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의 부동산 거품이 어떤 식으로 빠졌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현재 상황을 이해하는 데 참고가 된다. 그런 점에서 인구가 수도권에 집중되고 부동산 신화가 강했던 점 등에서 한국과 비슷하다고 여겨지는 일본의 부동산 거품 붕괴 패턴을 살펴보자.


대부분 사람들이 1980년대 후반 부풀어 올랐던 일본의 부동산 거품이 1991년 하반기부터 전국적으로 일시에 폭락한 것으로 착각한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일반적 통념과 사뭇 다르다. 오히려 현재 한국의 부동산 상황과 비슷한 패턴이 나타나기도 한다. 


아래 <도표1>을 참고로 살펴보자. 우선, 일본 도쿄시내 23개구의 지가지수(명목지수) 추이를 보자. 참고로, 일본은 땅값(지가)을 중심으로 통계를 내므로 상업지와 주택지 지가를 따져보는 게 정확하다. 일본의 경우 상업지의 부동산 거품이 심했는데, 상업지에 비해 주택지 부동산 가격 상승폭이 작지만 상승-하락 패턴 자체는 거의 일치한다. 도쿄시내의 경우 이미 전국의 부동산 거품이 정점에 이른 1991년보다 4년 전인 1987년에 폭등세를 마무리하고 거의 정점에 이르러 1988년에 고점을 찍었음을 알 수 있다. 이듬해인 1989년 도쿄시내 집값이 소폭 하락했으나, 1990~1991년까지 다시 소폭 반등했다. 하지만 1988년의 정점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주) 각종 일본 정부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다음으로 한국의 수도권과 비슷한 지역이라고 볼 수 있는 광역도쿄권 지가 추이를 보자. 광역도쿄권은 도쿄 23구와 근교 시나가와현, 치바현 등의 도시들을 모두 포함한 지역을 말한다. 이들 지역을 보면 상승폭이 도쿄시내 23개구에 비해 완만한 편이지만 비슷한 상승-하락 패턴을 보이고 있다. 1989년 상승이 주춤하다가 1991년까지 연속 2년 정도 완만하게 상승했다가 1992년부터 폭락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도쿄 23개구의 상승분을 제외하고 생각해보면 도쿄 23개구가 상승한 뒤 외곽 지역의 지가가 뒤늦게 따라 올라갔음을 짐작할 수 있다. 도쿄 외에 오사카, 나고야 등 일본 6대 도시 및 6대 도시 이외 도시지역의 지가 추이를 보면 도쿄권과는 달리 1990년까지 지속적으로 지가가 상승한 뒤 1991년까지 상승세가 꺽이다가 폭락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도쿄의 상승이 마무리된 1988년 이후 다른 도시들이 뒤늦게 따라 올랐음을 알 수 있다.


이를 종합해보자. 집값 상승기 때는 도쿄 외곽을 비롯한 전국 도시의 부동산 가격이 도쿄 23구의 패턴을 2년 정도 시차를 두고 따라 올랐다. 반면 하락기에는 함께 폭락세로 접어든 것으로 나타난다.


도쿄 23구를 서울 강남으로 보고, 광역도쿄권을 수도권으로 보면 한국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아래<도표2>를 참고로 서울 강북지역과 강남지역, 수도권 지역의 집값 추이를 보자. 서울 강남 지역이 먼저 올라 고점에서 멈춰 있는 사이 강북지역 집값도 따라 오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경기도는 서울에 비해 상승폭은 완만하지만 서울 강남 집값과 연동성이 강한 분당, 과천, 평촌, 용인 등 ‘버블 세븐’ 지역이 포진해 서울 강남지역 집값과 비슷한 상승 패턴을 보였다. 서울 강남 지역과 버블 세븐 중심의 경기도 집값 상승이 멈추자 투기 수요는 좀 더 외곽지역인 서울 강북과 인천으로 옮겨갔다. 겉으로는 뉴타운과 재개발 재건축 등 각종 개발계획을 소재로 삼았다. 그래서 서울 강북과 인천은 2007년 이후부터 2008년 상반기까지 계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일본 도쿄가 상승세를 멈춘 3년 동안 도쿄 외곽 지역이 오른 것과 비슷한 패턴인 것이다. 필자는 서울 강남을 용머리로, 주변부를 용꼬리로 비유해 집값 상승과 하강 패턴을 설명하는데 그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주)국민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하지만 2008년 하반기 이후 수도권 집값은 동시에 급락세를 나타냈다. 사실 이 상태로 집값이 죽 떨어지는 것이 정상이었다. 하지만, 부동산 부양에 정권의 사활을 걸고 있는 정권의 힘으로 일시적 반등세가 연출됐다. 하지만 이 같은 반등세는 지속되기 어렵다는 것이 이미 드러나고 있다. 


일본에서도 부동산 거품이 쉽게 꺼지지 않았다. 도쿄의 부동산 가격도 정점에서 3~4년가량 버텼지만, 결국 거품 붕괴의 압력에 무너지고 말았다. 2007년부터 계산해서 서울 강남이 1년반을 버티다 하락했다가 다시 반등했지만 이제 또 다시 가라앉고 있다.  서울 강북이나 다른 수도권 지역도 함께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제라도 부동산 거품에서 헤어나 한국경제를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경제구조로 만드는 작업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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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3. 13. 0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