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OECD 2009년 통계연보(Factbook 2009)를 발표했다. OECD회원국의 주요 경제, 사회, 환경 관련 지표들을 국제적으로 비교하는 한편 OECD 회원국 전체의 변화 추세를 읽을 수 있는 자료라고 할 수 있다. OECD 통계연보는 인구와 이민, 거시경제 트렌드, 경제의 세계화, 물가, 에너지, 노동, 과학기술, 환경, 교육, 재정, 삶의 질, 불평등 등 총 12개 주제 아래 관련된 세부 지표들을 소개하고 있다.


한 국가의 실상은 여러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지만, 국제적인 비교를 통해 살펴보는 것이 크게 도움이 된다. 우리가 세계 다른 나라에 비해 뛰어난 점은 무엇이고, 뒤떨어진 점은 무엇인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어 향후 한국이 개선하거나 대비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래에서 소개할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도 다른 나라와 함께 놓고 비교해보면 얼마나 상황이 심각한지를 더욱 여실히 알 수 있다. 이번 OECD 통계연보에 나타난 한국 사회경제의 실상을 국가간 비교를 통해 7~8회에 나눠 소개하기로 하겠다.


이번에는 첫번째 저출산고령화 문제(http://unsoundsociety.tistory.com/entry/10%EB%85%84%EB%8F%84-%EC%95%88-%EB%82%A8%EC%9D%80-%EC%A0%80%EC%B6%9C%EC%82%B0-%EA%B3%A0%EB%A0%B9%ED%99%94-%EC%B6%A9%EA%B2%A9-OECD%ED%86%B5%EA%B3%84%EB%A1%9C-%EB%B3%B8-%ED%95%9C%EA%B5%AD%EC%82%AC%ED%9A%8C%EA%B2%BD%EC%A0%9C1)에 이어 삶의 질의 문제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아래 <도표>에서 인구 100만 명당 도로 사망자 수 추이를 보면 한국은 사망자 수가 빠른 속도로 줄고 있으나 여전히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들보다 높은 상태이다. 특히 EU 27개국 전체 평균의 도로 사망자 수 60명과 비교하면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또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를 보면 한국은 18.7명으로 조사 대상국 중 세 번째로 높다. 성별로 보면, 남성의 경우 28.1명으로 네 번째로 높고, 여성의 경우 11.1명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 10여년 동안 계속된 경제사회적 충격과 엄청난 스트레스로 인해 자살자 수가 급증했는데, 이미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상론하기는 어렵지만, 한국의 자살률 급증은 앞서 살펴본 심각한 저출산과 함께 한국 경제사회 내부에 심각한 구조적 문제가 계속 악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 국민들은 사회적 또는 경제적으로 가장 심각한 고통과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이다.



<도표> 삶의 질에 관한 OECD 통계



(
) OECD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는 각국 국민들에 대한 표본 설문조사를 통해 긍정적 또는 부정적 경험을 겪은 경험을 지수화한 긍정/부정적 경험 지수를 살펴봐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의 긍정적 경험 지수는 최고치를 100으로 할 때 23.1 OECD 평균인 54.3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반면 한국의 부정적 경험 지수는 61.5 OECD 평균인 35.6을 크게 웃돌고 있다. 그런가 하면 자신의 현재 삶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의 비율을 봐도 한국의 경우 38.7% OECD 평균의 62.4%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반면 스웨덴, 네덜란드,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은 80%를 넘는 응답률을 기록하고 있다.


한편 세계 2위의 경제대국임에도 불구하고 90년대 버블 붕괴로 장기불황에 시달린 일본 국민의 경우는 현재와 미래의 삶에 대해 상대적으로 비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한국의 경제사회적 모순이 현재와 같이 계속될 경우 머지않아 일본 국민들과 같이 현재의 삶에 지치며 미래에 대한 희망과 꿈을 잃게 될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4. 21. 09:25



최근 OECD 2009년 통계연보(Factbook 2009)를 발표했다. OECD회원국의 주요 경제, 사회, 환경 관련 지표들을 국제적으로 비교하는 한편 OECD 회원국 전체의 변화 추세를 읽을 수 있는 자료라고 할 수 있다. OECD 통계연보는 인구와 이민, 거시경제 트렌드, 경제의 세계화, 물가, 에너지, 노동, 과학기술, 환경, 교육, 재정, 삶의 질, 불평등 등 총 12개 주제 아래 관련된 세부 지표들을 소개하고 있다.


한 국가의 실상은 여러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지만, 국제적인 비교를 통해 살펴보는 것이 크게 도움이 된다. 우리가 세계 다른 나라에 비해 뛰어난 점은 무엇이고, 뒤떨어진 점은 무엇인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어 향후 한국이 개선하거나 대비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래에서 소개할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도 다른 나라와 함께 놓고 비교해보면 얼마나 상황이 심각한지를 더욱 여실히 알 수 있다. 이번 OECD 통계연보에 나타난 한국 사회경제의 실상을 국가간 비교를 통해 7~8회에 나눠 소개하기로 하겠다.


 
우선 첫 번째로 인구 구조의 변화에 대해 먼저 살펴보도록 하자. 익히 알고 있다시피 한국의 출산율은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15~49세의 가임 여성이 출산한 평균 출산아 수를 나타내는 출산율 추이를 보면 한국의 경우 1970 4.53명에서 15년 후인 1985 1.67명 수준까지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이 같은 출산율은 2006 1.13명 수준까지 떨어져 OECD국가들 가운데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아래 <도표1>에 나타난 것처럼 1970년대부터 출산율이 비교적 안정기에 접어들었던 일본이나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OECD 평균과 비교해도 훨씬 더 가파르게 출산율이 감소하고 있다. 감소율 측면에서 유일하게 비슷한 추이를 보이는 국가는 OECD 비회원국인 중국 정도이다.


<
도표1> OECD 인구증가 및 고령화 추이



() OECD자료로부터 KSERI 작성. OECD는 전체 또는 평균을 나타냄.


 

하지만 중국은 과거 인구의 폭발적 증가로 국가 차원에서 매우 엄격한 산아제한 정책을 지속해왔으며 1990년대 이후 감소율이 크게 둔화돼 2006년 현재 1.78명 수준에 이르고 있다. 한국의 경우 출산율이 1990년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떨어져 최근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출산장려 정책에도 불구하고 인구 자연대체율 수준인 2.1명을 크게 밑돌고 있다. 한국의 출산율 감소 지속은 아이 출산과 보육에 관해 사회경제적 면에서 심각한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지속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한국의 출산율 감소는 당연히 인구증가율 급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전쟁 직후부터 인구증가율이 급증해 1950년대 후반~1960년대 초 3%대 증가율을 보였으나 1996년 이후에는 1% 아래로 떨어졌고 2009년 현재 0.29%에 머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19년부터는 인구가 감소하는 시대에 접어들게 된다. 특히 한국의 인구증가율은 경제가 성장하던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1% 선에서 안정세를 보였으나, 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전후로 다시 급감하고 있다. 고령화 사회의 대명사인 일본의 인구증가율보다 더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미국의 경우 자연대체율 수준의 출산율 유지와 지속적인 이민 유입 등으로 향후에도 안정적인 인구증가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정부는 2050년까지 5억 명까지 인구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출산율 저하와 인구증가율 감소로 인해 고령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이미 2000년대 이후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가파르게 상승해 2009년 현재 12.9%에 이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대로라면 노령인구 증가 속도는 2020년대 이후 훨씬 더 가속되어 일본을 능가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2050년경에는 일본과 거의 맞먹는 수준의 노령인구 비율(38.2%)에 이르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체 경제활동(노동)인구 대비 65세 이상 노령인구 비율도 2005 19.1%에서 기하급수적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처럼 급속한 고령화와 노동인구의 고령화는 한편으로 심각한 노후문제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OECD 주요국별 공공연금 및 민간연금 지출 비율을 보면 GDP대비 한국의 연금 지출은 2007년 현재 매우 낮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이는 한국의 연금제도가 전국민을 대상으로 시작된 것은 1999 IMF사태 직후부터이기 때문이다. OECD 선진국에 비해 매우 늦게 연금제도가 도입되었기 때문에 연금납부자는 많은 반면 연금지급 대상자는 미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우리 연구소가 여러 차례 지적한 바와 같이 한국도 급속한 고령화와 더불어 머지않아 본격적으로 연금수령자가 급증하기 시작하게 되면 연금재정 파탄 위험에 직면해있다고 할 수 있다.


이상에서 한국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급격한 인구감소와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 상태가 계속될 경우 이 같은 추세는 향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2020년대 이후 노령인구 급증에 따른 경제활력의 감소와 노후연금 및 의료보험 등 사회보장 및 복지관련 비용의 급증이 예상되며 그로 인해 재정파탄 및 각종 사회경제적 문제가 심각하게 발생할 것이 예상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급속히 진행되는 저출산을 저지하고 고령화 추세에 걸맞은 교육, 주택, 노동, 보육 여건을 마련하는 한편 국민연금 개혁과 경제력에 걸맞은 사회안전망 구축 등 한국 경제사회 전반에 걸친 구조개혁이 시급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4. 20. 11:06

어제(15일) 오후 KBS 뉴스라인 제작진에서 갑자기 출연 요청을 해서 뉴스라인의 대담 코너에 출연하게 됐습니다. 11시 10분쯤부터 약 4분여 동안 최근 서울 강남권을 시발로 한 호가 위주의 집값 반등 상황에 대해 진단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생방송 출연은 처음이어서 약간 긴장한데다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마지막에 하기로 했던 질의응답(아래 5번 질문)은 시간 부족으로 아예 하지도 못하고 말았습니다. 아쉬운 생각이 들어 어제 대담의 질문 내용을 바탕으로 제 생각을 글로 한 번 정리해보았습니다. 참고 바랍니다.


 


질문 1> 3월 아파트 실거래 자료를 보니까 서울 강남 등 일부지역 거래가 활발하군요?



거래량이 조금 는 것은 사실이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큰 흐름을 보지 못하고 일시적인 국면을 보고 ‘착시현상’에 속으면 안 됩니다. 극심한 거래 부진을 보이던 지난해 하반기와 연초에 비해서 올 1, 2월에 이어 3월에도 거래량이 일부 늘어난 게 사실입니다. 전국 3만 7398건, 수도권 1만 3256건으로 2월에 이어 약 30% 가량 증가했다고 국토해양부는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2006년 말 정점 대비 수도권의 경우 여전히 5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거래 침체 양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또한 국토부 실거래가 거래 사례를 보면 가격이 급락했던 지난해 말에 비해 올해 1,2월 약간 반등했으나, 오히려 3월 거래 사례는 가격이 더 이상 오르지 않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이번 집값 반등을 주도했던 서울 강남 지역의 경우 거래량이 2월에 비해 오히려 줄어들었습니다. 정부의 온갖 부동산 투기 조장책으로 만들어진 일시적 반등도 이제 다시 꼬꾸라질 조짐을 보이는 것입니다. 2006년말의 정점과 대비할 경우 수도권 대부분 지역의 국토부 실거래 가격은 여전히 20% 이상 낮은 가격입니다.

 

 

(주) 국민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질문 2> 왜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오른다고 보십니까?


우선, 전제해야 할 것이 이번 가격 상승은 실거래 위주가 아닌 호가 위주의 상승입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일부 강남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조직적으로 호가조작을 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이유를 살펴보자면, 당연히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 방침과 투기지역 해제 움직임, 그리고 서울시의 한강변 초고층 재건축 허용 방침 등 정책당국의 부동산 규제 완화 움직임이 일부 투기수요를 부추긴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최근 성급한 ‘바닥론’이 일부 언론에서 보도되면서, 잘못된 ‘외환위기 학습효과’ 때문에 일부 가계가 외환위기 때처럼 금방 집값이 뜀박질할 것으로 불안해 거래에 가담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강남 재건축 지역의 경우 지난해말 집값이 단기간에 많이 하락한 상태인데다, 정부가 각종 제도적 혜택을 통해 1,2억씩 더 얹어준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어찌 보면 단기적으로는 안 오르는 게 오히려 비정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강남 재건축 지역에 집을 산 사람들을 보면 거주율이 12~20% 정도에 지나지 않고, 평균 3억~5억원 정도의 거액 대출을 일으켜 집을 산 사람들입니다. 투기성이 매우 강한 특성을 보이고 있는데 이런 구조에서는 집값이 조그만 흐름에도 급등락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초럼 집값이 급등할 수도 있지만, 향후 집값 추세가 다시 꺾이면 바로 급락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시장입니다. 한편 강남이 수도권 집값의 기준점이다 보니 강남 집값 상승에 이어 일부 지역에서 덩달아 호가를 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호가 위주의 상승은 현재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대내외 상황을 고려할 때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주)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질문 3> 많은 분들이 집값이 또 오르니까 집을 사야하나 말아야 하나해서 긴가민가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집값 전망 어떻게 보십니까?


미국이나 과거의 일본에서도 집값이 대세 하락할 때 일시적이고, 국지적 반등은 언제든 생겨났습니다. 이번 강남 재건축 위주의 집값 상승도 대세 하락기에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반등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나 과다한 가계 부채와 실질 소득의 감소, 실물 경기 침체에 따른 실업 급증 그리고 은행의 높은 예대율과 연체율 및 부실 채권 증가 등으로 인해 부동산 버블의 붕괴는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다만 한국의 경우 현 정부가 부동산 부양 총력전 때문에 부동산 버블 붕괴가 매우 지연되고 있습니다. 또 기준금리 2%의 사상 유례없는 저금리와 가계 대출 만기 연장 등의 조치로 부채를 잔뜩 지고 집을 산 가계들이 버틸 여력을 주고 있지만, 결국 장기간 버티기는 어렵습니다. 정부의 각종 부동산 부양책이 모두 소진될 경우에도 집값이 대세 상승한다는 것을 확인하지 못하면 집값은 재급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실 지금 거래량이 늘어나는데도 집값 하락세가 주춤할 뿐 전반적으로는 상승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징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이처럼 정부가 지나치게 높은 집값을 억지로 떠받치며 시장을 교란하는 바람에 주택시장이 장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요요를 해보신 분들은 다 아실 겁니다. 요요가 풀려났다가도 다시 오므라드는 과정이 있어야 다시 풀려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므라들어야 할 시점인데 오므라드는 것을 방해하고 계속 요요를 풀려나게 하면 결국 다시 수축하지 못하고 결국 멈춰버립니다. 주택시장이 10~20년 과정에 걸쳐 파동을 그리는 것도 부동산 시장 내외부에서 이같은 수축과 팽창을 일으키는 힘이 작용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엄청나게 부풀어올랐던 부동산 거품이 이제 꺼지는 시기에 이를 억지로 막으면 결국 집값은 꺼지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크게 더 튀어오르기도 어렵습니다. 그리고 장기간 계속되는 침체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더구나 앞으로는 인구 감소 시대여서 더더욱 그렇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사실 과거 일본에서 90년대초 부동산 버블 붕괴 이후 10여년의 장기침체를 겪은 것도 정부가 무리한 부양책 등으로 시장의 자연스러운 조정 과정을 방해하고, 구조개혁을 지연시킨 탓이 큽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제가 어제 블로거뉴스에 올린 글 '2010년대 한국 주택시장, 일본 판박이될까? http://unsoundsociety.tistory.com/entry/90%EB%85%84%EB%8C%80-%EC%9D%BC%EB%B3%B8%EA%B3%BC-%EB%B9%84%EC%8A%B7%ED%95%B4%EC%A7%88-2010%EB%85%84%EB%8C%80-%ED%95%9C%EA%B5%AD-%EB%B6%80%EB%8F%99%EC%82%B0 를 참조해주세요.)


따라서 이런 긴 흐름을 인식한다면 정말 실수요자가 아니라 일반 가계가 시세차익을 노리고 잔뜩 빚을 지고 집을 사는 것은 ‘폭탄 돌리기’ 국면에서 폭탄을 떠안는 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수요자라면 일희일비하지 말고 길게 보면서 크게 빚지지 않고도 지금보다 훨씬 집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앞으로 수년 내에 얼마든지 있을 것입니다.



질문 4>양도세 완화도 그렇고 소평평형 의무 비율 완화도 그렇고 정부정책이 오락가락한다고 느끼는데 시장엔 어떤 영향을 줄까요?


사실 현 정부 들어 부동산 정책은 부동산 규제 완화 일변도였습니다. 사실 현 정부가 규제라고 부르는 부분은 보유세와 양도세 등 건전한 주택시장 질서를 형성하기 위한 기초 제도가 많고 이런 것을 바꾸기 위해서는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것조차 자신들과 자신들의 지지기반을 위한 부동산 부양책을 대대적으로 펼치는 가운데 마구잡이로 해체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최근 양도세 중과세 폐지나 소형평형 의무비율 완화책의 경우 정부가 여당인 한나라당이나 여당 자치단체장이 수장으로 있는 서울시와도 제대로 정책 방향을 조율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정책을 추진한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정부가 제대로 된 여론 수렴은 고사하고 ‘같은 편’끼리 의견 조율도 제대로 하지 않고 독선적으로 일을 추진하다가 여당이나 서울시의 반발이나 이견에 부딪히자 우왕좌왕하는 것으로 비치는 것입니다. 현 정부가 과거 권위주의적 정부처럼 얼마나 일방적으로 정책을 입안하고 운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정부 정책의 혼선은 당연히 시장의 예측력을 떨어뜨려서 시장에 혼선을 초래하게 됩니다.

 

필자는 현재 정부 부동산 정책 기조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차피 현 정부가 기조를 바꿀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정부가 마지막 남은 규제라도 풀 것이라면 빨리 풀어서 사람들이 더 이상 미련을 갖게 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설사 정부가 그렇게 한다고 해서 부동산 가격의 대세하락을 막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질문 5>외국에선 부동산 거품이 빠지는데 우리만 오히려 거품이 다시 낀다면 경제에 부담이 되는 건 아닐까요?



당연히 큰 문제가 됩니다.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던 건설업계나 금융권이 정부의 천문학적인 각종 부양책과 지원책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수면 아래에서 부실은 계속 커지고 있는 형국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현 정권이 자신들 임기 내에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속셈으로 단기적으로 부동산 급락을 막는다는 명목아래 부동산 거품을 더 키우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봐야 ‘밑 빠진 독에 돈 붓기’일 뿐입니다. 몸 속에서 종양이 자라고 있는데, 아픔이 따르더라도 이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해야 하는데 현 정부는 자신들 임기 내에는 수슬을 안 하려고 미루면서 종양을 더 키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가면 종양이 더욱 자라나 한국경제는 말기암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특히 부동산 담보대출 급증에 따른 금융권의 130%가 넘는 높은 예대율이 전혀 해소되지 않고 은행의 연체율과 부실채권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정부가 이를 해소하기 보다는 임기응변식 대응을 통해 문제 해결을 뒤로 미루면 수면 아래 잠재적 부실이 계속 커져 향후 금융권의 부실 규모를 더욱 키울 수 있습니다. 그 결과 향후 한국 경제는 조그만 충격에만 노출돼도 언제든 금융 시스템 위기로 이어지는 한편 만성화된 경기 부진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길게 보더라도 한국경제가 언제까지나 부동산 거품을 잔뜩 안고 살 수는 없습니다. 부동산 가격이 잔뜩 부풀어오른 2000년대 한국 경제가 나라 빚과 가계 빚으로 성장한 것을 빼고 나면 무슨 성장을 했습니까? 오히려 부동산 값은 금값이 되는 과정에서 사람 값은 똥값이 돼 실업자와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빈부 격차는 더욱 커졌습니다. 이 같은 충격은 청년실업 급증과 '88만원세대' 양산, 만혼화 현상 등에서 알 수 있듯이 당장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젊은 세대들에게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거품의 고통은 젊은 세대에서만 끝나지 않습니다. 당장 부모세대들이 자녀를 출가시키려고 해도 양가에서 1,2억씩 빚을 지지 않고는 집 한 채 사주기 힘든 상황입니다. 물론 부동산 거품이라는 악성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하더라도 수술 도중 환자가 숨져서는 안 됩니다. 즉, 부동산 거품을 꺼뜨리더라도 한국 경제가 파탄나는 상황은 막아야 하겠습니다. 하지만 현 정부처럼 수술을 계속 미루고 부동산 거품기에 희희낙락했던 건설업계와 금융권에 막대한 지원을 하면서 도덕적 해이를 부추겨서는 과거 일본처럼 ‘좀비 기업’만 양산할 뿐입니다. 그렇게 해서 결국 한국 경제 성장의 복원력을 무너뜨리고 가뜩이나 양극화된 사회를 더욱 극단으로 치닫게 할 뿐입니다. 단기적으로는 고통이 따르더라도 한국 경제의 장래를 위해 집값 거품을 빼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과제입니다. 언제까지나 부동산 거품에 취해 경제활동을 영위해나갈 수는 없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4. 16. 10:29



   2010
년대 국내 주택시장은 과거 일본 주택시장이 1990년대 부동산 버블 붕괴 후 겪었던 장기침체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상당히 농후해 보인다. 국내 주택시장의 수급사정과 이를 둘러싼 경제적, 정치적 환경과 인구동태적 변화가 당시 일본 사정과 너무나 흡사하기 때문이다. 특히 현정부와 정치권의 잘못된 정책대응 역시 과거 일본과 너무나 비슷하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아래 <도표>에서 80년대 말 일본의 부동산 버블도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 3대 도시권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한국의 부동산 버블이 주택 그 중에서도 아파트를 중심으로 발생한 반면 일본의 부동산 버블은 상업용지를 중심으로 전개됐다. 일본 3대 도시권의 지가 추이를 보면 최근 3~4년 동안 소폭의 반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이 고점이었던 1991년 수준에 크게 못 미침을 알 수 있다. 특히 일본 3대 도시권 상업용 지가는 고점 대비 20%를 약간 넘는 수준이며, 버블이 발생하기 전인 1986년 지가에 비해서도 60% 수준에 머물러 있다. 물론 이 기간 동안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지가는 이보다 훨씬 더 낮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도표6> 일본 주택시장 추이


()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일본의 전국 주택보급률은 이미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던 1988년에 111%

를 넘고 있어 버블 발생 전부터 100%를 넘었다. 한국도 2008년 추정 전국 주택보급률이 110%에 육박할 정도로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또한 일본의 인구도 주택유효수요 계층인 35~54세 인구가 1990 3,680만 명으로 정점에 달한 후 빠른 속도로 줄어들어 2005년에는 3,400만 명 이하로 줄어들었다. 한국도 35~54세 인구가 2010년경을 정점으로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일본처럼 부동산 버블이 붕괴하는 시점을 전후해 주택 유효수요 인구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주택 유효수요 인구가 줄어들고 부동산 버블이 붕괴하는 상황에서도 일본에서는 대규모 신규주택 공급이 계속됐다. 일본 정부의 건설경기 부양책으로 건설업체들이 살아남아 대규모 신규주택을 계속 공급한 때문이다. 일본의 연도별 신규주택착공 추이를 보면 부동산 버블이 발생하기 전인 1980년대 초에는 매년 120~130만호 전후 수준의 신규주택이 착공됐으나, 부동산 버블이 시작된 1986년을 거쳐 1987~1990년 동안에는 연간 170만호 전후 수준의 신규주택이 착공됐다. 또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기 시작한 1991년 이후 1997년까지 연평균 150만호 수준을 유지했다.

일본정부는 부동산 버블 붕괴를 막기 위해 일본 건설업체들의 아파트 건설을 강력히 지원했다. 빠른 속도로 금리를 내려 주택금융공고와 은행이 주택자금대출 세일을 벌이도록 하는 한편 거액의 주택 감세라는 미끼를 던져 싸늘하게 식어가는 주택수요를 불러일으키려 애썼다. 수요와 공급 양 측면에서 일본 정부의 각종 지원책으로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아파트 공급이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주택 공급량은 1998년 동아시아 외환위기와 일본 내 금융위기가 확산되면서 버블 발생 이전의 120만 호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일본경제가 버블 붕괴 후 2차 위기를 맞자 그 동안 일본 정부의 재정호흡기에 기대 연명해왔던 대형 금융기관과 종합건설업체들이 잇따라 파산하기 시작했다. 이때는 부동산 버블 붕괴에도 불구하고 주택이 지나치게 과잉 공급된 데다 인구 감소로 인한 주택수요 감소도 본격화한 뒤였다. 주택 공급은 연간 120만호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지가는 계속 하락했다.

또 전체 주택 가운데 빈 주택의 비율을 나타내는 주택 공실률도 1993 9.8% 수준에서 2003년에는 12.2%까지 증가했다. 일본 전국의 주택 8채 가운데 한 채 가량이 빈 집으로 남아도는 상황이 된 것이다. 더 이상 시장수급에 의한 가격하락 조정을 피할 수 없게 되었으며 부동산 거품이 어느 정도 빠졌다고 여겨지던 90년대 중반에 분양된 주택이 2000년대에도 자산가치가 절반에서 3분의 1까지 추가로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처럼 주택시장의 버블 붕괴와 장기침체 과정, 그리고 그를 둘러싼 한일 양국의 정책대응 양상이 너무나 비슷하다. 이것은 한국의 향후 부동산 시장 역시 과거 일본이 밟아왔던 전철을 답습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는 주공 등을 동원해 미분양 물량을 매입해 자연스러운 시장수급에 의한 가격하락 조정을 가로막고 있다.

4대강 정비사업 등 당장 시급하지 않은 대규모 토목사업을 추진하여 건설업체들에게 눈먼 돈을 대줌으로써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을 가로막고 있다. 대주단 협약이라는 틀을 만들어 구조조정 시늉을 내고 있으나 시장 수급에 의한 구조조정을 지연시키고 방해할 뿐이다. 분양권 전매제한과 양도소득세 감면, 재건축 규제완화 등 각종 투기조장책을 마구잡이로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잘못된 투기조장책들은 결과적으로 주택시장의 자생적 복원력을 죽여 중장기적으로 주택시장의 장기침체를 초래할 뿐이다. 주택시장의 자연스러운 가격하락 조정을 가로막는 바람에 오히려 부동산 거래가 단절되고 침체를 장기화하고 있다. 그로 인해 부동산중개업과 인테리어, 이삿짐서비스 등 부동산과 연관된 생산서비스 경제영역마저 더욱 위축되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버블이 더 극심했던 것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일본은 금융기관과 기업들, 특히 부동산개발회사 및 건설업체들이 투기를 주도했다. 그러나 한국은 중간 및 상류층 가계가 대규모로 부동산 투기에 가담했다. 따라서 향후 부동산 거품 붕괴와 함께 막대한 가계부채를 청산하는 과정에서 장기간의 소비위축이 불가피하다.

필자는 주택 공급을 무작정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경제적 환경 변화와 인구동태적 변화 등을 충분히 감안한 주택공급을, 현 세대와 자식세대의 소득수준에서 감당할 수 있는 주택공급을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주택정책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의 힘에 의해 버블이 붕괴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시장의 힘에 의해 자연스럽게 주택정책을 바꿔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예컨대 경기불황에 일자리를 잃은 실업자와 무주택자, 그리고 1인가구 등 중하위 계층을 위한 공공임대/전세주택의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명박정부는 오로지 부동산 가격 올리기에만 혈안이 된 엉터리정책에 몰입하지 말고 중장기적으로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과 공동체 연대를 강화할 수 있는 주택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주요 인물들 가운데 부동산 부자 아닌 사람을 찾기 어려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이런 주장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부질 없게 느껴진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4. 15. 09:49

 




며칠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인 홍준표 의원이 재발의한 이른바 ‘반값아파트’ 법안(토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 촉진을 위한 특별조치법)이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돼 이르면 9월부터 아파트 분양이 이뤄진다고 한다. 홍의원이 주장하는 '반값아파트' 법안이 얼마나 기만적인지 알려면 필자가 아고라에 쓴 글(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590951&pageIndex=1&searchKey=daumname&searchValue=케네디언&sortKey=depth&limitDate=0&agree=F)을 먼저 참조하기 바란다. 하지만 홍 의원의 '반값 아파트' 주장이 얼마나 허구적인지는 진정한 의미의 '반값 아파트'를 어떻게 공급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면 더욱 여실히 드러난다. 이 글에서는 진짜 '반값 아파트'를 어떻게 공급할 수 있는지 살펴보자.

진짜 '반값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는 단서는 바로 현행 공공택지 및 신도시 개발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개발이익이 배분되는 구조에 있다
. 지금까지 공공택지와 신도시에서 공동주택이 공급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은 땅주인과 거주자, 개발 공기업(토공, 주공 및 각 지방개발공사), 시행사, 설계사, 시공사 및 투기세력 등에 배분돼 왔다. 그런데 이들 공공택지나 신도시 지역에서 공급돼온 분양주택의 분양가 가운데 택지비와 건축비가 전체의 90%가량을 차지한다 

 

우선, 신도시개발 발표 시점 이전부터 각종 투기 행위로 인해 땅값이 부풀려져 투기자들과 기존 땅주인들에게 용지보상 과정에서 개발이익의 상당 부분이 돌아간다. 또한 토공과 주공 등이 택지를 조성하는 과정에서도 막대한 차익을 남긴다. 이 같은 공공택지를 분양 받은 시행사나 민간 건설업체들은 각종 금융비용이나 마케팅, 민원처리비 등의 명목으로 건축비를 잔뜩 부풀린다. 여기에 시공을 맡은 민간 건설업체들은 시공원가라고 할 수 있는 직간접공사비와 본사관리비 이윤도 모자라 실체가 불분명한 브랜드가치, 준공보증에 대한 리스크 비용 등 각종 명목을 붙여 폭리를 취해왔다.

 

그런데 국토해양부(과거 건설교통부 포함)는 이 같은 과도한 건축비를 제어하기는커녕 건설업계가 주장하는 건축비를 거의 그대로 인정해 기본형 건축비를 마련하는 등 오히려 부풀려진 건축비를 제도적으로 정당화해주었다. 그리고 분양가가 높아지면 여론 무마용으로 분양가를 주변시세보다 낮게 책정해 주택을 분양 받은 당첨자들이 로또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줌으로써 투기를 조장했다.

 

요약하자면, 아래 <도표1>에서 보는 것처럼 공공택지와 신도시개발 과정에서 부풀려진 막대한 개발이익을 투기세력과 땅주인, 건설 공기업, 시행사, 민간 건설업체, 아파트 분양당첨자들이 나누어 먹고 정작 수혜자가 돼야 할 일반 무주택 서민들은 집에서 쫓겨 나거나 높은 전월세 임대료에 허덕이는 구조였던 것이다.

 

         <도표1> 분양위주 주택정책의 개발이익 분배구조와 개선 방향

 

    () KSERI 작성

 

 

이처럼 비정상적으로 배분돼온 개발이익 전부를 흡수해 공공 영구임대주택의 임대료 인하로 환원한다면 깜짝 놀랄 정도의 저렴한 임대료로도 충분히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구체적으로 정부가 별도의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지 않고 공공 영구임대사업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보기로 하자.

 

먼저 국민연금이나 국민주택기금과 같은 공공기금 등 공익사업자 또는 영구임대아파트 사업 의향을 가진 은행, 증권사, REITs, 보험사 등 민간투자기관 등을 공익사업자로 정부가 지정한다. 그리고 민간건설업체는 공공이나 민간의 공익사업자가 발주하는 주택건설 공사만을 맡아 공급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기존의 정부 택지개발건설업체 분양주택 시공이라는 선분양 구조 하에서 지금까지 건설업체가 금융조달과 주택시공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던 문제점도 해결할 수 있다. 즉 투자재원 확보는 공익사업자인 금융투자기관이, 주택건설은 건설업체가 각각 분담함으로써 영구임대주택을 대량 공급할 수 있게 된다. 공익사업자는 건설업체에 발주한 주택건설 단가를 낮추고 품질관리를 더욱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2004년부터 추진하여 문제가 되고 있는 판교신도시 개발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2006 1차 분양 당시 판교신도시에 공급되는 25,000가구 아파트를 전부 분양할 경우 총 개발비용은 6조원, 분양가는 8조원(택지비 5조원+건축비 3조원) 가량으로 추정되었다. 또 당시 분당지역 시세를 기준으로 한 판교신도시 25,000가구의 총 시세는 13조원 가량으로 추산되었다. 이 경우, 판교신도시 개발에서 발생하는 총 개발이익은 주택건설 개발이익 2조원(분양가 8조원- 개발비용 6조원)과 분양 시세차익 6조원(=13조원-8조원)의 합계인 8조원이 된다.

 

공익사업자로 지정 받은 금융투자기관 등은 전체 개발비용 6조원의 투자재원을 투입해 판교신도시에 공급되는 전체 영구임대주택을 소유하게 된다. 대신 공익사업자인 금융투자기관은 개발이익 8조원을 영구임대아파트에 입주하는 무주택서민들의 임대료 인하로 환원해주는 것이다. 대신 공익사업자인 투자기관들은 자신들이 투자한 6조원에 대한 적정 투자수익률만 확보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정부는 민간 금융기관 등의 투자재원을 활용해 충분히 저렴한 임대료의 영구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할 수 있다. 건설업체는 적정마진을 보장 받는 주택건설 물량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모두가 윈-(win-win) 할 수 있는 사업구조인 것이다 

 

공익사업자로서 국민연금기금을 가정하여 영구임대아파트의 사업성에 대해 구체적인 시나리오 분석을 해보자.

 

2006년 당시 국민연금 전체의 평균투자수익률은 5% 정도였다. 이를 바탕으로 공익사업자인 국민연금의 영구임대아파트 투자수익률을 5%로 간주하고, 은행예금이자율은 4%로 가정하자. 공익사업자의 평균투자수익률과 예금이자율은 상호 연동하는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으며, 그때그때 경기사정에 따라 바뀔 수 있는 변수다. 즉 은행 예금이자율이 높아지면 공익사업자의 평균투자수익률도 높아지고, 반대로 이자율이 낮아지면 투자수익률도 낮아지는 구조인 것이다. ,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여기서는 판교신도시 지역의 아파트 매매시세 및 전세가는 분당지역과 동일한 것으로 가정하기로 한다.

   이 같은 조건 하에서 공급되는 집값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는지 살펴보자. 결론부터 말하면
기존의 택지 공급 및 시공 과정을 근본적으로 고친다면 일반인들은 도저히 상상하기 힘든 수준까지 싼 값의 주택을 얼마든지 공급할 수 있다
 

우선, 택지비를 얼마나 낮출 수 있는지를 한 번 살펴보자. 토지공사가 밝힌 판교신도시 토지조성원가는 용지보상비 3.7조원과 택지 조성비 4.3조원으로 총 8조원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실 용지보상비도 감정평가제도의 개선과 토지수용 및 보상체계를 바꾸면 더 낮출 수 있지만, 일단 토지공사의 용지보상비를 그대로 인정하기로 하자. 판교신도시의 총 개발면적이 약 281만평이므로 평당 용지보상비는 약 132만원 정도다. 하지만 용지조성비 4.3조원은 터무니없이 부풀려진 것이다. 용지조성비 4.3조원 가운데는 판교신도시와 서울 등을 연결하는 교통인프라 건설비용이 2.1조원 포함돼 있으므로 실제 용지 조성비는 2.2조원인 셈이다. 이를 판교신도시 총 개발면적 281만평으로 나눠보면 평당 약 78.3만원가량이다. 그런데 실제로 민간토목업체를 이용해 용지를 조성하면 해당 업체에 충분한 마진을 인정해주고도 평당 25만원이면 충분하다. 결국 토지공사가 방만한 조직 유지를 핑계로 용지조성 과정에서 가져가는 개발이익만 평당 53.3만원, 판교신도시 전체 용지에서만 약 1.5조원이나 되는 셈이다.

 

사실은 용지 조성비는 단 한 푼도 안 들어가도 된다. 왜냐하면 대지를 메우고 복토하는 등의 용지조성 작업 자체가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업체에 제공하는 토지는 당초에는 거의 다 논밭으로 연약지반이다. 그런데 이 연약지반을 메운다면서 토공은 야산을 깎는 등 환경을 파괴해가면서 농지를 메운 다음 건설업체에 판매한다. 그런데 건설업체들은 이처럼 정부가 잔뜩 메워놓은 흙을 도로 파내는 터파기 공사를 진행한 다음 지하골조 공사부터 시작한다. 한 마디로 토공은 전혀 필요 없는 대지조성 공사를 해 막대한 개발이익을 취하는 핑계로 삼는 한편 택지비용만 올리고 있는 셈이다. 사실 토공 등이 용지조성 작업을 하지 말고 용도별로 일정한 구획을 표시해 택지를 공급하면 되는 것이다. 또한 토지공사가 용지조성비에 포함한 교통인프라 건설 비용도 이용자 부담으로 교통인프라 건설을 추진한다면 사실 한 푼도 들일 필요가 없는 돈이다 

 

이렇게 따질 경우 판교신도시의 용지조성원가는 용지보상비 3.7조원이면 된다. 이럴 경우 평당 132만원에 택지를 공급할 수 있다. 여기에 판교신도시 아파트 단지의 평균 용적률 165%를 적용하면 아파트 평당 공급되는 용지비는 80만원에 불과하다. 즉 용지개발이익을 모두 공공 임대료로 환원한다면 평당 용지비는 80만원이면 된다는 얘기다. 위에서 예를 든 32평형 아파트의 경우라면 택지비로 불과 2,560만원밖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건축비를 살펴보자. 정부는 2006년 판교신도시에 적용되는 기본형 건축비를 소형주택의 경우 평당 341만원, 중대형주택은 평당 369만원으로 고시했다. 각종 가산비용까지 감안할 경우 민간 건설업체들이 평당 500만원까지 건축비를 부풀릴 수 있도록 허용해준 것이다. 실제로 판교신도시에서 민간 건설업체들이 분양한 아파트들이 밝힌 건축비의 대부분은 평당 400만원대 후반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건축비는 터무니없이 부풀려진 것이다. 실제로 현재 시중에서 아파트 건축하도급 공사를 발주하면 평당 250만원이면 공사를 하겠다는 업체들이 줄을 선다. 이들 하도급 업체들은 평당 250만원에도 최소 20% 이상의 마진을 남길 수 있다고 자신한다. 흔히 말하는 웬만한 강남 고급아파트에 사용하는 각종 마감재를 다 사용해도 그렇다는 말이다. 또한 이 같은 건축비에는 지하층이나 주차장, 주변 조경공사 비용 등을 모두 포함한 것이다. 건설업계 사정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은 삼성이나 현대 같은 건설대기업이 짓는 것과 하도급 업체가 짓는 것에는 아파트 품질에서 차이가 있지 않느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건설대기업들도 아파트를 직접 짓는 게 아니라 결국 하도급업체를 선정해 시공을 맡긴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혀 다를 것이 없다. 따라서 평당 건축비를 250만원으로 잡는다면 32평형의 경우 8,000만원이면 된다.

 

이처럼 32평형 아파트의 경우 택지비 2,560만원에 건축비 8,000만원을 더한 다음 감리비와 설계비 등 기타 비용 10% 정도를 더 감안할 경우 32평형 아파트의 총 분양가는 11,616만원이면 충분하다. 이 같은 분양원가를 바탕으로 영구임대사업을 전개할 경우 아래 <도표2>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임대사업 수익이 발생한다. 국민연금은 영구임대주택을 소유하는 순간 곧바로 43,919만원의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으며, 이 시세차익을 임대료로 환원할 경우 입주자 임대료는 월 -134.6만원까지 낮출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입주자에게 임대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월 134.6만원까지 생활비를 지급해도 손해가 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 경우 정부는 입주자에게 저렴한 수준의 임대료를 받은 돈까지 합쳐 향후 지속적으로 영구임대주택사업을 확대해갈 수 있는 막대한 기금을 축적할 수 있다. 또는 여기에서 발생한 재원을 축적해 영구임대주택 입주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상당액의 주거보조비를 매월 지급해줄 수도 있다.  

또한 향후 집값이 대폭 하락해 시세차익이 준다고 해도 여전히 임대주택사업이 성립하게 된다.

 

                       <도표2>

 

   () KSERI 작성

 

  위 사례에서 성남 분당의 32평형 아파트 시세가 2억 원까지 하락하고 전세임대료가 매매 시세의 60% 수준인 1 2,000만원까지 하락한다고 가정해보자. 그 경우에도 아래 <도표 3>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충분히 사업이 성립함을 알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주변 시세가 약 15,000만원까지 떨어져도 사업이 성립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주변 주택시세가 떨어지면 일반적으로 용지 보상비 또한 떨어져 분양원가를 더욱 낮출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그렇다. 설사 시세가 15,000만원 이하로 폭락한다고 해도 이미 집값 안정이 필요 없을 만큼 시세가 충분히 낮아졌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적절한 시점에 국민연금이 임대주택을 주택시장에 매매용으로 내놓아도 무방하다.

 

                 <도표3> 주택가격 폭락시의 사업성 분석

 

   () KSERI 작성

 

  위에서 본 것처럼 정부와 정치권이 공공주택정책의 목표를 분명히 하고 공익성을 강화하면서 그 목표를 달성할 최적의 방법을 찾는다면 저렴하고 쾌적한 영구임대주택을 얼마든지 공급할 수 있다. 물론 이 같은 사업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익사업자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과 토지보상, 감정평가, 감리제도, 금융기관 공사보증 제도, 하도급 구조, 건설업역 제도 등 건설산업 제도 전반의 개혁이 병행된다면 그 효과는 엄청나게 확대된다.

 

노무현정부도 그랬지만, 지금의 이명박정부는 더더욱 그럴 의지도, 그래야 한다는 문제의식조차도 없어 보인다. 이렇게 집값 거품을 완전히 뺄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말이다. 이들의 무지가 엉터리 정책남발과 도덕적 해이의 근원이다. 무지하면 정치를 하지 말아야 하며 관료 짓을 그만 두어야 한다. 그런데 현 정부는 도시계획에 대한 조금의 고려도 없이 마구잡이로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무작정 용적률을 올려 분양가를 겨우 15% 내리겠다는 것으로 생색을 낸다. 한나라당 준표 원내대표는 이미 수십 년 전 서울시 시유지에 지은 서울 회현동이나 용강동 시민아파트 사례를 볼 때 실패한 것으로 드러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반값 아파트라고 떠벌리며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 확충과 자식세대의 미래는 안중에도 없다. 오로지 자신들의 권력욕과 사리사욕 그리고 무지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 후안무치만이 있을 뿐이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4. 7. 09:54

 

경인운하 공사가 착공식도 없이 시작됐다. 경인운하 사업을 맡고 있는 수자원공사측은 얼마 전 경인운하 관련 공청회에 일반인의 출입을 막는 ‘자물쇠 공청회’를 연 바 있다. 환경영향평가도 요식행위처럼 뚝딱 3개월만에 해치웠다. 현 정권이 내세우는 것처럼 그렇게 꼭 해야 하는 사업이라면 왜 이렇게 떳떳하지 못한지 모르겠다. 마치 부잣집 담을 넘는 ‘밤손님’의 행태처럼 느껴진다. 


지난달에는 경인운하 사업에 지난 1월 확정된 정부 추정 사업비보다 3800억원 정도가 더 들어갈 것으로 추정된다는 기획재정부의 내부보고서 내용이 보도됐다. 재정부 내부 보고서대로라면 이 사업의 비용편익(B/C) 비율이 1이하로 떨어져 사업의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고속도로로 한 시간 거리인 곳에 물류를 수송하기 위해 운하를 판다는 사업에 애초부터 경제성을 따지는 것부터가 한심스러운 일이다. 


거꾸로 어떻게든 경인운하 사업을 하기로 작정한 ‘불도저 정부’에게 경제성을 따지는 것부터가 무의미한 일이다. 다만 이 같은 토건사업을 통해 현 정부가 얼마나 많은 국민 세금을 낭비하는지, 그리고 그 속내가 무엇인지는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부는 현재 예정된 경인운하사업 6개 공구의 총공사비 추정가격 1조 3500억원의 약 30% 정도인 4000억원을 낭비하게 된다. 경인운하사업을 턴키입찰(설계 시공 일괄입찰) 방식으로 발주하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짧은 지면에 자세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턴키입찰 방식은 현재 예산 낭비와 건설업체간 담합구조의 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상위 10개 재벌건설사들은 설계비용에 들어가는 거액의 선투자 비용을 시장 진입장벽으로 활용, 지금까지 턴키 입찰 물량을 거의 싹쓸이해왔다. 그러면서 그들은 각종 턴키입찰에서 철저한 가격 담합을 통해 경쟁입찰에 비해 평균 30% 가량 높은 추정공사비의 95~98% 수준에서 공사를 수주했다. 건설업체들간 경쟁하게 하면 아낄 수 있는 돈 30%를 낭비했다는 뜻이다. ‘떡고물’이 워낙 많다 보니 담합과 뇌물 수수 등 부패의 온상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 시절에도 턴키사업을 남발했다. 청계천사업, 동남권 유통단지(가든파이브), 지하철 9호선, 지하철 7호선과 지하철 3호선 연장구간 등을 모두 턴키로 발주했다. 심지어 일반 주택단지를 만드는 은평뉴타운사업조차 턴키로 발주했다. 그 결과 부작용도 심각했다. 7000억원에 할 수 있었던 가든파이브에 1조원 이상이 들어간 결과 고분양가 때문에 상가 입점이 극히 부진한 상태다. 은평뉴타운은 과다한 토지보상금과 더불어 턴키 입찰을 통한 사업비 과용으로 후임자였던 오세훈 시장 초기 고분양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렇게 진행됐던 지하철 9호선, 지하철 7호선 연장구간 등에서는 업체들간 담합이 드러났고, 청계천사업과 가든파이브 사업에서는 각종 비리 사건이 불거지기도 했다. 심지어 청계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양윤재 전 서울시 부시장(현 정부 들어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뒤 장관급 대우를 받는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됐다)이 구속되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낭비된 예산만 줄잡아 1조원 가량은 될 것이다. 그렇기에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예산을 절감했다는 주장을 들으면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행태를 이제 전국 단위에서 되풀이하고 있다. 당장 경인운하사업뿐만 아니라 새만금사업, 울산-포항간 고속도로, 호남고속철도 등 대규모 토목사업 대부분이 턴키 공사로 예정돼 있다. 재벌건설업체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고분양가로 마구잡이 주택사업을 벌였다가 미분양에 물려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던 건설업체들이 시장의 채찍질은커녕 정부의 퍼주기 예산으로 희희낙락하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가 말로는 ‘서민경기 부양’이니 ‘일자리 창출’이니 내세우지만, 결국 세금으로 재벌건설업체들을 위해 차리는 푸짐한 잔칫상이라는 것을 건설업계는 너무나 잘 안다. 이처럼 현 정부 ‘삽질경제’의 이면은 바로 부패경제, 반칙경제, 불공정경제인 것이다. 이 같은 이면을 들키지 않으려니 사업 추진 과정이 밤손님 행태를 닮아 가는지도 모르겠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3. 30. 10:11

지난주 금요일 (3월27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 학회의 정책세미나에 참석했습니다.

주제는 대략 주택시장 전망 및 미분양 물량 해소 대책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정말 참석하고 싶지 않았는데, 예전에 TV토론에 패널로 함께 참석한 교수가 사정해 마지못해 참석했습니다. 건설업계와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그 분의 말씀도 일리가 있다는 판단도 했고요.

우선, 학회 세미나라고 하는데 총 참석자가 발표자, 토론자, 중간에 돌아간 사람들까지 다 합쳐도 50명이 안 되는 것 같았습니다. 발표자의 발표가 끝나고 토론 시간이 되니 학회 관계자들을 뺀 방청객은 20여명 정도밖에 안 돼 보였습니다.

 

세미나가 끝나고 돌아갈 때 방청객 한 무리에 물어보니 무슨 도시계획연구소 소속이라고 했습니다. 그나마 온 방청객 20여명도 사실상 관련 교수나 연구소에서 동원됐던 사람들이었던 것 같았습니다. 몇 명 되지도 않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자신들만의 행사를 벌인 것입니다. 적지 않은 돈을 들이고 여러 사람들이 모여 왜 시간을 소모하고 있는지 안타까울 지경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세미나의 수준이 높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발표자나 토론자 모두 제가 듣기에는 기본적으로 논리에 닿지 않거나, 건설업계를 위한 논리를 발표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어제 그 자리에서 유일하게 귀담아들을만한 얘기를 하시는 분은 한양대 임덕호 교수였습니다. 지금 미분양 물량이 이토록 급증한 것은 선분양제도 때문인데, 후분양제로 이행해야 하는데도 오히려 정부가 거꾸로 가고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그 분의 평소 지론이라고 하시던데, 제가 시사경제에 썼던 내용과 매우 흡사한 주장을 하시더군요.

어쨌거나 결론적으로 초청한 분에게 실례되는 말이겠지만,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고 함께 토론을 한다는 것이 부끄럽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상당히 놀란 부분은 참석자 상당수가 집값 전망에 대해 장기 침체 가능성을 꽤 높게 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대한건설협회 부설 건설산업연구원의 김모 박사조차도 이번에는 외환위기와 같은 V자형 반등은 어렵고, L자형 침체 가능성도 상당히 있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불과 6개월 전 TV토론에서 '집값 폭락은 없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사태 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돼 일시적으로 주택시장이 가라앉겠지만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라고했었던 분이니 말입니다. 그 분 발표를 듣는데 TV토론 때 했던 그 분 발언이 생각나서 속으로 웃음이 나왔습니다.

 

김 박사뿐만 아니었습니다. 발표자들뿐만 아니라 토론자의 상당수가 주택시장 전망을 했는데, 대체로 향후 주택시장의 장기 침체 가능성을 꽤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부동산114 사장도 그렇고, 앞서 언급한 한양대 임덕호 교수님, 발표자로 나선 건설관련 연구소의 김모 소장 등이 모두 그랬습니다. 김소장은 2010년 하반기경 공급 물량 부족 때문에 일시적으로 집값이 단기적으로는 꽤 오를 수도 있다고 보긴 하더군요.

 

물론 비슷한 전망을 하더라도 결론은 크게 달랐습니다. 발표에 나선 김 박사나 김 소장뿐만 아니라 참석자의 상당수는 결국 침체를 피하기 위해 정부의 각종 지원책을 요구했습니다. 그나마 김 소장은 건설업계가 시장 상황에 대응해 분양가를 내리는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을 하더군요.

 

세미나 끝나고 나서 참석자들이 모두 저녁 식사를 하러 가더군요. 저는 먼저 나왔습니다. 사실 집에 돌아와서 아이들을 봐야 하기도 했고요. 나중에 집에 돌아와서 우연히 세미나 관련 기사를 보게 됐습니다. 아마 학회가 낸 보도자료를 보고 기사를 쓴 것 같았는데, 정부에 대해 주택시장 침체 극복을 위해 이러이러한 지원책을 주문했다는 기사가 나와 있더군요. 저를 초청해준 교수님의 의도는 아니겠지만(사실 그 분은 주택정책에 관한 한 상당히 서민들 입장에서 목소리를 내왔던 분입니다), 왠지 들러리 선 기분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소위 건설업계나 부동산업계를 대변하던 ‘전문가’들도 주택시장의 장기 침체 가능성을 꽤 높게 보고 있습니다. 중간중간 일시적인 반등과 부침은 있겠지만 말입니다.

물론 정부에 앓는 소리해서 하나라도 더 얻어내려고 그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제 현장에 기자는 한 사람도 없었는데, 기자들이 없으니 이들도 비교적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니 제가 누누이 말씀드리지만 '한 탕'을 노리시는 분이 아니고 정말 주택의 실수요자라면 길게 내다보시길 바랍니다.

 

참, 주택업체 관계자가 현재 미분양 물량은 실제의 70% 수준에서 신고한 물량일 거라고 하더군요. 아는 분들은 다 아는 얘기지만, 참고삼아 전해드립니다.


by 선대인 2009. 3. 30. 09:51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예정보다 나흘 앞서 발사대에 장착한 것으로 확인돼 발사일을 앞당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오늘 보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 문제에 대한 뛰어난 식견을 가진 'yjw23'님이 우리 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에 올린 '직시해야 할 북한 위협의 한계'라는 글을 좀더 많은 분들께 읽히고자 소개합니다. 최근 북한 장거리 로켓 발사와 개성공단 폐쇄 사태와 관련한 북한 태도에 대한 훌륭한 분석입니다. ***********************************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북한은 우주개발의 일환으로 4월 4∼8일 사이에 통신위성을 발사할 것이라고 지난 3월 11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통보했다(ICAO 전문 바로가기). 이에 대해 미국, 일본은 북한 미사일에 대한 요격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남한과 함께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북한은 남한과의 무력충돌을 시사하고 개성공단을 수시로 차단하는 등 남한에 대해서도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최근의 이러한 북한의 행동에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점들이 있다. 남한에 대한 적대정책은 '6·15 공동선언'과 '10·4선언' 불이행, 제63차 유엔총회에서 있었던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남한의 공동제안, 탈북자 단체의 삐라살포에 대한 남한 정부의 미온적 태도, 키-리졸브(Key Resolve) 훈련 등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예상할 만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에 대해서는 2009년 신년공동사설에서 2008년과 달리 비난을 자제하는 등 오바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어느 정도 나타내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북한의 행동에 대해 한 보수언론은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그렇게도 원하면서 기회를 걷어차는 북한 당국의 처사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며, 북한 외교를 총괄하는 두뇌에 고장이 생겼거나 내부 상황에 문제가 생겼을 것이라는 판단마저 내리고 있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북한이 상당한 강수를 두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시각에 따라서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북한이 정상적인 대외정책 결정능력을 상실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의 행동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것이 일정한 한계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얼핏 보기에는 상대를 가리지 않고 강경한 자세로 일관하는 것 같지만, 외교정책에 있어서 일정한 목표와 패턴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강경한 태도로 일관하는 것 같지만 남한과 미국에 대한 태도에 있어서도 일정한 차이를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위해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개성공단 폐쇄를 살펴보자.

 

북한은 지난 2월 24일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를 통해 '시험통신위성'인 '광명성 2호'를 운반로켓 '은하 2호'로 발사하기 위한 준비를 본격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미국과 일본은 요격 가능성을 시사했고, 북한은 미국과 일본이 그러한 시도를 할 경우 보복공격을 가할 것이라고 위협하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현재까지의 상황으로 볼 때 북한은 발사를 감행할 것으로 보인다. 발사를 실행에 옮길 경우 실(失)보다 득(得)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2009년 신년공동사설에 나타난 바와 같이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미국은 최악의 경제위기를 맞이하고 있으며 중동에서 벌여놓은 전쟁을 수습하느라 바쁜 상황이다. 북핵문제 해결을 통한 북한과의 관계개선이 정책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역시 최근 아시아 순방에서 북핵 관련 질문을 받을 때마다 북한이 검증 가능하고 완전한 비핵화를 한다면 관계 정상화와 국제경제 협력을 비롯한 다양한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는 동일한 대답만을 반복했다. 북한으로서는 답답한 상황인 것이다. 따라서 북한으로서는 북한의 군사적 능력과 중요성을 부각시킴으로써 미국을 압박하여 북한에 주목하도록 하기 위한 강력한 유인이 존재하는 셈이다. 내부적으로도 최근에 있었던 김정일 건강이상설을 불식시키고 경제력과 군사력을 과시해 체제결속력을 다질 계기가 필요한 상황에서 ‘인공위성’ 발사는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또한 전 정부와 다른 대북정책을 펼치고 있는 남한 정부를 압박할 수 있는 강력한 카드가 된다. 반면 북한이 발사를 실행에 옮길 경우 UN 안보리 결의안 제1718조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다(UNSC 1718 전문 찾아보기). 그러나 조악한 수준이라 할지라도 인공위성으로 판명될 경우 UN 결의안 1718조 적용가능 여부가 불분명하며, 설령 제재가 가해진다 하더라도 현재 북한이 받고 있는 제재의 수준을 감안할 때 추가제재가 북한에 미칠 수 있는 압박은 미미하다 할 수 있다.

 

  결국 북한의 입장에서는 미사일이든 인공위성이든 발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남한을 비롯해 미국이나 일본의 입장에서 인공위성이든 미사일이든 발사한다는 사실 자체가 심각한 문제가 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렇다면 발사를 시도하는 북한의 의도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북한의 발사는 내부모순을 극복하지 못한 북한의 극단적인 선택의 일환인가, 대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의 하나인가. 

 

  이와 관련해 북한은 다소 이상한 행동을 보여주었다. 시험통신위성인 ‘광명성 2호’를 발사하겠다고 미리 통보한 것이다. 1998년 동해상으로 대포동1호 미사일을 발사할 당시 국제사회에 어떤 예고나 통보도 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행동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국제해사기구(IMO)에 위험좌표를 제시하는 ‘친절’을 베푸는 한편, 인공위성 발사 관련 국제조약에도 가입했다. 이러한 북한의 행동들은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와 미국의 요격 움직임을 무력화하려는 명분 쌓기의 일환으로 볼 수 있지만, 동시에 미국에게 일종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로켓발사를 적대적 행위로 간주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결국 북한은 미국의 관심을 끌어 협상력을 높이고, 남한 정부를 압박하며, 대내적으로 체제의 건재함을 과시하려는 등의 목적으로 로켓발사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지만, 미국이 이를 공격적인 의미로 받아들이지 말아달라는 사인(sign)을 간접적으로 보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북한의 의도를 눈치 채서였는지 미 국가정보국(NI) 국장인 데니스 블레어는 10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이 발사하려는 것이 인공위성인 것으로 여기고 있다고 밝혔으며, 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관 역시 19일 북한이 현재 일본 오키나와, 괌, 알래스카를 타격할 수 있는 새로운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실전 배치중이라고 밝히면서도 북한에 의한 단기적이고 명백한 도전행위는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역시 북한의 움직임에 경계를 늦추지 않으면서도 북한의 신호를 감지하고 있다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사태를 이렇게 본다면 최근에 벌어진 북한의 개성공단 폐쇄의 의도와 범위 역시 보다 분명해진다. 즉, 북한이 남북한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남북간의 조약을 깡그리 무시하는 행동을 취하고 있지만, 미국을 자극할 정도의 긴장상태를 한반도에 조성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북한은 군 통신선을 절단하고 남북간 육로통행을 금지해 남측인원을 실질적으로 감금하는 등 긴장상태를 조성했으나 키리졸브(Key Resolve) 한미 합동군사훈련(3. 9~20)이 끝나자 이러한 조치들을 해제했다.

 

 

  이와 동시에 북한이 남북교역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실리를 쉽사리 포기하지 않으리라는 것 역시 알 수 있다. 이는 [도표 1]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남북교역이 늘어난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북한이 지난 1년간 이명박 정권을 강하게 비판해왔음에도 불구하고 2008년의 남북교역량은 18억 2,000만 달러로 2007년의 17억 9,700만 달러에 비해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내용을 보면 보다 흥미롭다. 남한 정부의 대북지원은 2007년 3억 1,900만 달러에서 2008년 6,700만 달러로 약 1/5 수준으로 대폭 감소했다. 이는 남한 정부의 대북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제성 거래와 비결제성 거래를 비롯한 남북 총교역량은 오히려 늘어났다. 이는 남북교역의 관성이 민간영역에 의해 유지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동시에 북한이 정부차원의 긴장상태를 유지하면서도 민간차원과 함께 실리를 추구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것이 앞으로도 북한이 남북관계에 있어 이와 같은 관성을 계속 유지할 것임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이번 개성공단 폐쇄는 북한이 개성공단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우리가 어떤 피해를 입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또한 2009년 1월의 남북교역량이 1억 1,302만 달러로 전년 동월의 1억 4,050만 달러에 비해 약 19.6% 감소한 점 역시 그러한 가능성을 시사한다. 만약 미국과의 관계개선으로 북한이 외화수익원이 다변화된다면 이명박 정부에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는 북한이 보다 강경한 수단으로 남한을 압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금까지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개성공단 폐쇄조치를 살펴보고 이에 대한 북한의 의도를 가늠해보았다. 지금까지 본 바에 따르면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계획하고 있으나 미국 등에 공격적인 행위로 받아들이지 말아달라는 간접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즉, 미국과의 관계개선이라는 큰 그림 속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방편인 것이다(물론 미사일 발사는 여러 가지 의미와 효과를 갖는다). 개성공단에 대한 북한의 의도 역시 일정한 한계와 가능성을 갖고 있음을 살펴보았다. 실리를 취하면서도 남한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로 사용할 수 있는 동시에, 대미관계에 변화가 생길 경우 위상에 변화가 생길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문제는 북한이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을 통해 남한과 미국을 압박하고 있지만, 그러한 압박에는 분명한 온도차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과 같이 민감한 시점에서는 그러한 온도차를 감지하고 한반도를 둘러싼 판세변화를 정확히 읽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북한은 이미 어떤 그림을 갖고 움직이고 있다. 이에 반해 남한은 원칙고수로 일관하고 한미공조를 근거로 통미봉남 가능성을 일축하는 등 북한과의 소통은 뒤로한 채 현 정부가 내세운 대북정책의 정당성만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 필요한 것은 위기의 한계를 명확히 직시하고 상황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는 것이다. 위협을 과대평가해서 부화뇌동하거나 우리 정부처럼 원칙론만 내세워서도 안 된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3. 26. 10:55
 

YTN 노조 파업을 주도했던 노종면 YTN 전 노조위원장이 구속됐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지난해 9월 그를 인터뷰했던 기사를 다시 읽어보았다. 노 위원장은 YTN의 간판 프로그램 중 하나인 ‘돌발영상’을 처음 제안하고 안착시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당시 노 위원장은 먼저 “(현 정권은) 방송을 정권 우호 세력으로 만들려는 명확한 의도가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캠프 특보를 보내서 공정방송을 하겠다고 한다면 누가 믿겠느냐”며 현 정권의 방송 장악 시도를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그때 “절대 지는 싸움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권력의 탄압으로 지금은 구속된 상태지만, 그와 YTN노조의 공정방송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이해하고 현 정부의 방송 장악 시도가 저지되는 날이 올 것으로 믿는다.


필자는 당시 그와 인터뷰하고 나서 장문의 인터뷰 기사를 썼는데, 지금 읽어봐도 마지막 두 가지 질문에 대한 그의 답변은 가슴에 와 닿는다. 당시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을 소개한다.


-원론적 질문을 한 가지 하겠다. YTN은 ‘공정방송’을 지향한다고 했는데, 공정방송이 왜 중요한가?


 


시민인 시청자들이 세상 돌아가는 일을 바르게 이해해야 하지 않나? 그래야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발전할 수 있다. 그런데 시민들에게 세상 일을 전하는 권한, 사실 굉장한 권한인데, 그 권한을 바르게 사용하지 않으면 그 권한을 빼앗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현 정부 못지않게, 조중동 등 기득권 신문들이 현 정권의 입맛에 맞춰 방송사들을 공격하는 등 정권의 선동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들 신문의 보도 태도를 어떻게 생각하나?



공정하지 않다. 철저히 사주의 이익에 봉사해왔고, 그래서 다시 한 번 우리 언론 환경에서 언론의 지배구조가 얼마나 중요한지 되돌아보게 한다. 이번 낙하산 인사 문제만 하더라도 그들 언론이 얼마나 정치적 입장에서 편파적으로 보도하는지 알 수 있다. 몇 년 전 노무현 정권 시절 서동구씨가 KBS에 신임 사장으로 임명된 뒤 출근 저지당할 때 조중동은 낙하산 인사의 부당함을 연일 대서특필했다. 그런데 이번 YTN의 낙하산 사장에 대해서는 얼마나 외면하는지 생각해보라. 그들은 사주의 이익, 사주가 좋아하는 정치권의 이익에 봉사하는 것이지, 시민들의 이익에 봉사하는 언론이 아니다. 언론의 기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과거 제가 진행했던 것 가운데 하나가 ‘신문마다 다르다’는 코너였다. 하나의 사안을 놓고 신문별로 어떤 보도를 하는지 비교한 코너였다. 조중동은 팩트(fact)를 바꾸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강조점을 달리 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팩트를 왜곡하는 사례마저 있다. 무섭다. 여론조사 경우에는 동아일보에서 노무현대통령의 임기 말에 지지율이 한 때 꽤 올라갔는데, 다른 신문들은 지지율 상승을 꽤 비중 있게 다루는데 동아일보는 한 쪽 구석에 살짝 숨겨놓는 식이었다. 노무현을 좋아하고, 안 좋아하고를 떠나 뉴스 가치라는 것이 있는데, 이들은 자기들이 보기 싫은 팩트는 안 보겠다는 식이다. 최소한의 균형감도 없이 자기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겠다면 일반 시정잡배들과 뭐가 다른가?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3. 26. 09:17

YTN 현직 기자로 일하는 김수진 기자가 우리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의 <언론개혁>방에 글을 현재 YTN파업 사태에 관한 글을 보내왔습니다. 좀더 많은 분들이 이 글을 읽을 수 있도록 이 곳에도 소개합니다. YTN 노조 등 이 땅의 언론자유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많은 분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


 안녕하세요, 어린달님입니다.



 일단 어제 자정 쯤에 YTN 기자 3명- 노종면 노조위원장, 현덕수 전 노조위원장, 조승호 기자- 에 대해서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임장혁 돌발영상 팀장은 석방돼 오늘 아침 파업 집회에 참석했습니다.  까칠해진 임 선배의 얼굴을 보니, 그리고 아직도 갇혀 있는 선배들을 생각하니 눈물이 마구 쏟아졌습니다.



  누가 뭐래도 이번 사법처리 방식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것입니다. 우리가 언제 회사 기물을 부순 것도 아니고 사람을 때린 것도 아니고 쇠파이프 각목을 들고 덤빈 것도 아닌데 구속수사 하겠다니요?


 


 우리 YTN 노조는 23일 아침 05시를 기해 총파업에 돌입했습니다.

이제 저희는 목숨같은 방송을 끊어서 YTN을 지키려 합니다.  외환위기 때 6개월동안 월급이 안 나와도, 그후 6개월동안 월급이 반만 나와도 그저 방송'쟁이'로서의 책임감 때문에 한 번도 마이크와 카메라와 방송 장비를 손에서 놓지 않았던 순한 YTN사람들입니다. 저에게 파업에 돌입하며 조금의 부담감이라도 남아있었다면, 그 '쟁이'로서의 책임감 때문일 겁니다.




그러나 이제 동료들이 평온한 일요일 아침 가족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연행되어 철창 뒤에 갇혀있는 마당에, 저는 일말의 부담감마저 모두 지워버리고, 부당함에 저항하겠다는 또 다른 '쟁이'로서의 고집으로 내 모든 걸 바쳐 파업에 나서고 동료를 지키려 합니다.



이번에 사측과의 임단협에서 노조 집행부는 임금 문제를 파업의 이유로 내걸었고, 해정직자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해정직자 문제가 파업의 전면에 나서면 정치파업이 되고 불법 파업으로 규정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와이티엔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의 권리를 행사하는 겁니다.



 그러나 이번 임단협은 해정직자 문제에 관한 사측의 해결 의지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적어도 저를 비롯한 많은 노조원들은 그렇게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협상 과정에서도 사측은 '고통 분담'을 강요하면서 이미 해직과 정직 징계 등으로 고통받다 못해 피흘리고 있는 동료들을 방치하고 협상의 카드로만 이용하려 했을 뿐이었습니다.



저희가 파업에 돌입하면 아마 회사측은 '요즘 때가 어느 땐데 임금 7.2%인상을 요구하는 노조는 어느나라 노조냐, 노조의 불법 파업으로 방송 차질을 빚게 되었다' 뭐 이런 레퍼토리를 방송할 게 뻔합니다. 그러나 서울지방노동위의 조정에서 경영진은 '기본급 동결과 영업이익 발생 시 인상분 소급 지급'이라는 안을 내놓았고 이에 대해 YTN 노조는  '적정한 임금 인상분을 지금 결정하되 실제로 적자가 발생하면 내년도 임금분에 이를 반영하자'는 안을 내놓았습니다. 7.2%인상을 요구했다는 주장은 거짓말입니다.



 경영진이 요구하는 '고통 분담' 얘기를 해볼까요. 



낙하산이 낙하산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정당한 절차를 밟아서는 결코 그 자리에 앉을 수 없는 깜냥의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자칭 사장 구본홍씨는 자기가 경영에 아무런 재주도 없고 돈을 아껴 쓸 생각도 없다는 걸 불과 지난 200여일 동안에 증명해


보였습니다.



자기 수행 보디가드 고용비에 9천 6백여만원, 임직원 회의, 식사 비용에 3천 3백여만 원, 비밀 집무실 비용에 3천여만 원, 비품, 음료와 '구본홍 와이셔츠'에 천 3백여만 원, 몰카, 도청 탐지 비용에 6백여만 원...뿐만 아니라 '비상 경영'을 해야 한다고 난리치면서 수천만원에서 억대 연봉에 이르는 임원 자리를 10여개나 늘렸고 그 임원 자리에 자기 고등학교 동문을 낙하산으로 두 명이나 앉히는 내용의 안을 얼마 전 주총에서 통과시켰습니다. 자리 늘린 뒤 그 사람들 앉아있을 사무실 만드느라  공사비로 또 6천여만원을 들였습니다. 그것도 모자라서 출신 대학 동문회보에 실을 광고비와 복지단체에 내는 성금까지 자기 돈을 안 쓰고 회삿돈을 지출했더군요.



저희 와이티엔, 다른 회사들이 벌써 두 번 세 번째 장비 바꿀때 창사 이래 쓰던 장비 꿋꿋하게 버티며 쓰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오디오맨도 없어서 취재기자가 트라이포드 들고 뛰었고 녹화 테잎도 너무 재활용을 많이 해서 화면에 비가 죽죽

내려도 또 재활용합니다. 편집 기계가 너무 오래되어서 버튼도 눌러지지 않아도 어려운 시절 생각하면서 참아왔습니다. 물론


일차적인 이유는 회사에서 장비 바꿔줄 생각을 안했기 때문이기도 하죠. 그동안 회사가 어렵다고 하면 우리 모두 그렇다고

생각하고 묵묵히 함께 고통 분담 열심히 해 왔었습니다.



'고통 분담'을 요구하려면, 먼저 자신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모습을 보여주고 함께 동참해 달라고 설득해야합니다. 밥은 반드시 호텔에서 먹어야만 하고 기부를 해도 회삿돈으로 생색을 내며 와이셔츠 한 장을 사입어도 회삿돈이 곧 내돈이고 아무리 경제가 어려워도 나에게 충성할 임원 자리는 늘리고 억대 연봉도 챙겨줘야 하는 이런 낙하산이 '경제가 어려우니 너희가 허리를 졸라매라'라고 말하면 여러분은 동의할 수 있겠습니까 ?  솔직히 말해 '임금 백 원이라도 안 올려주면 죽었다 깨어나도 일 못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노조원중에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자신들의 방만한 경영은 책임지지 않고 우리에게만 고통을 감내하라 요구하는 그들의 태도라는 겁니다.



사측에서는 '임원진이 자진해서 상여를 300% 삭감하는' 노력을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보너스를 깎아도 새로 생긴 임원들에게 들어가는 연봉과 판공비 등을 합하면 아직도 한참 모자라는 데다 어이없는 저 지출내역까지 계산하면 여전히 마이너스 통장입니다. 임금 삭감이 아니라 동결한 기업들도 임원들은 '상여'가 아니라 '임금'을 삭감하거나 반납하고 있습니다. 


 


진정 회사측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모습을 보이고, 감히 '고통 분담'을 입에 올리기 전에 고통받고 있는 해정직자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의지를 조금이라도 비췄다면, 이런 파국은 빚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제가 아는 YTN 사람들은 그동안도 묵묵히 어려운 길을 걸어 왔고, 지금도 해정직자들에게 '희망 펀드'를 만들어 우리 월급을 나누며 피흘리는 동료들을 부축하며 함께 걸어가고 있습니다. 대체 누가 누구에게 고통 분담을 요구한단 말입니까 ?



여기까지였다면, 물론 우리 모두가 저 낙하산이 어디서 떨어졌는 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우리의 싸움이 반드시 정부에 대한 싸움이어야만 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YTN 노조와 경영진 사이의 일로 끝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권력이 경찰을 앞세워서 직접 우리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있습니다. 파업을 하루 앞두고 노조 집행부를 체포해가는 행위는 분명 파업을 방해하겠다는 의도를 보여주는 겁니다. 그동안 숱한 고소에 경찰서에 불려다니면서도 저희는 충실히 조사를 받았습니다. 조사를 피하기는 커녕 조사 일정이 잡히면 노조원들이 함께 경찰서 앞까지 가서 출두하는 동료들을 격려하고 응원했습니다.이번 주에 함께 조사 일정을 논의해서 잡았던 경찰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이번 체포가 말도 안된다는 것을. 공권력 배후에 권력자가 있다는 걸 자기들 스스로가 증명해 보이는군요.



저희 파업은 모 차관도 '합법'으로 인정해준 파업입니다. 모 차관, 며칠 전에 와이티엔 노조가  원하는 걸 말하지 못하고 '합법 파업' 한다며 '비굴하다'는 표현을 했더군요. 노조에게 불법 파업을 할 것을 은근히 독려하시는 건지 모르겠으나, 이 정권의 비굴함이야말로 여기에 있습니다. 끝끝내 굴복 안하는 와이티엔 노조를 어떻게 손을 봐주기는 해야겠는데 불법 파업도 아니니

결국 얼토당토 않은 잣대로 '출석 일정 조정한 적 없다'고 경찰에게 거짓말까지 시켜가며 과거 업무방해 고소 건을 빙자해 고무줄 잣대로 체포까지 해간 겁니다. 여기서 합법과 불법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자는 YTN 노조가 아니라 공권력이며 그 뒤에 숨어있는 권력자의 입김입니다.



이제 우리는 생명줄과도 같은 마이크를, 카메라를 내려놓음으로써 무능한 낙하산과 그에 아첨하고 부역하는 무리들과 입을 틀어막으려는 권력의 횡포에 맞서서 동료를 지키고 방송을 지키려 합니다. 우리가 투사가 되기를 원해서도 아니며, 우리가 깃발이 되기를 원해서도 아니며, 그저 우리의 동료를 사랑하고 상식을 사랑하고 방송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파업을 앞둔 새벽, 세상 모르고 잠든 내 아기의 얼굴을 봅니다. 또한 유치장에 갇혀 있는 남편을 생각하며 잠 못 이루고 있을 체포된 동료들의 부인들과 어린 자식들을 생각합니다. 그들의 가족들이 받을 고통을 생각합니다. 이번 우리의 파업은 사랑하는 동료들을 위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분노의 표출입니다. 우리의 자식들, 미래 세대가 고양이를 고양이라고, 개를 개라고, 낙하산을 낙하산이라고 부를 수 있는  상식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한 작은 몸부림입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3. 24. 1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