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손석희 시선집중에 출연해 최근 오시장의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발언으로 촉발된 의무급식 논란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아무래도 시간이 짧아 준비한 내용을 모두 말씀드리지 못했는데, 준비한 내용을 다듬어 소개해 드립니다. 참고해 보십시오.

 

 

1. 시의회의 무상급식 조례안 통과에 대해 오세훈 시장이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 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먼저 전제를 하고 싶은 게 있는데, 여야 정파적 입장 떠나 서울시 재정상황을 잘 아는 전문가적 입장에서 말씀드립니다.


우선, 포퓰리즘이라고 하면 국가 전체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데, 대중영합적으로 정책을 추진한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700억원으로 우리 아이들 골고루 밥 좀 잘 먹이자는 정책이 뭐 그렇게 큰 문제가 되는 정책인지 의문. 정책의 효과를 생각해보면 당장 아이들간의 위화감과 정서적 상처도 줄일 수 있고요. 친환경 식단으로 우리 아이들 건강을 지켜서 장기적으로 각종 성인병 예방해서 미래의 의료비용, 즉 복지비용 지출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충분히 합리성이 있는 정책입니다. 물론, 당장 의무급식을 일률적으로 실시하자면 부담되는 지자체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런 지역들도 서울시보다는 급식 지원을 지금 더 많이 하거든요. 어쨌든, 제가 볼 때 서울시 정도는 의무급식 지원비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오시장께서는 이걸 복지 망국병으로 가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 것처럼 말씀하시는데 너무 과도한 인식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다수 국민들이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을 비롯해 토건, 부동산 부양책에 수백조원씩 공공부문에서 끌어 쓰고. 부유층 주로 혜택 받는 감세정책에 88조를 쓰고 있습니다. 이게 다 미래 우리 아이들한테 쓰일 소중한 돈을 빚으로 끌어쓰고 있는 것이고 이게 당장 국가 전반의 재정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세훈 시장이 단 한 번도 이를 두고 심각하게 걱정하는 발언을 하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한테 겨우 그런 돈들의 수백, 수천분의 1에 불과한 돈을 쓴다고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이라하면 너무 균형감 없는 표현입니다. 그런 면에서 오시장이 이 문제를 정책적으로 따지기보다는 이념적 공방으로 몰고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물론 복지라는 것이 무조건 돈을 많이 쓴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국민들의 세 부담이나 생산경제에 대한 위축효과 등을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추진하는 것은 문제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사회복지지출이 OECD 평균의 3분의 1이고, 교육지출은 세계 127개국 가운데 71등 수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시장의 걱정은 앞서가도 너무 앞서가는 기우입니다.


그리고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정당이 공약을 내걸고 다수 유권자가 지지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책임정치의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그걸 포퓰리즘이라고 하면 그 정책을 지지하는 시민들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오히려 그렇게 표현하는 오시장이야말로 대의제 민주주의의 본질을 잘못 이해하시고 철저히 엘리트주의에 빠져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2. 흔히 복지 이야기가 나오면 선진국 사례를 많이 참고하고 있지 않나. 다른 나라들은 무상급식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 궁금한데?



일단 서울시가 OECD 국가들 전수 조사를 해서 극소수의 복지국가만이 의무급식을 하고 있는 것처럼 표현한 것은 문제다. OECD 국가간 비교자료는 OECD Education at a glance라는 자료가 있는데, 여기에는 국가별로 급식 행태나 예산 지원 수준을 보여주는 자료는 없다.


서울시도 거론한대로 스웨덴, 핀란드 등 유럽 국가들 중 상당수가 고교까지 전면 의무급식을 하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잘 사는 복지국가니까 그렇다고 이야기하는데, 이 나라들이 이런 제도를 도입한 것은 2차 세계대전 직후다.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서도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국가의 기본 의무로 생각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지금 그 나라들이 지금 못 살고 있습니까. 복지 수준도 높고 경제도 우리보다 여러모로 앞선 나라들이거든요.


복지 수준에서 제일 떨어지는 게 미국입니다. 미국은 주별로 상황이 많이 다르지만 전반적으로는 전체 학생의 60%까지 급식 지원한다. 더구나 사상 최악의 경제난, 재정난을 겪는 가운데도 미국은 여야가 만장일치에 가까운 합의로 45억 달러 점심 급식 확대 지원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아이들의 질 높은 급식을 통해 굶주림과 비만을 줄이면 향후 의료비용 줄일 수 있다는 취지이거든요. 이렇게 재정상황이 어려운데도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보고 하는 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라마다 제도 등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 하는 것을 참고로 하되, 그 나라 자체적으로 재정 투입 비용 대비 효과가 크다고 보면, 유권자 동의를 얻어 얼마든지 추진할 수 있는 것이다. 



3. 오시장은 ‘어려운 아이들에게 가야 할 교육, 복지예산을 부자에게 주는 불평등 무상급식이다’ 라고 주장했다. 서울시에서는 무상급식을 하게 될 경우 다른 복지예산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오시장께서 좀 통 크게 보셨으면 하는데요. 교육예산을 처음부터 너무 적게 잡아 놓고 그 예산 안에서 의무급식하면 다른 교육예산이나 복지예산이 줄어든다고 말한다. 그건 제가 볼 때 서울시 교육국장 입장이라면 그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제한된 교육 관련 예산 안에서 우선순위를 따져야 하거든요. 하지만 서울시장은 좀 더 큰 틀에서 재정을 제대로 배정하고 있는지 먼저 따져야 합니다. 처음부터 교육예산을 적게 잡아놓고, 의무급식 예산 배정하면 쓸 게 없다라는 식의 주장은 시민들이 납득하기 어렵죠.


서울시 예산을 대략 20조로 잡으면 그 중에 5조 정도는 시교육청이나 기초 지자체에 법적으로 지원하는 예산이다. 서울시가 자체 재량으로 쓸 수 있는 게 약 15조 정도 된다. 그 가운데 약 10조원 가량이 각종 토건사업 등 하드웨어 예산이고. 이게 사실 오세훈시장이 취임할 때 “전임 이명박시장이 하드웨어는 많이 채웠으니, 소프트웨어에 치중하겠다”고 하셨는데, 예산상으로는 거의 바뀐 게 없거든요. 나머지 5조가 남는데, 그 중에 복지예산이 명목상으로는 4조 정도 된다. 하지만 복지예산도 대부분 법에 따라 의무지출하는 것이다.


오히려 올해 경우에 서울시가 재량에 따라 쓸 수 있는 복지예산은 오히려 수천억원 줄었다. 기초생활수급자 진료비 지원, 노인생활시설 운영, 저소득노인 급식지원, 노인종합복지관 운영, 아동복지시설 운영비, 소년소녀가정, 저소득층 아동지원 수십, 수백억씩 감축. 오시장께서 임기 동안 복지에 미쳐 있었다고 하시는데, 예산상으로는 전혀 미쳐 계신 게 아니고 굉장히 냉정하셨다.


교육예산은 한참 더 심각해서 올해 경우 260억원. 서울시 예산액의 0.1% 겨우 넘는 예산. 그나마 올해 지방선거에서 의무급식 등이 이슈가 되니 3무학교 사업이나 교육 예산을 들고 나오면서 내년 예산에서 크게 늘린다는 게 1445억이다. 그런데 이래봤자 전체 서울시 예산의 1%도 안 되는 것이다. 고무적이지만 오시장께서 스스로 재선 직후에 교육 관련 지원 예산을 1조원까지 늘리겠다고 하셨으니 그 약속을 좀더 적극적으로 실천하시길.




4. 3무학교 사업에는 찬성하나.


취지에는 찬성한다. 우리 아이들 학습 준비물 지원하고, 아이들 폭행을 막고 안전을 도모하고, 학습 도와주겠다는데 반대할 사람 어디 있나. 마찬가지로 우리 아이들 좀 친환경적이고 건강에 좋은 균형 잡힌 식단을 제공해 건강하게 하면서 사회적 위화감도 줄이자는 것인데 그걸 반대할 사람이 또 얼마나 많나. 실제로 여론조사해보면 82%가 지지. 의무급식이든 3무학교 사업이든 우리 아이들 모두에게 혜택 돌아가는 사업은 당분간은 좀 더 적극적으로 하자. 대신 오시장께서 시야를 좀 넓혀서 불요불급한 개발, 토건사업 비중 좀 줄이자.


여러분들도 한 번 생각해보시라. 우리가 의무급식을 먼저 해야 할지, 3무학교 사업을 먼저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많이 엇갈릴 것. 하지만 이미 건설업체들에게 잔뜩 퍼주고 있고, 예산 낭비까지 심한 토건사업을 좀 더 할지, 낭비되는 예산을 절감해서 3무학교사업에 더해 의무급식까지 할지를 생각해보십시오. 많은 분들이 선택하시는 답은 정해져 있을 겁니다. 오시장께서는 서울시 교육국장이 아니고 서울시장이기 때문에 좀 더 전체적으로 서울시 재정을 크게 보고 의무급식까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5. 그렇다면 서울시의 재정운용중 예산을 절감해야 할 부분은 어디라고 생각하는가.


사실 오시장께서 복지포퓰리즘 말씀하시는데, 지금 국내에서 문제는 개발 포퓰리즘. 차도 안 다니는 도로, 시민들이 사용도 못하는 각종 종합운동장, 이용객이 없는 지방공항들, 시민들 빚으로 지어지는 초호화 청사들이 무더기로 전국 각지에서 지어지고 있다. 이게 지금 여든 야든,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지금까지 계속 돼왔다. 여기에 매년 수십조원씩 예산이 낭비되고 있는데 이런 게 더 문제다.


그리고 당장 서울시만 해도 문화니, 디자인이니 하는 포장을 했지만 사실상 하드웨어형 사업이 넘쳐난다. 한강 르네상스에 5400억원, 그 다음에 서울 서남권 유권자들 표심 얻겠다고 추진한 서남권 개발 프로젝트도 수천억. 그 밖에 남산 르네상스, 한강 예술섬 사업 등 이 모든 게 개발형 사업이다. 이 각각의 사업에는 이미 수천억씩 들어갔습니다. 물론 이 가운데 필요한 사업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너무 많고 과도하다. 이런 과정에서 지금 서울시 산하 개발공기업의 부채가 거의 20조원 가까이까지 늘어났다. 오시장께서 창의경제를 부르짖으시는데, 창의성을 발휘하는 주체는 사람입니다. 좀 더 창의경제에 부합하도록 사람에게 좀 많이 써야 하는데, 콘크리트에 퍼붓는 사업이 너무 많다. 이걸 좀 줄여야 합니다.


같은 공사를 발주해도 건설업체들에게 그냥 마구 퍼주는 사업들이 정말 많다. 재벌건설업체들이 가격 담합해서 공사비를 부풀리는 턴키사업들이 대표적이다. 지하철 7호선, 9호선 2단계 연장구간 이런 게 턴키로 해서 공사비 엄청 들어가서 지하철 적자에 시달리는 것이다. 가든파이브 1조에 할 수 있는 것 1조3천억에 했고, 청계천도 3000억에 할 것 4000억에 했다. 은평뉴타운 턴키사업으로 오시장 임기 초기에 고분양가 논란을 빚은 이유도 이런 공사비 때문이다. 이런 턴키사업들이 서울시 전체로 매년 1조원대 넘습니다. 그런데 이거 업체간 가격 경쟁만 유도하면 얼마든지 아낄 수 있다. 제가 서울시 재직할 때 건설업체간 담합 분쇄해서 지하철 9호선 2단계에서 1000억원 아꼈고, 제가 이걸 오시장께 보고했기에 오시장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뒤로 과거로 회귀했죠. 이런데서 좀 더 적극적으로 줄이면 얼마든지 더 교육예산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런데 오시장께서 너무 속 좁게 보시는 것 같다. 제발 큰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면 좀 더 통 크게 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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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12. 7. 08: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