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심의의 정석과 현실>

 

한나라당이 8일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을 물리력으로 제압하고 2011년 예산안과 각종 쟁점 법안을 단독 강행 처리. 지금까지 국내 언론은 예산의 구체적 내용을 제대로 다루기보다는 늘 정치공방의 소재로 부각하곤 했죠.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의 예산안 국회 통과 과정은 정치공방을 넘어 난투극이라는 사회부 사건기자의 취재 영역으로까지 넘어간 느낌.

 

이처럼 국회 예산심의 및 예산안 표결과정의 수준이 거의 바닥까지 추락한 데는 4대강사업이라는 시대착오적인 사업을 추진하는 현 정부와 야당과 다수 국민의 반대를 전혀 수용하지 않고 청와대 지시에 따라 예산안을 강행 처리한 한나라당의 책임이 훨씬 크다.

 

보통 국회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회기 마지막 날 자정 무렵까지 밀고 당기기를 계속하고,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임시국회까지 열어 12월말까지 처리하는 게 관례. 실제로 ‘밀실 야합’ 등의 비판을 받으면서도 김대중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는 예산안을 막판까지 밀고 당기면서 모두 합의처리했죠.

 

하지만 이명박정부 들어서는 2008년부터 3년 연속 여당 단독으로 강행처리 했다. 더구나 이번에는 12 9일까지 예산안 처리를 기대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한나라당은 ‘수의 우위’를 넘어 김성회 의원 등의 ‘완력의 우위’까지 앞세워 9일 오후에 전격적으로 일방 통과시켰습니다.

이런 와중에 여권이 MB예산과 형님예산을 챙기는 와중에 야당에서도 박지원 원내대표와 서갑원 예결위 민주당 간사도 지역구 사업 챙겼다는 보도 있었죠. 여당 실세에 비해 액수는 작지만, 챙긴 건 챙긴 것이죠. 그래서 여야 의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예결위, 특히 계수조정소위 들어가려고 안달이죠

예결위나 정권 실세가 예산 챙겨가는 것은 어제오늘 일은 아닙니다. 예결위뿐만 아니라 지역 개발사업 챙기기 좋은 국토위 의원들의 예산 챙기기도 만만찮죠. 심지어 정치공방 벌이는 여야 의원들이 자신들 지역구 사업 위해서는 정치적 품앗이까지 합니다.

예결위원들의 그런 정치적 품앗이 결과 국가 전체적으로는 경제적 타당성이 없거나 약한 각종 지방 개발 사업들이 늘 무더기로 편성됩니다. 대표적으로 지역을 가리지 않고 유령지방공항들이 들어선 게 바로 이런 '정치적 품앗이'의 결과물들입니다.

 

물론 국회 오기 전에 예산의 95% 이상은 정부 부처가 정합니다. 미국 등에 비해 국회의 입법권과 예산심의권이 너무 약한 결과이기도. 그래서 여야 의원들이 하는 것은 정부가 짜온 안을 대패질하고 자신들의 지역구사업을 덧붙이는 정도에 불과해지죠.

 

다만 여당의 경우 정부가 예산안을 짤 때부터 큰 틀에서 당정협의 등을 통해, 또 ‘형님예산’처럼 정부부처가 알아서 사전에 자신들 지역구 예산을 반영할 여지들이 커집니다. 야당이 예산심의 과정에서 그것을 조금 덧붙이는 것뿐이죠.

 

국회 예산 편성 및 심의과정이 이렇다 보니 기획재정부(과거 기획예산처)는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할 때 미리 협상용 예산을 만들어 놓습니다. 국회 심의과정에서 여야 정치인들이 요구하는 예산들을 반영하기 위해 사전에 우선적으로 날릴 예산을 얹어놓죠

 

국회 심의과정에서 여야는 예산안에서 정부가 협상용으로 마련해 놓은 예산을 대패질하고 자신들의 지역구 사업 예산을 끼워 넣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정치적 품앗이도 하는 것. 하지만 이번에는 여권 강행처리로 야권이 그렇게 할 여지가 크게 줄었습니다. 심지어는 불교계 템플스테이 예산처럼 한나라당이 추진하려던 예산도 못 넣고 통과시켰죠.

 

어쨌거나 이렇게 국회 심의과정에서 막판에 끼어드는 지역구 예산들은 대부분 도로건설사업 등 지역개발 예산이고, 늘 날아가는 것은 목소리가 없는 아이들의 예산, 복지예산 들이죠. 그래서 제가 국내 최악의 포퓰리즘은 개발포퓰리즘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들을 막기 위해 예결위를 상임위화하고, 예결위원들의 전문성을 강화해야 하는데 부지하세월이고 늘 의원들 순번제 비슷하게 하게 되죠. 지역구 사업 챙긴다는 명목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감사원을 정부가 아닌 입법부 소속으로 둬야 하죠, 미국처럼 말이죠.

 

<형님예산의 의미>

 

mb정부 출범 이후 이상득 의원 지역구 사업에 모두 11000억원 넘게 배정됐더군요. 이걸 '형님예산'으로 포장하는데, 이게 형님예산이기도 하지만 mb예산이기도 합니다. 자기 고향에 대한 보답이라는 거죠.

 

자기 고향 챙기기가 이렇게 노골적인 정부가 있었나 싶네요. 또한 형님예산 대부분이 도로 등 건설예산인데 몇 해에 걸치는 계속사업들이 많죠. 한 번 걸쳐 놓으면 계속 가죠. 이 사업예산들몇 년 후까지 계속 배정될 가능성 높다는 얘기

 

도로사업을 비롯한 개발사업은 땅값, 집값과 가장 밀접한 관계. mb와 그 형님이 직접 챙기면서 이 분들 평소 도덕성 봤을 때 그런 호재 가만 지켜봤을지 의문. 지역의 이 분들 꼬붕들이라도 그 좋은 기회를 그냥 보고 있을까요?

 

도로사업은 토건예산 중에서도 예산액 대비 실행비가 가장 적게 드는 사업. 즉 가장 많이 남기고 뒷돈도 가장 많이 생기죠. 이런 사업들이 형님예산의 다수라는 사실이 의미심장. 4대강사업을 포항동지상고 출신들이 대거 따낸 것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부동산, 주식 불로소득에 삼성 등 각종 재벌 비자금으로 세금 걷지 않고, 부자감세에 막대한 낭비성 토건예산. 그 중 백미는 바로 이 '형님예산' 아닌가 합니다. 물론 mb예산인 4대강사업과 보금자리 예산이 훨씬 더 많지만요

 

형님예산의 의미: 김황식총리 취임 직후 지하철 무임승차 문제 거론. 그런데 동창회비도 제대로 안 낸 사람들이 회장과 총무를 맡아 자신들 좋은 사업에 흥청망청 쓰면서도 우리 아이들 밥도, 건강도 챙기지 않는 '특권층 무임승차자'들은 따로 있죠.

 

 

<선심성 개발사업의 경제적 의미>

 

영어에 log-rolling이란 표현 있습니다. 통나무 굴리기인 셈인데, 옛날 미국에서 벌목수들이 함께 통나무 굴린 데서 유래된 표현으로 알려져 있죠. 이른바 상부상조인데, 정치적으로는 다소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죠.

 

어떤 예산안이 국가 전체적으로 경제적 타당성 없지만, 각 지역 입장에서는 도움 되죠. 지방공항처럼. 그런데 이들 지역 사업 추진하려 해도 각 의원들은 소수니까 사업 추진할 수 없죠. 그래서 그런 식 이해관계 가진 다른 지역 의원들이랑 협조하죠.

 

그 결과 국가 전체적으로 사업성 없는 지역 선심성 예산들이 무더기로 반영. 그 경우 사회 전체적으로는 경제적 후생의 손실이 발생. 예를 들어, a b c 세 지역의 사업들 편익이 50억씩밖에 발생하지 않는데 100억씩 예산이 배정됐다고 해보죠

 

그러면 a b c 세 지역에 300억원 비용 들여 겨우 150억 편익 발생. 비용편익 관점에서 답 안 나오죠. 결국 엄청난 재정낭비로 이어지죠. 건설업체 배 불리는 각종 토건예산 남발하면서도 우리 아이들 밥도 못 먹이는 게 바로 이런 이유죠.

 

이번 예산안 의미를 로그롤링으로 설명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 미화하는 것일지도. 우리 아이들 밥 먹이고, 예방접종할 돈으로 건설업계 퍼준 격. 뒷돈도 많이 오가겠죠. 결국 우리 아이들에 대한 잔인한 폭력이자, 사실상 정권 차원 범죄에 가깝죠.

  

, 오해하실 듯해 덧붙이자면 저는 여야의 정파적 입장 떠나 말씀드립니다. 하지만 최근 의무급식 논란이나 예산안 통과 과정에서 확실히 근본적 잘못은 현 정부와 한나라당쪽에 있다고 봅니다. 정파적 입장 떠나더라도 시시비비는 명확히 가려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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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경제구조를 만들기 위한 더 깊이 있는 토론과 정보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 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12. 11. 09:24

한나라당이 8일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을 물리력으로 제압하고 2011년 예산안과 각종 쟁점 법안을 단독 강행 처리. 지금까지 국내 언론은 예산의 구체적 내용을 제대로 다루기보다는 늘 정치공방의 소재로 부각하곤 했죠.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의 예산안 국회 통과 과정은 정치공방을 넘어 난투극이라는 사회부 사건기자의 취재 영역으로까지 넘어간 느낌.

 

이처럼 국회 예산심의 및 예산안 표결과정의 수준이 거의 바닥까지 추락한 데는 4대강사업이라는 시대착오적인 사업을 추진하는 현 정부와 야당과 다수 국민의 반대를 전혀 수용하지 않고 청와대 지시에 따라 예산안을 강행 처리한 한나라당의 책임이 훨씬 크다.

 

보통 국회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회기 마지막 날 자정 무렵까지 밀고 당기기를 계속하고,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임시국회까지 열어 12월말까지 처리하는 게 관례. 실제로 밀실 야합등의 비판을 받으면서도 김대중정부와 무현 정부에서는 예산안을 막판까지 밀고 당기면서 모두 합의처리했죠.

 

하지만 이명박정부 들어서는 2008년부터 3년 연속 여당 단독으로 강행처리 했다. 더구나 이번에는 12 9일까지 예산안 처리를 기대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한나라당은 수의 우위를 넘어 김성회 의원 등의 완력의 우위까지 앞세워 9일 오후에 전격적으로 일방 통과시켰습니다.

이런 와중에 여권이 MB예산과 형님예산을 챙기는 와중에 야당에서도 박지원 원내대표와 서갑원 예결위 민주당 간사도 지역구 사업 챙겼다는 보도 있었죠. 여당 실세에 비해 액수는 작지만, 챙긴 건 챙긴 것이죠. 그래서 여야 의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예결위, 특히 계수조정소위 들어가려고 안달이죠

예결위나 정권 실세가 예산 챙겨가는 것은 어제오늘 일은 아닙니다. 예결위뿐만 아니라 지역 개발사업 챙기기 좋은 국토위 의원들의 예산 챙기기도 만만찮죠. 심지어 정치공방 벌이는 여야 의원들이 자신들 지역구 사업 위해서는 정치적 품앗이까지 합니다.

예결위원들의 그런 정치적 품앗이 결과 국가 전체적으로는 경제적 타당성이 없거나 약한 각종 지방 개발 사업들이 늘 무더기로 편성됩니다. 대표적으로 지역을 가리지 않고 유령지방공항들이 들어선 게 바로 이런 '정치적 품앗이'의 결과물들입니다.

 

물론 국회 오기 전에 예산의 95% 이상은 정부 부처가 정합니다. 미국 등에 비해 국회의 입법권과 예산심의권이 너무 약한 결과이기도. 그래서 여야 의원들이 하는 것은 정부가 짜온 안을 대패질하고 자신들의 지역구사업을 덧붙이는 정도에 불과해지죠.

 

다만 여당의 경우 정부가 예산안을 짤 때부터 큰 틀에서 당정협의 등을 통해, 형님예산처럼 정부부처가 알아서 사전에 자신들 지역구 예산을 반영할 여지들이 커집니다. 야당이 예산심의 과정에서 그것을 조금 덧붙이는 것뿐이죠.

 

국회 예산 편성 및 심의과정이 이렇다 보니 기획재정부(과거 기획예산처)는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할 때 미리 협상용 예산을 만들어 놓습니다. 국회 심의과정에서 여야 정치인들이 요구하는 예산들을 반영하기 위해 사전에 우선적으로 날릴 예산을 얹어놓죠

 

국회 심의과정에서 여야는 예산안에서 정부가 협상용으로 마련해 놓은 예산을 대패질하고 자신들의 지역구 사업 예산을 끼워 넣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정치적 품앗이도 하는 것. 하지만 이번에는 여권 강행처리로 야권이 그렇게 할 여지가 크게 줄었습니다. 심지어는 불교계 템플스테이 예산처럼 한나라당이 추진하려던 예산도 못 넣고 통과시켰죠.

 

어쨌거나 이렇게 국회 심의과정에서 막판에 끼어드는 지역구 예산들은 대부분 도로건설사업 등 지역개발 예산이고, 늘 날아가는 것은 목소리가 없는 아이들의 예산, 복지예산 들이죠. 그래서 제가 국내 최악의 포퓰리즘은 개발포퓰리즘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들을 막기 위해 예결위를 상임위화하고, 예결위원들의 전문성을 강화해야 하는데 부지하세월이고 늘 의원들 순번제 비슷하게 하게 되죠. 지역구 사업 챙긴다는 명목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감사원을 정부가 아닌 입법부 소속으로 둬야 하죠, 미국처럼 말이죠.

by 선대인 2010. 12. 10. 16:39



 오세훈 서울시장이 초등학교 의무급식 문제에 대해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말해 논란을 낳고 있다. 궁지에 몰린 정치인이 의무급식 논란을 정치적, 이념적 공방으로 몰고 가기 위한 구차한 술수일 뿐이다. 한국의 공적사회복지지출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3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교육재정지출도 세계경제포럼이 2008년 조사한 세계 127개국 가운데 71위 수준이다.


 물론 복지라는 것이 무조건 돈을 많이 쓴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국민들의 세금 부담이나 생산경제에 대한 위축효과 등을 생각하지 않고 과도한 복지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문제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열악한 복지 수준을 감안할 때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주장은 현실 왜곡이다.


사실 국내에서 가장 악성 포퓰리즘은 개발 포퓰리즘, 토건 포퓰리즘이다.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은 건설업 비중을 가진 데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또한 당장 8일 한나라당이 일방적으로 강행처리한 내년 예산안만 봐도 드러난다. 309조 567억원에 이르는 새해 예산안 가운데 SOC 예산은 올해 예산안 대비 -3.1% 가량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경제위기 대응이라는 명목으로 2009년 관련 예산을 대폭 늘린 데서 기인한 착시현상일 뿐이다. 2008년 대비 SOC 예산 증가율은 24.1%로 같은 기간 정부 총지출 증가율 17.8%를 훌쩍 넘는다. 문화, 복지, 교육, 환경, 국방 등으로 포장돼 있지만 복지회관이나 체육시설 건설 사업 등 사실상의 토건예산은 이보다 훨씬 더 많다.


물론 보건복지 지출도 같은 기간 27.5% 가량 늘기는 했다. 이는 한국사회의 급속한 고령화 등에 따라 의무적인 법적 지출이 늘어난 때문으로 재량적 지출 예산은 오히려 크게 줄었다. 2009년 542억원, 2010년 203억 원이 배정됐던 방학중 결식아동 예산이 내년 예산안에서 전액 삭감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반면 이른바 ‘MB예산’이라고 할 수 있는 4대강사업 예산은 2700억원 삭감되기는 했으나 정부가 수자원공사를 통해 ‘우회집행’하는 예산을 포함하면 9조3300억원이나 배정됐다. 현 정부 실세들이 예산안 날치기 통과 와중에 챙겨간 사업들도 모두 토건 사업 예산들이다.


우선, ‘형님예산’을 보자. 사실 ‘형님예산’은 MB의 고향 예산이라는 점에서 ‘MB예산’이기도 하다. 한겨레신문 보도에 따르면 날치기 와중에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경북 포항남-울릉)은 울산~포항간 고속도로와 오천~포항시계 국도, 포항~삼척 철도, 울릉도 일주 국도 및 지도 건설 등에 모두 1790억원을 배정받았다. 이 중 870억원이 정부안에 더해 추가로 증액된 것이다. 2009년 4000억원, 2010년 3500억원 가량에 비해 많이 줄었지만, 그동안 사업이 많이 진행됐다는 점이나 다른 대부분 도로예산이 깎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매우 많은 예산을 챙겨간 것이다.


박희태 국회의장(경남 마산)의 경우에도 덕천~양산 광역도로건설, 양산~동면 국도 및 지도 건설 등의 예산으로 모두 288억여원을 챙겼다. 또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이주영 한나라당 의원(경남 마산)도 마산자유무역지역 확대조성, 거제~마산 국도, 진주~마산 고속도로건설, 진동~마산 지역간선 4차 건설 등 모두 1742억여원을 챙겼다. 이들이 지역구민들을 위해 챙긴 예산들은 거의 대부분 토건개발사업에 관한 것이다. 여기에 복지예산은 거의 없다.


민주당에서는 박지원 원내대표와 예결위 간사를 맡은 서갑원 의원이 수완을 보여줬다. 박 원내대표는 목포 수산식품지원센터 40억원, 목포신항 25억원 등 65억원의 지역구 사업 예산을 챙겼다. 서 의원은 순천만 에코촌 조성 12억원, 순천우회고속도로 10억원 등 22억원을 챙겼다.


사실 이번 예산안뿐만 아니다. 우리 연구소가 집계한 결과 정부 공기업 등 공공부문에서 2009년 이후 400조원의 공공부채가 늘어났다. 과거 10년 동안 증가한 액수보다 더 많다. 그 같은 부채의 상당 부분이 각종 개발공기업을 통해 토건사업에 쓰였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이 같은 개발 포퓰리즘을 여야 모두 수십 년 동안 정치적으로 이용해왔다. 특히 한나라당은 2008년 총선에서 ‘뉴타운 헛공약’을 내세워 수도권에서 대거 당선됐다. 당시 오세훈 시장은 뉴타운을 추가 지정할 의사가 없으면서도 선거기간 내내 침묵을 지켰다. 또한 오시장 스스로 수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서남권 개발프로젝트 계획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서남권 지역 주민들에게) 큰 선물인데, 뉴타운 사업과 달라 주민들이 잘 모를 수 있으니 홍보 잘 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런 선심성 정책이야말로 개발 포퓰리즘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정말 문제는 ‘망국적인 개발 포퓰리즘’이다. 이런 토건포퓰리즘 세력들이 '복지포퓰리즘'을 떠들 자격이나 있는지?차도 안 다니는 도로, 시민들이 사용도 못하는 종합운동장, 이용객이 없는 지방공항, 시민들 빚으로 지어진 초호화 청사들이 전국 각지에 넘쳐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각종 불요불급한 개발사업들에 매년 막대한 예산이 탕진되다 보니 시민들의 삶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아이들 방학중 결식아동 지원비와 영유아 예방접종 지원비까지 빼앗아 MB예산(4대강 사업 예산)과 형님예산 챙기는 청와대와 정치권, 그리고 수천억원 들어가는 지역개발 포퓰리즘은 문제가 아니고 700억원 아이들 의무급식은 '부자급식'이라는 서울시장이 있는 한 시민들의 삶은 개선될 리 만무하다.  소중한 혈세로 외환위기 이후 세 배 이상 비대해진 건설업계의 배를 불리는 데는 마구 퍼주면서도 우리 아이들 밥도 제대로 못 먹이는 기괴한 현실이 벌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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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경제구조를 만들기 위한 더 깊이 있는 토론과 정보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 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12. 10. 09:37

 

2005년부터 2007년 여름까지 2년간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공공정책을 공부했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30대 중반의 나이에 가족들과 함께 ‘늦깎이 유학’에 나섰으니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하지만 참 많은 것을 보고 배웠던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한편 고민이 많았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한국에 돌아갈지, 돌아가면 어떤 삶을 살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이른바 ‘세속적 성공의 경로’에 마음의 곁눈질도 많이 했던 시기입니다.  


하지만 케네디스쿨에 공부하러 왔던 초심을 늘 생각했습니다. 어떤 식이든 한국사회의 바람직한 변화를 만드는데 기여하는 일을 하겠다는 생각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버틴 2년이 훌쩍 지나가 어느덧 졸업식이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창조적 자본주의(creative capitalism)'라는 화두를 던진 바로 그 졸업식 축사를 현장에서 들을 수 있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연설을 들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나는 이 말을 하기까지 30년을 기다려 왔습니다. 아빠, 내가 항상 말했죠. 꼭 돌아와서 (하버드대) 졸업장을 받을 거라고”라는 농담으로 그는 축사를 시작했지만 이어지는 그의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았습니다.


그는 “나는 큰 후회 한 가지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내가 하버드를 중퇴할 때 엄청난 세상의 불평등(inequity)에 대해 거의 자각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수백만의 사람들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건강과 부, 기회의 가공할만한 격차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것을 알게 되는데 수십 년이 걸렸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는 가난한 나라에서 소아마비, 말라리아, 홍역, 폐렴, 황열병과 같은 이미 치료제가 개발된 병으로 수백만의 아이들이 죽어가는 현실에 충격을 받았다며 “그 아이들이 그렇게 허무하게 죽어간 이유는 단지 그들의 엄마 아빠가 시장에서 아무런 힘도 없었기 때문”이라고 현실을 개탄했습니다. 그는 “우리가 좀 더 창의적인 자본주의를 발전시킨다면 가난한 이들을 위해 시장의 힘이 좀 더 잘 작동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역설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물었습니다. “하버드 가족 여러분, 여기 졸업식장에 있는 이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지적으로 뛰어난 인재들의 집합체입니다. 그런데...무엇 때문에 와 있습니까?” 그 순간 심장이 날카로운 뭔가에 찔리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는 “많은 혜택을 받은 사람은 많은 기대도 받는다”며 “우리가 받은 재능과 특전, 기회를 생각할 때 세상이 우리에게 아무리 요구하더라도 지나침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가 올라갔습니다. “활동가가 되십시오. 커다란 불평등과 맞서십시오. 그것은 여러분들 삶에서 가장 훌륭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그는 이렇게 축사를 끝맺었습니다. “나는 30년 후 당신이 직업적 성취뿐만 아니라 세상의 가장 깊은 불평등과 어떻게 맞서 싸웠는지를 돌아보면서 스스로의 삶을 평가하기를 바랍니다.”


빌 게이츠의 연설은 이후 제 마음 깊숙이 박혀 있습니다. 제가 힘들거나 마음이 흔들릴 때, 제가 인생의 먼 길을 제대로 가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 항상 이 연설문을 꺼내 읽어봅니다.

어젯밤에도 저는 이 글을 꺼내 읽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오세훈 시장을 생각했습니다. 그도 최근에 불평등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민주당 등 야권의 의무급식 지원에 대해 오시장은 ‘무차별적 복지’ ‘부자급식’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가난한 서민들에게 지원해야 할 돈으로 부자들에게까지 지원해야 하니 실제로는 ‘불평등’을 키우는 정책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며칠 전에는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하더니, 급기야 어제는 이처럼 무차별적인 복지를 시행하면 소득세와 법인세를 30%까지 더 걷어야 할 것이라고 일반 시민들을 겁주기도 했습니다. 정말 그의 수사만 보면 의무급식 지원에서 생겨나는 불평등에 대한 그의 우려가 매우 큰 모양입니다.


하지만 그의 걱정이 제게는 잘 와 닿지 않습니다. 제가 어제 ‘손석희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일반적으로 포퓰리즘이라고 하면 국가 전체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데, 대중영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행태를 말합니다. 그런데 700억원으로 우리 아이들 골고루 밥 좀 잘 먹이자는 정책이 뭐 그렇게 큰 문제가 되는 정책인지 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의무급식 지원의 정책적 효과를 생각해보면 당장 우리 아이들의 위화감과 정서적 상처도 줄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제 트위터에는 지방에서 교사로 계신 분이 아이들의 3분의 1만 급식지원을 받는데, 일부 부모들이 아이가 낙인 찍힐까봐 급식지원 신청을 하지 않는다고 소식을 전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친환경 식단으로 우리 아이들 건강을 지켜서 장기적으로 각종 성인병 예방해서 미래의 의료비용, 즉 복지비용 지출을 줄일 수 있습니다. 건강이 나빠진 뒤 치료하는 비용보다 우리 아이들을 처음부터 건강하게 키우는 것이 길게 보면 의료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임은 더 말할 나위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의무급식을 잘 운용하면 오시장이 걱정하는 과도한 복지 지출이 추후 발생할 소지를 오히려 현저히 줄일 수 있습니다. 미국 정치권이 거의 여야 만장일치로 사상최악의 재정상황 속에서도 점심 급식 확대 지원안을 통과시킨 것도 바로 그런 취지 때문입니다.


물론, 당장 의무급식을 일률적으로 실시하자면 부담되는 지자체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런 지역들도 서울시보다는 급식 지원을 지금 더 많이 하고 있습니다. 연간 20조원이 넘는 재정을 쓰는 서울시 정도는 700억원 정도의 의무급식 지원비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오시장께서는 이걸 복지 망국병으로 가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 것처럼 말씀하고 계십니다.


지금 국내에서는 다수 국민들이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을 비롯해 토건, 부동산 부양책에 수백조원씩 공공부문에서 끌어 쓰고 있습니다. 주로 부유층이 혜택 받는 감세정책에 88조원을 쓰고 있습니다. 이게 다 미래 우리 아이들한테 쓰일 소중한 돈을 빚으로 끌어당겨 쓰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돈들의 혜택은 대부분 부유층과 대기업, 부동산 부자, 그리고 2000년대 내내 부동산 거품을 일으켜 고분양가로 국민들을 허덕이게 했다가 경제위기를 초래한 건설업계와 저축은행 등에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실제로 2009년 이후 고소득층의  세 부담은 현저히 줄고 저소득층의 세 부담은 30~40% 이상 늘고 있습니다. 오시장이 진심으로 불평등에 대해 걱정하신다면 왜 의무급식 지원 예산보다 수백, 수천 배 더 거대한 불평등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는지 의문입니다. 


더구나 오시장이 700억원의 예산에서 온갖 무리한 과장과 억측을 더해 ‘망국병’으로 부풀리기 이전에 현 정부의 무리한 감세정책과 세계 최대 규모의 공공부채를 동원한 부양책으로 당장 국가 재정 기반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이미 빚더미에 올라 있습니다. 미래에 닥칠 재정 부담에 대해서는 온갖 상상력을 동원해 그렇게 앞서가는 걱정을 하시는 분이 당장 눈 앞에 벌어지는 ‘빚잔치’에는 침묵하는지도 의문입니다.


물론 복지라는 것이 무조건 돈을 많이 쓴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국민들의 세 부담이나 생산경제에 대한 위축효과 등을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추진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입니다. 저도 한국 경제의 경제나 재정 상황에 비춰 과도한 복지정책을 지지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사회복지지출이 OECD 평균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2008년 말 당시 사회복지사로 일하던 제 처와 함께 며칠간 경기도 고양시의 기초생활대상자들을 돌아본 적이 있습니다. 제 처 얘기를 듣고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한국의 열악한 복지 현실에 마음이 찢어지는 듯 했습니다. 생활도우미가 절실히 필요하지만 도움을 받지 못해 변도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장애인, 매일 끼니를 라면으로 때우고 전기요와 홑이불 몇 개에 의지해 겨울을 나던 60대 노인, 컨테이너 박스에서 노환에 시달리며 한 달 생활비 30만원으로 겨우 살아가던 독거노인, 차상위 계층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이 끊기면서 약값 부담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르던 할머니...


그런데 아내와 동료 사회복지사 한 명의 급료를 포함해 80여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복지사업에 배정된 1년 예산은 겨우 1억원. 제 처는 예산이 조금만 더 있어도 정말 많은 일을 할 수 있겠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런데 그 해 말 정부는 경제위기 극복과 서민경기 부양을 명목으로 각종 토건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조기 예산 집행에 나섰습니다. 당시 여당 소속 시장이 있던 고양시도 비슷하게 움직였습니다. 그러면서 제 처가 담당하던 거점센터에 지원하기로 했던 예산은 당초보다 3000만원 깎이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올해 서울시도 똑같은 식으로 복지예산을 편성했습니다. 우선, 서울시의 경우 기초생활수급자 등 생계급여지원 대상자가 2009년 21만720명에서 22만1852명으로 5.3% 가량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해당 예산은 2009년 5292억 원에서 2010년 4759억여 원으로 533억여 원 줄어들었습니다. 또 기초생활수급자 및 특례수급자 진료비 지원도 대상자가 2009년 22만330명에서 올해 22만9916명으로 4.4%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예산은 오히려 6439억여 원에서 6085억 원으로 354억여 원 줄어들었습니다.


또 2009년 414억여 원을 투입해 실시됐던 한시생계보호 사업을 종료한 영향 등으로 긴급복지지원 예산은 지난해 1076억여 원에서 264억 원으로 813억 원 가량 줄었습니다. 또 노인생활시설 운영 및 지원비는 99억 원, 저소득노인 급식지원 32억 원, 노인일자리 사업지원 249억 원, 노인종합복지관 운영비 지원 23억 원, 장애인취업 통합서비스 34억 원, 아동복지시설 운영비 182억 원, 소년소녀가정 및 저소득층 아동지원 25억 원, 부랑인·노숙인 보호 및 자활지원 83억여 원, 지역치매센터 운영 130억 원, 저소득층 희귀난치성 유전질환자 지원 20억 원, 저소득층 가사·간병서비스 바우처 지원비 36.6억 원, 식품의약품 안전성검사 예산 114.8억 원 등이 줄어들었습니다.


저소득층과 취약층을 위한 복지 서비스가 대폭 위축된 것입니다. 오시장께서는 지금은 ‘복지 망국병’을 말씀하시지만 지난 지방선거 기간중에는 4년 내내 복지에 미쳐 있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서울시는 또 2011년 예산안에서도 사상 최대 복지 예산 편성했다고 자랑하지만, 지금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급속한 고령화 추세에 따라 의무적 복지 지출만으로도 매년 사상 최대를 기록하기 마련입니다. 실제로 서울시의 구체적 예산 편성 내역을 보면 오시장은 복지에 미쳐 있었던 것이 아니라 너무나 차분하고 냉정했습니다.

 

교육지출은 또 어떻습니까? 세계경제포럼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의 재정지출은 GDP 대비 조사 대상 127개국 가운데 71등 수준입니다. 이 같은 현실은 서울시의 교육 지원 예산만 봐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올해 경우 서울시의 교육지원 예산은 260억원입니다. 서울시 예산액의 0.1%가 겨우 넘는 규모입니다. 그나마 올해 지방선거에서 의무급식 등이 이슈가 되니 3무학교 사업이나 교육 예산을 들고 나오면서 내년 예산에서 크게 늘린다는 게 1445억원입니다. 그런데 이래봤자 전체 서울시 예산의 1%도 안 되는 것입니다. 고무적이지만 오시장께서 스스로 재선 직후에 교육 관련 지원 예산을 1조원까지 늘리겠다고 하셨으니 그 약속을 좀 더 적극적으로 실천하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저는 의무급식 지원뿐만 아니라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3무학교 사업의 취지도 찬성합니다. 우리 아이들 학습 준비물 지원하고, 아이들 폭행을 막고 안전을 도모하고, 뒤쳐진 학습을 도와주겠다는데 크게 반대할 사람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마찬가지로 우리 아이들 좀 친환경적이고 건강에 좋은 균형 잡힌 식단을 제공해 건강하게 하면서 사회적 위화감도 줄이자는 의무급식 지원을 반대할 사람 또한 얼마나 많겠습니까. 의무급식이든 3무학교 사업이든 우리 아이들 모두에게 혜택 돌아가는 사업은 당분간은 좀 더 적극적으로 하자는 게 제 생각입니다.


대신 오시장께서 시야를 좀 넓혀서 불요불급한 개발, 토건사업 비중 좀 줄여야 합니다. 오시장께서 복지포퓰리즘을 말씀하시는데, 지금 국내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개발 포퓰리즘입니다. 차도 안 다니는 도로, 시민들이 사용도 못하는 각종 종합운동장, 이용객이 없는 지방공항들, 시민들 빚으로 지어지는 초호화 청사들이 무더기로 전국 각지에서 지어지고 있습니다. 이게 지금 여든 야든,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지금까지 계속 돼왔습니다. 여기에 매년 수십조원씩 예산이 낭비되고 있는데 이런 게 더 큰 문제입니다.


그리고 당장 서울시만 해도 문화니, 디자인이니 하는 포장을 했지만 사실상 하드웨어형 사업이 넘쳐납니다. 한강 르네상스에 5400억원, 서울 서남권 유권자들 표심 얻겠다고 오시장이 추진한 서남권 개발 프로젝트도 수천억원이 들어갑니다. 그 밖에 남산 르네상스, 한강 예술섬 사업 등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이 모든 게 개발형 사업들입니다. 물론 이 가운데 필요한 사업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너무 많고 과도합니다.



같은 공사를 발주해도 건설업체들에게 그냥 마구 퍼주는 사업들이 정말 많습니다. 재벌건설업체들이 가격 담합해서 공사비를 부풀리는 턴키사업들이 대표적입니다. 지하철 7호선, 9호선 건설 사업 등이 턴키사업으로 발주된 가운데 가격 담합이 이뤄져 공사비가 막대하게 낭비돼 지하철이 막대한 적자에 시달리는 것입니다. 가든파이브를 1조원에 할 수 있는 것을 1조3천억에 공사했고, 청계천도 3000억에 할 것을 약 4000억원을 투입했습니다. 이런 턴키사업들이 서울시 전체로 매년 1조원대 넘습니다. 그런데 입찰업체간 가격 경쟁만 유도하면 얼마든지 예산을 아낄 수 있습니다. 제가 서울시 재직할 때 건설업체간 담합을 분쇄해서 지하철 9호선 2단계 발주에서 약 1000억원을 아꼈습니다. 제가 이걸 오시장께 보고했기에 오시장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시 과거로 회귀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저는 최근 상당히 긴 인연을 가져왔던 오세훈 서울시장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저도 사람이라 상당히 긴 인연을 이어온 그를 비판하는 게 매우 괴롭습니다. 하지만 국가의 진로에 큰 영향을 주는 중책을 짊어진 사람이 올바른 길을 걷지 못할 때 그 사람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것은 지식인의 책무이자 시민의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대의를 위해 사사로운 인연을 접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빌 게이츠가 제게 준 가르침대로 커다란 불평등과 맞서기로 했습니다. 저는 오시장의 불평등 주장이야말로 오히려 이 사회의 거대한 기득권에 영합하는 발언이자 제가 맞서 싸워야 할 커다란 불평등의 일부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빌 게이츠도 불평등을 말하고, 오세훈 시장도 불평등을 말합니다. 하지만 빌 게이츠의 말에서 저는 진정성과 감동을 느끼는 데 반해 오시장의 발언에서는 탐욕과 정치적 계산만을 느낍니다. 빌 게이츠의 말은 제 가슴에 박혀 인생의 지침이 되고 있는데 반해 오시장의 발언은 한 때라도 그를 도왔던 데 대한 자괴감으로 제 가슴을 후벼파고 있습니다.


오세훈시장은 그동안 늘 시민의 입장에서 시정을 펴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시민의 입장을 버리고 권력에 굶주린 사람으로 변해가니 온갖 무리수를 남발하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오시장이 정치적 욕심을 버리고 시민의 입장으로 돌아가기를 충심으로 바랍니다. 그리고 “30년 후 당신이 세상의 가장 깊은 불평등과 어떻게 맞서 싸웠는지를 돌아보면서 스스로의 삶을 평가하기를 바란다”고 한 빌 게이츠의 말을 오시장도 새겨줄 것을 바랍니다. 저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제가 취했던 행동을 30년 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오시장도 그럴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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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12. 8. 12:46

오늘 손석희 시선집중에 출연해 최근 오시장의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발언으로 촉발된 의무급식 논란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아무래도 시간이 짧아 준비한 내용을 모두 말씀드리지 못했는데, 준비한 내용을 다듬어 소개해 드립니다. 참고해 보십시오.

 

 

1. 시의회의 무상급식 조례안 통과에 대해 오세훈 시장이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 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먼저 전제를 하고 싶은 게 있는데, 여야 정파적 입장 떠나 서울시 재정상황을 잘 아는 전문가적 입장에서 말씀드립니다.


우선, 포퓰리즘이라고 하면 국가 전체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데, 대중영합적으로 정책을 추진한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700억원으로 우리 아이들 골고루 밥 좀 잘 먹이자는 정책이 뭐 그렇게 큰 문제가 되는 정책인지 의문. 정책의 효과를 생각해보면 당장 아이들간의 위화감과 정서적 상처도 줄일 수 있고요. 친환경 식단으로 우리 아이들 건강을 지켜서 장기적으로 각종 성인병 예방해서 미래의 의료비용, 즉 복지비용 지출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충분히 합리성이 있는 정책입니다. 물론, 당장 의무급식을 일률적으로 실시하자면 부담되는 지자체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런 지역들도 서울시보다는 급식 지원을 지금 더 많이 하거든요. 어쨌든, 제가 볼 때 서울시 정도는 의무급식 지원비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오시장께서는 이걸 복지 망국병으로 가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 것처럼 말씀하시는데 너무 과도한 인식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다수 국민들이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을 비롯해 토건, 부동산 부양책에 수백조원씩 공공부문에서 끌어 쓰고. 부유층 주로 혜택 받는 감세정책에 88조를 쓰고 있습니다. 이게 다 미래 우리 아이들한테 쓰일 소중한 돈을 빚으로 끌어쓰고 있는 것이고 이게 당장 국가 전반의 재정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세훈 시장이 단 한 번도 이를 두고 심각하게 걱정하는 발언을 하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한테 겨우 그런 돈들의 수백, 수천분의 1에 불과한 돈을 쓴다고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라하면 너무 균형감 없는 표현입니다. 그런 면에서 오시장이 이 문제를 정책적으로 따지기보다는 이념적 공방으로 몰고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물론 복지라는 것이 무조건 돈을 많이 쓴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국민들의 세 부담이나 생산경제에 대한 위축효과 등을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추진하는 것은 문제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사회복지지출이 OECD 평균의 3분의 1이고, 교육지출은 세계 127개국 가운데 71등 수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시장의 걱정은 앞서가도 너무 앞서가는 기우입니다.


그리고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정당이 공약을 내걸고 다수 유권자가 지지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책임정치의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그걸 포퓰리즘이라고 하면 그 정책을 지지하는 시민들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오히려 그렇게 표현하는 오시장이야말로 대의제 민주주의의 본질을 잘못 이해하시고 철저히 엘리트주의에 빠져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2. 흔히 복지 이야기가 나오면 선진국 사례를 많이 참고하고 있지 않나. 다른 나라들은 무상급식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 궁금한데?



일단 서울시가 OECD 국가들 전수 조사를 해서 극소수의 복지국가만이 의무급식을 하고 있는 것처럼 표현한 것은 문제다. OECD 국가간 비교자료는 OECD Education at a glance라는 자료가 있는데, 여기에는 국가별로 급식 행태나 예산 지원 수준을 보여주는 자료는 없다.


서울시도 거론한대로 스웨덴, 핀란드 등 유럽 국가들 중 상당수가 고교까지 전면 의무급식을 하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잘 사는 복지국가니까 그렇다고 이야기하는데, 이 나라들이 이런 제도를 도입한 것은 2차 세계대전 직후다.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서도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국가의 기본 의무로 생각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지금 그 나라들이 지금 못 살고 있습니까. 복지 수준도 높고 경제도 우리보다 여러모로 앞선 나라들이거든요.


복지 수준에서 제일 떨어지는 게 미국입니다. 미국은 주별로 상황이 많이 다르지만 전반적으로는 전체 학생의 60%까지 급식 지원한다. 더구나 사상 최악의 경제난, 재정난을 겪는 가운데도 미국은 여야가 만장일치에 가까운 합의로 45억 달러 점심 급식 확대 지원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아이들의 질 높은 급식을 통해 굶주림과 비만을 줄이면 향후 의료비용 줄일 수 있다는 취지이거든요. 이렇게 재정상황이 어려운데도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보고 하는 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라마다 제도 등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 하는 것을 참고로 하되, 그 나라 자체적으로 재정 투입 비용 대비 효과가 크다고 보면, 유권자 동의를 얻어 얼마든지 추진할 수 있는 것이다. 



3. 오시장은 ‘어려운 아이들에게 가야 할 교육, 복지예산을 부자에게 주는 불평등 무상급식이다’ 라고 주장했다. 서울시에서는 무상급식을 하게 될 경우 다른 복지예산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오시장께서 좀 통 크게 보셨으면 하는데요. 교육예산을 처음부터 너무 적게 잡아 놓고 그 예산 안에서 의무급식하면 다른 교육예산이나 복지예산이 줄어든다고 말한다. 그건 제가 볼 때 서울시 교육국장 입장이라면 그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제한된 교육 관련 예산 안에서 우선순위를 따져야 하거든요. 하지만 서울시장은 좀 더 큰 틀에서 재정을 제대로 배정하고 있는지 먼저 따져야 합니다. 처음부터 교육예산을 적게 잡아놓고, 의무급식 예산 배정하면 쓸 게 없다라는 식의 주장은 시민들이 납득하기 어렵죠.


서울시 예산을 대략 20조로 잡으면 그 중에 5조 정도는 시교육청이나 기초 지자체에 법적으로 지원하는 예산이다. 서울시가 자체 재량으로 쓸 수 있는 게 약 15조 정도 된다. 그 가운데 약 10조원 가량이 각종 토건사업 등 하드웨어 예산이고. 이게 사실 오세훈시장이 취임할 때 “전임 이명박시장이 하드웨어는 많이 채웠으니, 소프트웨어에 치중하겠다”고 하셨는데, 예산상으로는 거의 바뀐 게 없거든요. 나머지 5조가 남는데, 그 중에 복지예산이 명목상으로는 4조 정도 된다. 하지만 복지예산도 대부분 법에 따라 의무지출하는 것이다.


오히려 올해 경우에 서울시가 재량에 따라 쓸 수 있는 복지예산은 오히려 수천억원 줄었다. 기초생활수급자 진료비 지원, 노인생활시설 운영, 저소득노인 급식지원, 노인종합복지관 운영, 아동복지시설 운영비, 소년소녀가정, 저소득층 아동지원 수십, 수백억씩 감축. 오시장께서 임기 동안 복지에 미쳐 있었다고 하시는데, 예산상으로는 전혀 미쳐 계신 게 아니고 굉장히 냉정하셨다.


교육예산은 한참 더 심각해서 올해 경우 260억원. 서울시 예산액의 0.1% 겨우 넘는 예산. 그나마 올해 지방선거에서 의무급식 등이 이슈가 되니 3무학교 사업이나 교육 예산을 들고 나오면서 내년 예산에서 크게 늘린다는 게 1445억이다. 그런데 이래봤자 전체 서울시 예산의 1%도 안 되는 것이다. 고무적이지만 오시장께서 스스로 재선 직후에 교육 관련 지원 예산을 1조원까지 늘리겠다고 하셨으니 그 약속을 좀더 적극적으로 실천하시길.




4. 3무학교 사업에는 찬성하나.


취지에는 찬성한다. 우리 아이들 학습 준비물 지원하고, 아이들 폭행을 막고 안전을 도모하고, 학습 도와주겠다는데 반대할 사람 어디 있나. 마찬가지로 우리 아이들 좀 친환경적이고 건강에 좋은 균형 잡힌 식단을 제공해 건강하게 하면서 사회적 위화감도 줄이자는 것인데 그걸 반대할 사람이 또 얼마나 많나. 실제로 여론조사해보면 82%가 지지. 의무급식이든 3무학교 사업이든 우리 아이들 모두에게 혜택 돌아가는 사업은 당분간은 좀 더 적극적으로 하자. 대신 오시장께서 시야를 좀 넓혀서 불요불급한 개발, 토건사업 비중 좀 줄이자.


여러분들도 한 번 생각해보시라. 우리가 의무급식을 먼저 해야 할지, 3무학교 사업을 먼저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많이 엇갈릴 것. 하지만 이미 건설업체들에게 잔뜩 퍼주고 있고, 예산 낭비까지 심한 토건사업을 좀 더 할지, 낭비되는 예산을 절감해서 3무학교사업에 더해 의무급식까지 할지를 생각해보십시오. 많은 분들이 선택하시는 답은 정해져 있을 겁니다. 오시장께서는 서울시 교육국장이 아니고 서울시장이기 때문에 좀 더 전체적으로 서울시 재정을 크게 보고 의무급식까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5. 그렇다면 서울시의 재정운용중 예산을 절감해야 할 부분은 어디라고 생각하는가.


사실 오시장께서 복지포퓰리즘 말씀하시는데, 지금 국내에서 문제는 개발 포퓰리즘. 차도 안 다니는 도로, 시민들이 사용도 못하는 각종 종합운동장, 이용객이 없는 지방공항들, 시민들 빚으로 지어지는 초호화 청사들이 무더기로 전국 각지에서 지어지고 있다. 이게 지금 여든 야든,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지금까지 계속 돼왔다. 여기에 매년 수십조원씩 예산이 낭비되고 있는데 이런 게 더 문제다.


그리고 당장 서울시만 해도 문화니, 디자인이니 하는 포장을 했지만 사실상 하드웨어형 사업이 넘쳐난다. 한강 르네상스에 5400억원, 그 다음에 서울 서남권 유권자들 표심 얻겠다고 추진한 서남권 개발 프로젝트도 수천억. 그 밖에 남산 르네상스, 한강 예술섬 사업 등 이 모든 게 개발형 사업이다. 이 각각의 사업에는 이미 수천억씩 들어갔습니다. 물론 이 가운데 필요한 사업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너무 많고 과도하다. 이런 과정에서 지금 서울시 산하 개발공기업의 부채가 거의 20조원 가까이까지 늘어났다. 오시장께서 창의경제를 부르짖으시는데, 창의성을 발휘하는 주체는 사람입니다. 좀 더 창의경제에 부합하도록 사람에게 좀 많이 써야 하는데, 콘크리트에 퍼붓는 사업이 너무 많다. 이걸 좀 줄여야 합니다.


같은 공사를 발주해도 건설업체들에게 그냥 마구 퍼주는 사업들이 정말 많다. 재벌건설업체들이 가격 담합해서 공사비를 부풀리는 턴키사업들이 대표적이다. 지하철 7호선, 9호선 2단계 연장구간 이런 게 턴키로 해서 공사비 엄청 들어가서 지하철 적자에 시달리는 것이다. 가든파이브 1조에 할 수 있는 것 1조3천억에 했고, 청계천도 3000억에 할 것 4000억에 했다. 은평뉴타운 턴키사업으로 오시장 임기 초기에 고분양가 논란을 빚은 이유도 이런 공사비 때문이다. 이런 턴키사업들이 서울시 전체로 매년 1조원대 넘습니다. 그런데 이거 업체간 가격 경쟁만 유도하면 얼마든지 아낄 수 있다. 제가 서울시 재직할 때 건설업체간 담합 분쇄해서 지하철 9호선 2단계에서 1000억원 아꼈고, 제가 이걸 오시장께 보고했기에 오시장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뒤로 과거로 회귀했죠. 이런데서 좀 더 적극적으로 줄이면 얼마든지 더 교육예산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런데 오시장께서 너무 속 좁게 보시는 것 같다. 제발 큰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면 좀 더 통 크게 보시길 바란다.


 

 

선대인 트위터 http://twitter.com/kennedian3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경제구조를 만들기 위한 더 깊이 있는 토론과 정보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 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12. 7. 08:38

 

 

어제 제가 트위터상에서 트윗한 글들이 불러온 파장에 사실 얼떨떨합니다. 트위터에서는 어느 정도 화제가 될 거라 생각했지만, 여러 언론에서 기사화되고 포털까지 걸리게 될 줄은 생각 못했습니다. 하지만 어제 트윗 내용이 시민들이 알아야 할 내용이라 생각하기에 후회는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걱정은 저희 연구소입니다. 저희 연구소는 '정직한 지식의 생산기관'을 자임하는 경제전문 연구소입니다. 오시장에 대한 제 트윗 내용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관한 것이어서 혹시 저희 연구소가 정치적으로 오해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http://bit.ly/hR44lu 혹시 못 읽어보신 분들은 오마이뉴스에 제가 기고한 글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트위터에 올린 글은 아무래도 제 뜻을 충분히 전하기 어려운데, 서울시 재정상태와 의무급식 지원 문제에 대한 제 의견을 정리했습니다

 

제가 어제 오시장에 대한 적나라한 트윗을 하게 된 계기는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그의 발언 때문이었습니다. 서울시 재정 배분에 관한 문제를 이념적 공방으로 몰고가려는 의도가 읽혔기 때문입니다.

 

정말 우리가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을 운운할 정도 수준이기나 한 건가? OECD 국가간 공공사회복지지출(public social expenditure)라는 지표를 보면 한국은 OECD 평균의 3분의 1 수준. OECD 최하수준입니다.

 

반면 전산업의 부가가치 총액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습니다. 우리가 70~80년대 개발연대에 사는 것도 아닌데, 여전히 토건산업의 비중이 매우 과다한, 즉 토건에 너무 많은 자원을 배분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부를만한 수준의 과도한 복지정책을 시행한 적이 없습니다. 물론, 구체적인 정책 결정과 집행 과정에서 선심성 의도로 잘못 만들어진 일부 복지정책이 있을 수 있습니다만, 전체적인 복지수준은 여전히 매우 열악합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포퓰리즘은 복지 포퓰리즘이 아니라 개발 포퓰리즘, 토건 포퓰리즘입니다. 한 해 정부와 지방정부의 공식 SOC 예산은 50조원 전후 수준이지만, 실제 토건 예산은 훨씬 많습니다. 문화, 복지, 교육, 환경 예산으로 포장돼 있을 뿐이어서 사람들이 잘 모를 뿐입니다.

 

예를 들어 국내 도서관과 체육시설, 문예회관, 종합운동장, 각종 복지시설 등은 명목상으로는 문화체육, 교육, 복지, 예산이지만 이들 사업에는 막대하게 부풀려진 시설건립비가 투입됩니다. 하지만 정작 이들 시설을 운영과 프로그램 운영비는 쥐꼬리만하죠.

 

올해 서울시 사업중에도 원지동 추모공원(335억원), 남산공원 재정비(316억원), 한강예술섬 조성(243억원) 사업, 서남권 문화체육컴플렉스 건립(206억원),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파크 건립(701억원), 글로벌클러스터 빌딩 건립(106억원) 등이 모두 그런 사업들입니다.

 

이처럼 실제 토건사업 예산은 훨씬 많습니다. 2010년 서울시 예산에서도 절반 정도 이릅니다. 더구나 예산 부족을 떠들면서도 경제 위기에 대응한다면서 2010년 경우 토건사업예산은 늘리고, 의무적 지출 아닌 재량적 복지 예산은 뭉터기로 깎았습니다.

 

올해 서울시 사업 가운데 기초생활수급자 및 특례수급자 진료비 지원, 긴급복지지원 예산, 노인생활시설 운영, 저소득노인 급식지원, 노인일자리 사업, 노인종합복지관 운영, 장애인취업 통합서비스, 아동복지시설 운영비, 소년소녀가정 및 저소득층 아동지원 등 수십, 수백억씩 감축했습니다.

 

이런 복지예산들 줄여 서민경기 부양한다면서 건설업체들 퍼주는 각종 토건사업 늘렸습니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4대강사업 등 각종 토건사업을 벌이며 하고 있는 작태와도 같습니다. 2006 20조원이던 공공사업 발주액이 2009년에는 50조로 증가했습니다.

 

기존 복지예산도 깎고 건설업체들 퍼주는 예산을 마구 편성하고서 '복지 포퓰리즘'이라니 기가 차지 않습니까. 지난해까지 사회복지사를 했던 아내가 있어서 잘 압니다만, 지금도 단돈 몇 만원이 아쉬운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넘쳐납니다

 

생활도우미가 절실히 필요하지만 도움을 받지 못해 변도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장애인, 매일 끼니를 라면으로 때우고 전기요와 홑이불 몇 개에 의지해 겨울을 나는 60대 노인, 컨테이너 박스에서 노환에 시달리며 한달 생활비 30만원으로 사는 독거노인 등등

 

이처럼 한국의 열악한 복지 현실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집니다. 반면 우리 연구소가 있는 고양시는 지금도 가동률 50%에 불과한 킨텍스 옆에 제 2전시장을 짓는다며 3500억원을 씁니다. 고양시 1년 전체 사회복지예산의 1.5배에 이르는 돈입니다. 킨텍스 제 2전시장은 턴키로 발주됐는데,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그냥 먹는 돈만 1000억원 가까이 됩니다.

 

중앙정부를 생각하면 더 기가 막힙니다. 2009년 이후 2년도 안돼 정부 공기업을 통털어 증가한 공공부채가 520조원에 이릅니다. 한 해 GDP총액의 절반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부채. 공공부채가 이만큼 늘었는지 아마 정부도 집계를 못하고 있을 것입니다. 과거 10년 동안 증가한 공공부채보다 더 많은 부채가 한꺼번에 늘어버렸습니다.

 

이 막대한 부채가 국민들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기보다는 온갖 토건 부동산 부양책 등에 탕진되고 있는 것입니다. 서민경기를 부양한다면서 실제로는 온갖 엉터리 막개발 정책에 탕진하고 정작 우리의 힘든 이웃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도 못합니다.

 

이것이 2010년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그런데 복지포퓰리즘이라고요? 오히려 개발포퓰리즘입니다. 전국 각지에 쓰지도 않는 유령 지방공항이 넘쳐나고, 늘 예상 통행량보다 턱없이 적은 도로들이 계속 건설되고, 뉴타운사업이 남발되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서울시도 사례를 들어볼까요? 오시장도 취약한 자신의 당내 입지 보완한다며 2008년 개발 마인드로 무장한 한나라당 당협위원장을 정무조정실장으로 끌어들였죠. 그 뒤 나온 것이 '서남권 개발 프로젝트'. 상대적으로 개발 낙후된 서울 서남권 주민들을 겨냥한 선심성 개발정책이었죠

 

오시장 스스로가 서남권 개발프로젝트 추진계획 보고자리에서 서남권 지역 주민들에게 '엄청난 정치적 선물인데, (뉴타운과 같은) 기존 사업과 많이 달라 잘 모를 수 있으니 홍보 잘 하라"고 했죠. 이런 수천억짜리 선심성 정책이야말로 개발 포퓰리즘의 전형 아닌가요? 자신의 개발 포퓰리즘은 포퓰리즘이 아니고 시민들 절대 다수가 찬성하는, 우리 아이들 골고루 밥 좀 먹이자는 게 복지 포퓰리즘인가요?

 

이처럼 온갖 개발 포퓰리즘으로 국민들의 소중한 혈세를 외환위기 이후 세 배 이상 비대해진 건설업계에 퍼주며 예산을 탕진하고 기존 복지예산도 깎고 있으면서 무슨 '복지 포퓰리즘'입니까. 현실인식에서 최소한의 균형감각도 상실한 망발이 아닐 수 없죠.

 

결국 오시장이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한 것은 의무급식에 대한 지지가 높자 자신의 3무학교 사업으로 물타기하는 한편 이념적 공방으로 몰고가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순위에 대한 생각 다른 것까지는 좋은데, 이념공방으로 몰고가는 것은 정말 치졸한 수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떤 정책에 대해 재정 배분이 적절한지에 대해 논의하고 그것이 합의가 안돼 정해진 정치적 결정 규칙에 따라 결정됐다면, 일정한 수준에서 수용하는 게 우리가 현재 채택하고 있는 민주주의 아닌가요? 그런데 수세에 몰린 정치적 입지 만회하고, 한나라당 지지층 결집을 위해 이념 공방으로 몰고가는 것이 '한때 개혁파' 오세훈의 선택인가요?

 

사실 터무니없는 재정 남발에 대해 말씀드렸지만 과세형평성 문제도 정말 심각합니다. 우선, 국내 자산경제 규모는 약 7500조원 규모로 GDP로 대표되는 생산경제 1064조원의 7배 규모. 그런데 자산경제에 걷는 세금은 전체 조세수입의 17.8% 불과합니다.

 

땀 흘려 일하는 생산경제 영역에 주식, 부동산 등 자산경제 영역보다 단위당 서른 배 이상 과중한 세금을 매기면서 무슨 '공정사회' 운운이란 말인가요? 또한 특검 조사에서만 45000억원의 비자금을 밝혀내고도 상속세 한 푼 안내는 이건희씨를 비롯해 한화, CJ, C&우방, 태광그룹 등이 수백, 수천억원대 비자금 관리하면서 탈세하는 동안 국세청과 금융감독원과 검찰들은 도대체 뭘 했단 말입니까? 유럽 재정위기 진원인 PIIGS 국가들보다 더 큰 지하경제가 존재하는 나라가 '공정사회' '공정과세'가 가능하겠습니까?

 

부자감세는 어떤까요? 현 정부가 실시한 감세정책 규모는 OECD 3위 규모로 경제위기 진원지도 아닌 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 87조원). 부유층과 불로소득에 제대로 과세도 안하고, 탈세를 처벌도 안하면서 엄청난 감세를 해주는 나라입니다.

 

감세할 만한 처지나 되나요? 실효 법인세율은 OECD 하위권으로 30% 후반대인 경제대국 미국, 일본의 절반 이하 수준. 그런데 맨날 홍콩, 싱가폴 등 외자를 유치해야 먹고 사는 일부 도시형 국가 비교하면서 국내 법인세율 높다고 감세 땡깡 부리죠

 

결국 돈과 권력 가진 사람들이 제대로 세금도 안 내면서도 각종 토건사업과 감세, 고환율 지지 등으로 엄청나게 배 불리는 형국입니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무임승차 문제가 심각하다고 했지만, 진짜 이 사회의 파렴치한 무임승차자들은 바로 이들입니다. 비유하자면, 동창회비를 제대로 내지도 않는 사람들이 동창회 회장, 총무를 맡아 자신들 좋은 일에 흥청망청 동창회비를 쓰는 격입니다. 국내에 복지 포퓰리즘이 있다면 '재벌 복지 포퓰리즘'일 뿐 남미형 포퓰리즘은 큰 틀에서 없습니다.

 

하지만 향후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각종 복지수요가 급증하게 됩니다. 어디에선가 재원을 마련해야 합니다. 하지만 가뜩이나 급속한 고령화로 경제위축 효과가 커지고, 글로벌 경쟁압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생산경제에 계속 과세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일부 진보세력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사회복지세를 신설하면, 가뜩이나 세원이 드러난 생산경제 종사자들의 세금 부담이 더 커집니다.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결국 자산경제에 제대로 과세하고 탈세를 막고 세원을 투명하게 드러내야 합니다. 탈세 막고 자산경제에 대한 공정과세 구조만 확립해도 50조원 추가 확보 가능합니다. 또 각종 불요불급한 토건사업 등을 줄이고 각종 잘못된 정책과 제도를 개혁하면 매년 50조원 이상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그 재원으로 일반 가계의 세부담 늘리지 않으면서도 얼마든지 삶의질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 밥 먹이는 일쯤은 껌값 쓰듯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시 좀더  정리된 글로 올리겠습니다. 다만, 막대한 세금을 엉뚱한 곳에 탕진하면서 아이들 밥 먹이는 돈 700억 아깝다고 '복지 포퓰리즘' 운운하는 사람은 서울시장 자격 없습니다. 그런 사람, 그런 정치세력은 시민들의 힘으로 용서하지 말아야 합니다. 모두 좋은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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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경제구조를 만들기 위한 더 깊이 있는 토론과 정보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 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12. 4. 10:28

미국 의회, 심각한 경제난/재정난 속에서도 여야 합의로 45억달러에 이르는 점심 급식 예산 통과. 서울시 좀 배우길

 

Congress Approves Child Nutrition Bill  http://nyti.ms/hzkk7f

 

미국 상원에서는 만장일치로 점심급식 지원 법안 통과시켰고, 하원에서는 일부 민주당원이 반대했는데 그 이유가 45조달러 예산의 절반을 기존 푸드 스탬프 지원예산에서 충당한다고. 오바마대통령이 법안 발효 전 다른 예산에서 충당토록 하겠다고 해 통과

 

미국 점심급식 법안은 아이들 굶주림과 함께 비만 줄이기 위해 더 많은 야채와 과일 제공. 영부인 미셀 오바마가 사실상 로비한 법안인데 여야 모두 지지. 현 정부와 한나라당, 서울시 미국에서 좀 보고 배우길. 아이들 밥 먹이는 돈이 그렇게 아까운지.

 

서울시 2011년 예산액이 20.6조원. 이 가운데 서울시교육청이 요청한 급식지원예산은 700억원 수준. 20.6조원 가운데 각종 토건형 개발/시설사업 예산은 줄잡아 10조원 넘을 것.

 

2007년 하반기 서울시 재직 시절 필자가 오시장 단독 면담했을 때 오시장 "서울시 들어와 보니 돈은 많더라". 또한 지하철 9호선 2단계 사업 예산 4500억에서 필자가 직접 1000억 절감 입증. 그런데 우리 아이들 급식 지원 예산 없다고?

 

여기서 상론할 수는 없지만 4대강 사업 등에 수십 조원의 예산을 퍼붓고 2009년 이후 정부 공공부문에서 모두 520조원의 공공부채를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우리 초등학교 아이들 밥 먹이는 문제로 이렇게 아귀다툼을 해야 하는 상황이 한심

 

재벌건설업체들에게는 수조원씩 펑펑 퍼주고 부동산 거품 떠받치기 위해 수백조원 빚 끌어다 쓰면서 정작 우리 아이들 밥 먹이는 수백억 단위 예산에는 매우 인색한 정치세력들. 파렴치하다 못해 우리 미래세대에게 죄를 짓고 있는 것입니다

 

참고로, 정파적 입장에서 주장하는 것이 아님. 오시장의 3무학교 사업의 취지도 공감. 그가 이런 사업들을 적극적으로 잘 추진하기를 바라지만 의무급식 예산을 ‘부자급식’이라며 한 푼도 지원하지 않겠다는 그의 셈법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잘 사는 집 아이들에게까지 의무적으로 급식을 제공하는 것이 ‘부자급식’이라면 세상에 그렇지 않은 의무교육이 어디 있단 말인가. 대학까지 거의 전액 국가가 등록금을 부담하는 유럽 국가들은 부자들만 교육시키는 국가들인가.

 

당장 오시장이 추진하는 3무학교 사업들의 혜택도 부잣집과 저소득층 자녀가 모두 혜택을 받게 돼 있다. 그런 사업들도 ‘부자학교’ 사업인가. 요지는 서울시의 불요불급한 낭비 예산을 줄이면 오시장의 3무학교사업이든 의무급식이든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오시장은 늘 시민의 입장에서 시정을 펴겠다고 했다. 시민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건설업체에는 펑펑 퍼주면서 우리 아이들 밥 먹이는 예산에는 매우 인색한 자신의 모습이 보일 것이다. 오시장도 알고, 필자도 알지만 서울시에 그 정도 예산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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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12. 3. 09:32

http://media.daum.net/economic/estate/view.html?cateid=100019&newsid=20101201221032095&p=mbn

증권사들 보고서들을 인용해 "자산 거품, 대세하락 모두 현실성 낮다"라는 기사가 떴네요.

우리 연구소포럼 <부동산문제>방에 누가 이 기사를 퍼오면서 의견을 묻길래 제가 답글을 썼다가

아고라에도 소개합니다.

 

일반적으로 증권가 애널리스트들 대다수의 전문성은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그들의 전망 보고서는 증권가에서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각종 자료들의

짜깁기 보고서에 가깝습니다.

저희 연구소처럼 원자료들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분석을 하지 못합니다.

제가 건설이나 부동산쪽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들 여럿 만나 본 적도 있고,

실제로 올초에는 '2011년 집값 바닥론'으로 보도된 보고서 작성자를 만나본 적도 있습니다.

나름대로 자신들이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 제가 몇 마디만 물어보면 금방 꼬리내립니다.

그리고 제 앞에서는 "저희들이야 한 분야를 깊이 들여다 보지도 못하고 뭘 알겠습니까?"라고 얼버무립니다.

 

심지어 한 애널리스트는 "저희야 장사해야 하는데, 건설업계 고꾸라진다는 얘기 어떻게 하겠습니까?"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이른바 '부동산 전문가'로 행세하는 투기선동가들보다는 조금 낫지만,

국내 대다수 애널리스트들은 수준들이 이 정도 수준입니다. 

그 사람들이 내는 보고서 수준은 딱 이 정도에 머물러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참고로, 지난주에 한국투자증권의 리서치포럼이라는 데에서 강연하고 왔습니다.

저는 잘 몰랐는데 증권가에서는 상당히 큰 행사더군요.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들이 주로 참석했는데, 동시간대 강연 중에 제 강연의

참석자가 제일 많았다고 하더군요.

제가 따로 후기를 쓰면 좋은데, 여력이 없어 아래 연합뉴스 기사가 보도한 내용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삼성증권 연구자들이 근거로 댔다는 인구수, 가구수 추이를 볼 때 2020년까지 집값 안 떨어진다는 주장도

제가 얼마 전 '향후 부동산 구매력 지수 어떻게 변할까'라는 아래 링크 건 글에서 논파한 적 있습니다.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25&articleId=369771

 

같은 내용을 한투 강연에서도 설명해줬는데, 다들 고개를 끄덕이는 분위기였습니다.

 

제가 저 잘났다고 떠들려는 게 아닙니다.

다만 일반인들 가운데 증권사 보고서의 수준이나 증권사의 이해관계 등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아 제가 설명드리려 하는 것일 뿐입니다. 오해 없기를 바랍니다.

 

최근의 '집값 바닥론'과 관련해 마음이 흔들리시는 분들은 저희 연구소가 12월 9일 개최하는

내년 경제전망 세미나에 한 번 와보십시오.

제가 쓴 글들을 단편적으로 읽어봐서는 잘 모릅니다.

강연회 같은 데서 일목요연하게 들어보시면 제대로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이번 공개 세미나에서는 2010년대 이후 향후 가구수 변화에 따른

전국 각 지역별 부동산 구매력 지수에 관해서도 자세하게 소개할 예정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저희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저의 한투 강연 소개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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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12. 2. 11:32

요즘 새로운 책을 쓰느라 블로그에는 거의 글을 못 올리고 있습니다.

'글감옥'에 갇혀 사는 느낌입니다. 무리하다 보니 얼마 전에는 몸살에 걸리기도 했습니다.

빨리 원고를 마무리해 '글감옥'에서 풀려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최근 이런저런 '집값 바닥론'을 설파하는 기사들이 꽤 많이 나오는 모양입니다.

참 웃깁니다. 제가 몇 주 전쯤 지적한 바 있지만, 근거 같지도 않은 근거를 가지고

'집값 바닥이다'라고 일부 '부동산 찌라시'들이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군불을 때니 일부 지역에서 매물을 걷어들이고 호가를 올리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그걸 가지고 다시 '봐라! 집값 바닥 아니냐"라고 또 기사를 씁니다.

그런 기사를 쓰는 언론사들도 참 안타깝지만, 그런 기사를 보고

금세 부화뇌동해서 "거 봐라" 하는 분들도 참 안타깝습니다.

그 분들께 대세 흐름에서 무엇이 바뀌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얼마 전 제가 서울경제신문의 터무니없는 허위 기사에 대해

반박하는 글을 썼더니 이것조차 멋대로 해석하는 분들이 많은 모양입니다.

그 신문에서 보도한 것과 같은 내용의 '2012년 부동산 대폭락론'을 얘기한 적이 없다며

왜곡보도를 문제삼았더니 그걸 저의 입장 변화로 읽는 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 끝만 보는 신통방통한 재주를 가지신 분들입니다.

더구나 극히 일부이기는 하겠지만, 제가 책 쓰는데 전념하느라고 요즘 부동산 관련

글을 못 썼더니 '집값이 바닥을 치고 나니 선대인이 입장을 바꾸고 나서

도망가버렸다'는 식의 비방도 나오는 모양입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진심은 통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제 진심을 담아 쓴 글조차도 투기 선동에 이용하거나

제 멋대로 곡해하는 일부 분들을 보면서 허탈한 웃음만 나왔습니다.

진심조차도 통하기 어렵게 오염된 한국의 정보환경도 문제일 테고,

그만큼 부동산 문제로 사람들 마음이 병들었구나 하는 것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병증이기도 하겠지요. 

 

제 입장은 기존의 시각에서 달라진 게 없습니다.

다만 같은 주장을 하더라도 제 주장을 악의적으로 왜곡하거나 단순화하는 

'폭락론자' 프레임을 피하기 위해 그 단어를 가급적 피하고 있을 뿐입니다.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앞으로 전개될 집값 하락 현상을

과도한 집값은 결국 정상화될 수밖에 없다는 '집값 정상화 과정'으로 표현할 뿐입니다.

굳이 바뀌었다면 제 얘기를 새로운 프레임으로 얘기하고자 할 뿐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큰 부동산 거품이 빠지면서 정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아무런 집값 충격이 없을 거라고 상상하긴 어렵습니다.

오히려 이 정부는 공공부채 260조, 금리 인위적 인하, 만기 연장 등으로

거품 빼기를 미루면서 거품을 더욱 키웠을 뿐입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말입니다.

 

한두 달 전까지 'DTI 해제도 약발없다. 추가 대책 내놓으라'고 아우성치던

찌라시들이 이제는 '집값 바닥일 때 빨리 사라'고 거품무는 것을 보면

우습지도 않습니다. 그런 선동이 이제 쉽사리 먹힐만한 상황도 아닙니다.

얼마 전 다녀갔던 SBS 뉴스추적의 PD도 "현장취재를 해보니

그런 보도가 나온다고 해서 이제 사람들이 과거처럼 덥석 집을

사거나 하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고 하더군요.

 

지난해는 제가 많이 경고를 했지만, 이제는 그렇게까지는 안 하려 합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이번에는 일부 찌라시들의 선동으로 일부 지역에서 호가 위주로

일시 반등하는 흐름이 나오더라도 지난해와 같은 정도의 상황은 없을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지난해에는 막대한 공공부채를 동원하고 저금리와 대출만기 연장,

재건축  규제 완화, DTI규제 해제 등을 한꺼번에 동원했는데 7개월 갔습니다.

이제는 그런 수단들은 다 써버렸고, 오히려 아무리 지연시키고 싶어도

그 조치들을 일정하게 걷어들일 수밖에 없는 방향으로 갈 것입니다.

이런 상황인데 집값이 뛰기도 어렵겠지만, 설사 일시적으로

뛴다고 해봐야 얼마나 뛰겠느냐, 하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제가 경고 안 해도 지난해와 같은 집값 반등이 올만한 

수요가 남아있지도 않고, 정부의 카드도 소진됐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충분히 경고할 만큼 했는데, 그래도 휘둘리는

분들이 있다면 어쩔 수 없는 거지요.

온갖 비난과 냉소를 들어가면서도 숱한 경고를 했는데도 그래도 못 알아듣는다면

그 분들 스스로 냉엄한 현실의 강펀치를 맞아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 정도 강펀치를 맞아야 정신이 번쩍 드실 분들은 달리 구제 방법이 없습니다. 

 

두번째는 제가 여러 번 말씀드렸듯이 이제 스스로 부동산 문제의 족쇄에서

서서히 좀 벗어날 때가 됐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이미 당초 예정보다 많이 늦어진 이번 책을 준비하면서도 제가 '부동산에만

너무 빠져 있었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회적으로 제가 그 같은 역할을 부여받았으니 분명히 할 일을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부동산 외에도 이제는 이 사회의 중요한 어젠다들을 더 이상 소홀히할

수 없는 한계에 이르렀다는 것을 많이 느끼게 됐습니다.

 

아마도 한 달 쯤 후에 나오게 될 책은 세금이라는 동창회비는 제대로 안 내는 세력들이

동창회 회장과 총무 등을 맡아 자신들 좋은 일에만 동창회비를 왕창 쓰는 문제에 관해 쓴 책입니다.

김황식 총리가 취임 때 노인들의 무임승차 문제가 심각하다고 얘기했는데,

정말 대한민국의 토대를 근본적으로 갉아먹는 무임승차자들은 따로 있습니다.

 '위험한 경제학'처럼 두 권으로  나올 이 책의 원고 작업을 위해 아직은 몇 주 더 고생해야 할 듯 합니다.

하지만 한 고비는 넘겼기에 이 글을 시작으로 다시 이번주부터 블로그에 글을 올리려 합니다. 

늘 저희 연구소와 포럼을 걱정해주시고 아껴주시는 분들의 든든한 기대와 성원에 힘입어 사는 듯 합니다.

그럴 때마다 많은 분들께 한 없이 감사하는 마음이 되고, 제가 참 복 받은 사람이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좀 더 분발해야겠구나, 다시 다짐하게 됩니다.

 

낙엽은 떨어지고 날씨는 쌀쌀해지고 있습니다. 한 해가 또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이 블로그를 방문하시는 많은 분들 남은 기간 동안 건강에 유념하시고, 한 해를 알차게 마무리하는 시간들 갖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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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11. 22. 08:40

 


 최근 청와대를 비롯, 정치권에서 감세정책 철회 논쟁이 한창이다. 그런데 구체적 내용을 뜯어보면 한심하다. 법인세와 근로소득세의 최고 구간 세율을 예정대로 인하하느니 마느니 하는 수준의 논란에서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9월 세계 경제위기를 핑계로 발표된 감세정책은 이미 실패임이 드러났다.


 먼저 국가채무가 급증했다. 관리대상수지 기준으로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올해 말까지 약 90조원의 재정적자를 기록하게 될 것으로 추정된다. 외환위기 때보다 두 배 가량 더 는 것이다. 국가채무 증가는 경기 침체와 재정부양책 남발에 따른 영향도 있지만, 감세정책의 악영향을 과소평가할 수 없다. 미국 같은 경제위기 진원지도 아닌 나라에서 감세와 재정지출을 각각 세계 3위 규모로 추진한 현 정부의 무모함은 처음부터 상식을 벗어난 것이었다.


 더구나 정부가 막대한 부채 부담을 공기업에 떠넘겨 사실상 재정을 분식했음을 감안해야 한다. 2009년 초부터 올해 9월까지 정부공공부문의 공공부채는 260조원이나 증가했다. 아마 관련 통계가 있다면 세계 최고일 것이다.


 둘째 감세를 통한 경기진작 효과도 높이 평가하기 어렵다. 2009년 국내총생산(GDP) 총액 1064조원 대비 24%가 넘는 공공부채를 늘린 위에 대규모 감세까지 하고 온 국민이 고환율을 감내하며 수출 대기업을 도와줬는데도 올해 6% 성장에 그친다면 이것이 자랑할 일인가. 감세와 공공부채 증가라는 기회비용을 차감하면 자생적인 올해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상태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끝으로 현 정부는 감세정책의 한 명분으로 ‘중저소득층의 민생안정 및 소비기반 확충’을 내세웠다. 양두구육이었다. 근로자가구 소득을 5개 분위로 나눴을 때 감세정책 실시 이후 최상위 5분위 계층이 내는 경상조세 부담은 감소 추세가 확연하다. 반면 저소득층인 1,2분의 경상조세 부담은 30~50%나 늘었다. 저소득층의 세 부담을 늘리면서 어떻게 중저소득층의 민생 안정을 도모하고 소비기반을 확충한다는 말인가.


 이처럼 감세정책은 이미 명백하게 실패로 드러났다. 그런데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나 박근혜 대표가 고작 한다는 말이 법인세는 예정대로 감세하되 소득세 감세는 일부 철회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줄어드는 감세 효과는 40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아직도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원조 친기업 정당’인 한나라당답게 법인세율 인하에 대한 집착은 인정할 수 있다. 


 그런데 법인세 감세가 지금 절실히 필요한 상황인가. 필자도 가능하면 우리 기업들의 세 부담이 줄어 기업활동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하지만 전반적인 세 부담의 형평성과 전체 경제구조 속에서 미칠 경제적 파장까지 감안해 생각해야 한다. 법인세를 감세하는 거의 대부분 국가의 실효세율이 우리보다 훨씬 높다는 사실, 이미 한국의 실효법인세율이 OECD국가들 가운데 상당히 낮아 더 이상 감세할 여지가 별로 없다는 사실을 여권 정치인들이 알고 있는지 의문이다. 또 법인세를 감세하면 성실 납세하는 일반 가계의 세 부담이 커져 근로의욕이 떨어지고, 부가가치세 세수 비중을 높여 물가 인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러면 가계의 소비지출은 줄게 된다. 그 결과 기업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줄게 돼 결국 기업에 부메랑으로 돌아가게 된다. 더구나 외환위기 이후 국민처분가능소득 가운데 가계부문의 몫은 줄고 기업부문의 몫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정부의 인위적인 고환율 유지와 정부의 특혜성 재정지원 외에 미국이나 일본 기업의 절반도 안 되는 실효법인세율을 얼마나 더 깎아줘야 성에 차겠는가.


 지금 국내 조세구조의 현실은 감세정책의 세율 일부를 가지고 노닥거릴 만큼 한가하지 않다. 70년대 개발연대에 기본 틀이 짜인 현행 세제는 수십 년이 지났지만 기본 틀은 그대로다. 7500조원으로 평가되는 자산경제 규모가 GDP로 대표되는 생산경제보다 7배나 커졌지만, 이에 대한 과세 규모는 전체 조세 수입의 17.8%에 불과하다.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경제에서 생겨난 자본이득 등 사실상 불로소득에 비해 생산경제에서 발생하는 근로소득에 30배 가까운 세 부담을 지우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삼성 이건희 회장 일가를 비롯해 CJ그룹, 한화그룹, 태광그룹, 신한지주, C&우방 등의 검찰 수사 과정에서 막대한 비자금과 탈세 사실이 드러났다. 세금계산서를 주고받지 않아도 되는 간이과세제를 배경으로 한 개인사업자들의 탈세 또한 만연해 있다. 생산경제 부문에서 성실하고 정직하게 세금 내는 가계와 사업자들만 억울한 상황이다. 


 이런 상태에서 급속한 인구감소와 고령화에 따라 향후 경제 활력은 떨어지고 사회복지 수요는 급증하게 된다. 따라서 경제활동을 위축시키지 않으면서도 급증하는 사회복지 수요에 전략적으로 대비하는 근본적인 세수구조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그 기본 작업이 자산경제부문에 대한 세 부담을 늘리고 투명한 소득 파악과 탈세에 대한 엄격한 처벌을 통해 근원적인 세 부담의 형평성을 확보하는 것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렇게 하면 경제활동을 위축시키지 않으면서도 최소 30조~40조원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이미 실패로 드러난 ‘부자 감세’에 집착하며 천문학적인 공공부채를 남발하고 있다. 마치 대한민국이 자신들의 임기 동안에만 존속하는 나라인 것처럼 착각하는 모양새다. 현 정부의 무책임한 감세 및 재정 탕진은 국민 전체에 대한 범죄행위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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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11. 19. 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