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제가 트위터상에서 트윗한 글들이 불러온 파장에 사실 얼떨떨합니다. 트위터에서는 어느 정도 화제가 될 거라 생각했지만, 여러 언론에서 기사화되고 포털까지 걸리게 될 줄은 생각 못했습니다. 하지만 어제 트윗 내용이 시민들이 알아야 할 내용이라 생각하기에 후회는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걱정은 저희 연구소입니다. 저희 연구소는 '정직한 지식의 생산기관'을 자임하는 경제전문 연구소입니다. 오시장에 대한 제 트윗 내용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관한 것이어서 혹시 저희 연구소가 정치적으로 오해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http://bit.ly/hR44lu 혹시 못 읽어보신 분들은 오마이뉴스에 제가 기고한 글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트위터에 올린 글은 아무래도 제 뜻을 충분히 전하기 어려운데, 서울시 재정상태와 의무급식 지원 문제에 대한 제 의견을 정리했습니다

 

제가 어제 오시장에 대한 적나라한 트윗을 하게 된 계기는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그의 발언 때문이었습니다. 서울시 재정 배분에 관한 문제를 이념적 공방으로 몰고가려는 의도가 읽혔기 때문입니다.

 

정말 우리가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을 운운할 정도 수준이기나 한 건가? OECD 국가간 공공사회복지지출(public social expenditure)라는 지표를 보면 한국은 OECD 평균의 3분의 1 수준. OECD 최하수준입니다.

 

반면 전산업의 부가가치 총액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습니다. 우리가 70~80년대 개발연대에 사는 것도 아닌데, 여전히 토건산업의 비중이 매우 과다한, 즉 토건에 너무 많은 자원을 배분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부를만한 수준의 과도한 복지정책을 시행한 적이 없습니다. 물론, 구체적인 정책 결정과 집행 과정에서 선심성 의도로 잘못 만들어진 일부 복지정책이 있을 수 있습니다만, 전체적인 복지수준은 여전히 매우 열악합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포퓰리즘은 복지 포퓰리즘이 아니라 개발 포퓰리즘, 토건 포퓰리즘입니다. 한 해 정부와 지방정부의 공식 SOC 예산은 50조원 전후 수준이지만, 실제 토건 예산은 훨씬 많습니다. 문화, 복지, 교육, 환경 예산으로 포장돼 있을 뿐이어서 사람들이 잘 모를 뿐입니다.

 

예를 들어 국내 도서관과 체육시설, 문예회관, 종합운동장, 각종 복지시설 등은 명목상으로는 문화체육, 교육, 복지, 예산이지만 이들 사업에는 막대하게 부풀려진 시설건립비가 투입됩니다. 하지만 정작 이들 시설을 운영과 프로그램 운영비는 쥐꼬리만하죠.

 

올해 서울시 사업중에도 원지동 추모공원(335억원), 남산공원 재정비(316억원), 한강예술섬 조성(243억원) 사업, 서남권 문화체육컴플렉스 건립(206억원),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파크 건립(701억원), 글로벌클러스터 빌딩 건립(106억원) 등이 모두 그런 사업들입니다.

 

이처럼 실제 토건사업 예산은 훨씬 많습니다. 2010년 서울시 예산에서도 절반 정도 이릅니다. 더구나 예산 부족을 떠들면서도 경제 위기에 대응한다면서 2010년 경우 토건사업예산은 늘리고, 의무적 지출 아닌 재량적 복지 예산은 뭉터기로 깎았습니다.

 

올해 서울시 사업 가운데 기초생활수급자 및 특례수급자 진료비 지원, 긴급복지지원 예산, 노인생활시설 운영, 저소득노인 급식지원, 노인일자리 사업, 노인종합복지관 운영, 장애인취업 통합서비스, 아동복지시설 운영비, 소년소녀가정 및 저소득층 아동지원 등 수십, 수백억씩 감축했습니다.

 

이런 복지예산들 줄여 서민경기 부양한다면서 건설업체들 퍼주는 각종 토건사업 늘렸습니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4대강사업 등 각종 토건사업을 벌이며 하고 있는 작태와도 같습니다. 2006 20조원이던 공공사업 발주액이 2009년에는 50조로 증가했습니다.

 

기존 복지예산도 깎고 건설업체들 퍼주는 예산을 마구 편성하고서 '복지 포퓰리즘'이라니 기가 차지 않습니까. 지난해까지 사회복지사를 했던 아내가 있어서 잘 압니다만, 지금도 단돈 몇 만원이 아쉬운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넘쳐납니다

 

생활도우미가 절실히 필요하지만 도움을 받지 못해 변도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장애인, 매일 끼니를 라면으로 때우고 전기요와 홑이불 몇 개에 의지해 겨울을 나는 60대 노인, 컨테이너 박스에서 노환에 시달리며 한달 생활비 30만원으로 사는 독거노인 등등

 

이처럼 한국의 열악한 복지 현실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집니다. 반면 우리 연구소가 있는 고양시는 지금도 가동률 50%에 불과한 킨텍스 옆에 제 2전시장을 짓는다며 3500억원을 씁니다. 고양시 1년 전체 사회복지예산의 1.5배에 이르는 돈입니다. 킨텍스 제 2전시장은 턴키로 발주됐는데,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그냥 먹는 돈만 1000억원 가까이 됩니다.

 

중앙정부를 생각하면 더 기가 막힙니다. 2009년 이후 2년도 안돼 정부 공기업을 통털어 증가한 공공부채가 520조원에 이릅니다. 한 해 GDP총액의 절반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부채. 공공부채가 이만큼 늘었는지 아마 정부도 집계를 못하고 있을 것입니다. 과거 10년 동안 증가한 공공부채보다 더 많은 부채가 한꺼번에 늘어버렸습니다.

 

이 막대한 부채가 국민들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기보다는 온갖 토건 부동산 부양책 등에 탕진되고 있는 것입니다. 서민경기를 부양한다면서 실제로는 온갖 엉터리 막개발 정책에 탕진하고 정작 우리의 힘든 이웃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도 못합니다.

 

이것이 2010년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그런데 복지포퓰리즘이라고요? 오히려 개발포퓰리즘입니다. 전국 각지에 쓰지도 않는 유령 지방공항이 넘쳐나고, 늘 예상 통행량보다 턱없이 적은 도로들이 계속 건설되고, 뉴타운사업이 남발되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서울시도 사례를 들어볼까요? 오시장도 취약한 자신의 당내 입지 보완한다며 2008년 개발 마인드로 무장한 한나라당 당협위원장을 정무조정실장으로 끌어들였죠. 그 뒤 나온 것이 '서남권 개발 프로젝트'. 상대적으로 개발 낙후된 서울 서남권 주민들을 겨냥한 선심성 개발정책이었죠

 

오시장 스스로가 서남권 개발프로젝트 추진계획 보고자리에서 서남권 지역 주민들에게 '엄청난 정치적 선물인데, (뉴타운과 같은) 기존 사업과 많이 달라 잘 모를 수 있으니 홍보 잘 하라"고 했죠. 이런 수천억짜리 선심성 정책이야말로 개발 포퓰리즘의 전형 아닌가요? 자신의 개발 포퓰리즘은 포퓰리즘이 아니고 시민들 절대 다수가 찬성하는, 우리 아이들 골고루 밥 좀 먹이자는 게 복지 포퓰리즘인가요?

 

이처럼 온갖 개발 포퓰리즘으로 국민들의 소중한 혈세를 외환위기 이후 세 배 이상 비대해진 건설업계에 퍼주며 예산을 탕진하고 기존 복지예산도 깎고 있으면서 무슨 '복지 포퓰리즘'입니까. 현실인식에서 최소한의 균형감각도 상실한 망발이 아닐 수 없죠.

 

결국 오시장이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한 것은 의무급식에 대한 지지가 높자 자신의 3무학교 사업으로 물타기하는 한편 이념적 공방으로 몰고가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순위에 대한 생각 다른 것까지는 좋은데, 이념공방으로 몰고가는 것은 정말 치졸한 수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떤 정책에 대해 재정 배분이 적절한지에 대해 논의하고 그것이 합의가 안돼 정해진 정치적 결정 규칙에 따라 결정됐다면, 일정한 수준에서 수용하는 게 우리가 현재 채택하고 있는 민주주의 아닌가요? 그런데 수세에 몰린 정치적 입지 만회하고, 한나라당 지지층 결집을 위해 이념 공방으로 몰고가는 것이 '한때 개혁파' 오세훈의 선택인가요?

 

사실 터무니없는 재정 남발에 대해 말씀드렸지만 과세형평성 문제도 정말 심각합니다. 우선, 국내 자산경제 규모는 약 7500조원 규모로 GDP로 대표되는 생산경제 1064조원의 7배 규모. 그런데 자산경제에 걷는 세금은 전체 조세수입의 17.8% 불과합니다.

 

땀 흘려 일하는 생산경제 영역에 주식, 부동산 등 자산경제 영역보다 단위당 서른 배 이상 과중한 세금을 매기면서 무슨 '공정사회' 운운이란 말인가요? 또한 특검 조사에서만 45000억원의 비자금을 밝혀내고도 상속세 한 푼 안내는 이건희씨를 비롯해 한화, CJ, C&우방, 태광그룹 등이 수백, 수천억원대 비자금 관리하면서 탈세하는 동안 국세청과 금융감독원과 검찰들은 도대체 뭘 했단 말입니까? 유럽 재정위기 진원인 PIIGS 국가들보다 더 큰 지하경제가 존재하는 나라가 '공정사회' '공정과세'가 가능하겠습니까?

 

부자감세는 어떤까요? 현 정부가 실시한 감세정책 규모는 OECD 3위 규모로 경제위기 진원지도 아닌 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 87조원). 부유층과 불로소득에 제대로 과세도 안하고, 탈세를 처벌도 안하면서 엄청난 감세를 해주는 나라입니다.

 

감세할 만한 처지나 되나요? 실효 법인세율은 OECD 하위권으로 30% 후반대인 경제대국 미국, 일본의 절반 이하 수준. 그런데 맨날 홍콩, 싱가폴 등 외자를 유치해야 먹고 사는 일부 도시형 국가 비교하면서 국내 법인세율 높다고 감세 땡깡 부리죠

 

결국 돈과 권력 가진 사람들이 제대로 세금도 안 내면서도 각종 토건사업과 감세, 고환율 지지 등으로 엄청나게 배 불리는 형국입니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무임승차 문제가 심각하다고 했지만, 진짜 이 사회의 파렴치한 무임승차자들은 바로 이들입니다. 비유하자면, 동창회비를 제대로 내지도 않는 사람들이 동창회 회장, 총무를 맡아 자신들 좋은 일에 흥청망청 동창회비를 쓰는 격입니다. 국내에 복지 포퓰리즘이 있다면 '재벌 복지 포퓰리즘'일 뿐 남미형 포퓰리즘은 큰 틀에서 없습니다.

 

하지만 향후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각종 복지수요가 급증하게 됩니다. 어디에선가 재원을 마련해야 합니다. 하지만 가뜩이나 급속한 고령화로 경제위축 효과가 커지고, 글로벌 경쟁압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생산경제에 계속 과세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일부 진보세력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사회복지세를 신설하면, 가뜩이나 세원이 드러난 생산경제 종사자들의 세금 부담이 더 커집니다.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결국 자산경제에 제대로 과세하고 탈세를 막고 세원을 투명하게 드러내야 합니다. 탈세 막고 자산경제에 대한 공정과세 구조만 확립해도 50조원 추가 확보 가능합니다. 또 각종 불요불급한 토건사업 등을 줄이고 각종 잘못된 정책과 제도를 개혁하면 매년 50조원 이상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그 재원으로 일반 가계의 세부담 늘리지 않으면서도 얼마든지 삶의질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 밥 먹이는 일쯤은 껌값 쓰듯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시 좀더  정리된 글로 올리겠습니다. 다만, 막대한 세금을 엉뚱한 곳에 탕진하면서 아이들 밥 먹이는 돈 700억 아깝다고 '복지 포퓰리즘' 운운하는 사람은 서울시장 자격 없습니다. 그런 사람, 그런 정치세력은 시민들의 힘으로 용서하지 말아야 합니다. 모두 좋은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

 

 

 

선대인 트위터 http://twitter.com/kennedian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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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12. 4. 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