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3일자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가 경인운하 사업에 지난 1월 확정된 정부 금액보다 3800억원 더 들어갈 것이라는 내부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재정부 내부 보고서대로라면 경인운하의 비용편익비율(B/C)이 1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국민일보 보도의 요지다. 

 

재정부가 재검토한 공사비, 물동량, 배후단지 분양가 등을 근거로 B/C를 산정할 경우 사실상 1 이하로 떨어져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국민일보 보도는 전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 국토해양부가 경인운하 사업 추진의 근거로 삼는  KDI자료에 따르더라도 B/C 비율이 1을 간신히 넘는 상황에서 우리의 건설족 정부는 건설업체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퍼주기 위해서 혈안이 돼 있다. 사실 B/C 비율 개념에서 보듯이 경인운하 사업 비용을 줄이면 사실 얼마든지 B/C 비율을 넉넉하게 1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데도, 국토해양부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어차피 정권 차원에서 밀어주는 사업이어서 어떻게든 하게 될 텐데 자신들의 영원한 밥그릇인 건설업체들 퍼주는 게 더 낫다고 믿기 때문 아니겠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국토해양부는 경인운하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건설업계에 4000억원을 퍼주기로 작정했다. 수자원공사가 발주하는 경인운하사업 6개 공구(총공사비 추정가격 1조 3500억원)를 모두 턴키입찰(설계 시공 일괄입찰) 방식으로 발주하기로 이미 1월말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턴키입찰을 통해 전체 추정예산의 30% 정도인 4000억원 정도는 그냥 낭비될 것으로 추정되는 것이다. 물론 경인운하사업은 아직 발주되지 않았다. 아마도 다음달 중으로 발주될 것으로 보이는데, 턴키입찰의 낙찰률은 거의 정해져 있기 때문에 발주 전이라도 필자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그러면 왜 턴키입찰이 4000억원의 예산 낭비로 이어지는가? 이를 알기 위해서는 좀 길더라도 공공공사 입찰제도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좀 어렵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여기서 멈추면 당신은 혈세를 건설족들에게 빼앗기면서도 계속 당하게 된다. 건설족들은 빠삭하게 알고 각종 이권을 나눠먹는 개발사업의 메커니즘을 일반 시민들은 잘 모르기에 그들이 마음놓고 시민의 혈세로 파티를 벌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 그럼 설명을 시작해보자.

        정부와 지자체, 공기업 등이 공공공사를 발주할 때 사용하는 입찰제도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크게 네 가지를 들 수 있다. 가격 위주로 경쟁하게 하는 가격(최저가) 경쟁입찰과 적격심사제, 대안입찰, 턴키입찰(설계시공일괄입찰) 등 크게 네 가지다. 물론 수의계약과 같은 다른 방식도 있고, 민간자본유치사업(민자사업)도 큰 틀에서는 공공공사의 방식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일단 논외로 하자.

 이 가운데 특히 턴키 방식은 현재 예산 낭비와 건설업체간 담합구조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원래 턴키 공사는 일괄입찰계약 방식의 하나로 도급자가 건설공사의 재원조달, 토지 구매, 설계와 시공, 시운전 등을 모두 마친 뒤 발주자에게 인계하는 공사를 의미한다. 미국 등 외국의 경우 턴키 방식은 주로 표준적이거나 반복적인 건축공사에 적용된다.

하지만
국내에서 턴키 방식은 일반 건설업체가 설계회사에 용역을 주고 설계도면을 작성해 함께 입찰하는 방식으로 변질됐다. 한 마디로 기존에는 발주처가 설계회사를 통해 설계용역을 마친 뒤 시공사를 선정했던 것을 시공사가 설계회사와 짝을 이뤄 입찰하게 한 제도일 뿐이다.

재벌계 대형 건설사들은 설계와 시공을 한꺼번에 입찰하는 턴키 입찰제도의 특성을 활용, 자신들에게 유리한 담합구조를 만들어냈다. 보통 전체 공사 예정금액의 3% 가량을 설계금액으로 쓰는데 이는 1,000억 원대 공사의 경우 30억 원을 선투자 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공사 수주에 대한 확신도 없이 수십억 원대의 설계비를 선투자할 수 있는 건설업체는 상위 10여개 업체에 불과하다. 거액의 선투자 비용이 일종의 시장 진입장벽으로 작용한 셈이다.

이 같은 진입장벽을 활용, 이들 상위 대형 건설사들은 사실상 자신들만의 리그를 구성했다. 상위 6개 내지 10개 건설사들이 돌아가면서 공사를 수주하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조직적인 담합을 하면서 이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자신들끼리는 가격은 일정한 수준에서 철저히 담합하는 반면, 설계 점수를 통해서만 경쟁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설계점수도 평가위원들의 주관적 판단에 주로 의존하고 평가점수가 철저히 비공개에 부쳐져 사후 전문가들 사이의 검증(Peer Review)이 불가능하다 보니 설계점수 평가위원들을 향한 탈법적, 불법적 로비가 구조화됐다. 이처럼 한국의 턴키입찰 제도는 원형과는 한참 동떨어진 돌연변이가 돼버렸다.   

이 같은 턴키 입찰의 결과들을 한 번 살펴보자. 2001년 서울시는 지하철 9호선 건설공사 7개 공구를 모두 턴키 방식으로 발주했다. 7개 공구 가운데 5개 공구에는 2개 업체군, 나머지 2개 공구에는 3개 업체군만이 응찰했다. 참여 업체들은 대표입찰자가 아니더라도 대부분 공구에 공동도급자로 참여해 사실상 모두 한 건씩은 공사를 수주했다. 이처럼 7개 공구에서 20개 미만의 대형 건설업체들만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된 이 공사의평균낙찰률은 98.3%였다.  이렇게 낙찰률이 높아진 이유는 사실상 담합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도표1>에서 보는 것처럼 실제 각 공구별 입찰가격을 보면 서로 담합하지 않았다면 도저히 불가능할 정도로 금액 차이가 적다.

<도표1> 지하철 9호선 1단계 입찰참여 업체별 입찰 가격

   ()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지난해 3월 입찰이 이뤄진 용산구종합행정타운 사업에서도 입찰에 참여한 두 업체의 입찰금액은 짜맞춘 듯 거의 똑같았다. 아래 <도표2>를 보면, 이 공사에 입찰한 삼성과 현대 컨소시엄의 입찰금액이 불과 0.02%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예산금액 1,200억 원대 공사에 두 업체의 입찰금액이 불과 2,500만원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다.

<도표2> 용산구 종합행정타운 입찰 결과

   ()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쯤에서 재벌 건설업체 직원들은 초기 투입비가 상대적으로 많이 들어가니 원래 턴키입찰 공사는 그럴 수밖에 없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과연 그럴까. 필자가 서울시에 재직할 때 업체들의 담합을 깨기 위해 나름대로 상당한 공을 들였던 지하철 9호선 2단계 사업의 경우 낙찰률이 각각 60%와 72%, 86%로 9호선 1단계 때에 비해 매우 낮아졌다. 지하철 9호선 1단계 사업의 평균 낙찰율 98.3%에 비하면 약 12~38% 가량 낮아졌음을 알 수 있다. 업체간 담합 여지를 최대한 없애고 실질적 경쟁을 유도한 효과다. 경쟁입찰이라는 공정한 게임의 룰만 적용해도 이만큼 거액의 예산을 아낄 수 있는 것이다.

위에서 본 것처럼 재벌 건설업체들과 ‘건설족’ 정치인과 정부는 이같은 이권들을 주고 받으며 강고하게 결합돼 있다. 이들은 시민들의 세금으로 흥청망청 파티를 벌인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포함해 전국 곳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경인운하 사업도 이런 점에서 예외가 아닌 것이다. 그들은 경인운하 사업 등 대규모 토목사업을 벌이는 것을 경기 부양 목적이며 궁극적으로 서민들을 위한 것이라고 떠벌리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속내는 미분양 아파트 물량 급증으로 자금난에 시달리는 건설업체들, 특히 재벌 건설업체들에게 가만 앉아서 떼돈을 벌게 해주려는 것뿐이다.

  현 정권 들어와서는 그같은 성향이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 경인운하뿐만 아니라 현 정부 들어와서 추진하고 있는 새만금 사업, 울산-포항간 고속도로, 호남고속철도 등 대규모 토목사업 대부분이 턴키 공사로 예정돼 있다. 현대건설 CEO 출신인 이명박 정권이 이 같은 턴키 발주 공사를 왜 남발하겠는가?

하기야 그는 이미 서울시장 시절에도 턴키 공사 발주를 남발해 시민들의 예산을 절감하기는커녕 도리어 엄청나게 낭비했던 사람이다. 그가 서울시장 재임 때 발주했던 사업들 가운데 청계천사업을 비롯해서 은평뉴타운, 지하철 7호선, 동남권유통단지(가든 파이브) 등이 모두 턴키 입찰로 발주한 사업이었다. 이런 과정에서 그가 낭비한 시민의 세금만 줄잡아 1조원 가량은 될 것이다. 이런 사정을 알기에 필자는 그가 서울시장 시절 예산을 절감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피식’ 웃고 만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 시절 3000억원에 할 수 있었던 청계천 사업을 4000억원에 했다. 7000억원에 할 수 있었던 동남권유통단지는 1조원 이상을 퍼부은 결과 지금 고분양가 때문에 상가 입점이 극히 부진한 상태가 됐다. 은평뉴타운은 과다한 토지보상금과 턴키 입찰을 통한 사업 진행으로 이후 후임자였던 오세훈 시장 초기 고분양가 논란을 초래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진행했던 대부분의 사업에서 뇌물 수수 혐의로 양윤재 전 서울시 부시장(현 정부 들어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이 구속되는 등 불법행위가 만연했다.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가만히 앉아서 수백억, 수천억원을 날로 먹는데 어떻게 검은 돈이 오가지 않겠는가?

'삽질 경제학'에 심취한 현 정권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도대체 왜 하는지 공감하기 어려운 4대강사업과 경인운하 사업에 약 20조원을 쓴다고 한다. 용산참사에서 보듯이
세입자에게 제대로 보상하는 것은 극도로 아까워하면서 부동산 거품을 조장해 고분양가 폭리를 취하는 건설업체들에게는 수백억, 수천억 단위로 그냥 퍼주는 정부를 온전한 정부라 할 수 있을까? 이처럼 현재 한국의 부조리한 상황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단면들이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리고 기득권을 없애고 공정한 게임의 룰이 보장되는 제대로 된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건설해야 하는지를 이처럼 잘 보여주는 단면 또한 어디에 있을까?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3. 23. 10:54

 

정부 여당이 사상 최대 규모인 30조원 안팎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추진한다고 한다. 정부 여당은 일자리를 만들고 급격히 가라앉는 경기를 살리기 위해 대규모 추경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악화 일로의 경제 위기 속에서 추경 편성 자체를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화급한 상황을 핑계로 마구잡이로 추경을 편성해도 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더구나 국가채무가 폭증하고 있는 상태에서 수십조원의 막대한 재정적자를 일으켜야 하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런 점에서 추경 편성의 타당성과 시기, 내용 등에 관해서는 얼마든지 따질 필요가 있다. 


우선 이번 추경편성은 급조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예산으로 편성된 285조원을 제대로 집행하지도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추경은 4월 개최 예정인 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명박정부가 자화자찬용으로 삼으려는 의도가 강하게 엿보인다. 이명박대통령이 G20에서 30조원 추경 편성을 내세워 ‘우리가 이렇게 노력하고 있다’며 너스레를 떤다 한들 귀담아 들을 나라는 별로 없을 텐데 말이다. 이러다 보니 30조원의 추경이 타당한 것이며 시의적절한 것인지, 어디에 어떻게 쓰겠다는 것인지 명확하지가 않다.  


지금까지의 관행으로 볼 때 이런 식으로 급조된 추경은 보통 각 정부 부처와 여권이 짧은 기간에 마구잡이로 짜낸 사업들로 채워지기 마련이다. 당초 예산 배정에서 밀려났던 사업이나 여권이 내년 지방선거 등을 앞두고 추진하려는 각종 선심성 사업들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30조원을 채우려면 대규모 건설토목 사업과 전달 체계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채 급조된 일회성 사회복지 정책들로 짜깁기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정부 여당이 발표한 생계곤란 가구에 대한 현금지급 등 6조원 규모의 민생안정대책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민생안정 긴급대책은 그 정책적 일관성과 정당성도 결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시행과정 상에서 많은 혼란도 예상된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이명박정부는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상속세 부담 완화 등 ‘부자 감세’를 단행했다. 반면 재정 부담을 이유로 차상위계층의 건강보험 혜택을 없애는 등 저소득층과 소외계층에 대한 복지 지원을 오히려 줄였다. 그러면서도 민생안정대책이라는 것을 발표하여 생색을 내고 있다. 정부 여당이 이제 와서 ‘일자리’와 ‘서민 생계지원’을 들먹이는 것도 막대한 부자 감세와 토건 예산 투입에 대한 반발 무마용으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이렇게 급조된 추경은 사용 방법과 내용에서도 문제가 많을 수밖에 없다. 이번 추경 재원은 ‘발 등의 불’을 끄기 위해 미리 당겨쓰는 돈이다. 그 부담의 상당 부분은 미래세대의 빚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런 추경예산은 현재의 경제적 약자를 체계적으로 보호하고 동시에 미래 자식세대를 위한 전략적 투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경기부양책에서 배울 부분이 많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미국 의료 전산정보망 구축과 21세기형 교실 실험실 도서관 건설,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 그동안 부진했던 노후화된 사회인프라 유지보수 등에 대부분의 예산을 쓴다. 오바마 행정부는 또 미국 자동차 빅3에게 구제금융을 지원하면서도 친환경차량 기술개발 자금을 저리 융자하는 방식을 택했다. 절박한 상황에서도 전기자동차 시대가 도래할 미래를 내다보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모두 세 차례의 긴급경기부양책을 마련한 일본의 경우도 많은 정치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경제 위기에 따른 서민과 저소득층 생활 및 중소기업을 지원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오죽하면 지난해 10월 발표한 경기부양책의 제목부터가 ‘생활대책’이었을까.


반면 이명박정부의 정책기조를 볼 때 이번 추경안은 우려되는 점이 적지 않다. 지금까지 현 정부의 경기부양대책은 현재의 화급한 문제에 대응하고 미래를 전략적으로 대비하기보다는 과거 회귀적이었다. 지식정보화 시대에 여전히 70,80년대 개발연대식의 토건사업에 매달렸다. 국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4대강 하천 정비사업이나 경인운하 사업 등 이름만 녹색일 뿐인 각종 토건사업에 예산을 소진하고 있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재벌 건설업체들을 돕고 꺼져가는 부동산 버블을 떠받치기 위해서 말이다. 


버블 붕괴로 발생한 경제위기 때 버블을 초래했던 산업에 자원을 쏟아 붓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오히려 문제만 더 키울 뿐이다. 과거 일본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일본 정부도 부동산 버블 붕괴 이후인 1992부터 1995년초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한 해 전체 예산 규모인 약 70조엔의 경기부양예산을 투입했다. 하지만 0%대 성장률을 벗어나지 못했다. 오히려 과도한 토건 예산을 편성한 바람에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을 가로막고 도덕적 해이를 부추겨 경기침체를 장기화했다. 일본도 당시 가라앉는 경기를 부양한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경제 충격의 총량을 더 키운 셈이 됐다.


막대한 국채발행을 통해 추경 재원을 조달하는 것도 문제다. 국채발행으로 시중 자금을 다 빨아들일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물량 쇼크’를 예상해 채권 시장이 불안해지고 있다. 현 정부는 한국은행이 국채 물량 전부를 소화하도록 할 것을 거론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막대한 국채를 인수한다는 것은 돈을 찍어내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물가상승을 더욱 부채질하게 될 것이다.


물가가 상승한다면 추경편성의 의미도 희석화된다. 왜냐하면 가계부문의 임금동결 내지는 임금삭감도 모자라 실질구매력까지 떨어뜨리게 되기 때문이다. 경기부양을 하겠다고 편성한 추경이 한편에서는 가계의 실질소득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처럼 급속도로 경제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서민가계의 생활을 보호하는 것은 정부의 최대 책무이다. 서민가계의 생활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일자리와 소득을 안정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물가와 환율 안정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가계의 내수소비를 유지시켜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 여당은 오히려 정반대다. 경기불황을 이유로 노사민정 대타협이라는 허울 아래 대대적인 임금 삭감을 추진하고 있으며, 한편에서는 부동산거품 붕괴를 막는다며 금리인하로 물가와 환율 폭등을 방치하고 있다. 그 결과 서민가계는 2중, 3중의 펀치를 맞고 있다. 임소득 감소와 예금이자 수입 감소에 물가와 환율 급등으로 실질소득마저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잘못에 대한 반성은 없이 갑자기 수십 조원의 국채발행을 통한 대규모 추경을 당연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추경 편성도 결국 정부와 정치권의 도덕적 해이와 적반하장을 잘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다. 지난 90년대 말의 외환위기 이후 되풀이되는 경제위기의 주범은 정부와 정치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자신들의 잘못과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의 정책실패를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뒤집어 씌운다. 그리고는 자신들의 정책실패로 발생한 경제위기를 극복한다며 마구잡이 대책을 내놓고서 의기양양해 한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3. 19. 08:47
 

  최근 정부 여당은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겉보기에는 정반대 방향의 정책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한편에서는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 ‘반값 아파트’로 포장한 토지임대부 정책을 다시 들고 나왔고, 이명박 대통령이 나서 “집값은 지금보다 더 내려가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양도소득세 완화와 투기지역 해제, 강남 재건축 규제 완화, 미분양 아파트 매입 등 집값 거품을 떠받치기 위한 부동산 투기 조장책들을 계속 남발하고 있다. 심지어 3불정책을 사실상 무력화해 서울 강남 학군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도록 만드는 등 교육정책까지 집값 거품 떠받치기에 이용하고 있을 정도다. 그러다 보니 일부 아고라 네티즌들조차 현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지 헛갈리는 것 같다.


우선,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기 전에 홍준표 의원이 재발의한 이른바 ‘반값아파트’ 법안이 얼마나 기만적인지부터 살펴보자. 이 법안의 실제 효과를 알 수 있어야 겉으로는 무주택 서민을 위하는 척 포장하는 현 정권의 속내를 알 수 있고, 진짜 의도는 결국 집값 거품 떠받치기라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반값 아파트’라고 불리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 촉진을 위한 특별조치법(이하 토지임대부 주택법)’이 2월 임시국회에서 국회 본회의까지 상정됐으나 여야간 밀고당기기 끝에 결국 통과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법안을 발의한 홍준표 의원이 여당 원내대표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법안은 4월 임시국회에서는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토지임대부 분양방식이란 토지 소유권은 국가 또는 토공 등 공공단체가 갖고 그 토지 위에 짓는 주택만 개인에게 분양하도록 하는 주택 공급방식을 말한다. 이 경우 사람들은 아파트 건물만을 소유하고 토지 임대료를 내게 된다. 그런데 이 같은 토지임대부 분양방식은 주택 투기를 막거나 주택가격 하락에 전혀 기여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토지임대부 분양방식은 로또식의 시세차익을 없애는 방안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경우에 따라서는 투기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 


그 이유를 보자. 토지임대부 분양방식이란 A와 B가 공동 투자하여 아파트 한 채를 지어 ‘공동소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예컨대 100m2(30평형) 아파트의 택지가격이 1억5,000만원이고 아파트 건축비가 1억5,000만원이라고 하자. 그 경우 아파트 분양가는 3억원이 된다. 토지임대부 분양방식은 B가 단지 토공으로 바뀔 뿐으로 주택에 대한 공동소유 방식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A와 B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의 바로 옆에 사실상 똑같은 아파트 매매가가 5억원이라고 하자. 그러면 A와 B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의 시세는 얼마일까? 당연히 옆집 C가 소유한 아파트의 매매가인 5억원이 될 것이다. 만일 두 아파트 가격이 다르다면 무위험 차익을 얻기 위한 재정거래(arbitrage)가 생길 것이다. 뿐만 아니라 토지임대부 주택을 분양 받은 사람은 주택건물에 대한 지분만 소유한 채 매월 토지 사용 임대료를 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토지임대부 분양은 주거비용을 싸게 해주는 방식도 아니다. 이런 점에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주택 가격을 낮추는 효과가 전혀 없다고 할 수 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반값 아파트 방식은 ‘반쪽 사과’라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더구나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주택을 분양 받은 사람이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런 점에서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를 억제하는 효과도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투기를 더 조장할 수도 있다. 토지임대부 분양방식의 경우 토지에 대한 토공의 권리 행사는 제한되는 반면 주택에 대한 시세차익이 발생할 경우 그 권리는 A가 일방적으로 행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가치가 그대로 보전되는 토지와 달리 시간이 갈수록 주택 가치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10년, 20년 후에 주택을 전매한다고 할 때 시세는 어떻게 나누어야 할까? 또 약 40년 후에 건물의 내구연한이 다 되어 건물가치가 0이 된다고 하면 그때 주택소유주의 권한을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할까? 결국 모든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매매 시 토지가격 및 시세차익 배분과 관련해 극심한 혼란과 분쟁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사실 토지임대부 주택법안을 발의한 홍준표 의원의 그간 행태를 생각하면 토지임대부 분양방식의 미래는 쉽게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홍의원은 지난해 총선 이후 당분간 뉴타운 추가지정을 하지 않겠다는 오세훈 서울시장에 맞서 뉴타운 추가지정을 강력히 압박했던 대표적 인물이다. 당시 홍의원은 “뉴타운은 원래 주거환경 개선을 통해 집값을 올리기 위한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뉴타운 개발을 하면 부동산 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강남은 규제하더라도 강북 부동산 값은 좀 더 올려 키를 맞춰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홍의원이 지역구로 있는 서울 동대문구 주민들을 비롯해 강북 주민들 처지에서 들으면 반겼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는 그가 서민 주거 안정과 집값 안정이라는 주택정책의 목표에 대한 최소한의 인식조차 갖지 않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집값을 올려 시민들의 불로소득을 늘리는 것이 공공 주택정책의 목표인 것처럼 주장하는 사람이 여당의 중진이라니 한심할 뿐이다. 주택정책의 목표가 무엇인지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지역 유권자들의 탐욕만을 부추기는 데에만 급급한 홍의원이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라는 것은 지난 몇 년 동안 한국의 부동산 정책이 왜 실패에 실패를 거듭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글로벌 부동산버블 붕괴와 금융위기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아파트 값을 올리겠다는 사기적 공약으로 대통령과 집권당이 되었다. 그리고 지난 1년 동안 거의 오로지 부동산가격을 올리거나 지탱하는데 모든 정책을 올인 해왔다. 그런 한나라당과 홍의원이 이제 와서 ‘반값 아파트’를 다시 들고 나온 것이다. 또 이명박 대통령이 나서 “집값은 지금보다 더 내려가야 한다”는 정책 기조와는 전혀 아귀가 맞지 않는 발언을 쏟아내기도 한다.


그리고 다른 한 편에서는 양도소득세 완화와 투기지역 해제 등 각종 투기 조장책을 남발하고 있다. 이들은 오른쪽에서는 부동산가격 올리기 공약과 온갖 부동산투기 조장책 남발로 이미 부동산투기에 물려버린 사람들을 자신들의 지지세력으로 붙잡아두면서 왼쪽에서는 아파트값이 더 내려야 한다느니 ‘반값 아파트’ 운운하며 반대파 세력을 기만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양다리 걸치기 술수를 써서 또다시 국민들을 기만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이처럼 양다리 걸치기의 기만적 술수를 쓰는 저의는 이미 부동산시장의 대세가 버블붕괴 쪽으로 급속히 기울어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어 버리면 부동산투기에 물려 싫든 좋든 어쩔 수 없이 ‘아파트값을 올려주겠다’는 자신들을 지지해줄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이 모두 이탈해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집값을 떠받치는 각종 부동산 정책 방향과 달리 ‘아파트값이 더 내려야 한다’는 말을 내놓거나 ‘반값 아파트’와 같은 기만책을 또다시 들고 나와 아파트가격 폭락에 대비한 기만적 술수를 동원하는 것이다.


정말로 정부 여당이 주택가격 하락을 원한다면 기만적인 부동산경기 부양책을 쓰지 않으면 된다. 지금처럼 버블이 붕괴되는 상황에서 그냥 가만히 놔두면 부동산가격은 저절로 하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정부 여당이 잘도 부르짖는 시장논리에 맡기면 된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이명박 대통령과 홍의원을 비롯한 정부 여당이 얼마나 국민들을 기만하는 행태를 보이는가를 쉽게 알 수 있다. 이들에게는 국민의 주거안정과 경제의 성장잠재력 증대란 안중에도 없다. 오로지 권력욕과 사리사욕에만 사로잡혀 끊임없이 대국민 사기극을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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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9. 3. 16. 11:32

 

정부가 노동계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의 사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고 파견 범위도 확대하는 내용의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오늘(13) 입법예고한다고 한다. 가뜩이나 경제적으로 힘겨운 시기에 재계의 주장만을 거의 일방적으로 받아들인 ‘친기업 정부’의 근시안적 정책에 어이가 없다. 이번 정부의 조치가 어떤 점에서 문제가 되는지 한 번 살펴보자.

 

지난 IMF사태 이후 한국사회는 노동을 미국식의 단기 생산비용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일본식의 장기 인적 자본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공감대와 사람을 키우는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일방적인 정리해고제와 비정규직 확대를 추진해온 결과 모든 근로자들의 삶과 장래가 공중에 붕 떠버렸다. 그러는 가운데 근로자들뿐만 아니라 기업의 장래 역시 불안해지고 국민경제의 토대는 갈수록 취약해지고 말았다.

 

기업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 비용절감 효과가 컸을지 모르지만 경제 전체적으로는 노-사간 또는 노-노간 불신이 극대화되었고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엄청났다. 또한 기업에 대한 애사심이나 직장생활을 통하여 근로자의 삶의 가치를 실현한다는 생각은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물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IMF사태 이전의 과거로 되돌아가자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에 와서 과거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 또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노동시장 유연성을 저해하는 것도 아니다. 삼팔선, 사오정, 오륙도, 육이오 등과 같은 신조어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이미 정규직 자체도 이미 언제 정리해고 또는 명퇴 당할지 모르는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노동시장 유연성을 저해하는 것으로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이러한 오해는 동일노동을 과거 연공서열제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하는 데서 비롯한다. 과거 IMF사태 이전에 한국기업의 연공제는 양적 의미의 연공제였다. 즉 노동의 질적 차이를 반영하지 않은 채 양적으로 동일 분량의 노동을 하면 모두 동일임금을 받는 방식이었던 것이다. 그 결과 연공제의 고용안정과 사내교육 강화에 의한 생산성향상이라는 순기능적 측면이 위축되고 단지 임금의 누진적 증가라는 역기능적 측면만이 크게 부각되는 부작용을 낳았던 것이다.

 

동일노동의 정의와 범위는 ‘시간’이라는 양적 개념에 의해서만 규정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직무 난이도나 전문성, 근로자의 능력에 따라 다양하게 세분화될 수 있다. 다양하게 세분화된 동일노동 직군에 대해서는 직군마다 각기 다른 임금체계를 갖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적용한다고 해서 노동의 질적 차이를 무시한 채 양적 기준에 따라 모두에게 동일한 임금을 주어야 한다거나 기업이 고용의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도 아닌 것이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은 적어도 사회정의 차원에서 동일노동 직군에 대한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임금차별은 없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말하자면 경제 전체적으로 동일노동에 대한 일물일가(一物一價)의 법칙을 확립하는 것을 의미한다. 동일노동에 대한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별은 궁극적으로는 사람에 대한 차별을 의미하며 비정규직에 대한 착취를 의미한다. 이는 명백히 사회정의에 반하는 것임과 동시에 위헌적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노동시장에서 동일노동에 대한 일물일가의 법칙이 성립할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노동시장 유연성도 확보될 수 있는 것이다.

 

기업 경영자 입장에서도 기업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사회적 공헌은 여론에 밀려 마지 못해 기부나 기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의 창출과 고용안정에 있다. 사실 극단적으로 말해 기업이 고용 창출과 일자리 안정을 유지해주기만 한다면 굳이 억지춘향 식으로 여론에 못 이겨 기부금이나 기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다소 인건비 부담이 늘어날 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을 비용으로 인식하지 않고 투자로 인식하여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는 것도 기업 경영자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비정규직이 양산될수록 사회 전체적으로 사회안전망 비용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사회안전망에 대한 정부 재정부담이 늘어날 수 밖에 없고 다시 정부 재정부담의 증가는 결국 기업의 직간접적 세금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기업내 OJT 등의 사내교육은 근로자의 생산성과 부가가치를 올리는 가장 직접적이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체계적인 사내교육을 받기 어려운 비정규직이 양산될수록 한국경제 전체적으로 노동의 질과 부가가치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궁극적으로는 기업에도 노동의 질 저하라는 마이너스 요인으로 되돌아 오게 된다. 요컨대, 경제 전체적으로 비정규직의 양산은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는 것이 되는 셈이다.

 

경제의 궁극적 목적은 간단하다. 모두가 잘 먹고 잘 살자는 것이다. 2년전 도입됐던 비정규직 보호법이 기술적으로 여러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하더라도 부정적 효과보다는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노-, -노 모두가 서로 상생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았어야 했다. 하지만 현 정부는 그 같은 상생 분위기를 저해하는 비정규직법 개악을 시도하고 있다. 비정규직 비중은 훨씬 더 늘어날 것이다. 한국의 비정규직 비중은 이미 전체 노동의 55%를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입법예고안대로 비정규직 사용 기간과 업종이 대폭 늘어난다면 전체 노동인구 가운데 비정규직 비중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선의로 해석하자면, 정부는 이 같은 비정규직 기간 연장을 통해 기업의 해고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는 위에서 본 것처럼 단견이다. 전국민의 절반 이상 ‘내부 식민지’처럼 착취하는 경제는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다. 한국 경제가 지금 전세계적인 경제 위기 속에서 훨씬 더 큰 경제 충격을 받는 것도 따지고 보면 비정규직 양산으로 내수소비기반을 근본적으로 무너뜨려놓은 탓이 적지 않다.

 

또한 지식정보화 시대는 지식정보 생산과 관련한 일자리가 늘고 성장해야 한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모든 경제영역에서 노동자의 지식노동과 창의성 발현이 중요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런 체계적인 교육도 못 받고 단기간에 소모품처럼 사용되는 비정규직 비중이 늘어날수록 지식정보화 시대에 걸맞은 노동의 질 향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당장 눈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한국 경제는 그 같은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에 걸맞은 노동패러다임을 정립하지 못했기에 한국 경제와 사회의 모든 자원을 몰아준 일부 재벌대기업을 제외하고는 모두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마당에 현 정부는 시행 2년밖에 안 된 비정규직 보호법을 안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경제 위기’를 핑계로 재계의 근시안적인 민원 사항을 수용하는데 급급하다. 중장기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 바로 한국의 내수기반을 더욱 위축시키고 성장잠재력을 훼손하는 것인 줄도 모르고 말이다. 정부 말대로 ‘친기업정부’여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시대착오적인 이념에 빠져 근시안적 기업의 이익만 떠받들다 보니 국민경제 전체가 파탄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경제의 파탄은 결국 국민경제의 한 부분인 재계에게도 부메랑처럼 돌아갈 것이다. 옆으로 말이 조금 새지만, 이런 점에서 ‘친기업 정책’이 마치 국가경제 전체를 위해서 좋다는 상당수 기득권 언론의 보도는 속이 뻔히 드러나 보이는 거짓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재계의 이해만 대변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면 굳이 정부가 왜 있는가? 아예 재계가 나서 국가의 모든 의사결정을 하라고 하지, 왜 방대한 정부조직과 수많은 관료들을 두고 있는가? 관료들 밥그릇 챙겨주는 것을 일자리 창출이라고 믿는 것인가?

 

말이 나온 김에 ‘잡 세어링’을 명분으로 대졸 초임을 깎는다는 엉터리 술수에 대해서도 한 마디 안 할 수 없다. 노사민정 대타협이라고 했는데, 도대체 절대다수의 국민들이 노사민정 대타협이라는 것을 하는 줄도 모르는 새 어느날 갑자기 노사민정 대타협이라는 것이 어떻게 나올 수 있는가? 진정한 의미의 노사민정 대타협이라는 적어도 수개월간에 걸쳐 최소한 5, 10년은 내다보고 현 위기 국면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관한 국민적 공론의 장을 마련하는 기간이 필요했다. 그런 게 도대체 있기나 했단 말인가? 그런데 그런 ‘대타협’이 이뤄진 이튿날부터 터져나온 것은 재계의 대졸초임 삭감 발표였다.

 

경제위기시에 정부가 취해야 할 조치는 국민들의 일자리와 소득을 최대한 보전하고 여기에서 탈락되는 근로자와 가계의 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그런데 말만 대타협이지, 사실상 그 대타협의 결과는 사회적인 평균 임금의 삭감이라는 조치로 이어지고 있다. 대타협이라는 허울을 빌어 사실상 경제위기의 고통을 근로자들에게 전가하는 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한국 경제는 지난 2000년대 이후 그렇지 않아도 치솟은 부동산가격으로 땅값은 금값이 됐지만, 정리해고 남발과 비정규직 양산 등으로 사람값은 똥값이 됐다. 부동산 버블의 붕괴는 지나치게 부풀어오른 땅값을 내리고 상대적으로 사람 값을 올려야 한다는 시장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또한 당위적으로는 그 같은 경제구조를 만들기 위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 세계 각국 선진국의 인건비가 비싼 것이 괜히 비싼 것이 아니다. 높은 인건비에서 양질의 노동력과 생산성이 나오는 것이고, 그 같은 생산성을 바탕으로 향상된 임금 소득이 내수기반의 강화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 같은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하고 부동산 값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떠받치고 가뜩이나 똥값인 사람 값은 더욱 낮추겠다는 발상 자체야말로 정부 정책이 얼마나 근시안적이고 특정 이해세력의 단기적 이익에만 봉사하는 방향인지를 쉽게 알 수 있다.

 

비용? 비용 핑계대지 마라. 이 같은 임금삭감이나 비정규직 양산으로 기껏 줄일 수 있는 인건비는 기업의 전체 비용 가운데 1%도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자구노력도 없이 선심쓰듯 예산을 지원해서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겨서는 안 되지만, 정 써야한다면 경인운하와 4대강 사업 등 강바닥 파헤치는데 들일 수십조원의 돈의 절반이라도 임금삭감과 비정규직 양산을 막는 인센티브로 써보라. 건설토목사업 예산의 대부분이 건설대기업 배불리는데 쓰이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정부 말대로 일용직 일자리라도 늘리기 위해서라면 왜 이런 식으로는 돈을 쓰지 못하나. 건설일용직만 일자리이고, 일반 기업의 일자리는 일자리가 아니란 말인가?

 

위에서 말했듯이 경제의 궁극적 목표는 모두가 잘 먹고 잘사는 것이다. 현 정부도 겉으로는 상생이니 고통분담이니 말하며 이 같은 목표를 지향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현 정부가 실제로 실행하는 정책들의 실제 효과를 보면 모두가 잘 먹고 잘 살기보다는 원래 잘 먹고 잘사는 놈만 더 배 불려주는데 골몰하고 있다. 친기업이니 하는 시대착오적인 이념에 빠져서 말이다. 그것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말이다. 하지만 그 같은 ‘몰아주기’ 정책에 대한 거대한 반작용이 언젠가는 일어날 것이다. 그때가 되면 현 정부는 지금 자신들이 저지른 실정과 편향적 정책에 대한 응분의 대가를 달게 받을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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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9. 3. 13. 09:31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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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건설 허가 20년만에 최저수급 불균형에 2~3년후 집값 폭등 우려

 

39일부터 각 포털의 메인 화면에 올라오기 시작해 310일자 각종 일간지에 실린 기사들의 제목이다.  기사 내용은 아래 세계일보 기사의 앞 부분을 참조하길 바란다. 세계일보 기사가 그래프가 있어 인용했지만, 기사 내용은 거의 대동소이하다.


 

이런 기사를 보면 황당해서 기가 막힌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주택건설 붐이 꺼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은 신규 주택건설 허가나 신규 주택 착공 등의 지표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것은 그만큼 주택경기가 침체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한편으로는 부동산 붐이 일면서 단기적으로 과잉공급된 주택 공급이 시장 위축에 따라 자연스럽게 조정되고 있음을 뜻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신규 주택 착공이 줄어들면 2~3년 후에 집값이 폭등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 번 생각해보자. 지금 미국과 세계 각국에서 신규 주택 착공은 부동산 버블기에 비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 상황에서 외국 언론 가운데, 신규주택 착공 물량 감소로 2~3년 후 집값이 폭등할 우려가 있다고 보도하는 언론을 본 적이 있는가? 적어도 내가 아는 제대로 된 나라 언론들 중에 그런 보도를 할 나라는 없다.
실제로 지난 2월 발표된 올해 1월의 미국 신규 주택 착공 및 허가 건수에 관한 블룸버그 보도를 아래 링크를 따라가서 확인해보기 바란다. 그 어디에도 "주택 공급 부족으로 2~3년 후 집값 폭등 우려" 운운하는 식의 표현은 찾을래야 찾아볼 수도 없다.  http://www.bloomberg.com/apps/news?pid=20601068&sid=aovjsitjEZNQ&refer=home 

심지어 그 기사를 인용해 쓴 국내 외신기사도 그런 표현은 안 쓰고 있다.
http://www.edaily.co.kr/news/world//newsRead.asp?sub_cd=DD22&newsid=02778166589591832&clkcode=&DirCode=0050304&OutLnkChk=Y

그런데 이 나라는 이럴 때는 이른바 진보, 보수 언론을 가리지 않고 ‘2~3년후 집값 폭등 우려라는 제목을 단다. 아무리 기사자판기로 전락한지 오래된 기자들이라고 하지만 최소한의 비판적 안목은 가져야 한다. 그런데, 정부나 건설업계가 제공하는 보도자료를 아무런 비판없이 그대로 옮기니 이런 허무맹랑하고 천편일률적인 기사들이 양산되는 것이다.

 
이제 이 같은 보도 내용이 왜 엉터리인지를 한미일 3국의 현재 또는 과거 사례를 통해 한 번 살펴보자. 먼저,
미국 주택시장 지표를 통해 이 같은 기사들이 얼마나 엉터리 보도인지를살펴보자. 미국 부동산 특히 주택시장은 아래 <도표>에 나타난 바와 같이 1995년부터 10년이 넘는 장기간에 걸쳐 상승세를 지속해왔다. 특히 2000년부터는 투기적인 급등세를 보여왔다. 부동산투기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지난 2000년 이후 미국 주택재고 추이를 살펴보면, 2002년 말 재고주택수가 1,433만호였던 것이 서브프라임론 대출이 확대되기 시작한 2003년부터 급증하기 시작하여 2007 6월 말 현재 1,739만호로 불과 4년 동안에 약 306만호 가량이나 급증하였다. 이 중 별장 등 계절주택과 주택재고 추세적 증가분을 제외하면, 이 기간 동안에 적정 재고량을 초과하는 주택재고 과잉분은 약 250만호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서브프라임론 대출이 급증하기 시작한 2005년과 2006 2년 동안에는 약 200만호에 달하는 주택 과잉재고가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또 미국의 주택재고율 추이를 살펴보면, 1980년대 말의 부동산투기 버블이 발생하기 전에는 전체 주택수의 9% 전후 수준에서 안정적인 추이를 보였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부터 부동산투기 붐의 영향으로 주택재고율이 급상승하기 시작하여 1993 11%를 기점으로 서브프라임론 대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03년부터 부동산투기가 과열되기 시작하면서 주택재고율이 2007 6월 기준으로 13.6%까지 치솟았다.  

 
1989년의 부동산 투기버블 전후 주택재고율 추이를 보면, 1984 9% 수준에서 1989년에는 11.6%까지 급증하였다가 버블붕괴와 더불어 1993 11%로 버블 조정이 이루어질 때까지 약 3,4년의 시간이 걸렸다. 이로부터 13.6%에 달하는 주택재고율이 12% 수준까지 조정되는 데는 최소한 3,4년 이상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지금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는 대공황 이후 사상 최악의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 이런 경기 상황을 염두에 둔다면 이 같은 조정기간은 90년대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릴 가능성이 높다.

 
기존 주택의 과잉재고도 흡수되지 않고 있는데 신규 주택을 짓는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가? 그런 신규주택이 과거 버블기 때처럼 공급되지 않는다고 해서 2~3년후 집값이 폭등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부동산 담당 기자들은 이 같은 시장 메커니즘을 전혀 이해 못하거나,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건설족을 대변하는 이들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러면 일본은 어떤가?
일본의 연도별 신규주택착공 추이를 보면 부동산 버블이 발생하기 전인 1980년대 초에는 매년 120~130만호 전후 수준의 신규주택이 착공됐으나, 부동산 버블이 시작된 1986년을 거쳐 1987~1990년 동안에는 연간 170만호 전후 수준의 신규주택이 착공됐다. 또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기 시작한 199120% 가량 급감한 뒤 또 다시 꾸준히 늘어났다. 일본 정부의 억지 부양책 때문이었다. 그러나 주택 공급량은 1998년 동아시아 외환위기와 일본 내 금융위기가 확산되면서 버블 발생 이전의 120만 호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일본경제가 버블 붕괴 후 2차 위기를 맞자 그 동안 일본 정부의 재정호흡기에 기대 연명해왔던 대형 금융기관과 종합건설업체들이 잇따라 파산하기 시작했다. 이때는 부동산 버블 붕괴에도 불구하고 주택이 지나치게 과잉 공급된 데다 인구 감소로 인한 주택수요 감소도 본격화한 뒤였다.

                               <일본의 신규주택 착공 및 지가 추이>

                        ()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그런데 주택 공급은 연간 120만호 수준으로 줄어들었지만, 지가는 불과 3,4년전까지만 해도 계속 하락했음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심지어 부동산 거품이 어느 정도 빠졌다고 여겨지던 90년대 중반에 분양된 주택이 2000년대에도 자산가치가 절반에서 3분의 1까지 추가로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제 한국의 상황을 보자. 전국 미분양 물량이 16만호를 넘어선 데서 알 수 있듯이 현재 유효 수요에 비해 주택은 매우 과잉 공급된 상태다아래 도표에서 알 수 있듯이 90년대 전반에 200만호 주택건설 사업으로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은 후에도 주택은 계속 공급돼 미분양 물량이 꾸준히 늘어났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93년부터 이미 미분양 물량은 크게 늘어나 95년 미분양 물량은 15만 호를 넘어섰다

         ()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주택 가격이 91년부터 하락하기 시작했으므로 (그래프상으로 명목가격지수는 크게 안 떨어진 것으로 나오지만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가격지수로는 외환위기 때까지 거의 반토막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 점을 감안해서 보기를 바란다) 사실 미분양 물량은 91년부터 꾸준히 증가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더구나 당시에는 건설업계가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며 금융시장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상황이 아니었으므로 공식 미분양 물량과 비공식 미분양 물량의 괴리가 크지는 않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데도 95년 공식적으로만 15만여호를 넘어선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는 데에 최소 3~4년 이상 걸렸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지금 16만호를 넘는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는 데에는 얼마나 걸릴까? 자세하게 얘기하자면 많은 지면이 필요하지만, 짧게 간추리자면 심각한 경기침체와 가계 소득 감소와 부채 청산 과정의 장기화, 주택수요 인구의 급격한 감소 등 부동산시장 안팎의 여건을 고려하면 그때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된다. 실은 필자가 계산한 바로는 향후 수도권 분양 아파트의 과잉 공급은 적어도 2010년대까지도 해소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회될 때 다시 언급하기로 하고 글을 마무리하도록 하자.

                     
자, 한 번 물어보자. 신규 주택 착공이 줄었다고  2~3년 후 집값이 폭등할까? 지금 판교와 광교, 잠실, 은평 등의 수많은 미입주물량은 갑자기 2~3년 동안 어디로 사라지고, 3만호가 넘는 수도권의 미분양 물량은 하루아침에 해소가 된단 말인가? 정말 정상적인 정보가 생산, 유통되는 나라라면 굳이 말할 필요도 없는 내용에 대해 이렇게 각종 자료를 근거로 설명해야 하는 현실이 서글플 뿐이다. 정상적인 나라라면 경기 침체와 주택 침체가 장기화하는 지표로, 그래서 집값의 추가 하락이 지속될 것으로 읽혀야 할 지표까지 정반대로 뒤집어 보여주는 언론이 한심하고, 그런 논리를 퍼뜨리는 국토부 건설족 관료들과 건설업계의 행태에 기가 찰 뿐이다. 건설업계와 국토부 관료들은 그같은 그럴듯한 거짓말에 속아 사람들이 거품이 잔뜩 묻은 집을 사주길 바랄 것이다. 경기 침체로 광고 매출이 확 준 가운데 비중이 큰 부동산 광고로 이 힘겨운 시기를 나야 하는 언론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이같은 거짓말에 속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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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9. 3. 10. 11:48
 

오늘 자 신문들을 받아본 사람들은 주가 폭락, 환율 폭등, 광공업생산 급감 등의 소식을 아마 1면에서 모두 접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국내 코스피(KOSPI) 주가지수가 올 2월 초 1,200포인트를 돌파했다가 다시 1,000포인트 근처까지 주저앉고 있다. 이런 가운데 원/달러 환율은 1600원대를 넘보고 있다. 한편 통계청이 2일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1월 광공업 생산은 저년 동월 대비 약 25.6% 급감해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70년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광공업생산 증가율이 지난해 10월 마이너스로 돌아선 뒤 11월부터 3개월 연속 사상 최대 감소폭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원/달러 환율폭등과 사상 최악의 광공업생산 급감은 한국경제가 이미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넘어서 중병에 걸려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달러 환율폭등은 한국경제 붕괴의 시한폭탄이라고 할 정도로 엄청난 혼란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원달러 환율 폭등은 기본적으로 은행의 과다한 외화차입으로 인한 외화 상환 수요와 세계 금융위기 상황 속에서 외국인들의 국내 자산 매각에 따른 외화 수요 등 펀드멘털상의 요인들이 자리잡고 있다. 여기에 현 정부 출범 초기 경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고환율 기조를 추구한데다, 부동산 버블 붕괴를 막겠다는 무리한 욕심으로 저금리 기조를 지속하는 등 잘못된 정부 정책이 환율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이 글은 원달러 환율폭등의 배경을 설명하려는 글이 아니다. 무관해 보이는 광공업생산의 급속한 감소와 GDP성장률의 급감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환율 폭등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설명하려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그 상관관계를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 그러면 왜 환율이 폭등하면 제조업생산이 급감할까? 환율이 폭등하는 상태에서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 모두가 생산을 중단하게 된다. 기업들은 기존에 확보한 원자재를 활용해서 생산을 하고 있을 뿐, 환율이 폭등한 뒤로는 원자재를 수입해서 채산성을 맞출 수가 없다. 생산하면 할수록 적자가 늘어나는데 어떻게 공장을 돌리겠는가? 더욱이 내수가 빠르게 급강하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같은 환율 폭등으로 인한 생산 정체 현상이 올해 초부터 기업의 본격적인 생산 정체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환율 폭등으로 원가 부담을 이기지 못해 생산을 줄이면 대기업도 납품을 받지 못해 가동률을 낮출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자. 달러당 원화 환율이 1,000원에서 1,500원으로 급등하게 되면 원자재를 수입해서 생산하는 업체들은 수입원가가 50% 상승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업종에 따라 다소 편차는 있지만 대부분 기업들의 원가구조를 보면 원재료비가 70% 정도이고 인건비는 10%, 물류비 등 기타 관리비가 20% 정도를 차지한다. 따라서 원달러 환율이 40% 이상 오르면, 수입원자재 비중이 전체 원자재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고 가정할 경우 기업들의 원가상승 부담은 20% 가량 증가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는 제품가격을 그만큼 올리지 않는 한 채산성을 맞출 수 없게 된다. 더군다나 수출이 둔화되고 내수도 급감하는 상황에서는 기업 연쇄도산과 같은 최악의 사태가 발생한다.
 

 그런 점에서 원달러 환율폭등은 고유가보다도 악성이라고 할 수 있다. 고유가는 에너지절감 노력이나 원화 강세로도 어느 정도 부담을 상쇄할 수 있다. 또한 유가 상승은 원유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기업에만 선별적으로 부담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 상승은 금리정책과 마찬가지로 모든 기업에 무차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만큼 악성인 것이다.


그런가 하면 원/달러 환율 폭등은 수출기업에도 타격을 준다. 달러 수입물가는 2008년부터 20% 이상 상승하고 있는데 반해 달러 수출물가는 10% 수준 이하에 그치고 있다. 이것은 국내 수출기업이 원자재 달러 수입물가상승을 달러 수출가격 인상에 절반 정도 밖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나머지는 원/달러 환율 폭등으로 인한 환차익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말하자면 제살 깎아먹는 셈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달러 수입물가 상승을 달러 수출물가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세계경제 침체로 인해 수출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격을 인하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실물경기 불황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원달러 환율을 정상 궤도로 하루빨리 환원하는 것이 최우선 정책과제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현 정부와 정치권은 부동산 거품 붕괴를 억지로 막겠다는 일념 하에 저금리기조를 강조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정부와 보조를 맞춰 큰 폭의 금리인하를 거듭해온 것은 일견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경제 금융위기는 자산경제에서는 자산 디플레에 따른 투자손실 회피와 금융기관 부실에 대한 우려로 투자자와 예금자들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빼가려 한다는데 있다. 뿐만 아니라 생산경제에서는 원/달러 환율폭등을 진정시키는 것이 악성 불황을 막는 가장 시급한 정책과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마당에 한국은행이 대폭적인 금리인하를 한 것은 금융기관으로부터 더욱 더 돈을 빼가라는 것이며 원/달러 환율 폭등을 부채질한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정책이든 긍정과 부정의 양면이 존재한다. 상대적으로 우선순위와 긍정적 효과가 큰 것을 기준으로 정책을 선택하게 된다. 현 국면에서 올바른 정책순서는 금융시장의 신용위기를 해소한 다음에 경기부양인 것이다. 나아가 자산시장의 가격조정을 엉터리 정책 남발로 인위적으로 막으려 하면 할수록 부작용과 혼란만 커질 뿐이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환율폭등과 극도의 경기침체는 부동산 거품의 조정을 막으려는 현 정부와 정치권의 무리한 욕심 때문에 증폭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고자 한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3. 3. 11:37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

  지난해 우리나라 사교육비 규모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현 정부 출범 초기부터 영어 몰입교육 논란이 불거지며 사교육비를 늘릴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었다. 그런데 교육과학기술부가 27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 규모는 20조 9천억원으로 전년(20조400억원)에 비해 4.3% 증가하고,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23만3천원)도 전년(22만2천원)에 비해 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교과부는 물가상승률(4.7%)을 감안하면 그리 큰 증가 폭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를 겪는 상황에서 실질임금뿐만 아니라 명목임금까지 줄어들고 소비를 급격히 줄이고 있는 가운데 사교육비가 4.3%가량 늘어났다는 것은 결코 적은 증가율이 아니다. 

 

 더구나 세부적인 내용을 뜯어보면 사실상 사교육비가 늘어났음이 명백하다. 일반 교과별로는 전년에 비해 영어(11.8%)와 수학(8.8%)의 사교육비 증가율이 높게 나타났고 논술(-12.5%) 사교육비는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새 정부 출범 후 가장 강조한 것이 소위 '아륀지'로 희화화된 영어몰입교육, 영어 공교육 완성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사교육비가 가장 증가한 교과 영역이 바로 영어라는 것은 정부의 교육정책이 완전히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사교육 증가를 부추겼을 가능성이 높다는 증거 아니겠는가. 더구나 대입자율화 정책에 따라 대학들이 2009학년도 입시에서 논술고사 시행을 대폭 축소해 논술 사교육비가 크게 줄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반적으로는 지난해 사교육이 크게 늘었다고 봐야 한다.  더구나 현 이명박 정부는 ‘사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정부가 아닌가. 공약과 완전히 정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마당에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등 4개 교육기관은 이날 오전 코리아나호텔에서 공교육 활성화를 위해 공동선언을 했다. 우리 교육이 입시 위주의 환경에 묶여있고 사교육비가 증가하는 것을 감안해 교육 주체들이 함께 공교육에 대한 신뢰 회복에 나서 사교육비를 줄여보자는 취지라고 한다. 그런데 한 마디로 소가 웃을 일이다.


현 정부와 현 정부와 배가 맞는 서울시교육청이 앞장서서 사교육을 부추기는 온갖 엉터리 교육정책들을 남발해놓고, 무슨 염치가 있어서 그런 ‘눈 가리고 아웅 쑈’를 한다는 말인가. 정말 기만도 이만저만한 기만이 아닐 수 없다. 사실 현 정부는 지난해 9월말에도 이처럼 황당한 생쑈를 벌인 적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9월 23일 국무회의에서 "학원비가 크게 올라 서민 가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면서 실태조사와 종합대책 마련을 지시했었다. 이에 따라 교육과학기술부는 합동점검단을 꾸려 학원의 탈세 및 담합을 단속하는 등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자신들이 사교육비가 오를 수밖에 없는 제도와 정책들을 내놓고 이를 마치 일부 비양심적인 학원업계의 행태 때문인 것으로 치부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학원업계가 학부모들의 불안 심리를 부추긴 탓에 각 가계의 사교육비 지출이 늘어난 측면도 있고, 학원업계 내에 탈세와 담합 행위가 만연한다면 당연히 찾아내 필요한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하지만 정권출범 하자마자 학교자율화 방침을 천명하고 국제중 신설, 기숙형 공립고 및 자사고 100개 설립과 고교 선택권제 도입 등 한결같이 학교교육의 사교육화와 사교육비를 부추기는 정책을 계속 추진해온 것은 바로 이명박정부 자신이다. 그런 사람들이 사교육비가 너무 오른다며 학원비를 단속하겠다고 설레발을 치다가 이제는 사교육비가 증가한 것으로 나오자 ‘공교육 활성화’선언이라는 이벤트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현 정부는  '사교육 없는 학교'를 전국에 300곳을 지정, 한 학교당 평균 2억원씩 모두 6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한다. 자신들이 사교육을 부추겨 가계의 사교육비 지출을 늘이게 하고, 다시 가계의 세금으로 조성된 예산으로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코미디도 이런 서글픈 코미디가 없다.

 

정말 이 정권의 사람들은 왜 자신들이 사교육을 부추기고 있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까? 정말 모르는 것 같아 엿부러 시간을 내 설명해주겠다. 현 정부의 각종 교육정책들이 왜 학생과 학부모의 사교육 의존을 강화하는지를 보려면 한국 학교교육의 왜곡된 경쟁 구조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해야 한다.


과거 고교 평준화의 틀이 유지된 외환위기 이전 한국 사회의 성공 경로는 크게 세칭 일류대→변호사/의사 등 전문직과 일류 직장이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이태백, 사오정, 오륙도, 88만원세대와 같은 신조어들이 상징하듯이 양질의 직장은 부족해지고 일자리는 불안정해졌으며 실업률은 높아졌다. 또 계층간 소득 및 자산 양극화가 심해져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욱 심화됐다. 이른바 소수는 훨씬 많은 것을 차지하는 반면 그렇지 못한 다수는 과거보다 훨씬 열악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승자독식 구조’가 형성됐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태에서는 성공 경로에서 조금이라도 앞선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훨씬 더 큰 몫을 차지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각 개인이나 가계는 성공 경로에서 조금이라도 앞설 수 있다면 상당한 투자도 마다하지 않게 된다. 부모들은 자녀의 사교육에 조금이라도 더 투자해 자녀가 좋은 대학→좋은 직장이라는 ‘성공 코스’에 진입할 수 있다면 투자수익률 관점에서 수지가 맞는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 사회는 외환위기 이후 이런 방향으로 치열한 경쟁을 가속화해 왔다. 이런 ‘승자독식 구조’에서 이득을 보는 일부 소수 기득권 계층과 이들을 기반으로 삼는 정치권이 자신들의 투자대비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각종 정책 및 제도를 빈익빈 부익부 구조로 바꾸도록 애써온 측면도 작용했다. 외환위기 이후 외국어고와 과학기술고 등 특수목적고나 자율형사립고 등이 확대돼온 반면 학교교육은 계속 위기를 겪고 있는 과정도 이런 측면에서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외환위기 이후 성공경로가 특목고/자사고→명문대→전문직/대기업 직장 구조로 한 단계가 더 추가됐다고 할 수 있다. 성공경로가 한 단계 덧붙여지는 것은 개인과 가계의 경쟁이 한 단계 더 빨리 시작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승자독식 구조에서는 초기의 조그만 차이가 시간이 지날수록 극단적인 차이로 이어지는 경로의존(Path Dependency) 현상이 매우 뚜렷하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1점 차이로 A라는 학생은 외고에 진학하고 B라는 학생은 외고에 진학하는 데 실패했다고 하자. 이 같은 초기의 차이는 별것 아닐 수 있지만, 향후 최종 결과를 놓고 보면 그 차이가 결코 작지 않을 수 있다. 가령 A라는 학생은 외고→명문대→전문직/고소득 연봉자의 경로를 밟는 반면, B라는 학생은 일반고→비명문대→저소득 직장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밟을 개연성이 커진다. 물론 한 번의 차이를 만회할 기회가 도중에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갈수록 진정한 의미의 ‘두 번째 기회’는 줄어든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이 심화될수록 학부모 입장에서는 자녀에게 좀더 많은 사교육비를 들여서라도 자녀를 특목고에 진학시키려는 유인이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몇 년 동안 특목고 진학을 노리는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사교육시장이 급팽창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을 아래 <도표1>의 전개형(extensive) 게임이론 모형을 통해 살펴볼 수도 있다. 전개형 게임방식이란 도리짓고땡 화투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순서대로 선택을 하는 게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먼저 화투 게임 시작 전에 판돈 10원씩을 건 것과 마찬가지로 게임 시작 전의 초기 상태는 학부모 A와 학부모 B가 사교육에 전혀 의존하지 않고 반에서 평균 10등을 다투는 자녀를 각각 두고 있다. 즉 두 학부모 자녀의 성적이 (10등, 10등)으로 같다. 또 설명의 편의를 위해 학부모 A는 고소득층이며 학부모 B는 중하위 소득계층이다. 선행학습 효과든 예상시험문제 풀기 연습이든 사교육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가정하며, 학부모의 선택은 정부의 교육정책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도표 1> 사교육 팽창을 초래하는 교육정책


 

 


이제 고소득자인 학부모 A는 정부가 학교자율화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정보를 접한 후 자신의 자녀에 대해 사교육을 시킬지를 결정한다. 즉 판돈을 얼마를 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만일 월 50만원짜리 사교육을 선택하면 자신의 자녀는 5등으로 올라서는 반면 상대방 자녀는 15등으로 내려가고(5등, 15등), 공교육을 선택하면 자신의 자녀와 상대방의 자녀 모두 10등으로 같다(10등, 10등).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학부모 A는 당연히 월 50만원의 판돈을 걸고 사교육을 시켜 (5등, 15등)을 선택하려 할 것이다.


다음에, 중하위 소득계층인 학부모 B는 학교자율화 확대 정책과 고소득자인 학부모 A가 사교육에 50만원을 걸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학부모 B는 경제적으로 부담이 크지만 무리를 해서라도 어쩔 수 없이 50만원 콜을 하며 사교육을 선택하게 된다. 그 경우 두 학부모의 자녀 성적은 (10등, 10등)으로 처음 초기 상태로 환원되게 된다. 결국 두 학부모는 자녀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 사교육을 선택하지만 결과는 고스톱 게임의 판돈만 50만원으로 올라갈 뿐 성적을 올리기 힘들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등수는 상대평가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고소득자인 학부모 A는 판돈 올리기를 주장한다. 학부모 B의 밑천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돈으로 밀어 부치려는 유인이 생기는 것이다. 여기에 이명박정부가 자사고 100개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다. 말하자면 판돈을 월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올리는 정책을 발표하는 셈인 것이다. 이를 보고 학부모 A는 올라간 판돈을 걸고 자사고 입학을 위해 사교육을 선택하는 새로운 게임을 시작한다. 이 경우 학부모 B는 갈등을 하게 된다. 밑천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식의 장래를 위해서는 무리를 해서라도 먹는 것 입는 것 사는 것 모든 것을 줄여가며 사교육을 선택해 게임을 계속하기로 한다. 그 결과 두 학부모 자녀의 성적은 다시 (10등, 10등)으로 같아지게 된다.


여기에 이명박정부가 다시 국제중 설립이라는 정책으로 화투판의 판돈을 월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일거에 끌어 올린다. 학부모 A는 이를 환영하지만 학부모 B는 저축통장을 해약하고 집을 팔지 않으면 거의 포기해야 하는 상태에 이르게된다. 학부모 B는 죽기 아니면 살기라는 식으로 200만원으로 올라간 판돈을 걸고 게임에 참가하게 된다.


이론상으로는 이런 게임이 무한대로 계속될 수 있다. 말하자면 사교육시장이 무한대로 계속 확대될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학교교육은 모조리 붕괴되고 이른바 시장논리를 내세우는 일부 사립학교들만이 판을 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들 사립학교들은 프리미엄을 내세워 천문학적 등록금을 내라고 할 것이다. 또 중하위 소득의 일반서민 계층은 계속높아지는 판돈을 더 이상 감당하지 못하게 되어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된다. 결국 최종적으로는 고소득계층만을 위한 천문학적등록금의 사립학교와 사교육시장만이 판을 치게 될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초중고 공교육의 경쟁이 불필요하게 과열되면 교육 본연의 목적은 사라지고 엉뚱한 목표가 대체하게 된다. 원래 초중고 학교교육 과정은 미성년자인 어린 학생들이 민주주의 시민사회의 구성원으로 필요한 인성과 사회성을 함양하는 한편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필요한 지식과 판단력을 습득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공교육 정책은 이러한 기본목적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


하지만 현 정부는 이러한 기본목적을 완전히 무시하고 사교육을 조장하는 소모적인 ‘다단계 돈 지르기’ 교육정책을 남발하고 있다.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사교육을 하든 하지 않든 또는 돈을 많이 들이든 돈을 들이지 않든 일정 수의 누군가는 이른바 명문대에 반드시 가게 되어 있다. 즉 사회 전체적으로 20조원을 투자하든 100조원을 투자하든 또는 공교육이 무너지든 사교육이 횡행하든 결국에는 명문대에 진학하는 것이 전부이다. 그렇다면 바보가 아닌 이상 가능한 한 가장 저렴한 방식으로 명문대에 갈 수 있는 방식을 만들어내는 것이 교육정책의 전제조건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사회 전체적으로는 누군가는 명문대에 가는데 가능한 한 돈을 들이지 않고 적성별 능력별로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선발할 수 있는 교육정책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특목고니 영재고니 국제중이니 하는 소모적인 돈 지르기 게임을 중간에 다단계식으로 개입시킬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것도 정부가 교육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특목고니 영재고니 국제중이니 하는 다단계 돈 지르기 소모전은 단지 명문대에 가기 위한, 그야말로 불요불급한 선발 장치에 불과할 뿐이다. 이른바 명문대들의 특권을 유지해주기 위한 반칙적이고 편법적인 다단계 선발장치에 불과할 뿐이다. 어차피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아이들은 다단계 돈 지르기 소모전을 하지 않더라도 공부를 잘 하며 어떤 방식에 의해 선발을 하더라도 명문대를 갈 확률이 높다.


예를 들어 1번부터 100번까지 번호가 매겨진 100명의 아이가 있다고 하자. 이 아이들이 평준화와 특목고 방식의 두 가지 중간단계를 거쳐 명문대에 입학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 경우, 평준화 방식으로 명문대를 가는 아이들과 특목고 방식으로 명문대를 가는 아이들이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 아마도 그 차이가 거의 없을 것이다. 적어도 수십 조원의 사교육비를 들여가며 모든 학부모들이 온갖 반칙과 편법 등 아귀다툼을 해야 할 정도로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제도상의 미미한 차이를 만들기 위해 사회 전체적으로 망국적인 소모적 입시제도를 유지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   


그렇다고 국제중이나 특목고와 같은 소모적인 다단계 돈 지르기를 거쳐 명문대에 입학하는 아이들이 대학 가자마자 노벨상이라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논문을 금방 쓰기라도 하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기껏해야 수학문제 하나더 풀 수 있고 영어 단어 하나 더 외우고 있는 정도에 불과할 뿐이다. 만일 국제중이나 특목고와 같은 초중고 교육과정에서 세계적인 논문을 써낼 정도의 학생을 가르칠 수 있다면 대한민국 대학을 모조리 없애버려야 한다. 초중고등학교 수준도 못 따라가는 대학을 놔둬서 무엇 하겠는가?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현 정권이 남발하고 있는 국제중이나 특목고, 자사고 확대와 같은 교육정책이 얼마나 엉터리인가. 이명박정부의 엉터리 교육정책은 단지 교육문제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엉터리 교육정책의 남발로 한국경제 전체적으로 매우 큰 비효율과 낭비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각 가정은 지출 여력을 넘어서는 과중한 사교육비 부담으로 가계소비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경제가 발전하려면 한정된 자원을 가장 효율적인 곳에 최적 배분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은 다른 생산적인 영역으로 가야 할 돈들이 정부의 잘못된 교육정책으로 사교육시장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바로 이 시기에 말이다. 제발 염치라도 있으면 자신들의 엉터리 정책 남발에 대해 석고대죄부터 하기 바란다. 정말 학생과 학부모간의 백해무익한 무한경쟁을 부추기면서 마치 자신들은 아무런 책임이 없는 양 ‘공교육 활성화 선언’과 같은 이벤트나 벌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건설업체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4대강 사업처럼 국민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불필요한 사업에 예산을 탕진하고 사회복지예산은 대폭 줄이면서도 ‘신빈곤층’ 발언이나 아무 생각없이 뱉었다가 집어삼키는 현 정권의 유치한 쇼를 여러번 봐줄만큼 인내심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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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9. 2. 28. 09:17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


지역아동복지센터라는 곳이 있습니다. 주로 저소득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방과후 학습을 지도하거나 맞벌이 부부들을 위해 부모들이 퇴근할 때까지 아이들을 돌봐주는 곳입니다. 주로 아이들 방과 후 학습을 지도해주기 때문에 ‘공부방’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순수 비영리민간단체들이 시작했던 사업인데, 그 사회적 역할을 인정받아 정부 예산 지원을 일부 받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예산은 센터 운영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한겨레 신문 보도에 따르면 보건복지가족부가 급식비를 뺀 공부방 월 평균 운영비만 600만원이라는 정책연구 보고서를 낸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올 들어 공부방 한 곳당 지원액은 오히려 줄어들었습니다. 지난해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월 지원비는 220만원. 올해 초 월 465만원을 지원키로 국회 보건복지위(보건복지위는 그나마 상대적으로 이런 현실을 이해하는 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가 의결했으나, 결국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확정된 안은 월 219만원으로 줄어들었네요.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로 서민들이 고통받고, 이명박 대통령이 ‘신빈곤층’ 운운하며 생쑈를 벌이는 와중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사회복지 일을 하는 아내 말에 따르면 예산 지원이 부족해 이들 아동복지센터 직원들은 사실 아르바이트를 해서 자신들 인건비를 받아간다고 합니다. 이들 직원들은 자신들의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박봉(월 100만원도 안 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네요.)이지만,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공동체 생활을 몸에 익히며, 학원 과외를 받는 아이들에 비해 훨씬 열악한 여건에서도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보람을 느끼며 버틴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런 것도 하루 이틀이지 보람과 자긍심에도 불구하고 2~3년 지나면 여건이 너무 힘들어 직원들이 하나둘씩 떠나갈 수밖에 없다고 하네요. 그런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극빈자나 저소득층, 장애인 아이들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경제 위기가 심화하면서 이들 아이들의 가정이 경제적 문제 등으로 해체 위기를 겪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한편으로는 이들 센터에 아이들을 맡기려는 수요는 늘고 있는데, 수용 인원과 예산에 한계가 있어 다 못 받는다고 합니다.


이 같은 지역아동복지센터의 수는 유럽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예산 지원액도 형편없는 수준입니다. 선진국 가운데는 이들 지역아동센터를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직접 건립하고, 운영하는 곳이 대다수입니다. 그런데 한국은 민간에서 하는 사업들을 정부가 쥐꼬리만큼 보조해주는 수준인데, 그마저도 인색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렇게 해서 전국의 지역아동센터에 정부가 지원해주는 예산은 모두 합해봐야 359억원. 이 예산을 두 배로 늘려봐야 720억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현 정부는 최근 차상위 계층 21만명에 대한 의료급여를 오는 4월부터 중단하기로 결정했고, 기초생활 수급자 숫자도 지난해보다 1만명 줄였습니다. 정부가 겉으로 말하는 사회 안전망 강화와는 완전히 정반대로 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 사회가 이 정도 수준의 복지지원도 감당할 수 없는 나라라면 말도 안 합니다. 온갖 불요불급한 건설토목사업에는 돈을 펑펑 쓰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당장 현 정부가 국민들 대다수가 그 필요성을 공감하지 못하는 4대강 하천정비 사업에 털어 넣는 돈만 향후 4년간 18조원이라고 합니다. 지역아동센터에 올해 투입하는 돈의 500배가 넘는 돈입니다. 더구나 정부는 올해 4대강 정비사업 예산 등 지난해보다 26%나 증액된 SOC사업 예산을 확보하는 한편 이미 기존에 발표한 대로 종합부동산세 대폭 완화와 소득세법, 법인세, 상속세 완화 등을 통해 상류층에게 집중적으로 혜택이 돌아가는 감세안을 관철시켰습니다. 이에 더해 정부는 올초 ‘녹색뉴딜’이라는 각종 건설경기 부양책을 또 한 번 내놓았습니다. ‘녹색’이라고 포장했지만, 도대체 왜 하는지 공감대가 전혀 형성되지 않은 건설토목 사업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고급 스테이크로 포장한 저질 소시지’였습니다.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 출신으로 ‘삽질경제학’의 대가라서 좀 더 심하긴 하겠지만, 한국 정부의 토건사업 위주 개발 일변도 정책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닙니다. 그들은 지역 정치권과 함께 티 나는 개발사업을 하면 되지 정말 시민들의 삶에 변화를 가져오는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는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는다. ‘공급을 하면 수요는 생긴다’는 근거 없는 희망에 따라 개발계획을 내놓는 것입니다. 이는 개발시대 때에나 통하던 방식입니다. 개발시대 때에는 기본적인 사회인프라가 부족하니 짓기만 하면 다 수요가 생겨나고 성장 잠재력 확충에도 기여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웬만한 사회기반시설은 대부분 마련돼 있습니다. 이런 콘크리트 사업에 투자해봤자, 성장 잠재력이 얼마나 확충되겠습니까? 사람들이 이용하지도 않는 공항, 도로, 관광지를 만들어놓는다고 그게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겠습니까? 당장 주변에 사시는 곳부터 한 번 확인해보세요. 제가 서울시에 재직하면서 느꼈지만, 도서관 짓는데 100억원 이상이 들어가는데 정작 매년 도서 구입비 예산은 1억원 남짓합니다. 그러니 도서관에 가도 제대로 볼 수 있는 책이 없지요. 마찬가지로 문예회관이나 공연장이라며 수백억원을 들이는데 정작 짓고 나면 질 낮은 프로그램밖에 안 돌아갑니다.


제가 지금 살고 있는 일산의 킨텍스나 종합운동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산 킨텍스를 짓는데는 2400억원, 종합운동장을 짓는데는 약 1200억원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일산 킨텍스의 연중 가동률은 50%도 안팎입니다. 그나마 그 정도 규모의 전시면적이 필요한 행사를 치르는 날 수는 일년에 불과 2~3주 안팎입니다. 그렇게 커다란 건물을 지어놓고는 안에서 뭐하는지 아십니까? 겨울에 인공 눈썰매장 한 켠에서 운용하고, 여름에 간이 물놀이장을 만들어 운영합니다. 얼마나 한심한 일입니까? 기존에 있는 킨텍스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지금 제2킨텍스를 짓는다고 난리입니다. 종합운동장도 마찬가지입니다. 2부 리그팀이 경기하는 게 일년에 10여차례에 불과한데, 그 외에는 그 큰 운동장이 텅 비어있습니다. 도대체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도대체 시민들에게 거의 아무런 혜택도 돌아오지 않고, 경제에 도움도 되지 않는 이런 막대한 개발사업을 누구를 위해 하는 겁니까?


위의 지역아동센터 예에서 본 거서처럼 돈들이 남아돌아서, 다른 데는 쓸 데가 없어서 이런데 쓰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몇 년 간 아이들을 키우던 제 처가 얼마 전부터 사회복지사 일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저소득층 노인들을 위한 복지 프로그램을 맡았는데, 한국의 열악한 복지 현실에 마음이 찢어질 정도랍니다. 장애 때문에 생활도우미가 절실히 필요하지만, 도움을 받지 못해 변도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노인, 가만 있던 집값이 재개발 붐에 40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올라 자활대상자 지원에서 제외된 노인, 한 달 생활비 10만원 정도로 버티며 매일 끼니를 라면으로 떼우는 사람 등등. 아내가 담당하는 케이스만 220가구. 그런데 아내와 동료 사회복지사 한 명의 급료를 포함해 220가구를 대상으로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배정된 1년 예산은 겨우 1억5000만원이랍니다. 아내는 예산이 몇 천만원만 더 있어도 정말 많은 일을 할 수 있겠다며 안타까워합니다.


도대체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거의 아무런 효과도 없는 일들에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 전체로 매년 수십조원씩 낭비하면서 당장 기초적인 사회복지 체계도 제대로 구축을 못하고 있다니요. 그런데 아직도 정부 관료와 정치권은 이런 개발사업 만드는 데 혈안이 돼 있습니다. 왜냐? 나중에야 어떻게 되더라도 뭘 만들고 짓는다 하면 사람들이 혹하니까요. 정치권은 표 얻을 수 있고, 뒷돈 받을 수 있으니 좋고, 관료들은 눈에 안 보이는 복지 프로그램 돌리느니 생색나는 실적 만들어서 좋고, 건설업체들은 사업으로 돈 벌어서 좋습니다. 관변 학자나 연구소들은 용역 프로젝트 많아져서 좋고, 언론들은 건설업체들 광고 물량 많아져서 좋습니다. 이렇게 거대한 개발 옹호세력들을 저는 ‘개발 5적’이라고 부릅니다. 일본의 토건족, 건설족에 해당하는 말입니다.


일본도 버블이 붕괴할 때 토건족의 압력으로 중앙 및 지방 정부가 경기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대규모 개발 사업을 벌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필요도 없는 댐이 지어지고 노루와 토끼만 다니는 도로도 숱하게 생겼습니다. 많은 리조트와 골프장은 버려지고 도산했고요. 이런 개발사업에 엄청난 예산이 들어가 재정 고갈을 부추겼습니다. 이미 한국에서도 그런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아직도 ‘개발만이 살길’인 것처럼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이런 판에 부유층을 위해 막대한 감세안까지 동시에 진행하고 있으니 재정건전성에 대해 한국 정부는 최소한의 고민은 하고 있을까요?


이제 개발경제 시대 때의 경제 운용 방식을 바꿔야 합니다. 가계 자산의 80% 이상이 부동산에 몰려 있는 경제는 지속할 수 없습니다. 비용 대비 효과나 수요를 제대로 생각하지 않고 저지르는 개발사업으로는 선진경제를 만들 수 없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많은 이들이 첨단기술경제 시대이고, 지식정보화 시대, 창조경제 시대라고 합니다. 그러면 국가 전체의 자원 배분이 이런 영역으로 배분되도록 해야 합니다. 첨단 기술을 고안하고 지식과 정보를 창출하며 창조성을 발휘하는 것은 사람입니다. 따라서 사람에게 투자해야 합니다. 한 국가경제의 자원은 유한하기에 제한된 자원 안에서 최적의 생산성을 낼 수 있는 자원 배분을 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사람에게 투자해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창출하고, 첨단기술을 육성합니다. 한국 같은 주입식 교육이 아닌, 창조적 교육 프로그램으로 지식과 정보를 생산 가공하고, 창의성을 마음껏 발휘할 인재를 키워냅니다.


필자가 유학생활을 했던 미국 보스턴이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보스턴에 대규모 공장이 있는 것도, 고층 아파트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100년 이상 된 주택에서 사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웬만한 도로는 누더기에 가까울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보스턴이 못 사는 동네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보스턴의 평균 가구 소득은 미국 평균의 약 2배 정도입니다. 소득 수준으로는 미국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부자 도시입니다. 싱가폴이 2000년대 초반 일시적인 불경기로 휘청거릴 때 벤치마킹 대상으로 꼽았던 도시도 바로 보스턴입니다. 보스턴을 벤치마킹 대상으로 꼽은 싱가폴 경제는 이후 생명공학기술과 의료산업 등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해서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고도성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보스턴에 뭐가 있길래 행정구역상으로 60여만명, 광역 보스턴(Greater Boston)으로 따져도 340만 정도에 불과한 도시가 그렇게 두각을 나타낼까요?


보스턴에는 인재가 있습니다. 하버드대학과 MIT, 보스턴대학(BU), 보스턴칼리지(BC),터프츠 대학 등을 필두로 100여개의 각종 대학들에서 매년 엄청난 인재가 쏟아져 나옵니다. 많은 인재들이 뉴욕이나 워싱턴으로 진출하기도 하지만, 보스턴에 남아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합니다. 하버드 의대 협력병원인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GH)을 중심으로 의료산업이 발달해 있고, 관련 분야에 쏟아져 나오는 인재들을 중심으로 생명공학과 제약 산업이 눈부시게 발전합니다. MIT를 중심으로 한 각종 IT산업과 로봇공학도 예외가 아닙니다. 인재들을 유치하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미국 전역에서 이전해옵니다. 또한 인재들은 자신들의 벤처기업을 만들어 미래의 빌게이츠를 꿈꿉니다. 베인 앤 컴퍼니나 보스턴 컨설팅그룹 등 세계 유수의 컨설팅펌들도 보스턴에 본사를 두고 있습니다. 역시 보스턴에서 배출된 우수한 인재들이 이들 회사의 토대가 됐습니다.

 

보스턴 필하모닉과 보스턴 발레단처럼 보스턴은 젊은 예술혼과 창조성이 살아 숨쉬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인구 60만의 도시에 공립도서관만 36개나 됩니다. 인구 1000만의 도시 서울에 ‘독서실 같은 도서관’이 아닌, 진짜 공립도서관이 30개도 채 안 되는 것과 너무나 비교됩니다. 이런 보스턴 경제의 활력이 모두 사람과 교육, 문화에서 나왔습니다. 제대로 된 선진경제가 가는 길이 바로 이런 방향입니다. 한국 경제가 미래를 기약하고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도 가야 하는 방향입니다. 물론 하루아침에 되지는 않겠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가야 하는 길입니다.


결국 지금 당장은 어렵더라도 자식 세대가 살 수 있는, 한국 경제가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새로운 게임 규칙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 첫 걸음은 무턱대고 내지르는 토건국가적 개발사업 남발을 자제해야 합니다. 충분히 타당성이 검증되지 않은 각종 건설토목사업에 돈을 쏟아 붓는 과거 일본과 같은 토건국가적 행태는 멈춰야 합니다. 대신 그렇게 아낀 돈을 저렴한 비용으로 누릴 수 있는 질 좋은 교육을 만들어야 합니다. 초중고 과정에서는 살인적인 입시경쟁에서 벗어나 창의성을 강화하는 교육을 만들고, 오히려 ‘경쟁의 무풍지대’인 대학이 경쟁하도록 해야 합니다. 재벌 기업들의 독과점적 이익을 보장해주는 구조 대신 국내시장에서도 국제무대에서와 마찬가지로 치열한 경쟁을 하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마음껏 몸과 마음을 키울 수 있는 더 많은 도서관을, 더 많은 문화공연장을, 더 많은 체육시설을 만들어야 합니다. 저소득층과 노후세대를 위한 더 많은 복지 혜택을 체계적으로 마련해가야 합니다. 제대로 된 공공건설사업 발주 시스템을 만들면 이를 위한 예산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습니다.


 콘크리트가 아닌 사람에게 투자하는 경제에 희망이 있습니다. 땅과 집이 아닌,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사람을 제대로 키우는 경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은 자식세대 홀로, 또는 부모세대 홀로 만들 수 없습니다. 부모세대와 자식세대가 합심해서 힘과 지혜를 모아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2. 27. 10:26

많은 이들이 최근 강남 재건축을 중심으로 한 일시적이고 국지적인 집값 반등에 이러다 다시 집값이 상승하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한다. 더구나 현 정부는 말로는 온갖 소리를 다 해대지만 부동산 거품 떠받치기에 사실상 올인한 정부가 아닌가. 그러다 보니 상당수 사람들이 불안해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지난번 글에서 필자는 강남 아파트의 거래 현황을 통해 왜 강남 집값 상승이 오래 지속될 수 없는지를 설명했다. 이번에는 좀더 폭을 넓혀 왜 지금의 일시적인 집값 반등이 결국 오래가지 못하고 주저앉을 것인지를 미분양물량의 조정기간을 통해 한 번 살펴보자. 

 
전국 미분양 물량이 16만호를 넘어선 데서 알 수 있듯이 현재 유효 수요에 비해 주택은 매우 과잉 공급된 상태다. 아래 도표에서 알 수 있듯이 90년대 전반에 200만호 주택건설 사업으로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은 후에도 주택은 계속 공급돼 미분양 물량이 꾸준히 늘어났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93년부터 이미 미분양 물량은 크게 늘어나 95년 미분양 물량은 15만 호를 넘어섰다.

                 (주)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주택 가격이 91년부터 하락하기 시작했으므로 (그래프상으로 명목가격지수는 크게 안 떨어진 것으로 나오지만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가격지수로는 외환위기 때까지 거의 반토막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 점을 감안해서 보기를 바란다) 사실 미분양 물량은 91년부터 꾸준히 증가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더구나 당시에는 건설업계가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며 금융시장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상황이 아니었으므로 공식 미분양 물량과 비공식 미분양 물량의 괴리가 크지는 않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데도 95년 공식적으로만 15만여호를 넘어선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는 데에 최소 3~4년 이상 걸렸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지금 16만호를 넘는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는 데에는 얼마나 걸릴까? 여러가지 부동산시장 안팎의 여건을 고려하면 그때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당시에는 가계 저축률이 20%를 넘어설 정도로 여윳돈도 있었지만 지금은 부동산 담보대출 310조원과 2%대의 가계 저축률이 말해주듯 가계의 매수 여력이 고갈된 상태다. 사실 지금은 그동안 무리하게 집을 산 가계들이 빚 청산과 채무 조정을 하기에 바쁘다. 사실 현재 집값 수준에서 집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은 거의 다 샀다고 할 수 있다물론 극심한 경제 침체 속에서도 여전히 충분한 구매력을 가진 가계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는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기획부동산을 비롯한 투기꾼들이 준동하거나 정부나 지자체의 토지보상금을 받은 가계들이 집을 살 수도 있겠지만, 전체 부동산시장의 판세를 바꾸는 것은 불가항력이다.


둘째, 당시에는 경제성장율과 가계의 소득 증가율도 지금보다 훨씬 높았다. 지금은 우리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이 기정사실화돼 있고, 가계의 실질소득도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세째, 이어지는 이야기지만 당시에는 한국의 수출대상인 세계 경기가 호조를 보였지만, 지금은 전 세계가 세계 대공황 이후 최대의 경제위기를 맞고 있다. 더구나 갈수록 세계경제의 장기침체를 알리는 신호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네째, 더구나 현재의 미분양물량 16만호는 최고점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앞으로 한동안 미분양 물량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수도권의 미분양 물량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90년대 초중반 미분양 물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난데는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 뒤늦게 200만호 주택 공급이 본격적으로 이뤄진 탓이 크다. 그런데 2006년경부터 본격화된 제2기 수도권 신도시와 이명박이 서울시장 시절 한꺼번에 지정한 뉴타운 등에서 쏟아져 나오는 물량은 2010년대에 본격화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이 있겠지만, 적어도 계획상으로는 올해부터 2015년까지 공공택지와 뉴타운, 재개발 등 도시 정비사업 지구에서만 약 135만여 가구가 신규로 수도권에서 공급될 예정이다. 참고로, 이 물량은 민간 택지 공급 물량이나 각 지자체별 지구단위 계획에 의한 공동주택 공급 물량은 빠진 수치이다.

다섯째, 2000년대 부동산 버블이 가장 극심했던 수도권의 경우로 한정해본다면 당시에는 수도권으로 매년 20만~30만명이 순유입되던 시기였다. 그만큼 수도권의 미분양 물량 해소에는 유리한 환경이었다. 하지만 수도권 순유입 인구는 지난해 5만명 전후로 줄어들었다. 수도권 인구유입도 이제 포화상태에 이른 것이다. 추세로 본다면 향후 수도권 순유입 인구는 더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자,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현재의 미분양물량을 해소하는데 몇 년 정도가 걸릴까? 지금보다 부동산시장 안팎의 여건이 훨씬 좋았던 90년대 초중반에도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는데 미분양 물량이 최고조에 달했던 95년으로부터 계산해도 최소 3~4년 걸렸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 상황에서는 얼마나 걸린다고 볼 수 있을까? 미분양 물량만 놓고 봐도 주택 시장의 침체가 최소 3~4년 이상은 걸린다고 봐야 합리적이지 않을까? 그렇다고 3~4년 후면 주택시장이 침체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말은 아니니 오해 없기를 바란다. 미분양 물량 측면에서만 최소 3~4년 걸린다는 것일뿐이다.

 

다른 요인들까지 고려하면 국내 주택시장은 앞으로는 몇 년 전과 같은 폭등을 기대하기 어렵다. 국내외 경기 침체의 장기화와 가계의 부동산 부채 청산 기간 등 현재의 문제뿐만 아니라 2010년대 이후 본격 전개될 급속한 고령화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새로운 주택시장 유입층인 젋은 세대의 소득 감소, 수도권 순유입 인구의 추세적 감소 등 때문에 주택시장이 90년대 후반과 같은 회복세를 보일지는 의문이다. 이런 마당에 유착에 빠진 건설업계와 '건설족 정부'는 전세계가 부동산 버블 붕괴로 신음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과도한 중대형 분양 위주 공급을 고집하고 있다. 부동산 버블이 본격화하는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국민들의 투기심리를 불러일으켜 거품이 잔뜩 묻은 고분양가 아파트들을 팔아먹으려 한다. 하지만 도저히 지속할 수 없는 부동산 거품을 억지로 떠받치려는 이 같은 시도들 때문에 한국 주택시장은 장기침체의 길로 한걸음 한걸음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현 정권과 정부, 건설업계의 무분별한 정책과 단기적 과욕이 바로 국내 주택시장의 정상적 자기조절 과정을 깨뜨려 장기침체를 가져오는 것이다. 경제의 큰 흐름은 순식간에 바뀌지 않는다. 주택 시장과 이를 둘러싼 국내외 경제의 큰 흐름을 읽고 있다면 부동산시장의 일시적 움직임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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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09. 2. 24. 10:36

현재 수도권 주택시장에서는 주택 수급 측면에서 심각한 미스매치가 발생하고 있다.

우선, 수요 측면에서는 현재 집값 수준에서 집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은 거의 다 샀다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내내 계속됐던 부동산 버블이 붕괴함에 따라 이제 가계가 부동산을 구입하기 위해 졌던 부채를 청산해야 할 시기다.

이런 가운데 전국 미분양 물량이 16만호를 넘어선 데서 알 수 있듯이 현재 유효 수요에 비해 주택은 매우 과잉 공급된 상태다. 주택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은 있겠지만, 올해부터 2015년까지 제2기 신도시와 뉴타운 등에서 최소 135만여 가구가 신규로 수도권에서 공급될 예정이다.

이처럼 현재 집값과 가계의 경제력 수준에서 볼 때 과다한 주택 공급이 이뤄지거나 계획돼 있는 상황에서도 수많은 서민들이 제대로 된 주거공간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1인가구 문제다. 최근 주택건설업계는 전국의 주택보급률이 2008년 기준으로 110%에 육박하자 1인가구 수 증가를 거론하며 주택부족론을 설파하고 있다. 2010년대 이후 주택유효수요 인구가 줄더라도 1인가구가 늘어나 (분양) 주택 공급이 계속 필요하다는 것이다. 통계상에서 큰 문제가 있기는 하나, 어쨌든 2005년 기준으로 1인가구는 317만 가구로 전체 가구 수의 약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1인가구 대부분은 주택을 소유할만한 유효 소득계층으로 보기 어렵다. 2008년 현재 1인 가구의 월 평균 소득은 131만원으로 2인 이상 가구의 월 평균 소득 327만원의 약 40% 정도에 불과했다. 또 서울시내 1인 가구 가운데 월 100만원 미만 소득자가 45%, 100~200만원 소득자가 31%로 전체의 76%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지금의 고분양 주택 유효수요계층이라고 볼 수 있을 월 소득 300만원 이상 1인 가구는 8%에 불과했다. 1인가구 수 증가를 근거로 주택이 부족하니 집값은 오르게 마련이고, 분양주택을 더 지어야 한다는 주택업계의 논리는 터무니없는 것이다.

 

한편 급속한 고령화로 서울의 경우 2000년 26만여 가구인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 수가 2020년경에는 약 81만여 가구로 세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이처럼 대부분 저소득층인 1인가구의 급증이나 고령 가구의 증가 등을 감안할 때 저렴하면서도 쾌적한 공공임대/전세주택이 대규모로 공급돼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들 1인가구 등을 위해 중대형 평형 위주의 고분양가 아파트가 대량 공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바로 이 같은 착시와 건설업계의 욕심 때문에 현재도 전체 미분양 물량 가운데 중대형 평형의 미분양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7월말 기준 중대형 평형이라고 볼 수 있는 85㎡ 초과 평형이 전체 미분양 물량의 53.8%를 차지했다. 또한 현재 2기 신도시를 비롯, 수도권 공공택지와 신도시 사업, 뉴타운과 재개발 재건축 사업 등을 통해 향후 공급될 물량의 상당수가 중대형 평형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판교신도시 등 2기 신도시와 수도권 주요 공공택지에서 공급될 전용면적 85㎡ 초과 중대형 평형은 전체의 37.3%로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 때보다 약 10.4%포인트 가량 비중이 더 높다.

 

또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60㎡이하 중소형 주택비율은 재개발사업 전 63%에서 사업 후 30%로 줄어들고, 매매가 5억원 미만 주택 비율도 86%에서 30%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업 전 전세가 4000만원 미만 주택 비율이 83%에 이르렀으나 사업 후에는 이 같은 주택은 단 하나도 없이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저소득층이 주로 거주하는 다가구 주택이 사라져 저소득층은 심각한 주거난을 겪는 한편, 경기 남부 축에서는 넘쳐나는 중대형 물량으로 집 주인들이 역전세난을 겪고 있다. 이처럼 현 상태에서도 국내 주택시장에서는 주택 수급상의 엄청난 미스매치가 발생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주택건설업체들은 여전히 정부 지원을 배경으로 도덕적 해이에 빠져 고가 중대형 일변도의 공급을 고집하고 있다. 정부 또한 건설업계와 유착에 빠져 투기수요를 부추기는 등 국가경제를 혼란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렇게 지어진 중대형 평형 위주의 분양 물량은 대규모로 미분양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로 인해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더욱 장기화될 수밖에 없음은 물론이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09. 2. 23. 08: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