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부동산대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시장이 또 다시 가파르게 하락하자 최근 기득권언론들을 중심으로 ‘취득세 영구 인하론’이 쏟아지고 있다. 4.1부동산대책 직후 ‘종합선물세트’라며 환호성을 질렀던 이들 언론이 부동산대책의 약발이 없자, 취득세 효과가 한시적인 탓이라고 우기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취득세를 영구 인하하면 일반 가계가 부동산시장 부양 효과가 지속되고 부동산 거래가 취득세 감면 막달에 몰리는 ‘막달효과’와 이후 거래가 끊기다 시피 하는 ‘거래절벽 현상’이 없어질 것이라고 한다. 이 같은 주장에 따라 ‘토건족의 본산’ 국토해양부가 총대를 메고 취득세 영구 인하론을 주창하면서 지자체의 세수 부족을 걱정하는 안전행정부와 대립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매일경제신문은 현오석 경제부총리와의 7월 16일자 인터뷰에서 ‘취득세를 영구인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기득권언론의 여론몰이와 정부의 대응을 보고 있으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큰 틀에서 보면 취득세 인하에 따른 부동산 거래 활성화 효과가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세수만 축내는 어리석은 짓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왜 그런지 간략히 살펴보자.(참고로, 여기에서는 취득세의 거래 부양 효과가 있는지만 따지기만 한다. 기득권언론에서는 취득세 영구인하를 합리화하기 위해 최근에는 취득세가 외국보다 높으니 이걸 감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취득세를 포함한 총거래비용과 재산세 등 보유세가 외국보다 낮다는 얘기는 거의 소개하지 않는다. 단순히 취득세만 낮추는 게 아니라 보유세를 올리고, 다주택자들의 임대소득을 정확히 파악해 세금을 투명하게 거두게 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나는 취득세를 낮추는데 얼마든지 찬성할 수 있다.)

겉보기에는 <그림1>의 위쪽 그래프에서 보는 것처럼 취득세 감면에 따른 거래량 증가현상과 감면기간이 종료되는 마지막 달에 거래가 몰리는 막달현상, 그리고 이후 거래가 끊어지는 ‘절벽현상’이 분명히 발생한다.

하지만 취득세 감면 종료 직전 마지막 달에 주택거래량이 몰리는 막달현상은 취득세 감면 종료를 앞두고 혜택을 보기 위해 주택거래가 일시적으로 앞당겨져 이루어진 것일 뿐이다. 실제로 취득세 감면 종료 직전 마지막 달과 취득세 감면이 종료된 이후 2개월간의 주택거래량을 평균으로 계산해 다시 주택거래량 그래프를 그려보면 그 같은 주장이 얼마나 넌센스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림 1>의 아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평균으로 환산한 주택거래량 추이를 다시 보면 거래량이 급감했던 2012년 1~2월과 2013년 1~2월의 주택거래량이 그 전후의 거래량 수준과 별반 다르지 않게 연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취득세 감면 종료에 의해 마지막 달에 거래량이 몰리는 막달현상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세제 혜택을 보기 위해 주택 거래가 일시적으로 앞당겨 이루어지는 것에 불과하다. 이러한 현상은 일반적으로 상품판매에서 할인 행사 마감 직전에 구매가 몰리는 것과 동일한 것으로 보면 된다. 이를 보면 취득세 감면으로 인해 부동산 거래가 증가했다고 볼 수 있는 근거는 전혀 없다. 취득세 감면에 따른 거래량 증가 효과가 전혀 없이 거래의 진폭만 키우고 이에 따라 일희일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하우스푸어 등의 기대감을 키우며 부동산 거품 해소를 계속 지연시키고 있을 뿐이다. 더구나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시키는 아무런 효과도 없는데, 광역 지자체 세수의 30%를 넘는 취득세수를 계속 축내는 바보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우리 연구소가 여러 차례 이야기한대로 지금 국내 부동산시장은 빚을 내서 집을 살 사람도 거의 다 사버려 일시 부양책으로는 절대 회복할 수 없는 대세하락기에 접어들어 있다. 집값이 너무 높아 집을 살 수 없는데, 부동산 거품의 해소를 지연시키면 시킬수록 결과적으로 부동산시장 침체 기간은 오히려 길어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 거품을 빼지 않은 채 기득권 언론이나 국토해양부 등의 주장에 따라 취득세를 영구 인하해봐야 가뜩이나 재정이 열악해지는 지자체 세수만 줄어들 뿐 부동산 거래는 활성화되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길 바랄 뿐이다.


<그림 1> 취득세 감면과 주택 거래량 추이


주) 온나라부동산정보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마지막으로 취득세 인하 효과에 관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심한 눈치보기 작태는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KDI는 지난 5월에 취득세 감면으로 인해 주택거래가 증가하지 않는다고 주장해놓고, 불과 1개월 여 만인 6월 20일경 주택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취득세를 영구적으로 인하해야 한다는 정반대의 주장을 내놓았다. 취득세 감면이 주택거래 증가와 관련이 없다는 자신들의 연구 결과를 뒤집고 이후 쏟아져 나온 기득권 언론과 부동산 시장 이해관계자들의 입맛에 딱 맞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결과적으로 수백억원의 세금을 지원받아 운영되는 공적 연구기관이 부동산 기득권이라는 특정세력의 이익을 대변한 셈이 됐다.

그 동안 KDI는 4대강 사업이나 경인운하 사업 등 각종 대형 토건사업에 대한 타당성 검토에서 정권의 입맛에 맞는 엉터리 보고서를 양산해 왔다. 또한 엉터리 보고서로 진행된 국책 사업의 실패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았다. 그런 KDI가 이제는 부동산 시장의 사적인 이해관계를 노골적으로 대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정권의 요구에 맞춰 엉터리 보고서를 양산하고 부동산 시장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KDI는 국책연구기관으로써 의미와 존재 가치를 상실했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KDI를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연구기관으로 분리하고 객관적인 연구 결과를 생산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등 근본적인 역할 조정과 개혁이 필요하다. 특히 지금까지 KDI 등 각종 국책기관들은 정부 고위 관료들의 임기 동안 생색낼 수 있는 사업들을 합리화해주는데 동원돼 왔다. 이제는 그 같은 역할보다는 각종 예산사업들에 대한 엄정한 평가를 통해 향후 정책의 품질과 예산사업들의 성과를 개선하기 위한 피드백을 주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렇게 할 때 KDI가 ‘권력의 시녀’가 아닌 진정한 ‘공공연구기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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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3. 7. 17. 11:32

어제 가계부채 청문회에서 현오석 부총리는 "가계부채 문제가 위기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물론 최고 정책당국자로서 현 상황에 대해 대놓고 위험하다 할 수는 없겠지만, 경각심이 부족하다는 게 문제다. 개인 부문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165%로 이미 부동산거품 꺼진 미국이나 남유럽국가들 모두 포함된 OECD국가 평균이 130%대보다 훨씬 높다.

 

미국과 비교해보면, 미국은 서브프라임론 사태 직전에 130% 수준까지 갔다가 지금은 110% 수준까지 떨어졌다. 우리는 같은 시기 130% 대에서 165%로 올랐다. 더구나 한국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의 90% 이상이 거치기간 동안 이자만 내다가 나중에 원리금을 함께 내야 하는 구조. 이를 풍선식 대출이라고 하는데, 미국 대공황을 불렀던 금융상품 구조여서 이후 거의 사라졌다. 이걸 5년째 미루며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으니 그나마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이게 안 위험하면 뭐가 위험하다는 건가? @@

 

현오석 부총리가 가계부채 문제 심각하지 않다고 한 근거가로미국 금융위기 직전에 비해 대출 연체율이나 부채 상환 부담 등이 양호한 것을 들었다. 어이 없다. 사상 최저금리에 거치기간 만기연장 5년째에 각종 부양책으로 떠받쳤으니 그런 거지 부실 채권은 수면 아래에서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또한 떨어진 부동산 가격 현실로 인식하지 않고 호가 놀음하며 LTV비율을 최대한 낮은 수준으로 맞추고 있으니 그렇지 실제는 훨씬 심각한 지경이다. 그리고 위기가 점점 내연하고 있는 징후들이 곳곳에서 나온다. 저축은행은 말할 것도 없고 은행권을 비롯해 보험, 증권사 매출과 영업이익이 계속 떨어지는 것이 대표적이다. 위기란 이 같은 명백한 위험 신호들에 대한 경각심이 없을 때 현실화된다.

 

그나마 한은이 어제 위기관리 대응 시나리오와 배드뱅크 설립을 언급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참고 기사: 한은 "대규모 부실 대비 배드뱅크 설립" | 미디어다음 durl.me/5awkj8 ) 지난해와 올초 한은 조기경보팀을 대상으로 한 세미나에서 제가 거푸 언급했던 내용이기도 하다. 한은이 꼭 내 말을 따른 건 아닐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접해본 경험으로는 그나마 한국은행 조기경보팀이 부동산 거품과 가계부채 문제 심각성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듯 했다. 일반에 공개하지 않지만, 한은은 주택담보대출의 LTV 비율이 실제보다 더 높고, 전세가를 포함할 경우 LTV 비율은 훨씬 더 높다는 사실을 표본 조사를 통해 이미 알고 있다.

 

지금이라도 한은 주장대로 배드뱅크 설립 등 체계적 위기관리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 현오석 부총리, 안이하게 있다가 허둥지둥 당하지 마라. 4.1대책이 '두 달 천하'로 끝난 데서 알 수 있듯이 임시 미봉책으로 지금의 사태를 모면할 수 있다고 생각지 마라. 조금이라도 빨리 외과적 수술 통해 부동산 거품 해소하고 가계부채 뇌관 제거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충격은 더 커질 뿐이다. 가만히 있다가 폭탄이 터지는 것을 당하든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선제적으로 가계부채 뇌관을 제거해 충격을 그나마 줄이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당연히 후자를 따라야 한다. 90년대 초반 스웨덴에서 부동산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자 스웨덴정부가 미적대지 않고, 배드뱅크를 설립해 부실채권을 신속히 처리한 결과 불과 2년 안에 경제를 회복했다. 반면 부실채권 처리를 계속 미루고 좀비 건설 살리는 대규모 토건부양책으로 일관했던 일본이 장기 침체에 빠진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스웨덴의 길을 갈 것인가, 일본의 길을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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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3. 7. 4. 10:37

 

http://realestate.daum.net/news/detail/main/MD20130630173709821.daum 4.1대책 석달만에 도루묵

 

오늘자 매일경제신문에 실린 기사다. 비슷한 종류의 기사가 이런 저런 신문들에 실리고 있다. 마치 취득세 감면이 연장 안 돼 집값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처럼 얘기하지만 말도 안 된다. 그런 식으로 집값이 올랐으면 이미 취득세 감면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올랐지 왜 안 올랐겠는가.

 

나는 ‘4.1부동산대책이 나온 직후 막장으로 치닫는 부동산종합대책이라는 글에서 이번 대책도 결국 몇 달 후 무위로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고 하우스푸어만 더 양산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마지막 기대감도 시장에서 사라질 때 부동산시장은 그 동안 지연시켰던 가격 조정까지 한꺼번에 반영해 더 큰 폭의 하락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내가 경고한대로 ‘4.1부동산대책은 매경이 표현한 석 달이 아니라 사실 두 달도 채 못 가 약발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부동산시장은 다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어차피 부양책의 효과가 없으니 가계부채 뇌관이나 조금이라도 일찍 제거하자고 했더니 그 사이 하우스푸어만 또 잔뜩 양산한 꼴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조금만 더 지나면 각종 부동산 찌라시들이 또 건설업계나 하우스푸어가 죽는다며 부양책을 내놓으라고 난리를 칠 것이다. 하지만 더 대단히 내놓을 대책이 있나. 예를 들어, 취득세를 항구적으로 인하해준다고 부동산시장이 살아날까. 어림없는 소리다.

 

박근혜정부도 별수 없다는 걸 4.1대책이 일찌감치 확인사살해줬다고 해야 할까. 이미 경고한대로 나는 하반기부터 상당히 가파른 집값 하락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오늘 신문들이 일제히 집값 약세, 전세값 강세등의 제목을 달고 집값이 약보합 수준이 될 거라느니 떠들지만, 그건 그들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나는 올해 하반기부터 1년 이내에 상당히 가파른 하락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꽤 높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체계적 위기관리 시나리오를 갖고 가계부채 뇌관을 선제적으로 제거하길 바라지만 그럴 리 없다. 그러니 가계라도 정부 더 이상 기대지 말고, 찌라시에 현혹당하지 말고 잘 대비하시길 바란다.

 

내가 이렇게 전망하고 경고하는 데는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 꽤 여러차례 설명했지만, 여전히 그 설명들을 처음 접하는 분들을 위해 다시 한 번 설명한다.

 

우선, 향후 부동산 시장을 전망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작업은 현재 주택시장이 어떤 국면에 와 있는지를 파악하는 일이다. 보통 전세계적으로 부동산 시장의 사이클은 보통 10~20년 정도의 장기 사이클을 그린다. 대략적으로는 부동산시장의 주기가 약 18년 정도로 수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주택시장 사이클의 흐름으로 볼 때 수도권 주택시장 상황은 여전히 부동산 버블 붕괴의 초기에 놓여 있다.

 

이를 살펴보기 위해 서울지역 아파트 실질가격 추이를 나타낸 <그림 1>을 보자. 많은 이들이 집값을 생각할 때 명목가격 추이만 생각한다. 그래서 집값은 늘 오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물가수준을 반영한 실질가격 지수 추이를 살펴보면 사정은 사뭇 달라 보인다.

 

<그림1>

<그림1> 국민은행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국민은행이 주택 가격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86년 이후 한국은 크게 두 차례의 부동산 버블기를 겪었다. <그림1>을 보면 서울 강남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상승(1987~19915) 하강(19916~199811) 상승(199812~2006년 말) 하강(2007년 초~ 최근)의 파동을 그리고 있다. , 부동산 버블과 버블 붕괴가 반복되는 것이다. 특히 2009년 상반기나 2011년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이 나올 때마다 집값이 국지적으로 반등했다고는 하나, 주택 가격의 장기 파동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2차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는 초기 과정에서 나타나는 미약한 흐름일 뿐이었다.

 

사실 2008년 말 집값 급락 후 집값이 죽 빠지는 것이 정상이었지만, 부동산에 사활을 건 이명박정부와 바통을 이은 박근혜정부는 막대한 부동산 부양책을 동원해 억지로 집값을 떠받쳤다. 그런데 이런 부동산 부양책도 더 이상 통하지 않고 있음은 이미 충분히 입증됐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출구전략 신호를 계기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수준과는 상관 없이 시장금리는 일정한 오름세를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2000년대 부동산 거품은 400조원의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해 96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 위에 쌓아 올린 악성 거품이다. 이 같은 부동산 거품 붕괴를 막는다고 사상 최저 수준의 금리를 몇 년 째 유지하고 있는데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은 계속 떨어져 왔다. 사실 가계뿐만 아니라 기업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과 PF대출 잔액 등을 합하면 부동산 관련 부채는 650조원에 이른다. 또한 집값 대비 대출액의 비율을 나타내는 LTV 비율은 호가로 산정하고 있지만, 실거래가 기준으로 이미 훨씬 더 위험한 상태에 이르고 있다. 무너지는 부동산 거품을 주택담보대출의 거치기간이나 만기 연장으로 미루고, 기업들에 대한 추가 대출 등으로 감추고 있지만 점점 한계에 이르고 있다. 이런 식으로 가면 갈수록 돌아오는 만기 도래액이 눈덩이처럼 커지기 때문이다.

 

아직 대구나 광주 등에서는 집값이 오르고 있다고? 그건 수도권 주택시장의 부동산 상승여력이 다하자 부산, 대전, 울산 등지로 몰려갔던 부동산 투기세력이 그들 지역마저 가라앉자 마지막으로 대구나 광주로 몰려가 일시적으로 생겨난 현상일 뿐이다. 용머리-용허리까지 다 가라앉았는데, 용꼬리가 오르고 있는 상황일 뿐이다. , 뒤늦게 철모르고 오르고 있는 지역인데, 곧 꺾이게 돼 있으니 결코 현혹되지 마라. 아래 <그림2>를 참고로 대구/경북지역 주택거래량을 보면 확실히 드러난다. 2012년 초반 이후로는 취득세 감면 여부에 따라 거래 진폭이 크지만 큰 흐름에서 거래량이 현저히 줄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즉 대구조차도 집값이 오를만큼 다 올라 더 이상 그 가격을 유지해줄 수요가 남아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림2>

주) 국토해양부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나는 2008년말 부동산 가격의 폭락을 경고했고, 2009년 찌라시들이 인천 청라, 영종, 김포한강신도시 등이 분양 거품을 만들어낼 때도 막차에 올라타지 말라고 경고했다. 또한 부산, 대전, 울산 등지의 부동산 가격이 뛸 때도 2~3년 이상 지속되기 어려우니 부동산투기에 가담하지 말라고 했다. ‘전세값이 뛰면 집값도 뛴다고 찌라시들과 대다수 부동산 투기 선동가들이 선동할 때도 전세값 상승은 부동산 침체기의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건설업계의 줄도산과 저축은행 부실 사태, 뉴타운 재개발 지역의 침체와 강남 재건축의 가파른 하락세, 용산국제업무지구 등 대규모 PF사업 등의 좌초 등을 모두 경고했다.

 

자랑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부동산이 대세하락기에 접어든지 수 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제대로 반성하고 일반가계를 위해 경고하는 언론이 없기 때문이다. 모두 이해관계 때문에 사태를 정반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아직 많은 가계들이 이 같은 선동에 휘둘리고 있다. 그런 분들에게 제발 지금이라도 내 말 좀 들으라고 호소하기 위해서 거론한 것이다. 나는 할 만큼 했으니, 이제는 다들 알아서들 하겠지, 하다가도 정부나 언론의 잘못된 신호에 속아 하우스푸어로 전락하는 사람들을 보면 가만 있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내가 대단한 예지력이 있어서 오지랖 넓게 나서는 건 아니다. 다만 사심 없는 눈으로 부동산시장과 그를 둘러싼 한국경제 상황을 구체적 데이터를 근거로 분석해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을 내가 분석해서 보여주고자 할 뿐이다. 그런 내 눈에는 그동안 지연시켰던 거품 붕괴의 압력이 쌓이고 쌓여 올해 하반기부터 가파른 부동산가격 하락세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나도 신이 아닌 이상 부동산시장 흐름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예견하는 건 불가능하다. 또한 부동산가격 하락세가 폭락 양상을 동반할지 미, 일 등과 비교해 완만한 하락세를 보일지는 속단할 수 없다. 하지만 큰 흐름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데, 내가 보기에 올 하반기 이후 최소 수 년 간의 집값 추락은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이 같은 부동산가격 추락 속도는 미국 출구전략의 여파나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 경제의 불안정, 일본 아베노믹스의 여파 등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국내외 상황 어느 것 하나 녹록한 게 없다. 실은 이처럼 악화된 많은 부분들이 그동안 막대한 부동산거품과 가계부채를 쌓아올린 탓이기도 하다.

 

부동산 거품과 가계부채, 공공부채가 산더미인 나라에 인구 감소와 저출산고령화 충격이 향후 계속 주택시장을 짓누를 가능성이 높다. 2010년대 한국의 주택시장은 저출산·고령화의 충격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시기이다. 저출산 고령화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급격히 진행되는 만큼 그 충격 또한 어느 나라보다 깊고 클 것이다.

그런데도 근시안적 이해관계에 사로잡힌 정부와 정치권은 그에 대한 전략적 대비가 부실한 상태다. 오히려 정부는 부동산 거품을 빼기보다는 부동산 연착륙이라는 명목 아래 오히려 건설업체의 정상적 시장 퇴출을 지연시키고 부실 은폐를 방조하고 가계 부채 증가를 부추겼다. 단기적 충격을 줄이겠다는 욕심으로 주택시장의 가격 조정을 지연시키면 시킬수록 부동산 거품 붕괴의 에너지는 커지고, 주택시장의 침체는 길어질 뿐이다.

 

끝으로 이미 여러번 되풀이했지만 다시 한 번 나의 주장을 정리한다. 수많은 과오가 긴 세월에 걸쳐 누적돼 발생한 문제를 아무것도 없었던 양 되돌릴 수는 없다. 이미 많은 문제가 저질러진 상태에서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더 문제를 키우지 않는 것이다. 정부가 더 이상 인위적인 집값 부양 시그널을 주지 않고, 가계부채 다이어트를 유도해야 한다. 또한 지금 중요한 것은 새로운 주택정책 및 제도의 패러다임을 바로세우는 일이다. 부동산 투기 사이클의 진폭을 키우고 하우스푸어를 대량으로 양산한 선분양제 같은 제도들 고치는 한편 공공임대/전세주택을 획기적으로 늘려 서민 주거난을 해소해가야 한다. 서민들이 저렴하면서도 쾌적한 주거생활을 누릴 수 있다면 그토록 무리한 주택 투기에 가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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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3. 7. 1. 11:29

 

4.1부동산대책이 나온 직후 저는 이 대책의 효과가 불과 몇 개월 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습니다. 당시 썼던 글에서(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25&articleId=669020) 밝혔던 것처럼 부동산시장의 큰 흐름에서 볼 때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놓는다 한들 효과를 발휘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본 것입니다. 결과는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약한 것 같습니다. 4.1대책 직후 부동산시장이 들썩인다고 호들갑 떨던 기득권신문들이 이제는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다시 집값이 추락하고 있다고 떠들어대고 있으니 말입니다. 조변석개하는 그들의 보도 행태를 보고 있자니 처량하기까지 합니다만, 그 사이 잠재적 하우스푸어 행렬에 뛰어든 사람들을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그래도 대략 3~6개월 정도의 효과는 있지 않을까 했는데, 불과 ‘2개월 천하로 끝나는 모양입니다.

결국 빠질 거품은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과도한 집값은 결국 정상적인 수준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이렇게 막대한 부동산 거품이 빠지고 정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아무런 충격이 없을 거라고 상상하긴 어렵습니다. 각각 1000조원 가까이 쌓아놓은 공공부채와 가계부채, 그리고 5년 째 거치기간과 상환 만기를 연장해주고 있는 주택대출. ‘부동산 연착륙을 외치며 내놓은 각종 부양책들이 결국 길게 보면 이런 식으로 부동산 경착륙의 에너지를 키우는 과정이었습니다. 이번 4.1대책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동산 거품을 해소하기는커녕 그 과정에서 가계부채를 더 키우고, 가격 조정 과정을 더 지연시키고, 잠재적 하우스푸어들을 더 늘려버렸습니다. 4.1대책의 효과가 끝난 뒤 지연된 만큼 가격 하락 폭은 더 커지고, 침체 기간도 그 만큼 더 길어질 것입니다.

4.1대책 직후 일부 언론이 종합선물세트라고까지 표현했던 대책조차 약발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언론에서는 단순히 6월까지인 취득세 감면 종료 시점 때문이라고 그러는데, 과연 그 때문일까요? 혜택 종료 시점이 아직 남았는데도 거래가 위축되면서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는데, 이게 순전히 취득세 감면 효과 때문일까요? 물론 취득세를 면제한 것이 대책 발표 후 약간의 효과를 발휘하긴 했겠지요. 그런데 취득세를 감면해줘야 겨우 한두 달 거래가 (그것도 큰 흐름에서 볼 때 여전히 바닥 수준이지만) 느는 식으로 부동산시장의 대세를 바꿀 수 있을까요?

부동산시장이 갈 길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그러니 일반가계들은 기득권언론들의 선동보도에 더 이상 휘둘리지 마시고, 오히려 다가올 충격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정부는 이제라도 건설업자들과 금융업체, 부동산 부자들 중심의 부동산 대책을 폐기해야 합니다. 저출산고령화 시대, 저서장 저소득 시대, 1인가구 급증 시대의 달라진 주택패러다임을 인식하고 이에 걸맞은 부동산정책을 내놓기를 바랍니다. 그렇지 않으면 개인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국민경제 차원에서 엄청난 혼란과 고통이 가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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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3. 6. 10. 10:37

 

22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교하신도시 운정지구의 A아파트 단지 정문. 파주 교하신도시는 분당, 일산 등 수도권 1기 신도시에 이어 들어선 2기 신도시 가운데 하나였다. 특히 운정지구 쪽은 행정구역상으로는 파주시에 속하지만 실제로는 일산의 끝자락과 맞닿아 있어 거의 일산생활권이라고 해도 크게 무리 없는 곳이다.

가계부채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싶어서 수도권 아파트를 물색하다가 이 곳을 골랐다. 많은 아파트단지들 가운데 굳이 이 아파트를 찾은 이유가 나름대로는 있다. 이 아파트단지가 수도권 2기 신도시 아파트 가운데 수도권 부동산 활황기의 정점인 20069월경에 분양됐다는 점이 작용했다. ‘부동산 불패의 환상과 그 이후의 환멸을 잘 보여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보다도 이 아파트단지 거주가구들의 부채 실태 자료를 갖고 있다는 게 더 큰 이유일 것이다. 나는 올해 초 문화방송 <피디수첩>팀이 제작한 ‘2013 부동산 보고서편에 인용된 A아파트단지 가구들의 부채 실태 분석작업을 도와준 적이 있다. 분석작업을 도와주면서 살펴본 부채 실태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충격적이었다. 분석상으로는 이 아파트단지에 사는 가구의 70% 가량이 깡통 아파트로 분류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처럼 겁도 없이 빚을 내 위험한 상황까지 치닫게 됐을까. 그걸 현장에서 확인해보고 싶었다.

아파트 단지의 정문은 웅장했다. 족히 길이가 30여 미터는 돼 보이고 높이도 4~5미터는 돼 보이는, 대리석 타일이 붙은 직사각형 정문이었다. 아파트단지 이름에 센트럴파크까지 들어 있어 이른바 명품 아파트로 치장하고 싶은 욕구가 이름과 정문에서 역력히 묻어난다. 2000년대 후반에 지어진 아파트들의 특징 중 하나는 웅장하고 화려한 정문을 만들고 아파트 단지에 고급스러운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이들 아파트에 살게 되면 곧바로 상류층으로 진입하고, 잘 살게 될 것 같은 환상을 주는 것이다. 이 환상에 혹해 많은 이들이 욕망의 덫에 걸려들었고, 그들중 상당수가 하우스푸어가 된 게 아닌가. 물론 건설업체들이 엄청나게 부풀린 고분양가와 그 이후 높게 형성되는 거래가격을 합리화하기 위한 소소한 장치들 중의 하나이기도 했다.

A아파트단지 주변도 높은 나무 울타리로 둘러쳐져 있고, 주요 시설들처럼 입주민임을 확인해야 차량 진출입이 가능했다. 이처럼 아파트단지를 외부 공간과 명확히 구분하고 외부인의 출입을 어렵게 하는 빗장도시(gated city)’의 특성을 조금씩이라도 강화하는 게 2000년대 후반 아파트들의 특징이다. 외부에는 나는 너희들과 달라라고 외치고, 거주자들에게는 여기에 사는 당신은 특별합니다라고 속삭이는 것이다. 단지 안의 공간은 널찍했다. 20, 30층씩 되는 아파트 11개 동으로 구성돼 있어도 신도시 단지답게 동간 거리가 꽤 많이 확보돼 있어 답답한 느낌은 별로 없었다. 아파트 단지 중앙에 자리한 어린이 놀이터도 수백 평은 돼 보였다.

아이들이 노는 걸 지켜보고 있던 아주머니들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역시 쉽지 않았다. 처음에 인사를 나눌 때까지는 좋은데 부채 상황에 대해 물어보면 모두들 입을 다물거나 시선을 돌렸다. 단지 이곳저곳을 둘러봤으나 눈에 띄는 주민이 많지 않았고, 설사 만났다 해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한 시간 가량 지나서야 겨우 한 40대 아주머니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 아주머니는 인근의 파주시 금촌동에서 살다가 2006년 이 아파트를 분양 받아서 2009년 바로 입주한 경우였다. 이 아파트단지 40평형 아파트에 사는데 당시 분양가는 53000만원. 하지만 취등록세와 이사비용 등등으로 실제 입주하는 데는 57000만원 가량 들었다고 했다. “그동안 집값이 많이 떨어졌을 텐데 어떠시냐?”고 다소 잔인한 질문을 던졌다. “어휴! 말도 못하죠. 집값이 떨어지니 속상해서 집값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확인하지도 않아요.” 그래도 그 아주머니 사정은 좋은 편이었다. 입주 초기에는 빚이 많아서 고생했던 모양인데, 기존에 갖고 있던 아파트를 처분해서 지금은 빚이 30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했다. “한 달에 10여 만원 정도 이자를 내니까 별 부담은 없고요. 지금은 그냥 아이들 좋은 환경에서 키운다는 기분으로 만족하고 살려고 하고 있어요.”

사실 그 아주머니는 전형적인 사례는 아니다. 마침 내가 아는 지인 가운데 이 아파틀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그 지인은 파주시와 인접한 일산신도시에 살고 있다. 지금은 50대 후반인 그는 얼마 전까지 중견 회사에 다니고 있었고, 부인은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에서 장식품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 2000년대 부동산 투기바람이 불 때 화정동 지하철 역세권 인근의 오피스텔 한 채를 2억 원 정도의 빚을 내서 샀다. ‘사두면 노후에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건설업체의 사탕발림에 혹했던 것이다. 그리고 2006A아파트가 분양되자 기존의 일산 아파트와 화정동 오피스텔을 담보로 다시 수억 원의 빚을 내 이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하지만 이후 수도권 집값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이 지인이 가지고 있던 세 건의 부동산은 모두 가격이 20~40%씩 빠졌다. 수도권에서도 고양시와 파주시는 집값이 많이 떨어진 지역이니 오죽했겠나. 설상가상으로 이 지인은 그 사이 퇴직해 이제는 조그만 중소기업에서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일하고 있다. 부인이 운영하는 가게도 경기 침체로 장사가 시들하다. 전형적인 하우스푸어 가계다.

4년 전쯤 잠시 만났을 때 그는 그때부터 빚 부담으로 힘들어했다. 그 때 나는 적어도 한 채는 조금 헐값에라도 처분해 빚을 줄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그 뒤에도 그는 무슨 이유에선지 그러지 못했고, 짐작컨대 매월 400만원이 넘는 빚을 감당하고 있다. 그것도 원리금상환을 미뤄서 그렇지 원리금을 함께 상환하게 되는 순간 그는 대책이 없다. 불안한 노후를 해결하려고 부동산을 샀지만, 의도와는 정반대로 그의 노후는 그 때문에 위태로워졌다. 사실 그 지인이 바로 A아파트단지 소유자들의 전형적인 케이스에 가까웠다.

이쯤에서 PD수첩팀을 도우면서 분석했던 이 아파트 가구들의 가계부채 실태를 짧게 소개해보자.

A아파트단지는 모두 937가구(분석 대상 가구는 933가구) 40500가구, 47215가구, 48110가구, 59108가구로 구성돼 있다. 2006년 분양당시 분양가격은 평형에 따라 5억 원에서 89000만원까지 됐다. 분석대상 가구 전체의 84.5%788가구가 주택 담보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등기부등본상에 나타난 근저당설정액이 실제 대출액의 약 120% 정도라고 보고 주택대출을 받은 가구 전체의 평균 주택담보대출액을 추정한 결과 평균 3267만원이었다. 또한 등기부등본상 주택 소유주가 직접 거주하는 비율은 26.9%였다. 거꾸로 말하면 73.1%가 전월세를 끼고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주택담보대출액에 전세 대출금까지 포함한 타인자본 금액은 38900여 만원으로 더 높아졌다. 특히 평형이 넓을수록 대출금과 전세금의 규모도 큰 편이었다. 소유자의 거의 대부분이 전월세를 끼고 평균 3억원 이상에 이르는 거액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주택을 매입한 것이다. 사실 실거주 목적보다는 투자 또는 투기 목적으로 아파트를 샀다고 봐야 한다. 그만큼 집값이 하락하면 하우스푸어가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이었다.

A아파트가 상대적으로 수도권 외곽의 중대형 평형 위주로 구성된 아파트라는 점에서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많은 경우이긴 할 것이다. 하지만 3년 전 역시 PD수첩팀의 의뢰로 판교신도시 판교원마을의 두 개 아파트단지 부채 실태를 분석했을 때도 빚을 진 가구들 비중이 75%를 넘었고, 평균 대출액도 3억 원이 넘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수도권 부동산 폭등기에 분양된 상당수 아파트단지가 다 이런 양상이었다.

아파트 단지내 상가에 줄지어 들어선 부동산중개업소 한 군데에 들어가 이런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곳에서 입주 시점부터 4년째 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장모씨. 그는 “A아파트는 그나마 입주율이 100%일 정도로 사정이 좋은 편이라며 주변에 들어선 다른 아파트단지들 가운데는 입주자를 못 채운 아파트들이 즐비하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A아파트 소유자들은 파주시나 인근 고양시 지역 거주자들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아파트 소유자들이 무리하게 빚을 낸 이유를 물어보았다. “2006당시에는 분양받기만 하면 로또라고 불리지 않았나. 이 아파트도 경쟁률이 4~51씩 됐는데 당시에 분양받으면 주위에서 축하도 많이 받았다. 그런 분위기에서 누가 빚 걱정이나 했겠나.” 예상했던 답변이지만 하긴 달리 뭐라고 말하겠는가.

그는 계속되는 부동산 거래 침체로 값을 못 벌어서 집에서 쫓겨날 지경이라고 농반진반으로 푸념했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는 듯했다. 근거는 두가지였다. 입주시점에 6500만원 하던 전세 시세가 17000만원까지 올라 매매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 빚이 많은 아파트 소유자들이 경매에 크게 넘어가지 않고 그래도 4년간이나 버텨왔기에 조금만 경기가 좋아지면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는 것이었다. 기존 언론의 엉터리 진단에서 많이 나왔던 이유들이지만, 그의 믿음은 꽤 굳건해 보였다. 그는 4.1부동산대책에 대한 일정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그런 희망을 그는 아마도 찾아오는 아파트 주민들에게도 전파하고 있을 것이다. ‘조금만 더 버티라. 하지만 많은 이들이 그런 기대감을 갖고 있고, 정부가 계속 그 같은 미련을 키우는 부양책들을 내놓으면서 사태는 계속 악화일로를 걸었다.

다소 전문적인 얘기일 수 있지만, 현장에서 꼭 확인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LTV 비율 실태였다. 아파트 가격에 비해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얼마나 과중한지 살펴보기 위해 주택 가격 대비 주택담보대출액의 비중을 나타내는 지표가 LTV(Loan to Value). 예를 들어, LTV 70%라고 하면 주택 가격이 5억원일 때 주택 가격의 70%에 해당하는 35000만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경우를 말한다.

그런데 어떤 주택가격을 적용하느냐가 문제다. 일반적으로 금융권에서 LTV비율을 산정할 때는 호가 위주의 국민은행 시세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사태를 실제보다 상당히 양호한 것으로 보게 된다. 실거래가는 5억원인데 호가는 여전히 6억원 수준으로 설정돼 있는 식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A아파트의 경우에도 호가 시세를 기준으로 금융권에서 고부채 가구로 분류하는 LTV 비율 60%이상 가구 비중이 이미 50.2%로 절반을 넘는다. 그런데 국토해양부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하면 이미 60%이상 가구 비중이 61.6%로 껑충 뛴다. 더 심각한 것은 대출금에 전세액까지 포함할 경우 LTV비율은 100%이상이 절반에 육박하는 47.9%에 이르게 된다. 최근 수도권 경매낙찰가율이 70%가량 되는데 전세가를 포함한 LTV70% 넘는 가구 비중만 71%. , 이들 71% 가구는 소유주가 빚을 갚지 못하게 되면 깡통아파트, 깡통전세가 된다. 문제가 이렇게 심각해도 이 같은 실태를 제대로 인식하는 언론도, 금융권도, 정부 관계자도 드물다. 실제로 A아파트단지 인근 상가에 위치한 농협은행의 한 관계자는 실거래가로 이미 4억원도 안 되는 40평형 아파트의 시세를 45000만원 정도로 적용하고 있었다.

우려하고 있던 상황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2000년대 이후 우리 모두는 파우스트박스가 영혼을 파는 듯한 거래를 해왔다. 집은 가족들이 행복하게 사는 주거공간이 아닌 돈벌이수단이 됐다. 하지만 그 결과 멀쩡하던 중산층이 붕괴 직전으로 치달았고, 그 탐욕이 한국 사회와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한국 사회의 많은 이들이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특히 정부와 정치권이 그렇다. 이들이 내놓은 대책들은 연착륙을 유도한다고 떠벌렸지만, 실은 길게 보면 오히려 부동산 거품을 키우는 경착륙 대책이었다. 그 과정에서 2004년 이후 470조원 수준이던 가계부채는 두 배로 늘어 이제 963조원이 됐다. 원리금상환은 엄두도 못 내고 이자만 내는 가계가 70%를 넘는 상황에서도 우리는 무너지는 부동산시장을 목격하고 있다. 그런데도 부동산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고 정부도 상당수 언론도 악을 쓴다. 그 과정에서 가계들은 부채 부담이 늘고 지출여력은 줄어 내수침체는 가속화되고 있다. 그리고 집값 대신 사람값이 오르는 진정한 의미의 경제를 살려야 부동산시장도 살 수 있다는 얘기는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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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3. 5. 27. 10:06

 

얼마 전 2012년말 기준 한국은행의 자금순환표상의 개인(가계 및 비영리단체) 금융부채 규모가 발표됐다. 개인금융부채는 총규모가 1158.8조원으로 2011년말 기준 1105.9조원보다 약 13조원 가량 다시 늘어났다. 하지만 개인 금융부채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개인 부문 대출금은 같은 기간 1039.2조원에서 1089.8조원으로 약 50.6조원 가량 늘어나 또 다시 큰 폭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그림>에서 보다시피 개인 가처분소득 대비 개인 금융부채 비율은 163.8%까지 올라갔다. 그나마 2012년 경기 침체 양상이 확연해지며 물가 상승세에 제동이 걸려 개인 가처분소득이 늘어난 덕으로 2011162.9%에서 크게 늘어나지 않은 것이다. 이것도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

주) 한국은행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하지만 통계 발표 전까지 이 비율이 지난해보다 낮아질 것이라던 한국은행의 전망은 여지 없이 빗나갔다. 또한 2004년 이 비율이 122.1%였던 것에 비하면 이미 매우 높은 수준으로 올라와 있음을 알 수 있다. 더구나 미국의 같은 비율이 글로벌 경제위기 전인 2007131% 수준에서 지난해 기준으로 105% 수준으로 하락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한국은 정반대로 역주행을 한 것이다. 대다수 국가가 경제위기를 맞아 공공부채는 늘리더라도 가계부채는 다이어트를 유도했는데, 한국은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겠다는 심산으로 가계부채를 계속 늘리는 위험천만한 모험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잘 알다시피 이명박정부 이후 박근혜정부의 4.1부동산종합대책까지 정부의 각종 부동산 정책은 단기 부양책 일색이었다. 심지어 수도권 아파트 전매제한 완화나 자산가들의 다주택 투자에 대한 세금 감면 등 사실상 투기 조장책도 적지 않았다. 수조원의 세금이나 공기업 자금을 동원해 건설업체 미분양 물량을 사들였다. 각종 다주택 투기자들을 위한 감세 정책 등 부동산 부자들을 위한 정책이 넘쳐났다. 아직도 전국적으로 40%, 수도권 기준 45%에 가까운 무주택 서민들을 위한 정책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가계 소득이나 인구구조 변화 등에 발맞춰 중장기적으로 한국 사회의 주택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로지 집값 떠받치기에 목을 맨 정책 기조였다.

 

이럴 때마다 정부나 기득권 언론들은 연착륙을 부르짖었다. 부동산시장이 경착륙하면 한국경제가 위험하다면서 말이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서민들이 더 힘들다는 협박(?)까지 곁들였다. 하지만 정부의 미봉책 또는 미루기 대책은 사실 경착륙 조장책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이렇게 계속 미룰수록 부동산 거품 붕괴의 충격은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과 투기 조장책에 힘입어 2008년 이후 가계부채가 292조원 이상 늘어난 것이 대표적 예다. 주택대출 거치기간 만기를 지금처럼 계속 연장하면 분기별 대출 만기 도래액은 눈덩이처럼 커지게 돼 있다. 이런 판에 하지만 정부도, 금융권도, 가계도 계속 미루기를 선택해 90% 이상의 주택대출이 재연장되고 있다. 계속 이런 식으로 미루다가는 정말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부를 수 있다.

 

문제는 한국경제 최대의 난제인 가계부채 폭탄이 더 이상 미루기 힘든 상황까지 이르렀다는 점이다. 필자가 선대인경제연구소의 유료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보고서 주제로 가계부채 문제를 분석해보니 이명박정부 이후 가계부채 문제가 정말 심각해졌음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노무현정부 5년 동안 가계부채(개인 금융부채와 달리 가계부문에 대한 대출 및 신용판매액 합계를 뜻하는 가계신용 통계 기준임) 가 202조원 증가했는데, 이명박정부 5년 동안에만 292조원 증가했다. 이명박정부 초반인 2008년 말부터 부동산 가격이 대세하락기에 접어들고 부동산 거래 침체가 지속됐는데도 부동산 활황기였던 노무현정부 때보다 더 많은 가계부채가 더 짧은 시간에 늘어났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명박정부 이후 가계부채가 늘어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정상적으로 빚을 내 집을 살 수 없는, 소득 여력이 적은 사람들에게 정부가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사도록 부추긴 때문이다. 주택 거래량은 줄었어도 주택 거래당 부채 크기는 더 커졌다. 이 같은 기조는 박근혜정부의 4.1부동산대책에서도 지속되고 있다. 둘째, 고환율-저금리에 따른 고물가와 재벌편중 경제 심화로 가계 소득이 늘지 않아 가계들이 빚을 내 생활할 수밖에 없게 만든 때문이다. 노무현정부 때 평균 경제성장률은 4.3%였고 가계소득이 꾸준히 성장했으나 이명박정부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2.8% 수준으로 낮아졌다. 더구나 실질 가계소득은 대기업 편중 성장과 고물가부담 때문에 거의 정체됐다. 그 결과 이명박정부 기간 동안 누적 경제성장률은 12%를 넘지만 가계가처분소득 성장률은 7.5% 수준에 그쳤다. 그런데 가계부채가 2012년 말 기준으로 959조원을 넘어섰으니 일반 가계가 느끼는 부채 부담은 훨씬 더 커졌다고 봐야 한다.

 

더구나 2008년 이후 가계부채는 크게 세가지 측면에서 더욱 악화됐다. 첫째, 다른 나라가 부동산거품을 빼고 가계부채를 줄일 때 오히려 한국은 가계부채를 막대하게 늘렸다. 둘째, 보험사, 대부업체, 신용카드 할부까지 대출금리가 높은 악성 부채가 늘어 가계부채의 질이 더욱 악화됐다. 셋째, 부산, 대전 등 지방 부동산까지 가격이 부풀어 상대적으로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지 않던 지방의 가계부채까지 크게 늘리고 악화시켰다.

 

만약 가계부채가 지금 속도로 증가한다면 5년 후인 2016년에 가계부채(한국은행 가계신용 통계 기준) 총액은 2012년말 959조원에서 1377조원으로 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지금 163.8% 수준인 개인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180% 수준에 육박할 수도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한 가계가 버는 소득이 5000만원이라고 가정할 경우 9000만원의 빚을 지게 된다는 뜻인데, 그 정도 부채 비율을 감당할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가계부채 다이어트를 유도하지 않고 폭탄 돌리기모드로 간다면 한국경제는 회복하기 힘든 재앙을 맞게 된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이명박정부가 5년 내내 폭탄 돌리기모드를 지속하더니 이어받은 박근혜정부도 설거지를 하기는커녕 다시 5년 동안 폭탄 돌리기를 지속할 모양새다. 4.1부동산대책이 명확히 그런 신호를 보낸 것이다.

 

그런데 가계부채 문제는 이게 다가 아니다. 한국의 가계부채나 주택담보대출의 규모는 한국에만 있는 전세제도 때문에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는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킨다. 국내 전세금 규모는 최소 600조원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는 집 주인이 투기적 목적이 아니라 여유 있는 주거공간을 세입자에게 전세로 준 경우도 있겠지만, 전세를 끼고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아 집을 여러 채 산 경우도 허다할 것이다. 따라서 전세금의 절반인 300조원을 주택 소유자가 금융회사 대신 세입자에게 빌린 돈이라고 보면 현재 가계부채는 959조원 수준에서 1259조원 수준으로 증가하게 된다. 주택대출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과소평가되는 착시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지금 주택대출액은 404조원 수준이지만 전세금의 절반만 포함해도 바로 704조원 수준으로 급증하게 된다.

 

이처럼 이미 가계부채가 폭발 직전 상황인데도 정부는 마른 수건 쥐어짜듯 30대 등 젊은 세대 중심의 무주택세대와 자산 가진 노후세대까지 빚 내서 집을 사라며 세금을 줄여주고 DTI규제 완화책을 내놓고 있다. 이 정도면 부동산 떠받치기와 가계부채 폭탄 돌리기에만 혈안이 돼 정신이 나간 정부라고 할 수밖에 없다.

 

어쨌든 지금부터라도 단계적으로 가계부채 다이어트를 유도하고 부동산 거품을 빼서 충격을 분산해야 그나마 일시에 충격이 몰리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다. 지금 시중은행은 재무상태가 괜찮은 편이다. 지금 단계적으로 분할해서 부동산 거품을 빼나가면 시스템 차원의 금융위기는 피해가면서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이명박정부가 그랬듯 박근혜정부에서도 폭탄 돌리기 모드로 간다면 2~3년 안에 정말로 피하기 어려운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미 많이 늦었지만, 그나마 지금이라도 설거지를 해야 한국경제에 그나마 희망이 있다.

 

선대인경제연구소의 신간 <두 명만 모여도 꼭 나오는 경제질문>이 출판문화진흥원에서 선정하는 '5월의 좋은 책'으로 뽑혔습니다. 많은 분들 성원 덕분으로 생각합니다. 성원에 감사드리기 위해 <경제질문>을 구매하신 뒤 저희 연구소 웹마스터 메일 (webmaster@sdinomics.com) 로 구매 사실을 알려 주시면 전작인 <프리라이더>PDF판을 메일로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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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3. 4. 26. 12:03

어젯밤 방영된 KBS 추적60분을 뒤늦게 보았다. 선분양제가 토건족의 거대한 사기판이라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수작이다. 정부나 여야 정치권이 내놓을 부동산 정책은 '빚 내서 집 사라' 정책이 아니라 선분양제와 같은 이런 시대착오적 제도를 바로잡는 것이다.

우선, 추적60분의 앞부분을 보면 정말 코미디 같은 장면 나온다. 설계 시방서에 비해 절반으로 철근 시공한 대우건설, 구조상 전혀 문제없다고 딱 잡아뗀다. 그러면 설계는 폼으로 하나? 한 술 더 떠 그걸 제대로 감리하지 않은 감리업체는 대우건설이 잘 할 거라고 믿었다고 한다. 시공업체가 제대로 잘 하는지 감시하라고 감리제도를 둔 것인데, 시공업체가 잘 할 거라고 믿었다면 감리는 왜 하나? 한국의 건설업체가 얼마나 무책임하고, 건축물이 부실하게 지어지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한국의 건설업체들이 사기에 가까운 분양광고를 하고, 각종 하자와 부실 투성이인 건물을 지어대고도 나 몰라라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은 바로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한국에만 있는 선분양제 때문이다. 인천 청라신도시나 영종하늘신도시처럼 공공기관이나 건설업체가 약속한 온갖 기반시설 들어서지 않은 채 허허벌판에 아파트만 있다고 생각해 보라. 후분양제 상태라면 그런 곳에 엄청나게 비싼 돈을 누가 들어갔겠는가.

한국 주택시장은 공급자인 건설업체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구조인데 그 가운데 주택소비자의 지위를 가장 취약하게 만드는 제도가 선분양제다. 몇 천만 원 하는 자동차도 실제 차를 시승해보고 살 수 있다. 그런데 수억 짜리 집을 사면서 모델하우스만 보고 사라니, 말이 되는 소리인가. 선분양제는 주택 소비자 입장에서는 인생에서 가장 비싼 물건을 완성품을 보지도 않고 사게 하는 제도인 것이다. 선분양제는 민간건설자본이 취약하고 주택 공급은 늘 부족하던 시절에는 주택 건설을 촉진하기 위해 일정하게 필요성이 인정될 수 있었다. 하지만 주택물량이 남아돌고 건설업체들도 과포화 상태인 지금까지 선분양제를 고수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분양후 입주까지 3년 정도 걸리는 선분양제와 이와 짝을 이룬 3~5년 거치식 주택대출은 호황기 때 건설업체와 금융권이 일반가계의 지나친 투기 심리를 부추겨 수분양자들이 무리하게 빚을 내 계약하게 한다. 반면 주택시장 침체가 오면 수분양자들이 고스란히 하우스푸어로 전락하게 된다. 이처럼 부동산 투기거품의 진폭을 키우고 수많은 가계들을 약탈적 금융의 희생자로 만들어 하우스푸어로 만드는 제도는 사라져야 한다. 이런 제도를 고치는 것이 바로 진정한 개혁이고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친시장정책이다. 그런데도 기득권언론들에 의해 시장주의자라고 불리는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 같은 시대착오적 제도를 개혁하는 데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 그들은 토건족에 유리한 방식으로만 시장을 갖다 붙이는 기득권만능주의자일 뿐이다.

국토교통부만 그런 것이 아니다. 추적60분이 보여줬듯이 인천시와 같은 지자체, 경제자유구역청, 공기업이라는 LH공사 등을 보면 이들은 대다수 가계들 편이 아니라 철저히 건설업체들 편에 서 있다. 무책임한 장밋빛 개발계획을 내놓고, 건설업체들의 사기성 분양광고를 방조하고, 시공이 제대로 진행되는지 관리감독을 하지 않은 책임을 지는 주체가 단 한 군데도 없다. 그렇게 수많은 입주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지만 제도적 개선에 나서거나 책임 있는 답변에 나서는 이들 하나 없다. 오히려 서로 책임을 떠넘기거나 건설업체들이 적당히 무마하기를 바라는 기색이 역력하다. 수십 년 동안 공급자인 건설업계와 유착에 건설업계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방식으로 행정이나 사업을 추진해온 관행이 그대로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선분양제는 한국 토건족들이 만든 거대한 사기판이라는 것이다.

물론 한국 부동산시장의 구조적 문제점이 전적으로 선분양제 때문에 비롯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선분양제가 부동산시장의 위기를 증폭시키고 주택소비자의 피해를 양산하는 등 경제적 폐해가 너무나 크다는 것은 이제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설업계의 반대와 이를 비호하는 정부와 정치권, 관변학자들의 엉터리 논리에 의해 후분양제 도입은 계속 지연됐다. 외환위기 이후 오래 전에 바뀌었어야 할 제도가 그대로 온존함으로써 한국경제의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다.

필요한 제도개혁을 제때 하지 않을 때 경제 전체로 얼마나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되는지를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건설업계와의 유착에 빠져 4.1부동산대책과 같은 임기응변적 처방과 특혜 주기에 골몰하고 있다. 이미 숱한 위기와 폐해를 겪고서도 공급자에게 유리한 선분양제에 집착하는 등 제도적 개선은커녕 문제를 일으킨 건설업체와 금융권 등에 대한 선심성 부양책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는 계속 증폭되는 위기 속에서 일반가계들만 고생하고, 건전한 경제구조의 토대가 허물어질 뿐 경제가 제대로 된 발전을 하기 어렵다. 이런 때일수록 가계를 제물로 삼아 건설업체와 금융권을 배불려온 시대착오적 선분양제 같은 제도 들을 정비해야 할 때다.

하지만 부동산 부자들을 위해 지금의 비정상적인 집값을 떠받치겠다는 일념으로 점철된 4.1부동산대책을 내놓은 현 정부여당에 그런 기대를 해봐야 부질없다. 그렇다면 야당이라도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놔야 한다. 20대의 절반 이상이 월세에 사는 등 야권지지 성향이 강한 30대 이하의 대다수가 세입자 상태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지지층을 위해 임대차보호제도를 획기적으로 강화한다든지, 깡통전세의 세입자의 법적 대항력을 키운다든지, 공공임대주택 확대 공급방안을 내놓는다든지, 시대착오적인 선분양제와 3~5년 거치식 대출구조를 개혁한다든지 하는 차별화되는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기는커녕 4.1부동산대책의 적용 대상을 늘리는 등 아무리 많이 잡아도 수혜자가 상위 5~10% 정도에 불과한 부동산부자들을 위해 하우스푸어를 양산하는 대책에 초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이러고도 민주당을 지지해 달라고? 꿈 깨시라.

 

많은 분들 성원에 힘입어 선대인경제연구소의 신간 <두 명만 모여도 꼭 나오는 경제질문>이 교보문고와 예스24, 알라딘 등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선대인경제연구소(www.sdinomics.com)는 앞으로도 일반인들의 도움에 되는 정직한 정보를 계속 생산하고 발신하겠습니다.

by 선대인 2013. 4. 18. 14:10

1. 시장에서 콩나물을 사듯이 집을 사라: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사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자신에게 필요해서이거나 아니면 투자(또는 투기) 차익을 노리기 위해서다. 주식이나 부동산과 같은 자산은 후자의 이유 때문에 사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 때문에 주기적으로 투기 열풍이 불었고, 그때마다 경제에 큰 충격을 주며 끝났다. 대세하락기에는 후자의 이유로 부동산을 살 이유와 기회가 크게 줄어드는 시대다. 부동산도 필요에 따라 사는 시대가 된다. 그렇다면 다른 물건들처럼 소득 대비 적절한 가격인지를 따져서 사야 한다. 비싸다면 깎기도 해야 하고, 자신의 소득으로 감당할 수 없다면 아직 살 때가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

2. 저금리라고 빚내서 집사면 큰 코 다친다: 이미 빚을 내서 집을 살 사람은 거의 다 샀지만, 그래도 아직 빚내서 집 살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의 저금리는 2000년대 초중반 부동산 거품기의 저금리시대와는 다르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부동산 거품이 꺼질까 두려워 정책당국이 억지로 눌러 놓은 저금리다. 하지만 향후 경제위기 전개에 따라 한국은행 기준금리와는 별개로 시장 금리는 올라갈 수도 있다. 물론 길게 보면 한국경제가 장기침체를 겪는 동안에는 상당기간 저금리 상태가 유지될 수 있다. 하지만 집값은 오르기보다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저금리라 해도 집값이 떨어지는데 다달이 수십만~수백만 원씩 이자를 낸다면 은행의 노예일 뿐이다.

3. 부동산을 구입할 때는 팔 때를 염두에 두라: 1960년대 이후 수십 년 동안 부동산을 사두면 파는 것은 걱정 안 해도 됐다. 하지만 향후에는 고령화에 따라 부동산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아지는 시대가 온다. 그런 시대에는 부동산이 과거와 같은 환금성을 가지기 어렵다. 진정한 의미의 실수요가 아니라면 투자 목적의 부동산 구입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특히 여윳돈 없이 부동산만 들고 있다가는 필요할 때 현금화하지 못해 큰 낭패 볼 수 있다.

4. 부동산은 가지고 있으면 큰 비용이 발생한다: 주택 가격이 오를 때는 전세살이의 불편함만 강조되고 주택 보유와 거래 등에 따른 비용은 무시됐다. 비용이 발생해도 그보다 더 큰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어서 그 정도 비용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때는 부동산 수수료와 취득세, 재산세, 부채 이자 등 각종 비용이 점점 크게 와 닿게 된다. 시대착오적인 이명박정부 때는 역주행했지만, 향후 한국의 복지지출 등은 늘어나는데 세원은 부족해 어떤 식으로든 자산에 대한 과세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 보유에 따르는 비용을 충분히 고려하기 바란다.

5. 소유보다는 활용의 관점에서 접근하라: 뉴타운과 재개발 재건축의 경우 나중에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투기적 욕심으로 빚을 잔뜩 지고 불편한 아파트에 들어가 산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투기적 욕심이 충족되는 시기는 지나갔다. 오히려 그 같은 집을 자비로 수리하고 리모델링하거나 많은 부담금을 낼 수밖에 없는 현실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제 대부분의 집은 소유해서 시세차익을 남기기보다는 자동차처럼 활용하는 내구재로 접근해야 하는 시대가 오게 된다.

6.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는 환상, 경기가 좋아지면 집값이 오른다는 환상을 버려라: 한국 언론의 잘못된 왜곡보도로 여전히 한국에서는 주택이 부족하고, 결국 집값은 길게 보면 오를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오산이다. 향후 급격히 진행되는 인구감소에 따른 부동산 구매력 감소로 이미 수도권 곳곳에서 예정된 물량만으로도 장기간 공급 과잉 상태가 지속될 수 있다. 또한 경기가 회복되면 집값이 오른다는 환상도 버려야 한다. 물론 경기 변동의 영향을 일정하게는 받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사람들은 5~10년 정도의 소득을 미리 당겨와 부동산을 사버린 상태다. 더구나 향후 인구 감소 시기와 맞물리는 대세하락기에는 경기가 일정하게 회복된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집값이 오른다는 환상도 버려야 한다.

7. 고점 때 가격을 기준점으로 판단하면 낭패 본다(잠재적 매수자의 경우): 집을 사려는 많은 이들이 2006년 말 또는 2008년 중반의 꼭짓점 가격을 심리적 기준으로 삼는다. 그때 못 샀던 사람들이 그때보다는 가격이 많이 떨어졌으니 이제는 집을 사도 되지 않을까 조바심 내는 경우가 많다. 아직 수도권 실거래가 기준으로 집값은 머리 꼭대기에서 어깨까지 내려온 정도밖에 안 된다. 장시간에 걸쳐 앞으로 발바닥까지 내려갈 일이 남았다는 뜻이다. 괜히 무리하게 집을 샀다가 추가로 집값이 더 떨어지는 경험을 하기 십상이다. 일본에서도 이 같은 착시효과 때문에 버블 붕괴 직후 집을 샀다가 이후 십수 년에 걸쳐서 집값이 몇 분의 1로 떨어진 지역이 수두룩하다. 정말 실수요인 경우에도 집값은 충분히 흥정한 다음 사라.

8. 호가와 실거래가를 혼동하지 마라(잠재적 매도자의 경우): 집을 파는 사람들은 자신이 샀던 과거의 가격이나 고점 때 가격을 자기 집 가격으로 생각하고 싶어 한다. 이미 5억 원 이상에서는 팔리지 않는 게 현실인데, 자신이 7억 원에 집을 샀으니 내 집값은 7억 원이라고 우기는 경우다. 그 집에서 계속 산다면 문제가 없지만 집을 처분하려 할 때도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곤란하다. 더구나 부동산정보업체 등에서는 집주인들의 기대가 담긴 매도호가에 근접한 시세를 게시한다. 그래서 더더욱 집주인들의 착각을 강화시킨다. 하지만 정말 팔 생각이 있다면 자신이 생각하는 가격과 실제 거래가격은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9. 거시경제 흐름을 모르고 부동산을 논하지 말라: 부동산 대세 상승기 때는 별 이유도 없이 올랐다. 사실은 투기 열풍이 불어 오른 것이지만 조그만 개발호재나 말도 안 되는 온갖 핑계를 갖다 대도 올랐다. 그래서 거시경제 흐름에 대해 전혀 모르는 채 땅만 보고 다니는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예측이 크게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대세 하락기는 다르다. 특히 막대한 가계부채를 동반한 부동산 거품은 조그만 경제적 충격에도 쉽게 흔들린다. 따라서 향후에는 경제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부동산에 접근해선 안 된다. 거시경제 흐름에 대한 이해는 건전한 가계경제를 꾸려나가는데도 필수적이다.

10. 언론의 거짓보도에 속지 마라: 누누이 이야기하지만 한국 언론 대부분은(심지어 정도는 약하지만 경향신문이나 한겨레신문의 부동산 관련 기사조차) 일반 가계 편이 아니다. 특히 부동산 문제에 관해서는 건설업체의 입장이나 부동산업계의 시각을 전달하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마라. 그들은 언제나 집을 사라는 메시지를 보내지만 거기에 현혹되면 평생 후회할지도 모른다.

 

많은 분들 성원에 힘입어 선대인경제연구소의 신간 <두 명만 모여도 꼭 나오는 경제질문>이 교보문고와 예스24, 알라딘 등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선대인경제연구소(www.sdinomics.com)는 앞으로도 일반인들의 도움에 되는 정직한 정보를 계속 생산하고 발신하겠습니다.

by 선대인 2013. 4. 13. 09:14

 

4.1 부동산대책이 나온 뒤 기득권 언론들은 부동산 가격이 곧 오를 것처럼 봄바람 살랑’ ‘시장 온기’ ‘훈풍등이라는 표현을 동원했다. 하지만 그 기사들의 구체적 내용을 읽어보면 대부분 매수세는 없는데 집주인들이 매도호가를 올리거나 언제든 취소할 수 있는 가계약만 늘어나는 식이다. 일부 언론 표현대로 종합선물세트라고 표현할 정도로 대대적인 부양책을 내놓은 것에 비하면 약발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이처럼 금방이라도 집값이 호들갑처럼 떠들었으나 현실이 따라주지 않자 다시 면피성 보도를 내놓고 있다. 예를 들면, 정부가 면적, 가격 기준 등을 허술한 대책에 한숨식의 제목을 단 보도를 내놓고, 국회 입법이 안 따라줄 가능성 때문에 사람들이 관망하고 있다고 핑계도 댄다.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이런 엉터리 선동보도를 하고 있으니 누가 한국 신문들을 신뢰하겠는가. 그렇다고 이들 신문들이 금방 선동보도를 멈출 기색도 없다. 아마 한동안은 집값이 오를 것처럼 계속 선동하는 보도들이 나올 것이다.

그런데 이런 왜곡 엉터리보도 때문에 일반 서민들이 입는 피해가 너무 크다. 지금 하우스푸어로 전락한 수많은 가계들도 결국 이들 언론들의 잘못된 선동보도에 혹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2009년 인천 청라와 영종신도시 등에서 상당한 분양열기가 생긴 것도 부동산광고에 목을 맨 이들 신문들이 바람잡이 역할을 한 측면이 상당히 작용했다. 그 당시 필자는 부동산 막차에 올라타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많은 이들이 무리하게 빚을 내 투기에 편승했고 결국 그들 중 상당수는 하우스푸어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처럼 상당수 언론들은 조금이라도 기회가 생기면 온갖 선동보도를 일삼을 가능성이 높다. 이럴 때일수록 일반인들은 이런 신문들의 선동보도에 현혹되지 않도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이런 부동산 투기 선동 기사에 낚이지않기 위한 10계명을 정리해보았다.

1. 기사에 나온 현장과 그 주변 상황이 맞는지 직접 확인해보라. 특히 집을 살지 말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면 기사에서 나온 현장 상황 전반을 충분히 파악해서 비교해보라. 기자가 현장을 충실하게 돌아보지 않고 중개업소 한두 군데에 전화하거나 부동산업계 등의 일방적 주장만을 듣고 그대로 옮기는 기사가 많다. 따라서 정말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라면 현장에 가서 정말 거래가 많은지, 거래가격이 호가인지 실제 거래가격인지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또 부동산중개업소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의 주민이나 다른 업종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현지 분위기를 물어보는 게 좋다.

2. 해당 기자가 그 동안 쓴 기사 이력을 검색해보라. 기사를 다년간 쓴 기자라면 그 동안 어떤 기사를 썼는지, 그 기사가 신뢰할 만한 기사였는지 찾아보라. 계속 건설업계를 대변하고, 엉터리 부동산 전문가들을 지속적으로 인용한 기자들의 기사는 경계하라. 드물지만, 신뢰할만하거나 최소한 균형감 있는 기자가 누구인지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신문사 안에서도 기자 성향에 따라 보도 태도는 큰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라.

3. 신문사뿐만 아니라 기사에서 전문가로 인용된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생각해보라. 예를 들어, 각종 부동산 투자자문 회사 또는 부동산 포털 관계자들이 어떤 식으로 돈을 버는지 생각해보라. 한국경제연구원이 전경련 산하이고, 건설산업연구원과 주택산업연구원이 각각 대한건설협회와 한국주택협회 부설 연구원이라는 것을 한국 언론은 대부분 밝히지 않는다. 이들은 주인의 이해관계에 반하는 주장은 절대 하지 않는다. 삼성, LG, 현대경제연구원 등 재벌계 연구소도 당연히 재벌 오너그룹과 주요 계열사이자 비자금 조성의 핵심 통로인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등의 이해에 반하는 주장을 하기 어렵다. 부동산 문제와 관련된 학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건설업체로부터 용역을 받거나 각종 공공공사 입찰의 평가위원으로 참여하므로 로비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서민의 입장에서 객관적인 사실을 말할 것이라고 속단하지 마라.

4. 엉터리 통계나 여론조사 결과를 활용하거나, 제대로 된 통계나 여론조사 결과라도 견강부회식으로 활용하지 않는지 의심하라. 예를 들어 부동산정보업체가 회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국민 여론을 대표하는 것처럼 포장하는 경우가 그렇다. 또는 여론조사 결과 각론은 다르게 나왔는데 제목을 그럴 듯하게 뽑아 언론사의 입맛에 맞게 포장하는 경우도 있다. 조사 방식, 표본오차, 신뢰구간 등도 밝히지 않고 일반인들을 오도하는 통계나 여론조사를 활용해 사람들을 선동하는 기사를 주의하라. 같은 통계라도 보여주는 방식에 따라 얼마든지 현실을 왜곡하고 호도하는데 악용할 수 있다.

5. 확정된 결과인지 건설업체나 부동산 중개업소 등 이해관계자들의 부풀리기 주장인지 구분하라. 예를 들어, 호가와 실거래가/ 청약률과 계약률을 구분하라. 신문 기사들의 상당수는 거래는 따라주지 않는데도 집주인들이 매도호가를 올린 것을 두가 집값 일주일새 3000만원 온랐다는 식의 제목을 뽑는다. 아무리 집주인들이 집값을 올려도 거래가 따라주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인가. 청약률과 계약률도 마찬가지다. 일반인들도 실제 계약하지 않더라도 우선 청약은 해보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청약은 고사하고 분양업체에 문의 전화가 늘었다는 사실만으로 금방이라도 거래가 확 늘 것처럼 전하는 기사들이 많다. 또는 언제든지 위약금 없이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가계약이 는 것을 두고도 부동산시장이 달아오를 것처럼 주장하는 기사들도 많다. 정부 대책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든 불안감때문이든 어떤 이유에서든 현 상황을 궁금해하거나 다른 이들의 반응을 보려는 사람들은 일시적으로 늘 수 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그 같은 사람들이 지금도 높은 집값을 끌어올릴 정도의 수요세력이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이런 확정된 결과로 이어지지 않은 기사에 주의하라.

6. 마지막 문장을 조심하라. 사실 기사라고 하더라도 기자가 교묘하게 자신의 결론에 동의하도록 기사를 끌고 갈 수 있다. 예를 들면, 집값이 오르고 내릴 것인지에 대해 상반된 의견을 각각 소개하는 기사를 생각해보자. 이 경우 기자는 A, B 두 사람의 견해를 다 소개하는 듯하지만 최종적으로 B의 코멘트로 마무리하면 많은 이들은 B의 견해를 결론으로 생각하게 된다.

7. 제목과 기사가 일치하지 않는다면 다시 생각해보라. 현재 한국 신문의 편집체제상 신문 기사의 편집제목은 취재 기자가 아닌 편집 기자들이 다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기자는 나름대로 균형 있게 기사를 썼는데 제목은 한 쪽의 주장만 담는 경우도 있다. 또는 기사의 톤은 상당히 유보적인데, 편집 기자가 제목을 선정적으로 뽑기 위해 한 방향으로 몰아가는 경우도 많다. 물론 기사와 제목이 모두 현실을 왜곡하는 경우일 가능성이 더 높지만 이런 경우도 있으므로 제목에만 좌우되지 말아야 한다.

8. 단기 국면만 보여주는 기사를 경계하라. 지금 같은 시기에는 멀리 넓게 내다봐야 한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인천 청라나 영종신도시 분양에서 문전성시를 이루었지만 2,3년 후 경기 침체가 계속되는 상황 속에서 물량폭탄이 쏟아져 이들 지역의 집값 하락이 극심해질 경우에 대해서는 보도하지 않았다. 2009년 부산, 대전 등 지방도시들의 주택시장에 대한 보도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식의 보도가 4.1부동산대책 이후 또 다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부동산 거래량을 소개하는 기사에서도 거래량이 바닥을 기는 상황에서 기자들이 전월 대비로 30% 증가했다는 식으로 기사를 쓰지만, 거래가 활발했던 2006년 이전에 비해서는 매우 낮은 수준임은 언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9. 일부 사례를 가지고 일반적 사례인 양 포장하지 않는지 조심하라. 한국 언론계의 한심한 격언 가운데 하나가 케이스 세 개면 기사 쓴다라는 게 있다. 기자가 쓰고자 하는 이른바 리드(머리 문장)’에 맞는 사례 세 개면 어떤 식의 기사도 쓸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학술보고서 등과 달리 대중을 상대로 하는 언론 보도에서 생생한 사례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데 큰 도움이 된다. 문제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경우다. 일반적 상황과 다른 사례 몇 개를 가지고 전반적인 상황을 완전히 호도하는 기사들이 많다. 특히 기자들은 사례들 가운데서도 자기가 전개하려는 기사의 리드에 맞는 사례들 가운데서도 가장 정도가 심한 것을 찾는 성향이 강하다. 예를 들어, 최근에도 4.1 대책 이후 일부 지역 아파트 미분양 물량에 대한 가계약이 늘어났다는 것을 근거로 전반적인 집값 상승 움직임인 것처럼 보도하는 경우가 있다. , 일부 여유자금을 가진 사람들 몇몇 사례를 가지고 현재도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것처럼 포장하는 경우도 문제다.

10. 언론에서 쓰는 상투적 용어가 적절한지 생각해보라. 예를 들어, 집값이 내리면 침체로 쓰면서 집값이 오르면 봄바람이라는 식의 표현을 쓰는 언론들이 많다. 마찬가지로 일부 언론에서는 높은 집값 상태에서 집값이 떨어지지 않는 것을 집값 안정이라며 긍정적 뉘앙스를 쓴다. 별 것 아닌 것처럼 여겨질지 모르나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이 같은 표현들이 사람들이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을 은연중에 규정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10가지 정도로 추려서 부동산 선동보도를 가려읽는 방법을 소개했다. 한국 언론이 이렇게 된 데에는 부동산광고 등 이해관계를 매개로 한 구조적 측면도 있지만,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고 부동산업계나 건설업계에 편향된 전문가그룹들에 의존하는 기자들의 행태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결국 큰그림을 볼 줄도, 전문성도 없는 기자들이 자신들에게 기사거리를 제공해주는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람들과 공생관계를 갖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기자들이 쓰는 기사들을 곧디곧대로 믿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더구나 이미 부동산 시장은 대세하락 흐름에 들어있어 이번 4.1부동산대책의 약발이 다하는 순간 더 가파르게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대다수 일반 가계들은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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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3. 4. 10. 10:06

 

어제 연구소 회원들을 위해 4.1부동산대책의 효과에 관한 보고서를 쓰려고 정부 보도자료를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그랬더니 언론보도에서는 잘 알 수 없었던 뭔가가 느껴졌다. 그것은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지만 폭락 가능성에 대한 공포였다.

 

보도자료 앞부분에 나온 정부의 상황인식부터가 그렇다. 정부는 국민은행 가격지수 기준으로 수도권 집값이 겨우 3.5% 가량 떨어졌다고 온갖 호들갑 떠는 대책을 내놓았다. 일부 기득권 언론에서 종합선물세트라는 표현까지 할 정도였다. 물론 이는 국민은행 주택가격지수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엉터리 호가 지수여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실제로 정부는 뒤이어 실거래가 기준으로 수도권 일부 지역별로 주택 가격이 고점 대비 20~30% 하락했음을 뒤이어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곧 죽어도 정부는 주택가격 급락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주장했다. 정부 주장대로라면 그토록 막대한 세제 혜택과 각종 공공기관을 동원하면서까지 부동산 가격을 떠받치기 위한 정책을 실시할 이유가 없다. 만약 정부가 정말 그렇게 믿는다면, 상황인식과 대책의 수위가 완전히 엇박자라는 점에서 이번 부동산종합대책은 말 그대로 코미디에 가깝다.

 

하지만 정부의 속내는 그게 아닐 가능성이 높다. 실은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하겠다는 자세가 각종 정책 수단과 목표 곳곳에 배어 있다. 먼저 필자는 그다지 동의하지 않지만, 그 동안 건설사들이 집값 하락을 부추긴다고 원성이 자자했던 보금자리주택의 분양 공급을 대폭 줄인 것을 들 수 있다. 보금자리주택 청약을 기다리는 수요가 적지 않음에도 연 7만호에서 2만호 수준까지 줄이겠다고 한 것이다. 정상적 사고방식을 가진 정부라면 공공분양 물량을 줄이면 공공임대나 공공전세를 늘리겠다는 얘기라도 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이 정부는 그런 소리도 하지 않고, 그린벨트를 해제해 만든 그 소중한 택지에 특화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등 자족기능 강화를 통한 수요창출을 추진하겠단다. 공공임대주택 공급으로 서민들 주거안정을 도모할 생각도 없고, 주택 공급을 줄이는 대신 정부가 주택수요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내겠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민간주택건설회사들에 대해서도 사업계획승인 후 의무 착공기간을 당초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고, 분양률 저하 등 사업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을 때는 주택 청약자들이 피해를 입든 말든 착공연기를 허용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민간주택 공급 속도도 최대한 조절하겠다는 것이다. 부동산 투기에 따라 오른 집값을 주택 공급이 부족해 집값이 오른다고 얼마 전까지 떠들었던 국토부가 이번에는 주택 공급이 과잉이어서 집값이 떨어지니 주택 공급을 줄여서 집값 하락을 막겠다는 것이다.

 

공급 감축 정책은 약과다. 세제나 금융, 청약제도 개선을 통한 수요 창출 정책으로 가면 그 같은 의도가 더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지금 이미 부동산시장에서는 빚을 내서 집을 살 사람들도 거의 다 사버려 더 이상 집을 살 사람들이 많이 남지 않은 상황이다. 그나마 남은 것이 여전히 소득여력이 부족한 젊은 층을 포함한 일부 무주택서민층이다. 또 한쪽은 상대적으로 숫자는 많지 않지만 여유자금을 가진 일부 자산가들이다. 사실 현재 주택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이들을 총동원해봐야 집값 거품을 떠받치는 것은 어렵다. 그럼에도 마른 수건 쥐어짜듯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부작용이 매우 심각하다. 전자는 아직 소득여력이 없어서 DTI, LTV 규제 등을 풀어서 빚을 왕창 내게 할 수밖에 없는데, 그 경우 집값이 하락하면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후자의 경우에는 세금 부담 등 투자에 대한 기회비용과 리스크를 최대한 줄여주는 특혜를 제공해야 한다. 주택 매입시 5년간 양도소득세를 전액 면제하고 주택수 산정에서도 제외하는 것 등이다.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 지원대책을 보면 더 가관이다. 이 대책들은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 지원대책이라는 포장을 둘렀지만 일반가계들을 위한 대책이라고 보면 곤란하다. 어떤 식으로든 급매물 출회를 막아서 집값 하락을 막거나 금융업체들에 피해가 돌아가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가 강하게 드러난다. 예를 들어, 3개월 이상 연체한 가계에게는 캠코가 부실채권을 매입해주고, 아직 연체를 하지 않은 경우에도 주택금융공사가 대출채권을 매입해 은행금리 수준의 이자율을 적용하되 최장 10년간 원금상환을 유예해주도록 한 것이다. 현재 정부는 5년째 주택담보대출 가계의 거치기간 만기를 연장하고 있다. 그래서 약 75%의 가계가 원금을 갚을 생각은커녕 이자만 내고 있는데도 집값이 가라앉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계속 진행되면 매년 원리금 만기 도래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하우스푸어들이 빚에 쪼들려 급매물을 내놓거나 그들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캠코와 주택금융공사로 하여금 잠재 부실을 떠안게 하겠다는 것이다.

 

주택연금 가입연령을 60세에서 50세로 대폭 낮춘 것도 그런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다. 이미 주택연금은 매년 주택가격이 3.3% 가량 상승한다는 장밋빛 전망에 기초해 디자인돼 있어 현재 주택연금 가입자에게 매우 후한 조건이다. 이미 주택금융공사의 잠재 부실이 최소 수천억 대로 추정될 정도로 현재의 주택연금 설계가 잘못돼 있다. 이런 마당에 하우스푸어의 상당수가 포진해있는 50대까지 대상을 확대할 경우 이들 가입자들의 잠재 부실을 주택금융공사가 추가로 떠안아주는 격이다. 이 또한 결국 하우스푸어들이 급매물을 내놓는 것을 공기업을 동원해 막아주겠다는 뜻이다. 물론 결국 부실이 발생할 경우 최종적으로 국민의 세금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

 

렌트푸어 대책이라고 내놓은 목돈 안 드는 전세대책도 마찬가지다. 지금도 전세 수요가 넘쳐나는 판에 정상적 상황에 있는 집주인들이 자기 집을 담보로 전세자금을 빌려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그래서 집주인들에게 소득세 비과세나 양도세 중과폐지, 재산세 및 종부세 감면 등 무리한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보통 전세소득은커녕 월세소득도 제대로 신고하지 않는 국내에서 이 같은 인센티브에 반응할 사람들은 하우스푸어 집주인들일 가능성이 높다. 결국 렌트푸어 대책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하우스푸어 집주인들에게 버틸 여력을 주는 대책에 가깝다.

 

이처럼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로 4.1부동산종합대책은 집값 떠받치기에 혈안이 된 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집값을 떠받치기 위해서라면 주거안정이란 가치들은 전혀 안중에도 없고, 소득여력이 없는 젊은층들을 제물로 삼는 짓도 서슴지 않는다. 하우스푸어, 렌트푸어 대책이라고 일반가계들을 걱정하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급매물 출회를 막고 금융권 부실로 이어지는 것을 막으려는 대책들뿐이다. 흔히 말하는 도덕적해이를 넘어 기득권 중심의 특혜를 제도화하는 수준이다. 그런데 이처럼 노골적으로 부동산 기득권을 수호하는 대책을 내놓는 이유는 바로 집값 추락을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즉 겉으로는 별 문제 없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지만, 이번 대책의 곳곳에는 집값 폭락 가능성에 대한 공포가 스며들어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정부의 대책이 실은 집값 폭락을 더 부추기거나 부동산시장 침체를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자산가치로 6500조원에 이르는 부동산시장의 가격 하락 압력을 이런 식의 정부대책으로 막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부동산시장의 하락을 3~6개월 정도 지연시키는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그 사이에 하우스푸어와 가계부채는 더 늘 것이고, 공기업들의 잠재 부실도 커질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기대를 걸었던 박근혜정부의 부양책도 통하지 않는다는 걸 시장에서 확인하는 순간 그 동안 지연됐던 가격 조정은 더 급격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식으로 가면 단기적으로는 몰라도 중장기적으로 한국경제에 돌아오는 충격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부동산침체가 경기 회복의 걸림돌인 것처럼 포장하지만, 실은 부동산거품에 돈이 묶이다 보니 생산경제에 돈이 돌지 않아 침체가 온 것이다. 지난 이명박정부에서만 5년 동안 292조원의 가계부채와 400조원 가까운 공공부채가 늘어났다. 그 부채의 상당부분이 부동산시장을 떠받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부동산가격을 떠받치기 위해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엄청난 기회비용을 이미 치르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높은 부동산가격 때문에 45%에 이르는 무주택서민을 비롯한 대다수 가계들은 자녀 출가와 노후 걱정으로 날밤을 지새고 있다. 대규모로 은퇴하는 베이비부머들은 높은 부동산임대료 때문에 고통 받고 있다. 부동산 거품으로 인한 고비용구조 때문에 한국경제 전반의 경쟁력도 떨어지고 있다. 더구나 땅값 집값이 뛰는 동안 사람값은 똥값이 되어 일자리가 줄고, 소득은 바닥을 헤매고 있다. 따라서 일자리와 소득이 중심이 되는 진정한 의미의 경제를 살려야 부동산시장도 살아날 수 있는 것인데, 지금 정부는 정반대의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부동산거품을 빼고 새로운 경제활로를 모색해야 할 판에 집값 거품을 떠받치기 위해 도저히 정상적 정부라면 해서도 안 되는 짓까지 가리지 않고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대책은 정말 그 의도가 사악한, 악랄한 대책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아래 조셉 스티글리츠의 글귀에 가장 부합하는 대책인 셈이다.

 

정치시스템이 부유층의 관점에 포획되어 있는 경우, 법률 및 규정은 부유층의 횡포에서 서민들을 보호하는 기능을 약화시킬뿐만 아니라 오히려 사회의 나머지 구성원들을 희생시켜 부유층의 부를 불려주는 방향으로 설계될 여지가 많다.(조셉 스티글리츠, 불평등의 대가에서)

 

 

선대인경제연구소에서 신간 <두 명만 모여도 꼭 나오는 경제질문>을 출간했습니다. 출간 직후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의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 책을 선대인경제연구소 웹사이트(www.sdinomics.com) 링크를 통해 사시면 좀 더 저렴하게 사실 수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연구소 공지사항 참조 바랍니다.

 

 

by 선대인 2013. 4. 6. 0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