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출범 뒤 첫 부동산 종합대책이 나왔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에서는 종합선물세트라는 표현을 내놓았다. 부동산대책의 강도가 세고, 범위가 넓어서 그렇게 표현했을 텐데, 어이 없다. 지금이라도 부동산 거품을 열심히 빼도 시원찮을 판에 거품 잔뜩 키우는 정책을 내놓는 정부나, 이를 '종합선물세트'라고 표현하는 언론이나 정말 제 정신이 아니다. 건설업계나 부동산업계에는 단기적으로는 종합선물세트처럼 느껴질지 모르나 중장기적으로 대다수 일반가계와 한국경제에는 '종합 독극물 세트'가 될 거라고 장담한다.

 

지금은 부동산 부양책이 필요한 게 아니라 여전히 주택거품을 빼야 할 때다. 외환위기 직후인 김대중정부 초기에는 워낙 주택가격이 바닥을 헤매고 있었기에 일정한 부양책이 필요했다. 물론 그 부양책도 너무 오래 지속하는 바람에 부동산 투기 화염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돼버렸지만 말이다. 지금은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오히려 집값이 너무 높아 주택 가격이 더 빠져야 하는 시기다. 이런 상황에서는 부동산 부양책을 써봐야 부동산시장의 가격조절 압력 때문에 그 효과가 오래가지도 못하고 부동산시장의 조정 기간만 길어지게 만든다. 그뿐만 아니라 가계부채 증가 등 부동산거품의 크기만 키우게 된다. 그렇게 되면 부동산시장도, 한국경제도 뻗어버린다.

 

 

<그림>

주) 한국은행과 국민은행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이번 대책의 주요내용 가운데는 다주택자가 미분양을 구입할 때 양도세를 5년 동안 면제해주고 생애 첫 주택자에게 취득세 등 각종 세금을 5년 동안 면제해주는 등 세금 부담을 크게 줄여주겠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단단히 착각하고 있거나, 어쩔 수 없이 내놓은 고육지책에 불과하다. 지금 집값은 가격이 비싸서 떨어지는 거지, 세금부담 때문에 떨어지는 게 아니다. 세금부담 때문이라면 세금 부담이 지금보다 높았던 노무현정부 때 왜 올랐겠는가? 어차피 지금 거래되는 부동산의 약 90% 이상은 각종 명목으로나 다운계약서 등을 이용한 탈세를 통해서든 과세되고 있지 않다. 더구나 집값이 올라야 양도소득세도 내게 된다. 지금 상태로 가서는 5년 동안 집값 오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올 연말까지 구입하는 주택에 대해 양도세 5년간 감면? 이런 정책에 혹해 안 살 집 무리하게 사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가격이 올라가면 수요량이 줄어드는 건 시장경제의 기본 원리다. 지금 부동산시장은 이미 과거 빚을 내서 살 사람도 거의 다 사버려 수요가 거의 고갈된 상태다. 어차피 가격이 조정되지 않고서는 단기적으로는 몰라도 중장기적으로는 백약이 무효다. 물론 정부로서는 집값 정상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경제적 충격을 줄이기 위해 집값 하락 속도와 그 폭은 어느 정도 조절하도록 노력해야겠지만, 부동산 가격을 억지로 떠받치려는 정책은 오히려 길게 보면 화를 부를 뿐이다. 결국 한국경제의 화약고인 부동산 거품을 키우게 되고, 가격 조정을 방해해 침체 기간만 길어질 뿐이다. 단기적으로는 고통이 있겠지만 집값이 정상화되면 부동산거래도 어느 시기에는 정상화된다. 그 과정을 거치지 않고 억지로 집값을 떠받치려 하면 할수록 부작용은 더 길어진다.

 

이번 대책 가운데서도 내가 제일 악질이라고 생각하는 건 생애 첫 주택자에게 DTI, LTV규제를 풀어준 것이다. 이미 기존 수요는 고갈돼 아직은 소득이 부족한 젊은이들이나 수억원 빚을 내지 않으면 집을 살 수 없는 서민가계들만 남은 상태다. 이들에게 빚을 왕창 내게 해줄 테니 떨어지는 부동산시장을 받쳐줄 제물로 삼겠다는 것이다. 하우스푸어 대열에 이들마저 물귀신처럼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좀비를 양산하는 악마인 네크로멘서 수준이다. 부동산 거품 떠받치기에 혈안이 돼 정부가 완전히 정신이 나갔다.

 

더구나 지금 정부가 하고 있는 짓이 얼마나 엇박자인가? 한쪽에서는 하우스푸어를 구제한다고 난리법석을 떨고 다른 한쪽에서는 이렇게 또 다시 하우스푸어를 양산하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또 세수가 부족해 적자국채를 발행해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고 윽박지르면서 다른 쪽에서는 부동산 세금을 대폭 깎아주고 있다. 이명박정부에서 소득세와 법인세를 대폭 깎아줘 서민들의 부가가치세와 유류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게 올랐다. 그런데 또 부동산 세금 깎아주고 서민들에게 세금 바가지 씌우게 생겼다.

도대체 이게 정부의 탈을 쓰고 할 짓인가? 이명박정부 때 하도 험한 꼴을 많이 봐서 박근혜정부 시작할 때는 그래도 이명박보다는 낫지 않을까하는 일말의 기대감이 없지 않았다. 그런데 이건 정말 바닥 아래 바닥이 있는 격이다. ‘인사참사가 계속되고 있는데, ‘정책참사까지 계속될 판이다. 그것도 출범 40여일밖에 안 된 정부가 새 희망을 불어넣기는커녕 소수 기득권을 위해 국민들을 절망의 늪으로 빠트려도 되나?

하여튼 며칠 전 경기종합대책에 이어 어제 부동산종합대책을 보니 이 나라 5년 동안 설거지는커녕 빚만 또 잔뜩 늘리고 폭탄만 돌리다 허송세월하게 생겼다. 이 나라 정부정치권과 1% 경제기득권들이야 신날지 몰라도 이 나라 백성들은 5년 동안 무수한 고통을 당하게 생겼다. 정말 안타까울 뿐이다.

 

이번 부동산 부양책, 호가가 뛰는 등 단기적으로는 일정한 효과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길게 보면 부동산시장은 제 갈 길 다시 가게 될 것이다. 이번 대책에 혹해서 무리하지 빚을 얻어 집을 사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이번 대책은 무주택서민에게 집 살 기회가 아니라 하우스푸어 행렬 초대장일 뿐이다. 대략 자산가치로 6500조원 이상 되는 부동산시장의 가격하락 압력을 이런 식의 정부대책으로 막지는 못한다. 철수레에 덤벼드는 사마귀의 형세일 뿐이다. 시장압력에 대들면 결국 철수레에 깔리게 돼있다. 다른 선진국들이 바보라서 부동산 거품 빠지는 것을 막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더구나 이 같은 대책은 보통 부동산 거품 파열 직전에 나온다. ‘토건족 정부였던 이명박정부가 27번의 부동산대책으로도 막지 못한 부동산 가격 하락을 박근혜정부가 막을 수 있을까. 이명박정부의 각종 부동산대책으로도 막지 못했기에 자신들의 핵심 지지층인 부동산부자들의 기대에 자신은 더 잘 부응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무리하게 내놓은 대책이 이번 대책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도 결국 몇 달 후 무위로 돌아갈 것이다. 그러면 더 이상 새로 내놓을 대책은 뾰족하게 없다. 마지막 기대감도 시장에서 사라질 때 부동산시장은 그 동안 지연시켰던 가격 조정까지 한꺼번에 반영해 더 큰 폭의 하락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수많은 과오가 긴 세월에 걸쳐 누적돼 발생한 문제를 아무것도 없었던 양 되돌릴 수는 없다. 이미 많은 문제가 저질러진 상태에서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더 문제를 키우지 않는 것이다. 정부가 더 이상 인위적인 집값 부양 시그널을 주지 않고, 가계부채 다이어트를 유도해야 한다. 또한 지금 중요한 것은 새로운 주택정책 및 제도의 패러다임을 바로세우는 일이다. 부동산 투기 사이클의 진폭을 키우고 하우스푸어를 대량으로 양산한 선분양제 같은 제도들 고치는 한편 공공임대/전세주택을 획기적으로 늘려 서민 주거난을 해소해가야 한다. 서민들이 저렴하면서도 쾌적한 주거생활을 누릴 수 있다면 그토록 무리한 주택 투기에 가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미 하우스푸어로 전락했거나 전락할 위기에 놓인 일반 가계들에게. 그 동안 지나치게 과욕을 부렸다면 지금이라도 가계의 재무구조를 다시 점검하고 부채 조정에 들어가야 한다. 당장은 고통스럽더라도 부채 조정에 나서는 것이 하루빨리 정상적인 가계생활로 돌아가는 길이다.

 

선대인경제연구소에서 신간 <두 명만 모여도 꼭 나오는 경제질문>을 출간했습니다. 출간 직후 예스24 '오늘의 책' 등 4대 서점의 메인 도서로 성정된 이 책을 선대인경제연구소 웹사이트(www.sdinomics.com) 링크를 통해 사시면 좀 더 저렴하게 사실 수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연구소 공지사항 참조 바랍니다.

by 선대인 2013. 4. 2. 10:28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용산개발사업)이 결국 디폴트에 빠졌다. 용산개발사업이 이처럼 사실상 무산된 근본 이유는 사업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용산개발사업이 처음 계획된 2006년과 사업자가 선정된 2007년은 수도권 부동산 경기가 절정에 이른 때였다. 부동산 활황기 때의 장밋빛 전망에 근거해 수립된 사업계획이 부동산 장기 침체가 명확해진 시점에 통할 리 없다.

특히 용산개발사업 총 매출 가운데 오피스 분양 매출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되는데 서울지역 오피스 시장은 이미 심각한 공급과잉 상태다. 서울지역에서는 이미 완공된 여의도 국제금융센터를 비롯해 제2롯데월드타워와 뚝섬 글로벌비즈니스센터 등 초고층 빌딩과 오피스 빌딩들이 잇따라 건설되고 있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서울지역에 계획된 오피스빌딩 공급물량은 용산개발사업을 제외해도 매년 63빌딩 8개가 건설되는 수준이라고 한다. 시간이 갈수록 공급 과잉 압력은 더욱 심각해지게 돼 있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용산개발사업에서 쏟아지는 오피스 물량이 시장에서 제대로 분양되기 어려웠다.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분양가를 낮추면 사업비를 건질 수 없어 적자가 나는 상황이었다. 어떤 식이든 적자가 날 공산이 매우 컸다. 이러다 보니 이미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한 컨소시엄 대표사인 삼성물산이 뒤로 물러났고, 나머지 투자자들도 서로 눈치를 보며 빠져나갈 궁리만 세웠다. 용산개발사업 추진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총 예상 공사비 31조원 가운데 23조원을 추가로 더 조달해야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당초 용산개발사업은 철도공사의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계획되고 추진됐다. 그러나 초기 계획 단계에서 3.8조원 수준이었던 철도공사의 토지매각 대금이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8조원으로 두 배 이상 올라갔다. 또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던 서부이촌동 일대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과욕으로 사업에 포함되면서 3조원 규모의 추가 보상금이 더해졌다. 이들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이 커지면서 사업 진행은 더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처럼 부동산 활황기의 환상에 사로잡힌 국토해양부와 개발공기업, 서울시와 민간 업체들의 탐욕이 뒤얽힌 용산개발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사실 용산개발사업의 좌초는 부동산 불패라는 거대한 환상이 깨지고 있음을 상징한다. 그런데도 아직 정신 못 차리고 거대한 환상의 신기루를 쫓는 사람들이 있다. 정부나 서울시가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 언론의 주장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정부나 서울시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으면 사업이 이렇게 좌초될 리 없다. 철도공사가 주요 주체라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업의 기대 수익과 위험을 근거로 사업이 진행되는 PF사업에 정부나 지자체가 구원등판(?)하는 것은 넌센스에 가깝다. 정부나 지자체가 나선다고 해서 없던 사업성이 생겨날 리 없고, 사업성이 없는 사업을 억지로 되게 하려면 세금 등 공공재원이 무리하게 투입될 수밖에 없다. 민간의 손실을 정부와 지자체가 떠맡는 것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용산개발사업과 관련해 정부나 서울시가 할 일은 참여주체들이 현 부동산시장 상황에 맞게 사업계획을 철저히 재검토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현 시점에서는 개발사업을 접는 것이 그나마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안 되는 사업을 정부나 서울시가 억지로 나서서 되살리려 했다가 공공재원도 낭비되고 사업주체들의 피해도 커지는 수렁에 빠질 공산이 크다. 현 사업을 청산한 뒤 냉철한 부동산시장 상황 진단에 근거해 도시계획상의 공공성을 살리고 주민들의 욕구에 더 부합하는 사업안이 나올 때 재추진하는 것이 순리다. 특히 서울시는 오세훈 전 시장의 실적 과시욕구 때문에 무리하게 사업대상에 편입된 서부이촌동 일대를 개발사업에서 제외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이미 서부이촌동 주민들은 그동안의 독재개발로 너무 많은 피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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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3. 3. 20. 08:32

  

우리는 경제에 관한 정보를 어디에서 얻을까? 많은 사람들은 가장 먼저 경제신문을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일간지의 경제면, 방송의 경제뉴스,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경제 관련 섹션들도 정보를 얻는 주요한 창구가 되고 있다. 문제는 경제정보는 넘쳐나지만 거짓 정보나 엉터리정보들이 난무한다는 점이다. 100만 명에 이르는 하우스푸어들도 이런 엉터리 경제정보에 속아 판단을 그르친 경우가 대다수다.

이런 경제정보들은 어떤 식으로 사람들을 현혹할까. 일례로 국내의 대표적인 경제신문인 매일경제신문(매경) 사이트에서 집값 바닥을 키워드로 검색해 보면 2009년 이후 집값 바닥론이나 집값 상승론을 보도하는 기사들이 줄줄이 쏟아진다. 집값이 오르는 쪽에 이해관계를 가진 건설업계나 부동산업계의 주장이 마치 그대로 실현될 것처럼 여과 없이 보도한 기사들이 대부분이다. 몇몇 기사의 제목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부동산 시장 바닥론 솔솔 부동자금 기웃 (20101024)

"올해 집값 본격 상승"토지주택연구원 보고서 (2011112)

서울 수도권 올해 집값 2.5% 오른다! (2011310)

집값 오른다기대심리는 강해졌는데 (2011914)

주택산업연구원 "전세금 2014년에나 하락 반전할 것" (20111012)

강남집값 꿈틀! 서초동아파트 30% 할인분양 (20111213)

강남 집값 바닥쳤나실거래가 2천만원(2012422)

경매 급감, 집값 바닥 신호?3분기 물건 12년 만에 최저 (20121008)

집값 바닥탈출 5징후 찬밥 취급받던 중대형도 팔린다

전세금 비율 62%까지 치솟아 거래량 `진바닥` 수준에 근접

경매시장 낙찰가율이 오른다 강남재건축 급매물 모두 소화 (20121024)

매경이 얼마나 집값 바닥론군불을 열심히 땠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같은 정성(?)에도 불구하고 해당 기간 동안 집값 추락은 계속됐다. 그런데도 이 신문은 전혀 실의에 잠기지 않고 2013년 들어서도 비슷한 보도를 되풀이한다. 한편으로는 정말 꾸준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말 부끄러움을 모른다.

집값 하반기 상승 가능성전세금 강세 지속될 듯 (201312)

"올해 부동산시장은 상반기에 바닥을 친 후 하반기에 조금씩 나아질 것이다. 상반기에 강남 재건축 아파트 등 기존 아파트 급매물을 매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매일경제신문이 업계학계금융계 등에 종사하는 부동산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2013년 부동산 시장 전망`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다수는 집값 바닥시점을 올해 상반기로 내다봤다. 설문에 응한 전문가 10명 중 7명이 침체된 부동산시장이 올 하반기부터는 나아질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투자방법으로는 기존 아파트 중 가격이 싸게 나온 급매물을 중심으로 매수할 것을 추천했다. 신규 분양 아파트 매입은 한 명도 추천하지 않았다. (이하 생략)

사실 이 기사는 부동산 침체기에 접어든 뒤 대다수 언론들이 내놓고 있는 전형적인 부동산 전망 기사다. 상반기에는 부동산이 침체되지만 하반기에는 부동산 가격이 반등한다는 상저하고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하반기에도 부동산 가격이 반등하지 않으면 이들 전문가라는 사람들과 기자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반등 시점이 연기됐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다시 새해가 오면 상저하고를 되뇐다. 독자들을 6개월 단위로 기억이 리셋되는 존재정도로 여기지 않는 한 나올 수 없는 무책임한 보도다.

또한 이 보도에서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정말 사심 없는 객관적 전문가인가 하는 점도 따져봐야 한다. 부동산업계는 말할 것도 없고, 집값이 하락하면 부실 채권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금융계도 집값이 올라주기를 바라는 곳이다. 한국에서 부동산 관련 학자들은 대부분 건설업계의 용역을 받거나 부동산업계와 직간접적으로 얽혀있는 사람들이다. 더구나 이런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무작위 샘플링을 통해 선택된 사람이 아니라 해당 기자가 입맛에 맞춰 고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평소 기자와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이 전문가로 포장돼 지면에 소개되는 것이다.

이런 보도들이 일관성이라도 있으면 좋다. 그런데 예전 기사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정반대 기사를 버젓이 내놓는다. 매경은 박근혜대통령이 취임하던 225박근혜정부 성공 이것에 달렸다시리즈를 시작하면서 첫 순서로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내세웠다. 이를 위해 1면 등 주요 면에 모두 7개의 기사를 깔았다. 더구나 집값 20% 떨어지면 중산층 붕괴’ ‘부동산 침체 지속땐 깡통주택 속출은행부실’ ‘DTI규제, 가계부채 억제효과 적다’ ‘건설불황에 일자리 12만개 날아갈 판등 부동산 부양책을 안 쓰면 한국경제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자극적 제목을 달기도 했다.

지난 몇 년 동안의 보도는 고사하고 연초만 해도 상저하고라며 곧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처럼 보도했던 신문의 보도가 두 달도 채 안돼 180도 달라진 것이다. 연초 전망대로 라면 가만 놔둬도 부동산 시장이 반등할 텐데도 이제는 금방이라도 부동산시장이 파탄날 것처럼 대대적 부양책을 주문하는 것이다.

구체적 내용에도 문제가 많다. 7개 기사 가운데 국민 10명중 7부동산 부양책 필요”’라는 제목을 단 기사가 대표적이다. 매경과 현대경제연구원이 전국 성인 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한 결과를 인용한 이 기사에서 주택시장 활성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73.9%에 이르렀다. 이는 막연히 주택거래가 활발해져야 경기가 좋아지는 것으로 인식하는 일반인들의 기대가 반영된 것일 뿐이다. 실제 기사내용을 보면 오히려 국민 다수는 구체적 부양책에는 반대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다주택 소유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 폐지에 반대하는 국민은 59.7%로 찬성하는 사람 40.3%보다 상당히 많았다. 또 하우스푸어에 대한 지원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55.5%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 45.5%를 앞섰다.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폐지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이 52.3%로 찬성 의견 47.4%를 웃돌았다. 분양가상한제 폐지에 대해선 찬반이 거의 비슷한 반면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한 수직 증축 허용의 경우에만 70.1%가 찬성했다. 결국 다섯 가지 부동산 부양방안 가운데 다수 여론이 찬성한 경우는 단 하나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매경은 마치 부동산 부양책을 지지하는 여론이 압도적인 것처럼 제목을 뽑은 것이다. 교묘하게 제목을 달고 기사를 작성해 여론조사 결과를 자신들 주장대로 몰고 간 전형적인 경우다.

매경은 이어 양도세 중과 없애 부동산거래 숨통 틔워야기사에서 부동산 살리기 매경 10대제언이라는 것을 내놓는다. 여기에는 종합부동산세 재산세로 통합, 주택 증여 1억원까지 세금 감면, 용산 역세권 개발 조속히 해결 등 건설업계나 부동산업계 이해를 대변하는 방안들이다. 심지어 여론조사 결과에서 반대 여론이 높았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와 DTI, LTV 금융 규제 완화까지 들어있다. 이런 자신들의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부동산업계나 건축사무소 관계자를 인용하는 것은 물론 이해관계자들을 객관적 전문가인 포장해 해당 기사에서 인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건설산업연구원은 대한건설협회 부설 연구소인데도 이에 대한 설명은 생략돼 있고, 한 때 부동산컨설팅업체의 임원으로 참여했던 대학 교수의 의견을 인용하고 있다. 일반인으로서 유일하게 인용된 사람마저 부동산 다주택자다. 이해관계자에 가까운 사람들의 의견을 대다수 국민들을 위한 정책 제언인 것처럼 포장한 것이다.

지금까지 매일경제신문을 예로 들었지만 대다수 다른 경제신문이나 일간지도 비슷한 양태를 보였다. 조금만 생각해봐도 부동산시장 상황에 대한 진단이 크게 다른 기사들이 이처럼 양산되는 것은 이들 언론이 가진 이해관계 때문이다. 가계 투기 심리를 자극해 무리하게 집을 사게 하거나, 정부를 압박해 부양책을 내놓게 할 때 그들이 묘사하는 부동산지장 상황은 확연히 달라지지만 최종 목표는 동일하다. 그들의 주요 광고주인 건설업계나 자신들의 주독자층인 부동산부자들에게 영합하는 것이다.

이처럼 경제보도의 대부분이 광고주의 압력이나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이 비판적 보도를 할 경우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는 이미 삼성이 잘 보여준 바 있다. 김용철변호사의 증언으로 불법비자금과 편법 증여 문제가 드러난 뒤 삼성은 이 문제에 가장 비판적인 논조를 보인 <한겨레신문><경향신문>에 광고를 끊어버렸다. 삼성은 2년 넘게 두 신문에 광고를 거의 싣지 않았고, 두 신문사는 경영에 큰 타격을 받게 되었다. 한국 언론이 광고주인 재벌대기업의 이익에 반하면서까지 보통 사람들을 위한 정직한 기사를 쓰려면 회사의 경영 악화까지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또한 부동산 문제뿐만 아니라 다른 경제 관련 기사들에서도 객관적 전문가인 양 인용하는 사람들이 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들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노후 문제에 관한 기사에서 자주 언급되는 곳은 주로 보험사, 또는 보험사를 계열사로 거느린 재벌계 연구소다. 이들은 노후 생활을 위해 필요한 자금의 규모를 부풀리는 등 공포마케팅을 통해 더 많은 보험 가입을 유도한다. 한국의 증권사들은 주가 전망에 대해 매도의견을 내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렇다고 삼성, 현대, LG 등 재벌계 연구소가 경제공룡인 재벌그룹의 이해관계에 반하는 의견을 낼 수 있을까.

심지어 같은 연구소의 외부용과 내부용 보고서 내용이 상반될 경우도 있다. 실제로 한 재벌계 연구소는 대외적으로는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하는 보고서를 내놓았지만 내부적으로는 반대에 가까운 보고서를 돌렸다. 이 정도면 의도적인 여론조작에 가깝다.

정부가 발표하는 경제정보 역시도 정직하지 못하다. 대통령부터가 임기 중에 주가지수가 3천을 간다느니, 5천을 간다느니 하면서 기대 심리를 부풀린다.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고위 관료들은 산하 공기업이나 관련 업계와 유착된 경우가 많다. 그들의 퇴직 후 생계가 관련 업계에 달려 있고, 이미 자신들의 선배가 거기에 가 있다는 것만 생각해봐도 뻔하다. 이들이 일반가계를 위한 정책과 정직한 정보를 내놓을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지금까지 정부는 수십 차례 부동산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대책을 내놓기 전 주무 장관들이 건설업계 관계자들을 만난 적은 많지만 무주택서민들을 만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는 사실은 무얼 말하는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정직한 경제정보를 찾을 수 있을까? 무엇보다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기관이나 연구소에서 나온 자료, 또는 그 자료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기사나 뉴스라면 그 진실성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이전에도 비슷한 전망을 되풀이해서 내놓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현실에서는 어떤 결과로 나타났는지를 확인해 보기 바란다. 10분 정도만 검색해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경제에 관한 좋은 책들로 가짜 정보, 엉터리 정보를 걸러내는 힘을 키울 필요도 있다. 이는 교양도 쌓고 경제현상을 이해하는 힘도 키울 수 있기에 수고롭지만 충분히 보상이 되는 일이다. 재벌이나 업계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연구소나 사회적 기업, 언론을 찾을 필요도 있다. 에듀머니와 같은 사회적 기업은 빚지지 않는 가계 살림을 위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교육과 상담 활동도 벌이고 있다. 99%를 위한 경제방송을 표방했던 팟캐스트 나는 꼽사리다(나꼽살)’ 가운데 관심 있는 주제들부터 찾아듣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장기적으로는 일반 가계를 위한 정직한 경제정보를 제공하는 언론이나 연구소를 키워야 한다. 그래야만 최소한의 정보균형이라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선대인경제연구소가 일반 가계 입장에서 재벌과 정치권력의 이해관계에서 독립된, 정직한 경제정보를 생산하고 이를 모태로 독립적인 경제미디어를 구축하려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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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3. 2. 26. 09:32

 

안녕하세요. 제가 며칠 동안 몸살을 앓았던 관계로 문화방송 <피디수첩>팀이 제작한 ‘2013 부동산 보고서편을 뒤늦게 보고 시청 소감 올립니다.

1. 지금의 부동산 거품과 가계부채가 폭발 직전까지 이른 데에는 선량한 가계를 투기심리를 부추겨 고분양가 폭리를 취해온 건설사뿐만 아니라 국토해양부와 산하 LH공사, 인천시와 같은 각종 지자체의 책임이 얼마나 큰가를 잘 보여줬습니다. 일반 가계들 입장에서 일해야 하는 공복들이 일반가계의 장밋빛 환상을 부추겨놓고 이제 와서 나몰라라 하는 행태야 말로 이 나라 서민들이 왜 계속 골병이 들고 있는지 잘 보여줍니다.

2. 제도적으로는 선분양제와 선분양제와 짝을 이뤄 3~5년 거치 원리금 분할상환 또는 일시상환하게 하는 주택담보대출 구조가 얼마나 큰 폐해를 낳고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과거 민간건설자본은 취약한 가운데 급속한 도시화에 따른 주택수요 급증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선분양제는 이미 건설업체가 과포화상태인 지금은 시대착오적 정책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평생 살면서 사게 되는 가장 비싼 물건을 완성 상태가 아닌 주택업체의 홍보물만 보고 사야 하는 세계에 유례없는 제도는 사라져야 합니다. 영종신도시 입주 주민들이 만약 지금의 완공 상태를 봤더라면 누가 그 비싼 가격에 거기에 들어갔겠습니까?

분양후 입주까지 3년 정도 걸리는 선분양제와 거치식 주택대출은 호황기 때 건설업체와 금융권이 일반가계의 지나친 투기 심리를 부추겨 수분양자들이 무리하게 빚을 내 계약하게 합니다. 반면 주택시장 침체가 오면 수분양자들이 고스란히 하우스푸어로 전락하게 됩니다. 이처럼 부동산 투기거품의 진폭을 키우고 수많은 가계들을 약탈적 금융의 희생자로 만들어 하우스푸어로 만드는 제도는 사라져야 합니다. 이런 제도를 고치는 것이 바로 진정한 개혁이고 정부가 해야 할 일입니다.

3. 지금 새로 들어서는 박근혜정부를 비롯해 정치권에서 떠들고 있는 하우스푸어대책은 원칙적으로 해서는 안 되는 겁니다. 몇 줄의 글로 선심쓰는 것은 쉽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저도 그러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는 투자는 자기 책임 아래 이뤄진다는 시장 기율을 무너뜨리는 것이고 길게 보면 부동산 거품의 조정을 지연시키고 부동산 거품을 키우는 등 한국경제에 더 큰 부담을 줍니다.

더구나 하우스푸어들을 구제하기 위한 재원은 어디에서 옵니까. 하우스푸어들을 구제할 돈이 있다면, 그 돈은 부동산 거품에 책임이 없지만 불똥이 튀고 있는 88만원세대나 단돈 몇 만원이 아쉬운 저소득·취약계층, 그리고 무주택서민들에 먼저 돌아가야 합니다. 특히 이번 방송에서도 나왔듯이 하우스푸어로 전락한 집주인들보다 세입자들의 입주 시점과 정황을 판단해 법적 대항력을 키워주고 그들이 세들어 사는 집이 경매에 넘어갈 때 일정한 거주 기간을 보장해준다든지, 아니면 그들이 그 집을 우선적으로 인수할 기회를 제공한다든지 하는 조치를 취하는 등의 해법이 훨씬 더 필요합니다. 그들이야 투기적 탐욕을 부린 사람들도 아닌데 애꿎게 피해를 입는 사람들 아닙니까? 그런 사람들부터 지원하는 게 우선이지요. 이번 <피디수첩>은 바로 깡통 전세세입자들의 문제를 더 시급히 풀어야 할 문제로 제기했다는 점에서 잘 만든 수작입니다.

하우스푸어들은 분명히 빚 권하는 사회의 구조적 희생자인 측면이 분명히 있지만 그렇다고 최종 책임을 그들이 안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그들에게는 공공 차원의 대대적인 재무 컨설팅을 통해 부채조정을 위한 자구노력을 실행하게 하고 채권자인 금융권의 약탈적 대출에 책임을 물어 연체 이자를 재조정하게 하는 정도의 조치에서 그쳐야 합니다. 물론 그들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했을 때는 그들이 제기할 수 있도록 개인신용파산 및 제기 절차를 금융권이 아닌 가계 중심으로 개혁하고, 신불자 재기 펀드를 조성하는 한편 복지 인프라를 강화해주는 것이 공공의 올바른 해법입니다.

4. 옥의 티하나를 거론하라면 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나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이 등장해 마치 전세입자들편인 것처럼 보도된 사정입니다. 그 관계자들은 건설업계나 부동산업계의 이해를 대변하고 현재와 같은 문제들에 대해 제대로 경고하기보다는 안이하거나 오히려 선동성 정보들을 통해 가계의 무리한 투자를 부추긴 쪽에 가깝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아무런 반성도 없이 서민의 편인 양 등장하도록 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좋게 이해하자면 과거에 그랬던 그들조차 지금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를 줄 수는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건설산업연구원 앞에 대한건설협회 부설이라는 수식어 정도는 달아서 일반인들이 객관적인 전문가가 아닌 이해관계자라는 것은 분명히 알도록 했어야 합니다.

5. 끝으로 주택담보대출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해 줬습니다. 저는 그 동안 수도 없이 주택담보대출이 정책당국에서 파악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심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방영된 파주시의 한 아파트 부채 실태 분석을 도와주면서 살펴보니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사태가 훨씬 더 심각해 제가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물론 파주가 상대적으로 수도권의 비인기 지역이고 중대형 열풍이 가라앉은 뒤 뒤늦게 입주한 아파트라는 특성이 있기는 해도 정말 너무 심각했습니다. 전체 933가구의 84.5%가 대출을 얻었고, 73.1%가 전세를 끼고 있습니다. 대출 받은 가구의 전체 평균 대출금액이 3억원이 넘고 전세액을 포함한 타인자본 총액은 3.89억원이나 됐습니다. 특히 평형이 넓을수록 대출금과 전세액의 규모도 커 부동산 하락기에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또한 <그림1>의 첫 번째 그래프에서 보는 것처럼 LTV(주택담보인정비율)도 호가 위주인 다음시세를 기준으로 할 경우에도 일반적으로 금융권에서 고부채 가구로 분류하는 LTV 비율 60%이상 가구 비중이 이미 50.2%로 절반을 넘었습니다. 이것이 일반적으로 은행권에서 적용하고 있는 호가 위주의 국민은행 시세를 기준으로 한 LTV 비율과도 유사한 수준일 것입니다. 그런데 국토해양부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하면(두 번째 그래프) 이미 60%이상 가구 비중이 61.6%로 껑충 뜁니다. 특히 아예 100%이상인 가구는 1.8%에서 15.1%로 급증하게 됩니다. 더 심각한 것은 대출금에 전세액까지 포함할 경우(세 번째 그래프) LTV비율은 100이상이 절반에 육박하는 47.9%에 이르게 되고, 최근 경매낙찰가율인 70% 이상 가구 비중만 71%에 이르게 된다는 겁니다. 이들 가구는 이미 깡통아파트, 깡통전세인 셈입니다.

이만큼 상황이 심각합니다. 따라서 정책당국은 지금 상황이 일시적인 임기응변책으로 끝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깨닫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요 아파트별 부채 실태를 조사해 위기 관리 시나리오를 하루빨리 수립해야 합니다. 이제부터라도 가계부채 폭탄의 화약고를 단계적으로 분산시켜 터뜨려서 통제해야지 그렇지 않고,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연착륙 미명 아래 계속 부동산 거품을 키우다가는 정말 금융시스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점을 깨닫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림1>

주) MBC 피디수첩팀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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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3. 2. 14. 12:15

 

이미 하우스푸어인 사람들은 하루하루 피 말리는 불안과 공포에 시달린다.

이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첫째로, 건설업자들과 부동산 업계를 광고주로 모신 언론들이 몇 년째 양치기 소년처럼 떠들고 있는 바닥론의 환상에서 탈출하는 것이 가장 먼저다. 수많은 하우스푸어들이 부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조금만 더 견디면 집값이 올라서 만회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헛된 기대 때문이다.

둘째로, 이른바 연착륙의 타이밍은 늦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부동산 거품이 심각하다는 경고는 노무현정부 초기 때부터 계속해서 제기되었고, 고 노무현대통령 자신도 이를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정책 대응에 실패하면서 오히려 거품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결국 연착륙의 기회를 놓쳤다. 참여정부 후반부에는 강력한 부동산 대책으로 실낱같은 연착륙 가능성을 살렸지만 이명박 정부는 5년 동안 연착륙 대책이라는 미명 아래 가계부채라는 화약고만 잔뜩 키워놓았다. 이제는 원래 의미 그대로의 연착륙은 상상만 가능할 뿐 물 건너 간 상황이다. 지금이라도 충격의 크기를 줄이는 것만이 가능하다.

셋째로, 투자에 따른 이해득실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책임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사실 상당한 책임은 부동산 투기를 부추긴 건설업계와 언론, 부동산 부양책과 심지어 사실상의 투기 조장책까지 남발한 정부와 정치권에도 있다. 그러나 어떤 투자든 결국은 최종 결정은 자신이 판단해서 한 것이며,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자신이 져야 한다. 이것은 주식이나 펀드 투자든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원칙이다. 이익이 나면 모두 내 거지만, 손해를 보면 사회가 책임져줘야 한다? 시장경제에서 그런 건 통하지 않는다. 투자가 실패했다면 손해를 자신이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 세 가지 사실은 무척 인정하기 싫은 것들이다. 하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고서는 하우스 푸어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을 수가 없다. 경과가 상당히 진행된 큰 병에 걸린 사실을 알았을 때에 이 병의 치료가 무척 어렵다는 점, 조기 발견을 놓쳤기 때문에 상당한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점, 잘못된 생활습관이 병을 키웠다는 점을 인정해야 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우리 연구소도 당장 듣기 좋은 말은 얼마든지 해줄 수 있지만 그런 말은 하우스푸어인 분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언론의 선동적 정보를 믿고 무리하게 빚을 진 사람들이 여전히 같은 언론의 허무맹랑한 집값 바닥론을 믿어봐야 손실만 커질 뿐이다. 더 시기를 놓치면 중병이 백약이 무효인 불치병으로까지 악화되기 십상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현실을 눈물을 머금고 받아들인다면 이제 치료 방법을 찾아볼 때다.

하우스푸어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나 정치권에서도 하우스푸어 대책을 세우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내놓은 대책 가운데 하나는 하우스푸어가 가진 집의 일부 지분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넘겨서 빚을 일부 갚는 지분매각제도방식이다. 하우스푸어는 캠코에 지분을 넘기고 받은 돈의 연 6% 수준에 해당하는 돈을 캠코에 지분사용료로 내야 한다. 예를 들어 캠코가 10억 원으로 책정 받은 집의 50% 지분을 캠코에 넘기고 5억 원을 받아 빚을 일부 갚은 다음, 내 집의 지분 50%를 가진 캠코에 연 6%3천만 원을 해마다 캠코에 내야 하는 것이다. 이 대책은 당시 주택가격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가가 가장 큰 문제다. 또한 지분사용료의 이율도 최근 주택금융공사가 취급하는 주택담보대출인 적격 대출의 약 4%는 물론 일반적인 주택담보대출보다도 비싸다. 그나마 하우스푸어의 투자 실패를 공기업이 떠맡는 게 옳은 일인가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아서 실행을 100% 장담할 수도 없다.

금융 기관이 주도하는 방식인 세일 앤 리스백은 원래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이후에 대량으로 발생한 하우스 푸어를 대상으로 실시한 정책으로, 빚을 진 금융기관에 집의 소유권을 넘긴 다음에 임대료를 내고 일정 기간 그 집에서 살 수 있는 방식이다. 그러나 2006년 정점과 비교해서 2009년까지 30% 이상 거품이 걷히면서 안정세를 보였던 미국 시장에서는 이 방식이 효과가 있었으나 무리한 부동산 부양책으로 집값이 여전히 계속해서 느리게 빠지고 있는 한국에서는 그 효과가 제대로 실현되기 어렵다. 집의 소유권이나 매매권을 받은 금융기관으로서는 집값이 계속 떨어지면 그만큼 손실을 보므로 부실화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에서는 이를 변형시킨 트러스트 앤 리스백을 내놓았다. 세일 앤 리스백과 다른 점은 형식적으로 소유권은 신탁회사에 넘긴 뒤 금융기관에는 매매에 대한 권리를 준 다음에 연체이자 대신에 일반 대출 이자 수준의 임대료를 내고 그 집에서 계속 사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도 결과적으로는 원금 상환 기간을 늦춰주고 이자 부담을 약간 완화시켜줄 뿐 결국은 빚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므로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볼 수가 없다.

하우스 푸어가 점점 늘어나서 사회 문제로 번지는 이유도 정부와 정치권의 무리한 대책 탓이 크다. ‘버티다 보면 정부에서 해결해 주겠지.’라는 기대 때문에 빚 갚는 일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상황이 악화된 것이다. 현실적으로 모두가 만족할 하우스 푸어 대책은 없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 재정이 지원되어야 하는데, 하우스 푸어가 아닌 사람들이 자신들의 세금으로 개인의 빚을 메워주는 것에 찬성하기를 바라기는 어렵다. ‘뭔가 좋은 대책이 나오지 않을까.’ 하고 기다리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이자가 빠져나가고 가계의 병이 더욱 악화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슨 수를 써서든 스스로의 힘으로 더 이상의 손실을 막거나 최소화하는 것이다. 하우스푸어 상태에서는 이자를 갚는 것만으로도 허덕이게 되며, 원금 상환은 언감생심이다. 시간이 갈수록 문제는 심각해진다. 앞에서 말한 대책을 활용하거나 금융기관에서 만기를 연장해 주어도 결국 문제 해결이 안 된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출 원금을 최대한 줄이는 수밖에 없다. 결국은 집을 팔고 규모를 줄이거나 임대하는 수밖에 없다.

집을 팔려고 해도 팔리지 않는다.’라는 하소연이 많다. 맞는 이야기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에는 실제 시장에서는 팔리지 않는 가격에 집을 내놓는다. 집값이 떨어지는 추세에서는 시가 또는 시가에서 약간 낮춘다고 해도 더 떨어질 것을 예상하고 집이 팔리지 않기 때문에 과감하게 낮춘 가격으로 내놓을 수밖에 없다. 속이 쓰라릴 일이지만 당장 볼 손실을 생각할 게 아니라 앞으로 몇 년 동안 내야 하는 이자와 만기가 되었을 때 원금의 비용이 얼마나 될지를 생각해야 한다.

집만이 아니라 팔거나 줄일 수 있는 자산은 처분해서 최대한 빚을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불필요한 보험이나 투자 상품을 해지하고, 자동차를 줄이거나 아예 없애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과 같이 가계의 모든 분야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줄일 수 있는 지출은 최대한 줄여야 한다. 참으로 힘겨운 일이다. 생활수준을 높이는 것은 쉬워도 낮추는 것은 너무나 힘든 게 사람 마음이다. 그러나 난치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머리카락이 다 빠지는 방사선 치료를 받고, 독한 치료약의 부작용에 시달리고, 몇 번씩 수술을 받는 아픔을 겪어야 하듯, 가계의 난치병 역시도 고통스러운 치료 과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족들에게 현실을 솔직하게 말하고 고통스럽더라도 모두가 합심해서 최선을 다 할 수 있도록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 힘든 과정을 겪을수록 가족들과 더 많이 대화하고, 더 많은 이해를 구한다면 가족 구성원들이 피폐해지는 것을 많이 완화할 수 있다. 오히려 물질적인 풍요에만 빠져서 대화가 단절되고 냉랭했던 가정이 합심해서 빚을 청산해 나가는 과정에서 더욱 화목해지는 사례들도 찾아볼 수 있다. 필요한 경우에는 개인 재무상담을 해 주는 에듀머니와 같은 사회적 기업이나 공공기관을 찾아가서 상담을 받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하우스 푸어에서 탈출하려면 혼자 힘으로는 힘든 결정을 여러 번 내려야 한다. 이럴 때에 전문가의 도움은 결심을 하는데 많은 의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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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3. 2. 4. 10:35

지금 박근혜당선인을 비롯해 정치권에서는 하우스푸어 구제가 당연한 듯이 접근한다. 언론들도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제스춰를 쓰면서도 대체로 그런 조치를 수긍하는 듯하다. 굳이 한다는 게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샀던 사람들의 개인적 선택을 문제 삼을 뿐이다. 반면 왜 이처럼 하우스푸어 문제가 심각해졌는지, 하우스푸어를 양산해낸 구조적 문제들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사실상 침묵하고 있다.

하우스푸어 구제책을 말하기보다 누가 하우스푸어들을 양산했는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정부정치권과 건설업계, 금융권, 다수의 언론들, 그리고 이른바 부동산 전문가들 말이다.

노무현정부는 기업도시, 혁신도시, 경제자유개발구역 등을 잇따라 발표했으나 실제로는 인천 송도신도시 등의 사례에서 보듯 부동산 개발만 부추기고 심각한 재정 부담만 남기고 말았다.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은 동시다발적인 뉴타운 재개발 정책으로 부동산 투기에 불을 질렀다. 이 같은 뉴타운 정책이 먹히는 것 같자 당시 한나라당은 말할 것도 없고, 열린우리당까지 합세해 초당적으로 뉴타운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2008년 뉴타운돌이들의 사기성 헛공약으로 뉴타운 재개발 집값은 더욱 부풀어올랐고 더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열풍에 가세했다. 2008년 말 경제위기 이후 나온 20여 차례의 크고 작은 부동산대책도 부양책 일변도였다. 그러면서 집값이 떨어질 때마다 DTI규제 해제나 완화 등 단기 미봉책을 내놓아 가계 부채 증가를 조장했다. 그 결과 부동산 활황기였던 노무현정부 5년 동안 202조원 가량 늘어난 가계부채가 이명박정부 43분기 동안에만 260조원 가량 증가했다. 그 과정에서 가계부채는 증가일로를 걸었고 멀쩡하던 가계들이 하우스푸어로 대거 전락했음은 물론이다.

정부가 대책 내놓을 때마다 금융위나 국토해양부는 늘 금융업계나 건설협회 관계자들만 만나왔다. 무주택서민들이나 많은 빚을 진 가계 또는 이들을 대변하는 시민단체나 금융소비자단체들을 만난 적은 거의 전무하다. 그러다 보니 늘 나온 대책은 건설업계나 부동산업계의 민원성 대책들이었다 (미분양 매입, 양도세-취득세 완화, DTI완화. 다주택자를 임대사업자로 양성화하는 제도, 각종 재건축 규제 완화, 후분양제 폐지 등). 늘 서민을 팔지만 늘 대책의 수혜자는 건설업계, 금융업계, 부동산 부자들이었다.

건설업계는 어땠나. 건설업계는 부동산 호황기 때 선분양제와 분양가 자율화 등 공급자인 자신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제도들을 이용해 고분양가로 막대한 폭리를 취해왔다. 금융권은 메가뱅크론등을 내세우며 매출 및 외형 확대 경쟁으로 2기 신도시 등의 집단대출을 통해 가계들이 무리하게 빚을 떠안게 했다.

정부정치권의 정책이나 건설업계-금융권의 펌프질을 부추기는 것이 바로 부동산광고에 목을 맨 언론들이다. 이들 언론들은 광고단가가 센 아파트 광고를 수주하기 위해 홍보성 일변도 기사를 쓰고 건설업계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논리들을 전파해왔다. 상당 부분 가계부채를 동반한 투기적 요인 때문에 집값이 뛰었음에도 늘 주택 공급이 부족해 집값이 뛴다는 식으로 시장수급에 따른 상황인 것처럼 호도해왔다.

그들이 지난 몇 년 사이에 내놓은 선동 레파토리가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음은 쉽게 알 수 있다. 부동자금 800조원 때문에 집값이 오른다/외환위기 직후처럼 V자형으로 반등한다/ 실수요를 나타내는 전세가 상승이 지속되면 매매가가 오른다/주택 공급이 부족해 2-3년후 집값 폭등한다 등등. 이들의 선동에 무리하게 집을 샀다가 하우스푸어로 전락한 사람이 얼마나 많겠는가? 그런데 아무런 반성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이렇게 잘못된 정책과 이해관계로 오염된 정보환경에서 양산된 피해자들은 넘쳐나는데 이런 피해자를 양산한 장본인들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는 없다. 이런 식으로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나락으로 떨어지는 서민들만 늘어날 뿐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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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3. 1. 25. 10:27

 

안녕하세요. 이미 소개드린 대로 오늘(15일) 저녁 7시반 대학로 한국방송통신대 후분 쪽에 위치한 '벙커원'에서 <2013년 경제전망>강연회를 갖습니다. 오늘 강연에서는 국내 주택 가격에 어느 정도 거품이 있는지, 그리고 향후 어떻게 얼마나 가격이 하락할 것인지에 관한 주택 가격 하락 시나리오를 발표합니다. 공개강연형태로 이루어질 예정이니 시간되시는 분들은 편한 마음으로 방문하셔서, 험난한 파도가 밀려드는 한국경제의 흐름을 읽고 새해를 설계하는데 큰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아울러 이날 공개하게 될 내용을 담은 <2013년 경제전망>특집이슈보고서를 1월15일까지 연간구독회원으로 신규 가입하시는 분들께 무료 제공하는 회원가입행사도 오늘 자정에 끝납니다. 흔치 않은 기회 잘 활용하셔서 경제적 안목도 키우시고 저희 연구소의 정직한 목소리도 후원해 주세요. 더 좋은 연구로 보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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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3. 1. 15. 11:20

 

 

"소득대비 집값 낮다는데…"와닿지 않는 통계

 

http://media.daum.net/economic/newsview?newsid=20121107070505048

 

 

개인적으로도 여러 토론에서 마주친 적 있는 한양대 모 교수가 순진한 사람들 헷갈리게 만드는 보고서를 또 하나 들고 나왔다. 한 달 반 전 국민은행 토론회에서 처음 이 자료를 내놓더니, 이후에도 여러 곳에서 같은 내용을 설파하고 있는 모양이다. 시간이 없어서 이 엉터리주장에 대한 반박을 자세히는 못 쓰지만 한마디로 기만적이라는 건 분명하다. 짧게 몇 가지만 지적해보자.

 

우선, 수도권의 소득대비 집값(PIR) 낮다는 주장 끌어낸 한양대 교수 주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2010년 거래된 주택가격의 중위값을 사용한 것이다. 2010년이면 거래 침체기라 집값 싼 중소형 위주로 거래됐는데, 중소형 주택의 시세가 당연히 낮을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수도권의 주택시세를 실제보다 크게 과소평가하게 되는 것은 말할 나위 없다.

 

PIR 산정시 한양대 교수는 다가구단독 주택을 자가 주택이 아니어서 제외했다고 하는데, 국토부 주택보급률 계산에도 들어가는 주택을 제외했다. 다가구단독 주택 시세도 상대적으로 높은데 이걸 제외하고 계산해 소득 대비 집값 낮은 것으로 계산했다.

 

이처럼 소득대비집값(PIR)은 계산을 위한 대상 범위를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따라 값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한양대 교수는 한국 집값이 낮게 나올 수밖에 없는 방식으로 계산했다. 조금만 방법을 달리하면 PIR값을 두 배 정도로 키울 수도 있다.

 

소득대비집값(PIR)은 나라별 특성에 따라 비교 방법이 일률적이지 않아 국제 비교는 제한적으로 참고 삼아 보는 것으로 해야 한다. PIR 값은 국제비교보다는 시기에 따라 한 국민경제 또는 지역 안에서 소득대비 집값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추이를 보여주는 지표다. 시기별로 이 값이 얼마나 커지는지에 따라 소득 대비 얼마나 집값이 얼마나 과도한지 여부를 살펴보는 것이 기본 용도다.

 

그런데 의도적으로 PIR 값이 낮아질 수 있는 방법을 적용해 그 값을 구한 뒤 집값이 높은 다른 나라 도시들과 억지로 비교하고 있으니 넌센스에 가깝다. 그가 몇 년 동안 집값 안 떨어진다고 주장해온 근거가 이런 것들이니 왜 그가 부동산시장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을 몇 년 째 해오고 있는지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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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2. 11. 8. 11:07

지금 대부분 언론은 하우스푸어 구제책이 당연한 듯이 보도하고 있다. 굳이 한다는 게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샀던 사람들의 개인적 선택을 문제 삼을 뿐이다. 반면 왜 이처럼 하우스푸어 문제가 심각해졌는지, 하우스푸어를 양산해낸 구조적 문제들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사실상 침묵하고 있다. 대신 집값이 더 떨어지면 하우스푸어가 더 늘어나게 된다며 건설업계 등을 위한 부동산 부양책을 주문하는 핑계로 사용하고 있다.

 

하우스푸어 구제책을 말하기보다 누가 하우스푸어들을 양산했는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하우스푸어를 양산한 주체들은 엉터리 정책들을 반복해온 정부정치권과 부동산 투기심리를 부추기며 고분양가 폭리를 취한 건설업계, 부동산시장에 펌프질하며 빚을 권해온 금융권, 그리고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매 부동산 투기 심리를 조장했던 다수의 언론들, 그리고 이들 언론을 통해 건설업계 또는 부동산업계의 이해를 대변해온 건설산업연구원이나 주택산업연구원, 그리고 부동산업계 종사자 등 객관적인 부동산 전문가인 양 행세해온 이해관계자들이다. 가계부채가 폭발 직전에 이르고 하우스푸어들이 양산된 것은 바로 이처럼 강고한 부동산 기득권 세력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건설족에 휘둘린 노무현정부, 건설족을 위한 이명박정부

 

정부 책임을 생각해 보자. 노무현정부는 정권 초기 10.29대책을 내놓는 등 부동산 억제책을 내놓았다. 그렇게 해 2003년 하반기~2004년까지 부동산시장은 어느 정도 진정되는 듯 했다. 하지만 2004년 하반기부터 이헌재 재경부 장관-강동석 건교부 장관을 투톱으로 하는 건설부양책을 쏟아냈다.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에서는 한국판 뉴딜이라며 토건 부양책을 밀어붙였다. 이것이 판교 로또와 맞물리면서 2005~2006년 수도권 2차 폭등의 도화선이 됐다. 또한 기업도시, 혁신도시, 경제자유개발구역 등을 잇따라 발표했으나 실제로는 인천 송도신도시 등의 사례에서 보듯 부동산 개발만 부추기고 심각한 재정 부담만 남기고 말았다.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은 동시다발적인 뉴타운 재개발 정책으로 부동산 투기에 불을 질렀다. 이 같은 뉴타운 정책이 먹히는 것 같자 당시 한나라당은 말할 것도 없고, 열린우리당까지 합세해 초당적으로 뉴타운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노무현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고 서민 중심의 주거정책을 추진할 의지라도 있었다. 하지만이명박정부는 재건축 규제 완화 등 사실상 집값을 올려주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강부자정권이었다. 2008년 뉴타운돌이들의 사기성 헛공약으로 뉴타운 재개발 집값은 더욱 부풀어올랐고 더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열풍에 가세했다. 2008년 말 경제위기 이후 나온 20여 차례의 크고 작은 부동산대책도 부양책 일변도였다. 그러면서 집값이 떨어질 때마다 DTI규제 해제나 완화 등 단기 미봉책을 내놓아 가계 부채 증가를 조장했다. 그 결과 노무현정부 5년 동안 부동산 활황기에도 202조원 가량 늘어난 가계부채가 이명박정부 4 1분기 동안에만 240조원 가량 증가했다. 그 과정에서 가계부채는 증가일로를 걸었고 멀쩡하던 가계들이 하우스푸어로 대거 전락했음은 물론이다.

 

정부가 대책 내놓을 때마다 금융위나 국토해양부는 늘 금융업계나 건설협회 관계자들만 만나왔다. 무주택서민들이나 많은 빚을 진 가계 또는 이들을 대변하는 시민단체나 금융소비자단체들을 만난 적은 거의 전무하다. 그러다 보니 늘 나온 대책은 건설업계나 부동산업계의 민원성 대책들이었다 (미분양 매입, 양도세-취득세 완화, DTI완화. 다주택자를 임대사업자로 양성화하는 제도, 각종 재건축 규제 완화, 후분양제 폐지 등). 늘 서민을 팔지만 늘 대책의 수혜자는 건설업계, 금융업계, 부동산 부자들이었다.

 

저축은행 사태 때도 더 이상 영업정지 없다는 식의 시그널 보내 저축은행이 부실해지는 등 믿고 돈을 맡긴 가계들이 피해보게 하는 식이었다. 집값이 조금 떨어질만하면 집값 떠받치는 부동산 부양책을 내놓으며 이를 부동산 시장 정상화 대책이라고 표현하는 정부 정책도 누구의 시선에서 시장상황 보는지 단적으로 드러낸다.

 

또한 DTI LTV 규제에 대한 정부 태도의 차이만 봐도 마찬가지다. 금융권 보호막인 LTV규제는 상대적으로 일찍 도입했고 큰 틀에서 한 번도 완화한 적이 없으나 대출자인 가계를 약탈적 대출로부터 보호하는 DTI규제는 수시로 풀어가며 부동산 부양책을 위한 제물로 삼았다. 실제로 그 결과 DTI규제를 풀 때마다 주택담보대출이 계속 증가했고, 하우스푸어는 양산돼 왔다.

 

건설업계/금융권: 고분양가 거품과 부채 펌프질에 피박 쓴 하우스푸어들

 

건설업계는 어땠나. 건설업계는 부동산 호황기 때 선분양제와 분양가 자율화 등 공급자인 자신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제도들을 이용해 고분양가로 막대한 폭리를 취해왔다. 떳다방과 임직원들의 친인척까지 동원해 투기를 조장했다. 2008년 이후 부동산 침체기에 들어서는 자신들이 망하면 한국경제가 망한다며 협박(?)하며 자신들의 무리한 탐욕에 따른 경영 부실 책임을 사회로 전가했다, 그리하여 4대강 사업 등 대규모 토건 재정부양책과 미분양 물량 매입 등을 끌어냈다. 그 과정에서 막대한 국민의 혈세가 낭비됐음은 물론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미분양 물량을 속이고 회사보유분 특별분양이라는 식의 속임수 분양으로 가계를 하우스푸어 행렬로 들어서도록 유혹했다.

 

금융권은 또 어땠나. 외환위기 이후 메가뱅크론등을 내세우며 매출 및 외형 확대 경쟁으로 신도시 등의 집단대출을 통해 가계들이 무리하게 빚을 떠안게 했다. 부동산 침체기에는 정부의 공적자금 등 온갖 특혜를 받고서도 CD금리 담합으로 주택대출자 부담을 가중시키는 한편 연체자에게는 가혹한 채권 추심과 재빠른 경매처분을 통해 채권을 회수했다. 그러면서도 정부 당국의 압박 아래 주택대출 거치기간을 계속 연장하며 폭탄 돌리기를 지속했다. 당장 급한 불은 막았을지 모르지만 그만큼 하우스푸어들의 부실 위험성은 더욱 키운 것이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건설업체들의 선분양제와 국내 금융회사들의 3~5년 거치식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결합은 하우스푸어를 양산하는 대표적 제도들이다. 분양후 입주까지 3년 정도 걸리는 선분양제와 거치식 주택대출은 호황기 때 일반가계의 지나친 투기 심리를 부추겨 수분양자들이 무리하게 빚을 내 계약하게 한다. 반면 주택시장 침체가 오면 수분양자들이 고스란히 하우스푸어로 전락하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 분양하고 난 건설업체들은 하우스푸어로 전락한 이들을 외면하고, 금융회사들은 빚 독촉하기 바쁘다. 최근 잇따른 주택집단대출과 관련한 수분양자와 건설사-금융회사의 집단 소송이 이어지고 있지만 수분양자들은 백전백패다. 물론 이들 수분양자들의 과도한 욕심도 문제지만, 이들의 탐욕을 자극해 무리하게 빚을 지게 한 건설업체들과 금융회사들이 먼저 반성해야 한다.   

 

기득권 언론들, 그리고 건설업계와 부동산업계의 나팔수들

 

정부정치권의 정책이나 건설업계-금융권의 펌프질을 부추기는 것이 바로 부동산광고에 목을 맨 조중동이나 대다수 경제지 등 기득권 언론들이다. 이들 언론들은 광고단가가 센 아파트 광고를 수주하기 위해 홍보성 일변도 기사를 쓰고 건설업계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논리들을 전파해왔다. 상당 부분 가계부채를 동반한 투기적 요인 때문에 집값이 뛰었음에도 늘 주택 공급이 부족해 집값이 뛴다는 식으로 시장수급에 따른 상황인 것처럼 호도해왔다. 이들 언론에서는 건설업계 산하의 건설산업연구원이나 주택산업연구원을 별다른 설명 없이 객관적 전문 연구기관인 것처럼 포장했다. 또한 이들의 코멘트를 결론으로 인용해 이해관계자들을 객관적인 전문가인 양 둔갑시켰다. 또한 건설업계 등에서 각종 용역을 받거나 후원을 받는 도시공학 전공자나 부동산학과 교수들도 거의 대부분 마찬가지 역할을 수행했다. ‘집값이 오른다고 선동해야 먹고 사는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들이 지난 몇 년 사이에 내놓은 선동 레파토리가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음은 쉽게 알 수 있다. 부동자금 800조원 때문에 집값이 오른다/외환위기 직후처럼 V자형으로 반등한다/ 실수요를 나타내는 전세가 상승이 지속되면 매매가가 오른다/주택 공급이 부족해 2-3년후 집값 폭등한다/시중에 풀린 돈 때문에 인플레이션 유발돼 집값 오른다/인구는 줄어도 가구수는 증가하기 때문에 오른다/ 토지보상급 수십 조원이 풀리면 집값이 오른다/지방선거, 총선 등에서 개발공약들 나오면 집값 오른다 등등의 주장들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주장들이었는가. 이렇게 이미 거짓으로 드러난 주장들을 수도 없이 되풀이한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람들과 여과 없이 보도한 언론들은 반성해야 한다. 이들의 선동에 무리하게 집을 샀다가 하우스푸어로 전락한 사람이 얼마나 많겠는가? 이들은 정말 석고대죄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그 같은 반성은커녕 여전히 하우스푸어 핑계를 대며 건설업계와 부동산업계를 부양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으니 뻔뻔스럽기 그지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우스푸어가 사회적 이슈가 되자 하우스푸어들을 양산했던 자들이 앞장서서 이제는 하우스푸어 구제론을 거론한다. 몇 줄의 글로 선심쓰는 것은 쉽다. 마음 같아서는 나도 그러고 싶다. 하지만 이는 투자는 자기 책임 아래 이뤄진다는 시장 기율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더구나 하우스푸어들을 구제하기 위한 재원은 어디에서 오는가. 하우스푸어들을 구제할 돈이 있다면, 그 돈은 부동산 거품에 책임이 없지만 불똥이 튀고 있는 88만원세대나 단돈 몇 만원이 아쉬운 저소득·취약계층, 그리고 무주택서민들에 먼저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계속 하우스푸어들을 양산하게 될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를 들먹일 것이 아니라 선분양제나 거치식 주택담보대출 제도와 같이 하우스푸어들을 양산하는 시대착오적 제도부터 고치는 것이 옳다.

 

 

이미 수많은 과오가 긴 세월에 걸쳐 누적돼 발생한 문제를 아무것도 없었던 양 되돌릴 수는 없다. 이미 많은 문제가 저질러진 상태에서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하우스푸어가 더 이상 양산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정부가 더 이상 인위적인 집값 부양 시그널을 주지 않고, 가계부채 다이어트를 유도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명박정부가 한 것처럼 틈만 나면 DTI규제를 푼다거나 완화한다면 정반대 방향으로 역주행하는 것이며, 부동산 거품의 에너지를 더욱 키우는 것이다. 또한 지금 중요한 것은 새로운 주택정책 및 제도의 패러다임을 바로세우는 일이다. 부동산 투기 사이클의 진폭을 키우고 하우스푸어를 대량으로 양산한 선분양제 같은 제도들 고치는 한편 공공임대/전세주택을 획기적으로 늘려 서민 주거난을 해소해가야 한다. 서민들이 저렴하면서도 쾌적한 주거생활을 누릴 수 있다면 그토록 무리한 주택 투기에 가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미 하우스푸어로 전락했거나 전락할 위기에 놓인 일반 가계들에게. 그 동안 지나치게 과욕을 부렸다면 지금이라도 가계의 재무구조를 다시 점검하고 부채 조정에 들어가야 한다. 또한 부동산 기득권의 덫에 걸려 자신들을 덫에 걸려들게 한 기득권 세력들과 운명공동체로 생각하는 심리를 버리길 바란다. 인질로 잡힌 사람이 인질범의 입장에 동조하게 되는 ‘스톡홀룸 증후군’에서 벗어나야 한다. ‘강부자 정권’을 비롯해 당신들을 구제해줄 것이라고 착각하는 부동산 기득권 세력들은 여러분들의 편이 아니라 여러분들의 착취자에 가깝다. ‘혹시나’ 하는 그 기대를 충족시켜줄 힘은 이제 그들에게도 없다. 부동산 버블의 시장 압력은 그만큼 강력한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은 고통스럽더라도 부채 조정에 나서는 것이 하루빨리 정상적인 가계생활로 돌아가는 길이다. 언제까지 미련을 가지고 부동산시장의 언저리를 맴돌면서 부채의 늪에서 허우적댈 것인가. 잔뜩 부풀어 올라 있는 부동산 거품을 자식세대들에게까지 떠넘기셔야 속이 시원하겠는가. 부동산 거품은 결국 근본적 수술을 통해 떼내야 할 악성종양과 같은 것이다. 이제라도 부동산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저렴하고 쾌적한 주거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주거정책을 정부정치권에 요구해야 한다. 그것이 한국경제가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경제의 반석 위에 서는 길이며, 일반가계가 돈 놓고 돈 먹기 식의 ‘재테크 머니게임’에서 벗어나 결과적으로 모두가 잘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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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2. 10. 23. 06:49

몇 주 전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서 주최하는 <주택경기 장기 침체 가능성 진단>이라는 세미나에 다녀왔다. 주최측이나 발표자의 면면을 보면 이미 결론이 내려져 있는 행사에 들러리를 서게 될 것 같아 참석할까 망설였다. 이런 행사는 주로 발표자의 발표 내용만 언론에 보도되는데, 발표자들의 평소 주장을 잘 알고 있는 나로서는장기 침체 가능성 적다는 식의 결론이 보도될 것은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시점에서 이들의 생각에 어느 정도 변화가 있을까 싶어 토론자로 참석했다. 결론은 역시 예상대로였다. 한 발표자는 과다부채 가구가 급증하고, 특히 원금 상환을 개시할 경우 상환부담이 크게 증가한다는 등의 내용을 설명하면서도 일본과 같은 장기 침체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했다. 일반 국민들 소득 대비 너무 높아져 있는 집값은 하락하는 게 당연한데도, 이를 단지조정국면으로 인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도 했다. 또 다른 발표자는 한 술 더 떴다. 자신이 제시한 각종 전제를 근거로 소득대비 주택가격(PIR)이 다른 외국에 비해 결코 높지 않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이들 주장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검토와 분석을 바탕으로 한 반박이 필요하기에 이들 주장에 대한 반론은 뒤로 미루기로 한다. 다만, 이들이 구조적 전환기를 맞고 있는 한국경제나 부동산시장 상황을 일시적 경기 변동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한국은 과거 수십 년 동안 인구구조 측면에서 인구 및 가구가 증가하면서 주택시장 수요가 창출되고 비교적 빠른 경제성장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2010년대부터는 급격한 저출산고령화 추세가 진행되면서 집을 사두면 언젠가 오른다는 기존 주택시장 패러다임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지금 국내 부동산시장은 이처럼 구조적 패러다임 전환기인데, 이를 일시적 주택시장 사이클 상의 변화로 본다면 개인이든, 기업이든, 정부든 크게 낭패 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대다수 언론에서는 여전히 구조적 전환기라는 사실을 도외시한 채 앞서 소개한 발표자들과 같은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해 일반가계들을 오도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미 2008년 말 이후로도 여러 차례 거짓말로 드러난 집값 바닥론을 또 거론하고 있다. 그런 주장이 건설업계나 부동산업계 등의 실현되지 않는 희망사항으로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또 구태의연한 선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대세하락기에 접어들면서 그 같은 선동적 주장이 먹히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명백히 드러났다.

2009년 이후 나온 그런 주장들 가운데 몇 가지만 일별해봐도 쉽게 알 수 있다. 경기가 회복되면 외환위기 직후처럼 V자형으로 반등한다, 토지보상금 수십 조원이 유입돼 집값이 뛴다, 부동자금 800조원이 움직이면 금방이라도 집값이 폭등한다, 전세가가 상승하면 집값이 뛴다, 주택 공급이 줄어 2~3년 후 집값이 폭등한다, 인플레이션이 오면 집값이 오른다, 인구가 줄어도 1인가구는 증가하기 때문에 집값이 오른다, 각종 선거에서 개발 공약이 쏟아져 집값이 뛴다 등등. 이런 주장을 내놓은 부동산전문가들(?)과 그들의 나팔수 노릇하는 언론들의 보도에 속아 무리하게 집을 샀던 많은 이들이 지금 하우스푸어로 전락해 신음하고 있다. 몇 년 전에 비해서는 많이 줄었지만 상당수 언론들은 자신들의 엉터리보도에 대한 반성은커녕 여전히 일반가계들을 현혹하는 기사들을 아직도 내놓고 있다. 그리고 마음 여린 팔랑귀들은 이 같은 보도에 여전히 솔깃해하고 있다. 그래서 이런 분들을 위해 정리해 보았다. 이른바 <부동산 대세하락기에 일반 가계가 부동산시장에 대해 가져야 할 자세 10계명> 이다.

1. 시장에서 콩나물을 사듯이 집을 사라.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사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자신에게 필요해서이거나 아니면 투자(또는 투기) 차익을 노리기 위해서다.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자산은 후자의 이유 때문에 사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 때문에 주기적으로 투기 열풍이 불었고, 그때마다 경제에 큰 충격을 주었다. 대세 하락기에는 후자의 이유로 부동산을 살 이유와 기회가 크게 줄어든다. 부동산도 필요에 따라 사는 시대가 된다. 그렇다면 다른 물건처럼 소득 대비 적절한 가격인지를 따져서 사야 한다. 비싸다면 깎기도 해야 하고, 자신의 소득으로 감당할 수 없다면 아직 살 때가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

2. 저금리라고 빚을 내서 집을 사면 큰 코 다친다. 이미 빚을 내서 집을 살 사람은 거의 다 샀지만, 그래도 아직 빚을 내서 집을 살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의 저금리는 2000년대 초중반 부동산 거품기의 저금리 시대와는 다르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부동산 거품이 꺼질까 두려워서 정책 당국이 억지로 눌러 놓은 저금리다. 하지만 향후 경제위기가 전개됨에 따라 한국은행 기준 금리와는 별개로 시장 금리는 올라갈 수도 있다. 물론 길게 보면 한국 경제가 장기 침체를 겪는 동안에는 상당 기간 저금리 상태가 유지될 수 있다. 하지만 집값은 오르기보다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저금리라 해도 집값이 떨어지는데 다달이 수십만~수백만 원씩 이자를 낸다면 ‘은행의 노예’일 뿐이다.

3. 부동산을 구입할 때는 팔 때를 염두에 두라. 1960년대 이후 수십 년 동안 부동산을 사두면 파는 것은 걱정 안 해도 됐다. 하지만 향후에는 고령화에 따라 부동산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아지는 시대가 온다. 그런 시대에는 부동산이 과거와 같은 환금성을 가지기 어렵다. 진정한 의미의 실수요가 아니라면 투자 목적의 부동산 구입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특히 여윳돈 없이 부동산만 들고 있다가는 필요할 때 현금화하지 못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4. 부동산은 가지고 있으면 비용이 발생함을 잊지 말라. 주택 가격이 오를 때는 전세살이의 불편함만 강조되고 주택 보유와 거래 등에 따른 비용은 무시됐다. 비용이 발생해도 그보다 큰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어서 그 정도 비용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때는 부동산 수수료와 취득세, 재산세, 부채 이자 등 각종 비용이 점점 크게 와 닿게 된다. 시대착오적인 이명박정부 때는 역주행했지만, 향후 한국의 복지지출 등은 늘어나는데 세원은 부족해 어떤 식으로든 자산에 대한 과세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 보유에 따르는 비용을 충분히 고려하기 바란다.

5. 소유보다는 활용의 관점에서 접근하라. 뉴타운과 재개발 재건축의 경우 나중에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투기적 욕심으로 빚을 잔뜩 진 채 불편한 아파트에 들어간 사람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투기적 욕심이 충족되는 시기는 지나갔다. 오히려 그 같은 집을 자비로 수리하고 리모델링하거나 많은 부담금을 낼 수밖에 없는 현실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제 대부분의 집은 소유해서 시세 차익을 남기기보다는 자동차처럼 활용하는 내구재로 접근해야 하는 시대가 오게 된다.

6.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는 환상, 경기가 좋아지면 집값이 오른다는 환상을 버려라. 한국 언론의 잘못된 왜곡 보도로 여전히 한국에서는 주택이 부족하고, 결국 집값은 오를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다. 오산이다. 향후 급격히 진행되는 인구감소에 따른 부동산 구매력 감소로 이미 수도권 곳곳에서 예정된 물량만으로도 장기간 공급 과잉 상태가 지속될 수 있다. 또한 경기가 회복되면 집값이 오른다는 환상도 버려야 한다. 물론 경기 변동의 영향을 일정하게는 받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사람들은 5~10년 정도의 소득을 미리 당겨다가 부동산을 사버린 상태다. 더구나 향후 인구감소 시기와 맞물리는 대세 하락기에는 경기가 일정하게 회복되면 자동적으로 집값이 오른다는 환상도 버려야 한다.

7. 고점 때 가격을 기준점으로 판단하면 낭패 본다(잠재적 매수자의 경우). 집을 사려는 많은 이들이 2006년 말 또는 2008년 중반의 꼭짓점 가격을 심리적 기준으로 삼는다. 그때 못 샀던 사람들이 그때보다는 가격이 많이 떨어졌으니 이제는 집을 사도 되지 않을까 조바심을 내는 경우가 많다. 아직 수도권 실거래가 기준으로 집값은 머리 꼭대기에서 어깨까지 내려온 정도밖에 안 된다. 장시간에 걸쳐 발바닥까지 내려갈 일이 남았다는 뜻이다. 괜히 무리하게 집을 샀다가 추가로 집값이 더 떨어지는 경험을 하기 십상이다. 일본에서도 이 같은 착시 효과 때문에 버블 붕괴 직후 집을 샀다가 이후 십수 년에 걸쳐서 집값이 몇 분의 1로 떨어진 지역이 수두룩하다. 정말 실수요인 경우에도 집값은 충분히 흥정한 다음 사라.

8. 호가와 실거래가를 혼동하지 마라(잠재적 매도자의 경우). 집을 파는 사람들은 자신이 샀던 과거의 가격이나 고점 때 가격을 자기 집 가격으로 생각하고 싶어 한다. 이미 5억 원 이상에서는 팔리지 않는 게 현실인데, 자신이 7억 원에 집을 샀으니 내 집값은 7억 원이라고 우기는 경우다. 그 집에서 계속 산다면 문제가 없지만 집을 처분하려 할 때도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곤란하다. 더구나 부동산 정보업체 등에서는 집주인들의 기대가 담긴 매도 호가에 근접한 시세를 게시한다. 그래서 더더욱 집주인들의 착각을 강화시킨다. 하지만 정말 팔 생각이 있다면 자신이 생각하는 가격과 실제 거래 가격은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9. 거시경제 흐름을 모르고 부동산을 논하지 마라. 부동산 대세 상승기 때는 별 이유도 없이 올랐다. 사실은 투기 열풍이 불어서였지만 조그만 개발 호재나 말도 안 되는 온갖 핑계를 갖다 대도 올랐다. 그래서 거시경제 흐름에 대해 전혀 모르는 채 땅만 보고 다니는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예측을 빙자한 선동이 크게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대세 하락기에는 다르다. 특히 막대한 가계 부채를 동반한 부동산 거품은 조그만 경제적 충격에도 쉽게 흔들린다. 따라서 향후에는 경제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부동산에 접근해선 안 된다. 거시경제 흐름에 대한 이해는 건전한 가계경제를 꾸려나가는 데도 필수적이다.

10. 언론의 거짓 보도에 속지 마라. 누누이 이야기하지만 한국 언론 대부분(심지어 정도는 약하지만 <경향신문>이나 <한겨레>의 부동산 관련 기사조차)은 일반 가계 편이 아니다. 특히 부동산 문제에 관해서는 건설업체의 입장이나 부동산업계의 시각을 전달하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마라. 그들은 언제나 ‘집을 사라’는 메시지를 보내지만 거기에 현혹되면 평생 후회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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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2. 10. 15. 1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