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버블 붕괴의 파열음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미 가장 규모가 큰 PF사업인 용산 역세권 개발사업이 사실상 좌초 위기에 빠져드는 등 모두 120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PF사업 대부분이 지연, 중단 또는 좌초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상당수의 건설사 및 저축은행의 부실 구조조정과 시장퇴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은 이미 금융권 연체율 급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 언론사가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자산 상각 및 매각 현황자료를 바탕으로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국민, 우리, 신한, 하나, 기업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실질연체율(부실대출 자산매각 및 상각전 연체율)이 최근 급등하고 있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 5대 은행은 2분기에만 모두 4,732억원 대의 부실대출 자산을 상각 또는 매각하면서 연체율 관리에 나섰지만 대출연체 증가를 막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한 은행은 3월 실질연체율이 1.04%(3월말)1.16%(5월말)1.36%(618일 현재)로 증가했고, 다른 은행도 같은 기간 1.00%1.11%1.25%, 또 다른 은행은 0.95%1.09%1.19%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미 우리 연구소가 경고해온 바대로다.

 

이 같은 금융권의 연체율 상승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그 전초전이라고 할 수 있다. 왜 그런가 살펴보자.

 

이미 설명한 바 있듯이 우리 연구소가 국토해양부 실거래가를 분석해 가격 패턴을 산출한 결과 주택가격은 2006년 말~2007년 초 고점 대비 올해 4월 초 기준으로 서울 강남 3구의 경우 11.6%, 일산, 분당, 용인 등 수도권 주요 도시의 경우 25~30% 가량 떨어졌다. 이미 3개월 가량 지난 시점이므로 수도권 거의 대부분 지역의 주택가격이 실거래가 기준으로는 이미 20~30% 이상 하락한 상태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주택가격은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더욱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2000년대 부동산 투기버블을 주도했던 수도권 중대형 아파트의 가격 하락폭은 대부분 지역에서 최소 20%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도표1>을 보면 예금취급기관의 주택대출 가운데 수도권 비중은 75% 전후로 전국 대출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전체 아파트 거래량 가운데 전용면적 60㎡ 이상 중대형 아파트의 비중이 약 60% 전후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시중은행의 자산담보인정비율(LTV) 상한은 60%, 저축은행은 80% 선으로 정해져 있다. 물론 일부 지역의 경우 LTV 비율을 사실상 초과해 대출이 이뤄진 경우가 종종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가계 입장에서는 전세를 끼고 대출까지 잔뜩 빌려 집을 샀던 경우도 적지 않았음 은 이미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와 경기도 판교신도시 아파트 매매 실태 분석을 통해 설명한 바 있다.

 

 

<도표1> 수도권 주택대출 및 아파트 거래 현황


()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따라서 이미 현재가격 수준에서도 저축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채권 중 상당수는 부실화되는 초기 국면에 들어가 있다. 특히 저축은행의 주택대출은 대부분 시중은행의 주택대출보다 후순위로 이뤄진 경우가 많다. 주택가격이 실거래가로 하반기에 추가로 10~20%만 더 떨어져도 저축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가파르게 올라가게 될 것이다. 특히 저축은행들은 2006년 이후 주택대출 영업에 더욱 열을 올렸는데, 2006년 이후 이뤄진 주택대출채권 31조원의 상당 부분이 부실화될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시중은행이라고 안전을 장담할 수는 없다. 물론 미국 서브프라임론사태 때처럼 담보가치의 90%를 넘어서는 주택대출이 이뤄지지 않았고, 주택모기지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금융파생상품 판매가 광범위하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처럼 급격한 금융시스템 붕괴까지 일어나지 않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시중은행 입장에서는 LTV 비율 60% 이하로 안전망을 쳤다고는 하나 일반가계 입장에서 보면 전세액이나 제2금융권 등의 추가 대출을 포함해 자산가치 대비 80~90% 가량 이상의 레버리지를 동원해 주택 투기를 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런 경우 대출이자 부담을 이기지 못하면 결국 이자를 연체할 수밖에 없게 된다. 정부가 나서서 주택가격의 자연스러운 조정을 지연시켜 주택거래 침체가 장기화되면 지금처럼 주택 손절매를 통한 부채 청산도 어려워져 결국 살던 집을 경매에 넘겨야 하는 경우도 속출하게 된다. 이 경우 시중은행이 대출원본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은 상당히 커진다. 이미 지금도 수도권 곳곳에서 경매를 통해 금융기관이 대출원본을 회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게 생겨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들 때문에 시중은행의 실질 연체율이 급등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주택가격 급락과 이에 따른 담보가치 하락에 따라 부실채권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 주택은 얼마나 될까. 국토해양부가 운영하는 온나라부동산포털 자료에 따르면 2006년 이후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은 2010 3월까지 182만 건이 넘는다. 또 같은 기간 전국 거래량은 407만 건에 육박한다. 물론 이들 거래량에는 양도나 신탁 등도 포함돼 있어 실제 매매 거래량은 전체 거래량의 70% 전후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를 전제로 하면 2006년 이후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수도권에서만 127.4만 건 정도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런데 2006년 이후 이뤄진 수도권 매매 거래량의 약 80% 2010 5월 실거래가와 비교하면 매매 시점의 가격보다 하락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집값이 매매 시점 가격보다 낮아진 거래량은 수도권에서 대략 101.9만 건 가량으로 추정된다.

 

이 기간 동안 전국 예금취급기관의 주택대출 총액은 약 227.4조원에서 333.4조원으로 106조원 가량 늘어났다. 이중 75% 가량이 수도권 주택대출이므로 약 79.5조원 가량이 수도권 주택대출 증가액이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주택가격 하락과 주택시장 침체 장기화에 따라 1차적으로 부실화될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봐야 한다. 주택가격 하락이 지속되면 금융권에 충격이 없을 것으로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더구나 사실상 부실채권은 수면 아래에서 이미 급증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수도권 상당수 지역에서는 이자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는 가계들이 늘고 있지만, 원리금 대출의 만기를 연장해주면서 대출자산 부실을 은폐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결국에는 어느 순간 한계에 이를 수밖에 없다. 왜 그런지를 <도표2>를 참고로 살펴보자.

 

우선, 가계대출 대비 주택대출의 평균 비율을 바탕으로 전국 주택대출 추이를 추정해보면, 주택담보대출은 2000 1분기의 71.5조원에서 2009 4분기에 328.8조원으로 10년 동안 260.2조원 가량 늘어났고, 2005년부터 2009년 말까지 5년 동안에는 약 125.7조원 증가했다. 주택대출은 평균 3년 가량의 거치기간 이후 원리금 분할 상환을 하는 구조여서 2005년부터 이루어진 주택대출은 2008년부터 거치기간 만료 시점이 도래했었다. 하지만 경제위기에 따른 정부 조치와 시중은행들의 협력(?)으로 주택대출 원리금 상환 만기를 계속 연장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환 만기를 언제까지 연장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도표2> 주택담보대출 추이 및 주택대출 만기 도래액 추정

()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가계대출 거치기간 연장에 따른 주택대출의 거치기간 만기 도래액을 평균 연장률 93%를 적용해 추정해 보면 우선, 현재 수준의 분기별 주택대출이 지속된다는 가정(business as usual. BAU)하에 2015년 말에는 분기당 39.8조원의 주택대출 거치기간 만기 도래액이 발생하게 된다. 둘째, 주택대출 증가액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가정할 경우에도 2015년에는 최소 29.8조원의 거치기간 만기 도래액이 발생하게 된다. 어떤 경우에도 2012년경에는 거치기간 만기 도래액이 분기당 2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돼 자산가격이 하락할 경우 금융기관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는 정부의 정책 대응과 대출 구조의 변화 등이 일어날 경우 다소 달라질 수는 있다. 하지만 적어도 주택대출 만기 상환 연장을 무한정 지속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금융기관이 거치기간 만기 도래액이 한꺼번에 몰려 대출만기를 더 이상 연장해주기 어렵게 되면 원리금 상환 부담을 이기지 못하는 가계가 속출해 엄청난 주택가격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때까지 억지로 버티다가는 부동산 버블 붕괴의 충격이 더욱 커질 것은 명약관화하다.

 

문제는 가계대출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미 120조원 규모의 PF대출 상당 부분이 부실화될 위험에 노출돼 있으며, 더 큰 문제는 2005년 이후 급증한 중소기업 대출이라고 할 수 있다. 예금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추이를 보면 2004년과 2005년까지 증가세가 크지 않았으나 주택가격 폭등 끝 무렵인 2006 45조원이 늘어난 데 이어 2007 68조원, 2008 55조원, 2009 48조원 가량 늘어났다. 부동산 고점기인 2006년부터 4년 동안 216조원이 늘어난 것이다. 물론 이들 중소기업 대출의 대부분은 시설자금이나 운영자금 등의 명목으로 이뤄졌지만 상당 부분이 주택시장이나 공장 부지 등 토지로 흘러 들어간 부동산 담보대출이었음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실제로 한 대형 회계법인의 중견 회계사는 중소기업들의 회계장부를 보면 대출 자금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투자 자금으로 쓰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은 감만 잡고 있을 뿐 그 같은 대출 자금들이 얼마나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갔는지, 얼마나 위험에 노출돼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금융권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주택뿐만 아니라 산업단지의 공장부지 가격도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2006년 이후 중소기업들을 상대로 이뤄진 대출 가운데 상당 부분도 부실화될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봐야 한다. 2000년대 내내 무분별하게 외형확대 경쟁을 벌여온 금융권이 가계와 중소기업을 제물로 삼아 부동산 버블을 부추겨온 극단적인 도덕적 해이가 초래한 사태인 셈이다. 하지만 가계든 기업이든 금융기관이든 조금이라도 부담이 적을 때 부동산 버블을 걷어내는 것이 현명한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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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7. 28. 08: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