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우선 국내 지자체들의 전반적인 세입 구조부터 살펴보자. 전국 지자체의 총세입은 순계 기준으로 2000년 65.1조원이던 것이 갈수록 급증해 2008년에는 144.5조원까지 이르렀으나 2009년에는 137.5조원으로 상승세가 꺾였다. 이는 전반적인 경기침체 여파로 세외수입이 줄어드는 한편 감세정책 등의 영향으로 지방교부세가 줄어들고 국고보조금 증가도 주춤해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명박정부의 감세 정책에 따른 내국세 세수 감소와 종합부동산세 감면에 따른 부동산교부금 감소 때문으로 추정된다.
<도표1> 지방세 세목별 세수 현황 및 전국 아파트 거래량 추이
(주)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처럼 지자체 총세입 가운데 지방세 비중은 커지고 있으나 향후 지방세 수입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를 <도표1>에서 광역시도에서 걷는 지방세 총액의 세목별 세수 추이를 통해 설명해보자. 참고로 지방세수는 광역지자체 세입과 기초지자체 세입으로 나눠 잡히는데 광역지자체 세입이 매년 전체 지방세수의 8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광역지자체 지방세수를 세목별로 보면 취득세와 등록세가 매년 전체 광역지자체 지방세수의 4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지방교육세와 주민세, 재산세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그런데 취득세와 등록세는 주택 등 부동산 거래가 일어날 때마다 부과되는 세금인데 이미 부동산가격이 대세하락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부동산 거래 또한 장기간 위축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2009년에는 현 정부의 인위적인 부동산 부양책으로 거래가 다소 증가했지만 2008년 7월 대구시부터 시작되어 전국 각 지자체로 확산되고 있는 취등록세 한시 감면(50% 감면) 혜택 시행으로 취득세와 등록세 수입은 더욱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일시적 반등을 보였던 2009년의 아파트 거래량도 2010년에 들어서면서 크게 위축되고 있다. 실제로 도표에서 보는 것처럼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2009년 9월 이후부터 꺾이기 시작해 상당한 침체를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이 같은 재정 악화에 따라 각 지자체의 지방채 발행도 급증하고 있다. <도표2>를 참고로 보면, 2007년 이후 지금까지 모두 11. 47조원의 지방채가 발행됐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07~2008년 연속 2.62조원을 기록했던 발행 물량이 2009년에는 4.73조원으로 급증했다. 이는 부동산거래 침체 등으로 지방세수가 감소한 데다 막대한 적자재정을 편성한 중앙정부의 기조에 편승해 지자체들도 경기부양 명목으로 각종 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부족한 재원을 지방채 발행으로 조달 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올해에는 4월 7일 현재까지 약 1.65조원이 발행돼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올해 지방채 발행은 지난해보다 30%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도표2> 지방채 발행 현황
(주) 증권예탁원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광역 지자체별로 지방채 발행액 현황을 살펴보면, 서울이 2.77조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경기 2.0조원, 인천 1.52조원을 기록하고 있다.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3개 지자체의 지방채 발행이 전체의 54.8%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일견 지자체의 지방채 발행액이 많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자체들이 각종 대규모 개발사업을 벌이면서 산하 개발공기업들을 통해 차입을 크게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자체들은 지방재정법에 따라 지방채 발행한도를 해당 지자체의 2년 전 예산액의 10% 이내로 제한하고 있어 지자체들이 지방채 발행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지방채 발행이 여의치 않은 지자체들은 지방공기업을 통해 채권을 발행하여 대규모 개발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는 중앙정부가 겉으로 드러나는 국가채무 증가를 눈속임하게 위해 4대강 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수자원공사가 사업비 8조원을 부담하게 하는 것과 같은 행태라고 할 수 있다.
<도표3> 지방 공기업 채권 발행 현황
(주) 증권예탁원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도표3>을 보면 지방공기업들의 무분별한 채권 발행 행태가 여실히 드러난다. 지방공기업이 2007년 이후 지금까지 발행한 물량은 모두 16.17조원으로 지방채 발행 규모보다 더 많음을 알 수 있다. 연도별로는 2007년 0.67조원에 불과하던 채권 발행액이 2008년 2.59조원으로 늘어난 뒤 2009년에는 11.39조원까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연도별로 만기 도래액을 살펴보면, 올해 1.99조원을 시작으로 2011년에는 4.11조원, 2012년에는 5.13조원으로 늘어나 정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이들 공기업의 채권 만기가 보통 3년물을 중심으로 2~4년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채권 발행이 현 상태로 지속된다면 2013년 이후 만기 도래 채권 물량도 계속 커지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지방공기업들이 지출 구조조정을 서둘지 않으면 2011년 이후로는 4조~5조원 대의 채권 상환 부담이 만성화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 2012년이 되면 이들 지방 공기업들이 발행한 채권의 만기가 한꺼번에 도래해 지방공기업들에 큰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들 지방공기업들은 대규모 개발사업과 이를 배경으로 한 각종 주택단지 개발사업이 많은데, 부동산시장의 장기침체가 가시화되는 시점에서 이들 주택단지들이 제대로 분양되지 않을 경우 재무구조가 급속히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몇 년 동안 무리하게 각종 주택사업을 벌이다가 돈이 묶여 연쇄부도 위기에 몰린 중견건설업체들과 같은 상황이 지방공기업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인천도시개발공사의 경우 2006년 착공한 송도국제도시 내 임대단지인 ‘웰카운티 3차’ 사업에서 대규모 미분양을 냈고, 김포도시개발공사가 참여하고 있는 김포한강신도시에서도 지난해 하반기 대규모 미분양 물량이 생겨나고 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에 추진돼 1조3000억여원이 투입된 동남권유통단지사업(가든파이브)에서도 거의 분양이 되지 않아 대규모 ‘유령상가’로 전락한 가운데 에스에이치공사에 향후 막대한 손실이 돌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도 중앙 정부는 무분별하게 감세 정책을 펼치고 있고, 상당수의 자치단체장들은 호화청사를 지어 올리는 등 무분별한 과시형 개발사업을 벌이는 등 세출 구조조정은 뒷전이다. 저출산 고령화의 여파로 경제활력이 떨어지고 지방 세수도 계속 줄어들 가능성에 대비해 사전에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끌리는데 적극 투자해야 하고 주민들의 문화, 교육 및 복지 인프라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고 있는데도 당장 ‘뒷돈’을 마련하고 건설업계 유착에만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많은 전국 지자체장들이 각종 뇌물 수수 등 비리에 휘말려 검찰 수사를 받거나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민선 5기 지자체의 핵심 과제 중 하나는 토건남발형 전시행정을 끝내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주력하는 것이다. 새로 출범한 지자체들의 환골탈태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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