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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양적완화 종료와 관련해 한국 언론들 대부분이 '상당 기간 저금리 유지'라는 표현을 달았다. 정부로부터 막대한 예산을 지원받는 연합뉴스의 첫 보도가 그런 제목으로 나가니 후속 언론보도들이 거의 대부분 비슷한 제목을 달았다.
상당기간(for a considerable time)이라는 표현은 FRB가 구체적 금리 인상 시기를 미리 특정할 수 없어서 쓴, 매우 모호한 표현. 이번에 처음 쓴 것도 아니어서 어쩌면 큰 의미가 있는 표현도 아니었다. 그런데 국내 언론들 대부분이 이 표현을 제목에 넣어 미국 금리가 오를 때까지 상당히 오랜 기간 더 걸릴 것과 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
하지만 이건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 사실 왜곡에 가깝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시기에 대한 전문가들 의견 분분하지만, 대체로 내년 상반기~2016년 초 정도로 예상한다. 국내 신문들 제목의 '상당 기간'이라는 표현이 그런 시간 범위를 전달할 수 있을까. 그런데 굳이 제목으로 뽑아서 국내 신문들이 그걸 강조하면 '아직 금리 오르기 전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다'는 시그널을 주게 된다. 그건 잘못된 시그널이 될 공산이 크다.
참고로, 미국, 영국, 호주, 프랑스, 중국, 일본 등의 주요 언론들의 관련 보도를 보면 미국이 양적완화의 종지부를 찍었다는 내용을 팩트로 전달하거나 기준금리 인상이 다음 수순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제목을 달았다. 국내 언론들처럼 '상당 기간'을 제목에 사용한 보도는 없었다. 왜? 큰 의미 없기도 하고, 이미 연준이 여러 차례 사용했던 표현이라 뉴스도 아니니까. 내가 보기에 어제 연준 발표 가운데 더 뉴스 가치가 있었던 것은 “연준이 현재 예상하는 고용, 물가 목표에 더 빨리 접근한다면 금리 인상도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문장이다. 해외 언론들 가운데는 그 표현에 주목한 경우가 많았다. 당연히 우리도 그 표현에 주목하고, 그럴 가능성에 일정하게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