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최근 제목 또는 부제에서 '대폭락'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기사들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참고로, 아래에 링크는 걸지만 안 읽으시는 게 사시는데 더 도움되실 것입니다.
주간조선: 부동산 대폭락 오나
SBS 뉴스추적: 집값 대폭락 오나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6&oid=001&aid=0003292672
신동아 6월호
이코노미스트(중앙일보 계열): 추락하는 주택 가격 날개는 있다
http://magazine.joins.com/economist/article_view.asp?aid=283760
이들의 의도는 기사 내용을 읽어보면 뻔합니다. 사실은 저도 기사 내용이 너무 뻔해서 제대로는 안 읽어봤습니다만, 대부분 대폭락 오나?라고 질문한 뒤 '안 온다'라고 스스로 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친절하게(?) 집값이 내린 지금이 집을 살 기회라는 주장까지 소개하네요. 이들이 이런 기사에 동원하는 사람들은 모두 지난해까지 '집값이 오른다'고 집을 사라고 선동하거나 모두 부동산 문제에 상당 부분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이들 보도를 접하면서 드는 의문은 도대체 이들이 말하는 '대폭락론자'는 어디에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어떻게 보면 직간접적으로 저를 '대폭락론자'라고 묘사하고 제 주장을 공격하는데, 그 기사 안제 정작 제 주장은 없는 것입니다. 더구나 저는 요즘 '폭락'이라는 표현조차도 잘 사용 안 하는데 말입니다. 잔뜩 부풀어올랐던 집값이 일반가계의 평균적인 소득 수준에 맞게 돌아간다는 의미에서 집값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폭락하는 양태가 나타날 가능성이 적지 않지만, 굳이 기득권 언론의 덫에 걸려드는 식으로 표현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주간조선은 2주 전쯤 전화를 해서 '지금의 부동산 시장 상황을 경고하는 선견지명을 발휘하셨던데요'라며 알랑거리더니 제가 기고 자체를 거절했더니 인턴기자를 동원해서 자기들 멋대로 제 주장을 요약해 버렸습니다. 그것도 제가 옆집 아저씨나 되는 양 '선대인씨'라고 호칭하면서 말입니다.
SBS뉴스추적은 보지는 않았는데, 전해들은 바로는 제가 '부동산 폭락 가능성은 없다는 주장이 있는데...'라는 기자의 질문에 제가 말한 "가계부채가 800조원이나 되고 주택 가격은 전체 주택의 일부가 거래돼 형성되는데, 폭락 가능성이 없다고 어떻게 얘기할 수 있느냐"라는 취지로 한 말을 거두절미하고 소개했다고 하는군요. 이코노미스트는 아예 사실상 제 주장을 공격하기로 작정하고, 아예 입맛에 맞는 사람들만 골라 기사를 작성했네요.
제 책이나 글을 제대로 읽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 주장이 이들 언론이 공격하기 편하게 왜곡하는 것과 달리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매우 구체적인 논거를 들고 있고, 구체적인 사안들에 대해 매번 경고를 하고 있습니다. 매일 아고라나 다음뷰에 글을 쓰고 각종 언론을 통해 글을 써왔기에 그런 부분에서 매일 검증을 받아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같은 경고가 결코 의미 없는 것이 아니었음이 이미 현실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지난해 인천 청라와 송도 등을 '청약 대박' 이라며 부동산 투기 바람몰이 소재로 쓸 때도 저는 '부동산 막차에 올라타지 마라'고 경고했습니다. 지난해 반등기도 결코 지속되지 않으며 일시적인 반등에 그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대다수 언론들이 대세상승 또는 폭등을 선동할 때도 저는 이미 대세하락 흐름에 들어있으니 일반 가계가 무리하게 빚을 내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지 말 것을 경고했습니다.
DTI규제 효과에 대해서도 지난해 하반기 신규 분양 시장을 살리려는 정부의 '토끼몰이' 의도를 설명하면서도 그 효과는 상당히 클 것이라고 얘기했습니다. 부동산 투기 선동가들은 DTI규제 효과에 대해 처음에는 '대세상승 흐름을 꺾지 못한다'고 하더니 조금 지나더니 'DTI규제 때문에 집값 떨어진다'고 표변했습니다. 지난해 내내 주택 공급이 부족하니 2~3년 후 집값이 뛴다고 언론들이 지금이라도 집을 사두라고 난리칠 때 오히려 주택 공급 과잉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연장선상에서 건설업체들의 미분양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며, 건설업체들이 잇따라 쓰러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내내 '전세가가 오르면 집값이 뛸 것'이라고 선동할 때 '저는 현재의 전세가 상승은 과거와 달리 집값 대세하락의 전조일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밖에도 '부동자금 800조원' '토지보상금 40조원' '1인가구로 인한 주택 수요 증가' '오를 곳은 오른다'는 변형된 강남 불패론 등에 대해서도 그 주장이 얼마나 허구적인지를 모두 논파했습니다. 여력이 되는 분들은 이들 주제에 대해 제가 어떻게 주장했고, 부동산 투기 선동가들과 그들의 확성기 노릇을 하는 '부동산 찌라시'들의 보도를 한 번 비교해 보십시오. 제가 경고했던 내용들이 이미 상당 부분 현실이 되었고, 그들이 주장했던 내용들은 모두 사기적 주장이었음을 여실히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전문가나 전문기관의 역할이라는 것은 사전경고와 적절한 해법 제시입니다. 저는 국내의 왜곡된 정보 환경에서 거의 매일이다시피 글을 쓰며 사전경고를 했고, 큰 틀에서 현재의 부동산 문제에 대해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왔다고 자부합니다. 그런데 이른바 '부동산 전문가'라는 사람들 가운데 그런 사전경고를 한 사람들이 얼마나 됩니다. 사전경고는커녕 일반 가계들을 선동하기 바빴고, 이미 그들의 선동이 얼마나 사기적인 것이었는지 드러났는데도 서로 공생관계인 언론에 의해 그들은 여전히 '전문가'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 가계들의 눈매는 날카로워지고 있습니다. 이미 압도적인 현실이 그들 선동꾼들과 선동언론들의 기만 행위를 여실히 느끼게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궁지에 몰린 그들은 자신들에 대한 따가운 비판 여론을 다른 곳으로 돌릴 '희생양'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가상의 '부동산 대폭락론자'입니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들 기사에서 거론하고 있는 대폭락론자는 주로 저입니다. '폭락론자' '비관론자' 같은 딱지 붙이기의 문제점은 제가 이미 여러차례 거론한 적이 있습니다. 한마디만 되풀이하자면, 암환자 판정을 내린 의사를 '비관론자' '악성종양론자'라고 하면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이들은 제가 마치 '지금 집값이 떨어지면 무조건 대폭락이 온다'고 주장하는 사람으로 묘사하면서 온갖 궤변을 동원해 '대폭락은 없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제가 그동안 부동산 문제가 사회경제적으로 미치는 폐해에 대해 지적한 것이나 구체적인 사안들에 대해 제가 시의적절하게 경고해온 부분은 전혀 소개되지 않습니다. 왜냐? 자신들의 왜곡선동보도에 대한 비판을 물타기하기 위해 '부동산 대폭락론자'라는 공격하기 좋은 대상을 만들어내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좌파 빨갱이' 같은 느낌으로 '폭락론자'라는 딱지를 붙이는 언론들이 스스로는 '대폭락 오나'라는 표현으로 장사를 하고 있으니 얼마나 이율배반적인가요? 어쨌거나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기득권 언론들에서 이런 보도들이 잇따르는 상황부터가 이미 주택시장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 아닐까요? 어쨌든 나중에 저는 부담을 덜겠군요. 이들 언론들부터가 폭락을 합창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게 강한 부정(=긍정)이라 할지라도 말입니다.
이 글을 마무리하면서 '대폭락 오나?'라는 보도를 한 언론들에 묻고 싶습니다. 당신들의 기사 속에 등장하는 '대폭락론자'는 도대체 누구입니까? 제 이름을 사용하는 어떤 다른 사람입니까? 그리고 제가 꾸준히 부동산시장의 엄혹한 현실을 경고할 때 당신들 언론은 무엇을 했습니까? 당신들이 부동산 광고에 혈안이 돼 부동산 투기 선동을 했던 과오에 대해서는 도대체 언제 반성할 것입니까?(하긴 반성할 리 없겠지요. 그 정도 반성할 양심이 있으면 처음부터 그런 선동 기사들은 쓰지 못했을 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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