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아래는 5월 11일자 조선일보 기사 내용 가운데 일부입니다. 전문을 보시려면 아래 링크를 통해 보시기 바랍니다. 기사내용을 보면 '저출산 시대에도 인구 증가지역은 있다'는 제목으로 인구 감소 시대에도 수도권은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저출산 시대에도 인구 증가지역은 있다= 2019년부터 인구가 감소해도 경기와 인천·대전·울산 등 4개 시도는 2030년까지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 저출산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을 것으로 통계청은 전망했다. 특히 경기도 인구는 2005년 1061만명에서 2030년 1404만명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저출산·인구감소의 영향을 수도권은 상대적으로 덜 받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2D&mid=sec&sid1=101&sid2=260&oid=023&aid=0002049245
물론 기자의 주장이 원론적으로는 틀렸다고 하기도 어렵고, 실제로 수도권 안에서도 상대적으로 주택 공급 대비 수요가 단기간에 늘어나는 지역은 집값이 단기적으로 오를 수 있습니다. 지난해 강북 뉴타운 사업 때문에 서민들이 경기도까지 밀려가자 경기도 동북부 일부 지역 집값이 오른 것이라든지, 최근 대기업 본사 이전 수요로 경기도 화성시 지역 집값이 상당히 오름세를 나타낸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하지만, 인용한 기사의 구체적인 내용을 뜯어보면 전체 상황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같은 잘못된 상황인식에는 통계청의 인구 추계치가 엉터리라는 점이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또 한편 현재 수도권의 인구 이동 패턴에 대한 이해가 잘못돼 있기도 합니다.
먼저, 통계청 인구 추계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아래 통계청 인구 추계치를 그래프로 나타내보면 <도표1>과 같습니다. 그런데 <도표1>을 보면 아래 두 가지를 상정하고 있습니다.
1)향후 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모두 수도권에서 늘어난다. 수도권 인구가 총 인구가 늘어나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난다. 지방 인구는 지속적으로 줄어든다.
2)수도권 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모두 경기도에서 늘어난다. 그것도 매우 가파르게 늘어난다.
<도표1>
(주) 통계청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 그래프를 보면 통계청 추계치가 엉터리라는 생각이 확 들지 않나요? 저는 그렇던데...^^ 자연인구 증가율은 농어촌 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 비슷하다고 치면 이처럼 수도권 인구 비중이 커지고 수도권 안에서 경기도 인구 비중이 커지는 것은 많은 부분 인구 순유입 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예전에 제가 한 번 소개한 그래프이지만 아래 <도표2>를 보시면 2002년 이후 수도권 순유입 인구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음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서울 인구가 경기도로 빠져나가는 추이가 보이겠지만, 향후에도 경기도만 저렇게 계속 치솟을까요? 저는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습니다. 왜 그런지 좀더 구체적으로 따져보도록 합시다.
<도표2>
(주) 통계청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를 위해 아래 <도표3>을 참고로 경기도와 수도권의 통계청 인구 추계치를 인구 증가율과 함께 봅시다.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분명 수도권의 인구 순유입이 지난해까지 계속 줄어들었던 점을 감안하면 2006~2008년의 인구 증가율이 올라갈 이유가 없어 보이는데 증가율이 상승한 것입니다.
<도표3>
(주) 통계청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왜 그럴까요? 이는 통계청의 추계치가 엉터리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통계청은 5년마다 인구 센서스를 통해 인구 수를 파악하고, 그 사이 기간에는 일정한 방식으로 추정해서 인구 수 통계를 냅니다. 2005년 인구 센서스 이후 추계치는 향후 인구 증가 곡선을 보면 알겠지만 지수함수나 로그함수를 이용해 적당한 곡선을 그려내는 수준입니다. 여기에 사회, 경제적 변화에 따른 인구 증감 요인은 전혀 반영이 안 됩니다. 이 같은 인구 증가 추계 곡선에 따르다 보니 인구 증가율을 그려보면 현실과 전혀 다른 모습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를 좀더 분명히 보기 위해 <도표4>와 <도표5>에서 통계청 인구 추계상의 2000년대 인구 통계와 현실의 인구 증가율을 좀더 잘 반영하는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상 인구 통계를 비교해봅시다. 통계청과 행안부의 총인구와 각 시도별 인구 수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큰 흐름을 파악하는 데서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먼저 <도표4>의 수도권 인구 추이부터 한 번 볼까요? 통계청 추계치 자료는 2000~2005년 사이 인구 증가율이 일정한 곡선으로 그은 것 같지 않나요? 2005년 이후 증가율도 마찬가지이고요. 무엇보다 주민등록상 인구 수를 근거로 했기에 현실의 인구 증가 추이를 훨씬 더 잘 보여주는 행안부 자료와 비교해보면 인구 증가 추이와 증가율이 확연히 다른 것을 느끼실 겁니다. 특히 2005년 이후 인구 증가율이 횡보 수준을 보이는 통계청 자료와 비교할 때 행안부 자료에서는 수도권 인구 증가율이 2000년 이후 꾸준히 하락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도표4>
이어 <도표5>의 경기도 인구 추이를 봅시다. 경기도 인구 추계 또한 비슷합니다. 통계청 인구 추계상 2005년 이후 증가율이 횡보하는 반면 현실에서는 2002년 이후 경기도 인구 증가율이 계속 하락하고 있습니다.
<도표5>
(주) 통계청 및 행안부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2005년 이후 3년간의 추계 작업도 이런데, 하물며 그 이후의 추계작업은 어떨까요? 위의 <도표3>에서 짐작하시겠지만, 실제 인구 센서스를 토대로 추계해온 2005년까지의 인구 증가율 흐름과 이후의 증가율 흐름이 크게 다르다는 것을 느끼실 겁니다. 통계청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추계를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통계청 추계는 엄밀한 시나리오 분석을 통한 결과물이 아니라 심하게 말하면 일정한 수식에 따라 좍 그어버린 듯한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현실의 문제로 돌아와서 수도권과 경기도의 인구는 향후 증가는 하더라도 통계청 추계와는 달리 증가율은 더 낮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2000년대 이후 현실의 수도권과 경기도 인구 추이는 통계청 추계치보다 더 낮은 증가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도표3>에서 2000년대 이후 통계청 추계치 대신 주민등록상 인구 증가 추이를 대입해서 한 번 생각해보십시오. 증가율이 통계청 추계보다 더 가파르게 줄어들 것입니다. 물론 큰 틀에서는 지방 인구는 줄고, 수도권 인구는 늘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일정한 지역에 인구가 지나치게 늘어 과밀화되면 자연스레 인구 증가가 억제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는 동물의 서식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사는 도시도 마찬가지입니다. 도시가 일정한 규모를 갖출 때까지는 규모의 경제가 작용해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효과를 지니지만, 그 규모가 너무 커져 규모의 불경제(교통혼잡 비용과 집값 상승, 도시 인프라 부족 등)가 규모의 경제 효과를 능가하게 되면 자연스레 인구 유입이 줄게 되는 압력으로 작용합니다. 당장 현실을 생각해봐도 지방의 노령 인구들이 수도권으로 올라올까요? 또 수도권으로 올라오는 주연령대인 젊은층 인구도 갈수록 줄어듭니다. 또 제가 2003년 이후 집값 상승은 수도권 중심으로 이뤄져 지방과 수도권의 집값 격차가 너무 커져 자연스러운 진입장벽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이렇듯 인간의 사회 경제적 활동도 크게 보면 자연스러운 조정 과정을 거칩니다. 이 같은 조정 과정을 억지로 방해하고 교란하면 더 큰 혼란과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한껏 부풀어오른 부동산 거품의 조정 과정을 방해하면 차후 한국경제의 위기가 만성화되고 양극화로 인한 피해가 더욱 극심해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수도권 안에서 경기도 인구가 늘어나는 이유를 잘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수도권 가운데에서도 서울의 집값이 상대적으로 더 높고, 땅은 좁아 새로 주택을 짓기가 어려워 땅이 넓고 택지비가 싼 경기도에 주택을 많이 짓는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입니다. 부동산 버블에 편승해서 정부와 건설업체들이 마구잡이로 경기도에 집을 지어댄 결과 많은 이들이 경기도로 이주했습니다. <도표2>의 수도권 시도별 인구 순유입 추이를 보면 너무나 명확히 드러납니다. 요약하자면, 경기도에 집을 많이 지어서 인구가 늘어난 것이지, 경기도 인구가 늘어나니 집을 많이 지어댄 것이 아닙니다. 그렇게 인구가 늘어났다는 경기도에서 집을 마구잡이로 지어댄 결과 어떻습니까? 2만5000호 가량의 미분양 물량이 적체돼 있고, 지금 일시적 반등 국면에서 약간 상승했으나 실거래가는 고점 대비 20%가량 떨어져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인구가 늘어난다는 사실이 아닙니다. 인구 추이는 주택 수요를 큰 틀에서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주택 수급의 펀드멘털은 수요뿐만 아니라 공급 측면도 고려해야 하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경기도 인구는 일정하게 늘겠지만, 인구증가를 훨씬 능가하는 주택 공급이 뒤따를 것입니다. 우리 연구소의 <경제시평>회원들께서는 아시겠지만, 이미 수도권의 주택수급은 구조적 과잉공급단계에 들어가 있습니다. 현재 주택 수급 측면에서 보면 향후 2015년까지 수도권에서는 약 36만호 이상의 아파트 공급 과잉 상태가 됩니다. 그 이후로 가면 훨씬 더 넘치게 되고요. 그만큼 지금 공급 계획이 잡혀 있는 물량이 엄청나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경기도 인구가 늘어나니 집값이 계속 오를 수 있다는 것은 착각입니다. 위 글을 쓴 기자는 통계청의 추계가 엉터리라는 것도 모르겠지만, 설사 그런 추계치가 맞다고 하더라도 인과 관계를 거꾸로 알고 있으며 주택 공급의 측면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글을 쓴 것입니다.
또한 주택 또는 인구 정책상으로 한 번 생각해봅시다. 통계청 추계치처럼 수도권에 인구의 55% 이상이 몰려사는 것이 과연 국토 이용 측면에서 현명한 것일까요? 가뜩이나 좁은 국토에서 한쪽으로만 몰려서 사는 것이 사회 경제적으로 어떤 문제들을 낳는지 생각해보면 이건 정말 아닙니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는커녕 수도권 집중화에 혈안이 된 정부 같으니 나라의 장래가 안타까울 뿐입니다.
참고로, 가구수에 대해 짧게 말씀드리면 이도 내용을 뜯어보면 비슷합니다. 당장 1인가구가 총 가구수의 40%에 이를 정도로 무한정 계속 늘어날 것인지, 그래서 인구가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데도 가구 수가 400만 가구 이상 늘어난다는 게 선뜻 납득이 되시나요? 설사 1인 가구가 급증해서 가구 수가 늘어난다고 한들 1인 가구의 4분의 3 이상이 저소득층인데 유효 주택 수요자가 될 수 있을까요? 그 분들이 집을 왕창 사대기 때문에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다? 말이 안 됩니다.
제가 자신 있게 말씀드립니다. 향후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여건을 감안하면 부동산 가격이 내릴 요인이 오를 요인보다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부동산 투기조장꾼들이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며 내뱉는 온갖 주장들은 거의 대부분 허황된 주장으로 말 그대로 투기를 선동하기 위한 궤변에 불과합니다. 저라도 시간이 많으면 일일이 다 대응하고 싶지만 국민경제 전체와 서민의 입장에서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극소수이고, 저들은 거대한 확성기를 가진 다수이니 일일이 맞대응을 못 합니다. 물론 그렇게 엉터리 궤변을 확대 재생산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진심으로 그런 주장을 믿는 경우도 많을 겁니다. 경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통찰력과 분석력이 없는 가운데 학자라는 사람들도 계속 쏟아내는 것이 건설업자들 편드는 얘기뿐이니 도리가 있겠습니까?
알고 보면 너무나 엉터리 주장들인데도 그런 주장들을 생산하고 유통시키는 세력이 너무 거대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현혹당하는 것입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볼 때마다 답답한 마음 금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나 우리 연구소가 하루빨리 제대로 된 미디어를 띄우는 것을 필생의 사업으로 삼고 있는 것입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많은 분들이 미디어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짧게 쓰려 했던 긴 글을 여기에서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