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딸의 특채 사건에 이은 이재오 특임장관 조카의 특채 의혹, 현역장성 아들들의 ‘편한 부대’ ‘꽃보직’ 배정 비율이 높다는 국정감사 자료, 소수 과점업체에 의한 치킨 가격 담합 의혹,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휴대폰 소매시장에 대한 요금인가제 유지로 가격경쟁 봉쇄, 서울 일부 사립초등학교의 불법 정원외 입학 장사.

 

  최근 며칠 사이 언론에 소개된 내용들이다. 이처럼 한국 사회에는 비열한 경쟁의 이중구조가 판치고 있다. 사회경제적 강자들은 특혜와 반칙, 독과점과 담합을 통해 경쟁을 회피하면서도 약자들에게는 피눈물 나는 경쟁을 강요한다.

 

  자동차, 통신, 건설, 유통 등에서 재벌기업들은 대부분 사실상 담합과 불공정 경쟁을 일상화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하도급 업체에는 생사를 건 납품단가 인하 경쟁을 벌이게 하거나 자신들의 손실을 납품업체나 하도급업체인 ‘을’이나 소비자에게 전가한다. 예를 들어, 상당수 건설업체는 대물변제라며 미분양 물량을 하청업체에 떠넘기고 기획부동산과 임직원의 친인척까지 동원해 형식상으로 미분양을 털어내면서 미분양이 없는 것처럼 소비자들을 현혹한다. 하지만 이를 시정해야 할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 법원 등 사법시스템은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하고 있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각 대학들, 특히 이른바 상위권 대학들은 서열구조에 따라 사실상 경쟁의 무풍지대에 안주하고 있다. 그 중 사립대들은 국공립대학 비율이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상황을 이용해 세계에서 가장 비싼 ‘등록금 장사’를 벌인다.

 

  반면 이들 대학에 입학하려는 초중고 학생들은 원초적으로 불공정한 입시경쟁을 벌여야 한다. 공교육을 부실하게 만든 채 사교육을 최대한 팽창시켜 '학비 판돈'을 많이 댈 수 있는 부자 학부모와 학생들이 이른바 명문대 진학 경쟁에 유리한 '승자독식구조'가 고착화된 탓이다. 판돈 많은 사람이 포커판에서 딸 확률이 높은 것과 같은 구조다. 성공경로에 이르는 패스트트랙을 제공하는 일부 사립초, 국제중, 자사고, 각종 특목고를 남발한 것이 모두 이런 조치다. 

 

  재벌기업들에게 한없이 관대한 사법체계도 마찬가지다. 이상하게도 불법행위가 드러날 때면 휠체어를 타는 삼성, 현대자동차 등의 재벌기업 총수들은 늘 법의 심판을 비껴가거나 사면 받는다. 오히려 자신의 모든 양심을 걸고 이들을 고발한 김용철 변호사 같은 이들이 핍박받는다. 전관예우를 통해 법의 지배라는 민주주의의 숭고한 이상이 버젓이 유린되는 나라, 정치적 잣대에 따라 검찰이 칼춤을 추는 나라다.

 

  이처럼 약자에게만 한없이 가혹한 경쟁의 이중구조를 깨고 공정한 경쟁 규칙을 확립하는 것은 시대적 과제다. 공정한 게임 규칙만 확립해도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 예를 들어, 턴키입찰 사업의 대부분은 상위 10개 재벌 건설업체들이 싹쓸이하며 가격을 담합해 폭리를 취해왔다. 이렇게 해서 턴키로 발주된 4대강 1단계 사업에서만 수천억원의 예산이 낭비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필자가 서울시에 재직하는 동안 지하철 9호선 2단계 턴키발주공사에서 건설업체간 가격담합을 분쇄해 약 1000억을 아낄 수 있었다. 중앙과 지방의 재정사업 전반에서 이런 담합구조만 분쇄해도 한 해 수십조원을 아낄 수 있다.

 

  이렇게 아낀 예산으로 교육 예산을 두 배 이상 늘려서 공교육을 강화하면 사회 전체적으로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 비대한 사교육에 의한 ‘승자독식구조’도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다. 1조5000억원이면 국공립대 등록금을 무상으로 할 수 있다.

 

  최근 이명박 정부는 ‘공정사회’를 국정화두로 내세웠다. 무슨 국정화두가 시시때때로 바뀌는지 모르겠지만, 목표야 좋다. 하지만, 정말 공정사회를 원한다면 경쟁의 이중구조부터 혁파해야 한다. 시장통에서 ‘오뎅쇼’, 방송에서 ‘눈물찔끔쇼’를 해봐야 불공정한 사회가 공정해지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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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10. 8. 09: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