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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북풍'과 '노풍'이라는 중앙정치 차원의 세몰이로 지자체의 재원 사용에 관한 협치구조를 만드는 지방선거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지방재정 상태의 문제점을 진단해보는 시리즈를 연재하고자 합니다. 오늘은 그 네번째 순서입니다. 참고로, 앞선 글들은 제 블로그의 최근 글들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지자체의 재정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지자체들이 여전히 개발연대의 토건사업에 재정을 탕진하고 있음을 살펴보았다. 이로 인해 지자체들의 순채무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올해 4월 중앙정부가 심의 의결한 2009회계연도 국가결산 자료에 따르면, 지방정부 순채무는 13.5조원에 이르렀다. 2007년 9.8조원, 2008년 10.1조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순채무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지방정부 순채무는 지자체 채무 가운데 중앙정부에 진 빚은 차감하게 되는데, 중앙정부에 진 빚까지 포함해 지방정부의 지방채권 발행 및 차입금 잔액을 나타내는 자치단체 채무는 2008년 19조 486억원에서 2009년에는 25조8,700억원으로 늘어났다. 정부는 올해에는 이보다 15% 더 늘어난 29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지자체의 감춰진 채무 실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으로 올수록 지자체가 설립한 각종 개발공기업들이 난립하고 있는데, 이들 공기업들의 부채는 해당 지자체의 채무로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지방공기업들이 무분별하게 사업을 벌이면서 가뜩이나 취약한 지방 재정을 잠식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늘은 이 문제를 짚어보기로 하자.
먼저, <도표1>에서 지자체의 지방채 발행 추이를 살펴보자. 참고로, 지방채 발행 추이는 관련 통계가 정리돼 있는 2007년부터 올해 4월초까지 발행 물량을 기준으로 작성했다. 지방채 발행 추이를 살펴보면, 2007년 이후 지금까지 모두 11. 47조원의 지방채가 발행됐다. 이를 연도별로 살펴보면 2007~2008년 연속 2.62조원을 기록했던 발행 물량이 2009년에는 4.73조원으로 급증했다. 이는 부동산거래 침체 등으로 지방세수가 감소한 데다 막대한 적자재정을 편성한 중앙정부의 기조에 편승해 지자체들도 경기부양 명목으로 각종 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부족한 재원을 지방채 발행으로 조달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올해에는 4월 7일 현재까지 약 1.65조원이 발행돼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올해 지방채 발행은 지난해보다 30%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도표1> 지방채 발행 현황
(주) 증권예탁원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광역 지자체별로 지방채 발행액 현황을 살펴보면, 서울이 2.77조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경기 2.0조원, 인천 1.52조원을 기록하고 있다.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3개 지자체의 지방채 발행이 전체의 54.8%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서 경남이 8,312억원을 발행한 데 이어 제주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자체가 2,000억~5,000억원 대의 지방채를 발행한 것으로 나타난다. 일견 지자체의 지방채 발행액이 많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자체들이 각종 대규모 개발사업을 벌이면서 산하 개발공기업들을 통해 차입을 크게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자체들은 지방재정법에 따라 지방채 발행한도를 해당 지자체의 2년 전 예산액의 10% 이내로 제한하고 있어 지자체들이 지방채 발행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지방채 발행이 여의치 않은 지자체들은 지방공기업을 통해 채권을 발행하여 대규모 개발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는 중앙정부가 겉으로 드러나는 국가채무 증가를 눈속임하게 위해 4대강 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수자원공사가 사업비 8조원을 부담하게 하는 것과 같은 행태라고 할 수 있다.
<도표2>를 보면 지방공기업들의 무분별한 채권 발행 행태가 여실히 드러난다. 지방공기업이 2007년 이후 지금까지 발행한 물량은 모두 16.17조원으로 지방채 발행 규모보다 더 많음을 알 수 있다. 연도별 채권 발행 추이를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한데, 2007년 0.67조원에 불과하던 채권 발행액이 2008년 2.59조원으로 늘어난 뒤 2009년에는 11.39조원까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는 앞서 지적한 대로 각 지자체들이 경기부양책 편성을 핑계로 내세우는 한편 올해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각종 전시용 대규모 개발사업을 벌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 들어서는 4월 7일 현재까지 1.57조원 수준으로 현재 추세대로라면 6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채권 발행이 주로 하반기에 몰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보다 훨씬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도표2> 지방 공기업 채권 발행 현황
(주) 증권예탁원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처럼 지방공기업의 채권 발행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는 중앙정부 산하 공기업을 포함한 전체 공기업의 채권 발행 가운데 지방공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더라도 알 수 있다. 2007년 2.74%에 불과했던 지방공기업 채권 발행 비중이 2008년 5.90%, 2009년 17.54%로 급증하고 있다. 같은 기간 전체 공기업의 채권 발행이 가파르게 늘어났는데도 불구하고 지방공기업의 상대적 비중이 이렇게 급증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에는 지방 공기업 채권 발행 잔액을 만기별로 살펴보자. 올 초를 기준으로 지방공기업의 채권 발행잔고는 모두 15.31조원이다. 연도별로 만기 도래액을 살펴보면, 올해 1.99조원을 시작으로 2011년에는 4.11조원, 2012년에는 5.13조원으로 늘어나 정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어 2013년에는 2.07조원, 2014년 이후에는 2.01조원의 채권 만기가 돌아오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이들 공기업의 채권 만기가 보통 3년물을 중심으로 2~4년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채권 발행이 현 상태로 지속된다면 2013년 이후 만기 도래 채권 물량도 계속 커지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지방공기업들이 지출 구조조정을 서둘지 않으면 2011년 이후로는 4조~5조원 대의 채권 상환 부담이 만성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당장 2012년이 되면 이들 지방 공기업들이 발행한 채권의 만기가 한꺼번에 도래해 지방공기업들에 큰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들 지방공기업들은 대규모 개발사업과 이를 배경으로 한 각종 주택단지 개발사업이 많은데, 부동산시장의 장기침체가 가시화되는 시점에서 이들 주택단지들이 제대로 분양되지 않을 경우 재무구조가 급속히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몇 년 동안 무리하게 각종 주택사업을 벌이다가 돈이 묶여 연쇄부도 위기에 몰린 중견건설업체들과 같은 상황이 지방공기업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인천도시개발공사의 경우 2006년 착공한 송도국제도시 내 임대단지인 ‘웰카운티 3차’ 사업에서 대규모 미분양을 냈고, 김포도시개발공사가 참여하고 있는 김포한강신도시에서도 지난해 하반기 대규모 미분양 물량이 생겨나고 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에 추진돼 1조3000억여원이 투입된 동남권유통단지사업(가든파이브)에서도 거의 분양이 되지 않아 대규모 ‘유령상가’로 전락한 가운데 에스에이치공사에 향후 막대한 손실이 돌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는 지방공기업별로 2007년부터 현재까지의 채권 발행 누계를 살펴보자. 먼저 서울시 산하 공기업인 에스에이치공사의 채권 발행이 5.97조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인천도시개발공사 3.20조원, 경기도시공사 1.70조원 순이다. 이들 수도권 3개 광역시도 산하 개발공기업들의 채권 발행은 모두 10.87조원 규모로 전체의 2/3 가량인 67.0%에 해당한다. 지방채보다 지방공기업 채권 발행에서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높은 것이다. 이어 부산도시공사와 부산교통공사가 각각 1.46조원, 0.93조원으로 나타나는데 이들 두 공사의 발행액을 합하면 2.38조원으로 오히려 경기도시공사보다 발행액이 더 많다.
이 같은 채권 발행액 증가는 이들 지방공기업의 급격한 부채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수도권의 3개 광역시도 산하 개발공기업들의 부채가 급격히 늘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에스에이치공사의 경우 부채가 2005년 3.36조원에서 2009년에는 16.35조원으로 급증했다. 물론 이는 에스에이치공사의 각종 개발사업이 늘어나면서 자산도 함께 증가하면서 생겨난 것으로 상당 부분은 향후 주택 분양이나 개발사업 완료로 상환할 수 있는 것이기는 하다.
하지만 주택경기 침체 등으로 차질이 빚어지면 만성적인 부채로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실제로 2007년 이후 주택시장의 침체가 시작되면서 이들 공기업의 경영 수익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데, SH공사의 경우에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2008년 3,712.9억원과 3,569.2억원에서 2009년에는 2,993.9억원과 2,451.7억원으로 줄었다. 경기도시공사와 인천도시개발공사의 경우에도 부채가 급증한 반면 2007년을 기점으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급감했다. 에스에이치공사의 실적에 비추어 볼 때 이들 공사의 2009년 실적은 더 악화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최근으로 오면서 광역지자체뿐만 아니라 기초지자체 산하 개발공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경기도 김포, 화성, 평택, 하남, 남양주, 안산, 양평, 용인 등 10개 지자체에 개발공기업이 설립됐고, 고양시, 구리시, 과천시, 파주시, 부천시 등도 산하 개발공기업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각 기초 지자체들이 각종 개발사업을 벌이고 개발과정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다시 지역 개발에 재투자한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이들 공기업들은 2000년대의 부동산 붐에 편승해 지역 주택사업을 대부분 주사업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이들 공기업들의 경영 상황이 악화돼 자금난을 겪거나 결국 지자체에 재정 부담을 안기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미 김포도시개발공사 5,800억원을 비롯해 화성도시공사, 평택도시공사 등이 부족한 사업재원을 마련하기 상당액의 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이처럼 지자체들이 터무니없는 장미빛 계획에 따라 계획인구를 대폭 늘려 잡는 식으로 대규모 주택사업을 벌이거나 각종 개발사업을 위해 개발공기업들을 설립하는 한편 이들 공기업들을 통해 우회적으로 대규모 채권 발행을 늘리고 있다. 이들 개발사업들은 경기부양이나 지역개발 등의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지자체장들이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사업을 펼치거나 이미 지나간 부동산 붐에 편승해 개발이익을 노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만약 이들 공기업들이 사업추진 과정에서 당초 기대했던 경영성과를 올리지 못한다면 남은 빚은 고스란히 지방정부의 채무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각 지자체의 공기업을 통한 무분별한 개발사업을 제어하지 못하면 가까운 장래에 사실상 파산에 직면하는 지자체가 나오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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