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bit.ly/dqRZ8b  부동산 부양책 관련 오마이뉴스 기사. DTI규제 폐지(강남3구 제외), 양도세 중과 면제 연장, 보금자리 사전예약 물량 축소 등 세가지가 핵심.

 

지난주 한겨레 기고 칼럼 http://bit.ly/d3QOwK  통해 이미 많이 늦었지만, 한꺼번에 충격이 몰리는 것을 피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부동산 거품을 지금부터 빼나가라고 역설했는데, 역시나 역주행이군요.

 

어차피 정부가 부동산 정책 기조를 바꿀 게 아니었다면 차라리 잘 됐습니다. DTI규제를 찔끔찔끔 완화해서 사람들이 미련을 갖게 하기보다는 한꺼번에 확 풀어서 하루빨리 죽어가는 부동산시장을 '확인사살'하겠다면 말릴 생각 없습니다.

 

저는 DTI규제의 약발이 아무리 길어도 3개월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거래가 일어나기보다는 많은 이들이 DTI규제를 풀어도 부동산시장이 살아나지 못하는구나를 확인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야 3개월이라는 겁니다.

 

DTI규제는 마지막 규제 마지노선이자, 심리적 마지노선이었습니다. 이것을 해제해도 부동산시장이 살아나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하면 무리하게 집 샀던 사람들의 혹시나 하는 기대감도 사라질 겁니다. 그 뒤에는 어떻게 될까요?

 

DTI규제 약발이 없을 것이라 믿는 이유는 이미 구조적으로 주택시장의 수요가 고갈돼 있기 때문. 2000년대 초반 48만호, 2006년말 30만호, 이젠 15만호 수준의 아파트 거래량. 현재의 높은 집값을 받쳐줄 수요는 거의 바닥

 

이미 현재도 평균 DTI비율은 23%수준으로 투기지역 기준인 40%에도 못 미쳐. 더구나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크게 줄어들고 리스크는 매우 커진 상태에서 일반 가계가 얼마나 빚을 내 집 살지 의문이죠

 

이번 DTI규제 해제는 '실수요자를 위한 것'이라는 정부 주장과 달리 투기수요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 구체적 근거로 정부 스스로 '소득 파악 안되는 자영자들 가운데 DTI규제 해제로 효과볼 것'이라고 말하는 대목.

 

자영자 소득 파악이 안되는 것은 지하경제 때문인데, 세원을 투명하게 파악할 노력은 않고 DTI규제를 풀어 이들에 대한 소득증명을 제외해 마지막 남은 투기가수요를 짜내보려하는 정부. 한마디로 제정신 아닌 정부라고 할 수밖에 없다

  

투기적 가수요도 상당히 고갈됐고, 설사 남아 있다 해도 소득 불투명한 자영자들 속의 '투기 작전세력'도 준동하기 어려울 것. 이들의 단타매매 작전이 성공하려면 추격매수세가 전제돼야 하는데, 이미 추격매수세가 고갈된 상태

 

정부가 LTV규제는 그대로 두면서 DTI푼 것은 정말 나쁜 짓. 금융기관의 마지막 보호막은 유지하면서도 건설, 금융업체들 살리기 위해 DTI풀어 금융소비자로서 일반 가계는 '약탈적 대출'에 노출돼 파산해도 괜찮다는 것인지

 

어쨌든 정부가 DTI규제를 해제한 것은 '버블 없다'는 정부의 공개 립서비스와는 달리 실제로는 정부가 지금 부동산시장 상황을 매우 다급하게 보고 있다는 증거. 하지만 제가 볼 때 오히려 궁지에 몰린 나머지 내린 패착될 가능성

 

또한 DTI규제 완화로 실제 부동산 투기로 인한 가계부채가 크게 급증할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설혹 그런 일이 생긴다면 이는 기준금리 인상을 앞당기는 요인 될 가능성 큽니다. 오히려 자충수가 된다는 것이지요.

 

부동산 광고에 목맨 상당수 신문들에서 '강남 급매물 회수' '일부 아파트 덜썩' '매도호가 상향 움직임' 등의 선동성 기사를 내놓을 것. 정부 투기 조장책과 언론의 선동보도 합작으로 제물이 될 가계 찾을 텐데 속지 마시길

 

이번 조치는 정부가 무너지는 부동산 시장을 수백조원의 공공부채로 떠받치다가 이제 그마저도 약발 다하고 여력이 없자, 가계부채 늘리기로 떠받쳐보려는 시도. DTI규제 해제 외의 다른 조치들은 별 의미도 효과도 없는 것.

 

요약하자면 이번 DTI규제 해제는 정부가 과거처럼 투기적 가수요를 불러일으켜 부동산시장을 살려보겠다, 일반가계를 제물로 삼아 건설업계와 금융기관을 떠받치겠다는 고육책. 하지만 약발 없음을 확인하면 거품 붕괴 가속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선대인 트위터 http://twitter.com/kennedian3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by 선대인 2010. 8. 30. 09:57

 미국발 경제위기를 정확히 경고했던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위기경제학'에서 이렇게 말한다. "최근의 재앙은 돌발상황이 아니었다. 그것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며 심지어 예측도 가능했다. 왜냐하면 금융위기란 일반적으로 비슷한 경로를 따라 되풀이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취약점이 쌓이다 보면 결국에는 정점을 찍게 된다." 미국발 경제위기는 제도적 미비와 정책 실패들이 누적돼 발생한 ‘예고된 위기’로 조기에 제대로 대응했다면 피할 수 있거나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사실 국내 부동산 버블 위기도 국내 주택가격이 무섭게 부풀어 오를 때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지금의 국가채무 위기와 LH공사 부채 문제, 각 지자체 재정난 및 산하 개발공기업들의 부채 위기, 용산개발사업 좌초 위기 등도 모두 과거부터 예고되고 있었던 위기다. 그리고 이들 위기는 모두 부동산 버블 위기에서 파생된 위기다.


예고된 위기에 대처하는 방식으로는 위기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상책이며 위기가 예고되는 초기에 개선하는 게 중책이다. 위기가 터지고 나서야 온갖 난리법석을 떨면서 막는 게 하책, 위기가 불거져도 계속 대처를 미루다 어느 시점에 손쓰지 못하고 파국으로 치닫는 게 최하책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연구소는 적어도 상책이나 중책을 쓸 수 있는 단계부터 이들 예고된 위기들에 대해 숱하게 경보음을 울려왔다. 그러나 거듭된 정부정치권의 정책실패와 아파트 광고에 목을 맨 상당수 언론들의 선동보도 때문에 대처를 미뤄 이제 선택지가 하책 또는 최하책 밖에 안 남은 상황이 됐다. 이미 많이 그르친 상태에서 지금의 부동산 위기를 아무 일도 없었던 양 되돌릴 방법은 없다. 그래도 최하책에 이르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것은 저금리 상황을 이용해 가계부채 다이어트를 유도하는 것, 정치적 탐욕에 따른 각종 부동산 막개발을 줄이고 기존 무리한 사업을 정리하는 것, 시장퇴출이 실제로 일어나는 건설업체와 저축은행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 등이다. 또한 부동산 거품의 진폭을 키우고 투기를 부추겼던 양대 제도인 선분양제와 3년 거치 일시 상환식 대출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투기에 강한 내성을 가지는 부동산 보유세제 강화와 공공임대주택 재고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일 등도 부동산 시장 건전화를 위한 기본 과제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연착륙’이라는 미명 아래 거품 빼기를 지연시키며 공공 부채와 가계 부채를 동원해 부동산 부양책을 남발해왔다. 최근 DTI규제 완화를 포함한 추가 부양책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연장선상이다.


문제는 이렇게 계속 미룰수록 부동산 버블 붕괴의 충격은 더욱 커진다는 점이다.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과 투기 조장책에 힘입어 지난해 가계부채가 45조원 가량 늘어난 것이 대표적 예다. 주택대출 거치기간 만기를 계속 연장하면 2012년에는 분기별로 지난해의 두 배 가까운 만기 도래액이 한꺼번에 밀어닥치게 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정부도, 금융권도, 가계도 계속 미루기를 선택해 90% 이상의 주택대출이 재연장되고 있다. 계속 이런 식으로 미루다가는 정말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부를 수 있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온갖 빚을 동원해 만든 강력한 몰핀주사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기회복’이라고 국민들을 현혹시키면서 임기 내에만 무탈하면 된다는 식으로 거품빼기를 미루고 있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서만 200조원 이상이나 국공채 발행을 늘려 쏟아부었는데도 부동산 거품 붕괴를 막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이제는 중앙 및 지방정부, 공기업 가리지 않고 씀씀이와 부채를 줄여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각종 국공채 만기는 2012~2013년에 몰리게 돼 있다. 그 때는 빚을 갚아나가는 것만 해도 정신없게 된다. 지금부터라도 거품을 빼서 충격을 분산해야 그나마 일시에 충격이 몰리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지금도 많이 늦었지만, 그나마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는 점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선대인 트위터 http://twitter.com/kennedian3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by 선대인 2010. 8. 27. 08:53

최근 문화방송 <MBC스페셜>에서는 미니멈 청춘이라는 제목으로 두 차례에 걸쳐 주로 10~30대 전반의 세대별 노조를 지향하는 청년유니온이 올해 3월 출범한 이후 겪고 있는 국내 청년세대의 사회경제적 현실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다루고 있다. 방영된 내용 가운데는 커피값이 부담돼 연애도 마음 편하게 하기 어렵다, 달팽이도 집이 있는데 왜 우리는 집이 없느냐는 푸념 등이 젊은이들의 육성으로 쏟아져 기성세대 시청자들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이미 석훈 박사의 88만원세대 이후 10~30대 초반의 국내 젊은이들의 우울한 사회경제적 현실에 대한 언론의 주목도가 상당히 증가했다. 하지만 이들 젊은 세대의 사회경제적 현실은 그다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국내 젊은이들이 처한 사회경제적 조건을 살펴보기로 하자.

우선 <도표1>을 통해 청년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라고 할 수 있는 실업난에 대해 살펴보자. 20대의 실업률을 보면 외환위기 충격을 어느 정도 극복하고 난 2000년대 이후 전체 실업률은 3~4%대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20대의 실업률은 2000년대 초반에는 빠른 속도로 떨어져 2002년 한때 5%대까지 떨어졌으나 이후에는 7~10%대에서 등락을 보이고 있다. 가장 최근은 2010 7월에도 전체 실업률은 3.7%대로 사실상 완전 고용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20대 실업률은 8.5%로 상당히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미 몇 차례 설명한 바 있듯이 한국의 실업률 통계는 신뢰성이 매우 낮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20대의 체감 실업률은 8.5%보다 훨씬 더 높을 가능성이 높다.


이를 잘 방증하는 것이 연령별 고용률 추이나 쉬었음 응답자 추이다. 전체인구 대비 고용자 수의 비율을 나타내는 고용률 추이를 보면, 2000년대 초중반 내내 51~53% 수준을 유지하던 20~24세 연령대 고용률이 2005년 하반기 이후 가파르게 하락해 2009년 이후로는 45% 전후 수준의 낮은 고용률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 비경제활동인구의 증가 등 각종 명목으로 실업 통계에는 포함되고 있지 않지만, 실제로 고용되는 20대 전반 인구는 계속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실업률 조사에서 쉬었음이라고 응답해 비경제활동인구 로 분류되는 쉬었음 응답자의 추이를 보면, 다른 연령대에 비해 유독 20대에서 쉬었음이라고 응답하는 숫자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999년에는 33만 명에 불과하던 이 응답자 수가 70만명 수준까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취업난 때문에 대학에 적을 둔 채 졸업을 미루거나 휴학하거나 졸업 후에도 취업 준비에 나서는 등의 이유로 많은 젊은이들이 사실상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는 것이다. 설사 취직이 된다 하더라도 상당수가 이른바 알바 일자리들로 불완전 취업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실질적인 의미에서 20대의 실업률은 공식 실업률 8.5%의 몇 배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젊은이들이 극심한 취업난을 겪고 있는 것이다. 사상 최대의 공적부문의 채무를 바탕으로 한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청년층 실업난은 거의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
도표1> 청년층의 고용사정 현황



                                    (주) 통계청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처럼 변변한 일자리를 얻지 못해서 청년층의 소득이 주는 가운데, 주택 가격은 급등해 젊은이들이 집을 사서 결혼하는 것이 매우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도표2>에서 아파트 가격 추이를 살펴보면, 2000 1월을 100으로 잡을 경우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260.2, 전국 아파트 가격은 197.5로 부풀어올랐다. 하지만 청년층의 평균소득은 그보다 한참 못 미치는 속도로 증가했을 가능성이 높다. 도시근로자가구 평균소득보다는 청년층 평균소득이 훨씬 낮다고 할 수 있는데, 도시근로자가구 평균소득은2000 1분기 100에서 2009 4분기 현재 169.4로 증가하는데 그치고 있다.


2000
년 초와 2009년 말의 서울 아파트 가격지수를 도시근로자 평균소득지수로 나누어보면 1에서 1.54로 벌어지고 있다. 2000년이 1이라는 것은 2000년에 도시근로자의 평균소득으로 아파트를 구입하는데 걸린 년수를 기준으로 한다는 뜻이다. 예컨대 그 년수가 2000년에 7년이었다고 한다면 2009년에는 10.8년으로 확대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청년층은 이보다 훨씬 격차가 벌어졌을 것이다. 예컨대 청년층의 평균소득이 도시근로자의 60% 도라고 가정할 경우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지 얼마 안 되는 청년층은 적어도 자신이 받는 평균연봉의 18년분 가량을 모아야 서울의 웬만한 아파트를 살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30세 전후로 취업했다고 해도 하나도 안 쓰고 거의 50세까지 모아야 겨우 아파트 한 채 살 수 있는 정도라는 것이다.

<도표2> 청년층의 소득수준 및 주거 부담 추정


                           (주)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처럼 변변한 소득이 없어 웬만한 전세조차 구하기 벅찬 청년층들의 상당수는 대학가 하숙촌이나 반지하 월세, 고시촌, 심지어 쪽방촌 등에서 주거를 해결하고 있다. 그나마 사정이 괜찮은 사무직 또는 전문직 미혼 청년층 정도가 오피스텔 등에 거주하고 있다. 실제로 2005년 기준으로 전국 317만명의 1인가구 가운데 약 34% 108.7만명이 30대 전반 이전의 청년층인데, 도표에서 보는 것처럼 1인가구의 60% 이상이 19평 이하 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이처럼 젊은이들이 결혼하고 싶어도 주택문제 등 때문에 결혼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면서 <도표3>에서 보듯이 초혼 연령은 계속 올라가고 있다. 남성의 초혼 연령은 1990 27.79(전국)/28.26(서울)에서 2009년에는 31.61(전국)/31.95(서울)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여성의 초혼연령도 1990 24.78(전국)/25.54(서울)에서 2009 28.71(전국)/29.60(서울)로 올라갔다. 여기에는 여성들의 적극적 사회진출 등 사회 변화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갈수록 결혼하기 어려운 여건이 심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할 수 있다.

<도표3> 초혼연령 및 혼인율 추이


(주) 통계청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연령대별로 인구 천명당 혼인자수를 나타낸 혼인율을 보더라도 이 같은 추이를 확인할 수 있는데, 남성의 경우 20대 후반의 혼인율은 급감하는데 반해 30대 전반과 후반의 혼인율이 급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여성의 경우 20대 전반의 혼인율은 급감했으나 20대 후반의 혼인율이 급증하다가 2007년 이후로는 이마저도 줄면서 30대 초반의 혼인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국내 젊은이들이 결혼도 제때 하지 못할 정도로 젊은이들이 처한 사회경제적 조건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국내 젊은이들이 처한 사회경제적 조건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도표4>의 통계청 인구 추계자료에서 볼 수 있듯이 시간이 갈수록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중이 2000년대 이후 가파르게 늘고 있고 이 추세는 2010년대 이후 더욱 가파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간이 갈수록 노인인구 가운데 상대적 고령층 노인이 더욱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사회 전체적으로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기는 어렵고 건강유지 및 노후복지 비용이 증가하는 연령대 인구가 급속히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
도표4> 노인인구 증가 및 각종 부양비 추이


(주) 통계청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처럼 사회 전체적으로 발생하는 복지부담이 얼마나 급속히 늘어나는지를 살펴보자. 먼저 15~64세 사이 경제활동가능인구 대비 65세 이상 노인 및 15세 미만 인구를 합산한 인구의 비율을 포괄적 부양비라고 할 경우 지난 70년대 이후 이 비율이 감소해 경제성장에 기여했으나, 2016년 이후로는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경제활동가능인구 대비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을 나타내는 부양비를 보면 지속적으로 늘고 있고, 특히 2010년대부터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것은 20~34세 연령대 젊은층 인구 대비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비율을 나타내는 청년층 대비 부양비 추이에 비하면 약과다. 청년층 부양비는 2010 50.2%에서 10년 후인 2020년에는 80.6%, 2030년에는 155.5%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지금까지 본 것처럼 88만원세대로 상징되는 국내 청년층의 사회경제적 처지는 매우 열악하다 못해 참담한 지경이다. 위에서 거론한 문제 외에도 이미 여러 차례 설명한 바 있듯이 가계 경제력 및 교육 서비스의 질 대비 세계 최고의 대학등록금 때문에 청년들과 이들을 자녀로 둔 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이 치솟고 있는 등 청년층이 받고 있는 사회경제적 고통과 부담이 매우 크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급속한 고령화 추세에 따라 향후 청년층이 짊어져야 하는 고통은 기하급수적으로 늘 수밖에 없다. 이 같은 고통과 부담 때문에 젊은이들이 시집장가를 못 가고 아이를 낳지 않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대학등록금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노력해 자식세대의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은커녕 부동산 거품 부양 등을 위해 약 1년 반 사이에 공적부문에서만 200조원의 국공채를 발행해가며 4대강사업 등 토건부양책에 탕진하고 있다. 부동산 거품 붕괴에 따른 현 세대의 고통을 줄인다는 명분 아래 부동산 거품 붕괴의 에너지를 더욱 키우는 한편 자식세대들이 써야 할 자원들을 마구 낭비하면서 그들의 부담을 늘리고 있다. 이런 마당에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부의 실세라는 이재오 특임장관 내정자는
젊은이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라는 등 파렴치하기 짝이 없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첨단지식정보화 시대에 걸맞게 우리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지는 못하고 천문학적인 재정을 쏟아 부어가며 눈가림 식의 알바형 일자리를 늘려 실업률 수치 놀음을 하면서 일말의 책임감도 느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한국 사회의 전면적인 세대교체가 필요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트위터를 하시는 분들은 http://twitter.com/kennedian3로 저를 팔로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아고라와 제 블로그(다음뷰), 오마이뉴스, 네이버 부동산, 한겨레신문, 미디어오늘 등에 연재하는 글뿐만 아니라 각종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합해서 매일 소개할 생각입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8. 25. 10:12

최근 미국 경제의 회복 속도가 크게 둔화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미국 경제의 침체 기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런데 미국을 중심으로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는 서브프라임론 사태로 불리는 부동산 투기 버블붕괴와 이와 연계해 남발됐던 부동산증권화상품이 부실화된 데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미국 경제의 회복 속도를 점치는데 있어서 핵심 관건 가운데 하나는 부동산시장 회복 여부라고 할 수 있다. 미국 부동산시장의 회복 여부를 살펴보기 위해 미국 주택시장에 관한 각종 지표들의 변화를 살펴보자.

 

우선, <도표1>을 참고로, 미국 주택시장의 공급과잉 정도를 살펴보면, 총 주택수는 부동산 붐이 일었던 2000년대 내내 꾸준히 상승했으나, 미국발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2008년 이후 증가세가 꺾인 뒤 2010년 2분기 현재 1억 3,116만호에 이르고 있다. 특히 주택 수는 부동산 버블이 본격화한 2003년부터 2009년까지 877만호가 늘어났는데, 주택이 이처럼 부동산 거품기에 과잉 공급되면서 공실률도 2000년 1분기 12%에서 2009년 1분기 14.6%까지 꾸준히 높아졌으나 부동산 거품 붕괴로 신규 공급이 줄고 임대주택으로 전환되면서 공실률 증가세가 꺾여 2010년 2분기 현재로는 14.4%에 머무르고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공실률이 부동산 버블 전인 2000년대 초반 수준에 비해 약 2~3% 이상 높은 상태여서 여전히 공급 과잉이 해소되지 못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주택 공실률이 부동산 버블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이 정상이라고 볼 때 미국의 주택수는 여전히 400만호 가량 과잉공급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같은 공급과잉 물량이 해소될 때까지는 미국의 주택 가격도 본격적인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도표1> 미국 총주택수 및 공실률 추이

(주) 미국 상무성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한편 임대주택 공실률은 부동산 버블이 본격화한 2004년 이후 조금씩 낮아졌으나 금융위기가 발발한 2008년 말 이후 11.2%까지 상승했다가 조금씩 낮아져 2010년 2분기 현재 10.6%에 머무르고 있다.

 

이어서 <도표2>에서 미국 주택시장 및 주택건설 동향을 살펴보자. 먼저 주택 판매량 및 가격 추이를 살펴보면, 우선 1가구 신규주택 판매량의 경우 2000년 1월 86만호 수준에서 부동산 버블기의 정점이었던 2005년 하반기 140만호 수준까지 올라갔으나 이후 급감해 2008년~2009년 초에는 35만호 전후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후 미국 정부의 생애 첫 주택구입자 보조금지급 정책 등의 영향으로 2009년 상반기부터 급락세가 다소 진정되는 듯 했으나 다시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 정부는 주택시장의 침체를 막기 위해 올 4월 말로 종료되는 보조금 혜택을 9월까지 연장하고 있으나 주택거래가 극심한 침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 정부의 주택구입 보조금지급 정책도 약발이 거의 소진된 모습이다. 주택구입보조금 지급제도는 당장에는 주택시장 침체를 막는데 기여할지는 몰라도 미래 주택구매 수요를 앞당겨 사용한다는 점에서 구입보조금 제도가 종료되면 다시 극심한 수요 부족으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도표2> 미국 주택시장 및 건설투자 동향 추이


(주)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미국 정부의 주택구입보조금 혜택 약발이 소진됨에 따라 주택판매가 더욱 극심한 침체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계약중인 주택판매지수 추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미 정부의 면세혜택으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택판매가 일시적으로 증가했다가 당초 혜택 종료 시점인 5월 이후에 주택판매가 급감하고 있다. 이는 미국 정부의 보조금제도가 잠재적 미래수요를 앞당겨 소진한 효과만 냈을 뿐 주택시장 수요를 회복할 수 있는 지속성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한편 미국의 대표적인 주택가격 지수인 케이스실러지수를 통해 미국 기존주택가격 추이를 살펴보면, 서브프라임론 사태가 불거지기 시작한 2007년 중반부터 급락하기 시작해 고점 대비 33% 수준까지 떨어졌으나 2009년 초 이후 급락세가 멈추고 있다. 하지만 반등세는 상당히 미미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적어도 단기간에 급격한 반등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더구나 케이스실러지수는 2개월 가량 지연돼 발표되는데, 6월 이후에는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1가구형 신규주택의 판매 평균가격은 부동산 버블기였던 2007년 초 33만 달러 수준까지 이르렀으나 이후 버블 붕괴로 2009년 1월에는 24.5만 달러 수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후 미국 정부의 주택구입보조금 혜택 등의 영향으로 다시 반등하는 듯 했으나, 올 들어 다시 가파르게 떨어져 2010년 6월 현재 24.3만 달러로 버블 붕괴 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중앙가격도 거의 비슷한 추이를 보이고 있는데, 최근으로 올수록 평균가격과 중간가격의 괴리가 줄고 있어 상대적으로 고가 주택의 가격 하락세가 더 크게 나타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어서 미국 건설시장 동향을 간략히 살펴보면, 총건설투자액은 부동산 버블이 한창이던 2006년 초 1.2조 달러까지 늘어났으나 이후 부동산 버블 붕괴로 급감해 2010년 1월에는 8,158억 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올 4월에는 미약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건설투자액을 용도별로 살펴보면, 주거용 건설투자액은 2006년 초 6,828억 달러에서 이후 2,416억 달러까지 급감했다가 감소세가 멈추면서 정체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비해 비주거용 건설투자액은 주택 투자액이 감소하기 시작한지 2년여 후인 2008년 하반기에 7,126억 달러까지 증가했다가 5,160억 달러로 감소한 뒤 정체를 나타내고 있다.

 

또 미국 건설투자액을 민간과 공공분야로 나눠보면, 주택버블 붕괴의 영향이 더욱 명확히 나타난다. 민간건설 투자액은 2006년 초를 정점으로 가파르게 떨어지기 시작해 올 초에 들어서야 겨우 감소세가 멈추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공공부문의 건설투자는 2009년 중반까지 꾸준하게 늘어나다가 이후 증가세가 꺾이고 있는데, 미국 주정부들의 재정사정 악화로 인해 공공건설 발주가 한계에 이르고 있는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미국의 공공건설 투자는 한국처럼 민간 주택시장의 침체를 거의 완전히 상쇄할 정도로 대규모 부양책이 실시되고 있지는 않음을 알 수 있다.

 

계속해서 미국 주택착공 건수 추이를 보면, 2000년대 이후 2006년 초까지 연환산 225만호까지 증가했으나 이후 가파르게 하락하기 시작해 2009년 초 50만호 수준에서 하락세가 멈추고 있다. 이후 미미한 회복세를 보이는 듯 하다가 5월 이후 다시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 주택 및 건설시장의 지표를 살펴본 결과 2006년 초부터 시작된 미국 주택시장의 하락세가 2009년부터 바닥권에 도달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침체의 횡보를 나타내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해부터 연초까지 미국 주택시장이 바닥을 치고 조만간 다시 반등하는 것이 아니냐는 섣부른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국내외 언론들은 ‘미국 주택경기가 바닥을 쳤다’ ‘주택경기가 회복기에 들어섰다’며 주가를 끌어올리는 등의 소재로 삼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미국 주택가격 하락세가 멈춘 것이 오바마 정부의 주택구입 보조금 지급과 저금리 모기지 대출 갈아타기 지원, 그리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주택모기지증권(MBS) 및 주택금융기관의 채무 매입 등의 각종 지원책에 힘입은 것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정부 지원책에 의해 주택시장의 하락세가 멈추었으나 민간 자력에 의한 주택 경기 회복은 여전히 요원하다고 할 수 있다. 미국 정부의 지원책 약발이 다하면서 다시 주택시장이 가라앉는 양상이 이미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주택구입 보조금 지급을 연장하고 FRB가 자산매입 규모를 유지하는 식으로 시중유동성 공급을 떠받쳐주고 있으나 주택시장의 본격적인 회복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앞서 본 것처럼 아직 막대한 공급과잉 물량이 해소되었다고 하기에는 거리가 먼 상태다. 또 미래 주택구매 수요를 당겨 써버린 탓에 미국 주택시장이 다시 가라앉게 되면 주택시장의 침체는 상당히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 정부는 서브프라임론 사태 이후 일본과 같은 장기침체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이미 90년대 일본의 부동산버블 붕괴 과정에서 나타난 것과 거의 유사한 현상이 재현되는 양상이다. 그래서 하버드대 케네스 르고프 경제학 교수가 “미국경제가 더블딥을 겪지 않더라도 미국 주택시장이 10년 정도의 장기 침체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는 것도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할 수는 없다.

 

 

트위터를 하시는 분들은 http://twitter.com/kennedian3로 저를 팔로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아고라와 제 블로그(다음뷰), 오마이뉴스, 네이버 부동산, 한겨레신문, 미디어오늘 등에 연재하는 글뿐만 아니라 각종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합해서 매일 소개할 생각입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8. 24. 09:18


최근 하우스푸어문제가 매우 빠른 속도로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에 관한 각종 언론 보도들이 잇따르면서 하우스푸어는 ‘88만원세대처럼 빠른 속도로 일반명사화되고 있습니다. 이른바 하우스푸어 신드롬인 셈인데, 이 신드롬의 단초를 제공한 MBC PD수첩 김재영 PD <하우스푸어>도 베스트셀러에 올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김재영 PD에게 <하우스푸어> 집필을 권하고, 일부 분석 작업 등을 도와줬던 입장에서 이 책이 이처럼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데 대해서는 가슴 뿌듯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하우스푸어들이 놓인 험난한 사정을 생각하면 가슴이 무척 아프기도 합니다. 김재영 PD, 저도 하우스푸어가 이슈화되기를 바란 것은 지금 주택시장의 엄중한 현실을 경고하고, 더 이상 무리하게 빚을 얻어 하우스푸어의 행렬에 뛰어들지 말 것을 일반 가계에 촉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또 정부와 정치권에 대해서는 이처럼 일반 가계가 계속 빚을 내게 해 건설업계와 부동산시장을 떠받치는 제물로 삼지 말 것을 촉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잇따라 나오고 있는 관련 언론 보도들을 보고 있으면 가관입니다. 하우스푸어 문제를 조명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하우스푸어가 사회문제가 됐으니 정부가 나서서 이들을 도와줘야 한다는 식의 이른바 하우스푸어 구제론을 펼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기실 그 내용을 뜯어보면 실제로는 건설 및 부동산 부양책을 촉구하는 소재에 불과한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전혀 우려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지만, 정말 파렴치하기 짝이 없습니다.

 

지금 '하우스푸어' 상태에 놓이게 된 분들의 사정은 딱한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그 분들도 알고 보면 모두 우리의 이웃이고, 친지들이며 많은 경우 부동산 거품을 불러일으킨 부동산 기득권 세력들이 쳐놓은 부동산의 덫에 걸려든 경우입니다. 저도 그런 분들의 딱한 사정을 생각하면 '하우스푸어'들을 구제하자고 주장하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몇 줄 글로 선심 쓰는 것이야 쉽습니다만 그것이 정말 가능하며, 바람직한 것일까요? 예를 들어, 주식투자에 실패한 사람 가운데도 깡통을 찬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그들도 구제해야 합니까? 시장경제에서 모든 투자는 자기 책임 아래 이뤄집니다. 자기책임으로 투자한 것을 어떻게 보상하고 손실을 만회해주란 말입니까? 집값이 뛸 때 이익은 각 가계가 모두 가져가고, 집값이 내릴 때 발생하는 손실은 사회화하는 도덕적 해이는 길게 보면 국민경제를 망칩니다. 시장경제의 근간을 무너뜨리기 때문입니다.

 

정책 형평성 측면에서도 문제입니다. 이를 88만원세대와 대비해서 생각해보면 쉽습니다. 하우스푸어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부동산투기 붐에 가담하거나 편승한 사람들입니다. 물론 거듭된 정책실패와 아파트 분양광고 수익을 노린 무책임한 선동보도의 책임도 큽니다. 그렇다고 무리한 탐욕을 부린 가계들의 자기 책임 또한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부동산 투기를 주도한 사람들이 상위 5%의 부동산 부자들이라는 점을 전제하고 세대적 관점에서만 보자면, 50~60대 부모세대와 뒤늦게 뛰어든 30~40대가 하우스푸어의 주축입니다. 반면 88만원세대는 아무런 잘못도 없이 기성세대가 만든 부동산 거품 때문에 일자리가 줄고 집값이 높아 결혼도 하지 못하는 등 불똥을 맞은 경우입니다. 88만원세뿐만 아니라 일주일에 단돈 몇 만원이 아쉬운 저소득층, 취약계층들이 최소한의 인간적 대접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분들을 제껴놓고 왜 하우스푸어를 먼저 구제해야 하는지요?

 

더구나 하우스푸어들을 구제하기 위한 재원은 어디에서 옵니까? 이미 막대한 국가채무 형태로 자식세대의 부담이 천문학적 수준으로 늘어난 상태에서 다시 그 부담을 늘리게 될 공산이 큽니다. 온갖 사고는 기성세대가 저질러놓고 부담은 이미 최대 피해자인 자식세대에게 떠넘기는 꼴입니다. 이게 자식 가진 기성세대가 할 짓입니까. 또한 하우스푸어 구제를 위해 돈을 쓰게 된다면, 결국 재원이 한정돼 있는 이상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에 돌아갈 몫은 어떤 식으로든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온갖 선동보도로 빚 내서라도 집 사라고 부추겼던 신문들이 '하우스푸어 구제론'을 펼치고 있는 것을 보면 역겹습니다. 마치 자신들만이 측은지심(惻隱之心)을 가진 듯 생색냅니다. 이렇게 생색내는 신문들일수록 온갖 선동보도로 일반 가계들이 과욕을 부리도록 부추겼던 신문들입니다. 특히, 아예 대놓고 부동산 찌라시라고 광고하는 듯한 경제신문들이 하우스푸어 구제론에 가장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 하우스푸어들이 이처럼 대규모로 양산된 데는 이들 경제신문들을 비롯해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언론들의 선동보도가 가장 큰 책임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 신문들은 무슨 낯짝으로 자신들이 지은 죄과(?)에 대한 최소한의 반성도 없이 그런 목소리를 드높이는지 지켜보는 제가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문제는 '하우스푸어 구제론'을 펴는 이들 언론들이 정말 일반 가계들을 진심으로 걱정이나 하고 있느냐 하는 겁니다. 그들이 '하우스푸어 구제론'을 통해 목표하고 있는 것은 결국 경제 전체에 큰 부담을 주는 건설업계 부양책과 DTI규제 완화 같은 것들입니다. 지금까지도 일반 가계들에게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사게 한 결과 많은 일반 가계들이 하우스푸어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빚을 많이 져 하우스푸어가 된 사람들에게 빚을 더 내라고 부추기는 것이 말이 됩니까? 언제까지 일반 가계들이 빚을 내 여전히 거품 잔뜩 묻은 고분양가 아파트를 사줘야 한다는 말입니까? DTI규제를 풀어서 매도자의 매물을 사주게 한다면 누군가는 그 매물 폭탄의 폭탄받이가 돼야 합니다. 도대체 이 땅의 국민들은 건설업계를 먹여 살리고, 다주택 투기자 등 부동산 부자들의 폭탄을 받아주기 위해 태어났다는 말입니까? 최근에는 양도세 중과 연장이나 경감 조치도 나오는 모양인데, 양도세 대상자라면 시세차익을 남긴 사람들이어서 하우스푸어와는 전혀 상관 없는 사람들인데 그런 사람들 세금은 왜 깎아줘야 할까요? 제발 파렴치한 언론들의 그런 양두구육(羊頭狗肉)에 속지 마십시오.

 

일부에서는 예의 건설업계나 저축은행 지원 논리에서 똑같이 전개한 것처럼 하우스푸어 문제를 방치하면 금융시스템 위기로 번질 수 있다고 협박(?)합니다. 얼마 전까지 저를 폭락론자라고 색칠하던 언론들 스스로가 사실 폭락론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솔직해 집시다. 지금의 부동산 거품은 지연시킬 수는 있어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제가 여러 글에서 이미 설명한 것처럼 부동산 부양책을 쓰면 쓸수록 부동산 거품의 에너지는 더욱 커져 오히려 경제적 충격을 더욱 키우게 됩니다. 이미 수백조원의 재정을 낭비한 것처럼 막지도 못하는 부동산 거품을 떠받치느라고 소중한 자원만 탕진하게 됩니다.

 

이처럼 조금만 생각해보면 말이 안 되는 주장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지면에 싣고, 마치 자신들만이 우국지사인 양 행세하는 언론들을 보면서 정말 개탄스러울 따름입니다. 이런 것들이 언론의 외피를 두르고 사람들의 눈과 귀를 현혹하니 하우스푸어들이 양산된 겁니다.

 

이미 수많은 과오가 긴 세월에 걸쳐 누적돼 발생한 문제를 아무것도 없었던양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이미 많은 문제가 저질러진 상태에서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하우스푸어가 더 이상 양산되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정부가 더 이상 인위적인 집값 부양 시그널을 주지 않고, 가계부채 다이어트를 유도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DTI규제를 푼다면 정반대 방향으로 역주행하는 것이며, 부동산 거품의 에너지를 더욱 키우는 것입니다. 또한 지금 중요한 것은 새로운 주택정책 및 제도의 패러다임을 바로세우는 일입니다. 부동산 투기 사이클의 진폭을 키우고 하우스푸어를 대량으로 양산한 선분양제 같은 제도들 고치는 한편 공공임대/전세주택을 획기적으로 늘려 서민 주거난을 해소해가야 합니다. 서민들이 저렴하면서도 쾌적한 주거생활을 누릴 수 있다면 그토록 무리한 주택 투기에 가담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미 하우스푸어로 전락했거나 전락할 위기에 놓인 일반 가계들에게 말씀드립니다. 많은 집 가진 분들의 오해와 달리 저는 집 가진 분들을 적대시하지 않습니다. 대다수 국민들을 부동산 덫에 걸려들게 한 정부정치권과 언론, 건설업체 등 부동산기득권 세력들과 일부 다주택 투기자들을 비판할 뿐 일반 가계들을 절대 적대시하지 않습니다. 제가 이른바 하우스푸어 구제론을 반대하는 것도 집 가진 분들이 미워서가 아니라 그것이 길게 볼 때 한국경제를 위해 옳은 방향이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 지나치게 과욕을 부렸다면 지금이라도 가계의 재무구조를 다시 점검하고 부채 조정에 들어가야 합니다. 또한 부동산 기득권의 덫에 걸려 자신들을 덫에 걸려들게 한 기득권 세력들과 운명공동체로 생각하는 심리를 버리셔야 합니다. 인질로 잡힌 사람이 인질범의 입장에 동조하게 되는 스톡홀룸 증후군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강부자 정권을 비롯해 당신들을 구제해줄 것이라고 착각하는 부동산 기득권 세력들은 여러분들의 편이 아니라 여러분들의 착취자에 가깝습니다. ‘혹시나하는 그 기대를 충족시켜줄 힘은 이제 그들에게도 없습니다. 부동산 버블의 시장 압력은 그만큼 강력한 것입니다.

 

당장은 고통스럽더라도 부채 조정에 나서는 것이 하루빨리 정상적인 가계생활로 돌아가는 길입니다. 언제까지 미련을 가지고 부동산시장의 언저리를 맴돌면서 부채의 늪에서 허우적대시렵니까. 잔뜩 부풀어올라 있는 부동산 거품을 자식세대들에게까지 떠넘기셔야 속이 시원하시겠습니까. 부동산 거품은 결국 근본적 수술을 통해 떼내야 할 악성종양과 같은 겁니다. 이제라도 부동산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저렴하고 쾌적한 주거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주거정책을 정부정치권에 요구해야 합니다. 그것이 한국경제가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경제의 반석 위에 서는 길이며, 일반가계가 돈 놓고 돈 먹기 식의 재테크 머니게임에서 벗어나 결과적으로 모두가 잘 사는 길입니다.

 

 

 

트위터를 하시는 분들은 http://twitter.com/kennedian3로 저를 팔로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아고라와 제 블로그(다음뷰), 오마이뉴스, 네이버 부동산, 한겨레신문, 미디어오늘 등에 연재하는 글뿐만 아니라 각종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합해서 매일 소개할 생각입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8. 19. 09:06
*아래 문구는 출판사측의 광고문을 그대로 가져온 것으로, 제가 쓴 내용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아빠는 하우스 푸어, 아들은 88만원 세대!!!!

 

아파트로 망가진 당신의 미래, 어디로 가고 있나


88만원 세대와 하우스 푸어, 그들의 미래는?

 

행복한 가정을 무너뜨린 부동산 시장의 진실을 말한다

 

- 강연회 일정 -

 

* 일시 : 2010년 9월 10일 19:30~ 21:30

 

* 강연자 : 김재영 (저자, MBC PD)

              우석훈 (88만원 세대의 저자)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

 

* 장소 :  한국과학기술회관 대회의실 (서울 강남 - 약도보기) 

         http://www.kofst.or.kr/kofst/kofst06.php

 

* 주최 : 더 팩트, YES24, 김광수경제연구소

 

* 후원 : 미디어 오늘


* 참가방법 : 아래에 댓글로 신청하시면 됩니다.

 

 

 

 

 

by 선대인 2010. 8. 18. 11:54

며칠 전 한 수도권 광역자치단체 주택정책 자문회의 다녀왔습니다. 저를 포함한 국내 전문가 5, 일본 노무라증권연구소 서울지점 고문이 통역자 대동해 참석. 국내 전문가들은 주택시장 상황 우려하면서도 아직 상황 잘 모르는 분위기. 하지만 일본 전문가의 발언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여러 국내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버블을 부인하지만, 일본 전문가의 눈에는 명확하게 버블로 보이고, 지금 주택시장 현상이 버블 붕괴 현상으로 보이는 것 같습니다. 물론 국내 전문가라는 분 중에는 일본 전문가의 주장을 반박하듯 버블은 꺼지기 전에는 버블인지 알 수 없다는 주장을 펴시는 분이 있더군요. 그렇다면, 버블과 버블 붕괴의 충격을 관리해야 하는 정부의 역할을 완전히 부인하는 것인데, 왜 그 회의석상에는 나온 것인지 저로서는 요령부득. 어쨌거나 일본 전문가의 주장은 제 생각과 상당히 비슷한 부분이 많아 제 주장으로 오해하실 분들 있을지 모르겠지만, 공적인 회의석상에서 나온 발언을 제 마음대로 옮길 리는 없겠지요^^ 아래에서그 전문가의 발언 중 주요 내용을 옮겨보겠습니다. 괄호안은 제가 이해를 돕기 위해 보충 또는 부연설명한 내용입니다.

 

 

-일본 부동산은 상업지에서 주택지로, 지역별로는 도쿄도심→도쿄권→대도시권→지방권으로 서서히 파급. 이러한 현상이 진정되기까지 오랜 시간 소요. 도쿄도심은 1988년부터 급등세 멈추며 보합세로 전환

 

-도쿄권 지가는 90년 가을부터 붕괴하기 시작. 토지 불패신화 깨지고, 토지도 상승과 하락이 존재하는 리스크 자산으로 변화. 부동산 버블기 때 공사비가 40% 정도 상승했는데, 이후 버블이 해소되면서 공사비도 하락.

 

-내가 볼 때 한국 주택시장 버블이다. PIR(소득대비 주택가격)만 따져봐도 한국 주택가격 높다. 일본의 경우 버블 당시 PIR 4.8~6.5배였는데, 한국의 PIR 6배가 넘는다. (서울, 수도권만 따지면 훨씬 더 높음)비정상적 주택가격은 어느 단계, 어떤 시점에서든 무너져 적정가격으로 하락하게 돼 있다. 지금 수도권에서 거래량이 줄고, 가격이 하락하는 현상이 바로 그런 흐름으로 보인다. 남아 있는 문제는 폭락하느냐, 비교적 서서히 하락하느냐의 문제만 남아 있는 것 같다. 지금처럼 주택 가격 하락 기대감이 커져 수요가 더욱 위축되면 급속한 하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도했던 주택가격이 정상으로 돌아가는 것은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고, 이를 정책적으로 막으려 해서도 안 된다. 주택 가격을 높은 상태로 유지한 상태에서 일반 가계들이 주택을 계속 취득하도록 하는 정책에 매달리는 것이 오히려 잘못.

 

-일본과 한국의 부동산 버블의 양상이나 주택시장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한국 건설업체들이 고가분양한 아파트를 미분양인 채로 안고 있는 것은 큰 문제다. 건설업계의 모럴헤저드와 관계가 깊다. 일본의 경우 한국처럼 건설업계 모럴해저드를 불러일으키는 미분양 해소책 같은 것은 전혀 실시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하락의 문제에서 따르는 고통에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인데, 이를 위해서 새로운 주택 정책 방향을 정립해야 한다. 공공임대주택의 역할과 비중이 한국에서는 많이 낮은데 이를 많이 늘려야 할 것이다. 주택 보유와 임대의 적절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주택재고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의 경우 임대주택 재고비율이 4%에 불과해 너무 주택 보유에 편중돼 있음) 일본의 경우 부동산 버블 붕괴 후 공공에서는 분양주택은 전혀 짓지 않았고, 공공임대주택 법제를 정비해 공공임대 주택 공급 늘렸다. 특히 저소득 일인가구(단신생활자) 등 소규모 세대 증가에 대응하는 임대공급 크게 늘렸다.

 

-1인가구 증가하니 무턱대고 계속 (분양)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식의 주장이 나오는데, 너무 단순한 접근이다. 일본에서도 부동산 버블기에는 주택공급 주장에 근거해 각종 개발계획들이 나왔다. 하지만 무작정 (분양)주택을 공급하면 된다는 식보다는, 세밀한 수요에 대응한 세밀한 임대주택 공급이 필요하다. 그런 과정에서 일본에서도 뉴타운, 신도시 개발 등의 개념이 사라졌다.

 

 

트위터를 하시는 분들은 http://twitter.com/kennedian3로 저를 팔로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아고라와 제 블로그(다음뷰), 오마이뉴스, 네이버 부동산, 한겨레신문, 미디어오늘 등에 연재하는 글뿐만 아니라 각종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합해서 매일 소개할 생각입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8. 17. 09:10

논리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좌충우돌하는 사람을 논리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매우 큰 고통. 8.15경축사에서 나온 MB의 통일세, 공존과 평화통일 발언은 남북을 긴장관계로 몰아가고 몇 달 전까지 '전쟁불사'를 외쳤던 것을 생각하면 황당 그 자체.


MB의 통일 관련 발언은 그동안 자신이 해온 언행을 스스로 무수히 부인해온 것의 또 다른 사례. 사교육 부추기는 교육정책 펴면서 사교육 줄이자는 캠페인성 정책을 예산으로 하고, 무수한 반서민 정책을 펴면서 말로는 친서민 외치는 행태도 마찬가지.


최소한의 논리적 체계와 큰 그림을 가진 지도자라면 스스로 아귀가 맞지 않아 부끄러워 해야 할 텐데, 부끄러워할 만한 판단력이 없거나 아니면 상황에 따라 말 바꾸는 것을 아무런 양심의 가책 없이 되풀이. 우리는 전자를 바보라 하고, 후자는 사기꾼이라 한다.


통일세를 제안하는 방식도 MB가 얼마나 일방통행식 권위주의에 빠져 있는지를 보여준다. 남북정상회담처럼 보안이 필요한 사안이 아니라면 국민들의 막대한 부담이 되는 조세문제를 사회적 사전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제안하는 것은 독단적 전횡.


통일을 준비하고, 통일비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은 통일에 대비한 사회경제 전반의 총체적 준비를 제대로 해갈 때 가능. 예를 들어 남북간의 경제교류와 협력을 증진하고 외교와 대북정책에서 공존과 평화통일을 지향할 때 통일비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


남북간 경협을 모두 단절해 북한 경제 활성화를 어렵게 하면 통일 이후 경제 지원 및 개발 비용을 늘리는 조치. 통일되는 국가간의 경제적 격차가 크면 클수록 통일 이후 경제적 통합 과정에서 수반되는 비용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정설.


외교와 대북정책에서도 북한 적대 정책은 각종 잠재적 안보비용을 키우는 한편 남한의 '안보 리스크'를 증대시켜 외국인 투자를 꺼리게 함. 또 이란제제 사태에서 보듯이 수출 악영향 등 경제적 타격이 크며 '북한 자원의 중국화'를 가속화시켜 통일 이후 북한 경제 발전을 위한 자원도 고갈.


이처럼 사회경제적 대응과 외교, 대북정책상의 대응에서 통일부담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가면서 '통일세'를 걷어 통일을 준비하겠다는 것은 기가 막힌 엇박자 정책. 자기가 대통령이니 무턱대고 질러대면 모두 다 정책인 것처럼 착각하는 엉터리.


현 정부의 세정 일관성 측면에서 봐도 통일세는 황당. MB정부는 각종 부동산 관련 세금과 대기업 위주 법인세, 소득세 감세정책으로 임기 동안에만 99조원가량 감세. 경기 활성화 명분으로 감세정책해놓고, 이제 와서 갑작스레 증세 조치?


현 정부가 감세한 세금들은 부동산 세금을 비롯해 거의 모두 직접세. 그런데 통일세는 결국 부가가치세에 덧붙이는 식으로 간접세가 될 수밖에. 가뜩이나 현 정부 들어 직접세 감세로 소득 역진적 성격 늘려놓고, 다시 간접세 부담 키우는 꼴.



국세수입의 3대 축은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 법인세와 소득세는 이미 부담률이 OECD 최하위권인 상태에서 더 낮춰줬으니 결국 감세로 인한 세수 손실을 메울 곳은 부가가치세뿐. 통일세는 부가가치세 증세를 위한 핑계 아닌가 의구심.


현 정부 이후 각종 감세조치와 각종 건설, 부동산 부양책으로 정부공공부문에서만 250조원 가량 지출 늘려 심각한 재정적자 초래. 그래서 현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와 전혀 맞지 않는 통일세 제안은 우회적인 재정적자 만회책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


결론적으로 통일 지향해야 하고, 통일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지만 지금까지 통일 및 건전재정과는 정반대로 역주행하고 나서 갑자기 돌아서서 '통일세'를, 그것도 현재 세수구조에서 매우 악질적인 방식으로 제안하는 것은 후안무치와 몰상식의 극치


참고로, 통일세는 특정 정책을 위해 걷는 것이니 목적세가 되겠지만, 그 형태는 부가세든 어디에든 덧붙이는 형태여서 결국 간접세가 될 수밖에 없을 것. 또한 오해 피하기 위해 다시 부연하자면, 통일 준비는 총체적이어야지 다른 모든 정책에서 역주행하면서 국민 부담만 늘리는 식으로는 오히려 통일 거부감만 키우게 될 공산이 큼

 

 


트위터를 하시는 분들은 http://twitter.com/kennedian3로 저를 팔로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아고라와 제 블로그(다음뷰), 오마이뉴스, 네이버 부동산, 한겨레신문, 미디어오늘 등에 연재하는 글뿐만 아니라 각종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합해서 매일 소개할 생각입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8. 16. 10:21

대학 개강을 앞두고 다시 각 일반 가계가  자녀들(또는 본인의) 대학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고민해야 하는 계절이 왔다. 한국 대학의 등록금은 사실상 세계 최고 수준이며, 이에 따른 가계부담도 경제력 대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정부의 열악한 교육재정 지원이 가장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이 같은 실태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이 글에서는 한국 대학의 등록금 수준과 교육재정 지원 실태를 국가간 비교를 통해 살펴보자.

 

2006/2007학년도 기준 OECD 국가별 국공립대 등록금 수준을 살펴보자. 도표에서 알 수 있듯이 구매력평가 기준 달러환산 한국의 국공립대 등록금은 4,717달러로 5,666달러인 미국을 제외한 모든 OECD 국가 보다 등록금이 높았다. 한국은 사립대뿐만 아니라 국공립대의 등록금이 대부분 나라의 등록금보다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더 높다는 것이다. 반면 스웨덴, 노르웨이,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핀란드, 덴마크, 체코 등에서는 국공립대의 등록금이 전혀 없으며,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에서도 거의 미미한 수준의 등록금을 내고 있다.

 

 

<도표1> OECD 국가별 국공립대 등록금 및 공사립대학 비율

() OECDEducation at a Glance 2009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중간

도표에서 파란색은 순수 사립대를 나타내며 나머지는 정부의존형 사립대임.

 

한국의 사립대 등록금 또한 OECD 국가들 가운데 미국 20,517달러에 이어 8,519달러로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 또한 핀란드, 스웨덴, 아일랜드 등에서는 사립대 등록금이 한 푼도 들지 않는 것과는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국공립 대학이 전체 대학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2.0%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반면 사립대 비중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사립대의 등록금이 상대적으로 국공립대보다 훨씬 비싸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 일반 가계가 부담하는 한국의 대학 등록금은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고 봐야 한다. 더구나 사립대 명목 등록금이 가장 높은 미국이나, 한국처럼 사립대의 비중이 높으면서 사립대의 명목 등록금도 높은 일본의 등록금도 장학금 차감액이나 소득 수준, 대학 교육의 질을 감안하면 한국보다 상당히 낮음은 이미 설명했다.

 

하지만 이처럼 높은 대학 등록금 부담도 공공과 민간 등이 적절하게 분담하는 식이라면 일반 가계들의 부담은 덜어질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대학 이상 고등교육비를 누가 부담하는지를 <도표2>를 참고로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고등교육 재정지출 비중을 살펴보면, 한국의 경우 전체 재정지출 대비 2.2%로 가장 낮은 수준에 속하고, GDP대비로는 0.7% 0.6% 수준인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나라로 나타난다. OECD평균이 각각 3.1%, 1.3% 수준인 것에 비하면 현격히 낮은 것이다. 이처럼 한국 정부의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지출 비중은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현격히 낮다.



 

<도표2> 고등교육 재정지출 및 고등교육비 부담 주체 현황

() OECDEducation at a Glance 2009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는 고등교육비 부담주체 가운데 공공재원 비중이 가장 낮은 현실로 이어진다. 고등교육비 부담주체를 보면 한국의 경우 공공재원 부담률이 23.1%로 가장 낮은 반면 민간 부담률은 76.9%로 가장 높다. 한미일 3국을 제외한 대부분 OECD 국가들에서는 공공재원 부담률이 절반을 넘고 특히 유럽 대부분 국가들이 고등교육비를 공공재원으로 부담하고 있는 것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공공재원 부담률이 각각 72.6%, 81.1% OECD평균이나 EU19개국 평균과는 정반대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또한 고등교육비를 민간재원으로 충당하는 비중에서 민간부담 주체를 다시 일반가계와 기타 민간부담으로 나눠볼 경우에도 한국의 일반가계 부담률은 52.8%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게 나타난다. 

 

지금까지 본 것처럼 한국의 대학 등록금은 OECD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며, 공사립대의 등록금이 높은 수준이라는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해봐도 장학금을 차감한 실질 등록금이나 국민소득, 교육의 질 등을 고려한 측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처럼 비싼 대학 등록금을 대부분 민간에서, 그것도 일반가계가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자신들이 마땅히 갖춰야 할 국공립 대학 인프라나 투자해야 할 고등교육 재정을 제대로 투자하지도 않고 있다. 또한 이를 빌미로 사립대학들부터 앞다투어 대학 등록금을 올리는 가운데 일반 가계들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대학 등록금을 부담하느라 등골이 휘고 있는 것이다.

 

 

트위터를 하시는 분들은 http://twitter.com/kennedian3로 저를 팔로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아고라와 제 블로그(다음뷰), 오마이뉴스, 네이버 부동산, 한겨레신문, 미디어오늘 등에 연재하는 글뿐만 아니라 각종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합해서 매일 소개할 생각입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8. 12. 07:03

어제 피디수첩 아파트, 추락의 끝은 어디인가?’편 어떻게들 보셨는지요? 우선, 담당 PD가 상당히 촉박한 가운데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해서 현재 부동산시장의 구조적 상황만이라도 잘 정리해서 전달하라고 조언 드렸는데, 그런 면에서는 일정하게 잘 정리한 것 같습니다.

 

보통 급하게 만들면 상대적으로 심층성은 약해지고 대신 전체 조감도를 보여주는 식의 구성이 되기 쉬운 듯합니다. 어제 프로그램도 그런 측면이 없지 않지만, 주택시장의 생생한 현실을 전하고 과거의 투기 열풍이 가라앉으면서 곳곳에 생겨난 하우스푸어분들의 실태를 통해 많은 분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주었다는 점 등에서 대체로 괜찮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다만, 다른 PD수첩팀에 평소 걸고 있는 기대치에 비하면 약간 아쉬움이 남습니다.

 

시청자들의 올바른 이해를 위해, 그리고 향후 관련 프로그램 제작시 PD수첩을 비롯한 다른 언론사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몇 가지 아쉬운 부분은 지적하고 싶습니다. 언론 발전을 위한 충정의 뜻으로 여겨 주십시오.

 

우선, 프로그램 앞 부분에서 부동산정보업체의 사기적 호가지수를 사용해 가격하락폭을 소개했는데요. 실제 국토해양부 실거래가 낙폭은 이보다 훨씬 큽니다. 강남 3구의 경우 이미 고점 대비 15% 전후, 다른 수도권 주요 도시들의 경우 30% 이상 실거래가가 하락한 상태입니다. 만약 부동산정보업체 가격지수 수준대로라면 어제 방송에 소개된 분들이 그렇게 고생하고 있을 리가 없죠.

 

또한 여론조사로 지금 주택시장상황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게 설령 경제전문가라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더구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하면 이미 대상을 고르는 단계부터 어떤 식으로든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가장 심각한 문제점. 지난번 MBC 마감뉴스에 이어 왜 고종완씨를 등장시켰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그런 입장을 선뜻 말해줄 사람이 고종완씨 뿐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현 정부 초기에 인수위 시절 정보를 활용해 부동산 투자 자문 영업을 해 물의를 일으킨 사람을 말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고종완씨는 MBC로 인해 완전히 복권(?)됐네요.

 

반면 건설업계의 의견을 들어보자면서 건설산업연구원 간판 보여주고 인터뷰한 것은 좋은 모습이었습니다. 그 동안 기회 될 때마다 건산연과 주산연의 이해관계를 명확히 밝혀주라고 요청했는데, 어제 프로그램은 그런 면에서 상당히 모범적인 사례였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여러 가지 문제가 상당 부분 선분양제 때문이라는 것을 짚은 것 또한 좋은 접근이었습니다. 다만, 좀 더 그 문제를 깊이 다뤘으면 좋을 듯 했습니다. 시대착오적인 공급자 위주 선분양제만 없어도 일반 가계들이 이렇게까지 고생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지금의 선분양제가 왜 부동산시장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는지 설명해보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최근 부동산 가격 하락폭이 커지면서 각종 분양사고가 잇따르고, 수도권 곳곳에서 입주대란과 역전세난으로 많은 가계가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같은 피해가 실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주택 선분양제 때문에 증폭되고 있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이 잘 모르고 있습니다.

 

 

선분양제의 폐해와 문제점을 거론하기에 앞서 선분양제가 어떤 과정을 거쳐 도입되고 존속하게 됐는지를 간단히 살펴봅시다. 주택 선분양 제도는 1977년 아파트 분양가규제가 도입됨에 따라 주택건설업체들의 채산성이 악화될 것으로 판단한 정책당국이 주택건설업체들의 금융비용을 줄여준다는 명목으로 도입한 제도입니다. 주택건설업체들이 제도권 금융에 이자를 물지 않고 주택 수요자로부터 주택건설자금을 무이자로 직접 조달해 주택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이 같은 선분양제는 당시 민간 주택건설업체들이 규모도 영세하고 자금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급속한 도시화와 수도권 인구유입 가속화에 따른 주택공급 부족을 비교적 단기간에 해소하기 위해 긍정적으로 작용한 측면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선분양제는 시장가격 이하로 책정된 분양가와 실제 시장거래가격 간의 차익을 노리는 투기적 수요를 유발시켰으며 공급자 우위 시장을 고착화 시켰다는 점에서 부정적 측면 또한 적지 않았습니다. 반복적인 부동산 투기 파동과 경기 침체기에 미분양 증가에 따른 주택 구입자 피해가 두드러지자 그 부정적 측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이 때문에 이미 1995년 선분양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감사원의 권고에 따라 정부가 1997년부터 시장원리에 맞게 후분양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주택건설업계는 시장원리에 입각해 후분양제를 시행하려면 먼저 시장원리에 어긋나는 분양가 규제도 함께 자율화하라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사태는 엉뚱하게 치달았습니다. 건설업계의 분양가 자율화 요구는 즉각 받아들이면서도 외환위기 직후 고사 위기에 처한 건설업계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선분양제 도입은 뒤로 미뤄졌습니다. 공급자에게 유리한 선분양제 하에서 분양가마저 자율화돼 오히려 공급자인 건설업체들의 힘만 일방적으로 잔뜩 키워준 결과를 낳은 것입니다.

 

 

2003년초 노무현 정권 인수위 시절 후분양제 도입 방침이 결정됐으나, 당시 건설교통부 등의 미온적 태도로 후분양제 도입은 지지부진해지고 선분양제가 여전히 대세를 이뤘습니다. 한국 주택시장은 선분양제 아래 분양가 자율화라는 공급자를 위해서는 최선이지만 소비자를 위해서는 최악의 제도가 자리잡게 것입니다. 그로 인해 2000 부동산 거품이 빠른 속도로 커지게 주요 원인 하나가 됐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선분양제가 일으키는 문제점을 최근 상황을 중심으로 살펴봅시다. 선분양제 하에서 주택 수요자들은 완성된 주택을 사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기한까지 입주할 수 있는 분양권을 청약해 사게 됩니다. 그런데 완공 전에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주택업체가 부도를 낼 경우 피해의 상당 부분을 분양자가 떠안아야 합니다. 물론 대한주택보증을 통해 분양을 보증하도록 하고 있지만, 입주 지연으로 인한 분양자의 금전적, 정신적 피해 등은 상당 부분 불가피합니다. 실제로 주택업체의 부도나 자금난 등으로 인한 주택 보증사고는 최근 급증하고 있습니다

 

또 선분양제 하에서는 주택 소비자들이 갑작스러운 집값 하락으로 피해를 볼 가능성이 후분양제에 비해 높습니다. 선분양제에서 주택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소액인 계약금만 있으면 되므로 예산제약 범위를 벗어나 무리한 주택청약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부동산 투기 붐이 극심할 때는 분양만 받으면 몇 억원을 벌 수 있다는 생각으로 너나 할 것 없이 주택 청약에 나섰습니다. 소득이 뒷받침되지 않는 분양자들이 수억 원의 빚을 지는 경우도 다반사였습니다.

 

만일 극심한 청약열풍이 불었던 판교신도시나 인천 송도/청라, 파주신도시 주택을 지금쯤 후분양제로 공급했다면 2~3년 전과 같은 엄청난 고분양가에 청약할 가계가 얼마나 있었을까요? 결국 주택업체들은 고분양가로 상당한 폭리를 취한 뒤 분양자들만 자산가치 급락과 엄청난 부채 부담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것입니다.

 

 

수도권 곳곳의 신규 아파트 단지에서 대규모 입주 지연이 벌어지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무리하게 아파트를 청약한 계약자는 집값은 떨어지고 은행 빚은 감당하기 어려워 손해를 보더라도 입주 예정 아파트나 기존 주택을 팔아 대출을 상환하려 할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거래가 마비되면 기존 주택이든 신규 분양 아파트든 전세로 돌려 최대한 금전적 손실을 줄이려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처지의 계약자들이 한둘이 아니므로 입주 지연과 역전세난이 함께 빚어지는 것입니다. 만약 후분양제였다면 이처럼 극심한 입주지연과 역전세난은 발생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면 공급자에게 유리한 선분양제 하에서 건설업체들에는 아무런 피해가 없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선분양제는 부동산 호황기에 무리한 주택사업이 일어나는 유인으로 작용합니다. 주택업체들은 3년 후 입주 시점의 주택경기에 대한 판단은 거의 하지 않고 근시안적 시각에서 사업을 진행하게 됩니다. ‘떴다방’이든 무어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당장의 분양에만 성공하면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과욕과 무리한 사업판단으로 택지를 매입해 분양을 시도하다가 부동산 경기가 죽자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게 된 것입니다. 미국이나 일본 등 후분양제를 시행하는 대다수 국가에서 주택건설 경기가 위축된다고 해서 한국처럼 막대한 미분양 물량이 쌓이는 경우는 없습니다.

 

 

건설사들의 유동성 위기도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면서 돈이 묶인 탓이 큽니다. 또한 2006년 이후 과도한 PF사업 확대로 건설사뿐만 아니라 제 2금융권을 중심으로 금융권 전반의 부실화 우려를 높이고 있는 것도 바로 급증한 미분양 물량 탓이 큽니다. 나아가 한국 경제의 화약고라고 할 수 있는 가계의 부동산담보 대출과 PF사업 대출, 건설/부동산업 대출을 증폭시키는데도 일조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를 마무리하기로 합시다. 한국 부동산시장의 구조적 문제점이 전적으로 선분양제 때문에 비롯됐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선분양제가 부동산시장의 위기를 증폭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는 점은 분명합니다. 선분양제의 경제적 폐해가 너무나 크다는 것은 이제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설업계의 반대와 이를 비호하는 정부와 정치권, 관변학자들의 엉터리 논리에 의해 후분양제 도입은 계속 지연됐습니다. 분양가 자율화와 함께 오래 전에 바뀌었어야 할 제도가 그대로 온존함으로써 한국경제의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필요한 제도개혁을 제때 하지 않을 때 경제 전체로 얼마나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되는지를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도리어 2008년 경제위기 당시 ‘후분양제 보완’이라는 식의 편법으로 민간 주택건설업체가 자율적으로 후분양제와 선분양제 가운데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사실상 후분양제를 무력화시켰습니다. 이명박정부는 여전히 건설업계와의 유착에 빠져 임기응변적 처방과 특혜 주기에 골몰하고 있는 것입니다. 임기응변적 처방과 건설업계 특혜 주기에 골몰하는 정부가 현 경제 위기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끝으로 한가지 더 말씀드리면, 저도, 옆에서 함께 TV를 보던 아내도 계속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부동산 기득권 구조의 덫에 걸려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정말 안타깝습니다. 어제 PD수첩에 나온 사례들처럼 '하우스푸어' 문제가 이슈가 되자, 재빨리 이들에 대한 구제론을 펼치는 언론도 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저도 몇 줄 글로 그런 선심을 쓰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부동산 거품에 아무런 책임도 없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도 도외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부터 구제하는 것은 정책 형평성 차원에서 큰 문제가 있습니다. 물론 그런 하우스푸어분들도 우리의 이웃이지만, 시장경제에서 어떤 투자도 자기 책임 아래 이뤄진다는 시장기율을 피해가게 해선 안 된다고 봅니다. 그런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훨씬 더 큰 피해를 양산하게 됩니다.

 

오히려 이런 때일수록 정부 당국은 이런 하우스푸어들을 양산하게 되는 DTI규제 완화 조치에 더 이상 미련을 버려야 합니다. 그리고 부동산 버블 위기를 증폭시키고, 가계를 제물로 삼아 건설업체와 금융권을 배불려온 시대착오적 선분양제 등을 정비할 때입니다. 미국 등 선진국은 금융위기 이후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업무를 다시 엄격히 구분하는 등 금융 재규제(Re-regulation) 조치들을 취하고 있습니다. 위기를 겪고 나서 거기에서 교훈을 얻어 제도 정비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이미 숱한 위기를 겪고서도 공급자에게 유리한 선분양제에 집착하는 등 제도적 개선은커녕 문제를 일으킨 건설업체와 금융권 등에 대한 선심성 부양책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는 계속 증폭되는 위기 속에서 일반가계들만 고생하고, 건전한 경제구조의 토대가 허물어질 뿐 경제가 제대로 된 발전을 하기 어렵습니다. 지금이라도 늦었지만, '마지막 기회'라는 심정으로 정부당국이 환골탈태하기를 기대합니다. 더 이상 가계를 제물로 삼아 부동산 시장을 떠받칠 궁리를 하지 말고, 시장퇴출이 일어나는 실질적 구조개혁을 서두르라는 뜻입니다.  

 

 

트위터를 하시는 분들은 http://twitter.com/kennedian3로 저를 팔로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제가 아고라와 제 블로그(다음뷰), 오마이뉴스, 네이버 부동산, 한겨레신문, 미디어오늘 등에 연재하는 글뿐만 아니라 각종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합해서 매일 소개할 생각입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8. 11. 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