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결과를 보면 53으로 양당이 나눠가졌습니다. 그런데 정말 민심이 한나라당과 민주당만을 흔쾌히 지지해서 나온 결과일까요? 많은 국민들이 자신들의 시름을 덜어줄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그런데 어떤 정당이 그런 비전과 역량을 가졌나요?

 

그렇다고 일부에서 얘기하는 야권 연합만으로 문제가 해결될지 궁금합니다. 물론 그렇게 해서 이명박정부 심판 구도를 만들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선거에 이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다고 정말 민생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있을지 회의적입니다.

 

민생은 주택문제, 교육문제, 일자리문제, 건강보건문제 등 국민들이 고통받는 문제들을 구체적인 비전과 역량을 가지고 해결할 수 있는 도덕적이고 뛰어난 역량을 가진 세력이 나왔을 때 개선되는 것이지, 진보나 보수세력이 집권한다고 개선되는 게 아닙니다.

 

지금의 부동산거품은 이른바 진보-보수 정권을 막론하고 정책실패를 거듭하면서 악화된 측면이 큽니다. 부동산 거품을 키우지 않고도 건전한 경제 틀을 만들 수 있는 역량, 토건기득권세력에게 휘둘리지 않는 도덕성이 필요한 것이지 막연한 이념은 필요 없습니다.

 

교육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진자들의 승자독식구조를 강화하는 특목고 정책이 노무현 정부 때 확산됐습니다. 또한 현 정부에서도 등록금상한제와 취업후상환제를 시행했습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이것을 대책이라고 내놨다는 것이 한심합니다.

 

한국의 대학 등록금은 명목상으로도 미국에 이어 세계 2, 경제력 기준으로는 세계 1위입니다. 세계에서 사립대 비율이 가장 높아 학벌을 조장하는 사립대들이 등록금장사를 마음대로 벌이고, 세계에서 가계의 등록금 부담이 가장 많은 나라입니다.

 

그런데 GDP 대비 교육재원 비중은 세계경제포럼 회원국 121개국 가운데 71위입니다. 말끝마다 '교육입국' '인재가 자원인 나라'라고 떠드는 나라에서 정말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그런데 세계에서 건설업의 비중은 미국의 2.5배에 이를 정도로 가장 높습니다.

 

일년에 5조원 정도면 전국의 국공립대 등록금을 전부 무상으로 하고, 국공립대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그러면 사립대들이 지금처럼 가계들을 대상으로 등록금장사를 못하고 지역의 인재들이 지방국공립대로 모여들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됩니다.

 

교육 재원은 각종 불요불급한 토건사업을 비롯해 낭비되는 예산들을 아끼면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습니다. 저희 연구소는 방안을 갖고 있습니다. 대학등록금 문제도 전체 교육시스템의 근본적 개혁을 통해 해결할 수 있습니다. 진보냐, 보수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유권자들에게 올해 지방선거에서 정책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갖게 했다는 점에서 무상급식(사실은 의무급식) 문제를 높이 평가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겨우 아이들 밥을 무상으로 먹이는 문제를 가지고 이 난리를 쳐야 할 정도입니까? 돈을 제대로 쓰면 아이들의 교육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기존의 여야가 이런 근본적 개혁을 해오지 못했습니까? 이른바 보수, 진보정권이 잡았는데 왜 우리 삶은 나아지지 않습니까?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근본적 개혁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구체적인 민생 문제를 구체적으로 해결할 역량의 문제입니다.

 

이념적으로 제대로 된 진보와 보수는 주로 젊은 전문직과 식자층 사이에서 막 형성되기 시작한 태동기 정도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보수, 진보는 거의 실체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실체도 없는 보수, 진보라는 이념이 얼마나 이 나라에 난무합니까?

 

지금의 보수, 진보 구분은 크게 보면 정치세력간에 자신들의 구체적 역량과 비전 부족을 변명하기 위한 포장술이었을 뿐입니다. 거기에 온 국민이 휘둘려 초등학생 아이들부터 70, 80대 노인들까지 보수네, 진보네 해가며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기만 했습니다.

 

얼마나 국내에서 실체 없는 이념적 용어들이 난무하는지 예를 들어볼까요? 이른바 진보라는 분들이 흔히 쓰는 '신자유주의'라는 표현. 그런데 신자유주의의 종주국처럼 돼 있는 미국에서는 정작 '신자유주의'라는 표현을 거의 들어본 기억이 없습니다.

 

신자유주의의 원조로 알려져 있는 대처-레이건 행정부. 국내의 일부 얼치기 보수들이 시대적, 사회적 맥락을 모른 채 이념적으로 주장해대니 그에 대한 반발로 대처-레이건 행정부를 '신자유주의'라며 반발했습니다. 어느 쪽이든 모두 이념적으로만 접근한 겁니다.

 

대처-레이건 정부는 대공황 이래 득세한 케인지언적 접근에서 정부 비대화와 관료주의 병폐라는 영미 국가들이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탄생한 정부입니다. 그들 정부도 많은 문제를 낳았지만, 적어도 단순한 이념적 접근이 아니라 현실 문제 해결을 위한 결과물이었습니다.

 

현재의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동산 거품과 사교육 비대화, 세계 최장의 과로노동체제와 불안한 고용상황, 불공정과 담합이 만연한 경제구조, 이 같은 경제구조가 낳은 전쟁국가와 같은 저출산 고령화 추세 등 해결할 구체적 문제들이 있습니다.

 

이런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할 구체적 역량과 비전을 만들고 이것을 실행할 세력을 만들어야지 보수나 진보의 어느 한쪽을 고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아무리 선명한 색깔을 가진 보수나 진보가 집권한다 해도 문제해결 역량이 없다면 시쳇말로 말짱 황입니다.

 

이런 말씀드리면 항상 재원이 없지 않느냐는 말씀들을 주십니다. 재원 문제에 관해서는 이 글에서 모두 언급할 수는 없고, 한 사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례로 제가 서울시 재직 때 지하철 9호선 2단계 발주에서 재벌건설업체간 담합을 분쇄해 경쟁시켰더니 4500억 중에 1000억을 아꼈습니다. 제 눈에는 돈 나올 곳이 수두룩합니다.

 

그리고 재원 문제를 이야기했지만 무조건 돈으로 해결할 수도 없습니다. 지금도 특히 현 정부의 막무가내식 재정 남발로 국가 부채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계속 재정을 남발할 수만도 없는 노릇입니다.

 

가장 좋은 정책 방향은 지속가능한 사회경제적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또 큰 돈 안들이고도 필요한 복지 교육 인프라 등을 갖춰가는 것입니다. 또한 사회경제적 메가트렌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정책들이 필요합니다. 저희 연구소가 각종 투기적 개발 이익을 공공이 흡수해 저렴하고 쾌적한 공공임대/전세주택을 대량 공급하자는 것도 이런 취지입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추후 별도의 글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실체도 불분명한 보수, 진보 이념 논쟁이나 그런 얼치기 이념을 내세우는 세력을 고르는 문제가 아니라 구체적 비전과 역량을 사회 전체적으로 키우는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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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7. 29. 09: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