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가 30개 회원국의 2009년 2월 실업률이 2008년보다 1.7%포인트 오른 7.3%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대다수의 OECD 회원국이 2008년에 비해 실업률이 급격히 상승한 데 비해 한국의 실업률은 3.5%로 매우 낮았다. 한국의 실업률은 네덜란드의 2.7%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하지만 이 같은 한국의 실업률 수준은 일반인들이 체감하는 것과 동떨어져있을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의미의 실업률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OECD 30개 국가간 비교를 해보면 한국의 경우 2007년 기준으로 취업률이 63.9%로 OECD평균인 66.7%보다 낮은 한편 실업률 또한 3.2%로 매우 낮은 수준을 보인다. 이처럼 실업률과 취업률이 함께 가장 낮게 나타난 결과, 일할 의사나 능력이 없는 것으로 간주되는 비경제활동인구 비율이 32.9%로 OECD 평균인 27.7%보다 상당히 높게 나타난다. 또 한국의 장기실업자 비율은 0.6%로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으며, OECD 평균인 29.1%에 비교할 때 기적 같은 수치다.


한국의 경우 구직활동을 포기한 채 단순히 ‘쉬었다’고 답하는 사람들이나 취업 준비생이나 고시 준비생 등 사실상 실업자로 봐야 할 사람들을 광범위하게 비경제활동인구에 포함함으로써 실업률이 낮은 것처럼 보이도록 통계를 작성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물론 통계청은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 따라 실업률 통계를 작성한다고 하나 통계작성을 위한 조사 당시 대상자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분류하느냐에 따라 관련 통계수치들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이제 통계청이 발표하는 관련 통계들을 통해 현재의 실업률 통계가 얼마나 허구적인지 살펴보자. 결론을 먼저 말하면 통계청이 발표하는 실업률 수치와는 달리 고용사정은 200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특히 2008년 하반기 이후 본격화된 경제위기로 실질적인 고용사정이 더 한층 악화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아래 <도표2>에서 실업률 추이를 보면 외환위기 이후 사상 최악의 불황 속에서도 줄곧 4% 이내의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비경제활동인구 추이를 보면 경기 부침에 따라 실업률보다 더 확연한 증감을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경제활동인구 대비 비경제활동인구의 비율을 보면 외환위기 여파가 남아있던 2001년 무렵까지는 높은 수준을 보이다가 월드컵특수와 카드채 거품으로 호황을 누렸던 2002년에는 이 비율이 상당히 떨어졌다. 이후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던 이 비율은 경기 침체가 시작된 2008년 하반기부터 다시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실업자로 분류될 사람들을 비경제활동인구로 편입함으로써 통계상의 실업률을 낮은 수준으로 억제하고 있기 때문으로 추론할 수 있다.

 

 

<도표2> 실업률 및 비경제활동인구 추이

 

(주) 통계청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비경제활동 및 쉬었음 인구는 12개월 이동평균치임


 

이번에는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쉬었음’이라고 답한 인구수는 2003년 90만명 전후 수준에서 2005년 말까지 꾸준히 늘어나 130만명 전후 수준에 이르고 있는 가운데 2008년 말부터 다시 상승세를 나타내기 시작하고 있다. 사실상 실업자로 분류될 상당수 사람들을 ‘쉬었음’ 응답자로 분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쉬었음’ 응답자 수와 비슷한 추이를 보이는 구직단념자 수 추이도 장기간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구직을 포기한 사실상 실업자들을 자발적 구직단념자로 분류하고 있어 통계상의 실업률을 낮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경기가 악화되면서 사실상 12개월 이상 장기 실업자로 분류돼야 할 사람들 중 상당수를 구직단념자로 분류해 실업자 수를 줄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한국이 OECD 국가들 가운데 장기 실업자 비율을 가장 낮게 유지하는 ‘비결’이자 2002년 이후 장기실업자가 사실상 자취를 감춘 이유로 추정된다.

 

실업률을 의도적으로 낮추고 있는 증거는 더 있다. 아래 <도표3>을 참고로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취업준비인구 추이를 살펴보자. 취업준비인구는 대학을 졸업한 뒤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취업재수생 등으로 사실상 가장 적극적으로 직장을 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업자라고 봐야 한다. 이 같은 취업준비생은 2003년 초 14만명 전후 수준이었으나 이후 상당히 가파르게 상승해 2008년 한 때 40만명 수준까지 육박했다가 2008년 하반기 경기 침체 이후 오히려 소폭 줄고 있다. 이는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 영향과 취업준비생 등이 실업자로 분류되거나 구직단념자 등 다른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런가 하면 취업자 가운데도 사실상 실업자인 경우가 적지 않게 포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아래 <도표3>에서 주당 36시간 미만 또는 18시간 미만 취업자 수 가운데 추가 취업희망자 수를 보면 알 수 있다.


<도표3> 실업 및 취업 관련 각종 추이

 

(주) 통계청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먼저 주당 36시간 미만 취업자 가운데 추가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의 수는 외환위기 여파로 1999년 상반기까지 70만명 수준까지 이르렀다가 이후 가파르게 하락했다. 하지만 2003~2005년 사이 상승한 뒤 2008년 하반기까지 조금씩 하락하던 이 숫자는 2008년 말부터 갑자기 치솟기 시작했다. 2008년 10월 37.7만명에 불과하던 이 숫자는 2009년 3월 62.4만명 수준에 이르렀다. 불과 다섯 달 만에 24.7만명이 늘어난 것이다.

  정도는 다르지만 주당 18시간 미만 취업자 가운데 추가 취업을 희망하는 숫자도 2008년 11월 10.8만명 수준에서 2009년 4월 19.5만명으로 약 8.7만명 가까이 늘어났다. 이는 2008년 말 이후 직장에서 해고된 뒤 이른바 단시간 노동직을 구한 상태에 있는 것으로 ‘부분 실업자’로 봐야 한다. 이는 한국의 실업보험 체계 등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유럽 등 선진국이라면 정부의 실업보험수당 등을 받으며 구직활동을 하는 실업자로 분류될 사람들이 급한 대로 ‘알바’와 같은 일을 하면서 추가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을 정부는 명목상 취업자로 분류하고 있는 것이다.

 

또 취업시간별 취업자 비율 추이를 보면, 전체 취업자 가운데 주당 36시간 미만 취업자 비율이 상당히 가파르게 증가했고, 18시간 미만 취업자 수도 계속 늘고 있다. 반면 주당 54시간 이상 취업자는 2000년대 내내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이는 주 5일제 정착에 따른 효과가 일부 있으나 전반적으로는 비정규직 및 단시간 근로자들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사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실업기간별 실업자 수를 보면 3개월 이내 실업자 수가 급증하고 있어 통계상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경제위기로 인해 최근 실업률이 점차 높아지고 있음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이상의 분석을 토대로 이번에는 일반인이 느끼는 체감 실업률을 한번 추정해보자. 여기서 체감 실업률이란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상의 실업자에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쉬었음’ 응답자와 취업준비자, 그리고 18시간(또는 36기간) 미만 취업자 가운데 추가 취업희망자를 더한 숫자를 경제활동인구수로 나눈 비율로 정의한다. 이른바 실업의 대상과 범위를 확장하여 일반인들이 체감상으로 느끼는 확장 실업률을 구해보는 것이다. 추가 취업희망자 가운데 18시간 미만 취업자로 한정한 경우를 편의상 체감실업률(1), 36시간 미만 취업자로 확대한 경우를 체감실업률(2)로 정의하겠다.

 

아래 <도표4>를 참고로 체감실업률 추정치를 보면 2003년 초 10% 미만이던 것이 시간이 갈수록 상승해 2009년 초에는 13~14%대까지 치솟고 있다. 이는 정부의 실업률 통계치가 2003년 초 3.8%에서 2009년 4월 3.8%로 거의 변하지 않고 있는 것에 비하면 완전히 다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정부 실업률과 체감실업률의 괴리는 시간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도표4> 한국의 체감실업률 추정 분석

 

(주) 통계청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정부 당국이 실업률 통계를 3~4% 수준으로 맞추며 숫자놀음을 하고 있는 가운데 사실상 실질적인 체감실업률은 경제위기로 실업률이 치솟고 있는 유럽 국가들이나 미국과 비슷하거나 상회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체감실업률에는 직장에서 해고된 뒤 가사나 육아 종사자로 전환한 경우나 가족단위 자영업에 종사하지만 사실상 실업자인 경우 등은 통계적으로 밝혀내기 어렵다는 점과 군입대를 통한 실업완충 효과 등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체감실업률이 이보다 더 높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이처럼 한국 정부는 사실상 실업상태에 있는 인구를 비경제활동인구 등으로 분류하는 식으로 숫자놀음에 가까운 실업률을 내세워 마치 한국이 ‘일자리 천국’인 듯한 착각을 국내외로부터 불러일으키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ILO의 기준을 따른 통계작성법이라고는 하지만 현실의 고용 및 실업사정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것으로 한 마디로 전국민을 상대로 한 사기극이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이런 엉터리 실업통계로 제대로 된 정책을 강구할 리도 없을 뿐만 아니라 설령 강구한다고 해도 실효성 없는 대책이 될 공산이 크다. 그래서 일자리 문제가 계속 악화되고 있을 뿐 실질적인 해결책이 강구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재정을 풀어 인턴제나 희망근로사업 등 일시적인 단기적 일자리를 쏟아내고 있다. 이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며 겉으로 드러난 실업률을 낮추는 데만 급급한 대책으로 경제위기로 더 한층 심각해지고 있는 실제 고용사정을 해결하는 데는 거의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by 선대인 2009. 6. 15. 09:13


미분양 물량은 현재의 집값 침체 양상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를 보여주는 주요 변수 가운데 하나이다. 주택 공급에는 보통 3년 가량의 시차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부동산 버블기에 이뤄진 과도한 미분양 물량은 상당기간 주택시장을 짓누를 수 있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전국 미분양 물량이 16만호를 넘어선 데서 알 수 있듯이 현재 유효 수요에 비해 주택은 매우 과잉 공급된 상태다. 아래 <도표>에서 알 수 있듯이 200만호 주택건설 사업의 여파로 1990년대 초중반 내내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은 후에도 주택 공급이 계속돼 미분양 물량이 꾸준히 늘어났다.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93년부터 이미 미분양 물량은 크게 늘어나 1995년 미분양 물량은 15만 호를 넘어섰다.


 

 (주)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주택 가격이 91년부터 하락하기 시작했으므로 (그래프상으로 주택 가격이 크게 하락한 이후인 93년부터 보면 명목가격지수는 크게 안 떨어진 것으로 나오지만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가격지수로는 외환위기 때까지 거의 반토막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 점을 감안해서 보기 바란다) 사실 미분양 물량은 91년부터 꾸준히 증가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더구나 당시에는 건설업계가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며 금융시장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상황이 아니었으므로 공식 미분양 물량과 비공식 미분양 물량의 괴리가 크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데도 95년 공식적으로만 15만여 호를 넘어선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는 데에 최소 4~5년 이상 걸렸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지금 16만호를 넘는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는 데에는 얼마나 걸릴까? 부동산시장 안팎의 여러 여건을 고려하면 그때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게 판단하는 이유는 앞서 외환위기 직후처럼 반등할 수 없는 이유와 겹치는 부분이 많다. 


우선, 당시에는 가계 저축률이 20%를 넘어설 정도로 여윳돈도 있었지만 지금은 부동산 담보대출310조원과 2%대의 가계 저축률이 말해주듯 가계의 매수 여력이 고갈된 상태다. 사실 지금은 그 동안 무리하게 집을 산 가계들이 빚 청산과 채무 조정을 하기에 바쁘다. 또 당시에는 경제성장률과 가계의 소득 증가율도 지금보다 훨씬 높았다. 지금은 우리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이 기정사실화돼 있고, 가계의 실질소득도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또 90년대에는 한국의 수출대상인 세계 경기가 호조를 보였지만, 지금은 전 세계가 대공황 이후 최대의 경제위기를 맞고 있으며, 조기 회복이 어려운 상황이다. 2000년대 부동산 버블이 가장 극심했던 수도권의 경우로 한정해본다면 당시에는 수도권으로 매년 20만~30만명이 순유입됐고 인구 자연 증가폭도 컸지만, 2008년 수도권 순유입 인구는 5.2만명으로 줄었고, 자연인구 증가폭도 크게 줄었다. 향후 추이를 생각한다면 수도권 미분양 물량 해소는 90년대와 비교할 수 없이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수는 현재의 미분양물량 16만호는 최고점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앞으로 한동안 미분양 물량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4월 미분양 물량은 16만 5641호로 사상 최고치를 다시 기록했다. 수도권에서만 약 3415호가 늘었다. 건설업체들이 4월말까지 설정된 미분양 주택 양도세 감면 혜택을 받기 위해 그 동안 감춰둔 미분양 물량을 추가로 신고한 때문이다. 필자가 한 건설업체임원에게 들은 얘기로는 현재 공식 미분양 물량의 70~80%를 감춰놓고 신고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실제 미분양 물량은 약 25만호 전후라는 것이다. 사실 이는 공공연한 비밀이기도 하다.


미분양이 늘어나면 공급과잉이라는 신호이므로 집값과 분양가를 충분히 낮춰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그런 노력은 매우 미흡하다. 대신 건설업계는 정부 부양책에 기대 사람들에게 투기바람을 잔뜩 집어넣어 어떻게든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려고 하는 것이다. 정부가 1만 3000호 가량 미분양 물량을 매입해주고, 대규모 공공토건사업으로 건설업체에 유동성을 지급해주는 것에 기대 그 같은 임시변통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런 식으로는 절대 비공식으로 25만호에 이르는 미분양물량을 해소하지 못한다. 아마 현재 상태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는 데만 4~5년 이상 걸릴 것이다.


그런데 이 미분양 물량이 해소가 되기도 전에 지속적으로 아파트 공급이 늘어나게 된다. 특히 수도권의 미분양 물량은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90년대 초중반 미분양 물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난 데는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 뒤늦게 200만호 주택 공급이 본격적으로 이뤄진 탓이 크다. 그런데 2006년경부터 본격화된 제2기 수도권 신도시 사업 과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한꺼번에 지정한 뉴타운 등에서 쏟아져 나오는 물량은 2010년 이후 본격적으로 쏟아진다. 또 2009~2010년에는 뉴타운 지역에서 기존 주택, 특히 중소형 주택들을 대거 밀어내니 오히려 주거공급을 줄이는 효과를 나타내지만, 2011년이 넘어가면 중대형 위주의 아파트 공급 폭탄으로 돌아오게 돼 있다. 2010년대 주택시장은 만성적인 공급 과잉 상태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미분양은 줄기는커녕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도 "주택건설(인허가)실적이 줄어 2~3년 후 집값이 뛸 것"이라는 엉터리 보도가 난무하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물론 주택경기가 계속 악화되면 주택 공급 물량이 줄어들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물론 어느 정도는 그렇다. 하지만, 그 같은 주택공급은 유효수요에 대비해 상대적 관점에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이미 유효수요(용어설명)에 비해 지나치게 공급돼 있고 이미 몇 년치 수요를 투기 바람을 불러일으켜 당겨 소진해버린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 공급이 상대적으로 줄어든다고 해서 당장 미분양 물량을 단기간 내에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것은 착각이다. 더구나 현재 예정된 물량들은 이미 토지보상이 이뤄지고, 분양되거나 일정한 행정적 절차가 진행돼 조금 늦춰지더라도 공급 자체가 안 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장 상반기에 버블세븐이 꿈틀거리고 인천 청라 등에서 분양 바람을 일으키는데 성공하니까 당장 5월의 수도권 분양 물량이 2만 가구에 육박하고 있다. 주택건설업체들이 기회를 봐서 분양하려는 물량들을 막대하게 보유하고 있다는 증거다.


주택건설업체들 사정을 보더라도 주택경기가 얼어붙는다고 해서 건설업체들이 분양 안 하고 주택 안 지을 수는 없다. 거꾸로 건설업체들은 어떻게 보면 막대한 미분양물량에 자금이 묶여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분양해서 ‘자금 돌려막기’를 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각 건설업체들이 분양수입이 없는 채로 이미 사놓은 2~3년치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땅들을 금융비용만 계속 지출하면서 놀릴 수 있을까.


실제로 2009년 건설업체들이 계획하고 있는 분양 물량 대부분이 수도권에 몰려 있다. 아예 어떤 건설업체들은 거의 100% 수도권 분양으로만 채운 경우도 있다. 지방은 이미 극도의 주택시장 침체에 빠져 있으니 상대적으로 상황이 양호한 수도권 시장에서 승부를 보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건설업체들이 거의 비슷한 경영판단을 하고 있다. 결국 수도권 분양에 사활을 건 건설업체들의 분양 물량이 쏟아진다고 할 때 미분양은 더욱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수도권 미분양 물량이 잔뜩 쌓여 있는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나마 정부가 외환위기 이후 3배 이상 늘어난 건설업체들의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을 유도했으면 그나마 주택 공급이 줄어들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대대적 부양책을 동원해 구조조정을 사실상 막고 있다. 정부가 말로는 ‘구조조정’을 떠들어대지만, '버티면 결국 정부가 도와준다'는 것을 경험한 건설업체들이 자발적으로 구조조정을 하겠는가? 최대한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틸 것이다. 그러는 가운데 상당수 기업들이 좀비기업으로 전락해 ‘정부 재정 호흡기’로 간신히 연명하면서 주택사업을 계속 벌이게 될 것이다. 그것이 심화되면 결국 공급 초과로 덤핑경쟁이 벌어져 분양가를 지속적으로 낮출 수밖에 없다.


‘미분양 아파트 분양가 인하 도미노’

(http://www.edaily.co.kr/News/FundEstate/NewsRead.asp?sub_cd=HE21&newsid=01584246589690888&clkcode=&DirCode=00603&OutLnkChk=Y)


‘대형건설사의 굴욕...미분양 앞에 장사 없다’

(http://media.daum.net/economic/estate/view.html?cateid=100019&newsid=20090610145015549&p=akn&t__nil_economy=uptxt&nil_id=1)


등등의 기사 보도에서 보듯이 이미 그 같은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아직 초기 단계일뿐 앞으로 이런 상황은 향후 더욱 확대되고 분양가 인하폭도 커질 공산이 크다. 회사 브랜드 이미지 훼손이나 기존 계약자들의 반발이라는 리스크가 있다고 하더라도 부도 위험에 내몰리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이렇게 분양가 세일이 더욱 확대되면 기존 주택 가격의 하락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분양 당시의 고분양가가 주변 집값을 끌어올린 것과 정반대의 효과를 보이는 것이다. 주택 수요자 입장에서는 결코 서두를 이유가 없는 것이다.


자,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현재의 미분양물량을 해소하는데 몇 년 정도가 걸릴까? 지금보다 부동산시장 안팎의 여건이 훨씬 좋았던 90년대 초중반에도 4~5년 이상 걸렸으니 현 상황에서는 이보다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봐야 합당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4~5년 후면 주택시장이 침체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말은 아니다. 국내외 경기 침체의 장기화와 가계의 부동산 부채 청산 기간 등 현재의 문제뿐만 아니라 2010년대 이후 본격 전개될 급속한 고령화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새로운 주택시장 유입층인 젊은 세대의 소득 감소, 수도권 순유입 인구의 추세적 감소 등의 이유로 주택시장은 일본형 장기 침체를 겪을 가능성도 상당하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6. 12. 10:03

한국의 출산율이 전세계에서 최저 수준임이 며칠 전 다시 한 번 확인됐다.그런데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부는 대대적인 출산 장려 캠페인을 벌여 출산율을 높이겠다고 한다. 현재 한국의 출산율이 캠페인 정도로 높일 수 있을 정도의 문제라면 벌써 해결됐을 것이다. 이렇게 기록적으로 출산율이 낮다는 것은 한국의 사회경제적 구조에서 커다란 문제가 누적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생겨나는 엄청난 사교육비나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 등을 부담해야 하는 환경에서 아이들을 둘 이상 키우는 것은 매우 부담스럽다. 필자도 둘째 아이를 낳을까 말까 고민하다 둘째 아이를 첫 아이 출산 후 6년만에 낳았을 정도다. 또 결혼이나 출산을 이유로 여성의 능력을 폄하하고 승진 등에서 불이익을 주는 후진적인 기업문화가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또 출산 및 육아를 전적으로 여성의 책임으로 돌리는 가부장적 사회분위기가 출산율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이런 한국 사회경제 구조 전반을 바꾸지 않고 캠페인을 벌이거나 다둥이에 대한 출산 장려금을 지급하는 등의 대증요법식으로는 결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아래에서 저출산 문제가 한국 사회에서 왜 발생하는지에 대해 몇 가지 도표를 통해 다시 간략히 보도록 하자.

 

우선, 출산율 추이를 보면 한국의 경우 이미 1980년대초부터 출산율이 인구 자연대체율인 2.1명 이하로 떨어진 뒤 2000년대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다른 나라의 경우 출산율이 떨어지다가 자연대체율 전후 수준에서 출산율 감소가 완만해지는 데 비해 한국은 바닥을 모를 정도로 가라앉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몇 년 사이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수십 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문제다. , 한국의 출산율 감소 지속은 아이 출산과 보육에 관해 사회경제적 면에서 심각한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지속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 OECD자료로부터 KSERI 작성.

 

그 구조적 문제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여기에서는 가정의 경제력 측면에서 보자. 우선, 집값이 너무나 높다. 아래 도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한국의 집값은 지속적으로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상회해 치솟았을 정도로 과도한 상태다.



                     () 한국은행 및 국민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또한 OECD 국가간 교육비 지출 규모를 비교해보자. 얼핏 보면 한국은 OECD 국가들 가운데 교육비 지출이 많아 교육에 투자를 많이 하는 나라라고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속 내용을 뜯어보면 그렇게 보기 어렵다. 한국은 OECD 국가들 가운데 사교육비는 가장 많이 쓰는 반면 공교육비 지출 비중은 OECD 평균을 밑돌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의 2007년 조사 대상국 127개국 가운데 공교육비 지출 비중이 세계 71위일 정도로 낮다. 입만 열면 인재가 자원인 나라라고 떠들지만, 공교육비 지출이 이렇게 한심한 수준인 것이다. 대신 부모들은 사교육비 부담으로 허리가 휘어지는 것이다. 더구나 인구 규모를 감안한 지표인 학생 1인당 공교육 지출 비중을 보면 초중등 과정과 대학과정 모두 OECD 하위권이다. 또한 대학 이상 고등교육 과정의 공공 및 민간 부담률을 살펴보면 한국은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민간 부담률이 높은 나라다. 유럽 선진국 대부분은 정부가 대학 학비를 지불하지만, 한국은 대부분 각 가정이 학비를 내고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볼 때 자녀 교육에 그 어느 나라보다도 비용이 많이 드는 나라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정말 뛰어난 인재라도 길러내는 구조라면 모르겠지만, 실제로는 창의성을 말살하는 주입식 교육과 살인적인 성적 경쟁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지 않는가.

 

 

<도표> OECD 국가의 교육비 지출 및 학생 1인당 지출


() OECD자료로부터 KSERI 작성. OECD는 전체 또는 평균을 나타냄.

 

이번에는 아이들 보육 및 육아 지원이나 저소득층과 장애인, 노인, 환자 등 취약 및 소외 계층에 대한 정부지원을 나타내는 사회지출(Social Expenditure) 추이를 보자.



<도표> OECD 사회지출 비중 및 한국의 기초생활보장 지급 실적


()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미국과 일본은 GDP대비 사회지출 비중이 15%를 넘고 있으며 OECD국가 전체의 평균 사회지출 비중도 20%를 상회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외환위기 직후에 급증하는 복지 수요에 대응하여 보건복지 예산의 비중을 한 단계 올렸다고는 하지만 2005년 현재 6.9%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OECD국 평균의 1/3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복지에 관한 한 OECD국가로 불리기에 민망한 수준인 것이다. 일본은 버블 붕괴 이후 극심한 장기 경기침체를 겪으면서도 사회지출 비중을 전체 예산의 11.2%에서 18.6%로 빠르게 늘려왔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이는 일본 사회의 급속한 저출산 고령화와 비정규직 증가 등으로 인한 복지수요 급증에 따른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장기불황이라는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일본 정부와 정치권이 사회지출 예산을 적극적으로 늘려왔다. 일본의 예를 보더라도 한국은 적극적으로 복지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 정부에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를 대비한 투자적 개념의 복지 인프라라는 개념 자체가 아예 없다.

 

이처럼 교육과 보육 등 복지에 대한 투자에는 인색하기 짝이 없는 정부가 돈을 마구잡이로 퍼부어대는 곳이 있다. 바로 건설토목 사업이다.

 

부가가치 비중으로 볼 때 한국 경제는 미국보다 두 배 가량 더 건설업에 의존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도 80년대 말 부동산 버블이 정점에 달했던 1990년에 9.7%를 기록한 후 버블 붕괴와 장기불황으로 계속 줄어들어 2005년에는 6.1%까지 감소했다. 건설업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은 한국경제의 중장기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 OECD자료로부터 KSERI 작성.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SOC예산을 줄이기는커녕 대폭 늘리고 있다. 당초 14조원에서 출발했던 4대강 사업 예산은 22조원으로 늘었다. 이뿐만 아니라 건설업체들이 가장 많은 이윤을 남기고, 정치인들이 과시용 지역 예산으로 가장 선호하는 도로 예산은 올해 모두 94,942억 원이나 편성됐다. 이들 도로 예산 가운데 음성~충주고속도로, 충주~제천고속도로, 동해~삼척고속도로, 상주~영덕고속도로 등은 2007년 국가기간교통망계획에서 모두 경제성이 낮다고 평가된 사업이었다.

 

한마디로 불요불급한 건설토목 예산에 탕진하면서 제대로 교육이나 육아, 보육 등에 돈 쓰는 것도 인색하기 짝이 없다. 그나마도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캠페인 행사도 아마 저출산 대책 예산으로 잡힐 것이니 그만큼 줄어드는 셈이다. 정부가 써야 할 예산을 제대로 쓰지 않으니 일반 가정의 보육 및 교육비 부담은 너무나 클 수밖에 없다. 이런 마당에 집값 부담이라도 줄면 좋으련만 한국 정부는 다른 모든 나라들에서 잔뜩 부풀었던 부동산이 꺼지는데도 온갖 부동산 부양책을 통해 이를 가로막고 있다.

 

 그렇다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꼭 막대한 재원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또 저출산 문제를 여성가족부나 보건복지부의 과제로만 생각할 필요가 없다. 각종 사회경제적 제도와 시스템을 잘 디자인하면 큰 재원을 들이지 않고도 얼마든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공주택 단지의 공동체 기능을 강화하는 공간구조를 만들어도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각 아파트 단지의 1층을 단지 안의 공공용도에 사용할 수 있게 해보라. 예를 들어, 1층에 전라도 순천시에서 하는 것과 같은 ‘작은 도서관’, 지자체의 재정지원을 통해 대학생들이 초중등학생을 지도할 수 있는 공부방, 그리고 공공이 지원하는 ‘공공보육센터’, 어린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플레이룸’, 생일잔치 등 각종 행사를 하거나 부모들간 다과회를 할 수 있는 공동 공간(common room) 등만 만들어도 각종 보육 및 사교육비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이렇게 하면 아이들이 멀리 가지 않아도 작은 도서관에서 책을 접할 수 있고, 쇼핑센터에 가야 만날 수 있는 플레이룸에서 마음껏 유아들이 놀 수 있다. 혼자 집 안에 갇혀 있던 산모와 유아들이 다른 부모와 아이들과 교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산모 우울증도 벗어나고 아이들도 사회성 있는 어린이로 자랄 수 있다. 생일잔치 등 행사 비용도 줄일 수 있고, 아이들의 보육비용과 사교육비도 줄일 수 있다. 1층에 공동 공간이 들어서는 만큼만 용적률을 올려주면 건축비가 크게 늘어나지도 않는다. 이에 더해 공공이 각종 토목사업에 들어가는 재정의 아주 조금만 지원해줘도 아파트 단지 공간에서 다양한 사회적 교류가 일어나는 한편 각종 보육 및 교육 비용도 줄어들게 된다. 공동주택 단지에 이처럼 과거 전통사회의 마을과 같은 공동체 기능만 만들어주고 적극 활용하면 보육 및 교육에 따르는 각종 경제적, 사회적 부담을 덜 수 있어 자연스럽게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출산을 기피할 수밖에 없는 각종 사회경제적 구조를 개선하지 않고, 출산과 육아에 막대한 부담을 주는 구조가 온존하는 상황에서 아이 많이 낳으라고 백날 캠페인을 벌이고 다둥이에 대한 일회성 장려금을 준다고 해봐야 출산율이 높아질 리 만무하다. 문제는 이처럼 집값 거품과 사교육비 부담 때문에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는 나라에 미래가 없다는 점이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나라의 장래를 생각하는 입장에서는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6. 11. 11:31


3~4월 버블 세븐을 중심으로 일부 지역에서 집값이 반등하자 다시 집값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낭설들이 인터넷을 떠돌고 있다. 그동안 필자의 글을 꾸준히 읽어본 사람들이라면 그들의 주장이 얼마나 근시안적이고 근거가 부족한지를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그런 선동에 넘어가는 사람들 또한 상대적으로 소수이지만 있는 것 같다. 이럴 때일수록 필자는 큰 그림을 보라고 말한다. 오늘 소개하는 것도 그런 큰 그림 중의 하나다.

한국의 부동산 버블이 얼마나 과도하며 향후 어떤 식으로 꺼질 것인지를 아래 <도표>를 참고로 추정해보도록 하자. <도표>는 한미일 3국의 물가지수와 명목 주택가격 추이, 그리고 두 지수의 차이를 도표로 나타낸 것이다. 미국의 주택가격 지수(케이스-쉴러지수)는 한국의 서울이나 수도권에 대응하는 미국 10대 도시 가격지수를 사용했으며, 일본 역시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 3대 도시의 주택가격지수를 사용했다.

이 도표를 통해 직관적으로 알 수 있듯이 역사적으로 한 경제 내에서 주택 가격이 물가 수준을 지속적으로 뛰어넘어 무한히 상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부동산 버블이 발생할 때 상당 기간에 걸쳐 물가 수준을 뛰어넘어 버블 주택가격이 유지되기도 하지만 긴 흐름에서 보면 결국 물가 수준으로 수렴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
도표3> 한미일 3국 물가 및 주택가격 추이

                      ㈜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우선, 일본을 보면 1986년부터 주택가격이 급격히 상승해 1991년 정점을 기록했다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2003년경에야 물가지수 수준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이미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듯이 버블 붕괴 시기에 부실채권 정리 및 건설, 금융업 등의 구조조정 지연, 급속한
고령화와 인구감소 추세, 부동산 거품 붕괴 여파 등이 맞물리며 소비자물가지수 이하 수준에서도 상당 기간 주택 가격이 머무르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도 1980년대 후반에 주택 가격이 물가지수 수준을 약간 상회하여 상승했으나, 이후 1990년대 내내 물가지수 수준을 밑돌았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주택가격이 급상승하면서 2006 6월에 정점을 찍고 이후부터 서브프라임론 사태가 본격화되면서 빠른 속도로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있다. 2009 2월 현재 미국 10대 도시의 주택가격은 고점 대비 약 30% 가량 하락했는데, 케이스-쉴러 지수의 창안자 가운데 한 사람인 쉴러 교수를 비롯한 상당수의 전문가들이 10~15% 정도의 주택가격 추가 하락을 전망하고 있다. 각 전문가들의 그 같은 전망이 위 도표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현재 미국 주택가격이 물가지수 수준과 보이는 격차와 비슷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또한 일본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 또한 부동산 버블이 해소된 뒤에도 상당한 기간 동안 주택가격이 회복하지 못하고 바닥권에서 최소 수 년 동안 머무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부터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는 초기단계에 진입하고 있으며 아직 부동산 거품이 거의 해소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서울의 경우 아파트 가격과 소비자물가지수와의 갭은 부동산 버블 정점기의 일본이나 미국에 비해 결코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의 주택 가격도 어떤 식으로든 미국이나 일본처럼 부동산 거품이 상당한 기간에 걸쳐서 빠질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상당한 충격이 동반되는 것 또한 불가피하다.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현재의 과도한 주택가격 수준이나 주택가격이 상승해온 기간 그리고 향후 전개될 한국 사회경제의 상황을 고려할 때 한국 역시 한계 상황에 이르게 되면 부동산 거품이 급격하게 붕괴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한 거품 해소 기간 측면에서는, 1980년대말과 비교해볼 때 물가지수와의 갭이나 가계 부채의 규모 등을 생각하면 부동산 거품이 완전히 해소되는 데에 10년 가까운 세월이 걸릴지도 모른다.


부동산 버블 붕괴를 어느 정도 억지로 지연시킬 수는 있어도 막을 수는 없다. 과도한 버블일수록 더더욱 그렇다. 그것은 지금까지 자본주의 역사가 거의 단 한 차례 예외도 없이 입증한 바다. 한국만이 예외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허무맹랑한 공상에 가깝다. 부동산 시장의 가격 메커니즘에 따라 부동산 버블이 자연스럽게 해소되도록 하는 것이 순리다. 현 정부는 각종 부동산 투기 조장책들로 오히려 버블을 더욱 키우려 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할수록 부동산에 국가 전체의 자원이 묶여 새로운 경제활로를 찾는 시간이 늦어진다. 또 부동산 버블이 안에서 계속 곪아 어느 순간 급격하게 터져버릴 가능성이 더 높아질 뿐이다. 그 때에는 대책도 없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6. 4. 09:04

“여기에 지하 동굴이 있다. 동굴 속에는 죄수가 갇혀 있다. 그는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두 팔과 다리가 묶인 채로 동굴 벽만 보고 산다. 목도 결박당하여 머리를 좌우로도 뒤로도 돌릴 수 가 없다. 죄수의 등 뒤 위쪽에 횃불이 타오르고 있다. 죄수는 횃불에 비추인 자신의 그림자만을 보고 산다.


죄수와 횃불 사이에는 무대 높이의 회랑이 동굴을 가로질러 설치되어 있다. 이제 이 회랑 뒤에서 누군가가 인형극 놀이를 한다고 상상하자. 돌이나 나무로 만든 동물 모형, 사람 모형을 담장 위로 들고 지나가는 것이다. 죄수는 횃불에 의해 투영되는 모형의 그림자만을 볼 뿐, 실재의 모형을 본적이 없지. 인형극을 연출하는 사람들이 대사를 읽을 경우, 죄수는 모형의 그림자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인식할 거야.


이제 죄수의 몸을 묶고 있는 사슬을 풀어주자. 모형을 죄수에게 보여주자. 당신이 보아온 동굴 벽의 이미지는 모형의 그림자였음을 설명해 주자. 죄수는 악을 쓸 것이다. 평생 그림자만 보아온 죄수는 그림자를 실재보다 더 실재적인 것으로 고집할 게야.”

(플라톤의 ‘국가(Politeia)’중에서)




매트릭스(Matrix). 워쇼스키 형제가 감독해 전세계적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영화의 제목이다. 이 영화에서 매트릭스는 기계에 의해 가상 현실을 진짜 현실로 인식하도록 만드는 프로그램 체계를 뜻한다. 이 표현은 지난해 말 한국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미네르바’가 되풀이 언급한 뒤로 영화 애호가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폭넓게 알려졌다. 필자는 미네르바의 한국경제 분석보다 익명성이 주는 신비감과 함께 ‘매트릭스에서 벗어나라’라는 메시지가 훨씬 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믿는다.


지배세력이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는 장치는 ‘희생양 만들기’다. 검찰이 ‘미네르바 때문에 환율이 폭등했다’고 주장하는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여기에 대해 피지배세력은 ‘음모론’으로 대응한다. 지배세력의 방해로 충분하고 체계적인 현실 이해가 어려운 피지배세력은 현재 자신이 겪는 고통이 ‘극소수 지배세력’의 음모 때문이라고 비난한다. 현재의 전세계적 경제 위기를 ‘유태계 자본의 음모’로 보거나 미네르바가 ‘노란 토끼(엔화 자본)’가 한국을 싹쓸이할 것이라고 주장한 것 등이 이에 속한다.


그런데 희생양 만들기와 음모론의 공통점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현실의 문제를 단순화해 실체적 진실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방해한다는 점이다. 그것은 ‘동굴의 비유’에서 동굴 벽에 투영된 인형극 놀이일 뿐이다. 동굴 벽에 투영된 그림자는 허상일 뿐 실체가 아니다. 실체적 진실은 동굴 밖 찬란한 태양 아래 놓여 있다.


한국 사회경제에도 분명히 매트릭스와 같은 현실이 있다. 그것은 삼성에버랜드 사건과 관련해 이건회 회장 등이 무죄판결을 받은 현실에서,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명박대통령에게 2009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 수준으로 보고하고도 국민들에게는 플러스 성장을 할 것으로 말한 사실에서, 또는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자신들에게 광고를 주는 건설업체를 위한 기사를 쏟아내는 한국 신문들의 현실을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매트릭스는 워낙 복잡하고, 그것을 떠받치는 세력 또한 워낙 강고하므로 일반인들이 매트릭스를 인식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가끔 일반인들이 그 같은 매트릭스의 존재를 깨닫게 되는 때가 있다. 가령 지난해 말 한국경제의 위기감이 극에 이르고,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신감이 증폭될 때이다. 미네르바의 주장이 그토록 많은 네티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상황과 맞아떨어진 측면이 있다.


하지만 매트릭스가 있다고 인식하는 것과 매트릭스가 어떤 식으로 구성돼 당신의 정신세계를 지배하는지를 인식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매트릭스를 빠져나와 ‘자유로운 상태’가 되기 위해서는 매트릭스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인터넷의 발달을 통한 집단지성의 발현은 많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하지만 아직 대다수 사람들은 여전히 매트릭스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를 잘 모른다.


그것은 한국의 정보 생산과 유통, 소비 과정이 기득권에 유리하게 왜곡돼 있기 때문이다. 정보를 생산하는 정부부터 많은 경우 정보를 통제하거나 왜곡한다. 현 정부 들어 그 같은 사례들은 더욱 많아지고 있다. 또 정부 정책이나 경제현상을 설명하는 증권사나 정부 산하 연구소, 재벌계 연구소 등은 이해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예를 들어, 한국의 증권사들은 매도 의견 보고서를 내는 경우가 거의 없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한국의 정보 유통 구조 또한 많이 일그러져 있다. 한국의 대다수 언론은 광고주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오히려 많은 사안에서 상당수 기득권 신문들은 자사의 기득권과 광고주, 그리고 그들 신문이 대변하는 기득권 세력을 위해 진실을 호도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모자라 이명박 정부는 KBS와 YTN에 낙하산 인사를 앉히고, MBC에 대해서는 민영화 위협과 PD수첩 제작팀의 검찰 수사 의뢰 등의 방법으로 언론을 압박하고 있다. ‘공정방송 사수’를 기치로 내건 YTN 노조원들의 치열한 투쟁에도 불구하고 주요 간부들이 낙하산 인사가 임명한 사람들로 채워진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필자를 인터뷰하러 온 KBS 기자나 PD들 가운데는 ‘과거처럼 자유롭게 프로그램을 (또는 뉴스를) 만들 수 없다’고 자조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의 저명한 저널리스트인 다치바나 다카시는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일본 언론들이 정부의 거짓 발표를 무비판적으로 보도함으로써 일본 국민들이 제대로 경제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다카시는 태평양전쟁 당시 대본영의 발표만 전달했던 상황에 비유하며 버블 붕괴라는 ‘제2의 패전’ 뒤에 가려진 진실을 국민들이 보지 못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지금 한국 언론의 상황은 당시 일본 언론의 상황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결코 못하지 않다고 판단된다.


일부 기득권 언론을 비판하는 매체들이 있지만, 충분한 깊이를 지니지 못하고 있다. 또한 그런 언론들조차 ‘진보진영’ ‘개혁진영’으로 스스로를 표방하며 기득권세력을 은연중에 ‘보수세력’으로 미화해주고 있다. 그러면서 사람들을 보수/진보의 낡은 이념틀에 가두고 진보를 대변하는 것으로 포지셔닝함으로써 생존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들 언론 또한 낡은 이념의 틀로 사람들의 정확한 인식을 방해하는 측면이 있다. 거대한 정책실패가 겹치면서 발발한 세계 및 한국의 경제위기에 대한 구체적 분석 없이 ‘신자유주의’ 등등 이념적 틀로 접근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따라서 그들 언론은 정치적, 사회적 이슈에서는 비교적 다른 목소리를 내지만 경제 문제 등의 보도는 깊이와 전문성에서 미흡하기 짝이 없다. 이들 신문 또한 광고주의 압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는 느낌을 주지는 못한다. 한국 언론 전반의 문제이지만, 이들 언론의 기자들 가운데 한국 사회경제의 실체적 진실을 드러낼 만한 충분한 전문성을 가진 이는 많지 않다. 또한 낡은 이념의 틀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그것이 정말 새로운 시대를 지향하는 목소리인지도 의문이 든다.   


다행히 쌍방향 정보 소통이 가능한 인터넷의 발달은 이 같은 정보 유통과정의 왜곡을 어느 정도 중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기존 미디어가 만들어낸 왜곡된 컨텐츠를 대량 유포하는 통로가 되는 등 문제점도 적지 않다. 그나마 새로운 목소리를 내는 장이 돼온 인터넷 또한 검찰을 동원한 현 정부의 겁박에 밀려 무력화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검찰 수사 이후 다음커뮤니케이션이 그토록 활성화돼 있던 토론광장인 ‘아고라’를 첫 화면에서 감춘 것이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정보를 소비하는 수용자의 태도도 매우 왜곡돼 있다. 왜곡된 정보 생산과 유통이 오랫동안 지속되다 보니 거기에 많은 이들이 길들여진 탓이다. 예를 들어, 현 정부를 비판하면 그 논리를 따지기 전에 정치적 또는 이념적 색깔부터 따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면 그 논리적 근거를 보기보다 ‘집이 없으니 배 아파서 그러느냐’는 인신공격이 이어진다.  


이 같은 정보 환경에서 일반인들이 중요한 사회경제적 사안들에 대해 제대로 현실을 인식하기란 매우 어렵다. 그런데 정확한 정보가 유통되지 않아 생기는 폐해는 매우 크다. 소비자나 투자자로서 제대로 된 정보가 없으면 공급자인 기업과 그 기업의 내부자들에게 판판이 당하기 십상이다. 한국의 주식시장이나 부동산시자에 사기와 선동질이 난무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시민으로서 올바른 정보를 얻지 못하면 올바른 정치적 선택을 할 수 없다. 그 같은 잘못된 정치적 선택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이명박 정부의 탄생이다. 이미 여야와 좌우를 떠나 많은 국민들이 ‘속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현 정부에 큰 기대를 안 했겠지만, 국정운영 수준의 저열함과 비열함, 퇴행적인 행태에 치를 떨고 있을 것이다.


필자는 올바른 정보가 얼마나 소중한지 너무나 잘 알기에 한국 사회의 숨겨진 진실을 드러내고 알리는 작업을 필생의 소명으로 여기고 있다. 물론 필자라고 해서 모든 것을 다 알 수 없고, 또 필자가 진실이라고 믿는 것이 모두 진실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이해관계를 멀리하고 최대한 양심적이고 독립적인 자세로 현상의 이면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필자는 부동산 문제에 대해 많은 글을 쓴다. 그렇다고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만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다. 필자는 세금과 예산, 교육과 보육, 일자리, 경쟁구조, 언론 문제 등 많은 사회경제적 이슈에 관심을 갖고 있다. 필자의 블로그에 이와 관련된 10여개의 카테고리가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당장은 부동산 문제에 대해 글을 많이 쓸 수밖에 없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부동산 문제가 지금 한국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과 규모가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과거 일본이나 현재 미국 등 전세계 대부분 국가들의 부동산 버블 붕괴 사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부동산 문제는 한 나라의 경제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파괴력을 갖고 있다. 또한 부동산 문제는 한국경제를 지배하고 있는 낡은 패러다임과 기득권 위주의 게임 규칙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문제이다. 현 정부는 사실상 집값을 올려주겠다는 공약으로 집권했고, 이를 철저히 실행에 옮기고 있다. 또한 삽질경제학에 근거한 기득권 중심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정책 대응으로 일반 가계의 고통이 누적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4대강 사업 등 막대한 건설토목 사업에 소중한 자원들을 탕진함으로써 미래세대의 부담 또한 늘리고 있다. 한편으로는 부동산 문제는 관련된 정보가 가장 왜곡돼 있는 반면 일반인들의 관심 또한 매우 높다. 이런 점에서 한국경제의 숨겨진 진실을 드러내기에 매우 좋은 소재이기도 하다.


하지만 필자가 요즘 무엇보다 절박하게 느끼는 것은 ‘이제 삽질경제 패러다임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경제는 지금까지 계속 부동산과 대규모 토건사업에 기반한 경제성장을 지속해왔다. 한국의 대표적 재벌들이 모두 건설업체들을 거느리고 있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건설업은 한국 재벌들의 모태였다. 거기에서 각종 부패와 담합, 사기와 불공정 거래가 만연했다. 각종 부패사건의 절반 이상이 건설사업을 매개로 일어났다. 재벌기업들의 비자금과 정치권 검은 돈의 젖줄이었다. 또한 민간 부문에서는 고분양가로 일반 가계들의 주름살을 늘리고, 공공 부문에서는 뇌물 거래와 음성적 로비 공세에 따라 잔뜩 부풀려진 공사 발주로 예산을 탕진하는 주범이었다. 정치인들은 개발공약을 내세우고 유권자들은 개발공약이 집값을 올려줄 것이라는 환상에 젖어 개발붐에 편승한다. 또한 부동산 광고를 매개로 한국 언론의 왜곡보도가 가장 만연한 영역이기도 하다.


이처럼 부동산과 토건사업을 중심으로 한 삽질경제는 한국의 산업구조가 그동안 노동집약 → 자본집약 → 기술집약적 산업구조로 이행하는 동안 줄기차게 지속돼온 패러다임이다. 정권의 좌우에 상관없이 일관되게 한국사회를 지배해온 패러다임이었다. 또한 일반 서민들의 부동산 재테크에서부터 최고위 경제관료들의 경제 정책에 이르기까지 한국사회와 경제를 좌우해온 패러다임이었다. 이렇게 해서 삽질경제는 한국의 사회경제 구석구석을 지배하는 가장 강력하면서도 끈질긴 패러다임이 되었다. 이 같은 삽질경제 패러다임은 이것을 극복해야 할 시점에 가장 극적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바로 현대건설 사장 출신의 대통령을 수반으로 한 ‘건설족 정부’에 의해서 말이다.


물론 사회 인프라를 구축하고, 자본의 규모를 키우며 삶의 질을 일정하게 높이는 등 삽질경제의 긍정적 효과 또한 적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제 삽질경제는 시대적 소명을 다했다. 한국경제가 여전히 개발연대의 삽질경제에 묶여 있는 가운데 발생하는 폐해가 너무나 크다.

삽질경제를 폐기해야 할 시점에 부동산 버블에 편승해 더욱 기승을 부린 삽질경제는 자산양극화와 국토의 황폐화, 민간 부담 증가와 국가 자원 낭비를 낳는 주범이다. 지식정보화 창의경제시대로 도약해야 할 한국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최대 걸림돌이다. 부패와 반칙, 사기, 불공정 거래로 상징되는 삽질경제로는 한국경제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콘크리트에 투자하는 삽질경제가 아니라 인적 자원에 투자하는 경제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이명박 정부는 이 같은 전환을 준비하기는커녕 오히려 시대착오적인 삽질경제학의 끝자락을 부여잡고 삽질경제로 한국경제가 계속 발전할 수 있다는 환상을 불러일으키기에 여념이 없다. 그러는 사이 수면 아래에서 한국경제는 점점 무너져 내리고 있다. 서민중산층과 20~40대 젊은 세대의 피해 또한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것이 필자가 줄기차게 부동산 문제를 중심으로 글을 쓰는 이유이다. 삽질경제 패러다임을 극복하지 않으면 한국경제에 앞날은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끝으로 미국의 저명한 독립 언론인이었던 I.F. 스톤의 글을 인용함으로써 필자가 글을 쓰는 이유를 끝맺고자 한다.



"억압받는 자들에게 약간의 위안이라도 주기 위해, 내가 직접 본 그대로의 진실을 쓰기 위해, 내 자신의 무능력에 의한 한계를 빼놓고는 그 밖의 어떤 것과도 타협하지 않기 위해, 나 자신의 충동을 빼놓고는 그 어떤 주인도 따르지 않을 자유를 누리기 위해, 진정한 언론인이란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나 자신의 이상을 실천하기 위해, 그리고 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나는 글을 쓴다.) 이 밖에 바랄 것이 또 뭐가 있겠는가."

 

 


by 선대인 2009. 6. 3. 09:38

 

이른바 '부동자금 800조원'을 둘러싼 소동이 점입가경이다. 언젠가부터 부동자금 800조원 운운하던 기사가 나오더니 얼마 전부터는 경향, 한겨레부터 조중동까지 사설과 칼럼으로 부동자금을 논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급기야 며칠 전에는 연합뉴스가 부동자금 800조원 돌파라며 마치 대단한 특종이라도 한 듯이 기사를 써댔다. 많은 신문들이 이를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의 단기 반등 양상과 연결지으며 '유동성의 힘'이라고 썼다. 이에 편승해 부동산 투기 조장꾼들은 '봐라. 부동산시장을 폭등시킬 돈은 얼마든지 있다"는 식으로 사람들을 선동했다. 특히 정도가 심한 일부 꾼들 중에는 아예 "부동자금이 넘쳐나서 부동산시장이 폭등할 것"이라고 선동하기도 했다. 이를 또 다시 일부 언론들이 옮기기도 했다.  

그런데 밑도 끝도 없이 언론을 통해 회자되고 있는 이 ‘부동자금 800조원’의 말뜻이 너무 모호하다. 우선, 부동자금이라는 말의 뜻이 너무나 모호하다. 경제학 교과서 어디를 뒤져도 부동자금이라는 용어는 없다. 결국 언론 스스로가 지어내 대량 유통시키고 있는 조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언론 보도에서 사용되는 문맥으로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시중에 떠돌아다니는 자금이라는 뜻인 것 같다.


더구나 ‘부동자금’이라는 용어가 뒤따라 나오는 ‘800조원’이라는 돈의 액수와 이어지는 것은 당최 이해할 수 없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이리저리 헤매는 돈이 800조원이나 된다니. 한국은행이 통화관리의 기본 지표로 삼는 광의통화 M2의 올해 2월 현재 통화량이 1458조원인데, M2의 절반도 훨씬 넘는 돈이 부동자금이라니 황당할 수밖에 없다. 한국 경제가 외환위기 이후 사상 최악의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판국에 그만한 돈이 투자성 자금으로 대기하고 있다니 한국에 그토록 갑부들이 많다는 말인가? 그리고 만약 800조원이라는 돈이 이리 저리 옮겨다니며 한국 경제를 휘젓고 있다면 한국경제는 엄청난 변동성으로 매일매일 쓰나미를 헤쳐나가는 기분일 것이다. 그것도 불과 4,5년 전까지만 해도 300조원, 400조원이라고 했는데, 그 새 400조원이 추가로 늘었다니 한국 경제가 그동안 개벽이라도 했다는 말인가? 그런데도 실물 경제는 심각한 침체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도저히 아귀가 맞지 않는 것이다.


현실이 이렇다면 결국 ‘부동자금 800조원’이라는 용어와 이것이 사용되는 용법이 엉터리라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한 번 따져보기로 했다. 언론에서 금융감독원 자료를 출처로 삼고 있어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에서 자료를 찾아봤지만, 부동자금과 관련된, 또는 단기 수신자금과 관련된 자료는 찾을 수 없었다. (필자가 혹 못 찾았을 수도 있으니, 혹시라도 관련된 공식 자료를 찾으신 분은 알려주시기 바란다.) 언론 보도를 봐도 ‘금융감독원이 며칠 발표한 무슨무슨 자료에 따르면’이라는 표현 대신, ‘금융감독원에 따르면’이라는 표현으로 일관된 것으로 봐서 공식자료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그렇다면 이는 일부 기자가 금감원 자료 가운데 자기 입맛에 맞게 짜맞춘 금액이거나 아니면, 금감원 일부 관계자에게 ‘이러이러한 자금들 합계액 좀 내주세요’ 해서 주문생산한 자료일 가능성이 높다. 아니면, 엉터리 금감원 관계자가 죽이 맞는 엉터리 기자와 ‘합작 생산-유통’했을지도 모르겠다.


좋다. 일단은 접어주기로 하자. 한국은행 자료를 통해 언론에서 단기 부동자금으로 거론하는 단기 수신자금에 해당하는 각종 항목을 모두 더해봤다.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식저축성예금, MMF, 발행어음, 양도성예금증서(CD), 어음관리계좌(CMA), 환매조건부채권매도, 그리고 만기 6개월 미만 정기예금까지 포함했다. 이외에 언론이 말하는 부동자금이 더 있는지 모르겠으나, 여러 언론 보도에서 언급된 것은 대부분 더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 금액의 합계는 올해 2월 현재 546조 6400억원. M2의 37.5%에 해당했다.


그런데 이는 금융감독원이 제시하는 800조원이라는 금액보다 253조여원 적다. 이처럼 큰 차이가 나는 이유를 양쪽 자료를 세부 내역별로 대조하지 않는 한 확실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다만, 일단 한국은행은 금융상품별로 집계를 한 것인데, 이 가운데는 일부 단기 자금으로 포함할 수 있는 자금이지만, 만기를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어 일부 단기 수신자금으로 포함하지 못한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 자금 규모가 대세를 바꿀 만큼 큰 액수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반면 언론 보도를 보면 금감원은 각 금융기관별로 자료를 집계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CD나 채권뿐만 아니라 이들 상품을 편입하고 있는 MMF 등 각종 복합 금융상품이 금융기관별로 여러 번 중복해서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한국은행이 집계하지 않는 다른 대상이 더 있을 수 있지만, 큰 그림을 바꿀 만큼 자금 규모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본다면 일단 금감원을 출처로 하는 부동자금 800조원이라는 액수는 상당히 부풀려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고의든 실수든(또는 자료 생산자가 귀찮아서 중복 부분을 걸러내지 않았든) 한국은행 자료와 200조원 이상이나 괴리가 생긴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어, 이 단기 수신자금의 추이를 아래 <도표>를 참고로 한 번 살펴보자. 이 단기 수신자금이 언론에서 언급한 부동자금 전부를 포괄하지는 않더라도 큰 흐름을 살펴보는 데는 큰 지장이 없을 것이다. <도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단기 수신자금은 경제규모가 커짐에 따라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부동산 가격이나 주가의 등락과 상관없이 거의 일정한 속도로 꾸준히 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던 2002~2003년이나 2006년 하반기에도 단기자금은 꾸준히 늘었다. 만약 언론에서 말하는 부동자금의 의미대로라면 이 당시 투자수익을 노리며 대기하고 있던 부동자금들이 부동산에 들어갔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부동자금이 줄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정황은 전혀 없다.

 

                                   <도표>

(주) 한국은행자료로부터 KSERI 작성

 

                                    

그렇다면 단기 수신자금이 이동해서 부동산에 들어갔다고 보기 어렵다고 봐야 한다. 그동안 부동산 폭등기에 부동산시장에 들어갔던 자금들은 대부분 가계가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린 빚이다. 이는 주택담보대출 잔고 추이 및 증감률을 보면 명확히 드러난다. 주택담보대출 잔고가 꾸준히 늘어나는 가운데 집값이 치솟았던 2005년 상반기와 2006년 하반기에 잔고가 큰 폭으로 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강북 중심으로 집값이 뛸 때에도 소폭이지만 잔고 증가율이 비교적 높았고, 올해 2월 강남 재건축의 호가 위주 반등이 일어날 때도 증가율이 소폭 상승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M2 증감률과 통화승수를 보더라도 드러난다. 가계 부채가 늘어나면 금융권을 통해 시중에 풀리는 돈이 늘어나게 되는데 부동산 가격이 뛰었던 2006년말과 2008년 초 M2가 더 큰 폭으로 늘어났다. 이는 금융권이 가계 대출을 통해 신용창조를 활발히 한 것이므로 같은 시기 통화승수도 상대적으로 올라갔음을 알 수 있다. 이를 종합해보면 부동산에 들어간 돈들은 대부분 가계가 금융기관에서 빌린 빚이지 호시탐탐 때를 보고 있던 천문학적인 ‘부동자금’에서 이동한 돈이라고 보기 어렵다. 언론 보도처럼 투자를 위해 5분대기조처럼 대기하고 있는 자금이라면 왜 그런 자금들로 투자를 하지 은행에서 빚을 내서 투자하겠는가? 물론 단기 수신자금에서도 일부는 부동산으로 이동했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지표상으로는 뚜렷한 변화가 없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도표에서 M2대비 단기자금의 비율을 보더라도 경기가 상대적으로 좋았을 때 비율이 높고, 경기가 나빠질 때는 오히려 단기자금 비율이 줄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언론에서 사용하는 의미대로라면 경기가 불확실할 때 관망하며 적절한 투자처를 물색하는 자금이므로 상대적으로 그 비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상황은 정반대인 것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언론에서 보도하는 부동자금의 성격이 실제와 많이 다른 것임을 추정케 한다. 결국 언론이 부동자금이라고 부르는 단기 수신자금의 성격이 단기 투기성(투자성) 자금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합계 300조원이 넘는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식 저축예금 등은 대부분 일상적, 정기적 거래에 수반되는 지급이나 결제를 위한 자금이지 투자성 자금이라고 하기 어렵다. 또한 합계 106조원에 이르는 CD, RP 등은 일반인들을 상대로 금융상품으로 판매되는 것이다. 일반 고객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금융자산 포트폴리오상 수익을 얻기 위해 이미 투자한 자금이라고 봐야 한다. 그런데 이를 수익성이 더 좋은 다른 곳으로 금방 옮기기 위한 단기 대기 자금으로 보는 것은 무리다. 37조원에 이르는 만기 6개월 미만 정기예금 등 단기 저축성 수신 또한 안전성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 이를 투자 대기 자금으로 분류하는 것은 무리다.


비은행권에서 판매되는 MMF나 증권사 RP, 단기 채권형 펀드, 종금사 발행어음 등은 앞에서도 설명한 것처럼 상당 부분 중복 계산으로 그 금액이 부풀려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들 자금은 상대적으로 수익률에 민감하지만 경우에 따라 다른 투자처로 이동할 수 있지만, 이들 자금도 수백조원씩 옮겨 다니는 뭉칫돈으로 보기는 어렵다. 특히 이 가운데도 증권사 CMA 상품에 편입돼 결제성 자금으로 분류되는 금액이 35조원에 이른다.


이렇게 볼 때 단기 수신자금은 대기성 투자 자금이라기보다는 대부분 일상적인 거래를 위한 결제성 자금(거래적 동기)이거나 갑작스러운 자금 수요에 대비하기 위한 자금(예비적 동기)이지 투자나 투기를 위해 대기하고 있는 자금(투기/투자적 동기)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 같은 부동자금의 실체에 대해서는 과거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도 대부분 결제성 자금이나 예비성 자금 등 정상적 자금이지 투자 대기 자금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 적이 있다. 당시 박승 전 총재는 단기 수신자금 가운데 정말 언론이 말하는 성격의 투자 대기 자금이 얼마인지 파악하기 힘들며, 있다면 전체 단기성 예금의 극히 적은 부분일 것으로 추정한 적이 있다. (월간조선 2003년 12월호) 


실상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왜 ‘부동자금 800조원’이라는 망령이 계속 돌아다니는가? 물론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국은행이 금리를 급격하게 낮춤에 따라 일부 자금이 단기화해서 좀 더 나은 투자처를 물색하는 흐름이 조금은 있을 수 있다.주식시장의 경우 한국은행이 밝힌 것처럼 개인들의 직접 투자가 늘면서 CMA나 개인예탁금 비중이 늘었다는 점에서 단기 자금의 일부가 유입된 효과가 제한적으로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부동산에 단기자금이 흘러든 뚜렷한 증거는 없다.  그나마 자산시장으로 흘러든 단기 자금은 언론에서 과장하는 ‘부동자금 800조원’에 비하면 매우 미미한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언론의 전문성이 낮아 부동자금의 성격을 잘못 알고 최초의 엉터리 보도를 걸러내지 못하고 확대재생산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정도는 선의로 해석할 수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최근 실물경제가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데도, 집값이나 주가 상승을 합리화하거나 심지어 자산시장 투기를 부추기려는 의도가 짙어 보이는 경우도 있다. 당장 일부 언론이나 부동산 투기 조장 전문가들이 최근 “그 많은 부동자금이 결국 어디로 가겠느냐”고 선동하는 것도 그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위에서도 본 것처럼 지금까지 부동산 투기는 대부분 가계의 금융권 차입 자금으로 이뤄져 왔다. 지난해 말부터 경기 침체가 본격화됨에 따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대폭인하하면서 M2가 늘고 있기는 하나 그 증가율은 하락세이며, 통화승수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결국 금리가 낮아졌지만 실물부문에 돈이 충분히 돌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물론 정부의 각종 경기 부양책이나 저금리 정책을 통해 통화량이 일부 늘어난 것이 사실이지만, 이것을 곧바로 인플레이션이나 자산 가격 앙등으로 연결 짓는 것은 무리다. 여러 번 지적했지만, 가계의 주택담보대출이 거의 한계에 이를 만큼 이른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이 추가 상승할 여력은 거의 바닥 나 있다. 단기적으로 호가 위주의 상승은 가능하지만, 대세상승으로 이어질 여력은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부동자금이 800조원이나 되니 투기 바람이 조금만 불면 집값이 언제든지 과거처럼 급등할 수 있다’는 인식은 환상일 뿐이다. 그것도 한 순간의 선택으로 10년 안에 패가망신을 초래할 수도 있는 매우 위험한 환상이다.

이 같은 '부동자금 800조원'을 둘러싼 정부당국과 언론의 소동을 보면서 한 편의 블랙코미디를 보는 듯한 씁쓸함을 느낀다. 그동안 알고도 그런 건지, 몰라서 그런 건지 수수방관하던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요 며칠 사이 현 상태에서는 "유동성 과잉"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부동자금 800조원'의 큰 흐름을 살피고, 그것이 자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것은 위에서 본 것처럼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런데도 온 나라가 그 문제를 둘러싸고 이런 난리를 치는 것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과장된 엉터리 왜곡 정보가 온 나라를 뒤흔드는 상황이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나라에 제대로 된 정보 필터링 기능이 있다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도대체 언론은 최소한의 상식을 갖춘 것인지, 또 그런 언론보도가 난무하는 동안 이 땅의 수많은 경제학자라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하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또 정책당국은 뭐란 말인가? 정책당국을 출처로 인용한 언론보도가 연일 이어지는 동안 도대체 뭘 하다가 이제서야 "유동자금이 많지 않다"고 떠들어댄다는 말인가?

 

정책당국이 그동안 정말 부동자금의 실체를 몰랐던 것인지, 알고도 모른 척 했던 것인지조차 의아하다. 정말 몰랐다면 모두 옷을 벗어야 한다. 언론에서 말하는 부동자금의 실체도 모르고 정책운용을 하고 있었다면 기본적인 정책 판단 능력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알고도 모른 척 했다면 더 파렴치한 것이다. '부동자금 800조'라는 엉뚱한 정보가 국민들의 판단을 흐리고 있는데도, 어떤 정책적 이해관계 때문에 이를 알고도 모른 척 했다면 국민들을 기만한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나타나는 흐름을 보면 후자의 개연성이 상당히 있는 것 같다. 그동안은 정부 당국은 '부동자금 800조원' 보도가 주식 및 부동산을 띄우는 데 도움되는 것으로 여겨 방치했을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지나쳐 최근에는 일부 언론에서 "시중 유동성을 흡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문이 나오니 펄쩍 뛰는 것이다. 최근 윤 장관이 "전체적으로 단기부동자금이 많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정부의 정책기조를 바꿀 타이밍이 절대 아니며 올해는 아마도 (유동성을 회수하기가) 힘들 "이라고 말했다는 것도 그 때문으로 보인다. 자산시장을 띄우는 데 이용하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사실 실물경제가 아직도 엄동설한인 상황에서 유동성 흡수하라니 현 정권의 생리상 가만둘 수 없는 상황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 단순한 추측이 아니라 최근 보도의 흐름과 정책당국의 반응을 보면 충분한 개연성이 있어 보인다. 어떤 경우이든 이런 정책당국과 이런 한심한 수준의 언론에 휘둘리며 살아야 하는 이 나라 서민들의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5. 22. 00:34


요즘 군소 경제신문들을 중심으로 엉터리 보도들이 난무하니 마치 지금 집값 오르는 것이 대세인 양 착각하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지속된 저금리 기조와 원리금 상환 만기 연장으로 버틸 힘을 얻은 잠재 매도자들이 정부와 엉터리 언론의 각종 투기 선동책으로 집값이 일시 반등한 것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제 다시 내려갈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2000년대 수도권의 집값 상승-하락 패턴을 보면 용머리에 해당하는 강남 집값이 오른 뒤 점점 여타 지역으로 올랐다가, 다시 같은 순서로 용머리부터 떨어져 다시 떨어지는 현상을 보입니다. 좀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강남 재건축은 확실히 매수세가 따라 붙지 않으면서 호가가 계속 빠지고 매매가도 떨어졌습니다.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090518017003

‘서울·신도시 아파트값 상승세 꺾여’ 기사 참조 ) 다른 지역의 상승세도 한 풀 꺾이면서 이제 다시 집값이 떨어지는 패턴을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벌써 집값 상승-하락의 선행지표라고 할 수 있는 경매 낙찰율이 다시 떨어지고 있습니다. (http://www.asiae.co.kr/uhtml/read.jsp?idxno=2009051910251153188

강남 '경매 매각가율' 하락.. 분당 상승세도 '움찔' 기사 참조)



그리고 많은 분들이 잘 모르는데, 지난해 경기 남부 시장을 얼어붙게 했던 ‘입주 물량’의 70% 가량이 올 하반기에 몰려 있습니다. 올 상반기에는 입주 물량이 적은데다 정부의 투기 조장책과 성급한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헛바람이 들어 부동산 가격이 일시 반등한 것입니다. 하지만 하반기에 대규모 입주물량 폭탄이 쏟아지면 다시 역전세난과 집값 하락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입주물량 폭탄은 내년에 터집니다. 아래 <도표>를 보시면 수도권의 주택 건설(인허가)실적은 2007년에 30만호를 넘었습니다. 분양가상한제를 앞두고 밀어내기 분양한 물량들이 2007년 하반기에 대거 몰리면서 빚어진 현상입니다. 이 분양 물량들의 입주물량은 대부분 내년에 도래합니다. 2000년대 초반과 같은 부동산 활황기이면 모를까 지금 같은 침체기에 이 정도 물량을 받아줄 수 있을까요?

 


지금 인천 청라와 송도에서 분양 과열이니 이야기를 하지만 인천 청라와 송도를 제외하고는 전국 어디에서 분양이 성공하고 있는지 잘 한 번 보십시오. 없습니다. 인천 청라는 1년 후 분양권 전매가 되고, 분양가 상한제로 인근 다른 아파트보다 평당 100만원 이상 싸고, 양도소득세 등이 감면되기 때문에 한 마디로 잘만 하면 한 번 먹고 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한 마디로 투기판입니다. 이런 상황을 이용해서 지금 미분양물량으로 자금이 매인 건설업체들이 ‘떴다방’들을 동원해 이런 투기 바람을 더욱 부추기고, 임직원 가족들까지 동원해 바람을 잡았습니다. 인천 청라 지구는 분양 물량이 너무나 대규모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대규모 미분양이 나면 업체들로서는 곡소리 나게 돼 있습니다. 그래서 바람을 잡기 위해 사활을 건 것입니다. 광고매출이 지난해보다 절반으로 줄어든 군소 경제지들에 광고물량 헐값에 주고 엄청난 선동기사들을 양산한 것입니다. 그런데 조금만 시야를 넓혀볼까요? 지금 대규모 분양이 이뤄진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요? 2~3년 후부터 대규모 입주물량 폭탄으로 이어진다는 말입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올해 하반기부터 물량폭탄이 터집니다. 올 7월 논현지구의 한화물량 1·622가구, 1298가구를 포함해 내년까지 1만 2000여가구가 입주합니다. 내년에는 송도에서 2008가구, 청라에서 7957가구가 들어섭니다. 인천 시내에서도 올해 10월 중구 운남동에서 1022가구, 서구 신현동에서 2966가구가 입주합니다. 이렇게 물량폭탄이 이어지는 가운데 분양물량도 계속 증가합니다. 내년 신규 분양 물량은 3만310가구에 이릅니다. 이뿐인가요? 한강신도시와 검단신도 등 서울에서 더 가까운 신도시에서도 신규공급이 넘쳐납니다. 이런 추세가 향후 계속될 텐데 인천 집값이 오를 수 있을까요? 지금 인천 청라에서 분양받은 분들은 정부의 투기 조장책에 힘입어 ‘피’만 챙기고 빠져나오겠다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인천경제특별구역이라고 하지만 아파트 개발말고 진척된 사업이 없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거기에서 실수요자로 살겠습니까? 그런데 앞서 말한 물량 폭탄 때문에 아마 이들은 ‘피’를 챙기기는커녕 ‘피박’ 쓸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분양물량에 대해 말씀드릴까요? 며칠 전 발표한 국토해양부 자료를 보면 미분양 물량이 사상 최고치를 다시 기록한 것을 아실 겁니다. 경기도에서만 약 3500호 이상 늘었습니다. 건설업체들이 양도세 감면 혜택을 받기 위해 미분양 물량으로 신고한 물량이 나온 것입니다. 제가 동부건설 임원한테 들은 얘기로는 지금 공식 미분양 물량의 70~80%를 감춰놓고 신고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미분양이 늘어나면 공급과잉이어서 집값과 분양가를 낮추면 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아직도 사람들에게 투기바람을 잔뜩 집어넣어 어떻게든 부동산 폭탄을 떠넘기려 하는 것입니다. 정부가 1만 3000호 가량 미분양 물량을 매입해주고, 대규모 공공토건사업으로 유동성을 지급해주는 것에 기대 그렇게 대국민 사기극을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절대 비공식 물량까지 25만호에 이르는 미분양물량을 해소하지 못합니다. 아마 현재 상태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는 데만 4~5년 이상 걸릴 겁니다.


그런데 이게 해소가 될까요? 위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엄청난 규모의 입주물량 폭탄이 2010년부터 본격화됩니다. 각종 제 2기 신도시 물량도 2010년,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쏟아집니다. 서울과 경기도의 뉴타운 지역 물량도 2010년 이후 본격화됩니다. 지금은 뉴타운 지역에서 기존 주택, 특히 중소형 주택들을 대거 밀어내니 오히려 주거공급을 줄이는 효과를 나타내지만, 2011년이 넘어가면 그때는 중대형 위주의 아파트 공급 폭탄으로 돌아옵니다. 2010년대 주택시장에서는 만성적인 공급 과잉 상태가 됩니다. 미분양은 줄기는커녕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도 아직 언론에서는 주택건설(인허가)실적이 줄어 2~3년 후 집값이 뛸 것이라는 얘기밖에  안 나오죠? 아이러니하지만 거의 같은 시기에 주택착공 면적이 늘었다는 기사는 보셨나요?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09051110087010224&outlink=1

‘3월 주거용 건물 착공, 1년 새 80% 증가’ 기사 참조) 주택건설실적이 통계상으로 안 좋은 것은 건설업체들이 주택경기가 좀 풀리면 분양하려고 유보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버블세븐이 들썩거리고 인천 청라에서 분양 바람을 일으키는데 성공하니까 당장 이 달 수도권 분양 물량이 2만가구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주택경기가 얼어붙는다고 해서 건설업체들이 분양 안 하고 주택 안 지을 수 있을까요? 지금 엄청난 미분양으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지만, 걔네들은 어떤 식으로든 분양해서 자금 돌려막기를 할 수밖에 없는 형편입니다. 분양수입이 없이 각 건설업체들이 사놓은 2~3년치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땅들을 금융비용만 계속 지출하면서 놀릴 수 있을까요? 물론 그 중 일부는 토공이나 다른 건설업체에 팔아넘기거나 지연시킬 수 있겠지만, 얼마나 그런 식으로 버틸 수 있을까요? 결국 주택을 계속 쏟아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시장 흐름에 맡겨 외환위기 이후 3.5배 가량 늘어난 건설업체들이 구조조정되도록 했으면 그나만 주택 공급이 좀 줄어들 겁니다. 그런데 정부가 대대적 부양책을 동원해 구조조정을 사실상 막고 있습니다. 정부가 말로는 ‘구조조정’을 떠들어대지만, '버티면 결국 정부가 도와준다'는 것을 경험한 건설업체들이 자발적으로 구조조정할까요? 최대한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틸 겁니다. 그러면서 상당수 기업들이 좀비기업으로 ‘정부 재정 호흡기’로 연명하며 주택사업을 벌이겠죠? 그러면서 공급 초과로 결국 덤핑경쟁이 벌어지고 분양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질 것입니다.( http://www.edaily.co.kr/News/FundEstate/NewsRead.asp?sub_cd=HE21&newsid=01584246589690888&clkcode=&DirCode=00603&OutLnkChk=Y, ‘미분양 아파트 분양가 인하 도미노’ 기사 참조. 아직 초기 단계일뿐 앞으로 이런 상황은 더욱 확대되고 분양가 인하폭도 커질 것입니다.) 결국 건설업계 전반이 서서히 공멸로 치닫고 점점 깊은 침체의 늪으로 빠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구, 가구가 줄고, 그 가구의 소득이 줄고, 집값은 계속 떨어지는데 투기바람도 못 일으킵니다. 그렇게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면 결국 수면 아래에서 계속 건설업계와 가계의 부실 채권이 늘어나 금융권도 위태로워질 수 있습니다. 1990년대 일본이 걸어갔던 길과 매우 유사합니다. 


현 정부가 이 같은 길을 피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강부자정권’ ‘건설족정부’인 현 정부는 오로지 자신들 임기내에 돌아오는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국경제를 장기 침체의 늪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5. 21. 09:54


 

최근 버블 세븐을 중심으로 집값이 일시 반등하는 가운데 한국 신문들의 부동산 투기 선동형 보도가 난무하고 있습니다. 사실 한국 언론의 왜곡 엉터리보도는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국 신문의 부동산 및 교육 분야 보도가 매우 편향적이고 왜곡돼 있는 것도 한국 신문의 광고 매출 비중 가운데 부동산과 교육 관련 분야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해서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왜곡된 정보가 생산-유통-소비(수용)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왜곡되고 편향적인 기사들 때문에 일반 서민들이 입는 피해가 너무 큽니다. 따라서, 한국 언론들이 어떤 식으로 장난치는지를 알 수 있다면 잘못된 언론 보도에 좀 덜 휘둘릴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서 전직 신문기자로서 부동산 문제와 관련한 대표적 왜곡보도 사례 몇 가지를 소개하니 참고바랍니다.



1. 현실과 전혀 다른 과장 보도:


예를 들어, 주변에서 흔히 보는 1인가구는 대부분 집값은 오르는데 소득은 없어 결혼을 늦추는 노총각, 노처녀이거나 고령화로 배우자와 사별한 독거노인들인데 언론에 나오는 1인가구는 왜 대부분 ‘골드미스/미스터’에 관한 얘기들뿐인지 생각해보라. 또 부동자금 800조원이 돌아다닌다는 보도가 판을 치는데, 정말 그만한 돈이 돌아다닌다면 한국 경제가 극심한 침체 상황에서 어떻게 그많은 투자성 대기자금이 돌아다닐 수 있는지 생각해보라. 하이닉스 유상증자 공모주 청약에 26조원이 몰렸다며 부동자금이 엄청나다고 하는데, 실제 공모주 청약 증거금은 훨씬 더 작은 규모다.


2. 엉터리 통계나 여론조사 결과를 활용하거나, 제대로 된 통계나 여론조사 결과라도 견강부회식으로 활용하는 경우:


며칠 전 한 군소경제신문에서 ‘일반인들은 대세상승, 전문가들은 반짝 반등’이라는 유의 제목으로 기사를 쓴 적이 있다. 기사 내용을 읽어보면 부동산 114가 전국 회원 몇 백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향후 3개월 이내에 집을 사겠다’고 응답한 사람들이 절반을 넘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한 마디로 대표성이 심각하게 의심되는 엉터리 여론조사 결과를 마치 대다수 일반인들의 생각인 것처럼 포장한 기사였다. 부동산 114의 회원들이라면 대부분 부동산 투기 성향이 높거나 적어도 부동산 문제에 관해 부동산포털에 세뇌가 되다시피한 사람들이 다수일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일반 국민들을 대표할 수 있는가? 그 설문조사 결과대로라면 전 국민의 절반 정도가 3개월 내에 집을 살 의향이 있다는 것인데, 주변 사람들 가운데 지금 자금 여유가 있어서 집을 살 여력이 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 파렴치한 왜곡보도일 뿐이다. 이런 식으로 조사 방식, 표본오차, 신뢰구간 등도 밝히지 않고 일반인들을 오도하는 통계나 여론조사를 활용해 사람들을 선동하는 기사를 주의하라. 같은 통계라도 보여주는 방식에 따라 얼마든지 현실을 왜곡하고 호도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 통계를 ‘제3의 거짓말’이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강대 김모교수처럼 90년대초 부동산 버블의 정점이었던 1991년의 전국주택가격지수를 기준점으로 삼아 한국에 부동산 버블이 없는 것처럼 호도하고 이를 언론이 받아쓰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3. 건설업체나 부동산 중개업소 등 이해관계자들이 뻥 튀기는 주장을 ‘완성된 현실’처럼 보도하는 경우:


예를 들어, 호가와 실거래가/ 청약률과 계약률과 관련된 기사들이 그렇다. 최근에 쏟아진 많은 기사들 가운데 ‘잠실 재건축 고점 대비 95% 회복’ 이런 유의 기사가 많았다. 그런데 기사를 읽어보면 실거래가가 아니라 매도호가를 그만큼 올린다는 것일 뿐이다. 기사에도 그 같은 매도호가에 사려는 매수세는 거의 없다고 나오면서도 그런 기사를 쓰는 것이다. 국토부 실거래가를 보면 지역별로 다르지만 버블 세븐의 경우 지난해말 고점 대비 약 30% 가량 떨어진 뒤 연초부터 4월까지 약 10~15% 상승한 정도다. 청약률과 계약률도 마찬가지다. 현 상태에서 인천 청라처럼 일시적 바람을 일으켜 청약률을 높일 수는 있다. 건설업체들이 기획부동산과 짜고 바람을 잡거나 심지어 임직원 가족들까지 동원해 청약률을 높인다. 또 일반인들도 실제 계약하지 않더라도 우선 청약은 해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생각해보라. 


4. 지표의 의미를 불안심리를 조장하는 방향으로 정반대로 왜곡하는 경우:


최근 ‘주택건설실적이 줄어 2~3년후 집값 폭등할 수도’ 유의 기사가 쏟아졌다. 주택건설실적은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을 줄인 말로 분양 전 건설업체들이 건설할 수 있는 인허가 절차를 마친 것을 말한다. 그런데 주택경기가 꺾이면 주택건설실적이 줄어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특히 한국의 경우 공식적으로만 16만호가 넘는 미분양물량이라는 미판매 재고가 쌓여 있는데 신규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이 줄어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는 다른 대부분 나라에서 주택건설허가 실적이나 주택착공(housing starts) 실적을 주택경기 선행지표로서 보도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외국에서는 이런 실적이 저조하면 주택경기가 여전히 위축돼 있다고 얘기하지 우리처럼 2~3년 후에 집값이 폭등할 수 있으니, 지금 집을 사두라는 식의 기사는 나오지 않는다.


반대로 올해 수도권 입주물량의 70% 가량이 하반기에 몰려 있고, 2007년 수도권 주택건설실적이 예년보다 훨씬 많은 30만호가 분양돼 대부분 2010년에 입주물량으로 쏟아지는데 그것 때문에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보도는 본 기억이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현재 인천 청라와 송도에 분양 물량이 쏟아진 것이 2~3년후 입주 시점에 물량폭탄으로 이어져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보도도 본 기억이 없을 것이다. 이처럼 왜곡양상이 너무 심하다. 같은 유의 사안에 대해 블룸버그나 유수의 외국 언론들이 어떻게 보도하는지를 비교해보라. 꼭 부동산 문제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에 대해서도 외국 언론의 보도와 비교해보면 한국 언론이 얼마나 부풀리기 및 왜곡보도를 일삼고 있는지 잘 아실 수 있을 것이다.


5. 단순한 개발호재와 연관해 집값이 오를 것처럼 언급하는 기사:


예를 들면, 지하철 9호선 개통과 함께 주변 역세권 집값이 오르고 있다는 유의 기사들이다. 물론 그 같은 개발호재는 당연히 집값 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그 같은 개발호재는 일정한 시점에는 이미 선반영돼 있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경기 불황이 심할 경우 개발계획이 제 속도를 내기 어려워 지연되는 경우 중간에 들어간 사람은 피해를 볼 수도 있다. 또한 지금처럼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시점에는 중장기적으로 웬만한 개발호재는 덮일 수도 있다. 또한 지금 특정한 지역이 아니라 서울과 수도권의 웬만한 지역에는 한, 두 개 개발호재가 없는 곳이 없다. 한, 두 개 개발호재만으로 특정 지역에서만 집값이 급상승할 것처럼 보도하는 기사는 주의해야 한다.



6. 중장기적 국면을 보지 않고 단기 국면만 보여주는 기사:


지금 같은 시기에는 멀리 넓게 내다봐야 한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인천 청라 분양에서 문전성시를 이루지만 2,3년후 경기 침체가 계속되는 속에서 물량폭탄이 쏟아질 경우에 대해서는 보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한 부동산 거래량을 소개하는 기사에서도 거래량이 바닥을 기는 상황에서 기자들이 전월 대비로 30% 증가했다는 식으로 기사를 쓰지만, 여전히 거래량이 고점이었던 2006년 대비로는 1/4~1/5수준에 머물고 있음은 보여주지 않는다.



7. 일부 몇 가지 사례를 가지고 일반적 사례인 양 포장하는 경우:


한국 언론계의 한심한 격언 가운데 하나가 ‘케이스 세 개면 기사 쓴다’라는 게 있다. 기사가 쓰고자 하는 소위 ‘야마(리드-머리 문장)’에 맞는 사례 세 개면 어떤 식의 기사도 쓸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학술보고서 등과 달리 대중을 상대로 하는 언론 보도에서 생생한 사례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문제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경우다. 일반적 상황과 다른 몇 개 사례만으로 전반적인 상황을 완전히 호도하는 기사들이 상당히 많다. 예를 들어, 최근 시사매거진 2580에서 화성 동탄의 집값이 많이 오른 것으로 소개했는데, 화성의 경우 최근 대기업 본사 인력들의 일시 대규모 유입으로 집값이 올랐다. 이런 상황이 전체 수도권에서 함께 벌어지는 것으로 보도하는 것은 전체 상황을 왜곡하는 것이다. 또, 일부 여유자금을 가진 사람들 케이스 몇 가지를 가지고 현재도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많이 대기하고 있는 것처럼 포장하는 경우이다. 또는 분양가상한제로 분양가격이 싸고 전매가 가능하고 양도소득세 면제 혜택 등이 주어지는 인천 청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청약시장이 참패를 겪고 있는데도 전체 분양시장이 과열되고 있는 것처럼 보도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8. 은연중에 사람들을 세뇌시키는 용어를 쓰는 경우:


예를 들어, 집값이 내리면 침체로 쓰면서 집값이 오르면 ‘봄바람’이라는 식의 표현을 쓰는 언론들이 많다. 마찬가지로 일부 언론에서는 높은 집값 상태에서 집값이 떨어지지 않는 것을 ‘집값 안정’이라며 긍정적 뉘앙스를 쓴다. 별 것 아닌 것처럼 여겨질지 모르나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이 같은 표현들이 사람들이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을 은연중에 규정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가장 문제 소지가 많은 표현이 ‘폭락론자’ ‘비관론자’ 같은 딱지 붙이기이다. 그런 표현 속에는 그런 주장을 펴는 사람들이 현실을 부정적으로 부풀린다는 뉘앙스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악의적인 표현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특히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선동적 보도들을 많이 하는 언론일수록 그 같은 표현을 많이 쓴다는 점에서 악의가 다분히 녹아있다고 믿는다. 만약 구체적 근거도 없이 막연한 믿음만으로 세상을 비관적으로 본다면 비관론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종교적 종말론자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현실이 부정적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는데, 그런 현실을 구체적인 근거와 분석을 통해 설명했다고 해서 그것을 비관론이라고 표현하는 게 온당한가? 비유하자면, 환자가 중병에 걸려 있는데 이 환자를 진단한 의사가 ‘환자가 중병에 걸려 있다’고 말하는 것이 비관론인가? 마찬가지다. 필자의 경우 한국 부동산 버블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고, 그 버블이 이제 터질만한 시점에 이르렀으며, 여러 요인들에 의해 부동산 시장의 미래가 밝지 않다고 설명했다. 물론 필자도 신이 아닌 이상 필자의 모든 설명과 전망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할 수는 없다. 특히 지금처럼 정부가 온갖 부동산 부양 총력전을 통해 부동산시장의 자연스러운 조절 메커니즘을 방해하는 경우에는 더더욱 쉽지 않다. 다만 주어진 시점에서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 구조적 흐름을 분석한 결과를 제시하는 것뿐이다.


참고로, 우리 연구소는 기자들의 전화 코멘트 요청에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응한 적이 없다. 단독 인터뷰나 기고문 등 충분히 연구소 생각을 전할 정도의 포맷이 아니라면 중간에 코멘트로 나간 것은 거의 대부분 연구소 동의를 구하지 않고 나간 경우다. 그러다 보니 일부 언론은 연구소의 책 내용을 옮기면서 마치 직접 코멘트를 딴 것처럼 보도한 경우가 여러번 있었다. 내용이라도 제대로 소개하면 좋은데 책의 한 쪽 끝에서 다른 쪽 끝에 있는 두 문장을 이어 붙인 사례까지 있었다. 심지어 필자가 응하지 않는다고 거절했는데도 마치 직접 인터뷰한 양 한 사례도 여러 차례다. 이들은 필자가 사과를 요구해도 응하지도 않는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인터뷰에 응하지 않으니 ‘함구했다’는 표현을 써 마치 필자가 뭔가 켕기는 게 있어서 입을 다문 것처럼 포장하기도 했다. 한국 언론의 문제가 이해관계를 매개로 한 구조적 문제이기도 하지만, 이처럼 기자로서 최소한의 기본 자질과 매너도 갖추지 못한 기자들의 행태 문제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언론의 엉터리 왜곡보도와 기자들의 무례한 취재원 응대는 결국 부메랑이 돼 돌아가기 마련이다. 한국 신문업계 전체가 지난 10여년 동안 급격한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는 가장 큰 이유도 바로 한국 언론 스스로 독자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5. 19. 09:02


아래는 5월 11일자 조선일보 기사 내용 가운데 일부입니다.  전문을 보시려면 아래 링크를 통해 보시기 바랍니다. 기사내용을 보면 '저출산 시대에도 인구 증가지역은 있다'는 제목으로 인구 감소 시대에도 수도권은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저출산 시대에도 인구 증가지역은 있다= 2019년부터 인구가 감소해도 경기와 인천·대전·울산 등 4개 시도는 2030년까지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 저출산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을 것으로 통계청은 전망했다. 특히 경기도 인구는 2005년 1061만명에서 2030년 1404만명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저출산·인구감소의 영향을 수도권은 상대적으로 덜 받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2D&mid=sec&sid1=101&sid2=260&oid=023&aid=0002049245


물론 기자의 주장이 원론적으로는 틀렸다고 하기도 어렵고, 실제로 수도권 안에서도 상대적으로 주택 공급 대비 수요가 단기간에 늘어나는 지역은 집값이 단기적으로 오를 수 있습니다. 지난해 강북 뉴타운 사업 때문에 서민들이 경기도까지 밀려가자 경기도 동북부 일부 지역 집값이 오른 것이라든지, 최근 대기업 본사 이전 수요로 경기도 화성시 지역 집값이 상당히 오름세를 나타낸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하지만, 인용한 기사의 구체적인 내용을 뜯어보면 전체 상황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같은 잘못된 상황인식에는 통계청의 인구 추계치가 엉터리라는 점이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또 한편 현재 수도권의 인구 이동 패턴에 대한 이해가 잘못돼 있기도 합니다.
먼저, 통계청 인구 추계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아래 통계청 인구 추계치를 그래프로 나타내보면 <도표1>과 같습니다. 그런데 <도표1>을 보면 아래 두 가지를 상정하고 있습니다.

 

1)향후 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모두 수도권에서 늘어난다. 수도권 인구가 총 인구가 늘어나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난다. 지방 인구는 지속적으로 줄어든다.

 

2)수도권 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모두 경기도에서 늘어난다. 그것도 매우 가파르게 늘어난다.

 

                             <도표1>

                           (주) 통계청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 그래프를 보면 통계청 추계치가 엉터리라는 생각이 확 들지 않나요? 저는 그렇던데...^^ 자연인구 증가율은 농어촌 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 비슷하다고 치면 이처럼 수도권 인구 비중이 커지고 수도권 안에서 경기도 인구 비중이 커지는 것은 많은 부분 인구 순유입 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예전에 제가 한 번 소개한 그래프이지만 아래 <도표2>를 보시면 2002년 이후 수도권 순유입 인구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음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서울 인구가 경기도로 빠져나가는 추이가 보이겠지만, 향후에도 경기도만 저렇게 계속 치솟을까요? 저는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습니다. 왜 그런지 좀더 구체적으로 따져보도록 합시다.

 

                         <도표2>

                           (주) 통계청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를 위해 아래 <도표3>을 참고로 경기도와 수도권의 통계청 인구 추계치를 인구 증가율과 함께 봅시다.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분명 수도권의 인구 순유입이 지난해까지 계속 줄어들었던 점을 감안하면 2006~2008년의 인구 증가율이 올라갈 이유가 없어 보이는데 증가율이 상승한 것입니다.

 

                           <도표3>

                              (주) 통계청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왜 그럴까요? 이는 통계청의 추계치가 엉터리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통계청은 5년마다 인구 센서스를 통해 인구 수를 파악하고, 그 사이 기간에는 일정한 방식으로 추정해서 인구 수 통계를 냅니다. 2005년 인구 센서스 이후 추계치는 향후 인구 증가 곡선을 보면 알겠지만 지수함수나 로그함수를 이용해 적당한 곡선을 그려내는 수준입니다. 여기에 사회, 경제적 변화에 따른 인구 증감 요인은 전혀 반영이 안 됩니다. 이 같은 인구 증가 추계 곡선에 따르다 보니 인구 증가율을 그려보면 현실과 전혀 다른 모습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를 좀더 분명히 보기 위해 <도표4>와 <도표5>에서 통계청 인구 추계상의 2000년대 인구 통계와 현실의 인구 증가율을 좀더 잘 반영하는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상 인구 통계를 비교해봅시다. 통계청과 행안부의 총인구와 각 시도별 인구 수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큰 흐름을 파악하는 데서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먼저 <도표4>의 수도권 인구 추이부터 한 번 볼까요? 통계청 추계치 자료는 2000~2005년 사이 인구 증가율이 일정한 곡선으로 그은 것 같지 않나요? 2005년 이후 증가율도 마찬가지이고요. 무엇보다 주민등록상 인구 수를 근거로 했기에 현실의 인구 증가 추이를 훨씬 더 잘 보여주는 행안부 자료와 비교해보면 인구 증가 추이와 증가율이 확연히 다른 것을 느끼실 겁니다. 특히 2005년 이후 인구 증가율이 횡보 수준을 보이는 통계청 자료와 비교할 때 행안부 자료에서는 수도권 인구 증가율이 2000년 이후 꾸준히 하락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도표4>

 

 

                                   (주) 통계청 및 행안부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어 <도표5>의 경기도 인구 추이를 봅시다. 경기도 인구 추계 또한 비슷합니다. 통계청 인구 추계상 2005년 이후 증가율이 횡보하는 반면 현실에서는 2002년 이후 경기도 인구 증가율이 계속 하락하고 있습니.

 

                                <도표5>

                               (주) 통계청 및 행안부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2005년 이후 3년간의 추계 작업도 이런데, 하물며 그 이후의 추계작업은 어떨까요? 위의 <도표3>에서 짐작하시겠지만, 실제 인구 센서스를 토대로 추계해온 2005년까지의 인구 증가율 흐름과 이후의 증가율 흐름이 크게 다르다는 것을 느끼실 겁니다. 통계청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추계를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통계청 추계는 엄밀한 시나리오 분석을 통한 결과물이 아니라 심하게 말하면 일정한 수식에 따라 좍 그어버린 듯한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현실의 문제로 돌아와서 수도권과 경기도의 인구는 향후 증가는 하더라도 통계청 추계와는 달리 증가율은 더 낮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2000년대 이후 현실의 수도권과 경기도 인구 추이는 통계청 추계치보다 더 낮은 증가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도표3>에서 2000년대 이후 통계청 추계치 대신 주민등록상 인구 증가 추이를 대입해서 한 번 생각해보십시오. 증가율이 통계청 추계보다 더 가파르게 줄어들 것입니다. 물론 큰 틀에서는 지방 인구는 줄고, 수도권 인구는 늘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일정한 지역에 인구가 지나치게 늘어 과밀화되면 자연스레 인구 증가가 억제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는 동물의 서식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사는 도시도 마찬가지입니다. 도시가 일정한 규모를 갖출 때까지는 규모의 경제가 작용해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효과를 지니지만, 그 규모가 너무 커져 규모의 불경제(교통혼잡 비용과 집값 상승, 도시 인프라 부족 등)가 규모의 경제 효과를 능가하게 되면 자연스레 인구 유입이 줄게 되는 압력으로 작용합니다. 당장 현실을 생각해봐도 지방의 노령 인구들이 수도권으로 올라올까요? 또 수도권으로 올라오는 주연령대인 젊은층 인구도 갈수록 줄어듭니다. 또 제가 2003년 이후 집값 상승은 수도권 중심으로 이뤄져 지방과 수도권의 집값 격차가 너무 커져 자연스러운 진입장벽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이렇듯 인간의 사회 경제적 활동도 크게 보면 자연스러운 조정 과정을 거칩니다. 이 같은 조정 과정을 억지로 방해하고 교란하면 더 큰 혼란과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한껏 부풀어오른 부동산 거품의 조정 과정을 방해하면 차후 한국경제의 위기가 만성화되고 양극화로 인한 피해가 더욱 극심해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수도권 안에서 경기도 인구가 늘어나는 이유를 잘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수도권 가운데에서도 서울의 집값이 상대적으로 더 높고, 땅은 좁아 새로 주택을 짓기가 어려워 땅이 넓고 택지비가 싼 경기도에 주택을 많이 짓는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입니다. 부동산 버블에 편승해서 정부와 건설업체들이 마구잡이로 경기도에 집을 지어댄 결과 많은 이들이 경기도로 이주했습니다. <도표2>의 수도권 시도별 인구 순유입 추이를 보면 너무나 명확히 드러납니다. 요약하자면, 경기도에 집을 많이 지어서 인구가 늘어난 것이지, 경기도 인구가 늘어나니 집을 많이 지어댄 것이 아닙니다. 그렇게 인구가 늘어났다는 경기도에서 집을 마구잡이로 지어댄 결과 어떻습니까? 25000호 가량의 미분양 물량이 적체돼 있고, 지금 일시적 반등 국면에서 약간 상승했으나 실거래가는 고점 대비 20%가량 떨어져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인구가 늘어난다는 사실이 아닙니다. 인구 추이는 주택 수요를 큰 틀에서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주택 수급의 펀드멘털은 수요뿐만 아니라 공급 측면도 고려해야 하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경기도 인구는 일정하게 늘겠지만, 인구증가를 훨씬 능가하는 주택 공급이 뒤따를 것입니다. 우리 연구소의 <경제시평>회원들께서는 아시겠지만, 이미 수도권의 주택수급은 구조적 과잉공급단계에 들어가 있습니다. 현재 주택 수급 측면에서 보면 향후 2015년까지 수도권에서는 약 36만호 이상의 아파트 공급 과잉 상태가 됩니다. 그 이후로 가면 훨씬 더 넘치게 되고요. 그만큼 지금 공급 계획이 잡혀 있는 물량이 엄청나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경기도 인구가 늘어나니 집값이 계속 오를 수 있다는 것은 착각입니다. 위 글을 쓴 기자는 통계청의 추계가 엉터리라는 것도 모르겠지만, 설사 그런 추계치가 맞다고 하더라도 인과 관계를 거꾸로 알고 있으며 주택 공급의 측면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글을 쓴 것입니다.



또한 주택 또는 인구 정책상으로 한 번 생각해봅시다. 통계청 추계치처럼 수도권에 인구의 55% 이상이 몰려사는 것이 과연 국토 이용 측면에서 현명한 것일까요? 가뜩이나 좁은 국토에서 한쪽으로만 몰려서 사는 것이 사회 경제적으로 어떤 문제들을 낳는지 생각해보면 이건 정말 아닙니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는커녕 수도권 집중화에 혈안이 된 정부 같으니 나라의 장래가 안타까울 뿐입니다.



참고로, 가구수에 대해 짧게 말씀드리면 이도 내용을 뜯어보면 비슷합니다. 당장 1인가구가 총 가구수의 40%에 이를 정도로 무한정 계속 늘어날 것인지, 그래서 인구가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데도 가구 수가 400만 가구 이상 늘어난다는 게 선뜻 납득이 되시나요? 설사 1인 가구가 급증해서 가구 수가 늘어난다고 한들 1인 가구의 4분의 3 이상이 저소득층인데 유효 주택 수요자가 될 수 있을까요? 그 분들이 집을 왕창 사대기 때문에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다? 말이 안 됩니다.



제가 자신 있게 말씀드립니다. 향후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여건을 감안하면 부동산 가격이 내릴 요인이 오를 요인보다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부동산 투기조장꾼들이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며 내뱉는 온갖 주장들은 거의 대부분 허황된 주장으로 말 그대로 투기를 선동하기 위한 궤변에 불과합니다. 저라도 시간이 많으면 일일이 다 대응하고 싶지만 국민경제 전체와 서민의 입장에서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극소수이고, 저들은 거대한 확성기를 가진 다수이니 일일이 맞대응을 못 합니다. 물론 그렇게 엉터리 궤변을 확대 재생산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진심으로 그런 주장을 믿는 경우도 많을 겁니다. 경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통찰력과 분석력이 없는 가운데 학자라는 사람들도 계속 쏟아내는 것이 건설업자들 편드는 얘기뿐이니 도리가 있겠습니까?



알고 보면 너무나 엉터리 주장들인데도 그런 주장들을 생산하고 유통시키는 세력이 너무 거대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현혹당하는 것입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볼 때마다 답답한 마음 금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나 우리 연구소가 하루빨리 제대로 된 미디어를 띄우는 것을 필생의 사업으로 삼고 있는 것입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많은 분들이 미디어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짧게 쓰려 했던 긴 글을 여기에서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5. 15. 09:04

 

 

미국의 내수경기를 보여주는 지표인 소매판매 실적이 두 달 연속 감소, 경기회복에 대한 낙관론에 제동이 걸렸다. 미 상무부는 올해 3월 소매판매 실적이 전월에 비해 1.3% 하락한데 이어 4월에도 0.4% 감소했다고 13일 발표했다. 3월 실적은 지난달 발표됐던 잠정치인 -1.1%보다 더 나빠진 것이다.

이에 따라 그 동안 단기 급등했던 다우지수가 83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사실 이 같은 미국 소비 침체의 지속 가능성은 여러 차례 지적했던 바다. 그런데도 미국 등 대부분 국가의 정치권과 도덕적 해이에 빠진 금융권은 바닥론 군불 때기에 정신이 없었다. 물론 한국이 그 어떤 나라보다 정도가 심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심지어 시장 예상보다 더 악화된 것으로 나타난 올 1분기 미 실질 GDP 성장률조차 민간소비지출 기여도가 늘었다며 주가 호재로 삼았을 정도이니 말이다.

 

실제로 미 상무성이 발표한 올 1분기 실질GDP 성장률은 전기대비(계절조정) 연환산 -6.1%였다. 이는 전기의 -6.3%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5% 전후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과는 달리 더 악화된 수치였다. 이로써 미국경제는 70년대 초반의 1차 오일쇼크 이후 두 번째로 3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1분기 지출내역별 미국의 실질GDP 성장률 기여도 가운데 민간소비지출 기여도가 전기의 -3%에서 1.5%로 급반전한 것을 두고 월가는 소비가 바닥을 쳤다며 주가를 끌어올리는 소재로 삼았다. 그런데 실상 민간소비지출이 대폭적인 증가세로 반전된 것은 지난해 연말 크리스마스 세일 때 팔지 못하고 남은 재고를 올 1,2월에 대규모로 땡처리한 결과와 통계적 계절조정에 따른 영향 때문이었다.

 

이 같은 일시적인 민간 소비 증가가 땡처리 효과 때문이라는 것이 3월 미국 소매판매가 -1.3% 감소한데 이어 다시 4 -0.4% 감소한 사실에서 분명해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 가계소비는 여전히 침체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미국 가계 및 개인의 카드연체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 은행과 카드회사 등이 카드대출을 억제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상업은행들의 신용카드 연체율 및 대손율이 올 연초부터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는 불황이 심화되고 실업이 급증함에 따라 신용카드 대출을 제때 상환하지 못하는 가계와 개인들이 급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은행과 카드회사들은 카드대출 부실 확대를 막기 위해 카드대출을 억제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 가계 소비는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위기를 맞이하여 미국정부가 동원한 정책은 크게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350만개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는 7,870억 달러의 경기부양책과 7,000억 달러의 금융안정화법(TARP), 700억 달러의 주택지원사업 그리고 G20 정상회담을 통해 각국이 GDP 2% 이상의 재정확대책을 시행하기로 한 것이 그것이다. 이 같은 정책들은 악화일로를 걷는 미국 경제 침체를 막는 데는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 경기부양책의 효과가 대부분 단기적이거나 일시적으로 그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당장에 경기회복 국면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성장동력이 되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미국정부가 아무리 경기부양책을 동원한다 한들 현재와 같이 금융시장 신용경색과 주택시장 침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2007년의 경제위기 이전처럼 미국 가계가 부동산과 주가 버블 그리고 과다부채를 바탕으로 한 과소비에 기댄 성장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 미국 가계의 과소비가 불가능해지면 기업들 역시 앞으로 상당기간 동안 과잉투자와 과잉고용에 의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 상업은행들의 총신용(대출)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JP모건체이스와 시티그룹의 대출잔고는 작년 연말대비 -6% 감소했으며,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웰즈파고은행도 작년 연말에 비해 대출잔고가 약 -3% 전후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채권을 줄이기 위해 대출기준을 강화한 것과 과다부채를 해소하기 위해 가계가 대출을 상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FRB가 금융시장 위축을 막으려 유동성을 아무리 공급한다 해도 은행과 가계가 이를 기피하고 있는 것이다. 그로 인해 은행에 투입한 대규모 유동성자금이 가계와 기업으로 흘러 들어가지 않고 은행 내부에 현금으로 넘쳐나고 있다. 미국 은행들의 현금보유액은 경제위기 이전의 3000억 달러 수준에서 최근 11,200억 달러 수준으로 급증했다. 미국 정부의 금융시장 신용경색 해소 노력이 헛발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FRB의 말처럼 금융위기가 해소되지 않는 한 아무리 미국정부가 재정확대 경기부양책을 동원한다 한들 미국경제의 진정한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처럼 미국의 실물경제는 여전히 하강세를 계속하고 있는데 주식시장에서는 미국경제가 지금까지처럼 수직낙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과 일부 근거가 희박한 기대 섞인 낙관론으로 주가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한국은 어떠한가? 무역수지가 극심한 불황형 흑자 양상을 보이는데도 흑자는 그래도 흑자라며 마치 경제가 안정화 단계에 들어간 것처럼 정부 관료들과 언론들이 떠들어댔다. 그것도 사실상 허수에 가까운 조선 수출 실적 수십억달러를 포함해서 말이다. 같은 시기에 금융기관과 수출 대기업들이 파생상품 거래로 2월과 3월에 연이어 수십억 달러의 자본수지 적자를 기록한 사실을 보도한 언론은 거의 없었다. 또한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 수출 대기업들의 영업 실적도 환율 효과를 빼고 나면 사실상 심각한 실적 부진을 보였는데도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며 주가 호재로 삼았다. 사실상 조작에 가까운 실업률 통계상으로도 매월 실업자 수가 급증하고 중소 제조업체들의 폐업이 속출하는 가운데도 주가는 급등했다. 또한 정부의 각종 투기 조장책과 상당수 언론들의 선동적 보도로 부동산 시장도 서울 강남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호가 중심으로 재반등했다. 실물경제는 여전히 엄동설한인데 자산시장만 계절도 모르고 성급한 봄 맞이에 나섰던 것이다.

 

더구나 한국은 세계 대부분 다른 국가들과 달리 본격적인 구조조정이나 부동산 버블 조정을 겪지 않은 상태다. 그러면서 경제 상황을 장밋빛으로 포장하기에 바쁜 현 정권은 아직도 한국 경제는 튼튼하다며 호언장담하고 있다. 과연 그런가?

 

사실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재계와 적지 않은 언론들은 건설, 조선, 자동차, 철강, 반도체 등은 한국경제의 주력산업으로 경쟁력을 호언장담해왔다. 그러나 자동차산업을 예로 보면 이러한 주장이 얼마나 기만적이고 무책임한 것이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한번 물어보자. 한국 자동차산업은 과연 경쟁력이 있었다고 할 수 있는가? 지난 90년대 말의 외환위기 이후 한국 자동차산업은 계속적인 구조조정의 연속이었다고 할 수 있다. 1999년에는 기아자동차가 현대자동차에 인수된 것을 시작으로 2000년에는 삼성자동차가 프랑스 르노자동차에 매각되었고 2002년에는 대우자동차가 미국 GM에 매각되었다. 쌍용자동차도 2004년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합병되었으며 대우상용차는 인도 타타자동차에 매각되었다. 현대자동차만을 제외한 거의 모든 자동차회사가 글로벌 자동차업체에 매각된 것이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한국 자동차산업이 과연 경쟁력이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이 같은 한국 경제의 엄중한 현실을 잘 모르는 많은 가계들이 정부 관료들과 상당수 언론들이 불어넣은 성급한 봄바람에 헛바람이 잔뜩 들어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이 단기적으로 급등했다. 하지만 이 같은 자산시장의 단기 버블은 실물 경기의 회복세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언제든지 다시 급락할 수 있다. 특히 단기적인 실적 지표나 호재가 매일매일 반영되는 주식시장과 달리 10~20년간의 긴 파동을 그리며 움직이는 부동산 시장은 대세하락기에 접어들어 있다. 대세하락기인데도 상황 판단을 못하고 헛바람에 들떠 잠깐 반등했던 부동산 시장은 실물 경기 침체가 계속되는 한 언제든지 재급락할 수 있다. 경기 회복 속도가 기대만큼 따라주지 못하면 그만큼 실망감도 커져 그 하락 폭은 당초보다 더 커질 수도 있다. 엄동설한의 추위에 봄이 온 줄 착각하고 봄옷을 입고 외출하면 감기에 걸리기 십상인 것과 마찬가지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5. 14. 09: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