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취임 100일을 맞았다. 그런데 최부총리 취임 초기 일본 ‘아베노믹스’에 빗대며 호평과 찬사를 쏟아내던 기득권 언론들의 입이 요즘 쏙 들어갔다. 대신‘최경환노믹스 약발 다했나’ 등의 제목을 단 기사들이 심심찮게나온다. 취임 100일을 맞은 시점에서의 평가도 취임 초기의환호 일성과는 많이 달라졌다. 이런 국내 기득권언론들의 표변하는 행태를 보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간장을 통째로 들이켜봐야 짠 줄 아나.
나는 최경환부총리취임 초기부터 나꼽살이나 정봉주의 전국구 등에서 이른바 '최경환노믹스'가 단기적으로는 경제가 좋아지는 착시효과를 낼 줄 몰아내 길게 보면 한국경제를 더 큰 위험으로 몰고갈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또한 최부총리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같은 장기침체를 피하기 위해 대책을 내놓다고 하지만, 오히려길게 보면 일본식 장기침체를 조장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서는 얼마 전 김종인 전의원이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말로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딱 일본처럼 하고 있다”고 내가 지적한 내용과 거의 똑같은 내용으로 꼬집은 바 있다.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660563.html)
단순히 그 사이 주가가큰 폭으로 떨어지고 환율이 급등하는 한편 잠시 뛰는 듯 했던 주택시장의 거래가 다시 주춤해지는 등의 단기적 흐름을 갖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최경환노믹스의 본질은 공공과 민간의 부채를 늘려서 쏟아붓는 단기부양책이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경제의 구조개혁과는 거리가 멀며, 단기적으로는 부양책이될 수 있으나 길게 보면 한국경제의 위기를 심화시키는 ‘폭탄 돌리기’가될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겉보기에는 일본의 아베노믹스를 따라한다는 최경환노믹스가 상황적 맥락으로는일본이 장기침체에 빠져들 때 부실 구조조정을 지연시켰던 정책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일본식장기침체를 부를 수도 있다고 하는 것이다.
왜 그런지 좀 더자세히 살펴보자. 잘 알려진 대로 일본의 아베노믹스는 일본은행의 양적완화를 통한 통화팽창,건설사업 발주 등을 통한 재정총출동, 산업 구조개혁이라는 세 개의 화살을 주축으로 하고 있다. 최근 일본 경기가 다시 가라앉는 등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일본 수출기업 실적 증가와 일본 주가 상승 등 단기적으로 아베노믹스는 일정한 효과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정책은 일본이 부동산 거품이 붕괴한 1991년 이후에 쓴 정책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그때는 일본의 부동산 거품이 빠지지 않았고, 상업용 부동산과 연계된 금융권의 부실 채권 문제가 남아 있었다. 시장 청소와 구조개혁을 시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돈을 들이붓다 보니 오히려 시장 불안과 경기 침체를 장기화한 것이다.
어쨌거나 지금의 일본 아베신조가 하고 있는 정책은 자의든 타의든 그런 거품기가 끝나고, 오랜 가뭄에 시달려 메말라버린 논바닥에 물을 대주는 조치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아베노믹스가 국가 부채 폭증과 소비자 부담 가중이라는 위험 요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는 일정 부분 효과를 나타낸 것이다. 물론 그 효과조차도 이제 약발이 거의 다해가고 있지만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른바 ‘최경환노믹스’는 41조 원 규모의 재정 투입,LTV, DTI 등 주택대출규제 완화, "근로소득 증대세제"와 "배당소득 증대세제","기업소득 환류세제"등 3대 세제 도입, 그리고 한은을 압박해 얻어낸 기준금리 인하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정책들은 제목은 그럴 듯 하지만, 속 빈 강정이거나 효과가 제한적인 정책들이다.예를 들어, 이명박정부 시절의 재정적자 증가와 감세정책 기조를 크게 수정하지 않아 세수가 부족해 추경편성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각종 신용보증과 무역보험 지원 등 기금과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을 동원한 정책금융 및 외화대출 지원 등을 동원해41조원의 돈을 풀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식의 돈풀기 정책은 사실상 공공 부문의 자금 대출이 대부분이어서 경기가 침체된 상태에서 얼마나 많은 가계와 기업들이 자금을 빌려쓸지 의문이다.수요가 충분하지 않은데 정부의 밀어내기식 정책 기조에 따라 무리한 정책자금이 집행됐을 대 향후 가계와 기업들이 부실해지면서 자금 회수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진다. 이런 식의 자금 집행은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기업 소득을 가계소득으로 환류시킨다는 명분을 내건 3대 세제도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기업들의 세후 이익 가운데60~80%에 해당하는 금액에서 해당 연도 투자액과 배당액, 임금 증가분을 차감한 금액에서 10% 세율로 과세하겠다는 기업소득환류세제가 대표적이다. 이미 10대그룹 계열사 91곳 가운데 60곳 이상이 낼 세금이 하나도 없다는 분석이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기획재정부 스스로 발표한 내용을 보면 이들 3대 세제 도입으로 2015년 550억 원으로 시작해 모두 5680억원에 그칠 것으로 추정됐다. 우리 연구소가 추정한 결과 이명박정부 시절 도입된 법인세 감세 혜택만 철회해도 연간 5조~7조원 가량의 추가 세수가 늘어나는 판에 5~6년에 걸쳐 겨우5680억원의 세수가 늘어나는 정책을 내놓고 가계소득을 늘리는 조치라고 생색내고 있는 것이다.
사실 최경환노믹스의 핵심은 온갖 미사여구에도 불구하고 주택대출규제 완화를 통한 집값 띄우기일 뿐이다.LTV, DTI 한도를 높여 빚을 더 내서 집을 사라고 하지만, 빚을 더 낼 수 있는 수요가 많이 남아 있지도 않다. 고작 3~4개월 가량의 ‘반짝 효과’는 있겠지만, 그 효과가 이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오히려 실질적으로 이 같은 대출규제 완화가 노리는 것은 제2 금융권의 상대적 고금리 대출을 가진 하우스푸어 가계들이 1 금융권의 저금리 대출상품으로 갈아타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식의 거치기간 연장이나 대출 갈아타기로 하우스푸어들에게 5~6년을 버텨오게 했는데, 더 버티라고 하는 시그널을 주는 것뿐이다. 위험한 폭탄돌리기를 다시 연장하는 것이다.
이처럼 최경환부총리가 직면한 한국은 부동산 거품과 가계부채 문제를 해소하지도 않았고, 건설업계 구조조정을 제대로 진행한 상태도 아니다. 이런 점에서 최경환노믹스는 오히려 가계부채를 양적, 질적으로 악화시키는 한편 건설업계 등의 구조조정을 지연시키는 효과를 낳게 된다.
요약하자면 최경환노믹스의 본질은 빚 내서 경기 띄우기를 새롭게 포장한 것일 뿐이다. 일본의 아베노믹스를 흉내낸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부실 구조조정을 지연시켜 ‘잃어버린 20년’을 초래한 시절의 일본 정부의 정책과 더 닮아 있다. 그만큼 위험한 정책이다.지금 필요한 것은 오히려 주택대출 규제를 점진적으로 조여 ‘부동산 폭탄’의 뇌관을 제거하고 시장퇴출이 실제로 일어나는 건설업계와 조선업계 등의 산업 구조조정이어야 한다. 이 같은 구조조정을 게을리한 채 부채 늘리기를 통한 경기 부양이 핵심인 최경환노믹스는 단기적으로는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실패한 정책으로 기록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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