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바닥권에 들어왔다”며 “2005년 하반기부터 가격이 폭등했던 소위 ‘거품’이 물가가 18% 가량 상승하면서 자연스럽게 빠진 상황”이라며 “정치·경제 등 변수가 있지만 향후 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조선비즈 9월 23일자, 부동산 전문가 5명 “4분기 실수요자들 주택 구매 최적기” 기사 가운데)

 

한국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아파트 실질가격 변동 추이상 아직 남아 있는 서울 아파트 가격 거품은 10% 안팎”이라고 23일 밝혔다. (중략) 김 소장은 또 주택순환 이론을 통해 “(아파트 가격이) 올해 연말에 바닥 국면을 지나 다시 가격 상승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데일리 9월 23일자 김선덕 소장 “서울 아파트값 거품 10%선” 기사에서)

 

최근 김선덕 소장이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실질 가격 기준으로 집값 거품이 거의 다 빠졌으니 이제는 집을 살 시기라는 요지의 주장을 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8.28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이 호가 위주로 일시 반등하자, 이 같은 흐름을 부추기는 선동적인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김선덕 소장은 필자가 방송 등에서 몇 차례 만나 토론을 나눈 적도 있던 사람이다. 그가 소장으로 있는 건설산업전략연구소는 주로 건설업체들을 대상으로 연구용역을 받아 건설업체들의 주장을 합리화하는 결과물들을 내놓는 것으로 큰 틀에서 건설업계나 부동산업계의 이해를 대변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와 그는 2011년 초 나란히 한 대형 건설업체의 요청으로 그 회사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향후 주택시장 전망을 강연한 적이 있다.  그 건설업체 입장에서 주택시장에 대한 회복 전망과 침체 지속 전망의 논리를 양쪽 다 접해보려 했던 것 같다. 필자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주택가격 거품이 심각한 상태이고 장기 대세하락기 초반으로 최소 몇 년 이상 부동산 침체가 지속될 것이니 무리한 건설사업을 벌이지 말고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같은 시기 김소장은 조만간 부동산시장이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던 사람이다. 하지만 이후 부동산시장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는 우리 모두가 익히 알고 있다.

 

이처럼 이미 부동산시장이 회복될 것이라는 주장이 여러 차례 틀린 적이 있는 김소장이 또 다시 ‘집값 거품이 거의 해소됐다”며 집을 살 적기라고 주장하고 여러 언론이 그의 말을 근거로 선동을 일삼고 있는 상황이다.

 긴 말 필요없이, 그가 주장하는 "집값 거품이 거의 다 빠졌다"는 판단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를 아래 <그림1>을 참고로 살펴보자. 그 동안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실질가격 기준으로 주택시장의 사이클 흐름을 보여준 것은 국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필자만 해온 작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실질주택가격으로 나타내면 부동산 시장 사이클이 뚜렷하게 나타나 ‘집값은 계속 오른다’는 부동산업계의 논리와 배치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실질주택가격을 기준으로 “집값 수준이 2005년 수준으로 돌아갔으니 집값 거품이 이제 거의 다 빠졌다”는 식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림1> 

주) 한국은행과 국민은행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하지만,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서울 아파트 가격을 보면 2005년 수준으로 모두 빠진 것도 아니지만, 2005년 수준으로 내려갔다고 해서 부동산 거품이 빠진 것이라고 볼 가능성은 거의 없다. 2000~2001년 정도까지는 외환위기 충격으로 지나치게 꺼졌던 부동산 가격이 제 자리를 찾는 과정이었다고 봐준다 해도 그 이후 주택 가격 상승은 분명히 적정한 수준을 넘어섰다고 봐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가계부채가 올해 2분기 기준으로 980조원 수준까지 올라왔을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즉, 현재 상황은 사람 신체에 비유하자면 겨우 머리 꼭대기에서 어깨 약간 아래 정도까지 내려온 수준에 불과하다. 최소한 무릎이라고 할 수 있는 2001~2002년 전후 수준까지는 내려가야 그나마 집값 거품이 빠졌다고 거론이라도 해볼 수 있는 수준이다.  더구나 전국을 기준으로 하면 최근 몇 년 사이 지방 부동산가격이 뛰어 여전히 고점 수준이다.

 

더 나아가 부동산 거품이 꺼졌다고 할 때는 단순히 집값이 하락한 것보다 집값 상승기에 부풀어오른 주택담보대출이나 가계부채 문제가 해소됐는지가 중요하다. 개인 가처분소득 대비 개인 부문 가계부채 비율이 2008년 133.7%에서 올해 1분기 현재 107.3% 수준까지 내려온 미국의 경우 주택 거품이 일정하게 빠졌다고 할 수 있지만, 같은 시기 145.7% 수준에서 163.8% 수준까지 오히려 비율이 급증한 한국의 경우 집값 하락세와는 상관 없이 오히려 부동산 거품이 부풀고 있다고 봐야 한다. 왜냐하면 부동산 거품 붕괴의 에너지는 바로 과도한 부채이기 때문이다. 이런 실태를 전혀 도외시한 채 집값 거품이 꺼졌다고 주장하며 “집을 사라”고 나팔을 부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객관적 전문가가 아니라 이해관계자일 뿐이다. 물론 일반 가계가 이 같은 왜곡된 주장에 현혹되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그림2> 

주)한국은행과 미국 FRB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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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3. 10. 1. 09:54

오늘 아침 MBC 손경제 전화 인터뷰 말미에 진행자가 '집 갖고 있느냐?'고 묻더군요. 전문가로서 사심 없이 부동산문제를 얘기하는데, 개인의 주택 소유 여부를 물으며 부동산 투자를 어떻게 했는지 묻길래 순간 불쾌했습니다. 

오늘 손경제 배정된 시간이 6분. 보통 다른 전화연결 10분보다 짧았습니다. 사전에 작가에게도 나는 6분 안에 충분히 설명할 자신 없으니 중요한 질문 두세 개에 답변을 길게 가자,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그만큼 중요한 문제이니 제한된 시간에 청취자들 모두에게 도움되는 정보를 더 묻고 답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 겁니다. 

부동산 문제와 그와 연관된 가계부채 문제는 단순히 집값 오르내리는 문제나, 개인의 투자 성패를 따지는 수준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국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적 문제인 거죠. 그런 문제에 대해 전문가로서 하는 얘기를 뜬금없이 개인의 주택 투자 여부와 연관지어 묻는다는 게 저는 정상이라고 생각되지 않는군요. 

물론 듣기에 따라서는 흥미성 질문 아니었느냐고 할 수 있겠는데, 제가 무슨 연예인도 아니고 전문가로서 말하는데 그런 흥미성 질문을 받을 이유가 없지 않나 생각됩니다. 제가 미국 유학 생활할 때 어떤 진지한 방송에서도 그런 짧은 시간에 그런 엉뚱한 가십성 질문 들어본 적 없습니다.

한국 언론이 그런 본질과 동떨어진 질문과 대답을 당연시하다 보니 일반인들도 그러려니 하는 모양인데요. 제대로 된 나라라면 결코 정상이 아닙니다. 당장 손석희앵커가 '시선집중' 진행할 때 중요한 문제에 그런 식의 질문을 했던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보통 이런 경우에 방송에 밉보이기 싫어서 이런 문제 제기 잘 안 하지만, 저는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관련 스탭들은 뭐 그렇게 까칠하냐, 하실 수 있겠지만, 저는 저 같은 사람이라도 있어야 그런 게 당연한 게 아닐 수 있구나 느끼는 계기를 만든다 생각합니다. 저는 앞으로도 그런 식으로 살 거고요.
세상에 저 같은 인간쯤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나, 그냥 자위해 봅니다.

심각해졌네요^^; 좋은 하루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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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3. 9. 26. 11:14

 

안녕하세요. 선대인입니다.

 

저희 연구소가 경제 불안이 심각해지는 시대에 많은 분들의 고민에 답하고자 <생활의 경제학> 앵콜특강을 준비해 9월 28일(토) 진행하는데요. 그동안 저희 연구소 신규 서비스 개편 이벤트 때문에 뒷전으로 밀려서인지 아직 이 좋은 특강이 마감되지 않았습니다. 6월에 먼저 들어보신 분들이 "수강료보다 최소 몇 배의 값어치가 있다"며 "다른 분들도 듣게 해달라"고 요청해 마련한 버전업 앵콜특강입니다. 

아직 180명 모집에 50명 정도 자리가 남아 있습니다. 현재 속도로 볼 때 일주일 이내에 마감될 가능성이 높으니 관심 있는 분들께서는 서두르시기 바라고요. 지난 번 특강 수강자분들의 반응을 근거로 자신있게 권해 드립니다. 

이 특강에는 '설득의 심리학' 국내 유일 공인 트레이너이자 기업 임직원들 대상으로 고가의 워크샵을 진행하시는 김호선생님께서 특별히 짧은 워크샵을 진행해 주시고요. 또한 여성분들의 뜨거온 호응 얻은 제윤경대표의 '소비의 경제학'도 인기 만점입니다. 이범선생님의 사교육비 줄이는 자녀 교육법과 저희 연구소 정남수팀장의 '저금리 저성장 시대의 노후대비' 강의도 많은 분들의 호평을 얻었습니다. 지난번 특강에서 가장 낮은 평점을 받은 저도 와신상담(?)해서 새로운 주제로 강연합니다^^(가계 상황별 주거문제, 어떻게 풀까?)

단순히 가정경제뿐만 아니라 인생을 새롭게 설계하는데 도움된다고 많은 분들이 말씀해 주셨습니다. 꼭 한 번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자세한 공지사항 보기
http://www.sdinomics.com/data/notice/525


이번 <생활의 경제학> 신청자에게는 '국내 주택시장의 현재와 미래'(7만7천원) 심층분석리포트 PDF판을 제공합니다. 이 보고서를 먼저 읽은 분들의 평 참고해 보세요. 

http://www.sdinomics.com/data/free/1161

by 선대인 2013. 9. 11. 10:42

펌 랜딩이란 표현을 알게 된 것은 두 달 전쯤이었다. 77일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착륙하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고 관련 기사에서 발견한 표현이었다. 그 기사는 소프트 랜딩과 하드 랜딩, 그리고 펌 랜딩에 관한 얘기였다.

 

국내 부동산경기와 관련해 자주 쓰는 용어가 연착륙경착륙이다. 이 용어는 원래 항공업계에서 쓰는 표현이다. 연착륙, 곧 소프트 랜딩(soft landing)은 비행기가 천천히 고도를 내리면서 부드럽게 착륙하는 것을 뜻한다. 승객들이 비행기 바퀴가 땅에 닿을 때의 충격을 별로 느낄 수 없는 편안한 착륙이다. 반대로 경착륙, 곧 하드 랜딩(hard landing)은 비행기 고도가 빠르게 떨어지면서 착륙할 때 비행기가 충격을 크게 받는 것을 뜻한다. 비행기가 경착륙하면 승객들이 큰 진동과 충격으로 놀라고 기체에 상당한 손상이 발생하게 된다. 이 용어들이 한 나라의 경기나 기업 경영상황의 하강 양상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표현으로 쓰인지는 오래됐다. 나도 부동산 거품 해소와 관련해 이들 표현을 자주 썼다. 그런데 연착륙으로도, 경착륙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나의 의도를 압축해서 표현하기 어려웠는데, 펌 랜딩이라는 표현을 접하는 순간 이거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펌 랜딩(firm landing)의 펌(firm)은 우리말로는 단단한’, ‘견고한과 같은 뜻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펌 랜딩은 한자어로 옮기자면 견착륙(堅着陸)’ 정도가 적당할 듯하다. 공교롭게도 견착륙의 자는 연착륙의 자와 경착륙의 자를 합성해놓은 듯한 발음이어서 우리말로도 그 의미를 잘 전달하는 것 같다. 우리는 연착륙을 가장 이상적인 착륙 방식으로 생각한다. 날씨가 좋고 공항 시설이 양호한 가운데 활주로 길이도 충분하면 부드러운 소프트 랜딩을 선택하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다. 하지만 날씨가 나쁘거나 활주로 길이가 짧을 때는 선택이 달라져야 한다고 한다. 고도를 조금 빠르게 떨어뜨리면서 거칠게 착륙하는 방법이 오히려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어 더 안전한 착륙법일 수 있다는 것이다. 펌 랜딩은 바퀴를 활주로에 강하게 부딪치고 타이어의 마찰력으로 최대한 빨리 감속해 활주 거리를 줄이는 것이다. 착륙 조건이 나쁠 때 무리하게 소프트 랜딩을 시도하면 속도가 빨리 줄지 않아서 오히려 미끄러지거나 활주로를 이탈하며 큰 사고를 내기 쉽다고 한다.

 

그동안 내가 부동산 시장에 계속해서 울려왔던 경고 사이렌을 주의 깊게 들어 왔던 분들이라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눈치 챘을 것이다. 정부와 기득권 언론은 부동산 시장이 경착륙하면 경제 전체에 미치는 충격과 피해가 워낙 클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면서 이른바 연착륙론을 내세워 건설업계나 부동산 부자들을 위한 갖가지 부양책을 쏟아내는 명분으로 삼았다. 이런 기조 속에 이명박 정권 5년 동안 20여 차례의 크고 작은 부양책들이 줄을 이었고, 박근혜 정부의 4.1 부동산 종합대책이나 전월세대책으로 포장한 8.28 집값 띄우기대책도 그 연장선상에서 나왔다.

 

그러나 결국 4.1종합대책은 두 달 천하로 끝났고, 8.28대책 또한 비슷한 궤적을 보일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연착륙이 불가능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연착륙을 부르짖는 사이 가계부채는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늘어났다. 2004470조원 정도에 불과했던 가계부채 총액은 올해 2분기 980조원을 기록해 두 배 넘게 늘었다. 올해 4.1종합대책이 나온 뒤 2분기에만 16.9조원의 가계부채가 늘었다. 지난 5년동안 가계부채가 늘어온 속도로 계속 가계부채가 늘면 박근혜정부 임기말인 2017년쯤에는 1218조원에 이르게 된다. 이런 식으로 정부는 연착륙을 열심히 부르짖었지만, 오히려 길게 보면 경착륙의 가능성을 키운 꼴이다.

 

지금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날씨와 활주로 여건으로 볼 때 소프트 랜딩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부동산 정책의 조종간을 쥐고 있는 기장이 공항 위를 선회하면서 여건이 좋아지기만을 기다리고(또는 기도하고) 있는 꼴이다. 온갖 잔꾀를 부려서 소프트 랜딩을 시도해 봤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연료는 점점 바닥 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기상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확률은 낮지만, 자칫 잘못하다가는 연착륙은커녕 경착륙을 넘어 불시착(crash landing)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한국 부동산의 연착륙 기회는 이미 오래 전에 물 건너갔다. 노무현 정권 초기인 2003~2004년 상반기까지가 아마도 연착륙을 시도해볼 수 있는 마지막 시기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당시 노무현정부가 초기의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계속 밀고나가며 착실하게 거품을 빼나갔더라면 지금 같은 위기감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당시에도 재벌계 연구소와 건설업계 산하 연구소 및 금융권 연구소, 그리고 기득권 언론 등을 중심으로 이대로 가면 일본처럼 경착륙할 수 있다며 부양책을 주문했다. 노무현정부는 주춤했고, 결국 이헌재 재경부-강동성 건교부 장관을 투톱으로 내세워 강력한 건설 및 부동산 부양책을 썼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이름아래 기업도시, 경제자유개발구역 등을 곳곳에 지정했고, 골프장 무더기 증설 정책을 추진했다.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은 한국판 뉴딜이라며 대규모 토건 사업으로 이뤄진 추경을 편성했다. 이어 서울 강북 집값 띄우기 사업인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의 뉴타운사업을 한나라당과 손잡고 초당적으로 법제화하는데 앞장섰다.

 

그렇게 해서 2005~2006년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2차 폭등이 일어났고, 연착륙 기회는 물 건너가고 말았다. 전세계적인 유동성 확대에 따른 자산 거품이 커지는 추세였지만, 노무현정부가 초기의 견결한 자세만 유지했더라도 2~3년 정도만 고생하면 부동산 거품을 해소할 수 있었을 것이다. 2004년 가계부채 규모가 470조원 수준으로 지금의 절반에 불과했다는 점만 생각해보라.

 

노무현정부는 부동산 거품을 빼겠다는 의지라도 있었지만, 이명박 정부는 부동산 거품을 떠받치는데 올인한 정부였다. 미국을 중심으로 전세계의 부동산 거품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면서도 열심히 역주행했다. 2008년 말 일시 빠졌던 집값조차 4대강 사업 등 각종 토건 및 부동산 부양책에 힘입어 2009년 말까지 고공비행했다. 물론 이후에는 대세하락 흐름이 완연해져 온갖 부양책을 퍼부어도 약발이 먹히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러는 과정에서 이명박정부 5년 동안에만 공공부채 400조원과 가계부채 290조원 가량이 새로 늘어나 이제는 웬만한 충격을 감수하지 않고는 부동산 거품을 뺄 수 없는 지경까지 왔다. 그런데도 박근혜정부는 예의 연착륙을 부르짖으며 부동산 거품을 키우는 길을 답습하고 있다. 20131분기 잠시 줄어드는 듯했던 가계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이 4.1부동산 대책으로 2분기에 급증한 것이 이를 여실히 입증한다.

 

지금 정부는 부동산 연착륙이 불가능한데도, 무리하게 연착륙을 시도하면서 오히려 경착륙 가능성을 키우는 모양새다. 단기적으로는 일정한 충격을 받더라도 지금 국내 부동산 시장은 펌 랜딩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때다. 그나마 펌 랜딩의 기회도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정부와 토건족들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한국 부동산이 착륙해야 할 공항의 기상 상태는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그나마 비행기가 하늘에 떠 있는 것도 가계부채라는 아주 위험한 폭탄을 연료로 태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곧 바닥을 드러낼 것이다. 이대로 가면 머지않아 비상착륙 말고는 선택할 여지가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점점 가까이 몰려오는 경제 참사의 먹구름 앞에서 나는 계속 강한 경고음을 울릴 수밖에 없다. 기적적으로 날씨가 맑아지기를 바라면서 연착륙에만 집착하는 기장만 넋 놓고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같은 비행기를 탄 승객들이 사태를 직시하고, 다가올 충격에 대비하도록 최소한의 노력은 해야 한다. 더 나아가서 기장에게 더 늦기 전에 펌 랜딩을 시도하라고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

 

잘 알다시피 지난 몇 년 사이에 부동산시장과 대중들의 인식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하지만 국토교통부, 건설업계-부동산업계, 기득권언론, 부동산 관련 학자와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생각은 놀라우리만치 변화가 없다. 그들은 여전히 집값 상승을 염원(?)하며, ‘부동산시장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는 이데올로기를 더욱 다져가고 있다. 그리고 계속 정책과 언론을 장악함으로써 나라의 진로를 오도하고 있다. 내가 보기에, 이들은 역설적이게도 자신들의 이익을 사수(?)하기 위해 점점 부동산시장을 장기침체와 경착륙의 수렁으로 끌어가고 있다. 그 결과는 결국 그들에게도 좋은 게 아니겠지만, 정말 문제는 대다수 국민들과 이 나라의 미래에도 좋은 게 아니라는 점이다. 이제라도 정책 당국자와 언론, 일반가계가 펌 랜딩이라는 제3의 선택이 현재로선 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점을 깨달아주기를 바란다. 그나마 펌 랜딩 기회도 얼마 남지 않았단 말이다!

 

 

이미 많은 분들의 호평을 받은 <생활의 경제학> 버전업앵콜특강! 선대인경제연구소가 일반가계의 고민을 덜어드리고자 마련한 행사입니다. '국내 주택시장의 현재와 미래' 심층분석보고서(7만7천원) 무료 제공합니다. 이번 주 마감 예정.

 

http://www.sdinomics.com/data/notice/525 

 

 

 

by 선대인 2013. 9. 10. 10:44

지금의 전세난을 풀려면, 무엇보다 여전히 너무 높은 집값 거품을 빼야 한다. 그런데도 박근혜정부는 이번 ‘8.28대책’을 통해 전월세대책이라는 핑계를 대매 ‘집값 떠받치기’ 대책을 내놓았다. 심각한 역주행이다. 왜 지금의 전세난을 풀려면 집값 거품을 빼야 하는지 알려면 지금 전세가가 뛰는 이유부터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부동산 대세하락기에 접어들면서 전세시장 안에서 전세 수요는 늘어난 반면 전세 공급은 줄어든 때문이다. 우선, 수요 측면을 보면 주택 매도 후 전세로 전환하거나 매입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일시적으로 전세수요가 크게 늘어났다. 특히 집값이 떨어지면서 전세 수요가 전세보증금 확보에 문제가 없는 ‘안전한 전세’ 수요로 집중되었다. 반면 전세 공급은 확 줄었다. 부동산 부양을 위한 정부의 인위적인 저금리 기조 속에서 수입을 올리거나 은행 이자 부담을 만회하기 위해 월세 또는 보증부월세로 전환하는 집주인들이 크게 늘어났다. 당연히 월세 또는 보증부월세는 늘어나고 전세 물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특히 집주인들이 대부분 빚을 잔뜩 안고 있다 보니 보증금을 떼일 염려가 없는 ‘안전한 전세’ 공급은 매우 드물었다. 이러다 보니 ‘안전한 전세’가 주식시장의 블루칩처럼 전세 가격의 기준이 돼 전세값이 계속 상승하는 악순환이 벌어진 것이다.

 


물론 서울이나 경기도 지역의 경우 뉴타운 재개발에 따른 이주 수요가 국지적으로 영향을 미친 지역도 있고, 세종시처럼 행정복합도시 이전에 따른 수요 증가로 전세가가가 상승한 경우도 있다. 또한 대구, 경북처럼 뒤늦게 주택 매매가가 오르면서 전세가가 연동해 조정되는 경우도 있다. 한편 정부의 전세자금 지원이 전세시장의 유동성을 증가시켜 높은 전세값을 지탱하는 역할을 하고, 언론의 선동보도와 이에 편승해 차입비용을 줄이려는 집주인들의 전세가 끌어올리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 몇 년 동안 상당수 언론들은 전세가 상승은 전세시장 내 수급 미스매치가 아닌 주택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증거라고 주장했지만, 이는 이미 국토교통부마저 ‘주택 공급 과잉’ 상태를 인정할 정도로 명백한 오류임이 드러났다. 반면 우리 연구소는 최근의 전세난은 주택공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부동산 대세하락기에 접어들면서 전세시장 내에서 벌어지는 미스매치 현상임을 초기부터 설명했다. 오히려 전세가의 상승세는 집값이 과거처럼 상승하기 어렵다는 잠재 수요자들의 전망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집값 하락의 전조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주택시장의 패러다임이 변하는데도 정부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주택 가격을 억지로 떠받치는 기조로 일관하기 때문에 시장 교란이 일어나면서 불똥이 전세시장으로 튀어 계속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이에 더해 현재 전세가가 오르는 것은 임차인을 보호하는 법제가 미약해 임차인에 비해 임대인이 지나치게 우월적 지위를 가진 가운데 언론의 과장 보도를 기준점으로 삼아 집주인들이 자신들의 부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앞다퉈 전세가를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언론들의 과장 보도가 ‘기준점 설정 효과’ (anchoring effect. 협상이나 거래에서최초 기준점이 설정되는 수준에 따라 최종 협상이나 거래 결과가 연동돼 높아지거나 낮아지는 효과를 일컫는다)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주택가격이 본격적으로 하락하면 전세가도 떨어지게 돼 있다. 이는 크게 세가지 이유 때문에 그렇다.

 

첫째, 주택가격이 충분히 하락해 예를 들어, 5억 원이던 집값이 3억 원으로 하락했다고 하면 소득 여력이 있는 서민들부터 주택을 사지 마라고 말려도 사게 될 것이다. 정부나 건설업계가 그토록 소원하는 ‘전세수요의 매매수요 전환’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것이다.

 

둘째, 주택 매매가는 전세가의 기준점이 되는데 주택 가격이 본격적으로 하락하면 전세시장의 병목현상이 풀리면서 전세가도 매매가에 연동해 하락하게 되기 때문이다.

 

셋째, 현재 전세시장에서는 유효한 전세 공급, 즉 보증금을 안전하게 확보할 수 있는 ‘안전한 전세’가 턱없이 부족해 전세가가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정부의 부양책에 기대 빚 많은 집주인들이 손절매를 하지 않고 부채 조정을 미루기 때문이다. 집값이 본격적으로 하락하면 부채를 감당할 수 없는 집주인들의 손절매나 금융권의 경매 처분 등을 통해 손바뀌임이 일어나면서 부실을 털어낸 ‘안전한 전세’가 대량 공급되면서 전세가가 하락하게 된다.

 

이처럼 정부가 부동산시장의 가격 조정 압력을 교란하지 않고, 가계의 부채 다이어트를 적극 유도하면 지금 생기는 전월세난 문제는 상당 부분 풀리게 된다. 그런데 그 같은 시장의 가격조정을 정부가 나서서 가로막으니 주택시장 침체는 길어지고, 전월세난으로 서민들의 고통은 더욱 가중될 뿐이다. 물론 주택 가격이 폭락하면서 금융시스템 위기로 치닫는 것은 최대한 막아야 하지만, 지금처럼 집값 떠받치기로 일관하는 정책은 문제만 악화시킬 뿐이다. 따라서 정부의 근본적인 태도 전환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지금처럼 부동산업계나 건설업계, 다주택자 등 부동산 부자들을 위해 억지로 집값을 떠받치려는 시도는 서민들의 고통만 낳을 뿐이다. 지금이라도 집값이 일정한 수준까지 하락하도록 하는 것이 서민들의 전월세난을 완화하고 인구감소 및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걸맞은 주택정책을 마련하는 첫 걸음이다.

 

물론 정부의 다양한 공공주택 정책도 필요하다. 10~35% 수준인 OECD국가들의 공공임대 주택비중에 비해 형편없이 적은(4% 수준) 국내 공공임대(전세주택 포함)주택 비중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여기에서 자세하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공공임대 공급 재원은 국민의 노후안정을 목표로 하는 국민연금의 자금을 활용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또한 유럽 등에서 활발하게 공급되는 협동조합주택 공급 등을 늘려 주택 수요자의 다양한 욕구에 맞추면서도 지금보다 저렴한 가격에 쾌적한 주거생활을 누릴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공공임대주택과 조합주택 등을 획기적으로 늘리면 그 자체로 서민 주거 안정을 도모하면서 ‘가격 안정화 장치(price stabilizer)’ 역할을 하는 공공임대주택 재고를 갖게 돼 민간 임대료의 가격 급변동을 견제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이런 상황에서 계약갱신요구권과 임대료 상한제는 임차인의 취약한 지위를 강화하고, 언론들의 무분별한 보도와 이를 신호로 한 집주인들의 ‘기준점 설정효과’를 제어해 임대료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임대인에 비해 임차인의 협상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힘의 비대칭성을 해소한다는 점에서도 전월세 상한제는 원칙적으로 필요하다. 다만 임대가격 파악 및 임대료협의기구 등 임대료 상한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기초 인프라구축이 병행돼야 한다.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하되 이 같은 제도가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전월세 가격 파악 및 임대료협의기구 등 제도적 인프라를 착실히 갖추는 한편 전월세 자금 대출은 최대한 자제하면서 오히려 저소득층을 위한 주거 바우처제도 등 서민 주거복지를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이명박정부는 오히려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줄이고 분양용, 매매용 주택을 대대적으로 짓는 보금자리정책을 펼쳤다. 박근혜정부도 더 나을 게 없다. 8.28대책으로 ‘전세 살기 서러우면 빚 내서 집 사라’는 걸 전월세 대책이라고 내놨으니 말이다. 하지만 전월세대책이라는 미명 아래 집값 떠받치기로 일관한 이번 대책 역시 부동산 가격 하락을 막는 데는 거의 아무런 효과도 없을 것이다. 물론 가계 소득 대비 지나치게 높은 집값을 떠받치고 실효성 있는 전월세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서 전월세 가격이 안정되기를 바라는 것도 어렵다. 결국 전월세 서민들의 고통은 한동안 가중될 수밖에 없겠지만, 이미 전세가격도 오를 만큼 오른 상황이어서 정부 정책과는 별개로 2010~2011년과 같은 전세가 폭등세가 재연될 가능성은 낮다고 봐야 한다.

 

다만, 지금이라도 정부는 위험하고 무모한 ‘폭탄 돌리기’ 대책을 중단해야 한다. 지탱할 수도 없는 부동산 거품을 억지로 유지하려고 전월세 세입자까지 제물로 삼기보다는 적극적인 가계부채 다이어트를 유도하면서 점진적으로 부동산 거품을 빼나가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충격이 있을 수 있으나 그렇게 해야 부동산 거품에 묶여 있던 돈들이 생산경제로 흘러가면서 한국경제가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 있다.

 

 

선대인경제연구소가 모처럼 마련한 특별이벤트가 오늘(9월3일) 종료됩니다.  sdinomics.com/data/notice/959

by 선대인 2013. 9. 3. 10:12

 

정부가 어제 8.28 전월세대책을 내놓았다. 전월세대책이라는 포장을 둘렀으나, 역시나 또 한 번의 집값 떠받치기 대책이었다. 정부가 어제 내놓은 보도자료에서 정부는 크게 네 가지 대응방안을 내놓았는데, 첫 번째가 주택시장 정상화---> 전세수요의 매매전환 유도였다. 아예 대놓고 집 사게 하겠다는 대책을 전월세대책의 첫 번째로 내세운 것이다.

 

정부는 다주택자 등 양도세 중과 폐지, 분양가상한제 신축 운영, 수직 증축 리모델링 허용 등 4.1대책 후속조치를 조속히 마무리하는 한편 취득세율을 주택 시가 구간별로 1~3% 수준으로 현행보다 영구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또 장기 주택모기지에 대한 소득공제를 확대하고, 국민주택기금에서 근로자/서민의 구입자금 지원을 다시 확대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여기까지는 기존에 나왔던 대책들을 재확인하거나 지원 규모 등을 확대하는 수준에 그친다.

 

그런데 이것으로도 모자라 정부는 수익공유형 모기지손익공유형 모기지라는 기상천외한 방안도 내놓았다. 국민주택기금에서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1%대의 낮은 금리로 20년 정도의 장기간에 걸쳐 모기지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저리로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는 무주택자가 주택을 사서 나중에 평가차익이나 매각차익이 발생할 경우 주택 매입자와 수익을 공유하거나 손실과 이익을 함께 공유하겠다는 것이다. , 무주택자가 주택을 매입해 향후 차익이 발생하면 자신이 가져가는 몫이 줄거나 또는 정부와 손실과 이익을 공동 부담하는 구조가 된다. 집값 차익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고 손실 가능성이 큰 시대에 정부가 든든히 받쳐줄 테니 안심(?)하고 집을 사라는 메시지인 셈이다.

 

무주택자가 물가상승률이나 시중금리보다 매우 낮은 금리로 자금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니 얼핏 보면 많은 무주택자가 혹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정말 정부를 믿고 마음 놓고 집을 사도 될까. 우선, 해당 자격이 되고 어차피 조만간 집을 살 계획을 갖고 있던 사람이라면 최대한 이 제도를 활용하는 게 좋아 보인다. 시중의 어떤 주택자금 대출보다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을 살 계획이 없었던 사람이 무리하게 이 모기지대출과 다른 대출까지 얻어 집을 사려고 한다면 좀더 신중하기를 바란다. 필자가 누누이 주장하듯이 향후 집값 하락 리스크의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아무리 금리가 낮다 하더라도 빚은 빚이기에 일정한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데, 집값이 한 번 하락하게 되면 단순히 이자 부담 조금 적어진다고 해서 만회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집값이 실질 가치(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가치)로 향후 5년간에 걸쳐서 30% 떨어지게 되면 매년 시중의 다른 주택자금 대출 금리보다 매년 2~3% 이상 이득을 본다고 해서 30%의 집값 하락을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개별 가계 차원을 넘어 주택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어떨까? 상당수 신문들은 이 제도 도입으로 주택시장이 상승세로 전환하는데 꽤 도움이 될 것처럼 말하지만, 넌센스에 가깝다. 4.1부동산 대책 직후에도 그렇게 주장했지만, 두 달도 채 약발이 가지 않았던 점을 상기하기 바란다. 이미 여러 차례 설명한 바 있듯이 980조원의 가계부채를 동반한 부동산 거품, 자산가치로 6500조원이 넘는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기에는 이 정도 대책으로는 턱도 없다. 정부가 신종 모기지대출에 투입하겠다는 자금 규모가 겨우 3천억원으로 호당 1억원씩 약 3천 호 정도의 주택 매입을 지원하겠다는 것인데, 이 같은 규모는 부동산시장이라는 물이 가득찬 욕탕에 물 한 숟가락 더 넣는 정도밖에 안 된다.

 

왜 그럴까. 지난 4.1부동산종합대책으로 2분기 동안에만 약 16.9조원의 가계부채가 늘어났지만, 주택 시장은 두 달 천하에 그치고 말았다. 그런데 겨우 3천억원 정도 자금 투입으로는 집값 떠받치기에 거의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또 그 같은 모기지 자금 지원으로 발생할 3천호의 주택 거래량은 2011년과 2012년의 연간 주택 거래량 평균 60.4만 가구의 0.5%에 지나지 않는다. 더구나 그 주택 거래량은 상당 부분은 그 같은 주택 자금이 없었어도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 정부의 각종 주택구입자금 지원을 따져봐도 추가로 1~2조원 정도 더 느는 금액인데, 이 정도로는 부동산시장을 움직이게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정부는 추이를 봐가며 내년에는 그 같은 대출액을 더 확대하겠다고 하지만, 임대주택건설 지원 등 국민주택기금의 용도가 많은 부분 정해져 있고, 주택 가격 하락세가 가속화될 경우 기금의 부실화 우려 때문에 무작정 확대되기도 어렵다.

 

기껏해야 주택구입자금 지원을 받아 주로 상대적 저소득층인 대상 가구들이 매입하게 될 2, 3억원 이하 소형 아파트의 하락세를 조금 막는 정도에 그칠 것이다. 취득세 영구 인하의 효과를 이야기하지만, 그것은 지난 번에 필자가 쓴 글에서 밝혔듯이 아무런 거래 진작 효과가 없다. 5억원 하는 아파트에서 1% 할인해준다고 집을 사려는 사람이 누가 있나.

 

이처럼 정부가 집값 떠받치기로 일관한 이번 대책 역시 부동산 가격 하락을 막는 데는 거의 아무런 효과도 없을 것이다. 물론 집값을 떠받치면서 전월세 가격이 안정된다는 것도 넌센스에 가깝다. 미친 집값을 바로잡거나 미친 전세값을 해소할 생각은 없이 어떻게 하면 미친 집값을 떠받쳐줄까 궁리하면서 나온 것이지만, 이번 대책도 아무런 실효 없이 무위로 돌아갈 것이다. 정부가 이번 대책이 전월세대책이라고 포장하기 위해 구색용으로 내놓은 주거바우처나 저소득층 저가 임대 보증금 우선변제권 확대도 생색내기 수준에 불과하다. 정말 정부가 진정으로 저소득층 주거복지에 관심이 있다면 주거 바우처 제도를 내년 10월에나 도입하고, 예산 규모도 밝히지 않는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전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기상천외환 정부 보증 모기지제도까지 도입하는 그 꼼꼼함(?)에 비춰보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게 정부의 속내라는 것이다.

 

결론을 내자. 이번 대책은 지금까지 정부가 계속 그래왔듯이 기본적으로 부동산업계나 건설업계의 관점에서 정책을 내놓고 있음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전월세대책이라면서 제대로 된 전월세대책은 없이 매매 유도 대책만을 내놓는 등 논리적으로 최소한의 일관성도 보여주지 못했다. 부동산업계나 건설업계의 민원을 대변한다는 이해의 일관성만 시종일관 관철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 쌓여 있는 막대한 가계부채와 부동산 거품을 생각한다면 정부의 대책은 결국 심각한 가계부채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폭탄을 키울 뿐 집값 하락을 막지도 못하고 전월세 세입자들의 고통만 키울 뿐이다.

 

지금처럼 집값 떠받치기로 일관하는 정책은문제만 악화시킬 뿐이다. 따라서 정부의 근본적인 태도 전환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집값이 일정한 수준까지 하락하도록 하는 것이 서민들의 전월세난을 완화하고 인구감소 및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걸맞은 주택정책을 마련하는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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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3. 8. 29. 09:59

 

8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3 2/4분기중 가계신용(잠정)’ 자료에서 올해 2분기 말 현재 우리나라 가계부채(가계신용 기준)가 역대 최고수준인 980조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 1분기 가계부채 963.1조원에 비해 16.9조원이 늘어난 것이다. 2분기 동안 늘어난 가계부채 16.9조원은 눈 여겨 봐야 한다. 지난해 4분기 963.8조원까지 늘어났던 가계부채가 올해 1분기 963.1조원으로 미미하지만 감소했는데, 다시 한 분기 만에 급증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림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지난 10년간 국내 가계부채는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왔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극심한 내수침체 속에서도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은 한국경제가 사실상 빚에 의해 유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림1>

) 2013년 2분기까지는 한국은행 자료. 이후는 선대인경제연구소 추정치임

 

국내가계부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주택담보대출이며, 부동산경기가 급락하거나 부동산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은행부문 역시 심각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음을 나타낸다. 그런데 2008년 세계적 경제위기 이후에도 주택담보대출과 가계대출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정부의 지속되는 부동산 부양책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지하듯이 이명박 정부는 27차례에 걸쳐 크고 작은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남발했으며, 이 같은 기조는 박근혜 정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부양책을 내세우면서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부동산 부양책을 남발해온 결과 이명박정부에서만 약 290조원의 가계부채가 늘어났다. 이는 노무현정부 5년간 부동산 활황기 때 늘어난 가계부채 증가액 202조원을 훨씬 넘어서는 수준이다. 억지로 빚을 내 집을 사게 하고, 이자 부담에 허덕이는 가계의 부채 다이어트를 유도하기는커녕 늘어난 이자 부담을 다시 신용대출 등으로 돌려막기 하도록 유도한 결과다.

 

주택대출을 중핵으로 한 가계부채가 부동산 거품 붕괴의 화약고라고 본다면, 연착륙대책이라는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부동산 거품의 화력을 키우는 경착륙 유도책이었던 셈이다. 박근혜정부가 4.1부동산대책을 내놓은 뒤 올해 2분기에 가계부채가 16.9조원 늘어난 것도 정확히 그 같은 측면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도 박근혜정부는 이명박정부에 이어 가계부채를 폭증시키는 부동산 부양책 기조를 바꿀 생각이 없어 보인다.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 정부의 전월세 대책도 전세 수요를 매매 수요로 전환한다는 박근혜대통령의 발언에 비춰볼 때 사실상 부동산 부양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 가계부채 다이어트를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할 때이지만, 주택대출로 모자라 전세 대출 한도까지 팍팍 늘리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이 정부에서도 가계부채는 계속 늘 가능성이 높다.

 

만약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한국정부가 지속해온 부동산 부양책 기조가계속 유지되고 가계부채가 늘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정확히 5년 전이자 글로벌 금융위기가 폭발하기 직전인 2008 2분기 가계부채는 698.2조원이었다. 이후 올해 2분기까지 5년 동안 가계부채는 매 분기 13.24조원 가량이 꾸준히 늘어났다. 같은 시기 주택대출은 299.7조원에서 406.8조원까지 늘어나 매 분기 5.36조원 가량 꾸준히 증가했다. 만약 향후에도 매 분기 평균 이 정도 속도로 가계부채가 늘어난다고 가정하면, 올해 4분기말에 가계부채는 1006.5조원으로 1000조원을 돌파하게 되고 박근혜정부 임기 말인 2017 4분기에는 1218.5조원 수준에 이르게 된다. 주택대출은 20174분기 503.0조원에 이르게 된다.

 

박근혜정부에 묻고 싶다. 임기말 가계부채 1218조원, 감당할 수 있나? 박근혜정부를 떠나 우리 국민이 더 이상 과거처럼 성장하지 않는데 그 엄청난 빚더미를 감당할 수 있나? 2008년 말 이후 90% 이상의 주택대출의 만기를 계속 연장해주고 가계의 70% 이자만 내는데도 부동산 가격이 추락하고 있는데 주택대출 만기 도래액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5년 후 정말 감당할 수 있나? 사람이 아메바가 아닌 이상 지금 정부가 연착륙대책이라는 포장 아래 내놓는 대책은 실은 매우 위험하고 무모한 폭탄 돌리기대책일 뿐이다. 제발 이제는 정부가 지탱할 수도 없는 부동산 거품을 억지로 유지하려고 가계를 제물로 삼기보다는 적극적인 가계부채 다이어트를 유도하고 점진적으로 부동산 거품을 빼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고 지금 같은 기조를 유지한다면 몇 년 안에 한국경제는 재앙 같은 상황을 맞게 된다. 박근혜정부야 당장 부동산업계나 건설업계, 부동산 다주택자 등 자신의 지지기반의 요구에 영합하는 정책을 쓴다고 쳐도 이 나라 백성들은 무슨 잘못이 있나?

 

 

*참고로, OECD가 국제비교를 위해 권고하는 가계부채 기준에는 가계신용에 자영업자와 비영리단체의 부채가 포함되지만, 우리나라는 가계신용만을 가계부채로 간주하고 있다. OECD의 기준에 해당하는 한국은행 자금순환표 상의 가계 및 비영리단체항목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이미 2010년 말에 1,000조원을 넘었으며 2013 1분기 말 현재 1,157조원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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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3. 8. 27. 13:34

 

현재 주택 가격은 소득이나 물가 상승수준에 비해 매우 높다는 점은 거의 대부분 가계가 체감하고 있고 지표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지나치게 부풀어오른 ‘미친’ 주택 가격은 어떤 식으로든 정상적 수준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 같은 주택 가격이 조정되는 시장의 가격조절 메커니즘을 교란하며 온갖 부양책을 남발했다. 2008년 이후 약 400조원의 공공부문 부채를 늘려 직간접적으로 건설 및 부동산 부양에 쏟아부었다. 저금리 정책과 가계대출 상환 만기 연장, 재건축 규제 완화, 각종 부동산세 감세 등 온갖 제도적 부양책도 아끼지 않았다. 그에 비하면 진짜 서민들이 겪고 있는 전세난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하는 태도가 역력했다. 오히려 전세난을 방치하며, “서러우면 집을 사라”는 식의 태도를 보여왔다. 그나마 최근 박근혜대통령의 주문에 움찔하며 대책을 논의하고 있지만, 그 대책이라고 논의되는 것들이 모두 무주택서민들이 아닌 부동산 다주택자나 건설업계 등을 위한 대책이다.

 

 

더구나 주택건설업체들의 부설 연구소나 상당수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언론들도 주택 매매가가 떨어질 때는 온갖 부양책을 내놓으라고 난리를 치더니 전세가 상승세에 대해서는 “전세시장으로 수요가 몰려서 그런 것이니 매매수요로 전환되도록 하라” “실수요자의 경우 주택을 사는 것을 고려하라”는 식으로 ‘집 사라’는 조언(?)이나 내놓고 있다. 부동산시장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호들갑떨던 언론들이 이제는 표변해 ‘전세대란’ 등의 용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해 세입자들의 불안감을 키우며 다주택 소유자들의 전세가 끌어올리기를 ‘엄호사격’하고 있는 꼴이다.

 

 

하지만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정부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부동산 부양책을 통해 다주택 소유자들이 계속 최대한 ‘버티기 모드’로 들어가 주택 처분을 미루는 한편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폐지나 임대소득세 감면 등 세 부담을 줄여주는 등의 방식으로 버티게 하고 있다. 그리고 다주택 소유자들이 투자(또는 투기 실패)를 만회하고 대출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거나 전세가를 최대한 끌어올리게 방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전세시장 내에서 전세 수요는 느는데, 전세 공급은 줄어 전세가가 치솟고 있는 것이다. 결국 포장은 전월세대책이라고 하지만, 전월세 가격을 계속 치솟게 만들면서 주택 소유자의 손실을 세입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서러우면 집 사라’는 메시지를 계속 던지며 남아 있는 무주택 세입자들로 하여금 무리하게 지금도 너무 높은 집값을 떠받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전세난 초기부터 써온 표현이지만, 집값을 떠받치기 위해 세입자들을 무리해서라도 집을 사게 몰아대는 ‘토끼몰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나의 억측이라고? 전혀 그렇지 않다. 내가 언론사 토론이나 대담 자리에서 만난 부동산업계, 건설업계를 대변하는 전문가(=이해관계자)들은 “전세 수요를 매매 수요로 전환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권의 경제정책통도 똑 같은 소리를 한다. 그리고 그 같은 소리가 며칠 전 박근혜대통령이 전월세대책을 내놓으라며 한 발언에서도 나왔다. 지금 사람들이 충분히 소득이 있는데도, 집을 일부러 안 사고 있다면 일리 있는 말이다. 물론 그런 이들도 일부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2000년대 내내 집값이 오르면서 빚을 내서 집을 살 사람들도 집을 거의 다 사버렸다. 더 이상 지금의 높은 집값을 떠받칠 수요는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뜻이다. 더구나 최근 몇 년 동안 가계소득은 거의 늘지 않았고 정부 부양책으로 집값은 여전히 너무 높으니 집을 살래야 살 수가 없다. 정말 온전하게 집 살 사람이 남아 있지 않다는 방증이 바로 어제 발표된 2분기 가계부채 증가율이다. 올해 1분기에 주춤했던 가계대출 증가액은 정부 4.1부동산대책 발표 후 취득세 감면을 앞두고 급증해 17조원이나 늘어났다. 빚을 지지 않고서는 집을 살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걸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 아닌가. 정부는 이걸 부동산 연착륙 대책이라고 주장하지만, 부동산 거품 붕괴의 에너지라고 할 수 있는 가계부채가 계속 느는데 이게 경착륙 대책이 아니고 무슨 연착륙 대책인가.

 

 

정말 정부가 전세 수유가 매매 수요로 전환되기를 바란다면 가장 좋은 방법이 있다. 집값을 지금처럼 억지 부양하지 말고 부동산시장의 가격조절 메커니즘에 맡겨 주택 가격이 순리대로 떨어지게 하는 것이다. 집값이 충분히 떨어지고 집값 바닥이 일정하게 형성되면 어느 시기부터는 집을 사지 마라고 말려도 소득 여력이 축적된 세입자들부터 매매 수요로 전환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전세가의 기준점이 되는 매매가가 떨어지니 전세가도 떨어지고, 전세 수요가 매매로 자연스레 전환되니 전세가가 떨어지고, 빚 많은 집주인들의 고부채 전세가 부실을 정리하고 ‘안전한 전세’로 바뀌어 시장에 나오게 되니 전세가가 안정된다. 즉 집값만 교란하지 않고 순리대로 떨어지게 하면 지금의 전월세난은 다 해결된다. 그런데 그것을 억지로 가로막으니 전월세가 상승과 같은 온갖 문제가 발생하고 그 문제를 해결한답시고 다시 부동산업계나 건설업계가 자신들과 부동산 다주택자 등을 위해 제시한 내용을 전월세대책이라고 포장하는 과정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겉으로는 세입자들을 위한 대책인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집값 떠받치기 대책인 경우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전월세자금 대출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국민주택기금 등에서 전세 대출을 확대해 당장은 서민가계에 도움을 주는 것처럼 생색내고 있지만, 이는 길게 보면 서민가계를 더욱 힘들게 할 뿐이다. 실제로 <그림1>을 보면 전세가격이 급등하면서 전세대출 역시 급증하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전세대출보증 금액 추이를 <그림1>에서 보면, 2006 17353억원이었던 전세자금보증 금액이 2012년에는 108679억원으로 늘었다.

 

<그림1>

 

) 한국감정원 및 주택금융공사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물론 전세 가격이 뛰어서 전세자금 대출이 늘었던 다른 한 쪽의 측면도 무시할 수 없으나 기본적으로는 전세자금 대출이 전세시장의 유동성을 늘려 집주인들이 높여 부르는 전세가에 세입자들이 맞춰주도록 만들어 상승세를 오히려 부추긴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시장이든 돈이 풀리면 그 시장에서 거래되는 재화의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은 매우 간단한 경제원리다. 따라서 향후 전월세자금 대출은 지금처럼 무분별하게 퍼주는 식이 아니라 오히려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그들의 상환능력을 고려해 한도와 전체적인 대출 규모를 대폭 축소해 필요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

 

 

이제 결론을 내자. 앞서 설명했듯이 주택가격이 본격적으로 하락하면 전세가도 떨어지게 돼 있다. 그 같은 자연스러운 시장의 가격조정을 정부가 나서서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주택시장의 침체는 길어지고, 서민들의 고통은 더욱 가중될 뿐이다. 서민들이 전세가 상승으로 고통 받고 있는 것은 한두 해가 아니다. OECD국가 수준이 10~35% 수준에 비해 형편없이 적은(4% 수준) 공공임대주택 비중을 시급히 늘려야 한다고 우리 연구소는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또한 유럽 등에서 활발하게 공급되는 협동조합주택 공급 등을 늘려 주택 수요자의 다양한 욕구를 반영하면서도 저렴한 가격에 쾌적한 주거생활을 누릴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공공임대주택과 조합주택 등을 획기적으로 늘리면 이처럼 매년 이사철만 되면 많은 서민들이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도 이명박정부는 오히려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줄이고 분양용, 매매용 주택을 대대적으로 짓는 보금자리정책을 펼쳤다. 박근혜정부도 더 나을 게 없다. 분양용, 매매용 주택으로 공급된 보금자리 주택을 중단하거나 취소할 수는 있으나 정말 지금의 전월세난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그 자리에 장기전세나 장기공공임대 주택을 짓겠다는 정책이 따라나와야 한다. 그런데 일언반구도 없다. 또한 최근 1,2년 사이에 도시형생활주택이 공급되면서 월세가 떨어졌는데, 이를 공급 과잉이라며 공급 억제책을 쓰겠다고 했다. 정말 정부가 전월세가격이 안정되기를 바란다면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수급이 조정되도록 하면 될 텐데 이를 억지로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세입자가 아닌 건설업계나 월세 수익을 노리는 부동산 부자들의 입장에 서 있음을 웅변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세입자들은 정부의 이 같은 토끼몰이에 당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 당장 전월세 가격이 올라 서럽고 힘들겠지만, 기득권 언론들의 선동에 혹해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사면 '하우스푸어'로 가는 고속도로를 타게 되는 것이다. 다소 불편하더라도 현재의 소득 여력에 맞춰 전월세를 택하기를 바란다. 통근 거리가 좀 멀어져도 수도권 외곽으로 빠지면 아직도 전월세 가격은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이 많다.정부가 아무리 부동산가격을 떠받치려고 해도 98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를 근원으로 한 부동산 거품은 떠받칠 수 없다. 집값이 본격적으로 하락하면 지금의 전월세난은 해소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정부의 근본적인 태도 전환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지금처럼 기득권세력들을 위해 억지로 집값을 떠받치려는 시도는 서민들의 고통만 낳을 뿐이다. 지금이라도 집값이 일정한 수준까지 하락하도록 하는 것이 서민들의 전월세난을 완화하고 인구감소, 저출산고령화 시대 변화하는 주택 패러다임에 걸맞은 주택정책을 마련하는 첫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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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3. 8. 23. 10:16

 

최근 수도권 전세가가 뜀박질하면서 주택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60%가 넘어서고 있다. 한때 상당수 언론들은 전세가 비율이 60%를 넘어서면 집값이 뛴다는 등 터무니없는 주장을 해왔으나, 이제는 그 같은 공식이 깨졌다며 아우성이다. 하지만 이는 부동산 대세상승기 때인 2000년대 초반의 경험을 근거로 나온 것으로 나온 잘못된 주장이다.

 

그러면 매매가와 전세가는 어떤 상관관계를 갖고 움직이게 되는 것일까. 우선, 전세제도는 한국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임대제도라는 것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전세는 지속적인 주택가격 상승과 이에 기댄 투자(또는 투기) 수익 기대감이 있을 때 존재하는 임대제도다. 예를 들어, 4억원 짜리 아파트를 2억원에 전세로 살 수 있고, 주택을 소유했을 때 주택 가격이 뛰어 투자 차익을 남길 수 있다는 기대가 없다면 주택을 소유할 이유가 없다. 전세를 살면 주택을 소유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주택이 제공하는 거주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계약 만료 기간마다 재계약하거나 이사를 가야 하는 등의 불편은 주택 소유에 따른 세금 부담 및 수리 비용 등으로 상쇄된다고 가정하자) 이렇게 보면 전세제도는 사실 세입자에게 유리한 제도이고 주택 소유주에게는 불리한 제도다.

 

그런데도 전세가 존재했던 이유는 항상 집을 사두면 언젠가는 집값이 오른다는 기대가 가능했던 시절을 보내왔기 때문이다. 이런 시기에 주택 소유자는 주택 매입에 모자라는 자금을 전세보증금을 통해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조달할 수 있었다. 이렇게 저렴한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했을 때 주택 가격이 뛰면 상당히 큰 차익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전세보증금으로 자금을 일부 조달했을 때 수익률은 훨씬 커지게 된다. 예를 들어, 4억 짜리 아파트를 순수 자기 돈으로만 산 뒤 이 아파트가 5억원으로 올랐을 경우에는 수익률이 25%에 그치지만, 전세보증금 2억원을 끼고 아파트를 샀을 때는 수익률이 50%로 크게 오르게 되는 것이다.

 

물론 주택 소유자 입장에서는 전세보증금 대신 은행 대출을 이용해 자금을 조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은행에서 자금을 모두 조달할 경우 대출금리에 상응하는 이자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이 중 일부를 전세보증금으로 받아 은행에 예금하면 예금 금리만큼 이자 비용이 줄어드는 셈이 된다. 예를 들어, 대출금리가 5%, 예금 금리가 3%라고 할 때 대출금리로 4억원을 모두 조달하면 연간 2000만원의 이자 부담이 발생하지만, 2억원만큼 전세를 끼고 사면 2억원에 대해 600만원의 예금이자 수입이 생기므로 1400만원의 이자만 부담하면 되는 것이다. 그만큼 싸게 주택 매입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원래는 주택소유자에게 유리할 리 없는 전세제도이지만,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올라주는 상황에서 주택에 대한 투자 차익을 노리는 주택 소유자의 이해도 부합하는 제도가 된다. 주택 소유자에게 아주 싸게 조달할 수 있는 타인자본으로 전세보증금이 기능하는 것이다.

 

그런데 부동산 호황이 일어 주택 투자자 (또는 투기자)들의 향후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 전세를 레버리지로 이용해 주택을 매입하려는 경향이 커진다. 2000년대 부동산 버블기에 많은 이들이 전세를 끼고 두세 채씩 집을 사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던 게 바로 그런 상황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다주택 투자자들의 투자 또는 투기 행위로 인해 자연스럽게 전세 공급이 늘어나게 된다. 반면, 주택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면 전세로 머물던 이들도 점점 빚을 내 주택 매입에 가담하게 돼 전세 수요자는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그런데 보통 주택 매매가가 전세가의 기준점이 되기 때문에 주택 가격이 상승할 때 전세가도 이끌려 점진적으로 상승하게 된다. 다만, 전세가 상승세는 매매가 상승세를 따라가지 못해 매매가 대비 전세가의 상대적 비율은 점진적으로 떨어지게 된다. 이 같은 흐름이 부동산 투기가 횡행했던 2002년 이후 지속된 흐름이다.

 

그런데 부동산 투기가 정점을 찍은 뒤 2009년 말 이후 수도권에서처럼 주택 가격이 계속 하락하게 되면 양상이 달라진다. 부동산 거품이 정점에 이르러 서서히 주택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고, 이미 빚을 내서 주택을 살 사람도 다 사버리는 단계에 접어들면 전세 공급은 점진적으로 줄어든다. 반면, 주택시장이 불안하다고 느낀 다수의 사람들은 과거와 달리 전세에 머무는 경우가 증가한다. , 전세 공급은 줄어드는 반면 전세 수요가 늘어나면서 매매가는 약세를 보이는데도 전세가는 계속 상승하면서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이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것이 바로 2009년 이후 수도권에서 나타나고 있는 흐름이다. 특히 주택 가격 하락세가 완연해지면서 과거에는 문제가 되지 않던 주택소유자의 과도한 부채를 세입자들이 꺼리게 되고, 결국 전세보증금을 안전하게 확보할 수 있는 안전한 전세에 대한 선호가 크게 높아진다. 반면, 빚을 지지 않고 주택을 산 집 주인들이 드물어 안전한 전세공급은 희소성을 띄게 된다. 전세 공급은 사실 적지 않지만, 실제로 세입자들이 안심하고 임대할 수 있는 수준의 전세 공급이 매우 부족해지는 것이다. 이처럼 전세 중에서도 안전한 전세를 중심으로 전세 수급이 심각한 불일치를 일으켜 전세가가 급등하게 된다.

 

<그림1>

) 국민은행 자료를 바탕으로 선대인경제연구소 작성

 

일반적으로는 이 상태에서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 빚을 많이 진 집주인들의 주택이 시장에서 손 바뀜이 일어나면서 이것이 그 동안 소득을 축적해놓은 세입자들이 주택 소유자로 바뀌면서 전세 수요가 줄거나, 부채가 정리된 채 안전한 전세의 공급으로 이어지면서 전세가가 하락하게 된다. 하지만 지금 부동산시장 상황처럼 정부가 주택 소유자들을 위해 각종 부동산 세금을 감면하고, 전세자금대출을 늘려 현재의 전세가를 합리화해주는 정책을 계속 실시하면 이 같은 시장의 조정과정이 지연된다. 다주택자들이 올려 받은 전세보증금으로 자신들의 부채 부담을 줄이거나, 보증부 월세 등으로 돌려 얻는 수익으로 부채이자 부담을 상쇄하려 하는 것이다. 주택 가격이 다시 상승할 수 없을 정도로 잠재적 주택 매입 수요가 고갈된 상태여서 주택 가격은 떨어지는데, 이 같은 주택 가격 하락이 지연되다 보니 전세 수요는 몰리고 안전한 전세공급은 부족한 상태가 장기화되는 것이다. 이것이 지금 국내 전세시장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의 전세난을 해소하는 가장 좋은 방법도 정부가 억지로 부동산을 부양하기보다 주택 가격이 국민들의 소득 수준에 맞춰 하향 조정되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일정한 충격은 불가피하겠지만, 길게 보면 그것이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렇게 하면 1)전세가의 기준점 역할을 하는 매매가 하락으로 전세가도 동반 하락하며 2) 실제로 전세로서 기능하지 못하는 안전한 전세가 손바뀜을 통해 대량으로 전세시장에 공급돼 전세가가 하락하고 3) 충분히 주택 가격이 낮아질 경우 소득여력을 축적한 세입자가 매매 수요로 전환함으로써 전세 수요를 줄여서 전세가격 또한 안정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시장의 자연스러운 가격 조정과정을 거스르고 정부가 나서서 부동산 다주택 투기자들과 건설업계, 금융업계의 입장에서 주택시장을 교란하다 보니 애꿎은 무주택서민들만 계속 피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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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3. 8. 20. 09:53

 

어제 정부가 발표한 4.1후속 대책, 어이 없다. 정부가 국민들 주거 안정을 도모하기보다는 집값 떨어지는 막고, 건설업체 무너질까 공공의 주택공급 물량을 줄인다니...이게 정부가 짓인가? 정부 주택정책이라는 어떻게 국민들이 편안히 주거생활할 있도록 하는데 맞춰진 아니라 건설업체들 위기 모면하게 하는 데만 맞춰져 있나?

 

지금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공급이 과잉인 집값이 여전히 너무 높은데 가격 수준에서 빚을 사람도 거의 사버려 수요가 고갈된 때문이다. 집값이 떨어지고 가계가 부채다이어트를 통해 소득 여력을 회복하면 해결될 문제인데, 집값을 떠받치기 위해 공급을 줄이겠다는 거다. 철저히 건설업자 편에서 나온 대책이다. 이것조차 서민들 위한 대책이라고 생색내지 마라.

 

정부가 주택공급 물량을 줄이는 방법도 해괴하다. 부동산 거품이 빠지면서 주택물량 줄어들었으면 비대해진 건설업체들의 시장 퇴출이 일어나도록 해야지, 워크아웃이다 법정관리다 온갖 너스레를 떨지만 결국 좀비 상태로 살려두는 거다. 그러면서 건설업계 전반이 부실해지고 있다. 이렇게 건설업계들 살려놓으면 살기 위해서라도 집을 계속 지어댈 수밖에 없는데,이건 그대로 놔두면서 공공 공급 물량을 줄인다고? 도대체 정책당국자들 머리에 상식이라는 있나? 나라 백성들은 천년만년 건설업체들 먹여 살려야 하나?

 

그렇다고 정부가 아무리 써봐야 집값 하락 막는다. 공급 물량 줄인다고 해봐야 2,3 정도 후에나 미미한 영향을 있을 뿐이다. 정부가 공급 미룬다고 물량도, 어차피 시장 상황 때문에 공급하기 어려웠던 물량이다. 민간건설업체들 후분양 유도한다는 것도 넌센스다. 공급이 분양 시점에 이뤄지나? 완공된 시점에 이뤄지지. 바보 아냐? 그리고 불과20 수도권 인구 50 증가하던 최근에는 수도권 인구 증가가 10만명 정도밖에 된다. 10 명이면 35 호면 새로 지으면 수용할 있는 인구다. 그런데 지난 동안 20만호 가까운 주택 인허가가 이뤄졌다. 중에 70% 14만호만 실제로 공급된다고 해도 엄청나게 공급 과잉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저출산고령화로 추세는 계속 가속화된다. 주택은 계속 남아돌 수밖에 없다.

 

그나저나 정부는 반성부터 해라. 지난해까지만 해도 부동산투기가 아닌 공급 부족으로 집값 올랐다고,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오를 거라고 오도하지 않았나. 주택 공급하면 집값 뛰는 잡을 있다고 주장해서 공급론자 불리지 않았나. 이제는 그런 주장하던 사람들이 공급을 줄이자니 공급축소론자 불러야 판이다. 정부의 연속성이라는 있는데, 입장을 바꿨는지 설명하고 과거 판단 잘못됐다면 반성이라도 해야 하는 기본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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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3. 7. 25. 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