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도권 주택시장의 침체가 가속화되면서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빠른 속도로 하락하기 시작하자 그동안 부동산 투기 선동을 해오던 언론들이 이제는 오히려 ‘집값 떨어지면 건설업체 위기가 금융권 부실로 이어진다”며 ‘건설업계를 살리라”고 주문하고 있다. 불과 몇 달 전 자신들의 거침없는 투기 선동 하이킥에 대한 일말의 반성도 없이 이제는 자신들의 부동산 광고 밥줄인 ‘건설업계 일병 구하기’에 올인한 모습이다. 이 같은 언론들의 행태에 대해서는 며칠 전 필자가 따끔하게 비판한 바 있다.



그런데 이들 언론들은 자신들의 ‘건설업계 일병 구하기’를 위해서는 그동안 자신들이 철저히 외면하고 배신해온 서민들을 파는 데도 여념이 없다. “버블이 붕괴하면 서민이 더 피해를 본다”며 부동산 부양책을 옹호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부동산 부자들을 위해 컨설팅을 해주고, 부동산 투기 선동을 업으로 삼던 사람들도 언제부터 서민들을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그런 사람들이 얼마 전부터 ‘부동산이 폭락하면 서민들이 더 어렵다’는 식으로 협박성 주장을 내놓고 있다. 한 때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이 종부세 완화를 주장하면서 ‘강남의 6억원 이상 주택 보유자는 중산층’이라고 했다는데, 혹 이들이 일컫는 서민들은 다주택 소유자들을 의미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본래 의미의 서민을 뜻하는 것이라면, 이 말은 가당치도 않다.



왜 그런가 한 번 따져보자. 집값이 오를 때 가장 이득을 보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바로 다주택 보유자들이다. 부동산을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가격 상승이 큰 부동산을 가지고 있을수록 가장 큰 이득을 보기 마련이다.



그러면 이때 가장 손해를 보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그야말로 무주택 서민이다. 그 다음은 집이 있어도 집값이 거의 오르지 않은 사람들이다. 일반 재화와 달리 주택은 사람들이 소유든, 전세든, 월세든 어떤 식으로든 이용하지 않고 생활할 재간이 없다. 노숙자가 아니라면 말이다. 다른 많은 재화들은 가격이 오르면 사지 않거나 다른 물건으로 대체할 수 있다. 하지만 집은 그럴 수가 없다. 또 같은 자산이라고 하더라도 주식과 같은 경우에는 주식 투자자들만이 이득이나 손해를 본다. 내가 참여하지 않으면 아무리 주식이 폭등해도 그 혜택을 볼 수 없고, 아무리 폭락해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 하지만 집은 어떤 식으로든 이용하지 않을 수가 없다.



따라서 부동산 투기로 집값이 오르면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부동산 투기에 가담하지 않더라도 영향을 안 받을 도리가 없다. 특히 집값이 오르면 무주택자들은 집값이 오른 만큼 실질 소득이 감소하는 효과가 생긴다. ‘내 집 마련’ 집착증이 강한 한국인의 경우 이런 경향은 더욱 강하다. 예를 들어, 집값이 두 배로 뛰면 내 집 마련을 목표로 하는 사람의 경우 집을 사기 위한 저축기간이 두 배로 증가한다. 또는 같은 월급으로 두 배를 저축해야 한다. 집값 상승으로 무주택자의 월급이 사실상 감소하거나, 삶의 질이 그만큼 떨어지는 것이다. 더구나 한국처럼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전체 생활비용 가운데 주거비 비중이 큰 나라에서는 이런 효과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이처럼 집값이 오르면 무주택 서민들이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그러면 집값이 빠질 때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당연히 집값이 오를 때 가장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다. 땅이나 집을 여러 채 가진 부동산 부자들이다. 그런데 정부와 정치권, 엉터리 언론과 전문가들이 이런 상식을 부정하고 서민이 가장 피해를 본다고 떠들어대니 기가 막힌다. 집값이 오를 때 가장 피해보는 사람들이 왜 떨어질 때도 가장 피해를 보게 된다는 말인가? 서민들은 어떤 경우든 피해보기 위해 태어난 존재라는 것인가? 중학교 수준의 경제학 상식을 이렇게 되풀이해야 하는 현실이 서글플 뿐이다. 자기 집이 없는 42%의 무주택 서민이 집값이 떨어진다고 왜 피해를 본다는 말인가? 그리고 집값이 거의 오르지 않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 30%도 집값 하락으로 인한 피해가 거의 없다. 그리고 집값이 많이 올랐던 지역의 주택 소유자라도 원래 자기 집에 살던 사람들 20% 정도는 실질적으로는 피해가 없다. 오를 때 기분이 좋았다가 내릴 때 제 때 못 팔았던 것을 후회하는 정도이기 때문이다. 정말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투기를 일삼거나 거기에 편승했던 사람들 약 10% 정도, 그 가운데 특히 무리하게 빚을 얻어 다주택을 소유했던 사람들이다. 이렇게 보면 집값이 오르고 내림에 따라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너무나 명확하다.



그런데도 ‘버블 붕괴 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게 서민’이라고 떠드는 세력들은 왜 그렇게 말할까? 선의로 해석하자면 버블 붕괴 시 경제적 충격이 동반되니 이때 서민들의 삶이 힘들어진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말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 번 부풀어 오른 버블이 꺼지는 것은 필연에 가깝다. 버블이 커질 때부터 이미 서민들은 집값 상승으로 인한 상대적 소득 하락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내수 위축, 임대료 상승, 양극화 심화 등으로 고통받아왔다. 그렇게 버블을 키워 서민들의 삶을 잔뜩 힘겹게 해놓고도 여전히 버블은 꺼지면 안 된다고 한다면 계속 버블을 키우자는 말밖에 안 된다.



현재의 버블이 유지되거나 더욱 부풀어 오르는 상황에서는 결코 서민들의 삶이 개선될 수 없다. 당초부터 버블을 키우지 말았어야 했지만, 이미 버블이 커졌다면 지금이라도 서서히 버블을 꺼트리는 것이 옳다. 물론 상당 기간 버블 붕괴의 충격으로 고통스럽겠지만, 결국 그것은 버블이 형성될 때부터 이미 예고된 것이다. 지금이라도 버블이 꺼져야 시간이 걸리더라도 서민을 비롯한 가계 전체가, 그리고 한국 경제 전체가 정상적인 경제 활동으로 돌아갈 수 있다. 따라서 정부와 정치권이 정말 선의로 그런 주장을 했다고 한다면, 실제로는 서민에게 전혀 도움 되는 길이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하지만 건설업계와 이들의 대변지격인 선동 언론들이 이런 선의로 그런 궤변을 늘어놓는다고 생각되진 않는다. 버블 붕괴 시 가장 큰 경제적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역시 부동산 부자들이다. 서민들의 삶도 어려워지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따라서 이 주장은 부동산 부자들을 위해 대놓고 부동산 부양책을 쓰려는 자신들의 진짜 의도를 감추기 위해 동원된 궤변일 뿐이다.



그런데 만약 건설업계나 부동산업계의 주장에 따라 정부와 정치권이 이런 핑계를 대며 또 다시 부동산 부양책을 쓰게 된다면 이는 매우 사악한 행태다. 정부와 정치권이 서민을 보호하기는커녕 투기자나 부동산 부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집값을 떠받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주식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투자도 자기 책임 하에 하는 것이다. 집값 상승으로 이익을 볼 때는 부동산 투기자들이 몽땅 차지하게 하더니, 왜 집값이 떨어질 때는 정부 재정과 행정력을 동원해 그들의 손실을 막아야 한단 말인가? 집값 폭등으로 겪는 서민들의 고통을 이렇게 생각하는 정부와 정치권이었다면 지금처럼 거품이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부동산 부자들을 위한 부양책을 쓰면서 서민을 위하는 척하는 정부와 정치권의 기만적인 행태는 비열하기 짝이 없다.



한국경제는 2000년대 내내 부동산 투기로 부동산에 돈이 묶이면서 생산경제에 돈이 돌지 않아 만성적인 내수 침체와 일자리 감소로 소득이 늘지 않고 한국 경제의 건전한 구조가 훼손돼왔다. 또한 주택 가격의 폭등으로 서민들의 경제적 위치는 더욱 약화했고, 자산 양극화는 극대화돼 사회적 위화감과 박탈감이 커졌다. 그 여파로 우리 젊은이들은 변변한 일자리가 없는 반면 집값은 너무 높아 시집장가를 못 가고,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고 있다. 이처럼 부동산 버블의 폐해로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막대한 기회비용이 누적되고 있기에 부동산 거품은 어떤 식으로든 해소해나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마치 부동산 거품이 빠지면 부동산 부자가 아니라 서민들이 가장 큰 피해자라는 식으로 서민들을 세뇌시키는 한편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사람들은 최소한의 양심이 있는가? 어떻게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데 자산을 많이 가진 사람들이 피해를 안 보고 무주택 서민들이 가장 피해를 본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서민은 어떻게 부동산 가격이 올라도 피해를 보고 내려도 피해를 본다는 것입가?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부동산 거품 때문이 아니라 국민경제의 틀이 서민들에게 굉장히 잘못돼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항상 서민을 희생양으로 삼는 경제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다.



따라서 ‘부동산 폭락, 서민이 더 괴롭다’는 주장은 서민을 위하는 척하면서 사실은 가장 기만적으로 서민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주장이다. 부동산 거품이 꺼진다 해도 부동산 부자들과 건설업계를 위해 현 정부가 쏟아 부은 부양 예산의 3분의 1만 제대로 서민들을 위해 써도 서민들은 어렵지 않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고 일반 가계들이 빚을 내서 계속 거품 잔뜩 묻은 고분양가 아파트를 사게 만들고, 무주택 서민의 세금까지 들어간 돈으로 미분양 물량을 매입하고 토건사업을 벌이니 서민들이 힘든 것이다. 현재 한국경제의 위기는 기본적으로 가계 부채의 위기이지 건설업계의 위기가 아닙니다. 어떻게 도덕적 해이와 탐욕에 빠져 무리한 사업을 펼치다 위기에 빠진 건설업계를 구해주기 위해 국민들이 언제까지나 빚을 내서 집을 사줘야 한다는 것인가.



지금 국내 부동산 문제가 이 지경까지 이른 것은 정권의 좌우를 가리지 않고 무능과 무지로 넘쳐나는 정치권과 정부의 거듭된 정책실패와 부동산투기 등 부정부패의 탓이 크다. 하지만 업계 전체로 ‘대마불사’ 논리에 빠져 무리한 경영을 해온 건설업계나 부동산 광고에 눈이 멀어 이들을 옹호해온 상당수 언론에도 매우 큰 책임이 있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수급이 무너져 더 이상 지탱하기 힘든 지경까지 와 있다. 이제는 그야말로 시장원리에 맞춰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고 부동산 가격이 자산시장의 가격 결정 메커니즘에 맞춰 일정한 수준까지 조정되도록 하는 게 순리다. 이를 거부하고 건설업계가 또 다시 무리한 부양책을 요구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경착륙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건설업계의 분양 광고에 크게 의존해온 언론사들도 경착륙을 피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부동산 언론은 건설사 민원 해결에 열중하기보다는 국민경제 전체의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모색하는 관점에서 보도하기 바란다. 그것이 독자인 국민들로부터 버림받는 길을 피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4. 5. 09:20

어제 2009년 시공능력 35위인 남양건설이 조만간 법정관리를 신청한다는보도가 나왔다. 성원건설 부도 이후 연쇄부도설이 줄을 이었는데, 실제로 남양건설이 법정관리 신청에 들어감에 따라 그 같은 위기설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그러면 왜 중견건설업체들의 경영 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일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한국 건설업의 공종별 매출액 분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내 건설업체 매출액의 3대 축은 건설공사업, 토목공사업, 산업환경설비업이라고 할 수 있다. 2009년 기준 시공능력평가 100대 건설업체의 2008년 매출액 분포를 살펴보면 건설업은 52.9%인 반면 토목업은 24.3%, 산업환경설비업은 22.1%에 그치고 있다.

산업환경설비업은 두산중공업, 지에스건설, 삼성엔지니어링, 현대중공업, 대림산업, 대우건설, 현대건설, 에스케이건설, 포스코건설, 한화건설, 롯데건설, 삼성물산 등 대부분 시공능력평가 10위권 이내 재벌 건설업체이거나 중공업계열 건설업체들이라고 할 수 있다. 토목공사도 대부분 현대건설, 대우건설, 삼성물산, 대림산업, 한진중공업, 타이세이건설, 포스코건설, 에스케이건설, 지에스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대부분 재벌 건설업체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10대 재벌 건설업체들을 제외한 건설업체들의 매출액은 대부분 건설공사업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들 건설공사업의 70~80%가량은 민간주택 건설업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100대 건설업체들 가운데 건설업 비중이 전체 공사실적의 85% 이상을 차지하는 건설업체는 28개 업체, 70% 이상인 업체는 45, 50% 이상인 업체는 74개 업체에 이른다. 대부분의 건설업체들이 건설업 특히 주택건설업이 주력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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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표>에서 보는 것처럼 건설수주액은 기복을 보이기는 하지만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하지만 2008년 하반기 이후 주택시장 침체가 본격화되면서 건설수주액은 더 이상 증가하지 못하고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이를 공종별로 살펴보면, 건축 수주액은 2008년 하반기 이후 급감하고 있는 반면, 토목 수주액 증가가 이를 떠받쳐주고 있다. 또 공사 발주주체별 건설수주액을 보면 2008년 하반기 이전 약 7:3 정도로 민간 발주물량이 많았으나 2008년 하반기 이후에는 민간 물량이 급감한 대신 공공 발주물량이 늘어나 민간 발주물량 감소를 보완하고 있다. 다시 공공과 민간부문의 발주물량을 공종별로 나눠 살펴보면 공공부문은 토목 물량이 급증하고 있는 반면 민간부문은 건축 물량이 급감하고 있다. 즉 민간의 건축 수주물량 급감을 공공의 토목사업이 떠받쳐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경인운하사업과 4대강 사업 등 대규모 토목사업이 주택시장의 침체 속에서 건설업체들의 자금난을 해소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위에서 본 것처럼 공공 토목사업 발주 증가로 인한 혜택은 대부분 토건사업을 많이 해온 상위 대형 건설업체들에 집중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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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표> 2000년대 건설수주액 추이 현황


() 통계청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업체들은 국내 주택시장이 위축되자 해외건설 수주를 늘려 2004 75.0억 달러이던 해외건설 수출액이 2009년에는 11월까지 누계액만으로 465.4억달러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이 같은 해외건설 수주 또한 대부분 상위 재벌건설업체들에 집중되고 있다. 2008년 매출액 기준으로 1000억원 이상 대형 건설업체들이 전체 해외건설 매출액 181957억원의 87.4% 159045억원을 차지했다. 이로 미뤄볼 때 2009년에도 해외건설 매출액의 대부분은 10대 재벌건설사들에 돌아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상위 10여개의 대형 재벌건설업체들은 민간주택 시공물량의 급감을 공공부문의 토목사업 수주나 해외플랜트 수출 등으로 상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 상위 업체들을 제외한 주택사업 위주의 건설업체들은 사정이 전혀 다르다. 이들 업체들은 상위 재벌건설업체들과는 달리 단기간에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오로지 주택사업을 통한 현금 확보를 통해 자금난을 해소해야 하는 처지라고 할 수 있다. 이미 미분양 물량 급증으로 자금난에 시달리면서도 주택시장 침체로 아파트 분양사업을 제대로 하기 어려웠던 건설업체들로서는 2009년 하반기의 이른바
분양대전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결과는 대부분 건설업체들의 분양 참패로 막을 내리면서 건설업체들이 허위로 신고하는 미분양 물량 집계가 아닌 실제 미분양 물량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에만 4만호 이상 추가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미분양 물량의 증가가 건설업체들에게 주는 영향은 명확하다. 건설업체들이 분양을 통해 확보하려 했던 현금은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채 오히려 부채를 안고서라도 시공을 해야 하는 처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미분양이 많으면 많을수록 건설업체들에게 미치는 자금압박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법정관리를 신청한다는 보도가 나온 남양건설과 시공능력이 비슷한 2009년 시공능력 30위대의 한 업체의 재무현황을 살펴보자. 이 업체의 경우 건축사업 비중이 47.9%로 비교적 낮은데도 불구하고 2009 3분기 현재 영업이익 65억원에 -17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가운데 부채는 8,917억원에서 9,136억원으로 증가했다. 이 시기에 비유동부채는 3,147억원에서 1,309억원으로 줄어든 반면 유동부채는 5,770억원에서 7,826억원으로 급증했다. 부채가 급속히 단기화되어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상위 10여개 재벌급 건설업체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중견건설업체들은 주택시장 침체의 영향을 고스란히 겪고 있다. 특히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익이 악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단기 유동부채를 중심으로 부채가 급증하고 있어 자금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 건설업체들은 2009년 하반기에 대규모 분양을 통해 활로를 모색해왔다. 하지만 이미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났다. 또한 주택시장의 침체가 가속화되고 있어 앞으로도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거나 분양 성공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2006년부터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물량이 급증해 2008년 하반기 이후 상당수 기업이 퇴출 또는 워크아웃 대상으로 내몰린 것이 1차 구조조정 위기였다면, 지난해 하반기 이후의 대규모 미분양 물량 증가로 인한 2차 구조조정 위기가 이제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주택시장 침체와 미분양 급증으로 건설업계의 경영난이 악화되는데도 일부 언론이나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집값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터무니없다.


끝으로 필자가 우려하는 것은 이 같은 건설업체들의 자금난이 계속되면 건설업계나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상당수 신문들은 또 다시 건설 부양책을 주문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하지만 부동산 거품기에 잔뜩 늘어난 건설업체들을 국민 경제 전체가 언제까지 먹여 살릴 수는 없다. 자신들의 경영 판단 잘못과 과욕으로 빚어진 잘못은 그들 스스로 책임지게 해야 한다.


미분양 물량의 급증은 건설업체의 터무니없는 고분양가 전략이나 주택 수급 사정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공급 물량을 주먹구구식으로 늘려온 정부의 정책 실패 책임이 크다. 그런데도 문제의 본질에 대한 제대로 된 접근은 외면한 채 건설업체 위기를 다시 국민 세금으로 도와달라는 것은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 또한
집값이
여전히 일반 가계의 소득 수준 대비 지나치게 높은 상태이고, 어떤 은행도 파산 위험에 처해 있지 않은데 온갖 부양책을 동원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파렴치하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수급이 무너져 이상 지탱하기 힘든 지경까지 있다. 이제는 그야말로 시장원리에 맞춰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고 부동산 가격이 자산시장의 가격 결정 메커니즘에 맞춰 일정한 수준까지 조정되도록 하는 순리다. 이를 거부하고 다시 무리한 부양책을 쓴다면 그것이야말로 경착륙으로 가는 지름길이자, 장기침체를 부르는 조치라는 점을 정부와 건설업계는 깨닫기 바란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4. 2. 11:57

저희 연구소가 네이버 부동산팀의 간곡한 요청에 따라 오늘(4월2일)부터 네이버 부동산에 <김광수경제연구소의 부동산칼럼>이라는 팻말을 달고 연재를 시작합니다.

 

연재 칼럼은 네이버 부동산의 오른쪽 날개에 별도 섹션으로 구분돼 있고, 상단 메뉴바에서 뉴스--->김광수연구소로 들어오셔도 되고, 뉴스란에서 하단 오른쪽의 우리 연구소 섹션으로 들어오셔도 됩니다. 직접 링크도 걸어드리니 참고 바랍니다.

 

http://land.naver.com/news/board.nhn?m=list&bid=lab

 

네이버 부동산팀에서 이른바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라는 양반들의 글과 섞이지 않도록 별도로 분리해서 섹션을 만들고 노출할 수 있도록 편집상에서 여러 배려를 해주었습니다. 아직은 초기이기 때문에 제 글이 많고 이미 공개한 글들이 많습니다만, 앞으로는 소장님의 글과 정남수센터장님 등 다른 분들의 글과 새로운 글들이 많이 올라갈 것입니다.  또 현재 우리 연구소 배너에 쓰인 사진은 너무 캐주얼한 분위기여서 조만간 다른 사진으로 바꾸려 하니 양해를 바랍니다. 한 번 둘러보시고 고치거나 개선해야 할 부분들에 대해 조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향후 우리 연구소는 현재의 <경제보고서>와 <경제시평> 유료 회원제 사업에 이어 <부동산경제보고서> 회원제 사업도 실시하려고 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향후에 별도로 다시 공지드리겠습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격려와 성원 덕분에 저희 연구소가 무럭무럭 자라나고 잇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격려와 성원, 지도편달을 부탁드립니다.


by 선대인 2010. 4. 2. 11:52

며칠 동안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진작 정리하려 했던 글을 이제서야 정리해봤네요.^^

얼마 전 우리 연구소포럼의 대구경북지역 운영위원회 및 공부방 모임에 참석해 대구 주택시장 상황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사실 현재 국내 부동산 시장의 관건은 수도권의 주택시장이기에 저도 주로 수도권 주택시장을 분석해왔고, 지방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해온 감이 없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 강연을 앞두고 대구 주택시장 상황을 한 번 전국 상황과 비교해가며 분석해 봤습니다.

 

대구는 국내 주택시장에서 버블 붕괴를 가장 일찍 경험한 도시여서 대구의 경험을 살펴보는 것이 수도권 주택 시장을 보는데도 많은 참고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인 분석 데이터는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하게 국민은행 자료를 사용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우선, 아래 <도표1>에서 보시는 것처럼 대구의 아파트 가격은 서울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적었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2002년 초까지 서울과 큰 차이 없이 가파르게 올랐으나 이후 점점 상승폭이 둔화돼 2006년 상반기를 고비로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면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2008년 말~2009년 초 경제위기와 함께 아파트 가격이 급락한 뒤 일시 회복하는 듯했으나 다시 회복세가 주춤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도표1>

 (주)국민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도표2>에서 대구의 주택 유형별 가격 추이를 보면, 단독 및 연립주택의 가격은 오히려 명목가격 상으로도 떨어지고 있고, 모든 주택 유형을 포함한 종합 가격 또한 1990년대 초반 수준에 그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도 2000년대의 부동산 버블은 수도권 아파트 위주의 버블이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대구에서도 상대적으로 수도권보다 그 정도는 약했지만, 2000년대 버블은 아파트를 대상으로 발생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서강대 경환 교수나 국토해양부 등 정부 부처들은 이 같은 양상을 교묘히 호도하면서 전국 모든 주택을 대상으로 국내에는 집값 거품이 없다고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도표2>

  (주)국민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번에는 <도표3>에서 대구의 구별 아파트 가격 추이를 분석해보겠습니다. 두 개씩 짝을 지어 네 개의 도표로 정리했는데, 쉽게 볼 수 있도록 그렇게 한 것일 뿐 특별한 의미는 없습니다. 도표에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여기에서도 버블의 핵심 지역이 먼저 오르고 뒤이어 덜 오른 주변부 지역이 따라 오른 뒤 버블의 핵심 지역을 따라 주변부 지역도 버블이 꺼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른바 제가 용머리-용꼬리라고 부르는 패턴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도표3>

   (주)국민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예를 들어, 학군 수요가 많아 대구의 강남이라고 불리는 수성구의 경우 2006년 초반까지 가파르게 올랐으나 이후 상당히 가파르게 하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상대적으로 대구의 주변부라고 할 수 있는 북구와 동구 등은 상대적으로 뒤늦게 가파르게 뒤늦게 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보통 버블의 핵심지역에서 투자 수익률 관점에서 더 이상 집값이 오르기 힘들 만큼 오른 뒤에는 투기 수요가 상대적으로 덜 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해당 지역 집값의 표준지 역할을 하는 핵심 지역(대구의 경우 수성구) 집값이 내리면 다른 지역도 시차를 두고 따라 내릴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또한 대구에서도 공급 과잉이 매우 강력한 가격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구의 경우 시가지를 확장하면서 뒤늦게 대구시에 편입된 달서구와 달성군에 신규 주택 단지들이 대규모로 공급됐는데, 이들 지역에서 대규모 미분양이 2006년부터 급증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해당 지역은 물론 대구 지역의 다른 지역들까지 주택 가격을 떨어트리는 압력으로 작용하게 된 것입니다.

 

이번에는 대구의 아파트 전세가격 추이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도표4>에서 보는 것처럼 대구의 아파트 전세가격은 매매가가 고점을 찍은 2006 4월경에 함께 고점을 기록했습니다. 이후 떨어지는 듯 했던 전세가격은 2007년 초까지 다시 올라갔습니다. 이는 매매가 추이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현상으로 지역의 일반 가계 소득 대비 집값이 단기적으로 너무 올라 더 이상 집을 사기 어려워지자 주택 매입 수요가 전세 수요로 전환해 전세 가격이 일시적으로 뛰어오른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서울에서 나타나는 현상도 일부 언론의 선동 보도에도 불구하고 이면에는 이 같은 흐름이 내재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2007년 상반기부터는 전세가도 꾸준한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특히 경제위기로 2008년 하반기 이후 전세가가 급락했다가 다시 회복하고 있으나 2006~2007년 초의 고점 수준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도표4>

                                    (주)국민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도표5>에서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 추이를 보면 서울뿐만 아니라 대구, 대전, 광주 등 대도시 지역에서는 2000년대 초반까지는 이 비율이 계속 높아지다가 2002~2003년을 전후로 하락세로 돌아섭니다. 전세가는 일반적으로 향후 기대차익을 노리는 투기 프리미엄이 제거된 사용가치를 나타내는 것으로 볼 때 이 비율이 낮아지는 것은 그만큼 투기 버블이 심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구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 계속 높아지던 이 비율이 2003년 초를 정점으로 점차 낮아지다가 매매가가 정점을 지나 하락세로 전환하는 2005년 말~2007년 초까지 미약하지만 이 비율이 상승합니다. 매매가에 비해 전세가가 강세를 나타낸 것입니다. 이는 앞에서도 설명했지만, 집값이 너무 높아져 추가 수요가 거의 고갈되자 매매가는 떨어지는 가운데 매매 포기 수요 또는 전세 전환 수요가 늘어난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도표5>

                                     (주)국민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참고로,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2001년 중반 이전까지 꾸준히 오르다가 이후에는 전세가보다 매매가가 더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이 비율은 64%에서 40% 전후 수준까지 가파르게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2009년 들어서는 이 비율이 정체 상태를 보이더니 지난해 중반부터는 오히려 상승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천이나 경기도의 경우에도 시기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양상은 1988~2001년 중반까지 나타났던 전세가 상승이 매매가 상승을 견인하던 때와는 다릅니다. 그때는 주택 공급이 일시적으로 부족했던 측면이 없지 않아 있었고, 매매가와 전세가가 외환위기 충격에서 벗어나 동반 상승하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미분양, 미입주 사태나 105%가 넘는 강남 지역의 주택보급률이 의미하듯 공급이 부족해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닙니다. 또한 매매 거래가 점차 활발해지면서 매매가가 상승하던 당시와 달리 지금은 국토부 실거래가 기준으로 매매가가 하락하는 가운데 전세가가 상승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오히려 미국에서 집값이 급락하기 직전 나타났던 렌트 상승 현상과 비슷한 흐름이라고 판단됩니다.

 

바로 이런 현상이 불과 몇 년 전 대구에서도 나타났던 것입니다. 참고로, 대전의 경우에도 매매가 거품이 빠지기 시작한 2006년 중반부터 이 비율이 상승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도 제가 한 차례 설명한 바 있듯이 현재 전세가격 상승은 집값의 본격 하락을 알리는 전조일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향후 인구 자연증가 추이를 보도록 하겠습니다. <도표6>에서 3대 도시 인구 자연증가(출생자수-사망자수) 추이를 보면 급격한 저출산 추세에 따라 3대 도시의 자연증가 수가 매우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서울의 경우 1980년대말~1990년대 초의 부동산 버블의 정점일 때 14만명이 넘게 증가했으나, 이후에 가파르게 떨어져 2008년에는 6만명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산과 대구의 경우에는 1만명에도 못 미치는 수준까지 떨어졌고요.

 

<도표6>

   (주)통계청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그러면 인구의 자연증가 말고 국내 지역간 이주에 의해 나타나는 수도권과 대구경북 지역의 인구순유입 추이를 보면 어떨까요. 먼저 <도표7>을 통해 수도권을 보면 1990년 정도까지는 수도권의 모든 지역에서 순유입이 일어나 최대 한 해에만 30~40만명씩 증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는 서울의 인구가 경기도로 빠져나가 서울과 경기도가 거울 이미지처럼 다른 방향으로 닮아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2000년대에만 국한해서 보면 월드컵 특수와 부동산 붐으로 경기가 좋았던 2002 20만명이 순유입됐으나 2009년에는 4.8만명으로 급속히 줄어들었습니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자연증가와 순유입을 합해 매년 30~40만 가까이 늘어나던 수도권 인구가 이제는 한 해 10만명을 간신히 넘기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입니다.

 

<도표7>

 

   (주)통계청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하지만 아직도 건설업체들은 지난해 하반기 대규모 분양을 통해 본 것처럼 여전히 주택 공급 부족을 외치며 현재 집값 수준에서 이미 수요가 고갈됐는데도 주택을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훨씬 이상으로 쏟아내고 있는 것입니다. 여전히 몇 년 전처럼 자신들이 부동산 광고로 구워삶는 언론의 투기 선동을 통해 얼마든지 분양할 수 있을 것처럼 착각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면 대구 경북은 어떨까요? 1990년대 초반까지는 대구와 경북 지역도 거울 이미지처럼 경북에서 대구로 인구가 빠져나갔습니다. 하지만 이후로는 경북뿐만 아니라 대구 지역의 인구도 빠져나가기 시작해 2009년의 경우 1.27만명이 순유출됐습니다. 위의 인구자연증가와 연결해보면 이미 대구의 인구는 매년 줄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수도권의 경우 여전히 인구가 늘고 있기는 하지만 증가세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보셔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수도권 전역의 뉴타운과 재개발, 재건축 사업의 물량은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공급됩니다. 지금도 미분양이 잔뜩 쌓인 가운데 집값이 맥을 못 추고 있는데, 2~3년 후부터는 어떻게 될까요? 상상에 맡깁니다.

 

이 같은 미분양 급증이 집값 급락으로 다시 이어질 수 있음은 대구시의 사례가 명확히 보여줍니다. 집값 급락과 거래 위축이 동반되면서 2005 3000호를 조금 넘던 대구시 미분양 물량은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2006 8700호로 늘었습니다. 2008년에는 미분양물량이 2만호를 넘어버렸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대구시의 집값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현재 수도권의 미분양 물량도 시차는 있지만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경기도 미분양 물량도 2006 3800호 수준이던 것이 불과 2년 만에 2만호를 넘어버렸습니다. 2006년말 집값 폭등 후 2007년 초부터 거래가 주춤해지면서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는 가운데 집값도 서서히 꺾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의 사력을 다한 경기 부양책과 미분양 물량 해소책으로 이 같은 추세는 일단 멈추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건설업체들의 고분양가 밀어내기 분양으로 건설업체들의 허위 신고를 집계해 발표하는 국토부 통계와는 달리 수도권의 미분양 물량은 실제로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올 2월까지만 최소 4만호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산됩니다. 현재 수도권의 미분양 물량은 지역별 인구와 경제력 등을 감안하더라도 대구시의 2006~2007년 정도 상황에 와 있다고 판단됩니다. 더 이상 현재 집값 수준에서 집을 살 사람들은 고갈된 가운데 주택 공급 과잉이 명확해지면서 주택 가격 급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1년여 전에도 저희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 대구지역 모임에서 강연하면서 저는 당시 강연장소 맞은 편에 올라가던 범어로타리의 두산위브 아파트를 보았습니다. 50층이 넘는 아파트 5~6개 동이 한창 공사중이었습니다. 그 아파트 단지는 부동산 붐을 배경으로 대구뿐만 아니라 수도권의 원정 투기 수요까지 가세해 분양은 거의 다 완료됐습니다. 하지만 거의 대다수가 투기 목적으로 분양받았으니 정작 입주 시점에는 빈집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한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 내려가서 강연 끝나고 나와 보니 아파트에서 불빛이 새나오는 집이 많지 않았습니다. 건너편에 나란히 들어선 롯데캐슬도 마찬가지였고요. 기사로 확인해 보니 입주율이 두 아파트 모두 15% 전후에 지나지 않더군요.
지금 그런 아파트들은 대구뿐만 아니라 수도권 곳곳에서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3. 30. 10:25

어제 급하게 쓴 글을 다시 고치고 내용을 가다듬어서 다시 썼습니다. 참고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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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께 산은경제연구소가 수도권 부동산 버블에 대해 경고하자 국토해양부가 이에 대해 반박했다고 하는군요.

반박 내용은 아래 링크 기사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아마 국책은행인 산은 경제연구소가 공식적으로 버블 붕괴를 경고하자, 가뜩이나 주택시장이 침체되는 것을 떠받치기 위해 진땀을 흘리는 국토부가 심리전 차원에서 반박자료를 낸 것 같습니다. 참, 이것이 정부 부처가 할 일인지도 의심스럽군요.

 

 http://realestate.daum.net/news/news_content?type=main&sub_type=&docid=MD20100324143105229&section=recent&limit=20&nil_profile=estatetop&nil_newssubright=estatenews2

 

 

국토부의 반박은 기본적으로 제가 <위험한 경제학> 1권에서 소개한 서강대 김경환 교수의 '부동산 버블 없다' 주장을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이에 대한 좀더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제가 예전에 아고라에 썼던 아래 링크 글을 참고해 보시기 바랍니다.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sortKey=depth&bbsId=D115&searchValue=&searchKey=&articleId=791841&pageIndex)

 

이 주장은 기본적으로 '수도권 아파트'가 아니라 '전국 모든 유형의 주택'을 대상으로 해서 버블이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보십시오. 2000년대 부동산 버블은  주로 '수도권의 아파트'를 대상으로 한 투기 버블이었습니다. 당연히 버블의 핵심인 '수도권 아파트'를 대상으로 버블의 정도를 평가하는 것이 더 정확한 것입니다. 반면 미국의 경우 우리와 같은 아파트가 드물고 대부분 단독주택 형태이기 때문에 모든 주택을 대상으로 해도 별 문제가 없습니다.

 

그리고 지역을 서울로 한정한 것을 문제삼는 것 같은데, 참으로 한심합니다.

서울의 인구가 대략 1000만, 뉴욕은 인구 800만이지만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해 보십시오.

서울 인구는 전체 인구의 5분의 1이고, 수도권 인구는 전체의 절반에 가깝지만 뉴욕 인구는 미국 전체 인구의 40분의 1 수준입니다.  즉, 서울은 한국의 일개 대도시 가운데 하나가 아닌 것입니다.

 

따라서 한국의 서울 또는 수도권과 미국의 케이스-실러 지수상의 10개 대도시 또는 20개 대도시의 가격 지수를 비교하는 것은 지역적 범위나 가격 버블의 심각성을 측정하는데 있어서 비슷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웃기는 것은 일본의 경우 지가를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며 국토부가 문제삼는데, 일본은 기본적으로 땅값만이 중요하다고 보는 나라입니다. 그래서 상업용, 공업용, 주택용 지가 가격 지수는 있지만,

국가가 공인하는 주택가격 지수는 아예 없습니다. 따라서 일본의 경우 주택가격 대신 주택용 지가 지수를 대신 사용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비교인 것입니다.

 

무엇보다 정부의 한심한 인식입니다. 거의 절대 다수의 국민들이 "집값이 너무 높다"고 아우성치는데

정부가 나서서 "집값 거품 없다"고 반박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경우입니까? 국토부 관료들은 딴나라에서 살고 있는 것입니까? 정말 집값 거품이 없다면, 왜 지난 2008년말 집값이 급락할 때 "부동산 거품이 붕괴하면 금융시스템이 위험해진다"며 각종 유동성 지원과 분양권 전매 제한 완화 등 투기 조장책, 그리고 미분양 물량 매입과 주택대출 규제 등 온갖 전방위적인 부동산 부양책을 사용한 것입니까? 그리고 그렇게 집값 버블이 없다면 지금의 주택 시장 침체는 정상적이고 시장에 맡겨두면 됩니다. 그런데도 왜 국토부는 건설사들을 위해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을 연장해주는 것입니까? 국토해양부는 이것부터 답해야 합니다.

 

일부 사례일지는 모르지만, 이미 국토부 관료들조차 "<위험한 경제학>에서 주장한 대로 부동산 버블이 심각하고 주택시장이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인정했다는 이야기를 기자에게 전해들었습니다. 내부에서는 이처럼 버블이 심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대국민용으로는 이렇게 "집값 버블이 없다"는 주장을 내놓는 것입니까? 이미 거의 말기 단계에 이른 부동산 버블의 심각성을 온 국민이 느끼고 있는데도 뚱단지같이 국민을 기만하는 반박자료를 내놓는 것이 국민을 위한 부동산 정책을 펴는 것입니까?

 

이 같은 주장을 보고 있으면 국토부는 '건설족의, 건설족에 의한, 건설족을 위한 국토부'이지 일반 국민들을 위한 국토부는 아님이 분명합니다. 국토부의 국장급 인사들의 3~4년 후 미래 직장이 국토부 산하 건설공기업이나 각종 건설 관련 이익단체나 협회, 건설업체임을 모르지 않습니다. 또한 이미 각종 건설 관련 단체나 기업에 취직해 있는 '전관'들의 로비에 시달리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건설업계와 음양으로 상당히 유착돼 있고 그들의 이해관계를 상당 부분 반영하는 행정을 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 개발연대 시절처럼 일반 국민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자신들의 미래 직장인 건설업계 살리기에 몰두하는 음습하고 어두운 관행을 지속하다가는 국민으로부터 외면받을 것입니다. 이미 2000년대 내내 부동산 거품을 부풀려온 주범으로 국토부가 지목받고 지탄받고 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국토부가 자신들의 거듭된 정책 실패와 도덕적 해이를 반성하고 '건설족의 국토부'가 아니라 '국민의 국토부'로 거듭난다면 거품 붕괴시 국민들의 비판 여론에서도 살아남을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썼지만, 사실 현대건설 사장 출신을 대통령으로 하는 '삽질정부' 치하의 국토부가 그렇게 할 리가 없겠지요. 결국 이런 정부 부처는 향후 한국 사회가 근본적 개혁을 할 기회가 있을 때 사실상 해체하고 새로운 주택정책의 틀을 짜는 수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3. 25. 09:25

어제 산은경제연구소가 수도권 부동산 버블에 대해 경고하자 국토해양부가 오늘 이에 대해 반박 보도자료를 냈다고 하는군요.

반박 내용은 아래 링크 기사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아마 국책은행인 산은 경제연구소가 공식적으로 버블 붕괴를 경고하자, 가뜩이나 주택시장이 침체되는 것을 떠받치기 위해 진땀을 흘리는 국토부가 심리전 차원에서 반박자료를 낸 것 같습니다. 참, 이것이 정부 부처가 할 일인지도 의심스럽군요.

 

 http://realestate.daum.net/news/news_content?type=main&sub_type=&docid=MD20100324143105229&section=recent&limit=20&nil_profile=estatetop&nil_newssubright=estatenews2

 

 

국토부의 반박은 기본적으로 제가 <위험한 경제학> 1권에서 소개한 서강대 김경환 교수의 '부동산 버블 없다' 주장을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이에 대한 좀더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제가 예전에 아고라에 썼던 아래 링크 글을 참고해 보시기 바랍니다.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sortKey=depth&bbsId=D115&searchValue=&searchKey=&articleId=791841&pageIndex)

 

이 주장은 기본적으로 '수도권 아파트'가 아니라 '전국 모든 유형의 주택'을 대상으로 해서 버블이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보십시오. 2000년대 부동산 버블은  주로 '수도권의 아파트'를 대상으로 한 투기 버블이었습니다. 당연히 버블의 핵심인 '수도권 아파트'를 대상으로 버블의 정도를 평가하는 것이 더 정확한 것입니다. 반면 미국의 경우 우리와 같은 아파트가 드물고 대부분 단독주택 형태이기 때문에 모든 주택을 대상으로 해도 별 문제가 없습니다.

 

그리고 지역을 서울로 한정한 것을 문제삼는 것 같은데, 참으로 한심합니다.

서울의 인구가 대략 1000만, 뉴욕은 인구 800만이지만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해 보십시오.

서울 인구는 전체 인구의 5분의 1이고, 수도권 인구는 전체의 절반에 가깝지만 뉴욕 인구는 미국 전체 인구의 40분의 1 수준입니다.  즉, 서울은 한국의 일개 대도시 가운데 하나가 아닌 것입니다.

 

따라서 한국의 서울 또는 수도권과 미국의 케이스-실러 지수상의 10개 대도시 또는 20개 대도시의 가격 지수를 비교하는 것은 지역적 범위나 가격 버블의 심각성을 측정하는데 있어서 비슷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웃기는 것은 일본의 경우 지가를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며 국토부가 문제삼는데, 일본은 기본적으로 땅값만이 중요하다고 보는 나라입니다. 그래서 상업용, 공업용, 주택용 지가 가격 지수는 있지만,

주택가격 지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일본의 경우 주택가격 대신 주택용 지가 지수를 대신 사용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비교인 것입니다.

 

무엇보다 정부의 한심한 인식입니다. 거의 절대 다수의 국민들이 "집값이 너무 높다"고 아우성치는데

정부가 나서서 "집값 거품 없다"고 반박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경우입니까? 국토부 관료들은 딴나라에서 살고 있는 것입니까? 정말 집값 거품이 아무것도 없다면, 왜 지난 2008년말 집값이 급락할 때 부동산 거품이 붕괴하면 금융시스템이 위험해진다며 각종 유동성 지원과 분양권 전매 제한 완화 등 투기 조장책, 그리고 미분양 물량 매입과 주택대출 규제 등 온갖 전방위적인 부동산 부양책은 왜 사용한 것입니까?

그리고 그렇게 집값 버블이 없어서 주택 시장 침체 가능성이 없다면 왜 건설사들을 위해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을 연장해주는 것입니까? 국토해양부는 이것부터 답해야 합니까?

 

이 같은 주장을 보고 있으면 국토부는 '건설족의, 건설족에 의한, 건설족을 위한 국토부'이지

일반 국민들을 위한 국토부는 아님이 분명합니다.

이런 정부 부처는 향후 한국 사회가 근본적 개혁을 할 기회가 있을 때 사실상 해체하고 새로운 주택정책의 틀을 짜는 수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3. 24. 17:46

그렇게 떠들었던 '버즈 칼리파'의 최근 운명이랍니다.

이 건물 짓는다고 삼성물산은 사실상 돈을 퍼주고

이걸 광고에 이용하면서 국내에서 아파트로 돈 벌고

용산국제업무단지 수주했지요.

외국에 퍼주고 국내에 부동산 거품 일으켜서 퍼담는 재주를

정말 칭송해야 하는 것인지요?

그렇게 신문광고에 대문짝만하게 실었던 '버즈 칼리파'의

현재 모습을 삼성물산은 다시 한 번 신문광고로 싣기를 바랍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3/22/2010032201963.html?Dep1=news&Dep2=headline3&Dep3=h3_07


by 선대인 2010. 3. 24. 09:32

 

올초에 나온 기업은행 보고서나 얼마 전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를 보면서 저는 속으로 빙긋이 웃었습니다. 두 보고서 내용이 모두 제가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와 <위험한 경제학>에서 이미 주장했던 내용들을 상당 부분 그대로 따라오고 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기은 보고서는 <위험한 경제학>에서 주장한 공급 과잉 추산치를 직접 인용하기도 했고요. 물론 이들 보고서 내용이 저나 우리 연구소 주장을 '표절'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경제 현상을 객관적으로 정확히 분석하다 보면 비슷한 분석도구를 사용하게 되고 결국 비슷한 결론에 이르게 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그런데 어제 여러 일로 바빠서 산은경제연구소의 보고서 내용을 보지 못하다가 어제 잠자기 전 인터넷뉴스로 보도내용을 읽으면서 또 한 번 '크크'하며 웃게 됐습니다. 아직 산은경제연구소 홈페이지에 원문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기사 내용만 보면 상당 부분 <위험한 경제학>에서 설명한 내용을 원용한 듯한 부분이 있어서입니다. 아래 링크로 건 기사에서 따온 부분입니다.

 

 

"서울 아파트값, 美·日 버블붕괴 때보다 위험"

(종합)산은경제연 "집값-물가 격차 커"… 빚 상환능력은 감소중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0032316000788231&outlink=1

 

  

산업은행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1987 물가와 주택가격을 각각 100으로 놓았을 2009 서울의 아파트 가격과 물가(전국) 각각 505.8 277.9 '아파트가격-물가' 격차는 227.9 조사됐다. 이는 미국의 주택가격 버블 붕괴 당시인 2006 격차(179.2) 일본의 주택가격 거품 붕괴 당시인 90 격차(96.6) 훨씬 웃도는 수치다.

 

 

 

이 부분은 제가 <위험한 경제학> 1권에서 "집값, 언제 어떻게 꺼질까"라고 썼던 내용 중에 제가 했던 작업과 사실상 같은 내용입니다. 그 부분의 설명과 <도표>를 인용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제가 아래 도표 설명에서 3국의 물가 갭의 구체적 수치를 쓰지 않았지만, 사실상 분석 내용은 같은 것입니다. 물론 구체적인 수치는 비교 지역과 시점이 약간 달라 약간의 차이는 있어 보입니다만. 이외에도 산은이 분석한 소득 대비 집값 수준이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문제 등도 이미 <위험한 경제학>에서 모두 다뤘던 내용입니다. 사실은 그 전에 이 내용들 상당 부분을 원래 <경제시평>의 '시사경제'에서 이미 다뤘던 내용이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올초의 기업은행 연구소, 현대경제연구원에 이어 이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경제연구소까지 부동산 버블 붕괴와 대세하락을 경고하는 보고서를 발표하는 상황에 이를 만큼 이제 국내 부동산 시장도 한계에 이르렀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듯합니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이들 연구소들의 행태입니다. 우리 연구소와 같은 전문 연구기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는 사회적 사전경고 기능입니다.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버블이 최소화되도록 하고, 또한 일반 서민가계가 위험한 시기에 부동산 선동에 휘둘려 위험한 부동산 올인을 하지 않도록 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미 거품은 부풀대로 부풀고, 정보력이 부족한 일반 서민들은 무리하게 빚을 내 '폭탄'을 떠안은 뒤에야 뒤늦게 뒷북을 둥둥 울리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대다수 언론들이 지난해 하반기 수도권 분양대전을 앞두고서도 '공급이 부족하니 집값이 2~3년내 폭등할 것"이라고 허무맹랑한 선동보도를 쏟아낼 때 이들 연구기관들은 뭘 했습니까? 저는 당시에 공급부족론이 얼마나 허구인지, 그리고 얼마나 주택 공급이 일반 가계의 소득 수준이나 현재 집값 수준 대비 공급 과잉인지, 그래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수도권에서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음을 경고했습니다. 저나 저희 연구소 자랑을 하려는 얘기가 아닙니다.

 

저희 같이 유료 회원들의 십시일반으로 꾸려가는 조그만 연구소도 하는 일을 왜 수십, 수백 명의 인력을 가진 연구기관들이 수많은 가계들이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는데도 사전에 경고하지 않는가 말입니다. 거꾸로 정부에 건설부양책이나 부동산 부양책을 주문하면서 가계를 희생해서라도 건설업계를 살려야 한다는 식으로 주장했는가 말입니다.

 

도대체 이런 연구기관들을 정말 전문 연구기관이라고 믿고 살아가야 하는 이 땅의 서민들의 현실에 가슴이 저며올 뿐입니다. 이들 연구기관들이 제 목소리를 내지 않고,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한국의 대다수 언론들이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위험성을 경고하기보다는 선동보도에 열을 올리는 현실이 가슴 아파 저는 더더욱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또한 그렇기에 '서민들은 모르는 대한민국 경제의 비밀'이라는 다소 자극적인 부제까지 달아가며 <위험한 경제학>을 통해 사전경고하려고 노력했던 것입니다.

 

제 잘났다는 얘기로 들리실지 모릅니다. 하지만 결코 그런 뜻이 아닙니다. 어떻게 한 나라의 전문기관이나 언론들이 서민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기보다는 서민들을 등치고 우려먹기에 정신 없는지 개탄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어쨌거나 이제 제가 아니더라도 부동산 거품에 대해 경고하는 기관들이 생겨나고 많은 분들도 새롭게 인식을 가지게 됐기에 이제 저는 조금씩 목소리를 낮춰가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제 저는 저의 새로운 소명의식이 인도하는 대로 앞으로 세금 및 재정 오남용 문제에 대해 좀더 비중을 두고 연구를 해가려 합니다. 그렇다고 우리 연구소의 부동산 문제 연구 비중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조만간 좀더 구체적으로 밝힐 기회가 있으리라 믿습니다.

 

 

뼈가 있는 사족: 조선일보 등 일부 신문들은 지난해 10월경 저와 우리 연구소의 주장을 멋대로 왜곡해 '폭락론자' '종교적 종말론자'라고 비난한 적이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왜 산은경제연구소의 주장은 '폭락론' 종교적 종말론'이라고 비난하지 않는지 궁금합니다.

 

 

 

<아래>는 위험한 경제학 1권, 132~136쪽에서 인용한 내용입니다. 지난해 '시사경제'에서 소개한 내용이기도 합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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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국의 부동산 거품이 다른 나라에 비해 얼마나 과도하며 향후 어떤 식으로 꺼질 것인지 추정해보자. <도표3>은 한미일 3국의 물가지수와 명목 주택가격 추이, 그리고 두 지수의 차이를 도표로 나타낸 것이다. 미국의 주택가격 지수(케이스-쉴러지수)는 한국의 서울이나 수도권에 대응하는 미국10대 도시 가격지수를 사용했으며, 일본 역시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 3대 도시의 주택가격지수를 사용했다.


이 도표를 통해 직관적으로 알 수 있듯이 역사적으로 주택 가격이 한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물가 수준을 지속적으로 뛰어넘어 무한히 상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부동산 버블이 발생할 때 상당 기간에 걸쳐 물가 수준을 뛰어넘어 버블 주택가격이 유지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더 긴 흐름에서 보면 결국 물가 수준으로 수렴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우선, 일본을 보면 1986년부터 주택가격이 급상승해 1991년 정점을 기록했다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2003년경에야 물가지수 수준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앞에서도 설명했지만 버블 붕괴 시기에 부실채권 정리 및 건설, 금융업 등의 구조조정 지연, 급속한 고령화와 인구감소 추세, 부동산 거품 붕괴 여파 등이 맞물리며 소비자물가지수 이하 수준에서도 상당 기간 주택 가격이 머무르고 있다.

 


<도표3> 한미일 3국 물가 및 주택가격 추이

  

               ㈜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미국의 경우에도 1980년대 후반에 주택 가격이 물가지수 수준을 약간 상회했으나, 이후 1990년대 내내 물가지수 수준을 밑돌았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주택가격이 급상승하면서 2006년 6월에 정점을 찍고 이후부터 서브프라임론 사태가 본격화되면서 빠른 속도로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있다. 2009년 2월 현재 미국 10대 도시의 주택가격은 고점 대비 약 30% 가량 하락했다. 그런데도 상당수 전문가들은 10~15% 정도의 추가 하락을 전망하고 있다. 각 전문가들의 전망이 현재 미국 주택가격이 물가지수 수준과 보이는 격차와 비슷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또한 일본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 또한 부동산 버블이 해소된 뒤에도 상당한 기간 동안 주택가격이 회복하지 못하고 바닥권에서 최소 수 년 동안 머무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경우 2008년 하반기부터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는 초기단계에 진입했지만, 부동산 거품이 거의 해소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서울의 경우 아파트 가격과 소비자물가지수와의 갭은 부동산 버블 정점기의 일본이나 미국에 비해 결코 적지 않다. 따라서 한국의 주택 가격도 어떤 식으로든 미국이나 일본처럼 부동산 거품이 상당한 기간에 걸쳐서 빠질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상당한 충격이 동반되는 것 또한 불가피하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3. 24. 08:04

 

아래 도표들을 보면서 설명을 읽어주십시오.

 

아파트 거래량은 2006년 이후부터 집계됐으므로 그 이전의 거래량은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제가 1996년 이후 아파트 거래량 추이를 추정해보았습니다.

가계부채와 아파트 거래량의 상관관계 함수를 이용해 한국은행의 가계부채 증감에다

주택 가격 수준을 감안해 아파트 거래량을 추정하는 방식으로 작성한 것입니다.

도표에서 분홍색 부분은 바로 추정에 의한 거래량 지표입니다.

 

이 같은 추정이 상당히 정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두 번째 도표인 '매도-매수세 동향' 도표입니다.

국민은행이 가격을 조사할 때 부동산 중개업소들을 통해 함께 조사하는 자료인데, 매도세가 우위인지, 매수세가 우위인지, 아니면 비슷한지를 나타낸 그래프입니다. 이 가운데 보시기 편하도록 매수세 우위 그래프만 도표로 나타냈습니다. 2000년 이후부터 조사해서 위의 거래량 도표와는 시기가 딱 맞지는 않지만, 적어도 2000년 이후 매수세가 우위를 나타내 매도세와 매치되면서 거래량이 폭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 패턴이 첫번째의 거래량 도표와 매우 유사함을 쉽게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도표1> 

(주)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도표2>

                                                   (주)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다시 <도표1>의 아파트 거래량 지표에 대해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도표에서 국민은행의 전국 아파트 가격 지수 추이도 함께 나타냈습니다.

사실 호가 위주의 가격이라 사실 정확한 모습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부동산 정보업체들 지수를 사용할 수는 없는지라 방법이 없습니다.

참고로, 아래 주황색 점선은 전국 아파트 거래량 10만호를 기준으로 제가 표시한 것입니다.

시계열상의 데이터 분석과 경험으로 짐작하건대, 거래량이 이 이하로 떨어질 경우 주택시장이

침체기로 빠져드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도표1>의 거래량 지표를 보면 1차 폭등기 때는 전국적으로 집값이 뛰면서

전국 아파트 거래가 매우 활발했습니다.

2차 폭등기 때는 수도권에서만 집값이 뛰었고 이미 집값이 많이 뛴 상황이어서

거래량이 1차 폭등기 때에 비해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06년 하반기의 거래량은 1차 폭등기 때를 능가하는 것으로

이 때 가격과 거래량이 단기간에 폭증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2차 폭등기 이후인 2007년부터는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국토부 실거래가가 점진적으로

하락했음을 여러 차례 설명한 바 있습니다.

사실 2003년 하반기부터 2004년까지 주택시장이 침체되면서 집값이 일정하게 떨어졌는데

(국민은행 가격지수로는 소폭의 조정기로 나오지만 당시 실거래가 조사가 됐다면 상당폭

떨어진 것으로 나타날 것으로 추정됩니다) 아파트 거래량은 2003년 1분기부터 급감했습니다.

거래 침체가 지속되면서 빚을 지고 산 사람들이 몇 분기 후부터 초조한 마음에

집값을 낮춰 내놓게 되는 것이지요.

이런 현상은 2006년 폭등기 이후 거래량 감소에 따른 집값 하락이 2007년 하반기부터

시작됐던 것과도 마찬가지입니다.

즉, 거래량 감소가 집값 하락에 2~4분기 가량 선행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주택 거래 침체기는 어떨까요?

사실 2008년말 집값 급락 후 집값이 죽 빠지는 것이 정상이었지만,

부동산에 사활을 건 현 정부의 부동산 투기 선동책으로 억지로 집값을 떠받쳤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늘어난 거래량이라는 것이 1,2차 폭등기에 비해 매우 미미한 수준이라는 것을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런 식으로 거래량 침체가 2분기 이상 지속된다면 가격은 상당 수준 떨어질 것으로 판단됩니다.

특히 2007년 이후의 가격 하락을 경험한 덕(?)으로 이번에는 아마 거래 침체가 가격 하락 본격화로

이어지는 기간이 훨씬 짧아질 것 같습니다.

전통적인 이사수요가 있었던 2월초까지 거래 상황이 반영된 2월 실거래가 사례로는

아직 가격 하락세가 분명하진 않지만, 3월 실거래가부터는 가격 하락이 확연히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올해 하반기 이후 출구전략이 본격화된다면 어떤 상황이 연출될까요?

구체적인 언급은 피하겠습니다. 다만 지금 위의 아파트 거래량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이제 주택 가격을 끌어올릴 에너지는 사실상 모두 바닥났습니다. 이는 결국 가격이 국민경제와 일반 가계의 평균적인 체력 수준까지 '정상화'돼 새로운 수요층이 생겨날 때까지 긴 침체 기간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사족: 며칠 전 건산연이 '10년내 부동산 불패가 끝난다'고 주장했다면서요.

정말 웃깁니다. 이미 부동산 불패가 끝나가고 있는데, '10년내'라니 말입니다.

어쨌든 기간의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건설업체 부설 연구소조차 부동산 불패가 끝난다는 의견을

내놓는 것을 보니 이미 갈 만큼 간 모양입니다.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


by 선대인 2010. 3. 22. 11:00


정부여당이 지방 미분양 물량에 대한 양도세와 취등록세 감면혜택을 연장하기로 했다고 한다. 얼마 전까지 집값이 금방이라도 폭등할 것처럼 선동하던 언론들이 180도 입장을 확 바꿔 이대로 가면 건설사 줄도산으로 한국 경제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국민들을 협박한 결과로 보인다. 어떻게 보면 건설업계의 로비와 부동산업계-부동산 선동 언론들의 합작품의 결과라고 할 수도 있다. 물론 지금의 정부 여당은 그 자신들이 대부분 부동산 투기 세력이므로 당연히 모른 체 할 리 없었다. 정부 여당은 국민들의 반발이 두려워 일단 지방 미분양 물량에 대해서만 연장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분위기를 봐서 이를 수도권까지 도입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고, 그밖의 다른 부양책들도 사용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 건설업계 요구사항을 모두 들어준다고 한들 주택시장이 살아나기는 어렵다. 언론보도를 보면, 건설업계나 부동산업계의 주요 요구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 연장, dti규제 완화 등인 것으로 보인다. 이들 요구 조건이 관철됐을 때 시장에 미칠 파장을 한 번 생각해보자.


우선,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고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을 연장해보라고 하자. 그러면 지금의 고분양가 아파트가 팔릴까. 이미 절대 다수의 국민들이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집값을 유지한 채 이미 마른 수건 짜내듯 마지막 남은 수요까지 다 짜내 부동산 투기 부양을 한 결과 이제 지금 가격대에 집을 살 수요는 이미 거의 고갈됐다. 이런 판에 분양가를 내리지 않고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해 계속 분양가를 올리겠다면 올려보라.


특히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 연장은 생각해보나마나다. 그동안 주택 거래가 위축되고 미분양이 급증한 것이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이 없어서 그런 것인가.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을 전면에 내걸고 온갖 마케팅을 펼쳤지만 대규모 미분양이 난 것이다. 그동안에도 효과가 없었는데, 양도소득세 혜택을 연장한다고 해서 효과가 있을 리 없다.


DTI규제 완화? 이것도 정 원한다면 DTI규제를 풀어줘 보라. 사실 현재 경제 상황을 제대로 알고 있고, 정부가 제 정신이라면 다른 건 몰라도 DTI규제만큼은 절대 풀어서는 안 될 시기라는 것을 잘 알 것이다. 하지만 가계 경제가 파탄나고 나라 경제가 망해더라도 건설업계와 부동산업계만은 살아야 하겠다면 DTI 규제를 풀라고 해보자. 대신 DTI규제를 풀면 DTI규제보다 훨씬 더 강력한 조치인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최소 몇 달은 앞당기게 될 것이다. 현재 사상 최저 금리 수준에서도 부동산시장이 빠른 속도로 가라앉고 있는데, 금리가 조금이라도 오르면 어떻게 될지는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겠다.


이처럼 건설업계의 요구대로 모두 했는데도 부동산시장이 살아나지 않아 일반가계들의 기대심리가 더 꺾이거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어진다면 건설업계는 더 큰 충격을 받게 될 것이다. 그야말로 연착륙이 아니라 경착륙을 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무리한 부동산 부양책은 부동산 시장을 장기침체로 몰아갈 공산이 크다. 일본의 경우 버블 붕괴기 정부의 건설경기 부양책으로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돼야 할 건설업체들이 부지기수로 ‘좀비기업’으로 살아남았다. 그 결과 초기의 줄도산 행렬에도 불구하고, 90년대 중반까지 일본의 건설업체 수는 오히려 늘어났다. 일본의 건설 토목산업 종사 수는 91년 604만명에서 96년에는 676만명으로 오히려 72만명이 늘어났다. 반면 이 기간에 제조업 종사자 수는 1563만명에서 1450만명으로 113만명이나 줄어들었다. 또한 이 기간의 건설 토목관련 업체 수를 보면 60만 2000개에서 64만 7000개로 약 4만5000개나 늘어났다.


부동산 거품이 일면 당연히 건설 붐도 일고,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건설 경기도 죽기 마련이다. 부동산 거품 붕괴기에는 그만큼 건설시장의 파이가 줄기 때문에 부동산 붐 때 생겨났던 건설업체 수가 감소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오히려 일본의 건설업체 수는 정부의 막대한 공공사업 확대에 힘입어 버블 붕괴기에 더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부 예산이라는 호흡기로 연명하는 좀비기업들이 대폭 늘어났다. 제대로 부실기업의 퇴출이 이뤄졌더라면 살 수 있었던 기업들조차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좀비기업으로 전락했다. 그 결과 건설사의 부실은 계속 증가했고, 결국 금융권의 부실 증가로 이어져 일본의 장기 경기 침체를 가져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일본의 저명한 경제전문가인 사이토 세이치로씨는 “90년대의 재정지출이란 이러한 특정산업(=건설산업)의 보호와 지원에 도움이 되었을 뿐이고, 경기의 자율적인 힘을 회복시킨다는 케인스이론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평했다.


현재 정부 정책은 과거 일본이 장기 경기 침체로 치달았던 궤적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부동산 시장을 부양한다는 명목으로 주택대출 규제를 푼 결과 지난 한 해 동안에만 44조원의 주택담보대출이 더 늘어났다. 나중에 주택경기가 바닥을 치고 회복기에 들어설 무렵 마중물로 쓸 수 있는 돈을 버블을 키우는 방향으로 써버린 것이다. 또 부동산 시장에서 미분양과 미입주 물량의 급증으로 공급과잉의 신호가 명백한데도 서민들이 필요로 하는 공공주택은 짓지 않고 분양용/매매용/투기용 주택만 계속 지어대게 하고 있다. 미분양 물량 매입과 대규모 토건사업으로 건설업체에 자금을 공급해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을 지연시켰다. 그렇게 해서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 부동산 거품기에 세 배 이상 늘어난 건설업체 수는 거의 그대로 유지되는 가운데 계속 분양물량을 토해내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거품기에 잔뜩 늘어난 건설업체들을 국민 경제 전체가 언제까지 먹여 살릴 수는 없다. 자신들의 경영 판단 잘못과 과욕으로 빚어진 잘못은 그들 스스로 책임지게 해야 한다. 미분양 물량의 급증은 건설업체의 터무니없는 고분양가 전략이나 주택 수급 사정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공급 물량을 주먹구구식으로 늘려온 정부의 정책 실패 책임이 크다. 그런데도 문제의 본질에 대한 제대로 된 접근은 외면한 채 건설업체 위기를 다시 국민 세금으로 도와달라는 것은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


지금 국내외의 악화된 경제 상황 때문에 고통 받는 것은 건설업계뿐만이 아니다. 자영업자와 제조중소기업, 저소득계층 등 우선순위를 가리기 힘들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계나 계층도 적지 않다. 그런데 굳이 건설업계를 최우선적으로 도와야 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전체의 50%가 넘는 비정규직, 자금난에 시달리다 못해 도산하는 중소제조업체, 사실상 폐업 직전인 자영업자,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층 등 정부 예산이 가야 할 곳은 천지다. 그런데 경제적 약자에게는 쥐꼬리만한 예산을 지원하면서 도덕적 해이에 빠진 건설업계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특별대우해야 할 근거라도 있는가. 


당장 눈에 보이는 버블 붕괴의 충격을 줄이겠다는 근시안적 시각을 탈피하는 것이 우선이다. 현 정부는 자신들 임기 내에 돌아올 버블 붕괴의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이 우선일지 모른다. 하지만 대대손손 이 땅에서 살아갈 국민들에게는 중장기적으로 한국경제를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구조로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물론 어떤 경우에도 한국 경제가 파탄나는 상황은 피해야 하겠지만, 지금 한국의 재벌급 건설업체 가운데 단 하나라도 쓰러지기라도 했단 말인가. 집값이 여전히 일반 가계의 소득 수준 대비 지나치게 높은 상태이고, 어떤 은행도 파산 위험에 처해 있지 않은데 온갖 부양책을 동원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파렴치하다. 

 

더구나 아래 <도표>에서 보는 것처럼 현재 집값 수준은 고점에서 어느 정도 빠지기는 했으나 큰 틀에서 볼 때 부동산 부양책을 쓸 때가 아니라 여전히 집값 거품을 빼야 할 때이다.

 

 

 [도표] 부동산 파동기로 본 현재 집값 수준과 부양책의 적실성

국민은행 자료로부터 KSERI작성. 국민은행 가격조사가 시작된 1986년 이후 서울의 한강 이남 11개구의 주택가격을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가격으로 나타냈다. 흔히들 국내 집값은 계속 오른다고 알고 있지만, 국내 집값도 10여년 이상의 주기를 그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06년말 이후 실질 주택 가격은 고점을 찍고 내려왔으나 외환위기 때와는 달리 여전히 집값 거품을 빼야 할 시기임을 알 수 있다. 

 
 
 

어렵더라도 당분간은 냉철한 자산시장의 가격 조절 메커니즘에 따라 부동산 거품이 자연스레 해소되도록 해야 한다. 부동산 거품에 취해 무리하고 부실한 경영을 해온 건설업체는 명확한 원칙과 기준에 따라 자연스레 퇴출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집값이 일정한 바닥을 찾고 유효수요가 살아나도록 하는 것이 부동산 경기를 가장 빨리 활성화하는 방법이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인위적으로 가격을 떠받치면 거래가 형성되지 않아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길어질 뿐이다. 

 

반면 건설업계를 부양하기 위한 재정력과 행정력은 아껴뒀다가 부동산 가격이 소득 수준에 맞게 조정된 일정한 시점에서 붕괴의 충격으로 고통받는 가계와 기업들에 대해 원칙과 기준을 정해 도와줘야 한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수급이 무너져 더 이상 지탱하기 힘든 지경까지 와 있다. 이제는 그야말로 시장원리에 맞춰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고 부동산 가격이 자산시장의 가격 결정 메커니즘에 맞춰 일정한 수준까지 조정되도록 하는 게 순리다. 이를 거부하고 또 다시 무리한 부양책을 쓴다면 그것이야말로 경착륙으로 가는 지름길이자, 장기침체를 부르는 조치라는 점을 건설족들은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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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3. 19. 13: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