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bit.ly/ccYOvI 부자감세 강만수가 그립다? 가계부채를 늘리고 물가가 오르는 것을 방치해서라도 부동산 거품을 지탱하라는 조선일보의 주문입니다. 모든 경제정책은 부동산 거품 부양이라는 목표에 종속돼야 한다는 주장으로, 정말 비열한 기득권 대변지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입증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 부동산이 무너지면 한국경제가 파탄난다고 호들갑떨며 정부의 부동산 추가 부양책을 주문하는 부동산 찌라시들의 협박이 요란합니다.

 

얼마 전까지 '국내에는 버블이 없다'고 떠들던 언론들이 이제는 금방이라도 한국경제가 무너질 듯 아우성입니다. 버블이 없다면, 버블이 붕괴할 일도 없는데 왜 그리 호들갑일까요? 기득권을 위해서는 어떤 사기술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언론들. 결국 찌라시라는 고백에 지나지 않습니다.

 

어쨌거나 언론 보도를 보면 DTI규제 완화를 일정한 범위에서 정부가 검토하는 모양입니다. 그나마 정부 사이드에서는 DTI규제 완화만큼은 안 된다고 생각했던 듯 하나 한나라당과 부동산 찌라시들의 압박에 굴복하는 모양새입니다. 결국 '강부자 정권'인 현 정부의 태생적 한계와 영혼 없는 공무원들이 어디 가겠습니까만.

 

현 국면에서 DTI규제의 대폭 완화는 어렵다고 보지만, 완화해봐야 버블 붕괴를 몇 개월 지연시키는 정도에 불과할 겁니다. 이미 부동산이 매우 위태롭다는 사실을 대다수 국민이 확인한 마당에 과거처럼 빚내 얼마나 덥석 집을 살지 의문입니다. 이미 다이어트 중인 은행 또한 얼마나 과감히(?) 빌려줄지도 의문이고요. 얼마 전 만났던 한 금융기관 부설 연구소 연구자들도 “DTI규제가 풀린다 해도 과거처럼 적극적인 대출을 할 은행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하더군요.

 

만약 DTI규제를 완화했을 때 생각했던 약발이 통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심리적 마지노선까지 무너뜨려 버블 붕괴를 가속화할 수도 있겠죠. 어쨌거나 정부가 이번에 DTI규제를 푼다면, 가계를 제물로 해서 폭탄을 돌릴 수 있는 데까지 돌려보겠다는 시도를 공식화하겠다는 뜻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현재 부동산시장 상황에서 DTI규제 완화 효과가 별무소용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제가 DTI규제 완화를 반대하는 것은 이 조치가 결국 가계들을 제물로 삼는 조치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결국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막대한 기회비용을 소진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거품기에 세 배 이상 늘어난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은 진척되지 않았는데, 이들을 모두 먹여 살리기 위해 가계 빚을 더 많이 내도록 부추기는 게 정말 국민을 위한 정부인가요?

 

2000년대 부동산 거품이 부풀어오르는 동안 생산경제에 돈이 돌지 않아 일자리는 늘지 않고, 가계들은 은행의 노예로 전락해 소비를 줄였습니다. 그 결과 생산경제에는 돈이 돌지 않아 일자리가 늘지 않고, 가계 소비 위축으로 내수는 계속 위축됐습니다. 2000년대 내내 부동산 거품이 부풀어 오르는 동안 일자리는 줄고 비정규직은 늘어나 사람 값은 똥값이 됐습니다. 이제는 집값을 낮추고 사람 값을 높이는 길로 가야 합니다. 그것이 정상으로 돌아가는 길입니다.

 

상위 5%의 부모세대들이 주도한 부동산 투기 붐에 우리 젊은이들은 어땠습니까? 집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변변한 일자리가 없어 시집장가를 못 갔습니다.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끊어졌습니다. 미래의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는 나라가 어떻게 미래를 기약합니까?

 

부동산 거품이 불러온 사회경제적 폐해가 이루 헤아릴 수 없는데 언제까지 이 거품을 짊어지고 갈 수 없습니다. 그래야 한국경제가 건전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습니다. 집값 거품 빼기는 그 첫 걸음입니다.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돌아가는 첫걸음입니다.

 

물론 거품을 빼는 과정에서 단기적으로는 적지 않은 고통과 충격이 따를 것입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탐욕에 가득 차 불로소득으로 국민경제의 폐해를 심화시키는 사람들에게 보상하고, 열심히 일한 근로소득자들을 처벌하는 시스템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이제라도 비정상이 정상을 조롱하고, 투기적 탐욕이 절제된 검소함을 비웃는 시대를 접어야 합니다. 이미 너무 늦었습니다. 하지만 늦었음을 깨달았을 때가 가장 빠를 때입니다. 지금부터라도 풍선에 바람을 빼나가듯이 거품을 빼나가야 합니다.

 

하지만 이 정부는 바람이 빠질만하면 다시 바람을 잔뜩 불어넣습니다. 집값이 오를 때는 '시장원리에 맡기라'던 부동산 찌라시들은 이제 와서는 '정부가 나서서 시장을 떠받치라'고 합니다. 좀비가 된 자들이 자신들만 나락으로 떨어지기 싫어 정상적인 사람들을 좀비로 전락시키려 합니다.

 

부동산 찌라시들은 지금도 가계 부채를 더 늘려서라도 부동산 거품을 떠받치고 도덕적해이로 가득찬 건설업체들과 저축은행을 떠받치라고 합니다. 일반 가계들을 언제까지 제물로 삼아야 속이 시원할까요? 이 땅의 국민들은 건설업체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태어났나요?

 

한 번 생각해보십시오. 우리가 2004년에 부동산 거품을 뺐더라면, 그리고 2008년에 거품을 뺐더라면. 거품 빼기를 지연시킬수록 거품 붕괴의 에너지는 점점 커져갑니다. DTI규제 완화로 지난해 늘어난 가계부채 45조원만큼 가계들이 제물이 됐습니다

 

이번이 거의 마지막 기회일 겁니다. 지금이라도 거품을 빼지 않는다면 정말 감당하기 어려울 충격을 겪을지도 모릅니다. 현 정부는 다음 정권으로 폭탄을 떠넘기고 싶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이 나라의 미래를 철저히 망치는 길입니다.

 

최근 MBC PD수첩의 김재영 PD <하우스푸어>라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http://bit.ly/901Emc (오마이뉴스 서평 참조) 책이 출간된지 불과 4일만에 초판 3000부가 모두 팔려나가 2쇄를 무려 8000부나 찍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예스24에서는 종합 베스트셀러 105위에 올랐는데, 상승 속도가 제 책 '위험한 경제학'보다 더 가파른 듯 합니다. 책 집필을 권하고 정리를 도왔기에 이 책에 각별한 애정을 느끼는 사람으로서 제 책 못지않게 상당히 뿌듯함을 느낍니다. 하지만 2000년대 부동산 거품기의 후반에, 그리고 지난해 막차에 올라탄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하우스 푸어'들로 전락할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토록 지난해 내내 '부동산 막차에 올라타지 말라'고 부르짖었던 것입니다. 이제 김재영 PD가 더 이상 가계들이 무리하게 빚을 내 하우스푸어대열에 합류하지 말라고 호소합니다. 지난해 PD수첩의 제작 과정을 돕기도 했던 저로서는 정말 마음 든든한 우군을 얻은 느낌입니다.  

 

하우스푸어문제는 앞으로 갈수록 심각해지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뾰족한 방법이 없습니다.시장경제에서 모든 투자는 자기 책임하에 이뤄지는 것입니다. 집값이 오를 때는 투기차익을 전유하고, 집값이 내릴 때는 손실을 사회에 전가하는 것을 무작정 용납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저는 한동안은 '하우스 푸어' 문제에 대해서도 다소 냉정한 자세를 유지하려 합니다이제는 우리 모두가 광기의 투기거품 시대를 지나 정상으로 돌아가야 할 때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보다 부동산 투기 잘 하는 사람이 더 인정받고, 집 있는 사람이 집 없는 사람을 괄시하고, '집값 떨어진다'고 주장하면 집 없어서 배 아파하는 사람 취급하고,아이들에게 아이 친구 부모가 어느 아파트에 사는지 물어봐야 하고, 집값 올리려고 특목고 유치에 목숨을 걸고, 집값 떨어진다고 임대주택이나 장애인 시설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고,같은 아파트단지에서도 임대주택 아파트는 담장으로 막고, 아파트 부녀회에서 집 있는 아줌마들만 모여 집값 담합 반상회를 하고, 우리 동네 집값이 저평가돼 있으니 더 올려받아야 한다고 악다구니쓰고, 집값이 올라야 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토건개발사업에 찬성하고, 집값이 올라야 하기에 집값 올려줄 것 같은 저질 정치인들을 국민의 대표로 뽑고...이제는 이런 비정상을 끝내야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하우스푸어'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마음이 많이 무겁습니다. 정부와 정치권의 거듭된 정책실패, 건설업체와 부동산 찌라시들과 부동산투기선동가들이 만들어놓은 덫에 걸린 사람들. 현재로서는 그런 하우스푸어들이 더 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제라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가계 부채 다이어트를 유도해야 합니다. 그런데 정부가 DTI규제를 풀어서라도 가계에 빚을 권한다면 이것은 정말 제대로 된 정부가 할 짓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버블 붕괴로 부동산 좀비로 전락한 사람들이 다른 멀쩡한 사람들을 함께 좀비로 만들려는 물귀신 작전을 정부가 부추기는 짓입니다. 부동산 기득권 세력의 물귀신 작전을 우리 모두가 나서서 퇴치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아직도 부동산 시장에 미련을 못 버리고 맴돌고 있는 분들께 하우스 푸어라는 책이 훌륭한 백신 역할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아직도 부동산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주변분들께 일독을 권해주시기 바랍니다. DTI 규제를 풀어 국민에게 빚을 권하는 부동산 기득권 세력이 만든 덫에 걸려 선량한 국민들이 더 이상 하우스푸어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는 데 매우 큰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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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7. 21. 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