속출해 엄청난 주택가격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때까지 억지로 버티다가는 부동산 버블 붕괴의 충격이 더욱 커질 것은 명약관화하다.

 

문제는 가계대출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미 120조원 규모의 PF대출 상당 부분이 부실화될 위험에 노출돼 있으며, 더 큰 문제는 2005년 이후 급증한 중소기업 대출이라고 할 수 있다. 예금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추이를 보면 2004년과 2005년까지 증가세가 크지 않았으나 주택가격 폭등 끝 무렵인 2006 45조원이 늘어난 데 이어 2007 68조원, 2008 55조원, 2009 48조원 가량 늘어났다. 부동산 고점기인 2006년부터 4년 동안 216조원이 늘어난 것이다. 물론 이들 중소기업 대출의 대부분은 시설자금이나 운영자금 등의 명목으로 이뤄졌지만 상당 부분이 주택시장이나 공장 부지 등 토지로 흘러 들어간 부동산 담보대출이었음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실제로 한 대형 회계법인의 중견 회계사는 중소기업들의 회계장부를 보면 대출 자금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투자 자금으로 쓰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은 감만 잡고 있을 뿐 그 같은 대출 자금들이 얼마나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갔는지, 얼마나 위험에 노출돼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금융권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주택뿐만 아니라 산업단지의 공장부지 가격도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2006년 이후 중소기업들을 상대로 이뤄진 대출 가운데 상당 부분도 부실화될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봐야 한다. 2000년대 내내 무분별하게 외형확대 경쟁을 벌여온 금융권이 가계와 중소기업을 제물로 삼아 부동산 버블을 부추겨온 극단적인 도덕적 해이가 초래한 사태인 셈이다. 하지만 가계든 기업이든 금융기관이든 조금이라도 부담이 적을 때 부동산 버블을 걷어내는 것이 현명한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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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7. 28. 08:51

최근 건설 및 부동산 관련 기사들을 읽다 보면 매우 당혹스럽다. 지난해 하반기까지 언론들이 쏟아내던 기사들과는 기사의 톤이나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신문들은 '대세상승'이니 '폭등'이니 하는 단어들을 연일 쏟아냈다. 이것이 부동산 시장의 정확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면 모르지만, 사실 침소봉대에 가까운 선동이었다. 주택시장 침체로 부동산 광고에 굶주린 신문들의 사정을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선동의 정도는 매우 심했다.

 

이들 언론들은 전국과 수도권에 미분양 물량이 잔뜩 쌓여 있는데 더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신규 분양 물량과 입주 물량이 대규모로 쏟아질 것이 불 보듯 뻔한 데도 공급 부족으로 집값이 폭등할 것이라고 선동했다. 오히려 분양물량이 쏟아져도 ‘프리미엄이 기대되는 대단지 분양이 많다’는 식으로 판촉성 기사를 쏟아내기 바빴다. 서울 일부 지역에서 전세가가 뛰자 곧바로 ‘전세 사느니 집 산다’는 식으로 매매가 상승으로 연결지었고, 마구 부풀린 ‘토지보상금 40조원’을 들먹이며 집값이 금방이라도 폭등할 것처럼 선동했다. 강남 재건축 단지 위주의 집값 급등 현상을 수도권 전반의 현상인 양 과장하기 바빴고, 호가를 실제 거래가인 양 호도하기 바빴다.

 

이들 언론은 역시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매는 부동산 정보업체들의 확성기 노릇도 톡톡히 했다. 이들 ‘부동산 투기 선동 전문가’들을 동원해 ‘집값이 바닥쳤다’ ‘대세상승으로 간다’ ‘공급 부족으로 2~3년후 집값이 폭등한다’는 등 당장 집을 사지 않으면 바보가 될 것처럼 떠벌렸다. 대한건설협회 부설 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지난해 말 발표한 2010년 부동산 시장 전망에서 전국적으로 4% 이상 집값이 상승한다며 선동에 나섰다.

 

이 같은 언론의 선동성 보도는 부동산 분양 광고 의존도가 높은 조중동과 매일경제, 한국경제, 아시아경제, 파이낸셜뉴스 등 경제신문들에서 가장 심하게 나타났다. 하지만 한겨레신문이나 경향신문 같은 이른바 진보매체나 지상파TV 등도 크게 차별화된 보도를 한 것도 아니었다. 특히 신문의 경우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매체의 색깔과 상관없이 아파트 판촉성 기사가 적지 않았다

 

그런데 불과 몇 개월만에 언론들의 보도 태도가 확 바뀌더니 최근으로 오면서는 거의 발악 수준으로 바뀌었다. 19일자 조선일보의 부자감세 강만수가 그립다?’는 조선일보 칼럼이 대표적이다. 22일 정부의 부동산 추가 부양책 발표를 앞두고 작정하고 쓴 듯한 이 칼럼은 왜 조선일보가 부동산 기득권 세력의 대변지인지를 명확히 보여주었다. 가계부채를 늘리고 물가가 오르는 것을 방치해서라도 부동산 거품을 지탱하라는 게 조선일보의 주문이다. 모든 경제정책은 부동산 거품 부양이라는 목표에 종속돼야 한다는 주장으로, 정말 비열한 기득권 대변지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입증하고 있다. 조선일보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 부동산이 무너지면 한국경제가 파탄난다고 호들갑 떨며 정부의 부동산 추가 부양책을 주문하는 부동산 찌라시들의 협박(?)이 요란하다.

 

얼마 전까지 '국내에는 버블이 없다'고 떠들던 언론들이 이제는 금방이라도 한국경제가 무너질 듯 아우성이다. 그들의 평소 주장대로 국내 주택시장에 버블이 없다면, 버블이 붕괴할 일도 없는 것인데 왜 그리 호들갑일까? 이들에게는 국내 부동산 버블은 버블이 붕괴하기 직전이 돼서야 갑자기 활화산처럼 솟아나기라도 한다는 말인가? 결국 지금까지는 국내에 버블이 없다며 일반 가계들을 선동하다가, 이제는 그런 선동술이 통하지 않는 위기 상황이 되자발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해서는 어떤 사기술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언론들. 결국 자신들이 아파트 분양 광고에 목숨 건 부동산 찌라시라는 것을 공개적으로 커밍아웃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어쨌거나 언론 보도를 보면 DTI규제 완화를 일정한 범위에서 정부가 검토하는 모양이다. 그나마 기획재정부나 금융위원회 쪽에서는 DTI규제 완화만큼은 안 된다고 생각했던 듯 하나 미래 직장이 건설업계와 산하 건설공기업인 국토해양부는 못 이기는 척 DTI 규제 완화를 풀어주자는 분위기다. 물론 자신들의 정치적 기반이자 자신들이 부동산 부자들인 한나라당과 자신들의 밥줄이 달려 있는 부동산 찌라시들의 압박이야 더 말할 나위도 없다. 하긴 이들 토건족의 지휘부인 '강부자 정권의 태생적 한계 또한 어디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

 

현 국면에서 DTI규제의 대폭 완화는 어렵다고 보지만, 완화해봐야 버블 붕괴를 몇 개월 지연시키는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이미 부동산 시장이 매우 위태롭다는 사실을 대다수 국민이 확인한 마당에 과거처럼 빚내 얼마나 덥석 집을 살지 의문이다. 이미 다이어트 중인 은행 또한 얼마나 과감히(?) 빌려줄지도 미지수다. 얼마 전 필자가 만났던 한 금융기관 관계자도 “DTI규제가 풀린다 해도 과거처럼 적극적인 대출을 할 은행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어쨌거나 정부가 이번에 DTI규제를 푼다면, 가계를 제물로 해서 폭탄을 돌릴 수 있는 데까지 돌려보겠다는 시도를 공식화하겠다는 뜻으로 봐야 할 것이다. 그렇게 부동산 거품을 언제까지 떠받칠 수 있는지를 확인사살이라도 꼭 해야 하겠다면 하라. 하지만 만약 DTI규제를 완화했을 때 생각했던 약발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오히려 현 정부가 어떻게 해주겠지하던 심리적 마지노선까지 무너뜨려 버블 붕괴를 가속화할 수도 있음은 명심해야 한다.

 

현재 부동산시장 상황에서 DTI규제 완화 효과가 별무소용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제가 DTI규제 완화를 반대하는 것은 이 조치가 결국 가계들을 제물로 삼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국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막대한 기회비용을 소진하게 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거품기에 세 배 이상 늘어난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은 진척되지 않았는데, 이들을 모두 먹여 살리기 위해 가계 빚을 더 많이 내도록 부추기는 게 정말 국민을 위한 정부인가?

 

한 번 생각해보자. 미국발 금융위기로 가뜩이나 침체돼 있던 국내 부동산시장도 2008년 하반기부터 급속히 가라앉기 시작하자 정부는 막대한 부동산 부양책을 동원해 부동산시장과 건설업계를 떠받쳤다. 종부세, 양도세 등 각종 부동산세금을 감면해주고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아파트 전매제한까지 풀어 사실상 투기를 조장했다. 또 온 세계가 금융 규제의 고삐를 다시 죌 때 현 정부는 주택대출규제를 모두 풀어버리는 역주행을 했다. 또 무주택 서민의 세금까지 포함된 재정으로 수조원 어치의 미분양 물량을 매입하고, 4대강사업을 포함, 불요불급한 각종 토건사업을 벌여 건설업체들에 돈을 퍼줬다. 부동산 거품이 한껏 부풀 때는 ‘시장에 맡기라’며 정부 규제를 한사코 반대하던 부동산 부자들과 건설업체들이 정반대로 “정부가 떠받쳐 주지 않으면 경제가 망한다”며 협박(?)했다. 당연히 상위 5%의 부동산 부자들을 핵심적 정치기반으로 하는 현 정부도 적극적인 부양책에 나섰다.

 

이처럼 막대한 ‘부동산 부양 총력전’을 펼쳐 억지로 살려준 결과 건설사들은 그 뒤 어떻게 했나. 부동산 광고에 잔뜩 굶주린 상당수 언론과 부동산 정보업체들과 삼각편대를 이뤄 여전히 고분양가 아파트를 팔기 위해 선동에 열을 올렸다. 그렇게 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분양이 잔뜩 늘어나고 집값이 실거래가 기준으로 빠르게 가라앉자 또 다시 정부에 손을 벌리고 있는 것이다

 

미분양이 급증하고 주택 거래가 없는 것은 지금처럼 높은 가격대에 집을 사줄 수 있는 수요가 거의 고갈됐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어떤 재화의 가격이 너무 올라 수요가 줄고 공급이 과잉되면 가격을 내리는 것이 정상이다. 이런 가장 간단한 경제 원리는 우리가 중학교 때부터 배우고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도 건설업계는 분양가를 내릴 생각을 하지 않는다. 중도금 무이자나 일부 아파트 분양가를 찔끔 인하하지만 생색내기 수준이다. 도대체 재고가 쌓이면 어떤 업종도 세일을 하는데 왜 건설업체들은 세일이라는 것을 모르는가.

 

또한 건설업계가 이처럼 기본적인 경제 상식을 벗어난 행태를 보여도 이를 제대로 비판하는 기사를 본 기억이 드물다. 오히려 건설업계의 요구를 들어주라고 정부를 윽박지르기 바쁘다. 도대체 이 땅의 국민들은 죽으나 사나 건설업계를 먹여 살리기 위해서 태어났다는 말인가. 건설업계가 살기 위해서는 온갖 규제란 규제는 모두 풀고, 세제혜택은 모두 제공해야 하며 교육이나 문화, 복지 인프라는 후진국 수준으로 둔 채 모든 예산을 빼서 건설업계에 지원해야 한다는 말인가. 지금도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140%에 이르는 가계부채를 더욱 부풀려서라도 거품이 잔뜩 묻은 고분양가의 아파트를 사줘야 한다는 말인가.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 거품기 동안 3배 이상 늘어난 건설업체들을 모두 먹여 살리기 위해 모든 국민들은 빚쟁이가 되고, 우리 아이들의 무료급식 예산도 모두 반납해야 한다는 말인가.

 

이렇게 이야기하면 건설업계나 부동산업계, 그리고 이들의 확성기 노릇을 하는 언론들은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금융시스템이 붕괴되고, 서민들이 더 힘들어진다”고 협박성 주장을 늘어놓는다. 건설업계와 부동산 부자들만 걱정했던 이들이 언제부터 그랬다고 이제 와서 서민 타령을 한다. 우리 젊은이들이 집값이 너무 뛰어 결혼을 못하고 무주택 서민들이 박탈감과 불안감에 휩싸일 때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던 그들이 언제부터 그토록 서민들을 걱정했는가

 

이들은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서민들이 더 힘들어진다고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아파트 분양 광고가 줄어 자신들이 가장 힘들어진다는 사실은 절대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들은 또한 국내의 경우 LTV DTI 비율 측면에서 별 문제가 없어 집값이 폭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도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금융시스템이 붕괴된다는 모순된 주장을 버젓이 내놓는다. 그러면서 건설업계와 부동산 부자들을 돕는 것이 국민경제 전체에도 이로운 것처럼 주장한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지금 건설업계의 위기는 기본적으로 건설업계의 위기이지, 국민경제 전체의 위기가 아니다. 진정한 국민경제의 위기는 막대한 빚더미에 올라앉은 가계경제의 위기이다. 건설업계와 이들의 대변자들은 지금 DTI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뒤집어 생각하면 가계 부채를 더 늘려서라도 지금의 집값을 떠받치고 건설업체들을 먹여 살려 달라는 파렴치한 요구일 뿐이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언제까지 빚을 갚지 않고 살림을 꾸려나갈 수는 없다. 2000년대 내내 국내 가계가 부동산에 올인하면서 늘려온 부채를 줄여야 할 판에 건설업계를 살리기 위해 가계 부채를 더 키우라는 주문이 정상적인 요구인가.

 

현재 정부 정책은 과거 일본이 장기 경기 침체로 치달았던 궤적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부동산 시장을 부양한다는 명목으로 주택대출 규제를 푼 결과 지난 한 해 동안에만 44조원의 주택담보대출이 더 늘어났다. 나중에 주택경기가 바닥을 치고 회복기에 들어설 무렵 마중물로 쓸 수 있는 돈을 버블을 키우는 방향으로 써버린 것이다. 또 부동산 시장에서 미분양과 미입주 물량의 급증으로 공급과잉의 신호가 명백한데도 서민들이 필요로 하는 공공주택은 짓지 않고 분양용/매매용/투기용 주택만 계속 지어대게 하고 있다. 미분양 물량 매입과 대규모 토건사업으로 건설업체에 자금을 공급해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을 지연시켰다. 그렇게 해서 건설업체의 시장 퇴출이 거의 일어나지 않은 가운데 좀비처럼 살아남은 건설업체들이 남아있는 시장 수요를 초과하는 분양물량을 계속 토해내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거품기에 잔뜩 늘어난 건설업체들을 국민 경제 전체가 언제까지 먹여 살릴 수는 없다. 자신들의 경영 판단 잘못과 과욕으로 빚어진 잘못은 그들 스스로 책임지게 해야 한다. 미분양 물량의 급증은 건설업체의 터무니없는 고분양가 전략이나 주택 수급 사정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공급 물량을 주먹구구식으로 늘려온 정부의 정책 실패 책임이 크다. 그런데도 문제의 본질에 대한 제대로 된 접근은 외면한 채 건설업체 위기를 다시 국민 세금으로 도와달라는 것은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

 

당장 눈에 보이는 버블 붕괴의 충격을 줄이겠다는 근시안적 시각을 탈피하는 것이 우선이다. 현 정부는 자신들 임기 내에 돌아올 버블 붕괴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이 우선일지 모른다. 하지만 대대손손 이 땅에서 살아갈 국민들에게는 중장기적으로 한국경제를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구조로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물론 어떤 경우에도 한국 경제가 파탄나는 상황은 피해야 하겠지만, 지금 한국의 재벌급 건설업체 가운데 단 하나라도 쓰러지기라도 했단 말인가. 집값이 여전히 일반 가계의 소득 수준 대비 지나치게 높은 상태이고, 어떤 은행도 파산 위험에 처해 있지 않은데 온갖 부양책을 동원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파렴치하다.

 

어렵더라도 당분간은 냉철한 자산시장의 가격 조절 메커니즘에 따라 부동산 거품이 자연스레 해소되도록 해야 한다. 부동산 거품에 취해 무리하고 부실한 경영을 해온 건설업체는 명확한 원칙과 기준에 따라 자연스레 퇴출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집값이 일정한 바닥을 찾고 유효수요가 살아나도록 하는 것이 부동산 경기를 가장 빨리 활성화하는 방법이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인위적으로 가격을 떠받치면 거래가 형성되지 않아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길어질 뿐이다.

 

반면 건설업계를 부양하기 위한 재정력과 행정력은 아껴뒀다가 부동산 가격이 소득 수준에 맞게 조정된 일정한 시점에서 붕괴의 충격으로 고통받는 가계와 기업들에 대해 원칙과 기준을 정해 도와줘야 한다. 현재 집값 수준은 고점에서 어느 정도 빠지기는 했으나 큰 틀에서 볼 때 부동산 부양책을 쓸 때가 아니라 여전히 집값 거품을 빼야 할 때이다.

 

지금처럼 1% 부동산 부자들과 건설업체들을 위해서 부양책을 쓰는 것이 아니라 경제위기로 힘겨워 하는 중산층과 서민들을 위해 써야 한다. 지금 정부가 건설업체들과 금융기관에 지원하는 돈의 절반만 제대로 서민들을 위해 쓴다면 부동산 거품이 빠진다고 서민들의 삶이 특별히 더 나빠질 이유가 없다. 지금 한 달에 10만원, 20만원이 없어서 냉기가 도는 집안에서 변도 치우지 못하고 사는 빈민들이 수두룩하다. 왜 그런 저소득층에는 땡전 한 푼 지원을 늘리지 않고, 필요하지도 않은 도로며, 공항이며, 아파트를 짓는데 수십, 수백조원의 예산을 써대려 하는가.

 

지금 국내 부동산 문제가 이 지경까지 이른 것은 정권의 좌우를 가리지 않고 무능과 무지로 넘쳐나는 정치권과 정부의 거듭된 정책실패와 부동산투기 등 부정부패의 탓이 크다. 하지만 업계 전체로 ‘대마불사’ 논리에 빠져 무리한 경영을 해온 건설업계나 부동산 광고에 눈이 멀어 이들을 옹호해온 상당수 언론에도 매우 큰 책임이 있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수급이 무너져 더 이상 지탱하기 힘든 지경까지 와 있다. 이제는 그야말로 시장원리에 맞춰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고 부동산 가격이 자산시장의 가격 결정 메커니즘에 맞춰 일정한 수준까지 조정되도록 하는 게 순리다. 이를 거부하고 건설업계가 또 다시 무리한 부양책을 요구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경착륙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건설업계의 분양 광고에 크게 의존해온 언론사들도 경착륙을 피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부동산 언론은 건설사 민원 해결에 열중하기보다는 국민경제 전체의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모색하는 관점에서 보도하기 바란다. 그것이 독자인 국민들로부터 버림받는 길을 피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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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7. 23. 09:11

리더십과 팔로워십의 대가 바바라 켈러먼 교수는 'Bad Leadership'이라는 책에서 나쁜 리더십 유형을 일곱가지로 나눕니다. incompetent, rigid, intemperate, callous, corrupt, insular, evil.

 

이 가운데 incompetent는 무능, rigid는 완고함, intemperate은 절제력이 없는, callous는 팔로워들의 욕구를 살피지 않는, corrupt는 부패한, insular는 편협한, evil은 히틀러나 유고 전범들처럼 사악한 리더십.

 

그런데 우리 정치판에는 이들 나쁜 리더십 조건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보입니다. 부패하며(corrupt), 제기되는 사회적 과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거나(incompetent) 서민들의 욕구에는 둔감한 (callous) 등등,

 

이번에 성추행에 가까운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은 다른 부분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자기 절제력이 없어 보입니다.(intemperate) 공인으로서 자신의 위치를 망각하고 말을 해야 할 장소와 때를 가리지 못하는 사람으로 보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요? 모두 갖췄죠. 무능하고(국민의 삶 저하), 무절제하며(공사 구분을 못하죠)고집스러우며(4대강 불도저처럼 밀기), 민생 욕구에 둔감(친서민 포장만 요란), 부패했으며(설명 불필요), 편협한(복잡한 외교 방정식을 고려 않는 천안함 대처). 이명박 대통령이 아직 evil 단계까지 갔다고는 말하기 어렵겠습니다. 물론 용산참사 등에 대한 현 정부의 잔혹한 대처 방식을 보면 그런 측면이 없어 보이지도 않습니다만.

 

그런데 정치인들이나 대통령 욕만 할 게 아닙니다. 켈러먼 교수는 나쁜 리더는 나쁜 팔로워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생겨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강용석의원은 화려한 스펙 이면에 그 사람의 품성과 능력, 비전 등을 검증하는데 실패한 유권자들이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떻습니까? 물론 전 정권의 문제해결능력 부족과 거듭된 정책실패에 대한 심판의 요소도. 하지만 그 이면에 집값 거품 유지 욕구, 조야한 배금주의, 부패에 대한 관대함, 공동체 전체로서 새로운 시대 비전 부족이 낳은 결과 아닐까요?

 

켈러먼 교수는 그의 저서 'followership'에서 팔로워의 유형을 사안에 대한 참여도에 따라 네 가지로 구분합니다. bystanders(방관자), participants(참여자), Activists(활동가), Diehards(신명을 바치는 사람)

 

켈러먼 교수는 방관자들이 많으면 나쁜 리더십이 자라날 소지가 매우 크다고 합니다. 물론 적극적 팔로워가 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무기력감이나 '나 하나쯤이야' 하는 책임의 분산 심리 등이 적극적 팔로워가 되는 것을 방해합니다.

 

모든 이들이 시간과 에너지의 제약이 있는 만큼 모든 일에 적극적 팔로워가 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관심 영역 안에 들어오는 일부터 적극적으로 나서고, 관심영역을 넓혀간다면 우리는 모두 적극적 팔로워들이 될 수 있고 세상을 바꿔갈 수 있습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언제나 리더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훌륭하고 뛰어난 팔로워는 훌륭한 리더 못지않게 세상을 바꿀 에너지를 갖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다르겠지만, 미국민들은 적어도 전세계적으로 비난받던 부시 행정부를 갈아치웠습니다.

 

트위터의 팔로잉, 팔로워 용어만큼 리더와 팔로워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이는 다른 사람들의 팔로우를 받지만, 또 그는 어떤 다른 사람의 팔로워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팔로워이면서 리더입니다.

 

물론 영향력 있는 리더와 영향력 있는 팔로워가 있습니다. 저는 아마도 부동산문제에 관한 한 트위터 세계에서 리더격일 겁니다. 하지만 저는 다른 많은 부분에서 팔로워입니다. 그리고 부동산 문제에서도 저를 따르는 많은 분들의 의견에 영향을 받습니다.

 

잘 결합된 리더와 팔로워는 이처럼 공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함께 나아가는 사람들입니다. 바람직한 공동의 목표를 위해 리더와 팔로워가 서로 긴밀한 상호작용을 지속적으로 이뤄갈 때 그 공동의 목표는 얼마든지 이룰 수 있습니다.

 

 

하지만 리더가 잘못된 방향으로 팔로워들을 이끌 때 팔로워들은 방관자로 머물지 말고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적극적 행동을 취해야 합니다. 이라 샬레프가 쓴 'The Courageous Followers'에서는 훌륭한 팔로워의 자질로 여섯가지를 듭니다.

 

팔로워들이 가져야 할 여것가지 용기는 필요한 책임을 맡을 용기, 봉사할 수 있는 용기, 문제를 제기하고 도전할 수 있는 용기, 변화를 위해 참여할 수 있는 용기, 도덕적 행위를 취할 수 있는 용기, 다른 팔로워들의 목소리를 경청할 수 있는 용기입니다.

 

그리고 적극적 팔로워에서 머물지 말고 리더가 되십시오. 저도 한때는 리더십이 지배자의 학문이고, 거창한 영웅들의 학문으로만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많은 리더십 이론이 지위나 권위를 기준으로 리더를 정의합니다.

 

켈러먼 교수가 '리더십 산업'이라고 꼬집는 것도 이유가 있을 법합니다. 특히 매우 뒤틀린 상업적인 '리더십 산업'이 번창한 한국에서는 더더욱 리더는 성공과 출세를 향한 전략 정도로만 취급되는 경향이 많습니다. 저도 한때 그런 이미지를 가졌습니다.

 

정신분석의 출신의 로널드 하이페츠 교수가 쓴 'Leadership without easy answers(하버드 케네디스쿨의 리더십수업)' 'Leadership on the line(실행의 리더십)'을 읽고 나서는 생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하이페츠 교수는 리더를 지위(position)나 권위(authority)를 기준으로 구분하지 않고, 어떤 과제를 이루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action을 이끌어낼(lead) 수 있으면 리더라고 정의합니다.

 

예를 들어, 서강 살리기 운동에서 시작해 쓰레기시멘트 문제, 4대강사업과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문제점들을 꾸준히 제기하는 최병성 목사님. 그 분야의 조직을 이끌지도 타이틀도 없지만, 이슈들을 선도적으로 제기해 여론을 환기하는 최목사님은 리더입니다.

 

 

짧게 쓰려던 글이 길어졌습니다. 영어 책 제목 등을 많이 사용해 잘난 척(?)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언급한 책들 가운데 하이페츠 교수책은 한글로도 번역돼 있으니 읽어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다만, 번역이 제대로 잘 돼 있는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오늘은 제가 주제넘게 잘 알지도 못하는 리더십과 팔로워십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그냥 평소 저의 소박한 생각을 전한 것이라고 생각해주십시오. 리더십과 팔로워십에 대한 멘션들을 보면 개인으로서의 무기력감을 많이 호소합니다. 그런 분들은 저희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의 지역공부방 모임에 한 번 참여해 보십시오. 많은 사회경제적 이슈들에 대해 다루고 함께 개혁할 방안들에 대해 모색하고 있습니다.

 

 

트위터를 하시는 분들은 http://twitter.com/kennedian3로 저를 팔로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아고라와 제 블로그(다음뷰), 오마이뉴스, 네이버 부동산, 한겨레신문, 미디어오늘 등에 연재하는 글뿐만 아니라 각종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합해서 매일 소개할 생각입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7. 22. 10:36

http://bit.ly/ccYOvI 부자감세 강만수가 그립다? 가계부채를 늘리고 물가가 오르는 것을 방치해서라도 부동산 거품을 지탱하라는 조선일보의 주문입니다. 모든 경제정책은 부동산 거품 부양이라는 목표에 종속돼야 한다는 주장으로, 정말 비열한 기득권 대변지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입증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 부동산이 무너지면 한국경제가 파탄난다고 호들갑떨며 정부의 부동산 추가 부양책을 주문하는 부동산 찌라시들의 협박이 요란합니다.

 

얼마 전까지 '국내에는 버블이 없다'고 떠들던 언론들이 이제는 금방이라도 한국경제가 무너질 듯 아우성입니다. 버블이 없다면, 버블이 붕괴할 일도 없는데 왜 그리 호들갑일까요? 기득권을 위해서는 어떤 사기술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언론들. 결국 찌라시라는 고백에 지나지 않습니다.

 

어쨌거나 언론 보도를 보면 DTI규제 완화를 일정한 범위에서 정부가 검토하는 모양입니다. 그나마 정부 사이드에서는 DTI규제 완화만큼은 안 된다고 생각했던 듯 하나 한나라당과 부동산 찌라시들의 압박에 굴복하는 모양새입니다. 결국 '강부자 정권'인 현 정부의 태생적 한계와 영혼 없는 공무원들이 어디 가겠습니까만.

 

현 국면에서 DTI규제의 대폭 완화는 어렵다고 보지만, 완화해봐야 버블 붕괴를 몇 개월 지연시키는 정도에 불과할 겁니다. 이미 부동산이 매우 위태롭다는 사실을 대다수 국민이 확인한 마당에 과거처럼 빚내 얼마나 덥석 집을 살지 의문입니다. 이미 다이어트 중인 은행 또한 얼마나 과감히(?) 빌려줄지도 의문이고요. 얼마 전 만났던 한 금융기관 부설 연구소 연구자들도 “DTI규제가 풀린다 해도 과거처럼 적극적인 대출을 할 은행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하더군요.

 

만약 DTI규제를 완화했을 때 생각했던 약발이 통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심리적 마지노선까지 무너뜨려 버블 붕괴를 가속화할 수도 있겠죠. 어쨌거나 정부가 이번에 DTI규제를 푼다면, 가계를 제물로 해서 폭탄을 돌릴 수 있는 데까지 돌려보겠다는 시도를 공식화하겠다는 뜻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현재 부동산시장 상황에서 DTI규제 완화 효과가 별무소용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제가 DTI규제 완화를 반대하는 것은 이 조치가 결국 가계들을 제물로 삼는 조치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결국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막대한 기회비용을 소진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거품기에 세 배 이상 늘어난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은 진척되지 않았는데, 이들을 모두 먹여 살리기 위해 가계 빚을 더 많이 내도록 부추기는 게 정말 국민을 위한 정부인가요?

 

2000년대 부동산 거품이 부풀어오르는 동안 생산경제에 돈이 돌지 않아 일자리는 늘지 않고, 가계들은 은행의 노예로 전락해 소비를 줄였습니다. 그 결과 생산경제에는 돈이 돌지 않아 일자리가 늘지 않고, 가계 소비 위축으로 내수는 계속 위축됐습니다. 2000년대 내내 부동산 거품이 부풀어 오르는 동안 일자리는 줄고 비정규직은 늘어나 사람 값은 똥값이 됐습니다. 이제는 집값을 낮추고 사람 값을 높이는 길로 가야 합니다. 그것이 정상으로 돌아가는 길입니다.

 

상위 5%의 부모세대들이 주도한 부동산 투기 붐에 우리 젊은이들은 어땠습니까? 집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변변한 일자리가 없어 시집장가를 못 갔습니다.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끊어졌습니다. 미래의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는 나라가 어떻게 미래를 기약합니까?

 

부동산 거품이 불러온 사회경제적 폐해가 이루 헤아릴 수 없는데 언제까지 이 거품을 짊어지고 갈 수 없습니다. 그래야 한국경제가 건전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습니다. 집값 거품 빼기는 그 첫 걸음입니다.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돌아가는 첫걸음입니다.

 

물론 거품을 빼는 과정에서 단기적으로는 적지 않은 고통과 충격이 따를 것입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탐욕에 가득 차 불로소득으로 국민경제의 폐해를 심화시키는 사람들에게 보상하고, 열심히 일한 근로소득자들을 처벌하는 시스템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이제라도 비정상이 정상을 조롱하고, 투기적 탐욕이 절제된 검소함을 비웃는 시대를 접어야 합니다. 이미 너무 늦었습니다. 하지만 늦었음을 깨달았을 때가 가장 빠를 때입니다. 지금부터라도 풍선에 바람을 빼나가듯이 거품을 빼나가야 합니다.

 

하지만 이 정부는 바람이 빠질만하면 다시 바람을 잔뜩 불어넣습니다. 집값이 오를 때는 '시장원리에 맡기라'던 부동산 찌라시들은 이제 와서는 '정부가 나서서 시장을 떠받치라'고 합니다. 좀비가 된 자들이 자신들만 나락으로 떨어지기 싫어 정상적인 사람들을 좀비로 전락시키려 합니다.

 

부동산 찌라시들은 지금도 가계 부채를 더 늘려서라도 부동산 거품을 떠받치고 도덕적해이로 가득찬 건설업체들과 저축은행을 떠받치라고 합니다. 일반 가계들을 언제까지 제물로 삼아야 속이 시원할까요? 이 땅의 국민들은 건설업체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태어났나요?

 

한 번 생각해보십시오. 우리가 2004년에 부동산 거품을 뺐더라면, 그리고 2008년에 거품을 뺐더라면. 거품 빼기를 지연시킬수록 거품 붕괴의 에너지는 점점 커져갑니다. DTI규제 완화로 지난해 늘어난 가계부채 45조원만큼 가계들이 제물이 됐습니다

 

이번이 거의 마지막 기회일 겁니다. 지금이라도 거품을 빼지 않는다면 정말 감당하기 어려울 충격을 겪을지도 모릅니다. 현 정부는 다음 정권으로 폭탄을 떠넘기고 싶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이 나라의 미래를 철저히 망치는 길입니다.

 

최근 MBC PD수첩의 김재영 PD <하우스푸어>라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http://bit.ly/901Emc (오마이뉴스 서평 참조) 책이 출간된지 불과 4일만에 초판 3000부가 모두 팔려나가 2쇄를 무려 8000부나 찍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예스24에서는 종합 베스트셀러 105위에 올랐는데, 상승 속도가 제 책 '위험한 경제학'보다 더 가파른 듯 합니다. 책 집필을 권하고 정리를 도왔기에 이 책에 각별한 애정을 느끼는 사람으로서 제 책 못지않게 상당히 뿌듯함을 느낍니다. 하지만 2000년대 부동산 거품기의 후반에, 그리고 지난해 막차에 올라탄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하우스 푸어'들로 전락할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토록 지난해 내내 '부동산 막차에 올라타지 말라'고 부르짖었던 것입니다. 이제 김재영 PD가 더 이상 가계들이 무리하게 빚을 내 하우스푸어대열에 합류하지 말라고 호소합니다. 지난해 PD수첩의 제작 과정을 돕기도 했던 저로서는 정말 마음 든든한 우군을 얻은 느낌입니다.  

 

하우스푸어문제는 앞으로 갈수록 심각해지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뾰족한 방법이 없습니다.시장경제에서 모든 투자는 자기 책임하에 이뤄지는 것입니다. 집값이 오를 때는 투기차익을 전유하고, 집값이 내릴 때는 손실을 사회에 전가하는 것을 무작정 용납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저는 한동안은 '하우스 푸어' 문제에 대해서도 다소 냉정한 자세를 유지하려 합니다이제는 우리 모두가 광기의 투기거품 시대를 지나 정상으로 돌아가야 할 때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보다 부동산 투기 잘 하는 사람이 더 인정받고, 집 있는 사람이 집 없는 사람을 괄시하고, '집값 떨어진다'고 주장하면 집 없어서 배 아파하는 사람 취급하고,아이들에게 아이 친구 부모가 어느 아파트에 사는지 물어봐야 하고, 집값 올리려고 특목고 유치에 목숨을 걸고, 집값 떨어진다고 임대주택이나 장애인 시설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고,같은 아파트단지에서도 임대주택 아파트는 담장으로 막고, 아파트 부녀회에서 집 있는 아줌마들만 모여 집값 담합 반상회를 하고, 우리 동네 집값이 저평가돼 있으니 더 올려받아야 한다고 악다구니쓰고, 집값이 올라야 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토건개발사업에 찬성하고, 집값이 올라야 하기에 집값 올려줄 것 같은 저질 정치인들을 국민의 대표로 뽑고...이제는 이런 비정상을 끝내야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하우스푸어'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마음이 많이 무겁습니다. 정부와 정치권의 거듭된 정책실패, 건설업체와 부동산 찌라시들과 부동산투기선동가들이 만들어놓은 덫에 걸린 사람들. 현재로서는 그런 하우스푸어들이 더 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제라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가계 부채 다이어트를 유도해야 합니다. 그런데 정부가 DTI규제를 풀어서라도 가계에 빚을 권한다면 이것은 정말 제대로 된 정부가 할 짓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버블 붕괴로 부동산 좀비로 전락한 사람들이 다른 멀쩡한 사람들을 함께 좀비로 만들려는 물귀신 작전을 정부가 부추기는 짓입니다. 부동산 기득권 세력의 물귀신 작전을 우리 모두가 나서서 퇴치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아직도 부동산 시장에 미련을 못 버리고 맴돌고 있는 분들께 하우스 푸어라는 책이 훌륭한 백신 역할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아직도 부동산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주변분들께 일독을 권해주시기 바랍니다. DTI 규제를 풀어 국민에게 빚을 권하는 부동산 기득권 세력이 만든 덫에 걸려 선량한 국민들이 더 이상 하우스푸어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는 데 매우 큰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트위터를 하시는 분들은 http://twitter.com/kennedian3로 저를 팔로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아고라와 제 블로그(다음뷰), 오마이뉴스, 네이버 부동산, 한겨레신문, 미디어오늘 등에 연재하는 글뿐만 아니라 각종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합해서 매일 소개할 생각입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7. 21. 08:26

한국 사회는 사법의 이중잣대가 있는 것처럼 경쟁의 이중구조가 있습니다. 사회경제적 강자들은 독과점과 담합을 통해 경쟁을 회피하면서도 약자들에게는 피눈물나는 경쟁을 하게 합니다. 강자들의 경쟁은 촉진하고 약자들의 경쟁 부담은 줄이는 게 한국사회의 과제.

 

예를 들면, 자동차 통신 건설 유통 등에서 재벌기업들은 대부분 사실상 독과점과 담합, 불공정 경쟁을 일상화하면서도 자신들에게 부품을 조달하는 하도급 업체에는 생사를 건 납품단가 인하 경쟁을 벌이게 하고 불공정거래를 요구합니다.

 

그 결과 경제적 강자들은 공정한 시장경쟁 상태에서보다 늘 많이 가져가는데, 그 몫은 결국 자신들의 하도급 업체와 같은 ''과 일반 소비자인 국민들입니다. 소비자 잉여로 올 것이 재벌의 초과 이윤으로 가는 것입니다.

 

기업의 영역뿐만 아닙니다. 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각 대학들, 특히 명문 사립대들은 자신들의 서열구조 안에서 사실상 경쟁의 무풍지대에서 세계 최고의 등록금 장사를 하면서도 일반 가계와 학생들은 생사를 건 경쟁을 하게 합니다.

 

또한 공교육을 부실하게 만든 채 사교육을 최대한 팽창시켜 '학비 판돈'을 많이 댈 수 있는 부자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명문대 진학 경쟁에서 '승자 독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듭니다. 마치 판돈 많은 사람이 포커판에서 많이 따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한국 사회는 이처럼 비열한 경쟁의 이중구조를 깨고 공정한 경쟁 게임의 룰을 확립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래야 한국사회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사회가 될 수 있습니다. 강자들에게는 더 많은 경쟁을, 약자들에게는 경쟁 완화를!

 

이처럼 공정한 게임의 룰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제대로 작동해야 하는데, 지금의 공정위는 여전히 제 역할을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광범위한 부정부패를 강력하게 처벌하고 숙정하는 사법시스템도 갖춰야 하는데, 일부 재벌은 치외법권입니다.

 

공정한 게임의 룰만 제대로 적용하면 모든 것은 아니어도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있는 조중동의 무가지 뿌리기와 경품 판촉은 명백히 공정거래를 위반하는 사항으로 이만 막아도 그들의 지위는 한층 약화될 것입니다.

 

예산 낭비도 엄청나게 줄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4대강 사업에도 적용된 턴키입찰 방식은 상위 6, 내지 10개 재벌 건설업체들이 가격 담합을 공공연히 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60원에 할 수 있는 공사를 95, 98원에 수주받아 폭리를 취하죠

 

턴키담합을 통해 재벌 건설업체들이 취하는 폭리는 세금으로 불필요하게 퍼주는 격. 턴키담합을 막고 공정경쟁만 하게 해도 막대한 예산을 아낄 수 있습니다. 제가 서울시에 있으면서 지하철 9호선 2단계 공사의 담합을 분쇄해 약 1000억을 아꼈습니다.

 

반면 우리 아이들에게 불필요하게 생사를 건 듯한 시험성적 경쟁을 치르는 구조는 바꿔야 합니다. 입만 열면 '인재가 자원이라는 나라'에서 교육재정은 형편 없는 수준입니다. 공교육 예산을 지금의 두 배 이상 늘려서 공교육을 강화해야 합니다.

 

그렇게 공교육을 강화하면 사회 전체적으로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게 됩니다. 반값 등록금이 아니라 국공립대 등록금은 거의 무상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사교육비 지출을 줄이고 아이들의 인성과 창의성을 마음껏 키울 수 있습니다

 

짧게 쓰려던 글이 길어졌네요. 사실 향후 1,2년 안에 쓰려고 하는 책의 주제라서 많이 고민하고 있는 영역이라 한 번 쓰면 이렇게 줄줄줄 나와버립니다. 죄송^^; 결론은 반칙하는 강자들에게는 더 많은 경쟁을, 약자들에게는 공정한 경쟁 출반선과 기회를!

 

http://unsoundsociety.tistory.com/entry/winner-take-all "정책으로 사교육 부추긴 뒤 세금들여 사교육 줄인다?" 예전에 쓴 글인데, 왜 한국의 사교육 경쟁이 포커판인지를 설명한 글입니다.

 

 

 


트위터를 하시는 분들은 http://twitter.com/kennedian3로 저를 팔로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트위터를 지난해 하반기부터 개설했지만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한달여 전부터입니다. 향후 제가 아고라와 제 블로그(다음뷰), 오마이뉴스, 네이버 부동산, 한겨레신문 등에 연재하는 글뿐만 아니라 각종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합해서 매일 소개할 생각입니다. 참고바랍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7. 19. 08:50

지난해 10월 이후 아파트 신규 분양시장과 기존 주택시장이 동시에 침체로 접어든 데 이어 최근으로 올수록 주택 가격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까지 ‘대세 상승’을 부르짖던 상당수 부동산 정보업체 관계자들이나 언론들도 이제는 이구동성으로 주택시장 위기를 합창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언론에는 하반기 부동산 시장을 전망하는 기사들이 자주 나오고 있다. 지난해까지 ‘대세상승’을 부르짖다가 올 초에는 ‘상저하고’라며 하반기에는 집값이 뛴다고 하던 사람들조차 이제는 하반기까지 내리 침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올해 하반기가 기회”라고 선동하는 이들도 있고, 꼭 올해가 아니어도 내년쯤에는 부동산 시장이 회복될 것이라는 사람들이 많으니 아직은 필자의 역할이 조금은 남아 있는 것 같다. 독자들의 올바른 판단을 위해 이번 글에서는 향후 부동산 시장을 전망해보기로 하자.  
 
우선 향후 부동산 시장을 전망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작업은 현재 주택시장이 어떤 국면에 와 있는지를 파악하는 일이다. 보통 전세계적으로 부동산 시장의 사이클은 보통 10~20년 정도의 장기 사이클을 그린다. 대략적으로는 부동산시장의 주기가 약 18년 정도로 수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주택시장 사이클의 흐름으로 볼 때 수도권 주택시장 상황은 여전히 부동산 버블 붕괴의 초기 국면에 놓여 있다.  

이를 살펴보기 위해 서울 한강이남 11개 구의 아파트 실질가격 추이를 나타낸 <도표 1>을 보자. 많은 이들이 집값을 생각할 때 명목가격 추이만 생각한다. 그래서 집값은 늘 오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물가수준을 반영한 실질가격 지수 추이를 살펴보면 사정은 사뭇 달라 보인다.
    

<도표 1> 서울 강남 11개구 아파트 실질가격 추이. 국민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국민은행이 주택 가격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86년 이후 한국은 크게 두 차례의 부동산 버블기를 겪었다. <도표 1>을 보면 서울 강남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상승(1987~1991년 5월) → 하강(1991년 6월~1998년 11월) → 상승(1998년 12월~2006년 말) → 하강(2007년 초~ 최근)의 파동을 그리고 있다. 즉, 부동산 버블과 버블 붕괴가 반복되는 것이다. 특히 2009년 상반기에 집값이 국지적으로 반등했다고는 하나, 주택 가격의 장기 파동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2차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는 초기 과정에서 나타나는 미약한 흐름일 뿐이었다.

 

그런데 국민은행 주택가격 지수는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호가 위주 지수다. 집값이 오를 때는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만, 집값이 내릴 때는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 따라서 국토해양부 실거래가 흐름을 보면 이미 대세 하락 흐름에 들어 있음이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이를 살펴보기 위해 우리 연구소는 호가가 아닌 국토부 실거래가를 바탕으로 수도권 수천 개 아파트단지를 대상으로 가격패턴을 산출해 보았다. 그 결과는 아래 <도표2>와 같다. 이를 보면 호가와 실거래가의 갭이 상당함을 확인할 수 있다. 실거래가 기준으로는 2006년 말에서 2007초의 고점대비 서울 강남3구의 경우 이미 11.6%, 수도권 도시의 경우 25~30% 가량 떨어진 상태다.  명목가격으로 이만큼 하락했는데, 위에서 본 실질가격으로 환산하면 훨씬 더 많이 떨어진 셈이 된다. 2006년 이후 국내 누적 물가상승률은 약 15%에 이른다. 따라서 아파트 실질 가격으로는 강남 3구의 경우 26.6%, 수도권 도시들의 경우 40~45% 가량 떨어진 셈이 된다.

 

                          

 <도표 2> 수도권 주요 지역 아파트 가격 추이 비교.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도표2>의 실거래가 패턴 추이는 올 4월 초까지 신고된 아파트 실거래가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이미 석 달 가량 지난 현재 시점에서는 하락폭이 이보다 훨씬 더 크다고 봐야 한다.

 

이번에는 주택 가격 못지않게 중요한 통계인 거래량 지표를 살펴보자. 아파트 거래량은 2006년 이후부터 집계됐으므로 그 이전의 거래량은 그동안 파악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1996년 이후 아파트 거래량 추이를 자체적으로 추정해보았다. <도표 3>은 가계부채와 아파트 거래량의 상관관계 함수를 이용해 한국은행의 가계부채 증감에다 주택 가격 수준을 감안해 아파트 거래량을 추정하는 방식으로 작성한 것이다.

 

<도표 3>에서 2006년 이전 부분은 바로 이렇게 도출한 추정에 의한 거래량 추이다. 거래량 지표를 보면 1차 폭등기 때는 전국적으로 집값이 뛰면서 전국 아파트 거래가 활발했다. 2차 폭등기 때는 수도권에서만 집값이 뛰었고 이미 집값이 많이 뛴 상황이어서 거래량이 1차 폭등기 때보다 많지 않았다. 하지만 2006년 하반기의 거래량은 1차 폭등기 때를 능가하는 것으로 이때 가격과 거래량이 단기간에 폭증했음을 알 수 있다.


 

    
<도표 3> 전국 아파트 거래량 및 가격 추이 (1996.1Q~2010.1Q).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2차 폭등기 이후인 2007년부터는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국토해양부 실거래가가 점진적으로 하락했다. 2003년 하반기부터 2004년까지 주택시장이 침체되면서 집값이 일정하게 떨어졌는데(국민은행 가격지수로는 소폭의 조정기로 나오지만 당시 실거래가가 집계됐다면 상당폭 떨어져서 나타날 것으로 추정된다) 아파트 거래량은 2003년 1분기부터 급감했다. 거래 침체가 지속되면서 빚을 지고 산 사람들이 몇 분기 후부터 초조한 마음에 집값을 낮춰 내놓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이런 현상은 2006년 폭등기 이후 거래량 감소에 따른 집값 하락이 2007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것과도 마찬가지다.

 

이로 미뤄볼 때 거래량 감소가 집값 하락에 1~3분기가량 선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는 어떨까? 2008년 말 집값 급락 후 집값이 죽 빠지는 것이 정상이었지만, 부동산에 사활을 건 현 정부는 막대한 부동산 투기 선동책을 동원해 억지로 집값을 떠받쳤다. 그렇게 해서 늘어난 거래량이 1·2차 폭등기보다 매우 미미한 수준임을 도표를 보면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식으로 거래량 침체가 2분기 이상 지속된다면 가격은 가파르게 급락할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가파르게 떨어지는 것은 그 전초전이라고 보면 된다. 이것이 여전히 전초전에 가깝다는 사실은 아래 <도표4>에서 일본과 미국 부동산 가격과 거래량 추이를 보면 확인할 수 있다. 거래 침체와 가격 하락이 동반되면서 부동산 거품이 부풀어 올랐던 기간에 못지않은 장기간의 주택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도표 4> 일본과 미국의 부동산 거래량 및 가격 추이.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런 가운데 7월 9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출구전략이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일부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조차도 “경기 본격회복을 알리는 신호이기 때문에 주택 가격은 오른다”고 선동하지만, 현재 경제와 주택시장의 구체적 맥락을 이해한다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무식한 발언이다. 2000년대 부동산 거품은 가계부문에서만 340조원의 가계 부채를 쌓아올려서 만든 악성 거품이다. 가계 부채 위에 쌓아올려진 부동산 거품 붕괴를 막기 위해 정부가 취한 조치가 사상 최저금리를 16개월 동안 유지하는 것이었다. 사상 최저 수준의 금리와 경기 부양을 위한 유동성이 급증한 상태에서도 주택 가격은 이미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금리가 오르면 주택 가격 하락세가 더욱 가팔라진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강부자 정권’조차도 기준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을 정도로 부동산 버블의 붕괴 압력은 그만큼 큰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미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올해 2분기에 은행의 대출 연체율이 급등하고 있다고 한다. 부실채권을 털기 위해 대규모 상각과 매각을 단행했는데도 가파른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부동산 거품을 호가로 아무리 떠받치려 해도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실제 거래가격이다. 이미 수도권 주요 도시에서 고점 대비 20~30%씩 집값 떨어진 곳이 수두룩하고 빚 부담을 버티지 못하는 가계들부터 무너지면서 은행 연체율도 급등하게 되는 것이다.

 

가계만 그런 것이 아니다. 그동안 부동산 붐에 편승해 무리하게 사업을 펼쳐온 건설업계의 줄도산 위기로 번지고 있다. 120조원이 넘는 PF대출을 고리로 금융권의 부실 채권은 더욱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미 저축은행의 경우에는 PF대출 부실이 심각해져 정부가 공적자금 투입에 다시 나섰다. 우리은행을 시발로 해서 시중은행에서도 PF대출 부실 여파가 불거지고 있다. 더구나 저축은행의 경우에는 2006년 이후 발생한 주택대출 31조원 가량 역시 부실화될 위험에 바로 노출돼 있다.

 

더구나 지금 언론에서 제대로 거론되지 않고 있지만,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기업들도 시설운영자금 등의 명목으로 빚을 내 2005년 이후 부동산에 투자한 경우가 부지기수다. 중소기업 대출은 445조원에 이른다. 특히 2006년 이후 4년 동안에 발생한 대출만 216조원에 이른다. 관련 세부통계가 없어 정확한 실상 파악은 어렵지만, 이 가운데 적지 않은 대출이 부동산관련 대출로 추정되고 있다. 그 근거로 중소기업의 자금수요가 경기변동에 연동하기보다는 부동산시황에 연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사실 이들 기업에 대한 부동산 대출은 이미 2008년 말부터 부실해지고 있었지만, 금융기관들이 추가 대출을 일으켜 연체를 막아주고 있었다. 그 가운데 수면 아래에서 부실 채권이 늘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그 부실 채권들을 미루고 감추기에는 한계에 이르렀다. 올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는 그 같은 부실들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드러나는 시기가 될 것이다. 주택시장에서 본격적인 충격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더구나 2012년 이후로는 인구 감소와 2기 신도시의 입주물량 대량 공급으로 이미 가라앉고 있는 주택시장을 짓누를 가능성이 높다. 2010년대 한국의 주택시장은 저출산·고령화의 충격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시기이다. 저출산 고령화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급격히 진행되는 만큼 그 충격 또한 어느 나라보다 깊고 클 것이다.

 

그런데도 근시안적 이해관계에 사로잡힌 정부와 정치권은 그에 대한 전략적 대비가 부실한 상태다. 오히려 정부는 부동산 거품을 빼기보다는 ‘부동산 연착륙’이라는 명목 아래 오히려  건설업체의 정상적 시장 퇴출을 지연시키고 부실 은폐를 방조하고 가계 부채 증가를 부추겼다. 단기적 충격을 줄이겠다는 욕심으로 주택시장의 가격 조정을 지연시키면 시킬수록 부동산 거품 붕괴의 에너지는 커지고, 주택시장의 침체는 길어질 뿐이다.

 

보통 10~20년 정도의 장기파동을 그리는 주택시장의 사이클은 주식시장처럼 짧지 않다. 2000년대 부동산 거품이 심하고 오랜 기간 지속됐던 만큼 거품 해소 기간도 그만큼 심하고 오래 지속될 것이다. 그것이 순리다. 그런 주택시장 사이클의 관점에서 보면 지금은 겨우 머리에서 어깨 정도로 내려온 수준이다. 일시적 기복은 있겠지만 집값은 아직도 장시간에 걸쳐 발바닥까지 내려갈 일이 남아 있다. 따라서 ‘집값이 싼 지금이 집을 살 타이밍’이라며 역발상을 주문하는 사람들을 경계해야 한다. 지금의 역발상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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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7. 15. 09:02

지난해 10월 이후 아파트 신규 분양시장과 기존 주택시장이 동시에 침체로 접어든 데 이어 최근으로 올수록 주택 가격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집값이 바닥을 쳤다’‘이제는 대세 상승이다’라고 주장했던 많은 부동산 투기 선동가들이 연초에 주택시장 침체가 계속되자 ‘상저하고’라는 식으로 말을 바꿨다. 그러더니 이제 와서는 또 다시 온갖 궤변과 요설을 동원하고 있다. ‘대세상승은 끝났다. 하지만 폭락은 없다’ ‘그래도 오를 곳은 오른다’는 식으로 말을 바꾸고 있다. 그러면서도 “오히려 주택시장이 침체인 지금이 집을 사야 할 타이밍”이라며 뼈 속까지 선동꾼 기질이 다분한 사람들도 여전히 있다.


왜 이른바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부동산 투기 선동가)’라는 사람들과 상당수 부동산 담당 기자들은 틀린 것으로 드러난 주장들을 계속 되풀이하고 있을까? 여러 가지 설명이 있을 수 있는데, 이 가운데 다섯 가지만 살펴보자. 물론 이 다섯가지는 각기 따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돼 상승작용을 일으킨다는 점을 유념하자.

 


1. 이해관계:

필자가 여러 차례 설명했지만, 가장 기본적으로는 이해관계 때문이다. 부동산 정보업체들이나 언론사들이나 아파트 분양광고가 가져다주는 매출 비중이 너무나 크다. 신문사의 경우 사주가 부동산 재벌인 곳이 많다. 부동산 정보업체나 컨설팅업체 관계자들은 기본적으로 부동산시장이 죽으면 밥 벌어먹기가 어렵다. 이들은 “재테크는 기본적으로 오른다고 해야 장사가 된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다닌다.


기업체 차원의 이해관계뿐만 아니라 기자 개개인이 강력한 이해관계를 가진 경우도 많다. 기자들 사이에 건설업체들의 상시적인 접대를 당연시하는 문화가 만연해 있지만 스스로 투기를 한 경우도 많다. 필자가 아는 A신문의 재테크 팀장은 지난해 하반기에 기존에 집을 갖고 있으면서 강남 재건축을 한 채 더 살까 타진하고 있었다. 필자가 아는 B신문의 산업부 데스크는 빚을 잔뜩 지고 수 년 전 강남 재건축 아파트에 ‘올인’한 상태였다. 또 경제지인 C신문의 부동산 담당 기자는 강북에 살면서 강남 재건축에 빚을 내 투자한 경우인데, 이 기자는 ‘다른 곳은 몰라도 강남3구는 안 떨어진다’는 이른바 강남불패론을 여러 차례 기사화했다. 그의 ‘희망사항’이 기사에 반영되지 않을까? 그는 아마도 자신의 희망사항을 합리화해주는 이른바 ‘부동산 전문가’들을 열심히 찾아다닐 것이다.


2. 집단사고(group think):

부동산 정보업체 사람들은 이해관계에 노출되다 보니 자연스레 주된 의견은 항상 ‘집값은 오른다’로 귀결된다. 이 같은 의견이 업계에서 다수를 차지하다 보니 자연스레 이견은 줄어들고, 전반적으로 의견들이 한 방향으로 동화된다. 이른바 한 집단 안에서 이견을 배제하고 다수의 의견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3. 인지부조화:

널리 알려진 대로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기존 인식과 다른 상황이 발생할 때 인식을 바꾸기보다는 기존 인식을 바뀐 상황에 맞춰 자위적으로 합리화하거나 맹신하게 된다. 지난해까지 ‘대세상승’을 부르짖던 사람들이 올 들어 주택시장이 계속 가라앉자 정부의 보금자리 주택정책이나 DTI규제 때문에 발생한 일시적 현상으로 자위하거나, “지난해 주택시장이 경기 회복세를 선반영한 때문”이라고 합리화하는 것이 이런 식의 반응이다. 또한 대세하락 흐름 속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오를 곳은 오른다’는 식의 일견 그럴듯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하나마나한 주장을 늘어놓고 있는 것이다.   


4. 현상 추종적 설명:

<탐욕과 공포의 게임>(지식노마드)이라는 책을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S증권 리서치센터가 삼성전자에 대해 목표주가를 내릴 때는 가상의 투자자가 주식을 사고, 목표주가를 올릴 때는 주식을 파는 ‘청개구리 투자’를 한다고 치자. 그 결과 2년 동안 S증권이 권하는 대로 투자하면 본전치기 수준이었지만, 청개구리 투자는 23%의 수익을 본 것으로 나왔다. 이 책의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전문가들의 예상 방식은 주가를 예로 들자면, 최근까지 올랐으면 앞으로도 그러하리라 예상하고 내렸으면 앞으로도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하는 추세추종 또는 모멘텀 올라타기”라고 말이다. 지금 언론에서 나오는 보도나 소위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전망은 이처럼 사실 눈앞의 현상만 보고 추세 추종을 하는 것에 가깝다. 


잠깐만 생각해봐도 2008년 말에는 “향후 한동안은 부동산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외치던 사람들이 2009년 하반기가 되자 대부분 ‘대세 상승’을 외쳤다. 그리고 올 초에는 ‘상저하고’라고 하더니 이제는 하반기에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잘 생각해보면 이들의 전망은 전망이 아니라 현상 추종이고, 후행적인 설명일 뿐이다. 더구나 이들은 주택시장과 이를 둘러싼 경제의 구조적 흐름을 모르다 보니 더더욱 현상 추종적 성향을 나타낼 수밖에 없다. 거꾸로 뒤늦게나마 부동산 버블에 대해 경고하는 사람들이 경제학자인 이유도 그나마 이들이 경제의 구조적 흐름을 상대적으로 더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인 측면도 있다.  


5. 자기 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에 대한 과신:

부동산 투기 선동가들과 이들의 확성기 노릇을 하는 부동산 기자들은 전체로서 일반인들의 판단과 행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이들이 '물건'을 찍어주면 많은 이들이 앞다퉈 투자했고, 그 결과 실제로 집값이 상승했다. 그렇게 투자해 재미를 본 사람들이 2000년대 초중반에 속출했다. 그러다 보니 이들은 자신들의 전망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 됐다. 그 같은 경험이 외환위기 직후부터 해서 근 10년 가까이 지속됐으니 그 같은 자기 예언에 대한 과신이 오죽하겠는가. 이들이 주택시장과 주택시장을 둘러싼 구조적 흐름을 보기보다는 ‘주택시장은 심리’라느니 ‘낙관적으로 봐야 주택투자에 성공한다’느니 하는 얘기를 괜히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눈에는 정말 (낙관적인) 심리가 그동안 주택시장을 움직여 온 것처럼 생각될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부동산 대세상승기에나 통하던 얘기다. 주택시장이 대세하락 흐름에 들어가면 더 이상 그런 것은 먹히지 않는다. 그런데 아직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이들도 이제 자신들의 예언이 과거처럼 먹히지 않으니 당황해서인지 이제는 ‘평정심을 가지라’는 등 선문답을 늘어놓고 있다. 가장 속물적인 이들이 선계에서 이슬을 먹고사는 도인들이나 할 법한 얘기들을 늘어놓고 있으니 웃음이 빵 터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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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7. 14. 09:15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이 12일 판교특별회계 전입금 지급유예를 선언한 사실이 큰 파장을 부르고 있다. 그는 판교특별회계에서 차용해 일반회계 예산으로 사용한 돈 5200억원을 당장 갚을 능력이 안돼 지급유예 선언을 한다고 말했다. 물론 성남시의 재정자립도는 70%를 넘고 지급 불능 상태라기보다는 분할 납입을 요청한 것이어서 과거 일본이나 미국 주정부들처럼 당장 성남시가 파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성남시의 판교특별회계 전입금 지급유예 선언은 갈수록 취약해지는 지자체 재정 기반 위에서 부동산 막개발을 통한 재정 탕진이 지자체 재정 위기를 부를 수 있다는 경각심을 심어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중앙정부의 재정 상황 악화에 가리워져 있었지만, 지자체의 재정 상황 또한 급속히 악화되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더구나 향후 부동산 거품이 꺼질 경우 관련 세수 및 지자체 차원의 개발사업들이 타격을 입어 재정 위기를 겪을 지자체들이 속출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왜 그런지를 살펴보자.

 

 

우선 국내 지자체들의 전반적인 세입 구조부터 살펴보자. 전국 지자체의 총세입은 순계 기준으로 2000 65.1조원이던 것이 갈수록 급증해 2008년에는 144.5조원까지 이르렀으나 2009년에는 137.5조원으로 상승세가 꺾였다. 이는 전반적인 경기침체 여파로 세외수입이 줄어드는 한편 감세정책 등의 영향으로 지방교부세가 줄어들고 국고보조금 증가도 주춤해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명박정부의 감세 정책에 따른 내국세 세수 감소와 종합부동산세 감면에 따른 부동산교부금 감소 때문으로 추정된다.

 

 

<도표1> 지방세 세목별 세수 현황 및 전국 아파트 거래량 추이

         ()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처럼 지자체 총세입 가운데 지방세 비중은 커지고 있으나 향후 지방세 수입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를 <도표1>에서 광역시도에서 걷는 지방세 총액의 세목별 세수 추이를 통해 설명해보자. 참고로 지방세수는 광역지자체 세입과 기초지자체 세입으로 나눠 잡히는데 광역지자체 세입이 매년 전체 지방세수의 8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광역지자체 지방세수를 세목별로 보면 취득세와 등록세가 매년 전체 광역지자체 지방세수의 4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지방교육세와 주민세, 재산세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그런데 취득세와 등록세는 주택 등 부동산 거래가 일어날 때마다 부과되는 세금인데 이미 부동산가격이 대세하락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부동산 거래 또한 장기간 위축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2009년에는 현 정부의 인위적인 부동산 부양책으로 거래가 다소 증가했지만 2008 7월 대구시부터 시작되어 전국 각 지자체로 확산되고 있는 취등록세 한시 감면(50% 감면) 혜택 시행으로 취득세와 등록세 수입은 더욱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일시적 반등을 보였던 2009년의 아파트 거래량도 2010년에 들어서면서 크게 위축되고 있다. 실제로 도표에서 보는 것처럼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2009 9월 이후부터 꺾이기 시작해 상당한 침체를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이 같은 재정 악화에 따라 각 지자체의 지방채 발행도 급증하고 있다. <도표2>를 참고로 보면, 2007년 이후 지금까지 모두 11. 47조원의 지방채가 발행됐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07~2008년 연속 2.62조원을 기록했던 발행 물량이 2009년에는 4.73조원으로 급증했다. 이는 부동산거래 침체 등으로 지방세수가 감소한 데다 막대한 적자재정을 편성한 중앙정부의 기조에 편승해 지자체들도 경기부양 명목으로 각종 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부족한 재원을 지방채 발행으로 조달 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올해에는 4 7일 현재까지 약 1.65조원이 발행돼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올해 지방채 발행은 지난해보다 30%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도표2> 지방채 발행 현황

() 증권예탁원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광역 지자체별로 지방채 발행액 현황을 살펴보면, 서울이 2.77조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경기 2.0조원, 인천 1.52조원을 기록하고 있다.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3개 지자체의 지방채 발행이 전체의 54.8%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일견 지자체의 지방채 발행액이 많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자체들이 각종 대규모 개발사업을 벌이면서 산하 개발공기업들을 통해 차입을 크게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자체들은 지방재정법에 따라 지방채 발행한도를 해당 지자체의 2년 전 예산액의 10% 이내로 제한하고 있어 지자체들이 지방채 발행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지방채 발행이 여의치 않은 지자체들은 지방공기업을 통해 채권을 발행하여 대규모 개발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는 중앙정부가 겉으로 드러나는 국가채무 증가를 눈속임하게 위해 4대강 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수자원공사가 사업비 8조원을 부담하게 하는 것과 같은 행태라고 할 수 있다.

 

 

<도표3> 지방 공기업 채권 발행 현황

() 증권예탁원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도표3>을 보면 지방공기업들의 무분별한 채권 발행 행태가 여실히 드러난다. 지방공기업이 2007년 이후 지금까지 발행한 물량은 모두 16.17조원으로 지방채 발행 규모보다 더 많음을 알 수 있다. 연도별로는 2007 0.67조원에 불과하던 채권 발행액이 2008 2.59조원으로 늘어난 뒤 2009년에는 11.39조원까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연도별로 만기 도래액을 살펴보면, 올해 1.99조원을 시작으로 2011년에는 4.11조원, 2012년에는 5.13조원으로 늘어나 정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이들 공기업의 채권 만기가 보통 3년물을 중심으로 2~4년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채권 발행이 현 상태로 지속된다면 2013년 이후 만기 도래 채권 물량도 계속 커지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지방공기업들이 지출 구조조정을 서둘지 않으면 2011년 이후로는 4~5조원 대의 채권 상환 부담이 만성화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2012년이 되면 이들 지방 공기업들이 발행한 채권의 만기가 한꺼번에 도래해 지방공기업들에 큰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들 지방공기업들은 대규모 개발사업과 이를 배경으로 한 각종 주택단지 개발사업이 많은데, 부동산시장의 장기침체가 가시화되는 시점에서 이들 주택단지들이 제대로 분양되지 않을 경우 재무구조가 급속히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몇 년 동안 무리하게 각종 주택사업을 벌이다가 돈이 묶여 연쇄부도 위기에 몰린 중견건설업체들과 같은 상황이 지방공기업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인천도시개발공사의 경우 2006년 착공한 송도국제도시 내 임대단지인 웰카운티 3사업에서 대규모 미분양을 냈고, 김포도시개발공사가 참여하고 있는 김포한강신도시에서도 지난해 하반기 대규모 미분양 물량이 생겨나고 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에 추진돼 13000억여원이 투입된 동남권유통단지사업(가든파이브)에서도 거의 분양이 되지 않아 대규모 유령상가로 전락한 가운데 에스에이치공사에 향후 막대한 손실이 돌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도 중앙 정부는 무분별하게 감세 정책을 펼치고 있고, 상당수의 자치단체장들은 호화청사를 지어 올리는 등 무분별한 과시형 개발사업을 벌이는 등 세출 구조조정은 뒷전이다. 저출산 고령화의 여파로 경제활력이 떨어지고 지방 세수도 계속 줄어들 가능성에 대비해 사전에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끌리는데 적극 투자해야 하고 주민들의 문화, 교육 및 복지 인프라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고 있는데도 당장 뒷돈을 마련하고 건설업계 유착에만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많은 전국 지자체장들이 각종 뇌물 수수 등 비리에 휘말려 검찰 수사를 받거나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민선 5기 지자체의 핵심 과제 중 하나는 토건남발형 전시행정을 끝내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주력하는 것이다. 새로 출범한 지자체들의 환골탈태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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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7. 13. 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