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경제의 회복 속도가 크게 둔화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미국 경제의 침체 기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런데 미국을 중심으로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는 서브프라임론 사태로 불리는 부동산 투기 버블붕괴와 이와 연계해 남발됐던 부동산증권화상품이 부실화된 데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미국 경제의 회복 속도를 점치는데 있어서 핵심 관건 가운데 하나는 부동산시장 회복 여부라고 할 수 있다. 미국 부동산시장의 회복 여부를 살펴보기 위해 미국 주택시장에 관한 각종 지표들의 변화를 살펴보자.

 

우선, <도표1>을 참고로, 미국 주택시장의 공급과잉 정도를 살펴보면, 총 주택수는 부동산 붐이 일었던 2000년대 내내 꾸준히 상승했으나, 미국발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2008년 이후 증가세가 꺾인 뒤 2010년 2분기 현재 1억 3,116만호에 이르고 있다. 특히 주택 수는 부동산 버블이 본격화한 2003년부터 2009년까지 877만호가 늘어났는데, 주택이 이처럼 부동산 거품기에 과잉 공급되면서 공실률도 2000년 1분기 12%에서 2009년 1분기 14.6%까지 꾸준히 높아졌으나 부동산 거품 붕괴로 신규 공급이 줄고 임대주택으로 전환되면서 공실률 증가세가 꺾여 2010년 2분기 현재로는 14.4%에 머무르고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공실률이 부동산 버블 전인 2000년대 초반 수준에 비해 약 2~3% 이상 높은 상태여서 여전히 공급 과잉이 해소되지 못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주택 공실률이 부동산 버블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이 정상이라고 볼 때 미국의 주택수는 여전히 400만호 가량 과잉공급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같은 공급과잉 물량이 해소될 때까지는 미국의 주택 가격도 본격적인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도표1> 미국 총주택수 및 공실률 추이

(주) 미국 상무성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한편 임대주택 공실률은 부동산 버블이 본격화한 2004년 이후 조금씩 낮아졌으나 금융위기가 발발한 2008년 말 이후 11.2%까지 상승했다가 조금씩 낮아져 2010년 2분기 현재 10.6%에 머무르고 있다.

 

이어서 <도표2>에서 미국 주택시장 및 주택건설 동향을 살펴보자. 먼저 주택 판매량 및 가격 추이를 살펴보면, 우선 1가구 신규주택 판매량의 경우 2000년 1월 86만호 수준에서 부동산 버블기의 정점이었던 2005년 하반기 140만호 수준까지 올라갔으나 이후 급감해 2008년~2009년 초에는 35만호 전후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후 미국 정부의 생애 첫 주택구입자 보조금지급 정책 등의 영향으로 2009년 상반기부터 급락세가 다소 진정되는 듯 했으나 다시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 정부는 주택시장의 침체를 막기 위해 올 4월 말로 종료되는 보조금 혜택을 9월까지 연장하고 있으나 주택거래가 극심한 침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 정부의 주택구입 보조금지급 정책도 약발이 거의 소진된 모습이다. 주택구입보조금 지급제도는 당장에는 주택시장 침체를 막는데 기여할지는 몰라도 미래 주택구매 수요를 앞당겨 사용한다는 점에서 구입보조금 제도가 종료되면 다시 극심한 수요 부족으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도표2> 미국 주택시장 및 건설투자 동향 추이


(주) 각종 자료로부터 KSERI 작성

 

미국 정부의 주택구입보조금 혜택 약발이 소진됨에 따라 주택판매가 더욱 극심한 침체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계약중인 주택판매지수 추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미 정부의 면세혜택으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택판매가 일시적으로 증가했다가 당초 혜택 종료 시점인 5월 이후에 주택판매가 급감하고 있다. 이는 미국 정부의 보조금제도가 잠재적 미래수요를 앞당겨 소진한 효과만 냈을 뿐 주택시장 수요를 회복할 수 있는 지속성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한편 미국의 대표적인 주택가격 지수인 케이스실러지수를 통해 미국 기존주택가격 추이를 살펴보면, 서브프라임론 사태가 불거지기 시작한 2007년 중반부터 급락하기 시작해 고점 대비 33% 수준까지 떨어졌으나 2009년 초 이후 급락세가 멈추고 있다. 하지만 반등세는 상당히 미미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적어도 단기간에 급격한 반등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더구나 케이스실러지수는 2개월 가량 지연돼 발표되는데, 6월 이후에는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1가구형 신규주택의 판매 평균가격은 부동산 버블기였던 2007년 초 33만 달러 수준까지 이르렀으나 이후 버블 붕괴로 2009년 1월에는 24.5만 달러 수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후 미국 정부의 주택구입보조금 혜택 등의 영향으로 다시 반등하는 듯 했으나, 올 들어 다시 가파르게 떨어져 2010년 6월 현재 24.3만 달러로 버블 붕괴 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중앙가격도 거의 비슷한 추이를 보이고 있는데, 최근으로 올수록 평균가격과 중간가격의 괴리가 줄고 있어 상대적으로 고가 주택의 가격 하락세가 더 크게 나타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어서 미국 건설시장 동향을 간략히 살펴보면, 총건설투자액은 부동산 버블이 한창이던 2006년 초 1.2조 달러까지 늘어났으나 이후 부동산 버블 붕괴로 급감해 2010년 1월에는 8,158억 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올 4월에는 미약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건설투자액을 용도별로 살펴보면, 주거용 건설투자액은 2006년 초 6,828억 달러에서 이후 2,416억 달러까지 급감했다가 감소세가 멈추면서 정체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비해 비주거용 건설투자액은 주택 투자액이 감소하기 시작한지 2년여 후인 2008년 하반기에 7,126억 달러까지 증가했다가 5,160억 달러로 감소한 뒤 정체를 나타내고 있다.

 

또 미국 건설투자액을 민간과 공공분야로 나눠보면, 주택버블 붕괴의 영향이 더욱 명확히 나타난다. 민간건설 투자액은 2006년 초를 정점으로 가파르게 떨어지기 시작해 올 초에 들어서야 겨우 감소세가 멈추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공공부문의 건설투자는 2009년 중반까지 꾸준하게 늘어나다가 이후 증가세가 꺾이고 있는데, 미국 주정부들의 재정사정 악화로 인해 공공건설 발주가 한계에 이르고 있는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미국의 공공건설 투자는 한국처럼 민간 주택시장의 침체를 거의 완전히 상쇄할 정도로 대규모 부양책이 실시되고 있지는 않음을 알 수 있다.

 

계속해서 미국 주택착공 건수 추이를 보면, 2000년대 이후 2006년 초까지 연환산 225만호까지 증가했으나 이후 가파르게 하락하기 시작해 2009년 초 50만호 수준에서 하락세가 멈추고 있다. 이후 미미한 회복세를 보이는 듯 하다가 5월 이후 다시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 주택 및 건설시장의 지표를 살펴본 결과 2006년 초부터 시작된 미국 주택시장의 하락세가 2009년부터 바닥권에 도달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침체의 횡보를 나타내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해부터 연초까지 미국 주택시장이 바닥을 치고 조만간 다시 반등하는 것이 아니냐는 섣부른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국내외 언론들은 ‘미국 주택경기가 바닥을 쳤다’ ‘주택경기가 회복기에 들어섰다’며 주가를 끌어올리는 등의 소재로 삼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미국 주택가격 하락세가 멈춘 것이 오바마 정부의 주택구입 보조금 지급과 저금리 모기지 대출 갈아타기 지원, 그리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주택모기지증권(MBS) 및 주택금융기관의 채무 매입 등의 각종 지원책에 힘입은 것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정부 지원책에 의해 주택시장의 하락세가 멈추었으나 민간 자력에 의한 주택 경기 회복은 여전히 요원하다고 할 수 있다. 미국 정부의 지원책 약발이 다하면서 다시 주택시장이 가라앉는 양상이 이미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주택구입 보조금 지급을 연장하고 FRB가 자산매입 규모를 유지하는 식으로 시중유동성 공급을 떠받쳐주고 있으나 주택시장의 본격적인 회복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앞서 본 것처럼 아직 막대한 공급과잉 물량이 해소되었다고 하기에는 거리가 먼 상태다. 또 미래 주택구매 수요를 당겨 써버린 탓에 미국 주택시장이 다시 가라앉게 되면 주택시장의 침체는 상당히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 정부는 서브프라임론 사태 이후 일본과 같은 장기침체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이미 90년대 일본의 부동산버블 붕괴 과정에서 나타난 것과 거의 유사한 현상이 재현되는 양상이다. 그래서 하버드대 케네스 르고프 경제학 교수가 “미국경제가 더블딥을 겪지 않더라도 미국 주택시장이 10년 정도의 장기 침체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는 것도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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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대인 2010. 8. 24. 09:18