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9대책’에도 불구하고 매매가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전세가가 계속 상승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그러자 일부이지만 “전세가 상승세가 매매가를 밀어 올릴 것”이라거나 아예 “이 참에 집 한 번 사볼까’하는 식의 제목을 단 선동보도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같은 레파토리는 이미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전세가가 상승할 때 속출했고, 이미 이후 지속적인 매매가 하락세로 왜곡된 선동보도로 드러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이 부끄러움도 모르고 또 다시 그 같은 무책임한 선동보도에 나서고 있습니다.

 

필자는 2008년 말 경제위기 전 소형이 강세를 나타냈던 것과 달리 중형이 강세를 띠고 있고, 전세가 상승 폭이 큰 지역이 멸실주택이 많이 발생한 지역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들어 큰 틀에서 볼 때 공급 부족으로 전세가 상승세가 나타나는 게 아니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오히려 부동산 버블의 정점이나 버블 붕괴 초기에는 주택 매도 후 전세로 전환하거나 주택 매입을 포기하는 수요가 일시적으로 늘어 전세가 상승세가 일정 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같은 현상은 실제로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 버블 붕괴 초기에 발생했던 현상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이후 주택시장 상황을 보면 매매가가 하락하는 가운데 전세가가 상승하고 있어 이 같은 주장이 설득력이 있음을 방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이런 상황을 빌미로 일반 가계를 현혹하는 선동기사들이 다시 나오고 있어 최근 전세시장 상황에 대해 다시 한 번 점검해 보겠습니다. 참고로, 여기에서 인용하는 자료들은 국민은행의 전세시장 조사자료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제가 여러 차례 말씀드렸 듯이 현재 국민은행의 주택가격 지수는 호가 위주의 조사로 상당히 많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공인통계이고, 전세가와 관련한 별다른 통계가 없기에 국민은행 가격자료를 활용하는 것이 불가피함을 전제하고자 합니다.

 

먼저, <도표1>에서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3개 광역시도의 전세가격 추이를 면적형 별로 살펴봅시다. 3개 시도 모두 2008년 말 경제위기 이전에는 소형, 중형, 대형 순으로 올랐습니다. 하지만 2009년부터는 대체로 중형, 소형, 대형 순으로 오르고 있어 중형의 상승세가 상대적으로 가팔라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뉴타운, 재개발 지역 등에서 밀려난 세입자들의 이주수요라면 소형 위주로 올라야 하는데, 중형이 먼저 뛰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말씀드린 대로 여전히 집값이 높은 가운데 상대적으로 소득 여력이 있는 가계의 주택 매입 포기 수요 또는 매도 후 전세 전환 수요가 중형으로 몰리고 있는 영향이 큰 것으로 추정됩니다.

 

<도표1> 수도권 3개 광역시도 전세가 추이

 

또한 전세가의 상승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해의 경우 경제위기 당시의 전세가 급락 등에 대한 기술적 반등 측면에서 급등했으나 최근으로 오면서 상승세가 전반적으로는 완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향후 추이를 더 지켜볼 필요는 있겠으나 지난해와 같은 전세가 급등 현상이 다시 재현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한편 주택 유형별로 전세가 상승 추이를 보면, 뉴타운 재개발 등으로 멸실이 많은 단독이나 연립주택의 전세가 상승세가 상대적으로 약한 반면 아파트의 전세가 상승폭이 크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최근으로 올수록 그 상승세가 약해지고 있는 양상입니다.

 

이어 <도표2>를 통해 3개 광역시도의 전세거래동향을 보면, 현재의 전세거래가 매우 한산한 상태임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2006년 말 집값 폭등기 이후로는 전세거래가 한산하다는 중개업소의 비중이 기복이 있지만 증가하는 추세임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의 전세시장이 대규모 거래를 동반하면서 급등하는 현상을 의미하는 ‘전세대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 보입니다.

 

<도표2> 수도권 3개 광역시도 전세거래동향 추이

 

이어 <도표3>에서 임대차 계약시 서울과 수도권의 전세/보증부월세 비중 추이를 보면, 일시적 기복은 있지만 전세 비중이 60% 전후를 유지하고 있고 보증부월세 비중도 큰 변화가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일부에서 주택 매매가가 하락해도 집주인들이 월세 비중을 늘려 집을 안 팔고 버틴다는 주장은 현재까지는 설득력 없는 주장임을 알 수 있습니다. 국지적으로 일부에서 그런 주장이 나타난다고 해도 국내 주택시장에서 오랜 전세 선호를 뒤흔들만한 움직임은 아직 나타나고 있지 않습니다.

 

굳이 월세 비중이 늘어난다면, 집주인들이 주도해서라기보다는 전세보증금 확보에 불안을 느끼는 세입자의 주도에 의해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 통계가 2001년 8월 이후 작성돼 외환위기 직후 상황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지만, 2001년 8월부터 2003년 초까지 월세 비중이 줄고 전세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것에서 추론할 수 있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매매가가 급락하면서 보증금 확보에 불안을 느낀 세입자들이 월세로 전환했다가 매매가 상승세가 지속되자 기회비용 측면에서 유리한 전세로 전환한 것입니다. 이는 경제적으로 매우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 비해 미약하지만 2008년 말 일시적으로 전세 거래 비중이 줄어든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도표3> 서울 및 수도권 전월세 계약 비중


따라서 현재 전세 제도가 단기간에 사라질 가능성도 없지만, 설사 전세 비중이 줄고 월세가 는다고 해서 그것이 주택 가격을 떠받쳐줄 것이라는 믿음은 오산입니다. 오히려 만약 그런 현상이 생겨난다면, 그것은 세입자들이 전세금 확보도 불안할 정도로 주택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음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실 최근의 전세가 상승세는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소유하고 있는 ‘하우스푸어’ 들이 금융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세가를 올리는 측면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합니다. 집주인들이 이렇게 할 수 있는 데는 상당수 언론들의 선동보도도 한몫하고 있음은 물론입니다. 하지만 더욱 근본적으로는 적어도 과거처럼 집값이 오르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사람들이 주택 매수를 포기하고 전세로 눌러앉거나 주택을 매도한 뒤 전세를 넓혀가는 현상 때문으로 판단됩니다. 이들 매수포기 수요 또는 매도 후 전세전환 수요는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있는 사람들로 중대형 아파트 위주의 전세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최근의 전세가 상승이 과거와 달리 중대형 아파트 위주로 뛰고 있다는 점을 설명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할 때 최근 서울의 전세가 상승세가 집값을 밀어 올릴 가능성은 극히 낮으며 오히려 과거와 같은 집값 상승을 전망하는 가계가 급감하고 있는 징표라는 점에서 오히려 집값 하락이 지속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인천 영종, 송도신도시와 김포, 파주, 고양, 용인, 화성, 남양주 등 경기도뿐만 아니라 심지어 서울시내 한복판에서도 미분양과 미입주 물량 등이 잔뜩 쌓여 있는 판에 전세가가 계속 오른다는 것은 넌센스에 가깝습니다. ‘8.29대책’ 등 정부의 억지 부양책 등에 기대 억지로 버텨왔던 다주택 투기자들이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시점에 이르러 매물이 쏟아지면 전세가도 자연스럽게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현 국면에서 전세가가 올라서 매매가를 밀어 올릴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필자가 누누이 설명했듯이 현재 주택 가격 수준에서 집을 사줄 수 있는 수요는 사실상 거의 바닥나 주택 가격이 상승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소득 기반이 부족하고 집을 사기 위해 빚을 많이 내야 하는 가계 입장에서 누가 무리해서 집을 사겠습니까.

 

전세 보증금을 더 올려주고 전세를 연장할지, 또는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살지를 선택해야 하는 가계의 입장을 한 번 생각해 봅시다. 전세 보증금 인상분이 3000만원이고, 이를 조달하는 금리가 계산의 편의상 평균 5%라고 가정하면 이 가계는 2년간 300만원의 이자를 부담해야 합니다. 반면, 이 가계가 집을 사기 위해 2억 원의 부채를 내야 한다고 가정하면 2년간 이자만 2000만원을 내야 합니다.

 

더구나 전세금은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금을 보장받습니다. 하지만 주택 가격은 향후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하면 가계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손실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구나 2000만원의 이자부담까지 지면서 집값이 떨어지는 것을 평온한 마음으로 지켜볼 수 있는 가계는 많지 않스니다. 2006년 이후 부동산 정보업체나 부동산 선동 언론에 휘둘려 오판한 결과 ‘하우스푸어’로 전락해 고통받고 있는 분들이 이미 너무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지역에서 전세가가 오른다고 섣불리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살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부동산 거품이 가라앉고 있는 부동산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선량한 가계를 제물로 삼아 부동산 거품을 떠받치려는 일부 언론만이 그렇게 희망할 뿐입니다. 일반 가계들은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일부 언론들의 억지 선동보도에 휘둘리지 않도록 신중하시기 바랍니다.


by 선대인 2010. 9. 14. 08:46
 

정부정치권과 대다수 언론은 여전히 근시안적인 부동산 부양책에 매몰돼 있을 뿐 중장기적으로 국내 부동산 시장의 투기거품을 빼고 건전하고 지속 가능한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는 조건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 국가의 책임 있는 제도화된 권력과 올바른 여론 조성의 책임자들이 그 일을 하지 않는다면 저라도, 저희 연구소라도 그런 노력을 계속하겠습니다. 그 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부동산 시장 정상화의 조건>이라는 기획을 여덟 차례에 걸쳐 연재하겠습니다. 오늘은 그 세번째 순서입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을 바랍니다.

 

<글 싣는 순서>(*실제 글 제목과 연재 순서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1.       금리 본격 인상 전 가계부채 다이어트 유도

2.       정치적 탐욕에 따른 부동산 막개발 줄이고 기존 무리한 사업 정리

3.       시장퇴출이 실제로 일어나는 건설업체와 저축은행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

4.       부동산 거품의 진폭을 키우고 투기를 부추겼던 선분양제 폐지하고 후분양제로 전환

5.       3년 거치 일시 상환식 대출구조 근본적 개혁해야

6.       투기에 강한 내성을 가지는 부동산 보유세제 강화 등 부동산 세제 정비

7.       공공임대주택 공급 획기적 증대

8.       수도권 과밀해소-국토 균형 발전 

  

 

 

 

-건설업계, 시장퇴출 일어나는 과감한 시장 청소 필요하다.

 

한 제조업체가 호황기 때 무리한 경영판단에 따라 생산한 제품이 경기가 식으면서 대규모 재고로 남게 됐다. 그렇다고 정부가 이들 기업의 재고를 대량으로 사줘야 할까. 말도 안 되는 질문 같지만 현 정부는 올해 ‘4.23 대책’과 ‘8.29대책을 통해 이 같은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적어도 건설업계에 한해서는 말이다. 물론 실수요자와 국민경제를 걱정하는 척했지만, ‘강부자 정권’이 일반가계들을 제물로 삼아 자신들의 ‘스폰서’인 부동산 부자들과 건설업계에 준 당근이라는 점은 쉽게 알 수 있다.

 

 우선, 지금 건설업계 지원이 필요한 때인가. 그렇지 않다. <도표1>에서 볼 수 있듯이 건설업계의 대표적인 이익단체인 대한건설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외환위기 당시인 1998 4270개이던 종합건설업체 수는 2001년 이후 13000개 수준으로 세 배 이상 늘어난 상태를 현재까지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1998 522개 업체가 부도났고, 2000년대 부동산 호황기에도 매년 150개 전후가 부도로 쓰러졌다. 그런데 주택시장이 침체하고 외환위기 이후 사상 최대의 경제위기를 맞은 지난해에 부도업체 수는 87개에 불과했다. 이들 건설업체들의 평균수주액도 부동산 호황기였던 2003 78.8억원이었으나 주택시장 침체가 본격화된 2008년과 지난해에는 정부의 대대적인 토건 부양책 등으로 95.4억원, 96.4억원으로 늘어났다.

 

<도표1> 건설업체 현황 :대한건설협회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물론 우리 연구소가 여러 차례 지적한 바와 같이 이 같은 지표 이면에 건설업체들 가운데 상당수는 골병이 들어 있고, 빠른 속도로 ‘좀비기업’들도 늘고 있다. 성원건설과 남양건설뿐만 아니라 중견건설사들의 부도위기설이 잇따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같은 지표들이 명확히 보여주는 것은 정부의 막대한 건설 및 부동산 부양책과 구조조정 회피로 한계선상에 이른 건설업체들의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는 선뜻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백보를 양보해 2008년 말~2009년 초에는 워낙 경제적 위기감이 증폭돼 있었기에 일정한 건설 및 부동산 부양책이 필요했다고 하자.

 

 하지만 정부 주장대로 지표상으로 경기 회복세가 완연한 이제 건설업계에 대한 추가적인 지원책으로 구조조정을 지체해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언제까지 온 국민이 공공부문에서는 대규모 토건사업으로, 민간부문에서는 고분양가 아파트 사재기로 외환위기 이후 세 배 이상 늘어난 건설업체들을 모두 먹여 살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또 다시 건설업체들을 먹여 살리는 일을 택했다.

 

그러면 일부 언론이 걱정하는 시나리오 대로 건설업계의 연쇄도산으로 PF대출이 부실화될 경우 금융권에 미칠 파장은 얼마나 클까. 금융권 PF대출 잔고는 2009년 말 현재 82.4조원에 이르며 이 가운데 은행권이 51.0조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저축은행 11.8조원, 보험사 5.7조원, 증권사 2.7조원 등이다. 이들 PF대출의 연체율을 보면 금융권 전체로 3.58%에서 6.37%로 계속 증가하고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PF대출의 부실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금융권별로 세분화해 살펴보면, 증권사 연체율이 2008 6 6.57%에서 30.28%로 급등했고, 보험사는 2.37%에서 4.55%로 증가했다. 하지만 보험사와 증권사의 PF대출 비중이 8.4조원 정도로 크지 않고 보험사와 증권사의 자본금 및 자산 규모 등을 감안할 때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PF대출의 60% 가량을 차지하는 은행권의 경우 연체율이 2008 6월에 비해서는 올랐으나 1.67% 정도로 비교적 낮을 뿐만 아니라 2009 6월에 비해 떨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건설업체 자금난의 직접적 타격을 받을 것으로 집중 거론되고 있는 저축은행의 경우 연체율이 2009년 말 10.6% 2009 6월말에 비해서는 소폭 상승했으나 2008 6 14.28%보다는 낮아졌다. 물론 이 같은 연체율이 저축은행 실태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저축은행들이 PF대출 부실이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 부실 PF대출을 회수하지 않고, 추가 대출 등을 통해 연체율을 낮추고 있고 자산관리공사가 저축은행 전체 PF대출의 15%가량에 해당하는 1.7조원 가량의 부실 PF대출 자산을 매입해준 점 등을 감안하면 실제 PF대출 부실율은 이보다 훨씬 더 높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주택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PF대출 부실과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가계대출 연체 증가가 현실화할 경우 상당수 저축은행 또한 도산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저축은행 PF대출 규모와 연체율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도 이것이 금융시스템 전반에 큰 충격을 줄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그 동안 부동산 버블에 기대 무분별하게 난립하며 PF대출과 주택대출을 늘려온 저축은행 또한 부동산 버블이 꺼지는 과정에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현재의 저축은행 위기는 업계 안에서 구조조정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순리다.

 

 상황이 이런데도 현 정부는 특정계층과 업계의 이해관계에 사로잡혀 현재 한국경제 위기에 대해 전도된 인식을 보이고 있다. ‘8.29대책만 하더라도 정부는 DTI규제를 상당 부분 풀었다. 지금 한국경제 위기의 핵심은 800조원을 넘나드는 가계부채의 위기이지 건설업계의 위기가 아니다. 상당수 신문들이 금방이라도 금융시스템 마비를 불러올 것처럼 침소봉대하는 저축은행의 PF대출 규모는 11.2조원이다. 전체 예금취급기관 대출액의 1%, 가계부채의 1.4% 정도 규모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가계부채 다이어트’를 유도하기는커녕 가계가 빚을 더 내서라도 건설업계를 떠받쳐야 한다는 식이다. 이는 현 정부가 건설업계를 부양한다는 명목으로 얼마나 국민경제의 위험성을 높이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 정부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런 식으로 정부는 허황된 ‘건설업계 대마불사’ 논리를 제어하기는커녕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 지금 우리보다 경제상황이 나쁜 미국과 유럽도 금융업계의 대마불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우리보다 훨씬 더 경제상황이 나쁜 미국과 유럽의 경우 금융업계의 대마불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규제를 다시 강화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금융시스템의 한 축도 아닌 특정 업계를 살린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 심지어 재벌급 건설업체들인 10대 건설업체들 가운데 단 하나라도 무너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말이다. 특히 건설업계와 저축은행의 부실을 막기 위해 DTI규제 완화 등 한국경제 위기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가계부채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물불 가리지 않는 매우 위험한 요구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이 같은 건설업 구조조정을 지연하면 할수록 오히려 현 정부가 우려하는 일본식 장기침체를 초래할 가능성을 높인다. 왜 그럴까. 건설업계를 제때 구조조정하지 않으면 살아남은 건설업체들이 이미 고갈된 수요 이상의 공급물량을 쏟아내게 된다. 이미 공급 과잉인 상태에서도 수급 조정이 지연되는 것이다. 또한 좀비처럼 살아남은 건설업체들이 지속적으로 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부실 채권이 계속 늘어나게 된다. 이런 현상이 현재 건설업계 및 부동산업계 및 이들의 대변지격인 기득권 언론들이 주문한 결과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이처럼 정부가 개입해 부동산 시장을 교란하고 구조조정과 부실 정리를 지연시킨 탓에 일본의 주택시장이 자연스러운 복원력을 잃어버린 것이었다. 부동산 버블 붕괴의 충격이 컸던 탓도 있지만, 초기에 각종 토건부양책으로 재정을 탕진하고, 살아남은 건설업체들이 수요 대비 과도한 주택 공급을 지속해 부동산 시장이 복원력을 잃어버린 가운데 주택수요 연령대 인구가 급감하고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돼 잃어버린 10년을 넘어 20년까지 치닫게 된 것이다. 또한 1980년대와 1990년대초 미국에서 저축대부조합(S&L) 사태가 계속 부실 규모를 키웠던 이유도 초기에 재빠른 구조조정을 통한 시장 청소를 미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지금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건설 및 부동산 부양책이 아니라 시장퇴출이 실제로 일어나는 건설업계와 저축은행의 과감한 구조조정이다.  부동산 거품에 취해 희희낙락했던 건설업계와 금융업계, 그리고 아파트 분양 광고에 목을 맨 언론들에게 돌아갈 단기적 충격을 줄이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 전체에 돌아올 충격을 키우는 우를 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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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9. 7. 07:33

http://bit.ly/dcMv5h? 분양시장에도 8·29대책 훈풍? 며칠 전 헤럴드경제가 보도한 이 기사와 오늘자 http://bit.ly/adOzym? 동아건설`용산 더 프라임`대거 미달, 이 기사 한 번 비교해보세요. 부동산 찌라시들의 선동보도가 얼마나 심각한지 잘 아실 수 있을 겁니다.

 

며칠 전 기사 내용을 보면 DTI규제 해제 효과로 2만5000명 넘게 모델하우스를 방문했다며 마치 청약대박이 날 것처럼 언론에서 떠들었던 '용산 더 프라임'이 오늘자 기사를 보시면 547가구 모집에 겨우 154명이 청약(0.28대1)해 1순위에서 대거 미달됐답니다. 모델하우스를 방문한 2만5000명 중 상당수는 사실 건설사가 동원한 자사 임직원과 친인척 등과 협력하는 기획부동산들의 바람잡이들이었을 뿐입니다. 그렇게 해서 마치 많은 이들이 규제 해제로 청약 경쟁에 뛰어드는 것처럼 바람몰이를 했던 겁니다. 더 이상 투기적 가수요를 불러일으키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이들은 아직 모르고 있는 겁니다.

 

'용산 더 프라임' 관련 기사도 헤럴드경제 같은 찌라시들이 쓴 것을 무시하면 괜찮은데, 다음,네이버 같은 포털들이 대문에 노출시키고, 이런 엉터리 기사들을 바탕으로 다른 데도 아닌 MBC 같은 데서 받아주니 대중들이 혼란스러운 겁니다. 아시아경제니, 헤럴드경제 같은 정말 쓰레기 같은 신문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제발 포털이나 MBC 같은 언론들이 이렇게 놀아나니 문제인 겁니다. 포털 편집자와 방송 기자님들 제발 정신 좀 차리세요.

 

 그리고 8.29대책 이후 건설업체들이 그동안 숨겨놓았던 미분양 물량들을 '회사보유분 특별분양'이라면서 또 다시 짬짬이 분양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애초부터 정부와 건설업계,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언론들이 8.29대책을 통해 노린 것이 바로 이런 것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속지 마십시오. 이런 물량 떠안으면 폭탄 떠안는 '더 큰 바보'가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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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by 선대인 2010. 9. 3. 09:10

정부정치권과 대다수 언론은 여전히 근시안적인 부동산 부양책에 매몰돼 있을 뿐 중장기적으로 국내 부동산 시장의 투기거품을 빼고 건전하고 지속적인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는 조건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 국가의 책임 있는 제도화된 권력과 올바른 여론 조성의 책임자들이 그 일을 하지 않는다면 저라도, 저희 연구소라도 그런 노력을 계속하겠습니다. 그 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부동산 시장 정상화의 조건>이라는 기획을 앞으로 여덟 차례에 걸쳐 연재하겠습니다. 오늘은 그 두번째 순서입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을 바랍니다.

 

<글 싣는 순서>(*실제 글 제목과 연재 순서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1.       금리 본격 인상 전 가계부채 다이어트 유도

2.       정치적 탐욕에 따른 부동산 막개발 줄이고 기존 무리한 사업 정리

3.       시장퇴출이 실제로 일어나는 건설업체와 저축은행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

4.       부동산 거품의 진폭을 키우고 투기를 부추겼던 선분양제 폐지하고 후분양제로 전환

5.       3년 거치 일시 상환식 대출구조 근본적 개혁해야

6.       투기에 강한 내성을 가지는 부동산 보유세제 강화 등 부동산 세제 정비

7.       공공임대주택 공급 획기적 증대

8.       수도권 과밀해소-국토 균형 발전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서 주택시장과 오피스시장이 함께 무너지고 있으며, 각종 대규모 PF사업들도 좌초위기로 치닫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부동산 거품 붕괴로 인한 여파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 부채 위기와 지자체 및 산하 개발공기업의 재정 위기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미 2008년 이후 부동산 거품이 붕괴하고 있었으나 현 정부는 저금리와 세금, 각종 토건사업 남발 등 수백 조원 가량의 직간접적인 건설 및 부동산 부양책을 통해 부동산 거품을 떠받쳐 왔다. 하지만 부동산 거품이 다시 빠른 속도로 꺼지고 있다. 그런 부양책들은 결과적으로 막대한 기회비용만 소진했을 뿐이다.


이미 국내에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부동산 거품을 제어하기는커녕 부동산 거품기에 정치적 탐욕에 각종 부동산 막개발과 무분별한 토건개발사업을 소재로 부동산 거품을 조장하고 이런 개발사업을 추진한다며 막대한 재정을 불요불급한 개발사업에 탕진해왔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로 지방세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취득세, 등록세 수입이 급감해 지방 재정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그나마 재정이 가장 탄탄하다는 서울시의 올해 취등록세 수입은 세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지난해에 비해서도 절반에 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무엇보다 지역 주민들의 부동산 개발 욕구에 편승한 정치적 탐욕으로 무리한 부동산 막개발로 빚더미에 올라앉은 것이 인천시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전임 안상수 인천시장은 각종 개발사업을 예산으로 추진하는데 한계를 느끼자 지방공기업인 인천도시개발공사를 2003년에 설립해 무분별한 개발사업을 벌이기 시작했다. 인천도시개발공사를 앞세워 서구 검단신도시, 영종하늘도시, 아시안게임 경기장, 151층짜리 쌍둥이 빌딩, 도시철도 2호선 건설 등 대규모 개발사업을 벌였던 것이다. 그런데 부동산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면서 이들 개발사업들이 지지부진하거나 분양에 실패하기 시작하자 빚더미에 안게 된 것이다. 그 결과 <도표1>에 나타난 것처럼 인천도시개발공사의 현재 부채는 6.64조원까지 폭증해 인천시까지 재정 위기로 몰리고 있다. 반면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인천도시개발공사의 영업이익은 급감하고 있어 개발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부채를 갚는 일이 요원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도표1> 인천도시개발공사 재무 현황

 

() 지방공기업경영정보시스템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현재 부채는 언론보도 인용

 


사실 인천시뿐만 아니라 상당수 지자체의 개발 공기업들이 빚을 끌어와 부동산 거품에 편승해 각종 주택건설 및 지역개발 사업에 무분별하게 투자했다. 그러나 이제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이 같은 무분별한 투자의 상당 수가 부실로 이어질 위험에 처해 있다.


또한 겉으로는 민간사업인 각종 PF사업들의 상당수가 좌초 위기에 몰린 것도 사실은 부동산 거품기에 부동산 가격 올리기 경쟁에 나선 토건형 지자체장들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탓이 크다. 가장 사업규모가 큰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을 비롯해 판교 알파트돔시티, 인천도화지구 프로젝트, 고양시 한류월드 2구역 사업 등 굵직굵직한 대규모 PF사업들이 대표적 사례다. 모두 부동산 가격 올리기를 염원하는 지역주민들과 이를 정치적으로 대변한 자치단체장, 그리고 이 같은 사정을 활용해 자본력도 확보하지 않은 채 손쉽게 고수익을 추구하려 한 건설업체들의 탐욕이 빚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두가 부동산 불패 신화라는 장밋빛 환상에 빠져 계획한 사업들이 제대로 진행되기란 어렵다. 부동산 거품이 빠지면서 그 같은 사업들이 하나둘씩 좌초 위기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공공이 추진한 개발사업이든, 민간이 추진하되 공공이 뒷받침하는 PF사업이든 이제는 정치적 탐욕이 빚어낸 부동산 막개발 사업들을 하나하나 재검토해 정리해야 한다. 이른바 정치적 탐욕에 따른 부동산 막개발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게 하면 당장에는 일정한 충격이 불가피하겠지만 그나마 그렇게 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중장기적으로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용산개발사업을 예로 들어 설명해 보자. 용산개발사업이야말로 2007년 무렵 한창 들끓었던 두바이 모델을 본 따 부동산 불패신화라는 환상 위에 성립된 사업이다. 애초부터 부동산 가격은 지속적으로 오른다는 것을 전제로 수립된 사업이기에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사업성이 성립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용산개발사업은 본격적인 사업에 들어가기 전인 지금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이 그나마 사업 좌초로 인한 파장을 줄이는 길이다. 그렇지 않고,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은 현 상태에서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해 10, 20조원 단위의 자금이 투입된 상태에서 사업이 좌초될 경우 건설업계와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돌아가는 피해는 더욱 커지게 된다.


하지만 정치적 탐욕에 따른 부동산 막개발로 인한 부동산 위기를 가장 극명히 보여주는 사례는 뭐니뭐니해도 LH공사의 부채 위기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토지주택공사를 사례로 삼아 정부의 무리한 개발 정책이 어떻게 토지주택공사의 재무 위기를 부르고, 결국 국가채무 및 부동산 시장 위기를 부르는지 살펴보자.


이를 위해 토지주택공사의 재무 현황을 <도표2>를 참고로 살펴보자. 먼저 자산부채 현황을 보면, 토지주택공사의 자산은 2004 40.3조원에서 130.1조원까지 급증했다. 이 가운데 만기 1년 미만의 유동자산이 26.1조원에서 82.3조원으로 비유동자산에 비해 증가 폭이 훨씬 컸다. 또 이 기간에 부채는 28.1조원에서 109.2조원으로 급증했다. 불과 5년 만에 81.1조원이나 증가한 것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부채가 올해 6월 현재 2009년 말의 109.2조원보다 다시 9조원 가량 늘어난 118조원까지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기간 자산이 89.8조원 늘어났음을 고려할 때 자산의 거의 대부분이 부채 증가에 의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각종 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부채를 마구잡이로 끌어다가 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부채와 자산이 동시에 급증한 것이다.

 

<도표2> 한국토지주택공사 재무 현황

 

() 공공기관경영정보시스템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 과정에서 채권발행 및 금융기관 차입을 포함한 장단기 차입금도 급증하고 있는데 2004 17.1조원에서 75.1조원까지 급증하고 있다. 특히 2007 1.69조원 수준이던 단기차입금이 2009년에는 6.71조원까지 급증하는 등 차입금 구조도 악화되고 있다. 이중 장기채권 만기가 1년 이내로 도래한 액수만 5.9조원을 넘고 있다.


이처럼 부채가 급증하더라도 토지주택공사가 추진하는 각종 개발사업이 성공리에 진행돼 분양수입이나 임대수익 등이 꾸준히 발생한다면 상대적으로 큰 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정은 전혀 그렇지 않다. 2008년까지 매출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당기순이익도 11,669억원까지 늘어났으나 2009년 미분양 아파트 매입과 환매조건부 토지 재매입 등 현 정부의 부동산 거품 떠받치기와 보금자리주택 사업 등에 대대적으로 동원되면서 매출이 급감하는 가운데 당기순이익은 4,973억원까지 급감했다. 자산 130조원을 가진 거대기업이 올린 당기순이익이라고 하기에는 초라하기 짝이 없는 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토지주택공사의 하루 이자만 84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불과 60일치 이자도 채 안 되는 수준의 당기순이익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토지주택공사가 부채를 돌려 막기 위해 채권 발행액도 급증하고 있다. <도표3>에서 토지주택공사의 2010 7월말 현재 연도별 채권 발행잔 고를 보면 2007년부터 토지주택공사의 채권 발행액이 급증해 2007 5.1조원이던 것이 2009년에는 17.3조원까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들어서는 연환산 13.6조원으로 다소 줄어들고는 있으나 여전히 채권 발행액이 매우 많은 상태임을 알 수 있다. 물론 이미 상당량 만기가 도래했을 가능성이 높은 2006년 이전의 채권 발행액 물량은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채권 만기가 거의 대부분 3~5년 이상으로 길게는 10여 년에 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2007년 이후의 채권 발행 잔고는 비교적 실제 연도별 발행액과 거의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 정부 들어 채권 발행이 급증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도표3> 토지주택공사 채권 발행 및 만기도래 추이

 

() 한국증권거래소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어 채권상환 만기 도래 물량을 보면, 향후 지속적으로 늘어나 2013년에10.4조원으로 정점을 찍고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2010 7월까지 발행된 채권의 만기상환물량을 나타낸 것이어서 매년 같은 추세로 채권을 발행할 경우 2013년 이후 채권 만기 도래 물량은 2013년 수준에서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사실 국채와 비금융공기업들의 특수채 발행 물량이 현 정부 들어서만 200조원 이상 급증한 상태에서 향후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국공채 금리도 올라갈 경우 이자 부담 또한 매우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빚이 빚을 만드는 악순환의 고리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토지주택공사가 이처럼 빚더미에 앉게 된 것은 정부와 토지주택공사의 무분별한 각종 개발사업 추진이 일차적 이유다. 토지주택공사의 사업 구성을 보면 주택 및 대지 분양이 사업의 거의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더구나 사업비의 규모가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고, 이로 인한 민간건설업체들의 미분양 및 토지 재매입 등에 치중했던 지난해를 제외하고는 매우 가파르게 늘어왔다. 명백한 투기적 현상을 공급 부족 때문에 집값이 오른다는 건설업계의 논리에 놀아나면서 택지 및 주택공급에 박차를 가한 정부 정책상의 문제도 있었지만, 토지주택공사 스스로 부동산 버블에 편승해 거액의 빚을 내 무분별하게 토지 및 주택개발사업을 펼쳐온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2000년대 택지지정 현황을 살펴보면 짐작할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부동산 1차 폭등기 때는 정부의 택지 지정이 상대적으로 적었으나 주택공급 부족론이 기승을 부린 2004년 이후 택지 지정이 급증했다. 특히 택지지정 면적 기준으로 보면 2004~2007년까지 택지 지정이 연간 5000~6000만㎡에 이를 정도로 과도한 택지 공급이 이뤄졌다. 이후 주택시장 침체 양상이 심각했던 2008년에는 택지 공급이 급감했다가 2009년 현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사업 본격 추진에 따라 다시 증가했다. 특히 현 정부가 보금자리주택사업을 본격 추진함에 따라 2009년 말 현재 33개 지구, 4659만㎡가 보금자리 사업지구로 지정돼 있다. 이는 올 들어 2, 3차 보금자리주택사업 등이 지정된 것을 제외한 것으로 2009년 말 기준으로도 이미 택지공급 과잉기 때 1년치 택지가 공급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미 지방뿐만 아니라 수도권 곳곳에서도 미분양과 미입주 물량이 넘쳐나는 가운데, 이른바 이명박표 주택정책인 보금자리주택사업을 위해 또 다시 막대한 택지개발사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토지주택공사뿐만 아니다. 부채가 17조원에 육박하는 SH공사나 인천도시개발공사, 경기도시공사 등도 부동산 버블기에 무리하게 추진한 각종 주택개발사업 때문에 막대한 빚더미에 올라 있음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이들 지방공기업들도 향후 부채 구조조정을 통해 각종 주택개발 사업을 줄여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들 수도권 도시개발공사들은 주로 뉴타운이나 재개발사업 등에 상대적으로 더 치중하고 있어 이들 사업의 상당 부분이 무산되거나 지연되는 과정에서 뉴타운이나 재개발 지역에 형성됐던 투기 거품 붕괴가 가속화될 공산이 크다.


토지주택공사의 부채 급증과 사업 부실화는 이미 공기업을 통한 국가채무 분식회계도 한계에 이르렀고, 이들 개발공기업을 통한 부동산 경기 부양도 한계에 이르렀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징표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이들 공기업들이 부실화되면서 부동산 버블 붕괴 속도가 가속화될 개연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각종 엉터리 정책으로 공기업들의 부채를 늘리고 부동산 거품을 키워온 역대 정부와 정치권이 정책 실패에 대해서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들이 없다는 점이다. 더구나 이처럼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공기업들의 부채 위기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부동산 거품을 떠받친다는 핑계로 LH공사 등 개발공기업들의 사업 구조조정을 가로막고 정부가 무분별한 지원에 나선다는 점이다. 당장 성남시 재개발 사업만 하더라도 집값 하락을 염려하는 지역 정치권의 압박으로 사업 포기에서 사업 유보로 전환하고 있다. 이 같은 정치적 압력은 정상적인 사업 구조조정을 막아 길게 보면 부동산 거품 붕괴 충격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도 현 정부는 여전히 정치적 탐욕에 따른 무분별한 사업을지속하고 있다. 수자원공사가 8조원의 사업자금을 부담해야 하는 4대강 사업이나 국토부의 인천공항철도 사업 실패로 생겨난 부채를 떠안은 코레일이 부채를 해소하기 위해 무리하게 끌고나가려는 용산개발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LH공사의 경우에는 보금자리 사업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LH공사 채권 발행액에서 알 수 있듯이 부채의 상당 부분이 현 정부의 무리한 개발사업 때문에 발생하고 있는데도, 마치 전적으로 전임정부의 탓인 양 몰아가면서도 보금자리사업에는 절대 손댈 생각을 안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까지 본 것처럼 부동산 거품을 떠받치기 위해 무리하게 적자재정을 남발하고 산하 공기업들의 재정을 악화시키는 것은 부동산 거품 붕괴의 충격을 오히려 더욱 키울 뿐이다. 기존의 부동산 거품이 꺼지는 것에서 멈춰야지 막지도 못할 거품을 막는다는 핑계로 미래세대의 빚을 잔뜩 끌어오거나 공기업 등을 통한 분식회계로 국가 전체의 빚을 늘리고 있는 형국인 셈이다. 그렇게 해서 생겨난 추가적인 부동산 거품은 결국 거품 붕괴의 충격을 더욱 키울 뿐이다. 그런 점에서 이런저런 정치적 욕심으로 각종 무분별한 토건사업을 벌이는 행태를 중단하는 것이야말로 부동산 거품을 빼고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한 기본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선대인 트위터 http://twitter.com/kennedian3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by 선대인 2010. 9. 3. 09:04

 기획의도
총부채상환비율(DTI) 한시적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8·29 부동산 대책의 후폭풍이 거셉니다. 특히, 이번 대책의 실효성과 부작용을 놓고 논란이 크게 일고 있습니다. 이에 오마이뉴스와 김광수경제연구소는 다수의 트위터 사용자가 참여하는 트위터 토론회를 통해 이번 대책의 실효성과 부작용을 조망할 예정입니다. 특히, 이번 대책에 대해 개별 실수요자의 주택구입 입장 변화와 수도권 각 지역의 현장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합니다.


1. 토론회는 9월 3일(금) 오후 2시부터 2시간 동안 트위터에서 진행합니다.(스마트폰보다는 웹상에서 글쓰기가 편하기 때문에 토론회 참석자 다수가 웹으로 트위터에 접속할 수 있도록, 저녁이 아닌 오후 시간에 토론회를 개최합니다)

2. 트위터 토론회 해시태그는 '#오마이집_'으로 합니다.

3. 토론회 사회자는 제가 맡고 오마이뉴스 경제부는 주요 토론자로 참석합니다.

4. 토론은 ▲8·29 부동산 대책에 전반적인 평가 ▲대책 발표 후 수도권 각 지역 분위기 및 각 개인의 주택구입입장 변화 파악 ▲ 대책 부작용 및 대안 마련 등의 순서로 진행합니다. 특히, 토론회는 주최측의 의견을 전하기보다는 일반 트위터 토론자의 얘기를 듣는 것에 중점을 둘 생각입니다.

5. 저 @kennedian3 나 오마이뉴스 김종철기자 @jcstar21 선대식기자 @justgoworld 를 팔로우하시면 토론회에 좀더 원활히 참여하실 수 있을 겁니다.

5. 토론회가 끝난 후, 토론회 내용은 오마이뉴스가 기사로 작성할 예정입니다. 몇 달 전 열렸던 주택문제 토론회에 참여해주신 분들을 포함해 많은 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랍니다.


by 선대인 2010. 9. 2. 09:25

 

 

 

정부가 DTI 규제 해제를 핵심내용으로 하는 8.29부동산 대책을 내놨습니다. 현 정부 들어 아홉 번째 대책이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부동산 부양책과 투기 조장책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마디로 지금도 집값이 높고 가계부채가 과도한 상황인데 중산층과 서민들에게 빚을 더 내서 집 사라는 식의 대책을 내놓고 '실수요 주택거래 정상화와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방안'이라고 포장하고 있습니다.

 

잔뜩 부푼 부동산 거품을 빼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국민들이 저렴하면서도 쾌적한 주거생활을 누릴 수 있는 주택 및 부동산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정부 본연의 자세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오히려 정부부터 서민들은 쳐다보기도 어려운 지금의 집값을 떠받치고 가계 부채 증가를 조장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광고에 목을 맨 상당수 언론들도 건설-부동산업계 이익을 대변하는 부양책 요구와 선동에 여념이 없습니다. 또한 정부의 엉터리 대책에 매몰돼 근시안적이고 지엽말단적인 보도로 부동산 문제에 대한 여론을 왜곡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부동산 거품과 같은 예고된 위기에 대처하는 방식으로는 위기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상책이며 위기가 예고되는 초기에 개선하는 게 중책입니다. 위기가 터지고 나서야 온갖 난리법석을 떨면서 막는 게 하책, 위기가 불거져도 계속 대처를 미루다 어느 시점에 손쓰지 못하고 파국으로 치닫는 게 최하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연구소는 그 동안 재테크 차원의 문제가 아닌 경제위기로서 부동산 거품의 폐해와 심각성에 대해 정부가 상책과 중책을 쓸 수 있는 단계부터 경고해왔습니다. 하지만 거듭된 정부정치권의 정책실패와 아파트 광고에 목을 맨 상당수 언론들의 선동보도 때문에 대처를 미뤄 이제 선택지가 하책 또는 최하책 밖에 안 남은 상황이 됐습니다. 이미 많이 그르친 상태에서 지금의 부동산 위기를 아무 일도 없었던 양 되돌릴 방법은 없습니다. 그래도 최하책에 이르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정부정치권과 대다수 언론은 여전히 근시안적인 부동산 부양책에 매몰돼 있을 뿐 중장기적으로 국내 부동산 시장의 투기거품을 빼고 건전하고 지속적인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는 조건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 국가의 책임 있는 제도화된 권력과 올바른 여론 조성의 책임자들이 그 일을 하지 않는다면 저라도, 저희 연구소라도 그런 노력을 계속하겠습니다. 그 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부동산 시장 정상화의 조건>이라는 기획을 앞으로 여덟 차례에 걸쳐 연재하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을 바랍니다.

 

<글 싣는 순서>(*실제 글 제목과 연재 순서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1.       금리 본격 인상 전 가계부채 다이어트 유도

2.       정치적 탐욕에 따른 부동산 막개발 줄이고 기존 무리한 사업 정리

3.       시장퇴출이 실제로 일어나는 건설업체와 저축은행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

4.       부동산 거품의 진폭을 키우고 투기를 부추겼던 선분양제 폐지하고 후분양제로 전환

5.       3년 거치 일시 상환식 대출구조 근본적 개혁해야

6.       투기에 강한 내성을 가지는 부동산 보유세제 강화 등 부동산 세제 정비

7.       공공임대주택 공급 획기적 증대

8.       수도권 과밀해소-국토 균형 발전 

 

 

정부가 8 29일 이른바 '실수요 주택거래 정상화와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방안'을 내놓았다. 이번 대책은 제목부터가 기만적이다.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풀어 투기적 가수요를 자극하면서 이를 실수요로 포장하고 있다. DTI규제를 풀 경우 서민·중산층의 대출 한도가 늘어나는 것을 마치 혜택인 것처럼 포장하지만, 실제로는 부동산 부양을 위해 서민·중산층을 제물로 삼겠다는 뜻에 다름 아니다. 미국발 경제위기를 부른 서브프라임론 사태처럼 서민·중산층을 약탈적 대출(predatory lending) 위험에 노출시키는 위험천만한 행태다. 이처럼 실제와는 정반대되는 표현으로 자신들의 정책을 미화하는 언어파괴능력이야말로 이명박 정부의 요체라고 할 수 있다.

 

현 정부는 출범 이후 모두 아홉 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취등록세 감면,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 만기 연장, 재건축 규제 완화, 수도권 전매제한 완화, 미분양아파트 매입, DTI 해제 등 대부분 건설 및 부동산 부양책, 심지어 투기 조장책 일색이었다. 잔뜩 부푼 부동산 거품을 빼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국민들이 저렴하면서도 쾌적한 주거생활을 누릴 수 있는 주택 및 부동산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정부 본연의 자세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로지 부동산 거품 떠받치기에 급급했다

 

이번 대책도 그 연장선상에 있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현 정부 들어 국공채 발행액만 200조원을 늘리는 등 막대한 공공부채를 동원한 부동산 부양책의 약발이 다하자 다시 가계부채로 돌려막으려는 시도인 셈이다이미 가계부채 위기에 대한 경고음이 점점 커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부동산경기 부양이라는 명목 아래 마지막 금융소비자 보호제도라고 할 수 있는 DTI규제를 해제한 것이다. 가계부채 다이어트를 유도해야 할 시기에 오히려 주택가격을 떠받치기 위해 가계로 하여금 계속 빚을 내 거품 잔뜩 묻은 아파트를 사라고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정신 나간 정부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왜 그런지를 살펴보기 위해 국내 가계부채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정리해보기로 하자.

 

우선, <도표1>에서 금융기관의 가계신용 증가 추이를 살펴보자. <도표1>에서 보는 것처럼 가계신용은 2000 1분기 222조원에서 2010 2분기에 755조원으로 늘어나고 있다. 가계신용에서 카드사 등의 신용판매를 제외한 가계대출은 같은 기간 200조원에서 712조원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예금취급기관 대출액은 137조원에서 568조원으로 증가했다. 이들 대출의 증감 추이를 보면 부동산경기 진폭과 상당 부분 맞물려 변동하고 있음을 뚜렷이 확인할 수 있다. 2000년대 부동산 거품기에서 1차 폭등기인 2001~2002년까지 2년 동안 가계대출이 급증했다. 노무현정부 출범 초기인 2003~2004년에는 다소 가계대출 증가 폭이 줄어들었으나 이후 2005~2006년 수도권 2차 폭등기 때 비교적 큰 폭으로 가계부채가 다시 증가했다. 이후 가계부채는 2008년 말 경제위기 시기를 제외하고는 일정한 진폭을 보이면서도 꾸준히 늘고 있다.

 

<도표1> 가계신용 추이

(
) 한국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어 주택담보대출 증가 추이를 살펴보면, 가계대출의 상당 부분이 주택담보대출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 예금은행 주택담보대출 집계가 시작된 2003 4분기 이후 주택담보대출이 전체 예금은행 가계대출액의 약 61~64%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주택담보대출액이 집계되기 시작한 2007 4분기 이후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2~46%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주택담보대출 집계는 부동산 버블이 발생한 이후 한참 지난 시점부터 집계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그 이전의 대출 추이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그 이전에 발생한 주택담보대출 추이를 개략적으로 살펴보기 위해예금은행 대출액의 60%, 비은행예금취급기관 대출액의 40%를 주택담보대출액으로 잡아 그 추이를 살펴보자. 다만 주택담보대출 집계 이후 최근으로 올수록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개략적 추정에 따라 산출한 주택담보대출액은 2001년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부동산경기 부침에 따라 등락을 보이면서 꾸준히 늘어나 올 2분기에는 342조원까지 급증했다.

 

이어 신용카드사, 할부금융사 등 여신전문기관 및 백화점, 자동차회사 등에서 제공한 신용 규모를 나타내는 판매신용 증가 추이를 보면, 2000 1분기 22조원이던 판매신용액이 2001~2003년 전반기의 카드 버블기에 편승해 2002 4분기에는 48조원까지 증가했다가 이후 카드채 버블이 꺼지면서 급감했다. 하지만 2004년 하반기 이후 다시 그 규모가 꾸준히 증가하다가 2008년 말 경제위기 때 일시 감소했다가 다시 늘어나는 추세를 보여 2분기 현재 43조원 수준까지 늘어났다.

 

이 같은 가계부채 증가가 전반적인 경제규모나 가계 가처분소득 증가에 비해 얼마나 빠른 것인지를 <도표2>를 통해 살펴보자. 우선, 가계신용의 GDP비중 추이를 살펴보면, 가계신용은 GDP 대비 2000 44.2%에서 2009 69.0%로 증가했다. 개인가처분소득 대비로는 같은 기간 73.3%에서 122.7%로 훨씬 더 가파르게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 비중의 증가는 훨씬 더 가파르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은 GDP 대비로는 14%에서 30.9%로 약 2.2배 증가했고, 개인가처분소득 대비로는 23.2%에서 55.0% 2.4배나 증가했다. 참고로, 자금순환표상 개인부문 대출금의 비중은 같은 기간 GDP대비로는 55%에서 80.2%로 증가했고, 개인가처분소득 대비로는 91%에서 142.7%로 증가했다. 국민경제 차원에서든 가계소득 측면에서든 가계부채와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했음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도표2> GDP 및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중 추이

() 한국은행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이를 <도표3>을 참고로 같은 기간 미국의 가계 대출액 및 모기지대출 추이와 비교해보자. 우선 미국의 개인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대출액은 2000 85.6%에서 금융위기가 본격화되기 전인 2007 139.8%로 정점을 기록했다가 2009년에는 134.7%로 약간 감소했다. 이어 개인가처분소득 대비 모기지 대출액의 비율은 같은 기간 58.8%에서 2007 106.7%로 정점을 찍은 뒤 2009 102.3%로 소폭 감소하고 있다. 이를 한국 가계와 비교해보면, 한국은 이미 극심한 부동산 버블로 큰 고통을 겪고 있는 미국보다 개인가처분소득 대비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 물론 한국의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일견 상대적으로 미국보다 낮은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한국의 경우 타인자본인 전세금을 안고 주택을 구입하는 비율이 매우 높고, 미국의 경우 일반적으로 장기 모기지대출을 안고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어서 나타난 착시현상일 뿐 결코 낮다고 하기 어렵다.

 

 

<도표3> 미국 가계대출 및 모기지대출 비중 추이

()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실제로 2005년 인구총조사 결과 전국 주택 수는 1568만여 호 가운데 전세로 사는 경우는 328만호 가량에 이르렀다. 평균 전세가를 1억원으로 잡으면 전세에 들어가 있는 돈만 328조원에 이른다. 주택 소유자는 전세입자로부터 전세계약 기간만큼 무이자로 돈을 빌리는 셈이므로 이만큼 사실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줄어드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세금은 아무리 무이자라고 하더라도 주택 가격이 하락해 세입자가 전세금 반환을 요구하면 돌려줘야 하는 돈으로 결국 레버리지에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만약 전세금을 주택담보대출액과 합산하면 2009년 말 기준 주택소유자의 레버리지는 656조원에 이른다. 이를 개인 가처분소득 대비 비율로 보면 109.9%에 이르러 미국의 모기지대출 비중을 넘어선다. 더구나 보증부 월세 234만호로부터 빌린 보증금까지 포함하면 이 액수는 더욱 늘게 된다. 이처럼 국내 주택담보대출액 규모는 국내의 전세제도나 보증부 월세제도 때문에 겉으로는 과소평가되는 부분이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한국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이 매우 빠르게 늘어나는 점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개인가처분소득 대비 2000년부터 2009년까지 모기지대출이 1.7배 가량 늘어나는데 그쳤으나 한국은 이보다 훨씬 높은 2.4배나 늘어난 것이다. 미국의 경우 주택시장 안정기인 1990년대부터 개인가처분소득 대비 모기지대출 비중이 40%를 넘어설 정도로 모기지대출을 통한 주택 구매가 제도화돼 있고 2000년대 모기지대출 광풍이 불었음을 감안한다면 한국의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속도가 얼마나 가파른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이상에서 본 것처럼 한국의 가계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은 폭증하고 있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부동산 거품을 떠받치기 위해 DTI규제 해제 등 부동산 부양책에 목을 매고 있다. 가계부채 다이어트를 유도해야 할 시기에 가계가 더욱 빚을 내도록 부추기고 있으니 결코 제정신인 정부라고 하기 어렵다.

 

우리 연구소는 이미 오래 전 상책이나 중책을 쓸 수 있는 단계부터 이들 예고된 위기들에 대해 숱하게 경보음을 울려왔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권의 거듭된 정책실패와 아파트 광고에 목을 맨 상당수 언론들의 선동보도 때문에 대처를 미뤄 이제 하책 밖에 안 남은 상황이 됐다. 이미 많이 그르친 상태에서 지금의 부동산 위기를 아무 일도 없었던 양 되돌릴 방법은 없다. 그래도 최하책에 이르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것은 저금리 상황에서 이자 부담이 적을 때 가계부채 다이어트를 유도하는 것, 정치적 탐욕에 따른 각종 부동산 막개발을 줄이고 기존의 무리한 사업을 정리하는 것, 시장퇴출이 실제로 일어나는 건설업체와 저축은행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 등이다. 또한 부동산 거품을 키우고 투기를 부추겼던 악성 제도인 선분양제와 3년거치 일시 상환식 대출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투기에 강한 내성을 가지는 부동산 보유세제 강화와 공공임대주택 재고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일 등도 부동산시장 건전화를 위한 기본 과제다또한 수도권 과밀화를 더욱 부추기는 현 정부의 정책기조와 달리 제대로 된 국토균형발전을 통해 수요를 분산시켜 나가야 한다 

 

그런데 이명박정부는 이런 과제들은 방기하면서 근시안적인 부동산 부양책에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계속 미룰수록 부동산 버블 붕괴의 충격은 더욱 커진다는 점이다.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과 투기 조장책에 힘입어 지난해 가계부채가 45조원 가량 늘어난 것이 대표적 예다. 주택대출 거치기간 만기를 계속 연장하면 2012년에는 분기별로 지난해의 두 배 가까운 만기 도래액이 한꺼번에 밀어닥치게 된다. 하지만 정부도, 금융권도, 가계도 계속 책임회피 식의 미루기를 선택해 90% 이상의 주택대출이 재연장되고 있다. 계속 이런 식으로 미루다가는 결국 걷잡을 수 없는 사태에 이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데도 정부는 온갖 공적채무 폭증이라는 강력한 모르핀주사로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기회복이라고 국민들을 현혹시키면서 임기 내에만 무탈하면 된다는 식으로 거품빼기를 미루고 있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서만 200조원 이상이나 공적채무 증가를 통해 쏟아 부었는데도 부동산 거품 붕괴를 막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중앙 및 지방정부, 공기업 가리지 않고 씀씀이와 부채를 줄여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각종 국공채 만기는 2012~2013년에 몰리고 있다. 그 때는 빚을 갚아나가는 것만 해도 정신 없게 된다. 지금부터라도 거품을 빼서 충격을 분산해야 그나마 일시에 충격이 몰리는 것을 피할 수 있다.

 

과도했던 주택 가격의 자기 정상화 과정을 정부가 억지로 막으려 하면 할수록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막대한 기회비용만 누적된다. 언제까지 정부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집값을 떠받치고 가계에 빚을 권할 것인가. 그리고 언제까지 세금 한 푼 받지 않는 우리 연구소 같은 곳에서 집값 거품을 빼고 가계부채 다이어트를 유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가.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잘못 든 길을 벗어나 가계부채 다이어트를 적극 유도해야 한다.

 

 

 

선대인 트위터 http://twitter.com/kennedian3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by 선대인 2010. 9. 2. 08:29

정부가 결국 갈 데까지 가보기로 작정한 것 같다. 정부는 8월29일 이른바 ‘실수요 주택거래 정상화와 서민ㆍ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방안‘을 내놓았다. 제목부터가 정말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이미 가계부채 증가를 부추기고 지금도 주택 가격이 너무 높아 많은 서민 가계들이 고통 받고 있는 상황에서 주택가격을 떠받치는 대책을 내놓으면서 이렇게 표현할 수 있는 정부의 뻔뻔함과 상상력에 경의를 표한다. 정책으로는 무수한 반서민 정책을 쓰면서도 말로는 ‘친서민 정책’을 떠벌리고 투기적 가수요를 부추기면서도 ‘실수요자’ 운운하는 식으로 실제와 언어를 정반대로 짜맞추는 현 정부의 언어파괴 능력에 대해서는 실로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어쨌든 이번 대책의 핵심내용은 이미 다 알려져 있다시피 DTI규제 한시적 폐지(내년 3월까지, 강남3구 및 9억원 이상 주택 제외), 양도세 중과 면제 연장, 보금자리 사전예약 물량 축소 등이다. 이번 조치는 정부가 무너지는 부동산 시장을 수백 조원의 공공부채로 떠받치다가 이제 그마저도 약발이 다하고 여력이 없자, 가계부채 늘리기로 떠받쳐보려는 시도에 불과하다.

 

양도세 중과 면제를 연장한다고 해봐야 이미 지난해 이후 시행해오던 것의 연장일 뿐이어서 이 때문에 거래가 늘어날 리 만무하다. 다만, 양도세가 발생한다는 것은 그만큼 주택거래에 따른 자본차익이 발생한다는 것인데, 이를 부동산 부양책이라며 끼워 넣는 ‘강부자정권’의 파렴치함이 씁쓸할 따름이다.

 

보금자리 사전예약 물량 축소는 건설업계 미분양 물량이 쌓이는 것이 보금자리주택 때문이라는 건설업계 민원 때문인데, 이는 번지수를 한참 잘못 찾은 것이다. 지금 미분양 물량이 쌓이는 것은 이미 주택시장이 구조적 침체기에 들어갔는데도 고분양가 분양을 고집하는 건설업계가 자초한 것이다. 정말 보금자리 주택 때문에 주택시장 침체가 왔다면 보금자리주택 분양 경쟁률은 치열해야 하는데 강남지역 일부 보금자리 주택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보금자리주택도 저조한 청약률을 기록하고 있다. 더구나 실질적인 입주물량을 조정하는 것도 아닌 사전예약 물량을 일부 조절하는 정도로 부동산시장 부양효과가 발생할 리 또한 만무하다.

 

따라서 이번 대책 가운데 DTI규제 해제 외 다른 조치들은 시장에 별 의미도, 효과도 없는 것이므로 이 글에서는 DTI규제 해제 문제에 집중하기로 하자.

 

우리 연구소는 그 동안 각종 보고서와 언론 기고 등을 통해 이미 부동산 거품 빼기가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 그나마 부동산 거품 붕괴 충격이 한꺼번에 몰리는 것을 피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최근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부터라도 부동산 거품을 빼나가야 향후 1,2년 후에 몰리게 될 부동산 거품 붕괴의 충격을 분산해 최악의 상황을 피해나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역시나 현 정부는 지금까지 해온 그대로 필자의 예상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방향으로 역주행하고 말았다.

 

어차피 현 정부가 부동산 정책 기조를 바꿀 게 아니었다면 차라리 잘 됐다는 마음이 들 정도다. DTI규제를 찔끔찔끔 완화해서 사람들이 미련을 갖게 하기보다는 한꺼번에 DTI규제를 확 풀어서 가뜩이나 죽어가는 부동산시장을 하루빨리 ‘확인사살‘하겠다면 굳이 말릴 생각이 없다.

 

그러면 왜 이번에 DTI규제를 한시적이나마 해제하게 됐을지 배경부터 생각해보자. 이미 정부는 7월 22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부동산 부양책을 발표하려다 부처간 이견으로 발표를 무기한 연기한 바 있다. 당시 기획재정부와 금융위는 DTI규제 완화가 어렵다고 난색을 표명한 반면, 건설업계 이해를 대변하는 국토해양부는 DTI규제 완화를 강력히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DTI규제 완화 발표가 연기됐던 데는 신문지상에 주로 소개되는 부동산업계-건설업계의 목소리와는 달리 ‘DTI규제 완화만큼은 안 된다’는 경제전문가와 경제학계 등의 컨센서스에 힘입은 바 크다.

 

하지만 그로부터 한달여 뒤 발표된 어제 부양책은 DTI 비율 10% 완화 조치 등을 뛰어넘은 것이다. 한 달 사이에 이처럼 다소 급격한 정책 전환이 일어난 데는 몇 가지 요인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우선 정부가 DTI 비율 10% 완화 정도로는 시장에 아무런 영향을 못 끼칠 것이라고 판단한 듯 하다. 그렇다면 아예 DTI 완화 조치는 아니 한 만 못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 경우 정부는 DTI규제를 확 풀든가 아니면 아예 풀지 않든가, 두 가지 선택지 사이에서 고민하게 된다. 그런데 정부는 시간이 흐르면서 주택시장 상황이 사실 매우 어렵다는 판단을 하게 된 듯 하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전자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정치적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태생이 부동산 기득권 세력을 핵심기반으로 하는 현 정부가 지금의 주택시장 침체를 가만두고 볼 리 만무하다. DTI규제 완화를 두고 벌이는 부처간 신경전을 청와대가 나서서 직접 정리했을 공산도 크다. 물론 여당인 한나라당의 정치적 압력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전혀 정책 마인드가 없어 정책위의장이라는 타이틀 자체가 아이러니인 한나라당 고흥길 정책위의장의 지역구가 주택 가격 하락폭이 가장 큰 분당갑이다. 이들 지역구민들의 염원(?)을 고흥길 의장이 자신의 직책을 이용해 정부측에 상당히 강하게 압박한 탓도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제는 DTI규제 해제의 효과에 대해 생각해보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필자는 DTI규제의 약발이 아무리 길어도 3개월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조치로 정부가 의도하는 주택거래가 일어나지는 못할 것이다. 지금까지 ‘강부자 정권’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DTI규제를 풀어도 부동산시장이 살아나지 못하는 것을 확인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야 3개월이라는 뜻이다.

 

DTI규제는 마지막 규제 마지노선이자, 심리적 마지노선이었다. 이것을 해제해도 부동산시장이 살아나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하면 무리하게 집 샀던 사람들의 ‘혹시나’ 하는 마지막 기대감도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그 뒤에 벌어질 일은 굳이 언급하고 싶지 않다.

 

필자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인데 도표들을 참고로 설명하기로 하자.

 

먼저, 건설 및 부동산업계에서는 DTI 규제 때문에 주택시장이 가파르게 무너졌으니 DTI규제를 풀면 주택시장이 살아날 것이라는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 주택시장이 무너지는 것은 주택가격이 너무 높은 가운데 이미 빚을 내서 집을 살 사람들이 거의 모두 사버려 구조적으로 수요가 고갈된 영향이 크다. 실제로 <도표1>을 보면 2000년대 초반과 2006년말 분기별 20만호를 넘던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이 이제는 8만호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현재의 높은 집값을 받쳐줄 수요는 거의 바닥났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도표1>

 

또한 지난해 DTI 규제 도입 이후 주택가격과 주택대출 증가액 추이를 비교해봐도 지금의 주택시장 침체가 DTI규제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도표2>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올해 1분기에 주택담보대출이 줄어든 것을 제외하고는 DTI규제 도입 직후인 지난해 4분기와 올해 2분기에는 8조원 이상의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나 DTI규제 도입 이전인 지난해 평균치와 비슷한 수준의 주택담보대출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이미 현재도 평균 DTI비율은 23%수준으로 투기지역 기준인 40%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주택 거래량은 급감하고 주택가격 하락세는 더욱 가팔라지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더구나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크게 줄어들고 리스크는 매우 커진 상태에서 일반 가계가 얼마나 빚을 내 집 살지 의문이다.

 

<도표2>

 

오히려 이는 주택 가격이 여전히 높은 가운데 남은 잠재 수요자들의 소득 여력이 취약해 주택 거래가 일어나려면 상대적으로 가구당 부채를 더 많이 일으켜야 하는 상황임을 시사한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이해하기 쉽게 도표화하면 아래 <도표3>과 같다.

 

<도표3>

 

필자가 아파트 거래량과 가계 부채 증감액과의 상관관계 함수를 이용해 추정해본 결과 아파트 거래량이 거래 활성화 시기인 2000년대 초반이나 2006년 말 수준으로 늘어나려면 분기별로 32.4조원(도표에서 가상의 경우)이나 늘어나야 한다. 그런데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의 올해 3~5월 가계 부채 증가량은 2.5조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지금 DTI규제를 푼다고 해서 얼마나 가계대출이 더 늘어나 이미 주택수요가 고갈된 시장을 떠받쳐 줄 수 있겠는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즉, 이는 DTI 규제 완화 정도로 지금의 집값 거품을 떠받칠 수 있는 상황이 아님을 방증한다.

 

이미 금융기관 또한 얼마나 과감히(?) 빌려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더구나 지금 금융기관들 입장에서는 부실 리스크가 훨씬 큰 기업대출보다는 그나마 주택담보를 잡을 수 있고, 아직까지 연체율이 크게 높지 않은 주택대출을 늘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런데도 과거 부동산 활황기처럼 주택대출 실적을 올릴 수 없는 상태다. 얼마 전 만났던 금융기관 관계자들도 “DTI규제가 풀린다 해도 과거처럼 주택대출이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DTI규제를 풀었을 때 생각했던 약발이 통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심리적 마지노선까지 무너뜨려 버블 붕괴를 가속화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마지막으로 DTI규제 해제의 정책적 문제점을 살펴보자.

 

지금도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 부채 규모가 140%를 상회해 세계 최고 수준인 상태에서 부동산 거품을 유지하기 위해 가계대출을 더 늘리라고 촉구하는 행태는 어처구니가 없다. 당장 전세계적 경제위기가 바로 미국 금융기관들이 소수민족 그룹 위주의 저소득층에게 무리하게 모기지 대출을 해준 ‘서브프라임론 사태’에서 촉발된 마당에도 나중에야 어떻게 되든 당장 급한 불을 끄겠다는 부동산 기득권 세력의 근시안적 탐욕의 발로라 볼 수밖에 없다. 개인의 소득 대비 부채 규모를 제한하는 DTI규제는 서브프라임론 사태와 같은 약탈적 대출 관행으로부터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한편 금융시스템 위기를 보호하는 긴요한 장치다.

 

일부에서는 DTI 규제를 도입한 나라들이 많지 않다며 ‘불필요한 규제’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한국 금융권의 대출 실태를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선진국 금융기관 대부분에서 개인에 대한 신용평가(credit rating)을 통한 대출이 정착돼 있는 반면 한국의 경우 신용평가보다는 담보대출 위주의 후진적 대출관행이 여전히 일반적이다. 따라서 DTI규제는 금융권이 자율적으로 신용평가를 통한 대출을 실시하지 않고 있는 한국 상황에서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이미 느슨한 금융규제로 부동산 버블 붕괴 과정에서 큰 위기를 맞고 있는 미국과 유럽 등의 선진국가들조차 금융 규제를 재강화하는 가운데 국내 DTI규제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마당이다. 그리고 DTI 비율이 이미 40~60%로 정해져 있었는데,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액의 40~60%에 이르는 것도 매우 과도한 빚 부담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더 늘리라고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이번 DTI규제 해제는 ‘실수요자를 위한 것‘이라는 정부 주장과 달리 투기수요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임이 너무나 명확하다. 구체적 근거로 정부 스스로 “소득 파악이 제대로 안 되는 자영자들 가운데는 그 동안 소득증명 절차 때문에 집을 사지 못했다”며 “DTI규제 해제로 효과를 볼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대목이다.

 

김대중정부 때부터 자영자소득파악위원회를 구성해 자영자소득을 파악하겠다고 했던 정부가 아직 온갖 핑계를 대가며 자영자 소득 파악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기막힌 현실이다. 그런데 정부가 한 술 더 떠 이런 지하경제를 지상으로 끌어내고 탈세를 처벌할 생각은커녕 이들을 이용해 남은 투기가수요를 짜내려는 정부가 정상적인 정부인가? 한마디로 제정신 아닌 정부라고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미 투기적 가수요마저도 상당히 고갈된 상황이다. 이들 소득파악이 어려운 자영자들 가운데 부동산 작전 세력이 일부 있을 수 있으나 이들도 과거처럼 자신들의 작전이 성공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들의 단타매매 작전이 성공하려면 자신들을 추격매수해줄 세력이 있을 때 가능한 것인데, 이들이 작전을 구사했음에도 불구하고 추격매세수력이 없다면 오히려 그들이 덫에 물리게 될 공산이 커진다. 이런 점에서 정부의 투기조장책은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편 정부가 부동산 자산가치 대비 대출 비율을 규제하는 LTV규제는 그대로 두면서 DTI규제만 푼 것은 정말 정부가 해서는 안 될 나쁜 짓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미 수도권 집값이 실거래가 기준으로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기존 LTV 비율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올라가는 상황에서 금융기관을 위한 마지막 보호막은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유명무실한 구조조정으로 시장퇴출이 거의 일어나지 않은 건설업체들과 저축은행 등 금융업체들을 살리기 위해 DTI규제를 풀겠다는 것이다. 금융소비자로서 일반 가계는 미국 서브프라임론 사태와 같은 ‘약탈적 대출(predatory lending)‘에 노출돼 파산해도 괜찮다는 식의 정부 태도에 치가 떨린다. 미안하지만 국민경제의 근간인 가계가 무너지면 결국엔 그 경제는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다.

 

어쨌든 정부가 DTI규제를 해제한 것은 그 동안 ‘국내에는 부동산 버블이 없다‘던 정부의 공개 립서비스와는 달리 실제로는 정부가 지금 부동산시장 상황을 매우 다급하게 보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궁지에 몰린 나머지 내린 패착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부동산 광고에 목맨 상당수 신문들에서 ‘강남 급매물 회수‘ ‘일부 아파트 덜썩‘ ‘매도호가 상향 움직임‘ 등의 선동성 기사를 잇따라 내놓을 공산이 크다. 정부 투기 조장책과 언론의 선동보도 합작으로 부동산 거품을 떠받치기 위한 제물을 찾게 될 텐데 선량한 일반 가계가 속지 마시길 당부한다.

 

요약하자면 이번 DTI규제 해제는 정부가 과거처럼 투기적 가수요를 불러일으켜 부동산시장을 살려보겠다, 일반가계를 제물로 삼아 건설업계와 금융기관을 떠받치겠다는 고육책일 뿐이다. 하지만 DTI규제 해제가 약발이 없음을 확인하게 되면 거품 붕괴는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DTI규제 완화로 실제 부동산 투기로 인한 가계부채가 크게 급증할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설혹 그런 일이 생긴다면 이는 기준금리 인상을 앞당기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당장 급한 불을 끄겠다고 내놓은 대책이 현 정부와 부동산-건설업계가 원하지 않는 패착으로 이어질 공산이 적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필자가 볼 때 정부가 노리는 마지막 부동산 폭탄 돌리기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또한 건설업계와 부동산업계, 다주택 투기자들의 환호는 다시 한탄으로 바뀔 것이다. 그것을 확인하는 데는 3개월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우리 연구소는 적어도 상책이나 중책을 쓸 수 있는 단계부터 이들 예고된 위기들에 대해 숱하게 경보음을 울려왔다. 그러나 거듭된 정부정치권의 정책실패와 아파트 광고에 목을 맨 상당수 언론들의 선동보도 때문에 대처를 미뤄 이제 선택지가 하책 또는 최하책 밖에 안 남은 상황이 됐다. 이미 많이 그르친 상태에서 지금의 부동산 위기를 아무 일도 없었던 양 되돌릴 방법은 없다. 그래도 최하책에 이르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런 정부에 무엇을 기대할 생각은 없지만, 이 글을 읽을 독자들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말하자면 이렇다. 그것은 비정상적인 저금리 상황일 때 가계부채 다이어트를 적극 유도하는 것, 정치적 탐욕에 따른 각종 부동산 막개발을 줄이고 기존 무리한 사업을 정리하는 것, 시장퇴출이 실제로 일어나는 건설업체와 저축은행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 등이다. 또한 부동산 거품의 진폭을 키우고 투기를 부추겼던 양대 제도인 선분양제와 3년 거치 일시 상환식 대출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투기에 강한 내성을 가지는 부동산 보유세제 강화와 공공임대주택 재고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일 등도 부동산 시장 건전화를 위한 기본 과제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 같은 조치들을 깡그리 내팽개치고 결국 다시 부양책에 나섰다. 문제는 이렇게 계속 미룰수록 부동산 버블 붕괴의 충격은 더욱 커진다는 점이다.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과 투기 조장책에 힘입어 지난해 가계부채가 45조원 가량 늘어난 것이 대표적 예다. 주택대출 거치기간 만기를 계속 연장하면 2012년에는 분기별로 지난해의 두 배 가까운 만기 도래액이 한꺼번에 밀어닥치게 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정부도, 금융권도, 가계도 계속 미루기를 선택해 90% 이상의 주택대출이 재연장되고 있다. 계속 이런 식으로 미루다가는 정말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부를 수 있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온갖 빚을 동원해 만든 강력한 모르핀주사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기회복’이라고 국민들을 현혹시키면서 임기 내에만 무탈하면 된다는 식으로 거품빼기를 미루고 있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서만 200조원 이상이나 국공채 발행을 늘려 쏟아 부었는데도 부동산 거품 붕괴를 막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이제는 중앙 및 지방정부, 공기업 가리지 않고 씀씀이와 부채를 줄여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각종 국공채 만기는 2012~2013년에 몰리게 돼 있다. 그 때는 빚을 갚아나가는 것만 해도 정신 없게 된다. 지금부터라도 거품을 빼서 충격을 분산해야 그나마 일시에 충격이 몰리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지금도 많이 늦었지만, 그나마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는 점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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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8. 31. 08:22

http://bit.ly/dqRZ8b  부동산 부양책 관련 오마이뉴스 기사. DTI규제 폐지(강남3구 제외), 양도세 중과 면제 연장, 보금자리 사전예약 물량 축소 등 세가지가 핵심.

 

지난주 한겨레 기고 칼럼 http://bit.ly/d3QOwK  통해 이미 많이 늦었지만, 한꺼번에 충격이 몰리는 것을 피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부동산 거품을 지금부터 빼나가라고 역설했는데, 역시나 역주행이군요.

 

어차피 정부가 부동산 정책 기조를 바꿀 게 아니었다면 차라리 잘 됐습니다. DTI규제를 찔끔찔끔 완화해서 사람들이 미련을 갖게 하기보다는 한꺼번에 확 풀어서 하루빨리 죽어가는 부동산시장을 '확인사살'하겠다면 말릴 생각 없습니다.

 

저는 DTI규제의 약발이 아무리 길어도 3개월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거래가 일어나기보다는 많은 이들이 DTI규제를 풀어도 부동산시장이 살아나지 못하는구나를 확인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야 3개월이라는 겁니다.

 

DTI규제는 마지막 규제 마지노선이자, 심리적 마지노선이었습니다. 이것을 해제해도 부동산시장이 살아나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하면 무리하게 집 샀던 사람들의 혹시나 하는 기대감도 사라질 겁니다. 그 뒤에는 어떻게 될까요?

 

DTI규제 약발이 없을 것이라 믿는 이유는 이미 구조적으로 주택시장의 수요가 고갈돼 있기 때문. 2000년대 초반 48만호, 2006년말 30만호, 이젠 15만호 수준의 아파트 거래량. 현재의 높은 집값을 받쳐줄 수요는 거의 바닥

 

이미 현재도 평균 DTI비율은 23%수준으로 투기지역 기준인 40%에도 못 미쳐. 더구나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크게 줄어들고 리스크는 매우 커진 상태에서 일반 가계가 얼마나 빚을 내 집 살지 의문이죠

 

이번 DTI규제 해제는 '실수요자를 위한 것'이라는 정부 주장과 달리 투기수요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 구체적 근거로 정부 스스로 '소득 파악 안되는 자영자들 가운데 DTI규제 해제로 효과볼 것'이라고 말하는 대목.

 

자영자 소득 파악이 안되는 것은 지하경제 때문인데, 세원을 투명하게 파악할 노력은 않고 DTI규제를 풀어 이들에 대한 소득증명을 제외해 마지막 남은 투기가수요를 짜내보려하는 정부. 한마디로 제정신 아닌 정부라고 할 수밖에 없다

  

투기적 가수요도 상당히 고갈됐고, 설사 남아 있다 해도 소득 불투명한 자영자들 속의 '투기 작전세력'도 준동하기 어려울 것. 이들의 단타매매 작전이 성공하려면 추격매수세가 전제돼야 하는데, 이미 추격매수세가 고갈된 상태

 

정부가 LTV규제는 그대로 두면서 DTI푼 것은 정말 나쁜 짓. 금융기관의 마지막 보호막은 유지하면서도 건설, 금융업체들 살리기 위해 DTI풀어 금융소비자로서 일반 가계는 '약탈적 대출'에 노출돼 파산해도 괜찮다는 것인지

 

어쨌든 정부가 DTI규제를 해제한 것은 '버블 없다'는 정부의 공개 립서비스와는 달리 실제로는 정부가 지금 부동산시장 상황을 매우 다급하게 보고 있다는 증거. 하지만 제가 볼 때 오히려 궁지에 몰린 나머지 내린 패착될 가능성

 

또한 DTI규제 완화로 실제 부동산 투기로 인한 가계부채가 크게 급증할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설혹 그런 일이 생긴다면 이는 기준금리 인상을 앞당기는 요인 될 가능성 큽니다. 오히려 자충수가 된다는 것이지요.

 

부동산 광고에 목맨 상당수 신문들에서 '강남 급매물 회수' '일부 아파트 덜썩' '매도호가 상향 움직임' 등의 선동성 기사를 내놓을 것. 정부 투기 조장책과 언론의 선동보도 합작으로 제물이 될 가계 찾을 텐데 속지 마시길

 

이번 조치는 정부가 무너지는 부동산 시장을 수백조원의 공공부채로 떠받치다가 이제 그마저도 약발 다하고 여력이 없자, 가계부채 늘리기로 떠받쳐보려는 시도. DTI규제 해제 외의 다른 조치들은 별 의미도 효과도 없는 것.

 

요약하자면 이번 DTI규제 해제는 정부가 과거처럼 투기적 가수요를 불러일으켜 부동산시장을 살려보겠다, 일반가계를 제물로 삼아 건설업계와 금융기관을 떠받치겠다는 고육책. 하지만 약발 없음을 확인하면 거품 붕괴 가속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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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8. 30. 09:57

 미국발 경제위기를 정확히 경고했던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위기경제학'에서 이렇게 말한다. "최근의 재앙은 돌발상황이 아니었다. 그것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며 심지어 예측도 가능했다. 왜냐하면 금융위기란 일반적으로 비슷한 경로를 따라 되풀이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취약점이 쌓이다 보면 결국에는 정점을 찍게 된다." 미국발 경제위기는 제도적 미비와 정책 실패들이 누적돼 발생한 ‘예고된 위기’로 조기에 제대로 대응했다면 피할 수 있거나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사실 국내 부동산 버블 위기도 국내 주택가격이 무섭게 부풀어 오를 때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지금의 국가채무 위기와 LH공사 부채 문제, 각 지자체 재정난 및 산하 개발공기업들의 부채 위기, 용산개발사업 좌초 위기 등도 모두 과거부터 예고되고 있었던 위기다. 그리고 이들 위기는 모두 부동산 버블 위기에서 파생된 위기다.


예고된 위기에 대처하는 방식으로는 위기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상책이며 위기가 예고되는 초기에 개선하는 게 중책이다. 위기가 터지고 나서야 온갖 난리법석을 떨면서 막는 게 하책, 위기가 불거져도 계속 대처를 미루다 어느 시점에 손쓰지 못하고 파국으로 치닫는 게 최하책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연구소는 적어도 상책이나 중책을 쓸 수 있는 단계부터 이들 예고된 위기들에 대해 숱하게 경보음을 울려왔다. 그러나 거듭된 정부정치권의 정책실패와 아파트 광고에 목을 맨 상당수 언론들의 선동보도 때문에 대처를 미뤄 이제 선택지가 하책 또는 최하책 밖에 안 남은 상황이 됐다. 이미 많이 그르친 상태에서 지금의 부동산 위기를 아무 일도 없었던 양 되돌릴 방법은 없다. 그래도 최하책에 이르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것은 저금리 상황을 이용해 가계부채 다이어트를 유도하는 것, 정치적 탐욕에 따른 각종 부동산 막개발을 줄이고 기존 무리한 사업을 정리하는 것, 시장퇴출이 실제로 일어나는 건설업체와 저축은행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 등이다. 또한 부동산 거품의 진폭을 키우고 투기를 부추겼던 양대 제도인 선분양제와 3년 거치 일시 상환식 대출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투기에 강한 내성을 가지는 부동산 보유세제 강화와 공공임대주택 재고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일 등도 부동산 시장 건전화를 위한 기본 과제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연착륙’이라는 미명 아래 거품 빼기를 지연시키며 공공 부채와 가계 부채를 동원해 부동산 부양책을 남발해왔다. 최근 DTI규제 완화를 포함한 추가 부양책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연장선상이다.


문제는 이렇게 계속 미룰수록 부동산 버블 붕괴의 충격은 더욱 커진다는 점이다.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과 투기 조장책에 힘입어 지난해 가계부채가 45조원 가량 늘어난 것이 대표적 예다. 주택대출 거치기간 만기를 계속 연장하면 2012년에는 분기별로 지난해의 두 배 가까운 만기 도래액이 한꺼번에 밀어닥치게 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정부도, 금융권도, 가계도 계속 미루기를 선택해 90% 이상의 주택대출이 재연장되고 있다. 계속 이런 식으로 미루다가는 정말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부를 수 있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온갖 빚을 동원해 만든 강력한 몰핀주사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기회복’이라고 국민들을 현혹시키면서 임기 내에만 무탈하면 된다는 식으로 거품빼기를 미루고 있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서만 200조원 이상이나 국공채 발행을 늘려 쏟아부었는데도 부동산 거품 붕괴를 막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이제는 중앙 및 지방정부, 공기업 가리지 않고 씀씀이와 부채를 줄여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각종 국공채 만기는 2012~2013년에 몰리게 돼 있다. 그 때는 빚을 갚아나가는 것만 해도 정신없게 된다. 지금부터라도 거품을 빼서 충격을 분산해야 그나마 일시에 충격이 몰리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지금도 많이 늦었지만, 그나마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는 점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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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

by 선대인 2010. 8. 27. 08:53

최근 미국 경제의 회복 속도가 크게 둔화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미국 경제의 침체 기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런데 미국을 중심으로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는 서브프라임론 사태로 불리는 부동산 투기 버블붕괴와 이와 연계해 남발됐던 부동산증권화상품이 부실화된 데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미국 경제의 회복 속도를 점치는데 있어서 핵심 관건 가운데 하나는 부동산시장 회복 여부라고 할 수 있다. 미국 부동산시장의 회복 여부를 살펴보기 위해 미국 주택시장에 관한 각종 지표들의 변화를 살펴보자.

 

우선, <도표1>을 참고로, 미국 주택시장의 공급과잉 정도를 살펴보면, 총 주택수는 부동산 붐이 일었던 2000년대 내내 꾸준히 상승했으나, 미국발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2008년 이후 증가세가 꺾인 뒤 2010년 2분기 현재 1억 3,116만호에 이르고 있다. 특히 주택 수는 부동산 버블이 본격화한 2003년부터 2009년까지 877만호가 늘어났는데, 주택이 이처럼 부동산 거품기에 과잉 공급되면서 공실률도 2000년 1분기 12%에서 2009년 1분기 14.6%까지 꾸준히 높아졌으나 부동산 거품 붕괴로 신규 공급이 줄고 임대주택으로 전환되면서 공실률 증가세가 꺾여 2010년 2분기 현재로는 14.4%에 머무르고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공실률이 부동산 버블 전인 2000년대 초반 수준에 비해 약 2~3% 이상 높은 상태여서 여전히 공급 과잉이 해소되지 못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주택 공실률이 부동산 버블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이 정상이라고 볼 때 미국의 주택수는 여전히 400만호 가량 과잉공급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같은 공급과잉 물량이 해소될 때까지는 미국의 주택 가격도 본격적인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도표1> 미국 총주택수 및 공실률 추이

(주) 미국 상무성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한편 임대주택 공실률은 부동산 버블이 본격화한 2004년 이후 조금씩 낮아졌으나 금융위기가 발발한 2008년 말 이후 11.2%까지 상승했다가 조금씩 낮아져 2010년 2분기 현재 10.6%에 머무르고 있다.

 

이어서 <도표2>에서 미국 주택시장 및 주택건설 동향을 살펴보자. 먼저 주택 판매량 및 가격 추이를 살펴보면, 우선 1가구 신규주택 판매량의 경우 2000년 1월 86만호 수준에서 부동산 버블기의 정점이었던 2005년 하반기 140만호 수준까지 올라갔으나 이후 급감해 2008년~2009년 초에는 35만호 전후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후 미국 정부의 생애 첫 주택구입자 보조금지급 정책 등의 영향으로 2009년 상반기부터 급락세가 다소 진정되는 듯 했으나 다시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 정부는 주택시장의 침체를 막기 위해 올 4월 말로 종료되는 보조금 혜택을 9월까지 연장하고 있으나 주택거래가 극심한 침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 정부의 주택구입 보조금지급 정책도 약발이 거의 소진된 모습이다. 주택구입보조금 지급제도는 당장에는 주택시장 침체를 막는데 기여할지는 몰라도 미래 주택구매 수요를 앞당겨 사용한다는 점에서 구입보조금 제도가 종료되면 다시 극심한 수요 부족으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도표2> 미국 주택시장 및 건설투자 동향 추이


(주)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미국 정부의 주택구입보조금 혜택 약발이 소진됨에 따라 주택판매가 더욱 극심한 침체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계약중인 주택판매지수 추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미 정부의 면세혜택으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택판매가 일시적으로 증가했다가 당초 혜택 종료 시점인 5월 이후에 주택판매가 급감하고 있다. 이는 미국 정부의 보조금제도가 잠재적 미래수요를 앞당겨 소진한 효과만 냈을 뿐 주택시장 수요를 회복할 수 있는 지속성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한편 미국의 대표적인 주택가격 지수인 케이스실러지수를 통해 미국 기존주택가격 추이를 살펴보면, 서브프라임론 사태가 불거지기 시작한 2007년 중반부터 급락하기 시작해 고점 대비 33% 수준까지 떨어졌으나 2009년 초 이후 급락세가 멈추고 있다. 하지만 반등세는 상당히 미미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적어도 단기간에 급격한 반등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더구나 케이스실러지수는 2개월 가량 지연돼 발표되는데, 6월 이후에는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1가구형 신규주택의 판매 평균가격은 부동산 버블기였던 2007년 초 33만 달러 수준까지 이르렀으나 이후 버블 붕괴로 2009년 1월에는 24.5만 달러 수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후 미국 정부의 주택구입보조금 혜택 등의 영향으로 다시 반등하는 듯 했으나, 올 들어 다시 가파르게 떨어져 2010년 6월 현재 24.3만 달러로 버블 붕괴 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중앙가격도 거의 비슷한 추이를 보이고 있는데, 최근으로 올수록 평균가격과 중간가격의 괴리가 줄고 있어 상대적으로 고가 주택의 가격 하락세가 더 크게 나타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어서 미국 건설시장 동향을 간략히 살펴보면, 총건설투자액은 부동산 버블이 한창이던 2006년 초 1.2조 달러까지 늘어났으나 이후 부동산 버블 붕괴로 급감해 2010년 1월에는 8,158억 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올 4월에는 미약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건설투자액을 용도별로 살펴보면, 주거용 건설투자액은 2006년 초 6,828억 달러에서 이후 2,416억 달러까지 급감했다가 감소세가 멈추면서 정체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비해 비주거용 건설투자액은 주택 투자액이 감소하기 시작한지 2년여 후인 2008년 하반기에 7,126억 달러까지 증가했다가 5,160억 달러로 감소한 뒤 정체를 나타내고 있다.

 

또 미국 건설투자액을 민간과 공공분야로 나눠보면, 주택버블 붕괴의 영향이 더욱 명확히 나타난다. 민간건설 투자액은 2006년 초를 정점으로 가파르게 떨어지기 시작해 올 초에 들어서야 겨우 감소세가 멈추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공공부문의 건설투자는 2009년 중반까지 꾸준하게 늘어나다가 이후 증가세가 꺾이고 있는데, 미국 주정부들의 재정사정 악화로 인해 공공건설 발주가 한계에 이르고 있는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미국의 공공건설 투자는 한국처럼 민간 주택시장의 침체를 거의 완전히 상쇄할 정도로 대규모 부양책이 실시되고 있지는 않음을 알 수 있다.

 

계속해서 미국 주택착공 건수 추이를 보면, 2000년대 이후 2006년 초까지 연환산 225만호까지 증가했으나 이후 가파르게 하락하기 시작해 2009년 초 50만호 수준에서 하락세가 멈추고 있다. 이후 미미한 회복세를 보이는 듯 하다가 5월 이후 다시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 주택 및 건설시장의 지표를 살펴본 결과 2006년 초부터 시작된 미국 주택시장의 하락세가 2009년부터 바닥권에 도달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침체의 횡보를 나타내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해부터 연초까지 미국 주택시장이 바닥을 치고 조만간 다시 반등하는 것이 아니냐는 섣부른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국내외 언론들은 ‘미국 주택경기가 바닥을 쳤다’ ‘주택경기가 회복기에 들어섰다’며 주가를 끌어올리는 등의 소재로 삼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미국 주택가격 하락세가 멈춘 것이 오바마 정부의 주택구입 보조금 지급과 저금리 모기지 대출 갈아타기 지원, 그리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주택모기지증권(MBS) 및 주택금융기관의 채무 매입 등의 각종 지원책에 힘입은 것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정부 지원책에 의해 주택시장의 하락세가 멈추었으나 민간 자력에 의한 주택 경기 회복은 여전히 요원하다고 할 수 있다. 미국 정부의 지원책 약발이 다하면서 다시 주택시장이 가라앉는 양상이 이미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주택구입 보조금 지급을 연장하고 FRB가 자산매입 규모를 유지하는 식으로 시중유동성 공급을 떠받쳐주고 있으나 주택시장의 본격적인 회복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앞서 본 것처럼 아직 막대한 공급과잉 물량이 해소되었다고 하기에는 거리가 먼 상태다. 또 미래 주택구매 수요를 당겨 써버린 탓에 미국 주택시장이 다시 가라앉게 되면 주택시장의 침체는 상당히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 정부는 서브프라임론 사태 이후 일본과 같은 장기침체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이미 90년대 일본의 부동산버블 붕괴 과정에서 나타난 것과 거의 유사한 현상이 재현되는 양상이다. 그래서 하버드대 케네스 르고프 경제학 교수가 “미국경제가 더블딥을 겪지 않더라도 미국 주택시장이 10년 정도의 장기 침체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는 것도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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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8. 24. 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