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 이후 고물가 추세가 이어지는 가운데도 현 정부는 5% 성장 목표를 고수하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히고 있다. ‘3% 물가’를 립서비스처럼 달고 있지만, 저금리-고물가-고환율 기조를 가능한 한 유지하겠다는 속내가 뻔히 보인다. 

 

그런데 이 같은 ‘3단 콤보’ 기조는 매우 심각한 경제 형평성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현실의 시장 리스크 수준을 반영하지 않는 인위적인 저금리 기조를 생각해보자. 저금리의 장기화는 성실한 예금생활자에게 세금을 물려 빚을 지고 투기에 가담했던 가계나 민간기업, 그리고 2009년 이후 약 410조원의 부채를 끌어 쓴 정부공공부문에 보조금을 주는 셈이다. 따라서 이를 일반 가계 입장에서는 ‘저금리 세금’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고물가 상황은 어떤가. 여러 이유가 있지만 경기 부양 명목의 유동성 증가와 저금리의 지속 등으로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그런데 현 정부로서는 물가 상승을 방조하려는 유혹에 강하게 노출돼 있다. 물가가 상승하면 상대적으로 화폐 가치가 떨어지게 되는데 이는 정부 공공부문 부채가 실질적으로 줄어드는 효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일반가계 입장에서는 실질소득이 줄어드는 정반대 효과가 발생한다. 물가가 오르는 만큼 일반 가계의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는 효과를 내는 셈인데, 이를 인플레이션 조세라고 한다. 이를 ‘고물가 세금’이라고 바꿔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른바 환율효과 또한 대다수 국민에게는 세금을 부과하는 효과를 낸다. 2009년 경제위기 이후 경제성장의 상당부분은 급격한 수출 성장에 의존하고 있다. 수출이 급성장한 결정적 요인 중 하나는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덕분이 크다. 실제로 2010년 수출 대기업들이 올린 사상 최대 실적의 상당부분은 환율효과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수입업자나 외국 원자재를 쓰는 중소 납품업체는 정반대로 경제위기 전보다 훨씬 더 비싼 원화 가격으로 원자재를 수입해야 한다. 이것이 수입 인플레이션의 형태로 소비자물가에도 전가되므로 소비자들도 상대적으로 더 높은 물가 부담을 져야 한다. 국민들의 대외 구매력도 크게 떨어지게 된다. 이렇게 보면 인위적인 고환율 유도 정책은 일반 가계와 수입업자 등에 세금을 부과하고 수출대기업에 막대한 수출 보조금을 지급해주는 꼴이다. 이를 ‘고환율 세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현 정부는 저금리-고물가-고환율 조합을 상당히 의도적으로 오래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기조는 고물가와 양극화를 초래하는 등 경제의 질적 측면을 희생해 경제의 외형만 키우는 꼴이다. 또 부동산 거품을 부양하며 일반 가계와 성실한 근로소득자에 불이익을 주는 반면 재벌대기업과 부동산 투기 가계에 보상하는 구조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단순화하자면 없는 사람들에게 뜯어서 있는 사람들에게 막대한 규모의 소득을 재분배해주고 있는 셈이다.

 

사실 이 같은 ‘세금 아닌 세금’들은 국민 동의 없이 막대한 소득을 없는 자들로부터 가진자들에게 이전한다는 점에서 매우 악성 세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6.1%에 이르는데도 일반 가계의 체감경기는 거의 개선되지 않고 있다. 현 정부는 이런 기조가 경기회복의 지속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핑계를 대고 있다. 하지만 경기회복속도나 유동성 증가 추세에 비해 기준금리가 지나치게 낮다는 점, 부동산 거품을 거의 해소하지 못한 가운데 다른 국가들에 비해 물가상승률이 상당히 높다는 점, 경제위기 이후 대달러 환율이 강세를 띤 대부분 국가들에 비해 한국 원화만 유독 달러 대비 약세를 보였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한국경제는 긴박한 경제위기 국면을 벗어난 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언제까지 일반가계의 부를 가진자들에게 퍼줄 것인가. 한국에 정말 ‘망국적 복지’가 있다면 이처럼 각종 정책적, 제도적 지원을 통한 가진자들에 대한 퍼주기 복지일 것이다.

by 선대인 2011. 2. 18. 09:13

 
오늘자 경향신문 이대근 칼럼 http://j.mp/dGfTM5  마지막 문단:

<시크릿 가든>의 작가도 밥과 김치가 없었던 최고은처럼 반지하방에서 사흘간 과자 한 봉지로 버틴 적이 있다고 했다. 다행히 그는 가난에서 탈출했지만 그의 성공이 그의 가난과 굶주림을 정당화하지는 못한다. 그가 비운 자리를 다른 사람, 가령 최고은 같은 이가 물려받는다면 그의 예외적인 성공을 공유하기는 어렵다. 만약 20대라면 실업자일 가능성이 높고, 중년이라 해도 비정규직이기 쉬우며 큰 병에 걸리면 가정이 파탄나고, 늙는 것은 곧 가난해지는 것을 의미하는 사회에서 가난한 여자가 구원받는 길은 재벌2세의 여자가 되는 것이라는 환상을 퍼뜨리는 한 세상은 쉬 변하지 않을 것이다. 먹는 밥의 한 숟가락, 하루 중 단 몇 분, 번 돈과 노동의 일부라도 세상을 바꾸는 데 쓰지 않으면 죽음의 행진을 막을 수 없다. 내가 돈과 시간을 내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도 못한다. 내가 그렇게 못할 사정이 있다면, 다른 사람도 사정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도 할 수 있다. 그래도 하지 않겠다면 죽음의 공포가 연탄가스처럼 스며드는 이 조용한 사회에서 당신은 죽을 각오로 살아가야 한다. 그렇게 해서 당신만이라도 살아남는다면 다행일 것이다.



아래 <도표>에서 국내 자살자 수 추이를 보면, 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전후로 급증하기 시작하여 시간이 갈수록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2009년에는 자살자수가 전년대비 2,600여명 가량이나 급증한 1,5413명에 이르렀습니다. 겉으로는 우울증이나 건강 악화, 가정내 불화, 성적 비관 등 다양한 이유로 나타나지만 결국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가 제대로 된 건전한 사회경제구조를 만드는데 실패하면서 서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우리가 함께 행복하게 살아남는 사회구조를 만들 것인가, 잘못된 구조 속에서 각기 혼자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칠 것인가, 우리에게 남겨진 선택입니다.


 

(주) 통계청자료로부터 김광수경제연구소 작성
by 선대인 2011. 2. 17. 16:35

블로그에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그동안 <프리라이더> 2권 마무리하고 다른 일정들 소화하느라 너무 바빴습니다.^^; 오늘 민들레영토 인천주안역점에서 오후 세시부터 인천포럼에 참석해 제가 발제합니다. 시간 되시는 분들 오시면 기쁘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인천/부천방 공지 참고하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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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세난과 관련해서 상당수 언론이나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주택 공급 부족론 설파합니다. 지금의 전세난은 주택 공급 부족이 아니라 정부의 부동산 거품 떠받치기를 비롯한 시장 교란 때문에 생겨난 전세 수급의 불균형 때문입니다.

 

집값 하락에 대한 불안으로 전세 수요가 늘고, 그 가운데서도 보증금 확보에 문제 없는 빚 없는 집의 '안전한 전세' 선호. 반면 빚 진 집 주인들 많아 '안전한 전세' 공급은 부족해 '안전한 전세' 위주로 전세가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

 

또한 정부의 집값 떠받치기로 부동산에 미련 못 버린 다주택자들이 부채 이자 부담 상쇄 또는 이자수입 증가 노리고 보증부 월세로 전환하는 비율 늘면서 세입자 선호하는 전세 공급은 더욱 부족해졌죠.

 

따라서 지금의 전세난은 정부의 집값 떠받치기에 의한 전반적인 시장교란의 여파 때문입니다. 이런 맥락이기에 주택 공급 부족하기 때문에 전세난 오는 것이고,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은 말이 안 되는 것입니다.

 

이런데도 정부가 어제 내놓은 전세대책 보면 다주택 투기자들을 임대사업자로 전환하는 혜택 주고 민간건설임대에 대한 세금과 보조금 혜택 주는 것. 전세난 핑계 대면서 건설업계/부동산업계 민원을 해소해주는 대책만 내놓았죠. 정말 나쁜 사람들입니다.

 

지금의 전세난은 정부가 유럽 국가들 수준의 임대차보호 인프라를 구축하고 공공임대 주택 대폭 확충해놓았더라면 이 정도까지는 아닐 겁니다. 그런데 그런 인프라가 없고 공공임대 주택 공급은 2007 14만호에서 지난해 1.5만호로 급감했죠.

 

현재 서민 주거난 가속화시키는 것이 대규모 뉴타운사업인데, 이걸 MB가 서울시장 시절 발동 건 것이죠. 이처럼 서민 주거난 해소 위해 평소 해야 할 일 안 하고 있다가 이제 와서 부랴부랴 대책 내놓은 게 건설업계와 다주택투기자 민원 해결용 대책

 

이처럼 지금의 전세난은 과도한 집값 거품을 떠받치는데서 오는 시장 교란 때문이므로 집값 거품을 시장원리에 따라 빠지게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자, 정석입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 전세난은 현 정부가 인위적으로 조장하는 것이라 봐도 무방합니다



 

<프리라이더: 대한민국 세금의 비밀편>을 출간했습니다. '유리알 지갑' 인생들이 왜 억울한지, 이 같은 현실을 어떻게 바로잡아야 할지에 관한 제 생각을 정리해봤습니다.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 바로가기

http://cafe.daum.net/kseriforum

by 선대인 2011. 2. 12. 11:20

블로그에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그동안 <프리라이더> 2권 마무리하고 다른 일정들 소화하느라 너무 바빴습니다.^^; 오늘 민들레영토 인천주안역점에서 오후 세시부터 열리는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 인천모임에 참석해 제가 강연합니다. 시간 되시는 분들 오시면 기쁘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저희 연구소 인천/부천방 공지 참고하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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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이 일몰시한이 완료됩니다. '유리알지갑' 인생들의 분노가 뜨겁습니다. 재벌과 고소득 자영자 등 가진자들의 탈세와 부동산 등 자산경제에 대한 과세 부실, 다 압니다. 조세 정의 무너져 있는데 직장인들만 더 뜯기겠구나 생각하죠

 

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는 일몰이 닥쳤다고는 하지만 현 정부의 부자감세와 4대강사업 등에 대한 예산 탕진을 벌충하는 성격 강합니다. 탈세 방치하고 직접세인 소득세와 법인세 깎으면서 부가가치세 비중 늘리고, 소득공제 폐지하니 직장인 '' 삼는 격

 

정부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로 세수 증대 거론하지만 소득공제 혜택을 노린 카드사용 증가로 인한 세원 투명성 증대 효과는 고려 안하는 듯. 가뜩이나 지하경제 규모가 큰 나라에서 오히려 소득탈루 부추기는 조치 취하고도 세금 더 걷힐까요?

 

복지 위한 '증세론'부터 부르짖는 일부 야권도 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에 대한 직장인들 분노 주목하시길. 근원적 납세 불공평에 대한 평범한 시민들 불만 대단한데, 이런 현실 개혁 않고 '세금 더 내라' 하면 흔쾌히 낼 사람 얼마나 될지?

 

최후통첩 게임'이라는 게 있습니다. 1000만원의 배분권을 가진 A가 자신이 900만원 갖고 B에게 100만원 줄 경우, B 100만원의 이득이 생기는 데도 불구하고 이 같은 몫 나누기를 거부하죠. 불공평에 대한 인간의 분노는 이 만큼 강합니다

 

관련해서 최근 복지논쟁에 대해서도 한 말씀 드립니다. 요즘 복지학 전공 학자들 중심으로 복지국가에 대한 공감대 확산 위해 재원문제 등은 접어두자는 식의 주장 나옵니다. 복지국가 비전 가진 열정적 정치인이 나와서 국민 감동시켜야 한다고도 주장합니다.

 

복지국가가 재원문제와 관련 시스템의 개편 없이 꿈만 꾸면 가능한 건가요? 민주당이 내놓은 무상복지 시리즈 공약이 그림이 나빠서 국민들이 감동 안 하는 건가요? 국내의 열악한 복지 수준에 대한 이 분들의 안타까움과 조급한 마음은 이해하지만 황당하네요. 이 분들께도 국민은 봉으로 보이는 것일까요?

 

그리고 한국 사회경제의 모든 문제가 복지 부족 때문이고, 복지만 확충하면 모든 문제 해결될 듯 것처럼 주장하는 일부 정치세력/학자/시민단체의 복지 만능론 복지 환원론도 문제입니다. 복지인프라를 잘 디자인하면 경제활동에 따른 리스크를 줄여 좀더 적극적 경제활동에 나서거나 내수 확충에 도움 주는 등 선순환 구조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복지 전략과는 별도로 경제 발전 전략이나 공정한 경쟁구조 만들기 전략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제대로 된 조세/재정구조개혁에 대한 방안도 제시하지 않고 마치 재원을 얼마나 들여서라도 복지 수준을 올리면 경제도 선진국 수준이 된다는 식의 그 용감무쌍한 발상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이와 관련해 요즘 한겨레/경향 등은 복지국가 모델을 취재해 보여줍니다. 물론 우리보다 앞선 나라들의 모범 사례 잘 아는 것 중요하고 의미 있습니다. 그런데 조세/재정구조개혁에 대한 관심은 아주 빈약합니다. 반면 중앙일보는 세금낭비 문제를 연중 기획으로 꾸미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또한 부동산 보유세 강화 등 자산경제 과세 문제와 재벌 등 탈세, 법인세 문제 등은 거론하지 않습니다.

 

저로서는 왜 일반시민 입장에서 성역 없는 보도를 하지 않는지 참 안타깝습니다. 광고 주는 재벌들 눈치 보는 신문들이야 그렇다 치고 왜 그러지 않아도 될 신문들까지 정파적, 이념적 입장에 빠져 정말 일반 시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보도하지 못할까요? 이 답답함, 저만 느끼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프리라이더: 대한민국 세금의 비밀편>을 출간했습니다. '유리알 지갑' 인생들이 왜 억울한지, 이 같은 현실을 어떻게 바로잡아야 할지에 관한 제 생각을 정리해봤습니다. 

by 선대인 2011. 2. 12. 11:12

"재벌 2·3세 미화, '시크릿 가든' 문제 많다"
“탈불법적 방법으로 탈세하는 한국 재벌 2,3세들 드라마 통해 미화되는 건 큰 문제”




최근 ‘프리 라이더’(Free Rider. 무임승차자)를 출간한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인기리에 막을 내린 SBS 주말극 ‘시크릿 가든’을 빗대 한국의 특권층들을 비판했다. 제대로 상속세, 증여세 등을 내지도 않으면서 막대한 특권층 지위를 세습하고 있는 재벌 2, 3세들의 문제의식을 드라마에 좀 더 현실적으로 녹아냈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 섞인 지적이다.

‘시크릿 가든’에서 백화점 CEO이자 재벌 3세로 등장하는 현빈의 모습이 마치 현 한국 사회재벌들의 모습처럼 비춰지지는 않을까라는 우려에서다.

경제 전문가인 선 부소장이 이처럼 ‘시크릿 가든’을 빗대 특권층을 비판한 이유는 바로 서민들을 더 고통스럽게 만드는 특권층 무임승차자 때문. ‘프리 라이더’는 단순한 의미로는 돈을 내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무임승차자들을 일컫고 있지만 경제학이나 정치학적으로는 공공재에 대한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거나, 정당한 몫 이상의 공공재를 소비하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그가 쓴 저서 ‘프리 라이더’는 바로 한국의 특권층 무임승차자들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다.

선 부소장은 “실제 한국의 재벌 2, 3세들은 경영 능력을 충분히 검증 받지 않은 상태에서 소수의 지분을 가지고 그룹을 경영하면서 탈 불법적인 방법으로 탈세를 한다. 제대로 상속세, 증여세 등을 내지도 않으면서 막대한 특권층 지위를 세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크릿 가든’에 빗대 “영혼의 바꿈이라는 것을 통해서 이른바 역지사지의 기회를 준다는 측면에서 선의가 있는 드라마 구성이라고 생각합니다만 한국 재벌가와의 사랑을 통한 신데렐라식 전개 구조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특권층 무임 승차자들이 온갖 세금 탈루와 공적자금 유용 등 추악한 일들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신문의 각종 좋은 기사를 통해 미화되는 것. 즉 마취효과가 문제”라고 강조했다.

선 부소장이 책 속에서 지목한 대표적인 특권층 무임승차자들은 이명박 대통령, 오세훈 서울시장, 이건희, 이재용 등 삼성 일가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00~2002년 수백억 원대의 재산을 보유했음에도 월 2만 내외의 건강보험료만 냈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2008년 특검 과정에서 4조 5000억 원에 이르는 차명 재산 보유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상속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그는 “이건희 회장의 경우 정상적으로 냈다면 최소 2조원 이상의 상속세를 내야 했다”며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2조원 이상의 탈세를 하게 된 셈”이라고 꼬집었다.

선 부소장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포퓰리즘’ 주장에 대해서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지난 2007년 오 시장을 보좌해 서울시 정책전문관으로 일하면서 서울시 경제 정책의 밑그림을 그렸다. 선 부소장은 “한강 르네상스, 서울 디자인이니 하면서 몇 조원을 쏟아 부었는데 시민들의 삶의 질이 과연 높아졌는지 의문”이라면서 “무상급식이 시기상조라고 하는데 이는 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서울시 예산이 20.6조원이고 재정 자립도가 전국 최고인데 무상급식에 필요한 700억 원을 마련하지 못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동문회장이 회원들의 돈을 걷어 마치 자신의 돈처럼 펑펑 쓰는 특권층 무임승차자들의 행태를 고발하고자 책을 쓰게 됐다는 그는 “공공복지 수준이 OECD 꼴찌고 이른바 건설업 비중이 세계 최고인 ‘토건 포퓰리즘’인 상황에서 과연 우리 세금을 정부가 어떻게 거둬서 어떻게 쓰고 있는지 납세자들도 분명하게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조세, 구조조정을 해야 될 시기다. 정당하게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정직한 납세자들의 혁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남안우 기자 naw@mydaily.co.kr

by 선대인 2011. 2. 11. 13:02

홍익대 학생들이 '청소 용역비가 오르면 등록금이 오른다'는 논리로 청소용역 아주머니들의 파업을 반대했다고 한다. 그 소식을 접하면서 서글픈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졸업해도 변변한 일자리조차 구하기 힘든 상황에 치인 대학생들이 배려와 여유를 잃어버린 세태도 서글프지만 현재의 사학 재정구조 실태를 제대로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일 사립대의 재정구조를 한 번 비교해보자. 

 <
도표1>에서 보는 것처럼 미국 하버드대의 경우 등록금 수입이 전체 수입의 20%에 불과한 반면 하버드대재단의 기금운용수입금이 34%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정부 지원(15%)과 기부금(7%) 수입 등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 게이오대학의 경우도 총수입 가운데 학생 납부금(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18.2%에 불과한 반면 의료수입(17.0%)와 자산매각 수입(15.9%), 자산운용수입(9.5%), 기부금 수입(6.9%), 보조금 수입(7.2%) 등 다양한 수입원을 갖추고 있다.

 

<도표1> 하버드대와 게이오대의 총수입 내역


() 하버드대 및 게이오대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반면 한국의 경우는 이와 정반대 양상을 보이고 있다. <도표2>에서 보는 것처럼 사립대 전체 교비회계의 총수입 가운데 약 68% 가량을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으며, 전입금 수입이 6%, 기부금 수입이 3% 정도에 불과한 매우 기형적인 구조를 보이고 있다. 대학 재정의 2/3 가량을 등록금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추세를 보더라도 총수입에서 등록금 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이 매년 높아지고 있는 반면 재단전입금 수입 비중은 갈수록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사립대학들은 2004년 이후 매년 전체 운영지출 예산의 10%가 넘는 기금을 적립하고 있다. 사립대들은 교육부령에 따라 예산 혹은 추경 예산에 없는 적립금은 쌓을 수 없도록 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한 언론의 추적조사에 따르면 사립대 적립금의 거의 대부분이 교육부령을 무시하고 적립금을 쌓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등록금을 마구잡이로 걷어들인 뒤 남는 돈을 학생들의 학비 감면 혜택 등으로 돌리지는 않고 각종 명목으로 적립금으로 쌓아온 것이다. 그러면서도 매년 물가 상승이나 재정 부족 등을 호소하며 등록금을 가파르게 인상해온 것이다.
 

사립대학들의 적립금 비율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04년 운영지출대비10.0%에서 2008 13.4%까지 늘었다. 금액으로는 8,216억원에서 17,458억원으로 급증했다. 이 같은 액수는 전체 사립대의 장학금 및 학비감면을 위한 지출의 약 75~88%에 이르는 수준이었다. 사립대들이 적립금을 학생 지원에 사용했다면 장학금 및 학비감면에 모두 썼다면 학생들에게 혜택을 두 배 가까이 늘릴 수 있었다는 얘기다. 물론 사립대학들도 조금씩이나마 운영지출에서 장학금 및 학비감면 비중을 높여오고는 있으나 이들 대학이 등록금을 인상하는 비율과 비교하면 그 상승폭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난다.


<
도표11> 국내 사립대학 수입 및 지출 현황


() 사립대학 회계정보시스템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거꾸로 사립대들이 이들 여윳돈을 적립하지 않고 등록금을 인하하는데 썼다면 2004년 이후 매년 6~7% 이상 올려온 대학 등록금을 전혀 인상할 이유가 없었던 셈이다. 이런 식으로 이들 사립대들이 필요한 예산을 훨씬 넘어서 과도하게 등록금을 걷어 각종 명목으로 적립하고 있으니 등록금 장사라는 비판이 전혀 무리가 아닌 셈이다.
 

더구나 이들 대학들이 적립한 내역을 살펴보면 건축기금 적립액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성격이 불분명한 기타기금 적립액이 두 번째로 많은 가운데 연구기금이나 장학기금, 퇴직기금 적립액은 거의 미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건축기금 적립은 수도권의 대부분 사립대들이 교내 건물을 신축하거나 부동산개발 붐에 편승해 중앙정부와 각 지자체들로부터 각종 세금감면 혜택 등을 끌어내 제2, 3캠퍼스 등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건축물 건립 자금 등을 명목으로 쌓아놓고 있다. 등록금 수입으로 마련한 적립금으로 학생 지원이나 연구기금으로 쓰기는커녕 직간접적으로 부동산 투기에 가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사립대들이 이처럼 막대한 적립금을 쌓아놓고 무분별하게 쓰고 있는데도 이를 사실상 방조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사립대들이 무분별하게 적립금을 쌓는 관행부터 없애도록 해야 하며 현재 쌓아놓은 적립금을 등록금 인상률 억제와 연동하거나 학생 지원 등에 최우선적으로 사용토록 강제할 필요가 있다.

한편 사립대들은 재단 전입금 수입을 늘리고 다른 선진국들처럼 사학 재단을 적극적으로 사회에 개방해 외부 기부금 비중을 높이는 등의 노력을 기할 필요가 있다. 일부 사립대들은 사립대를 사유재산이라는 식으로 강변하고 있고, 실제로 상당수 사립대의 재단이 일부 가문 중심의 족벌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렇게 족벌식으로 재단을 운영하고 이들 재단을 사유물이라고 주장하면서 정부의 지원 확대나 기업과 지역사회, 또는 뜻 있는 유지들의 기부를 호소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행태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연구소가 이미 몇 년 전부터 지적한 바 있듯이 미국의 하버드대나 일본의 게이오대 등도 실제로는 학생/학부모 및 지역사회를 대표하는 인사들을 재단이사로 올려 단순히 한 집안의 사유물이 아닌 국가와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공적 기관으로 자임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국의 사립대들이 사유재산 운운하면서 학벌 서열구조에 안주하면서 등록금장사에 매달리는 현실을 고치지 않고서는 이미 세계 최고인 한국의 등록금 수준을 낮출 길은 요원하다.

 

정부와 정치권, 사학재단들은 잘못된 고등교육 구조를 통해 일반 가계에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 등록금 부담을 지게 하면서도 근본적인 개혁방안을 내놓기는커녕 생색내기용으로 내놓은 취업후 상환제조차 학생들을 상대로 한 돈놀이로 전락시키고 있다. 이 글에서 자세히 설명하긴 어렵지만 대학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고등교육 시스템 또는 교육 시스템 전반의 근본적 개혁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 이런 부조리한 현실을 개혁할 의사와 역량을 갖춘 근본적 개혁세력이 부상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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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1. 1. 19. 11:28

정부가 13일 내놓은 종합 물가관리 대책에 대해 '시대착오적인 관치 물가관리 대책'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런데 같은 날 이명박 대통령이 “기름값이 적정 수준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한 발언이 정유업체 주가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로 상당한 파장을 낳고 있다. 그의 발언 가운데 “주유소 행태가 묘하다”고 말한 것은 소수 정유업체들의 담합 행위를 도외시하는 발언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지만, 어쨌든 기름값에 대한 발언은 일반 생활인들이 느끼는 문제의식이라 할 수 있다. 다만, 대통령은 문제를 제기하기보다는 적절한 정책과 제도를 통해 생활인들의 고통을 선제적으로 해소했어야 할 위치에 있다는 점에서 반성부터 했어야 한다.

 

사실 이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아니더라도 그 동안 한국의 정유사들이 원유 가격이 오를 때는 민첩하게 많이 올리고, 원유 가격이 하락할 때는 찔끔 반영한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들이 꽤 있었다. 정말 그런지 우리 연구소 박명훈 일본경제센터장이 조사한 국내 각 정유사의 가격 자료를 종합해 확인해 보았다.

 

본론에 앞서 한국의 석유산업 구조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자. 한국의 석유산업은 당초 정유 5개사였으나 한화에너지가 현대정유를 거쳐 SK에 인수됨에 따라 현재는 4사 체제로 되어 있다. 내수시장 점유율을 보면 SK인천정유와 합병한 SK에너지가 33% 이상을 유지하고 있고 GS칼텍스가 30% 그리고 S-Oil과 현대오일뱅크가 10%대 전반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즉, 한국 내수시장은 SK에너지,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가 약 90%를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업체별 제품별 판매 동향을 보면 일부 제품을 제외하면 대체로 수출과 내수 판매량 모두가 감소하고 있다. SK에너지는 2008년에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는데, 이는 SK인천정유(구 현대정유)가 합병되어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한국 정유회사 역시 일본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내수 및 수출 판매량 감소에 직면하고 있으며, 판매량 감소 내지는 정체를 가격인상과 원화 환율 상승 효과를 통해 매출과 이익을 늘려오고 있다. 특히 판매량이 많은 경유와 나프타 가격은 원유가격이 오르면 그보다 큰 폭으로 가격을 올리지만 반대로 원유가격이 하락하면 그 보다 소폭으로 가격을 내려 이익을 늘리고 있다.

 

구체적으로 한국 석유업계가 판매량은 크게 변화가 없는 가운데 유가 변동을 이용한 가격인상 및 인하 폭 조절을 통해 매출과 이익을 확대하고 있는 사실을 살펴보자. 아래 <도표>는 국제유가가 급등락을 한 2007년-2009년의 국제유가와 한국 석유제품 내수 및 수출 판매가격 변동률을 나타낸 것이다. 이 도표에서 2008년에 유가는 전년대비 34.6%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한국 석유업체들은 내수 판매가격을 경유는 전년대비 53.1%나 인상해 유가 상승률보다 18.5%나 더 높였다. 벙커유 가격도 2008년 51.1% 인상해 유가 상승률보다 16.5% 더 높였다.

 

  
▲ <도표> 원유가격 및 한국 주요 석유제품 가격변동 (주) 각사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업체별 가격 변동률의 평균치임.

한편 경유의 수출판매 가격은 2008년에 52.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내수 판매가격 증가와 거의 비슷한 증가율을 보였다. 그러나 2008년에 원/달러 환율이 전년대비 18.9%나 상승한 점을 차감하면 실제로는 33.9%로 사실상 유가상승과 거의 비슷한 수준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반대로 2009년에는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해 유가가 전년대비 -36.7%나 급락했다. 이에 비해 경유 내수 판매가격은 전년대비 -25.4% 인하에 그쳤다. 즉 11.3%나 덜 인하한 것이다. 반면 경유 수출가격은 전년대비 -33.5% 하락해 유가 하락과 거의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2009년 원/달러 환율이 전년대비 15.8% 상승한 점을 감안하면 실제 경유 수출가격은 전년대비 -49.3%나 하락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즉 원/달러 환율 상승이 없었더라면 석유제품 수출은 대폭적인 적자를 면치 못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일반 소비자들이 국제 유가가 상승한 것 이상으로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이 상승하고 반대로 국제 유가가 하락한 것만큼 석유제품 가격이 하락하지 않고 있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이런 행위는 업계 전체의 불공정 담합 행위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유업계는 기름값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이상으로 매우 큰데, 2008년 1%였던 관세는 2009년 3%로 올라 L당 11원 정도의 가격인상 효과를 냈고, 2008년에는 정부의 유류세 인하 효과 등이 작용했던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전혀 터무니없는 주장은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세금 요인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2008년과 최근 상황을 고려해보면 납득하기 어렵다. 2008년 금융위기 직전 유가는 배럴당 140달러를 넘었으며 환율도 당시 강만수경제팀의 인위적인 고환율 유도와 금융위기로 달러당 1300원대 이상으로 치솟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대에 환율도 11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국내 유가는 2008년 당시보다 더 오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대기업 정유업체들의 독과점 담합 때문이 아니라면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다. 물론 정부가 조세저항 없이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기름값에 단위당 부동산 자산에 부과하는 과세액의 수십 배 과중한 세금을 매기는 과세 현실은 개선해야 한다. 하지만 세금을 핑계로 담합을 통한 높은 기름값으로 생활인들을 울리는 행태 또한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역할은 '기름값 적정성' 여부를 따질 게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가 제대로 작동돼 이들 업체간 담합을 철저히 분쇄하도록 해야 한다. '기름값이 이상하다'는 불만은 대통령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얼마든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리라이더: 대한민국 세금의 비밀편> 출간 기념으로 이름 별난 두 남자 조국과 선대인이, 대한민국 청춘들을 부릅니다. 21일(금) 저녁 이화여고 100주년기념관에서. 신청은 여기에서 http://thebf.tistory.com/301

 

 


by 선대인 2011. 1. 15. 09:39

연초부터 식료품을 중심으로 물가 상승세가 확산되고 공공요금 인상 요인 등이 불거지면서 정부가 13일 청와대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물가안정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라는 것이 관치경제 시절의 물가 억제 대책 위주의 임시방편적 대책에 그치고 있다. 우리 연구소를 비롯해 국내 상당수 경제전문기관이 지난해 하반기 유동성 증가와 고환율 등의 영향으로 물가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지만 정부의 물가 대책은 두더지잡기 게임을 하듯 땜질 처방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다만,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한 것은 뒤늦었지만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물가억제 종합대책을 쓰는 대신 기준금리 인상은 늦출 것으로 생각했는데 약간은 의외의 조치이기도 하다. 하지만 묻지마 성장 집착증에 사로잡힌 현 정부조차도 그만큼 고환율, 유동성급증, 저금리 방치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을 억제하기 위해 뒷북이라도 열심히 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두고 일부 언론에서 '기준금리 인상 극약처방 동원'이라는 식의 제목을 뽑는 것은 현실 왜곡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극약 처방'이 아니라 너무나 당연히 했어야 할 것을 질질 끌다 뒷북 친 것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언론보도들은 현 정부와 한은의 명백한 정책 실기를 호도하는 것일 뿐이다.

 

어쨌거나 이 같은 정부의 정책실패 누적으로 소비자물가는 계속 불안한 양상을 보여왔다. <도표1>을 통해 최근 국내 소비자물가 현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시피 지난해 9월 신선식품류 물가가 전년동월대비 45.5%나 상승해 월간 상승률로 거의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정부의 뒤늦은 대책으로 다소 진정되기는 했으나 지난해 12월말 현재 여전히 전년 동월 대비 33.8%나 높은 상태를 기록하고 있다. 거의 만성적인 고물가 상태에 접어들어 있는 것이다. 또한 집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세가의 경우에도 지난해 말 이후 주택 가격이 하향세를 보임에 따라 상승세가 떨어졌으나 정부가 지난해 8.29 대책에서 DTI규제 등을 해제하는 등의 조치로 부동산 가격을 떠받치면서 최근으로 올수록 전세가 상승률이 커지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서민들 입장에서는 당장 가계에 큰 영향을 주는 주거비용과 식료품 비용이 뛰고 있어 경제적 고통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도표1> 각종 소비자물가 현황

 

                () 한국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 전년동월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1%로 한국은행의 물가 관리 목표치(2~4%)의 상한을 넘어서는 모습을 보이다가 정부의 단기 억제책으로 다시 주춤했으나 지난달 3.5%까지 뛰는 등 다시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중점 관리하라고 지시했던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 10 4.8%까지 올랐다가 11 3.6%로 떨어졌으나 지난달 3.9%까지 뜀박질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가 변동성이 큰 농산물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도 2%까지 올라와 물가 상승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음을 나타내고 있다. 더구나 연간 물가지수 상승률을 살펴보면, 소비자물가 지수는 지난 한 해 동안 3.5%, 생활물가지수는 3.9%에 이르러 한국은행의 물가관리 목표치의 상한에 육박하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초 별다른 이유 없이 물가관리 목표 범위를 확대 수정하기 전에는 물가관리 목표치가 2.5~3.5%였던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이미 한국은행의 물가관리가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사실상 물가관리에 실패한 가운데 정부가 13일 내놓은 대책들의 내용은 대학 등록금 동결, 공공요금 인상 억제, 식료품 가격 인상 시기 분산, 기업들의 불공정 및 담합 행위 조사 등이었다. 특히 이대통령이 '물가와의 전쟁'을 거론하자 지난주 공정거래위원회는 사무처장 직속의 물가대책반을 구성해 물가단속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동수 공정위원장은 공정위가 물가기관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직원은 색출해 인사조처하겠다는 황당한 발언까지 내놓았다고 한다.

 

기업들의 독과점과 담합을 분쇄하고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해야 할 공정위가 본연의 역할은 접어두고 기업들에 대한 자신들의 권한을 이용해 억지로라도 물가 단속에 나서겠다고 하니 70~80년대 관치 경제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다른 정부부처들도 제각기 각종 행정력을 동원한 물가대책을 내놓는 등 전 부처가 갑자기 물가잡기경쟁에 나서고 있다.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누적되기 시작한 물가상승 압력을 생각할 때 한은이 이미 기준금리를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까지 인상했어야 했지만 현 정부의 부동산 거품 떠받치기와 '무조건 성장제일주의' 때문에 올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처럼 한은이 본연의 임무인 물가 관리를 희생해 현 정부의 성장 기조를 추종하다 보니 대신 공정위가 '물가관리부처'가 되는 등 전 부처가 물가 단속에 나서는 웃지 못할 코미디가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현재 물가 불안은 원자재값 상승과 경기회복세 지속으로 인한 수요 증가의 측면도 있지만 고물가 구조가 지속되는 근원은 지속되는 저금리와 수출대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인위적인 고환율 정책, 부동산 가격 거품 떠받치기, 치킨에서부터 아파트에 이르기까지 재벌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독과점과 담합 등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6% 전후로 추정되는 성장에 올해에도 5% 성장을 달성하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올해 물가 상승률을 3% 수준에서 억제하겠다는 목표도 동시에 내놓고 있다. 이미 한국경제 전반의 상황을 감안하면 물가 상승 압력이 누적되고 있어 이 같은 물가 상승 압력을 일으키는 환율, 금리, 부동산 가격 등에 대한 조정을 유도해야 하지만 이 같은 조치들은 도외시한 채 행정력을 동원한 찍어 누르기식 시대착오적 물가억제 대책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정부가 쓰고 있는 물가억제 대책 가운데는 공공요금 인상 억제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공공요금은 정부 산하 관련 공기업들을 통해 정부가 가장 손쉽게 찍어 누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으로 공공요금 인상을 단기적으로는 억제할 수 있다고 해도 장기간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렇게 할 경우 온갖 무리수를 동원할 수밖에 없다.

 

특히 우리 연구소가 여러 차례 지적한 것처럼 현 정부 들어 공기업들의 부채가 급증하고 있는데, 공공요금을 주요 수입원으로 하는 공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공공요금을 주요 수입원으로 하는 공기업들이 현 정부 출범 이후 급증한 부채로 허덕이는 가운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등이 대체로 악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정부 재정을 지원하거나 그렇지 않다면 결국 공공요금을 상당폭 인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최근의 물가 인상 압력을 저금리와 고환율, 높은 부동산 가격 등을 조정해 정공법으로 풀지 않고 당장 고성장 생색내기 욕심에 빠져 찍어 누르기식 단기 공공요금 억제책 등으로 대응한다고 해봐야 오래 지탱할 수 없다.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한다는 핑계로 관련 공기업들의 요금인상 요구를 거부하면 결국 정부 재정으로 지원할 수밖에 없는 양상이 된다. 그런데 정부 재정은 결국 국민의 세금이 원천이라는 점에서 결국 어떤 식으로든 국민의 부담을 늘리는 식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속이 뻔히 보이는 상황인데도 현 정부는 근원적 대책을 쓰기보다는 단기 미봉책으로 국민의 눈을 속이려 하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가 두더지게임 하듯이 자장면 값이나 치킨 값 같은 것만 잡지 말고 대다수 국민들의 소득에 비해 너무 높은 부동산 가격을 낮춰야 한다. 생산원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 비용만 낮춰도 국내 물가가 지금처럼 계속 높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이미 지난해 환율효과로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린 수출대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수입 인플레를 유발해 국내 물가에 부담을 주는 인위적 환율 떠받치기도 이제는 중단해야 한다. 또한 공정위가 자신들의 힘을 이용해 물가억제에 나서는 시대착오적 행태는 그만두고 국내 각 부문별로 난무하는 재벌기업의 독과점과 담합 행위를 철저히 분쇄해 나간다면 중장기적으로 시장경쟁을 통해 자연스레 가격 인하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물론 지나치게 풀린 유동성과 경기 회복세에 따른 수요 증가 효과 등을 감안하면 기준금리를 현실화하는 것도 더 늦출 수 없다. 이처럼 경제구조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근원적 대책을 쓰지 않고 시대착오적인 미봉책만 써서는 효과도 없을뿐더러 장기적으로 한국경제 전반에 더 큰 충격과 혼란을 초래할 뿐이다.

 


제가 지난해 <위험한 경제학> 출간 이후 1년여만에 <프리라이더: 대한민국 세금의 비밀편>을 출간했습니다. 세금이라는 동창회비를 잘 내지도 않는 사람들이 동창회장과 총무를 맡아 자기들 멋대로 돈을 쓰는 행태를 비판한 책입니다. 평생 내가 내게 되는 세금 5억원이 제대로 걷혀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의구심이 드시는 분들께서는 꼭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by 선대인 2011. 1. 14. 09:22

  최근의 물가 오름세와 관련해 토요일인 8일 MBC 라디오와 전화 인터뷰했습니다. 그 내용을 토대로 최근 고물가 상황에 대해 정리해봤습니다. 참고 바랍니다.

 



1.먼저 이 같은 물가 급등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원인에 대해 알아보죠. 외부변수와 국내요인 어떤 것들이 물가 급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나요.


세계적인 원자재값 급등현상 및 국제원유가 고공행진이나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증가한 점 등 외부적 요인들의 영향도 있을 수 있고 또 경기 회복기에 대다수 국민들의 소득이 높아져 수요가 왕성하여 물가가 오르는 경우도 있을 수 있죠. 하지만 지금 국내에서 나타나고 있는 물가 상승은 외부적인 요인이나 일정한 경기회복세를 반영한 물가 상승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되고 있는 물가 상승의 원인은 유가나 철광석 등 원자재가격의 상승 외에도 지나치게 높은 환율, 잘못된 금리정책, 과다한 공적부채, 독과점적 시장구조 등 대부분이 국내 정책 실패에 기인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08년 금융위기 직전에 유가는 배럴당 140달러를 넘었으며 환율도 달러당 1,300원대 이상으로 치솟았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유가는 배럴당 80달러 대에 환율도 1,100원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내 유가는 2008년의 배럴당 140달러를 넘는 때보다 더 오르는 모습입니다. 이는 대기업들의 독과점 담합 때문인데, 정부 정치권에서 근본구조를 고치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집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세가의 경우에도 지난해 말 이후 주택 가격이 하향세를 보임에 따라 상승세가 떨어졌으나 정부가 지난해 8.29 대책에서 DTI규제 등을 해제하는 등의 조치로 부동산 가격을 떠받치면서 최근으로 올수록 전세가 상승률이 커지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공공요금 인상 압력이 대표적. 그런가 하면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정부와 공기업 등 공적부문의 부채는 4대강사업이네 뭐네 하면서 온갖 사기적 토건사업을 질러대는 바람에 총 450조원(기은과 산은 포함시 520조원) 가량이나 폭증했습니다. 이처럼 공적부문의 채무가 폭증하자 정부와 공기업들의 지급이자 부담도 급증하게 되었습니다. 이자를 갚기 어렵게 되자, 일제히 전기요금과 수도요금, 가스요금 등을 올렸습니다.


2.사실 글로벌 경제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세계 각국 정부들이 적극적인 양적완화, 그러니까 시장에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오지 않았습니까. 우리나라도 오랜 시간 저금리 고환율 정책을 유지해왔고요. 최근 한국은행이 올해 통화정책을 물가안정에 초점을 맞추겠다, 이렇게 발표했는데요. 저금리 고환율 기조의 통화 정책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경제위기 전 기준금리가 5.25%이던 것을 2.0%까지 내렸다가 지난해 두 차례 올려 현재 2.5% 수준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은행의 통화 공급 확대와 정부의 대규모 공공부채를 통한 부양책으로 시중 유동성이 급증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저금리 정책을 너무 오래 사용해서 성실히 저축한 사람들에게 세금을 물려서 부채를 지고 투기한 사람은 보조금을 주는 꼴이 됩니다. 2008년 말과 같은 경제위기 때야 비상조치로 금리를 낮춘다 하더라도 정부 주장대로 경기회복세가 견조하다면 이 같은 비상조치는 점진적으로 정상화해야 하는데, 정상화의 속도가 너무 더딥니다. 이 같은 저금리가 물가 인상 압력으로 작용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따라서 현재 수준보다 기준금리를 이미 더 올렸어야 하는데 방치하고 있다가 물가 앙등이 계속되니 이제야 통화당국이 부랴부랴 통화정책 변경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 정부가 올해도 성장위주 정책을 공언한 상태이고 한국은행의 정책 자율성이 많이 훼손된 상태여서 당장 1월에 기준금리를 올릴지 의문입니다. 정부가 범부처 차원의 물가관리 대책을 내놓는 게 13일로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운영위원회 날짜와 겹칩니다. 정부가 행정력을 동원해 물가를 잡을 테니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을 좀 더 미루라는 압력을 행사하는 듯합니다.



3.정부는 올해도 목표 경제성장률을 5%로 잡으며 경제성장에 집중한다는 방침에 변화가 없는 거 같아요. 그러면서도 물가는 3% 수준으로 억제해 경제성장과 물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 어떻습니까. 현 상황에서 정부의 이런 계획이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보시는지요.



불가능하진 않지만 두 가지 과제가 상충되는 과제인데다 이미 물가 인상 압력이 매우 강한 상태여서 현실적으로는 매우 어려워 보입니다. 만약 억지로 달성하려 한다면 매우 무리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지난해 전체로 소비자물가상승률은 3.5% 올랐습니다. 한은의 물가관리 목표치가 지난해 초 이유도 없이 바뀌어 2~4%이지만, 바뀌기 전에는 2.5~3.5%였습니다. 바뀌기 전 목표치의 상한을 친 것입니다. 이미 한은이 물가관리에 실패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물가가 오르는 것을 신체에 비유하자면 몸에 열이 나는 등 이상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열이 더 오르기 전에 물가 인상을 막아야 하는데, 현 정부는 계속 성장 지상주의에 빠져서 기준금리는 낮은 상태로 묶어두면서 공정거래위원회 등을 동원한 70,80년대식 물가 억제 정책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시대착오적인 단기 미봉책일 뿐입니다. 이런 식으로는 물가 안정세를 지속할 수 없습니다. 계속 임시미봉책으로 다스리면 결국 몸에 심각한 탈이 나게 돼 있습니다. 경제성장률은 경제발전의 양적 지표라면, 물가는 질적 지표입니다. 저는 올해 정부의 5% 대 성장이 가능할지도 의문이지만, 설사 물가 안정을 희생해 경제성장을 할 수 있다 하더라도 물가 앙등으로 서민들에게 계속 고통을 안긴다면 그런 성장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4.물가 동향을 살펴보면요. 지난해에는 배추를 비롯한 채소값이 급등세를 보였습니다. 연말에는 휘발율값이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고요. 올 들어서는 특히 설탕과 세제, 밀가루 등 생필품 값의 상승세가 두드러지는데요. 앞으로 어떤 품목들이 물가 인상을 주도할 것으로 보시는지요.


공공요금 인상이 매우 심각해질 것입니다. 이미 현 정부 출범 이후 가스공사, 철도공사, 전력공사, 수자원공사 등의 부채가 두 배 이상 늘어나 있습니다. 사실상 각 공기업들이 빚더미에 올라 있는 상태입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성장률 끌어올리고 부동산 거품 떠받치기 위해 기준금리를 낮추는 대신 공기업들 요금 인상을 억누르는 한편 각종 무리한 개발사업에 동원되거나 억지로 인상을 하지 않은 탓입니다. 공공요금을 주요 수입원으로 하는 공기업들이 현 정부 출범 이후 급증한 부채로 허덕이는 가운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등이 대체로 악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 정부 재정을 지원하거나 그렇지 않다면 결국 공공요금을 상당폭 인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정부가 최근의 물가 인상 압력을 저금리와 고환율, 높은 부동산 가격 등을 조정해 정공법으로 풀지 않고 당장 고성장 생색내기 욕심에 빠져 찍어 누르기식 단기 공공요금 억제책 등으로 대응한다고 해봐야 오래 지탱할 수 없습니다.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한다는 핑계로 관련 공기업들의 요금인상 요구를 거부하면 결국 정부 재정으로 지원할 수밖에 없는 양상이 됩니다. 그런데 정부 재정은 결국 국민의 세금이 원천이라는 점에서 결국 어떤 식으로든 국민의 부담을 늘리는 식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속이 뻔히 보이는 상황인데도 현 정부는 근원적 대책을 쓰기보다는 단기 미봉책으로 국민의 눈을 속이려 하고 있는 것입니다.    



5.물가를 잡기 위해 정부가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공정위가 조직을 물가감시 중심체제로 개편하고 국토부와 교육과학기술부도 물가 감시에 동참한다고 밝혔는데요. 올해 물가 전망 어떻습니까. 계속해서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보이는지 시간이 지나면 차츰 안정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시는지요.

 

 

이대통령이 '물가와의 전쟁'을 거론하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사무처장 직속의 물가대책반을 구성해 물가단속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동수 공정위원장은 "공정위가 물가기관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직원은 색출해 인사조처하겠다"는 황당한 발언까지 내놓았다고 한다. 기업들의 독과점과 담합을 분쇄하고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해야 할 공정위가 본연의 역할은 접어두고 기업들에 대한 자신들의 권한을 이용해 억지로라도 물가 단속에 나서겠다고 하니 70~80년대 관치 경제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다른 정부부처들도 제각기 각종 행정력을 동원한 물가대책을 내놓는 등 전 부처가 갑자기 물가잡기경쟁에 나서고 있다.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누적되기 시작한 물가상승 압력을 생각할 때 한은이 이미 기준금리를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까지 인상했어야 했지만 현 정부의 부동산 거품 떠받치기와 '무조건 성장제일주의' 때문에 올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처럼 한은이 본연의 임무인 물가 관리를 희생해 현 정부의 성장 기조를 추종하다 보니 대신 공정위가 '물가관리부처'가 되는 등 전 부처가 물가 단속에 나서는 웃지 못할 코미디가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가 두더지게임 하듯이 자장면 값이나 치킨 값 같은 것만 잡지 말고 대다수 국민들의 소득에 비해 너무 높은 부동산 가격을 낮춰야 한다. 생산원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 비용만 낮춰도 국내 물가가 지금처럼 계속 높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이미 지난해 환율효과로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린 수출대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수입 인플레를 유발해 국내 물가에 부담을 주는 인위적 환율 떠받치기도 이제는 중단해야 한다. 또한 공정위가 자신들의 힘을 이용해 물가억제에 나서는 시대착오적 행태는 그만두고 국내 각 부문별로 난무하는 재벌기업의 독과점과 담합 행위를 철저히 분쇄해 나간다면 중장기적으로 시장경쟁을 통해 자연스레 가격 인하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물론 지나치게 풀린 유동성과 경기 회복세에 따른 수요 증가 효과 등을 감안하면 기준금리를 현실화하는 것도 더 늦출 수 없다. 이처럼 경제구조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근원적 대책을 쓰지 않고 시대착오적인 미봉책만 써서는 효과도 없을 뿐더러 장기적으로 한국경제 전반에 더 큰 충격과 혼란을 초래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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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프리라이더: 대한민국 세금의 비밀편>을 출간했습니다. 우리가 낸 세금이 우리 아이들의 고픈 배를 채우지는 못하고 '형님'과 건설족들의 배를 불리는데 쓰이는 현실에 분개하고 이 같은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납세자혁명'을 모색하시는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by 선대인 2011. 1. 10. 09:14
서울시의 경우 기초생활수급자 등 생계급여지원 대상자가 2009년 21만720명에서 22만1852명으로 5.3% 가량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해당 예산은 2009년 5292억 원에서 2010년 4759억여 원으로 533억여 원 줄어들었다. 또 기초생활수급자 및 특례수급자 진료비 지원도 대상자가 2009년 22만330명에서 올해 22만9916명으로 4.4%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예산은 오히려 6439억여 원에서 6085억 원으로 354억여 원 줄어들었다.

 또 2009년 414억여 원을 투입해 실시됐던 한시생계보호 사업을 종료한 영향 등으로 긴급복지지원 예산은 지난해 1076억여 원에서 264억 원으로 813억 원 가량 줄었다. 또 노인생활시설 운영 및 지원비는 99억 원, 저소득노인 급식지원 32억 원, 노인일자리 사업지원 249억 원, 노인종합복지관 운영비 지원 23억 원, 장애인취업 통합서비스 34억 원, 아동복지시설 운영비 182억 원, 소년소녀가정 및 저소득층 아동지원 25억 원, 부랑인·노숙인 보호 및 자활지원 83억여 원, 지역치매센터 운영 130억 원, 저소득층 희귀난치성 유전질환자 지원 20억 원, 저소득층 가사·간병서비스 바우처 지원비 36.6억 원, 식품의약품 안전성검사 예산 114.8억 원 등이 줄어들었다. 저소득층과 취약층을 위한 복지 서비스가 대폭 위축된 것이다. 이들 사업들은 수천억원 단위의 토건 사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작은 액수지만 조금만 예산이 줄어들어도 한 푼의 지원이라도 아쉬운 저소득층 및 취약 계층에는 큰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by 선대인 2011. 1. 9. 09: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