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심의의 정석과 현실>

 

한나라당이 8일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을 물리력으로 제압하고 2011년 예산안과 각종 쟁점 법안을 단독 강행 처리. 지금까지 국내 언론은 예산의 구체적 내용을 제대로 다루기보다는 늘 정치공방의 소재로 부각하곤 했죠.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의 예산안 국회 통과 과정은 정치공방을 넘어 난투극이라는 사회부 사건기자의 취재 영역으로까지 넘어간 느낌.

 

이처럼 국회 예산심의 및 예산안 표결과정의 수준이 거의 바닥까지 추락한 데는 4대강사업이라는 시대착오적인 사업을 추진하는 현 정부와 야당과 다수 국민의 반대를 전혀 수용하지 않고 청와대 지시에 따라 예산안을 강행 처리한 한나라당의 책임이 훨씬 크다.

 

보통 국회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회기 마지막 날 자정 무렵까지 밀고 당기기를 계속하고,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임시국회까지 열어 12월말까지 처리하는 게 관례. 실제로 ‘밀실 야합’ 등의 비판을 받으면서도 김대중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는 예산안을 막판까지 밀고 당기면서 모두 합의처리했죠.

 

하지만 이명박정부 들어서는 2008년부터 3년 연속 여당 단독으로 강행처리 했다. 더구나 이번에는 12 9일까지 예산안 처리를 기대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한나라당은 ‘수의 우위’를 넘어 김성회 의원 등의 ‘완력의 우위’까지 앞세워 9일 오후에 전격적으로 일방 통과시켰습니다.

이런 와중에 여권이 MB예산과 형님예산을 챙기는 와중에 야당에서도 박지원 원내대표와 서갑원 예결위 민주당 간사도 지역구 사업 챙겼다는 보도 있었죠. 여당 실세에 비해 액수는 작지만, 챙긴 건 챙긴 것이죠. 그래서 여야 의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예결위, 특히 계수조정소위 들어가려고 안달이죠

예결위나 정권 실세가 예산 챙겨가는 것은 어제오늘 일은 아닙니다. 예결위뿐만 아니라 지역 개발사업 챙기기 좋은 국토위 의원들의 예산 챙기기도 만만찮죠. 심지어 정치공방 벌이는 여야 의원들이 자신들 지역구 사업 위해서는 정치적 품앗이까지 합니다.

예결위원들의 그런 정치적 품앗이 결과 국가 전체적으로는 경제적 타당성이 없거나 약한 각종 지방 개발 사업들이 늘 무더기로 편성됩니다. 대표적으로 지역을 가리지 않고 유령지방공항들이 들어선 게 바로 이런 '정치적 품앗이'의 결과물들입니다.

 

물론 국회 오기 전에 예산의 95% 이상은 정부 부처가 정합니다. 미국 등에 비해 국회의 입법권과 예산심의권이 너무 약한 결과이기도. 그래서 여야 의원들이 하는 것은 정부가 짜온 안을 대패질하고 자신들의 지역구사업을 덧붙이는 정도에 불과해지죠.

 

다만 여당의 경우 정부가 예산안을 짤 때부터 큰 틀에서 당정협의 등을 통해, 또 ‘형님예산’처럼 정부부처가 알아서 사전에 자신들 지역구 예산을 반영할 여지들이 커집니다. 야당이 예산심의 과정에서 그것을 조금 덧붙이는 것뿐이죠.

 

국회 예산 편성 및 심의과정이 이렇다 보니 기획재정부(과거 기획예산처)는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할 때 미리 협상용 예산을 만들어 놓습니다. 국회 심의과정에서 여야 정치인들이 요구하는 예산들을 반영하기 위해 사전에 우선적으로 날릴 예산을 얹어놓죠

 

국회 심의과정에서 여야는 예산안에서 정부가 협상용으로 마련해 놓은 예산을 대패질하고 자신들의 지역구 사업 예산을 끼워 넣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정치적 품앗이도 하는 것. 하지만 이번에는 여권 강행처리로 야권이 그렇게 할 여지가 크게 줄었습니다. 심지어는 불교계 템플스테이 예산처럼 한나라당이 추진하려던 예산도 못 넣고 통과시켰죠.

 

어쨌거나 이렇게 국회 심의과정에서 막판에 끼어드는 지역구 예산들은 대부분 도로건설사업 등 지역개발 예산이고, 늘 날아가는 것은 목소리가 없는 아이들의 예산, 복지예산 들이죠. 그래서 제가 국내 최악의 포퓰리즘은 개발포퓰리즘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들을 막기 위해 예결위를 상임위화하고, 예결위원들의 전문성을 강화해야 하는데 부지하세월이고 늘 의원들 순번제 비슷하게 하게 되죠. 지역구 사업 챙긴다는 명목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감사원을 정부가 아닌 입법부 소속으로 둬야 하죠, 미국처럼 말이죠.

 

<형님예산의 의미>

 

mb정부 출범 이후 이상득 의원 지역구 사업에 모두 11000억원 넘게 배정됐더군요. 이걸 '형님예산'으로 포장하는데, 이게 형님예산이기도 하지만 mb예산이기도 합니다. 자기 고향에 대한 보답이라는 거죠.

 

자기 고향 챙기기가 이렇게 노골적인 정부가 있었나 싶네요. 또한 형님예산 대부분이 도로 등 건설예산인데 몇 해에 걸치는 계속사업들이 많죠. 한 번 걸쳐 놓으면 계속 가죠. 이 사업예산들몇 년 후까지 계속 배정될 가능성 높다는 얘기

 

도로사업을 비롯한 개발사업은 땅값, 집값과 가장 밀접한 관계. mb와 그 형님이 직접 챙기면서 이 분들 평소 도덕성 봤을 때 그런 호재 가만 지켜봤을지 의문. 지역의 이 분들 꼬붕들이라도 그 좋은 기회를 그냥 보고 있을까요?

 

도로사업은 토건예산 중에서도 예산액 대비 실행비가 가장 적게 드는 사업. 즉 가장 많이 남기고 뒷돈도 가장 많이 생기죠. 이런 사업들이 형님예산의 다수라는 사실이 의미심장. 4대강사업을 포항동지상고 출신들이 대거 따낸 것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부동산, 주식 불로소득에 삼성 등 각종 재벌 비자금으로 세금 걷지 않고, 부자감세에 막대한 낭비성 토건예산. 그 중 백미는 바로 이 '형님예산' 아닌가 합니다. 물론 mb예산인 4대강사업과 보금자리 예산이 훨씬 더 많지만요

 

형님예산의 의미: 김황식총리 취임 직후 지하철 무임승차 문제 거론. 그런데 동창회비도 제대로 안 낸 사람들이 회장과 총무를 맡아 자신들 좋은 사업에 흥청망청 쓰면서도 우리 아이들 밥도, 건강도 챙기지 않는 '특권층 무임승차자'들은 따로 있죠.

 

 

<선심성 개발사업의 경제적 의미>

 

영어에 log-rolling이란 표현 있습니다. 통나무 굴리기인 셈인데, 옛날 미국에서 벌목수들이 함께 통나무 굴린 데서 유래된 표현으로 알려져 있죠. 이른바 상부상조인데, 정치적으로는 다소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죠.

 

어떤 예산안이 국가 전체적으로 경제적 타당성 없지만, 각 지역 입장에서는 도움 되죠. 지방공항처럼. 그런데 이들 지역 사업 추진하려 해도 각 의원들은 소수니까 사업 추진할 수 없죠. 그래서 그런 식 이해관계 가진 다른 지역 의원들이랑 협조하죠.

 

그 결과 국가 전체적으로 사업성 없는 지역 선심성 예산들이 무더기로 반영. 그 경우 사회 전체적으로는 경제적 후생의 손실이 발생. 예를 들어, a b c 세 지역의 사업들 편익이 50억씩밖에 발생하지 않는데 100억씩 예산이 배정됐다고 해보죠

 

그러면 a b c 세 지역에 300억원 비용 들여 겨우 150억 편익 발생. 비용편익 관점에서 답 안 나오죠. 결국 엄청난 재정낭비로 이어지죠. 건설업체 배 불리는 각종 토건예산 남발하면서도 우리 아이들 밥도 못 먹이는 게 바로 이런 이유죠.

 

이번 예산안 의미를 로그롤링으로 설명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 미화하는 것일지도. 우리 아이들 밥 먹이고, 예방접종할 돈으로 건설업계 퍼준 격. 뒷돈도 많이 오가겠죠. 결국 우리 아이들에 대한 잔인한 폭력이자, 사실상 정권 차원 범죄에 가깝죠.

  

, 오해하실 듯해 덧붙이자면 저는 여야의 정파적 입장 떠나 말씀드립니다. 하지만 최근 의무급식 논란이나 예산안 통과 과정에서 확실히 근본적 잘못은 현 정부와 한나라당쪽에 있다고 봅니다. 정파적 입장 떠나더라도 시시비비는 명확히 가려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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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12. 11. 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