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초유의 실험이었던 양적완화가 드디어 끝난다. 양적완화라는 돈의 힘에 많이 기댔던 나라일수록 양적완화가 끝나는 과정에서 통증이 클 것이다.
연준, 양적완화 종료 선언.."상당기간 초저금리"
http://media.daum.net/economic/others/newsview?newsid=20141030040411291
지난 번 글에서 간단히 지적한 바 있지만, 미국의 양적완화가 마무리되면서 한국경제에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는 적지 않다. 2008년 경제위기 이후에도 공공과 민간부문 가리지 않고 엄청나게 폭증한 부채(이자성 총부채 3400조원)과 외국인 투자자금의 급격한 유출 가능성(증시 투자 자금 억 달러)이 대표적이다. 그만큼 한국경제가 대내외 상황 변화에 매우 취약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양적완화 종료는 자동차 운전에 비유하자면 그 동안 극심한 침체에 빠진 세계경제를 구하기 위해 밟았던 가속페달에 가하던 힘을 단계적으로 줄여 이제 완전히 떼는 단계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제 이 단계를 벗어나 2015년 이후에는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브레이크를 밟게 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소개한 기사에서 '상당기간 초저금리'라는 표현 때문에 미국 금리 인상까지 많은 시간이 남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기사에도 나오듯이 그래봐야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의 대략적 범위가 내년 상반기에서 2016년 초에 걸치는 정도일 뿐이니까. 물론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다고 해서 무조건반사처럼 한국 금리가 곧바로 따라움직일 거라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양적완화에 따라 전세계에 뿌려졌던 달러캐리트레이드 자금들이 결국 미국으로 환류할 수밖에 없다.
2014년 2분기 현재 외국인의 국내 투자 총액은 1조 51.9억 달러인데, 이 가운데 주식이나 채권 등 증권시장에 투자된 금액이 6471.5억 달러에 이를 정도로 압도적으로 많다. 이는 전체 외국인 투자 총액 가운데 61.5%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4019억 달러(달러당 1055원 적용시 424조원)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1분기 이후 다시 늘어났다. 이들 가운데 상당 부분이 미국의 저금리 자금을 빌려 해외의 상대적 고금리 자산에 투자한 달러캐리트레이드 자금이다. 이들 자금은 미국의 기준금리가 인상될 경우 상당 부분 빠져나가면서 한국의 주가와 환율, 시장금리를 요동치게 만들 공산이 크다. 결국 이 같은 급격한 자본유출을 완화하기 위해 한국은행 또한 ‘울며 겨자먹기’로 기준금리를 끌어올려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될 공산 또한 따라서 커지게 된다. 이 같은 시기가 언제가 될 것인지 속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미국 금리 인상 이후 적어도 1~2년 안에는 국내 금리도 따라오르는 등의 파장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결국 길게 잡아야 2~3년 정도의 시간이 우리 앞에 남아 있는 셈이다.
이 시기 동안 한국경제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앞서 말한 리스크 요인들이 현실화하면서 전면적인 위기로 치달을 수도 있고, 반대로 일정하게 통제 가능한 수준의 충격을 겪는 정도에 그칠 수도 있다. 이미 한국경제는 부채 구조조정을 너무나 오랫동안 미뤄왔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주택대출 규제완화와 각종 ‘빚 내서 집 사라’른 식의 대책을 거둬들이고 주택대출 규제를 점진적으로 강화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부채 다이어트를 유도하고 부동산 거품을 빼나가야 한다. 또한 조선과 해운, 건설 등을 중심으로 좀비업체처럼 살아 있는 부실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과 퇴출 등의 정리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부실 계열사에 대한 처리를 미뤄 이미 그룹해체로 이어지다시피 한 STX그룹이나 웅진그룹, 동양그룹은 말할 것도 없고, 부실 계열사 정리를 미룬 일부 중견 재벌사들도 다시 위기의 사정권에 들어갈 수 있다. 이처럼 가계부채 다이어트와 부실기업들의 신속하고 체계적인 구조조정을 이뤄내지 못하고 미국 출구전략의 여파를 한꺼번에 겪게 되면 한국경제는 또 한 번 큰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다. 지금 많은 시간이 주어져 있지 않다는 점을 정부당국과 기업 및 가계들은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