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마지막 주이니만큼 2010년 주택시장을 결산해보고 2011년 전망을 해보도록 하자.

우선 국토해양부가 발표하는 아파트 가격 실거래가 추이를 살펴보자. 2009년 이후 아파트 가격 변동률을 살펴보도록 하자. 전국적으로 인천의 주택가격이 2006~2008년에 60% 가량 상승하여 가장 높았고, 서울은 같은 기간 40% 가량, 경기는 50% 가량 상승했다. 그러나 수도권 지역은 2008년 하반기부터 상승세가 꺾인 뒤 2008년 말 전세계 금융위기와 맞물려 급락했다가 정부의 대대적인 부동산 부양책으로 2009년 9월까지 반등했다. 하지만 이후 하락세로 반전한 뒤 2010년 내내 하락세를 보이다가 최근 두세 달 사이에 하락세가 주춤하고 있는 양상이다.

반면 지방의 경우는 수도권 주택시장과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대표적으로 부산과 경남이 2009년 이후 약 20% 전후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대전과 충북 지역도 2009년부터 세종시 이전 결정으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대구경북지역 및 울산지역은 공급과잉으로 약세를 지속하고 있고, 광주지역도 2010년 들어 소폭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나 전반적으로는 아파트 가격이 안정돼 있다.

특이한 점은 충북, 경남, 전남, 전북, 제주 등 지방광역도의 실거래가 지수가 수도권 및 인근 광역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지방 광역도의 경우 인구가 적은 중소도시가 많고 아파트거래량도 매우 적은 상태에서 국지적으로 신규 아파트 거래가 일어나게 되면 전체 실거래가가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지방 광역도의 경우 한쪽에서는 미분양 적체로 극심한 침체를    보이면서 일부 중소도시의 신도심 지역에서는 국지적으로 가격이 급등하는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면적별 실거래가 지수를 보면, 수도권은 2007년부터 가격이 높은 중대형 및 대형의 하락세가 시작된 모습이며, 중소형 및 소형은 2008년까지 상승한 후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방의 경우에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소형 및 중소형은 2006년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중대형 및 대형은 2009년부터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도표1> 전국 지역별 및 면적형별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 추이 

(주)국토해양부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번에는 아파트 가격에 이어 주택 가격의 선행지수라고 할 수 있는 아파트 거래량 추이를 <도표2>를 참고로 살펴보자. 먼저, 전국 아파트 거래량 추이를 보면 2010년 11월 현재 8.57만호 정도로 지난해 반등기 수준까지 상승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수도권과 지방으로 나눠 아파트 거래량을 살펴보면 지방의 경우 2008년 이후 4만~5만호 수준을 이어가는 가운데 단기적으로 2010년 8월의 3.7만호 수준에서 5.4만호 수준까지 비교적 큰 폭으로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수도권의 경우 저점이었던 8월의 2만호 수준에서 3.2만호 수준으로 늘어난 데 그치고 있다. 이 같은 거래량은 주택 가격 폭등기였던 2006년 말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은 물론 2009년 가격 반등기 때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다. 특히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을 세분해서 살펴보면 올해 하반기에 입주물량이 크게 늘면서 입주 거래가 증가한 경기도를 제외하면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 증가세는 여전히 미약한 수준이며, 인천시의 경우에는 거래량이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도표2> 전국 및 권역별 아파트 거래량 현황 

(주)국토해양부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하지만 2006년 이전의 아파트 거래량은 집계되지 않았기 때문에 장기적인 시각에서 현재 거래량 수준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이미 ‘시사경제’를 통해 소개한 바 있듯이 아파트 가격 및 가계대출과 아파트 거래량과의 상관분석을 통해 2006년 이전의 아파트 거래량을 추정해보면 2010년 3분기 현재의 아파트 거래량은 여전히 극심한 침체 양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지방의 아파트 거래량도 전반적으로는 활성화됐다고 보기 힘들며, 수도권의 거래량은 여전히 구조적인 침체 양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지금까지 최근 몇 년 간의 주택시장 상황을 살펴보았다. 이제 지금까지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2011년 이후 향후 주택시장을 전망해보기로 하자. 우선, 일부에서는 유동성 증가로 명목 주택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주장이 있으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 압력으로 오히려 하락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뉴타운 및 재개발 재건축사업에 따라 일부 주택 멸실 및 이주 수요가 생겨나면서 전월세 중심의 서민 주거난을 국지적으로 악화시키고, 일부 저가 소형 주택의 주택가격 상승을 견인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최근 뉴타운 재개발사업들의 사업성이 크게 떨어지면서 사업이 지연되고 있어 2007~2009년 수준의 멸실 및 이주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기본적으로는 뉴타운 재개발 지역의 이주 수요는 주로 1억원 이하 전월세 수요여서 최소 4억~5억원대 이상의 수도권 중대형 아파트 수요로 보기는 어렵다.


반면 주택가격 하락 압력은 시간이 갈수록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 압력이 높아져 2011년에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인상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아래 <도표3>을 보면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시중금리가 소폭이나마 인상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현 정부의 압력에 밀린 금융권에서 2년 째 연장해주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의 만기 도래액도 2012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여 가계와 금융권의 부담은 계속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약 350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주택담보대출 규모를 생각하면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주택대출 금리가 오르는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만기 도래액이 계속 증가하는 상황은 매우 위험한 구조라고 할 수 있다.


2011년 3월까지 한시적으로 DTI규제를 해제한 상태에서 현재로서는 현 정부가 재연장할 가능성을 판단하기 어렵지만, 이미 주택담보대출 규모와 가계부채를 더 이상 늘리기 힘든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과거와 같은 주택담보대출 급증 사태는 일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정부가 공언한 대로 DTI규제를 재도입할 경우 그나마 남아 있던 투기성 수요도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도표3> 시장금리 및 신규수요연령대 가구수 증감 추이

 (주)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더구나 2009년부터 시작된 건설 및 부동산 시장 부양을 위한 대규모 공공토건사업 등도 거의 한계에 이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2011년 SOC 예산액은 전년대비 -3.2% 가량 감소하고 있다. 또한 대표적인 개발공기업인 토지주택공사를 비롯해 서울시 SH공사와 인천도시개발공사, 경기개발공사 등 지자체 개발공기업들이 부채 삭감을 위한 사업 축소 및 토지보상금 감소로 부동산 시장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앞서 본 것처럼 수도권의 미분양 물량과 미입주 물량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커녕 지속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가운데 자금난에 시달리는 건설업체들이 자금 확보를 위해 분양을 재개할 경우 미분양 물량이 추가로 늘어나게 될 공산이 커진다. 반면 건설업체들이 미분양을 줄이기 위해 분양가를 낮추지 않을 수 없게 되면 기존주택 가격도 하락 압력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또한 좀 더 길게 보자면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 및 신규주택 수요층의 가구수 감소로 전국적으로 부동산 구매력 감소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주택가격 하락은 머지않아 일본처럼 장기 침체 국면을 맞이하게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50대 가구를 신규주택 수요세대로 보고 60대 이상을 기존주택 보유세대로 구분해 향후 증감 추이를 살펴보면, 전국과 서울의 신규주택 수요세대는 2009년에 정점을 찍고 감소 추세에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난다. 20대의 주택 구매력이 상당히 낮은 점을 감안해 20대를 제외하더라도 전국의 신규주택 수요세대는 2011년, 서울은 2012년에 정점을 찍고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후 20대를 제외한 신규주택 수요 연령대 가구수는 전국 기준으로 매년 -4만~-13만 가구씩, 서울에서는 2013년 -0.7만으로 시작해 2020년대에는 -3.7만명 수준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게 된다. 반면 같은 기간 60대 이상 기존주택 보유세대는 급증하게 돼 이들의 기존주택 매물이 주택시장에 지속적으로 쏟아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로부터 인구동태적인 요인만으로도 기존주택 매물 증가와 신규주택 수요층의 감소라는 ‘이중 충격’으로 인해 향후 주택시장은 장기침체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상으로부터 2011년 주택시장은 침체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며, 수도권의 경우 일시적 기복이 있을 수 있으나 하락 압력이 매우 높은 상태이다. 물론 부산, 경남과 대전 등 지방 일부 지역의 경우에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나 제반 구조적인 장기 대세하락의 압력을 거스를 수는 없을 것이다.


일부 부동산업계에서는 지방의 주택 가격 상승세가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세를 견인할 것이라는 식으로 선동하고 있으나 이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수도권 주택의 자산가치는 전국 주택 가격 자산가치의 약 3/4에 이르며, 주택 거품의 에너지원이라고 할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액 비중도 역시 3/4 가량에 이른다. 부산, 대전 등 일부 지방의 주택시장이 아무리 활황세를 띤다고 하더라도 주택시장의 핵심인 수도권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수도권 주택시장의 침체를 틈타 일부 수도권 원정투기 수요가 지방에 내려가 일시적으로 주택시장을 흔들 수는 있으나, 지방의 투기 수요가 수도권 주택시장을 휘젓기에는 동원할 수 있는 자금 규모가 턱없이 모자란다고 할 수 있다. 



제가 지난해 <위험한 경제학> 출간 이후 1년여만에 <프리라이더: 대한민국 세금의 비밀편>을 출간했습니다. 세금이라는 동창회비를 잘 내지도 않는 사람들이 동창회장과 총무를 맡아 자기들 멋대로 돈을 쓰는 행태를 비판한 책입니다. 두 권으로 나눠 내는 책의 첫 번째 책입니다. 특히 최근 의무급식 지원 논란과 예산안 날치기 통과 과정에서 '내가 낸 세금 제대로 쓰이고 있나?'라는 의구심이 드시는 분들께서는 꼭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by 선대인 2010. 12. 28. 09:32

 

 

때가 때이니만큼 2011년 이후 향후 주택시장을 전망해보기로 하자. 일부에서는 필자가 최근 출간한 신간 <프리라이더: 대한민국 세금의 비밀편> 원고를 쓰느라 부동산 문제에 대한 글이 뜸했던 점을 빌미로 삼거나 필자가 쓴 일부의 표현을 자신들 입맛대로 각색해 "선대인이 입장을 바꿨다"는 식으로 선동하고 있는 모양이다. 미안하지만 필자의 입장은 큰 틀에서 전혀 바뀐 게 없다. 필자는 국내 주택시장은 이미 정점을 지났으며 2010년대 국내 주택시장은 장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고, 지금 400조원이 넘는 공공부채와 저금리, 대출 만기연장 등을 통해 떠받치고 있는 부동산 거품의 충격이 일시에 몰릴 경우 상당한 충격을 동반할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 있다. 현재 일부 지역에서 '집값 바닥론'을 거론하며 선동하고 있지만, 호가 위주의 집값 상승은 지난해 반등 양상에도 턱없이 못 미칠 정도로 미약하다. 아직 본격적인 충격은 오지도 않았는데, 일부의 선동에 휘둘려 무리하게 빚을 얻어 집을 사는 일이 없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제 간략하게 내년 이후 주택시장을 전망해보자우선, 일부에서는 유동성 증가로 명목 주택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주장이 있으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 압력으로 오히려 하락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뉴타운 및 재개발 재건축사업에 따라 일부 주택 멸실 및 이주 수요가 생겨나면서 전월세 중심의 서민 주거난을 국지적으로 악화시키고, 일부 저가 소형 주택의 주택가격 상승을 견인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최근 뉴타운 재개발사업들의 사업성이 크게 떨어지면서 사업이 지연되고 있어 2007~2009년 수준의 멸실 및 이주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기본적으로는 뉴타운 재개발 지역의 이주 수요는 주로 1억원 이하 전월세 수요여서 최소 4~5억원대 이상의 수도권 중대형 아파트 수요로 보기는 어렵다.

 

반면 주택가격 하락 압력은 시간이 갈수록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 압력이 높아져 2011년에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인상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아래 <도표>를 보면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시중금리가 소폭이나마 인상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현 정부의 압력에 밀린 금융권에서 2년 째 연장해주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의 만기 도래액도 2012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여 가계와 금융권의 부담은 계속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350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주택담보대출 규모를 생각하면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주택대출 금리가 오르는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만기 도래액이 계속 증가하는 상황은 매우 위험한 구조라고 할 수 있다.

 

2011 3월까지 한시적으로 DTI규제를 해제한 상태에서 현재로서는 현 정부가 재연장할 가능성을 판단하기 어렵지만, 이미 주택담보대출 규모와 가계부채를 더 이상 늘리기 힘든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과거와 같은 주택담보대출 급증 사태는 일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정부가 공언한 대로 DTI규제를 재도입할 경우 그나마 남아 있던 투기성 수요도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도표> 시장금리 및 신규수요연령대 가구수 증감 추이



(주)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더구나 2009년부터 시작된 건설 및 부동산 시장 부양을 위한 대규모 공공

토건사업 등도 거의 한계에 이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2011 SOC 예산액은 전년대비 -3.2% 가량 감소하고 있다. 또한 대표적인 개발공기업인 토지주택공사를 비롯해 서울시 SH공사와 인천도시개발공사, 경기개발공사 등 지자체 개발공기업들이 부채 삭감을 위한 사업 축소 및 토지보상금 감소로 부동산 시장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앞서 본 것처럼 수도권의 미분양 물량과 미입주 물량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커녕 지속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가운데 자금난에 시달리는 건설업체들이 자금 확보를 위해 분양을 재개할 경우 미분양 물량이 추가로 늘어나게 될 공산이 커진다. 반면 건설업체들이 미분양을 줄이기 위해 분양가를 낮추지 않을 수 없게 되면 기존주택 가격도 하락 압력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또한 좀 더 길게 보자면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 및 신규주택 수요층의 가구수 감소로 전국적으로 부동산 구매력 감소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주택가격 하락은 머지않아 일본처럼 장기 침체 국면을 맞이하게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50대 가구를 신규주택 수요세대로 보고 60대 이상을 기존주택 보유세대로 구분해 향후 증감 추이를 살펴보면, 전국과 서울의 신규주택 수요세대는 2009년에 정점을 찍고 감소 추세에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난다.

 

20대의 주택 구매력이 상당히 낮은 점을 감안해 20대를 제외하더라도 전국의 신규주택 수요세대는 2011, 서울은 2012년에 정점을 찍고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후 20대를 제외한 신규주택 수요 연령대 가구수는 전국 기준으로 매년 -4~-13만 가구씩, 서울에서는 2013 -0.7만으로 시작해 2020년대에는 -3.7만명 수준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게 된다. 반면 같은 기간 60대 이상 기존주택 보유세대는 급증하게 돼 이들의 기존주택 매물이 주택시장에 지속적으로 쏟아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로부터 인구동태적인 요인만으로도 기존주택 매물 증가와 신규주택 수요층의 감소라는이중 충격으로 인해 향후 주택시장은 장기침체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상으로부터 2011년 주택시장은 침체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며, 수도권의 경우 일시적 기복이 있을 수 있으나 하락 압력이 매우 높은 상태이다. 물론 부산, 경남과 대전 등 지방 일부 지역의 경우에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나 제반 구조적인 장기 대세하락의 압력을 거스를 수는 없을 것이다.

 

일부 부동산업계에서는 지방의 주택 가격 상승세가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세를 견인할 것이라는 식으로 선동하고 있으나 이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수도권 주택의 자산가치는 전국 주택 가격 자산가치의 약 3/4에 이르며, 주택 거품의 에너지원이라고 할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액 비중도 역시 3/4 가량에 이른다. 부산, 대전 등 일부 지방의 주택시장이 아무리 활황세를 띤다고 하더라도 주택시장의 핵심인 수도권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수도권 주택시장의 침체를 틈타 일부 수도권 원정투기 수요가 지방에 내려가 일시적으로 주택시장을 흔들 수는 있으나, 지방의 투기 수요가 수도권 주택시장을 휘젓기에는 동원할 수 있는 자금 규모가 턱없이 모자란다고 할 수 있다. 

 

 

 

제가 지난해 <위험한 경제학> 출간 이후 1년여만에 <프리라이더: 대한민국 세금의 비밀편>을 출간했습니다. 세금이라는 동창회비를 잘 내지도 않는 사람들이 동창회장과 총무를 맡아 자기들 멋대로 돈을 쓰는 행태를 비판한 책입니다. 두 권으로 나눠 내는 책의 첫 번째 책입니다. 특히 최근 의무급식 지원 논란과 예산안 날치기 통과 과정에서 '내가 낸 세금 제대로 쓰이고 있나?'라는 의구심이 드시는 분들께서는 꼭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by 선대인 2010. 12. 27. 09:22


 

제가 지난해 <위험한 경제학> 출간 이후 1년여만에 세금이라는 동창회비를 잘 내지도 않는 사람들이 동창회장과 총무를 맡아 자기들 멋대로 돈을 쓰는 행태를 비판한 <프리라이더: 대한민국 세금의 비밀편>을 출간했습니다. 두 권으로 나눠 내는 책의 첫 번째 책입니다. 특히 최근 의무급식 지원 논란과 예산안 날치기 통과 과정에서 '내가 낸 세금 제대로 쓰이고 있나?'라는 의구심이 드시는 분들께서는 꼭 한 번 읽어보시기를 부탁드립니다책 내용에 대한 소개를 겸해 이 책의 머리말을 공개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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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쓰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 책은 필자가 기자로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가졌던 문제의식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기획을 한 때부터 따져도 5년 가량 지났습니다. 하지만 그 동안 더 급한 일이 계속 불거지면서 이 책을 쓰는 시기는 계속 늦춰졌습니다.

특히 부동산 문제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한국 사회경제구조의 핵심인 부동산 문제가 계속 악화돼 일반 가계의 고통은 가중되는 반면 정부 정책은 갈피를 잡지 못했습니다.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상당수 언론들의 선동성 보도도 난무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부동산 문제에 계속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게 됐고, 많은 글도 쏟아냈습니다. 그 결과 필자는 전혀 좋아하지 않지만 ‘부동산 전문가’라는 타이틀도 얻게 됐습니다. 필자가 원튼 원지 않든 대중이 그렇게 인식하고 있으니 굳이 현실을 부인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원해서 한 일이고, 또 대중의 요구가 있었다 하더라도 부동산 문제에 관해 필자의 의견은 충분히 피력했습니다. 물론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집값 바닥론’을 선동하는 성급한 언론보도들이 난무하지만, 이제는 과거처럼 일일이 대응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언론들이 뭐라 선동한다 한들 국내 부동산 시장이 갈 방향은 길게 보면 이미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이제 많은 이들이 과거처럼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이리저리 휘둘리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엄혹한 부동산 시장의 현실이 만들어낸 변화인 셈입니다.


그 같은 상황 변화로 인해 필자가 그동안 미뤄뒀던 이 책의 집필에 착수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대한민국 세금의 비밀에 관한 책입니다. 대한민국의 중산층이라면 평생 5억원 가까운 세금을 내게 됩니다. 실로 엄청난 돈입니다. 그런데도 많은 이들이 세금은 ‘공돈’이자 ‘눈먼 돈’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지금까지 정부가 세금을 걷고 사용해온 행태를 보면 과히 틀린 것도 아닙니다. 당장 현 정부가 사활을 걸다시피 한 4대강사업이 그렇습니다. 건설업계에서는 “정부가 퍼주기로 작정한 사업에서 한 몫 못 챙기면 바보”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심지어 어떤 이는 “실제 4대강 사업에 들어가는 돈은 절반뿐이고 나머지는 줄줄 새는 돈”이라고까지 얘기합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필자는 세금은 우리가 함께 쓰는 공공자금이자, 우리가 가진 ‘제 2의 소득’이라고 감히 말합니다. 이 책은 정부가 얼마나 불공평하게 이 돈을 우리 호주머니에서 거둬 가는지, 그리고 그렇게 거둔 돈을 얼마나 멋대로 쓰는지, 그 비밀을 누설합니다. 그리고 세금이라는 동창회비를 제대로 내지도 않으면서 동창회장과 총무를 맡아 동창회비를 자신들 좋은 일에만 흥청망청 써대는 특권층 무임승차자들(free-riders)의 정체와 행태를 고발합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노라면 아마도 많은 이들이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나가는 세금이 아깝다고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부글부글 화가 치밀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집단적인 조세저항운동을 선동하려는 책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세금이 걷히고 쓰이는 내밀한 비밀을 앎으로써 납세자로서, ‘제2소득’의 주인으로서 우리가 좀 더 공평하게 세금을 내고, 그렇게 낸 세금이 우리의 삶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집단적 노력을 기울이자고 당부하는 책입니다.


또한 부동산 문제에 관한 필자의 책이 재테크 책이 아니듯이 이 책 또한 세테크에 관한 책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딱딱한 조세론이나 재정학 교과서도 아닙니다. 이 책을 통해 필자는 세금을 둘러싼 한국 사회와 경제의 구조적 문제점과 적나라한 현실을 보여주려 애썼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면 많은 이들이 한국의 현실과 향후 진로에 대해 한 차원 높은 인식과 시야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독자들에게는 송구스럽지만, 이 책 또한 ‘위험한 경제학’처럼 두 권으로 묶여 나오게 됩니다. 그간의 경험을 통해 두 번째 권이 덜 읽힌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런데 저자 입장에서는 2권에 담은 내용이 1권보다 결코 덜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최대한 한 권으로 압축해보려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습니다. 몇 해를 묵혀왔던 책이다 보니 그동안 발효된 생각의 건더기들을 두 권에 모두 욱여넣는 것만도 쉽지 않았습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가급적 2권까지 꼭 함께 읽어달라고 독자제현께 염치없는 부탁을 드리는 것입니다.


이 책은 필자가 부동산이라는 주제를 벗어나 처음 쓰는 책입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저출산고령화 문제, 정부 시스템 개혁, 불공정한 경쟁의 이중구조 등 아직도 써나가야 할 책의 목록은 쌓여 있습니다. 그 목록들이 매일 필자의 머리와 마음을 고문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10년 정도는 꾸준히 써나가야 그 고문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 작업을 해가는 과정에서 필자는 이해관계를 멀리하고 최대한 양심적이고 독립적인 자세로 현상의 이면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을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그 같은 각오의 징표로서 미국의 저명한 독립 저널리스트인 I. F. 스톤의 글을 다시 한 번 인용합니다.


“억압받는 자들에게 약간의 위안이라도 주기 위해, 내가 직접 본 그대로의 진실을 쓰기 위해, 나 자신의 무능력에 의한 한계를 빼놓고는 그 밖의 어떤 것과도 타협하지 않기 위해, 나 자신의 충동을 빼놓고는 그 어떤 주인도 따르지 않을 자유를 누리기 위해, 진정한 언론인이란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나 자신의 이상을 실천하기 위해, 그리고 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나는 글을 쓴다.) 이 밖에 바랄 것이 또 뭐가 있겠는가.”


by 선대인 2010. 12. 24. 09:33

오세훈 시장님, 이 글을 쓰기 전 제 눈가에는 이슬이 잠깐 맺혔었습니다. EBS 지식채널e ‘공짜밥’ 편을 본 때문이었습니다. ‘공짜밥’은 저소득층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무상급식 지원을 받기 위해 얼마나 큰 마음의 상처를 입는지 생생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가 링크를 걸어드릴 테니 꼭 한 번 보시길 바랍니다.

 

http://www.ppomppu.co.kr/zboard/view.php?id=humor&no=68424


4분 50초도 되지 않는 짧은 동영상이지만 이마저도 바쁘셔서 잘 못 보실 수 있기에 그 동영상에 소개된 몇 구절을 소개 드리겠습니다.



"새 학년이 될 때마다 이런 게 무섭습니다. 담임 선생님의 말씀과 가정통신문을 볼 때마다 매우 떨립니다. 동사무소에 가서 한부모 가정 증명서라는 걸 떼어오라는데 그런 거 떼는 거 어떻게 말해야 해요? 저 진짜..바보같이 부끄러움이 많고정말 바보같이좀 알려주세요."


"오늘도 엄마한테 전화하면서 울었습니다. 너무 창피하다고. 선생님이칠판에 급식지원신청서 제출이라고 쓰시기에 가슴이 철렁했지요. 제 이름을 부르실까 봐요. 아이들이 눈치 채면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요? "


"진짜 급식 지원받으라고 교무실로 부르는 거 싫어요. 교무실에 가면 저랑 같이 급식 지원받는 애들도 있고 창피하거든요."

 

"공짜로 먹는데 많이 먹을 땐 다른 아이들에게 미안해요."

 

그 동영상을 보고 나면 그 아이들이 먹는 밥은 ‘공짜밥’이 아니라 ‘눈칫밥’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제 트위터 친구 한 분의 표현처럼 아이들이 돈 대신 자존심을 내고 먹는 밥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에 한 아이의 말이 자막으로 올라옵니다. "지금 저보다 더 어렵게 사는 친구들도 많잖아요. 나중에는 정부, 사회의 손이 안 미치는 그런 애들을 찾아서 돕고 싶어요." 그 아이들이 그런 기특한 생각을 한 게 자신들의 처지가 얼마나 마음에 맺혔으면 그럴까, 하는 생각을 하니 저도 모르게 눈시울을 붉히고 말았습니다.


오시장님도, 저도 인정하듯이 우리 아이들은 이 나라의 미래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빈부격차에 상관없이 눈치 보지 않도록 골고루 밥 좀 먹이자는 게 왜 그렇게 ‘망국적’인 것인지 저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눈치 보며 ‘공짜밥’을 먹는 그 아이들이 자라서 정부와 사회의 손이 안 미치는 아이들을 찾아서 돕기 전에 서울시가 지금 나서서 그 아이들이 더 떳떳하고 당당하게, 그리고 마음의 상처 없이 밝게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면 안 되는 겁니까? 우리가 아이들에게 빈부격차에 상관없이 의무교육을 하는 동안 그 일환으로서 모든 아이들에게 ‘의무급식’을 하면 안 되는 겁니까?


당신은 이 같은 방안에 대해 ‘무차별적 복지’ ‘부자급식’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가난한 서민들에게 지원해야 할 돈으로 부자들에게까지 지원해야 하니 실제로는 과도한 복지 정책이라는 겁니다. 그래서인지 오시장님은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하고 계십니다. 심지어는 이런 ‘무차별적 복지’를 시행하면 소득세와 법인세를 30%까지 더 걷어야 할 것이라고 일반 시민들을 겁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오시장님의 걱정이 제게는 잘 와 닿지 않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서울시 내년 예산 규모 20.6조원 안에서 재정 배분의 우선순위를 생각할 때 불요불급한 전시성 사업을 줄이면 얼마든지 의무급식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제 주요 논지로 삼아왔습니다. 서울시 예산의 0.8%밖에 안 되는 교육지원예산 안에서만 생각지 말고, 좀 더 통 크게 교육예산을 늘려 오시장님의 3무학교 사업도 하되 의무급식 예산도 함께 편성하라고 촉구해왔습니다. 그리고 친환경 식단으로 우리 아이들 건강을 지켜서 장기적으로 각종 성인병 예방해서 미래의 의료비용, 즉 복지비용 지출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의무급식을 지지해왔습니다. 의무급식을 잘 운용하면 오시장이 걱정하는 과도한 복지 지출을 오히려 중장기적으로는 줄일 수 있다고 본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동영상을 보면서 생각해보니 제가 본업의 울타리에 갇혀서 너무 재정 우선순위와 경제적 타당성, 즉 돈 문제만 따지고 있었구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됐습니다.


사실 우리 아이들이 받는 위화감과 ‘낙인 효과’로 표현되는 정서적 상처가 이 정도일 줄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가정형편 때문에 중고등학교 때 등록금 못 내 선생님께 매 타작을 받는 친구들을 보면서 자랐는데도 저소득층 아이들이 무상급식 과정에서 받는 정서적 상처가 그토록 큰 것인지는 미처 생각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꼭 한 번 보십시오. 보고 나면 “요즘 밥 굶는 아이 없다”는 식의 말씀 그렇게 쉽게 내뱉지 못하실 겁니다. 


물론 오시장님은 “주민센터를 통해 부모에게 직접 급식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 같은 정서적 상처를 줄일 수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정말 그게 그토록 잘 작동할지 저는 의문입니다. 그런 행정절차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학교와 주민센터간의 행정 협력이 필요하고, 오가는 서류가 분명히 있을 텐데 저소득층 아이들이 자신이 급식비를 지원받는다는 사실을 전혀 노출되지 않도록 할 수 있을까요? 그토록 잘 작동하는 것이었고, 서울시가 그토록 그런 문제에 관심이 있었다면 왜 지금까지 그걸 하지 않았는지, 아니 왜 못했는지 의문입니다. 그방법은 그런 ‘낙인효과’를 줄일 수는 있어도 없애기는 어려울 겁니다. 설사 그렇게 절차를 바꾼다 하더라도 동사무소에서 신고하는 과정조차 매우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갖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공짜밥’ 동영상은 보여주고 있습니다. ‘체면 문화’가 매우 강한 우리나라의 특성상 그것이 아이나 어른 모두에게 부담이 될 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이왕 글을 쓴 김에 심각한 논란에 휩싸인 서울시 광고 문제를 잠깐 거론하겠습니다. 서울시는 이례적으로 이틀에 걸쳐 4억원 가까운 돈을 들여 대부분 주요 일간지에 이른바 ‘부자무상급식’을 반대하는 광고를 게재했습니다. 저는 솔직히 그 광고를 보는 순간 속으로 경악했습니다. 민간기업도 아닌 서울시가 어떻게 벌거벗은 아이 모습을 이용해 서울시장 한 분의 주장을 그렇게 광고할 수 있는지... 그리고 한 나절이 더 지나자 아이의 얼굴과 몸을 합성한 사진을 모델 아이와 그 부모의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게재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매우 착잡해졌습니다.


저는 오시장님 생각에 동의하지 않지만, 그래도 당신께서 저와는 다른 입장에서 우리 아이들을 아끼고, 서울시 예산도 아끼는 마음이 있을 거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무려 4억원을 들여 개인적 의견에 가까운 광고를, 그것도 아동 인권을 전혀 생각지 않는 그 광고를 보면서 저는 오시장님께서 실제로는 그 어느 쪽도 아끼지 않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더구나 서울시 내부 인사를 통해 오시장님께서 광고안을 직접 골라 집행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제가 서울시에서 오시장님을 보좌할 때 느낌으로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짐작은 했음에도 ‘설마…’하는 생각이 없지 않았는데, 그 사실을 확인한 순간 정말 참담한 기분이었습니다.


오시장님, 설사 당신의 생각이 아무리 옳다고 하더라도 당신은 1000만 서울시민의 수장입니다. 그런 중차대한 책무를 지닌 공직자가 아무리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시민들께 알리고 싶다고 하더라도 금도가 있는 법입니다. 그런데 초상권 침해 등 법적 시비 문제 이전에 어찌하여 우리 아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저버릴 수 있는 것인지요? 오시장님, 논쟁은 하더라도 사람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품성은 지키셔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외람되지만 세 가지 충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근시안적 권력욕을 버리십시오. 제가 보는 오시장님은 지금 매우 낯섭니다. 과거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할 때 마음을 텅 비운 듯 한 오세훈의 모습은 찾기 어렵습니다. 아니 그것은 말할 바도 없고, 상황에 맞는 미디어 활용 능력이 뛰어나서 이렇게 민심의 역풍을 자초하는 오세훈의 모습도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대권에 대한 의지 자체를 버리라는 게 아닙니다. 다만, 좀 더 크고 넓게 시민들의 마음을 읽고 그 뜻을 받아들이는 ‘광폭행보’를 보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 오시장님 모습은 너무 조급해 보입니다. 우리 아이들 골고루 밥 먹이는 문제에 700억원을 배정하느냐를 결정하는 문제를 두고 온갖 과도한 상상력을 발휘해 ‘복지 망국병’으로 가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 것처럼 말씀하시는 오시장님의 주장, 너무 과장돼 보입니다. 서울시보다 재정자립도가 훨씬 낮은 지자체도 다 하는 의무급식을 왜 서울시는 끝끝내 반대하는지 서울시민들이 선뜻 동의하지 못합니다. 당신의 그 조바심에는 박근혜 대항마로서 김문수와의 MB낙점 경쟁이 놓여 있는 것으로 읽힙니다. 물론 경쟁하셔야 겠지요. 하지만 아이들 밥 먹이는 문제로 그런 경쟁을 하는 것은 꼴불견입니다. 이번 건에 관한 한 그런 조바심을 떨쳐버리십시오. 거기에 과도하게 집착해 조급하게 서두르신다면 그만큼 자꾸 수렁으로 빠지게 됩니다. 총선 불출마 선언을 앞뒀을 때처럼 마음을 비우십시오. 그러면 오시장님께 새로운 길이 보이실 겁니다.


둘째, 오시장님, 정치적 타협과 시민들의 화합을 이끌어주십시오. 오시장님은 1000만 서울시민의 수장으로서 서울시 의회와 서로 견제하면서도 타협을 모색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서울시민들에게는 정중하게 시정을 설명하고 시민들의 화합을 도모해야 할 사람입니다. 그런데 지금 당신의 모습은 동떨어져 있습니다. 저는 오시장님께서 프레시안 인터뷰에서 토로하신 것처럼 ‘할 만큼 성의를 다했는데도 불구하고, 전투적인 민주당 시의회와 도저히 합리적 논의를 할 수 없었다’는 취지의 말씀이 어느 정도는 사실일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서울시 의회는 시장님의 꽉 막힌 태도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상식으로는 적어도 서울시 행정부 수장인 시장님의 책임이 적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할 겁니다. 같은 여소야대 상황인데도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경기도의회가 큰 잡음 없이 내년도 예산안을 합의로 통과시킨 것과 비교해봐도 그 차이는 두드러집니다. 서울시의회가 경기도의회보다 얼마나 더 전투적이고 과격하며 비타협적인지는 몰라도 오시장님 또한 적지 않은 책임을 떠안아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시민들 눈에 오시장님은 서울시의 미래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리더로 비쳐지기보다는선거 승리를 노리는 정치인이나 전쟁에 나선 장수로 비쳐집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의무급식 문제에 관해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습니다만, 오시장님처럼 생각하실 수는 있다고 봅니다. ‘망국적복지 포퓰리즘’과 같은 선동적이고, 이념적 대립으로 몰아가는 과격한 용어만 쓰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정치인으로서 당연히 자신의 가치와 비전을 이런 사안들을 통해 제시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러한 가치와 비전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대야 정치력을 발휘해 원만한 시정을 이끄는 한편 시민들에게 차분히 자신의 가치와 비전을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상대를 골라 TV토론을 하겠다는 자세나 특정 정파적 색채가 짙은 교육단체를 동원한 ‘부자무상급식’ 반대 선언, 많은 시민들에게 불쾌감을 던져준 광고 집행 등 일련의 대응들을 보면 도대체 시민들이 화합을 이끄는 진정한 리더의 모습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선거에서 상대편을 기어코 이기고 말겠다는, 적군을 무찌르겠다는 오기로 가득찬 모습만 자꾸 떠오릅니다.


그런 자세로 어떻게 시민들의 행복을 도모하고 화합을 이끌겠습니까. 오시장님께서는 총선 불출마 후 야인 시절 여러 학자들과 공동 집필한 <우리는 실패에서 희망을 본다>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갈등의 치유와 양보를 도출해 내는 힘은 궁극적으로 지도자의 역량과 의지에서 나온다. 그리고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지도자에 대한 신뢰와 존경이다."


그런데 오시장님은 지금 그 같은 역량과 의지를 보여주지도 못하고, 그를 추동할 수 있는 시민들의 신뢰와 존경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정책과 예산 배분상의 문제를 이념적 갈등 사안으로 만들어 오히려 분열의 골을 더욱 깊이 파고 있습니다. 제발 한 정치세력의 장수로서 상대편 적장과 군사들을 무찌르려는 모습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 화합을 추구하는 진정한 리더의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기원합니다.


 셋째, 혹시나 집단사고에 빠져 있지 않은지 경계하시기 바랍니다. 지금 오시장님께 어떤 분들이 어떤 식으로 조언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일부에서는 오시장님 측근들이 일부 오시장님과 다른 의견도 내놓고 진언하는 것으로 들었습니다만, 전반적으로는 오시장님 충성파들이 진을 치고 있지 않은지 염려됩니다.


제가 이런 염려를 하는 이유는 최근 오시장님 측근 몇 명이 트위터 공간에서 자신들의 신분을 숨긴 채 곽노현 교육감과 최재천 전 의원 등 의무급식을 지지하는 몇 분에게 공격적인 글들을 날리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그 중 일부는 제게도 그런 글들을 남겼다가 결국 덜미를 잡혔습니다. 아마 오시장님은 이런 사정을 잘 모르실 것입니다. 하지만 이 분들은 트위터 공간에서 매우 열성적으로 오시장님을 옹호하는 반면 상대에게 매우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것이 결국 오시장님께 오히려 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또한 이들이 트위터 상에서 쏟아내는 글의 내용들은 오시장님의 발언을 정확히 복사한 듯한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측근들이 바로 시장님을 보좌하며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매우 큰 우려가 들었습니다.


역시 앞서 거론한 당신의 저서에서 시장님은 1961년 미국 케네디 행정부 시절 쿠바 피그만 침공 사건의 실패를 예로 들어 집단사고(group think)의 폐해를 경계하셨습니다. 그런데 오시장님 측근들이 트위터 공간에서 펼치는 행태들을 보면서 시장님께서 이들에게 둘러싸여 한 방향으로 밀어붙이는 집단사고의 함정에 빠져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었습니다. 사실 측근들의 행태뿐만 아니라 오시장님께서 최근 특정 성향의 교육단체와 연대 성명을 발표한다든지, 오시장님 입장에 찬성하는 학부모들만 모아놓고 간담회를 한다든지 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우려가 더욱 짙게 듭니다. 오시장님께서는 지난날 당신 스스로 경계했던 집단사고의 함정에 빠져 있지 않은지 다시 한 번 살펴보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번 문제와 관련하여 ‘내 편’뿐만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두루두루 들어보고 생각과 입장을 다시 한 번 차분히 정리해보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저의 이 글을 어떻게 읽어 주실지는 의문입니다. 다만 제가 뭔가 사심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억측은 삼가주십시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로서는 서울시 시절은 지금은 숨기고 싶은 과거입니다. 오시장님을 보좌했던 전력(?) 때문에 어느 쪽으로든 정치적으로 오해 받게 되는 상황을 저는 사실 부담스러워합니다. 더구나 지금처럼 오시장님이 망가져가는 상황에서 그 같은 사실을 알리게 되는 게 뭐가 자랑스럽겠습니까. 오시장님께서 이렇게 무리한 행동을 보이지 않으셨다면 저는 그 인연을 조용히 숨기려 했을 것입니다.


저는 당초부터 ‘오세훈 시장’에 충성할 생각은 없었고,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 충성하고 공익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에서 서울시에 들어간 것입니다. ‘오세훈 시장’과 공익이 일치할 때는 얼마든지 도울 생각이 있었지만, 그것이 부조화 상태일 때는 저는 당연히 ‘오세훈 시장’을 버립니다. 사실 부조화상태를 느낀 것이 서울시를 떠난 계기가 됐고, 그 부조화상태가 훨씬 더 커졌기에 이렇게까지 제 전력을 공개하며 당신을 비판하고 나선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것이 한 때나마 상당한 인연을 맺었던 당신께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이라고 믿습니다. 리더가 올바른 길을 걷지 못할 때 방관자로 머물지 않고 그 리더가 다시 올바른 길로 돌아갈 수 있도록 따끔한 질책과 비판을 아끼지 않는 것이 진정한 팔로워(follower)의 책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이라도 당신이 사심을 버리고 1000만 서울시민의 수장이자 ‘제1시민’의 자리로 돌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만약 마음을 비우고 그렇게 돌아갈 수 있다면 저는 얼마든지 당신을 응원할 것입니다. 지금은 당시 모습이 연출된 것이 아니었나 다시 생각하게 되지만, 어쨌거나 당신이 총선불출마 때 주었던 청량감과 감동을 다시 시민들에게 준다면 저는 얼마든지 당신의 열렬한 지지자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당신이 길을 너무 많이 벗어난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오늘따라 총선 불출마 당시 ‘내 탓이오’를 외치던 그 오세훈이 그립습니다. 그 오세훈은 어디에 있는 겁니까.

 

 

 

제가 지난해 <위험한 경제학> 출간 이후 1년여만에 <프리라이더: 대한민국 세금의 비밀편>을 출간했습니다. 세금이라는 동창회비를 잘 내지도 않는 사람들이 동창회장과 총무를 맡아 자기들 멋대로 돈을 쓰는 행태를 비판한 책입니다. 두 권으로 나눠 내는 책의 첫 번째 책입니다. 특히 최근 의무급식 지원 논란과 예산안 날치기 통과 과정에서 '내가 낸 세금 제대로 쓰이고 있나?'라는 의구심이 드시는 분들께서는 꼭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by 선대인 2010. 12. 24. 09:28

 

이명박 대통령이 22 "정부의 복지 예산은 매년 늘어나고 있으며, 내년 복지 예산은 역대 최대"라며 "우리가 복지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수준"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최근 날치기 예산 통과 과정에서 각종 서민예산이 삭감된 데 대한 시민들의 비판과 야권의 공세가 거센 점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과대망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수준이다. 왜 그럴까. 이를 따져보기 위해 우선 12대 주요 분야별로 2011년 예산이 어떻게 배분되는지 <도표1>을 참고로 살펴보자. 분야별로 보면, 보건복지 86.3조원, 일반공공행정 53.2조원, 교육 41.3조원, 국방 31.3조원, SOC 24.3조원 등의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

 

<도표1> 2011년 예산안 내역별 현황

() 기획재정부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현 정부의 전반적 기조를 보기 위해 경제위기 이전에 편성된 예산이자 현 정부 출범 첫 해인 2008년의 예산 대비 2011년 예산안의 분야별 증가율을 살펴보자. 우선, SOC 예산은2008년 대비로는 24.0%나 늘어 전체 총지출 증가율 17.8%보다 훨씬 더 많이 늘어났다. 거꾸로 2010년 대비 7.8% 늘어나 평균 증가율보다 높은 교육 예산은 2008년 대비로는 16.0% 증가에 그쳐 평균 총지출 증가율을 밑돌고 있다. 물론 R&D와 보건복지 예산의 증가율이 여전히 크게 나타나기는 한다

 

어쨌든 겉보기에 "정부의 복지 예산은 매년 늘어나고 있으며, 내년 복지 예산은 역대 최대"라는 이 대통령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같은 맥락에서 친기업 신문을 자처하는 일부 언론들도 정부의 ‘선심성 복지지출’ 증가를 우려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자. 위에서 본 것처럼 경제위기 이후 급격히 늘렸다가 내년 예산안에서 줄어든 SOC예산을 빼고 나면 매년 늘어나고, 역대 최대가 아닌 예산 항목이 어디 있는가.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대단한 의미가 있다는 듯이 너스레 떠는 것은 황당하기 짝이 없다. 

 

더구나 속사정을 알고 보면 현실은 오히려 이대통령 발언과 반대에 가깝다. 우선, 정부가 보건복지 예산으로 잡은 항목들 가운데 상당 부분은 실제로는 보건복지 예산이 아니다. 예를 들어, 국토해양부 소관 기금 중 하나인 국민주택기금의 2011년 지출액은 2010년 대비 1.2조원 늘어난 17.8조원에 이른다. 전체 보건복지예산의 20.6%에 이르는 금액이 보건복지 예산으로 잡혀 있다. 하지만 기금의 성격을 뜯어보면 보건복지 예산이라기보다는 토건 SOC 예산에 오히려 가깝다. 국민주택기금 지출액의 약 65% 가량이 각종 주택 건설사업에 들어가는 돈이기 때문이다.

 

특히 2011년의 경우 기금 지출액의 53%가 넘는 9.5조원이 보금자리 주택사업에 지원된다. 그런데 보금자리주택사업의 3분의 2 가량은 서민용 공공임대/전세 주택이 아닌 공공분양 물량이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 마지막 해인 2007 13만호가 넘던 공공임대주택 물량(사업 승인 기준)  2010년에는 5만호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친서민 주택정책’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로 민간 주택 물량 감소로 자금난에 시달리는 건설업체들의 자금난을 해소해주는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이들 지출은 사실상 SOC사업 예산으로 잡아야 한다. 앞서 거론한 것처럼 예산 곳곳에 분식돼 있는 SOC 예산은 매우 많다. 그래서 겉으로 드러나는 SOC 예산은 훨씬 더 많다고 봐야 한다. 더구나 국제적 기준에 따르더라도 이 같은 지출을 복지예산으로 잡는 나라는 없다.

 

또한 나머지 35% 가량을 차지하는 주택구입 및 전세 융자금 지원액도 보건복지 예산으로 잡기 어렵다. 이들 융자액은 일정한 시점에 원본에 이자까지 덧붙여 기금으로 회수하는 것이므로 재정지출액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보건복지 예산으로 분류된 예산 가운데 상당 부분은 각종 복지시설 건립비 등 사실상 토건 사업 예산인 경우가 수두룩하다. 이처럼 성격상 보건복지 예산으로 잡아서는 안 될 예산을 복지예산으로 산입해 마치 ‘복지대국’인 것처럼 부풀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자신들의 분식행위가 드러날까 봐 그런지 복지 예산의 항목별 소상한 내용을 국민들에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또 하나 고려해야 할 사항은 보건복지 예산은 저출산 고령화 추세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어 재정수요가 급증하는 분야라는 점이다. 이미 과잉 투자돼 재정수요가 급감하고 있는 SOC예산과는 정반대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예를 들어, 기본적인 사회보장 및 복지 제도에 따라 의무적인 지출액만 따져도 계속 커질 수밖에 없는 영역이다. 매년 최저생계비가 인상되면 그에 준해 기초생활수급 대상자 수와 수급액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또한 2010년대에는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인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국민연금을 내던 사람들이 이제는 연금을 타쓰는 사람으로 전환되게 된다. 이런 식의 의무적인 자연 증가분만으로도 매년 복지예산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는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가 진행된 나라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정부 경상지출 대비 사회보장비 지출 비중이 1990 30% 수준에서 2009 41% 수준까지 늘어났다. 일본의 경우에도 1990 16.5% 수준에서 2006년에는 25%를 넘어섰다. 서구 유럽에 비해 복지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미국과 일본조차도 고령화 등이 진전됨에 따라 사회보장지출 비중은 꾸준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더구나 현재 한국은 세계의 대표적인 고령화 국가인 일본보다 더 빠른 고령화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건복지지출 비중은 가만히 있어도 매년 역대 최대가 될 공산이 매우 커진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나 일본 등의 언론들이 이런 현상을 두고 매년 ‘복지예산 역대 최대’라며 복지예산을 줄이라는 식으로 보도했는지는 의문이다.

 

실제로 당장 내년 예산안 가운데 공적연금 지원액 2.2조원, 보훈보상금 0.7, 건강보험 지원금 0.3, 의료급여 0.2, 기초노령연금 0.1, 노인요양보험 0.1조 등 3.6조원이 의무적인 지출 증가분에 해당한다. 또한 주택부문 증가분 1.3조원도 사실상 융자금 성격의 돈이어서 복지지출로 보기 어렵다. 이에 더해 앞서 부당하게 복지예산으로 산입된 국민주택기금의 증가분 1.2조원을 합치면 약 4.8조원이다. 이것만으로도 2010년 대비 보건복지 예산 증가액 5.1조원과 맞먹어 버린다. 의무적 지출이나 사실상 복지예산이 아닌 항목을 빼면 실제로는 보건복지 예산이 거의 증가하지 않은 셈이다.

 

더구나 2011년 물가 상승률을 약 3%로 잡는다면 실질 가치로는 3% 가량 보건복지 예산이 줄어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GDP나 전체 예산규모 대비 다른 부문 예산안이 늘어난다는 것을 감안하면 정부가 자기 재량으로 늘리는 보건복지 예산은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는 뜻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존 취약계층이나 저소득계층에 대한 복지지원액은 오히려 줄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꾸준히 추적하고 있는 참여연대에 따르면 복지예산 가운데 취약계층을 위한 예산 비중은 2006 18.7%였으나 2008 15.6%, 2009 12.4%, 2010 11.8%로 줄었고 2011년 예산안에서는 11.5%로 떨어졌다. 특히 건강보험 본인부담금과 보험료 등을 면제받는 의료급여 수급자가 크게 줄어들었다. 2007 197 8000(인구 대비 4.1%)이던 의료급여 대상자는 2010년에는 1745000(인구 대비 3.6%)로 줄었고 2011년에는 1725000(3.5%)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4인가족 기준으로 월소득 1867435원 미만 가구를 나타내는 기초생활수급대상자 역시 2010 1632000명에서 2011년에는 1605000명으로 줄어든다. 이들을 위한 생계급여 예산도 올해의 24491억원에서 2011년 예산안에서는 24459억원으로 32억여원 줄어든다.

 

이에 더해 국회 예산 통과 과정에서 삭감된 복지 예산이 적지 않다. 2009 542억원, 2010 203억 원이 배정됐던 방학중 결식아동 예산과 영유아 예방접종비 194억원이 전액 삭감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처럼 무자비한 서민예산 삭감이 현실에서는 어떤 충격을 미칠까. 필자는 2008년 말 당시 사회복지사로 일하던 필자의 아내와 함께 며칠간 경기도 고양시의 기초생활대상자들을 돌아본 적이 있다. 아내의 얘기를 듣고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한국의 열악한 복지 현실에 마음이 찢어지는 듯 했다. 생활도우미가 절실히 필요하지만 도움을 받지 못해 변도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장애인, 매일 끼니를 라면으로 때우고 전기요와 홑이불 몇 개에 의지해 겨울을 나던 60대 노인, 컨테이너 박스에서 노환에 시달리며 한 달 생활비 30만원으로 겨우 살아가던 독거노인, 차상위 계층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이 끊기면서 약값 부담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르던 할머니...

 

그런데 아내와 동료 사회복지사 한 명의 급료를 포함해 80여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복지사업에 배정된 1년 예산은 겨우 1억원. 아내는 예산이 조금만 더 있어도 정말 많은 일을 할 수 있겠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런데 그 해 말 정부는 경제위기 극복과 서민경기 부양을 명목으로 각종 토건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조기 예산 집행에 나섰다. 당시 여당 소속 시장이 있던 고양시도 비슷하게 움직였다. 그러면서 제 처가 담당하던 거점센터에 지원하기로 했던 예산은 당초보다 3000만원 깎이고 말았다.

 

중앙정부는 국민들의 반대 여론이 높은 4대강 사업에 수십조원을 투입하고, 고양시는 지금도 가동률이 50%에 불과한 킨텍스 옆에 제 2전시장을 짓는다며 3500억원을 쓴다. 고양시 1년 전체 사회복지예산의 1.5배에 이르는 돈이다. 상론하기는 어렵지만, 턴키사업으로 진행되는 그 건설사업비 가운데 1000억원은 건설업체에 그냥 퍼주는 돈이나 다름 없다. 도대체 한 달에 단돈 몇 만원이 아쉬워 최소한의 인간적 삶도 못 누리는 이웃들을 방치하면서 이게 뭣 하는 짓인가.

 

이처럼 열악한 대한민국 복지 현실은 OECD 국가간 비교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GDP 대비 한국의 공적사회복지지출은 8%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21%3분의 1수준을 조금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복지국가로 진입하고 있다고 말하고,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이 복지를 즐긴다고 표현하며, 오세훈 서울시장이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을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현실 왜곡이자 기만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일부 정책 기획과 집행 과정의 문제로 복지 예산 가운데도 문제 소지가 있는 정책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것은 복지예산이 전반적으로 과도한 것과는 무관하게 정부 정책의 기획 및 집행과정상의 문제, 그리고 관료시스템 상의 문제인 경우가 더 많다. 그런 문제는 굳이 복지가 아니라 다른 예산 분야에서도 새고 샜다.

 

물론 복지라는 것이 무조건 돈을 많이 쓴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국민들의 세 부담이나 생산경제에 대한 위축효과 등을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추진하는 것은 문제다. 예를 들어, 세계 최저수준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무작정 예산을 퍼붓는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높은 집값과 승자독식구조에 가까운 사교육비 경쟁, 양질의 일자리 부족으로 인한 청년층의 만혼화 현상 등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사회경제적 구조를 만드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지 저출산을 강요(?)하는 구조는 그대로 둔 채 예산을 퍼부어봤자 막대한 재원만 낭비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지 말고 우리 연구소가 설명한 것처럼 국민연금 등 공적사업자가 나서 대규모 공공임대/전세주택을 공급하면 재정을 낭비하지 않으면서도 저출산 문제와 노후 문제를 동시에 해소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내 복지수준이 상당히 열악하다는 점과 향후 저출산 고령화의 충격이 본격화됨에 따라 복지수요가 급증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지금부터라도 전략적으로 일정 수준의 사회안전망과 복지지원체계를 단계적으로 준비해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 같은 재원은 자산경제 부문에 대한 과세 확충과 지하경제의 투명성 강화 등을 통한 조세구조 개혁과 불요불급한 토건사업 억제 등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확보하는 한편 체계적인 정부시스템 개혁을 통해 정책 기획 및 집행의 효율성을 높여가야 한다. 필자가 출간한 새 책 <프리라이더: 대한민국 세금의 비밀>을 집필하면서 계산해본 결과로는 세입 구조개혁을 통해 50조원,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50조원 등 모두 100조원의 예산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렇게 확보한 예산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사회경제구조를 만들면서 우리의 열악한 사회안전망과 복지 인프라를 확충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 충격이 본격화하기 전에 지금부터 전략적으로 복지 인프라 구축해가는 작업 서둘러야 한다.

 

그런데 저출산고령화 충격이 눈 앞에 닥쳐 와있는 상황에서 현 정부는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기는커녕 기존의 매우 부실한 사회안전망과 열악한 복지지원체계마저 해체하면서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채울 각종 개발예산들을 남발하고 있다. MB예산 (4대강사업 예산과 보금자리주택사업 예산 등)과 형님예산 등이 대표적 사례다. 그러면서도 한편에서는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얼버무리고 각종 복지예산을 삭감한 것을 호도하기 위해 대통령은 복지 국가라고 부르짖고 서울시장은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억지 핑계를 대며 이념공방으로 몰고 가려는 것이다. 공공사회복지지출 OECD 3분의 1만 쓰고도 말 몇 마디면 복지국가가 되는 것이라면 왜 유럽국가들은 수십 년에 걸쳐 그렇게 어렵게 복지국가 수준에 도달했겠는가? 실제로는 온갖 복지예산들을 마구 깎아대면서도 마치 복지예산이 넘쳐나는 나라인 것처럼 대통령과 서울시장이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다. 도대체 대통령과 서울시장은 어느 나라에 사는 사람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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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위험한 경제학> 출간 이후 1년여만에 세금이라는 동창회비를 잘 내지도 않는 사람들이 동창회장과 총무를 맡아 자기들 멋대로 돈을 쓰는 행태를 비판한 <프리라이더: 대한민국 세금의 비밀편>을 출간했습니다. 두 권으로 나눠 내는 책의 첫 번째 책입니다. 특히 최근 의무급식 지원 논란과 예산안 날치기 통과 과정에서 '내가 낸 세금 제대로 쓰이고 있나?'라는 의구심이 드시는 분들께서는 꼭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by 선대인 2010. 12. 23. 11:02

서울시가 상당수 일간지에 부자무상급식의 허구성을 밝히겠다며 광고를 게재했습니다. 서울시가 시민 세금을 그렇게 아끼는 것처럼 주장하더니 시민 세금으로 사실상 오세훈시장 개인의 의견광고를 이렇게 퍼붓는 것은 아깝다고 생각지 않는 모양입니다. 서울시가 오세훈시장 취임 이후 왜 그토록 광고/홍보예산을 많이 배정했는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으로 보입니다. 그 돈 아껴서 의무급식 지원에나 보태지 말입니다.

 

 

 

서울시가 광고한 순서에 맞춰 서울시 광고 내용이 왜 현실을 오도하고 있는지 간략히 설명드려보겠습니다.

 

(주) @yangclay님의 사진


서울시가 광고한 순서에 맞춰 서울시 광고 내용이 왜 현실을 오도하고 있는지 간략히 설명드려보겠습니다.

 

1. 지금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서울시민들 정책 선호 순위에서 의무급식 지원은 낮은 순위가 아니었습니다. 또한 서울시민들은 서울시 학교안전과 사교육비 절감 등을 목표로 하는 3무학교 사업에 반대하지 않는다. 필자도 개인적으로는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낭비성 토건사업 줄여서 교육예산을 더 늘리고, 그 가운데 의무급식 지원 예산도 가급적 편성해서 같이 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서울시 자체 조사에서 학교 안전사업이 학부모들이 필요로 하는 사업 일순위라고 해서 의무급식 지원이 안 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오세훈시장이 서울시 교육국장이라면 서울시 전체 예산의 1%도 안 되는 교육예산 안에서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하겠지만, 서울시장이라면 낭비성 토건사업, 특히 턴키사업에서 낭비되는 돈 수천억원만 아끼면 얼마든지 교육지원을 더 할 수 있다. 왜 자꾸 서울시 수장이 아니라 교육국장 수준에서 논하는가.

 

2. 서울시는 의무급식에 2조원이 든다고 부풀리고 있다. 현재 급식지원 예산을 전국적으로 확대할 경우 필자 계산으로는 약 1조원 전후 수준으로 나타난다. 서울시는 왜 2조원으로 잡고 있는지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또한 이미 상당수 지자체에서 의무급식 실시하고 있거나 급식을 지원하고 있다는 점 고려하면 추가로 들어가는 의무급식 예산은 더 크게 줄어든다.

그것도 중앙정부, 지자체, 지방교육청이 분담하자는 것이며 또한 해당 지자체와 시교육청의 재정상황에 맞게 단계적으로 실시해가자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서울시가 내년 예산안에서 부담해야 할 700억원이 과도한지를 따지면 된다. 그런데 왜 전국 단위 지원 예산 2조원을 들먹이는가. 설사 서울시 주장대로 2조원 수준이라고 하더라도 2009년 이후 공공부채 400조원 이상 늘어난 것에 비해 그게 그렇게 '망국적인 복지 포퓰리즘' 예산인가
또한 서울시교육청도 단계적으로 의무급식 사업을 실시해가자는 입장이며, 이를 위해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이는 세출 구조개혁에 착수한 상태로 알고 있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의무급식 예산을 최대치로 언급하며, 그것도 단기간에 그 예산이 모두 들어가는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 신문에 광고를 집행할 예산이나 낭비성 전시사업은 전혀 아깝지 않고, 아이들 밥 먹이는 예산은 그렇게 아까워서 서울시 급식지원비가 전국에서 최하위수준을 기록하고 있는가?

 

3. 서울시가 세계에서 의무급식을 하는 단 두 나라로 핀란드, 스웨덴 두 나라를 꼽은 것은 터무니없는 왜곡이다. 이 두 나라는 쉽게 말해 서울시가 확인할 수 있었던 의무급식 하는 두 나라라고 표현해야 옳다. OECD 국가간 교육현황을 비교할 수 있는 자료는 OECD education at a glance라는 자료이다. 그 자료에는 의무급식 지원 예산을 직접 비교한 항목이 없다. 그렇지 않을 경우 각 국가별로 개별적으로 확인해야 하는데, 각국의 구체적 교육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확인하기 쉽지 않으며 서울시 또한 이 같은 개별적 확인작업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전해 들었다.

다만, OECD의 유럽 국가 대부분은 대학까지 의무교육을 실시하고 학생들에 교육지원금까지 지원하고 있다. 이들 나라에서 의무급식 직접 지원 여부는 불명확하지만, 설사 직접 지원이 없다 해도 얼마든지 의무교육의 성격상 얼마든지 간접 지원하는 격이다. 심지어 말레이시아 등 우리보다 경제력 수준이 뒤떨어진 나라도 의무급식을 하고 있다. 또한 위에 언급한 핀란드나 스웨덴 두 나라도 의무급식을 실시한 때가 세계2차대전 직후로 현재 한국보다 훨씬 더 경제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미래에 대한 투자라는 생각으로 전면 실시했다. 그렇게 해서 그 두 나라의 복지수준이나 경제력 수준이 오세훈시장이 말하는 망국적 상황으로 치달았는가. 오히려 우리보다 전반적으로 복지와 경제력 수준이 훨씬 더 높은 나라로 발전했다.

 

4. 의무급식 지원으로 가장 많이 삭감되는 시 교육청 예산은 교육시설 예산이다. 이러한 예산의 삭감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필자가 시교육청 예산을 분석해본 결과 공정택 교육감 시절 시설예산이 크게 늘어나 상당히 과도하게 사용됐다. 각종 수의계약의 남발로 시설예산의 평균 낙찰율이 혈세 먹는 하마인 턴키사업의 평균 낙찰율보다 더 높은 수준이었다.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부정 비리가 저질러지고 예산 낭비가 이뤄졌을 것으로 개연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이미 BTL형 민자사업을 통해 이미 했어야 할 시설사업을 상당 부분 당겨서 실시했다. 그만큼 교육시설 투자 수요가 상대적으로 줄어든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과도한 시설사업 예산을 줄여 의무급식 지원을 늘린다는 것은 시교육청으로서 할 수 있는 합리적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서울시교육청이 삭감하지 않는다는 정책광고 홍보비에 관한 한 서울시가 말할 자격이나 있는가. 서울시 광고홍보비가 시교육청의 몇 배나 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5. 마지막으로 서울시 무상급식 지원 범위를 저소득층 30% 수준에 맞추고 있는 것은 스스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더구나 서울시가 내년 예산으로 편성한 것은 30% 수준도 아니고 15%도 안 된다. 전국에서 급식지원 예산이 꼴찌 수준이다. 더구나 오시장이 최대 치적으로 삼고 있는 장기전세 입주 요건도 소득 하위 50% 수준이었다. 아이들 밥 먹이는 목표를 저소득층 30%로 잡고 있는 것이 그렇게 자랑인가.

 

 

제발 신문 광고비와 부실투성이인 한강르네상스 사업비부터 좀 줄이길 바란다. 매년 서울시 홍보예산은 전임 이명박 시장 때에 비해 세 배가 넘는다. 또한 한강르네상스, 남산르네상스, 디자인거리 조성, 서울 서남권 개발 등 주로 시설형 하드웨어 사업으로 구성된 사업들에 모두 수천억원씩 들어간다. 그리고 각종 턴키 발주사업에서 연간 최소 1000억원 이상이 낭비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시가 정말 떳떳하다면 그런 내역들을 밝히고 예산 낭비가 없었음을 입증하라.

 

당장 수천억원을 들여 진행한 사업들도 시민들이 혜택을 충분히 보지 못하는 사업으로 가득하다. 최병성 목사가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에서 드러난 것처럼 한강변의 구조물은 위험하기 짝이 없고, 난지공원의 캠핑비 비용은 공사비는 막대하게 들였지만 정작 이용료는 일반 시민들이 이용하려면 10여만원이 훌쩍 넘는 수준이다. 또한 수백억원 들인 자벌레 공연장에서 어떤 공연이 이뤄지며, 이용객이 얼마나 되는지부터 확인해보라. 그리고 바로 옆 시설에 물을 틀면 자벌레 공연장에는 물조차 나오지 않는다. 서울시장과 관계자들은 도대체 그런 현장 상황을 확인이나 하고 있는 것인가. 7000억원이나 들인 한강르네상스 사업들의 구체적 면면들이 모두 이렇다. 서울시는 그 돈들을 정말 효과적으로 잘 썼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정말 그렇다면 오시장이 그 막대한 예산을 들여놓고도 자기 치적사업으로 내세우지도 못하고 있는가.

 

더구나 오시장이 재정문제를 거론할 자격이나 되는가. 오시장 취임하던 해인 2006년에 서울시와 산하 공기업의 부채가 13.6조원에서 지난해 말에는 복식부기 기준으로 25조원으로 증가했다. 물론 회계상으로는 자산도 그만큼 증가했다고 변명할 수 있지만, 그들 자산에서 충분한 현금흐름이 발생하면 상당히 큰 재정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서울시 부채를 잔뜩 늘려놓은 오시장이 무슨 염치로 아이들 의무급식 지원 예산 700억원을 가지고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떠드는가. 디자인 포퓰리즘르네상스 포퓰리즘으로 인한 예산 낭비부터 줄이고 오시장이 그런 말을 하기 바란다.



사족: 서울시가 광고한 내용 보니 헐벗은 아이 사진을 걸었더군요. 서울시가 헐 벗은 아이 팔며 저렇게까지 선동적 광고를 해야 하는지, 정말 제대로 된 판단력을 갖추고 있는 건지요. 그리고 그 광고는 굳이 말하자면 형님예산, 안주인예산 챙기려 겨울방학 저소득층 아이들 급식예산과 영유아 예방접종 예산 깎은 현 정부여당에 더 적절한 광고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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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by 선대인 2010. 12. 21. 10:56

어제 KBS사측에서 지난 7월 파업에 참여했던 기자와 아나운서 60여명에 대한 대대적인 징계를 단행했다고 한다. 20여 년 전에 보았던 풍경을 다시 보고 있자니 전직 언론인으로서 서글프고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런데 지금 KBS의 후배들을 징계한 50~60대 간부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KBS 사원행동의 핵심 멤버로 활약했던 최경영 기자가 자신의 책 <9 거짓말>에서 증언한 내용이 있다. 참고로, 최기자는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을 6회 수상해 기자로서 성실성과 능력을 인정받은 기자이고, KBS의 탐사보도 발전에 큰 기여를 한 기자로 알려져 있다. 이제는 점점 오히려 역주행하고 있지만 말이다.

 

최기자는 우선 ‘국익’이나 ‘중립’ 또는 ‘객관’이라는 미명 아래 언론이 어떻게 사회경제적 강자의 이익을 지속적으로 공고히 하는 지를 분석한다.

 

“정부가 ‘4대강 정비사업’이라고 하면 그 실체가 설령 ‘대운하’라고 할지라도 언론은 이를 ‘4대강 정비사업’이라고 부릅니다. 정부가 자신들을 ‘실용정부’라고 칭하면 설명 그 본질이 ‘권위주의적 기득권 옹호집단’에 가깝더라도 언론은 그저 ‘실용정부’라고 표기합니다. 한국의 주류 언론에서 재벌이라는 말 대신 대기업이라는 단어가 쓰이게 된 것도 한국의 재벌이 그렇게 불리길 원했고 또 그 언론이 그 요구에 순응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연장선상에서 왜 ‘대량해고’ 또는 ‘대량감원’ ‘대규모 실직’이라는 단어 대신 ‘구조조정’이라는 표현을 쓰는지, 왜 ‘근로자, 노동자, 또는 직장인’이라는 용어들 가운데 파업할 때만 왜 ‘노동자’라는 표현을 써서 ‘좌경’과 ‘집단이기’를 덧칠하는 행태도 따끔하게 꼬집는다. 또한 극소수 종합부동산세 대상자들에게 부과되는 종부세에 대해 ‘세금 폭탄’이라고 표현한 기득권 신문들이 ‘서민경제파탄’이라고 매일 노래하던 기득권 신문들이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훨씬 더 심각해진 상황에서도 입을 다무는 편파적 행태도 비판한다.

 

그러면 왜 언론들이 상식과 정도를 벗어나 기득권 위주의 보도를 지속하는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최기자는 “그 책임의 대부분이 기자 생활을 30년 넘게 한 50대 중반 이상의 언론인들에게 있다”고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최기자의 이 같은 주장은 주로 KBS 내부 사정을 특히 감안한 주장으로 여겨지지만, 대부분 언론에서도 과히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구시대적인 시대착오적 발상으로 젊은 기자들을 질식시키고 있는 것은 필자가 다녔던 신문사에만 국한된 얘기만은 아닐 것이다. 일부 군소 신문사에서는 기사를 광고와 ‘엿 바꿔 먹고’ 기자들에게 사실상 기사를 매개로 한 ‘광고 영업’을 주문하는데, 이런 신문사의 기자들이 무슨 사명의식과 프로페셔널리즘을 가질 수 있겠는가.

 

하지만 KBS 내부의 사정은 조금 더 다르고, 심한 것 같다. “한국은 ‘중견언론인’일수록, 도는 ‘중견언론인’이 돼갈수록 오히려 그 수준이 더 떨어집니다. (중략) 이분들은 초년병 시절에는 출입처에서 ‘받아쓰기’에 집중했고, 1990년대 중반 이후, 나이 마흔이 넘어서는 데스크나 부장으로 들어앉았습니다. 그래서 특히 정치나 경제적 현안을 독립적, 비판적으로 기획하고 취재해서 보도했던 경험이 일천합니다. (중략) 독립적 취재를 못하다 보니 정부가 기업이 말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써서 보도하는 것이 이분들의 일상이었습니다.

 

이처럼 ‘받아쓰기 저널리즘’에 젖어 있다 보니 이들 중견 언론인들의 상당수는 90년대 후반 이후 등장하기 시작한 한국의 탐사보도나 PD저널리즘이 거꾸로 객관 보도가 아니라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나 기업의 보도자료와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보도물을 기획하는 것은 젊은 PD나 기자의 주관이 개입되어 있기에 방송용으로는 적당치 않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기자는 묻는다. “청와대나 삼성도, 시민도, 단지 자신들의 생각과 의견을 말하고 있을 뿐이다. 다만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하는 자료의 신뢰도에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최기자는 따라서 “언론은 이를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것이 언론 본연의 역할이라고 주장한다. 한국의 방송기자들은 이 언론의 본 역할을 거의 방기해왔다고 비판한다.

 

이들 중견언론인들에 대한 최기자의 비판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KBS MBC에는 현재의 50,60대 방송 언론인들이 1970~80년대 이후 어떤 보도를, 어떻게 해왔는지 증명하는 많은 자료 테이프들이 보관되어 있는데, 두 방송사 모두 이들 자료를 디지털화하는데 매우 미온적이라는 것. “그들이 진행했던 뉴스나 다큐멘터리가 자신들이 생각하기에도 매우 파렴치한 것들이었기 때문”이라는 게 최기자의 해석이다.

 

“과거, 정권의 ‘감시견’이기는커녕 ‘애완견’들이었던 이 50, 60대 방송인들이 우리 언론에 끼치는 가장 큰 악영향은 이분들의 과거가 아닙니다. 이렇게 허무맹랑하게 인생을 살아온 분들이 마치 자신들은 언론인으로서의 인생을 살아온 양 과거를 오도하는 현재의 작태입니다. 또 과거를 오도하기 위해 저널리즘의 기본 가치를 왜곡하고 이를 젊은 기자들에게 주입시키면서 발생하는 현장의 폐단들입니다.(중략) 꼿꼿한 딸깍발이 선비와 같은 언론인은 1970~80년대에 대부분 쫓겨나거나 스스로 직장을 떠났습니다. 이렇게 조직에 순응한 기자들이 언론사의 주류로 자리잡으면서 언론사는 이윤을 추구하는 사기업과 다를 바 없게 됐습니다. 기자가 정부의 정책을 홍보하는 공무원이나 여당 정치인과 비슷한 사고를 하고 비슷한 언행을 하게 된 것입니다.

 

최기자는 중견 언론인의 문제뿐만 아니라 ‘과잉 상업주의’로 인해 한국 언론의 뉴스가 점점 ‘좁고, 얕고, 얇고, 시끄럽고, 편파적’이라고 지적한다. 이런 상업주의 언론이 판치는 곳에서 언론이 집중하는 것은 양질의 정보 제공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오로지 ‘호기심’을 자극하는 뉴스들이 난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120여초, 불과 8~9문장과 인터뷰 1,2개로 구성된 방송 리포트에서 여러분은 과연 무슨 정보를 얻습니까? 쓰는 사람도 내 기사에는 정말 정보가 없다고 여길 때가 많은데, 보는 사람이 그 속에서 무슨 정보를 찾을 수 있을까요? 신문은 방송 뉴스처럼 ‘팔릴 만한’ 동영상을 사용할 수 없으니 언어로 분탕질을 합니다. 격한 용어와 선정적인 편집으로 독자를 현혹합니다.

 

‘권력과 기업을 대변하는 언론’에 대한 비판, 그리고 이처럼 이해관계에 깊이 오염된 언론 보도로 인한 대중들의 피해에 대해서도 냉철하게 짚고 있다. 한국 언론기자들이 증시상황을 보도할 때 몇몇 애널리스트의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의 피상적 분석을 짜깁기한 뉴스를 통해 대중들 사이에서 ‘사실’로 굳어지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기자들은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대중들 중에는 이런 식으로 기사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잘 모르는 분들도 상당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최소의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값싼 뉴스’를 통해 대중들이 얻을 수 있는 정보란 거의 없다며 한국 언론의 날탕식, 선동식 보도를 질타한다.

 

‘백인남성 교수’에게 약하고, 정치부나 경제부든 이른바 권력과 돈 있는 출입처를 선호하는 행태를 근거로 권력에 굴종하는 순치된 언론인들의 자화상을 비판한다. 특히 ‘비용을 절감하려는 언론사 사주의 이해관계와 쉽게 일하려는 기자들의 비()프로페셔널리즘이 제대로 맞아 떨어지는 지점’으로서 출입처 제도의 폐해를 지적한다. “많은 취재 시간, 인적 사원, 그리고 돈이 들지 않으면 권력을 감시하는 ‘비싼 뉴스’가 나오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사회의 기득권과 ‘등을 지는’ 행위에는 유무형의 압력도 뒤따릅니다.” 삼성X파일 사건을 비롯해 최근까지 한국 언론에서 권력을 감시하는 뉴스가 해당 출입처 기자들에게서 나오는 경우가 드물었던 것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다.

 

“멍청하거나 사악한 언론인이 많을수록 대중은 점점 더 가난하고 불행해집니다. 그러나 그들이 지금 하는 짓을 스스로 멈출 거라 기대하기는 힘듭니다. 그들은 대중이 계속 그렇게 우매한 상태로 남아있기를 간절히 희망하고 있습니다. 그게 그들에게는 무엇보다 이익입니다.

 

최경영 기자와 같은 기자정신과 프로페셔널리즘을 겸비한 새 세대 기자들이 이국 땅에서 ‘반강제 연수’를 하지 않고 한국 언론의 주류가 되는 것, 그리고 그들과 함께 대중이 우매한 상태를 벗어난다면 한국 언론도, 이 나라도 조금은 더 밝아질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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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12. 18. 08:44

 

윤증현 장관이 15일 트위터 사용자들과의 간담회에서 "4대강 같은 데 투자하지 않고 복지 같은 데 재원을 다 써버리면 결국 남는 게 별로 없게 된다"는 식의 발언을 해 논란을 빚고 있다. 더구나 “복지를 즐긴다”는 표현까지 써 매우 열악하기 짝이 없는 국내 복지 현실에 대해 매우 잘못되고도 천박한 인식을 여지 없이 드러냈다. 물론 그의 말대로 국가 재정이라는 것이 300조원이 넘는 막대한 규모이긴 하지만 분명히 예산제약이 있다. 따라서 한정된 재원 안에서 재원 배분의 우선순위에 따라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정확히 그런 이유 때문에 4대강 사업처럼 경제적 효과가 불투명한데도 다수 국민의 반대도 무시하고 막대한 돈을 들여 자연을 파괴하는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 그렇게 재벌건설업체들 배 불려주는 데 터무니없이 돈을 탕진하는 예산이 그토록 중요해 결식 어린이 겨울방학 급식 지원 예산조차 깎아낸 것도 모자라 “복지를 즐긴다”고 표현하는가.


이미 한국정부는 2009년 이후 그 이전 10년보다 더 많은 400조원의 공공부채를 늘리는 한편 우리 아이들 배는 굶겨가면서까지 온갖 토건개발사업을 벌이느라고 여념이 없다. 한 마디로 그냥 개발사업을 벌여 건설업체들의 일감을 늘려주고 부동산 거품 떠받치기에 연연할 뿐 정작 목표로 하는 정책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는 안중에도 없다. ‘공급을 하면 수요는 생긴다’는 근거 없는 희망에 따라 개발계획을 내놓는 것에 불과하다. 이는 사회기반시절이 턱없이 부족하던 개발연대 때나 통하던 방식이다. 개발연대 때에는 기본적인 사회기반시설이 부족하니 짓기만 하면 모두 수요가 생겨나고 그것이 성장 잠재력 확충에도 기여했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웬만한 사회기반시설은 대부분 들어섰다. 각종 콘크리트 사업에 투자해봤자, 성장 잠재력이 얼마나 확충되겠는가. 사람들이 이용하지도 않는 공항, 도로, 관광지를 만들어놓는다고 그게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겠는가.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정부도 온갖 개발사업에 예산을 탕진하고 있다. 우리 연구소가 자리잡은 경기도 고양시의 킨텍스나 종합운동장도 마찬가지다. 고양시 1년 전체 복지예산보다 많은 25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지은 킨텍스는 가동률이 50% 정도에 불과하다. 지금도 행사장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아 겨울에는 인공 눈썰매장을, 여름에는 간이 물놀이장을 만들어 운영한다. 그런데 기존에 있는 킨텍스를 제대로 활용도 못하면서 ‘세계 10대 국제전시행사’를 유치해야 한다며 지난 시장 임기 때 착공한 제2킨텍스를 짓고 있다. 1200억원을 들인 고양시 종합운동장도 마찬가지다. 2부 리그 축구팀이 경기하는 게 일 년에 고작 10여 차례에 몇 차례 시 차원의 행사가 열릴 뿐 그 큰 운동장이 늘 텅 비어있다. 하지만 잔디밭을 훼손한다며 시민들은 운동장 안에 제대로 발을 들여놓을 수도 없다. 고작 수십 억원의 예산을 들여 인근에 지어놓은 대화레포츠공원이 저녁마다 동네 주민들로 붐비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도대체 이게 뭐하는 짓인가. 도대체 시민들에게 거의 아무런 혜택도 돌아오지 않고, 경제에 도움도 되지 않는 이런 막대한 개발사업을 누구를 위해 벌이는 것인가.


드러내놓고 벌이는 토건사업뿐만 아니다. 문화, 교육사업으로 포장된 토건사업들 또한 계속 진행되고 있다. 도서관 짓는데 100억원 이상이 들어가는데 정작 매년 도서 구입비 예산은 1억원 남짓이다. 그러니 도서관에 가도 제대로 볼만한 책은 늘 부족한 상태다. 마찬가지로 문예회관이나 공연장이라며 수백억원을 들이는데 정작 짓고 나면 질 낮은 문화공연 프로그램밖에 안 돌아가는 것이다. 이런 사업들을 어떻게 제대로 된 문화사업, 교육사업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윤증현 장관 말대로 정말 복지에 돈을 퍼주고 있어서 국민들이 복지를 여름에 파라솔 아래에서 선탠하듯 즐기고 있는 수준이라면 이해라도 한다. 하지만 한국의 열악한 복지 현실을 제대로 들여다 본 사람들이 있다면 아마 가슴이 찢어지게 아플  것이다. 장애 때문에 생활도우미가 절실히 필요하지만, 도움을 받지 못해 변도 처리하지 못하는 노인, 가만있던 집값이 재개발 붐에 40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올라 자활대상자 지원에서 제외된 노인, 한 달 생활비 10만원 정도로 버티며 매일 끼니를 라면으로 때우는 사람 등등 우리 주변에는 단 돈 몇 만원이 아쉬운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그런데도 이들에 대한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고 그나마 있는 쥐꼬리만한 1억~2억의 복지예산도 날아가기 일쑤다. 언제까지나 부동산 개발을 통해 한국경제가 먹고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에 빠져 중앙과 지방 정부 전체가 경쟁하듯 매년 수십 조원 씩 토건 예산을 탕진하면서도 당장 기초적인 사회복지 체계도 제대로 구축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이 누적되다 보니 한국의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공공소득이전 규모 및 계층간 소득 불평등 감소 효과가 OECD국가들 가운데 최하위로 나타나고 있다. 즉 한국은 계층간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OECD국가 중 가장 빈약하다는 것이다. 공공소득이전 정책이 빈약하다 보니 생계비보조 등을 통해 빈부격차를 나타나는 가장 기본지표인 지니계수 감소 효과도 0.011로 OECD국가들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OECD 전체의 평균적인 불평등 감소 효과가 0.078인 것에 비하면 7분의 1에 불과하다.


현실이 이런데도 아직 윤 장관 같은 현 정부 고위관료들과 현 정부 실세들부터 온갖 불요불급한 개발사업을 만드는 데 혈안이 돼 있다. 나중에야 어떻게 되더라도 뭘 만들고 짓는다 하면 생색이 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각종 지자체들에서 초호화청사 짓기와 초고층 빌딩 짓기 경쟁을 보고 있다. 정치권은 표 얻고 뒷돈 받을 수 있으니 좋고, 관료들은 눈에 안 보이는 복지 프로그램 돌리느니 생색나는 실적 만들어서 좋고, 건설업체들은 사업으로 돈 벌어서 좋다. 관변 학자나 연구소들은 용역 프로젝트 많아져서 좋고, 언론들은 건설업체들 광고 물량 많아져서 좋고, 주민들은 주변 집값 올라간다고 대환영이다. 이렇게 한국은 거대한 삽질패러다임에 빠져 소중한 세금을 탕진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지자체 역시 개발연대 시절의 토건사업 위주로 정책에 막대한 재정을 쏟아 붓고 있는 것이다. 토건사업 위주의 개발사업에 지나치게 많은 재정이 투입되면서 지식정보화와 첨단기술 개발, 교육 및 사회복지 등 소프트 부문에 대한 투자 여력을 소진시켜 한국의 성장 잠재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 윤증현 장관 말대로 예산 제약 아래서 투자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면 가장 먼저 줄여야 하는 것인 바로 4대강 사업과 같은 토건사업이다. 4대강 사업 같은 시대착오적 토건사업에는 절대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


왜 그런지 간단히 설명하기 위해 토건사업과 지식서비스업, 두 가지 산업에만 자원을 배분할 수 있는 경제에서 경제구조 변화에 따라 자원 배분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를 생각해보자. 이를 위해 두 산업에 배분할 수 있는 자원은 100이라고 가정하자. 먼저 토건사업에 75, 지식서비스업에 25를 쓸 때 경제 발전에도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국민경제 전체의 효용, 즉 후생수준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경우가 개발연대 시절의 자원배분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토건사업에 25, 지식서비스업에 75를 쓸 때 경제 발전에도 가장 효과적이면서 국민들의 후생 수준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경우가 현대의 첨단지식정보화시대의 자원배분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의 한국경제는 후자와 같은 자원 배분을 해야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개발연대 시절의 관성이 강하게 남아 각종 토건사업에 여전히60, 지식서비스업에 40 정도의 자원이 배분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개발연대 시절에 비해서는 25에서 40으로 지식서비스업에 자원이 좀더 배분되고는 있으나 자원의 최적배분 면에서 볼 때 여전히 토건사업에는 과도하게, 지식서비스업에는 과소하게 자원이 배분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식의 자원 배분은 국민경제의 잠재력을 극대화하지 못하게 하고 비효율적으로 자원을 탕진하는 한편 결과적으로 국민경제 전체의 후생 수준도 시간이 갈수록 떨어뜨린다.


현실에서도 각종 SOC가 확충돼 공항과 도로, 항만 등 대부분의 시설이 이미 충분히 갖춰졌거나 과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개발사업이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효과는 크게 줄어들고 있다. 또한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중후장대형의 시설투자를 중심으로 하는 자본집약적 산업구조에서 첨단기술과 고부가가치 지식서비스 위주의 산업구조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개발연대식의 토건사업의 경제적 효과는 크게 감소하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은 과거 토건국가라 불리던 일본을 훨씬 능가해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은 건설업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지금 한국은 토건사업에는 필요 이상의 과도한 투자를 하고 있으므로 이걸 과감하게 줄여야 한다. 대신 지식정보화 시대와 창의경제 시대에 걸맞게 인적 자원 중심의 투자와 저출산 고령화 등에 따라 추후 발생할 복지비용 줄일 수 있는 사회복지인프라를 전략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또한 재정 배분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이 같은 사회경제적 변화에 따른 문제점들을 지속가능한 구조 속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경제의 선순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 한국의 공적사회복지지출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1/3 수준에 불과하다. 교육재정지출도 세계경제포럼이 2008년 조사한 세계 127개국 가운데 71위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장관처럼 ‘복지를 즐긴다’고 표현하고, 오세훈 서울시장처럼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을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현실 왜곡이자 기만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일부 정책 기획과 집행 과정의 문제로 복지예산 가운데도 문제 소지가 있는 정책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것은 복지예산이 전반적으로 과도한 것과는 무관하게 정부 정책의 기획 및 집행과정상의 문제, 그리고 관료시스템 상의 문제인 경우가 더 많다. 그런 문제는 굳이 복지가 아니라 다른 예산 분야에서도 쌔고 쌨다.


또한 복지라는 것이 무조건 돈을 많이 쓴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국민들의 세 부담이나 생산경제에 대한 위축효과 등을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추진하는 것은 문제다. 예를 들어, 세계 최저수준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무작정 예산을 퍼붓는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높은 집값과 승자독식구조에 가까운 사교육비 경쟁, 양질의 일자리 부족으로 인한 청년층의 만혼화 현상 등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사회경제적 구조를 만드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지 저출산을 강요(?)하는 구조는 그대로 둔 채 예산을 퍼부어봤자 막대한 재원만 낭비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보다는 국민연금 등 공적사업자가 나서 대규모 공공임대/전세주택을 공급하면 재정을 낭비하지 않으면서도 저출산 문제와 노후 문제를 동시에 해소할 수 있는 효과적 방법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내 복지수준이 상당히 열악하다는 점과 향후 저출산 고령화의 충격이 본격화됨에 따라 복지수요가 급증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지금부터라도 전략적으로 일정 수준의 사회안전망과 복지지원체계를 단계적으로 준비해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 같은 재원은 여기에서 자세히 상론하기는 어렵지만 부동산 보유세 정상화 등 자산경제 부문에 대한 과세 확충과 지하경제의 투명성 강화 등을 통한 조세구조 개혁과 불요불급한 토건사업 억제 등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확보하는 한편, 체계적인 정부시스템 개혁을 통해 정책 기획 및 집행의 효율성을 높여가야 한다.


그런데 저출산고령화 충격이 눈 앞에 닥쳐 와있는 상황에서도 현 정부는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기는커녕 기존의 매우 부실한 사회안전망과 열악한 복지지원체계마저 해체하면서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채울 각종 개발예산들을 남발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한편에서는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얼버무리고 각종 복지예산을 삭감한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억지 핑계를 대며 이념공방으로 몰고 가고 있다. 

 

정작 국내에서 가장 심각한 포퓰리즘은 4대강 개발사업과 형님예산으로 상징되는 ‘망국적인 개발 포퓰리즘’이라고 할 수 있다. 당장 2011년 예산안의 국회 통과 과정에서도 각종 토건 개발사업 예산들이 증액된 반면 정부안에 포함돼 있던 각종 복지예산들이 삭감된 것이 국내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즉, 정치인들이 유권자들에게 과시하기 위해 선심성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각종 개발사업이라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여든 야든,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가리지 않고 수십 년 동안 개발 포퓰리즘에 젖어 국민의 혈세를 탕진해왔다. 차도 안 다니는 도로, 시민들이 사용도 못하는 종합운동장, 이용객이 없는 지방공항, 시민들 빚으로 지어진 초호화 청사들이 전국 각지에 넘쳐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각종 불요불급한 개발사업들에 매년 막대한 예산이 탕진되다 보니 시민들의 삶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아이들 방학중 결식아동 지원비와 영유아 예방접종 지원비까지 빼앗아 MB예산(4대강 사업 예산과 보금자리 사업 예산)과 형님예산을 챙기는 청와대와 정치권, 그리고 수천억원씩 들어가는개발사업은 문제가 아니고 700억 원을 배정하는 아이들 의무급식 지원은 '부자급식'이라는 이유로 거부하는 서울시장이 있는 한시민들의 삶은 개선될 리 만무하다.소중한 혈세로 외환위기 이후 세 배 이상 비대해진 건설업계의 배를 불리는 데는 마구 퍼주면서도 아이들 밥도 제대로 못 먹이는 기괴한 현실이 벌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기괴한 현실을 개선하기는커녕 시대착오적인 토건사업을 지속하면서 열악하기 짝이 없는 복지 수준을 두고 '복지를 즐긴다'고 표현하는 윤증현 장관이야말로 왜 매년 수백조원의 예산을 쓰면서도 국민의 삶이 개선되지 않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현 정부 경제수장부터가 이 모양이니 여당은 우리 아이들 겨울 급식 지원비를 전액 삭감해 ‘형님예산’과 ‘안주인예산’ 확보하는데 혈안이 돼 있는 것이다. 더구나 대통령이란 자가 국회 예산안 날치기 통과 과정에서 폭력을 휘두른 자를 격려했다니 이런 나라가 과연 정상적인 나라인가. 이러니 이미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한 시민들이 또 다시 점심값과 커피 값을 아껴 결식아동 급식비 지원을 위한 성금을 모금하는 아름다운재단이나 다른 사회복지기관에 또 다시 기부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이런 정부를 정부라 할 수 있는 것인지, 이런 대통령과 경제수장에게 이 나라를 계속 맡겨놓아야 하는지 깊은 회의가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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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12. 16. 10:33

롯데마트 통큰치킨 사태는 한참 전에 마련했어야 할 정부 정치권의 정책적 불비(不備)가 왜 서민들의 삶을 고달프게 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느껴집니다. 이번 통큰치킨 사태는 동네치킨자영업자 대 재벌유통업체의 대립구도로 많이 소개됐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그런 정도로만 이해할 수 있을까요?

 

여론 흐름을 보면 동네치킨 자영업자들의 상권을 일정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에 많은 분들이 상당히 공감하는 듯 합니다. 하지만 치킨을 저렴하게 먹고 싶어하는 소비자로서 일반 가계의 욕구도 상당히 강하게 느껴집니다. 이 두 가지 문제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을 촉발시켰다는 상당히 의미 있는 사건으로 봅니다.

 

실제로 외환위기 이후 고용이 불안해지고 명퇴자들이 늘면서 음식료, 숙박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들이 매우 빠르게 늘어났습니다. 지금은 한 풀 꺾였지만 말입니다. 그만큼 안정적인 일자리가 줄어들고 고용이 불안해져 자구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는 세태를 반영하는 흐름으로 볼 수 있습니다. 명퇴금을 들고 절박한 심정으로 차린 치킨집이 유통대기업 때문에 문 닫게 된다면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겠죠. 그런 의미에서 일단 롯데마트가 통큰치킨 판매를 중단한 것은 여론의 힘에 밀려서든 어쨌든 당장에는 필요한 조치로 보입니다. 

 

하지만 생활인으로서, 소비자로서 우리의 욕구는 어떤가요? 당연히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이고, 같은 다홍치마이면 싼 게 좋은 것은 인지상정 아닐까요? 특히 한국 경제는 긴 흐름에서 보면 소비자인 일반 가계들을 희생하며 성장하는 구조입니다. 지속적인 고환율로 가계의 대외 구매력을 줄이고, 상대적 고물가에 시달리게 합니다. 400원대, 600원대, 800원대이던 환율이 이제는 1200원대까지 치솟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일반 가계들은 고물가 부담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수출 대기업들을 지원해주는 꼴입니다. 한국 경제는 큰 틀에서 이 같은 흐름을 수십 년 동안 지속해왔고, 현 정부는 매우 노골적으로 고환율 정책을 쓰고 있습니다. 이러고도 친서민 정책이라니 눈 가리고 아웅하는 주장이죠.

 

또 정부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재벌대기업들의 독과점과 담합을 방치하고 있습니다. 공공건설사업에서는 재벌건설업체간 담합으로 예산을 낭비하고, 민간 주택부문에서는 분양가 담합으로 고분양가 거품을 일반 가계에 뒤집어씌우고 있습니다. 기업간 치열한 경쟁을 통해 저렴한 가격 형태로 소비자 잉여로 돌아올 것을 대기업들의 초과 이윤 형태로 가져갑니다. 그러다 보니 한국의 물가, 특히 대기업이 생산하는 물건 값은 국내 경제수준 및 가계의 소득수준 대비 매우 높습니다. 반면 사람 값은 실업난과 비정규직 양산 형태로 똥값을 만들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나라를 일반 가계들이 가능하면 저렴하게 재화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생활인 국가로 만드는 것이 향후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특히 인위적 고환율 정책을 중단하고, 재벌 대기업들의 독과점적 횡포를 엄단하는 것이 핵심 과제입니다.  

 

제가 예전의 약자에게만 한 없이 가혹한 경쟁의 이중구조라는 글에서 밝힌 바 있듯이 약자에게는 생사를 건 가혹한 경쟁을 하도록 하고 경제적 강자들의 담합과 반칙은 방조하고 각종 특혜를 안겨줘서는 공정사회는 애초부터 불가능합니다. 불공정의 근원적 구조를 그대로 두고 어떻게 공정사회를 실현한다는 말입니까? 이런 구조는 그대로 두고 일반 서민들의 불만이 비등할 때만 잠시 이런 대기업들의 횡포를 두들기는 식으로는 절대 일반 가계의 삶이 구조적으로 개선되기는 어렵습니다. 이번에 청와대 정진석 정무수석이 롯데마트를 비판했지만, 이것으로 끝날 일입니까?

 

한편 이번에 롯데마트에서 물가 인하 노력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거짓말입니다. 정말 물가 인하 노력이라면 치킨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마진을 줄여서라도 전 품목의 가격을 다 인하해야지, 왜 치킨 값만 인하할까요? 결국 그들이 노린 것은 치킨을 미끼상품으로 해서 매출을 늘리려는 마케팅 전략에 불과합니다. 롯데마트뿐만 아니라 할인유통업계를 과점하고 있는 소수 대기업들은 가격 경쟁을 하기보다는 미끼상품마케팅 경쟁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런 점에서 일부에서 약탈적 가격(predatory pricing)’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저는 의문이 듭니다. 약탈적 가격은 일반적으로 자금력이 있는 거대 시장사업자가 원가 이하의 낮은 가격을 책정해 경쟁자들을 몰아내거나 가격을 통한 진입장벽을 만든 이후 독과점적 초과 이윤을 누리기 위한 가격 책정 행태를 말합니다. 하지만 이번 롯데마트의 치킨 값 인하는 미끼상품을 통해 매출 늘리려는 마케팅 전략으로서 성격이 훨씬 더 강해 보입니다. 실제로 롯데마트가 지금 치킨 좀 싸게 팔았다가 나중에 치킨 값 좀 더 올릴 수 있다고 해서 얼마나 득을 보겠습니까. 오히려 할 수만 있다면 치킨 값은 계속 싸게 유지해 그것을 미끼로 해서 모여드는 고객들로부터 더 많은 매출을 올리는 것을 염두에 둘 것입니다. 물론 같은 그룹 계열사인 롯데리아가 일부 경쟁품목(치킨버거)을 팔긴 하지만 롯데리아를 위한 판 깔기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런 면에서 치킨프랜차이즈 업계의 독과점 구조도 상당히 심각한 문제로 보입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이성남 의원(민주당)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조사한 결과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 독과점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이미 드러난 바 있습니다. 모두 200여 개가 넘는 치킨 프랜차이즈사업자 중 또래오래, BBQ, 교촌, 굽네치킨, 오븐에 빠진 닭 등 상위 5개 사업자는 지난해 말 56.88%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습니다. 겉보기에 업체 수가 많지만 사실 상위 몇 개사가 담합하면 시장지배사업자 그룹으로서 얼마든지 시장가격을 조절할 수 있는 현실입니다.

실제로 이들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치킨 가격은 거의 대동소이합니다. 가격 담합 의혹이 매우 짙습니다. 사실 이런 식의 가격 담합 의혹은 국내 대부분 업계에서 비일비재합니다. 부랴부랴 공정위가 담합 혐의 조사에 나섰지만, 그 동안은 도대체 뭘 하고 있었던 것인지 의문입니다.

프랜차이즈 업계가 자신들의 판매가격이 결코 과도하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저는 믿지 않습니다. 닭 한 마리 가격이 3000원에 불과한데 최종 치킨 판매가가 16000~18000원에 이른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솔직히 치킨 원가에 관한 한 롯데마트 측이 발표한 내용이 더 사실에 부합한다고 믿습니다.

제가 일산에 살 때 저희 아파트 바로 앞에 프라이드 치킨을 6000원에 파는 치킨집이 문을 열었습니다. 저는 처음에 재료가 불량이 아닌지, 그래서 맛이 없지는 않은지 그리고 장사 초기라 처음에만 밑지고 파는 게 아닌지 의심했으나 그게 아니었습니다. 맛도 일반 프라이드 치킨이랑 별반 다르지 않았고, 그 치킨집 주인에게 물어본 결과(직업병의 발로입니다^^) 밑지지 않고 팔 수 있는 가격임을 알게 됐습니다. 물론 박리다매 전략이긴 하지만 일반 비브랜드 서민 치킨가게도 낮출 수 있는 치킨 가격을 대량 구매를 하고 가격 협상력을 지닌 거대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가 못 낮출 리 없습니다. 정말 그들 주장대로 3000원인 닭 한 마리가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정말 5~6배나 비싸질 수밖에 없다면, 이들 업계의 원가 관리 구조에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뜻입니다. 정상적인 시장경쟁 상태에서 그런 업체들은 사실 시장에서 퇴출되는 게 정상입니다.

 

저는 분명히 이들 업계가 치열한 가격 경쟁을 피하고 가격을 명시적으로든 암묵적으로든 담합하고 있을 개연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들 치킨업계가 이번 사태에서 개별 프랜차이즈 점주들을 앞에 내세워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킨 행태는 매우 파렴치해 보입니다. 사실 롯데마트에 앞서 진짜 동네 치킨가게들을 전멸시킨 것은 바로 이들 프랜차이즈 업계입니다. 자신들이 저질렀던 횡포에 대한 반성과 가격 담합 의혹에 대한 제대로 된 해명도 없이 롯데마트에 대한 대중들의 비판 여론에 편승하는 모습은 꼴불견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 치킨업계만 이런 것이 아닙니다. 국내에서는 가장 값비싼 주택부터 자동차와 기름값, 휴대폰, TV, 통신 등 우리가 생활 과정에서 소비하는 많은 제품과 서비스들이 이런 식의 담합구조에 의해 일반 소비자가 비싼 가격으로 덤터기 쓰고 있는 구조입니다. 이런 구조를 해소하는 게 향후 매우 핵심적인 과제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독과점과 담합 구조를 깨고 이들 경제적 강자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는 당연히 롯데마트 등 대형 유통업계와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등이 진정한 경쟁에 뛰어들도록 해야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문제는 남습니다. 치킨 판매 등을 통해 생계를 이어가는 점포주들을 비롯해서 이른바 동네 상권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무한정 이들 동네 점주들을 보호하기는 어렵습니다. 일부 분들은 그러실 수 있겠지만, 그 분들의 생계를 위해서 일부러 상대적으로 더 비싼 가격에 지속적으로 물건을 사실 분들은 드물 겁니다. 결국 생활인으로서 우리는 저렴한 가격의 혜택을 누리면서도 적절한 수준에서 동네 상권도 보호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를 모색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공간적으로, 상품 품목별로 어느 정도 수준에서 일반 주거단지 주변의 상권을 보호할 것인지, 또 어떤 방식으로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모아가야 합니다. 예를 들면, 주택가 반경 500m 안은 안 된다든지, 또 품목별로는 치킨과 피자, 과일류 등은 안 된다든지, 또 방법상으로는 입점 자체를 불가능하게 할 것인지 입점하더라도 해당 품목에 대해서는 상당히 부담 느낄만한 정도의 세금을 부과한다든지 하는 적절한 방법론을 찾아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함께 여론의 주목을 받았던 이마트 피자와 여론에서는 거의 주목 받지 못했지만 비슷한 행태라고 볼 수 있는 코스코에서 판매하는 피자/츄러스/핫도그 등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마트 피자에 대해서도 상당한 여론의 반발이 있었지만 롯데마트 치킨만큼은 아니었습니다. 이는 여러 차이점이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피자가 치킨만큼 생계형 자영업 품목이 아니라는 대중의 정서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피자헛이나 도미노피자 등은 대체로 매장도 넓고 시설투자도 해야 해서 치킨 프랜차이즈 점주들보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큰 업주들이 주로 운영합니다. 또한 치킨과 달리 비브랜드 피자를 만들어 파는 동네 가게들도 상당히 드뭅니다. 대중들이 콕 집어서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정서적으로 이미 치킨과 피자 사이에 일정한 차이점을 구분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이마트 피자의 경우에는 생계 자영업주 보호 측면보다는 피자 가격 인하 효과를 통한 소비자 혜택의 효과가 더 큰 경우로 보고 있습니다. 이 경우 치킨보다 이마트 피자의 경우 좀 더 느슨하게 규제를 적용할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코스코에서 판매하는 피자/츄러스/치킨덕/핫도그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오래 전부터 코스코에서 이들 품목을 팔고 있는데 대해서는 여론이 반발하지 않았을까요? 물론 매장 수가 상대적으로 적어 눈에 덜 띈 측면도 있겠지만, 이들 판매 품목이 상대적으로 우리의 전통 동네상권 품목이 아닌 연유가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 국내에서 어차피 많이 팔지 않던 품목들이 함께 미국 쇼핑물의 문화와 함께 들어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 측면이 커 보입니다.

 

따라서 이 같은 차이점들을 고려해서 면밀히 조사해보면 사회적 공감대를 반영하는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작업은 정부와 정치권이 주도적으로 해야 합니다. 최근 들어 SSM과 이마트피자를 비롯해서 통큰치킨까지 이런 문제들이 계속 불거지고 있지만, 사실 이런 식으로 동네 서민형 자영업이 무너진 것은 이미 오래된 일입니다. 그 동안 이런 문제들에 대해 제대로 된 대책 마련에 소홀했던 것입니다. 이렇게 팔짱 끼고 있다가 청와대 정무수석 등 일부 정치권에서 갑자기 민의의 대변자들이라도 된 양 롯데마트나 치킨프랜차이즈업계를 비난합니다. 그런 비난은 일반 시민들에게 맡겨두고 정부와 정치권은 그런 민심을 수렴해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적절한 규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것이 그들의 본분입니다.

 

그리고 좀 더 폭넓게는 도시 계획상의 구조 문제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국내에는 대형 쇼핑몰이 바로 주택가까지 파고들고 있습니다. 생활 편의를 위해 근린상가가 들어서는 것까지는 이해하지만 대형 쇼핑몰, 특히 대형마트가 주택가 바로 인근까지 들어서는 것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사회적 고민의 과정이 거의 없이 주민들은 대형 쇼핑몰이나 대형마트가 들어서면 집값이 뛴다는 이유로, 또 대기업들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대형마트 사업들의 매출을 늘리는 수단으로 SSM까지 만들어가며 점점 더 주택가를 파고 들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당연히 대형마트와 재래시장/동네상권이 충돌할 수밖에 없습니다. 도시계획을 할 때부터 상권 충돌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적용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방기해온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SSM에 이어 이마트피자, 롯데마트 치킨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대형마트들이 주택가와 동네상권에서 일정하게 떨어져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대형마트들은 대부분 도시 외곽에 자리잡고 있어 국내와 같은 갈등이 심각하게 일어나지 않습니다. 업체들 입장에서는 대량의 물품을 쌓아놓는 공간이 필요한 한편 쇼핑몰 건립비 및 창고비용 등을 줄여야 하니 자연스레 도시 외곽에 쇼핑몰을 만들게 됩니다. 더구나 자동차 문화가 발달해 있어 주민들도 외곽의 쇼핑몰에 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물론 그 수고를 충분히 보상해줄 만큼 매우 가격이 저렴하기에 미국 소비자들은 외곽 쇼핑몰에 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사실 한국의 대형마트들이 저렴한 가격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민망할 정도입니다. 물론 땅이 넓고 중산층이 교외에 살며 자동차 문화도 발달해 있어 자연스레 그렇게 형성된 측면이 있기에, 한국도 당연히 그렇게 돼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이동 거리가 멀다 보니 사실 에너지 소모가 많다는 점에서 꼭 바람직한 것만도 아닙니다.

 

다만 도시 외곽에 대형마트들이 자리잡고 있다 보니 적어도 한국과 같은 상권 충돌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상대적으로 매우 적습니다. 앞서 언급한 코스코의 간식 판매 경우도 쇼핑고객들이 쇼핑에 전념(?)할 수 있도록 업체측이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하는 측면이 강합니다. 한국처럼 그걸 두고 동네상권을 잠식한다고 비난할 소지가 처음부터 거의 없는 거지요. 주변에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등이 좀 있기는 하지만, 그들 업체들은 오히려 쇼핑객들 때문에 먹고 사는 셈이니 불만이 있을 리 없습니다.

 

하지만 주택가에 매우 인접한 곳에까지 대형쇼핑시설과 마트가 들어선 한국의 경우 상권충돌이 매우 격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방치하면 결국 대형마트들 때문에 동네상권이 모두 고사되는 사태로 치달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하루빨리 적절한 도시계획상의 규제선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미 정부와 정치권이 손 놓고 있는 사이 이미 대기업 유통업체들의 동네상권 잠식이 너무 심각해져 버렸습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글이 길어졌습니다. 사실 이외에도 따질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일례로, 더 넓게는 불안정한 고용 구조와 자영업 양산 구조 등에 대해서도 살펴보면 좋겠지만 그러면 너무 논점이 커져 버리겠지요. 어쨌든 이번 사태가 롯데마트 대 동네 치킨업주들 간의 대립구조로 이해하는 선에서 일회성 문제로 그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생활인으로서 대다수 일반 가계의 물가 부담을 줄이는 구조를 만들면서도 이미 과점적 대기업 유통체인에 궤멸당하고 있는 동네상권을 보호하는 적절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by 선대인 2010. 12. 15. 09:24

롯데마트 통큰치킨 사태는 한참 전에 마련했어야 할 정부 정치권의 정책적 불비(不備)가 왜 서민들의 삶을 고달프게 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느껴집니다. 이번 통큰치킨 사태는 동네치킨자영업자 대 재벌유통업체의 대립구도로 많이 소개됐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그런 정도로만 이해할 수 있을까요?

 

여론 흐름을 보면 동네치킨 자영업자들의 상권을 일정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에 많은 분들이 상당히 공감하는 듯 합니다. 하지만 치킨을 저렴하게 먹고 싶어하는 소비자로서 일반 가계의 욕구도 상당히 강하게 느껴집니다. 이 두 가지 문제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을 촉발시켰다는 상당히 의미 있는 사건으로 봅니다.

 

실제로 외환위기 이후 고용이 불안해지고 명퇴자들이 늘면서 음식료, 숙박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들이 매우 빠르게 늘어났습니다. 지금은 한 풀 꺾였지만 말입니다. 그만큼 안정적인 일자리가 줄어들고 고용이 불안해져 자구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는 세태를 반영하는 흐름으로 볼 수 있습니다. 명퇴금을 들고 절박한 심정으로 차린 치킨집이 유통대기업 때문에 문 닫게 된다면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겠죠. 그런 의미에서 일단 롯데마트가 통큰치킨 판매를 중단한 것은 여론의 힘에 밀려서든 어쨌든 당장에는 필요한 조치로 보입니다. 

 

하지만 생활인으로서, 소비자로서 우리의 욕구는 어떤가요? 당연히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이고, 같은 다홍치마이면 싼 게 좋은 것은 인지상정 아닐까요? 특히 한국 경제는 긴 흐름에서 보면 소비자인 일반 가계들을 희생하며 성장하는 구조입니다. 지속적인 고환율로 가계의 대외 구매력을 줄이고, 상대적 고물가에 시달리게 합니다. 400원대, 600원대, 800원대이던 환율이 이제는 1200원대까지 치솟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일반 가계들은 고물가 부담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수출 대기업들을 지원해주는 꼴입니다. 한국 경제는 큰 틀에서 이 같은 흐름을 수십 년 동안 지속해왔고, 현 정부는 매우 노골적으로 고환율 정책을 쓰고 있습니다. 이러고도 친서민 정책이라니 눈 가리고 아웅하는 주장이죠.

 

또 정부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재벌대기업들의 독과점과 담합을 방치하고 있습니다. 공공건설사업에서는 재벌건설업체간 담합으로 예산을 낭비하고, 민간 주택부문에서는 분양가 담합으로 고분양가 거품을 일반 가계에 뒤집어씌우고 있습니다. 기업간 치열한 경쟁을 통해 저렴한 가격 형태로 소비자 잉여로 돌아올 것을 대기업들의 초과 이윤 형태로 가져갑니다. 그러다 보니 한국의 물가, 특히 대기업이 생산하는 물건 값은 국내 경제수준 및 가계의 소득수준 대비 매우 높습니다. 반면 사람 값은 실업난과 비정규직 양산 형태로 똥값을 만들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나라를 일반 가계들이 가능하면 저렴하게 재화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생활인 국가로 만드는 것이 향후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특히 인위적 고환율 정책을 중단하고, 재벌 대기업들의 독과점적 횡포를 엄단하는 것이 핵심 과제입니다.  

 

제가 예전의 약자에게만 한 없이 가혹한 경쟁의 이중구조라는 글에서 밝힌 바 있듯이 약자에게는 생사를 건 가혹한 경쟁을 하도록 하고 경제적 강자들의 담합과 반칙은 방조하고 각종 특혜를 안겨줘서는 공정사회는 애초부터 불가능합니다. 불공정의 근원적 구조를 그대로 두고 어떻게 공정사회를 실현한다는 말입니까? 이런 구조는 그대로 두고 일반 서민들의 불만이 비등할 때만 잠시 이런 대기업들의 횡포를 두들기는 식으로는 절대 일반 가계의 삶이 구조적으로 개선되기는 어렵습니다. 이번에 청와대 정진석 정무수석이 롯데마트를 비판했지만, 이것으로 끝날 일입니까?

 

한편 이번에 롯데마트에서 물가 인하 노력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거짓말입니다. 정말 물가 인하 노력이라면 치킨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마진을 줄여서라도 전 품목의 가격을 다 인하해야지, 왜 치킨 값만 인하할까요? 결국 그들이 노린 것은 치킨을 미끼상품으로 해서 매출을 늘리려는 마케팅 전략에 불과합니다. 롯데마트뿐만 아니라 할인유통업계를 과점하고 있는 소수 대기업들은 가격 경쟁을 하기보다는 미끼상품마케팅 경쟁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런 점에서 일부에서 약탈적 가격(predatory pricing)’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저는 의문이 듭니다. 약탈적 가격은 일반적으로 자금력이 있는 거대 시장사업자가 원가 이하의 낮은 가격을 책정해 경쟁자들을 몰아내거나 가격을 통한 진입장벽을 만든 이후 독과점적 초과 이윤을 누리기 위한 가격 책정 행태를 말합니다. 하지만 이번 롯데마트의 치킨 값 인하는 미끼상품을 통해 매출 늘리려는 마케팅 전략으로서 성격이 훨씬 더 강해 보입니다. 실제로 롯데마트가 지금 치킨 좀 싸게 팔았다가 나중에 치킨 값 좀 더 올릴 수 있다고 해서 얼마나 득을 보겠습니까. 오히려 할 수만 있다면 치킨 값은 계속 싸게 유지해 그것을 미끼로 해서 모여드는 고객들로부터 더 많은 매출을 올리는 것을 염두에 둘 것입니다. 물론 같은 그룹 계열사인 롯데리아가 일부 경쟁품목(치킨버거)을 팔긴 하지만 롯데리아를 위한 판 깔기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런 면에서 치킨프랜차이즈 업계의 독과점 구조도 상당히 심각한 문제로 보입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이성남 의원(민주당)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조사한 결과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 독과점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이미 드러난 바 있습니다. 모두 200여 개가 넘는 치킨 프랜차이즈사업자 중 또래오래, BBQ, 교촌, 굽네치킨, 오븐에 빠진 닭 등 상위 5개 사업자는 지난해 말 56.88%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습니다. 겉보기에 업체 수가 많지만 사실 상위 몇 개사가 담합하면 시장지배사업자 그룹으로서 얼마든지 시장가격을 조절할 수 있는 현실입니다.

실제로 이들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치킨 가격은 거의 대동소이합니다. 가격 담합 의혹이 매우 짙습니다. 사실 이런 식의 가격 담합 의혹은 국내 대부분 업계에서 비일비재합니다. 부랴부랴 공정위가 담합 혐의 조사에 나섰지만, 그 동안은 도대체 뭘 하고 있었던 것인지 의문입니다.

프랜차이즈 업계가 자신들의 판매가격이 결코 과도하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저는 믿지 않습니다. 닭 한 마리 가격이 3000원에 불과한데 최종 치킨 판매가가 16000~18000원에 이른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솔직히 치킨 원가에 관한 한 롯데마트 측이 발표한 내용이 더 사실에 부합한다고 믿습니다.

제가 일산에 살 때 저희 아파트 바로 앞에 프라이드 치킨을 6000원에 파는 치킨집이 문을 열었습니다. 저는 처음에 재료가 불량이 아닌지, 그래서 맛이 없지는 않은지 그리고 장사 초기라 처음에만 밑지고 파는 게 아닌지 의심했으나 그게 아니었습니다. 맛도 일반 프라이드 치킨이랑 별반 다르지 않았고, 그 치킨집 주인에게 물어본 결과(직업병의 발로입니다^^) 밑지지 않고 팔 수 있는 가격임을 알게 됐습니다. 물론 박리다매 전략이긴 하지만 일반 비브랜드 서민 치킨가게도 낮출 수 있는 치킨 가격을 대량 구매를 하고 가격 협상력을 지닌 거대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가 못 낮출 리 없습니다. 정말 그들 주장대로 3000원인 닭 한 마리가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정말 5~6배나 비싸질 수밖에 없다면, 이들 업계의 원가 관리 구조에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뜻입니다. 정상적인 시장경쟁 상태에서 그런 업체들은 사실 시장에서 퇴출되는 게 정상입니다.

 

저는 분명히 이들 업계가 치열한 가격 경쟁을 피하고 가격을 명시적으로든 암묵적으로든 담합하고 있을 개연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들 치킨업계가 이번 사태에서 개별 프랜차이즈 점주들을 앞에 내세워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킨 행태는 매우 파렴치해 보입니다. 사실 롯데마트에 앞서 진짜 동네 치킨가게들을 전멸시킨 것은 바로 이들 프랜차이즈 업계입니다. 자신들이 저질렀던 횡포에 대한 반성과 가격 담합 의혹에 대한 제대로 된 해명도 없이 롯데마트에 대한 대중들의 비판 여론에 편승하는 모습은 꼴불견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 치킨업계만 이런 것이 아닙니다. 국내에서는 가장 값비싼 주택부터 자동차와 기름값, 휴대폰, TV, 통신 등 우리가 생활 과정에서 소비하는 많은 제품과 서비스들이 이런 식의 담합구조에 의해 일반 소비자가 비싼 가격으로 덤터기 쓰고 있는 구조입니다. 이런 구조를 해소하는 게 향후 매우 핵심적인 과제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독과점과 담합 구조를 깨고 이들 경제적 강자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는 당연히 롯데마트 등 대형 유통업계와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등이 진정한 경쟁에 뛰어들도록 해야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문제는 남습니다. 치킨 판매 등을 통해 생계를 이어가는 점포주들을 비롯해서 이른바 동네 상권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무한정 이들 동네 점주들을 보호하기는 어렵습니다. 일부 분들은 그러실 수 있겠지만, 그 분들의 생계를 위해서 일부러 상대적으로 더 비싼 가격에 지속적으로 물건을 사실 분들은 드물 겁니다. 결국 생활인으로서 우리는 저렴한 가격의 혜택을 누리면서도 적절한 수준에서 동네 상권도 보호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를 모색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공간적으로, 상품 품목별로 어느 정도 수준에서 일반 주거단지 주변의 상권을 보호할 것인지, 또 어떤 방식으로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모아가야 합니다. 예를 들면, 주택가 반경 500m 안은 안 된다든지, 또 품목별로는 치킨과 피자, 과일류 등은 안 된다든지, 또 방법상으로는 입점 자체를 불가능하게 할 것인지 입점하더라도 해당 품목에 대해서는 상당히 부담 느낄만한 정도의 세금을 부과한다든지 하는 적절한 방법론을 찾아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함께 여론의 주목을 받았던 이마트 피자와 여론에서는 거의 주목 받지 못했지만 비슷한 행태라고 볼 수 있는 코스코에서 판매하는 피자/츄러스/핫도그 등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마트 피자에 대해서도 상당한 여론의 반발이 있었지만 롯데마트 치킨만큼은 아니었습니다. 이는 여러 차이점이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피자가 치킨만큼 생계형 자영업 품목이 아니라는 대중의 정서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피자헛이나 도미노피자 등은 대체로 매장도 넓고 시설투자도 해야 해서 치킨 프랜차이즈 점주들보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큰 업주들이 주로 운영합니다. 또한 치킨과 달리 비브랜드 피자를 만들어 파는 동네 가게들도 상당히 드뭅니다. 대중들이 콕 집어서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정서적으로 이미 치킨과 피자 사이에 일정한 차이점을 구분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이마트 피자의 경우에는 생계 자영업주 보호 측면보다는 피자 가격 인하 효과를 통한 소비자 혜택의 효과가 더 큰 경우로 보고 있습니다. 이 경우 치킨보다 이마트 피자의 경우 좀 더 느슨하게 규제를 적용할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코스코에서 판매하는 피자/츄러스/치킨덕/핫도그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오래 전부터 코스코에서 이들 품목을 팔고 있는데 대해서는 여론이 반발하지 않았을까요? 물론 매장 수가 상대적으로 적어 눈에 덜 띈 측면도 있겠지만, 이들 판매 품목이 상대적으로 우리의 전통 동네상권 품목이 아닌 연유가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 국내에서 어차피 많이 팔지 않던 품목들이 함께 미국 쇼핑물의 문화와 함께 들어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 측면이 커 보입니다.

 

따라서 이 같은 차이점들을 고려해서 면밀히 조사해보면 사회적 공감대를 반영하는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작업은 정부와 정치권이 주도적으로 해야 합니다. 최근 들어 SSM과 이마트피자를 비롯해서 통큰치킨까지 이런 문제들이 계속 불거지고 있지만, 사실 이런 식으로 동네 서민형 자영업이 무너진 것은 이미 오래된 일입니다. 그 동안 이런 문제들에 대해 제대로 된 대책 마련에 소홀했던 것입니다. 이렇게 팔짱 끼고 있다가 청와대 정무수석 등 일부 정치권에서 갑자기 민의의 대변자들이라도 된 양 롯데마트나 치킨프랜차이즈업계를 비난합니다. 그런 비난은 일반 시민들에게 맡겨두고 정부와 정치권은 그런 민심을 수렴해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적절한 규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것이 그들의 본분입니다.

 

그리고 좀 더 폭넓게는 도시 계획상의 구조 문제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국내에는 대형 쇼핑몰이 바로 주택가까지 파고들고 있습니다. 생활 편의를 위해 근린상가가 들어서는 것까지는 이해하지만 대형 쇼핑몰, 특히 대형마트가 주택가 바로 인근까지 들어서는 것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사회적 고민의 과정이 거의 없이 주민들은 대형 쇼핑몰이나 대형마트가 들어서면 집값이 뛴다는 이유로, 또 대기업들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대형마트 사업들의 매출을 늘리는 수단으로 SSM까지 만들어가며 점점 더 주택가를 파고 들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당연히 대형마트와 재래시장/동네상권이 충돌할 수밖에 없습니다. 도시계획을 할 때부터 상권 충돌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적용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방기해온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SSM에 이어 이마트피자, 롯데마트 치킨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대형마트들이 주택가와 동네상권에서 일정하게 떨어져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대형마트들은 대부분 도시 외곽에 자리잡고 있어 국내와 같은 갈등이 심각하게 일어나지 않습니다. 업체들 입장에서는 대량의 물품을 쌓아놓는 공간이 필요한 한편 쇼핑몰 건립비 및 창고비용 등을 줄여야 하니 자연스레 도시 외곽에 쇼핑몰을 만들게 됩니다. 더구나 자동차 문화가 발달해 있어 주민들도 외곽의 쇼핑몰에 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물론 그 수고를 충분히 보상해줄 만큼 매우 가격이 저렴하기에 미국 소비자들은 외곽 쇼핑몰에 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사실 한국의 대형마트들이 저렴한 가격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민망할 정도입니다. 물론 땅이 넓고 중산층이 교외에 살며 자동차 문화도 발달해 있어 자연스레 그렇게 형성된 측면이 있기에, 한국도 당연히 그렇게 돼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이동 거리가 멀다 보니 사실 에너지 소모가 많다는 점에서 꼭 바람직한 것만도 아닙니다.

 

다만 도시 외곽에 대형마트들이 자리잡고 있다 보니 적어도 한국과 같은 상권 충돌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상대적으로 매우 적습니다. 앞서 언급한 코스코의 간식 판매 경우도 쇼핑고객들이 쇼핑에 전념(?)할 수 있도록 업체측이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하는 측면이 강합니다. 한국처럼 그걸 두고 동네상권을 잠식한다고 비난할 소지가 처음부터 거의 없는 거지요. 주변에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등이 좀 있기는 하지만, 그들 업체들은 오히려 쇼핑객들 때문에 먹고 사는 셈이니 불만이 있을 리 없습니다.

 

하지만 주택가에 매우 인접한 곳에까지 대형쇼핑시설과 마트가 들어선 한국의 경우 상권충돌이 매우 격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방치하면 결국 대형마트들 때문에 동네상권이 모두 고사되는 사태로 치달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하루빨리 적절한 도시계획상의 규제선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미 정부와 정치권이 손 놓고 있는 사이 이미 대기업 유통업체들의 동네상권 잠식이 너무 심각해져 버렸습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글이 길어졌습니다. 사실 이외에도 따질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일례로, 더 넓게는 불안정한 고용 구조와 자영업 양산 구조 등에 대해서도 살펴보면 좋겠지만 그러면 너무 논점이 커져 버리겠지요. 어쨌든 이번 사태가 롯데마트 대 동네 치킨업주들 간의 대립구조로 이해하는 선에서 일회성 문제로 그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생활인으로서 대다수 일반 가계의 물가 부담을 줄이는 구조를 만들면서도 이미 과점적 대기업 유통체인에 궤멸당하고 있는 동네상권을 보호하는 적절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by 선대인 2010. 12. 14. 1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