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북풍'과 '노풍'이라는 중앙정치 차원의 세몰이로 지자체의 재원 사용에 관한 협치구조를 만드는 지방선거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지방재정 상태의 문제점을 진단해보는 시리즈를 연재하고자 합니다. 오늘은 그 마지막인 다섯번째 순서입니다. 참고로, 앞선 글들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북풍? 노풍? 문제는 지방재정이야, 이 바보들아!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1004652

 

급전직하하는 지방 재정자립도, 당신의 삶이 흔들린다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1006644&RIGHT_DEBATE=R3

 

서울시 예산 21조, 어떻게 쓰이는지 아는가?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25&articleId=254638&RIGHT_DEBATE=R10

 

삽질 남발에 공기업 부채도 급증, 2012년이 위험하다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25&articleId=255259

 

 

 

전국 지자체의 재정 상태가 빠르게 악화되고 복지와 문화, 교육 분야의 사회적 투자 요구가 커지고 있는데도 여전히 각 지자체들이 각종 개발사업에 무분별하게 나서며 예산을 탕진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한 마디로 말하자면 지자체의 정책 틀이 과거 3,40년 전의 개발연대에 비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개발연대에는 도로, 항만, 공항, 철도 등 각종 기반시설 등 사회간접자본(SOC)이 턱없이 부족한 시절이었다. 따라서 이 같은 SOC를 확충하는 것이 경제 발전을 위해서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였다. SOC 확충 등을 전제로 한 대규모 토건사업들은 전후방 연계효과를 통해 그 자체로 경제 성장에 큰 기여를 해왔음은 물론이다. 대규모 토건사업들은 즉각적인 경기부양 효과를 가져왔고,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이 가시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생활상의 변화를 가져오기도 했다. 또한 SOC 확충은 교통편의 확대 등 삶의 질을 단기간에 끌어올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지금도 개발연대의 급속한 경제성장을 경험한 세대에게는 개발사업=경제발전=삶의 질 향상이라는 등식이 뿌리 깊이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각종 SOC가 확충돼 공항과 도로, 항만 등 대부분의 시설이 이미 충분히 갖춰졌거나 과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개발사업이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효과는 크게 줄어들고 있다. 또한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중후장대형의 시설투자를 중심으로 하는 자본집약적 산업구조에서 첨단기술과 고부가가치 지식서비스 위주의 산업구조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개발연대식의 토건사업의 경제적 효과는 크게 감소하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은 과거 토건국가라 불리던 일본을 훨씬 능가해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은 건설업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중앙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지자체 역시 개발연대 시절의 토건사업 위주로 정책에 막대한 재정을 쏟아 붓고 있는 것이다. 토건사업 위주의 개발사업에 지나치게 많은 재정이 투입되면서 지식정보화와 첨단기술 개발, 교육 및 사회복지 등 소프트 부문에 대한 투자 여력을 소진시켜 한국의 성장 잠재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

 

이를 간단히 설명하기 위해 토건사업과 지식서비스업, 두 가지 산업에만 자원을 배분할 수 있는 경제에서 경제구조 변화에 따라 자원 배분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를 생각해보자. 이를 위해 두 산업에 배분할 수 있는 자원은 100이라고 가정하자. 먼저 토건사업에 75, 지식서비스업에 25를 쓸 때 경제 발전에도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국민경제 전체의 효용, 즉 후생수준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경우가 개발연대 시절의 자원배분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토건사업에 25, 지식서비스업에 75를 쓸 때 경제 발전에도 가장 효과적이면서 국민들의 후생 수준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경우가 현대의 첨단지식정보화시대의 자원배분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의 한국경제는 후자와 같은 자원 배분을 해야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개발연대 시절의 관성이 강하게 남아 각종 토건사업에 여전히 60, 지식서비스업에 40 정도의 자원이 배분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개발연대 시절에 비해서는 25에서 40으로 지식서비스업에 자원이 좀더 배분되고는 있으나 자원의 최적배분 면에서 볼 때 여전히 토건사업에는 과도하게, 지식서비스업에는 과소하게 자원이 배분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식의 자원 배분은 국민경제의 잠재력을 극대화하지 못하게 하고 비효율적으로 자원을 탕진하는 한편 결과적으로 국민경제 전체의 후생 수준도 시간이 갈수록 떨어뜨린다.

 

이처럼 개발연대 시절의 자원배분 방식이 강력히 남아 있는 것은 개발연대 시절의 정부주도 정책 및 제도 등의 틀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시대가 변하고 경제상황이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 및 제도의 틀이 바뀌지 않았다는 것은 사람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관료적 틀은 여전히 개발연대 시절의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개발연대 초기 정부산하 공기업들과 재벌기업들을 중심으로 차관 등 제한된 자본을 배정해 특정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개발사업들을 추진하는 방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정부 관료들과 산하 공기업은 한 덩어리로 움직이게 됐고, 재벌기업 등 업계와도 강력한 유착 아래 정책과 제도가 결정돼 추진됐다.

 

더욱이 외환위기 이후 무분별하게 이른바 민간 방식을 효율성이라는 명분하에 공적 부문에 무리하게 도입하다 보니 정부와 민간의 역할이 명확히 정립되기는커녕 오히려 뒤죽박죽이 돼버렸다. 심지어는 민간이 주요 정책결정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각종 정부 태스크포스 조직을 보면 사실상 민간기업 직원들이 정부 조직에 파견돼 규제 완화의 구체적 내용을 입안하고 결정하고 있다. 또한 민간기업의 기법을 파악한다는 취지로 아예 정부 관료들이 민간기업에 2~3년간 파견돼 해당기업 직원으로 고액의 연봉을 받고 형식적으로 일하는 제도를 버젓이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제도는 관료적 행정을 바꾸는데 기여하기보다는 사실상 정부와 민간이 유착하거나 민간이 대정부 로비 창구를 제도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공공과 민간의 역할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고 민간과의 유착이 당연시돼버리다 보니 정치 민주화가 진전됐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정책결정 과정에서 일반 소비자 내지는 국민들의 의사보다는 이해관계를 가진 업계의 업자들이 훨씬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업자들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데는 중앙정부는 물론 각 지자체 관료들의 전문성과 도덕성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인재들을 폭넓게 공직에 채용하는 선진 각국과 달리 시대착오적인 고시제도나 획일적인 공무원 임용시험의 틀 속에서 채용된 공무원들이 해당 분야 민간기업의 전문성을 쫓아갈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주요 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민간기업에 구체적인 방안을 의존하는 경우가 일상화되어 왔다. 특히 지자체의 특성상 각종 도시계획과 관련한 사업들이 많은데, 지자체들은 각종 도시계획상의 세부 개발계획을 짜거나 세부 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도 이해관계를 가진 업체들에게 용역을 주거나 아예 실시방안까지 짜오도록 해서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서울시가 역점을 두어 추진하는 디자인서울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남산르네상스 사업의 경우도 특정 건축사무소가 마련한 마스터플랜을 기본 컨셉으로 해서 추진하고 있다. 수많은 서울시민들이 이용하는 공간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시민들의 여론이나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심층적으로 반영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은 거의 없다. 설사 공청회 등을 연다고 해도 이미 마련한 정책안을 추진하기 위한 요식절차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것들을 서울시장은 남산르네상스한강르네상스니 하는 식으로 포장해서 어느 날 갑자기 대외적으로 발표한다.

 

일반적으로 제대로 된 정책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정책 기획(plan)-집행(do)-평가(see)의 과정을 거쳐 체계적으로 진행돼야 하며 한 사업이 끝나면 다시 피드백을 거쳐 차후의 정책 품질을 높일 수 있도록 진행돼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정책기획 단계에서 정책 목표를 명확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수립하고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정책 수단들을 강구해야 한다. 또한 정책 집행단계에서는 필요한 정책 수단들과 자원을 투입(input)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과정(process)을 거쳐 정책 목표에 걸맞은 바람직한 결과(outcome)를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시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 확대와 같은 결과는 상당히 추상적일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은 결과를 구체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지표인 산출물(output), 예를 들면 시민들의 공연관람 회수의 증가나 공공도서관 대출 횟수 증가 등을 내세우기도 한다. 이 같은 집행 과정이 끝나면 최종 산출물이나 정책 결과를 당초의 정책 목표와 비교해 엄밀하게 사후 평가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미 상당수 국가에서는 이처럼 결과 지향적인(outcome-oriented) 행정체계를 통해 정부시스템 개혁을 이룬 나라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중앙정부뿐만 지자체들 대부분이 정책목표에 상응하는 바람직한 산출물이 나오는 지와는 관계없이 과거 개발연대 방식의 콘크리트 토건 사업 및 시설 확충에만 치중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글에서 거론한 바 있는 한강 예술섬과 같은 사업은 일견 정책사업을 한다는 모양새를 낼 수 있고 대중이나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쉽기 때문에 해당 관료는 일 잘하는 것으로 평가 받기 쉽다. 그래서 전시행정의 콘크리트 토건사업들이 남발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한강 예술섬이 건립된 뒤 공연문화를 활성화하고 일반인들의 문화예술적 수준을 끌어올리고 풍부하게 하는 일에는 예산이 충분히 배정되지 않고 뒷전으로 밀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책에 대한 사후평가 기능이 거의 없기 때문에 한강 예술섬이 운영 면에서 만성적자에 빠지거나 당초의 정책목표 달성과는 거리가 멀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업을 벌인 선임자가 그 자리를 떠나 버리면 그만이며 후임자가 뒤치닥거리를 하는 경우도 많다. 결국 한강 예술섬과 같은 사업은 당초 설정한 목표의 달성에 관계없이 채 토건사업으로 끝나버리거나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같은 예산을 들여 공연예술가들의 예술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시민들이 좀더 저렴한 가격에 이들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훨씬 직접적으로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설건립 사업으로 끝나버릴 공산이 상당한 것이다. 

 

앞에서 본 것처럼 각 지자체의 예산사업 내역을 보면 사업이름만으로는 일견 소프트웨어사업 예산이 크게 증가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속 내용을 뜯어보면 여전히 하드웨어 위주의 사업이 과도하게 편성되고 있다. 이처럼 정책의 기획-집행-평가 체계를 제대로 확립하지 않고 전시행정 위주로 추진하다 보니 서울시의 디자인 서울 사업처럼 취지가 좋고 필요한 사업조차도 도시의 품격을 올리고 시민들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기보다는 그저 업자를 위한 토건사업들로 바뀌어 버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 같은 예산 낭비는 개발연대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관료시스템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지자체장의 정치적 전시행정 수요와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자체장은 자신의 임기 내에 주민들 눈에 띠는 가시적 사업을 추진해 재선 등에 활용하려는 정치적 욕구가 작용한다. 지자체 관료들 역시 실적을 눈으로 보여줄 수 있는 시설물 건립사업을 선호한다. 뿐만 아니라 각종 개발사업에 강한 이해관계를 가진 지역 토호들이 지자체장이 되거나 지방의회 등을 장악하면서 이권을 추구하고 음성적으로 뇌물을 수수하는 것도 이들 하드웨어 위주의 사업예산이 낭비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각 지자체가 앞다투어 호화청사를 짓거나 비슷비슷한 온갖 첨단사업 명칭을 내건 산업단지 조성계획을 내걸고 각종 스포츠대회 및 경주대회를 개최한다면서 대형 운동장이나 컨벤션센터 등을 만들지만 정작 시민들의 삶과는 대부분 무관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지자체장의 정치적 이해와 관료들의 개발연대 사업방식이 일치해 벌어진 대표적 사업으로 영어마을사업을 들 수 있다. 몇 년 전 당시 학규 경기도지사의 정치적 욕구에 따라 시작된 영어마을사업은 초기에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에 각 광역지자체들이 앞다투어 비슷한 사업을 펼쳤다. 영어마을사업은 당초 국내에서 외국과 비슷한 환경에서 초중학생들이 영어를 배울 수 있도록 해 조기유학에 따른 외화낭비를 막는다는 것이 사업 목표였다. 이를 위해 대규모 영어마을을 건설하느라고 한 곳당 수백 억원씩 예산을 투입했고 전국적으로는 수천억원의 예산을 쓴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적지 않은 수업료 부담과 실력 있는 강사 확보 실패로 당초 목표했던 학생들의 영어 수준 향상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적자투성이로 애물단지로 전락해버렸다. 차라리 같은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각 지자체의 학교에 원어민 강사를 두 배로 늘리거나 상대적으로 영어를 습득할 기회가 적은 저소득층 학생들을 중심으로 수업료를 경감해주는 쿠폰으로 지급했다면 더 적은 예산으로 더 좋은 성과를 올렸을 지도 모른다. 전국 곳곳에서 영어마을이라는 시설이 생겨나 해당 지자체장이나 관료들이 당장은 전시행정의 성과를 남긴 것처럼 보였지만 정작 궁극적인 정책 대상인 학생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으며 적자운영으로 애물단지가 된 것이다.

 

이것은 그나마 나은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는 지식서비스산업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개발연대 방식으로 추진된 사업들은 오히려 당초 정책 목표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서울시가 지난해 첫 정책 방향을 발표한 데 이어 올초 마포구 서교동과 동교동 등 홍익대 일대를 포함한 74개발진흥지구(산업뉴타운)으로 지정한 것이다. 서울시는 이들 지역에 대해 각 지역산업 특성에 맞는 업종을 집중 육성하고 입주업체에는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마포구는 이에 발맞춰 올해 735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마포DCF (Design Core Facilities)를 건립하는 한편 1,00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상업시설, 지원시설 등이 들어서는 기반시설과 주변 지상가로를 정비한다고 발표했다. 예산사업의 대부분이 예술 창작 활동과 같은 직접적인 지원보다는 개발계획 발표와 시설물 조성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서울시와 마포구의 정책은 오히려 홍대 앞에서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문화예술 생태계를 파괴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디자인 거리 등 홍대 일대를 개발하는 각종 정책을 내놓자 이 일대에서 일하는 디자인 및 예술분야 종사자들이 임대료 급등으로 현장을 떠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홍대 앞 예술거리가 시간이 갈수록 대규모 상권으로 변모하면서 값비싼 임대료를 부담하지 못하고 인근의 망원동과 합정동 일대로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이들 지역이 개발계획에 포함되자 또 다시 더 먼 곳으로 떠나고 있는 것이다. 예술가들이 모여 열었던 조그만 갤러리나 공방들이 음식점이나 주점으로 대체되는 것도 전혀 무리가 아니다. 이들 지역의 문화예술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서는 이 일대에서 살고 있는 배 고픈 아티스트들이 안정적으로 예술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창작 활동을 직접 지원하는 일이 가장 시급한데도 서울시와 마포구는 건물을 짓고, 용적률과 건폐율, 높이제한 등 개발규제를 완화해 임대료만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작 홍대 앞 예술가들은 서울시의 정책을 반대하는 반면 건물주들과 부동산 업계만 이를 반기고 있다.

 

서울시가 문화시정창조경제를 내세우지만 사실은 문화와 창조성의 진정한 의미를 제대로 모르고 있다. 창조적 계급의 부상(The Rise of Creative Class)으로 경제지리학 분야에서 큰 주목을 받은 리처드 플로리다 토론토대 경영대학 교수는 경제발전의 3T라고 불리는 기술(technology)과 함께 재능을 가진 인재(talent)와 관용(tolenrence)을 강조했다. 그는 지역의 경제적 발전은 다양하고 관대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에 개방적인 지역을 선호하는 창조적인 사람들에 의해 촉진된다사람들의 지역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같은 창조경제의 진면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도시개발 정책이 오히려 중장기적으로 도시의 발전을 저해한 사례로 미국 피츠버그시를 예로 들었다. 피츠버그시는 카네기멜론대를 바탕으로 뛰어난 인재들이 배출되고 1980년대 이전에 미국의 철강산업, 알루미늄산업, 전기산업이 매우 활발했던 도시였다. 특히 워싱턴하우스, 유에스스틸, 알코아 등 대기업들의 R&D센터가 자리잡아 한때 세계적인 산업혁신의 중심지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피츠버그는 철강산업 등의 쇠퇴와 함께 빠르게 몰락했다. 플로리다 교수는 피츠버그 시의 쇠퇴 원인 가운데 하나로 과도한 재개발을 꼽았다. 피츠버그시 당국이 공동체 문화가 살아 있던 지역을 낙후된 지역으로 지정해 대규모 재개발을 실시해 도로가 많은 교통 순환선으로 둘러싸인 밋밋한 쇼핑몰 스타일의 단지로 대체했고, 결국 그 지역의 거대한 창조적 공동체는 뚜렷한 소규모 집단주거지로 쪼개지고 분열되었다고 설명했다. 피츠버그시는 1990년대 말에 2개의 새로운 스포츠 경기장과 컨벤션센터 건립을 위해 10억 달러를 지출했는데 그는 이를 두고 그 지역의 진정한 건축물을 교외의 쇼핑몰에서 찾을 수 있는 일반상표로 대체함으로써 파괴하고 태우는 재개발 전략을 계속 장려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시가 홍대 앞의 문화 생태계에 대해서도 사실상 이와 똑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창조성의 인적, 문화적 토대를 활성화하기보다는 물리적인 인프라 구축에 더욱 열을 올리며 자연스럽게 형성된 문화공동체마저 파괴하며 흩뜨리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뿐만 아니라 이 같은 양태는 전국적으로 거의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앞에서 본 것처럼 지자체의 재정상황이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고, 중앙정부의 감세정책과 무리한 토건부양책이 지자체 재정악화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지자체의 재정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서 정부의 무분별한 감세정책을 바로잡고 대규모 불요불급한 토건사업 남발을 줄이는 등 세입세출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이 같은 세입세출 구조조정은 현재의 행정시스템 변화와 함께 병행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처럼 업자들을 끼고 정책을 결정하는 구조가 아니라 보다 폭넓게 시민들의 여론과 사심 없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정책에 반영되는 구조가 형성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예산편성 과정에서부터 시민들의 정책 수요를 반영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며, 시민들이 예산의 상당 부분을 직접 요구하고 편성할 수 있는 참여예산제를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적절한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한 공무원들을 평가할 수 있도록 주요 정책에 대해서는 정책실명제를 도입해 정착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경제구조와 시대 상황에 걸맞은 방식으로 공무원 채용 방식과 성과 평가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고시나 공무원 시험 등을 통해 전문성이 없이 일률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을 채용하기보다는 서구의 공무원 채용 방식처럼 각계 분야에서 전문성과 경력을 쌓은 사람들이 폭넓게 채용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또 투입이 아닌 결과 지향적인 방식으로 사후 평가를 철저히 하고 이를 인사고과에 반영할 수 있도록 조직과 인사 체계를 바꿔야 한다.

 

물론 관료 시스템의 변화 못지 않게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 구조를 바꾸거나 일반 시민들이 단순한 개발 욕구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문제를 정치적으로 제기하고 해결을 요구할 수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각 지자체들이 앞다투어 각종 명분을 내세워 콘크리트 정책 사업을 남발할 뿐이며 결국에는 시민들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지 못한 채 소중한 재원들만 낭비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뿐이다.

 

 

 

트위터를 하시는 분들은 http://twitter.com/kennedian3로 저를 팔로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트위터를 지난해 하반기부터 개설했지만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주부터입니다. 향후 제가 아고라와 제 블로그(다음뷰), 오마이뉴스, 네이버 부동산, 한겨레신문 등에 연재하는 글뿐만 아니라 각종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합해서 매일 소개할 생각입니다. 참고바랍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6. 1. 06:21

  

안녕하세요. 선대인 부소장입니다. 어제 MBC 시사매거진 2580에서 방영한 ‘버블 붕괴의 시작인가’편을 잘 보았습니다. 사실 본방송은 보지 못하고 MBC 동영상을 통해 보았습니다. 일주일 전쯤 이번 방송분을 담당한 신기원 기자님께서 인터뷰를 요청하셨기에 일부러 챙겨 보았습니다.


우선 짧은 시간에 많은 내용을 취재했다는 느낌은 들지만 역시나 우려했던 대로 피상적 보도에 그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물론 최근의 미분양 사태 및 미입주사태에 대해서 짚고 이 과정에서 무리하게 빚을 내 투자했던 가계들의 실태를 보여줌으로써 일정하게 많은 시청자들의 경각심을 높였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상당수 신문 보도들처럼 부동산 광고에 눈이 어두워 선동보도를 한 것은 아님이 확실합니다.


하지만 어제 방송 내용을 보고 역시 신기자님이 인터뷰 요청을 해왔을 때 거절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처음 인터뷰 요청을 하셨을 때부터 서로 대척점에 놓인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맞세워서 흥미 위주의 보도를 할 것 같아서였습니다. 그러면서 기자는 이런 주장, 이런 주장을 함께 소개했으니 판단은 시청자가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현재 부동산 시장 상황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으면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지 않는 것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차라리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흐름만 제대로 보여주라고 말씀드렸던 것입니다. 그런데 역시나 예상과 다르지 않게 끝에 가서 두 사람의 전문가를 맞세우는 식으로 구성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현재 부동산 문제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는 내용을 상당 부분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향후 좀 더 프로그램의 질을 높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바쁜 와중에도 이 공개편지를 쓰게 된 것입니다.


몇 가지만 간단히 코멘트 해보겠습니다.


먼저, 아무리 어떤 주장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사리에 맞지 않으면 언론은 그런 엉터리 주장을 걸러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언론이 수행해야 하는 합당한 사회적 필터링 기능입니다. 그런데 어제 방송에서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한양대 모 교수님께서 주장한 대로 부동산 버블 붕괴론과 같은 주장이 나왔다고 해서 심리적으로 위축돼 집값이 떨어졌다는 게 가능한가요? 해당 교수가 이야기한 버블론이 나온 3월 이후 실거래가가 떨어졌다는 것은 오비이락일 뿐, 그것이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런 버블 붕괴론 주장의 영향이 있었다면 이미 부동산시장의 체력이 바닥나있기에 그런 것입니다. 만약, 2005년, 2006년과 같은 부동산 급등기에 그런 경고가 나왔다고 해서 부동산 시장이 이렇게 급격히 무너질 수 있을 것 같은가요?


그리고 기자님이 직접 취재한 현장에서 볼 수 있듯이 빚을 지고 연체이자까지 물어가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입주하게 되는 사태가 당장 몇 달 사이에 나타난 현상이었나요? 이미 부동산 시장은 2007년 이후부터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그런 부동산 버블에 대한 경고가 없어서 올랐나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2007년 이후에도 집값이 오른다는 주장이 훨씬 많았는데, 왜 가라앉고 있나요? 지금도 이른바 대다수의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라고 쓰고 부동산 투기 선동가라고 읽습니다)라는 사람들은 지금의 하락이 일시적이며 올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에는 집값이 오른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집값이 버블이어서 내린다는 주장보다 양적으로는 훨씬 더 많습니다. 그렇다면 그 사람들이 주장하듯이 지금이 집을 살 적기인데, 왜 일반 가계는 집을 살 생각을 하지 않을까요?


또 우리 연구소를 비롯해서 그런 일부 연구기관의 발표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동산 부양책을 쓰고 있는 ‘강부자 정권’의 정책보다 더 강력하다는 말인가요? 그런 민간 연구기관들의 발표가 심리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면, 그것은 그런 발표들을 설득력 있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부동산시장의 엄혹한 현실이 있기 때문입니다. 현실이 몸통이요, 심리는 꼬리일 뿐이라는 것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이처럼 조금만 생각해 보면 한양대 모 교수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입니다. 이런 터무니없는 주장을 언론이 걸러주지 않으면 엉터리 주장이 계속 난무해 사람들의 판단력을 흐리게 되는 것입니다.


둘째. DTI규제를 선별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어제 방송 내용에서 주장했습니다. DTI규제는 가계소득을 넘어서서 각 가계에 무리하게 대출해 폭리를 취하는 금융기관들의 '약탈적 대출(predatory lending)' 관행을 막기 위한 금융소비자 보호 조치입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론 사태도 결국은 금융자유화 흐름 속에서 미국 금융기관들이 저소득층에게 무리하게 약탈적 대출을 일삼았기 때문에 비롯된 것입니다. 국내의 경우에도 금융기관의 부실을 막기 위한 LTV 규제에 비해 DTI규제는 너무 늦게 도입됐습니다. 그만큼 정부가 부동산 붐을 지속하면서도 금융기관은 일정하게 보호막을 치면서도 일반 가계에 대한 보호막은 매우 늦게 도입한 것입니다. 이마저도 2008년말 이후 풀었던 바람에 또 다시 지난해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뛰어든 가계들이 부지기수입니다. 그렇게 해서 지난 한 해에만 가계부채 45조원이 늘어났습니다. '부동산 연착륙'을 명목으로 내세웠지만, 결국 가계부채 45조원이라는 부동산 거품의 에너지만 키운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또 다시 선별적이기는 하지만 DTI규제를 완화하라고요. 지금 가계 부채가 800조원까지 늘어났는데, 또 다시 건설업체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가계 부채를 더 늘려야 한다는 겁니까? 지금 한국경제 위기의 핵심은 가계부채 위기이지 건설업계의 위기가 아닙니다. 건설업계는 주택시장이 침체에 빠져 있는데도 정부의 막대한 부양책에 힘입어 지난해 경우 부도업체수가 사상 최저를 기록했고, 평균 수주액은 사상 최고 수준이었습니다.


지금 사상 최저금리에 주택담보대출 만기 상환 연장에, 각종 미분양 해소책에 종부세, 양도세, 상속세 등 부동산 세금 감면 혜택에다가 이미 더 이상 건물이 들어설 수 없는 수준인 서울에 각종 재건축 용적률 완화, 연간 30조원의 건설공공사업 추가  등등 어디까지 풀어주고 떠받쳐 줘야 건설업계가 살아난다는 말입니까? 지금은 규제를 더 풀어 건설업계를 부양해줘야 하는 시점이 아니라 너무 부풀어 오른 집값 거품을 빼나가야 하는 시기입니다.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며 가계 부채 다이어트를 유도할 시기이지 부채를 더 늘려야 할 시기가 아닙니다. 더구나 부동산 거품은 DTI규제를 푼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셋째로, 주택 가격은 안정시키면서 거래는 활성화해야 한다고요. ‘가격 안정’을 ‘가격 하향 안정화’로 받아들여서 그 부분은 따로 문제 삼지 않겠습니다. 그런데 지금 주택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단순히 심리적인 것 때문에 그럴까요? 아닙니다. 지금 거래가 없는 것은 집값이 일반 가계의 소득 수준 대비 너무 높아 더 이상 집을 살 수 있는 여력이 거의 고갈됐기 때문입니다. 도요타 렉서스 자동차가 5000만원 하던 것이 1억원으로 뛰어버리면 수요가 확 줄어들고 공급은 늘어나듯이 지금의 주택시장도 그런 상황인 것입니다. 지금 국내 주택시장에서는 빚을 내서라도 지금의 높은 집값을 떠받쳐줄 수 있는 수요가 거의 고갈됐습니다. 마지막 남아 있던 잠재 수요마저도 지난해 부동산 거품을 띄우면서 거의 다 소진해 버렸습니다.


그리고 세계 어느 나라나 부동산 버블의 정점기나 버블 붕괴의 초기에는 이렇게 집값은 높이 유지되는 반면 거래는 확 줄어드는 부동산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일어납니다. 이처럼 주택 수요자가 고갈돼 있는데도 정부 부양책과 신문들의 선동책으로 잠재적 매도자들은 매도가 조정에 인색합니다. 여전히 실거래가 하락을 부인하고 부동산 정보업체들의 호가 위주 시세에 세뇌돼 있습니다. 또한 직간접적으로 수백조원의 부동산 및 건설 경기 부양책을 써서 살려준 건설업체들도 계속 과거처럼 투기심리를 불러일으켜 수요를 메울 수 있는 착각에 사로잡혀 여전히 고분양가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이런 높은 가격에서 더 이상 집을 사줄 수 있는 수요는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것입니다.


지금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는 것은 이처럼 정부와 언론 등이 나서서 자산시장의 가격 조절 메커니즘을 교란시켜 잠재적 매도자와 매수자의 기대가격 간에 매우 큰 괴리가 생겨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부동산 버블 붕괴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나마 남아 있는 수요도 주택시장에 뛰어들지 않는 것입니다.


결국 지금 단계에서는 가계 부채를 더 늘리고 국민 세금으로 건설업계를 더 도와주는 식의 임시 미봉책으로 주택 거래는 활성화되지 않습니다. 단적으로 정부가 4.23미분양 해소 대책을 내놓았지만 전혀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오히려 일정한 수준까지 자산시장의 가격 조절 메커니즘에 맡겨서 지금 남아 있는 수요자들이 반응할 수 있을 때까지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도록 하는 것이 오히려 거래를 가장 빨리 활성화하는 방법입니다. 자산시장의 가격 조절 메커니즘을 교란할수록 시장의 침체는 길어질 뿐입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한국경제가 파탄나는 상황은 막아야 하겠지만, 세계 어느 나라가 금융권도 아닌 건설업체를 먹여 살리기 위해 온갖 재정력과 행정력을 거품이 붕괴하기도 전에 다 써버리는 나라가 어디에 있습니까?


지금도 잔뜩 부풀어 오른 부동산 거품 때문에 신기자님 또래나 후배 학번들이 변변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집값이 너무 올라 결혼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새로운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미래의 사회 구성원이 태어나지 않는 나라가 무슨 미래를 기약할 수 있습니까? 부동산 거품이 결코 안고 갈 수 없는 ‘악성 종양’이라는 인식만 명확해도 어제 방송 내용과 같은 안이한 보도는 나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밖에도 언급하고 싶은 것은 몇 가지 더 있지만, 제가 다른 일로 바쁘기 때문에 이 정도에서 멈추겠습니다.


제가 기자님과의 통화에서도 말씀드린 바 있지만, 기자의 전문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신기자님이 과거에 리포트한 내용들을 보니 상당히 좋은 보도도 많이 한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님의 의도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주어진 여건 속에서 단기간 내에 취재하다 보니 섣불리 판단하기 어려웠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섣불리 결론을 내리려 하기보다는 현재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흐름만 잘 보여주면 시청자들이 얼마든지 판단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던 것입니다.


이처럼 기자가 해당 사안에 대해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고 겉핥기 보도를 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건설업계를 위해 국민경제를 희생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를 수도 있는 것입니다. 기자가 그렇게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말입니다. 또한  결과적으로 부동산 광고라는 이해관계에 직접적으로 얽매이지 않은 MBC가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언론들에 비해 전혀 차별화되지 않은 보도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갈수록 전문화하는 세상에서 언론사와 기자는 ‘올바른 관점’ 못지않게 그것을 뒷받침하는 전문성이 필요한 것입니다. 복잡다단한 현대사회에서 제대로 된 전문성이 없으면 언론의 객관성이나 공정성은 사상누각일 뿐입니다. 제가 전화 통화에서 아무리 갑자기 맡은 아이템이라 마음이 급하더라도 현재 부동산 시장에 대한 학습을 제대로 하고 취재에 임하라고 말씀드렸던 것도 그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제 방영 내용을 보면 그러지 못한 것 같아 유감입니다.


제가 이렇게 드리는 말씀은 부동산 문제에 대한 사심 없는 전문가로서뿐만 아니라 ‘올바른 언론의 길이 무엇인가’를 앞서 고민했고, 지금도 고민하고 있는 기자 선배로서도 드리는 고언으로 받아들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굳이 이렇게 공개적으로 말씀드리는 것은 이렇게 냉철한 평가를 받아야 향후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좀더 충실하고 깊이 있는 접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 점 잘 이해하시고 향후 취재활동을 하시는데 참고로 삼기를 바랍니다.


 

 

트위터를 하시는 분들은 http://twitter.com/kennedian3로 저를 팔로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트위터를 지난해 하반기부터 개설했지만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주부터입니다. 향후 제가 아고라와 제 블로그(다음뷰), 오마이뉴스, 네이버 부동산, 한겨레신문 등에 연재하는 글뿐만 아니라 각종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합해서 매일 소개할 생각입니다. 참고바랍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5. 31. 09:06

 

 

 6월 2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북풍'과 '노풍'이라는 중앙정치 차원의 세몰이로 지자체의 재원 사용에 관한 협치구조를 만드는 지방선거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지방재정 상태의 문제점을 진단해보는 시리즈를 연재하고자 합니다. 오늘은 그 네번째 순서입니다. 참고로, 앞선 글들은 제 블로그의 최근 글들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전국 지자체의 재정 상태가 빠르게 악화되고 복지와 문화, 교육 분야의 사회적 투자 요구가 커지고 있는데도 여전히 각 지자체들이 각종 개발사업에 무분별하게 나서며 예산을 탕진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한 마디로 말하자면 지자체의 정책 틀이 과거 3,40년 전의 개발연대에 비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개발연대에는 도로, 항만, 공항, 철도 등 각종 기반시설 등 사회간접자본(SOC)이 턱없이 부족한 시절이었다. 따라서 이 같은 SOC를 확충하는 것이 경제 발전을 위해서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였다. SOC 확충 등을 전제로 한 대규모 토건사업들은 전후방 연계효과를 통해 그 자체로 경제 성장에 큰 기여를 해왔음은 물론이다. 대규모 토건사업들은 즉각적인 경기부양 효과를 가져왔고,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이 가시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생활상의 변화를 가져오기도 했다. 또한 SOC 확충은 교통편의 확대 등 삶의 질을 단기간에 끌어올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지금도 개발연대의 급속한 경제성장을 경험한 세대에게는 개발사업=경제발전=삶의 질 향상이라는 등식이 뿌리 깊이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각종 SOC가 확충돼 공항과 도로, 항만 등 대부분의 시설이 이미 충분히 갖춰졌거나 과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개발사업이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효과는 크게 줄어들고 있다. 또한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중후장대형의 시설투자를 중심으로 하는 자본집약적 산업구조에서 첨단기술과 고부가가치 지식서비스 위주의 산업구조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개발연대식의 토건사업의 경제적 효과는 크게 감소하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은 과거 토건국가라 불리던 일본을 훨씬 능가해 OECD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은 건설업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중앙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지자체 역시 개발연대 시절의 토건사업 위주로 정책에 막대한 재정을 쏟아 붓고 있는 것이다. 토건사업 위주의 개발사업에 지나치게 많은 재정이 투입되면서 지식정보화와 첨단기술 개발, 교육 및 사회복지 등 소프트 부문에 대한 투자 여력을 소진시켜 한국의 성장 잠재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

 

이를 간단히 설명하기 위해 토건사업과 지식서비스업, 두 가지 산업에만 자원을 배분할 수 있는 경제에서 경제구조 변화에 따라 자원 배분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를 생각해보자. 이를 위해 두 산업에 배분할 수 있는 자원은 100이라고 가정하자. 먼저 토건사업에 75, 지식서비스업에 25를 쓸 때 경제 발전에도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국민경제 전체의 효용, 즉 후생수준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경우가 개발연대 시절의 자원배분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토건사업에 25, 지식서비스업에 75를 쓸 때 경제 발전에도 가장 효과적이면서 국민들의 후생 수준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경우가 현대의 첨단지식정보화시대의 자원배분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의 한국경제는 후자와 같은 자원 배분을 해야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개발연대 시절의 관성이 강하게 남아 각종 토건사업에 여전히 60, 지식서비스업에 40 정도의 자원이 배분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개발연대 시절에 비해서는 25에서 40으로 지식서비스업에 자원이 좀더 배분되고는 있으나 자원의 최적배분 면에서 볼 때 여전히 토건사업에는 과도하게, 지식서비스업에는 과소하게 자원이 배분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식의 자원 배분은 국민경제의 잠재력을 극대화하지 못하게 하고 비효율적으로 자원을 탕진하는 한편 결과적으로 국민경제 전체의 후생 수준도 시간이 갈수록 떨어뜨린다.

 

이처럼 개발연대 시절의 자원배분 방식이 강력히 남아 있는 것은 개발연대 시절의 정부주도 정책 및 제도 등의 틀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시대가 변하고 경제상황이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 및 제도의 틀이 바뀌지 않았다는 것은 사람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관료적 틀은 여전히 개발연대 시절의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개발연대 초기 정부산하 공기업들과 재벌기업들을 중심으로 차관 등 제한된 자본을 배정해 특정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개발사업들을 추진하는 방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정부 관료들과 산하 공기업은 한 덩어리로 움직이게 됐고, 재벌기업 등 업계와도 강력한 유착 아래 정책과 제도가 결정돼 추진됐다.

 

더욱이 외환위기 이후 무분별하게 이른바 민간 방식을 효율성이라는 명분하에 공적 부문에 무리하게 도입하다 보니 정부와 민간의 역할이 명확히 정립되기는커녕 오히려 뒤죽박죽이 돼버렸다. 심지어는 민간이 주요 정책결정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각종 정부 태스크포스 조직을 보면 사실상 민간기업 직원들이 정부 조직에 파견돼 규제 완화의 구체적 내용을 입안하고 결정하고 있다. 또한 민간기업의 기법을 파악한다는 취지로 아예 정부 관료들이 민간기업에 2~3년간 파견돼 해당기업 직원으로 고액의 연봉을 받고 형식적으로 일하는 제도를 버젓이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제도는 관료적 행정을 바꾸는데 기여하기보다는 사실상 정부와 민간이 유착하거나 민간이 대정부 로비 창구를 제도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공공과 민간의 역할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고 민간과의 유착이 당연시돼버리다 보니 정치 민주화가 진전됐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정책결정 과정에서 일반 소비자 내지는 국민들의 의사보다는 이해관계를 가진 업계의 업자들이 훨씬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업자들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데는 중앙정부는 물론 각 지자체 관료들의 전문성과 도덕성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인재들을 폭넓게 공직에 채용하는 선진 각국과 달리 시대착오적인 고시제도나 획일적인 공무원 임용시험의 틀 속에서 채용된 공무원들이 해당 분야 민간기업의 전문성을 쫓아갈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주요 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민간기업에 구체적인 방안을 의존하는 경우가 일상화되어 왔다. 특히 지자체의 특성상 각종 도시계획과 관련한 사업들이 많은데, 지자체들은 각종 도시계획상의 세부 개발계획을 짜거나 세부 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도 이해관계를 가진 업체들에게 용역을 주거나 아예 실시방안까지 짜오도록 해서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서울시가 역점을 두어 추진하는 디자인서울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남산르네상스 사업의 경우도 특정 건축사무소가 마련한 마스터플랜을 기본 컨셉으로 해서 추진하고 있다. 수많은 서울시민들이 이용하는 공간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시민들의 여론이나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심층적으로 반영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은 거의 없다. 설사 공청회 등을 연다고 해도 이미 마련한 정책안을 추진하기 위한 요식절차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것들을 서울시장은 남산르네상스한강르네상스니 하는 식으로 포장해서 어느 날 갑자기 대외적으로 발표한다.

 

일반적으로 제대로 된 정책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정책 기획(plan)-집행(do)-평가(see)의 과정을 거쳐 체계적으로 진행돼야 하며 한 사업이 끝나면 다시 피드백을 거쳐 차후의 정책 품질을 높일 수 있도록 진행돼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정책기획 단계에서 정책 목표를 명확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수립하고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정책 수단들을 강구해야 한다. 또한 정책 집행단계에서는 필요한 정책 수단들과 자원을 투입(input)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과정(process)을 거쳐 정책 목표에 걸맞은 바람직한 결과(outcome)를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시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 확대와 같은 결과는 상당히 추상적일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은 결과를 구체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지표인 산출물(output), 예를 들면 시민들의 공연관람 회수의 증가나 공공도서관 대출 횟수 증가 등을 내세우기도 한다. 이 같은 집행 과정이 끝나면 최종 산출물이나 정책 결과를 당초의 정책 목표와 비교해 엄밀하게 사후 평가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미 상당수 국가에서는 이처럼 결과 지향적인(outcome-oriented) 행정체계를 통해 정부시스템 개혁을 이룬 나라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중앙정부뿐만 지자체들 대부분이 정책목표에 상응하는 바람직한 산출물이 나오는 지와는 관계없이 과거 개발연대 방식의 콘크리트 토건 사업 및 시설 확충에만 치중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글에서 거론한 바 있는 한강 예술섬과 같은 사업은 일견 정책사업을 한다는 모양새를 낼 수 있고 대중이나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쉽기 때문에 해당 관료는 일 잘하는 것으로 평가 받기 쉽다. 그래서 전시행정의 콘크리트 토건사업들이 남발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한강 예술섬이 건립된 뒤 공연문화를 활성화하고 일반인들의 문화예술적 수준을 끌어올리고 풍부하게 하는 일에는 예산이 충분히 배정되지 않고 뒷전으로 밀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책에 대한 사후평가 기능이 거의 없기 때문에 한강 예술섬이 운영 면에서 만성적자에 빠지거나 당초의 정책목표 달성과는 거리가 멀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업을 벌인 선임자가 그 자리를 떠나 버리면 그만이며 후임자가 뒤치닥거리를 하는 경우도 많다. 결국 한강 예술섬과 같은 사업은 당초 설정한 목표의 달성에 관계없이 채 토건사업으로 끝나버리거나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같은 예산을 들여 공연예술가들의 예술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시민들이 좀더 저렴한 가격에 이들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훨씬 직접적으로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설건립 사업으로 끝나버릴 공산이 상당한 것이다. 

 

앞에서 본 것처럼 각 지자체의 예산사업 내역을 보면 사업이름만으로는 일견 소프트웨어사업 예산이 크게 증가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속 내용을 뜯어보면 여전히 하드웨어 위주의 사업이 과도하게 편성되고 있다. 이처럼 정책의 기획-집행-평가 체계를 제대로 확립하지 않고 전시행정 위주로 추진하다 보니 서울시의 디자인 서울 사업처럼 취지가 좋고 필요한 사업조차도 도시의 품격을 올리고 시민들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기보다는 그저 업자를 위한 토건사업들로 바뀌어 버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 같은 예산 낭비는 개발연대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관료시스템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지자체장의 정치적 전시행정 수요와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자체장은 자신의 임기 내에 주민들 눈에 띠는 가시적 사업을 추진해 재선 등에 활용하려는 정치적 욕구가 작용한다. 지자체 관료들 역시 실적을 눈으로 보여줄 수 있는 시설물 건립사업을 선호한다. 뿐만 아니라 각종 개발사업에 강한 이해관계를 가진 지역 토호들이 지자체장이 되거나 지방의회 등을 장악하면서 이권을 추구하고 음성적으로 뇌물을 수수하는 것도 이들 하드웨어 위주의 사업예산이 낭비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각 지자체가 앞다투어 호화청사를 짓거나 비슷비슷한 온갖 첨단사업 명칭을 내건 산업단지 조성계획을 내걸고 각종 스포츠대회 및 경주대회를 개최한다면서 대형 운동장이나 컨벤션센터 등을 만들지만 정작 시민들의 삶과는 대부분 무관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지자체장의 정치적 이해와 관료들의 개발연대 사업방식이 일치해 벌어진 대표적 사업으로 영어마을사업을 들 수 있다. 몇 년 전 당시 학규 경기도지사의 정치적 욕구에 따라 시작된 영어마을사업은 초기에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에 각 광역지자체들이 앞다투어 비슷한 사업을 펼쳤다. 영어마을사업은 당초 국내에서 외국과 비슷한 환경에서 초중학생들이 영어를 배울 수 있도록 해 조기유학에 따른 외화낭비를 막는다는 것이 사업 목표였다. 이를 위해 대규모 영어마을을 건설하느라고 한 곳당 수백 억원씩 예산을 투입했고 전국적으로는 수천억원의 예산을 쓴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적지 않은 수업료 부담과 실력 있는 강사 확보 실패로 당초 목표했던 학생들의 영어 수준 향상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적자투성이로 애물단지로 전락해버렸다. 차라리 같은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각 지자체의 학교에 원어민 강사를 두 배로 늘리거나 상대적으로 영어를 습득할 기회가 적은 저소득층 학생들을 중심으로 수업료를 경감해주는 쿠폰으로 지급했다면 더 적은 예산으로 더 좋은 성과를 올렸을 지도 모른다. 전국 곳곳에서 영어마을이라는 시설이 생겨나 해당 지자체장이나 관료들이 당장은 전시행정의 성과를 남긴 것처럼 보였지만 정작 궁극적인 정책 대상인 학생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으며 적자운영으로 애물단지가 된 것이다.

 

이것은 그나마 나은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는 지식서비스산업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개발연대 방식으로 추진된 사업들은 오히려 당초 정책 목표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서울시가 지난해 첫 정책 방향을 발표한 데 이어 올초 마포구 서교동과 동교동 등 홍익대 일대를 포함한 74개발진흥지구(산업뉴타운)으로 지정한 것이다. 서울시는 이들 지역에 대해 각 지역산업 특성에 맞는 업종을 집중 육성하고 입주업체에는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마포구는 이에 발맞춰 올해 735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마포DCF (Design Core Facilities)를 건립하는 한편 1,00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상업시설, 지원시설 등이 들어서는 기반시설과 주변 지상가로를 정비한다고 발표했다. 예산사업의 대부분이 예술 창작 활동과 같은 직접적인 지원보다는 개발계획 발표와 시설물 조성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서울시와 마포구의 정책은 오히려 홍대 앞에서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문화예술 생태계를 파괴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디자인 거리 등 홍대 일대를 개발하는 각종 정책을 내놓자 이 일대에서 일하는 디자인 및 예술분야 종사자들이 임대료 급등으로 현장을 떠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홍대 앞 예술거리가 시간이 갈수록 대규모 상권으로 변모하면서 값비싼 임대료를 부담하지 못하고 인근의 망원동과 합정동 일대로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이들 지역이 개발계획에 포함되자 또 다시 더 먼 곳으로 떠나고 있는 것이다. 예술가들이 모여 열었던 조그만 갤러리나 공방들이 음식점이나 주점으로 대체되는 것도 전혀 무리가 아니다. 이들 지역의 문화예술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서는 이 일대에서 살고 있는 배 고픈 아티스트들이 안정적으로 예술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창작 활동을 직접 지원하는 일이 가장 시급한데도 서울시와 마포구는 건물을 짓고, 용적률과 건폐율, 높이제한 등 개발규제를 완화해 임대료만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작 홍대 앞 예술가들은 서울시의 정책을 반대하는 반면 건물주들과 부동산 업계만 이를 반기고 있다.

 

서울시가 문화시정창조경제를 내세우지만 사실은 문화와 창조성의 진정한 의미를 제대로 모르고 있다. 창조적 계급의 부상(The Rise of Creative Class)으로 경제지리학 분야에서 큰 주목을 받은 리처드 플로리다 토론토대 경영대학 교수는 경제발전의 3T라고 불리는 기술(technology)과 함께 재능을 가진 인재(talent)와 관용(tolenrence)을 강조했다. 그는 지역의 경제적 발전은 다양하고 관대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에 개방적인 지역을 선호하는 창조적인 사람들에 의해 촉진된다사람들의 지역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같은 창조경제의 진면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도시개발 정책이 오히려 중장기적으로 도시의 발전을 저해한 사례로 미국 피츠버그시를 예로 들었다. 피츠버그시는 카네기멜론대를 바탕으로 뛰어난 인재들이 배출되고 1980년대 이전에 미국의 철강산업, 알루미늄산업, 전기산업이 매우 활발했던 도시였다. 특히 워싱턴하우스, 유에스스틸, 알코아 등 대기업들의 R&D센터가 자리잡아 한때 세계적인 산업혁신의 중심지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피츠버그는 철강산업 등의 쇠퇴와 함께 빠르게 몰락했다. 플로리다 교수는 피츠버그 시의 쇠퇴 원인 가운데 하나로 과도한 재개발을 꼽았다. 피츠버그시 당국이 공동체 문화가 살아 있던 지역을 낙후된 지역으로 지정해 대규모 재개발을 실시해 도로가 많은 교통 순환선으로 둘러싸인 밋밋한 쇼핑몰 스타일의 단지로 대체했고, 결국 그 지역의 거대한 창조적 공동체는 뚜렷한 소규모 집단주거지로 쪼개지고 분열되었다고 설명했다. 피츠버그시는 1990년대 말에 2개의 새로운 스포츠 경기장과 컨벤션센터 건립을 위해 10억 달러를 지출했는데 그는 이를 두고 그 지역의 진정한 건축물을 교외의 쇼핑몰에서 찾을 수 있는 일반상표로 대체함으로써 파괴하고 태우는 재개발 전략을 계속 장려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시가 홍대 앞의 문화 생태계에 대해서도 사실상 이와 똑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창조성의 인적, 문화적 토대를 활성화하기보다는 물리적인 인프라 구축에 더욱 열을 올리며 자연스럽게 형성된 문화공동체마저 파괴하며 흩뜨리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뿐만 아니라 이 같은 양태는 전국적으로 거의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앞에서 본 것처럼 지자체의 재정상황이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고, 중앙정부의 감세정책과 무리한 토건부양책이 지자체 재정악화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지자체의 재정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서 정부의 무분별한 감세정책을 바로잡고 대규모 불요불급한 토건사업 남발을 줄이는 등 세입세출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이 같은 세입세출 구조조정은 현재의 행정시스템 변화와 함께 병행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처럼 업자들을 끼고 정책을 결정하는 구조가 아니라 보다 폭넓게 시민들의 여론과 사심 없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정책에 반영되는 구조가 형성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예산편성 과정에서부터 시민들의 정책 수요를 반영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며, 시민들이 예산의 상당 부분을 직접 요구하고 편성할 수 있는 참여예산제를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적절한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한 공무원들을 평가할 수 있도록 주요 정책에 대해서는 정책실명제를 도입해 정착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경제구조와 시대 상황에 걸맞은 방식으로 공무원 채용 방식과 성과 평가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고시나 공무원 시험 등을 통해 전문성이 없이 일률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을 채용하기보다는 서구의 공무원 채용 방식처럼 각계 분야에서 전문성과 경력을 쌓은 사람들이 폭넓게 채용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또 투입이 아닌 결과 지향적인 방식으로 사후 평가를 철저히 하고 이를 인사고과에 반영할 수 있도록 조직과 인사 체계를 바꿔야 한다.

 

물론 관료 시스템의 변화 못지 않게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 구조를 바꾸거나 일반 시민들이 단순한 개발 욕구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문제를 정치적으로 제기하고 해결을 요구할 수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각 지자체들이 앞다투어 각종 명분을 내세워 콘크리트 정책 사업을 남발할 뿐이며 결국에는 시민들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지 못한 채 소중한 재원들만 낭비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뿐이다.

 

 

 

트위터를 하시는 분들은 kennedian3로 저를 팔로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트위터를 지난해 하반기부터 개설했지만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주부터입니다. 향후 제가 아고라와 제 블로그(다음뷰), 오마이뉴스, 네이버 부동산, 한겨레신문 등에 연재하는 글뿐만 아니라 각종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합해서 매일 소개할 생각입니다. 참고바랍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5. 29. 08:18

최근 제목 또는 부제에서 '대폭락'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기사들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참고로, 아래에 링크는 걸지만 안 읽으시는 게 사시는데 더 도움되실 것입니다. 

 

주간조선: 부동산 대폭락 오나

http://weekly.chosun.com/

 

SBS 뉴스추적: 집값 대폭락 오나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6&oid=001&aid=0003292672

 

신동아 6월호

http://shindonga.donga.com/

 

이코노미스트(중앙일보 계열): 추락하는 주택 가격 날개는 있다

http://magazine.joins.com/economist/article_view.asp?aid=283760

 

이들의 의도는 기사 내용을 읽어보면 뻔합니다. 사실은 저도 기사 내용이 너무 뻔해서 제대로는 안 읽어봤습니다만, 대부분 대폭락 오나?라고 질문한 뒤 '안 온다'라고 스스로 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친절하게(?) 집값이 내린 지금이 집을 살 기회라는 주장까지 소개하네요. 이들이 이런 기사에 동원하는 사람들은 모두 지난해까지 '집값이 오른다'고 집을 사라고 선동하거나 모두 부동산 문제에 상당 부분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이들 보도를 접하면서 드는 의문은 도대체 이들이 말하는 '대폭락론자'는 어디에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어떻게 보면 직간접적으로 저를 '대폭락론자'라고 묘사하고 제 주장을 공격하는데, 그 기사 안제 정작 제 주장은 없는 것입니다. 더구나 저는 요즘 '폭락'이라는 표현조차도 잘 사용 안 하는데 말입니다. 잔뜩 부풀어올랐던 집값이 일반가계의 평균적인 소득 수준에 맞게 돌아간다는 의미에서 집값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폭락하는 양태가 나타날 가능성이 적지 않지만, 굳이 기득권 언론의 덫에 걸려드는 식으로 표현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주간조선은 2주 전쯤 전화를 해서 '지금의 부동산 시장 상황을 경고하는 선견지명을 발휘하셨던데요'라며 알랑거리더니 제가 기고 자체를 거절했더니 인턴기자를 동원해서 자기들 멋대로 제 주장을 요약해 버렸습니다. 그것도 제가 옆집 아저씨나 되는 양 '선대인씨'라고 호칭하면서 말입니다.

 

SBS뉴스추적은 보지는 않았는데, 전해들은 바로는 제가 '부동산 폭락 가능성은 없다는 주장이 있는데...'라는 기자의 질문에 제가 말한 "가계부채가 800조원이나 되고 주택 가격은 전체 주택의 일부가 거래돼 형성되는데, 폭락 가능성이 없다고 어떻게 얘기할 수 있느냐"라는 취지로 한 말을 거두절미하고 소개했다고 하는군요. 이코노미스트는 아예 사실상 제 주장을 공격하기로 작정하고, 아예 입맛에 맞는 사람들만 골라 기사를 작성했네요. 

 

제 책이나 글을 제대로 읽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 주장이 이들 언론이 공격하기 편하게 왜곡하는 것과 달리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매우 구체적인 논거를 들고 있고, 구체적인 사안들에 대해 매번 경고를 하고 있습니다. 매일 아고라나 다음뷰에 글을 쓰고 각종 언론을 통해 글을 써왔기에 그런 부분에서 매일 검증을 받아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같은 경고가 결코 의미 없는 것이 아니었음이 이미 현실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지난해 인천 청라와 송도 등을 '청약 대박' 이라며 부동산 투기 바람몰이 소재로 쓸 때도 저는 '부동산 막차에 올라타지 마라'고 경고했습니다. 지난해 반등기도 결코 지속되지 않으며 일시적인 반등에 그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대다수 언론들이 대세상승 또는 폭등을 선동할 때도 저는 이미 대세하락 흐름에 들어있으니 일반 가계가 무리하게 빚을 내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지 말 것을 경고했습니다.

 

DTI규제 효과에 대해서도 지난해 하반기 신규 분양 시장을 살리려는 정부의 '토끼몰이' 의도를 설명하면서도 그 효과는 상당히 클 것이라고 얘기했습니다. 부동산 투기 선동가들은 DTI규제 효과에 대해 처음에는 '대세상승 흐름을 꺾지 못한다'고 하더니 조금 지나더니 'DTI규제 때문에 집값 떨어진다'고 표변했습니다. 지난해 내내 주택 공급이 부족하니 2~3년 후 집값이 뛴다고 언론들이 지금이라도 집을 사두라고 난리칠 때 오히려 주택 공급 과잉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연장선상에서 건설업체들의 미분양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며, 건설업체들이 잇따라 쓰러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내내 '전세가가 오르면 집값이 뛸 것'이라고 선동할 때 '저는 현재의 전세가 상승은 과거와 달리 집값 대세하락의 전조일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밖에도 '부동자금 800조원' '토지보상금 40조원' '1인가구로 인한 주택 수요 증가' '오를 곳은 오른다'는 변형된 강남 불패론 등에 대해서도 그 주장이 얼마나 허구적인지를 모두 논파했습니다. 여력이 되는 분들은 이들 주제에 대해 제가 어떻게 주장했고, 부동산 투기 선동가들과 그들의 확성기 노릇을 하는 '부동산 찌라시'들의 보도를 한 번 비교해 보십시오. 제가 경고했던 내용들이 이미 상당 부분 현실이 되었고, 그들이 주장했던 내용들은 모두 사기적 주장이었음을 여실히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전문가나 전문기관의 역할이라는 것은 사전경고와 적절한 해법 제시입니다. 저는 국내의 왜곡된 정보 환경에서 거의 매일이다시피 글을 쓰며 사전경고를 했고, 큰 틀에서 현재의 부동산 문제에 대해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왔다고 자부합니다. 그런데 이른바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람들 가운데 그런 사전경고를 한 사람들이 얼마나 됩니다. 사전경고는커녕 일반 가계들을 선동하기 바빴고, 이미 그들의 선동이 얼마나 사기적인 것이었는지 드러났는데도 서로 공생관계인 언론에 의해 그들은 여전히 '전문가'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 가계들의 눈매는 날카로워지고 있습니다. 이미 압도적인 현실이 그들 선동꾼들과 선동언론들의 기만 행위를 여실히 느끼게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궁지에 몰린 그들은 자신들에 대한 따가운 비판 여론을 다른 곳으로 돌릴 '희생양'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가상의 '부동산 대폭락론자'입니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들 기사에서 거론하고 있는 대폭락론자는 주로 저입니다. '폭락론자' '비관론자' 같은 딱지 붙이기의 문제점은 제가 이미 여러차례 거론한 적이 있습니다. 한마디만 되풀이하자면, 암환자 판정을 내린 의사를 '비관론자' '악성종양론자'라고 하면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이들은 제가 마치 '지금 집값이 떨어지면 무조건 대폭락이 온다'고 주장하는 사람으로 묘사하면서  온갖 궤변을 동원해 '대폭락은 없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제가 그동안 부동산 문제가 사회경제적으로 미치는 폐해에 대해 지적한 것이나 구체적인 사안들에 대해 제가 시의적절하게 경고해온 부분은 전혀 소개되지 않습니다. 왜냐? 자신들의 왜곡선동보도에 대한 비판을 물타기하기 위해 '부동산 대폭락론자'라는 공격하기 좋은 대상을 만들어내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좌파 빨갱이' 같은 느낌으로 '폭락론자'라는 딱지를 붙이는 언론들이 스스로는 '대폭락 오나'라는 표현으로 장사를 하고 있으니 얼마나 이율배반적인가요? 어쨌거나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기득권 언론들에서 이런 보도들이 잇따르는 상황부터가 이미 주택시장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 아닐까요? 어쨌든 나중에 저는 부담을 덜겠군요. 이들 언론들부터가 폭락을 합창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게 강한 부정(=긍정)이라 할지라도 말입니다.

 

이 글을 마무리하면서 '대폭락 오나?'라는 보도를 한 언론들에 묻고 싶습니다. 당신들의 기사 속에 등장하는 '대폭락론자'는 도대체 누구입니까? 제 이름을 사용하는 어떤 다른 사람입니까? 그리고 제가 꾸준히 부동산시장의 엄혹한 현실을 경고할 때 당신들 언론은 무엇을 했습니까? 당신들이 부동산 광고에 혈안이 돼 부동산 투기 선동을 했던 과오에 대해서는 도대체 언제 반성할 것입니까?(하긴 반성할 리 없겠지요. 그 정도 반성할 양심이 있으면 처음부터 그런 선동 기사들은 쓰지 못했을 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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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5. 28. 09:39

최근 제목 또는 부제에서 '대폭락'을 사용한 기사들이 잇따르고 있네요.

저는 요즘 '대폭락'은 고사하고 '폭락'이라는 표현조차도 잘 사용 안 하는데,

이제는 이들 언론이 나팔을 불고 있네요.

이들의 의도는 기사 내용을 읽어보면 뻔합니다. 사실은 저도 잘 제대로는 안 읽어봤습니다만,

대부분 대폭락 오나?라고 질문한 뒤 '안 온다'라고 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친절하게(?) 집값이 내린 지금이 집을 살 기회라는 주장까지 소개하네요.

그런데 정작 제 주장은 제대로 소개가 되지 않네요.

신동아 경우에는 제가 과거 모셨던 데스크 안면을 생각해서,

그리고 현재 주택시장 상황에 대해 심층대담만 한다고 해서 응했는데,

대담 내용 중 많은 부분은 달아나고 제목을 이렇게 달아버렸네요.

주간조선은 기고 자체를 거절했더니 인턴기자를 동원해서

자기들 멋대로 제 주장을 요약해 버렸네요. 그것도 제가 옆집 아저씨나 되는 양

'선대인씨'라고 호칭하면서 말입니다.

SBS뉴스추적은 보지는 않았는데, 전해들은 바로는 제가 '부동산 폭락 가능성은 없다는 주장이 있는데...'라는 기자의 질문에 제가 말한 "가능성이 있다"고 한 말을 거두절미하고 소개하고 말입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아예 사실상 제 주장을 공격하기로 작정하고, 아예 입맛에 맞는 사람들만 골라

기사를 작성했네요.

그리고 마치 좌파 빨갱이 같은 느낌으로 저에 대해서는 '폭락론자'라고 딱지 붙이는 언론들이

스스로는 '대폭락'이라는 표현으로 장사를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어쨌거나 기득권 언론들에서 이런 보도들이 잇따르는 상황부터가 이미 주택시장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 아닐까요?

어쨌든 나중에 저는 부담을 덜겠군요. 이들 언론들부터가 폭락을 합창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게 강한 부정(=긍정)이라 할지라도 말입니다.

 

참고로 아래에 링크는 걸었지만, 제 대담을 비롯해 기사들은 안 읽으시는 게

사는 데 더 도움되실 것입니다. 

 

 

 

주간조선: 부동산 대폭락 오나

http://weekly.chosun.com/

 

SBS 뉴스추적: 집값 대폭락 오나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6&oid=001&aid=0003292672

 

신동아 6월호:부동산 대폭락 시대 오나

http://shindonga.donga.com/

 

이코노미스트(중앙일보 계열): 추락하는 주택 가격 날개는 있다

http://magazine.joins.com/economist/article_view.asp?aid=283760

 

 

 

트위터를 하시는 분들은 kennedian3로 저를 팔로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트위터를 지난해 하반기부터 개설했지만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주부터입니다. 향후 제가 아고라와 제 블로그(다음뷰), 오마이뉴스, 네이버 부동산, 한겨레신문 등에 연재하는 글뿐만 아니라 각종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합해서 매일 소개할 생각입니다. 참고바랍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5. 27. 14:54

 

 6월 2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북풍'과 '노풍'이라는 중앙정치 차원의 세몰이로 지자체의 재원 사용에 관한 협치구조를 만드는 지방선거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지방재정 상태의 문제점을 진단해보는 시리즈를 연재하고자 합니다. 오늘은 그 네번째 순서입니다. 참고로, 앞선 글들은 제 블로그의 최근 글들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지자체의 재정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지자체들이 여전히 개발연대의 토건사업에 재정을 탕진하고 있음을 살펴보았다. 이로 인해 지자체들의 순채무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올해 4월 중앙정부가 심의 의결한 2009회계연도 국가결산 자료에 따르면, 지방정부 순채무는 13.5조원에 이르렀다. 2007 9.8조원, 2008 10.1조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순채무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지방정부 순채무는 지자체 채무 가운데 중앙정부에 진 빚은 차감하게 되는데, 중앙정부에 진 빚까지 포함해 지방정부의 지방채권 발행 및 차입금 잔액을 나타내는 자치단체 채무는 2008 19 486억원에서 2009년에는 258,700억원으로 늘어났다. 정부는 올해에는 이보다 15% 더 늘어난 29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지자체의 감춰진 채무 실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으로 올수록 지자체가 설립한 각종 개발공기업들이 난립하고 있는데, 이들 공기업들의 부채는 해당 지자체의 채무로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지방공기업들이 무분별하게 사업을 벌이면서 가뜩이나 취약한 지방 재정을 잠식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늘은 이 문제를 짚어보기로 하자.

 

먼저, <도표1>에서 지자체의 지방채 발행 추이를 살펴보자. 참고로, 지방채 발행 추이는 관련 통계가 정리돼 있는 2007년부터 올해 4월초까지 발행 물량을 기준으로 작성했다. 지방채 발행 추이를 살펴보면, 2007년 이후 지금까지 모두 11. 47조원의 지방채가 발행됐다. 이를 연도별로 살펴보면 2007~2008년 연속 2.62조원을 기록했던 발행 물량이 2009년에는 4.73조원으로 급증했다. 이는 부동산거래 침체 등으로 지방세수가 감소한 데다 막대한 적자재정을 편성한 중앙정부의 기조에 편승해 지자체들도 경기부양 명목으로 각종 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부족한 재원을 지방채 발행으로 조달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올해에는 4 7일 현재까지 약 1.65조원이 발행돼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올해 지방채 발행은 지난해보다 30%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도표1> 지방채 발행 현황

() 증권예탁원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광역 지자체별로 지방채 발행액 현황을 살펴보면, 서울이 2.77조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경기 2.0조원, 인천 1.52조원을 기록하고 있다.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3개 지자체의 지방채 발행이 전체의 54.8%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서 경남이 8,312억원을 발행한 데 이어 제주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자체가 2,000~5,000억원 대의 지방채를 발행한 것으로 나타난다. 일견 지자체의 지방채 발행액이 많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자체들이 각종 대규모 개발사업을 벌이면서 산하 개발공기업들을 통해 차입을 크게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자체들은 지방재정법에 따라 지방채 발행한도를 해당 지자체의 2년 전 예산액의 10% 이내로 제한하고 있어 지자체들이 지방채 발행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지방채 발행이 여의치 않은 지자체들은 지방공기업을 통해 채권을 발행하여 대규모 개발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는 중앙정부가 겉으로 드러나는 국가채무 증가를 눈속임하게 위해 4대강 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수자원공사가 사업비 8조원을 부담하게 하는 것과 같은 행태라고 할 수 있다.

 

<도표2>를 보면 지방공기업들의 무분별한 채권 발행 행태가 여실히 드러난다. 지방공기업이 2007년 이후 지금까지 발행한 물량은 모두 16.17조원으로 지방채 발행 규모보다 더 많음을 알 수 있다. 연도별 채권 발행 추이를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한데, 2007 0.67조원에 불과하던 채권 발행액이 2008 2.59조원으로 늘어난 뒤 2009년에는 11.39조원까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는 앞서 지적한 대로 각 지자체들이 경기부양책 편성을 핑계로 내세우는 한편 올해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각종 전시용 대규모 개발사업을 벌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 들어서는 4 7일 현재까지 1.57조원 수준으로 현재 추세대로라면 6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채권 발행이 주로 하반기에 몰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보다 훨씬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도표2> 지방 공기업 채권 발행 현황

() 증권예탁원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처럼 지방공기업의 채권 발행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는 중앙정부 산하 공기업을 포함한 전체 공기업의 채권 발행 가운데 지방공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더라도 알 수 있다. 2007 2.74%에 불과했던 지방공기업 채권 발행 비중이 2008 5.90%, 2009 17.54%로 급증하고 있다. 같은 기간 전체 공기업의 채권 발행이 가파르게 늘어났는데도 불구하고 지방공기업의 상대적 비중이 이렇게 급증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에는 지방 공기업 채권 발행 잔액을 만기별로 살펴보자. 올 초를 기준으로 지방공기업의 채권 발행잔고는 모두 15.31조원이다. 연도별로 만기 도래액을 살펴보면, 올해 1.99조원을 시작으로 2011년에는 4.11조원, 2012년에는 5.13조원으로 늘어나 정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어 2013년에는 2.07조원, 2014년 이후에는 2.01조원의 채권 만기가 돌아오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이들 공기업의 채권 만기가 보통 3년물을 중심으로 2~4년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채권 발행이 현 상태로 지속된다면 2013년 이후 만기 도래 채권 물량도 계속 커지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지방공기업들이 지출 구조조정을 서둘지 않으면 2011년 이후로는 4~5조원 대의 채권 상환 부담이 만성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당장 2012년이 되면 이들 지방 공기업들이 발행한 채권의 만기가 한꺼번에 도래해 지방공기업들에 큰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들 지방공기업들은 대규모 개발사업과 이를 배경으로 한 각종 주택단지 개발사업이 많은데, 부동산시장의 장기침체가 가시화되는 시점에서 이들 주택단지들이 제대로 분양되지 않을 경우 재무구조가 급속히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몇 년 동안 무리하게 각종 주택사업을 벌이다가 돈이 묶여 연쇄부도 위기에 몰린 중견건설업체들과 같은 상황이 지방공기업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인천도시개발공사의 경우 2006년 착공한 송도국제도시 내 임대단지인 웰카운티 3 사업에서 대규모 미분양을 냈고, 김포도시개발공사가 참여하고 있는 김포한강신도시에서도 지난해 하반기 대규모 미분양 물량이 생겨나고 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에 추진돼 13000억여원이 투입된 동남권유통단지사업(가든파이브)에서도 거의 분양이 되지 않아 대규모 유령상가로 전락한 가운데 에스에이치공사에 향후 막대한 손실이 돌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는 지방공기업별로 2007년부터 현재까지의 채권 발행 누계를 살펴보자. 먼저 서울시 산하 공기업인 에스에이치공사의 채권 발행이 5.97조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인천도시개발공사 3.20조원, 경기도시공사 1.70조원 순이다. 이들 수도권 3개 광역시도 산하 개발공기업들의 채권 발행은 모두 10.87조원 규모로 전체의 2/3 가량인 67.0%에 해당한다. 지방채보다 지방공기업 채권 발행에서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높은 것이다. 이어 부산도시공사와 부산교통공사가 각각 1.46조원, 0.93조원으로 나타나는데 이들 두 공사의 발행액을 합하면 2.38조원으로 오히려 경기도시공사보다 발행액이 더 많다.

 

이 같은 채권 발행액 증가는 이들 지방공기업의 급격한 부채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수도권의 3개 광역시도 산하 개발공기업들의 부채가 급격히 늘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에스에이치공사의 경우 부채가 2005 3.36조원에서 2009년에는 16.35조원으로 급증했다. 물론 이는 에스에이치공사의 각종 개발사업이 늘어나면서 자산도 함께 증가하면서 생겨난 것으로 상당 부분은 향후 주택 분양이나 개발사업 완료로 상환할 수 있는 것이기는 하다.

 

하지만 주택경기 침체 등으로 차질이 빚어지면 만성적인 부채로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실제로 2007년 이후 주택시장의 침체가 시작되면서 이들 공기업의 경영 수익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데, SH공사의 경우에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2008 3,712.9억원과 3,569.2억원에서 2009년에는 2,993.9억원과 2,451.7억원으로 줄었다. 경기도시공사와 인천도시개발공사의 경우에도 부채가 급증한 반면 2007년을 기점으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급감했다. 에스에이치공사의 실적에 비추어 볼 때 이들 공사의 2009년 실적은 더 악화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최근으로 오면서 광역지자체뿐만 아니라 기초지자체 산하 개발공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경기도 김포, 화성, 평택, 하남, 남양주, 안산, 양평, 용인 등 10개 지자체에 개발공기업이 설립됐고, 고양시, 구리시, 과천시, 파주시, 부천시 등도 산하 개발공기업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각 기초 지자체들이 각종 개발사업을 벌이고 개발과정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다시 지역 개발에 재투자한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이들 공기업들은 2000년대의 부동산 붐에 편승해 지역 주택사업을 대부분 주사업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이들 공기업들의 경영 상황이 악화돼 자금난을 겪거나 결국 지자체에 재정 부담을 안기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미 김포도시개발공사 5,800억원을 비롯해 화성도시공사, 평택도시공사 등이 부족한 사업재원을 마련하기 상당액의 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이처럼 지자체들이 터무니없는 장미빛 계획에 따라 계획인구를 대폭 늘려 잡는 식으로 대규모 주택사업을 벌이거나 각종 개발사업을 위해 개발공기업들을 설립하는 한편 이들 공기업들을 통해 우회적으로 대규모 채권 발행을 늘리고 있다. 이들 개발사업들은 경기부양이나 지역개발 등의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지자체장들이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사업을 펼치거나 이미 지나간 부동산 붐에 편승해 개발이익을 노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만약 이들 공기업들이 사업추진 과정에서 당초 기대했던 경영성과를 올리지 못한다면 남은 빚은 고스란히 지방정부의 채무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각 지자체의 공기업을 통한 무분별한 개발사업을 제어하지 못하면 가까운 장래에 사실상 파산에 직면하는 지자체가 나오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트위터를 하시는 분들은 kennedian3로 저를 팔로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트위터를 지난해 하반기부터 개설했지만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주부터입니다. 향후 제가 아고라와 제 블로그(다음뷰), 오마이뉴스, 네이버 부동산, 한겨레신문 등에 연재하는 글뿐만 아니라 각종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합해서 매일 소개할 생각입니다. 참고바랍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5. 27. 08:59

 6월 2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북풍'과 '노풍'이라는 중앙정치 차원의 세몰이로 지자체의 재원 사용에 관한 협치구조를 만드는 지방선거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지방재정 상태의 문제점을 진단해보는 시리즈를 연재하고자 합니다. 오늘은 그 세번째 순서입니다. 참고로, 첫번째 글과 두번째 글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북풍? 노풍? 문제는 지방재정이야, 이 바보들아!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1004652

 

급전직하하는 지방 재정자립도, 당신의 삶이 흔들린다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1006644&RIGHT_DEBATE=R3

 

 

 

지난 글들에서 지자체 세입(수입) 측면에서 심각한 재정상황을 살펴보았다.  일반 가정의 경우를 상상해보면 알 수 있듯이 수입이 줄어들면 지출을 줄이면 된다. 그런데 무작정 줄이는 것이 아니라 우선순위를 정해 꼭 필요한 지출은 유지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늘리면서도 불필요한 낭비적 요소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각 지지체들이 세출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고 있다면 재정난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점에 있다. 지자체의 세출 측면의 문제점을 살펴보기 위해 <도표>를 참고로 2010년 서울시 세출예산 현황을 살펴보자. 서울시 예산을 살펴보는 것은 서울이 한국의 수도이고, 재정 규모가 가장 큰데다 전국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지 다른 정치적 고려는 없음을 밝혀둔다.

 

2010 서울시 예산의 사업별 구성비를 보면 사회복지비가 24.6% 가장 비중이 크고, 이어 자치구지원(17.7%) 교육지원(14.85), 환경보전(13.0%), 도로교통(11.1%), 주택도시관리(5.8%), 산업경제(3.2%), 문화관광(3.0%), 도시안전(3.0%) 등의 순으로 나타난다. 겉보기에는 사회복지비 지출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예산이 균형을 이룬 것처럼 보인다.

 

<도표> 서울시 재정 현황

(주) 서울시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하지만 사업영역별로 구체적인 예산 내용을 뜯어보면 사정은 확연히 다르다. 예를 들어, 사회복지예산 가운데에 원지동 추모공원(335억원)사업이 포함돼 있고 환경보전예산 가운데는 동네뒷산 공원화 사업(576억원)과 강북지역 생태문화공원조성(137억원), 남산공원 재정비(316억원) 사업 등 사실상 하드웨어형 사업이 포함돼 있다. 또 문화관광 분야에서도 한강예술섬 조성(243억원) 사업과 남권 문화체육컴플렉스 건립(206억원) 예산 등이, 산업경제 분야에 있어서도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파크 건립(701억원), 글로벌클러스터 빌딩 건립(106억원) 등 하드웨어형 사업이 다수 포함돼 있다.

 

물론 이들 사업이 타당성이 없다거나 예산 배정의 우선순위에서 꼭 뒷전에 밀려야 할 사업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흔히 소프트웨어 예산으로 느껴지는 예산 항목의 상당수가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이처럼 각종 시설 건립 및 조성 등의 하드웨어형 사업이라는 점이다. 예산에 명시적으로 나타나지 않더라도 각종 개발 및 토건 사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회계뿐만 아니라 특별회계까지 포함하면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서울시의 경우 특별회계는 도시철도, 교통사업, 광역교통시설, 주택사업, 도시개발, 재정비촉진, 하수도사업, 한강수질개선사업 등 모두 12가지로 2010년 기준으로 58,353억원 규모다. 그나마 지난해 서울시가 경제위기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크게 늘려 편성한 71,086억원 가량보다는 17.9%가량 줄어든 액수다.

 

이들 각 특별회계사업의 구체적 내용을 보면 각종 지하철 신설 및 연장선, 경전철 건설사업, 교통체계구축 및 개선 사업, 버스 운영체계 개선 및 관리 사업, 주차장 건설, 동부간선도로 건설 및 강변북로 확장 등 각종 서울시내 도로 건설 및 확포장 사업, 광역전철건설 및 광역도로 건설사업, 이대 동대문병원공원화 사업 및 서울의료원 이전사업, 물재생센터고도처리 및 현대화사업, 하수처리장 및 하수관거 정비사업, 각종 뉴타운 부대 시설 및 정비 사업 등 온갖 토건형 개발사업과 시설 사업들로 넘쳐나고 있다. 한마디로 특별회계의 거의 대부분은 SOC 및 개발사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따라서 계산의 편의상 특별회계 전체와 일반회계 가운데 도로교통예산 18,443억원, 주택도시관리예산 9,683억원 전체, 그리고 환경보전, 산업경제, 문화관광 분야 예산의 절반 가량을 포함할 경우 전체 서울시 총예산 21 2,573억원 가운데 약 48.2% 가량인 102,373억원을 하드웨어형 예산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밖에 자치구 지원예산 29,401억원과 교육청 지원예산24,548억원 등 서울시가 다른 행정기관에 이전해야 하는 예산과 일반행정 예산 4,402억원 및 예비비 1,888억원 등을 제외하면 서울시 예산 가운데 실질적으로 소프트웨어형 예산이라고 할 수 있는 예산은 49,961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2010년 서울시 전체 예산의 23.5%에 불과하다.

 

나머지 예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회복지 예산 4834억여원 중에서도 기초생활수급자 등 생계급여지원 4,759억원, 의료급여지원 6,085억원, 종합사회복지관(95개소) 운영 및 기능보강 지원 578억원, 재개발 재건축 임대주택 매입 1,884억원,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시행 분담금 694억원, 기초노령연금 지급 3,960억원, 보육시설 운영지원 1,987억원, 보육료 지원 3,094억원 등 대부분이 의무적인 법정지원 예산이어서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편성해 운용하는 소프트웨어형 예산은 사실상 전체 예산의 10%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식이다 보니 저출산 고령화 추세에 대비해 적극적으로 복지 서비스를 늘린다든지 지식정보화 시대, 창의경제 시대라는 세계적 흐름에 발맞춘 문화 및 교육 투자 등을 통해 사회자본 및 인적자본을 구축하는 데는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 가운데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사회복지 예산이라고 할 수 있다.

 

구체적 예를 들어보자. 우선, 서울시의 경우 기초생활수급자 등 생계급여지원 대상자가 2009 21720명에서 221,852명으로 5.3% 가량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해당 예산은 20095,292억원에서 20104,759억여원으로 533억여원 줄어들었다. 또 기초생활수급자 및 특례수급자 진료비 지원도 대상자가 2009 22330명에서 올해 229,916명으로 4.4%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예산은 오히려 6,439억여원에서 6,085억원으로 354억여원 줄어들었다. 또 지난해 414억여원을 투입해 실시됐던 한시생계보호 사업을 종료한 영향 등으로 긴급복지지원 예산은 지난해 1,076억여원에서 264억원으로 813억원 가량 줄었다. 또 노인생활시설 운영 및 지원비는 99억원, 저소득노인 급식지원 32억원, 노인일자리 사업지원 249억원, 노인종합복지관 운영비 지원 23억원, 장애인취업 통합서비스 34억원, 아동복지시설 운영비 182억원, 소년소녀가정 및 저소득층 아동지원 25억원, 부랑인·노숙인 보호 및 자활지원 83억여원, 지역치매센터 운영 130억원, 저소득층 희귀난치성 유전질환자 지원 20억원, 저소득층 가사·간병서비스 바우처 지원비 36.6억원, 식품의약품 안전성검사 예산 114.8억원 등이 줄어들었다. 저소득층과 취약층을 위한 복지 서비스가 대폭 위축된 것이다. 이들 사업들은 수천억원 단위의 토건 사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작은 액수지만 조금만 예산이 줄어들어도 한 푼의 지원이라도 아쉬운 저소득층 및 취약 계층에는 큰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하드웨어형 사업의 비대화로 인한 상대적 위축은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인데, 교육지원 사업도 대표적 분야다. 서울시의 2010년 교육지원 사업예산 24,548억원 가운데 거의 대부분인 24,288억원이 교육청 전출금으로 사용되는 반면 서울시가 독자적으로 교육예산에 책정한 것은 불과 260억원이다. 그나마도 2009년 대비 28.5억원이 줄어든 액수다. 물론 현행 지방자치제도에 따라 교육자치가 별도로 이뤄지고 있고, 서울시가 교육청에 2.5조원에 가까운 막대한 예산을 지원한다고 하더라도 서울시가 진정으로 교육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자체 교육예산은 얼마든지 추가로 더 확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도 전체 서울시 예산의 겨우 800분의 1에 불과한 예산을 자체 교육사업에 배정하고 있을 뿐이다. 비슷한 사정은 서울시가 자치구 도서관 78곳과 문고 620곳에 지원하는 올해 운영 지원비가 82억원에 불과한 점에서도 드러난다.

 

물론 위 <도표>에서 본 것처럼 2009년 예산 대비 사업예산이 줄어든 것은 복지나 교육예산뿐만 아니다. 전반적으로 경제위기에 대응하면서 대규모 확대재정을 폈던 2009년 예산에 비해 다소 예산이 줄어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위에서 본 것처럼 그 동안 하드웨어 위주의 각종 토건형 개발사업에 너무 과도한 예산이 배정된 반면 복지나 문화, 교육 예산 등은 상대적으로 등한시됐기에 이들 예산의 비중을 적극적으로 늘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처럼 저소득층이나 취약계층을 위해서나 일반 시민들의 수요가 매우 큰 예산은 과감히 줄이면서도 한강예술섬 조성사업처럼 사업추진 당시부터 논란을 빚었거나 서남권 문화체육컴플렉스 사업 등 지방선거를 앞두고 특정지역 유권자들의 환심을 살 수 있는 사업들은 거액의 예산이 배정돼 그대로 추진되고 있다. 또한 서울시의 경우 시정홍보에는 491.2억원을 쏟아 붓고 있는데, 이는 2009 493.2억원보다 2억원 가량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매우 큰 규모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같은 홍보예산에는 해외마케팅 관련 예산이 64% 가량 포함돼 있지만 이를 제외해도 약 166억원에 이르는 큰 금액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는 2007년 해당 예산이 94억원 가량이었던 것에 비하면 매우 큰 폭의 증가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지하철 역사와 화장실, 그리고 가로판매대와 버스 및 각 언론사 전광판, 공사장 펜스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서울시 치적 홍보용 광고를 접할 수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닌 것이다.

 

더구나 이처럼 대형 토건형 사업과 지자체장의 치적 홍보용 예산 편성이 관행화돼 있는 것에 더해 이들 사업이 집행되는 과정에서 막대한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는 점은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미 몇 차례 설명한 바 있는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 방식)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턴키입찰 방식은 예산 낭비와 건설업체간 담합구조의 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상위 10개 재벌건설사들은 설계비용에 들어가는 거액의 선투자 비용을 시장 진입장벽으로 활용, 지금까지 턴키입찰 물량을 거의 싹쓸이해왔다. 그러면서 그들은 각종 턴키입찰에서 철저한 가격담합을 통해 추정공사비의 95~98% 수준에서 공사를 수주했다. 이는 경쟁입찰에 비해 평균 25~30% 가량 높은 수준이다. 건설업체들간 경쟁하게 하면 아낄 수 있는 돈 25~30%를 낭비했다는 뜻이다. ‘떡고물’이 워낙 많다 보니 담합과 뇌물 수수 등 부패의 온상이 되기도 했다.

 

서울시의 경우 2008년에 턴키입찰 방식으로 발주한 사업이 지하철 9호선 2단계 세 개 공구와 서남권 문화체육콤플렉스 건립공사, IT콤플렉스, 중랑 및 탄천, 서남 물재생센터 고도처리시설 등 모두 13건을 턴키사업 방식으로 발주했다. 이들 턴키사업의 추정 사업비는 16,739억원에 이르렀다. 물론 이 가운데 지하철 9호선 2단계 사업들의 경우 필자가 당시 서울시에 재직하면서 입찰 업체들의 담합을 분쇄해 가격경쟁이 이뤄져 낙찰률이 떨어졌으나 다른 대부분 사업들은 결국 경쟁입찰에 비해 25~30% 이상 높은 낙찰률을 기록했다. 만약 지하철 9호선 2단계사업도 평소 관행대로 95% 또는 98%의 낙찰률을 기록했다면 이들 사업에서만 연간 최소 4,184억원의 예산이 대형 건설업체들의 배를 불리는데 탕진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사실 이런 식으로 건설토목 사업에 예산을 탕진하는 것은 사실 서울시에서도 상당히 긴 역사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현 오세훈 시장의 전임자인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 시절 대규모 턴키사업을 남발했다. 청계천사업, 동남권 유통단지(가든파이브), 지하철 9호선, 지하철 7호선과 지하철 3호선 연장구간 등을 모두 턴키로 발주했다. 심지어 일반 주택단지를 만드는 은평뉴타운사업조차 턴키로 발주했다. 그 결과 부작용도 심각했다. 7,000억원에 할 수 있었던 가든파이브에 1조원 이상이 들어가 고분양가 때문에 상가 입점이 지금도 극히 부진해 유령상가로 전락해 언론의 조롱감이 되고 있다. 은평뉴타운은 과다한 토지보상금과 더불어 턴키입찰을 통한 사업비 과용으로 후임자였던 오세훈시장 초기 고분양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렇게 진행됐던 지하철 9호선, 지하철 7호선 연장구간 등에서는 업체들간 담합이 드러났고, 청계천사업과 가든파이브 사업에서는 각종 비리 사건이 불거지기도 했다. 심지어 청계천사업 추진 과정에서 양윤재 전 서울시 부시장(현 정부 들어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뒤 장관급 대우를 받는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됐다)이 구속되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낭비된 예산만 줄잡아 1조원 가량은 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에 나서면서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 예산을 절감했다고 하는데 이는 매우 기만적인 주장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이제 4대강사업과 경인운하, 새만금사업, 심지어 보금자리 주택까지 턴키 방식으로 발주해 지자체 시절의 예산 낭비를 전국 단위에서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오세훈 시장은 취임 당시 서울시의 하드웨어는 많이 채워졌으니 이제는 소프트웨어 확충에 진력하겠다고 했다. 그의 말은 상당 부분 진심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예산의 쓰임새만 본다면 그의 초심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오시장 스스로 서울시 예산이 전반적으로 어떻게 짜여져 있는지 잘 모를 것이다. 필자가 서울시 재직 시절 지켜본 바로는 공무원들의 눈속임용 보고 외에 서울시 재정의 쓰임새에 대한 제대로 된 보고가 이뤄지는 것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절반은 서울시 관료들의 포로였다. 또 다른 절반은 스스로가 원해서든 정치적 압력 때문이든 어떤 식으로든 의식적인 개발형 시장이 됐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한 예가 그가 시장 임기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취약한 당내 기반을 보완한다는 명목으로 온갖 개발 마인드로 무장한 한나라당 당협위원장 가운데 한 사람을 정무조정실장에 앉힌 사실이다.  

 

그렇다고 현재 민주당 한명숙 후보가 이런 문제들에 대한 충분한 해법을 갖고 있다고 생각되지도 않는다. 그는 아마도 참모진들이 얼기설기 분석한 내용을 바탕으로 토건사업 위주의 예산을 사람 중심 예산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방향은 공감한다. 하지만, 그것이 구체적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어디에서 예산이 새고 있고, 구체적으로 예산을 어떻게 절감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안은 알고 있지 못했다. 그렇게 되면 결국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관료들에게 포위돼 휘둘릴 수밖에 없게 돼 있다고 본다. 실질적인 당내 경선도 없이 노풍에만 기대며 차별화된 비전과 역량을 보이지 않고 있으니 지지율이 답보상태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권을 빼앗긴지 2년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자신들이 왜 정권을 빼앗겼는지 어떻게 하면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지 전혀 감을 못 잡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만약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서울에서 패배한다면 그것은 낮은 투표율과 같은 남탓 때문이 아니라 역량과 컨텐츠 부족이라는 자기 탓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정치적 양비론으로 비쳐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단순히 양비론으로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세대가 원하는 새로운 리더십과 새 시대에 걸맞은 솔루션을 갖고 있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까지 통틀어 기존 정치시장에서 공백상태에 있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러한 공백을 여야 어떤 기존 정치세력에서도 기대할 수 없다면 새롭게 만들어내야 한다. 현실에서 넘쳐나는 정치적 수요를 충족해줄 수 있는 정치 상품 공급자가 없다면 결국 그 시장 공백은 새로운 공급자가 시장에 진입해 메워야 한다. 그 새로운 정치상품의 공급자는 결국 새로운 시대적 감수성과 도덕성, 전문성으로 중무장한 젊은 세대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고서는 미래세대의 돈까지 잔뜩 끌어와 4대강 사업 등 각종 토건형 개발사업에 탕진하면서도 국민들의 삶의 질은 점점 떨어지고 사람들의 삶은 불안해지는 악순환을 면할 길이 없다.

 

 

 

트위터를 하시는 분들은 kennedian3로 저를 팔로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트위터를 지난해 하반기부터 개설했지만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주부터입니다. 향후 제가 아고라와 제 블로그(다음뷰), 오마이뉴스, 네이버 부동산, 한겨레신문 등에 연재하는 글뿐만 아니라 각종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합해서 매일 소개할 생각입니다. 참고바랍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5. 26. 09:23

그 동안 부동산 정보업체들이 거의 조작에 가까운 방식으로 작성해온 호가 위주의 선동보도로 일반인들을 현혹해온 언론들이 이제는 실거래가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하는군요. 이제는 자신들도 냉엄한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단계까지 온 것이지요.

 

 

강남권 재건축 실거래가 10~20% 하락

http://tinyurl.com/24qdelo.

 

이 글을 쓴 대표적인 부동산 투기 선동기자도 국토부 실거래가 기준으로 보도하기 시작하는군요.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실거래가? 몰라요! 5개 신도시 지난달 주택거래 거의 없어

http://economy.hankooki.com/lpage/estate/201005/e2010052416223369550.htm

 

서울경제도 실거래가와 호가의 괴리를 들여다 보기 시작했네요.

그리고 제가 여러 차례 말씀드렸지만, 이미 수도권 주택시장에서

지금의 높은 집값을 유지해줄 수 있는 잠재 수요는 거의 씨가 말랐음을

이 기사가 다시 한 번 입증해주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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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5. 25. 11:05

 6월 2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북풍'과 '노풍'이라는 중앙정치 차원의 세몰이로 지자체의 재원 사용에 관한 협치구조를 만드는 지방선거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지방재정 상태의 문제점을 진단해보는 시리즈를 연재하고자 합니다. 오늘은 그 두번째 순서입니다. 참고로, 첫번째 글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북풍? 노풍? 문제는 지방재정이야, 이 바보들아!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1004652

 

 

첫번째 글에서 지방재정난의 심각성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제 각 지자체가 자체 재원으로 지자체 재정 소요를 충당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재정자립도 현황을 <도표>를 참고로 살펴보자. 참고로 재정자립도는 지방세와 세외수입을 합한 금액에 지자체 예산규모로 나눈 비율을 나타낸다. 사실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국세와 지방세 세목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일정하게 달라질 수 있으므로 큰 의미가 없다는 주장도 일부에서는 있다. 하지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원 배분을 둘러싼 권력관계 측면에서 이 같은 세수구조가 쉽게 달라지기 어렵고 특히 국가채무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국세를 대폭 지방세로 돌리는 결정을 내리기는 어렵다. 이렇게 볼 때 현 상황에서 재정자립도는 지자체의 재정 건전성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도표> 각급 지자체 재정자립도 현황


 
(
) 행정안전부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전국 지자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2000 59.4%에서 2009 53.6%로 떨어지고 있다. 상황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광역시의 재정자립도는 같은 기간 더 가파르게 떨어져 2000 84.8% 수준에서 72.7% 수준까지 이르렀다. 재정자립도가 가장 낮은 편에 속하는 군단위 지역의 재정자립도도 같은 기간 22.0%에서 17.8%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이밖에 광역도 단위나 시 또는 자치구의 평균 재정자립도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전반적으로 재정자립도가 하락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양극화 또한 심각한 상황이다. 광역시도의 재정자립도 추이를 보면 서울의 재정자립도는 점점 떨어지고 있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2009년 현재 90%를 넘고 인천도 74.2%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부산 58.3%, 대구 54.7%, 광주 48.3%, 대전 59.3%로 지방 광역시의 재정자립도는 수도권 광역시에 비해 현저히 낮은 상황이다. 다만 울산의 경우 각종 제조업의 발달로 지역내 총생산 수준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비교적 높은 67.7%를 기록하고 있을 뿐이다.

 

광역도의 재정자립도를 살펴보면 사정은 더욱 심각한데, 경기도만 75.9%를 기록하고 있을 뿐 나머지 대부분의 광역도들이 20~30%대의 낮은 재정자립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전북, 전남, 제주 등은 재정자립도가 매우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어서 중앙정부의 지원에 기대는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시군구 기초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를 살펴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242개 기초 지자체의 2008년 재정자립도를 분석한 결과 기초 지자체 가운데 재정자립도가 50%를 넘는 곳이 32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전반적으로 상당히 열악한 가운데 양극화 또한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자립도가 10% 미만인 지자체가 13, 20%미만인 지자체는 86개에 이르렀다. 전체 기초 지자체의 40.9%가 재정자립도 면에서 20%에 못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지자체는 전남, 전북, 경북, 충북의 군단위 지역들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광주 남구, 대구 남구, 대구 동구, 대전 동구, 광주 광산구처럼 대도시의 구단위 지역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반면 재정자립도가 60% 이상인 기초 지자체 14곳은 서울 중구(86.0%), 서초구(77.1%), 강남구(75.5%)와 경기 성남시(74.0%), 용인시(67.2%), 안양시(64.6%) 등 모두 수도권 지자체였다. 

 

하지만 같은 수도권 기초 지자체라고 하더라도 기초 지자체별로도 상당히 편차가 심한 것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2009년 서울시의 구별 재정자립도 현황을 보면 노원구 29.2% 등 재정자립도가 40%에 미치지 못하는 구가 8개인데 반해 이 비율이 70%를 상회하는 구도 다섯 곳으로 나타난다.

 

이처럼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지금도 열악한 상황에서 갈수록 세수 부족 등으로 곤란을 겪는 지자체들이 급증할 것으로 판단된다. 중앙정부가 대규모 감세정책과 4대강 사업 및 경인운하 사업 등 각종 불필요한 토건사업을 벌여 지난 한 해에만 52조원에 이르는 재정적자를 기록해 국가채무가 급증하고 있는 상태여서 중앙정부의 지원 여력도 갈수록 줄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요 지방세목인 취등록세도 부동산 경기의 위축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저출산 고령화와 지방 인구의 수도권 유입 등으로 지방세원은 갈수록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언론에는 재정난에 허덕이는 지자체 사례들이 잇따라 보도되고 있다. 예를 들어, 부산 남구의 경우 지난해 정부에서 108억원의 교부세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예산을 편성했으나 이 가운데 27억원이 줄어드는 등 예산이 부족해지자 직원 인건비 지급 등을 위해 2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했다. 이뿐만 아니라 광주 광산구, 대전 동구와 중구 등 일부 자치구들이 이처럼 재정난으로 직원 월급조차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들 기초 지자체들은 부산, 광주, 대전 등 최근으로 올수록 세수 부족 등으로 재정자립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광역 지자체에 속해 있고, 모두 자체 재정자립도가 20% 안팎으로 상당히 낮은 경우다. 이미 자체 재원이 부족한 가운데 상급 지자체의 재원마저 급격히 줄어들어 지원을 받기 힘든 상황인데다, 중앙정부의 지방교부세와 국고보조금 등이 깎이면서 재정난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물론 세수는 과거처럼 늘지 않는데 이에 맞춰 제대로 씀씀이를 줄이지 못한 경우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같은 추세가 향후 지속될 경우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지자체들의 경우 만성적인 재정난에 시달리게 될 우려가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로 인해 재정난에 처한 지자체의 복지 수준 및 삶의 질이 악화되는 반면 재정상태가 양호한 지자체는 그 반대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상당하다는 점이다. 위에서 언급한 부산 남구의 경우 기초노령연금 20억원과 저소득층 보육료 9억원 등을 올해 예산에 반영하지 못한 반면 서울 강남구 등 일부 구에서는 둘째 출산의 경우에도 다둥이 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기초 지자체별로 주민 복지지원 수준에서도 현격한 격차가 생겨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중앙 정부는 무분별하게 감세 정책을 펼치고 있고, 상당수의 자치단체장들은 호화청사를 지어 올리는 등 무분별한 과시형 개발사업을 벌이는 등 세출 구조조정은 뒷전이다. 저출산 고령화의 여파로 경제활력이 떨어지고 지방 세수도 계속 줄어들 가능성에 대비해 사전에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끌리는데 적극 투자해야 하고 주민들의 문화, 교육 및 복지 인프라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고 있는데도 당장 뒷돈을 마련하고 건설업계 유착에만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많은 전국 지자체장들이 각종 뇌물 수수 등 비리에 휘말려 검찰 수사를 받거나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번 선거에 나선 후보들 가운데 누가 점점 악화하는 지방 재정 문제를 거론하고 있는가. 모두 '지역 살림꾼'이라고 선전하면서 자신들의 살림살이 가계부 상태가 어떤지도 모르고 있는 것이다. 낡은 토건개발세력들이 아니라 '디지털 네이티브'인 젊은세대들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 한 한국의 정치는 지방이든 중앙이든 미래가 없다.

 

 

 

kennedian3@twit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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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5. 25. 09:41

 

 

최근 남유럽발 금융위기로 지난해 국내에 유입됐던 증권투자 자본이 급격히 유출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사태가 다시 빚어지고 있다. 이 같은 환율 급등 사태가 왜 빚어지는지에 대해서는 지난주에 최근 주가와 환율이 요동치는 근본구조라는 글에서 이미 설명한 바 있다. 
 

그런데 이처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 단순히 여기에서 문제가 그치는 것이 아니다. 국내 시중금융기관들이 2007년 이후 파생금융상품 거래를 막대하게 늘렸는데, 거래 잔액이 아직도 상당 부분 남아 있어 환율이 요동칠 경우 또 다시 적지 않은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살펴보기 위해 국내의 파생금융상품 거래 실태를 한국은행이 작성하는 국제수지표 상의 자료를 참고삼아 살펴보자. 파생금융상품 거래는 2007년부터 급증하면서 2008년에는 파생금융상품 자산과 부채가 각각 550억 달러와 700억 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급격히 증가했다. 분기별로 살펴보면, 2008년 이후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면서 2008 4분기에는 87.3억 달러로 최대 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2008년 전체로는 148억 달러의 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즉 파생상품거래로 2008년 한 해에만 148억 달러의 자금이 해외로 유출된 것이다. 말하자면 외국과의 파생상품 거래에서 148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파생금융상품 거래로 2008년 한 해에 무려 원화 환산 16.3조원이 넘는 외화 유출 내지는 거래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물론 2009 1분기 48.9억 달러의 수지 적자를 기록한 이후 점차 줄어든 뒤 2009 4분기부터는 소폭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파생금융상품 거래(계약가격 기준) 2010 1분기 현재 자산과 부채 기준으로 각각 79.3억 달러, 74.1억 달러 가량으로 높은 수준이어서 향후 환율이 계속 급등할 경우 또 다시 상당한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한국 경제는 매우 취약한 토대 위에 놓여 있는 것이다.

 

<도표> 파생금융상품수지 및 기타투자수지 추이

 

() 한국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트위터 @kennedian3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5. 25. 0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