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얼마 전 한국의 대학 등록금이 사실상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면 사실상 세계 최고인 한국의 대학 등록금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나중에 기회가 될 때 다시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한국의 대학 등록금 문제를 푸는 일은 한국의 왜곡된 고등교육 시스템을 바로잡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상대적으로 위축된 국공립대학 인프라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앞에서 본 것처럼 한국의 경우 사립대의 비율이 거의 78%에 해당한다.
또한 대학 전반에 대한 정부 재정지출이 OECD국가 최저 수준이고 국공립대에 대한 재정지원 수준도 열악하기 짝이 없다. 이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국공립대의 경영이 어려워지고 있으며 ‘등록금 장사’ 등을 통해 배를 불리는 사립대와 경쟁하기 위해 국공립대들도 등록금 인상에 나서고 있다. 이런 사정이다 보니 연고대를 비롯한 주요 사립대들은 ‘학벌 신화’를 확대 재생산하며 사실상의 서열 담합구조 속에 안주해 등록금 장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매년 치솟는 등록금을 잡고 학부모와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겠다며 등록금 상한제와 대학 등록금 취업후 상환제 도입 등을 논의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들은 사립대의 지나친 비대화/국공립대의 왜소화와 정부 재정투입 부족 등 대학 등록금이 치솟을 수밖에 없는 근본 구조를 도외시한 땜질식 처방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도표> OECD 회원국 대학등록금 대출제도 현황(2004/2005)
(주) OECD의 “Education at a Glance 2009”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처럼 정부와 정치권, 사학재단들은 잘못된 고등교육 구조를 통해 일반 가계에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 등록금 부담을 지게 하면서도 근본적인 개혁방안을 내놓기는커녕 생색내기용으로 내놓은 취업후 상환제조차 학생들을 상대로 한 돈놀이로 전락시키고 있다.
지금까지 본 것처럼 대학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고등교육 시스템 또는 교육 시스템 전반의 근본적 개혁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 더 나아가 이런 부조리한 현실을 개혁할 의사도 역량도 없는 현 정부와 정치권을 근본적으로 물갈이하는 정치 개혁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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