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어제 삼성경제연구소가 ‘부동산 시장, 대세하락 가능성 점검’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해 상당수 언론에서 인용 보도했습니다. 요즘 여러 일이 겹쳐 있어 긴 글을 잘 쓸 수 없는데, 아무래도 ‘삼성’이어서인지 이와 관련해 여러 분들이 제 트위터를 통해 질문을 주셨습니다. 총평부터 하자면, 삼성연 보고서는 기존의 부동산-건설업계 레파토리를 짜깁기한 한심한 수준의 보고서입니다. 제가 그동안 써온 글들을 꾸준히 읽어보신 분들은 그 보고서는 얼마나 엉터리이고 현실을 왜곡하는 보고서인지 잘 아실 것입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길게 되풀이해서 설명드리기도 싫지만, 삼성경제연구소가 가지는 영향력을 고려해 다시 한 번 설명드립니다. 얼마 전 제가 비판한 바 있지만 G20회의의 경제적 효과가 24조원이라는 내용의 보고서에 이어 삼성경제연구소가 얼마나 엉터리인지, 또한 기득권의 이해관계를 옹호하는 연구소인지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정직한 지식의 생산기관'을 자임하는 우리 연구소를 하루빨리 키워서 삼성경제연구소 같은 재벌 이해를 대변하는 연구소가 한국 사회와 경제, 그리고 좌우 정권 가리지 않고 뒤흔드는 현실을 바꿔놓겠습니다. 많은 분들의 지속적인 성원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설명의 편의를 위해, 그리고 시간 절약을 위해 어제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를 인용보도한 한 언론보도 내용에 제가 코멘트하는 식으로 정리(아래에서 빨간색 글씨 부분)했으니 양해 바랍니다. 시간이 되면 도표들을 곁들여 좀더 자세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삼성硏 "집값 급락하지도, 대세하락 하지도 않을 것"
"대출 부실화 위험 낮고 가구수도 계속 늘어"
"거래활성화 유도하고 양도세 중과 폐지해야"
삼성경제연구소는 "가격조정과 인구구조, 불안심리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볼 때 부동산 시장의 대세 하락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연구소는 29일 `부동산 시장, 대세 하락 가능성 점검` 보고서에서 "대출규제의 효과, 가구수 증가와 낮은 자가보유율 등 잠재 수요의 존재로 인해 향후 부동산 경기가 급락하거나 장기 부진에 빠질 우려는 작을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연구소는 가격조정 가능성과 인구구조, 불안심리, 주택담보대출 측면에서 부동산 시장의 대세하락 가능성을 검토했다.
연구소는 먼저 "부동산가격 급락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LTV(담보인정비율)를 40~60%로 제한하는 등 엄격한 대출규제를 시행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주택가격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작게 나타나는 등 대출부실화 위험이 적고, 앞으로도 위험대출군에 대한 과도한 대출을 막아 부동산가격 급락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LTV는 은행들의 대출자산 건전성을 보기 위한 지표. 그런 점에서 한국 은행들의 LTV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은 다행이며, 적어도 미국처럼 금융권, 특히 제1금융권에 급격한 충격이 일어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할 수 있음. 하지만 그렇다고 일반 가계에도 충격이 없을 것이라고 속단할 수 없음. 일반 가계 입장에서 주택 자산가치 대비 레버리지 비율이 어떤지를 국제적으로 비교하려면 한국의 경우 전세금의 비중도 고려해야. 2005년 기준 328만호인 전세 가구 수에 전세보증금 1억원만 쳐도 328조원. 현재 주택담보대출 340조원과 합치면 일반 가계 입장에서는 LTV비율이 20~30% 급상승하는 효과가 발생.
따라서 LTV 비율이 안정적이라고 해도 이는 시중은행의 대출자산 부실화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지, 빚을 많이 진 가계는 버티기 어려움. 그런데 가계가 버티지 못하면 결국 주택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주택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면 LTV비율 또한 지속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음. 특히 서울 강남권 재건축 대상 단지와 판교신도시 등 2000년대 부동산 투기를 주도했던 아파트의 레버리지는 60% 이상. 이들 과다 차입 가계의 상당수가 버티지 못하고 매물 내놓으면 집값은 얼마든지 급락할 수 있음. 이미 2006년말(수도권 핵심지역), 2008년 중반(수도권 외곽) 이후 실거래가 급격히 떨어져 이미 강남 3구를 비롯한 서울 전역이 10~20% 하락했고, 용인, 분당, 평촌, 일산, 김포, 파주 등이 30~40% 하락한 것이 바로 그 때문임.
또한 현재의 LTV 평균 비율은 실거래가를 무시하고 고점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국민은행의 호가 지수에 비교해 낮다는 것으로,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할 경우 이미 제2금융권의 주택대출 대부분은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임. 제1금융권의 경우에도 주택대출 만기 상환 연장 등의 조치로 이자만 내는 상태인 가계들의 원리금 상환을 연장해주면서 부실 채권 처리를 미뤄주고 있기 때문이지만, 수면 아래에서 잠재적 부실 규모는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음.
연구소는 또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로 주택처분이 급증하고 인구감소로 부동산 수요가 위축돼 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노후세대는 주택보유에 대한 니즈(needs)가 높고 주택수요의 기본 단위인 가구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수요위축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지금 당장 부동산 버블이 꺼지는 것은 인구 요인 때문이 아니라 소득 대비 지나치게 부풀어오른 가운데 이미 빚을 내서 집을 살 사람들까지 거의 다 사버렸기 때문에 떨어지는 것임. 즉, 가격 상승에 따른 수요 감소, 공급 과잉이 현재의 상황으로 시장의 가격메커니즘에 따라 가격 하락이 진행되고 있는 것임.
다만, 인구감소는 당장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이미 대세하락 흐름에 접어든 주택시장의 침체를 장기화하게 되는 중장기적인 요소. 인구는 2018년에 줄어서 부동산-건설업계, 그리고 삼성경제연구소는 아직 주택시장 수요가 늘어난다고 주장. 주택수요는 머릿수 뿐만 아니라 구매력을 동반해야 함. 그런 면에서 경제활동인구는 2016년부터, 35~55세의 주택구매수요 연령층은 당장 2011년부터 감소하게 되는 것이 주택시장에 훨씬 더 큰 함의를 갖게 됨.
꼭 인구구조 변화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일본의 경우에도 부동산 버블의 정점과 붕괴가 35~55세 주택구매수요층 수요자 수의 변화와 일치했음. 일본의 경우에도 전체 인구의 정점은 2006년으로 버블 붕괴 15년 후임. 따라서 총인구가 향후 늘어난다는 것을 가지고 주택수요가 계속 늘어나 집값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근거가 없음. 또한 가구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은 주로 저소득 1인가구가 늘어나기 때문. 저소득 1인가구는 고령화에 따른 독거노인이나 일자리가 없는 가운데 집값은 높아져 결혼을 못하고 있는 노처녀노총각 그룹이 대부분. 전체 가구 평균 소득의 43% 정도에 불과한 1인가구가 지금의 최소 4억~5억 이상 되는 수도권의 아파트를 사줄 수요라는 것은 부동산업계의 희망사항일 뿐 넌센스. 우리와 비슷한 현상이 앞서 진행됐던 일본에서도 1인가구를 대상으로 매매용 주택을 공급하는 게 얼마나 터무니없는 짓인지 깨달았음
또한 노후세대의 주택보유에 대한 니즈가 높다는 것은 기존 주택을 계속 보유하겠다는 것일 뿐 40~50대 전반처럼 부동산 투기를 주도한 중대형 고가 아파트를 신규로 사줄 수요는 아님. 현재 부동산 거품의 주도주인 중대형 고가 아파트를 사줄 수요층이 줄면 지금의 부동산 버블의 핵심은 무너지게 돼 있음. 또한 이들 노후세대는 기존 주택을 그대로 보유하는 게 아니라, 규모를 줄여가는 경향이 있음. 상식적으로도 자녀 출가후 소득이 줄어드는 상태에서 관리비가 많이 드는 40~50평형대 아파트를 유지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임. 더구나 현재의 니즈 조사는 주택가격이 계속 올랐던 2000년대의 경험을 배경으로 한 조사에 가까우며 향후 주택가격 대세하락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 이 같은 니즈는 급감하게 돼 있음. 이는 일본의 주택시장 상황이 이미 입증한 바임.
부동산 시장 불안심리에 대해서도 "자가보유비율이 낮아 잠재적 수요기반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격하락에 대한 기대심리가 부동산 시장 전반의 위축을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2005년 기준 한국의 자가보유비율은 55.6%로 세계 주요국 중 최저 수준이다. 추가적인 가격하락 기대를 갖고 있는 무주택자의 경우 주택가격이 낮아졌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실수요로 전환될 것이라는 게 연구소의 분석이다.
자가보유비율이 낮다는 것은 그 자체로 잠재적 수요기반이 충분하다는 근거가 될 수 없음. 지난 10년간 전국적으로 350만호 이상의 주택이 공급됐고, 주택보급률이 20% 이상 급상승했는데도 자가보유율이 크게 높아지지 않은 것은 대부분의 주택이 과도한 주택대출차입을 통해 다주택 투기자들에게 돌아갔기 때문. 또한 주택가격이 너무 높아져 웬만한 가계가 집을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임. 이는 현재의 주택가격 수준에서 집을 사줄 수 있는 수요가 이미 없다는 뜻으로 주택 가격이 상당히 큰 폭으로 떨어질 가능성을 나타내는 것임. 물론 주택가격이 낮아지면 수요가 일정하게 늘 수 있으나 최소 5년 이상에 걸쳐 현재보다 대폭 떨어진 가격이 형성돼야 발생할 수 있는 현상임. 즉, 버블 붕괴 이후에 바닥을 친 다음 나타날 수 있는 현상임.
연구소는 이어 "가계채무부담 확대가 주택처분 증가, 주택가격의 추가적 하락, 금융부실로 이어질 것이라 우려가 있지만, 대출자산 건전성이 개선되고 이자 지급부담 완화 등으로 주택담보대출 리스크는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주택담보대출의 평균 LTV는 34.5%로 전년보다 1.5%포인트 하락했고,
LTV 50% 이상인 대출 비중도 16.6%로 전년보다 2.2% 떨어졌다. 지속적인 대출규제로 LTV 비율이 낮아지는 등 대출건전성이 개선됐다는 게 연구소의 설명이다.
아전인수격의 눈속임용 자료를 사용하고 있음. 알다시피 2008년은 수도권 전반에서 주택가격이 급락했던 시기임. 반면 2009년은 주택가격이 반등했던 시기. 가계나 금융권이 주택대출 다이어트를 하기보다는 오히려 주택담보대출액을 급격히 늘려 버블 붕괴의 에너지를 키웠던 시기. 다만 2008년 비해 2009년의 주택자산가치가 급격히 오르다 보니 같은 자산가치 대비 대출액 비중을 나타내는 LTV 비율이 개선된 것으로 나오는 것은 당연. LTV 비율은 집값 변동에 따라 출렁이는 것으로 이것을 가지고 대출자산 구조가 개선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터무니없음.
오히려 실상은 지난해 말 이후로 실거래가 기준으로 주택 가격이 급락해 실질적인LTV 비율은 매우 높아진 상태임. 더구나 국민은행 호가 기준이 아닌 실거래가 기준으로는 고 LTV비율의 비중이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음. 또한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주택대출 연체율이 7월 0.53%에서 0.64%로 한 달 만에 상당히 가파르게 상승했음. 이는 2009년초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연체율로 손실처리를 하기 전의 실질 연체율은 이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으로 추정됨. 물론 앞서 말했듯이 제1금융권의 연체율은 지금 당장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수준은 아님. 하지만 이미 주택의 실거래가와 사무용,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동반 하락이 지속되는 가운데 2012년 이후 만기상환도래액이 2009년의 두 배를 넘어설 경우 결코 안전하다고만 장담할 수 없음.
연구소는 다만 "부동산 시장이 장기 침체될 경우 금융부실 확대, 실물경제 부진 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며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거래활성화 방안 등이 마련돼야한다고 지적했다. 지속적인 거래부진은 가계소비 위축, 주거이동성 제약, 지방세 감소, 주택공급 감소 등으로 이어져 실물경기 부진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특히 "다주택 보유자의 양도세 중과를 폐지해 재고 주택시장의 거래 활성화를 유도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양도세제의 시장왜곡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복잡한 세제를 단순화하고 일반소득과 함께 종합과세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금의 주택거래 침체가 가계소득 대비 지나치게 높아진 주택가격 때문이므로, 이를 조정하지 않고 양도세 중과 폐지 등 임시방편책을 내세워봐야 주택시장의 장기침체만 부를 뿐. 위의 양도세 중과 폐지 등의 방안은 삼성경제연구소가 왜 부동산부자 등 재벌 기득권의 입장에 서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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