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초등학교 의무급식 문제에 대해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말해 논란을 낳고 있다. 궁지에 몰린 정치인이 의무급식 논란을 정치적, 이념적 공방으로 몰고 가기 위한 구차한 술수일 뿐이다. 한국의 공적사회복지지출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3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교육재정지출도 세계경제포럼이 2008년 조사한 세계 127개국 가운데 71위 수준이다.


 물론 복지라는 것이 무조건 돈을 많이 쓴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국민들의 세금 부담이나 생산경제에 대한 위축효과 등을 생각하지 않고 과도한 복지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문제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열악한 복지 수준을 감안할 때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주장은 현실 왜곡이다.


사실 국내에서 가장 악성 포퓰리즘은 개발 포퓰리즘, 토건 포퓰리즘이다.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은 건설업 비중을 가진 데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또한 당장 8일 한나라당이 일방적으로 강행처리한 내년 예산안만 봐도 드러난다. 309조 567억원에 이르는 새해 예산안 가운데 SOC 예산은 올해 예산안 대비 -3.1% 가량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경제위기 대응이라는 명목으로 2009년 관련 예산을 대폭 늘린 데서 기인한 착시현상일 뿐이다. 2008년 대비 SOC 예산 증가율은 24.1%로 같은 기간 정부 총지출 증가율 17.8%를 훌쩍 넘는다. 문화, 복지, 교육, 환경, 국방 등으로 포장돼 있지만 복지회관이나 체육시설 건설 사업 등 사실상의 토건예산은 이보다 훨씬 더 많다.


물론 보건복지 지출도 같은 기간 27.5% 가량 늘기는 했다. 이는 한국사회의 급속한 고령화 등에 따라 의무적인 법적 지출이 늘어난 때문으로 재량적 지출 예산은 오히려 크게 줄었다. 2009년 542억원, 2010년 203억 원이 배정됐던 방학중 결식아동 예산이 내년 예산안에서 전액 삭감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반면 이른바 ‘MB예산’이라고 할 수 있는 4대강사업 예산은 2700억원 삭감되기는 했으나 정부가 수자원공사를 통해 ‘우회집행’하는 예산을 포함하면 9조3300억원이나 배정됐다. 현 정부 실세들이 예산안 날치기 통과 와중에 챙겨간 사업들도 모두 토건 사업 예산들이다.


우선, ‘형님예산’을 보자. 사실 ‘형님예산’은 MB의 고향 예산이라는 점에서 ‘MB예산’이기도 하다. 한겨레신문 보도에 따르면 날치기 와중에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경북 포항남-울릉)은 울산~포항간 고속도로와 오천~포항시계 국도, 포항~삼척 철도, 울릉도 일주 국도 및 지도 건설 등에 모두 1790억원을 배정받았다. 이 중 870억원이 정부안에 더해 추가로 증액된 것이다. 2009년 4000억원, 2010년 3500억원 가량에 비해 많이 줄었지만, 그동안 사업이 많이 진행됐다는 점이나 다른 대부분 도로예산이 깎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매우 많은 예산을 챙겨간 것이다.


박희태 국회의장(경남 마산)의 경우에도 덕천~양산 광역도로건설, 양산~동면 국도 및 지도 건설 등의 예산으로 모두 288억여원을 챙겼다. 또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이주영 한나라당 의원(경남 마산)도 마산자유무역지역 확대조성, 거제~마산 국도, 진주~마산 고속도로건설, 진동~마산 지역간선 4차 건설 등 모두 1742억여원을 챙겼다. 이들이 지역구민들을 위해 챙긴 예산들은 거의 대부분 토건개발사업에 관한 것이다. 여기에 복지예산은 거의 없다.


민주당에서는 박지원 원내대표와 예결위 간사를 맡은 서갑원 의원이 수완을 보여줬다. 박 원내대표는 목포 수산식품지원센터 40억원, 목포신항 25억원 등 65억원의 지역구 사업 예산을 챙겼다. 서 의원은 순천만 에코촌 조성 12억원, 순천우회고속도로 10억원 등 22억원을 챙겼다.


사실 이번 예산안뿐만 아니다. 우리 연구소가 집계한 결과 정부 공기업 등 공공부문에서 2009년 이후 400조원의 공공부채가 늘어났다. 과거 10년 동안 증가한 액수보다 더 많다. 그 같은 부채의 상당 부분이 각종 개발공기업을 통해 토건사업에 쓰였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이 같은 개발 포퓰리즘을 여야 모두 수십 년 동안 정치적으로 이용해왔다. 특히 한나라당은 2008년 총선에서 ‘뉴타운 헛공약’을 내세워 수도권에서 대거 당선됐다. 당시 오세훈 시장은 뉴타운을 추가 지정할 의사가 없으면서도 선거기간 내내 침묵을 지켰다. 또한 오시장 스스로 수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서남권 개발프로젝트 계획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서남권 지역 주민들에게) 큰 선물인데, 뉴타운 사업과 달라 주민들이 잘 모를 수 있으니 홍보 잘 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런 선심성 정책이야말로 개발 포퓰리즘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정말 문제는 ‘망국적인 개발 포퓰리즘’이다. 이런 토건포퓰리즘 세력들이 '복지포퓰리즘'을 떠들 자격이나 있는지?차도 안 다니는 도로, 시민들이 사용도 못하는 종합운동장, 이용객이 없는 지방공항, 시민들 빚으로 지어진 초호화 청사들이 전국 각지에 넘쳐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각종 불요불급한 개발사업들에 매년 막대한 예산이 탕진되다 보니 시민들의 삶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아이들 방학중 결식아동 지원비와 영유아 예방접종 지원비까지 빼앗아 MB예산(4대강 사업 예산)과 형님예산 챙기는 청와대와 정치권, 그리고 수천억원 들어가는 지역개발 포퓰리즘은 문제가 아니고 700억원 아이들 의무급식은 '부자급식'이라는 서울시장이 있는 한 시민들의 삶은 개선될 리 만무하다.  소중한 혈세로 외환위기 이후 세 배 이상 비대해진 건설업계의 배를 불리는 데는 마구 퍼주면서도 우리 아이들 밥도 제대로 못 먹이는 기괴한 현실이 벌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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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12. 10. 0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