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신규분양이 모두 미달. 건설업체들이 장사를 하고 싶어도 물건을 사줄 사람이 없다는 뜻.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꾼들은 공급 물량이 줄어 2~3년 후 집값 뛴다고 합니다. 지금 집값에도 집을 못 사는데 2~3년후 더 높은 집값에 집 살 수 있을까요?

 

최근 부동산 선동 레파토리중 하나가 지금 공급 물량 주니 2~3년 후 집값 뛴다는 것. 제겐 지긋지긋한 레파토리지만, 주택시장 침체 지속되면 나오는 고질병. 이런 선동가들은 미래든, 현재든, 과거든 항상 주택공급은 부족해서 집값이 뛴다는 주장뿐.

 

공급은 기본적으로 가격의 함수. 이미 투기적 가수요도 거의 고갈된 상태에서 2000년대처럼 주택 가격 높아지면 수요는 줄고, 공급은 늘기 마련. 그로 인해 수급 균형이 깨진 상황. 이 경우 집값이 하락하면서 다시 새로운 수급 균형점을 찾는 게 당연

 

또한 현재의 주택가격에 따른 수급을 생각하지 않고, 수요에 대한 상대적 관점에서만 봐도 공급은 부족하지 않음. 예를 들어, 가파르게 감소하는 수도권 인구증가분(주택 수요의 기초) 대비 주택공급 물량은 최근 3년 동안 오히려 사상 최고 수준.

 

002 35만명을 넘던 수도권 인구증가가 2009년에는 9만명으로 감소. 수도권에 주택 3만호만 지으면 인구증가분 모두 수용 가능. 나머지 공급분은 기존 주택자가 사줘야 한다. 그런데 이미 빚 내집 살 사람도 다 사버려 나머지는 공급 과잉 누적

 

더구나 2009년 수도권 인구증가 가운데 신생아가 절반, 순전입 인구의 60% 20대 대학생들. 이들이 어떻게 최소 4, 5억원씩 가는 수도권 아파트를 사줄 수요가 될까요? 인구는 줄어도 늘어나는 저소득 1인가구가 수억대 집 사준다는 얘기와 비슷

 

한 번 물어보죠. 공급이 아무리 많아도 그것을 초과하는 수요가 있으면 그것은 공급 과잉일까요, 부족일까요? 거꾸로 공급이 아무리 적어도 그 정도 공급도 찾는 수요가 없다면 공급 과잉일까요, 부족일까요?

 

부연하자면, 주택수급의 균형은 10~20년 정도 주기의 파동을 그리면서 조정되는 것. 과도했던 주택 가격이 떨어진 수준에서 다시 수요가 늘면 회복되는 것입니다. 그런 과정을 생략하고, 공급 부족으로 2~3년후 집값 뛴다는 주장은 예단이죠.

 

참고로, 미국이 주택버블 붕괴로 주택건설 주택착공 실적이 1950년대 집계 이래로 사상 최저 수준이 몇 년 째 계속되고 있지만, 어느 미국 언론도 공급 부족으로 2~3년 후 집값 폭등 식의 선동기사는 쓰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같은 사실을 근거로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할 뿐 

 

또한 부동산투기선동가들은 주택 수요에 대한 이해도 부족합니다. 유효 수요는 사고자하는 욕구(willingness)와 함께 살 수 있는 능력(ability)을 함께 갖춰야 유효수요입니다. 이미 2006년말~2009년까지 빚 내서 집 살 사람들은 거의 다 사버려 현재 수준의 주택가격을 떠받쳐줄 유효수요 풀이 고갈된 상태.

 

그런데 부동산 투기선동가들은 사고자하는 욕구를 가진 사람들을 모두 수요자라고 우깁니다. 이들은 영어로 표현하면 수요(demand)가 아니라 want(욕구는 있지만 구매력이 없어서 결핍을 느끼는 상태)일뿐입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 충분한 소득이 생기면 유효 수요로 전환되겠지만, 지금 당장은 아닙니다.

 

이처럼 want와 demand도 구분하지 못하는 자들이 주택가격을 논하고 있고, 그것을 제대로 제어하는 전문가나 언론도 없으니 국민들만 불쌍한 나라입니다. 아무쪼록 주택 가격에 따른 수급과 가격 결정원리도 이해못하는 부동산 투기 선동가들의 선동에 휘둘리지 마시길 바랍니다.

 

가을 정취에 흠뻑 젖어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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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by 선대인 2010. 10. 9. 10:05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딸의 특채 사건에 이은 이재오 특임장관 조카의 특채 의혹, 현역장성 아들들의 ‘편한 부대’ ‘꽃보직’ 배정 비율이 높다는 국정감사 자료, 소수 과점업체에 의한 치킨 가격 담합 의혹,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휴대폰 소매시장에 대한 요금인가제 유지로 가격경쟁 봉쇄, 서울 일부 사립초등학교의 불법 정원외 입학 장사.

 

  최근 며칠 사이 언론에 소개된 내용들이다. 이처럼 한국 사회에는 비열한 경쟁의 이중구조가 판치고 있다. 사회경제적 강자들은 특혜와 반칙, 독과점과 담합을 통해 경쟁을 회피하면서도 약자들에게는 피눈물 나는 경쟁을 강요한다.

 

  자동차, 통신, 건설, 유통 등에서 재벌기업들은 대부분 사실상 담합과 불공정 경쟁을 일상화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하도급 업체에는 생사를 건 납품단가 인하 경쟁을 벌이게 하거나 자신들의 손실을 납품업체나 하도급업체인 ‘을’이나 소비자에게 전가한다. 예를 들어, 상당수 건설업체는 대물변제라며 미분양 물량을 하청업체에 떠넘기고 기획부동산과 임직원의 친인척까지 동원해 형식상으로 미분양을 털어내면서 미분양이 없는 것처럼 소비자들을 현혹한다. 하지만 이를 시정해야 할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 법원 등 사법시스템은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하고 있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각 대학들, 특히 이른바 상위권 대학들은 서열구조에 따라 사실상 경쟁의 무풍지대에 안주하고 있다. 그 중 사립대들은 국공립대학 비율이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상황을 이용해 세계에서 가장 비싼 ‘등록금 장사’를 벌인다.

 

  반면 이들 대학에 입학하려는 초중고 학생들은 원초적으로 불공정한 입시경쟁을 벌여야 한다. 공교육을 부실하게 만든 채 사교육을 최대한 팽창시켜 '학비 판돈'을 많이 댈 수 있는 부자 학부모와 학생들이 이른바 명문대 진학 경쟁에 유리한 '승자독식구조'가 고착화된 탓이다. 판돈 많은 사람이 포커판에서 딸 확률이 높은 것과 같은 구조다. 성공경로에 이르는 패스트트랙을 제공하는 일부 사립초, 국제중, 자사고, 각종 특목고를 남발한 것이 모두 이런 조치다. 

 

  재벌기업들에게 한없이 관대한 사법체계도 마찬가지다. 이상하게도 불법행위가 드러날 때면 휠체어를 타는 삼성, 현대자동차 등의 재벌기업 총수들은 늘 법의 심판을 비껴가거나 사면 받는다. 오히려 자신의 모든 양심을 걸고 이들을 고발한 김용철 변호사 같은 이들이 핍박받는다. 전관예우를 통해 법의 지배라는 민주주의의 숭고한 이상이 버젓이 유린되는 나라, 정치적 잣대에 따라 검찰이 칼춤을 추는 나라다.

 

  이처럼 약자에게만 한없이 가혹한 경쟁의 이중구조를 깨고 공정한 경쟁 규칙을 확립하는 것은 시대적 과제다. 공정한 게임 규칙만 확립해도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 예를 들어, 턴키입찰 사업의 대부분은 상위 10개 재벌 건설업체들이 싹쓸이하며 가격을 담합해 폭리를 취해왔다. 이렇게 해서 턴키로 발주된 4대강 1단계 사업에서만 수천억원의 예산이 낭비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필자가 서울시에 재직하는 동안 지하철 9호선 2단계 턴키발주공사에서 건설업체간 가격담합을 분쇄해 약 1000억을 아낄 수 있었다. 중앙과 지방의 재정사업 전반에서 이런 담합구조만 분쇄해도 한 해 수십조원을 아낄 수 있다.

 

  이렇게 아낀 예산으로 교육 예산을 두 배 이상 늘려서 공교육을 강화하면 사회 전체적으로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 비대한 사교육에 의한 ‘승자독식구조’도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다. 1조5000억원이면 국공립대 등록금을 무상으로 할 수 있다.

 

  최근 이명박 정부는 ‘공정사회’를 국정화두로 내세웠다. 무슨 국정화두가 시시때때로 바뀌는지 모르겠지만, 목표야 좋다. 하지만, 정말 공정사회를 원한다면 경쟁의 이중구조부터 혁파해야 한다. 시장통에서 ‘오뎅쇼’, 방송에서 ‘눈물찔끔쇼’를 해봐야 불공정한 사회가 공정해지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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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by 선대인 2010. 10. 8. 09:36

우리나라 가계 자산의 80%를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에 제대로 된 가격지수와 거래량 통계가 없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많은 서민들이 자칭 전문가라는 사람들과 관련 이익단체의 잘못된 정보에 빠져 전 재산도 모자라 은행 빚까지 끌어들여 부동산에 투자했습니다.

 

김광수경제연구소 부동산경제팀은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왜곡된 정보 생산 및 유통 구조를 바로잡고, 일반 국민들이 이해관계가 얽힌 엉터리 전문가와 왜곡된 언론보도로부터 더 이상 피해를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부동산 시장 흐름 읽는 법]을 출간했습니다.

 

[부동산 시장 흐름 읽는 법]은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읽는 방법은 물론 부동산과 관련된 각종 자료 및 지표들을 읽는 법과 독자 스스로 기초 자료들을 분석하고 그 의미를 해석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했습니다. 여기에 소개된 방법들은 저희 연구소에서도 활용하는 방법으로 많은 독자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부동산 시장에서 이제는 냉정하게 이성적인 판단을 내려야 할 시기입니다. 이성적 판단의 근거는 사실이며, 사실의 근거는 숫자와 통계입니다. 주변의 부추김이나 언론의 선동보도에 흔들리지 않고 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근거를 이 책 속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성원을 부탁드리며, 구입을 원하시는 분들은 시중 서점이나 인터넷서점(예스24, 인터파크, 교보문고, 알라딘 등)에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차례

머리말_   정보와 부동산 투자  

 

1장 부동산 시장의 주요 지표들과 의미

왜곡된 집값 통계의 비밀 가격-가격지수

집값의 향배를 결정하는 지표 거래량

주택보급률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 주택보급률

실제로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자가소유율           

투기와 실수요를 구별해주는 대표 지표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    

사려는 사람이 많을까, 팔려는 사람이 많을까 매수세-매도세 동향          

          

2장 부동산 시장 관련 지표들 어떻게 찾고 어떻게 읽나

부동산 매트릭스에 속지 않는 법 |온나라부동산포털 |국토해양통계누리 |국토해양부 아파트 실거래가        

국민은행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한국주택금융공사 |통계청 |대한건설협회

금융결제원 주택청약서비스 |대법원 법원경매정보     

 

3장 경제와 정책, 그리고 부동산 시장

경제학의 기본 원리를 통해 바라본 주택시장 주택시장의 공급과 수요

기준금리가 오르면 은행 이자는 얼마나 오를까 기준금리와 주택담보대출 금리      

부동산 버블의 일등공신 신용과 가계부채

인플레이션이 집값을 올려준다?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주택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비용 부동산 세금과 거래비용        

장밋빛 경기전망과 부동산 시장의 미래 경기 회복과 주택가격       

2011, 주택수요 핵심층이 감소하기 시작한다 인구와 가계     

살집이 필요한 이들에게 공공임대주택·전세주택 정책   

우리 세금으로 건설회사 살린다 건설 부양과 건설업 구조조정           

과밀화로 멍드는 수도권, 난개발로 멍드는 지방 국토균형발전과 수도권 집중          

 

4장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을 전망한다

자기 돈으로 집을 산 사람은 얼마나 될까 | 거래량 감소는 집값 하락의 신호탄이라는데 …

주택 공급 부족론을 무색케하는 공급 과잉의 현실 |지속될 수 없는 부채와 커져만 가는 이자 부담

 

 

by 선대인 2010. 10. 6. 10:35

우리 연구소가 1년 가량 공들여 작업해온 서울지역의 주택가격지수 개발작업이 이제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제조업에 비유하자면 이제 막 시제품이 나온 상태로 향후 검증과 보정을 거쳐야 하므로 일반 대중에게 공개하기 까지는 2~3개월 정도 더 걸릴 것으로 생각됩니다. 우리 연구소의 가격지수는 국민은행이나 부동산정보업체의 호가 위주 지수와 달리 실거래가를 바탕으로 한 지수이기 때문에 훨씬 더 현실의 주택시장 상황을 잘 반영하는 지수라고 확신합니다. 아마 나중에 전면적으로 공개된 지수를 보시면 '한국판 케이스-실러지수'가 나왔다고 믿을 수 있을 정도로 체감하는 현실과 매우 부합하는 지수라는 것을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내년 봄까지 경기도 및 인천지역의 주택가격 지수를, 그리고 내년 안에 전국 각 지역별 주택가격 지수를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루 빨리 많은 분들께 선을 보여 상당수 부동산정보업체들과 언론의 선동보도에 휘둘리는 많은 분들께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 같은 주택가격지수를 만들기 위해 밤낮없이 수고해온 저희 연구소 정남수 부동산경제센터장과 이동철 조사연구원께 많은 격려의 박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서울지역 주택가격지수를 서울 전체와 25개 구별로(2010년 6월 가격 기준) 살펴본 결과를 아래 <도표>를 참고로 간단히 요약해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아직 시제품 단계이므로 서울 전체의 가격지수 흐름만 보여드리는 것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도표에서 KSERI는 저희 연구소를 지칭합니다. 사실 지금까지 저희 연구소가 설명드려온 내용을 재확인하는 내용이 많습니다.

 

 <도표>


(주) KSERI 작성

1. 우선, 국민은행 가격지수는 오를 때는 실거래가의 80% 수준 올랐습니다. 이런 상황이 근 10년가량 누적돼 왔으니 서울의 주택 가격 상승폭이 실제로는 국민은행 주택가격지수의 상승폭보다 훨씬 더 높을 개연성이 큽니다그나마 주택가격이 오를 때는 양반입니다. 주택가격이 내릴 때는 황당함 그 자체입니다실거래가 하락폭의 1/4수준밖에 안 내립니다. 7월 기준으로 서울 전역의 실거래가가 고점(2006년말 또는 2008중반) 대비 10~20% 내렸는데, 국민은행지수는 고점에서 지역별로 2~4% 내린 수준에서 요지부동입니다.

 

정부나 삼성경제연구소 등 대부분의 연구기관이나 학자들이 주택시장 상황에 대해 오판하는 것이 바로 이 때문입니다. 국민은행 가격지수는 어쨌든 정부공인통계이고, 지수가 작성되기 시작한 1986년 이후 가장 장기간의 시계열을 보여주는 통계입니다. 실제로 저희 연구소도 어쩔 수 없이 많이 활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위에서 설명드린 국민은행 주택가격지수의 양상을 보면, 국내 주택가격은 상대적으로 과소평가돼 '국내에는 버블이 없다'는 논거를 간접적으로 뒷받침해온 측면이 있고, 반면 지금같은 하락기에는 얼마 전 삼성경제연구소의 엉터리 보고서처럼 '부동산 대세하락 없다'는 식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는 겁니다.

 

2. 이번에는 부동산정보업체의 지수와 비교해봅시다. 이를 보면, 부동산정보업체의 지수(올해 2월까지 자료만 확보해 소개해드리는 점 양해 바랍니다는 주택가격 상승기에는 상승폭을 거의 다 반영하는 반면, 하락기에는 국민은행 가격지수와 마찬가지로 하락세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습니다이러다 보니 서울 지역의 실거래가가 고점보다 상당폭 아래로 떨어져 있는데도전 고점을 웃돌고 있는 우스꽝스러운 모양의 지수가 산출되는 것입니다아마 부동산정보업체도 이 같은 괴리를 잘 알겠지만스스로 자신들이 만든 지수를 부인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리고 스스로 만든 가격지수에 세뇌되다시피 하니 이미 대세하락은 전망이 아닌 현실인데도 여전히 조정기다, 내년이면 다시 상승한다는 식의 터무니없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정보업체들이 만든 가격지수들을 각 신문, 방송이 대서특필하고 있으니 많은 국민들이 그릇된 판단을 하게 되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이 땅에서 살아가는 국민들의 사정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3.  고점 대비 가격 하락폭을 보겠습니다. 제가 누누이 말씀드렸듯이 서울의 경우 강남 3구와 양천구 등은 2006년말~2007년 초, 강북 지역을 중심으로 한 그 외 대부분 지역은 2008년 중반이 고점이었습니다. 이 고점으로부터 서울 지역 모든 구에서 주택가격이 고점 대비 대략 10~20% 정도 떨어진 것으로 나타납니다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가격으로는 이미 15~30% 가량 떨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4. 강남불패? 학군수요? 말짱 거짓말입니다. 부동산 대세상승기에는 투기버블을 합리화하기 위해 동원된 이런 핑계들이 통했는지 모르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실거래 가격 기준으로 가격 하락폭이 가장 큰 곳이 양천, 송파, 강남 등 이른바 서울의 '버블세븐' 지역과 2008년의 뉴타운 바람을 주도했던 노도강 3구입니다. 다만, 최근 강남에서도 새로운 중심지로 부각되는 서초구의 하락폭이 10% 정도로 상대적으로 덜 떨어진 정도입니다. 투기거품이 심한 곳일수록 오를 때 크게 오르지만, 꺼질 때 더 크게 꺼집니다.

 

또 달리 표현하자면, 제가 말씀드렸던 용머리-용꼬리 모양으로 떨어지는 모양새가 확연한 겁니다. , 지역별로는 강남3구와 양천구 등 버블 핵심 지역이 먼저 올랐다가 떨어지고, 이어 강북지역 등으로 투기가 확산됐다가 뒤따라 떨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평형별로는 투기버블을 주도했던 중대형이 먼저 올랐다가 떨어지고, 소형주택이 뒤늦게 2008, 경우에 따라서는 2009년 중반까지 올라 고점을 찍고 떨어지고 있습니다.

 

5. 2008년말 경제위기 당시에는 서울 전역에서 대략 15~30% 가량 떨어졌습니다. 당시 하락폭이 가장 컸던 곳은 '강남3'와 양천구로 이런 점에서도 '강남불패'는 거짓임이 이미 입증됐습니다. 올해 6월까지 하락폭은 경제위기 당시 하락폭의 8부 능선 정도까지 온 모양새입니다. 2008년말 하락폭이 워낙 컸던데다 2009년 반등폭이 컸던 강남3구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2008년 중반이 정점이었던 서울 강북 대부분 지역의 경우에는 이미 2008년말 수준이나 그 이하로 실거래가가 떨어져 있습니다

 

6. 지난해 반등기 때 고점을 회복했다고 언론에서 그렇게 떠들었지만, 실제로 고점을 회복한 지역은 단 한 지역을 제외하고는 없었습니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부동산정보업체들이 자신들의 엉터리 지수를 동원해 그렇게 주장했지만, 실거래가 기준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다만 일부 지역의 소형 주택은 고점을 회복하거나 일부 초과한 지역이 있었지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대형은 고점을 회복한 지역이 서울 전역에서 강남3구를 비롯해 단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

 

7. 결론적으로, 1)강남불패는 이미 깨졌고, 서초구를 제외하면 오히려 집값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2)소형 아파트가 뒤늦게 올랐지만, 소형도 비교적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3) 고점 가격에서 거의 안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는 호가 위주의 국민은행 가격지수나 부동산정보업체 가격지수는 허구적인 가공의 숫자 집합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특히 가격 하락기에는 국민은행 가격지수나 부동산정보업체 가격지수는 거의 사기 수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저희 연구소의 가격지수가 완성될 때까지는 보시기 번거롭겠지만, 국토해양부의 아파트 실거래가 사례만 믿으십시오.

 

우리 연구소 주택가격지수가 현재는 시제품 단계이지만, 더욱 박차를 가해 2~3달 안에 완성하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신뢰할 수 있는 한국판 케이스-실러지수를 꼭 만들어 사기적인 부동산업체의 가격지수를 정리하겠습니다. 많은 격려와 성원을 부탁합니다

 

이미 우리 연구소가 여러 차례 경고하고 설명해온 것처럼 수도권의 부동산시장은 이미 대세하락 흐름에 들어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이 같은 주택가격 하락세는 여전히 초반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 설명드린 것은 올해 6월까지 상황인데, 이후에도 실거래가 하락세가 지속됐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또한 서울의 가격하락폭은 그나마 아직 양호한 수준으로, 용인, 분당, 평촌, 화성, 수원, 일산, 파주, 김포 등 수도권 아파트단지들이 밀집된 도시들의 경우에는 실거래가가 30% 이상 하락해 있습니다.

 

이 같은 주택가격 하락 흐름은 이미 되돌리기 힘든 상태이지만, 정부의 억지 부양책으로 그 같은 가격 하락 조정이 지연되고 있을 뿐입니다. 정부가 시장의 정상적인 가격조정 과정을 방해하고 있으니 그 과정에서 '안전한 전세'를 찾는 수요들로 인한 병목현상이 풀리지 않아 전세가 상승 흐름이 길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최대한 늦춰온 기준금리 인상 현실화 압력과 금융권의 거치기간 또는 대출 만기 상환 압력으로 주택가격 하락세는 이후 더욱 확연해질 것입니다. 그런 시점이 되면 전세가 상승세도 종지부를 찍게 될 것입니다.

 

최근 동아일보의 '부동산 전문가'라는 양반들이 뒤늦게 대세하락한다고 주장하면서,  근거로 인구 감소 등을 꼽는 것은 경제위기로서 부동산 버블의 성격을 전혀 이해 못하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하긴 더 황당하기로는 삼성경제연구소가 있는데, 가구수가 늘어나서 집값이 안 떨어진다고 강변하니 그보다는 나은지 모르겠습니다. 도대체 일자리와 소득이 없어 결혼 못한 30대 노처녀 노총각들과 급속한 고령화로 배우자와 사별한 할머니 할아버지들로 주로 구성된 1인가구가 무슨 돈이 있다고 최소 4, 5억씩 가는 수도권의 아파트를 사준다는 말입니까.

 

지금 주택가격이 떨어지는 핵심 이유는 지나치게 높은 집값과 이를 떠받치기 위해 동원된 부채가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기 때문입니다공급과잉압력과 인구 감소 등등은 이 같은 핵심이유와 연계된 2,3차적 변수이거나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일 뿐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연구소 주택가격지수 완성에 박차를 가해 많은 분들이 신뢰할 수 있고, 주택시장의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는 한국판 케이스-실러지수를 꼭 만들어 엉터리 정보가 난무하는 부동산시장을 정화해 나가겠습니다저희 연구소에 보내주시는 격려와 성원에 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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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알려드립니다. 김광수경제연구소 부동산경제팀이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왜곡된 정보 생산 및 유통 구조를 바로잡고, 일반 국민들이 이해관계에 물든 엉터리 전문가와 왜곡된 언론보도로부터 더 이상 피해를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부동산 시장 흐름 읽는 법]을 최근 출간했습니다.

 

[부동산 시장 흐름 읽는 법]은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읽는 방법은 물론 부동산과 관련된 각종 자료 및 지표들을 읽는 법과 독자 스스로 기초 자료들을 분석하고 그 의미를 해석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했습니다. 여기에 소개된 방법들은 저희 연구소에서도 활용하는 방법으로 많은 독자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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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by 선대인 2010. 10. 6. 10:18

 

삼성경제연구소가 9월 29일 ‘부동산 시장, 대세하락 가능성 점검’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의 결론은 ‘집값이 급락하거나 대세하락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으로 상당수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총평부터 하자면,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는 기존의 부동산-건설업계가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며 마르고 닳도록 써온 레파토리를 짜깁기한 수준의 엉터리 보고서로 논거들이 빈약하고, 여러모로 현실을 왜곡하고 있는 보고서다. 우리 연구소가 그 동안 발표해온 내용을 꾸준히 읽어본 독자들은 그 보고서의 수준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삼성경제연구소가 한국 사회에서 매우 큰 영향력을 가진 연구기관인 반면 일반 가계들 모두가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의 문제점을 가려낼 안목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길게 되풀이해서 설명하기도 싫지만, 삼성경제연구소가 가지는 영향력을 고려해 다시 한 번 설명한다. 따라서 이번 주 시사경제에서는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의 문제점을 살펴보자. 설명의 편의상 보고서의 주요 주장을 요약해 소개하고, 이에 대해 정확한 현실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전개했다.

 

보고서 주장 1: 한국은 LTV(담보인정비율)를 40~60%로 제한하는 등 엄격한 대출규제를 시행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주택가격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작게 나타나는 등 대출부실화 위험이 적고, 앞으로도 위험대출군에 대한 과도한 대출을 막아 부동산가격 급락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설명1: LTV는 은행들의 대출자산 건전성을 살필 수 있는 기본 지표다. 그런 점에서 한국 은행들의 LTV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은 다행이다. 적어도 미국처럼 금융권, 특히 제1금융권의 급격한 시스템 붕괴 위험이 현재로서는 상대적으로 낮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사실만을 가지고 부동산 가격의 대세하락 가능성이 낮다고 말할 근거는 못 된다. 왜냐하면 LTV비율이 낮다는 것은 금융권에 대한 보호막은 되지만 일반 가계에 대한 보호막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일반 가계 입장에서 주택 자산가치 대비 차입 비율이 어떤지를 국제적으로 비교하려면 한국의 경우 전세금의 비중도 고려해야 한다. 다른 나라에는 전세 제도가 없고, 이로 인해 전세보증금을 레버리지로 삼아 집을 사는 현상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세금은 무이자 차입이기는 하지만 분명히 계약 만료 시에 주택 소유주는 세입자에게 상환해야 하는 차입금이다.


2005년 기준 328만호인 전세 가구 수에 전세보증금 1억원만 쳐도 328조원에 이른다. 현재 금융권 주택담보대출액이 올해 2분기 현재 341.6조원에 이르는데, 전세보증금을 감안하면 주택소유자들의 주택자산가치 대비 레버리지 비율은 평균 두 배나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특히 2000년대 부동산 거품이 부풀어오르는 동안 전세를 끼고 두세 채씩 집을 사는 방식의 투자(또는 투기)가 극성을 부렸던 만큼 전세금 가운데 상당부분은 부동산투기에 동원된 차입금이라고 봐야 한다. 그만큼 전세보증금을 합산한 일반 가계의 주택 차입 비율은 매우 높고, 주택 가격 하락기에 주택 하락 악순환을 부르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주택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면 지금은 비교적 안정권인 LTV비율 또한 계속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미 ‘시사경제’에서 소개한대로 은마아파트 등 서울 강남권 재건축 대상 단지와 판교신도시 등 2000년대 부동산 투기를 주도했던 아파트 단지의 경우 전세보증금을 포함할 경우 평균 레버리지는 60%를 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주택가격은 상대적으로 소수의 거래에 의해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과다 차입 가계가 버티지 못하고 매물을 내놓게 되면 결국 주택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되고 얼마든지 급락할 수 있다. 강남3구를 비롯해 수도권 주요 도시에서 실거래가 기준으로 고점 대비 30% 이상 떨어졌던 2008년 말 경제위기 당시 이미 나타났던 현상이기도 하다. 또한 아래 <도표1>에서 강남구의 실거래가 추이를 예시했지만, 2010년 6월 기준으로 이미 2006년 말(수도권 핵심지역) 또는 2008년 중반(수도권 외곽) 이후 강남 3구를 비롯한 서울 전역의 실거래가도 15~20% 가량 하락한 상태다. 용인, 분당, 평촌, 일산, 김포, 파주 등 상당수 수도권 도시들에서는 2008년 말 수준인 30~40% 가량 하락해 있다.


또한 삼성경제연구소가 인용한 LTV 평균 비율은 이미 상당 폭 떨어진 실거래가와는 달리 고점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국민은행 호가를 근거로 하고 있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할 경우 이미 제2금융권 주택대출액 가운데 2006년 이후 대출액의 상당부분은 이미 LTV 비율 80~100%에 이르고 있다. 이들 대출액을 일반 가계가 연체해 경매처분에 들어가면 금융기관은 대출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사례가 급증할 수 있다.

 

 
(주) KSERI 작성

제1금융권의 경우에도 국민은행 가격 대신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할 경우 수도권의 평균 LTV 비율이 이미 10% 가량 높아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도표2>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금융권의 주택대출 만기 상환 연장 등의 조치로 이자만 내는 상태인 가계들이 전체 주택대출의 79.0%에 이른다. 7개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액 230.5조원 가운데 182조원 가량의 대출에 대해서 해당 가계들이 이자만 내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1990년대부터 이뤄진 주택담보대출 잔고 전체를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2005년 이후 주택 가격 고점기에 발생한 주택대출의 경우 이 비율은 95%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사상 최저금리에 이자만 내고 있는


<도표2> 7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및 이자만 갚는 비율 현황
 


(주)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상황에서도 과도한 차입을 한 가계들이 버티지 못해 주택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미 설명한 바 있듯이 2012년경에 이르면 주택대출 만기 도래액이 2009년의 두 배 규모에 이를 정도로 급증하게 된다. 만약 그 시점에 시중금리가 오르고, 주택 가격 하락이 지속되면서 금융권이 만기를 연장해주기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면 금융시스템에 큰 충격이 올 수도 있다. 따라서 금융권 등의 주택대출 만기 연장 등의 조치로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현실화하는 것을 감추고 있어서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을 뿐, 수면 아래에서 주택담보대출의 잠재적 부실 규모는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보고서 주장 2: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로 주택처분이 급증하고 인구감소로 부동산 수요가 위축돼 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노후세대는 주택보유에 대한 니즈(needs)가 높고 주택수요의 기본 단위인 가구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수요위축 가능성이 낮다.

 

설명2: 지금 당장 수도권 주택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인구 감소 요인 때문이 아니다. 소득 대비 주택 가격이 지나치게 부풀어오른 가운데 이미 빚을 내서 집을 살 사람들까지 거의 다 사버렸기 때문에 주택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즉, 가격 상승에 따른 수요 감소, 공급 과잉이 현재 수도권 주택시장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 동안 현재의 주택 가격을 떠받쳐 왔던 투기적 가수요마저 가라앉자 주택시장의 가격메커니즘에 따라 가격 하락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인구감소는 당장 현재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기보다는 이미 대세하락 흐름에 접어든 주택시장의 침체를 장기화하게 되는 중장기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통계청 추계에 따르면 국내 인구는 2018년을 기점으로 줄어드는데, 이를 근거로 부동산-건설업계나 이번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는 향후 주택시장 수요가 한동안 늘어나기 때문에 주택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주택수요는 단순히 인구나 가구수가 늘어난다고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주택을 살 수 있는 구매력을 동반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전체 인구보다는 경제활동인구나 주택구매수요 연령대인 35~54세 인구가 향후 주택수요 추이를 좀더 잘 보여줄 수 있다. 그런데 통계청 추계에 따르면 경제활동인구는 2016년, 35~54세 사이의 주택구매수요 연령층은 당장 2011년에 정점을 찍고 이후 감소하게 된다. 주택구매수요 연령층의 감소가 당장 내후년부터 현실화되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일본의 부동산 버블 붕괴 또한 기본적으로는 플라자합의 이후 인위적인 저금리 기조에 기반한 투기 광풍으로 폭등한 주택가격이 1991년부터 급락하면서 발생했다. 다만 1990년대 이후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에 해당하는 ‘단카이세대’가 은퇴하고 주택구매연령층인 35~54세 인구가 90년대 초반부터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그 충격이 증폭되고 장기화된 측면이 있다. 만약 삼성경제연구소의 주장대로라면 일본의 경우에도 전체 인구가 정점을 기록한 2006년까지는 버블이 붕괴하지 않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총인구가 향후 일정 시점까지 늘어난다는 것을 근거로 주택수요가 계속 늘어나 집값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한편 향후 가구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은 주로 저소득 1인가구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저소득 1인가구는 고령화에 따른 독거노인이나 일자리가 없는 가운데 집값은 높아져 결혼을 못하고 있는 노처녀노총각 그룹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전체 가구 평균 소득의 43% 정도에 불과한 1인가구가 최소 4억~5억 이상 되는 수도권의 아파트를 사줄 수요라는 것은 부동산업계의 희망사항일 뿐 이치에 닿지 않는다. 급속한 고령화 등으로 한국보다 앞서 1인가구가 급증했던 일본 정부도 버블 붕괴 후 1인가구를 대상으로 매매용 주택을 공급하는 게 얼마나 터무니없는 짓인지를 깨닫고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로 전환했다. 그런데도 국내 부동산업계나 건설업계, 그리고 삼성경제연구소는 이웃나라의 역사적 경험으로부터 아무것도 배운 것이 없어 보인다.


또한 노후세대의 주택보유에 대한 니즈가 높다고 해서 이들이 신규 주택 수요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 노후세대는 기존 주택을 계속 보유하겠다는 것일 뿐 40~50대 전반처럼 부동산 투기의 핵심이었던 중대형 고가 아파트를 신규로 사줄 수요는 아니다. 현재 부동산 투기거품을 주도해온 중대형 고가 아파트를 사줄 수요층이 줄면 지금의 부동산 버블은 무너지게 돼 있는데, 노후세대 증가는 바로 이 수요층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들 노후세대는 기존 주택을 그대로 보유하는 게 아니라, 규모를 줄여가는 경향이 높다. 상식적으로도 자녀 출가 후 소득이 줄어드는 상태에서 관리비가 많이 드는 40~50평형 이상 고가 아파트를 유지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이다. 더구나 현재의 니즈 조사는 주택가격이 계속 올랐던 2000년대의 경험을 가진 가계들에 대한 조사이므로 향후 주택가격 대세하락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 이 같은 니즈는 급감하기 마련이다. 이는 세계 각국에서 주택버블이 붕괴한 후 공통적으로 주택에 대한 니즈가 급감하고, 주택소유율이 비교적 단기간에 급락하고 있는 것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노후세대의 주택보유 니즈에 관한 주장은 인구 감소에 의한 주택가격 하락 전망을 반박하기 위해 최근 부동산업계나 관련 학계에서 내놓는 주장인데, 설득력이 너무 약해 정색하고 반박하기도 민망할 정도다.

 

보고서 주장3: 자가보유비율이 낮아 잠재적 수요기반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격하락에 대한 기대심리가 부동산 시장 전반의 위축을 초래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 2005년 기준 한국의 자가보유비율은 55.6%로 세계 주요국 중 최저 수준이다. 추가적인 가격하락 기대를 갖고 있는 무주택자의 경우 주택가격이 낮아졌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실수요로 전환될 것이다.

 

설명3: 현실을 정반대로 왜곡하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주택보급률이 주택총량에 관한 거시정책 지표라면 주택 자가소유율은 주택가격과 가구 소득수준을 반영한 시장지표라고 할 수 있다. 가구수에 비해 주택총량이

 

<도표3> 주택보급률 및 자가소유율 연황

 
(주) 국토해양부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많아 주택보급률이 아무리 높더라도 주택가격이 높거나 주택가격에 비해 가구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을 경우에는 주택 자가소유율이 낮아지게 된다. 반대로 주택가격이 낮거나 가구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주택 자가소유율은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도표3>에서 보는 것처럼 1995년 이후 주택보급률이 전국과 수도권에서 모두 20% 이상 급증했다. 반면 주택 자가소유율은53.3%에서 2005년 55.6% 증가하는 것에 그쳤다. 2010년의 경우 57% 전후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즉, 주택보급률은 급증했으나 자가소유율은 같은 기간 3~4% 정도 증가한 데 그친 셈이다.


이처럼 주택보급률이 큰 폭으로 상승했으나 자가소유율 증가가 낮다는 것은 소득수준에 비해 주택가격이 지나치게 높았기 때문이다. 또한 자가소유율 증가율이 이렇게 낮다는 것은 그 동안 공급된 주택의 대부분이 2주택 이상 다주택 투기자들에게 돌아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2005년 수도권의 자가소유율은 50.2%에 불과한데, 이는 주택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 절반 가까운 가계가 집을 사고 싶어도 살 수 있는 소득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 이처럼 주택보급률이 100%에 이르렀는데도 주택 자가소유율이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은 현재의 주택가격 수준에서 집을 사줄 수 있는 수요가 이미 거의 없다는 뜻이다. 이런 가운데 이미 투기적 가수요마저도 거의 고갈돼 버렸기 때문에 더 이상 현재의 주택 가격이 유지되지 못하고 큰 폭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음을 나타낸다. 물론 주택가격이 낮아지면 수요가 일정하게 늘 수 있으나 최소 5년 이상에 걸쳐 현재보다 대폭 떨어진 주택 가격이 형성돼야 생겨날 수 있는 현상이다.


이처럼 한국의 주택 시장이 얼마나 투기시장으로 변질돼 있었는지, 그래서 투기거품 붕괴가 일정하게 불가피함을 나타내는 지표를 삼성경제연구소는 거꾸로 유효수요가 충분하다는 근거로 삼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자가소유율과 주택보급률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무지의 소치이거나, 부동산 기득권에 봉사하기 위한 의도적 왜곡일 뿐이다.

 

보고서 주장4: 가계채무부담 확대가 주택처분 증가, 주택가격의 추가적 하락, 금융부실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대출자산 건전성이 개선되고 이자 지급부담 완화 등으로 주택담보대출 리스크는 하락할 것이다. 지난해 주택담보대출의 평균 LTV는 34.5%로 전년보다 1.5%포인트 하락했고, LTV 50% 이상인 대출 비중도 16.6%로 전년보다 2.2% 떨어졌다. 지속적인 대출규제로 LTV 비율이 낮아지는 등 대출건전성이 개선된 때문이다.

 

설명4: 자료를 아전인수격으로 사용해 눈속임을 하고 있다. 알다시피 2008년은 수도권 전반에서 주택가격이 급락했던 시기다. 반면 2009년은 주택가격이 반등해 국민은행 호가지수로는 상당 지역에서는 급락 전 고점을 회복했다. 이 같은 집값 반등을 이끌어내기 위해 정부는 가계대출 상환 만기를 연장해주고 DTI규제를 해제하는 등 가계 부채를 부추겨 2009년 한 해에만 45조원의 가계부채가 늘어났다. 정부 스스로도 이 기간 국공채만 200조원 이상 발행하는 등 막대한 공공부채를 동원해 건설 및 부동산 부양책을 쏟아냈다. 결국 2009년은 삼성경제연구소의 주장과는 달리 정부와 금융권이 가계의 주택대출 다이어트를 유도하기보다는 오히려 주택대출을 급격히 늘려 부동산 거품의 에너지를 더욱 키웠던 시기다.


다만 2008년에 비해 2009년의 주택자산가치가 일시적으로 급반등하다 보니 자산가치 대비 대출액 비중을 나타내는 LTV 비율이 개선된 것으로 나오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자산가치는 현재 부동산시장 상황이 보여주듯이 얼마든지 급락할 수 있다. 주택대출이 줄거나 대출 상환 구조가 개선되지 않았는데, 단지 일시적으로 자산 거품이 발생해 LTV비율이 개선된 것을 근거로 대출건전성이 개선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한심하기 짝이 없는 주장이다. 일례로 이미 올 들어 실거래가 기준으로 주택가격이 급락해 LTV 비율은 이미 상당 폭 상승했다. 그런데 이 같은 실상은 도외시하고 2009년 상황을 2008년과 비교해 대출자산 구조가 개선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의도적인 속임수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또한 평균 LTV는 상대적으로 완만하게 높아졌다고 하지만, 이른바 부실 위험이 커지는 고 LTV비율의 비중이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이에 따라 주택대출 연체율이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주택대출 연체율이 7월 0.53%에서 8월 0.64%로 한 달 만에 0.11%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이는 2009년 초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연체율로 손실처리를 하기 전의 실질 연체율은 이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으로 추정된다.

 

보고서 주장 5: 다주택 보유자의 양도세 중과를 폐지해 재고 주택시장의 거래 활성화를 유도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양도세제의 시장왜곡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복잡한 세제를 단순화하고 일반소득과 함께 종합과세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설명5: 지금의 주택거래 침체가 가계소득 대비 지나치게 높아진 주택가격 때문이므로 이 같은 주택가격을 조정하지 않는 가운데 양도세 중과 폐지 등 임시방편책을 내세워봐야 주택시장의 장기침체만 부를 뿐이다. 위의 양도세 중과 폐지 등의 주장은 삼성경제연구소가 왜 부동산부자와 삼성물산과 같은 건설재벌 등 기득권의 입장에 서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일 뿐이다.
 
이외에도 삼성경제연구소의 해당 보고서는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 정도로 엉터리 주장으로 가득 차 있지만, 지면 관계상 여기에서 줄이도록 하자. 어쨌거나 이번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는 얼마 전 발표한 G20회의의 경제적 효과가 24조원에 이른다는 주장의 보고서에 이어 삼성경제연구소가 얼마나 엉터리인지, 또한 기득권 이해관계를 옹호하는 연구소인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정직한 지식의 생산기관'을 자임하는 우리 연구소가 하루빨리 성장하여 삼성경제연구소처럼 일부 기득권의 이해를 대변하는 연구소가 한국 정치, 사회, 경제를 좌우하는 현실을 바꿀 필요가 있는 이유다. 많은 분들의 지속적인 성원과 격려를 부탁드린다.


 

트위터를 하시는 분들은 http://twitter.com/kennedian3로 저를 팔로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아고라와 제 블로그(다음뷰), 오마이뉴스, 네이버 부동산, 한겨레신문, 미디어오늘 등에 연재하는 글뿐만 아니라 각종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합해서 매일 소개할 생각입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10. 2. 08:42

어제 삼성경제연구소가 부동산 시장, 대세하락 가능성 점검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해 상당수 언론에서 인용 보도했습니다. 요즘 여러 일이 겹쳐 있어 긴 글을 잘 쓸 수 없는데, 아무래도 삼성이어서인지 이와 관련해 여러 분들이 제 트위터를 통해 질문을 주셨습니다. 총평부터 하자면, 삼성연 보고서는 기존의 부동산-건설업계 레파토리를 짜깁기한 한심한 수준의 보고서입니다. 제가 그동안 써온 글들을 꾸준히 읽어보신 분들은 그 보고서는 얼마나 엉터리이고 현실을 왜곡하는 보고서인지 잘 아실 것입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길게 되풀이해서 설명드리기도 싫지만, 삼성경제연구소가 가지는 영향력을 고려해 다시 한 번 설명드립니다. 얼마 전 제가 비판한 바 있지만 G20회의의 경제적 효과가 24조원이라는 내용의 보고서에 이어 삼성경제연구소가 얼마나 엉터리인지, 또한 기득권의 이해관계를 옹호하는 연구소인지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정직한 지식의 생산기관'을 자임하는 우리 연구소를 하루빨리 키워서 삼성경제연구소 같은 재벌 이해를 대변하는 연구소가 한국 사회와 경제, 그리고 좌우 정권 가리지 않고 뒤흔드는 현실을 바꿔놓겠습니다. 많은 분들의 지속적인 성원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설명의 편의를 위해, 그리고 시간 절약을 위해 어제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를 인용보도한 한 언론보도 내용에 제가 코멘트하는 식으로 정리(아래에서 빨간색 글씨 부분)했으니 양해 바랍니다. 시간이 되면 도표들을 곁들여 좀더 자세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삼성硏 "집값 급락하지도, 대세하락 하지도 않을 것"

"대출 부실화 위험 낮고 가구수도 계속 늘어"
"
거래활성화 유도하고 양도세 중과 폐지해야"

 

 

 

 

 

삼성경제연구소는 "가격조정과 인구구조, 불안심리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볼 때 부동산 시장의 대세 하락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연구소는 29 `부동산 시장, 대세 하락 가능성 점검` 보고서에서 "대출규제의 효과, 가구수 증가와 낮은 자가보유율 등 잠재 수요의 존재로 인해 향후 부동산 경기가 급락하거나 장기 부진에 빠질 우려는 작을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

연구소는 가격조정 가능성과 인구구조, 불안심리, 주택담보대출 측면에서 부동산 시장의 대세하락 가능성을 검토했다
.

연구소는 먼저 "부동산가격 급락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LTV(담보인정비율) 40~60%로 제한하는 등 엄격한 대출규제를 시행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주택가격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작게 나타나는 등 대출부실화 위험이 적고, 앞으로도 위험대출군에 대한 과도한 대출을 막아 부동산가격 급락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LTV는 은행들의 대출자산 건전성을 보기 위한 지표. 그런 점에서 한국 은행들의 LTV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은 다행이며, 적어도 미국처럼 금융권, 특히 제1금융권에 급격한 충격이 일어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할 수 있음. 하지만 그렇다고 일반 가계에도 충격이 없을 것이라고 속단할 수 없음. 일반 가계 입장에서 주택 자산가치 대비 레버리지 비율이 어떤지를 국제적으로 비교하려면 한국의 경우 전세금의 비중도 고려해야. 2005년 기준 328만호인 전세 가구 수에 전세보증금 1억원만 쳐도 328조원. 현재 주택담보대출 340조원과 합치면 일반 가계 입장에서는 LTV비율이 20~30% 급상승하는 효과가 발생.

 

따라서 LTV 비율이 안정적이라고 해도 이는 시중은행의 대출자산 부실화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지, 빚을 많이 진 가계는 버티기 어려움. 그런데 가계가 버티지 못하면 결국 주택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주택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면 LTV비율 또한 지속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음. 특히 서울 강남권 재건축 대상 단지와 판교신도시 등 2000년대 부동산 투기를 주도했던 아파트의 레버리지는 60% 이상. 이들 과다 차입 가계의 상당수가 버티지 못하고 매물 내놓으면 집값은 얼마든지 급락할 수 있음. 이미 2006년말(수도권 핵심지역), 2008년 중반(수도권 외곽) 이후 실거래가 급격히 떨어져 이미 강남 3구를 비롯한 서울 전역이 10~20% 하락했고, 용인, 분당, 평촌, 일산, 김포, 파주 등이 30~40% 하락한 것이 바로 그 때문임.

 

또한 현재의 LTV 평균 비율은 실거래가를 무시하고 고점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국민은행의 호가 지수에 비교해 낮다는 것으로,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할 경우 이미 제2금융권의 주택대출 대부분은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임. 1금융권의 경우에도 주택대출 만기 상환 연장 등의 조치로 이자만 내는 상태인 가계들의 원리금 상환을 연장해주면서 부실 채권 처리를 미뤄주고 있기 때문이지만, 수면 아래에서 잠재적 부실 규모는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음.

 



연구소는 또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로 주택처분이 급증하고 인구감소로 부동산 수요가 위축돼 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노후세대는 주택보유에 대한 니즈(needs)가 높고 주택수요의 기본 단위인 가구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수요위축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지금 당장 부동산 버블이 꺼지는 것은 인구 요인 때문이 아니라 소득 대비 지나치게 부풀어오른 가운데 이미 빚을 내서 집을 살 사람들까지 거의 다 사버렸기 때문에 떨어지는 것임. , 가격 상승에 따른 수요 감소, 공급 과잉이 현재의 상황으로 시장의 가격메커니즘에 따라 가격 하락이 진행되고 있는 것임.

 

다만, 인구감소는 당장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이미 대세하락 흐름에 접어든 주택시장의 침체를 장기화하게 되는 중장기적인 요소. 인구는 2018년에 줄어서 부동산-건설업계, 그리고 삼성경제연구소는 아직 주택시장 수요가 늘어난다고 주장. 주택수요는 머릿수 뿐만 아니라 구매력을 동반해야 함. 그런 면에서 경제활동인구는 2016년부터, 35~55세의 주택구매수요 연령층은 당장 2011년부터 감소하게 되는 것이 주택시장에 훨씬 더 큰 함의를 갖게 됨.

 

꼭 인구구조 변화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일본의 경우에도 부동산 버블의 정점과 붕괴가 35~55세 주택구매수요층 수요자 수의 변화와 일치했음. 일본의 경우에도 전체 인구의 정점은 2006년으로 버블 붕괴 15년 후임. 따라서 총인구가 향후 늘어난다는 것을 가지고 주택수요가 계속 늘어나 집값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근거가 없음. 또한 가구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은 주로 저소득 1인가구가 늘어나기 때문. 저소득 1인가구는 고령화에 따른 독거노인이나 일자리가 없는 가운데 집값은 높아져 결혼을 못하고 있는 노처녀노총각 그룹이 대부분. 전체 가구 평균 소득의 43% 정도에 불과한 1인가구가 지금의 최소 4~5억 이상 되는 수도권의 아파트를 사줄 수요라는 것은 부동산업계의 희망사항일 뿐 넌센스. 우리와 비슷한 현상이 앞서 진행됐던 일본에서도 1인가구를 대상으로 매매용 주택을 공급하는 게 얼마나 터무니없는 짓인지 깨달았음

 

또한 노후세대의 주택보유에 대한 니즈가 높다는 것은 기존 주택을 계속 보유하겠다는 것일 뿐 40~50대 전반처럼 부동산 투기를 주도한 중대형 고가 아파트를 신규로 사줄 수요는 아님. 현재 부동산 거품의 주도주인 중대형 고가 아파트를 사줄 수요층이 줄면 지금의 부동산 버블의 핵심은 무너지게 돼 있음. 또한 이들 노후세대는 기존 주택을 그대로 보유하는 게 아니라, 규모를 줄여가는 경향이 있음. 상식적으로도 자녀 출가후 소득이 줄어드는 상태에서 관리비가 많이 드는 40~50평형대 아파트를 유지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임. 더구나 현재의 니즈 조사는 주택가격이 계속 올랐던 2000년대의 경험을 배경으로 한 조사에 가까우며 향후 주택가격 대세하락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 이 같은 니즈는 급감하게 돼 있음. 이는 일본의 주택시장 상황이 이미 입증한 바임.

 


부동산 시장 불안심리에 대해서도 "자가보유비율이 낮아 잠재적 수요기반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격하락에 대한 기대심리가 부동산 시장 전반의 위축을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2005년 기준 한국의 자가보유비율은 55.6%로 세계 주요국 중 최저 수준이다. 추가적인 가격하락 기대를 갖고 있는 무주택자의 경우 주택가격이 낮아졌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실수요로 전환될 것이라는 게 연구소의 분석이다
.

 

자가보유비율이 낮다는 것은 그 자체로 잠재적 수요기반이 충분하다는 근거가 될 수 없음. 지난 10년간 전국적으로 350만호 이상의 주택이 공급됐고, 주택보급률이 20% 이상 급상승했는데도 자가보유율이 크게 높아지지 않은 것은 대부분의 주택이 과도한 주택대출차입을 통해 다주택 투기자들에게 돌아갔기 때문. 또한 주택가격이 너무 높아져 웬만한 가계가 집을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임. 이는 현재의 주택가격 수준에서 집을 사줄 수 있는 수요가 이미 없다는 뜻으로 주택 가격이 상당히 큰 폭으로 떨어질 가능성을 나타내는 것임. 물론 주택가격이 낮아지면 수요가 일정하게 늘 수 있으나 최소 5년 이상에 걸쳐 현재보다 대폭 떨어진  가격이 형성돼야 발생할 수 있는 현상임. , 버블 붕괴 이후에 바닥을 친 다음 나타날 수 있는 현상임.

 


연구소는 이어 "가계채무부담 확대가 주택처분 증가, 주택가격의 추가적 하락, 금융부실로 이어질 것이라 우려가 있지만, 대출자산 건전성이 개선되고 이자 지급부담 완화 등으로 주택담보대출 리스크는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주택담보대출의 평균 LTV 34.5%로 전년보다 1.5%포인트 하락했고
,
LTV 50%
이상인 대출 비중도 16.6%로 전년보다 2.2% 떨어졌다. 지속적인 대출규제로 LTV 비율이 낮아지는 등 대출건전성이 개선됐다는 게 연구소의 설명이다.

 



아전인수격의 눈속임용 자료를 사용하고 있음. 알다시피 2008년은 수도권 전반에서 주택가격이 급락했던 시기임. 반면 2009년은 주택가격이 반등했던 시기. 가계나 금융권이 주택대출 다이어트를 하기보다는 오히려 주택담보대출액을 급격히 늘려 버블 붕괴의 에너지를 키웠던 시기. 다만 2008년 비해 2009년의 주택자산가치가 급격히 오르다 보니 같은 자산가치 대비 대출액 비중을 나타내는 LTV 비율이 개선된 것으로 나오는 것은 당연. LTV 비율은 집값 변동에 따라 출렁이는 것으로 이것을 가지고 대출자산 구조가 개선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터무니없음.

 

오히려 실상은 지난해 말 이후로 실거래가 기준으로 주택 가격이 급락해 실질적인LTV 비율은 매우 높아진 상태임. 더구나 국민은행 호가 기준이 아닌 실거래가 기준으로는 고 LTV비율의 비중이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음. 또한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주택대출 연체율이 7 0.53%에서 0.64%로 한 달 만에 상당히 가파르게 상승했음. 이는 2009년초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연체율로 손실처리를 하기 전의 실질 연체율은 이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으로 추정됨. 물론 앞서 말했듯이 제1금융권의 연체율은 지금 당장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수준은 아님. 하지만 이미 주택의 실거래가와 사무용,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동반 하락이 지속되는 가운데 2012년 이후 만기상환도래액이 2009년의 두 배를 넘어설 경우 결코 안전하다고만 장담할 수 없음.

 

 

 

연구소는 다만 "부동산 시장이 장기 침체될 경우 금융부실 확대, 실물경제 부진 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며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거래활성화 방안 등이 마련돼야한다고 지적했다. 지속적인 거래부진은 가계소비 위축, 주거이동성 제약, 지방세 감소, 주택공급 감소 등으로 이어져 실물경기 부진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특히 "다주택 보유자의 양도세 중과를 폐지해 재고 주택시장의 거래 활성화를 유도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양도세제의 시장왜곡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복잡한 세제를 단순화하고 일반소득과 함께 종합과세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금의 주택거래 침체가 가계소득 대비 지나치게 높아진 주택가격 때문이므로, 이를 조정하지 않고 양도세 중과 폐지 등 임시방편책을 내세워봐야 주택시장의 장기침체만 부를 뿐. 위의 양도세 중과 폐지 등의 방안은 삼성경제연구소가 왜 부동산부자 등 재벌 기득권의 입장에 서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일 뿐.

 

 

 

 

트위터를 하시는 분들은 http://twitter.com/kennedian3로 저를 팔로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아고라와 제 블로그(다음뷰), 오마이뉴스, 네이버 부동산, 한겨레신문, 미디어오늘 등에 연재하는 글뿐만 아니라 각종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합해서 매일 소개할 생각입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9. 30. 10:46
제목 그대로입니다. 추석 연휴에 읽을만한 추리소설을 트위터 사용자들(주로 저의 팔로워들이겠죠^^)께 물어봤습니다. 그렇게 해서 추천받은 추리소설 목록입니다. 최대한 담는다고 담았지만, 어제 오늘 제 타임라인이 너무 붐볐던 관계로 빠진 목록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분들께는 양해를 구합니다. 제가 1차로 제목만 트윗한 적 있는데, 1차 트윗 목록은 맨 아래쪽에 따로 소개했습니다.(중복되는 책들 있지만, 참고하시라고ㅎㅎㅎ) 추석연휴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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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byun: @kennedian3 어느날 평생 기르던 콧수염을 아내도 놀랠킬겸 재미삼아 깍았는데 아무도 그가 애초에 콧수염있었다는 사실을 모른다? 살인을 주제로한 고전적인 추리소설은 아니지만 못지않은 긴박함과 스피드. 임마누엘 카레르의 "콧수염" 추천합니다^.^

Finkrider: @kennedian3 약간 정통 추리에서 벗어났지만 하드보일드 물 중에 몰타의 매 추천합니다 ㅋ 그리고 읽기 편한 윌리암 아이리시두요 ㅋ 공포의 검은 커튼 재밌습니다 ㅎㅎ

travis0722: Y의비극 추천합니다 ^^

sykim81: 나이들어 다시 읽어보니 셜록홈즈는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모험소설에 가까운 듯 합니다 RT @Royalpark: @kennedian3 셜록홈즈는 추리가 너무 단순하므로, 크리스티의 작품이 좋으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Jin_il: 앨러리 퀸의 Y의비극

@Royalpark: @kennedian3 셜록홈즈는 추리가 너무 단순하므로, 크리스티의 작품이 좋으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Youbohae: @kennedian3 추리소설 추천 : 출판사;발해 그후; : 코피리 연가

ByungikKim: 크리스티의 ABC 살인사건

neopsyche: 엘러리 퀸의 그리스관의 비밀 추천합니다. 열흘 간의 불가사의도 재미있구요

adrock83: 앨러리 퀸의 이집트십자가의 비밀을 보시죠

tkbyun: @kennedian3 제가 나름 추리소설 광인데요?^^ 고전이라 불리는 윌리엄아이리시의 "환상의 여인" 히가시노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 그리고 추리소설이라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엠마누엘 카레르의 "콧수염 강추합니다. 셋 중에 하나 꼽자면 콧수염ㅋ

sangchulmoon: @kennedian3 이미 아실지도 모르겠는데, 윌리엄 아이리시가 쓴 &apos;환상의 여인&apos; 정말 강추합니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apos;그리고 아무도 없었다&apos;와 더불어 최고의 추리 소설로 꼽히죠.

lifa93: 뭐니뭐니해도 푸코의 추

shabang_kim: @kennedian3 지난 여름에 인상적인 추리소설 두권을 읽었는데요, 하나는 김내성 추리걸작선 연문기담, 백사도 였고 다른 하나는 기리노 나쓰오의 잔학기 입니다. 후자를 추천하는데요, 서늘한 인간심리를 뼈속까지 파고 들어갑니다.

dearwony: @kennedian3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도 추리소설이라고 주장해봅니다.

52gonggam: @kennedian3 추리소설에 최고봉은 단연 셜록홈즈가 아닐까요?

@Limpbest: @kennedian3 &apos;둘중에 누구가 그녀를 죽였다 추천합니다. 일본추리소설인데 길지도 않고

@kempforever: @kennedian3 요즘은 셜록홈즈 문고판도 나오더라구요.. 덕분에 다시 읽고 있습니다. 그래도 아직까지 최고라고 꼽는 추리소설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입니다. 최고지요.. ^^

mioDoEco <명탐정의 규칙> 히가시노 게이코, <얼간이> 미야베 미유키 추천이오. 재미나서 책장이 금방 넘어가요

serenajonga @kennedian3 화차, 나는 지갑이다

freeofex @kennedian3 체스터튼의 <브라운 신부의 모험> 시리즈나 도로시 세이어즈의 책들도 추천드립니다.

bluewolfchung @kennedian3 크리스티의 커튼 추천합니다.

freeofex @kennedian3 앨러리퀸의 후기 명작인 라이츠빌 시리즈도 추천합니다. <재앙의 거리>부터 읽으시면 좋을 듯합니다^^

tinimoon99 @kennedian3 추리? 스릴러? 하튼 골든 슬럼버 추천합니다 영화도 나왔는데 못봐서 모르겠고 원작소설은 정말 재밌게 봤어요

siesta16 @kennedian3 같은 작가의 <죽은자와의 결혼> 재미있게 봤어요. 이건 추리부분보다는 로맨스 쪽에 집중해서 봤지요. 추리소설이라기 보단 로맨스에 가깝더라고요

shabang_kim @kennedian3 제가 두권(두권은 연작) 추천드렸는데...ㅠ 김내성 걸작선과 기리노 나쓰오 "잔학기"

manduyang @kennedian3 쥐덫, 브라운 신부 시리즈, 빌라 매그놀리아의 살인, 미야베 미유키의 모든 작품(특히 '모방범' '화차')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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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추리소설 정리(1): 이집트십자가의 비밀, 그리스관의 비밀, 열흘간의 불가사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ABC 살인사건, 장미의 이름, 니미츠 클래스, 용의자X의 헌신,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경성탐정록, 둘 중에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셜록홈즈

 

by 선대인 2010. 9. 17. 17:27

지난주 10일 열린 <하우스푸어> 출간 기념 우석훈 박사와 저의 대담 형식 공동강연회에서 우박사의 발언 취지를 왜곡하며 공격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박사는 일본보다 더 악화되는 한국의 사회경제적 구조를 감안하면 집값 거품이 심한 곳은 일본처럼 집값이 1/6까지 떨어지는 곳도 나올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입니다. 또한 부동산 거품으로 인해 집은 고사하고 '햇살 드는 방'이라도 구하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의 애환을 우박사께서 위트있으면서도 차분하게 잘 전달해주셨습니다. 그런 맥락 속에서 나온 발언이 기사로 정리되면서 다소 자극적인 제목으로 소개되다 보니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습니다. 이에 관해서는 이번주 초에 쓴 우석훈박사 주장의 배경이라는 글로 제가 짧게 설명한 바 있습니다.

(링크 참조)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25&articleId=324922

 

사정이 이런데도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해서 우박사 발언의 취지를 근본적으로 왜곡하고 음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더 나아가 마치 우박사가 아닌, 제가 "집값 1/6" 발언을 한 것처럼 허위사실을 마구잡이로 유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날 참석자들뿐만 아니라 그날 행사를 기사화한 내용만 읽어봐도 제가 그 발언을 하지 않았음은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그런데도 마치 제가 그 발언을 한 것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부동산 투기 선동가들이 적지 않은 것은 분명히 속내가 있다고 봅니다. 그것은 발언의 당사자인 우박사보다 그들의 거짓과 선동을 지속적으로 파헤쳐와 그들의 '공적1호'가 되다시피한 저를 의도적으로 흠집내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는 매우 파렴치한 작태이며,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이와 관련해 허위사실을 지속적으로 유포하는 등 정도가 심한 경우 강력히 대응하겠습니다. 또한 일반 독자들은 그 같은 허위사실을 유포하며 저를 음해하는 사람들에게 속지 마시고, 그런 사람이 있을 경우 제게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응분의 조치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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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9. 17. 10:23

정부나 국책연구소 등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대체로 6% 전후로 전망하고 있다. 올 2분기 실질GDP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연환산 6%, 지난해 동기 대비로 7.6%를 기록했으니 크게 어긋날 전망은 아닐 것이다. 이 같은 전망치는 G20회의 참가국 가운데 다섯 번째로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지표로만 보면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때 내세운 ‘747공약’까지는 아니더라도 ‘경제대통령’ 이미지가 전혀 허황된 것은 아닌 것처럼 비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는 빛 좋은 개살구다. 한국경제가 이처럼 빠른 성장을 하고 있는 것은 대부분 환율효과와 공공부채 증가 때문이다. 먼저 환율효과를 따져보면, 올들어 한국경제 성장의 상당 부분은 급격한 수출 성장에 의존하고 있다. 수출이 급성장한 결정적 요인 중 하나는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덕분이다. 원달러 환율은 2008년 경제위기 전에는 달러당 900원대 초반이었다가 1100원대 후반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 엔화처럼 원화가 강세를 나타내 900원대에서 700원대까지 갔다면 지금 한국의 수출이 버틸 수 있을 것인가. 900원대로 현상유지가 됐더라도 삼성전자 등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릴 수 있었을까.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요인은 공공부채 증가다. 이명박정부가 출범한 2008년부터 올해 7월말까지 국채와 비금융 공기업채를 합한 국공채 발행은 200조원 가량 급증했다. 정부가 건설 및 부동산 경기 부양 등의 명목으로 막대한 빚을 끌어다 쓴 것이다. 각종 PF사업이나 보금자리주택사업 등에 동원된 한국토지주택공사나 4대강사업에 동원된 수자원공사가 합쳐서 50조원 가량의 채권을 발행한 게 대표적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도 국공채 발행이 적지 않았지만, 이명박정부처럼 이렇게 마구잡이로 빚을 늘리지는 않았다. 국제적으로 비교해봐도, 한국의 GDP 대비 재정부양책 규모가 세계경제위기의 진앙지인 미국에 이어 OECD 2위 수준이다. 재정부양책만 따져서 그런데,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부문 전체 부양책 규모는 세계 1위일 것이다. 

 

이처럼 지금 경제성장의 대부분은 민간 자력이 아닌 환율효과와 공공부문 부채로 빚어낸 것이다. 200조원은 GDP 규모의 20% 수준이다. 단순화하자면 200조원을 길거리에 그냥 뿌려도 지금까지 누적 경제성장률이 최소 20%는 됐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올해를 제외하고 현 정부 출범 이후 경제성장률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더 큰 문제는 현 정부가 막대한 빚으로 생색낸 뒤 빚잔치를 할 시점이 되면 한국경제는 매우 큰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속사정이 이런데도 현 정부는 G20회의 개최를 두고 “전세계가 한국의 경제위기 극복 성공경험을 배우러 오는 것”이라며 너스레를 떨고 있다. 회원국이 돌아가며 개최하는 연례성 회의를 일찍 유치한 것을 두고 ‘국격’ 운운하며 우쭐대는 것은 꼴불견이다. 비유하자면, 이미 수억원의 빚을 진 가계가 부채 다이어트는 전혀 안하고 수억원의 빚을 더 끌어와 몇 년 더 흥청망청하는 것을 자랑하는 꼴이니 말이다.

 

이런 와중에 삼성경제연구소는 G20회의 개최에 따른 경제적 가치가 중장기적으로 24조원 이상이라며 정부를 한껏 추어주는 보고서를 16일 발표했다. 24조면 경제성장률을 2% 끌어올리는 수준이다. 정말 그런 효과가 있다면 각 정권은 요란하게 다른 경제정책 할 필요 없이 이런 행사만 유치하면 된다. 매년 두세 건만 유치하면 경제가 4%, 6% 추가 성장할 테니 모든 경제부처를 폐지하고 ‘국제회의유치부’만 두면 될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G20회의를 개최한 미국 피츠버그의 지역경제라도 좋아졌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이런 엉터리 보고서를 자칭 대한민국 최고 연구소라는 곳에서 버젓이 내놓고 상당수 언론이 무비판적으로 보도하고 있으니 떼거리로 꼴불견이다. ‘빚쟁이 대통령’으로 지탄받아야 할 대통령이 ‘경제대통령’으로 포장되는데는 이런 한심한 현실이 놓여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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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by 선대인 2010. 9. 17. 10:15

필자는 한때 신문기자였다. 그것도 이른바 족벌신문으로 불리는 한 신문사의 기자였다. 입사 때는 필자도 정의의 필봉을 휘두르겠다는 푸르른 열정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언론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은 고사하고 언젠가부터 필자의 뇌수가 녹아 내리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대로 있다가는 압사당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황급히 탈출한 것이 2002 5. 입사 6년만이었다. 그 뒤로 필자는 지금은 없어진 미디어다음 취재팀에서 일하며 신문산업 밖에서 미디어 환경의 급변을 지켜봤다. 또 지금은 저자로서, 취재원으로서 많은 언론 종사자들을 만나고 있다.

 

그러하기에 필자는 한국 언론의 구조적 병폐와 문제점을 비교적 소상히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부동산 문제에 천착하게 된 한 계기도 부동산 광고를 매개로 한 한국 언론의 낯뜨거운 선동보도를 정화해보겠다는 일종의 소명의식 때문이다. 실제로 필자는 글을 쓰면서 부동산 문제를 포함해 다양한 사회경제 정책에 관해 기존 언론의 잘못된 보도를 비판하는 글을 많이 썼다. 이른바 부동산 찌라시라고 할 수밖에 없는 저질 경제신문과 조선일보 등 일부 기득권 신문들의 선동보도 또는 왜곡보도는 말할 것도 없다. 경향이나 한겨레, 문화방송 등의 기사나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직설적인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필자가 지난해 출간했던 <위험한 경제학>에서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가 여론을 어떻게 비틀고 소비자로서 일반 가계의 오판을 유도하는지에 대해 꽤 자세히 설명한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었다.

 

보통 취재원들은 향후 언론 노출을 위해서라도 언론에 대한 정면 비판은 피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필자의 태도가 불쾌하거나 적잖이 당혹스러운 언론인들도 있는 모양이다. 그것도 언제까지는 한솥밥 먹던 기자 출신이니 더더욱 그런 모양이다. 한편으로는 필자는 못마땅하지만 현실적으로 부동산 전문가로 분류되는데, 대부분의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얼굴 한 번 더 비치고, 신문에 이름 한 번 더 내는 것에 목을 매는 경우와 대비되니 오만하게까지 비치는 모양이다. 필자는 현 정부의 막무가내식 부동산 부양책에 대해서도 매우 강하게 비판하는 편이라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를 고려한 언론에서는 필자를 기피하거나 틈만 나면 공격하려는 기세가 역력하다.

 

필자도 그런 언론사의 기피증이나 불쾌함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필자는 그것이 한국 언론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 건강한 긴장관계라고 믿고 있다. 언론이 그 정도 긴장관계가 부담스럽다면 거꾸로 한국 언론이 취재원과 얼마나 유착돼 있는지, 또는 한국의 언론인들이 얼마나 편하게 기자생활을 하고 있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물론 필자는 강하게 비판할 것은 비판하되, 올바른 보도를 하는 언론에 대해서는 칭찬과 호평을 아끼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전반적으로 칭찬할 일보다는 비판할 일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사실 시간과 여력이 안돼 그냥 지나갔을 뿐 비판해야 할 언론 보도는 매우 많다. 한국 언론은 왜곡된 사회경제구조를 반영하듯 매우 일그러져 있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이 같은 필자의 판단은 필자만의 착각은 아닌 듯 하다. 대중과 언론학자들을 막론하고 방송과 신문 등 기존 매체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불신은 실제로 구독률이나 열독률, 시청률이나 신뢰도 저하 등 각종 지표로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대중들이 한국 언론이 얼마나 몰상식하며 이해관계에 오염된 보도를 하는지는 잘 모르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한국 언론의 왜곡보도를 꿰뚫어보는 방법에 관한 별도의 책을 쓰고 싶은 생각까지 갖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급한 주제들에 밀려 선뜻  그 뜻을 실현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필자의 그런 급한 마음을 달래주듯 추천하고 싶은 책 한 권이 출간됐다. <9 거짓말>(시사인북). ‘KBS 사원행동의 핵심멤버였던 최경영 기자가 저자다. 최기자는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을 6회 수상해 기자로서 성실성과 능력을 인정받은 기자이고, KBS의 탐사보도 발전에 큰 기여를 한 기자로 알려져 있다. 이제는 점점 오히려 역주행하고 있지만 말이다.

 

최기자는 각 장을 한국 언론의 몰상식과 워렌 버핏의 상식을 대비해가며 한국 언론이 얼마나 상식과 정도에서 벗어나 있는지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지극히 자본주의적 인생을 산, 그래서 세상의 그 누구도 빨갱이라고는 하지 못할 세계 최고의 자본가의 상식과 철학을 통해 우리 사회 언론의 가치관이 얼마나 일그러져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일종의 대비 효과를 노린 구성인 셈인데, 이런 시도는 실패하지 않은 것 같다. 한국 언론이 가장 강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같은 사실을 숨기고 있고, 대중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영역이 경제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효과적인 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우선 국익이나 중립또는 객관이라는 미명 아래 언론이 어떻게 사회경제적 강자의 이익을 지속적으로 공고히 하는 지를 분석한다.

 

정부가 ‘4대강 정비사업이라고 하면 그 실체가 설령 대운하라고 할지라도 언론은 이를 ‘4대강 정비사업이라고 부릅니다. 정부가 자신들을 실용정부라고 칭하면 설명 그 본질이 권위주의적 기득권 옹호집단에 가깝더라도 언론은 그저 실용정부라고 표기합니다. 한국의 주류 언론에서 재벌이라는 말 대신 대기업이라는 단어가 쓰이게 된 것도 한국의 재벌이 그렇게 불리길 원했고 또 그 언론이 그 요구에 순응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연장선상에서 왜 대량해고또는 대량감원’ ‘대규모 실직이라는 단어 대신 구조조정이라는 표현을 쓰는지, 근로자, 노동자, 또는 직장인이라는 용어들 가운데 파업할 때만 왜 노동자라는 표현을 써서 좌경집단이기를 덧칠하는 행태도 따끔하게 꼬집는다. 또한 극소수 종합부동산세 대상자들에게 부과되는 종부세에 대해 세금 폭탄이라고 표현한 기득권 신문들이 서민경제파탄이라고 매일 노래하던 기득권 신문들이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훨씬 더 심각해진 상황에서도 입을 다무는 편파적 행태도 비판한다.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보금자리 주택반값 아파트’ ‘친서민 주택정책라고 선전하는 국토부의 주장을 언론이 그대로 앵무새처럼 되뇌는 것도 마찬가지다. 도대체 기존의 공공임대주택 비중을 줄이고, 최소 3,4억씩 가는 분양용, 투자용 주택을 마구 지어대는, 그리고 주변 집값이 지나치게 높은 강남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이미 시세수준 아파트를 그대로 사용하는 기자들은 아무 문제의식이 없는가.

 

책 내용 가운데 매우 인상적이었던 것은 2009년 미국 퓰리처상 탐사보도 부문 수상자인 <뉴욕타임스> 데이빗 바스토우 기자의 ‘TV애널리스트의 이면, 국방부의 검은 손에 관한 소개. 바스토우기자는 TV에 객관적인 군사평론가로 소개되는 퇴역 장성 수십여명이 사실은 이라크전으로 인해 막대한 이득을 챙기는 군수산업체의 임원이거나 하청업체 사장, 또는 로비스트들이라는 사실을 폭로했다고 한다. 바스토우 기자는 또한 이들이 CNN, MSNBC, FOX 등 미국의 케이블 뉴스 채널에 등장해 이라크전을 옹호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챙길 수 있도록 지원한 곳이 다름 아닌 미국 국방부였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최기자는 바스토우 기자의 탐사보도는 TV에 등장하는 전문가들의 객관적 논리속에 사실은 그들의 사적 이익교묘하게 숨겨져 있음을 분명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한국의 현실은 어떤가? “한국의 신문이나 TV에 등장하는 전문가들은 어떻습니까?(중략) 한국 언론에 등장하는 민간 부동산컨설팅 업체의 임직원들은 모두 부동산 업황의 이해당사자들입니다. TV 또는 신문에 등장하는 상당수 부동산 관련학 교수들도 간접적으로 시행사 또는 부동산 컨설팅 회사와 연관돼 잇습니다. 심지어 언론에 등장하는 부동산 관련 교수들 가운데 일부는 아예 직접 부동산 컨설팅 업체를 운영하거나 심지어는 땅장사, 빌딩 장사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2003 <특별기획 한국 사회를 말한다>를 만들면서 부동산 시장을 취재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당시 서울 소재의 명문대학 교수 3,4명이 주요 주주로 참여한 한 부동산 컨설팅 회사에서는 부유층을 대상으로 은밀히 자신들만의 잡지를 발행했습니다. (중략)

객관적 전문가또는 학자나 교수로 공공 매체인 언론에 등장할 때는 최소한 자신들의 현재 부동산 투자 사업과 컨설팅을 부업 또는 본업으로 하고 있음을 명백히 밝혀야 합니다. 또 언론은 전문가를 필진이나 토론 패널로 쓰기 전에, 이력을 철저히 검증해서 곡 2의 명함을 독자와 시청자에게 공지해야 할 의무가 잇습니다. 독자나 시청자는 2의 명함을 통해 그 전문가나 교수가 객관적인 입장을 취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어 그들의 말을 가감해서 받아들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언론이 독자라 시청자에게 하는 공익적 서비스입니다.”

 

평소 필자의 문제의식과 정확히 일치하는 지적이다. 필자는 그동안 기자나 PD, 토론프로그램 진행자들에게 최기자가 주장한 내용을 숱하게 요청해왔다. 적어도 건설업계에서 설립한 건설산업연구원이나 주택산업연구원 같은 단체들 앞에 대한건설협회 부설’ ‘대한주택협회 부설과 같은 수식어만 달아줘도 사람들의 판단은 일정하게 달라질 것이다. 이들 연구소의 연구원들이 건설업계의 이익을 대변할 것임은 너무나도 뻔한데도 각종 TV토론이나 기사 등에서는 마치 이들을 객관적인 전문가인 양 포장하고 있다. 그런 사정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충분히 알면서도 그런 관행을 되풀이하고 있으니 정말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하기는 부동산 광고를 매개로 해 부동산 경기를 살리고 자신들의 주독자층인 부동산 부자들에게 영합하는 기사를 써야 하는 찌라시 신문들에게 무엇을 바라겠는가. 하지만 아파트 분양광고에 민감할 이유가 없는 방송이나 일부 신문조차 똑 같은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이는 이해관계를 떠나 문제의식의 마비현상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

 

미국을 넘어 세계 최고의 정론지로 평가받는 <뉴욕타임스>와 같은 역할을 이 나라의 주류 언론이라는 조중동이 해줄 것이라고는 당초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나마 그 같은 역할을 일부 해주던 프로그램들이 MBC <PD수첩>이나 KBS의 일부 시사프로그램이었다. 특히 2년 여전 KBS 시사기획 쌈에서는 이들 부동산 관련 학과 교수들이나 부동산정보업체 종사자, 건설산업연구원 등 건설족들의 이데올로그들의 이해관계와 정부-언론의 유착관계를 파헤친 적이 있다. 하지만 현 정부의 방송장악이 본격화한 이후 시사기획 쌈은 시사기획 텐이라는 밋밋한 이름으로 바뀌었다. 이후 그다지 의미 있는 방송을 본 기억이 없다.

 

그리고 이미 부동산 시장의 대세가 기울었고, 계속 집값이 오르니 집을 사라고 했던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여전히 객관적인 전문가로서 우리의 TV화면과 지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심지어 현 정부 인수위 당시 인수위에서 취득한 정보를 자신의 부동산 컨설팅 영업에 이용해 검찰조사를 받는 등 물의를 빚었던 고종완씨 같은 인사를 최근 MBC KBS 같은 방송들은 사회적으로 복권시켰다.

 

다시 책 내용으로 돌아가자. 최기자의 비판은 이어진다. “한국의 상당수 경제 전문가들에게파업은 항상 국가경제에 치명타이지만, ‘구조조정즉 대량해고는 기업의 회생과 국가경제 회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하는 것입니다. 구조조정을 하면 주가가 오르지만 반면 파업을 하면 일주일에 손실액이 수조원에 이르러 국가 경제에 심각한 내상을 입한다고 주장합니다. (중략) 그러나 삼성과 현대그룹의 총수 이건희나 정몽구씨가 수조 원을 탈루하고 탈세와 배임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게 되면 전문가들의 논리는 정반대가 됩니다. ‘주인 없는삼성과 현대의 경영을 걱정하며 국가경제가 추락할  위험에 처했다고 엄상릉 부립니다. 직장인은 종종 수천명 정도씩은 잘려줘야 국가경제가 살아나고, 반대로 수천억원을 탈세한 사람은 대충 재판받고, 빨리 사면 받아 경영 일선으로 복귀해야 국가경제가 살아난다?”

 

부정과 부패, 배임과 탈세 그리고 반칙과 위선의 결정체들을 옹호하는 이른바 전문가와 상당수 언론들의 몰상식에 비해 워렌 버핏의 상식은 어떤가. 워렌 버핏은 “2003년 버크셔 헤더웨이의 주주들에게 보내는 연례 서한을 통해 회사가 내는 세금의 액수가 지난 수십 년간 폭발적으로 증가해왔다는 사실을 자랑으로 삼는다. 그 해 버크셔 헤더웨이가 낸 세금 33억 달러( 4조원)는 그해 기준 미국 전체 기업이 연방정부에 낸 법인세의 2.5%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최기자의 말마따나 자신의 자녀를 자신의 부동산 회사의 관리원으로 위장 취업시키는 수법으로 탈세를 했던 한국의 대통령이나, 그 대통령으로부터 계획적으로 수조원을 탈루한 악질적 범죄를 말끔히 사면받은 한국의 재벌들이 이해하기에는 조금 벅찬 기이한정신세계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왜 언론들이 상식과 정도를 벗어나 기득권 위주의 보도를 지속하는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최기자는 그 책임의 대부분이 기자 생활을 30년 넘게 한 50대 중반 이상의 언론인들에게 있다고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최기자의 이 같은 주장은 주로 KBS 내부 사정을 특히 감안한 주장으로 여겨지지만, 대부분 언론에서도 과히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구시대적인 시대착오적 발상으로 젊은 기자들을 질식시키고 있는 것은 필자가 다녔던 신문사에만 국한된 얘기만은 아닐 것이다. 일부 군소 신문사에서는 기사를 광고와 엿 바꿔 먹고기자들에게 사실상 기사를 매개로 한 광고 영업을 주문하는데, 이런 신문사의 기자들이 무슨 사명의식과 프로페셔널리즘을 가질 수 있겠는가.

 

하지만 KBS 내부의 사정은 조금 더 다르고, 심한 것 같다. “한국은 중견언론인일수록, 도는 중견언론인이 돼갈수록 오히려 그 수준이 더 떨어집니다. (중략) 이분들은 초년병 시절에는 출입처에서 받아쓰기에 집중했고, 1990년대 중반 이후, 나이 마흔이 넘어서는 데스크나 부장으로 들어앉았습니다. 그래서 특히 정치나 경제적 현안을 독립적, 비판적으로 기획하고 취재해서 보도했던 경험이 일천합니다. (중략) 독립적 취재를 못하다 보니 정부가 기업이 말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써서 보도하는 것이 이분들의 일상이었습니다.”

 

이처럼 받아쓰기 저널리즘에 젖어 있다 보니 이들 중견 언론인들의 상당수는 90년대 후반 이후 등장하기 시작한 한국의 탐사보도나 PD저널리즘이 거꾸로 객관 보도가 아니라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나 기업의 보도자료와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보도물을 기획하는 것은 젊은 PD나 기자의 주관이 개입되어 있기에 방송용으로는 적당치 않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기자는 묻는다. “청와대나 삼성도, 시민도, 단지 자신들의 생각과 의견을 말하고 있을 뿐이다. 다만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하는 자료의 신뢰도에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최기자는 따라서 언론은 이를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것이 언론 본연의 역할이라고 주장한다. 한국의 방송기자들은 이 언론의 본 역할을 거의 방기해왔다고 비판한다.

 

이들 중견언론인들에 대한 최기자의 비판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KBS MBC에는 현재의 50,60대 방송 언론인들이 1970~80년대 이후 어떤 보도를, 어떻게 해왔는지 증명하는 많은 자료 테이프들이 보관되어 있는데, 두 방송사 모두 이들 자료를 디지털화하는데 매우 미온적이라는 것. “그들이 진행했던 뉴스나 다큐멘터리가 자신들이 생각하기에도 매우 파렴치한 것들이었기 때문이라는 게 최기자의 해석이다.

 

과거, 정권의 감시견이기는커녕 애완견들이었던 이 50, 60대 방송인들이 우리 언론에 끼치는 가장 큰 악영향은 이분들의 과거가 아닙니다. 이렇게 허무맹랑하게 인생을 살아온 분들이 마치 자신들은 언론인으로서의 인생을 살아온 양 과거를 오도하는 현재의 작태입니다. 또 과거를 오도하기 위해 저널리즘의 기본 가치를 왜곡하고 이를 젊은 기자들에게 주입시키면서 발생하는 현장의 폐단들입니다.(중략) 꼿꼿한 딸깍발이 선비와 같은 언론인은 1970~80년대에 대부분 쫓겨나거나 스스로 직장을 떠났습니다. 이렇게 조직에 순응한 기자들이 언론사의 주류로 자리잡으면서 언론사는 이윤을 추구하는 사기업과 다를 바 없게 됐습니다. 기자가 정부의 정책을 홍보하는 공무원이나 여당 정치인과 비슷한 사고를 하고 비슷한 언행을 하게 된 것입니다.”

 

최기자는 중견 언론인의 문제뿐만 아니라 과잉 상업주의로 인해 한국 언론의 뉴스가 점점 좁고, 얕고, 얇고, 시끄럽고, 편파적이라고 지적한다. 이런 상업주의 언론이 판치는 곳에서 언론이 집중하는 것은 양질의 정보 제공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오로지 호기심을 자극하는 뉴스들이 난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120여초, 불과 8~9문장과 인터뷰 1,2개로 구성된 방송 리포트에서 여러분은 과연 무슨 정보를 얻습니까? 쓰는 사람도 내 기사에는 정말 정보가 없다고 여길 때가 많은데, 보는 사람이 그 속에서 무슨 정보를 찾을 수 있을까요? 신문은 방송 뉴스처럼 팔릴 만한동영상을 사용할 수 없으니 언어로 분탕질을 합니다. 격한 용어와 선정적인 편집으로 독자를 현혹합니다.”

 

권력과 기업을 대변하는 언론에 대한 비판, 그리고 이처럼 이해관계에 깊이 오염된 언론 보도로 인한 대중들의 피해에 대해서도 냉철하게 짚고 있다. 한국 언론기자들이 증시상황을 보도할 때 몇몇 애널리스트의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의 피상적 분석을 짜깁기한 뉴스를 통해 대중들 사이에서 사실로 굳어지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기자들은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대중들 중에는 이런 식으로 기사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잘 모르는 분들도 상당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최소의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값싼 뉴스를 통해 대중들이 얻을 수 있는 정보란 거의 없다며 한국 언론의 날탕식, 선동식 보도를 질타한다.

 

백인남성 교수에게 약하고, 정치부나 경제부든 이른바 권력과 돈 있는 출입처를 선호하는 행태를 근거로 권력에 굴종하는 순치된 언론인들의 자화상을 비판한다. 특히 비용을 절감하려는 언론사 사주의 이해관계와 쉽게 일하려는 기자들의 비()프로페셔널리즘이 제대로 맞아 떨어지는 지점으로서 출입처 제도의 폐해를 지적한다. “많은 취재 시간, 인적 사원, 그리고 돈이 들지 않으면 권력을 감시하는 비싼 뉴스가 나오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사회의 기득권과 등을 지는행위에는 유무형의 압력도 뒤따릅니다.” 삼성X파일 사건을 비롯해 최근까지 한국 언론에서 권력을 감시하는 뉴스가 해당 출입처 기자들에게서 나오는 경우가 드물었던 것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다.

 

필자가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부동산문제도 예외가 아니다. 필자가 국토해양부에 적을 두고 건설업체들과 부동산정보업체들을 주요 취재원으로 삼는 부동산 담당 기자들을 만나보면 이른바 건설족들의 논리부동산을 재테크 차원에서 보는 시각에 절어 있음을 많이 느낀다. 그나마 금융기관, 한국은행, 금융위 등을 출입하는 기자들이 현재의 부동산 문제가 경제위기에 관한 문제임을 훨씬 더 잘 이해하는 것 같다. 알게 모르게 출입처의 자장이 얼마나 강한지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부동산 담당기자들의 사례가 아닌가 한다.

 

서평이 너무 길어졌다. 결코 두껍지 않은 이 책 내용 가운데 소개할 내용은 더 많다. 하지만 이 정도에서 줄여야 할 것 같다. 너무 자세히 소개하면 독자들이 이 책을 사보려는 유인이 떨어질 것이므로. 끝으로 한 구절만 소개하고 서평을 맺고자 한다.

 

멍청하거나 사악한 언론인이 많을수록 대중은 점점 더 가난하고 불행해집니다. 그러나 그들이 지금 하는 짓을 스스로 멈출 거라 기대하기는 힘듭니다. 그들은 대중이 계속 그렇게 우매한 상태로 남아있기를 간절히 희망하고 있습니다. 그게 그들에게는 무엇보다 이익입니다.”

 

최경영 기자와 같은 기자정신과 프로페셔널리즘을 겸비한 새 세대 기자들이 이국 땅에서 반강제 연수를 하지 않고 한국 언론의 주류가 되는 것, 그리고 그들과 함께 대중이 우매한 상태를 벗어난다면 한국 언론도, 이 나라도 조금은 더 밝아질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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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by 선대인 2010. 9. 15. 08: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