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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버블 세븐을 중심으로 집값이 일시 반등하는 가운데 한국 신문들의 부동산 투기 선동형 보도가 난무하고 있습니다. 사실 한국 언론의 왜곡 엉터리보도는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국 신문의 부동산 및 교육 분야 보도가 매우 편향적이고 왜곡돼 있는 것도 한국 신문의 광고 매출 비중 가운데 부동산과 교육 관련 분야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해서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왜곡된 정보가 생산-유통-소비(수용)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왜곡되고 편향적인 기사들 때문에 일반 서민들이 입는 피해가 너무 큽니다. 따라서, 한국 언론들이 어떤 식으로 장난치는지를 알 수 있다면 잘못된 언론 보도에 좀 덜 휘둘릴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서 전직 신문기자로서 부동산 문제와 관련한 대표적 왜곡보도 사례 몇 가지를 소개하니 참고바랍니다.
1. 현실과 전혀 다른 과장 보도:
예를 들어, 주변에서 흔히 보는 1인가구는 대부분 집값은 오르는데 소득은 없어 결혼을 늦추는 노총각, 노처녀이거나 고령화로 배우자와 사별한 독거노인들인데 언론에 나오는 1인가구는 왜 대부분 ‘골드미스/미스터’에 관한 얘기들뿐인지 생각해보라. 또 부동자금 800조원이 돌아다닌다는 보도가 판을 치는데, 정말 그만한 돈이 돌아다닌다면 한국 경제가 극심한 침체 상황에서 어떻게 그많은 투자성 대기자금이 돌아다닐 수 있는지 생각해보라. 하이닉스 유상증자 공모주 청약에 26조원이 몰렸다며 부동자금이 엄청나다고 하는데, 실제 공모주 청약 증거금은 훨씬 더 작은 규모다.
2. 엉터리 통계나 여론조사 결과를 활용하거나, 제대로 된 통계나 여론조사 결과라도 견강부회식으로 활용하는 경우:
며칠 전 한 군소경제신문에서 ‘일반인들은 대세상승, 전문가들은 반짝 반등’이라는 유의 제목으로 기사를 쓴 적이 있다. 기사 내용을 읽어보면 부동산 114가 전국 회원 몇 백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향후 3개월 이내에 집을 사겠다’고 응답한 사람들이 절반을 넘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한 마디로 대표성이 심각하게 의심되는 엉터리 여론조사 결과를 마치 대다수 일반인들의 생각인 것처럼 포장한 기사였다. 부동산 114의 회원들이라면 대부분 부동산 투기 성향이 높거나 적어도 부동산 문제에 관해 부동산포털에 세뇌가 되다시피한 사람들이 다수일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일반 국민들을 대표할 수 있는가? 그 설문조사 결과대로라면 전 국민의 절반 정도가 3개월 내에 집을 살 의향이 있다는 것인데, 주변 사람들 가운데 지금 자금 여유가 있어서 집을 살 여력이 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 파렴치한 왜곡보도일 뿐이다. 이런 식으로 조사 방식, 표본오차, 신뢰구간 등도 밝히지 않고 일반인들을 오도하는 통계나 여론조사를 활용해 사람들을 선동하는 기사를 주의하라. 같은 통계라도 보여주는 방식에 따라 얼마든지 현실을 왜곡하고 호도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 통계를 ‘제3의 거짓말’이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강대 김모교수처럼 90년대초 부동산 버블의 정점이었던 1991년의 전국주택가격지수를 기준점으로 삼아 한국에 부동산 버블이 없는 것처럼 호도하고 이를 언론이 받아쓰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3. 건설업체나 부동산 중개업소 등 이해관계자들이 뻥 튀기는 주장을 ‘완성된 현실’처럼 보도하는 경우:
예를 들어, 호가와 실거래가/ 청약률과 계약률과 관련된 기사들이 그렇다. 최근에 쏟아진 많은 기사들 가운데 ‘잠실 재건축 고점 대비 95% 회복’ 이런 유의 기사가 많았다. 그런데 기사를 읽어보면 실거래가가 아니라 매도호가를 그만큼 올린다는 것일 뿐이다. 기사에도 그 같은 매도호가에 사려는 매수세는 거의 없다고 나오면서도 그런 기사를 쓰는 것이다. 국토부 실거래가를 보면 지역별로 다르지만 버블 세븐의 경우 지난해말 고점 대비 약 30% 가량 떨어진 뒤 연초부터 4월까지 약 10~15% 상승한 정도다. 청약률과 계약률도 마찬가지다. 현 상태에서 인천 청라처럼 일시적 바람을 일으켜 청약률을 높일 수는 있다. 건설업체들이 기획부동산과 짜고 바람을 잡거나 심지어 임직원 가족들까지 동원해 청약률을 높인다. 또 일반인들도 실제 계약하지 않더라도 우선 청약은 해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생각해보라.
4. 지표의 의미를 불안심리를 조장하는 방향으로 정반대로 왜곡하는 경우:
최근 ‘주택건설실적이 줄어 2~3년후 집값 폭등할 수도’ 유의 기사가 쏟아졌다. 주택건설실적은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을 줄인 말로 분양 전 건설업체들이 건설할 수 있는 인허가 절차를 마친 것을 말한다. 그런데 주택경기가 꺾이면 주택건설실적이 줄어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특히 한국의 경우 공식적으로만 16만호가 넘는 미분양물량이라는 미판매 재고가 쌓여 있는데 신규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이 줄어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는 다른 대부분 나라에서 주택건설허가 실적이나 주택착공(housing starts) 실적을 주택경기 선행지표로서 보도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외국에서는 이런 실적이 저조하면 주택경기가 여전히 위축돼 있다고 얘기하지 우리처럼 2~3년 후에 집값이 폭등할 수 있으니, 지금 집을 사두라는 식의 기사는 나오지 않는다.
반대로 올해 수도권 입주물량의 70% 가량이 하반기에 몰려 있고, 2007년 수도권 주택건설실적이 예년보다 훨씬 많은 30만호가 분양돼 대부분 2010년에 입주물량으로 쏟아지는데 그것 때문에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보도는 본 기억이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현재 인천 청라와 송도에 분양 물량이 쏟아진 것이 2~3년후 입주 시점에 물량폭탄으로 이어져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보도도 본 기억이 없을 것이다. 이처럼 왜곡양상이 너무 심하다. 같은 유의 사안에 대해 블룸버그나 유수의 외국 언론들이 어떻게 보도하는지를 비교해보라. 꼭 부동산 문제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에 대해서도 외국 언론의 보도와 비교해보면 한국 언론이 얼마나 부풀리기 및 왜곡보도를 일삼고 있는지 잘 아실 수 있을 것이다.
5. 단순한 개발호재와 연관해 집값이 오를 것처럼 언급하는 기사:
예를 들면, 지하철 9호선 개통과 함께 주변 역세권 집값이 오르고 있다는 유의 기사들이다. 물론 그 같은 개발호재는 당연히 집값 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그 같은 개발호재는 일정한 시점에는 이미 선반영돼 있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경기 불황이 심할 경우 개발계획이 제 속도를 내기 어려워 지연되는 경우 중간에 들어간 사람은 피해를 볼 수도 있다. 또한 지금처럼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시점에는 중장기적으로 웬만한 개발호재는 덮일 수도 있다. 또한 지금 특정한 지역이 아니라 서울과 수도권의 웬만한 지역에는 한, 두 개 개발호재가 없는 곳이 없다. 한, 두 개 개발호재만으로 특정 지역에서만 집값이 급상승할 것처럼 보도하는 기사는 주의해야 한다.
6. 중장기적 국면을 보지 않고 단기 국면만 보여주는 기사:
지금 같은 시기에는 멀리 넓게 내다봐야 한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인천 청라 분양에서 문전성시를 이루지만 2,3년후 경기 침체가 계속되는 속에서 물량폭탄이 쏟아질 경우에 대해서는 보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한 부동산 거래량을 소개하는 기사에서도 거래량이 바닥을 기는 상황에서 기자들이 전월 대비로 30% 증가했다는 식으로 기사를 쓰지만, 여전히 거래량이 고점이었던 2006년 대비로는 1/4~1/5수준에 머물고 있음은 보여주지 않는다.
7. 일부 몇 가지 사례를 가지고 일반적 사례인 양 포장하는 경우:
한국 언론계의 한심한 격언 가운데 하나가 ‘케이스 세 개면 기사 쓴다’라는 게 있다. 기사가 쓰고자 하는 소위 ‘야마(리드-머리 문장)’에 맞는 사례 세 개면 어떤 식의 기사도 쓸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학술보고서 등과 달리 대중을 상대로 하는 언론 보도에서 생생한 사례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문제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경우다. 일반적 상황과 다른 몇 개 사례만으로 전반적인 상황을 완전히 호도하는 기사들이 상당히 많다. 예를 들어, 최근 시사매거진 2580에서 화성 동탄의 집값이 많이 오른 것으로 소개했는데, 화성의 경우 최근 대기업 본사 인력들의 일시 대규모 유입으로 집값이 올랐다. 이런 상황이 전체 수도권에서 함께 벌어지는 것으로 보도하는 것은 전체 상황을 왜곡하는 것이다. 또, 일부 여유자금을 가진 사람들 케이스 몇 가지를 가지고 현재도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많이 대기하고 있는 것처럼 포장하는 경우이다. 또는 분양가상한제로 분양가격이 싸고 전매가 가능하고 양도소득세 면제 혜택 등이 주어지는 인천 청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청약시장이 참패를 겪고 있는데도 전체 분양시장이 과열되고 있는 것처럼 보도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8. 은연중에 사람들을 세뇌시키는 용어를 쓰는 경우:
예를 들어, 집값이 내리면 침체로 쓰면서 집값이 오르면 ‘봄바람’이라는 식의 표현을 쓰는 언론들이 많다. 마찬가지로 일부 언론에서는 높은 집값 상태에서 집값이 떨어지지 않는 것을 ‘집값 안정’이라며 긍정적 뉘앙스를 쓴다. 별 것 아닌 것처럼 여겨질지 모르나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이 같은 표현들이 사람들이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을 은연중에 규정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가장 문제 소지가 많은 표현이 ‘폭락론자’ ‘비관론자’ 같은 딱지 붙이기이다. 그런 표현 속에는 그런 주장을 펴는 사람들이 현실을 부정적으로 부풀린다는 뉘앙스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악의적인 표현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특히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선동적 보도들을 많이 하는 언론일수록 그 같은 표현을 많이 쓴다는 점에서 악의가 다분히 녹아있다고 믿는다. 만약 구체적 근거도 없이 막연한 믿음만으로 세상을 비관적으로 본다면 비관론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종교적 종말론자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현실이 부정적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는데, 그런 현실을 구체적인 근거와 분석을 통해 설명했다고 해서 그것을 비관론이라고 표현하는 게 온당한가? 비유하자면, 환자가 중병에 걸려 있는데 이 환자를 진단한 의사가 ‘환자가 중병에 걸려 있다’고 말하는 것이 비관론인가? 마찬가지다. 필자의 경우 한국 부동산 버블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고, 그 버블이 이제 터질만한 시점에 이르렀으며, 여러 요인들에 의해 부동산 시장의 미래가 밝지 않다고 설명했다. 물론 필자도 신이 아닌 이상 필자의 모든 설명과 전망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할 수는 없다. 특히 지금처럼 정부가 온갖 부동산 부양 총력전을 통해 부동산시장의 자연스러운 조절 메커니즘을 방해하는 경우에는 더더욱 쉽지 않다. 다만 주어진 시점에서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 구조적 흐름을 분석한 결과를 제시하는 것뿐이다.
참고로, 우리 연구소는 기자들의 전화 코멘트 요청에는 아주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응한 적이 없다. 단독 인터뷰나 기고문 등 충분히 연구소 생각을 전할 정도의 포맷이 아니라면 중간에 코멘트로 나간 것은 거의 대부분 연구소 동의를 구하지 않고 나간 경우다. 그러다 보니 일부 언론은 연구소의 책 내용을 옮기면서 마치 직접 코멘트를 딴 것처럼 보도한 경우가 여러번 있었다. 내용이라도 제대로 소개하면 좋은데 책의 한 쪽 끝에서 다른 쪽 끝에 있는 두 문장을 이어 붙인 사례까지 있었다. 심지어 필자가 응하지 않는다고 거절했는데도 마치 직접 인터뷰한 양 한 사례도 여러 차례다. 이들은 필자가 사과를 요구해도 응하지도 않는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인터뷰에 응하지 않으니 ‘함구했다’는 표현을 써 마치 필자가 뭔가 켕기는 게 있어서 입을 다문 것처럼 포장하기도 했다. 한국 언론의 문제가 이해관계를 매개로 한 구조적 문제이기도 하지만, 이처럼 기자로서 최소한의 기본 자질과 매너도 갖추지 못한 기자들의 행태 문제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언론의 엉터리 왜곡보도와 기자들의 무례한 취재원 응대는 결국 부메랑이 돼 돌아가기 마련이다. 한국 신문업계 전체가 지난 10여년 동안 급격한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는 가장 큰 이유도 바로 한국 언론 스스로 독자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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