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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경제에 관한 정보를 어디에서 얻을까? 많은 사람들은 가장 먼저 경제신문을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일간지의 경제면, 방송의 경제뉴스,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경제 관련 섹션들도 정보를 얻는 주요한 창구가 되고 있다. 문제는 경제정보는 넘쳐나지만 거짓 정보나 엉터리정보들이 난무한다는 점이다. 100만 명에 이르는 하우스푸어들도 이런 엉터리 경제정보에 속아 판단을 그르친 경우가 대다수다.
이런 경제정보들은 어떤 식으로 사람들을 현혹할까. 일례로 국내의 대표적인 경제신문인 매일경제신문(매경) 사이트에서 ‘집값 바닥’을 키워드로 검색해 보면 2009년 이후 ‘집값 바닥론’이나 ‘집값 상승론’을 보도하는 기사들이 줄줄이 쏟아진다. 집값이 오르는 쪽에 이해관계를 가진 건설업계나 부동산업계의 주장이 마치 그대로 실현될 것처럼 여과 없이 보도한 기사들이 대부분이다. 몇몇 기사의 제목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부동산 시장 바닥론 솔솔 부동자금 기웃 (2010년 10월 24일)
"올해 집값 본격 상승"…토지주택연구원 보고서 (2011년 1월 12일)
서울 수도권 올해 집값 2.5% 오른다! (2011년 3월 10일)
‘집값 오른다’ 기대심리는 강해졌는데 (2011년 9월 14일)
주택산업연구원 "전세금 2014년에나 하락 반전할 것" (2011년 10월 12일)
강남집값 꿈틀! 서초동아파트 30% 할인분양 (2011년 12월 13일)
“강남 집값 바닥쳤나” 실거래가 2천만원↑ (2012년 4월 22일)
경매 급감, 집값 바닥 신호?…3분기 물건 12년 만에 최저 (2012년 10월 08일)
집값 바닥탈출 5大 징후 ① 찬밥 취급받던 중대형도 팔린다
② 전세금 비율 62%까지 치솟아 ③ 거래량 `진바닥` 수준에 근접
④ 경매시장 낙찰가율이 오른다 ⑤ 강남재건축 급매물 모두 소화 (2012년 10월 24일)
매경이 얼마나 ‘집값 바닥론’ 군불을 열심히 땠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같은 정성(?)에도 불구하고 해당 기간 동안 집값 추락은 계속됐다. 그런데도 이 신문은 전혀 실의에 잠기지 않고 2013년 들어서도 비슷한 보도를 되풀이한다. 한편으로는 정말 꾸준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말 부끄러움을 모른다.
집값 하반기 상승 가능성…전세금 강세 지속될 듯 (2013년 1월 2일)
"올해 부동산시장은 상반기에 바닥을 친 후 하반기에 조금씩 나아질 것이다. 상반기에 강남 재건축 아파트 등 기존 아파트 급매물을 매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매일경제신문이 업계ㆍ학계ㆍ금융계 등에 종사하는 부동산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2013년 부동산 시장 전망`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다수는 집값 바닥시점을 올해 상반기로 내다봤다. 설문에 응한 전문가 10명 중 7명이 침체된 부동산시장이 올 하반기부터는 나아질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투자방법으로는 기존 아파트 중 가격이 싸게 나온 급매물을 중심으로 매수할 것을 추천했다. 신규 분양 아파트 매입은 한 명도 추천하지 않았다. (이하 생략)
사실 이 기사는 부동산 침체기에 접어든 뒤 대다수 언론들이 내놓고 있는 전형적인 부동산 전망 기사다. 상반기에는 부동산이 침체되지만 하반기에는 부동산 가격이 반등한다는 ‘상저하고’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하반기에도 부동산 가격이 반등하지 않으면 이들 전문가라는 사람들과 기자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반등 시점이 연기됐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다시 새해가 오면 ‘상저하고’를 되뇐다. 독자들을 6개월 단위로 기억이 ‘리셋’되는 존재정도로 여기지 않는 한 나올 수 없는 무책임한 보도다.
또한 이 보도에서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정말 사심 없는 ‘객관적 전문가’인가 하는 점도 따져봐야 한다. 부동산업계는 말할 것도 없고, 집값이 하락하면 부실 채권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금융계도 집값이 올라주기를 바라는 곳이다. 한국에서 부동산 관련 학자들은 대부분 건설업계의 용역을 받거나 부동산업계와 직간접적으로 얽혀있는 사람들이다. 더구나 이런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무작위 샘플링을 통해 선택된 사람이 아니라 해당 기자가 입맛에 맞춰 고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평소 기자와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이 ‘전문가’로 포장돼 지면에 소개되는 것이다.
이런 보도들이 일관성이라도 있으면 좋다. 그런데 예전 기사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정반대 기사를 버젓이 내놓는다. 매경은 박근혜대통령이 취임하던 2월 25일 ‘박근혜정부 성공 이것에 달렸다’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첫 순서로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내세웠다. 이를 위해 1면 등 주요 면에 모두 7개의 기사를 깔았다. 더구나 ‘집값 20% 떨어지면 중산층 붕괴’ ‘부동산 침체 지속땐 깡통주택 속출→은행부실’ ‘DTI규제, 가계부채 억제효과 적다’ ‘건설불황에 일자리 12만개 날아갈 판’ 등 부동산 부양책을 안 쓰면 한국경제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자극적 제목을 달기도 했다.
지난 몇 년 동안의 보도는 고사하고 연초만 해도 ‘상저하고’라며 곧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처럼 보도했던 신문의 보도가 두 달도 채 안돼 180도 달라진 것이다. 연초 전망대로 라면 가만 놔둬도 부동산 시장이 반등할 텐데도 이제는 금방이라도 부동산시장이 파탄날 것처럼 대대적 부양책을 주문하는 것이다.
구체적 내용에도 문제가 많다. 7개 기사 가운데 ‘국민 10명중 7명 “부동산 부양책 필요”’라는 제목을 단 기사가 대표적이다. 매경과 현대경제연구원이 전국 성인 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한 결과를 인용한 이 기사에서 주택시장 활성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73.9%에 이르렀다. 이는 막연히 주택거래가 활발해져야 경기가 좋아지는 것으로 인식하는 일반인들의 기대가 반영된 것일 뿐이다. 실제 기사내용을 보면 오히려 국민 다수는 구체적 부양책에는 반대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다주택 소유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 폐지에 반대하는 국민은 59.7%로 찬성하는 사람 40.3%보다 상당히 많았다. 또 하우스푸어에 대한 지원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55.5%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 45.5%를 앞섰다.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폐지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이 52.3%로 찬성 의견 47.4%를 웃돌았다. 분양가상한제 폐지에 대해선 찬반이 거의 비슷한 반면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한 수직 증축 허용의 경우에만 70.1%가 찬성했다. 결국 다섯 가지 부동산 부양방안 가운데 다수 여론이 찬성한 경우는 단 하나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매경은 마치 부동산 부양책을 지지하는 여론이 압도적인 것처럼 제목을 뽑은 것이다. 교묘하게 제목을 달고 기사를 작성해 여론조사 결과를 자신들 주장대로 몰고 간 전형적인 경우다.
매경은 이어 ‘양도세 중과 없애 부동산거래 숨통 틔워야’ 기사에서 ‘부동산 살리기 매경 10대제언’이라는 것을 내놓는다. 여기에는 종합부동산세 재산세로 통합, 주택 증여 1억원까지 세금 감면, 용산 역세권 개발 조속히 해결 등 건설업계나 부동산업계 이해를 대변하는 방안들이다. 심지어 여론조사 결과에서 반대 여론이 높았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와 DTI, LTV 금융 규제 완화까지 들어있다. 이런 자신들의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부동산업계나 건축사무소 관계자를 인용하는 것은 물론 이해관계자들을 ‘객관적 전문가’인 포장해 해당 기사에서 인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건설산업연구원은 대한건설협회 부설 연구소인데도 이에 대한 설명은 생략돼 있고, 한 때 부동산컨설팅업체의 임원으로 참여했던 대학 교수의 의견을 인용하고 있다. 일반인으로서 유일하게 인용된 사람마저 부동산 다주택자다. 이해관계자에 가까운 사람들의 의견을 대다수 국민들을 위한 정책 제언인 것처럼 포장한 것이다.
지금까지 매일경제신문을 예로 들었지만 대다수 다른 경제신문이나 일간지도 비슷한 양태를 보였다. 조금만 생각해봐도 부동산시장 상황에 대한 진단이 크게 다른 기사들이 이처럼 양산되는 것은 이들 언론이 가진 이해관계 때문이다. 가계 투기 심리를 자극해 무리하게 집을 사게 하거나, 정부를 압박해 부양책을 내놓게 할 때 그들이 묘사하는 부동산지장 상황은 확연히 달라지지만 최종 목표는 동일하다. 그들의 주요 광고주인 건설업계나 자신들의 주독자층인 부동산부자들에게 영합하는 것이다.
이처럼 경제보도의 대부분이 광고주의 압력이나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이 비판적 보도를 할 경우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는 이미 삼성이 잘 보여준 바 있다. 김용철변호사의 증언으로 불법비자금과 편법 증여 문제가 드러난 뒤 삼성은 이 문제에 가장 비판적인 논조를 보인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에 광고를 끊어버렸다. 삼성은 2년 넘게 두 신문에 광고를 거의 싣지 않았고, 두 신문사는 경영에 큰 타격을 받게 되었다. 한국 언론이 광고주인 재벌대기업의 이익에 반하면서까지 보통 사람들을 위한 정직한 기사를 쓰려면 회사의 경영 악화까지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또한 부동산 문제뿐만 아니라 다른 경제 관련 기사들에서도 객관적 전문가인 양 인용하는 사람들이 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들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노후 문제에 관한 기사에서 자주 언급되는 곳은 주로 보험사, 또는 보험사를 계열사로 거느린 재벌계 연구소다. 이들은 노후 생활을 위해 필요한 자금의 규모를 부풀리는 등 ‘공포마케팅’을 통해 더 많은 보험 가입을 유도한다. 한국의 증권사들은 주가 전망에 대해 ‘매도’의견을 내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렇다고 삼성, 현대, LG 등 재벌계 연구소가 경제공룡인 재벌그룹의 이해관계에 반하는 의견을 낼 수 있을까.
심지어 같은 연구소의 외부용과 내부용 보고서 내용이 상반될 경우도 있다. 실제로 한 재벌계 연구소는 대외적으로는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하는 보고서를 내놓았지만 내부적으로는 반대에 가까운 보고서를 돌렸다. 이 정도면 의도적인 여론조작에 가깝다.
정부가 발표하는 경제정보 역시도 정직하지 못하다. 대통령부터가 임기 중에 주가지수가 3천을 간다느니, 5천을 간다느니 하면서 기대 심리를 부풀린다.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고위 관료들은 산하 공기업이나 관련 업계와 유착된 경우가 많다. 그들의 퇴직 후 생계가 관련 업계에 달려 있고, 이미 자신들의 선배가 거기에 가 있다는 것만 생각해봐도 뻔하다. 이들이 일반가계를 위한 정책과 정직한 정보를 내놓을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지금까지 정부는 수십 차례 부동산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대책을 내놓기 전 주무 장관들이 건설업계 관계자들을 만난 적은 많지만 무주택서민들을 만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는 사실은 무얼 말하는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정직한 경제정보를 찾을 수 있을까? 무엇보다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기관이나 연구소에서 나온 자료, 또는 그 자료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기사나 뉴스라면 그 진실성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이전에도 비슷한 전망을 되풀이해서 내놓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현실에서는 어떤 결과로 나타났는지를 확인해 보기 바란다. 10분 정도만 검색해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경제에 관한 좋은 책들로 가짜 정보, 엉터리 정보를 걸러내는 힘을 키울 필요도 있다. 이는 교양도 쌓고 경제현상을 이해하는 힘도 키울 수 있기에 수고롭지만 충분히 보상이 되는 일이다. 재벌이나 업계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연구소나 사회적 기업, 언론을 찾을 필요도 있다. 에듀머니와 같은 사회적 기업은 빚지지 않는 가계 살림을 위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교육과 상담 활동도 벌이고 있다. 99%를 위한 경제방송을 표방했던 팟캐스트 ‘나는 꼽사리다(나꼽살)’ 가운데 관심 있는 주제들부터 찾아듣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장기적으로는 일반 가계를 위한 정직한 경제정보를 제공하는 언론이나 연구소를 키워야 한다. 그래야만 최소한의 정보균형이라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선대인경제연구소가 일반 가계 입장에서 재벌과 정치권력의 이해관계에서 독립된, 정직한 경제정보를 생산하고 이를 모태로 독립적인 경제미디어를 구축하려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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